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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8일 10시 06분 등록

 

10.     장의 열전(張儀列傳)

작은 이익을 탐내면 큰 뜻을 이루지 못한다.

271 “내 혀가 아직 붙어 있는지 보아 주시오.”

장의의 아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혀는 남아 있네요.”

장의가 말했다. “그럼 됐소.”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혀가 남아있다는 거 아닌가? 굳이 물어본 뜻을 이해못하는 건 아니나 좀 많이 작위적인 것 같다.

 

274 예전에 내가 당신을 따라 술을 마셨을 때 나는 당신의 구슬을 훔치지 않았건만 당신은 나를 매질하였소. 당신은 나라를 잘 지킬지니, 내가 당신의 성읍을 훔칠 것이기 때문이오.

 

싸울 때는 명분과 실속을 모두 얻어야 한다

깃털도 쌓으면 배를 가라앉힐 수 있다

280 이제 합종하는 자들은 천하를 하나로 통일하여 형제가 되기로 약속하고 원수가에서 백마를 잡아 피를 마시며 맹세하여 서로의 결속을 굳게 지키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같은 부모에게서 난 형제끼리도 서로 재물을 다투는 일이 있는데, 간사하고 거짓을 일삼으며 이랬다 저랬다 하는 소진의 술책을 믿으려고 하니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음은 또한 명백합니다.

 

281 “~ 신이 듣건대 깃털도 많이 쌓으면 배를 가라앉히고, 가벼운 물건도 많이 실으면 수레의 축이 부러지며, 여러 사람의 입은 무쇠도 녹이고, 여러 사람의 비방이 쌓이면 뼈도 녹인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왕께서는 잘 살펴서 계책과 의논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일상에서 종종 경험한다. 특히 여행할 때별거 아닌 것 같은 가벼운 것들이라 가방에 마구 넣다보면 뚜껑이 안 닫히거나 들 수 없는 무게가 되는 경우가 많다. 깃털이라고 가볍게 보지 말고 한 사람이라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6리인가 600리인가

양 떼 편인가 호랑이 편인가

291 “전날 왕께서는 장의에게 속으셨습니다. 신은 장의가 오면 왕께서 그를 삶아 죽이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차마 그를 죽일 수는 없다 하더라도 또다시 그의 간사한 말을 따라서는 안 됩니다. “

한번 속았으면 그 다음에는 속지 말아야 하는데인간은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다를 바 없이 또 속았다. 다음번에는 절대로 나에게 속지 말자.

 

달콤한 말이 나라를 망친다

한때의 이익에 끌려 백대의 이익을 돌아보지 않는다

오른팔을 잘리면 싸울 수 없다

허우대는 어른, 생각은 어린아이

299 “과인은 오랑캐처럼 벽지에 살고 있는 탓에 허우대는 다 큰 어른이지만 생각은 어린아이나 다름 없소. ~”

벽지가 아닌 대처(大處)에서 살고 있어도 몸만 성장했지 생각은 아이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많다. 젊게 사니, 키덜트니 요즘에는 긍정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기도 한다. 생각이 늙지 말라는 거지 나잇값 못하는 어른으로 사는 걸 긍정하는 것은 아니겠지. 나한테 하는 말 같아서 뜨끔하다.

 

무왕과 틈이 벌어진 장의

300 제후들은 장의와 무왕 사이에 틈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 연횡 약속을 어기고 다시 합종하였다.

합종과 연횡은 늘 함께 하는 단어라 비슷한 뜻인줄 알았는데 다른 뜻이었구나.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아두자.

 - 합종: BC 4세기 말 여러 나라를 유세하고 있던 소진은 우선 연에게, 이어서 다른 5국에게 진 밑에서 쇠꼬리가 되기 보다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자고 설득하여 6국을 종적(縱的)으로 연합시켜 서쪽의 강대한 진나라와 대결할 공수동맹을 맺도록 하였다. 이것을 합종(合縱)이라 한다.

 - 연횡: 후에 위나라 장의는 합종은 일시적 허식에 지나지 않으며 진을 섬겨야 한다고, 6국을 돌며 연합할 것을 설득하여 진이 6국과 개별로 횡적 동맹을 맺는데 성공하였다. 이것을 연횡(連衡)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은 합종을 타파한 뒤 6국을 차례로 멸망시켜 중국을 통일하였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합종연횡(合縱連衡), 두산백과


 좋은 노비는 팔리기 마련이다

303 “예전에 오자서는 그 임금에게 충성하였기 때문에 온 천하가 그를 자기 신하로 삼으려고 서로 다투었고, 증삼은 자기 부모에게 효도하였기 때문에 온 천하가 그를 자식으로 삼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노비가 그 마을을 벗어나기 전에 팔리면 좋은 노비입니다. 소박 맞고 쫓겨 온 여자가 그 마을에서 다시 결혼한다면 좋은 아내입니다. 지금 신이 자기 임금에게 충성스럽지 않다면 초나라도 어떻게 신을 충성스럽다고 여기겠습니까? 충성을 다해도 버림받으려 하는데 신이 초나라로 가지 않으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할 일 없이 술만 마신 서수

호랑이 두 마리를 잡는 법

자기보다 나은 자를 밟고 일어선다

309 “~ 장의가 일을 꾸민 것은 소진보다 더 심한 데가 있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이 소진을 더욱 미워하는 까닭은 그가 먼저 죽었기 때문에 장의가 그의 단점을 부풀려 들추어내고 자신의 주장을 유리하게 하여 연횡론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 두 사람은 나라를 기울게 하는 위험한 인물이었다고 하겠다!”

 

11.     저리자. 감무 열전(樗里子甘茂列傳)

지혜주머니라고 불린 저리자

아들이 살인했다는 말을 듣고 북을 내던진 어머니

짐승도 궁지에 몰리면 수레를 뒤엎는다

321 “짐승도 궁지로 몰리면 수레를 뒤엎는다고 합니다. 공은 한나라를 깨뜨리고 공중치를 욕보이려 합니다. 공중치는 지금 한나라를 들어 다시 진나라를 섬기고 봉토를 받으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은 지금 초나라에 해구 땅을 주고 초나라 소영윤을 두양에 봉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진나라와 초나라가 힘을 합쳐 다시 한나라를 친다면 한나라는 반드시 멸망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나라가 멸망하면 공중치는 자신의 사병을 이끌고라도 진나라에 맞설 것입니다. 공께서는 이 점을 깊이 생각하십시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문다, 등 비슷한 말이 여럿 있다.

 

남는 빛을 나누어도 밝음은 줄지 않는다

324 “~ 제가 듣건대 못사는 여자와 잘사는 여자가 함께 길쌈을 하였는데, 못사는 여자가 나는 초를 살 돈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행히 당신의 촛불에는 남는 빛이 있으니 그 남는 빛을 나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당신의 밝음에 해를 끼치지 않고 나도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저는 곤궁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바야흐로 진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길입니다. 제 아내와 자식은 진나라에 있습니다. 부디 당신의 남는 빛으로 그들을 구제해 주십시오.”

꼭 기억하고 싶은 말. 나눠줘도 내 것이 줄지 않는데 무슨 놀부 심보인지 남에게 나눠주고 싶지 않고 나만 갖고, 즐기고 싶은 경우가 종종 있다. 마음의 크기를 키우도록 해보자.

 

너무 현명해도 재상이 못 된다

326 “~ 감무는 참으로 현명한 인물입니다. 그렇지만 감무를 진나라 재상으로 추천해서는 안 됩니다. 진나라에 현명한 재상이 있으면 초나라에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

 

지혜는 나이와 관계없다

329 “항탁() 일곱 살에 공자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그보다 많은 열두 살입니다. 어르신께서는 저를 한 번 시험해 보십시오. 어찌 그리 야단만 치십니까?”

지혜가 나이와 관계없다는 말은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일곱 살이나 열두 살은 너무 어린 것 아닌가? 내눈에는 아직 아기로만 보이는데… 2,000년 전 아이들은 좀 달랐나?

 

331 “~ 감무는 하채의 미천한 집안 출신으로 몸을 일으켜 그 이름을 제후들 사이에 떨치고 강한 제나라와 초나라에서 중용되었다. 감라는 나이가 어리지만 한 가지 기묘한 계책을 생각해내어 후세에 이름이 일컬어지게 되었다. 이글은 행실이 성실한 군자는 아니지만 전국 시대의 책사(策士)였다. 바야흐로 진나라가 강성해졌을 때 천하는 더욱 권모와 술수로 치달으려 했던 것이다.”

 

12.     양후 열전(壤候列傳)

외척의 정치 참여

천명은 정해져 있지 않다

337 위나라 대부 수고(須賈)가 양후를 설득하여 말했다. “~ <주서(周書)>천명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으니, 이것은 요행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포자와 싸워 이겨 현 여덟 개를 얻은 것은 병사가 정예로워서도 아니요 계략이 교묘해서도 아니고 하늘이 큰 행운을 내려 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또 망묘를 싸움에서 져 달아나게 하고 북택으로 침입하여 대량을 치고 있습니다만, 이것도 하늘이 내려 준 행운이 늘 자기 곁에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

 

340 “~ 당신이 땅을 얻기 위해 반드시 병력을 출동시킬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옛 진()나라 땅을 손에 넣고 싶으면 진()나라 군사가 공격하지 않아도 위나라는 반드시 강과 안읍을 내주고, 도로 통하는 (남북의) 두 길을 열 것입니다. ~ 진나라는 군사를 하나도 잃지 않고 천하를 제어할 수 있으니 무엇을 구한들 얻지 못하며, 무슨 일을 한들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부디 이 점을 깊이 헤아려 대량을 에워싸는 위험한 일은 하지 마십시오.”

