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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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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1일 10시 17분 등록
화실일기를 올리고 난 후 지인들 몇몇이 그림에 대해서 말을 걸었다.
재능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기쁘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바보같다. 그냥 기뻐만 해도 되는 것인데.

지금으로 봐서는 재능이고 뭐고는 잘 모르겠다.
그림을 가르치는 책들에서는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눈으로 볼 수 있고, 연필을 손으로 쥘 수만 있으면 누구나가 인물화 정도는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림 배우는 책으로 '베티의 미술교실 : 오른쪽 두뇌로 그림그리기'라는 책에서도 그랬다. 3개월 정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니 대부분이 처음보다 월등히 나아진 그림을 그려내더라고.
나도 그에 동감한다.

『오른쪽 두뇌로 그림그리기 』에서는 이성이 앞서는 왼쪽 두뇌가 개입하지 못하게 하고, 보이는 데로 그리라고 한다. 그러면 누구나가 다 사진같은 인물화를 그릴 수 있다. 보이는 데로 그린다는 것 말처럼 쉽지 않다. 왜냐하면 왼쪽 두뇌가 개입해서 지시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티는 되도록이면 왼쪽 두뇌가 한두마디의 말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형태가 이상화되지 않는 복잡한 것, 어려운 것을 그리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심지어는 보고 그릴 대상을 거꾸로 놓으라고 한다. 초보자들은 그 말 앞에서 질린다. 단순한 것도 못 그리는 데 어려운 것을 어떻게 그리냐고. 이건 또 해보지도 않고 왼쪽이 먼저 나선 경우일 것이다.
나도 그런 생각이었다. 그러나 거꾸로 놓고 그리니 왼쪽이 잠잠해진다. 늘상 먼저 떠들어 대던 왼쪽이 뭐라 할 말을 못 찾는 것이다. (왼쪽)머리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것처럼 말한다. '얼굴은 계란형이야.' 머리카락으로 얼굴이 가려져도 그렇게 외쳐대고 있는 것이다. 어두움으로 얼굴이 반쪽만 보여도 '계란형'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상화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실제로 앞에 제시하고는 왼쪽이 아무 소리 못하게 만들고는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이다.

내 경우는 재가며 그리는 타입이 아니다. 우선 한번 쓱 보고는 '어 이만하군.'하고는 종이에 옮기고는 또 다른 물체는 '어, 얘는 이만하군'하면서 옮긴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비례가 엉망이 된다. 왜곡되어서 그림의 느낌이 달라져버린다.
연습도중 몇번을 그러다 보니 이제는 안그래야지 하면서도 다시 또 그 방법이다. 화실의 선생님은 그것도 연습을 많이 하다보면 감이 생겨서 재지 않고 그려도 나중에는 제대로 비례를 맞추기는 하지만 형태를 제대로 잡을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셨다.
그럴 것 같다.

화실의 선생님은 재가며 그리는 분이시다.
선생님께서는 차안에서 책 읽는 여자를 그릴 때였는데, 내가 나누어둔 벽의 비례가 잘못됐다고 알려주셨다. 나는 그 두벽의 크기를 거의 같은 것으로 보았다. 보고 그리려고 펼쳐둔 책에 연필로 재보니, 과연 한쪽이 훨씬 컸다. 한쪽은 밝은 벽이고 한쪽은 어두운 벽이었다. 밝은 곳은 넓어 보이고 어두운 곳은 좁아보인다는 그 속성 때문인지 어느새 눈이 속았다. 아하~
재지 않고 그릴 때 나오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나중에도 이래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인상이란 것을 무시하는 것일 테니까. 이건 나중에 더 알아보기로 했다.)

중학생일때 지도 그리던 것이 생각난다. 역사시간에 국경선의 위치를 익히기 위해 지도를 그리는 숙제를 많이 했었다. 그때는 종이를 깔고도 밑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트레싱지를 깔고는 지도를 따라 그리곤했다. 트레싱지가 없으면 지도는 못그리는 것 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시골에 가서 사촌언니의 친구가 세계지도를 그린 것을 보게되었다. 책에 나온 조그만 지도를 8절지의 종이에 옮겨 그린 것이었다.
책에는 같은 간격으로 세로줄과 가로줄이 그어져 있었다. 물론 8절의 종이에도 엷게 같은 비율로 간격으로 줄이 그어져 있었다. 지도 그리는 법을 설명해 주었는데, 책에서 첫번째 칸의 단순한 모양을 종이의 첫번째 칸에 옮기고, 두번째 칸의 것을 종이의 두번째에 옮기고... 하는 식으로 그렸다고 한다. 각각의 칸 하나는 단순해서 그것을 종이에 따라 드리는 것은 쉽다고 했다. 그래서 전체를 완성했단다. 하나씩 조각내서 부분 그리기를 한 셈이다.

자로 잴수만 있다면 그릴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한 부분씩만 재면 된다. 그것을 종이로 옮기면 된다. 전체를 다 보고 미리 질릴 필요가 없다.
그래서 베티는 누구나 다 사진을 가져다 놓고 그것을 보고 그리는 인물화 정도는 3개월이면 마스터 할 수 있다고 했나보다.

사진을 찍었다. 그림 자료로 쓰기 위해서다.
자료가 많아지면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보지 않고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은 조급한데, 제대로 이미지가 마음 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많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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