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알로하
  • 조회 수 1429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7년 9월 4일 11시 53분 등록

 

비극 제 2

1

쾌적한 장소

14 파우스트: 생명의 맥박 생생히 고동치며 여명의 하늘을 향해 부드러운 인사를 보낸다.

대지여, 그대는 간밤에도 변함없더니, 새로이 기운을 얻어 내 발 밑에서 숨을 쉬면서

어느새 날 기쁨으로 감싸주기 시작하누나.

날 자극하고, 강한 결심을 불러일으켜 줄곧 지고한 존재로 이끌려 하는구나.

여명 속에 벌써 세계는 열려 있다.

술엔 수많은 생명의 소리 울려퍼지고, 골짜기 안팎으로 길게 뻗은 안개자락.

그러나 하늘의 맑은 빛 깊은 곳까지 스며들고,

큰 가지, 작은 가지 원기도 왕성하게 고이 잠자던 향기로운 심연에서 움터나온다.

꽃과 이파리 진주 같은 이슬 머금고 대지로부터 온갖 영롱한 색깔을 자랑하니

내 주위가 온통 낙원이 되는구나.

어둠에서 밝음으로 변하는 순간은 확실히 밝음에서 어둠으로 변하는 순간과는 다른 신비한 느낌이 있다. 요즘 밤을 새는 일이 잦아 해가 뜨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오늘 해가 뜨기 전에 아침노을을 보며 위치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붉은 구름이 창문의 왼 편에 위치한 산 쪽이 아니라 오른 편의 아파트 위쪽으로 있어서 이상하다 했는데, 역시나 해가 아파트 위에서 떠올랐다. 그새 해 뜨는 위치가 바뀐거다. 사람은 몰라도 자연은 시간이 가는 걸 귀신같이 안다.

 

황제의 궁성, 옥좌가 있는 궁실

17 메피스토: 불청객이면서도 늘 환영받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기다려지면서도 늘 내쫓기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늘 보호받고 있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심한 욕을 먹고 잔소리를 듣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폐하께서 불러들여선 안 될 자가 누구이겠습니까?

누구나 그 이름 듣기 좋아하는 자가 누구이겠습니까?

옥좌의 계단 앞으로 다가오는 자가 누구이겠습니까?

스스로 추방당한 놈은 누구이겠습니까?

 

20 재상: 그 동안 폭동의 소용돌이가 점증하여 성난 파도로 물결칠 것입니다.

권세 있는 공범자의 비호를 받은 놈은 나쁜 짓을 하고도 큰 소리를 치는데,

죄 없는 자가 자신만을 의지하다간 유죄!라는 언도만을 받을 뿐입니다.

이렇게 온 세상 산산이 조각나고, 당연한 일이 파멸당하니,

이래서야 어찌 우리를 바른길로 인도할 참된 뜻이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옳고 바른 사람도 마침내는 아첨하고 뇌물이나 쓰는 인간으로 전락하고,

법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재판관은 결국 범죄자들과 한통속이 되고 말 것입니다.

소신이 그림을 검게 그린 듯 하오나, 차라리 더 두꺼운 포장으로 그림을 덮어버리고 싶나이다.

사람은 정말 발전하는가? 인간성은 그대로인데 기계문명만 발전하는 것 같다.

 

31 황제: 어둠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 가치 있는 건 밖으로 끌어내야 하는 법.

누가 깊은 밤에 악당을 제대로 구별할 수 있으리?

 

31 천문박사: 산란한 마음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나이다.

우선 평온한 가운데 속죄를 함으로써 천상의 것을 통해 지하의 것을 얻어야 합니다.

선을 원하는 자, 우선 자신이 선해야 하며, 기쁨을 원하는 자, 자신의 혈기를 달래야 하며,

술을 갈망하는 자, 익은 포도알을 짜야 할 것이며, 기적을 바라는 자, 자신의 믿음을 굳게 해야 합니다.

마음의 평화가 우선. 修身齊家治國平天下와 일맥상통한다. 역시 맞는 말은 시대와 공간을 가리지 않는다.

 

곁방들이 딸린 넓은 홀

34 여자 정원사들: 공들여 치장한 보람이 있어 정말로 칭찬이 자자할 거예요.

