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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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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3일 13시 04분 등록
연인 그리는 것을 3주째 하고 있다.

더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어느 부분을 더 디테일하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하여간 전체적으로 뭔가 부족해 보이긴 하는데, 어디인지 정확하게 찾지는 못하겠다.

3주동안 붙들고 있고도 지지부진한 상태로 진전이 별로 없을 때, 화실에서 소묘를 가르쳐주고 있는 마크 선생님이 다 한거냐고 물으셨다. 아닌데, 어디를 손대야할지 잘 모르겠다 했더니, 자리에 앉으셔서 남자의 얼굴에서 어두운 데는 더 어둡게, 눈의 윤곽은 더 뚜렷하게 하면서 설명을 해주셨다.

화실에 가지전 전철에서 마크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말아야하나를 고민했었다. 디테일 부분에서 약한데, 선생님께서 항상 그부분을 도와주셔서, 내가 실제로 연습해야할 것을 선생님의 손으로 해버리는 것 같아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직접 하는 것을 원하니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한계점에 다다랐나 보다.
남자 얼굴에서 눈썹으로 인해 생긴 그림자와 눈물셈이 있는 곳에서 콧등으로 이어지는 쪽에 있는 하이라이트, 눈동자 바로 밑부분에 생기는 하이라이트, 그리고 콧끝 멍울 부분에 생기는 하이라이트를 찍으시면서 설명해주셨다. 선생님께서 찍으면서 설명한 부분이 내가 찾아서 이미 표현한 것과 같지만 강도가 달랐다. 내가 한 것은 밋밋했다.
돌출부위의 밝은 부분도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마크 선생님께서는 그 주변으로 두드럽게 밝음을 펴서 얼굴이 입체적이게 만드셨다.

한결 부드러워보였다. 나머지 여자의 얼굴은 내몫이었다. 남자의 눈이 쏙 들어간 부분이 어두웠던 것처럼 여자의 눈주변도 어두운 부분을 더 진하게 넣고,눈에서 이마로 이어지는 경계는 돌출되면서 밝게 했다. 얼굴의 밝음을 얼굴에 있는 솜틀이 누운 방향을 따라서 약간의 해칭을 했다.
사진으로 보면 여자배우는 고운 얼굴인데 종이위에서 내가 만들어낸 여자는 부드럽지 않았다.




이제는 더이상 손 안대도 되겠다 싶었다. 지쳤다.
10시가 되려면 조금 남았는데, 쉬기로 했다. 고정액이 없어서 파스텔연필 안료를 종이에 고정시키는 것은 다음날로 미루었다.

사진을 찍었다.


**
화실의 동료들의 연습 그림을 사진찍었다. 마음에 쏙드는 그림하나를 부분부분 나누어서 찍었다. 전체구도가 너무 아름다웠다. 부분들도 모두 완벽한 구도였다. 지우개를 연필처럼 사용해서 군데군데 흰 부분이 좋은 그림이었다.
**


오늘 아침에 사진을 들여다 보니, 여성의 얼굴 피부가 너무 거칠다. 부드러운 입체감은 없다. 선생님께서 손봐주셨던 남성의 얼굴은 비교적 부드러운데....(거기에 하이라이트를 강조한다고 이마에 몇차레 흰색을 가했다. 그래서 조금 거칠어졌다.) 여성쪽은 좀 심하다 싶다.

펜을 놓고나면 항상 고칠부분이 보인다. 마무리할 때는 눈에 띄지 않던 것이.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흑백의 대비가 더 두드러져서 마무리가 전혀 되어보이지 않는다. 정착액을 뿌리지 않았으니... 더 수정해야겠다.

3주.
고생했다.
그리고 내가 대견하다.
생각한 만큼 안되어서 여러번 고치다 보니, 다른 종이에 새로 시작할까하는 마음도 여러차례 일었다.
다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뒤로 물러서보니 비례가 너무 틀렸을 때 갑자기 허기져서 잠시 밥 먹으러 도망갔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그래도 끝까지 해서 대견하다. 나 자신에게 완성했다고 칭찬해 주었다(어제밤 화실을 나올 때).
남자는 더 젊어지고, 손은 투박해지고 연인의 밀착도는 비례를 잘 못 맞춰 부자연스러워졌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리고 오늘 그리면서 느꼈던 점들을 사진을 정리하면서 기록하다가... 아직 완성한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착액을 뿌리지 않았으니까... 지금 사진으로 눈에 뜬 것을 한번 더 시도해 볼 수 있을거다.

이번에 얼굴부분을 여러차례 고칠 때, 마크 선생님은 내가 고전하는 것을 보시고는, 그래도 그냥 해보라고 하셨었다.
화실에 오래 다닌 분 중에 형태를 잘 못잡아서 디테일을 잘 못 살리는 티라미스라는 분이 몇 달간을 헤매더니 어느 순간에 확 달라지게 그리더라고, 그러니 연습하다보면 곧 원하는 것만큼 그리게 될거라고 하셨다.

나는 아직 어떤 그림이 어려운 것인지 쉬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
교과서에서는 '화가처럼 보는 법'은 그리려고 하는 것이 복잡한 것이건, 단순한 것이건 그건 그리 문제가 안된다고 했었다. 오히려 복잡한 것이 이상적인 것을 쫒는 왼쪽두뇌를 배제하고 그림보는 데 쓰는 오른쪽 두뇌를 사용하게 한다고 하던데... 그게 정말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IP *.247.8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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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08.06.24 11:02:57 *.193.194.22
이런 글이 손에 들 수 있는 책으로 나온다면, 그 느낌이 얼마나 풍성해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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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6.24 13:16:05 *.247.80.52
????
난 잘 모르겠어.

그런데 말야. 내가 화실에 갔다가 세번을 그만두었잖니... 왜 그만두는지, 어디에서 막히는지, 어느 부분을 재미있어하는지 안다면 배우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좀 더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어느날 내 블로그에 미술선생이란분이 덧글을 달았어.
'아~ 초보자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 자신은 미술을 지도하면서도..... 학생들이 그렇게 어려워하는지 몰랐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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