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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7일 01시 38분 등록

只有荒凉的少摸, 没有荒凉的人生(황량한 사막만이 있을 뿐, 황량한 인생이란 없다)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로 지르는 고속도로 건설 공사현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只有荒凉的少摸, 没有荒凉的人生(황량한 사막만이 있을 뿐, 황량한 인생이란 없다). 도대체 공사현장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감성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후 저 글귀는 내가 힘들 때마다 떠올리는 마음 속 주문의 역할을 했다. 그림자의 저자, 이부영 교수의 삶을 보니 모래 바람 날리는 황량한 사막의 공사현장에 세워놓은 저 글귀가 생각났다. 한국의 정신의학이라는 황무지를 바라보며 다짐하는 젊은 정신의학도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정신과의 황량함 - 이 황무지를 개척하자

저자는 1932년 생이다. 한 때 문예평론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으나 19세가 되는 1950년에 전쟁이 난다. 전쟁 통에 문학이니 문예니 하는 것을 꿈꿀 틈이 나지 않았을 터였다. 짐작컨대 부모의 바람대로 의과대학에 진학한 그는 정신과 실습을 나가게 되고 그 황량함에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했던 그는 정신과의 바로 그 황량함에 이 황무지를 개척하자는 사명감을 갖게 된다. 문학적 소양과 인간에 대한 따듯한 마음을 가진 그는 그렇게 정신의학에 발을 들여 놓게 된다.

 

융 연구소와의 인연 정신병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다

1945년 해방 당시 한국의 정신과 의사는 10여명에 불과했다고 하니 저자는 마땅한 선배 없이 개척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해외유학은 필요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196635세에 스위스 취리히에 간 그는 융 연구소를 수료하여 융 학파의 정신분석의 자격을 취득한다. 이후 한국에 온 그는 특권화된 의사의 권위를 상대적으로 약화시키면서 의사-환자 관계를 수평적 대칭성으로 접근한다.

 

내가 인생에 의미가 있다느니 없다느니 하는 말이 절망에 찬 이 환자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 환자가 체험하고 있는 크나큰 어둠 같은 고독에 비해서 나의 말은 실로 하나의 사치에 불과한 것 같다. 차라리 나는 그 사람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 그의 고독을 이해해주어야 될 것 같다” (이부영, 1970)

 

그는 치료의 의미를 기존의 정신의학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정신장애를 증세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는 치료를, 자기 삶을 미성숙한 태도에서 성숙한 태도로 이해하는 과정으로 개념화했다. 그는 융 학파의 분석심리학을 통해 정신병리 현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병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계몽적 글쓰기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오해를 풀다

그는 정신병이 다른 병에 비해 도덕적인 잘못처럼 오해되고 수치스럽게 생각되는 사회적 인식을 비판하였다.병 앞에 만인은 평등하며 귀한 병, 천한 병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오해를 정의롭고 선한 의사 모델을 제시하며 수정하고자 하였다. 1975년 그는 동아일보에 이부영의 「의학에세이」를 6개월 간 연재하는데, 내용은 정신과 의사의 존재론적 지위, 정신병과 치료에 대한 개념, 환자에 대한 인간학적 이해 등을 새롭게 제시한 계몽적 글쓰기였다. 글을 쓰고 싶다는 그의 어릴 적 꿈을 결국은 이렇게 실현한 거 같기도 하다.

 

선한 의사의 그림자 사이비 의사

재미있는 것은 저자의 선한 정신과 전문의 개념과 맞물린 사이비 의사들의 부상이다. 세계적 수준을 확보한 선한 정신과 전문의가 정신의학계의 긍정적 주체가 될 수 있었던 배후에는 사이비 무면허 의사의 비합법화 과정이 동시에 존재했다. 정신과 전문의만이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는 현대 정신의학적 앎이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사이비 무면허 의사와 돌팔이가 부각되었다. 이 진짜-가짜 의사의 대립적 코드화 과정을 통해 정신과 의사는 현대적 정신의학의 주체로 승인되었다고 하니 이 또한 선한 의사의 그림자로 인한 대결의 결과라 하겠다. 


내 마음 속 책갈피

 

23 우리는 인간을 모릅니다. 아는 게 너무 적습니다. 우리는 그의 정신을 연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다가오는 모든 재앙의 근원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정신(精神)에 神이 들어가는 것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

 

24 마음의 심층에 대한 탐구는 그 표층에 대한 연구, 생리심리학적, 수리통계학적 작업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광야의 예언자나 영웅, 개척자나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는 사라지고 물질적 풍요를 신봉하는 대중집단의 시대가 열렸다. 비록 제 1, 2차 세계대전과 같은 큰 규모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세계 도처에서 종교적 이념이나 인종 간 대립 또는 살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간은 여전히 증오와 상호 비난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광야의 예언자를 내면에서 찾자. 마음을 넓은 광야’, ‘깊은 심연으로 이미지화하고 그 안의 예언자와 만나 대화하도록 하자.

 

20세기가 저물어가는 전환의 시대에 인간의 내면, 특히 그 어두운 측면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일지도 모른다.

 

25 모든 재앙의 근원이 인간에게 있다고 한 융은 사실 인간의 마음 속에서 그 재앙이 근원 뿐 아니라 이른바 구원의 근원도 발견한 사람이었다.

 

그림자의 인식은 인간이 전체정신을 실현하는 자기실현의 첫 걸음이다.

 

그러한 사회적 현상의 근원이 각 개인의 마음의 심층, 무의식에 있음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 책의 출판을 쾌락하고

快諾하다. ‘흔쾌히 수락하다라는 뜻일 터인데. 구식처럼 느껴지면서도 친근하다. 나도 이 책의 출판을 쾌락하고 세상에 나오게 한 모모모 출판사 운운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1장 마음의 세계와 그림자

 

30 그러나 동양인들은 대체로 마음과 마음이 말 없이도 통한다는 이심전심의 비언어적 소통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말 뒤에 숨은 뜻을 생각하고 말없는 깊은 마음을 존중해왔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연화미소 등은 내가 좋아하는 말.

 

31 경험심리학적 방법으로 인간심리를 탐구해왔다. 융이 초기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크게 공감한 것도 그의 학설이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데 있었다.

 

43 아니마, 아니무스란 무엇인가? 아니마는 독일의 Seele(심령)에서, 아니무스는 Geist(심혼)에서 빌려온 라틴어 용어이다.

 

44 심지어 물질, 이념에 투사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니 독일어 배울 때 왜 남성명사, 여성명사가 있는지 궁금했다. 독일어만이 아니지.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내적 인격의 표현은 남성에서는 주로 기분(mood)으로, 여성에서는 의견(opinion)으로 나타난다.

 

아니마, 아니무스는 원형이지만 무의식의 원형 중에 특수한 원형이어서 자아의식을 무의식의 심층, ‘자기에게로 인도하는 인도자(psychopompos), 또는 매개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니마, 아니무스의 인식을 통한 인격의 통합과 분화는 자기실현의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45 ‘자기란 자기실현의 종착점이자 시발점이다. 자기란 전체정신, 의식과 무의식이 하나로 통합된 전체정신이다. 그것은 인격성숙의 목표이며 이상이다. 그것은 의식의 중심인 ’(자아)를 훨씬 넘어서는 엄청난 크기의 전체정신 그 자체, 혹은 그 전체정신의 중심이며 핵이다. 우리가 자아실현이라 하지 않고 자기실현이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체정신의 중심핵이라는 뜻에서 자기를 말할 때 우리는 특별히 이것을 자기원형이라 한다.