 

잃는 게 없는 싸움을 하라

결국 내쫓기는 신세

343 범저는 선 태후가 제멋대로 정권을 휘두르는 일, 양후가 제후들 사이에서 권세를 떨치는 일, 경양군과 고릉군의 무리가 지나치게 사치스러워 왕실보다도 부유한 일 등을 말했다. 이에 소왕도 깨달은 바가 있어 상국 양후를 파면시키고 경양군 등 그 일족을 모두 함곡관 너머 자기들의 봉읍으로 가서 살도록 했다. 양후가 함곡관을 나갈 때 짐수레가 1,000대도 넘었다.

 

344 “~ 그러나 그는 부유하고 존귀함이 최고에 이르렀을 때, 한 남자(범저를 지칭)가 유세를 펼치자 신분이 꺾이고 권세를 빼앗겨 근심과 번민 속에서 살다가 죽었다. (왕족의 한 사람이 이렇거늘) 하물며 (진나라에서 벼슬아치가 된) 객경이야 어떠하겠는가?”

 

13. 백기. 왕전 열전(白起. 王翦 列傳)

마음을 잘 바꾸는 자는 난을 일으킨다

351 백기는 사람들을 속여 모조리 산 채로 땅속에 묻어 죽이고, 남은 어린 아이 240명만을 조나라로 돌려보냈다. 머리가 베이거나 포로로 사로잡힌 자가 이때를 전후로 45만 명이나 되었다. 조나라 사람들은 두려워 벌벌 떨었다.

이럴 때도 점입가경이란 말을 쓸 수 있나? 아니 긍정적일 때만 쓰는건가? 암튼 정말 갈수록 너무한다. 첨에 수십명, 수천명도 기가 막혔는데, 수십만명을 산 채로 땅속에 묻어 죽이고, 45만 명을 목을 베거나 포로로 잡았다니생화학 무기나 폭탄은 커녕 총도 없던 시절에 칼과 물, 흙으로 죽인 숫자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인간성의 말살, 생명 경시, 잔혹함에 가슴이 떨려서 ‘2,000년 전이라잖아. 그때는 지금처럼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어서 그랬겠지라고 되뇌어 보지만 지금이라고 더 나은가?

20세기 초에 벌어졌던 홀로코스트로 600만명이 살해되었다. 20세기 중반에 일어난 한국 전쟁과 캄보디아의 킬링필드에서 각각 200만명이 죽었고, 20세기 후반에 있었던 르완다 내전에서도 수백만 명이 끔찍하게 살육을 당했다. 21세기라고 다를까? 7년간의 시리아 내전에서도 이미 50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사망했다고 한다.

과거보다 나아진 곳이 훨씬 많지만 아직도 많은 곳에서 수천년전과 다를 바 없는 살인이 벌어지고 있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354 “나는 죽어 마땅하다. 장평 싸움에서 항복한 조나라 병사 수십만 명을 속여서 모두 산 채로 땅속에 묻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하다.”

 

3대에 걸쳐 장군이 된 자는 싸움에서 진다

358 “~ 진나라 왕은 포악하고 다른 사람을 믿지 않소. 그런데 지금 진나라 군사를 모두 나에게 맡겼소. 내가 자손을 위한 재산을 만들려고 많은 논밭과 정원과 연못을 요청함으로써 다른 뜻이 없음을 보여 스스로를 안전하게 하지 않는다면 진나라 왕은 가만히 앉아서 나를 의심할 것이오.”

 

359 “~ 무릇 3대에 걸쳐 장군이 된 자는 반드시 싸움에서 지게 되오. 반드시 싸움에서 지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소? 그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사람을 죽이고 쳐부순 것이 많아서 그 후손이 상서롭지 못한 기운을 받았기 때문이오. ~”

 

360 “속담에 ()에도 짧은 데가 있고, ()에도 긴 데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백기는 적의 전력을 헤아려 날쌔게 대응하고 끊임없이 기이한 계책을 생각해 천하에 명성을 떨쳤지만, 응후와의 사이에서 생긴 근심은 없애지 못했다. 왕전은 진나라 장군이 되어 여섯 나라를 평정했다. 당시 왕전은 노련한 장수가 되어 시황제조차도 그를 스승으로 받들었다. 그러나 진나라를 보필해서 덕을 세워 천하의 근본(인의를 베푸는 것)을 튼튼하게 하지 못하고, 그럭저럭 시황제에게 아첨하여 편하게 있을 곳을 구하다가 늙어서 죽음에 이르렀다. 손자 왕이 때에 이르러 항우에게 사로잡힌 것도 마땅하지 않은가! 그들에게는 각기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14.     맹자. 순경 열전(孟子筍卿列傳)

사욕은 혼란의 시작이다

363 ”나는 <맹자>라는 책을 읽다가 양()나라 혜왕이 맹자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구절에 이르러 일찍이 책 읽기를 멈추고 ! 이익이란 진실로 혼란의 시작이로구나.’라고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공자가 이익에 대해서 거의 말하지 않은 것은 언제나 그 혼란의 근본 원인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공자는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한을 사는 일이 많다.’라고 했던 것이다. 천자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이익을 좋아하는 데서 생긴 폐해가 어찌 다르겠는가!”

그러게.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 흐름에 들어맞지 않는 주장은 쓰이지 못한다

364 천하는 바야흐로 합종과 연횡에 힘을 기울이고 남을 침략하고 정벌하는 것만을 현명하다고 여기는 때였다.

그런데 맹가는 요임금과 순임금과 (, , ) 삼대 성왕들의 덕치만을 부르짖으므로 가는 곳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맹가는) 물러나 (제자) 만장(萬章)의 무리와 <>, <>를 순서대로 정리하고 공자의 사상을 서술하여 <맹자> 일곱 편을 썼다.

 

추씨 성을 가진 세 학자

367 네모난 각목을 둥근 구멍에 아무리 넣으려고 한들 들어갈 리가 있겠는가?

 

367 “이윤(伊尹)은 솥을 짊어지고 (요리사가 되어) 은나라 탕왕(湯王)에게 힘을 다해 제왕의 일을 이루게 하였고, 백리해(百里奚)도 수레 밑에서 소를 치다가 목공에게 등용되어 목공을 천하의 우두머리로 만들었다. 이 수 사람은 처음에는 상대방의 비위를 맞춘 뒤에 바른길로 가게 했다. 우천의 말은 일반적인 법칙을 벗어났지만, 그도 소를 친 백리해나 솥을 짊어진 이윤과 같은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양나라 혜왕이 순우곤을 만나 한마디도 듣지 못한 까닭

368 “그렇소. 내가 전에 왕을 만났을 때 왕은 말을 쫓아가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고, 그 다음에 만났을 대는 왕이 음악에 정신이 쏠려 있었소. 그래서 나는 말없이 있었소.”

 

369 그 뒤 순우곤이 혜왕을 만나 한 번 입을 열자 사흘 밤낮을 이어서 말했는데도 혜왕은 피곤한 줄을 몰랐다. 혜왕은 그에게 공경이나 재상 자리를 주어 예우하려고 했지만, 순우곤은 사양하고 물러갔다. 그래서 혜왕은 편안한 의자가 있는 사두마차와 비단 다섯 필, 벽옥, 황금 100일을 주었다. 그는 평생 동안 벼슬하지 않았다.

시대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런 삶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가 아닐까? 벼슬을 하지 않아도 궁핍하지는 않은 삶. 배우고 가르치며 유유자적 살 수 있다면재상이나 장군 등 잘나갔던 사람들의 최후가 대부분 자살, 처형 등이었던 걸 보면 순우곤처럼 사는 게 가장 행복했을 것 같다. 물론 욕심이 없어야겠지만

 

순경와 그의 제자 이사

 

15.     맹상군 열전(孟嘗君列傳)

사람의 운명은 어디로부터 받는가?

377 “사람의 운명을 하늘에서 받는다면 아버님께서는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그렇지 않고 운명을 지게문에서 받는다면 지게문을 계속 높이면 그만입니다. 어느 누가 그 지게문 높이를 따라 계속 클 수 있겠습니까?”

 

379 맹상군이 손님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잘 대우하므로 사람들은 저마다 맹상군이 자기하고만 친하다고 생각하였다.

구본형 선생님께서 생전에 제자들을 대할 때 이와 같으셨다고 한다. 많은 제자들이 자신을 가장 예뻐하셨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가장 특별하고 가장 사랑받는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텐데선생님으로부터 가장 배우고 싶은 점이다.

 

닭 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로 위기를 벗어나다

379 “오늘 아침 저는 밖에서 이곳으로 오는 길에 나무 인형과 흙 인형이 서로 주고받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무 인형이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너는 허물어질 거야.’라고 말하자 흙 인형이 나는 원래 흙에서 태어났으니 허물어지면 흙으로 돌아가면 그뿐이지만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너는 어디까지 떠내려가야 할지 몰라.’라고 대답했습니다. 진나라는 호랑이나 이리처럼 사나운 나라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굳이 가려고 하시니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은 흙 인형의 비웃음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381 처음 맹상군이 좀도둑과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을 빈객으로 삼았을 때, 다른 빈객들은 모두 같은 자리에 앉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맹상군이 진나라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 결국 이 두사람이 그를 구하였다. 그 뒤 빈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맹상군을 따르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언제 어떻게 인연이 닿고 도움이 될지 모른다. 반대로 언제 나에게 해가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기는 어렵고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적을 만들지는 않는 것이 좋겠다.

