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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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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일 03시 08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1-1. 노마디즘 인생

자크 아탈리는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이자 유럽 최고의 석학으로 꼽힌다.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연구·저술활동, 폭넓은 지식과 혜안으로 미래를 짚어내는 탁월한 통찰력을 보여왔다.

1943년 알제리에서 쌍둥이로 태어나 한 곳에만 들어가도 수재로 통하는 프랑스의 그랑제콜 4곳을 졸업했다. 에콜폴리테크닉에서 공학을, 에콜 드 민에서 토목공학을, 시앙스폴리티크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했다. 프랑스 최고지도자 양성소인 국립행정학교(ENA)를 거쳐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대 초반부터 지난 85년까지 시앙스폴리티크와 에콜폴리테크닉, 파리 9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이공계와 인문사회학을 넘나드는 학문 탐험에 힘입어 자유로운 활동을 펼쳤다. 74년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 당수의 경제고문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한 뒤 81년 사회당 정부 집권 이후 91년까지 대통령 특별보좌역을 맡았다. ‘미테랑의 휴대용컴퓨터’란 별명을 얻으며 17년간 사회민주주의의 실현, 유럽경제통합 등을 기획했다. 공산권 붕괴 이후 동구권의 경제재건을 위해 91년 유럽개발은행(EBRD) 설립을 주도했고 93년까지 초대 총재를 지냈다.

저자는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1979년 비정부기구 ‘빈곤퇴치 행동’을 세웠고, 1989년 방글라데시에 ‘국제 수재 방지 행동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의 ‘소액금융’운동에 공감, 1998년 프랑스에 플래닛 파이낸스(Planet Finance)를 설립하고 대표를 맡고 있다. 폴리테크니크·도핀대 등에서 경제학 교수를 역임하면서 40여권의 저서와 소설을 발표했다. 그의 저서 가운데 ‘마르크스 평전’‘미테랑 평전’‘호모 노마드’‘인간적인 길’‘미래의 물결’등이 국내에 번역 소개됐다.

현재 국제컨설팅회사인 ‘아탈리&아소시에’ 대표, 제3세계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구호기구 플래닛파이낸스(PlaNet Finance) 회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 1980년 기아구제기구 창립, 84년 유럽신기술 개발프로그램 EUREKA 창설, 89년 방글라데시 구호기구 설립, 유럽 고등교육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상이 되고 있다.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자크 아탈리. 그의 삶 자체가 노마디즘의 실천의 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1-2.
몇차례 한국을 방문한 그의 기사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해 볼 수 있었다. 그중에 ‘인간적인 길’과 함께 읽기에 가장 적합한 기사를 올린다.

▶21세기는 하드웨어 방식의 사고에서 지식·문화 등 소프트웨어가 기반이 되는 사회라고 한다. 이같은 전환은 어디에서 오나.
-소프트웨어인 문화는 정신에 기초하며 사회는 이런 문화 발전에 의해 진보한다. 인류 역사를 보면 전반적으로 힘의 사회에서 정신의 사회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인류를 발전시켜 온 동인은 고통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물질 영역을 떨쳐 버리고 정신이 중시되는 세계로 이동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현상은 당연하다.

▶이런 변화는 인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었나.
-변화가 완결된 것이 아니며 진행중이다. 우리는 여전히 곳곳에서 폭력과 불평등을 목격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소프트 사회’, 즉 고도의 정보 사회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새로운 개념의 풍요로움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물질 재화는 내가 남에게 주면 내게서 사라지지만 정보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주더라도 남아있다. 이것은 혁명적인 변화이며 사회 진보를 위해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투명성, 민주주의, 정보 공유 등 정보화 사회에서 우리가 누리는 새로운 풍요는 물질로 인한 갈등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인류가 추구해야 할 ‘비폭력의 세계’를 향한 진보를 기대할 수 있다.

