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연구원

연구원들이

2010년 3월 25일 04시 33분 등록
'창의적인 방법'이라는 말이 걸린다. 팀원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것은 창의적이라고 하기에는 좀 약하다. 어떻게 내가 '좋은 팀원임을'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대학교 시절, 광고학 개론을 들었다. 광고는 크리에이티브한 업종이다.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이유는, 자유롭고 독특하고, 창의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까?라고 질문하셨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아이디어는 '독특한 상상에서'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 작가나 작곡가들이 창작의 괴로움에 힘들어하는 장면이 나온다. 괴로워할법도 한데, 과연 그들이 무엇을 고뇌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교수님은, 아이디어는 '고객'에게서 나온다고 말씀하셨다. 창조란, 관찰이다. 창의적인 방법을 찾을려면, 대상에 대해서 깊이 알아야 한다.

상현형을 만나다. 을지로 입구, 그의 회사 앞에서 그가 쓴, 칼럼을 읽으며 기다린다. 글에서  여백이 느껴진다.

'내가 열을 하면 열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열을 얻은만큼 어느 부분에서는 열이 비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다.' 칼럼_내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가中

탕수육을 먹으며, 상현형은 이야기한다.

'인간人間이라는 한자어를 풀어보자.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뜻이지.' 특히 '간間'은 공백이라는 뜻이야.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필연적으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받아들인다.'

사람끼리 살다보면, 이러저런 일들이 생긴다.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일때문에, 사람을 져버리지 않는다는 의미다.그래픽 디자인에는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가 있다. 말그대로 여백이다. 노련한 디자이너는 여백을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본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개체들의 관계는 여백에서 드러난다. 개체와 개체가 만나서, 어떤 긴장감이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결과가 어찌되든 받아들여야 한다. 개체의 속성은 바꿀 수가 없다. 그것이 싫다고 떠나면, 작품이 될 수 없다. 즉, 성장은 없다.

면접여행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그의 체력이다. 특히 도끼질할 때, 그의 하체는 매우 견고해 보였다. 무거운 도끼에서 반사되는 충격을 만만하게 받는다. 나또한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하체에 신경을 쓴다. 남자에게 하체는 에너지가 나오는 곳이다. 하체가 강하다는 것은 남성답다는 의미다. 그의 하체는 천부적인 것이다. 말하기가 그렇지만, 아무튼 그의 하체는 그의 강점이다. 이 점을 꼭 말해주고 싶었다.

난 음식점 사장으로서, 사람 관상도 조금 본다. 직업을 통해서, 부수적으로 얻은 능력이다. 장사경력 30년 우리어머니는 나보다 사람 보는 눈이 더 발달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가 느껴진다. 얼마전 남도의 시인에게 전화를 했을때,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연속에서 언어를 세공하는 시인의 목소리다. 맑은 샘물이라고 할까? 그는 나의 청을 거절했다. 단칼에 거절했는데, 기분이 하나도 안나쁘다.

형의 말투는 논리적이면서도 빈틈이 없다. 그렇지만, 딱딱하지는 않다. 농부가 질서정연하게 씨를 심을때와 비슷하다. 자로 잰듯 정확하기 보다는, 투박하지만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가 어울리겠다. 틈이 있지만, 자신이 허용한 틈이다. 적어도 그의 목소리는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굳건히 땅을 지탱하는 다리에서 나온다.

탕수육을 다 먹자. 식사를 권한다. 짬뽕과 짜장을 주문.

'그러니까, 주도적이어야 해. 남이 짜논 틀에 들어가면 편하기는 하지만, 성장은 없어. 관계를 통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도적이어야 해.'

마침 다석 유영모의 신간을 읽는중이었다. 다석은 함석헌의 스승이다. 그의 천재성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박영호라는 초로의 제자가 저술을 통해 그를 알리는 일을 해왔다.

'우리의 삶이 힘씀으로 새 힘이 솟아나요. 새 힘 솟는 샘이 되고 진 짐에 짓눌림이 되지 말아야 해요'다석 마지막 강의_148

스캇펙이 말하는 엔트로피의 법칙과 상통하는 대목이다. 만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쓸모 있는 에너지에서 없는 에너지로 화化한다. 관계 또한, 주도적이고 의도적인 노력이 없다면 쓸모없는 관계가 된다.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자기를 드러내기 보다는 묻어가는 것이 현실에서는 더 많다. 현실에서 관계란, 수동적이고 물 흐르듯이 방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하철역까지 나를 배웅해주었다. 아마도 다시 회사로 들어가는가 보다. 지하철을 타고, 미아삼거리에서 내렸다. 장사를 한다. 여직원에게 농담을 건낸다. 좋아라 웃는다. 주도적이라는 말은 먼저 다가감이다. 기꺼이 부딪힘이다.

6시간 후면, 우성이 형을 만난다.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끝까지 치고들어가자. 창의적인 방법이란, 물음을 물고 늘어지기다.

