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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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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6일 18시 00분 등록

다양성을 인정하기
(나는 그림에 있어 이것을 얼마나 인정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


아티스트웨이 책을 늦으막하게 읽고 있다.
지난주에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못했는데.. 오늘 모임을 위해 8주차(현재가 8주째이다)를 읽다보니 예전에 써둔 메모가 눈에 띈다.

'고등학교 때 미술선생님은 많은 학생들에게 10점 만점짜리 평가에서 10점을 주셨다.
난 그 당시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양성이란 것을 알지 못했으니까.'

당시에 미술선생님께서 과제로 내 주신 것은 시화전에 낼만한 액자 속에 넣을 만한 뭔가를 만들어 오라고 주문하셨다.
우리반에 한 아이는 까만 바탕에 흰색으로 궁서체로 긴 시를 깔끔하게 오직 글씨만이 있는 액자를 하나 만들어왔다. 그게 너무나 인상적이었나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나는 것을 보면. 단순한 것이 주는 강렬한 인상.
또 어떤 친구는 2개의 색지를 겹쳐 붙이고, 앞에 붙인 색지를 오려서 입체적인 종이 액자를 만들어왔다.

그 당시 내 기준으로 보기에 마음에 쏙 드는 것은 몇 개가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것이 어느 면에서는 좋으나 어떤 면에서는 조금씩 부족해 보였다. 몇 개는 너무나 단순했고, 몇 개는 색이 부족했고, 또 몇 개는 시를 쓴 글씨가 초라했었다. 또 몇 개는 너무 식상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많은 학생들에게 10점 만점을 주셨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반 학생의 거의 절반 정도가 10점 만점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점수를 주시기 전에 선생님께서는 반 아이들이 모두 좋다고 하는 몇 개의 작품 주인들을 불러서 마음에 드는 것을 1개씩 집어오라고 했다. 첫 번째로 집어온 것들, 선생님 눈에도 확 들어오는 것들에 10점 만점을 받았으니, 다음번에 집어온 것들은 그보다 낮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선생님께서는 그들에게도 모두 10점을 주셨다. 그리고 또 1개씩 집어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쭉 널어놓은 수에... 반 아이들에게 전체적으로 그중에 혹시 너무 떨어지는 것이 있지 않은지 물으시고는 그렇게 가려진 것이 아닌 앞에 있는 것들에 또 10점을 주셨다. 몇 번이고 10점 만점을 주는 것이 반복 되었다.

10점을 주는 것이 계속 반복되면서...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얘네들은 몇 점줄까?'하고 물으셨는데, 몇 차례 반복되었기 때문에 6~8점 정도라고 예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었다. 여전히 모두 10점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이유를 말씀해 주셨다.
선생님께서는 내게 너무 야박하게 점수를 준다고 하셨었다. 모두들 자신이 아는 최고의 것을 꺼내어서 시화(시와 그림)을 준비했기에 10점 만점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하셨다.

검정바탕에 흰 글씨만으로 한 것처럼 지나칠 만큼 단순해서 아름다운 것,
전체적으로 순한 색을 써서 아름다운 것,
삐뚤빼뚤하게 보이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해서 좋은 것,
자작시를 넣은 것,
가을이 물씬 느껴지게 단풍든 나뭇잎을 많이 넣어서 콜라주를 한 것,
......

선생님께서는 그 많은 다양성을 인정하셨다.
원래 과제를 내실 때부터 어떻게 해야한다는 규정 따위는 없었다.

우리들은 각자 자기 것이 점수를 받을 때 조마조마했다.
나 또한 내가 만들어 낸 것이 어떤지 다른 것들과 섞여서 어떻게 보일지, 선생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긴장하며 그 자리에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즐겁게 작업하고, 최선을 다한 많은 이들을 이렇게 격려하셨다.

얼마 전 '다양성'이란 말을 또 듣게 되었다.
경계에 서서 이쪽저쪽을 모두 수용하게 되는 것, 혹은 경계를 넓혀가는 것, 자신과 다른 무엇인가를 인정하는 것, ... 그리고 격려.

다양하다는 것.
지금 현재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접한다는 것.
그것은 두려움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어떤 거대한 것 앞에서 움츠려드는 그런 두려움이 아니다.
한발 다가서거나, 혹은 한발 물러서면, 혹은 한쪽 눈을 감으면 유쾌해지는 두려움. 그것은 어쩌면 두려움보다는 떨림이란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은 매번 자신이 만든 세계의 경계에 서게 된다. 그 경계에서 자신에게 흘러들어오는 많은 것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성장을 하는데 돕는가 혹은 더디게 하는가의 관건인 것 같다.

아티스트 웨이에서는 신(God)이 자신에게 좋은 것을 준다는 것을 믿으라고 몇 번이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아티스트들을 인정하고 격려하고 연대하라고도 한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긴장하는 것이 덜해졌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 그것을 축복한다.
지금 이 순간..... 을 축복한다.
아름다운 날이다.

====================================================
무언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아직 다 하지 못한 기분이다.
약간은 모호한 뭔가를.
이 글을 쓰는 동안 행복해졌는데...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1시간 정도 더 붙들고 있을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 그러다가 처음에 쓰고자 했던 말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서 처음과는 다른 의식의 흐름 속에 있을 것 같다.)
IP *.247.8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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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언
2008.08.28 08:41:47 *.160.33.149
다양성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것 같아요.
앞에서는 '나는 너를 인정해'라고 말하지만 마음 속에는, 나보다 나은것에는 질투와 깎아내리고 싶은 삐뚤어진 마음이, 그리고 나보다 못한 것에는 무시하고 비웃는 마음이 깃들기가 더 쉬워서 그런가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다 있는 것이었을 텐데..
다양성이 관점에서는 무언가 눈앞에 있으면 그것을 나를 기준으로 더 나은 것, 더 못한 것으로 보는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인데 말이지요.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은 세상이네요. 정화 언니의 글이 많이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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