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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9일 11시 49분 등록

 

저자 연구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08.28 ~ 1832.03.22)

마법은 스스로를 믿는 것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어떤 일도 일어나게 할 수 있다.”

1749년 오늘 태어났다. 우연이겠지만 위에 괴테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인연이라 믿어보자. 그럴수만 있다면 괴테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도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책을 쓰는 기적을 일어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나는 괴테를 독일이 낳은 천재적 작가, 독일의 세익스피어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조사하다 보니 시와 소설 외에 여행기도 쓰고, 연극 감독으로 궁정무대를 통솔하기도 했는데 연출뿐 아니라 극단 경영, 배우 교육 등도 직접 담당했다고 한다. 자신의 희곡으로 연출 및 배우 지도를 하고 공연을 올려서 큰 성공을 했다고 하니 이것만으로도 매우 뛰어난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식물학자에 철학자이자 한 때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이기도 했다. 그저 아마추어적 잔재미만 즐기거나 명성만 이용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식물학 연구는 당대 뛰어난 식물학자였던 베르너 라이히트아젠으로부터 식물학자로 연구하셔도 되겠습니다. 이건 농담이 아니라 괴테씨의 열정과 지식을 봐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으로서의 괴테는 프랑스와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물자 비축 및 비상체제를 도입하고 실제 참모로 전쟁에 참전하는 등 역시 뛰어난 정치인 재능도 보였다고 한다. 이 정도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잇는 참된 르네상스형 인간”, “Multipotentialite”, “다능인등으로 불러도 되겠다.

 

다양한 재능을 선물 받은 천재이지만 그래도 그의 가장 뛰어난 점은 역시 작가로서의 재능이다.

평민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요한 카스파르 괴테는 큰 규모의 세탁업 공장을 하고 황실 고문관까지 오르는 등 평민으로서는 엄청난 출세를 한 사람이었다. 어머니, 카타리네 엘리자베트 텍스트로 역시 평민 출신이었지만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딸로 괴테는 유복한 성장기를 보냈으며 그 덕에 훌륭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타고난 재능에 훌륭한 교육의 결합은 천재의 탄생이었다. 그는 8세 때 이미 조부모에게 신년시를 써 보낼 정도로 천재성을 보였으며, 18세 때 첫 희곡 <연인의 변덕>을 썼고, 25세 때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다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다. 어떤 가수는 매년 봄이면 불리는 계절송을 만들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벌었다고 하던데,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후에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유명세를 떨치고 전 유럽에 인기작가로 떠올랐다. 평범한 사람 같으면 창작의 의지가 꺾이고, 평생 놀고 먹으며 세계 유람이나 다니고 여행기나 쓰고 살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3년간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이탈리아 기행>을 편찬하기도했지만, 그 여행은 단순히 휴식과 유람만은 아니었다. 그는 3년 간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수많은 고전 예술품을 감상했고, 이를 통해 특유의 고전주의적 예술관을 확립하게 되었다. 이후 크게 변한 그의 작품 세계와 내면을 이해하지 못한 옛 친구들과 결별이 이어지며 긴 고독이 시작되었고, 또 다른 독일 문학의 거장 실러를 만나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 이 여행은 괴테의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해야겠다.

 

실러와의 만남과 교류는 그의 작품 <파우스트>의 탄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스물다섯 살 때 7주만에 썼던 것에 비해 <파우스트>는 구상에서 완성까지 60여년이 걸렸다. 대학 졸업 직후부터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 그는 10여년 후에 미완성 상태인 <파우스트 단편>(1790)만을 출간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를 읽은 실러가 감탄하고 완성을 독려하자 1797년부터 다시 집필을 시작했고 그로부터도 11년이나 지난 1808년에 1부가 출판되었다. 2부의 집필은 그로부터 또 20년 가까이 지난 1825년에 시작되었고 6년이 흘러 1831, 괴테가 죽기 바로 전년도에야 마무리 되었다.