▶21세기에 가장 중시되는 가치는 무엇이며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물질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는 하나라도 더 많이 갖기 위해 사람들은 투쟁한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나 혼자만 누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언어, 휴대전화가 그렇듯이 함께 소통하고, 나누고, 모두가 이용할 수 있을 때에 유용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함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것이어야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 따라서 미래 사회에서는 ‘공동의 이익’이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인류는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한다. 환경오염, 물 부족, 기아 등을 같이 해결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창조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그런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보나.
-전혀 그렇지 않다. 인류는 좋은 쪽으로 발전하는 동시에 나쁜 방향으로도 발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쁜 면을 발전시키는 도구들이 점점 늘어간다는 것이다. 대량살상무기, 야만스러운 지식, 인간복제, 가상세계 탐닉 등은 인류를 자멸의 길로 이끌고 있다.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발전한다. 언젠가 악을 만들어내는 것들이 선을 창출하는 도구들을 파괴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것이 우려스럽다.

▶당신은 한 곳에 뿌리내리고 사는 정주민이 아닌 유목민의 입장에서 인류의 미래를 성찰했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이동을 원치 않지만 할 수 없이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인류는 지금까지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을 하나씩 극복하고 있지만 인류의 절반은 가난과 기아에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 그들에게 이런 발전은 아무 의미가 없다. 우선 절대빈곤층이 물질적 빈곤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의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인프라 노마드에서 버추얼 노마드를 거치지 않고 하이퍼 노마드로 합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지적으로 무장하고, 단순하게 소통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창조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행동양태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서로 접속하고 소통함으로써 모든 구성원이 창조의 주체가 되는 그런 문명 형태가 내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다.

▶노마디즘과 유토피아는 어떤 관계인가.
-유토피아는 이상적 사회이고, 매우 완벽하지만 추상적이다. 하지만 노마디즘은 현실이다. 돈을 벌기 위해, 보다 잘 살기 위해 이동하는 인프라 노마드는 비참하지만 현실이다. 노마디즘에서도 유토피아는 존재한다. 끝없이 이동하면서도 전통과 가치를 간직하고, 과거를 수용하면서 창조해 나가는 창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누리는 사회가 바로 노마디즘의 유토피아다.

▶어떤 사람이 미래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수용할 수 있나.
-노마드의 사고를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 즉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동시에 사회의 위험을 감시하는 사람, 끝없이 창조하는 사람, 집단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와 타인에 대한 존중, 적응력, 창의력이 필수조건이다. 우리는 끝없는 변화 속에 살고 있으며 복잡한 변수들이 작용하는 변화에 적응할 것을 요구받는다. 창조적인 사람은 적응할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따라서 창의력은 중요하다. 각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어느 분야에서 창조자가 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빠른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몸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혼자 살아가는 것은 위험하다. 집단 속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경험과 가치, 전통을 공유할 수 있으며 이런 가치 공유를 통해 인류는 변화 속에서 진보하는 것이다.

▶적응하려고 노력해야 하나.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사라진다.

▶지식인의 역할이 중요한가.
-이런 변화를 정의하고, 경향을 예측하는 데 지식인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지난 15년간 인류의 역사를 유목민이란 개념으로 설명하고, 그 관점에서 인류가 부닥친 많은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해 왔다. 많은 지식인들은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행동한 나머지 현실참여를 피한다. 행동하지 않는 지식은 무의미하다.

▶미래에 인류가 직면할 최대의 도전은 무엇인가.
-시간의 한정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더 이상 공간적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다. 기술진보와 공동의 이익 추구를 통해 인류는 조만간 시간의 한정성도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시간은 물질이나 정보와 달리 생산할 수 없으며 누구에게도 줄 수 없고 살 수도 없다. 미래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어떻게 다루는가이다. 시간은 ‘좋은 시간’과 ‘나쁜 시간’으로 나눌 수 있다. 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데 쓰거나, 창조하는 데 쓰면 ‘좋은 시간’이 되지만 파괴하고, 약탈하며, 탐욕을 부리면 ‘나쁜 시간’이 된다. 올바른 정치란 사회나 국가의 모든 구성원이 좋은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 나를 흥분시킨 글귀들

6-시장의 영향력은 프랑스가 가진 문화와 권리개념 그리고 국제관계를 뒤엎어 놓을 수 있다.

