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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6일 10시 03분 등록
#1. 프롤로그



나는 베스트셀러를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아마 남들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는 것에 대한 경계심과 보다 중요한 것은 중심이 아닌 변방에 있다는 시건방진 믿음 때문인 것 같다. 아니면 그저 게으름 탓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나는 앨빈 토플러의 신작이 나왔음에도 그의 책을 읽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3월, 장인 어른께서 2권의 책을 선물해주셨는데, 그 중 한 권이 바로 ‘부의 미래’였다. 그 땐 연구원 과제 때문에 한참 정신이 없을 때였으므로, 한 번 후루룩 훑어보고는 책장에 꽂아 두었다. 그것이 나와 앨빈 토플러의 첫 만남이었다.

#2. 저자에 대하여

1) 약력



‘세계적인 미래학자’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1928년 10월 4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모두 폴란드계 유태인 이민자였으며, 그의 아버지는 모피 가공업에 종사했다. 그의 아버지는 토플러가 대법관이 되기를 열망한 나머지, 매일 『뉴욕 타임스』지에 보도된 시사 사건들을 어린 토플러에게 설명하고 묻는 교육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토플러는 일곱 살 때부터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는 고교 시절 학교 신문에서 일하였으며, 졸업 후 뉴욕대학 영어과에 진학하였다. 그는 대학 시절, 학내 문학잡지인 『콤파스』(Compass)를 창간해 운영하였으며, 전국학생연합의 뉴욕대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같은 대학에서 그는 당시, 언어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아내 하이디 토플러(본명: Adelaide Elizabeth Farrell, 1929생)를 만났다.

"하이디는 뉴욕대에서 석사과정 여름 학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나는 막 남부에서 돌아온 상태였습니다. 뉴욕대 친구들을 만나려 갔다가, 같은 수업을 듣는 한 여학생이 아름다운 금발의 여학생과 함께 앉아 있는 걸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는 남부로 안 갔죠. 우린 그날 밤 콘서트를 보러 갔습니다. 아직도 생생합니다. 바그너 공연이었죠? 야외 공연이었는데, 그 이후 계속 함께 해왔습니다. 만난 첫 날부터 말입니다.”

* 공장 근로자

당시 급진적인 대학생이었던 그들은 졸업과 동시에 미국 중서부 공업지대로 옮겨서 결혼을 하고, 5년 동안 앨빈 토플러는 조립공, 용접공, 프레스공 등 기능공으로 일하면서 산업화 시대의 대량 생산 공정을 가까운 곳에서 연구했고, 하이디 토플러는 알루미늄 주물공장의 유니온샵 지배인으로 일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경영자들의 어리석음과 무정함, 육체 노동자를 다루는 사무직원들의 사악함과 건방진 태도도 목격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국 노동자들의 '계급의식 고양'을 표방하는 좌익 지식인들의 어리석음과 교만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제3의 물결에서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20세기 후반기가 막 시작된 1950년 1월 어느 날, 갓 찍어낸 대학 졸업장을 손에 든 22세의 후리후리한 청년이 장거리 버스를 타고 우리 시대의 중심적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곳을 향해 밤길을 달리고 있었다. 옆자리에는 여자 친구가 앉았고 좌석 밑에는 책이 가득 든 종이 가방이 놓여 있었다. 그는 비에 씻긴 창 밖으로 미국 중서부의 공장들이 끝도 없이 지나가는 동안 청동색 먼동이 밝아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국은 세계의 심장부였다. 그 중에서도 5대호를 둘러싼 지역은 미국의 산업 중심지였다. 그리고 심장 중의 심장인 이 지역에서도 공장이야말로 맥박의 핵심이었다. … 공장은 산업화시대 전체를 대변하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안락한 중하류층 가정에서 자라나 대학 4년동안 플라톤과 엘리어트, 그리고 미술사와 추상적 사회과학 이론을 배운 이 청년에게는 공장이 표상하는 이 세계는 타슈켄트나 티에라 델 푸에고만큼이나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필자는 이 공장들에서 5년간을 보냈다. 그것도 사무원이나 인사 계원으로서가 아니라 조립공, 기계설치공, 용접공, 화물을 들어 올리는 기계의 운전사, 펀치 프레스공 등으로 일하면서 송풍기 날개를 찍어내고 주물공장의 기계들을 설치하고 아프리카 광산에 보낼 거대한 집진기를 만들기도 하고 조립라인 위를 덜커덕거리거나 삐걱거리면서 재빨리 지나가는 경트럭에 판금작업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 필자는 산업화시대의 공장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싸우는 광경을 직접 체험했다.

필자는 주물 공장의 먼지와 땀과 연기를 삼켰다. 증기 뿜는 소리, 체인이 부딪치는 소리, 흙을 반죽하는 기계의 굉음으로 귀는 찢어지는 것 같았다. 백열의 강철이 쏟아져 나올 때의 뜨거운 열기도 느꼈다. 아세틸렌 불꽃에 입은 흉터가 지금도 다리에 남아 있다. 필자는 1교대 시간에 수천 개의 부품을 프레스로 찍어내는 똑같은 동작을 심신이 비명을 지를 정도가 될 때까지 반복했다. 노동자들을 감독하는 와이셔츠 입은 관리자들까지도 끊임없이 상관들로부터 추궁 당하고 학대 받는 것을 목격했다. 네 손가락이 잘려 나간 65세의 피투성이 할머니를 기계에서 구출해 준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때 "젠장, 이젠 일도 끝장이구나!" 하던 그 할머니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저널리스트 / 컨설턴트 / 저술가

토플러는 이런 현장에서의 기능공 경력을 근거로 하여 용접 산업의 전문지 기자로 일하다가, 1957년 한 작은 펜실바니아 신문의 워싱턴 특파원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본격적인 자유 기고 활동을 시작하였다. 토플러는 자유 기고 활동을 하다가, 경제전문지인 『포춘』(Fortune)지에 들어가면서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노동 칼럼을 쓰기 시작했고, 곧 문화/비즈니스/경영 관련 칼럼을 쓰게 되었다.

"공장 근로자에서 백악관까지 경험이 다양하죠. 사실 두 곳 사이의 시간은 2~3년 밖에 안돼요. 놀라운 전환이랄까. 경제의 밑바닥에 있다가 워싱턴에서 국가 최고 결정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봤으니까, 하지만 가장 교훈적인 경험은 직업이 아닙니다. 모든 다양한 경험이 복합적으로 교훈으로 작용했습니다.”