 

괴테와 같은 기적을 만들려면 일단 오래 살아야겠다. 그리고 인내심도 많아야 할 것 같다. 누가 알겠는가? 나도 지금부터 구상해서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다 보면 50여년 만에 인생작품 하나 쓰고 죽을지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헌사

8 내 첫 노래를 경청했던 친구들,

그들은 다음 노래를 듣지 못하누나.

그 정다웠던 모임 흩어져버리고,

오오, 그 첫번째 메아리도 간곳 없어라.

나의 노래, 낯선 무리 속에서 울려퍼지니

그들의 갈채조차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구나.

일찍이 내 노래 듣고 즐거워했던 친구들

아직 살아 있다 해도, 온 세상에 흩어져 방황하고 있겠지.

혹시 <파우스트 단편>만 읽고 <파우스트> 1부의 완성조차 못 보고 죽은 실러를 기리면서 쓴 시가 아닐까? 그 시대에 여든 두 살까지 살았으니 웬만한 동년배의 친구들은 모두 그의 곁을 떠났겠지. 물론 제자들이나 후대의 팬들도 있겠지만 같은 시대를 살고 경험했던 사람들, 독자들이 사라져 간다는 건 분명 마음 아픈 일일 것이다.

 

무대에서의 서연(序演)

11 시인: ,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아 나온 것,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하면서 우리 입술이 수줍은 듯 웅얼웅얼 노래한 것, 난폭한 순간의 힘은 이것들을 삼켜버리기도 하지만, 종종 여러 해의 각고 면려 후에야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건 순간을 위해 생겨난 것이지만, 참된 건 후세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는 법이랍니다.

 

11 어릿광대: 바라는 건 떼지어 몰려드는 관객뿐이에요. 그래야 더욱 신명나게 흥을 돋울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당신도 멋들어진 걸작을 하나 내보이세요. 환상에다 온갖 풍류를 다 곁들여봐요.

이성, 오성, 감성, 정열 뭐든지 다 좋지요. 하지만 명심하세요, 익살을 빠뜨려선 안 된다는 사실을!

내가 만족하면 된다고, 내가 좋아서 하는 거라고 하지만 사실 공연이든 글쓰기든 관객과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힘이 난다. 내가 만족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읽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15 어릿광대: 각자 체험을 하면서도 의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그걸 붙잡아내기만 해도 흥미로운 것이 되겠지요. 잡다한 형상 속에 약간의 명징함을, 수많은 오류 속에 진리의 불꽃 한 점 흘려 넣으면 그것으로 최상의 술을 빚어낸 셈이니 온 세상은 생기를 띠고 소생하게 될 것이외다. 그러면 꽃다운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당신의 연극을 보며 그 계시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정감에 넘치는 사람들은 당신의 작품에서 감상의 자양분을 빨아들일 것이요, 때로는 이것, 때로는 저것에 감동되어 각자 마음속에 간직한 무언가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당장 울고 웃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비약을 좋아하고, 가상의 세계를 즐기지요. 완성된 사람에겐 그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성숙돼 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요즘에 글쓰기나 일 준비를 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는 점이다. 간접이든 직접이든 체험은 많은사람들이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많은 사람들이 어렴풋이 알고 있다. 하지만 체험을 의식하거나 그걸 붙잡아내서 자기 말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사람들이 쓴 걸, 또 하고 있는 일을 보면 말하기는 쉽다. ‘별 것도 아니네’, 라든가 나도 생각했던 건데.’라고문제는 잡다한 형상 속에 약간의 명징함을, 수많은 오류 속에 진리의 불꽃 한 점 흘려 넣어그것으로 최상의 술을 빚어내는 것이다.

 

천상의 서곡

24 주님: 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유혹을 하든 말리지 않겠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25 주님: 인간의 활동력은 너무 쉽사리 느슨해져, 무조건 쉬기를 좋아하니, 나 그에게 적당한 친구를 붙여주고자 함이라.