7-아탈리는 그 키워드로 ‘인간적인 길’을 제시한다. 그것이 프랑스 사회당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다. 인간적인 길이란 시간을 의미있게 사용하는 사회로 가는 길이다. 시간은 생산, 공급, 교환, 판매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귀중한 재화다. 그리고 시간은 창조적이고 자유롭고 유용하고 가치 생산적이거나 우애 있는 방식으로 사용될수록 더 커다란 값어치를 갖게 된다. 따라서 그는 시간을 의미가 있는 ‘양질의 시간’과 자유롭게 사용되지 않는 ‘불량한 시간’으로 구분하고 있다. 양질의 시간은 생명을 향해 활동하며, 세계를 풍성하게 하고, 불량한 시간은 죽음을 촉진하며 세계를 타락시킨다고 보면서 양질의 시간을 확대하는 것이 인간적인 길이라고 주장한다.

8-아탈리에 의하면 정치의 목적은 시간의 새로운 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것이다. / 노동이 매매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행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론
16-개인주의가 판치고 있다. 타자의 삶을 소중히 여겨 그것을 변화시키는 일이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없다.

17-정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치 지도자들 사이의 하찮은 싸움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처한 중대한 위험에 대한 대응, 이 둘 사이에는 하나의 연관성이 준재하는데, 그것은 후자가 불러일으키는 위기의식을 전자가 희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하지만 위기에 처해도 정확한 분석이나 미래에 대한 의욕과 열정 또는 꿈이 없이 그저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일단 권력이나 잡고 보겠다는 의지 말고는 별다른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 세계의 모든 국가의 사회민주주의 프로그램은 연대의식이 박약한 무기력한 개인주의로 조금씩 환원되고 있다. 이러한 개인주의는 과장된 ‘유토피아’와 신중한 ‘리얼리즘’을 뒤섞으면서 평등주의, 사회보장, 레저, 소비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23-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엄청난 부를 가장 적절히 사용하고 가장 적절히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민하며,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대상에 과감히 맞서 투쟁하고, 인간사회를 좀더 고귀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모든 것이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 아직도 선택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국가는 새로이 도전할 권리를 여전히 갖고 있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정치적 도덕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

24-싸구려 사회민주주의의 포로가 되지 않으면서 경제적 활기(부를 창출하는 힘)를 깨드림 없이 어떻게 현실적 악순환의 굴레(불의와 폭력을 가져오는 요인)에서 벗어날지를 먼저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 과감한 변화와 엄격한 경제운영, 미래를 창조하는 데 이 두 요소가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음을 확신해야 한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현실주의적이며 사회복지 측면에선 과감하고, 문화적으로 창조적이며 정치적으로는 자유로워야 할 것이다.
25-다른 사람의 성공이 각 사람에게 절실한 요구로 다가오는 새로운 형식의 자유와 행복, 책임, 사회연대 같은 가치를 보편화시키기 위해 끈기 있게 노력해야 할것이다.

26-정치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요구는 단지 국가의 퇴조를 늦추거나 몰락의 시간을 미루어 달라는 것 뿐인 것이다.

29-대통령은 적극적인 의미에서 뽑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경쟁 상대가 밀려난 결과로 당선되는 것뿐이다.

32-하지만 여기서 내 의도는 어설픈 좌파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결산이 아니다. 과거로부터 앞으로 성취해야 할 일에 대한 교훈을 이끌어 내는 일이다.

33- 정당활동이 명예롭고 필요한 일긴 하나 내가 지향하는 삶의 스타일과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청소년 시절부터 한편으로 작가와 학자, 교수가 되어 내적 자유를 지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적 활동에 대한 의욕을 그것과 적절히 조화시키기를 원했다. 전자는 어느 정도의 고독과 오해를 필연적으로 전제한다. 후자는 우리에게 집단행동을 통한 연대 책임을 요구한다. 나는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느 한쪽에 자신을 묶어둘 수가 없었다.