1959년부터 3년간『미래』지 부편집장, 『포춘』지 편집장으로 활동하며 본격적인 저널리스트로서 활동을 하고, 이후 IBM, 제록스, AT&T 등에서 컨설턴트로도 활동을 한다. 그리고 1964년에 쓴 저서, 문화의 소비자에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 미래 쇼크_ Future Shock

‘미래 쇼크’는 그가 미래학자로서의 위치를 굳히게 해준 중요한 책이다. 그는 1965년 『호라이즌』(Horizon)지 여름호에 기고한 <생활양식으로서 미래_The Future as a Way of Life>라는 글에서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이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하였는데, 사실 그건 '토플러의 충격'이기도 했다. 이 개념의 핵심은 한 개인이 너무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다.

사실 토플러의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왕성한 지적 탐구력은 독학으로 지식을 쌓은 그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토플러는 그 변화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 무려 5년간 '미래의 충격'이라는 개념에 매달렸다. 토플러는 그 기간 중 대학, 연구소, 실험실, 정부 기구 등을 방문하며 공부를 했다. 엄청난 양의 책도 읽었고 수백 명의 전문가와 인터뷰도 했다. 그는 그 기간 중 코넬 대학 등의 객원교수로 일하면서 미래의 가치 시스템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다.

그렇게 해서 1970년에 출간된 책이 바로 『미래 쇼크(Future Shock)』였다. 세계 50개국에서 7백만 부 이상 판매된 이 책은 토플러를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명사로 만들어 주었다. 토플러가 말하는 ‘미래의 충격’은 테크놀로지 등의 발전으로 급격한 변화에 따른 개인의 부적응 현상을 가리킨다. 이 책에서는 ‘변화의 방향’보다는 ‘변화의 속도’를 강조하는 토플러는 미래의 딜레마가 ‘선택의 과잉(overchoice)’이라고 말한다.



* 제3의 물결_The Third Wave

토플러는 1980년에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을 출간했다. 세계 30개국에서 1천만 부 이상이 팔린 이 책은 약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농업문명을 '제1의 물결', 약 300년 전의 산업혁명에서 시작돼 규격화, 동시화, 중앙 집권화로 특징 지워지는 산업적 대량생산 문명을 '제2의 물결'로 규정지은 다음, 오늘날엔 정보사회의 지적 물결로 대표되는 '제3의 물결'이 도래하였음을 선언하였다.



* 권력 이동_Power Shift

1991년에 출판된 권력 이동에서 그는 권력의 세가지 원천을 폭력, 부, 지식으로 규정하고, 폭력을 저품질 권력, 부를 중품질 권력, 지식을 고품질 권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21세기의 전세계적 권력 투쟁에서의 핵심문제는 지식의 장악이며, 이 지식이야말로 진정한 권력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또한 지식은 결코 소진되는 법이 없으며 약자나 가난한 자도 소유할 수 있는 지식의 생산성으로 폭력과 부의 파괴적이고 편향적인 비민주성의 낭비와 횡포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부의 미래_Revolutionary Wealth

2006년 최신작인 부의 미래에서 그는 혁명적 부의 창출 요인으로 시간, 공간, 지식의 3가지를 꼽고, 이 3가지가 앞으로 부의 창출을 좌우할 ‘심층 기반’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보이는 화폐 경제 이외의 비화폐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지식과 정보의 바다에서 유용한 지식과 ‘쓸모 없는 지식(obsoledge)’을 구별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액센츄어의 비즈니스 구루 Top 50 중 8위에 랭크되어 있는 그는 뉴욕 대학교, 마이애미 대학교 등 5개 대학에서 명예학사 학위를 받았고, 코넬 대학교 객원교수를 역임하였다. 카렌(Karen)이란 딸이 한 명 있었지만, ‘부의 미래’의 프롤로그에서 잠깐 밝혔듯이 치명적인 병마와 싸우다 떠나 보내야 했다.

"15년간 신경 근육성 질병과 싸우다 6년 전에 세상을 떴습니다. … 그 아이의 생명을 바치기 위해 우린 모든 것을 다 바쳤습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죠.”



또한 아내 하이디 토플러와 함께 토플러 어소시에치츠(Toffler Associates, www.toffler.com)를 창설하여,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제와 기술의 발전, 사회 변화에 대해 조언하고 있으며,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집필과 강연활동을 활발하게 지속하고 있다. 그는 지속적인 통찰력의 원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죠. 사회는 그것에 대해 보상을 하고, 과학자든 프로 골퍼든 어느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거죠. 하지만 정말 우연하게도 우리는 한 분야에서만 재능을 보인 것이 아니었기에, 하늘 아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주제에 관해 글을 썼습니다. 우리는 전문화의 굴레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각기 다른 분야의 학문에서 많은 아이디어와 정보를 모아 통합하여 하나의 전체적인 아이디어로 만들었습니다. … 이 모든 게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보는 법, 현실을 새롭게 조합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3. 마음에 들어온 글귀

프롤로그

(5) 모든 책은 저자의 머리 속에서 개념을 정리하여 책이 출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게 마련이다. 어머니 자궁 속이 태아가 태어날 때까지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영향을 받듯이 한 권의 책도 집필 기간 동안 작가의 생각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여러 가지 사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미래학 서적도 결국은 주어진 역사적 환경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는 산물일 수밖에 없다.

(5-6) 인쇄매체, 인터넷, TV, 휴대전화 등 모든 매체들은 이런 경제, 경영 분야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 부의 변화에 관한 기사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기사들에 묻혀 누락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그 누락된 이야기들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부는 토지, 공장, 사무실, 기계를 통해서 창출되는 것만이 아니다. 또한 혁명적 부는 단지 돈에 관한 것만 말하는 것도 아니다.

(7) 부는 양적인 규모의 비약적인 확대만을 가지고 혁명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의 창출, 분배, 순환, 저축, 투자 방식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수반되어야만 혁명적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런 변화가 모든 단계에서 발행할 때에만 비로서 혁명적 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오늘날 바로 이러한 변화들이 전례 없는 속도와 범세계적인 규모로 실제 나타나고 있다.

(9) 물론 미래를 확실히 아는 사람은 없다. 하물며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날 것인지(will happen)’를 미리 예측할 수 잇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제1부 혁명_Revolution

(21) 이 책은 부의 미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 다루는 부는 보이는(visible) 부와 보이지 않는(invisible) 부 모두를 포함한다. 이런 혁명적 형태의 부는 수년 내에 우리에게 빠르게 달려와 개인의 삶과 기업, 세계를 재편할 것이다.

(21-22) 이 희망적인 미래로의 초대장에는 한가지 중요한 경고가 담겨 있다. 그것은 여러 가지 위험이 산술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24) 심층 기반을 알고 나면 혼란스러워 보이는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은 덜 혼란스러워 보이고,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기회들이 어둠을 헤치고 튀어나올 것이다. 대혼돈은 우리 이야기의 일부분일 뿐이다. 대혼돈은 그 자체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시킨다.