그를 자극하고 일깨우도록 악마의 역할을 다하거라. 그러나 너희들 신의 아들들아, 생생하고 풍요로운 아름다움을 향유하도록 하여라!

영원히 살아서 작용하는 생성의 힘이 사랑의 울타리로 너희를 둘러싸리니, 아물대는 자태로 흐느적거리던 것을 영원히 지속되는 생각들로 굳건히 하라.

나도 너무 쉽사리 느슨해지고 쉬기를 좋아해서 적당한친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악마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악마처럼 나를 다그치고 몰아부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까? 그냥 내안의 악마를 끄집어 내야겠다.

 

비극 제 1

43 파우스트: 만약 진심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걸세. 마음에서 우러나와 강렬한 원초적 흥미로써 뭇사람의 심금을 울리지 못한다면 말이야. ~

남의 잔칫상 찌꺼기나 모아 잡탕을 끓이거나, 자네의 작은 잿더미에서 보잘것없는 불꽃을 살려내 본들 어린애와 원숭이들이나 감탄할까.

그런 것이 자네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면 결코 마음과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바그너: 강연술만이 연설가를 성공시키는 게 아닐까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전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파우스트: 성실한 태도로 성공의 길을 찾게나! 소리만 요란한 바보는 되지 말아야지! 이성(理性)과 올바른 마음만 가진다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저절로 되는 법이라네.

하는 말에 진실이 담겨 있다면, 굳이 말투를 꾸며낼 필요가 어디 있겠나? 그렇지, 자네들의 연설이 번지르르해도, 가을날 마른 가랑잎 사이로 스쳐가는 안개바람처럼 칙칙한 것일 테지.

 

46 파우스트: 그러나 아아! 이번만은 네게 감사해야겠다. 지상의 아들들 가운데 가장 가련한 존재인 네게 말이다. 내 감각을 송두리째 파괴하려던 절망으로부터 날 빼내어 주었으니.

! 그 정령의 모습 너무 거대했기에 나 진정 난쟁이 같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51 모두들 살금살금 피해 가는 저 문을 과감히 박차고 나가자.

이제 행동으로 증명할 때가 왔다. 인간의 용기는 신의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 화상 속에 고통을 만들며 자신을 저주하는 저 어두운 동굴 앞에서도 떨지 않는다는 것, 지옥의 모든 불길 활활 타오르는 저 좁은 통로를 통해 과감히 들어가 비록 허무 속으로 휩쓸려들 위험이 있다 해도 이 발길 씩씩하게 내디딜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을.

종교인으로서는 당연히 신의 권위를 인정하고 이에 굴복해야하는 것인데, 인간의 용기는 신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신의 시대를 지나 인간의 시대를 살고자 하는 18~9세기 사람들의 몸부림, 용기로 읽힌다.

 

51 , 이리 내려오렴, 깨끗한 수정 술잔아!

내 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그 낡은 상자에서 나오너라! 너는 조상들의 즐거운 축제 때마다 빛을 발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널 건넬 때마다 점잖은 손님들을 흥겹게 해주었다. 온갖 기교의 아름다운 무늬를 보며, 음주가는 의무적으로 시를 읊조리고 단숨에 술잔을 비워야 했다. 젊은 날의 수많은 밤들이 기억나지만, 오늘은 널 옆사람에게 돌리려는게 아니다.

네 그림무늬를 가지고 나의 시재(詩才)를 발휘하려는 것도 아니다. 여기 빨리 취하게 하는 액체가 있으니, 이 갈색의 액체로 네 빈 속을 가득 채워주겠다. 내 일찍이 마련했다가 이제 선택하노니, 이 마지막 술잔, 내 마음 다바쳐 엄숙한 축복의 인사와 더불어 새아침을 위해 건배하노라!

 

성문 앞에서

60 파우스트: 이 근방엔 꽃들이 없는 대신 잘 치장한 사람들이 모여드는구나.