 

382 “지금까지 설공(맹상군)은 키가 훤칠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왜소한 사내로구나.”

맹상군이 이 말을 듣고 노여워하자 (그와 함께 길을 가던) 빈객들이 (수레에서) 뛰어내려 칼을 빼서 수백 명을 베어 죽이고, 마침내 현 하나를 없애 버린 뒤에 떠났다.

 

모든 일에는 보답이 따른다

맹상군의 결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

군주가 이익에 눈멀면 백성은 떠난다

390 “~ 여유있는 자에게는 갚을 날짜를 정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자는 차용 증서를 10년 동안 가지고 있어도 이자만 더욱 쌓여 갈 뿐이라 성급하게 독촉하면 바로 달아날 테니 영원히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만일 성급하게 재촉하여 돌려받지 못한다면 위로는 군주가 이익에 눈멀어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 꼴이 되고, 아래로는 백성이 빚을 갚지 않으려 군주를 떠난다는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백성을 격려하고 군주의 이름을 드러내는 일이 아닙니다. 쓸모없는 차용 증서를 불살라 받을 수 없는 빚을 없애 설 땅의 백성이 군주를 가까이 하고 군주의 이름을 칭송하게 하려고 한 일입니다. 당신께서는 무엇을 의심하십니까?”

 

가난하고 지위가 낮으면 벗이 적어진다

394 (풍환이 말했다)

살아 있는 것이 반드시 죽게 되는 것은 만물의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부유하고 귀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가난하고 지위가 낮으면 벗이 적어지는 것은 일의 당연한 이치입니다. 당신은 혹시 아침 일찍 시장으로 가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습니까? 새벽에는 어깨를 맞대면서 앞아투어 문으로 들어가지만 날이 저물고 나서 시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팔을 휘저으면서 (시장은)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날이 저무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날이 저물면 마음속으로 생각해ㅆ던 물건이 시장 안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당신이 지위를 잃자 빈객이 모두 떠나가 버렸다고 해서 선비들을 원망하여 일부러 빈객들이 오는 길을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빈객들을 대우하십시오.”

 

394 태사공은 말한다.

나는 일찍이 설 땅에 들른 적이 있는데, 그곳 풍속은 마을에 난폭하고 사나운 젊은이가 아주 많아 (맹자의 고향인) 추나라나 (공자의 고향인) 노나라의 풍속과는 사뭇 달랐다. 그 까닭을 물으니 맹상군이 천하의 협객들과 간사한 자들을 불러들여 설 땅으로 들어온 자가 6만여 가()나 되기 때문이오.’라고 했다. 세상에 전해지기를 맹상군은 빈객을 좋아하여 스스로 즐겼다고 하는데, 그 명성이 헛된 것만은 아니구나!”

 

16.     평원군. 우경 열전(平原君虞卿列傳)

선비가 떠나는 이유

400 “당신이 절름발이를 비웃은 자를 죽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비들은 당신이 여색을 좋아하고 선비를 하찮게 여기는 인물로 생각하여 떠나는 것입니다.”

이에 평원군은 곧 절름발이를 비웃은 애첩의 목을 베고, 직접 문 앞까지 가서 절름발이에게 그 목을 내 주면서 사과했다. 그 뒤에 문하에 다시 조금씩 (선비들이) 오기 시작했다.

이것도 2,000년 전의 시각으로 이해해야 하는 건가? 절름발이를 비웃은 애첩은 물론 잘못을 했지만 죽을 죄는 아닌 것 같은데그래서 애첩의 목을 받은 그 절름발이는 만족했을까? 절름발이나 평원군이나 선비들이나 참정의감은 있을지 모르지만 전혀 인()하지는 못한 사람들이다. 애첩을 절름발이에게 데려가서 진심으로 (무릎을 꿇는다든지, 매일 물을 대신 길어다준다든지 등의 방법으로…) 사과하고 벌을 받게 하는 걸로는 안 되었던걸까? 그랬더라면 정의감과 함께 어질고 현명한 사람으로 역사에 더 크게 남지 않았을까?

 

주머니 속의 송곳

401 “대체로 현명한 선비가 세상에 있는 것은 비유하자면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 같아서 그 끝이 금세 드러나 보이는 법이오. 지금 선생은 내 문하에 3년이나 있었지만 내 주위 사람들은 선생을 칭찬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나도 선생에 대해 들은 적이 없소. 이것은 선생에게 이렇다 할 재능이 없다는 뜻이오. ~”

모수가 말했다. “저는 오늘에야 당신의 주머니 속에 넣어 달라고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만일 저를 좀 더 일찍 주머니 속에 잇게 하였더라면 그 끝만 드러나 보이는 게 아니라 송곳 자루까지 밖으로 나왔을 것입니다.”

 

나라가 망하면 포로가 될 수밖에 없다

강한 자는 공격을 잘하고 약한 자는 지키지 못한다

412 “~ 내년에 진나라가 또 땅을 떼어 달라고 요구하면 왕께서는 주시겠습니까? 주시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땅을 떼어 준 효과는 없어지고 진나라가 쳐들어오는 화만 부르게 될 것입니다. 만일 땅을 준다고 해도 결국에는 줄 땅이 없어질 것입니다.

옛말에 강한 자는 공격을 잘하고 약한 자는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앉아서 진나라의 요구를 들어주면 진나라 군사는 애쓰지 않고 땅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는 진나라를 강하게 하고 조나라를 약하게 합니다. 더욱더 강해지는 진나라가 더욱더 약해지는 조나라 땅을 떼어 받는 일이니 진나라의 요구는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왕의 땅은 끝이 있지만 진나라의 요구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 한정된 땅을 가지고 끝없는 요구에 응하면 그 결과는 조나라의 멸망뿐입니다.”

 

413 “이 말이 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면 어진 어머니라고 하겠지만 아내의 입에서 나오면 반드시 질투심이 많은 여자라는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말은 같지만 말하는 사람에 따라 듣는 사람의 마음도 바뀝니다. ~”

 

416 “~ ‘작은 나라와 큰 나라가 함께 일을 하면 이로운 것이 있을 때에는 큰 나라가 그 복을 받고, 일이 잘못되면 작은 나라가 그 화를 입게 된다.’ 지금 위나라는 작은 나라인데 스스로 화를 부르고 있고, 왕은 큰 나라인데 복을 사양하고 있습니다. ~”

 

17.     위 공자 열전(魏公子列傳)

어진 사람을 얻으려면 정성을 다하라

421 (그의 어짊에) 선비들이 사방 수천 리에서 앞을 다투어 몰려와 공자에게 몸을 의지하여 식객이 3,000명이나 되었다. 그 무렵 제후들은 공자가 어질고 식객이 많음을 알고 섣불리 위나라를 공격하려 하지 않은 지 10여 년이나 되었다.

좀 어질다 싶으면 식객 3,000명 쯤은 기본인 것 같다. 어디서 재우고 어떻게 다 먹였을까 싶었는데, 식객이 그냥 밥만 축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세력 과시 또는 인재채용 풀의 기능도 했던 것 같다.

 

숨어 사는 선비 후영과 주해

424 “~ 그래서 저는 공자의 이름을 높여 드리기 위하여 일부러 오랫동안 공자의 수레와 기마를 시장 가운데 세워 두고 친구에게 들러 공자의 태도를 살펴보았는데 공자께서는 더욱더 공손했습니다. 시장 사람은 모두 저를 소인이라 하고, 공자를 선비에게 몸을 낮출 줄 아는 장자(長者, 덕망이 뛰어난 어른)라고 했을 것입니다.”

 

굶주린 호랑이에게 고기를 던져 주지 말라

잊으면 안 되는 일과 잊어야 할 일

430 “세상일에는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고, 도 잊어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남이 공자에게 베푼 은덕은 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공자께서 다른 사람에게 베푼 은덕은 잊으시기 바랍니다. ~”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로 되는 경우가 훨씬 많으니내가 인하지 못해서 그런가 보다.

 

노름꾼과 술 파는 자라도 어질면 찾아가라

비방 한마디가 인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434 공자는 자기가 모함 때문에 쫓겨난 것을 알고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고는 빈객들과 밤낮으로 술자리를 벌여 좋은 술을 마시고 많은 여자를 가까이 했다. 이렇게 밤낮으로 즐기고 마시기를 4년이나 계속하더니 결국 술병으로 죽고 말았다.

 

18.     춘신군 열전(春申君列傳)

437 진나라는 끊임없이 인재를 모으면서 능력 있는 자에게는 벼슬을 주고 어질지 못한 자는 내침으로써 서쪽 변방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나라는 부유하게 하고 병력을 강하게 만들었다. 위염, 범저, 채택 등이 떠나간 것을 보면 겉으로는 진나라 왕이 은혜로운 마음이 적고 지나간 은덕을 생각지 않는 듯하지만, 사실상 진나라가 천하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유능한 인재들을 계속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호랑이 두 마리가 싸우다 지치면 개도 못 이긴다

440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 싸우면 힘이 약한 개가 그 지친 것을 틈타 이익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초나라와 친하게 지내는 편이 더 낫습니다. ~ “사물은 한쪽 끝까지 가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겨울과 여름은 서로 바뀌게 마련이다. 쌓인 것이 극에 이르면 위태롭다. 바둑돌을 쌓아 올리면 무너지게 마련이다.”