 

한마디로 융은 인간무의식 속에서 하느님과 같은 신상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융은 인간의 무의식 속에 인간들이 신이라 부르는 대상에 해당되는 것이 발견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신을 낳으며 신명 나게 일하자. 내 안의 神을 발견하고 그/그녀가 말하는 것을 나는 그저 받아 적도만 싶다. 스크립트 작성해주는 내 안의 순실이.

 

융이 확인한 것은 무의식에서 발견되는 신의 상이었다.

 

46 ‘모든 사람이 부처다라고 말하는 대승불교의 여래장 사상과 진여(Tathata)의 관념은 분석심리학의 자기원형과 일치되는 것이다. 또한 음양이 합쳐 도를 이룬다는 것은 밝고 어두운 심리적 대극의 합일로서 전체정신에 도달한다는 융의 대극합일, 즉 자기실현의 상징과 일치한다.

 

! 타타타가 불교용어였구나. 타타타의 뜻을 생각하며 가사를 다시 읽어보자. 그냥 트로트라고만 생각했는데. 작사자가 인도여행을 하던 중에 타타타를 썼고, 남편이 곡을 붙였고, 불자인 김국환이 노래를 불렀고, 기독교인 김수현 작가의 귀에 들어와(아마 불교배경은 모르지 않았을까 싶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 삽입되어 히트를 치게 되는 순환이라. 그래 그런거지. '여여'하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오면 비에 젖어 사는거지 그런거지

산다는건 좋은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한벌은 건졌쟎소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게 덤이쟎소

 

그것은 흩어진 마음을 합쳐주므로 치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47 그러나 자기원형과 동일시함으로써 야기되는 자아의 팽창(inflation)은 결코 자기실현의 진정한 증거가 아니라는 융학파의 자각은 단지 도가 통했다는 느낌, 해탈의 감정만으로는 진정한 득도나 해탈이라 할 수 없다는 대승불교의 자각과 같은 것이다.

 

48 인간관계에서의 갈등과 견해차이가 왜 일어나는가 하는 회의를 계기로 시작되었고 많은 사람의 의식, 무의식의 관찰을 통한 융 자신의 체험내용을 살피고 인류의 정신사에 반영된 유형과 이에 관한 학자들의 연구를 거울삼아 만든 가설이다.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 일빛 출판사 사장님이 예전에 인간이해라는 책을 준 적이 있다. 그걸 번역한 라영균이라는 분이 독일유학시절 *떡 같은 교수 밑에서 개고생을 하며 이 인간이 내게 왜 이러지?라는 고민을 하다가 '인간이해'라는 책을 접했다고 한다. 깨달음을 얻어 무사히(?) 졸업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인간이해를 번역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주셨다.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을 겪으면 나는 그저 뒷담화나 하고 마는데, 이렇게 '회의'하고 분석하고 가설을 세우는 연구자들이 있다.  

 

49 그러나 유형론을 무의식의 열등기능(4기능)과의 관계에서 살펴보고 열등기능을 발전시키는 작업은 자기실현에 매우 유익하다.

 

50 융의 유형론의 묘미는 그것으로 어떤 인간을 어떤 유형에 명확하게 분류하는 것에 있지 않고 자기와 다른 사람의 의식의 전제와 무의식의 투사현상을 성찰하고 정신의 내면세계를 살펴나가는 그 모색의 과정에 있다.

암중모색

 

51 무의식의 외향적 경향은 미분화된 열등한 상태에 있게 된다.

 

그러나 열등기능을 찾아서 그것을 살리고 발전시키면 그것은 이미 열등기능임을 그친다. 그리고 모든 정신기능을 가능한 한 골고루 발전시킨다는 것은 전체정신을 실현하는데 필수적인 작업이다. 열등기능의 의식화 그것이 중요하다

 

52 그림자는 일차적으로 개인적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 자아 콤플렉스의 무의식면의 여러 가지 열등한 성격경향이다.

 

그것은 성숙한 마음에 이른 첫 관문에 버티고 있는 수문장이다.

 

53 창조적 능력, 즉 빛의 원천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 겉보기에는 열등한 그림자 속에 또한 창조와 성숙의 씨앗이 있다는 점을 융은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그림자는 상대악적 위치에 있어 그것이 의식화하여 의식에 동화할 때 그것은 분화하여 창조적 기능으로 바뀌는 것이다.

 

2장 그림자의 원시적 관념과 분석심리학적 개념

 

59 패닉(panic), 공황이라는 말은 판 신이 내리는 재앙에서 유래되었다.

아하 그랬구나.

 

고대 이집트의 관점에서 볼 때 사람은 세 종류의 몸을 가지고 있다. 육신, , 그리고 그림자이다.

 

62 이렇게 두번째로 태어난 사람은 때로 이전 존재에 대한 꿈을 꾼다.

 

64 왕도가 상승과 하강을 거듭하는 건목(乾木), 세계의 축 아래에는 그림자도 없고 메아리도 없다. 이러한 중심적 위치, 일식과 대낮의 위치는 영혼이 아무런 그림자도 던지지 않는 때, 마귀 이블리스가 그림자를 던지지 않는 때, 즉 내적인 평화의 순간이다. 그것은 이스마엘의 秘敎가 목표로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림자의 흥정과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소설감인데?

 

65 사람들이 물 속을 들여보다는 것을 극도로 금지하고

 

이와 유사한 관계를 우리는 사람의 肖像에서 볼 수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생각난다. 자기 대신 늙어가는 초상화. 그런데 현실에도 이런 살아 있는 초상화가 있다.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늙어감을 느낀다.

 

66 그림자의 인식을 통하여 보다 깊은 무의식의 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분석심리학의 설명과 유사하다.

 

독일어의 샤텐은 한자로 影이라 표현된다. 그늘이라는 뜻으로 음(陰 또는 蔭)이라는 단어도 있다. 샤텐이라는 말은 그림자도 그늘도 다 포함하지만 융이 말하는 샤텐의 개념은 대체로 그림자에 가깝다. 그러나 앞에서도 본대로 음, 양 할 때의 음도 그림자 개념에 들어 있다.

언어-심리-사고 간의 관계가 신기하다.

 

71 그녀는 또, 융은 사람들이 경험의 토대도 없이 어떤 용어를 글자 그대로 따지고 그 개념에 매달리는 것을 싫어했다고 말하였다.

이해할 수 있음. 맥락 파악 못하고 글자 그대로 이해하는 사람 보면 답답하다. 탁상공론, 아이디어 없는 회의.

 

74 또한 그는 신체가 우리 정신의 그림자 세계일 수도 있다는 사실도 지적하였다.

신체가 정신의 그림자라니! 이 통찰 좋다. 나는 왜 이 형상()인지 궁금하던 차였다. 

 

75 몸은 자아의 이런 그림자의 인격화이다.

 

76 다른 한편으로 그림자는 무의식의 다르게 하고 싶은 마음이며 그 열등한인격 속에는 의식생활의 법과 규칙을 따르지 않으려는 온갖 불순종이 들어있다고 융은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 속의 그러한 경향을 비판적으로 시인하고 실현시킬 수 있을 때 그림자의 의식과의 통합이 이루어지며, 그런 작업은 곧 불순종과 분노를 유도하는 동시에 우리에게 필요한 자립성을 갖게 한다. 그것 없이는 개성화를 생각할 수 없다. 만약 윤리가 의미를 가지려면 유감스럽게도 다르게 하고 싶을 수 있음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자는 항상 뒤따르는 자라고 하였다. 고대인들은 그림자를 영혼과 동일시했는데 심리학적인 그림자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인이 시노파도스(뒤에 따르는 자)라는 말로 표현한 관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만질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살아 있는 현존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런 말을 썼다. 그러면서 왜 우리는 그런 모습을 그림자라고 번역해야 할까 반문한다.