(25) 새로운 부 창출 시스템은 자주 나타나는 것도 아니며 단독으로 오지도 않는다. 새로운 삶의 방식, 즉 문명을 동반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와 함께 새로운 가족 형태, 새로운 종류의 음악과 미술, 음식, 패션, 신체적 미의 기준, 새로운 가치관, 종교나 개인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태도 등이 함께 밀려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상호 작용하며 새롭게 떠오르는 부 창출 시스템을 구체화한다.

(29) “머지않아 회사란 특정 기간 동안 누가 어떤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누가 어떤 수업의 일부를 가져갈 것인지에 의해 정의될 것이다. 엄밀한 의미의 피고용인이란 없다.”

(37) 부와 돈은 동의어가 아니다. 잘못된 인식이 만연되어 있기는 하지만 돈은 여러 가지 부의 증거 혹은 상징적인 표현 중 하나에 불과하다. 때때로 부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살 수 있다. 따라서 누구든 부의 미래를 가장 포괄적으로 이해하려면 그 근원인 욕망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39) 하지만 가난의 미덕을 강조하는 문화에서는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대로 머물 수밖에 없다.

제2부 심층 기반_Deep Fundamentals

(44) 첫번째 부 창출 시스템은 1만년 전 선사 시대의 아인슈타인이 지금의 터키 지역인 카라카닥 산 근처 어딘가에 최초의 씨앗을 심었을 때 나타났으며, 그로 인해 부를 창출하는 방법이 도입되었다. 자연이 채워 주기를 기다리는 대신에 이제는 제한적으로나마 인간이 원하는 식으로 자연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46) “나는 나 자신을 죽이리… 그 편이 한결 나으리라. 나 스스로를 먹어 배부른 상태로 죽을 수 있을 테니까.”

(48-49) 이처럼 제1물결의 부 창출 시스템이 주로 키우는(growing) 것을, 제2물결이 만드는(making) 것을 기반으로 했다면, 제3물결의 부 창출 시스템은 서비스하는(serving) 것, 생각하는(thinking) 것, 아는(knowing) 것, 경험하는(experiencing) 것을 기반으로 한다.

(54) 사실 어느 분야에서건 이런 경계들이 흐릿해질 때 약진이 이루어진다.

제3부 시간의 재정렬_Rearranging time

(59) 그것은 선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선진 사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경제는 그것이 속한 사회의 산물이고 사회의 주요 제도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75) 모든 사람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쉼 없이 흐르는 경제 음악(economic music)의 일부분이 된다.

(75) 뉴런(neuron)은 단독으로 활동하지 않고 일시적인 팀을 형성하여 움직이는데 오늘날의 많은 비즈니스들도 이런 방식을 쓴다. <사이언스science>에 의하면 “뉴런은 서로 보조를 맞추며 같은 곡을 연주하는 앙상블 효과를 발휘한다. 잠깐 동안 같이 활동하다가 그 후에 어떤 뉴런은 협력 관계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앙상블에 합류한다”고 했다.

(77) 창조적 파괴가 가장 먼저 찢어 버려야 할 것은 어제의 시간표이다.

(82) 모든 비즈니스에도 각기 다른 하위 단위와 프로세스들이 상호 작용하며 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시간의 생태학(ecology of time)이 있다.

(95) 우리는 상품과 시장이 개인화되는 움직임과 병행하여 비개인화된 시간에서 개인화된 시간으로 이동 중이다.

제4부 공간의 확장_Stretching space

(109) “장소가 상실된 세상, 장소가 상실된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은…”

(110) 어떤 이들은 사이버 공간이 물리적 세계에서 장소가 없는 영토이며 심지어 평행 우주(parallel world, 당신과 똑 같은 누군가가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을 수 있다는 개념-역주)의 첫 사례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119) 우리는 어쨌든 이동하는(move) 종족이다.

(120) “PDA나 카메라폰 하나에 미국의 프로세서, 중국의 회로기판, 대만, 오스트리아, 아일랜드나 일본에서 디자인한 칩, 한국의 컬러 디스플레이와 독일의 렌즈가 들어 있을 것이다.”

(129) “우리가 미덕을 세계화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악덕이 세계화되고 있다.”
(130) 삶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경제통합과 그 공간적인 결과는 기복 없는 운동장처럼 평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개념일 뿐이다.

(139) 역사는 일어날 것 같지 않던 일들이 현실로 일어나 엄청난 여파를 미치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149) 오늘의 부는 단지 혁명적이 아니며 앞으로 더욱 혁명적으로 변해 갈 것이다. 그것은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정신적인 혁명이기도 하다.

제5부 지식에 대한 신뢰_Trusting knowledge

(153) 바로 그들이 주요한 자산과 자원 그리고 상품이 ‘경쟁(rival)’하는 경제에서 산다는 것이다. 이는 제한된 자산 혹은 자원을 한쪽에서 사용하면 다른 쪽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155-156)
1. 지식은 원래 비경쟁적이다.
2. 지식은 형태가 없다.
3. 지식은 직선적이지 않다.
4. 지식은 관계적이다.
5. 지식은 다른 지식과 어우러진다.
6. 지식은 어떤 상품보다도 이동이 편리하다.
7. 지식은 상징이나 추상적인 개념으로 압축할 수 있다.
8. 지식은 점점 더 작은 공간에 저장할 수 있다.
9. 지식은 명시적일 수도 있고 암시적일 수도 있다.
10. 지식은 밀봉하기 어렵다. 퍼져 나간다.

(157) 그러나 내용을 아는 순간 완전한 비밀이 아니며 적어도 가치의 일부가 손실된다.
브와소가 지적한 대로 정보 상품은 그 희소성을 손상시키지 않고서는 정보를 전달할 수가 없다.

(158) 브와소는 “그 메시지는 경제학이 정확한 과학이다 혹은 과학이어야 한다고 믿는 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다. 정보재(information goods)의 가치는 확정적이지 않다. 불확정성의 발견이 고전 물리학에서 양자물리학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듯이 정보재의 불확정성은 정보의 차별적인 정치경제학을 요구한다.

(160) 석유와 지식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엇보다 석유는 쓸수록 줄어들지만 지식은 사용할수록 더 많이 창조된다는 것이다. 이 차이 하나만으로도 주류 경제학의 많은 부분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이제 전처럼 ‘경제학은 희소자원을 배분하는 과학이다’라고 정의할 수 없게 되었다.