 

441 왕께서 만약 (지금까지 쌓아 올린) 공을 유지하고 위엄을 지키면서 공격하여 빼앗으려는 야심을 버리고 인의의 마음을 살찌워 뒤탈을 없앤다면 삼왕(三王) (왕을 더하여) 사왕(四王)이 되기에 어렵지 않으며, 오패에 (왕을 더하여) 육패가 되기에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 <>시작이 없는 것은 없으나 끝이 좋기란 드문 일이다.”라고 했고, <>에서는 여우가 물을 건너가려면 그 꼬리를 적시게 마련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시작은 쉽지만 끝맺음은 어렵다는 것을 뜻합니다.

 

442 그들의 나라는 황폐되고 사직은 무너졌으며 종묘는 허물어졌습니다. 배를 가르고 창자를 끊어지게 하고 목을 부러뜨리고 턱을 깨뜨려 머리와 몸이 나누어져 해골은 초원이나 연못 근처에서 나뒹굴며 두개골은 엎어져서 국경에서 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늙은이와 어린이가 목과 손이 묶인 채 진나라의 포로가 된 사람들이 길 위에 널부러져 있습니다. 귀신은 홀로 슬퍼하고 제사를 지내 줄 핏줄조차 없습니다. 백성은 삶을 꾸릴 수 없고 일가친척들은 뿔뿔이 흩어져 떠돌다가 노예나 첩이 된 자가 천하에 가득합니다.

 

군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재상이 되다

447 “황헐은 신하로서 제 몸을 던져 군주를 위해 죽으려 했습니다. 태자가 왕위에 오르면 반드시 황헐을 등용할 것입니다. 그러니 죄를 묻지 말고 그대로 돌려보내 초나라와 화친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진나라와 초나라가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

정확한 결단만이 몸을 보존할 수 있다

복과 불행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454 “~ 처음에 춘신군이 진나라 소왕을 설득하고 몸을 던져 초나라 태자를 돌아오게 한 것은 얼마나 밝은 지혜였던가! (그런데) 마지막에 이원에게 당한 일은 늙어서 사리 판단에 어두워진 탓이리라. 세인의 말에 마땅히 결단해야 할 것을 결단하지 못하면 도리어 혼란을 겪게 된다.’라고 하였다. (이는) 춘신군이 주영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두고 한 말일까?”

평범한 사람뿐만 아니라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늙으면 사리 판단에 어두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물러나고 젊은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데, 늙을수록 욕심 때문에 반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남의 일이 아니다.

 

19.  범저. 채택 열전(范雎蔡澤列傳)

군주가 의심하면 잠시 떠나 때를 기다려야 한다

460 “저는 양후가 지혜로운 선비라고 들었는데, 일처리는 더디군요. 방금 수레 안에 사람이 숨어 있지 않나 의심하면서도 뒤져 보는 것을 잊고 가더군요.” ~ “이 사람은 반드시 후회할 것입니다.”

 

제후의 인재는 천하에서 찾는다

461 “평범한 군주는 사랑하는 자에게 상을 내리고 미워하는 자에게 벌을 주지만, 현명한 군주는 그렇지 않아 상은 반드시 공 있는 자에게 주고 형벌은 반드시 죄 있는 자에게 내린다.”

 

462 또 신은 대부의 집을 번창시킬 인재는 나라 안에서 찾고, 제후의 나라를 번창시킬 인재는 천하에서 찾는다.”라고 들었습니다. 천하에 현명한 군주가 있으면 다른 제후들이 마음대로 인재를 얻을 수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현명한 군주가 그러한 인재를 빼앗아 오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의사는 환자가 죽고 사는 것을 알고, 훌륭한 군주는 일의 성공과 실패에 밝습니다. 이로우면 행하고 해로우면 버리고 의심스러우면 좀 더 시험해 봅니다.

 

464 3 여상(呂尙): 은나라 말부터 주나라 초기 사람으로 본래 성은 강()인데, 그 선친이 여() 에 봉해졌기 때문에 여()를 성으로 삼았다. 강상(姜尙)이라고도 하며 호는 태공망(太公望)이다. 주나라 문왕이 위수 가에서 곧은 낚시로 고기를 낚고 있는 그를 만나 스승으로 삼았으며, 뒤에 태공망은 무왕을 도와 은나라 주왕을 쳐서 멸망시켜 주나라를 세우고 그 공으로 제나라의 제후가 되었다. 그는 낚시를 매우 즐겼으므로 오늘날 낚시를 즐기는 사람을 흔히 강태공이라 한다.

강태공이 이렇게 역사가 오래된 말이었구나. 수천년 전의 일화를 아직도 기억하고 그때의 말을 아직도 사용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요즘 생기는 말들은 얼마나 오래 갈까?

 

469 “~ 왕께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와 교류하고 가까운 나라를 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찬 치의 땅을 얻어도 왕의 것이 되고 한 자의 땅을 얻더라도 왕의 것이 됩니다. ~”

 

열매가 너무 많으면 가지가 부러진다

472 “~ 옛 시에도 나무 열매가 너무 많으면 그 가지를 부러뜨리고, 그 가지를 부러뜨리면 나무 기둥을 해친다.’라고 했습니다. 수도가 지나치게 크면 그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신하를 높이면 그 군주를 하찮게 합니다. ~”

 

머리카락을 뽑아 속죄해도 부족하다

479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벗을 사귀는 것은 천한 몸이 되었을 때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 때문이고, 부유할 때 벗을 사귀는 것은 가난해졌을 때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 때문입니다. 위제는 제 벗입니다. 제 집에 있다 하더라도 내놓을 수 없습니다만 지금은 제 집에 없습니다.”

 

480 “사람이란 본래 알기가 힘들지니 남을 아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 우경이란 인물은 짚신을 신고 챙이 긴 삿갓을 쓴 보잘것없는 사람이지만 조나라 왕을 한 번 만나 백옥 한 쌍과 황금 100일을 받았고, 두 번 만나 상경에 임명되었으며, 세 번 만나 재상의 인수를 받고 만호후에 봉해졌습니다. 그때는 천하 사람들이 다투어 그를 알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위제가 궁지에 빠져서 곤란해져 우경에게 매달리자, 우경은 높은 작위와 봉록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재상의 인수를 풀어 놓고 만호후의 봉록도 버리고 몰래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그는 남의 곤궁함을 긴급하게 여겨 공자를 의지하러 온 것입니다. 공자께서는 어떤 인물인가?’라고 물었습니다. 사람이란 본래 알기가 힘들지니 남을 아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군주가 어진 것은 하늘이 내린 복이다

487 “군주가 성스럽고 신하가 어진 것은 천하의 큰 복입니다. 군주가 명민하고 신하가 정직한 것은 나라의 행복입니다. 아버지가 자애롭고 자식이 효성스러우며 남편이 성실하고 아내가 정숙한 것은 가정의 행복입니다. ~”

 

달도 차면 기운다

490 “~ 옛말에 해가 중천에 오르면 (서쪽으로) 기울고, 달이 차면 이지러진다.’라고 했습니다. 만물이 왕성해지면 쇠약해지는 것이 천지의 영원한 이치입니다. 나아가고 물러가는 것, 굽히고 펴는 것이 때에 따라 변하는 것은 성인의 영원한 도리입니다. 그래서 나라에 도가 있으면 벼슬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숨는다.’ 했으며 성인이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면 덕이 있는 자를 만나기에 이롭다.’라고 말했고, ‘의롭지 않은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라고 했습니다. ~”

매번 경험하면서도 다음번에 또 잊는다. 이제는 좀 배우고 기억하자.

 

491 “~ 이는 모두 지극한 성함에 이르렀을 때 (본연의) 도리로 돌아오지 않고 자신을 낮추어 겸손하지 않으며 절제할 줄 모른 데서 생긴 재앙입니다. ~”

 

494 ‘욕심이 그칠 줄 모르면 하고자 하는 바를 잃고, 가지고 있으면서 만족할 줄 모르면 가지고 있던 것마저 잃는다.’

 

496 “~ 그러나 선비에게는 역시 우연히 때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이 두 사람 못지 않은 재능을 가지고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을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두사람도 어려운 때가 없었다면 어찌 (명성을) 떨칠 수 있었겠는가?”

 

20.  악의 열전(樂毅列傳)

충신이 반역자가 되는 것은 하루아침이다

군주와 신하의 의는 무엇인가

504 “어질고 성스러운 군주는 개인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봉록을 주지 않고 공로가 많은 자에게 상을 주며, 능력 있는 사람에게 그에 맞는 일을 맡긴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의) 능력을 살펴 관직을 주는 이는 공적을 이루는 군주이고, 행동을 바르게 하여 사귀는 이는 이름을 남기는 선비입니다.

 

505 선왕께서는 만족스러워하시며 땅을 떼어 신을 봉하여 작은 나라의 제후에 비길 만한 지위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신은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지 잘 모르지만 왕의 명령을 받들고 가르침을 받으면 다행히 큰 허물은 없으리라고 생각하여 명을 받고 사양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506 “일을 잘 꾸민다 해서 반드시 일을 잘 이루는 것은 아니며, 시작을 잘한다고 해서 반드시 마무리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나한테 하는 말 같다. 시작은 잘 하나 마무리가 엉성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해왔지만 이제는 그러지 말자. 떠 넘길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떠나라

 

21.  염파. 인상여 열전(廉頗藺相如列傳)

용기와 지혜로 화씨벽을 돌려보내다

피를 뿌려서라도 군주의 위엄을 지킨다

나라의 위급함을 먼저 생각한다

522 상여가 말했다. “저 진나라 왕의 위세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궁정에서 꾸짖고 그 신하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소. 내가 아무리 어리석기로 염 장군을 겁내겠소?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건대 강한 진나라가 감히 조나라를 치지 못하는 까닭은 나와 염파 두 사람이 있기 때문이오. 만일 지금 호랑이 두 마리가 어울려서 싸우면 결국은 둘 다 살지 못할 것이오. 내가 염파를 피하는 까닭은 나라의 위급함을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운 원망을 뒤로하기 때문이오.”