우리 손으로 만든 화려한 꽃들 사시사철 언제나 피어 있을 거예요.

갖가지 색종이를 곱게 잘라서 좌우가 똑같게 맞췄답니다.

한조각 한조각은 우습겠지만 전체를 보시면 반할 거예요.

사람도 그렇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우스울지 몰라도 전체가 되면 힘이 세진다.

 

36 장미꽃 봉오리(도전): 다채로운 환상의 꽃들은 나날의 유행 따라 피어도 좋겠지.

자연이 결코 나타낸 적 없는 신기한 모습을 보여줘도 좋겠지.

초록빛 줄기에 황금빛 꽃망울, 탐스런 고수머리 사이로 내다보네! – 하지만 우리는 숨어 있겠어요.

싱싱한 우리 찾아내는 자, 복될 거예요.

여름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장미꽃 봉오리에 불이 붙으면, 누가 이 즐거움을 마다할까요?

약속을 하고 지키는 일은 꽃나라에선 눈과 마음 동시에 지배하는 것이랍니다.

고수의 자신감이 보여서 좋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존재감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드러내려고 애쓰지만 진짜 고수는 자신을 드러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애쓰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다 아니까. 아무리 광고 PR이 중요해도 제일 중요한 광고는 제품 그 자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47 메게라: 그 정도는 장난이지! 그들이 인연을 맺게 되면,

이번에는 내가 나서서 어떤 경우에든 아름다운 행복을 근심으로 망쳐놓겠어요.

사람도 변하고 시간도 변하는 것이니까요. 아무도 소망하던 것을 품안에 간직할 수 없어요.

최상의 행복이라도 곧 익숙해지면, 어리석게도 더 탐나는 걸 그리워합니다.

태양을 등지고 서리로 몸을 녹이려는 격이지요.

 

50 희망: 이디서나 환영받는 손님이 되어 편안한 삶 살아봅시다.

틀림없이 어느 곳에선가 최상의 것 찾을 수 있으리니.

 

56 마차를 모는 소년: 저는 낭비입니다. ()이지요.

자신의 재화를 아낌없이 뿌릴 때 완성되는 시인입니다.

저 역시 어마어마한 재물을 갖고 있어서 플루투스에 못지않다고 자부하지요.

저분의 무도회나 잔치를 꾸며 활기를 넣어주면서 저분에게 없는 걸 나누어 드리지요. ~

혹시 불붙을 곳이 없나 기대하면서 이따금 작은 불씨도 보내드리죠.

()는 낭비라는 의미인가? 지난번에 읽은 책 <한시미학산책>에 나왔던 시궁이후공이 생각나는 문구다. 여기 있으니 불씨 좀 보내주시길

 

59 마차를 모는 소년 (군중을 향해):

보세요! 제 손의 가장 큰 선물들을 주위에 두루 뿌렸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의 머리 위에서 제가 뿌린 불꽃이 빛나고 있습니다.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튀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겐 머물러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선 달아나기도 하지요.

아주 드물게는 불길이 치솟아 순식간에 활짝 피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알아차리기도 전에 슬프게도 타버려 꺼지고 맙니다.

보내셨구나. 나에게 온 불꽃은 어떻게 되었을까? 왔는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타버려 꺼진 것은 아닌지…?? 성경의 씨뿌리는 비유가 떠오른다.

 

68 지신(지신) 그놈들: 고산준령의 풍부한 광맥으로부터 우리는 피를 빨아냅니다.

복 나와라! 복 나와라! 인사를 나누며 광물을 무더기로 파냅니다.

이건 원래 선의에서 나온 것으로, 우리는 착한 사람들의 친구랍니다.

하지만 우리가 금을 파놓으면, 도둑질, 오입질이 생겨나고, 오만한 자에게 무기를 주어 대량 학살을 꿈꾸게 하지요.

세 가지 계율을 어기는 놈, 다른 계율 역시 지키지 않는 법.

이 모든 게 우리의 잘못은 아닌즉 여러분도 우리처럼 참고 지내십시오.

 

71 플루투스: (의전관에게) 우리는 마음을 굳게 가다듬고, 일어날 일은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리. 그대는 언제나 용기 넘치는 인물이 아닌가.