 

77 그림자의 상실은 곧 인간존재의 구체적 현실의 상실이며 무의식으로부터 분리된 상태임을 시사했다.

 

칸트가 물 그 자체(Ding ansich)’라고 한 것을 보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계의 다른 반을 필요로 한다. 즉 그림자의 세계, 사물의 안쪽을 말이다.

지상에서의 삶만을 생각하는 것도 세계의 반만 보는 것일까? 지상-천상(또는 지하)을 항상 마음에 품고 봐야 하나? 그런 점에서 인도인은 세계를 전체적으로 보는 걸까?

 

78 (그림자는) 움직이고 변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실체이다.

 

개인적 무의식의 그림자는 의식화로써 분화 발달되고 창조적으로 변환될 수 있는 것이며, 원형적 그림자인 경우 비록 그것이 불변의 충격적인 인간속성을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인식은 인간본성의 전체성을 인식하는 데 필수적이다.

어쨌든 인식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지. 닐 암스트롱의 첫걸음처럼.

 

79 우리는 미완성이라는 것, 우리는 자라고 변화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러 해를 거쳐 이루게 될 미래의 인격은 이미 그곳에 있다. 다만 그것은 아직 그림자 속에 있을 뿐이다.

 

미래의 인격은 아직 보이지 않으나 우리는 그 미래의 인격 주변을 맴돌고 미래의 존재를 보게 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은 물론 자아의 어두운 측면에 속한다()

 

80 우리는 우리가 무엇이었는지를 잘 안다. 그러나 무엇이 될 것인지는 모른다.

태교를 하듯 만들면 된다. 나의 미래, 미래의 인격은 이미 태중에 있다.

 

우리가 무엇이 될 것인가를 아는 출발의 첫 단계에 그림자가 있다.

 

81 언제나 개인적, 사회적 재앙은 우리 안에 무서운 것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를 따지는 일에 달려 있지 않고 그것을 인식하느냐 인식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84 그것이 있음으로써 사람은 사람다워진다. 삼차원의 존재가 된다. 그림자는 강력한 저항 아래 억압되어 있고 억압된 것이 의식됨으로써 정신적 대극의 긴장이 형성되는데 그것 없이는 어떠한 발전도 가능하지 않다.

 

무의식적인 대극을 찾아 나선다. 오직 대극에서 삶의 불이 타오른다.

 

음과 양이 합쳐 도를 이루는 것과 같다.

 

85 왜냐하면 대극 없이는 아무런 현실성도 없기 때문이다.

 

그림자, 저 감추어진, 억압된, 흔히 열등한, 그리고 죄 많은 인격, 그 마지막 주자는 동물 조상의 왕국에 이르며 이로써 무의식의 모든 역사적 측면을 포괄한다.

 

3장 그림자의 투사현상, 그림자는 어디서 어떻게 볼 수 있는가

 

89 그것은 오히려 자아의식으로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성격, 가장 싫어하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온 바로 그 성격이다.

 

90 그때야말로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며 이때부터 그림자를 의식화해 나가는 고통스럽고 지루한 작업이 진행된다고 그녀는 말한다.

 

다만 무엇에 의해서 마음 속의 어떤 부분이 자극을 받느냐가 다를 뿐이다.

 

차를 운전하면서 항상 경험하는 것이 있다. ‘나도 모르게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는 때가 있다.

 

사소한 계기에 순간적으로 무의식의 그림자가 통제할 겨를도 없이 먼저 튀어나온 것이다.

그 사소한 계기를 나는 마지막 물 한 방울이라고 하는데, 계속 쌓여 있다가 누군가 운 없이 툭 건드리면 그게 나를 자극하는 마지막 물 한 방울이 되어 싫은 소리가 튀어 나간다.

 

그림자의 이미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밖의 모든 무의식의 내용과 함께 일차적으로 꿈에서 발견된다.

 

그러므로 그림자를 보고 그림자를 의식하려면 무의식의 표현인 꿈을 분석해 보아야 한다.

 

91 투사는 자신을 돌이켜보고 다른 대상으로 떨어져 나간 자신의 분신을 되찾아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

深淵이자 心淵인 것이다.

 

92 어떤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공연히’ ‘알 수 없는거북한 느낌, 불편한 감정, 혐오감, 경멸하는 마음이 일어난다면 분명 그곳에는 무의식의 투사가 일어나고 있고 대개 그 내용은 자아의 그림자에 해당된다.

괜히 거북한 느낌의 사람들이 있는데, 싫은 사람이 생기면 그 불편한 감정 때문에 나도 괴롭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들을 싫어하는지 파악해봤는데 일정한 유형으로 묶이긴 하더라. 남을 가르치려 드는 선생 스타일, 꽉 막힌 사고를 가진 사람을 내가 답답해 하더라. 그런데 이런 유형이 내 그림자일 수 있다는 거지? 

 

93 그러나 그림자의 투사가 일어날 경우 그런 열등한 성격이 유난히 두드러져 보이고 주관적인 감정에 사로잡혀서 그 사람 성격의 긍정적인 측면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거의 없다.

 

94 그러나 우리가 악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이냐, 악을 규탄하는 선의 관점이란 무엇이냐를 따져 본다면 이는 결코 간단히 단정지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거룩한 분노는 오직 개인적인 그림자의 투사를 거두고 자기자신(Self)의 전체정신과 일치된 관점에서 세계를 볼 수 있을 때 나오는 것이다. 의식과 무의식, 나와 자기가 하나된 마음의 표현일 때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거룩한 분노일 수 있다.

거룩한 분노라는 개념 좋다. 예수님이 말한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던질 수 있는 돌이 되겠다. 그런데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할 때 예수님이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썼다'고 한다. 그렇게 '쓰는 행위'를 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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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거룩한 분노는 남의 죄를 단죄하기 전에 자기의 잘못을 먼저 반성할 줄 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

 

편견, 선입관념, 속단……’틀림없이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을거야에서 곧장 나쁜 놈의 단죄가 유도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흑백판단과 불신풍조는 건전한 사회의 발전을 저해한다. 이런 풍조를 고치지 않고 사회의 성숙한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이것을 고치려면 비난하고 욕하고 헐뜯는 대상에 투사된 우리 마음의 반쪽 그림자가 어떤 것인지를 알고 우리 자신으로 되돌려 받는 개개인의 의식화 작업이 필요하다.

나도 누가 싫으면 험담하고 뒷담화 한다. 지금부터라도 그런 말의 돌을 던지기 전에 일단 나는 어떤지를 살펴봐야겠다. 그게 나의 구원만이 아니라 사회, 인류의 구원을 위한 길이라고 융과 이부영 선생님이 이야기 하고 있는 거다. 세계대전도 막을 수 있는 예방이 개인의 반성과 성찰에서 나온다.