염파가 이 말을 듣고는 웃옷을 벗고 가시 채찍을 등에 짊어지고 빈객으로서 인상여의 문 앞에 이르러 사죄하며 말했다. “비천한 저는 상경께서 이토록 너그러우신 줄 몰랐습니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화해하고 죽음을 같이하기로 약속한 벗이 되었다.

 

세금이 공평하면 나라가 부유해진다

523 그가 조세를 거둬들이는데 평원군의 집에서 조세를 내지 않으려고 하자, 법에 따라 평원군의 집에서 일을 보는 사람 아홉을 죽였다. ~

당신은 조나라의 귀공자입니다. 지금 당신 집에서 나라에 바치는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을 내팽겨쳐 둔다면 국법이 손상될 것입니다. ~ 나라가 쇠약해지면 제후들이 병사를 일으켜 쳐들어올 것이며, 제후들이 병사를 일으켜 쳐들어오면 조나라는 멸망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께서 어떻게 이와 같은 부를 누릴 수 있겠습니까? 당신 같은 귀한 분이 국법이 정한 대로 나라에 의무를 다하면 위아래가 공평해질 테고 위아래가 공평해지면 나라가 강해질 것이며, 나라가 강해지면 조나라는 튼튼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국왕의 친족이니 그 누가 공을 하찮게 보겠습니까?

세금을 공평하게 거둬 들이는 건 좋은데, 세금을 안 낸다고 일하는 사람 아홉을 죽이다니사람을 생명이 아닌 재산으로 봐서겠지. 맞는 말인데 꼭 그렇게 해결했어야 했니?

 

524 왕이 그를 등용하여 나라의 세금을 관리하게 하자, 세금이 매우 공평하게 거둬들여져 백성은 부유해졌고 창고는 가득 차게 되었다.

 

쥐구멍 안의 싸움에서는 용감한 쥐가 이긴다

조괄 어머니가 조괄을 추천하지 않은 이유

528 “전쟁이란 목숨을 거는 거요. 그런데 괄은 전쟁을 너무 쉽게 말하오. 조나라가 괄을 장군으로 삼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만일 괄을 장군으로 삼는다면 틀림없이 조나라 군대는 파멸당할 것이오.”

어머니가 자식에 대한 평가치고는 상당히 냉정하다. 자식을 전쟁터에 보내기 싫어서 추천하지 않은 줄 알았더니 자식이 능력이 안 되서라고 한다. 정의감이 넘치는 어머니 같다.

 

528 조괄의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 왕이나 종실에서 상으로 내려 준 물품은 모두 군대의 벼슬아치나 사대부에게 주고, 출전 명령을 받으면 그날부터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아들은 하루아침에 장군이 되어 동쪽을 향해 앉아서 부하들의 인사를 받게 되었지만 군대의 벼슬아치 가운데 누구 하나 제 아들을 존경하여 우러러보는 이가 없습니다. 왕께서 내려 주신 돈과 비단을 가지고 돌아와 자기 집에 감추어 두고 날마다 이익이 될 만한 땅이나 집을 둘러보았다가 그것들을 사들입니다. 왕께서는 어찌 그 아버지와 같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아버지와 자식은 마음 씀씀이부터 다릅니다. 부디 왕께서는 제 아들을 보내지 마십시오.”

전쟁에 참가했다가 아들이 죽을까봐 두려워 추천하지 않을거라 예상했는데, 이런 이유였다니정의로운 어머니라 해야하나…? 그런데 자식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을 연루시켜 벌받지 않게 해달라는 걸 보면 정의는 있지만 사랑은 없는 어머니 같기도 하고그냥 현실적인 어머니인건가? 그동안 너무 이상적인 어머니상에 갇혀 있었나보다. 어머니도 결국 사람인 것을

 

권세를 가진 자에게 사람이 몰린다

죽음을 알면 용기가 솟는다

534 태사공은 말한다.

죽음을 알면 반드시 용기가 생긴다. 죽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고 죽음에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인상여가 화씨벽을 돌려받고 기둥을 노려볼 때라든지 진나라 주위에 있던 신하들을 꾸짖을 때 그 형세는 기껏해야 죽음뿐이었다. 선비 중에 어떤 이는 겁을 집어먹고 감히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인상여가 한 번 용기를 내자 그 위세가 상대편 나라까지 떨쳤고, 물러나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염파에게 겸손히 양보하니 이름은 태산처럼 무거워졌다. 인상여는 지혜와 용기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혜와 용기”. 사랑과 더불어 오래된 나의 기도 주제이다. 서로 상대적인 것이 아닌데 두가지 모두 갖춘다는 것이 쉽지 않고 그런만큼 모두 갖춘 사람도 드물다. 그런데 죽음을 무릅써야만 용기를 갖게 되는 건가? ‘기껏해야 죽음뿐이라니…? 그 당시 중국의 주류 사상인 유교나 도교에는 내세관이 없다. 죽으면 그냥 끝이다. 그런데 기껏해야 죽음뿐이라는 용기로 임했다고 한다. 내 머리로는 뭔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몸은 죽더라도 이름은 남을 거라는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은 죽어도 남겨질 가족의 평안을 위해서였을지

사마천이 <사기열전>에서 높이 평가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의 하나다. 내가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22.  전단 열전(田單列傳)

수레바퀴 축의 쇠가 목숨을 구한다

기묘한 계책으로 적의 허를 찔러라

541 태사공은 말한다.

용병(用兵)이란 정공법으로 싸우고, 기이한 계책으로 (허를 찔러) 이기는 것이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기이한 계책을 무궁무진하게 낸다. 기이한 계책과 정공법이 서로 어우러져 쓰이는 것은 마치 끝이 없는 둥근 고리 같다. 대체로 (기이한 병법은) 처음에는 처녀처럼 적군이 문을 열어두게 하지만, 나중에는 달아나는 토끼처럼 적이 미처 막을 수 없다. 이는 전단의 용병법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

 

23.  노중련. 추양 열전(魯仲連鄒陽列傳)

천하에서 선비가 귀하게 여겨지는 까닭

549 노중련이 말했다. “~ 저 진나라는 예의를 내버리고 적의 머리를 많이 벤 것을 가장 큰 공적으로 떠받드는 나라이므로 군사들을 권모술수로 부리고 백성을 노예처럼 부립니다. 그 같은 진나라 왕이 제멋대로 제()가 되어 천하에 잘못된 정치를 편다면 나는 동해에 빠져 죽을지언정 차마 그의 백성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554 “천하에서 선비가 귀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다른 사람의 근심을 덜어주고 재난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다툼을 풀어 주고도 (보상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령 보상을 받으려는 자가 있다면 이것은 장사꾼의 행위이니 저 노중련은 차마 할 수 없습니다.”

 

지혜로운 자와 용감한 자

555 제가 듣건대 지혜로운 자는 때를 거슬러 유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용감한 자는 죽음을 겁내어 명예를 잃지 않으며, 충성스러운 신하는 자기 한 몸을 앞세워 군주를 뒤로하지 않는다고 하오. ~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용감한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소.

 

559 연나라 장군은 노중련의 편지를 읽고 사흘 동안 흐느껴 울며 망설이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

다른 사람의 칼에 죽느니 차라리 내 스스로 목숨을 끊으리라!” 그러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편지가 얼마나 감동적이고 마음을 울렸길래 사흘 동안이나 흐느껴 울었을까? 내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난 편지를 읽으면서 그냥 그렇던데감성의 차이인지 경험의 차이인지, 아님 내가 제대로 행간을 읽지 못해서 그런건지다른 사람을 진짜로 죽게 만드는 글은 죽어도 못쓰겠지만, 죽기 전에 죽이는 글을 쓸고 싶다는 욕심을 살짝 내어본다.

 

여러 사람 입은 무쇠도 녹인다

561 속담에 젊을 때부터 흰머리가 되도록 사귀었으면서도 새로 사귄 듯한 이가 있는가 하면, 길에서 우연히 만나 잠깐 이야기하고도 옛날부터 사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상대방의) 마음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입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몇 십년 동안 친구로 지냈는데도 (성장 또는 변화로 인해서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나는 좋더라. 반대로 친구로부터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는 말을 들을 때도 좋다. 물론 새로운 모습이 부정적인 면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일 경우에

 

 

24.  굴원. 가생 열전(屈原賈生列傳)

진흙 속에서도 더러워지지 않는다

573 그 글은 간결하고 그 문장은 미묘하며, 그 뜻은 고결하고 그 행동은 청렴하다. 그 문장은 사소한 것을 적었지만 담은 뜻은 매우 크며, 눈앞에 흔히 보이는 사물을 인용했지만 그 뜻은 높고 깊다. 그 뜻이 고결하므로 비유로 든 사물마다 향기를 뿜어내고, 그 행동이 청렴하므로 죽을 때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흙 속에서 뒹굴다 더러워지자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씻어 내고, 먼지 쌓인 속세 밖으로 헤쳐 나와서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았다. 그는 (연꽃처럼) 깨끗하여 진흙 속에 있으면서도 더러워지지 않은 사람이다. 이러한 그의 지조는 해와 달과 그 빛을 다툴 만하다.

 

우물물이 맑아도 마시지 않으니 슬프다

576 <>우물물이 흐렸다가 맑아져도 마시지 않으니 내 마음이 슬프구나. 이 물을 길어 갈 수는 있다. 왕이 현명하면 모든 사람이 그 복을 받는다.”라고 하였다. 왕이 현명하지 않은데 어찌 복이 있겠는가!