이제 곧 무섭기 짝이 없는 일이 생길 것이오.

현세나 후세 사람들이 그것을 한사코 부인할 것이나, 그대는 충실히 기록으로 남겨야 하오.

기록의 힘. 괴테 스스로에게 한 말은 아닐까?

 

유원지

80 파우스트: 무진장한 보물이 폐하의 영토 안에서 깊이 묻힌 채 때를 기다리며 이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원대한 사상도 이러한 재보에 비하면 심히 보잘것없는 것입니다.

공상의 나래 높게 펴고 아무리 노력한들 결코 만족스럽게 도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오나 깊이 통찰하는 고귀한 정신은 무한한 것에 무한한 신뢰를 가질 것입니다.

 

어두운 복도

88 파우스트: 그러나 난 경직된 상태에서 행복을 찾지는 않겠다.

놀라움이란 인간의 감정 중 최상의 것이니까.

세계가 우리에게 그런 감정을 쉽게 주지 않을지라도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보아야, 진정 거대한 걸 깊이 느끼리라.

괴테는 신비로운 것에 대한 놀라움이 인간의 가장 귀한 소질이라고 보았고, 무관심이 아니라 이런 놀라움에 의해 가치 있는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에커만과의 대화에서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바로 놀라움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밝게 불 밝힌 방들

기사의 방

99 귀부인: , 피어나는 젊음의 힘이 어쩌면 저리도 눈부실까?

둘째 귀부인: 물이 뚝뚝 흐르는 싱싱한 복숭아 같군요!

막상 젊을 때는 물이 뚝뚝 흐르는 싱싱한 복숭아 같다는 그 젊음의 힘을 모른다. 젊음을 잃고 나서야 그 힘을 깨닫고 아직 그 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지금 나에게도 나는 갖고 있는줄도 모르는 남들 눈에만 보이는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 잘 찾아보자. 못 찾겠으면 만들어 보자.

 

100 젊은 귀부인: (황홀해져서) 이 연기에 섞여 나는 냄새가 뭘까요?

제 가슴 깊은 곳까지 시원해지는군요.

중년 귀부인: 정말이야! 한 줄기 향내가 마음속 깊이 스며드네. 저 젊은이로부터 나오는 거야.

가장 나이 많은 귀부인: 그건 청춘의 꽃향기라오.

젊은이의 몸에서 영약으로 만들어져 주변의 대기 속으로 퍼져가는 것이지.

실제 청춘들에게서는 땀냄새 밖에 안 나던데

 

101 중년 귀부인: 키가 크고 몸매도 아름다운데 머리가 너무 작군요.

젊은 귀부인: 저 발 좀 보세요! 볼품없이 크기만 하네요!

외교관: 제후의 부인들에게서 저런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겐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 아름다워 보이는군요.

그리스의 조각들, 특히 리시포스(Lysippos)의 작품이나 밀로(Milo)의 비너스상 등은 일반적으로 머리가 작고 발과다리가 크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못 났다 정말. 그렇게도 흠을 잡고 싶었을까? 좋은 것, 잘 하는 것, 아름다운 것은 있는 그대로 칭찬해 보자. 배가 좀 아플지라도

 

2

높고 둥근 천장의 고딕식 방

109 저편, 이편, 그 어느 쪽을 둘러봐도 모든 게 변함없이 옛날 그대로구나.

채색된 창유리가 더 흐려진 것 같고, 거미줄이 많이 늘어났다.

어제 청소하다가 베란다 쪽에서 작은 거미줄을 봤다. 그렇게 오랜만에 청소한 것도 아닌데, 거미줄이 생기다니그것보다 어떻게 거미가 생겼지? 들어올 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작은 틈으로도 생명은 들어오고 있었다.

 

117 메피스토: 애벌레나 번데기를 보면 장차 오색찬란한 나비가 되리란 걸 알 수 있는 법. ~

젊은이에게 순수한 진리를 말해주면, 아직 주둥이도 노란 것들이 전혀 좋아하질 않는단 말이야.