36-“과연 우리는 지금과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가?”

37-아직은 우리가 효율성과 공평성, 민주주의와 꿈, 자유와 의무라는 요소들을 서로 화해시키면서 흔히 유일하게 남은 길인 것처럼 주장되는 상품경제 모델을 거부하고 인간의 갈망을존엄성을 지키며 실현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 / 인간적인 길이 아직도 존재함을 알게 될 것이다.

42-시장과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강화하며 이를 통해 양자가 서로를 강화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46-오늘의 권력은 그 같은 기술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도전을 받는 입장에 놓일 것이다.

49-사람에게 역사란 결국 자유를 가능케 하는 시장과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삶의 양태가 지구상 다섯 대륙에서 점진적이며 동시다발적으로, 혼란스럽기는 하나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보편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외의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51-자유가 충실성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53-시장과 민주주의는 서로 모순된 주장을 내세우며 상호 대립적으로 움직인다. 전자가 개인의 고독을 사적 용도의 사물로써 메우는 방식으로 개인생활을 꾸려가도록 하는 반면, 후자는 공공서비스를 기초로 하여 공동체 생활을 설계하고자 한다. / 전자는 저마다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 사회가 이상적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음을 전제하며, 후자는 그와 반대로 소수자가 다수자의 결정에 승복할 때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전자는 개인적 성공을 옹호하나, 후자의 논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데서 오는 이로움에 근거하고 있다. / 비슷한 힘으로 균형을 잡고 경쟁 영역을 공유하며 서로 간의 경계를 존중할 때, 모순은 극복될 수 있으며 상호 보완이 될 수 있다.

54-그것은 두 메커니즘 간 차이의 근거 자체에 기인한다.

56-시장들은 그 전체가 어울려 국경을 무너뜨리고 사회연대를 깨뜨리며 정부가 안전, 교육, 시민의 보건의료, 도시계획, 소외된 소수계층의 통합 등을 위해 확보하는 재정 수단을 줄이고 있다. 국가기구에서 다양한 권력을 빼앗고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를 모색하게 하며 단 하나, 자본의 법칙에 세계를 종속시키고 있다. 욕구와 그 충족은 당사자의 문제로만 되어간다.

61-시장사회는 ‘쇼 비즈니스’ 사회가 될 것이며, 사회의 지배자는 상품 유통의 조직자 역할을 맡은 흥행 전문업체가 될 것이다.

62-심지어 시장은 자유라든가 사회연대 같은 말조차 장사 밑천또는 선전 주제로 삼으려 할 것이다.

66-시민들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착각이나 심어 줄 한편의 희극이나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게 없다. 이에 당연히 민주주의는 환상에 불과하고 정치인은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67-시장사회는 상품사회로 옮겨 갈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인간 자신조차 점진적으로 상업적 거래의 대싱이 될 것이다.

68-시장은 지불 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해 벽을 쌓고, 나아가서 아무도 타자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서로 싸워야 한다면 무엇 때문에 나누어 가지며, 경쟁하면서 왜 연대해야 하는가? 타인의 행복이 나에게 유익하거나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라져 간다. / 고독을 느끼면 느낄 수록 인간은 더욱더 소비에 몰두하며, 또한 고독을 메우기 위해 순간을 즐기려고 한다.

74-새로운 공포가 지배하는 전쟁 형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테러에 의한 죽음의 공포이다.

75-유럽인들이 보기에 미국은 자기네의 부족한 국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대상인 세계 여타 국가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배하고자 전쟁광 노릇을 하고 있을 뿐이다.

76-유럽은 식민 지배자 콤플렉스를, 미국은 탈식민지 콤플렉스를 앓고 있다. 유럽은 지배자 위쳉서 밀려난 비관주의를, 미국은 새로운 부국의 낙관주의를 보인다. 하지만 양쪽 모두 자신들이 지금까지 별다른 양심의 가책 없이 더불어 약탈을 범해 온 지구라는 행성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입장을 잊고 있다.