자네, 몸을 돌려 이 높은 언덕으로부터 시내 쪽을 내려다보게나. 어둡고 공허한 성문으로부터 다채로운 인파가 몰려나오지 않나? 오늘은 모두들 햇빛을 쬐고 싶은 모양이지.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까닭은 그들 스스로가 소생했기 때문이리라. 오막살이의 답답한 방으로부터 직공이나 상인의 질곡으로부터 박공이나 지붕의 중압감, 쥐어짜는 듯 비좁은 거리, 교회의 엄숙한 어둠으로부터 그들은 모두 빛을 찾아나온 것이다.

유럽에서는 부활절을 매우 큰 축제로 축하한다. 40일의 고통스러운 기간을 견딘 후에 마침내 마음껏 먹고 즐길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이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사순절 기간 동안 우중충하던 날씨가 부활절을 지나면서 유럽 특유의 화창하고 따뜻한 봄, 초여름 날씨가 된다고 한다. 따뜻한 햇빛 아래로 모여드는 잘 차려입은 사람들의 모습과 즐거움이 상상되며 나도 즐거워진다.

 

67 파우스트: , 누구든 이 미혹의 바다에서 아직은 벗어날 수 있다고 희망하는 자, 행복하도다! 알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필요로 했지만, 알고 있는 것은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황금의 시간을 이 따위 우울한 생각으로 망치지 말자!

 

서재

72 파우스트: 조용해라, 삽살개야! 이리저리 뛰지 말아라! 여기 문지방에선 무슨 냄새를 맡느라 킁킁거리느냐? 저 난로 뒤에 가서 누워 있거라. 제일 좋은 방석을 네게 주겠다.

저 바깥 산길에선 네가 달리며 뛰어오르며 우리를 즐겁게 하였으니, 이제는 내가 널 대접하도록 환영받는 얌전한 손님이 되어주렴.

 

74 차라리 이건 어떨까, <태초에 힘이 있었느니라!>

하지만 내가 이렇게 써내려가는 동안 벌써 거기에 집착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 있다. 정령의 도움이구나!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 기쁜 마음으로 기록하노니, <태초에 행위가 있었느니라!>

문장 하나를 쓰기 위해서 고민하는 파우스트. 괴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파우스트>200년 가까이 읽히는 고전이 되었겠지.

 

80 메피스토: 조그만 바보의 세계를 이룬 인간이 스스로를 보통 전체라고 생각하지만 소생 따위는, 처음에 전체였던 일부분의 또 일부분이랍니다.

저 빛을 낳은 암흑의 일부분이지요. 저 오만한 빛은 모체인 밤을 상대로 옛 지위, 즉 공간을 빼앗으려 싸움을 벌였지만, 아무리 애를 써봤자, 그건 안 될 입입니다.

빛이란 결국 물체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에요. 빛은 물체에서 흘러나오고 물체를 아름답게 하지만, 물체는 빛의 진로를 가로막지요. 그리하여 제가 바라는 대로, 오래지 않아 물체와 더불어 빛도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89 파우스트: 어떤 옷을 입든 이 비좁은 지상의 삶에서 나는 여전히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저 놀기만 하기엔 너무 늙었고, 소망 없이 살기엔 너무 젊었다. 세상이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부족해도 참아라! 부족해도 참아라! 이것이 영원한 노래다. ~

나는 아침마다 두려운 마음으로 깨어난다. 쓰디쓴 눈물 흘리며 울고 싶어지는 것은, 하루가 다 지나가도록 한 가지도, 단 한 가지 소망도 이루지 못한 때문이며, 모든 쾌락에의 예감조차 집요한 비판으로 감소되고, 가슴 속에 약동하는 창조의 열정도 오만가지 세상 일로 방해받기 때문이다.

밤의 장막이 내려도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워야 하노니, 여전히 안식을 얻지 못하고 갖가지 사나운 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내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신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움직일 수 있지만, 내 모든 힘 위에 군림하는 신은 바깥을 향해선 아무것도 움직일 수가 없다.