하지만 그 뒤 여러 해가 지나 모든 걸 직접 피부로 체험하고 나면, 그것이 자기 머리에서 나온 양 착각하고 선생은 바보였다고 큰소리치기 일쑤지.

 

120 메피스토: 괴상한 녀석, 어디 너 잘난 대로 해봐라! ~

어리석은 생각이든, 똑똑한 생각이든 옛사람들이 벌써 생각지 않은 게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세상에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아주 새로운 것은 이제는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재창조하고 조합하는 것. 그리고 좀 더 발전시킬 뿐.

 

실험실

123 바그너: 되어갑니다! 덩어리가 더욱 맑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확신했던 바가 점점 진실이 되어갑니다!

우리가 자연의 신비라고 찬양하던 걸 오성의 힘으로 실험해 봅니다.

지금껏 자연이 유기적으로 만들어내던 걸 우리가 결정(結晶)을 시켜 만드는 것입니다. ~

위대한 계획은 처음엔 미친 듯 보이는 법이지요. 그러나 앞으론 우연을 비웃으렵니다.

탁월한 생각을 하는 두뇌도 앞으론 사상가가 만들어낼 것입니다.

맞다. 그러고 보면 나도 몇가지 사소하지만 새로운 생각을 해 냈을 때 반응이 별로 안 좋았었다. 처음에 운전 면허를 따고 후방 주차가 어려웠었다. 그래서 뒤에 카메라를 달고 앞에 모니터로 보면서 했으면 좋겠다고 푸념처럼 말했었다. 나에게 운전을 가르치던 사람은 비웃으며 쓸데 없는 생각 말고 연습이나 하라고 핀잔을 줬었다. 그 쓸데 없는 생각이 지금 상품화 되어서 많은 사람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차가 망가지는 걸 막고, 어쩌면 목숨까지 구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쓸데 없는 생각은 없다.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비웃지 말아야겠다.

 

129 호문쿨루스: 인간의 호전적 기질은 어쩌 수 없지요.

누구나 어린 시절부터 될 수 있는 한 자신을 지켜야 하고, 그러다가 결국 어른이 되는 거니까요.

 

131 메피스토: 이 조카녀석을 깔봐선 안 되겠는걸.

결국 우리는 자신이 만든 인간에게 끌려다니는 꼴이 되는군.

그 시대에 인조인간을 만들어낸다는 발상도 뛰어나지만 이에 대한 성찰은 더 뛰어나다. 결국 지금의 우리도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들에게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

136 그라이프: 어떤 말이든 어원이 있어, 그에 알맞게 울리게 마련이지. 회색의, 언짢은, 까다로운, 잔인한, 무덤, 격분한 등은 어원학상 같은 음()에 속하는 말들로 우리의 비위를 상하게 하거든.

 

149 히론: 결국 제자들은 자기 방식대로 발전해 가는 걸세.

누구의 교육도 받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152 히론: 찬양할 만한 미의 속성이란 오로지 삶을 즐기는 데서 솟아나는 것이오.

아름다움이란 자기 도취에 빠지기 쉬운데, 우아한 아름다움이라야 정말로 거역할 수 없는 것이지.

외모지상주의라기 보다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우미(優美)는 생동하는 아름다움 속에만 존재한다는 쉴러의 설을 괴테가 동의한 것이라고 한다. 어짜피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 자신이 못생겼다고 비하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자신감 있는 사람이 더 아름다워 보이기는 한다.

 

156 히론: 네가 늘 고요히 평화롭게 사는 것처럼 나는 돌아다니는 것이 즐겁단다. ~

만토: 불가능한 것을 갈망하는 자, 그런 사람을 전 좋아해요.

 

158 사이스모스: (땅 속에서 으르렁 쿵쾅거리며) 한번 더 힘껏 밀어젖히자.

어깨로 용감하게 들어올리자! 그래서 우리가 땅 위로 나가면, 모두들 우리를 피할 것이다. ~

내가 흔들고 밀고 하지 않았다면, 어찌 세계가 이리 아름다우라!

그림같이 황홀한 저 산들도 내가 밀어올리지 않았던들, 저 맑고 후픈 창공 위에 어찌 솟아나 있었으랴!

지진을 뜻하는 그리스어. 괴테가 이것을 의인화한 것이다.