90-전체적으로봐서 지난 30년 동안 프랑스 인구는 10퍼센트 증가하는 데 그친 데 비해, 같은 기간 미국의 인구는 30퍼센트나 늘었고, 이러한 증가는 거의 전부 이민 때문이었다.

99-부를 최대한 잘 분배함으로써 시장 체제의 유해한 결과로부터 시민을 보호한다는 단순하고도 간단한 목표다.

102-모두가 극히 일시적인 효과나 보여줄 게 뻔한 사실만 거론할 뿐 역사적 혹은 이념적 근거를 묻지 않는다. 세계의 본질이나 세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대해 깊이 사고하지 않고, 쉽게 집행 가능한 것 위에 올리거나 거기서 당장 얻는 결과를 자랑할 뿐이다.

111-이를 통해 시장의 활기를 유지하면서 그 효과를 보전하며 경쟁체제를 깨뜨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성취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들에서 선호되는 주된 조치는 빈민층에 대한 소득의 적절한 재분배, 노동에 대한 권리와 공공시설의 개선, 소수집단의 권리 확대 등이다.

136-시간이 가장 귀중한 재화인 까닭은 인간이 생사, 공급, 교환, 판매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창조적이고 자유롭고 유용하게 사용할수록 가치 생산적이거나 우애 있는 방식으로 사용할수록 더 값어치가 커진다. ‘양질의 시간’이란 의미 있는 시간이고 ‘불량한 시간’은 자유롭게 사용되지 않는 시간이다. 양질의 시간은 세계를 풍성하게 되고 불량한 시간은 세계를 타락시킨다. 양질의 시간은 생명을 향해 활동하며 불량한 시간은 죽음을 촉진한다.

137-정치는 다만 그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시간을 사용하도록 많은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시간의 양만이 아니라 질이기도 하다. / 노동의 시간의 질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139-우파의 주된 목표는 양질의 시간을 상품 소비에 집중케 하기 위해 개인의 이기적 행위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 현재 미국 사회는 소비하고 일하고 적당히 즐기고, 지식 획득과 의료 혜택은 비용 부담을 하는 사람만이 누리며, 오락, 의료, 교육에 바치는 시간의 사적 사용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것 따위가 바로 그것이다.

142-좌파란 곧 “아름다움을 최대 다수가 향유 할 수 있게 하는”것

145-임금노동자가 여기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기억을 소유함으로써 상품에 대한 권리에 참여하는 데 있는게 아니라 자신의 노동이 기쁨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소유와 권한을 구별하는 데 있다. / 따라서 유토피아란 저마다 ‘양질의 시간’, 진정으로 ‘충만한 시간’,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바로 그곳에 있다. 나는 이를 ‘인간적인 길’이라고 부른다. 저마다 삶의 잠재성을 부단히 극대활 할 수 있어야 한다. 각자가 성공에 대한 자신의 이상을 선택하고 스스로 알지 못하는 재능을 포함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가능성을 보유할 수는 있다. 누구든 자신이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146-시장의 저쪽에는 생산재화의 집단소유가 아니라 ‘무상제공’이 있다. 민주주의의 저쪽에는 전체에 대한 소수 혹은 소수에 대한 전체의 독재가 아니라 ‘책임성’이 있다. 쇼의 저쪽에는 선전이 아니라 ‘지식’이 있다. 이것이 세 가지 메커니즘이다. ‘인간적인 길’은 인간이 책임을 지는 세계로 인도한다. 선택하는 데 자유로운 인간은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새로운 기술은 ‘무상제공’과 ‘지식’과 ‘책임성’의 사회에 안착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다.

147-시장사회에서 지식은 물품과 구경거리와 상품화된 서비스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지식은 상품사회의 보편화에 기여한다. 그 같은 흐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 사람이 ‘자기통찰’의 수단, 곧 학습과 호기심,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 등을 위한 수단을 가져야 한다.

