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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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을 할 때 지나는 은행나무 가로수 아래에서 나는 나무들에게 인사를 한다.
바로 아래에 서서 쏟아지는 그 녀석들을 보며 손을 흔들면서 자그마한 소리로
'안녕?'
소리보다 먼저 손이 인사를 한다.
초록의 입사귀들이 아래의 나를 향해 몸 전체로 웃고 있다. 까만 가지가 입사귀를 더 두드러지게 만든다.
오늘 아침도 유난히 어여쁜 그녀석들을 스다듬고 싶어했지만 내 팔은 여전히 짧다. 길을 걸을 때는 손이 가만히 있질 못한다. 콧노래를 부르는 사이 손이 자꾸 길가에 있는 나무, 풀, 지렁이, 건물, 플랑카드에 인사를 건넨다.
'안녕, 안녕, 안녕~'
말하는 손.
아이들은 말 보다는 손짓, 표정, 몸짓으로 언어로 전달하기 전에 온몸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해 버린다.
'엄마 개구리가 이렇게 뛰어.'
'내가 이따만한 메뚜기 잡았다.'
'엄마 옆집 아저씨가 우리집 대문에다 발로 막 이렇게 했어.'
이렇게 말하는 아이를 쳐다보지 않고, 눈을 맞추지 않으면 개구리가 어떻게 달아났는지, 얼마나 큰 메뚜기인지, 옆집 아저씨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다.
언어를 어느 정도 익히고 나면 아이들의 이런 손짓, 몸짓을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은 자신의 뭔가를 전달하기 위해 말을 할 때, 어른들은 사용하지 않은 특정한 상징을 사용하는 데 이걸 '베이비사인'이라고 명명하겨 연구하기 까지 했다.
우뇌와 좌뇌가 하는 일들이 분리가 거의 다 되고, 각각이 맡아서 하는 일들이 더 효율적인 쪽에 힘을 실어주는 시기가 오면, 언어로 체계를 쌓아나가는 단계가 되면 그때부터는 언어로 대부분을 표현해 낸다고 한다.
그럼, 이런 것들은 아직 성숙이 덜 된 사람이 하는 것일까?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뭐지? 하하하.
전달하는 그것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앞에서 크기를 보여주고, 행동을 그대로 재현해 내고 하는 사람들은 뭐지. 자신의 마음 속에 떠오르는 영상을 허공에 그리며 보여주는 사람들.
말 보다는 몸이 먼저, 얼굴이 먼저, 눈이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들.
말보다는 손이 먼저 나서서 이야기 하는 사람들.
여기서 잠깐. 문제 하나.
수업 중에 발표할 때, 프리젠테이션 할 때, 도윤이의 손은 허공에 뭔가를 자꾸 그려대며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았던 몽골에서는 특히 더 열심히 그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뭔가를 설명하려 할 때, 도윤이의 말하는 손은 오른손일까요? 왼손일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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