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 어느 가수의 노래 가사다. 그 가수도 어디서 인용했는지는 모르겠다. 시대를 초월해서 비슷한 문구 및 명언들이 많은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의 고민인 것 같다. ~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한탄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건 그냥 하면서 살자. ‘앞으로 살아가면서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란 명언도 있잖은가.

 

93 메피스토: 독수리처럼 가슴을 쪼아대는 당신의 번뇌를 내보이는 짓을랑 그만두십시오. 아무리 하찮은 사람들과 어울리더라도 당신이 인간과 더불어 사는 인간임을 느낄겝니다.

 

93 파우스트: 아니야, 아니야! 악마는 이기주의자가 아닌가.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그렇게 쉽사리 할 리가 없지.

 

95 파우스트: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면, 그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그땐 조종(弔鐘)이 울려도 좋을 것이요, 자넨 내 종살이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시계가 멈추고 바늘이 떨어질 것이며, 나의 시간은 그것으로 끝나게 되리라!

 

95 파우스트: 신의를 마음속에 깨끗이 지니고 있는 자는 행복할 것이요, 어떠한 희생에도 후회함이 없으리라!

정말 그럴까?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요즘 말로 정신승리는 아닐까?

 

98 파우스트: 다시 말하지만, 쾌락이 문제가 아닐세. 이러한 도취경에 내 몸을 맡기는 것일세.

고통스러운 향락, 사랑에 눈먼 증오, 속이 후련해지는 분노에.

지식에의 갈망에서 벗어나 나의 마음은 앞으로 어떤 고통도 감수하면서 인류 전체에게 주어진 것을 내 내면의 자아로 음미해 보려네. 내 정신으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것을 파악하고, 그 기쁨과 슬픔을 내 가슴에 쌓아올리면서 나 자신의 자아를 온 인류의 자아로까지 확대시키려네.

마침내 인류와 더불어 나 역시 파멸에 이르기까지.

 

99 메피스토: 생각컨대 당신은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시인과 친분을 맺도록 하십시오. 그로 하여금 뭇 상념 속을 떠돌게 하고는 온갖 고귀한 특성을 예지에 찬 당신의 머리 속에 쌓아 넣으시지요.

사자의 용맹, 사슴의 민첩성, 이탈리아 사람의 혈기, 북방인의 끈기 같은 것 말입니다.

또한 그에게 비결을 일러달라고 하십시오. 관대함과 간특함을 겸비하면서 뜨거운 청춘의 충동을 지니고 계획대로 연애나 할 수 있는 비결을 말입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나도 사귀고 싶은 즉 소우주(小宇宙) 선생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나도 배우기를 좋아하니 시인과 친분을 맺어야 할까? 문득 시인이라 불리우던 분이 떠오른다.

 

100 파우스트: 내 모든 감관(感管)이 열망하는 인생의 왕관을 쟁취하지 못한다면 나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103 메피스토: 저놈의 운명이 부여받은 정신이란 게 거침없이 앞으로만 내달리는 즉, 녀석의 성급한 노력 때문에 지상의 쾌락을 뛰어넘어 버릴 거야. 저놈을 기어이 거친 삶으로, 그 무미건조한 세계로 끌어넣으리라. 녀석은 필경 아등바등거리며 매어달릴 것이다. 항상 허기진 탐욕의 입술 앞에 진수성찬, 맛좋은 술이 어른거리게 하리라. 녀석은 식욕이 동해 사족을 못 쓰겠지. 그쯤 되면 악마에게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다 해도 결국은 제풀에 파멸하고야 말걸!

무섭다. 결국 파멸은 악마의 유혹이나 저주 때문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탐욕과 그를 성취하기 위한 노력 때문이라는 건가?

 

110 메피스토: 누구든 배울 수 있는 것만을 배울 뿐이라네. ~

여보게, 이론이란 모두 회색빛일세. 푸른 건 인생의 황금나무지.