(164) 지식을 생성시키고 축적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지금도 3만 5000년 이전의 조상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168) 오늘날 데이터와 정보, 지식이 우리 주변에서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의 많은 부분이 점점 더 진실에서 멀어지고 있다.

(171) 디지털 데이터베이스이건, 두뇌 속이건, 지식이 저장된 곳은 어디나 무용지식으로 가득 차있다. 흡사 필요 없는 물건으로 가득 차 있는 에밀리 아줌마네 다락방 같다. 사실이나 아이디어, 이론, 이미지, 통찰은 변화에 의해 뒤처지거나 나중에 더 정확한 진실이라 여겨지는 것으로 대체되게 마련이다.

(176) 하지만 우연과 운이 인간사를 좌지우지하는 이상,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원하는 확실한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78) 최근 일어나고 있는 혁명적 부의 물결이 주는 변화의 충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산업시대의 사고방식을 뛰어넘어야 한다.

(183) 케네는 천재적인 인물이었지만 큰 그림을 보지 못했다. 부의 상당 부분이 사실상 연기를 뿜어 내는 도시의 공장들과 바로 그 쓸모 없는 계층의 손과 마음에서 나오게 되는 산업사회가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186) 우리가 진실이라고 부르는 상당수 혹은 대부분은 합의(consensus)에 의해 옳은 것으로 인식된 것이다. 이는 인습적 지혜이다.

(186) 우리는 보통 의심 없이 가족, 친구, 동료와 주변 문화로부터 합의된 진실을 받아들인다. 무리의 뒤를 쫓아 모두가 호수로 뛰어들어 빠져 죽는 나그네 쥐, 레밍의 시대정신을 형성하는 것이다. 무리를 쫓으면 생각할 필요도 없으며, 집단이 믿는 진실은 논란의 여지도 없다. 틀려도 자신의 어리석음이 드러나지 않는다. 똑똑한 사람들조차 그렇게 믿기 때문이다.

(191) 과학은 사실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종종 흐트러지고 비연속적인 아이디어를 시험하는 과정이다. 그 아이디어들은 적어도 원칙적으로 시험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201) “현재 거대한 봉우리에 서 있는 우리들 모두가 우리의 발밑에 펼쳐져 있는 새로운 나라를 탐험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에 새로운 과학을 가두고 묶어 두려고 안달하고 있다”

(205) 그는 “환경 보호주의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중심에는 이전의 행복하고 자연스러우며 순수했던 시대에서 추락한 인류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며, 이는 성경의 에덴동산으로부터의 추방을 세속적으로 본 시각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즉 환경보호주의는 외관상 현대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종교적 원리주의라는 구식 형태와 더 가깝다는 것이다.

(207) 자기비판은 과학의 중심이다. 과학과 과학자들은 결코 대중의 비판을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211) 오늘날의 지식 기반 경제가 확산되는 곳이면 어디든 전문가로 무장한 권력기관들은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환자들은 의사에게 의문을 품고 반발하며 블로거들은 전문 언론인들의 권위에 도전한다.

(212) 계몽주의 시대의 끝이 반과학으로 인한 암흑시대로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219)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새로운 사실이나 아이디어, 통찰력을 새롭게 결합하는 것이 창의력이라면, 이러한 발굴과 조합은 기술 혁신의 근본적인 부분이다.

(220) 그 너머를 보기 위해서 우리는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경제만이 아니라 부상하는 부 창출 시스템의 숨어 있는 절반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변화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 탐험의 첫발을 떼지 않으면 우리 개개인과 사회는 손에 쥐고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알지 못한 채 비틀비틀 내일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제6부 프로슈밍_Prosuming

(224)
1. 팔 수 잇는 무언가를 만들어라.
2. 직장을 구하라.
3. 상속을 받아라.
4. 선물을 받아라.
5. 결혼하라. 또는 재혼하라.
6. 복지 혜택을 받아라.
7. 훔쳐라.

(225)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기업인과 정치가들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경제 지도는 아주 큰 지도의 단편이자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화폐 경제만을 보여준다. 그러나 추적되지도 측정되지도 않고, 대가도 없이 대대적으로 경제 활동이 벌어지는 숨은 경제가 있다. 바로 비화폐의 프로슈머 경제(prosumer economy)이다.

(228) 이런 측정되지 않는 모든 활동도 생산이다. 이와 유사한 활동들이 시장에서 벌어지면 그 하나하나가 모두 생산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이 측정되지 않는 활동들이 소비자생산(presumption), 즉 비화폐 경제의 생산력이 된다.

(234) 오로지 돈에 관련된 경제적 가치만을 정의하여, 쉽게 측정 가능한 활동에만 초점을 맞춘다.

(234) 이들이 화폐 경제에 매달리는 이유는 화폐는 계량화가 가능해서 경제 현상의 모델화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보수 활동은 계량화가 불가능하다.

(241) 제3물결에 적합한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제2물결에 해당하는 전략을 내놓아 자멸하고 있는 셈이다.

(249) 유급 노동인 제1직업과 무보수 가사노동에 해당하는 제2직업, 더불어 역시 무보수인 제3의 직업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252) 유급 노동과 무급 프로슈밍에 더하여 제3이 무보수 직업까지 추가되고 보니, 우리가 시간에 지쳐 버리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는 생산, 소비, 프로슈밍 사이의 시간을 재배치하고 있다.

(253) “조금만 있으면 소비자들이 제조에서 배송까지 하도록 훈련시킬 수 있겠다”

(256) 전통 경제학에서 보면 제품의 구입은 소비이다. 그러나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면, 제품의 구입은 프로슈머 산출물의 가치를 증대시키기 때문에 일종의 자본재에 대한 투자라고 볼 수도 있다.

(263) 끊임없이 확장하는 인터넷 콘텐츠는 부분적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자발적 프로젝트이다.

(264) 화폐 경제와 비화폐 경제가 합해질 때 부 창출 시스템이 형성된다. 분명히 화폐 시스템은 극적으로 확장될 것이다. 돈과 관련 없이 하는 행위는 돈과 관련 있는 행위에 점점 더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프로슈머는 앞으로 다가올 경제의 이름 없는 영웅이다.

(275) ‘자산이나 소유는 근본적으로 악(惡)’

(276) 그는 화폐 경제에 팔기 위해 나은 상품을 비화폐 경제로 전환할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기술을 만든 것이다.

(285) 분명한 점은, 지금 우리는 농업, 대량생산 산업, 지식 기반 산업에 기초한 부 창출 시스템 내에 존재하는 화폐 경제와 비화폐 경제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속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두 경제 간에 밀도 있고 복잡한 상호 작용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285) 다가올 역사는 놀라움 그 자체일 것이다.