 

169 메피스토: 제일 예쁜 걸 골라잡았다……

(그녀를 껴안는다) 아이고 맙소사! 말라빠진 빗자루아냐!

(다른 여자를 붙잡으며) 그럼 요것은? …… 지독한 상판이로군!~

그래서 키다리 계집을 잡으니……

손에 잡히느니 바카스 신의 지팡이, 끝에는 솔방울 같은 머리통이 달려 있구나!

그러면 어쩐다? …… 뚱보라도 하나 잡아보자. 이번엔 혹시 재미가 있을지 몰라.

, 마지막이다! 어디 해보자! 정말 뭉실뭉실하고 피둥피둥하군.

 

173 메피스토: 방황해보지 않으면 자각에 이르지 못하는 법이야.

생성을 원한다면 자네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보게나!

1부에서 주님은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라고 하셨다. ‘방황해보지 않으면 자각에 이르지 못하는 법을 연결하면, “인간은 노력해서 방황을 하고 자각에 이를 수 있다가 되는 건가? 주님과 악마의 말을 이렇게 연결해도 된다면, “노력을 해야 자각에 이를 수 있다”, “노력하지 않으면 자각에 이를 수 없다라고 할 수 있겠다.

 

178 메피스토: 누구나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는 법, 정들어 살던 곳이 천국이지.

 

185 네로이스: 내 귀에 들리는 게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가? 당장 내 가슴 속에 화가 치밀어오르는군!

저 형상들이 신의 영역에 도달하려 애를 쓰지만, 늘 자기 자신에 머물도록 저주받았지. 자고로 나는 신들처럼 편안히 쉴 수 있지만, 빼어난 놈에겐 잘해 주고픈 충동에 사로잡힌단 말이야.

하지만 마지막에 놈들이 해논 걸 보면, 충고를 안해 준 것이나 다를 게 없으니 원. ~

아무리 현명한 말이라도 마이동풍격이지. 뻔질나게 자신의 행동에 화를 내고 자책하곤 하지만, 인간은 예나 다름없이 제 고집만 부린단 말이야.

 

195 프로테우스: 태양의 성스런 생명의 빛에 비하면 생명 없는 작품 따윈 한낱 장난일 뿐.

지칠 줄 모르고 만들었다 녹였다, 청동을 부어 무언가 주조해 놓고, 제법 무엇이나 되는 듯 생각한단 말이야.

결국 저 거만한 족속들도 별수 없었지. 신들의 형상, 거대한 모습으로 서 있었지만

결국은 지진으로 파괴되어 녹아버린 지도 오래되었다.

지상의 일이란 무엇이든 간에 항상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프로메테우스랑 잠깐 헷갈렸는데 프로테우스는 바다의 노인이라고 불힌 해신들 중의 하나라고 한다. 역시 인간에게 불을 준 프로메테우스와는 달리 인간의 노력을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하한다.

 

3

스파르타에 있는 메넬라오스 왕의 궁전 앞

209 합창: 영웅은 이름을 내세우며 뽐내고 활보하지만, 모든 것을 압도하는 미인 앞에선 아무리 고집센 남자라도 뜻을 굽히고 말지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역사에서 이런 일이 종종 벌어졌다.

 

212 합창: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으니, 왕비님,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세요!

좋은 일 나쁜 일은 기약없이 오는 것이니, 미리 안다 해도 믿을 수 없어요.

 

219 포르키아스: 부끄러움과 아름다움이 손을 맞잡고 지상의 푸른 들길을 함께 가지 않는다는 옛말은 여전히 고귀하고 진실하단 말이야.

양자의 해묵은 증오는 너무 뿌리가 깊어서, 어쩌다 서로 마주친다 해도 각자 상대방에게 등을 돌리고 걸음을 서둘러 더 멀리 떠나가 버리는 거야.

부끄러움은 슬퍼하지만, 아름다움은 뻔뻔스런 생각을 하지.

늙음이 양자를 미리 묶어 놓지 않았다면, 지옥의 공허한 어둠에 휩싸일 때까지 그럴걸.

 

성채의 안마당

248 린코이스: 하지만 제가 좋아했던 건, 아무도 본 적 없는 천하의 진품을 찾는 일이었죠.