 

라이프치히의 아우어바흐 지하 술집

117 메피스토: 여기 모인 무리에겐 하루하루가 잔칫날이지요. 머리는 나빠도 잔뜩 흥에 겨워 제 꼬리를 물고 도는 고양이 새끼처럼 모두가 좁은 원을 그리며 춤을 추지요.

골통만 아프지 않고 술집 주인이 외상술만 계속 준다면 아무 걱정 없이 만족스레 살아가지요.

골통만 아프지 않고 술집 주인이 외상술만 계속 준다면”… 그럴 수 없으니까 아무 걱정없이 만족스레 살수가 없는가 보다.

 

마녀의 부엌

128 메피스토: 당신을 젊게 만드는 데는 자연요법도 있지요. ~

지금 당장 들로 나가서 밭 갈고 땅 파는 일을 시작하세요.

당신의 몸과 마음을 아주 제한된 범위 속에 보존하시고 자연식으로 몸보신을 하십시오. 가축들과 더불어 살며, 추수한 밭에 몸소 거름을 준다고 창피하게 여기지 마세요. 그것이야말로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이니 팔십 고령에도 젊음을 간직할 수 있을 겝니다!

200년 전에도 인위적 노력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젊게 살려면 육체 노동을 해야했구나. 예전에 왕들이 일찍 죽었던 것도 너무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서, 온갖 (성인병으로 추측되는)병에 걸려서 라고 하지 않나.

나이 들었다고 몸이 달라졌다고 핑계대지 말고 그럴수록 몸을 움직이고 운동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거리

141 마르가레테: 저는 아가씨도 아니고, 아름답지도 않아요. 데려다 주지 않아도 집까지 갈 수 있어요. (뿌리치고 가버린다)

당차고 씩씩하다. 이런 아가씨가 왜 그렇게 변하게 되었을까?

 

저녁

147 파우스트: 그런데 나는! 무엇이 날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마음 깊이 우러나는 감동은 어찌된 것일까? 여기서 원하는 게 뭘까? 왜 이리도 가슴이 무거워지는 걸까?

가련한 파우스트야! 널 알아보지도 못하겠구나.

 

산책길

153 <잘 생각하셨습니다! 욕심을 이겨내는 사람이 복을 받습니다.

교회는 튼튼한 위장을 갖고 있어서 온 나라를 집어삼키고도 결코 체한 적이 없답니다.

사랑하는 여인들이여, 오직 교회만이 부정한 재물을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요즘에 세금 내기를 거부하겠다고 하는 일부교회가 떠오른다. 너무 튼튼한 위장을 갖고 있어서 그렇게 성장하고도 체한 적도 토해낸 적도 없나 보다.

 

154 메피스토: 저렇게 사랑에 빠진 바보는 애인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라면 해, , 온갖 별들까지 허공에서 폭파하려 든단 말이야.

 

이웃 여인의 집

157 메피스토: 기쁨에는 슬픔이, 슬픔에는 기쁨이 따르는 법이지요.

악마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당연한 듯 하면서도 왠지 불쾌하고 찝찝하다.

 

길거리

165 파우스트: 내가 느끼는 이 감정

이 들끓는 마음 그 이름을 찾아보지만 발견할 수 없구나.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며 나는 최상의 말을 찾으려 하노라.

 

166 파우스트: 입씨름 따위엔 넌더리가 나네. 별도리가 없으니, 자네가 옳다고 해두세.

 

정원

168 파우스트: 이 소박하고 천진한 아가씨는 자신의 성스런 가치를 알지 못하고 있구나! 겸양의 미덕이야말로 자애롭게 나눠주는 자연의 최상의 선물이라는 것을.

어떤 가수의 말이 떠오른다. 아름다운데 자신이 아름다운걸 모르는 사람이 정말 아름답다고겸양의 미덕이란게 그런건가 보다. 나는 겸양의 미덕을 안 믿어서 잘 모르겠다.

