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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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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8일 08시 19분 등록




45년전 미국에서 릭 호이츠라는 이름의 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기는 탯줄에 온몬이 칭칭 감겨서 태어난 탓에 뇌 손상을 입었고 결과로 사지가 마비되었다.

릭이 9개월째 되었을 때 의사가 권고했다.
“이 아이는 평생을 식물인간처럼 지낼것입니다. 요양소에 아이를 맡기시는게..”
그러나 호이츠 내외는 권고를 거절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거실을 걸어다닐 때 릭의 눈동자가 그들을 따라다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릭이 11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한 공과대학으로 데려가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의뢰했다.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하더니, 릭의 웃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을 바꿨다. 그들은 릭이 뺨을 스위치에 접촉함으로써 컴퓨터의 커서를 움직이는 장치를 고안했다. 마침내 아이는 화면을 통해 아버지와 그리고 세상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첫번째로 쓴 글자는 “Go Bruins!” (그 지역 프로농구팀, 브룬스 파이팅!)였다.

릭이 고등학생일 때 친구가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자 학교에서는 그 친구를 위한 자선 단축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그 때 릭은 “아빠, 나도 달리고 싶어요!”라고 썼다. 그러나 아버지는 포커놀음꾼에 한번도 2킬로 이상 뛰어본 적이 없는 뚱보. 그런데 8키로미터를 아들을 밀고 뛰라고? 그러나 그는 아들을 위해 뛰기 시작했다.

첫 마라톤을 마치고 온 날 아들이 화면에 이렇게 썼다.
:아빠, 우리가 같이 뛸 때, 나는 더 이상 장애자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날 이후로 아버지의 일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아버지는 아들 릭에게 그러한 느낌을 최대한 자주 갖게 하는것에 몰두했다. 그리고 뛰었다. 단축마라톤에서 시작하여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고, 두 부자는 결국 풀코스를 끝까지 뛰었다.

현재까지 호이츠 부자는 총 85번의 마라톤을 완주했다. 기록은 2시간 40분! 마라톤 하는 사람의 꿈이라는 서브스리를 훌쩍넘어, 세계기록과 불과 35분 차이. 그것도 아들의 휠체어를 밀고.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느날 누군가가 아버지에게 “여보게, 철인 3종경기는 어떤가?”라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아버지는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고, 6살 이후로 자전거는 타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역시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까지 총 212회의 철인 3종경기를 치루었다.

언젠가 기자가 아들에게 물었다.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릭은 화면에 이렇게 대답했다.
“아버지가 휠체어에 앉은 채 내가 한번 밀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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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저는 토요일 아침은 아주 늦게 일어납니다. 금요일 밤 열한시까지 강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새벽 다섯시에 눈을 떴습니다. 오늘의 수업을 생각하니 가슴이 뛰어 잠을 잘 이룰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발표하시는 분들은 오죽하셨을까요. 얼른 오늘 행사를 준비해야해서 바쁘지만 한말씀 드리고 싶어 글을 씁니다.

저는 어제 ‘열정’에 대해서 강의했습니다. 수업 마지막에 위의 동영상을 틀어주었지요. 어둠속에서 영상을 틀어놓은 채 수강생들에게 설명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우리 3기 연구원을 떠올렸습니다. 우리가 지난 1년간 걸어온 길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자 가슴이 울컥하였습니다.

아들이 장애를 갖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 아버지가 뛰듯, 사부님은 그렇게 1년간 우리와 함께 뛰어주셨습니다. 길 끝에 아름답게 놓여있는 각자의 바다를 보여주고 싶으셨을껍니다. 우리 또한 힘겨웠지만 속으로 스스로를 힘차게 응원하며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일주일에 40시간씩 투자하여 책을 읽었고 글을 썼습니다. 조금씩 나아졌고, 더디지만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뒤로 간 적은 없었습니다.

때로 가족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때로 진이 빠져 몇일을 방황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없이 작기만한 자신을 질타하기도 했고, 이유없는 외로움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그렇게 주저앉아 사부님께 떼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린 잘 해냈습니다. 남들이 뭐라하건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조교로서 한말씀 드립니다. 우리 모두 대견합니다. 우리 모두 훌륭합니다.
자부심을 가집시다. 힘들었지만 끝까지 껍질을 깨려고 노력한 것에 대해.
변경연 연구원에 대한 기대 수준을 끌어올린것에 대해.
그리고 우리들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또 하나의 장면을 맞이한 것에 대해.
오늘 수업에 오시기 전에 거울을 보며 듬뿍 칭찬해 주세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어제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언젠가 사부가 휠체어에 앉은 채 우리가 한번 밀 날이 있겠지요.
그렇게 밀고 밀어 각자의 바다를 사부님께 보여드릴 날이 반드시 올껍니다.
그 찬란한 날을 위해 오늘 또 한걸음 내딛읍시다.

오늘 발표하시는 모든 분들께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IP *.208.19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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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09 01:21:38 *.70.72.121
조교 옹박아. 수고 많았다.

덕분에 모두들 자신들이 준비한 내용을 잘 마무리 지었다. 아마도 다음 번에는 더욱 잘할 것이다. 이렇게 작은 성취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시나브로 우리의 발전이고 진화이며 티끌 모아 태산처럼 크게 빛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우리 가운데 누가 그 몫을 당당히 해내고 변.경.연을 빛내며 더 많은 벗들이 용기내어 더욱 잘해 나갈 것이다. 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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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3.09 06:56:29 *.72.153.12
우리가 혼자 뛰지 않고 같이 뛰어서 여기까지 왔지.
씨익---

사부님 행복하시죠? 저희도 행복해요. ^^*
살아있다는 느낌이 충만한 날.... 어제가 바로 그런 날.
그리고 오늘 이 아침. 또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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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8.03.09 09:55:32 *.209.34.24
몇 번 접해본 일화이지만, 이 표현은 처음이군요.
그 모든 고마움과 사랑과 미안함과 회한과 열망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 마음이 짠합니다.

“아버지가 휠체어에 앉은 채 내가 한번 밀어 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표현 역시 짠합니다.

"언젠가 사부가 휠체어에 앉은 채 우리가 한번 밀 날이 있겠지요"

비유로도 읽을 수 있지만,
정오를 넘어 오후를 살아가는 사람의 감수성으로
실제적인 의미로 읽어도 충분히 아름다워요.


어제 또 하나 진하게 배웠습니다.
'출판사와 인연맺는 법'이라고 할까요.

날마다 성공하시는 소장님.
고맙습니다.

조만간 '헐크'처럼 옷을 부지직 찢으며
거듭날 것 같은 대형조교 승오, 수고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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