 

사람들이 다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다

577 굴원이 대답했다. “온 세상이 혼탁한데 나 홀로 깨끗하고, 모든 사람이 다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소.”

어부가 물었다. “~ 온 세상이 혼탁하다면 왜 그 흐름을 따라 그 물결을 타지 않으십니까? 모든 사람이 취해 있다면 왜 그 지게미를 먹거나 그 밑술을 마셔 함께 취하지 않으십니까? 어찌하여 아름다운 옥처럼 고결한 뜻을 가졌으면서 스스로 내쫓기는 일을 하셨습니까?”

굴원이 대답했다. “내가 듣건대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관의 먼지를 털어서 쓰고, 새로 목욕을 한 사람은 반드시 옷의 티끌을 털어서 입는다고 하였소. 사람이라면 또 그 누가 자신의 깨끗한 몸에 더러운 때를 묻히려 하겠소?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물고기 배 속에서 장사를 지내는 게 낫지. 또 어찌 희디흰 깨끗한 몸으로 속세의 더러운 티끌을 뒤집어쓰겠소!”

고등학생 때 한문시간인가 국어시간에 굴원에 대해서 배웠던 것 같은데, 이렇게 오래된 사람인줄은 몰랐다. 많이 답답했겠다.

 

579 흰 것을 검다 하고 위를 거꾸로 아래라고 하네.

봉황은 새장 속에 갇혀 있고 닭과 꿩은 하늘을 나네.

옥과 돌을 뒤섞어 하나로 헤아리니,

저들은 더러운 마음뿐이라 내 좋은 점을 알 수가 없지!

 

582 죽음 피할 길 없음을 알기에 부디 슬퍼하지 말자.

세상의 군자들에게 분명히 알려 내 그대들의 표상이 되리라.

그러고는 돌을 안은 채 마침내 멱라강*에 몸을 던져 죽었다.

*8) 상강(湘江)의 지류이다. 굴원은 농력(農曆) 5 5일에 죽었는데 후세 사람들은 이날을 기념하여 단오절을 만들었다.

단오가 여기에서 유래되었구나. 역시나 2,000년의 역사를 지닌 명절(?)이었다.

그나저나 55일이 뭔가 상서로운 날이긴 한가보다. 55일에 태어난 아들은 아버지를 빛나게 하고 2,000 년 뒤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날을 어린이날이라며 즐긴다. “5”가 행운의 숫자인가?

 

모자를 신발 삼아 신어서야 되겠는가

585 , 슬프다, 좋지 못한 때를 만남이여!

봉황이 엎드려 숨고 올빼미가 날개를 치누나!

현인과 성인은 도리어 끌어내려지고 바른 사람은 거꾸로 세워졌네. ~

장보(章甫, 은나라 때 머리에 쓰던 관)를 신발로 삼으니 오래갈 수 없도다.

, 선생이여! 홀로 이런 재앙을 겪으셨도다!

 

들새가 들어오고 주인이 나간다

594 태사공은 말한다. “~ 장사에 가서 굴원이 스스로 빠져 죽은 연못(멱라강을 지칭)을 바라보고일찍이 눈물을 떨구며 그의 사람 됨됨이를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러나 <복조부>를 읽으니 그는 사람과 죽음을 한가지로 보고 벼슬에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을 가볍게 여겼으니, 나는 (마음에 깨달은 바 있어) 상쾌해지며 스스로 잘못 살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5.  여불위 열전(呂不韋列傳)

진귀한 재물은 사 둘 만하다

599 “~ 영화를 누릴 때 터전을 닦아 놓아야지 아름다운 얼굴이 스러지고 사랑이 식은 뒤에는 비록 한마디 말을 하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

 

한 글자도 더하거나 뺄 수 없다

거짓으로 얻은 명성은 물거품 같다

 

26.  자객 열전(刺客列傳)

비수를 쥐고 잃었던 땅을 되찾다

내 몸은 바로 당신 몸이오

614 1) 이 말은 전제가 일을 처리하면 자신이 그의 부모를 봉양하는 등 모든 일을 맡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충신은 지조를 위해 죽는다

615 예양(豫讓)은 진()나라 사람이다. ~ 예양은 산속으로 달아나 탄식하며 말했다.

!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죽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얼굴을 꾸민다고 했다. 지금 지백이 나를 알아주었으니 내 기필코 원수를 갚은 뒤에 죽겠다. 이렇게 하여 지백에게 은혜를 갚는다면 내 영혼이 부끄럽지 않으리라.”

 

616 그때 양자가 말했다. “그는 의로운 사람이다. 내가 삼가여 피하면 그만이다. 게다가 지백이 죽고 그 뒤를 이을 자식조차 없는데 그의 옛 신하로서 주인을 위해 원수를 갚으려 하였으니, 이 사람이야말로 천하의 현인이다.” 그러고는 드디어 그를 풀어 주어 떠나가게 했다.

 

617 예양이 말했다. “저는 범씨와 중항씨를 섬긴 일이 있습니다. 범씨와 중항씨는 모두 저를 보통 사람으로 대접하였으므로 저도 보통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보답하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지백은 저를 한 나라의 걸출한 선비로 대우하였으므로 저도 한 나라의 걸출한 선비로 그에게 보답하려는 것입니다.”

은혜를 갚는 건 좋으나 그 은혜를 꼭 살인으로 갚아야 하나. 아무리 시대상황을 감안하고 읽으려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점점 읽기가 힘들어지려고 한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는다

623 “~ 섭정은 제가 살아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훼손시켜 이 일에 연루되지 않게 하려고 한 것입니다. 어찌 제게 닥칠 죽음이 두려워 어진 동생의 이름을 없앨 수 있겠습니까?” ~

(그녀는) 곧 하늘을 우러러 큰 소리로 세 번 외치더니 몹시 슬퍼하다가 마침내 섭정 곁에서 숨을 거두었다.

 

인물은 범상치 않은 행보를 보인다

굶주린 호랑이가 다니는 길목에 고기를 던져 놓는다

비밀이 새어 나가지 않아야 성공한다

630 형가는 드디어 태자를 만나 전광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말하고 전광의 말을 전하였다. 태자는 두 번 절하고 꿇어앉아 무릎으로 기어가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는 잠시 뒤에 입을 열었다.

내가 전 선생께 말하지 말라고 경계시킨 까닭은 큰일에 대한 계책을 성사시키고자 하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전 선생이 죽음으로 이 일이 새어 나가지 않음을 밝혔는데, 그것이 어찌 내 마음이었겠습니까?”

 

자객은 한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다

 

27.  이사 열전(李斯列傳)

643 이사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그는 진나라에 큰 공을 세웠을지언정 자신은 오형(五刑)을 받아 죽었고, 집안사람들까지 목숨을 보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의 모습은 동정을 받을 수 없다. 그의 개인적인 비극보다 역사적 비극이 더 참혹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잘나고 못남은 자기 위치에 달려 있다

647 이사는 탄식하며 말했다. “사람이 어질다거나 못났다고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이런 쥐와 같아서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 달렸을 뿐이구나.” ~

저는 때를 얻으면 게으르지 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 비천한 자리에 있으면서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는 것은 짐승이 고기를 보고도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본다하여 억지로 참고 지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큰 부끄러움은 낮은 자리에 잇는 것이며, 가장 큰 슬픔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것입니다. 오랜 세월 낮은 자리와 곤궁한 처지에 있으면서 세상의 부귀를 비난하고 영리를 미워하며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 의탁하는 것은 선비의 마음이 아닐 듯합니다. ~”

 

등용했으면 내치지 말라

653 그런데 지금 사람을 뽑아 쓰는 데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인물의 사람됨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지 않고 굽은지 곧은지를 말하지 않으며, 진나라 사람이 아니면 물리치고 빈객이면 내쫓으려 합니다. 그런즉 여색이나 음악이나 주옥은 소중히 여기되 사람은 가벼이 여기는 것입니다. 이것은 천하에 군림하며 제후들을 제압할 수 잇는 방법이 아닙니다. ~

태산(太山)은 흙 한 줌도 양보하지 않으므로 그렇게 높아질 수 있고, 하해(河海)는 작은 물줄기 하나도 가리지 않으므로 그렇게 깊어질 수 있으며 왕은 어떠한 백성이라도 물리치지 않으므로 자신의 덕을 천하에 밝힐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땅에는 사방의 구분이 없고 백성에게는 다른 나라의 차별이 없으며, 사계절이 조화되어 아름답고 귀신은 복을 내립니다.

 

없애야 할 책과 두어야 할 책

656 그들은 군주를 비방하는 것을 명예로 여기고, 다른 주장을 내세우는 것을 고상한 것으로 여겨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을 이끌어 비방을 일삼고 있습니다.

 

656 시황제는 그 제안을 옳다고 여겨 <>, <>, 제자백가의 책을 몰수하고 모든 백성을 어리석게 만들어 천하에 그 누구도 옛것을 끌어들여 지금 세상을 비판하지 못하게 했다. 법률과 제도를 밝히고 율령을 만드는 일은 모두 시황제 때에 처음 생겼다. ~ 그 이듬해에는 세상을 돌아보고 사방의 오랑캐족을 나라 밖을 쫓아냈는네, 이 모든 일은 이사의 힘으로 가능했다.

 

이사가 몽염보다 못한 다섯 가지

660 “~ 작은 일을 돌아보다가 큰일을 잊어버리면 뒤에 반드시 재앙이 닥치고, 의심하며 주저하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 결단을 내려 과감하게 행동하면 귀신도 피하고 뒷날 성공하게 됩니다.”