148-시장 민주주의를 넘어 무상제공과 지식과 책임성은 하나로 수렴될 수 있으며, 전적으로 새로운 사회 속에서 ‘인간적인 길’로 통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저마다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을 살아가므로’ 양질의 시간, 지식, 건강 등에 애해 자기 나름의 정의를 내릴 여지를 갖게 되고, 또 자신에게 적합한 성공 모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153-그 전략은 시장에 대항하여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며 그 뒤에 이 둘을 넘어서는 것이다.

155-시장 상품과 공공서비스에의 평등한 접근을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벗어난 영역을 확대하고 인간의 책임성을 강화하며 시간 사용에 있어서 상업적인 것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를 발견하도록 돕는다는 데에 있다.

160-언어는 말로 이루어진 것만이 아니라 음악, 춤, 소음, 제스처, 정신, 몸으로 표현되는 것도 있다.

165-치료받고 직업교육을 받는 것은 소비인 동시에 노동이며, 그것이 사회적으로 유용한 노동임에 틀림없는 한 보소를 받을 자격이 있다.

167-가난함이란 지금까지는 ‘갖지’못한 것이었으나, 가까운 장래에는 ‘소속되지’못한 것이 될 것이다. 미래에는 첫째가는 자산이 네트워크에의 소속이 될 것이다. 이것은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우선적 조건이 될 것이다.

174-지상에 언어의 다야성이 없다면 ‘문화적(生)다양성’이 없고, 종국에는 인간 유개념도 사라질 것이다.

175-언어의 생존은 언어가 전달하는 ‘문화’의 생존을 통해 이루어진다.

182-노동은 ‘양질의 시간’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조건, 곧 자기통찰, 무상제공, 책임성 같은 것을 구현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183-‘노동시간 양만큼이나 노동의 본질을 변화시키도록 한다’ / 노동의 질과 그 노동이 수행되는 환경보다 덜 중요하다.

185-인간관계성 기업의 창설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인간 관계성 기업은 일종의 시민단체로서, 세계화와 그로 말미암아 유발되는 고용불안 및 생계취약 문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사회연대 실현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 교육이나 사고 예방과 서비스에 재정 혜택을 주고 ‘무상제공’을 목표로 하여 ‘비영리 인간관계성 기업’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187-성인들에게는 아이를 가지려는 의욕뿐 아니라 ‘기르고자 하는’ 의욕 역시 고무할 필요가 있다.

189-‘지식에 대한 권리’,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인간관계성 자산에 대한 권리, 특히 그곳에서 성숙하고 ‘양질의 시간’을 누리며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을 살아갈 수단을 확보해 줄 지식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191-네트워크와 인간관계 환경이란 것이 인간적인 길을 실현하는데 얼마나 근원적인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11-우선 오늘날 민주주의자들이 테러리즘과 벌이고 있는 투쟁에서 승리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전반적인 국제 관계가 이 같은 투쟁의 문제만 둘러싸고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세계를 지금과 전혀 달리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217-이러한 개혁 영역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또한 인간적인 길을 따르기 위해서는 우선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매우 위험한 충고자인 두려움은 우리를 이기주의와 폐쇄적 태도로 몰고 가거나 순진한 평화주의에 빠뜨리든지 맹목적 보복을 부치긱 쉽다.

218-두려움을 갖거나 용기가 꺾이거나 헤서를 부리는 일이 없이 시민들 자신이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가야하며, 만일 그럴 의사가 없다는 거부해야 한다. 시민들이 이 주제를 가지고 최소한 진지한 논의를 벌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3-1.
거대담론에서 보자면 현재 번성하고 있는 자본주의를 부정할 수 있는 체계적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시장이 뻗어가는 길을 감히 막아설 자는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서 시장의 위력이 민주주의를 압도하고 있는 것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책의 문제의식은 현대 대부분의 국가 체제로 존재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시장간의 균형이 무너진 시점에서 출발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저작과 실천을 통하여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해 온 자크 아탈리는 "인간적인"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기존 시장 사회민주주의는 다른 정당들의 정책과 별반 다를 바 없이‘시장의 횡포’를 막아낼 수 없다며,‘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면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저자는 서론과 총 6장을 통해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 제1장 '도래할 세계의 모습'에서는 시장이 지배하는 현실세계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제2장은 프랑스 현실에 대한 분석을, 제3장은 '낡고 어설픈 사회민주주의'에 철저한 비판을 가해 신사회민주주의의 긴요함을 일깨운다. 제4장에서는 '인간적인 길'이 무멋인가에 관한 심오한 성찰을 통해 자신의 새 이론을 전개한다. 현재 영국과 독일에서 실천하고 있는 시장 사회민주주의가 벽에 부닥쳐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21세기의 새 가치관이자 해법의 원칙으로 제안한다. 제5장에서 새로운 사회의는 무엇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고 있다. 그는 '핵심 개념'으로 인간관계들, 언어들. 네트워크를 먼저 설명하고 근본재화들을 지적하며 사회적으로 유익한 행동들, 인간관계의 자산과 환경, 인간관계의 경제 등을 내용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6장에서 '사회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10대 과제들'을 제기하고 해법까지 내놓는다.