 

정원의 조그만 정자

176 마르가레테: , 고맙기도 해라! 저분은 정말 생각도 깊고, 모르는 게 없으셔!

그이 앞에 서면 그냥 부끄럽기만 하고, 무슨 일에나 네네 하고 대답할 뿐이야. 나야 아무것도 모르는 가련한 아인데 왜 마음에 두시는지 알 수가 없어.

이런 것 같다. 아름다운데 자신이 아름다운걸 모르는 사람. 왜 이런 사람들에게 끌리는지는 알 것도 같다.

 

숲과 동굴

177 파우스트: 인간에겐 완전함이 부여되지 않음을 이제 나는 느끼노라.

나를 신 가까이 이끌어가는 이 환희와 함께 그대는 내게 떼어버릴 수 없는 동반자 하나를 붙여 주었다.

 

183 메피스토: 다시금 들끓고, 다시금 불붙어 오르는구려! 어서 가서 그 앨 위로해 주시오, 이 바보 같은 친구여!

그 애의 조그만 머리가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간 당장 끝장낼 생각을 할 테니까.

용기를 지닌 자만이 살아남는 것입니다! 게다가 당신은 꽤 악마다워졌어요. 세상에서 가장 꼴불견인 것은 악마가 절망에 빠져 있는 꼬락서니죠.

 

마르테의 정원

187 파우스트: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당신의 머리와 가슴으로 밀려들어와 영원한 비밀을 간직한 채 보일 듯 말 듯 당신 곁에서 떠돌고 있질 않소?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으로 당신의 가슴을 채우구려. 그리하여 당신이 온통 행복감에 젖게 된다면, 그것을 행복! 진심! 사랑! !

무어든 원하는 대로 이름을 붙이구려. 나는 그걸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모르겠소!

느끼는 것만이 전부지요. 이름이란 공허한 울림이요, 연기요, 안개 속에 휩싸인 하늘의 불꽃일 뿐이오.

 

발푸르기스의 밤

209 파우스트: 저 골짜기가 먼동이 틀 때처럼 희미하게 빛나는 게 신기하구나! 깊은 심연의 목구멍까지 은은히 스며드는 빛. 저편엔 증기가 오르고, 김이 모락모락, 이편엔 자욱한 안개 속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 실처럼 살금살금 기어가는 불꽃, 샘물처럼 콸콸 솟구쳐오르는 불꽃.

여기선 수많은 광맥이 되어 온 골짜기에 굽이치다가, 저기 비좁은 구석에 몰리면 갑자기 산산이 흩어져버린다. 황금빛 모래를 뿌려놓은 듯 가까이서 피어오르는 불꽃들.

보라! 저 바위절벽엔 아래에서 위까지 온통 불이 붙었구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나는 먼동이 트는 하늘이나 아침 노을 등을 본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요즘 매주 월요일 과제 마감을 하기 위해 밤을 새거나 새벽에 일어나면서 종종 먼동이 트는 하늘을 보게 된다. 특히나 동쪽으로 큰 창문이 있어서 창 밖의 먼 산 위로 해가 뜨는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너무 개인 날보다는 오늘처럼 산 주위로 어느 정도 구름이 있는 날에 먼동이 터오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그럴 때면 급하다고 밥도 안 먹으며 쓰던 북 리뷰를 잠깐 쉬고 창에 붙어서 아침노을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으려고 한다. 그런데 카메라가 안 좋아서 인지 자욱한 안개 속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 실처럼 살금살금 기어가는 불꽃, 샘물처럼 콸콸 솟구쳐오르는 불꽃. 여기선 수많은 광맥이 되어 온 골짜기에 굽이치다가, 저기 비좁은 구석에 몰리면 갑자기 산산이 흩어져버린다. 황금빛 모래를 뿌려놓은 듯 가까이서 피어오르는 불꽃들.”을 제대로 담을 수가 없어서 너무나 안타깝다. 마음 속에 간직하고 기억할 수 밖에

 

215 파우스트: 이 모순에 가득 찬 놈! 좋다, 가자! 어디든 안내하라!