(287) 나는 이를 ‘창조생산성(productivity)’이라 규정하고자 한다. 이는 프로슈머가 대가 없이 창출하는 가치를 화폐 경제로 유입시킬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성장률도 동시에 향상시키는 특별한 그 무엇을 의미한다.

(290) 이들이 서로 경험과 정보를 나누는 동안 나중에 배운 학습자가 스승이 되고 원래의 스승이 학습자가 되는 일도 생긴다.

(292) 프로슈머는 단지 생산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창조생산적이다.

(294) 부 창출 시스템은 화폐 경제가 생명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강력한 도전을 하고 있는 프로슈머들이 제공하는 공짜 점심에 의해 형성된다.

(295)
1. 프로슈머는 제3의 직업과 자가 서비스 활동을 통해 무보수로 일을 수행한다.
2. 프로슈머는 화폐 경제에서 자본재를 구입한다.
3. 프로슈머는 자신의 도구와 자본을 화폐 경제에 있는 사용자들에게 빌려 준다. 또 다른 공짜 점심이다.
4. 프로슈머는 주택 가치를 향상시킨다.
5. 프로슈머는 제품이나 서비스, 기술을 시장화한다. 이들은 개인적인 용도로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6. 프로슈머는 또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탈시장화한다.
7. 프로슈머는 자원봉사자로서의 가치를 창출한다.
8. 프로슈머는 영리기업들에게 유용한 무료 정보를 제공한다.
9. 프로슈머는 화폐 경제에서의 소비자 힘을 강화시킨다.
10. 프로슈머는 혁신을 가속화한다.
11. 프로슈머는 지식을 신속히 창출하고 그것을 전파하며 지식 기반 경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사이버 공간에 저장한다.
12. 프로슈머는 어린이를 양육하고 노동력을 재생산한다.

제7부 데카당스_Decadence

(306) 알다시피 이 주문은 ‘자유화+세계화=민주주의’라는 마법의 공식으로 결합되었다.

(308) 변화의 복음이 전하는 암묵적인 속뜻은 우리 사회와 현재 삶의 방식과 믿음이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08) “같은 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 두 번째 들어갈 때 이미 그 물은 흘러가 버렸기 때문이다.” …… 모든 것은 과정일 뿐이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311) 현재의 교육제도로는 젊은이들을 지식 기반 경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재구조화하기는커녕 재개념화(reconceptualized)할 수도 없다. 붕괴된 가족제도가 아이들을 붕괴된 학교로 보내는 것처럼 학교는 다시 붕괴된 다른 제도 안으로 아이들을 밀어 넣고 있다.

(319) 지금 발생하는 상황은 고립된 혼란이 아니라 심각한 체제의 붕괴이다. 흔들리고 동요하는 제도에 의존하고 있는 사회 전체의 생존에 대한 도전이다.

(322) 새롭게 떠오르는 세계라 해도 아직 절반은 썩어 무너지는 과정에 있다. 구 제도 중 어느 것이 다시 고개를 쳐들게 될지 결국 어느 것이 완전히 가라앉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327) 게다가 데이터, 정보, 지식을 공유하는 데 따른 인센티브는 없이 통제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각각의 연통을 보호하는 책임자의 힘만 더욱 강화된다.

(333) 거대한 해일같이 몰려오고 있는 새로운 지식과 함께 가속화, 비동시화, 재세계화의 융합은 쇠퇴하는 이 시대의 제도들을 압도하고 있고, 우리를 내부 폭발 지점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탈출구는 있다.

(342) 한마디로 그라민 은행이라는 새로운 조직의 탄생은 가난한 사업가들의 삶에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라 NGO들이 자신의 활동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전화하는 데에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또한 영리와 비영리 사이의 경계를 유연하게 만들어 은행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한 사회적 발명의 예는 그라민 은행만이 아니다. 아마존닷컴은 시점 없는 서점을 창출했다. 이베이는 소비자들이 경매하는 경매장을 만들었다. 구글, 야후 같은 검색 사이트들은 도서관이 하는 일을 바꾸어 놓고 안정적이던 출판산업의 변화와 전환을 촉진하며 하루에 6억 개의 질문을 처리한다.

(346) 선진화된 경제는 수백만 명의 사회적 발명가, 혁신가, 모험가, 공상가, 현실적인 교양인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기회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로 벌집 모양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어디서건 접근 가능한 더 많은 지식, 인류에게 알려진 다 강력한 지식이라는 도구를 이용한다. 그들은 전 세계에 걸쳐 있으며 다시 한 번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다.

(346) 세차장이 서점이 될 수 있다면 제도적인 내부 폭발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들은 단지 우리의 사회적 상상력에 제한을 받을 뿐이다. 그 상상력의 한계를 자유로이 풀어 주어야 할 시간이 왔다.

(349) 그는 요즘 낳은 회사들이 팔고 있는 것은 브랜드로 전달하는 감성, 아이디어 그리고 믿음의 집합체라고 말한다.

(352) 혁명은 언제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현재도 예외가 아니다. 하나는 해체의 성난 얼굴로 구시대의 유물을 갈가리 찢고 부순다. 두 번째는 재통합의 웃는 얼굴이다. 새로운 것이건 낡은 것이건 새로운 방식으로 서로 통합한다.

(354) 이 모든 것이 최근까지 외로운 영혼들을 커뮤니티 소속감, 만남, 장소를 제공하던 친숙했던 기관이 붕괴되면서 생긴 외로움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다.

(357) 오늘날에는 최고의 교육과 독창성으로 무장한 다수의 남녀가 시간과 돈을 갖추고 있으며, 각자 인터넷이라 불리는 세계적으로 막강한 변화 제조기에 접근할 수 있다.

(359-360)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새로운 지식을 기반으로 한 부 창출 시스템과 새로운 문명 출현에 관한 내용이다. 동시에 경제와 문명의 변화를 떠받치는 심층 기반에 관한 이야기이며, 우리의 삶과 미래의 세상에서 활약할 시간, 공간, 지식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이다. 산업시대의 경제가 쇠퇴하고, 진실과 과학에 대한 위협이 다가오고 있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부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와 부가 소속된 문명 안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8부 자본주의의 미래_Capitalism’s future

(364) 자산의 사전적 정의는 ‘누군가가 소유하고 있는 것 또는 것들’이다. 하지만 자산은 결코 단순히 유형의 ‘것 또는 것들’로 정의되기 어렵다.

(366) 결국 자산의 형태는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무형성이 유형적 핵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체가 무형인 핵을 무형성이 둘러싸고 있는 이중 무형성 형태이다.