 

98 범죄자의 이중인격적 특질에 대해 언급하면서 융은 범죄자가 한편으로는 질병을 앓음으로써 범죄적 충동을 해소하는 경우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얌전한 모습 밑에 숨어 있는 악한 본능을 다른 사람에게 옮겨서 그 사람으로 하여금 무의식간에 범행을 저지르게 하는 경우가 있음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이런 말로 대변될 수 있는 사건을 우리는 역사적 사실 뿐 아니라 문학작품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부영 선생님은 문예평론을 할 생각도 있었다고 한 만큼, 문학작품도 많이 읽으셨던 거 같다. 이렇게 문학작품을 예로 드니 좋다. 

 

그는 이반이 그림자였을 뿐만 아니라 가족의 그림자이기도 했다.

 

그러니 인간이 투사 없이 남의 죄를 심판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래서 성경에 너희는 심판하지 말라’ ‘칼로 심판하는 자는 스스로 그 칼에 망하리라는 말이 있는게 아닌가.

내가 사람을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동료 직원 하나가 자기는 남을 함부로 Judge하지 않는다고 한 적이 있다. 워낙 외국생활을 오래 한 친구이긴 했지만 가능한 한국어로 표현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땐 Judge만 굳이 영어로 표현했다. 나를 겨냥하여 완곡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현명한 사람이었다.

 

101 내향형은 보이지 않는 정신적 내면에 충실하며, 결과보다는 과정을, 다수보다는 소수의 신념을 중히 여긴다.

내가 그렇다. 정신적 내면, 결과보다는 과정, 소수의 신념을 중히 여긴다. 그런데 성격검사에서는 외향형으로 나왔다. (, 내향형과 차이가 거의 없는 외향형으로 나는 경계에 속하는 편)

 

105 시험을 치면 어떤 때는 아주 우수한 성적을 보이다가 또 어떤 때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일정치 않은 경우 이 아이들은 직관형이나 감각형과 같은 비합리적인 형인 경우가 있다.

나는 직관형인데 비합리형이구나. 뉘앙스가 영 다른데. 성적의 기복이 커서 성적이 잘 나와도 교무실에 끌려갔고, 성적이 바닥이어도 교무실에 끌려갔다. 그런데 어떻게 성적이 계속 고를 수 있는지 나는 그게 신기하다. 관심, 집중, 컨디션 여부에 따라 성적에 기복이 좀 있을 수 있지 않나. 여하튼 이런 형에게는 내신제도가 쥐약이다.

 

106 오늘 우리 나라의 교육풍토는 사고력의 발달에 치중하는 나머지 정서의 중요성이나 비합리적 정신의 중요성을 인정받을 만한 구석이 거의 없다. 특히 비합리적 기능을 합리적 기능과 똑같이 중요한 것으로 본 융의 심리학적 유형은 현대교육이 잃어버린 매우 중요한 측면을 채워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합리적 기능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 좋네. 자연을 많이 접하게 하고 여건이 되는대로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들의 유년시절을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해주고 싶다.

 

108 내향적 사고형은 때때로 무의식의 열등한 외향적 사고 즉 객관적 사고를 의식하고 그것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지나치게 열등기능에 집착하는 나머지 외향적 사고형보다도 더 주관성을 완전히 배제한 채 순수하게 객관적으로 사물을 보고 그 관념을 살펴보고자 하기 때문에 그 논조가 너무 딱딱하고 경직되는 경우가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한 객관주의적 완벽주의를 강요하기도 한다.

문득 프로이트가 내향적 사고형이 아니었을까 싶네. 융의 자서전을 다시 뒤적여봤다. 123페이지 인용하자면 프로이트는 문자주의 해석에 집착하여 상징으로서의 근친상간의 영적인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프로이트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109 감정형은 모두 사고를 싫어한다. 어떤 주제를 놓고 논리적으로 따지고 심각하게 분석하는 것은 이들의 무의식에 있는 열등기능에 속하기때문이다. 사고기능이 열등하면 사물의 뜻을 깎아내리는 이른바 부정적인 사고 不過사고(nothing-but-thinking)의 특징을 나타낸다. ‘책 쓰는 것은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는 식이다.

나는 감정형이다. 사고를 아주 싫어하는 건 아닌데..논리적으로 따지고 드는 걸 싫어하긴 한다. 그런데 그게 사물의 뜻을 깎아 내린다기보다는..따지고 들다 보면 맥락이나 문맥을 놓치는 것 같아서 헛똑똑의 어리석음이 보여서 그런건데.

 

그러나 판단과 행동을 결정할 마지막 근거는 역시 감정에 있다. 감정형이 여성인 경우 열등한 사고기능은 부정적 아니무스의 특성을 닮는다.

 

111 그러나 직관형은 그가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지저분한지 말쑥하게 차려 입었는지 말을 매끈하게 잘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그의 속을 꿰뚫어본다.

나는 직관형. 스펙이나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의 스펙이나 외모 관리가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보통 내면이 공허할수록 자신이 취득한 학위나 자격증을 자주 언급하고, 열등감이 있을수록 옷을 너무 똑 떨어지게 입는 거 같더라. 옷을 잘 입는다는 것과 별개로 약간 불필요할 정도의 완벽한 dress up 스타일이 있다. 

 

외향적 직관형은 다른 사람 속에 들어 있는 가능성, 그것도 외부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직감이 있다. 이 상품이 장차 크게 팔리게 될 것이라든가, 이 무명의 화가가 장차 큰 화가로 성장할 것이라든가 그 가능성을 보는 눈이 있다.

나는 검사결과 상으로는 외향적 직관형인데 직감이 좋은 거 같긴 하다. 발리 우붓에 갔을 때 여러 괜찮은 그림들을 보고 무명의 화가 그림을 사서 한국에 판매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실제로 코마네카라는 사람은 그렇게 해서 돈도 벌고 자신의 화랑을 만들기도 했던데. ! 생각난 김에 이 사람에 대해서 써봐야겠다. 주식투자 시 잘될 종목의 가능성을 보는 것도 여기에 해당하나? 투자한 종목들이 거의 다 성공하긴 했다. 막연하게 감이 좋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좀 더 의식적으로 발전시켜 봐야겠다.

 

자기 마음 속 깊은 원형층의 음직임과 이와 이어져 있는 인류의 숙명과 미래의 방향을 감득하는 것이다. 앓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움직이는 치유의 작용, 혹은 그를 병들게 하는 파괴적 본능의 징조와 그 의미를 성찰한다.

남편은 예언자형(INFJ)인데 딱 이렇다. 한의사라는 직업과 잘 매치되네. 부럽다.

 

114 그러나 이것 또한 서로 보충되어야 할 기능이므로 열등기능의 투사가 열등기능의 인식으로 바뀌어 서로가 자기의 약점과 상대방의 장점을 존중하면서 자기의 약점을 분화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

 

인간은 어떤 유형에 속하기 이전에 전체정신을 가지고 있는 개성적 존재이다.

근래 들은 인간의 정의 중 가장 마음에 들고 균형 잡힌 정의이다.

 

115 이것만으로 모든 인간을 정의하고 분류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어느 별자리이고, 혈액형은 무엇이고, 태양인인지 소양인인지, 어느 테마가 강한지, 어느 성격유형인지 등을 알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긴 하다. 하지만 거기에 얽매이면 덫이 된다. 충분히 흥미를 끌긴 하지만 참고로만 해야 하며 전체 퍼즐의 그림을 염두에 두고 퍼즐조각으로서의 나를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  

 

116 오늘날 악은 대중매체에게 없어서는 안될 보도자료일 뿐 아니라 인간들이 살아가는데 또한없어서는 안될 먹이의 하나가 되었다. 악은 선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존재였다. 대중매체는 그것을 만들어 제공하고 사람들을 흥분시키며 그림자의 집단적 투사를 조장하기도 한다.