 

제 몸조차 이롭게 못하면서 어찌 천하를 다스리랴

679 “~ 대체로 옛날 훌륭한 왕들은 음식에 절제가 있었고, 수레나 물건에도 정해진 수가 있었으며, 궁실을 짓는 데도 한도가 있었다. 명령을 내려 어떤 일을 하는 경우에도 비용만 들고 백성에게 보탬이 되지 못하는 것은 금하여 오랫동안 평안하게 다스릴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형제에게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하고도 그 허물을 반성할 줄 모르고, 충신을 죽이고도 다가올 재앙을 생각하지 않으며, 궁궐을 크게 짓느라 천하 백성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며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이 세 가지 나쁜 일이 실행되니 천하의 백성은 복종하려 하지 않는다. ~ 나는 반드시 도적이 함양에 들어오고 고라니와 사슴이 조정에서 노는 꼴을 보게 되겠구나.”

요즘은 음식 포르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많이 먹는 사람, 먹고 싶은 대로, 어찌보면 엽기적이다 할 정도로 먹는 사람들을 추앙하는 분위기다. 다이어트다 뭐다 해서 적게, 가려 먹는 걸 강조하는 사조에 대한 반항(?)이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나는 먹고 싶은 욕망대로 다 먹는 사람들보다는 절제할 줄 아는 사람들이 더 좋다.

 

사슴을 말이라고 하다

684 태사공은 말한다.

이사는 여염집에서 태어나 제후들에게 유세하다가 진나라로 들어가서 진왕을 섬겼다. (열국 사이에) 틈이 생긴 기회를 타서 시황제를 도와 마침내 진나라의 제업을 이루게 했다. 이사는 삼공의 지위에 올랐으므로 높은 자리에 등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는 육경의 근본 뜻을 잘 알면서도 공명정대하게 정치를 하여 군주의 결점을 메워 주려 힘쓰지 않고, 높은 작위와 봉록을 누리는 무거운 지위에 있으면서도 (군주에게) 아첨하고 좇으며 구차하게 비위를 맞추고 조칙을 엄하게 하고 형벌을 가혹하게 하였으며, 조고의 간사한 의견을 따라 적자를 폐하고 첩의 자식을 제위에 오르게 했다. 제후들이 이미 모반하고 나서야 비로소 군주에게 충언하려 했으니 때가 너무 늦었구나! 세상 사람은 모두 이사가 충성을 다했는데도 오형을 받고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근본을 살펴보면 세속의 논의와는 다르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사의 공은 주공이나 소공과 어깨를 겨룰 만하였을 것이다.”

 

28.  몽염 열전(蒙恬列傳)

충신은 대신들과 다투지 않는다

피하지 못한 몽염과 몽의 형제의 수난

696 몽염은 길게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

내가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잘못도 없이 죽어야 한단 말인가?” ~ “내 죄는 정녕 죽어 마땅하다. 임조에서 요동까지 장성을 만여 리나 쌓았으니, 이 공사 도중에 어찌 지맥(地脈)을 끊어 놓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이것이 바로 내 죄로구나.”

 

697 태사공은 말한다.

나는 북쪽 변방 지역에 갔다가 직도로부터 돌아왔다. 길을 가면서 몽염이 진나라를 위해 쌓은 장성의 요새를 보았는데, 산악을 깎고 계곡을 메워 직도를 통하게 했으니 진실로 백성의 힘을 가벼이 여긴 것이다. 진나라가 처음 제후를 멸망시켰을 때 천하의 민심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고 전쟁의 상처도 채 가라앉지 않았으나, 몽염은 이름 있는 장수로서 이러한 때에 곤궁한 백성을 구제하고 늙은이를 모시고 고아를 돌보며 모든 백성을 안정되고 평화롭게 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강력히 간언하지 않고 도리어 (시황제의) 뜻에 영합하여 공적을 세웠으니 이들 형제가 죽음을 당한 것도 마땅하지 않겠는가! 어찌 죄를 지맥을 끊은 탓으로 돌리랴.”

 

29.  장이. 진여 열전(張耳陳餘列傳)

목이 달아나도 변치 않을 교분

명분이 있어야 도울 수 있다

706 “~ 당신이 빨리 나를 보내 무신군을 만나 보게 한다면 재앙을 복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712 조나라 사람 중에는 장이와 진여를 위해 눈과 귀가 되어 주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탈출할 수 있었다.

그랬구나. 앞 부분을 읽으면서 어떻게 미리 알고 도망갔을까? 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역시 해답은 사람이었다.

 

이익 앞에서는 친구도 원수가 된다

714 몇 달이 지나자 장이는 몹시 노하여 진여를 원망하게 되었고, 장염과 진택을 진여에게 보내어 꾸짖었다. “처음에 나는 그대와 목이 달아나도 변치 않을 깊은 교분을 맺었소. 지금 나는 왕과 더불어 아침 저녁으로 죽을 상황에 놓여 있는데 그대는 수만 명의 병사를 가지고도 우리를 도우려 하지 않소. 서로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자던 의리는 어찌 되었소! 진실로 그대에게 신의가 있다면 어찌 진나라 군대로 달려들어 함께 죽으려 하지 않소?” 그렇게 하면 열 명에 한두 명은 살아남을 것이오.”

진여가 말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도 끝내는 조나라를 구원하지 못하고 헛되이 군대만 다 잃게 될 것이오. 내가 당신과 함께 죽으려 하지 않는 것은 조나라 왕과 장 공을 위하여 진나라에 원수를 갚기 위해서요. 지금 만일 함께 죽는다면 굶주린 호랑이에게 고기를 건네주는 것과 같으니 무슨 이로움이 있겠소?”

 

지조 있는 신하가 왕을 구한다

 

30.  위표. 팽월 열전(魏豹彭越列傳)

인생은 흰 망아지가 문틈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짧다

728 “인생은 흰 망아지가 (작은 문) 틈새로 달려 지나가는 것처럼 매우 짧소. 지금 한왕은 오만하여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고, 제후와 신하들을 노예처럼 꾸짖고 욕하며 위아래의 예절이 조금도 없소. 나는 그러한 꼴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소.”

 

용 두 마리가 싸우면 기다려라

734 태사공은 말한다.

“~ 그러나 반역할 마음을 품었다가 실패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지 못하고 붙들려서 형벌을 받았으니,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중간 정도 되는 재능을 가진 자도 이러한 행위를 부끄럽게 여기거늘, 하물며 왕 노릇을 하던 자야 어떠하랴! 여기에는 다른 까닭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략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자들이지만 오직 자기 몸을 보존하지 못하는 것만 걱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물이 증발하여 구름이 되고 뱀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때를 만나 자신들의 뜻을 펼쳐 보려고 했기 때문에 갇히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31.  경포 열전(黥布列傳)

형벌을 받은 뒤에 왕이 된다

팔짱만 끼고 앉아 어느 쪽이 이기는지 보면 안 된다

743 “말씀대로 따르겠소.”

 

천하를 다스리는 데 어찌 썩은 선비를 쓰랴

왜 낮은 계책을 슬까

753 “~ 몸에 형벌을 받고서도 어떻게 빨리 일어났을까? 항우가 구덩이에 파묻어 죽인 사람은 1,000만 명이나 되지만, 영포는 늘 가장 포악한 일을 하는 자의 우두머리였고 공적은 제후들 가운데 으뜸이었다. 그래서 왕이 될 수는 있었지만 자신도 세상의 큰 치욕을 피하지는 못했다. 재앙은 사랑하던 여자에게서 싹텄고, 질투가 우환을 낳아 마침내 나라를 멸망하게 만들었구나!”

아이고, 하다하다 이제는 구덩이에 1,000만명을 파묻어 죽였다고 한다. 일일이 세어 본 것도 아닐테고매우 심한 과장이었기를 바란다.

 

32.  회음후 열전(淮陰侯列傳)

가랑이 사이로 기어 나가다

759 한신이 기뻐하며 아낙에게 말했다. “내 반드시 은혜에 크게 보답하겠소.”

아낙이 화를 내면서 말했다. “사내대장부가 스스로 먹고 살 능력도 없기에 내가 왕손(王孫, 당시 혼란기에 일상적으로 높여 부르던 말)을 가엾게 여겨 밥을 드렸을 뿐인데 어찌 보답을 바라겠습니까?”

정말 쿨하다. 남을 돕거나 뭔가 줄 때는 이런 생각으로 해야 한다. 그러고 싶다.

 

소하가 달아난 한신을 쫓아간 까닭

천하는 마음을 얻은 자의 몫이다

싸움에 진 장수는 무용을 말하지 않는다

771 한신이 대답했다. “이것도 병법에 잇는데 여러분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오. 병법에는 죽을 곳에 빠뜨린 뒤라야 비로소 살릴 수 잇고, 망할 곳에 둔 뒤라야 비로소 멸망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말이 있잖소? 내가 평소부터 사대부를 길들여 따르게 할 수 잇엇던 것도 아니고 시장 바닥에 있는 사람들을 몰아다가 싸우게 한 것과 같으니, 그 형세가 죽을 땅에 두어 저마다 자신을 위하여 싸우게 하지 않고 살 수 잇는 곳을 준다면 모두 달아날 텐데 어떻게 이들을 쓸 수 있겠소?”