(367) 단일 무형성과 이중 무형성이라는 2가지 무형성이 사회의 자산 기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질 것이다. 이를 확신하는 이유는, 무형자산의 증식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369) “평소에는 똑똑하다는 소릴 듣는 사람들이 내 말(馬)을 훔치는 것과 내 노래를 훔치는 것이 똑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369) “노래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자유롭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인들이 생계를 위해 저작권료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370) 하지만 혁명적 무형성으로의 변화는 현재 진행 중인 자본주의의 극단적 변신의 첫 시작에 불과하다.

(378) 가장 중요한 결과 중에 하나는 발을 구르면서 항상 움직이려고 하는 자본의 유동성(mobility)이다.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자본은 매력 없는 투자처에 묶여 있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자본의 유동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388) 지식은 언제나 정의내리기 어렵지만 여기서 말하는 지식이란 단순히 문자나 컴퓨터 데이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속삭이는 비밀, 시각적 이미지, 주식 정보 등 무형적인 것들도 포함한다.

(390) 기존의 모든 시장, 즉 토지시장, 노동시장, 자본시장, 재화시장, 서비스 시장, 경험시장, 지식시장 등이 이제는 가상의 쌍둥이를 갖게 되었다. 거대한 사이버 공간에 기존 시장의 모든 부문을 꼭 빼 닮은 사이버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392) “미래의 경제는 좀 다릅니다. 아시다시피 24세기에는 돈이란 것이 없습니다.”

(394)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전가되는 모든 비용은 사실상 우리가 돈의 사용이라는 편리함을 누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다. 사실 이런 비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401) “당장 내년에 현금이 없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결국에는 현금이 사라질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9부 빈곤_Poverty

(433) 빈곤에 관한 논의의 주된 목표는 상대적 빈부 격차와는 관계없이 절대 빈곤 수준 이상으로 생활 여건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449) 새로운 가능성에 마음을 열면 오늘날의 변화(좋은 변화뿐만 아니라 좋지 않은 변화)는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이다.

(450) 18~19세기 산업화의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었을 때 전 세계 부와 복지의 분배가 전면적으로 개혁되었다. 이젠 부의 혁명이 다시 한 번 그런 일을 불러일으키려 한다.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말이다.

제10부 지각변동_The New Tectonics

(460) 외부 세계로부터 중국에 들어 오는 데이터와 정보, 아이디어에는 중국 상어를 닮은 식성이 추가된다. 중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려면 외국 회사들은 보통 기술을 이전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은 거대 중국시장에서의 제한적인 접근밖에 허가 받지 못하면서도 기술 이전에 동의하고 있다.

(468) 사람들은 바쁘다 보니 눈앞의 미래에만 집중하면서 오직 자신들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시나리오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극도로 가능성이 낮았던 사건들이 세계를 뒤흔들었다는 교훈을 전한다.

(471) 중국은 이제 우리 모두의 일부분이 되었다.

(475) 하지만 이 책에서 강조했듯이 과학과 기술만으로는 선진경제를 이룰 수 없다. 게다가 지식 집약적 경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기반을 제조업에만 한정시킬 수도 없다. 그것은 서비스 영역의 발전을 요구한다.

(478) 지금까지 제3물결을 경험하면서 배운 교훈 중의 하나는 실리콘밸리의 사례처럼 작은 기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규모 조직이나 기업, 기술 분야의 신규 회사 등 어떤 것이든 우호적인 숙주 환경이 필요하다. 그것은 회생(comeback)문화를 의미하는데, 이런 문화에서 실패는 경력의 종말이 아니라 유용한 경험의 습득으로 간주된다.

(481) 오늘날처럼 지속적으로 가속화되고, 복잡한 경제, 사회에서는 빠르게 계획을 바꾸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생존 메커니즘이다.

(489) 때때로 일본은 대나무와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대나무는 녹색 줄기의 수직으로 뻗는 부분에 회갈색의 반지처럼 생긴 좁은 마디가 있다. 높이 성장하는 대나무의 수직으로 뻗은 줄기는 변화에 대한 일본의 끈질긴 저항을 상징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반지 모양의 마디는 급격하고 혁명적인 변화를 나타낸다.

(493) 한반도 분단선 양측에 대한 이 모든 이해관계로 인해 핵 협상은 일종의 전술적 탱고로 변질됐고, 그 경연에서 승자는 가장 느린 템포로 춤을 춘 팀이 될지도 모른다.

(496) “한국은 어디를 가도 활력이 넘친다. 삶의 보조를 나타내는 ‘빨리빨리’란 말은 누구도 잠시 멈춰있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499) “페레스트로이카에 의해 계획된 진화가 아니라 그것은 혁명이란 이름의 파국이었다”

(504) 결과적으로 지식 기반 경제에서는 대중화에서 제품과 시장이 탈대중화의 방향으로 전환하고, 사회적, 문화적 다양성의 증대가 그 뒤를 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EU는 국가 간 차별성을 오히려 없애고 있다. 입으로는 다양성을 외치면서 실제로 그들은 모든 것을 일체화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512) 유럽은 산업 강국이다. 하지만 미국은 지구의 선도적 탈산업 강국이다.

(515) 현재의 위상에 맞게 단순히 세계 유일의 강대국으로서 미국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세계 최고의 사회적, 경제적 실험실로서 미국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새로운 사고나 방식들이 지구상에서 거부당하기 전까지 적극적으로 실험되는 주요 무대이다.

(520) 그리고 아마 미국에서 물결 투쟁으로 인한 가장 커다란 비용은,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위해 아이들을 준비시키려 하고, 그것조차도 그리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학교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5,000만 명의 아이들이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미래 훔치기(stealing the future)’라고 부른다.

(522) “공교육의 모든 도구들은 대체로 산업주의의 필요와 이데올로기에 맞게 형성됐고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오래된 가설에 따라 예견됐다. 이 체제의 핵심 단어는 일차원성과 순종, 표준화이다”

(527) 제도적 변화가 사회적 전환과 보조를 맞추지 못할 경우, 비동시화는 미국이란 실험실을 산산조각 낼 것이며 미래의 부를 다른 곳으로 옮겨 놓을 것이다.

(550) 우리는 모두 이제까지 복잡성 이론을 통해 불안정 상태와 혼란이 안정보다 더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사실을 배워 왔다.

(552) 그러나 전략을 단순히 민첩성으로 대체하는 것은,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 어디로 향하는 탑승구이든 상관없이 눈에 띄는 탑승구로 들어가 비행기를 타는 것과 같은 일이다.

(552) 그러나 우리에게는 도착지가 중요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미래는 도착지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553) 논리를 피력함에 있어서 비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은 현명한 척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물론 비관적인 관점을 가질 만한 이유가 세상에 널려 있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비관주의는 그리 권장하고 싶지 않은 사고방식이다.