용어의 선정성도 문제다. 쓰레기 만두, 광우병, 살충제 계란 등 귀에 딱 붙는 말을 만들어낸다.

 

또 이러한 투사는 자신의 잘못을 보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치유의 효과마저 있다.

 

117 왜 이런 모순이 생겨나는가. 사정이 집권층 마음 속 그림자의 투사를 근거로 진행되고 민중들의 한풀이 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라면 사람들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기가 성찰한 인간의 약한 마음을 근거로 부패방지를 위한 각종 법률적 조치를 만들 것이며 부패할 수도, 부패할 필요도 없도록 사회적 조건을 마련할 것이다.  

인간의 악한 마음이 아닌 약한 마음이라는 것에 밑줄 긋고. 부패하지 않도록, 신선하고 싱싱한 초심을 유지할 수 있는 마음의 김치냉장고와 같은 사회적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고 보니 어제 꿈을 꿨는데 김치냉장고를 여는 꿈이었다. 방문자를 그냥 돌려보내기 뭐해서 뭘 들려 보내려고 했는데 마땅히 줄게 없더라. 김치 냉장고 안에 옥수수가 있긴 했는데 너무 오래 뒀는지 성에가 끼어서 줄 수가 없었다. 뜬금없긴 하지만 자유연상이 된 김에 일단 적는다.

 

사람이, 그들이 규탄하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부정부패의 소인, 즉 그림자를 안고 있는 민중들의 그림자의 집단투사를 통한 찰나적인 한풀이를 부추기고 희생양을 만들고 쾌재를 부르게 하고 박수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사정을 한다면, 혹은 부정부패에 대한 거룩한 분노가 아니라 정적에 대한 사적인 복수심이 조금이라도 개입된 사정이라면 진정한 개혁을 이루기 어렵다.

별표 쳤다. 정신분석학이라는 것이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를 보는 눈도 길러주는 것 같다. 아니 이건 저자 덕인가.  

 

118 그러므로 지향하는 집단의 목표가 일방적이고 뚜렷한 것일수록 여기에 어긋나는 요소가 억압되어 공통된 그림자를 집단성원이 나누어 가지게 된다. 정의를 위한 모임, 도덕을 위한 모임이 출발 당시의 좋은 뜻을 끝까지 펼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것은 이들 집단이 너무 밝은 목표에 치중한 나머지 그 집단성원의 그림자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 진짜 좋은 분석이네. 한 때 NGO에서 일할 생각에 여기 저기 알아본 적이 있다. 그런데 정의구현의 사도, 자신만의 정의에 빠진 사람들 특유의 뭔가가 있더라. 나랑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다. ‘무균상태를 지향하는 경우, 약간의 해로움도 박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 너무 밝은 목표를 가진 단체의 맹점이 되는 것 같다.

 

119 여기에 영웅신화가 사람들의 무의식에 배열되면 인간집단은 괴물을 죽이고 괴물에 붙잡혀 있는 여인을 구출하는 영웅 원형상과 동일시한다. 그들은 여기서 자기행위의 의미를 나름대로 찾고자 한다.

최근 이국종 교수가 소위 뜨고 있다. 북한군의 귀순. 환자를 돈으로 보는 의사. 환자를 환자로 보는 진정한 의사에 대한 로망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로 인해 영웅화 되고 있는 것 같다. 집단투사로 희생양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영웅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적을 무찌르는 명분/ 집단적 광분

 

그러므로 전쟁에는 항상 정의와 자유를 위한 성전, 민족해방을 위한 혁명, 세계인류의 구제를 위한 징벌이라는 표제가 붙는다. 전쟁은 인간의 근원적인 희생정신, 순교정신, 영웅정신이라는 원초적 조건과 밀접한 관계에서 발생하며 그림자 원형의 간여로 진행되는 집단행동이기 때문에 덮어놓고 평화를 호소하고, 화해를 원한다고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화는 오히려 전쟁을 낳는다고 융은 말한 일이 있다.

별 그렸다. 정신분석학의 위대함에 감탄하고 있다.

 

120 ‘나는 평화를 주기보다 칼을 주러 왔노라하고 우리의 주님이 말씀하실 때 그는 무엇을 생각했겠는가?

 

건전한 윤리적 책임감을 가진 사람도 집단 속에 파묻히면 책임감이 느슨해지며 결국 다른 사람처럼 타락한 폭도’ ‘무자비한 망나니가 될 수 있다. 집단 속에서 집단적 무의식의 파괴적 세계에 전염되는 것이다.

피터드러커의 구덩이

 

121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갑자기 생긴 일도 아니고 나치집단의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히틀러의 등장 이전부터 준비되어 왔다.

! 소름끼쳤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18년에 융은 독일인 환자들의 무의식에서 이상한 변화를 발견하였다. 환자들의 꿈이 폭력성, 잔인성, 원시성의 특징을 가진 신화적인 상징들로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융이 집단적 무의식의 장해라고 표현한 이런 현상에서 융은 다가오는 미래의 재앙 – ‘금발의 짐승이 의식을 뚫고 폭발할 징조를 예감했다. 그것은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독일의 우울과 사회적 재앙을 보상하려는 무의식의 시도로 보였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가 얼마만큼 넓은 범위에서 사람들을 지배하게 될 지 당시에는 미처 몰랐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여러 곳에서 행한 강연에서 융은 독일에서 일어난 엄청난 범죄와 집단 정신병적 현상의 심리적 배경을 설명하였다.

융은 1913년에 예지몽을 꾸고 1차 세계대전은 1914년에 발발하여 4년간 지속하여 1918년에 끝났다. 자서전에서 1913년의 예지몽을 읽고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나타난 꿈이 아니라 그 때까지 진행한 환자들의 꿈 분석의 흐름 속에서 등장했겠구나 싶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에는 복종을 강조하는 사회교육의 결과 빚어진 독일인 특유의 집단적 성향이 그 토대가 되었다.

 

122 그런데 개인이 이성의 한 조각에라도 매달릴 수 있거나 인간관계의 끈을 보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무의식에는 바로 의식의 혼돈된 마음에 대한 새로운 보상이 일어났는데, 이는 질서를 표방하는 신화적 상징들이었다고 한다.

 

124 산업화로 인하여 인구의 대다수는 뿌리 뽑힌 상태로 함께 모여 살게 되었다. 이런 새로운 실존의 형태는 시장과 증권의 동요에 좌우되는 사회적 의존과 집단심리와 함께 불안정하고 보장이 안된 암시성 강한 사람을 만들어 놓았으므로 무의식의 충동이 의식계를 휩쓸기 쉬운 의식의 조건을 마련하고 있었다.

 

독일인은 질서를 원했다. 그러나 그들은 장애의 주된 희생자, 검증하지 않은 탐욕을 지닌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융은 말했다.

 

125 그는 인간이 가진 온갖 열등성의 가장 놀랄만한 인격화였다.

트럼프는? 트럼프의 당선에도 미국인들의 여러 심리가 반영된 것.

 

그것을 의식화하고 그 그림자를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할당된 숙명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인간의 성질을 그대로 참작하여 그 자신의 국가경계 안에서의 갈등의 필요성을 허용한, 고도로 심리적인 기구라고 융은 말한다.