아탈리가 시장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개혁과제에서 시장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노동을 유연하게 재구성하는 주제들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다르게 접근하고 다르게 이해함으로써 소외된 노동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선택과 충만한 노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변환시키는 것이다.

짜임새 있는 구성에도 저자의 모국인 프랑스 및 EU에만 국한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저자가 논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일부는 이해가 가지 않는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가끔은 한국의 정치 현실도 모습을 드러내 쓴웃음을 짓게 했다. 무엇보다도 정치를 하는 데 있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 그 방향이 NGO 활동을 하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와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 너무나 가슴 떨리게 읽어 내려갔다.

시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탁월한 분석과 통찰력. 현실 정치·경제·사회 문제들에 대한 정확한 인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적 사회에 대한 저자의 믿음이 매우 인상적인 책이다.

3-2. 흥미로운 몇 가지 시각
- 새 비전의 출발점을 노동에서 찾고 있다. 만일 노동이 단지 소득만을 위해서 행해진다면 설사 그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하게 된다 하더라도 소외를 극복할 수 없다. 소외를 극복하는 노동이 되려면 자신이 주도하는 삶, 자신의 고유한 삶, 그리고 진정으로 충만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아탈리의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에서는 노동은 매매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자발적으로 행해지며 '무상제공'되며 그 영역은 점진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 대다수의 미래학자들이 모두 21세기 최대의 자본으로 지적하는 '지식'은 상품화되기보다는 다양화, 개인화하여 각자가 주도력과 독창성을 가질 수 있도록 권리로서 주어져야 한다.

- 시간재화 : 시간이 가장 귀중한 재화인 까닭은 인간이 생사, 공급, 교환, 판매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창조적이고 자유롭고 유용하게 사용할수록 가치 생산적이거나 우애 있는 방식으로 사용할수록 더 값어치가 커진다. ‘양질의 시간’이란 의미 있는 시간이고 ‘불량한 시간’은 자유롭게 사용되지 않는 시간이다. 양질의 시간은 세계를 풍성하게 되고 불량한 시간은 세계를 타락시킨다. 양질의 시간은 생명을 향해 활동하며 불량한 시간은 죽음을 촉진한다.

- '협력적 네트워크'의 개념과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 : 경쟁 네트워크에서는 소유하기 위하여 경쟁하는 데 반하여, 협력적 네트워크에서 구성원은 무언가를 얻는 데뿐만 아니라 제공하고 교환하는 데에서 기쁨을 찾는다. 오늘날 각종 봉사활동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것이 협력적 네트워크에서는 모두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이며 일종의 노동이자 동시에 소비로 간주된다.

3-3.
책을 읽고 난 후 끊임없이 쫓아다니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한권의 책을 읽었을 뿐이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인간적인 길’은 프랑스의 정치역사를 토대로 쓰여진 책이기에 자크 아탈리의 시각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앨빈토플러가 지독하게 미국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자크아탈리는 지독하게 프랑스적 시각을 지니고 있는건 아닐까. 과연 그의 시각을 한국사회에도 적용시켜 볼 수 있을까.