다른 사람도 가지고 있다면, 제겐 마른 풀잎과 같았습니다.

전 보물을 따라다녔죠. 날카로운 시선을 따르면 되었지요.

모든 주머니를 들여다보았고, 어떤 장롱도 꿰뚫어보았습니다. ~

저는 이렇게 최상의 보물을 당신의 옥좌 앞에 옮겨놓겠습니다.

피비린내나는 무수한 전투에서 얻은 것들을 당신의 발 밑에 바치겠습니다. ~

제가 단단히 붙잡고 있는 모든 것이 이제는 저를 떠나 당신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귀하고 고상하고 값지다고 여겼건만 이젠 보잘것없이 느껴집니다.

 

252 헬레나: 말해 줘요. 어찌 하면 저도 그토록 아름답게 말할 수 있나요?

파우스트: 아주 쉽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면 되지요.

말은 쉽다. 그런데 말만큼 쉬운 게 또 있을까? 왜 쉬운데도 못 하는 거니?

 

그늘진 숲 속

268 합창: 당신처럼 무시무시한 사람도 이처럼 달콤함 음악을 좋아하는군요.

우리의 마음 상쾌하게 치유되어 눈물이 날 정도로 부드러워졌어요.

햇빛 따위는 사라져라.

우리의 영혼에 날이 밝으면, 온 세상에도 없는 것을 우리의 마음속에서 찾을 수 있으니까.

 

269 헬레나: 인간다운 행복을 누리기 위해선 사랑이 고귀한 두 사람을 가깝게 하지만, 신과 같은 기쁨을 맛보기 위해선 사랑이 귀중한 세 사람을 만들어 놓아요.

정말 그럴까? 부모의 착각이거나 정신승리는 아닐까?

 

270 오이포리온: 이젠 절 뛰게 해주세요. 이젠 뛰어오르게 해주세요!

어디든 공중으로 솟구쳐오르고 싶은 게 제 소망이에요. 이 소망이 벌써 절 사로잡고 있어요.

파우스트: 적당히 하거라! 적당히!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라. 떨어지지 말아라. 다쳐서는 안 된다.

그리하면 소중한 아들이 우리를 파멸시키고 말 것이니라!

오이포리온: 더 이상 땅바닥에 처박혀 있기 싫어요. 제 손을 놓아주세요.

제 머리카락을 놓아주세요. 제 옷을 놓아주세요! 그것들은 모두 제 것이에요.

헬레나: , 생각을 좀 해보렴, 네가 누구의 아들인가를!

간신히 아름답게 이루어 논 나의 것, 너의 것, 저분의 것을 만일 네가 부수어 버린다면 우리 마음 얼마나 슬플까.

합창: 저들의 결합이 곧 깨어질까 걱정되네요!

헬레나와 파우스트: 참아다오!

네 부모를 위해 지나치게 발랄한, 격한 충동은 참아다오!

이 고요한 전원 속에서 무도회를 장식해 다오.

오이포리온: 오직 두 분을 위해 저는 참겠습니다.

자식을 낳아서 키웠다고 해서 나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철 없는 자식이 다칠까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 자식을 나의 것, 나의 것이 깨질까봐 안타까워 하는 것은 잘못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274 오이포리온: 아직 젊고 싱싱한 내가 이 비좁은 곳에서 무얼 한담.

바람소리 솨아솨아, 파도소리 처얼썩, 하지만 둘 다 멀리서 들리니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구나.

(점점 더 높은 바위로 뛰어 오른다) ~

더욱 더 높이 올라가야지. 더욱 더 멀리 바라봐야지.

여기에서도 욕심이 문제다.

 

275 합창: 평화로운 시대에 살면서 전쟁을 회고하고 원하는 자는 희망에 찬 행복에서 떨어져간 사람이지요.

 

276 합창: 성스러운 시(), 하늘 높이 오르세요!

아름답기 그지없는 별이여, 멀리, 더 멀리 빛나세요! 언제나 우리에게 들려와요.

 

278 오이포리온: 먼 데서 보고만 있으란 말입니까?

아닙니다! 저는 근심과 고통을 함께 나누렵니다.