 

126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전쟁은 이제 명분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인류는 뻔뻔스러워졌다. 전쟁은 이제 미국의 이라크 공격처럼 신무기의 실험과 컴퓨터 게임과 같은 비정한 기술게임으로 변했다. 인간은 자신의 깡패기질에 보다 솔직해졌다고 할까.

 

그러한 이미지가 나타내는 비인간적인 형상과 기계주의적 기능은 아마도 현대인의 무의식에 잠들고 있는 기계그림자, 이미 의식의 상당부분을 잠식해버린 인간소외, 자기소외의 그림자의 투사상이며 그러한 비인간화에 대한 인간의 공포와 불안을 반영하는 것이다.

 

128 전통적 사고방식에 대한 비판적 반항정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욕은 기성교계에 의해 위험시되었고 이단시되었다.

나 그 때 태어났으면 타 죽었겠다. 반항, 호기심, 탐구욕 모두 내 키워드인데. 이 시대에 태어나서 감사하고 이 시대에 태어나게 해준 이유를 생각해봐야겠다. 

 

129 왜 이런 마녀사냥이 유행했고, 그것도 중세 후반기 새로운 과학과 예술이 싹트는 바로 르네상스의 준비기에 두드러지게 성했는지 질보르그는 몇 가지 견해와 이유를 제시하였다. / 변환의 바로 직전

 

129 의식의 질서와 안정이 무너질 위험을 예감한 자아는 질겁을 하고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낯선 충동을 막으려 한다.

 

141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이른바 지역감정은 오히려 지역정서를 발전시킴으로써 완화할 수 있다.

 

142 셋째는 인간은 아마도 어딘가에 검은 양을 두지 않고는 못배기는 동물인 듯 하다는 것이다.

토지에 나왔던 백정각시놀음이 생각난다. 읽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안좋았다. 딸이 당하는 것을 보고 허겁지겁 소고기를 가지고 와 풀려나게 한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자니 지금도 마음이 안좋다. 인용한다.  

 

단오놀이를 하는데 구경꾼 속에서 백정이 딸 하나를 잡아낸 기라요. 한사 결단 달아날라는 거를, 아 그러씨 장정 몇이 덤비는 데야, 치마가 찢기 달아나고 속곳이 벗겨지고, 지금도 생각이 나는데 고놈의 가시나 몸매도 좋고 얼굴도 이삐게 잘 생깄더마.”

 

볼 만 했겄네.”

 

그 이삔 가시나를 엎어뜨리놓고 장정들이 번갈아서 올라타고 이랴! 이놈의 소가 와 안가노! 함시로 엉덩이를 철벅철벅 때리는 기라요. 뿐이겄소? 목에다 줄을 걸고 네 발로 기게 하고 구경꾼 앞을 돌아댕기는데, 그 에미가 소개기를 가져와서 겨우 풀리났지마는 좀 안된 생각도 들고…”

 

안되기는 머가 안됐단 말이오? 백정은 사람이 아닌께, 그 놈들을 오냐오냐 하고 내버려두었다가는 칼 들고 소만 잡겄소? 사람도 잡을라 들긴데 옴작달삭 못하게 콱 기를 지이놔야지.”

 

143 그림자의 투사는 편견에 찬 것이지만 그로부터 우리는 우리 마음 속 진실의 일부를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자의 투사를 받으면서 항상 억울해 하고 피해자의식을 가지고 반발만 하는 것도 성숙한 태도가 아니다.

투사를 받으면 억울한 건 사실인데 이부영 선생님은 성숙한 태도를 가지라고 하네? 투사하는 사람의 그림자 인식을 내내 이야기 하는데 투사 받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 지역의 개성적 매력을 최대한 발휘시켜서 국민으로 하여금 골고루 맛보게 해주는 일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권력과 이권에의 집착은 창조성의 결여에서 온다. 창조의 기쁨을 아는 자의 집단은 권력에 연연해하지 않는 법이다.

창작자. 이부영 선생님 만나고 싶다.

 

145 꿈은 의식의 일방성을 지양하여 의식과 무의식이 합쳐진 전체성에 가까운 자세를 갖도록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꿈은 반대라 하는 이유가 여기에.

 

150 중요한 것은 어느 체제가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존중하고 각 개인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전시키는 조건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가정도 그렇다. 우리 집은 어떤 체제를 갖고 있는지. 민주적인 체제를 갖춘 가정을 만들어야겠네.

 

153 그녀가 배척해온 성격요소 속에 예술적, 창조적 능력이 들어 있으며 자기 중심성이 자기 주장으로, 질투심이 선의의 경쟁심으로 분화발달할 때는 창조적 환상에 참여할 수 있게 됨을 제시하고 있다.

 

분석 시작 후 3개월 뒤에 그녀는 다음의 꿈을 가져왔다.

, 뭔가 멋있다. 약 처방 후 수치로 보여주는 환자가 아니라 분석 후 꿈으로 보여주는 환자라. 이것도 뭔가 소설감인데.

 

155 이 꿈은 그 충동성과 공격성을 부드럽게 하여 의식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데 분석작업의 힘이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59 활 쏘는 행위는 전통적으로 도(弓道)의 전일성을 표현한다. 양극의 팽팽한 긴장과 조정을 통하여 목표인 중앙을 관통하는 것을 지향하는 활쏘기는 정신적 대극의 긴장을 거쳐 마음의 중심에 이르는 자기실현의 목표를 표현할 때 매우 알맞은 상징이 될 수 있다.

그렇잖아도 난중일기 통해서 활 쏘기의 의미를 알게 되어 아이들 활 사줬다. 이순신 장군도 거의 매일같이 하는 게 활쏘기였더만. 이런 의미를 알고 쏘게 되면 더 좋겠다. 애들한테 활쏘기, 말타기, 천자문 암송 등을 즐기게 하고 싶다. 내년 봄에는 근처 오산 가서 승마 접하게 해줘야지.

 

꿈은 외향적이라기 보다 내향적인 태도를 갖추는 것이 피분석자에게 유익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다.

 

162 한 개인의 꿈은 그의 심리적 상황 뿐 아니라 그 개인이 살고 있는 사회와 시대의 문제를 표현하는 수가 있다. 그것은 작은 문화 집단을 넘어 전세계가 가지고 있으면서도 못보고 있는 시대의 그림자를 표현하기도 한다.

 

163 그 곳 사람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한다. 특별히 우리를 속박하지도 않는데 왜 탈출을 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현대문명이 구축한 각종 사회조직, 사회보장체제가 이룩된 개성 없고 갈등이 없는 그리고 무풍의 중립시대 하나의 현대적 이상향(Utopia)임에 틀림 없다.

 

164 이 현대적 이상향은 대극의 긴장도 갈등도 여기서 우러나오는 창조적 합성도 없다. 그런데 상당히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어 자석처럼 개성적 자아를 흡수해 버리고 동화시키고 있다. 피분석자는 여기서의 탈출을 시도하여 성공한다.

좋은 이야기. 기능만 남은 인간은 부위만 남은 닭고기(식품화 된)와 같다.

 

이 세계는 자기 원형의 그림자로서 현대인이 그렇게도 쉽게 현혹되고 동화되고 진정한 이상이듯착각하는, 감정과 생명이 없는, 오직 지적인 기술세계이다.

나의 무대는 지적인 기술세계가 아니라 소설의 세계, 꿈의 세계, 창작의 세계(창직이 아닌)가 되면 좋겠다.