그러던 중 저자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좌담을 한 기사를 보게 됐다, 북핵문제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가 <인간적인 길>에서 “핵무기를 통한 (전쟁)억제력”을 강조하고 있기에 북핵문제를 묻고 답한 내용 이었다. 잔뜩 기대하고 읽어 내려간 기사에서 아탈리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프랑스는 핵무기를 정당하게 갖게 되면 문제가 없지만 북핵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북핵 문제를 해결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북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물자를 통제하면 어렵지 않게 (북한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는 아탈리에게 다시 되물었다.
“아탈리 박사의 저서들을 읽으며 프랑스에서만 살아온 지식인 일반이 지니는 한계를 느꼈는데 오늘 대담을 통해 그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핵을 가질 정당성이 있는 나라가 따로 있고 없는 나라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나, 북쪽 정권을 붕괴시키는 게 당위라는 박사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논리와 제국주의자들의 논리는 얼마나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그는 유엔 안전보상이사회 국가들이 지닌 핵무기는 정당하다면서 사뭇 결연히 말했다.
“한 나라의 정권을 붕괴시킬 권리는 그 나라의 국민에게만 있다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어 반문했다.
“히틀러를 보라. 당신의 주장대로라면 우리가 히틀러를 패배시키지 말아야 했나?”
“그게 어떻게 같은가? 히틀러는 다른 나라들을 침략한 전범 아닌가?”
그러자 그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미국은 침략 당하지 않았지만 참전했다.”
그렇다면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정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아탈리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국제 문제에 미국과 프랑스는 대체로 견해를 같이 한다”고 말을 흐렸을 뿐이다.

이 기사를 읽고 놀랐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좌파지성인 아탈리조차도 북미핵문제 및 이라크 침략에 대해서 미국의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아탈리는 ‘인간적인 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테러집단 등을 쓸어버림으로써 현재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하에 도덕적 전체주의에 전쟁을 선포하고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이 보기에 이는 막대한 자국 재정적자를 메워주는 지역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전쟁광 노릇일 뿐이다.” 그렇게 확고하게 자신의 관점을 드러냈던 그가 끝까지 대답하지 않은 채 말을 흐리는 도피적인 대답을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탈리와의 만남이 쓸쓸한 추억으로 남는 순간이다.

위의 인터뷰에서 아탈리는 이야기 했다. “많은 지식인들은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행동한 나머지 현실참여를 피한다. 행동하지 않는 지식은 무의미하다.” 이것은 자신에게 한 말일까?
IP *.103.13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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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5.01 04:16:53 *.112.72.193
그랬구나.. 마지막의 인터뷰는 정말 씁쓸하다.
그나저나.. 책 내용.. 너무 추상적이다. 어렵다.
아.. 나의 무지에 한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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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5.01 11:04:03 *.99.241.60
아마 경제학자나 정치학자, 미래학자의 견지에서 보면 이해가 어려우나,
대통령 보좌관, 자문위원등의 현실정치를 경험한 사람으로 본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듯 한데,

가장 어려운 사람으로 마지막주에 나타난 복병이었음..
호모노마드에서도 프랑스의 제국주의가 미국제국주의보다
더하면 더했을 텐데 미국제국주의만 붕괴한다고 해서 좀 이상했다.

아마 그것이 정치적 관점인지도 모르겠다..

잘 읽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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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5.02 13:21:21 *.180.48.239
정치적 관점이란 게 참 그렇다. 그것 못 보고 넘어갈 뻔 했는데...
지금 '과거, 역사를 보는 눈' '역사란 무엇인가?'에 더해야할 질문이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이 누구의 시각으로 볼 것인가 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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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7.05.02 22:45:11 *.142.243.73
저자 자료는 제가 찾았던 것과 비슷한 듯 한데..
언니는 이렇게 풀어놓으셨네요...좋아요...

그나저나 마지막 인터뷰는 그의 특권의식을 느끼게 하네요.
'역사는 무엇인가'에서 그러죠.
한 인간의 사상이나 행적도 사회적 산물이며 사회작용의 결과라고...
역시 어쩔 수 없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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