(553) “비관론자가 천체의 비밀이나 해도에 없는 지역을 항해하거나 인간 정신세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 사례는 단 한번도 없다”

(553) “비관론자는 어떤 전투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554) 노스탤지어 군단을 형성해 과거를 찬양하거나 낭만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아직 불완전하고 결점이 많은 미래와 대비시킨다.

(555)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 책에서 기술한 혁명적 부 창출 시스템과 문명이 그 모든 역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십억의 인류가 더 부유하고 건강하게, 더 길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무수한 기회를 열어 줄 것이라는 점이다.

(561) “인간의 창조성은 심각한 위기의 순간에 최고조에 도달하는 것 같다”

(570) 미래의 경제와 사회가 형태를 갖추어 감에 따라 개인과 기업, 조직, 정부 등 우리 모두는 미래 속으로 뛰어드는 가장 격렬하고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모든 사항을 고려했을 때, 이것도 한 번 살아볼 가치가 있는 환상적인 순간이다. 미지의 21세기에 들어온 것을 뜨거운 가슴으로 환영한다!


#4. 내가 저자라면

1) 책의 구조

이 책의 전체적인 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다.


그가 ‘부의 미래’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은 지구의 지각 구조를 상상하면 된다. 우선 심층 기반은 지구의 핵이다. ‘시간, 공간, 지식’이 핵융합하며, 뜨겁게 끓어오르고, 새롭게 부상한다. 경제는 일종의 맨틀이다. 기존의 화폐 경제와 프로슈머로 이루어지는 비화폐 경제가 끊임없이 우리의 현실을 변화시킨다.

그 위의 지층에서는 맨틀의 격렬한 움직임에 의해 지각판이 충돌하면서, 데카당스가 일어나고, 새로운 형태의 지형을 이루게 된다. 그 지형도를 앨빈 토플러는 자본주의, 빈곤, 지각 변동의 3가지로 그려낸다.

2) 장점

a. 현실과 이론의 조화

그는 현실에 바탕을 둔 이론을 지향한다. 그런 그의 모습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미국 중서부의 공장으로 향했던, 약간은 치기 어린 행동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부의 미래’의 프롤로그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제학은 다른 어떤 학문보다 훨씬 더 많이 현실 세계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나는 젊은 날 현실을 경험하며 잊을 수 없는 5년의 세월을 보낸 적이 있다. 공장의 판금 조립라인에서 작업을 하고, 자동차와 비행기 엔진, 백열전구, 엔진 모듈 생산 작업을 했다. 주물공장의 송수관 속을 기어 다니기도 했고, 바위에 구멍을 뚫는 착암기를 다루는 격렬한 육체노동도 했다. 생산 현장을 밑바닥부터 체험한 것이다. 나는 실직자의 설움도 알고 있다.

또한 변화와 미래에 대한 나의 첫 번째 책인 ≪미래 쇼크 Future Shock≫가 지금까지 100여 개국에서 출간되면서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빈민굴에 사는 소년, 멕시코,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의 백만장자들, 살인죄로 수감된 캘리포니아의 여성 죄수들, 각국의 재무장관이나 중앙 은행장들, 노벨상 수상자들, 심지어 왕과 여왕들까지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가졌다."

b. 일관성

토플러가 자신의 메시지를 거듭해서 주장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바이다.지식 서비스 산업이 주도하는 신경제로의 이행,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경계가 약화되고 통합되는 프로슈머의 개념 등은 그가 자신의 저서에서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메시지이다. 뉴욕타임스의 서평은 ‘부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미래 쇼크에서 토플러는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밀어닥치는 변화 요구를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래는 사람들에게 너무 빨리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사람들은, 바그다드에서 보스턴까지, 미래가 너무 느리게 올까봐 걱정이다. … 토플러가 그렇게 오랫동안 빛을 발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가 30년 동안 일관된 메시지를 제시하면서도 이런 변화와 격동의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역으로 말하면 그의 메시지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본질적인 타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의 블로그, UCC 열풍 등은 그의 주장을 더욱 타당성 있게 만들어 주는 생생한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c. 낙관성

‘비관론자는 어떤 전투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아이젠하워의 말처럼 토플러는 미래를 낙관한다. 어느 정도 경계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미래의 변화를 긍정하고 낙관적인 사고방식을 권장한다. 그는 말한다. ‘논리를 피력함에 있어서 비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은 현명한 척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물론 비관적인 관점을 가질 만한 이유가 세상에 널려 있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비관주의는 그리 권장하고 싶지 않은 사고방식이다.’

이 책은 무언가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예언은 하지 않는다. 단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시간, 공간, 지식이 변화의 중심에 있음을,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음을, 그리고 급격한 변화에는 반드시 기회가 따르게 마련임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그런 변화의 중심에 있음을 알려주고,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3) 단점

a. 모순

‘최근 일어나고 있는 혁명적 부의 물결이 주는 변화의 충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산업 시대의 사고 방식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산업시대의 사고 방식을 뛰어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과연 심층 기반을 이해하면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가? 미래를 볼 수 있는가? 이 또한 제2물결에 속하는 데카르트의 분석적인 사고에 다름 아닌 것은 아닌가?

전체를 보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세부적인 구성요소를 살펴보기도 해야겠지만, 때로는 순간적인 건너뜀도 필요한데, 이 책에는 그런 기존의 사고 방식을 벗어난 유연함이 부족해 보인다.

b. 보편적인 예언

"화폐 경제와 비화폐 경제가 합해질 때 부 창출 시스템이 형성된다. 분명히 화폐 시스템은 극적으로 확장될 것이다. 돈과 관련 없이 하는 행위는 돈과 관련 있는 행위에 점점 더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프로슈머는 앞으로 다가올 경제의 이름 없는 영웅이다."

그는 마치 노련한 점쟁이 같다. 단지 프로슈머를 이야기할 뿐, 프로슈머로 인해 야기되는 새로운 지평선 너머의 구체적인 변화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보편적이고 약간은 모호한 예언을 할 뿐이다. ‘일관성’은 그의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래학 서적이 미래의 새로운 모습을 말해주지 않는다면 대체 무슨 소용인가? 이것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가 아직도 ‘제3의 물결’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하는 이유일 것이다.

c. 여백의 부족

왠지 그의 책이 잘 읽히지 않았다. 각 섹션의 호흡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읽혀지지가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이유가 전체적으로 쉬어가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은 지식, 너무 많은 사실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게 때문인 것 같다.