 

과욕은 화를 부른다

들짐승이 다 없어지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

784 “~ ‘용기와 지략이 군주를 떨게 만드는 자는 그 자신이 위태롭고, 공로가 천하를 덮는 자는 상을 받지 못한다.’라고 합니다. ~ 당신께서는 이러한 위력과 공로를 가지고 어디로 돌아가려 하십니까? 무릇 형세가 신하 자리에 있으면서 군주를 떨게 하는 위세를 지니고 명성을 천하에 떨치고 있으니 제 생각에는 당신께서 위태롭습니다.”

 

높이 나는 새가 모두 없어지면 훌륭한 활을 치운다

787 또 자기를 욕보인 젊은이들 가운데 자기에게 가랑이 밑으로 기어나가게 하여 모욕을 주었던 자를 불러 초나라의 중위로 삼고, 여러 장군과 재상에게 알렸다.

이 사람은 장사일지니, 나에게 모욕을 주었을 때에 내 어찌 이 사람을 죽일 수 없었겠는가? 그를 죽인다 하더라도 이름이 드러날 것이 없기 때문에 참고 오늘의 공을 이룬 것이다.”

 

788 한신이 말했다.

정말 사람들의 말에 날랜 토끼가 죽으면 훌륭한 사냥개를 삶아 죽이고, 높이 나는 새가 모두 없어지면 좋은 활은 치워 버린다. 적을 깨뜨리고 나면 지모 있는 신하는 죽게 된다.’라고 하더니, 천하가 이미 평정되었으니 내가 삶겨 죽는 것은 당연하구나!”

지금 알고 있는 걸 좀 더 미리 알았더라면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아니 알면서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아녀자에게 속은 것도 운명이다

793 “~ 만약 한신이 도리를 배워 겸양한 태도로 자기 공로를 뽐내지 않고 자기 능력을 자랑하지 않았다면 한나라에 대한 공훈은 주공, 소공, 태공망 등에 비할 수 잇고 후세에 사당에서 제사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려고 힘쓰지 않고 천하가 이미 안정된 뒤에 반역을 꾀했으니 온 집안이 멸망한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33.  한신. 노관 열전(韓信盧綰列傳)

한나라 조정에 반기를 든 한신

798 ()나라 2년에 한신은 한()나라의 성 10여 개를 쳐서 평정했다. ~

이듬해 봄에 고조는 한신처럼 군사적 재능이 있고 용맹스러운 자가 북쪽으로는 공과 낙에 가깝고, 남쪽으로는 완과 섭에 가까우며, 동쪽으로는 회양이 있어서 모두 천하에서 사나운 군대만 들실거리는 곳에서 왕 노릇을 한다고 생각하여 조서를 내려 한신을 옮겨 태원의 왕으로 삼아 북쪽 오랑캐를 막게 하고 진양에 도읍을 정하도록 하였다.

 

배반과 투항을 일삼은 노관과 그의 족속들

빈객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변란의 조짐이다

811 태사공은 말한다. “한신과 노관은 본래 덕을 쌓고 착한 일로 처세한 것이 아니라 한순간의 권모술수와 임기응변으로 벼슬을 얻고 간사함으로 공을 이루었다. ~ 나라 안으로는 지나치게 강해지고 커졌다는 의심을 받았고, 나라 밖으로는 만맥(오랑캐)을 원조자로 믿고 기댔으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조정과 멀어지고 자신들까지 위태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일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지혜가 다하자 흉노로 달아났으니 이 어찌 애처롭지 않으랴! ~ , 슬프도다! 대체로 계책의 설익음과 무르익음이 사람에게 성공과 실패로 끼치는 영향은 또한 깊구나!”

 

34.  전담 열전(田擔列傳)

왕의 피를 물려받은 이가 왕이 되어야 한다

독사에게 물린 손은 잘라야 한다

817 “독사에게 손을 물리면 손을 자르고 발을 물리면 발을 자릅니다. 왜 그러겠습니까? 자르지 않으면 몸뚱이마저 해치기 때문입니다. ~”

 

원망하는 마음은 반란의 불씨가 된다

평민에서 일어나 번갈아 왕이 된 세 형제

치욕스러운 삶을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한다

821 전횡은 다음가 같이 말하며 사양하였다. “신은 폐하의 사신 역생을 삶아 죽였습니다. 듣건대 지금 그의 동생 역상은 한나라 장군이 되었고 어진 인물이라고 하니, 신은 두려워 감히 조서를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바라건대 평민이 되어 바다의 섬이나 지키며 살게 해 주십시오.”

 

35.  ...관 열전(樊酈縢灌列傳)

용맹스럽고 기개가 넘치는 번쾌

죽음도 사양하지 않는데 어찌 술 한잔을 사양하리

반역으로 몰려 위기에 처한 번쾌

833 번쾌 등은 고조를 보자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폐하께서 저희와 함께 풍현과 패현에서 군사를 일으켜 천하를 평정하실 때만 해도 얼마나 혈기가 왕성하셨습니까! 이제 천하가 평정되었는데 어찌 이토록 지쳐 보이십니까! ~”

목표를 다 이룬 다음에 오는 우울감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늙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뭔가 이뤄야 할 목표, 꿈이 있을 때가 좋은 것 같다. 꿈을 이루고 난 다음에 즐기지 못한다면 다음 꿈을 찾아야겠지.

 

노략질을 일삼던 역상

위증죄에 연루되어 옥살이한 하후영

비단을 팔던 관영

849 “내가 풍현과 패현으로 가서 진나라 때부터 살아온 그곳 노인들을 찾아 소하, 조참, 번쾌, 등공의 옛집과 그들의 평소 사람됨을 물어보았는데 세상에 전해지는 것과는 달랐다. 그들이 칼을 휘두르고 개를 잡고 비단을 팔 때, 어찌 파리가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1,000리를 가듯이 한나라 고조를 만나 한나라 조정에 이름을 날리고 자손들에게까지 은덕을 내리게 될 줄 알았겠는가? ~”

 

 

내가 저자라면

l  목차에 대하여

l  보완이 필요한

-       수십개의 나라에 수백명의 인물이 등장하다보니 처음 정도는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되면서 읽었다. 뒤로 가면서 앞에 등장했던 인물이 /조연이 바뀌어서 다시 나오기를 반복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그림이 그려지고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림을 보여준다면 안에서 인물의 연관성, 연결 고리 등을 이해할 있을 같다. 장을 읽을 참고할 있도록 별책 부록으로 연대기에 나라의 왕을 연도와 함께 보여주면 좋았을 같다. 그걸 기본으로 해서 시대()별로 주요 인물을 다른 컬러, 또는 (column) 표시하면 눈에 이해하기 쉬울 같다. 예전에 대입 시험을 보기 위해서 세계사 공부하 이런 도표를 만들어서 외우는데 참고했던 같은데, 연구원 과정이 끝난 후에 기념으로 한번 만들어 볼까 싶다

-       이와 함께 별책 부록으로 지도가 있고, 장의 앞에 옮긴이의 짧은 설명과 함께 내용에 해당하는 지도가 화살표(싸움이나 영토 이동의 방향) 함께 있다면 어떨까? 관련 그림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지도가 있었더라면 이해가 쉬웠을텐데, 부분이 아쉽다.

 

l  이 책의 장점

-       어렸을 때 나는 역사를 좋아했었다. 당시 대입 시험에서 기본 과목이었던 국사는 물론, 많은 학생들이 어렵다고(외울 것이 많다고) 선택과목으로 기피했던 세계사도 아주 좋아했었다. 나에게 역사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같았다. 그리고 무조건 외워야 하는 암기 과목이 아니라, 원인에 따라 결과가 나타나는 흐름을 논리적으로 파악해야하는 이해 과목이었다. 한동안 역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잊고 있었는데 <사기열전>을 보면서 역사가 다시 재미있어졌다.

잠자고 있던 역사에 대한 흥미를 일깨우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2,000년도 훨씬 지난 옛날 이야기인데 요즘 이야기라고 해도 믿어질 만한 부분들이 꽤 많다. 인간의 본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수천년 전 사람들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미래의 인간은 어떨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개인으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인류로서의 인간에 대해서 성찰하는 기회를 준다.

 

l  내가 저자라면

: 춘추전국이라는 시대 상황을 감안한다고 해도 너무 전쟁 역사에만 치우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몇 십 명, 몇 천 명 죽인 장수들을 보면서 끔찍하다고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몇 십 만명씩 목을 베거나 산채로 매장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점점 숫자 감각이 없어지고 무뎌져 갔다. 하지만 (내 기준에) 별 것도 아닌 일로 주변 사람을 죽이고 자살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점점 읽기 힘들어졌다.

내가 저자라면 수십만의 생명을 죽인 장수를 이긴 국가의 관점에서 영웅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반대편에서도 서술해보고 싶다. 그들은 진 나라의 국민의 눈으로 보면 살인마일 뿐이다. 또 전쟁이 얼마나 일반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했는지도 한 장(章) 정도는 넣어 보고 싶다.

무엇보다도 전쟁과 영토 확장의 역사가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 써보고 싶다.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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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08:20:44 *.18.218.234

* 백기의 장평전투에서는 흥분이 느껴지네요. 저도 사기열전 읽는 중에 그 장면이 제일 가슴이 아파서 (무엇보다 240명의 아이들) 조금 힘들었어요...ㅠ.ㅠ

* 떠 넘길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 여기서 한번 빵 터지고. ㅎㅎ

* '인상여'라는 인물은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사기열전 1에서 나오는 인물 중 제일 마음에 드네요. 지혜와 용기.

* 화요일 아침 수정씨 사기열전 북리뷰 읽으며 덕분에 다른 시각으로 다시 한번 읽어봅니다.

(근데 5월 5일 태어난 아들은 아버지를 상하게 한다고 했던 거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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