 

165 신경증적 장애(노이로제)는 하나의 정신적 해리현상으로 통합된 인격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런 뜻에서 신경증적 장애의 고통은 의미 있는 고통이다.

 

168 그런 의미에서 인식되지 못한 부모의 그림자는 생물학적인 의미로서가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자식들에게 유전된다.

융이 말한 조상의 과제

 

그림자 그 자체는 살아 있는 인간에게 인간다움이나 인간의 실체성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림자를 인식하느냐 하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도 그림자(명암)를 그려줘야 ‘3차원의 입체감이 살아나는 것처럼, 그렇게 그림자는 인간에게 실체성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림자.jpg

 

한의 이름으로 표현되는 그림자에는 공부 못한 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가난에 대한 한, 힘 없는 것에 대한 한 부모가 스스로 그 한을 풀지 않을 경우, 부모의 한을 채워주려는 아이가 생기게 된다.

조상의 과제가 무엇이었을까. 할아버지의 한, 할머니의 한, 아빠의 한, 엄마의 한, 나의 한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작업은 의미가 있을 거 같다.

 

170 그림자는 승화하는 것이 아니고 표현을 통해서 통합할 수 있는 것이다.

입체감, 영적 존재

 

4장 분석과 그림자의 인식과정

 

182 예를 들어 당신이 친구를 시험해 보기를 원한다면 그와 함께 만취하도록 술을 마셔보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한 마리의 짐승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게 뭐라고 얼마나 웃긴지. 융이 이런 말을 했다니 너무 웃긴다.

 

살아가는 가운데 나이가 먹으면서 여러 가지 대인관계의 우여곡절, 오해, 모함, 실망, 질투 등 각종 불쾌한 경험과 자신의 실수를 통해서 자기 안의 그림자와 그 투사현상을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183 자기의 커다란 기획(plan)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184 찬장 속의 해골을 내놓고 진지하게 그 처리를 고민하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자유연상: 심상적 글쓰기

 

열등한 인격부분이 우리와 함께 살고자 한다면 그래서 자기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여기는 말할 수 없는 갈등과 주저가 따를 것이다.

자유연상: 입양, 가족, 빙점, 디 아더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 어느 격언처럼 그는 수용소를 나와 중립국 스위스로 와서 융연구소에서 분석을 받고 훌륭한 분석가가 되었다.

나도 땡겨서 융연구소 검색해봤는데 친정 있는 성북동에 있더라. 근데 논문을 써야 해서 포기. 논문 같은 글쓰기는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 더 하고 싶지 않음. 물론 그런 이론적인 바탕 위에 이러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음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

 

191 그 우크라이나 사람은 사실 그 순간 자기 속에 실존하는 그림자를 받아들였고 그것이 그를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시켰으며 또한 기묘하게도 그러한 내적인 체험이 수용소의 해방과 구출이라는 외적인 사건과 일치하는 동시적 현상을 겪게 되었다.

 

197 그러나 이 점에서 노이로제 환자를 치료하는 의학적 심리학이 종교의 도덕관이나 사회의 행동규범과 다르다.

최근 필사에 이어 시도하고 있는 게 갈겨 쓰기또는 흐르는 글쓰기인데 무의식의 흐름대로 또는 마음에 떠오르는대로 그냥 갈겨쓰는것이다. 주제어는 가능한 속된 것으로 예를 들면, / 개새끼/ 망나니 등으로 하고 있다. 멋스러운 글, 머리에서 나오는 글이 아니라 내 마음을 일단 풀어놓듯이 써갈기는(써보고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기에) 것이다. 치유하는 글쓰기, 치유되는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의학적 심리학을 글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자의 의도적 표현을 권장하는 것이다.

그림자의 의도적 표현으로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반대되는 캐릭터, 그림자 캐릭터를 소설 속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무의식에 오래도록 갇혀 있던 내용들은 햇볕을 보지 못한 채 창고에 내팽겨쳐져 있어 곰팡이가 많이 슬어 있는 것처럼 열등한 상태일 수밖에 없다.

 

204 그러나 이 환자의 경우 시커먼 근육질의 남자로 나타난 그림자에 대해서 자아는 보통사람과 달리 무척 예민한 반응을 했고 그 공포감은 깨어 있는 낮의 시간을 지배했다.

 

5장 그림자의 문화적 대응양식

 

219 다시래기/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에서 아기를 낳는 것이다. 죽음은 축제요 또한 재생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철학적으로 연구하여 만들어낸 것도 아닌데 민중의 지혜는 자연스럽게 인간 무의식의 그림자를 집단적으로 표현할 뿐 아니라 해소함으로써 빛과 어둠이 하나의 전체상에 포함된 양면임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외할머니는 100세를 채우고 돌아가셨다. 영정사진 앞 꽃과 촛불이 있으니 막내가 생일축하 촛불인지 알고 혀 짧은 소리로 땡일 축하합니다~ 땡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르며 촛불을 껐다. 다들 엎드려 곡하고 있던 중에 막내의 철 없음에 그 때 다들 와~하고 웃음이 터졌다. 하늘 나라로 가신 거니 거기에서 1살 생일이라고 이해했던 거 같다. 막내의 철없음에 외할머니를 보내드리는 자리는 축제가 되었다.

축제.jpg  


222 그림자는 하나의 가치(공부를 잘하는 것 등)가 강조되는 데서 생긴다. 다양한 개성의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고 키워주는 교육, 공격성과 불만의 건전한 형태의 표현과 발산, 인간생명의 존엄, 소외자에 대한 사랑의 가치, 공익을 위한 협동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체험적 교육이 청소년뿐 아니라 전국민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부영 선생님, 칼럼이나 강연으로 대중을 많이 만나셨으면 좋겠다!

 

225 잊혀져 가는 한과 고통을 불러일으켜 다시금 살게 하는 혼과의 대화, ‘넋두리는 무의식 속에 억압된 그 밖의 깊이 상처 입은 마음을 의식계로 환기시켜 재체험하는 현대의 분석적 정신요법과 비슷한 데가 있다. 그것은 삶과 죽음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이다. 이를 통하여 죽음의 한, 죽은 넋의 한이 살아 있는 자의 한과 하나가 된다. 넋은 정화되어 저승으로 보내지고 산 자의 의식은 안정된다.

! 넋두리가 이런 뜻이었구나. 이 문장 자체가 시같다. 나도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한이 어떤 것이었을지 상상하고 두 분을 불러내어 혼과의 대화를 시도해 봐야겠다. 오늘 밤 꿈에 나타나셨으면 좋겠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한은 무엇이었을까.  

 

230 그런데 오늘날 과학적인 현대의학 이외에 이른바 대체의학이 성행하는 것은 현대의학이 실험실의학의 합리적 보편주의 전통에 집착한 나머지 인간정신의 비합리적 측면, 개체의 특이성, 정신생리적 측면, 종교성을 소홀히 했고 질병의 박멸에 치중한 나머지 질병의 예방, 건강증진을 위한 섭생의 측면을 소홀히 한 때문이다.

 

232 보통 열두거리 중 대감거리 같은 경우는 인간의 물욕, 성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음담패설을 늘어놓음으로써 점쟎은 가면 뒤의 그림자를 끄집어내어 표현케 한다.

내가 그래서 요새 갈겨쓰기를 하고 있다. 그림자를 끄집어 내어 표현하자!