상현형은, 나보고 책은 조금 보고, 많이 놀며 지평을 넓히라고 했다. 감사하다.
IP *.111.205.55

프로필 이미지
박상현
2010.03.25 10:09:27 *.236.3.241
꿈보다 해몽이 낫습니다^^ 저보다 7살이 어리지만 나이만 어릴뿐 머리에 든 것이며
생각하는 수준이 저보다 나은 아우입니다. 꼭 유끼 멤버로 동행하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원없이 함 놀아 봅시다ㅎㅎㅎ

내 하체에 대한 예찬~ 쑥쓰럽지만 신선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굳건히 땅을 지탱하는 다리에서 나온다.
--> 난 왜 진즉 이걸 몰랐을까....
프로필 이미지
맑은
2010.03.25 12:00:05 *.255.244.2
결과를 떠나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두드리면, 열리는군요. 역시 주도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이은주
2010.03.28 13:53:48 *.219.109.113
눈 여겨 보지 않은 당신의 하체의 예찬때문에 다음에 만나면 하체만 볼 것 같다. 어쩌지..... ㅋㅋ
프로필 이미지
2010.03.25 10:31:01 *.96.12.130
밥장사하시는 분이 가장 창의적일라믄 밥으로 승부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찾아가시지말고, 오라고 하셔서 정성껏 만든 음식 한 그릇씩 먹이는 것이 가장 맑은님을 잘 드러내보이는 방법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아님 사람들 몽땅 불러모아다가 술판을 한번 벌여주심은 어떨런지~ 제가 너무 쉽게 생각한 걸까요? 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0.03.25 14:24:17 *.48.246.10
그냥... 좀 쉽고 편하게 생각하시라고 드린 말씀입니다. 예전부터 맑은님 가게에 놀러가고 싶다고 생각만 수도 없이 해온 일인으로서 말이죠. 비가 조금씩 내리네요. 정말 봄이네요. 좋은 오후 되시길 바랍니다.
프로필 이미지
맑은
2010.03.25 12:05:14 *.255.244.2
그런 방법도 있었군요. 도시락을 만들어서 먹이는 방법도 좋겠습니다. 저희 집으로 초대하는 것은, 거리상 좀 어려울 듯합니다. 여건이 되는 분들을 모시는 쪽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소은
2010.04.08 05:00:29 *.70.61.217
함께 하는 연구원을 읽고 이해하겠다는 의도, 훌륭해요.
책을 읽고 리뷰하는 게 주업인 연구원 생활에서 사람을 읽는 눈을 배우지 못하면
속빈 강정이 되기 쉽다는 걸 맑은은 알고 있는 거겠지요. **^^
그런데 인터뷰어의 해석이 좀 장황한 느낌이 있어요,
인터뷰이의 말이 주가 되는 인터뷰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28 -->[re]여러분~덕분에 저희 잘 다녀왔습니다. 써니 2007.08.21 2143
527 [Wanted] 2011변경연 10대 뉴스와 스토리를 찾아라!!!! [2] 미나 2011.11.27 2144
526 내 인생의 첫책쓰기 기사 발췌 file 숙인 2010.01.13 2147
525 읽을 책들(12,28 수정) [1] 香仁 이은남 2007.12.28 2148
524 [설문]연구원 동문회 새 이름 결정을 위한 설문 실시합니다. [5] 자산 오병곤 2010.04.22 2148
523 2011 이야기와 음악이 있는 樂송년회 결산내역입니다. [5] 미나 2011.12.17 2152
522 2012년 총회 특강 <당신은 어떤 노래를 부르십니까> [2] 한정화 2012.04.16 2152
521 유끼 이야기 [12] 2011.05.03 2158
520 7기 노미선의 공헌입니다. [10] 미선 2011.03.29 2166
» 2/8. 주도적이어야 성장한다. 상현형 [7] 맑은 김인건 2010.03.25 2166
518 4/8. 대우하는 대로, 대우 받는다. 김서영. [2] 맑은 김인건 2010.03.28 2168
517 [먼별 베이스캠프 1탄-온라인 매거진: Change 2010 <창조놀이 기획서>] [4] 수희향 2010.01.03 2173
516 사진으로 다시 보는 송년회2-올해의 연구원 file [10] 한명석 2009.12.21 2175
515 [사자 프로젝트] 6차 모임 공지합니다(3/27,토,오후1시) [1] 희산 2010.03.22 2176
514 하늘길 원정대원 모집 [5] 콩두 2013.03.26 2179
513 [먼별 베이스캠프 1- Change 2010 <3차 회의 아젠다>] [8] 수희향 2010.02.03 2180
512 사자 자료 책 [7] 정예서 2010.05.03 2180
511 토크쇼에서 쫄지 않는 법^^ file [2] 명석 2012.05.11 2180
510 변경연시칠리아여행 3명 추가신청받습니다. [1] 한숙 2012.06.18 2181
509 유끼들아 [19] 부지깽이 2011.03.28 2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