전체의 흐름을 정리해주는 3번의 코다(coda)는 좋았지만, 전체적인 리듬감이 부족했다. 아마 집필 기간이 길어서인 것 같다. 잘 읽히는 글이 되기 위해서는 음악처럼 리듬이 있어야 한다. 내려갔다 올라가는 흐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을 말하기 전에 잠시 쉬기도 해야 하고, 주제를 빛내기 위해서는 여백도 필요하다. 이는 나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4. 책의 재구성

"30살 정도까지 시는 내게 큰 기쁨을 주었어. 그런데 지금은 벌써 몇 년 동안 시를 단 한 줄도 읽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지. 내 머리는 무수하게 모아 놓은 사실에서 일반적인 법칙을 뽑아내기 위한 기계가 되어 버린 것 같아. 내가 삶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일주일에 몇 번은 시도 좀 읽고 음악도 듣는다는 규칙을 정해 놓을 텐데. 이런 취미를 잃는 것은 행복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리고 우리 안의 감정적인 부분이 약해지면서 지성도 해를 입는 것 같아. 도덕성은 더 말할 것이 없다네.”

말년에 찰스 다윈은 위와 같은 편지를 남겼다.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를 읽으면서 말년의 다윈의 모습과 토플러가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보다 가까이에서 현실을 보기 위해 중서부로 떠나고 할머니의 기계에 잘린 손에 분노하던 젊은 날의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미래는 분명 사람이 만들어나가는 것일 텐데, 이 책에서 인간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왜일까? 그것이 ‘부의 미래’를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다.

내가 미래의 부에 대한 책을 쓴다면 제목은 “상상의 시대(the Age of Imagination)”이다. 1장은 ‘변화(change)의 장’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 감각과 본질 사이, 측정할 수 있는 것과 측정할 수 없는 것 사이, 그 격렬한 충돌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시각으로 쓸 것이다. 그 충돌의 현장을 담아낼 것이다.

2장은 미래의 단서를 찾는 ‘예감의 장’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장이다. 이성에서 감성으로의 변화, 논리에서 감각으로의 변화, 그 둘 사이의 경계와 갈등, 그리고 조화를 담아낼 것이다.

3장은 미래 풍경을 그리는 ‘상상의 장’이다. 무엇보다 비록 틀린다 하더라도 과감하게 미래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낼 것이다. 그러나 그 상상은 현실의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에 기반을 둔 의미 있는 상상이 될 것이다.

#5. 에필로그


Wrapped Reichstag, Berlin 1971-95, Christo and Jeanne-Claude

미래를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때로 우리는 변화의 속도에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곤 한다.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게, 모든 정보와 변화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것에 멀미가 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잠시 멈춰라. 느린 것이 때로는 빠른 길일 수도 있다.

크리스토와 장 클로드 부부는 세부적인 형태를 천으로 가림으로써 본질을 드러내는 대지 예술가이다. 퐁네프 다리를 천으로 감싸고, 라이흐스타그를 가림으로써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한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작은 것을 가려야 한다. 미래를 읽기 위해서는 때로는 눈을 감아야 한다. 책을 읽었으면 책을 버려라. ‘작은 것을 감춤으로써 보다 큰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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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7.04.16 09:54:44 *.227.22.57
도윤! 나이쓰!다~ 워크샵 다녀와서 힘들었을텐데, 이번주도 멋지게 했구나. 대단하네. 책의 전체를 보고 구조를 파악해내는 능력에 감탄했어. 책의 재구성이라는 부분도 매번 마음에 들고~ 잘했으~

하하~ 이탤릭으로 인용한 부분에 대한 가독성을 좀 이야기할까 했더니 그새 바꿨네. 동작도 빨라~ 수고했어. 근데 우리 모두 글이 자꾸자꾸 길어져서, 다음 주가 걱정이다. 북리뷰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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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7.04.16 09:55:27 *.227.22.57
얼레~ 그새 또 볼드로 바꿨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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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2007.04.16 10:00:41 *.249.167.156
겨우 올렸습니다^^ 생각은 많은데 정리할 시간이 없네요..
빨리 습관을 만들어야 할텐데!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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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7.04.16 10:26:12 *.99.120.184
책의 구조를 지구와 비교해서 설명한 것은 참으로 멋집니다. 복잡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놀랍군요.
그리고 두 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점도 좋아보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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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4.16 13:09:23 *.218.205.128
아.. 마지막 구절 정말 멋지다.
'깨닫다'의 어원이 '촛불을 끈다'는 사부님의 비유(어느 책인지 기억이 안남.. Me-story인가?) 읽어봤어요?
그게 생각나요. 촛불을 꺼야 별빛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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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2007.04.16 13:52:59 *.249.167.156
책을 읽다가 앨빈 토플러도 지각 구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의문인 것은 우리가 지각 구조를 이해한다고 해도, 지진의 정확한 위치와 시기을 예측하기 위한 모든 노력은 실패했다는 사실입니다. 펀드멘털을 이해한다고 해서 미래를 읽을 수 있는 것일까요?

아마 그 부분의 간격이 토플러가 예언이란 용어를 싫어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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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4.17 08:59:09 *.72.153.12
책의 구조 멋집니다. 토플러의 생각의 구조 멋집니다. (시각화 만세!!)

댁은 시각적인게 뛰어날 줄 척 알아보았다니까. 글로 풀어내는 것도 부럽네. 저자 생각을 정리하는 것과 자신이 생각을 정리하는 것 모두 다 잘하는 것 같아. 저자라면을 고민많이 했나봐요.

그리고, 저자라면에서 새로운 구성 읽을 때 꼭 도윤씨가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신의 호흡법으로 얘기하는 도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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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신
2007.04.17 10:33:03 *.27.82.71
"미국에서 물결 투쟁으로 인한 가장 커다란 비용은,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위해 아이들을 준비시키려 하고, 그것조차도 그리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학교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5,000만 명의 아이들이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미래 훔치기(stealing the future)’라고 부른다."

"우리에게는 도착지가 중요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미래는 도착지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도착지를 향한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아닐듯 싶습니다.

도윤님의 북리뷰를 읽으며 예술 속에 숨쉬는 지성이 느껴집니다. 본받고 싶으며, 미완의 시대만큼이나 방대한 양의 책을 읽으면서도 감성의 끈을 놓치시지 않는 그런 부분이 참 부럽습니다. 아마도 저에게 부족한 점이겠죠? ^^;;

느림보인 저에게 위안이 되는 멋진 서평이었습니다. 숨가쁘게 달리다 잠시 눈을 감고 가고 싶은 아름다운 그곳을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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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2007.04.18 14:14:08 *.249.167.156
효신님, 제가 쓴 글보다 해석이 더 멋진 댓글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창용 형님, 승오, 정화누나.. 너무 칭찬만 해주니 진짜 잘하는 줄 알겠네요^^;; 다음엔 따끔한 충고도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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