생각해 보니, 꽤 영리한 짓을 했구나. 발푸르기스의 밤에 브로켄 산을 찾아와서는 자네 멋대로 이런 곳에 동떨어져 있다니!

 

발푸르기스의 밤의 꿈

혹은 오베론과 티타니아의 금혼식

226 아리엘: 아리엘은 천상의 맑은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지요.

그 소리에 못난이도 많이 몰려오지만, 이쁜이들도 유혹당하기 십상이에요.

 

227 오베론: 금슬 좋게 지내고픈 부부들은 우리 두 사람에게서 배워라!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하려거든 헤어져 살아볼 필요도 있느니.

꼭 부부뿐만이 아니라 다른 관계에도 해당되는 말 같다. 나는 엄마와 따로 살면서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고, 관계가 아주 좋아졌다.

 

231 바이올리니스트: 저 악당놈들 서로를 미워하며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고 하면서도, 오르페우스의 칠현금에 짐승 떼 모여들 듯 여기선 낭적 소리에 하나가 되는구나.

 

233 곤경에 처한 자들: 예전엔 알랑거려 먹을 것 많이 얻었지만 이젠 정말이지 끝장이에요! 우리의 신발은 춤을 추다가 닳아버렸고 이제는 맨발로 다니는 신세랍니다.

 

흐린 날, 벌판

236 파우스트: 그 애가 처음이 아니라고! – 비참한 일이로다! 비참한 일이야! 인간의 마음으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이러한 비참함의 심연에 빠진 게 한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이! 영원히 용서하시는 신 앞에서 사무치는 죽음의 고통을 첫번째 겪은 사람만으로도 다른 자들의 죄를 사하지 못했다는 것이! 나는 한 여인의 슬픔만으로도 뼈와 살이 깎이는 것 같은데, 네 놈은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태연하게 조롱할 수 있단 말이지!

 

237 메피스토: 이제 우린 다시 지혜의 한계에 도달했소이다. 이쯤 되면 당신들 인간들은 머리가 돌아버릴 거요. 끝까지 해낼 수도 없으면서, 왜 우리와 한통속이 된 겁니까? 날고는 싶은데 눈앞이 아찔해서 안 된다는 게요? 우리가 당신에게 강요한 거요? 아니면 당신이 우리에게 붙은 거요?

 

감옥

247 파우스트: 제발 정신 좀 차려요!

한 걸음만 나가면 자유롭단 말이오!

 

249 마르가레테: 땅바닥에서 솟아나온 게 무언가요?

저 자예요! 저 자! 저 사람을 쫓아 버리세요! 이 성스런 곳에서 무얼 하겠다는 걸까요? 절 잡아가려나봐요!

영혼이 맑아서인가? 마르가레테의 눈에는 메피스토가 악마인 것이 보인다. 앞 부분에 두 사람의 사랑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아서 마르가레테가 왜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인지 이해가 안 됐다. ‘단순히 파우스트랑 정분이 났다고 감옥에 갇히기까지야…’ 했는데, 그녀는 임신을 했고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도 엄마도 그리고 오빠도 모두 죽어버렸다. 아이를 낳았다고 하니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겠지. 1년 만에 순진한 아가씨에서 죽음을 앞둔 사형수가 되어버렸다. 악마의 장난이라고 해야하나? 그냥 남자 잘못 만나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안 됐다.

 

250 마르가레테: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아버지시여! 절 구원하소서!

천사들이여! 그대들 성스런 무리여!

절 에워싸고 지켜주소서! ~

메피스토: 그녀는 심판받았소!

목소리(위로부터): 구원받았노라!

그나마 다행인가. 구원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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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9 12:00:08 *.124.22.184

수정씬 '내 안의 악마를 불러내'지 않아도 잘 하잖아요. 좀 느슨해져도 다 해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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