 

조상신이나 죽은 혼이 무당을 통해 가족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넋두리는 모든 감정을 푸념하는 기회로서 죽은 이와 관계되는 불만, 그리움, 원망이 모두 표출되게 마련이다. 평소에는 말할 수 없는 무의식에 간직해온 감정을 표현하여 풀어내는 기회가 되며 그런 의미에서 그림자의 표현이라고 할 만 하다.

여한/ 소월시

 

237 무속은 가장 비합리적이며 야생적, 감정적 절정에서의 망아를 목표로 하는 의식을 키워왔고 항상 초개인적 저승과의 관계를 강조해왔다.

자유연상: 수피댄스, 접신, 필사, 갈겨쓰기

 

238 무속이라는 그림자가 해소되면서 온 사회가 무속화되고 있다. 무속 그 자체는 한편으로는 순수한 전통문화를 지키는 문화재로, 전통예술로, 다른 한편으로는 선무당의 창궐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243 그런데 악한 의붓어머니가 콩쥐에게 부과하는 불가능한 과제 같은 것은 오히려 콩쥐에게 그것을 극복할 지혜를 찾도록 유도한다

 

그런 의미에서 의붓어머니는 나쁜 의도로 콩쥐에게 시련을 줌으로써 본의 아니게 콩쥐가 자기실현을 하도록 도와주는 성인식의 주재자 역할을 한다. 인생에서 우리는 많은 나쁜사람을 만난다.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들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우쳐주었다는 것, 그 핍박의 시련이 우리가 좀더 원숙한 사람이 되고, 좀더 강한 사람이 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44 그것은 아들의 죽음, 장수가 못된 한을 품은 채 매번 장자못에서 우는 말의 울음으로 남는다.

아 슬프네. 장수설화

 

249 그림자의 극복은 어렵지만 그렇게만 되면 큰 이익이 따르고 그전 상태보다도 더욱 의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그림자 속에 숨어 있다는 사실이 이런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251 못생기고 약한 동물에게 애정을 나누어주는 마음, 지극히 내향적이며 여성적인 마음, 동양의 도가 지닌 부드러움이 갖는 강인함을 기르는 자세이다.

이모 댁에서 두꺼비 봤는데, 청개구리랑은 달리 꿈쩍도 않고 가만히 있는데 듬직하니 정 가더라.  

 

악한 마음이 일 때는 그 마음과 직접 용감하게 대결해서 이기는 방법도 있지만 평소에 선한 마음을 키워서 악한 것을 이겨내는 방법도 있다. 두꺼비를 기르는 마음은 전혀 목적의식이나 공리심이 없는 순수한 측은의 정을 살리는 태도이다.

 

258 종교적 인류로서의 인간의 마음의 근원에서 생겨난 것이며 의식으로 하여금 자아를 넘는 커다란 신화적 원형층과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여 궁극적으로 인간의 자기실현에 기여한다고 융은 보았다.

 

260 선이니 악이니 하는 것은 인간이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라는 점, 이에 반해서 심혼은 그가 또다시 육체라는 감옥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죽기 전까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체험을 거치고 지나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심혼은 인간생활의 온갖 요구를 완전히 충족함으로써 데미우르그의 육체 세계에 감금되어 있는 자신을 해방시켜 되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상에서의 탈출=구원

 

맺음말

 

299 그림자라는 말은 융이 시적, 문학적 언어로 무의식의 한 부분을 가리키기 위해 고른 말이다.

 

300 그런데 이제 동양은 서양이라는 그림자의 세례를 받고 있다. 그것은 동양의 전통적 사고방식과는 정반대의 외향적 태도, 객관주의와 논리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것이다. 어떤 면에서 동양인은 서양인보다도 더 외향적이 되었다.

 

오직 동양의 전통적 사고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알고자 하며 서양의 이름으로 들이닥친 자기내부의 그림자를 보는 사람만이 이 변화의 의미를 알고 이 변화를 창조적인 통합으로 이끌 수 있다.

 

310 각자의 그림자의 의식화에 도움이 되는 조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길이다.

 

302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의 그림자를 통찰하지 않으면 집단적 투사는 해결되지 않고 집단의 성숙은 기대할 수 없다.

 

비록 매우 더디고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실현은 오늘날과 같은집단유행, 집단정신의 흐름에 전염되지 않는 면역성을 그 사람에게 확실히 부여한다.

 

302 사람들은 세기말의 불안을 말하고 미래세계의 불확실성을 말한다. 그런 건 없다. 불안하고 불확실한 것은 세계도 우주도 인류도 아니다. 자기의 마음이다.

 

303 미래는 마음 안에 있다. 아득한 과거가 마음 안에 있듯이, 미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마음 속에 우주가 들어있다. 그러길래 우리는 마음을 살피고 그 끝없는 세계를 탐구한다.

 

그림자의 의식화가 진행되면서 무의식에는 의식화해야 할 또 하나의 새로운 모습이 드러난다. 마치 어두운 구름이 걷히면서 태양이, 달이 모습을 드러내듯이 그것은 융이 아니마, 아니무스라 부른 우리 마음 속의 심혼이다. 그림자의 의식화는 우리가 내적 인격이라 부르는 아니마, 아니무스의 의식화의 길을 열어놓는 것이다. 그것은 또 하나의 어렵고도 긴, 그러나 보람있는 도전과 시련의 길이다.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에 대하여(독자의 눈으로 – 목차의 좋은 점, 아쉬운 점, 잘못된 점 분석

1장에서 그림자가 존재하는 공간인 마음의 세계를 보고, 2장에서 그림자에 대해 살펴본다. 3장에서는 이러한 그림자가 외부로투사되는 현상을 설명하고 4장에서는 그 그림자를 내부에서인식하는 것의 어려움과 의식화의 필요성, 중요성을 본다. 1-4장까지의 목차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5장에서는 무속, 민담, 설화 등에 표현된 그림자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한국인의 정신질환치료는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바탕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저자의 평소 견해를 감안하고 읽으면 더욱 의미 깊다. 

 

2 보완이 필요한 점(독자의 눈으로 – 이런 내용은 아쉬웠다. 이런 부분은 이해가 안됐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와 그림자를 이미지로 보여줌에 있어서 1장에 삽입된 그림들은 너무 도식적, 교과서적이다. 상징적이면서도 마음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이미지들이 삽입되면 좋았겠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그림자를 투사하는 사람 외에 그 투사를 받는 사람에게 권할 심리학적 태도도 언급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3 이 책의 장점(독자의 눈으로 – 이 부분이 이래서 좋았다. 이런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조셉캠벨과 융의 한국버전을 보는 느낌이랄까. 단지 개인의 정신분석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그것의 사회적 의미, 전 세계적 의미를 살펴보게끔 하여 좋았다. 한국적인 사례가 중심이 되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좋았다. 저자의 개인적 소양과 관심사와 더불어 정신분석학적인 관점만이 아니라 인문학적, 인류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정신을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4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내가 저자라면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을 이렇게 해결하겠다)

2번에서 언급했듯이 좀 더 풍부한 이미지를 삽입하여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또한 분석과정을 거쳐 그림자를 인식하고 의식 통합에 성공한 실제 환자의 사례를 삽입할 것이다. , 분석자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환자 스스로 쓴 내면치유일지의 형태로 삽입된다면 독자들의 실제 삶에 적용하는데 도움이 될 거 같다().

 

* 저자의 삶도 그렇고 책 내용도 그렇고 직접 만나뵙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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