앞에 나온 사람들: 무모하고 위험하다. 죽을 운명이야!

오이포리온: 그래도 가야 합니다! – 양쪽 날개가 활짝 펼쳐집니다!

그곳으로! 가야 합니다! 가야 합니다! 날도록 허락해 주세요!

젊음의 힘은 빛나는 아름다움이기도 하지만 무모함이기도 하다. 비록 오리포리온은 욕심에 무모함을 더해서 죽을 수 밖에 없었지만 무모한 도전이 없는 젊음은 힘도 아름다움도 없다고 본다.

 

279 합창(애도가): 아아, 세상의 행복 누리도록 귀한 가문, 뛰어난 능력 갖추고 태어났건만, 슬프다, 일찍이 세상을 떠나 청춘의 꽃 꺾이고 말았네!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 가슴마다 넘치는 충동 함께 느끼며, 훌륭한 여인에겐 사랑을 불태우셨고, 그지없이 아름다운 노래도 지으셨다네.

그러나 당신은 억제할 길 없이 자유롭게 의지도 없는 그물 속으로 뛰어들어 인습과 법률에 거칠게 부딪혔지요.

그래도 끝내 고귀한 생각이 순수한 용기를 소중히 여기고, 훌륭한 과업 이루려 하였지만, 당신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지요.

 

280 헬레나: (파우스트에게) 행복과 아름다움을 늘 함께 누릴 수 없다는 옛말이 슬프게도 제게 증명되었어요.

생명의 줄도 사랑의 줄도 끊어져버렸으니, 두 가지를 애통해하면서 쓰라린 이별을 고하겠어요.

한 번만 더 절 품에 안아주세요. 저승의 여신이여, 아들과 나를 데려가소서!

그렇다. 사람은 다 가질 수는 없다. 다 잘할 수도 없다. 다 잘하면 그게 신이지 사람은 아닌 게다.

 

4

고산(高山) 지대

293 메피스토: 여전히 육지엔 낯선 데서 온 육중한 바위들이 깔려있는데,

어느 누가 그것을 던진 힘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철학자도 그것을 알 수 없어요.

거기에 바위가 있었으니, 그냥 놔두는 도리밖에 없다는 식이지요. ~

충직하고 순박한 민중들만이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에 방해를 받지 않아요.

그것은 기적이며, 악마의 업적이라는 걸 그들은 오래전에 슬기롭게 터득했단 말입니다.

 

296 파우스트: 지배권을 획득하는 거다, 소유권도! 행위가 전부다. 명성은 허무한 것이다.

괴테는 행동, 즉 실천을 중요시 했던 것 같다. 괴테의 명언 중에는 이런 말도 있다.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적용해야 한다. 의도로만은 충분치 않다. 실천해야 한다.” 글만 쓴 것이 아니라 재상으로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 전쟁에도 나가는 등 현실을 살았던 사람이라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297 파우스트: 낸 눈은 저 아득한 바다로 끌렸다네. 그것은 부풀어서 저절로 솟구쳐 올랐다가는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파도를 퍼부어 넓고 평탄한 해변을 덮치는 걸세.

난 그게 못마땅하네. 오만한 마음이 정열에 들뜬 혈기를 못 이겨 온갖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정신을 불쾌한 감정으로 바꿔놓은 것 같아서 말일세.

우연이려니 생각하고 더욱 날카롭게 응시해보니, 파도는 멈췄다가 다시 구르면서 당당히 도달했던 목표에서 멀어져 가는 거야. 시간이 되면 이 유희를 또 되풀이하는 거지. ~

스스로 결실이 없는 파도는 그 비생산성을 퍼뜨리려 사방팔방으로 접근해 온다.

부풀고 커지고 구르면서 황량한 해안의 보기 싫은 지역을 뒤덮는다.

연이은 파도는 힘에 넘쳐 그곳을 지배하지만, 물러간 뒤엔 아무것도 이루어진 게 없다.

그것이 날 불안케 하고 절망으로 이끌었도다! 이 참을성 없는 원소의 맹목적인 힘이라니!

그리하여 내 정신은 감히 비약을 시도하려는 것. 여기서 나는 싸우고 싶다. 이것을 이겨내고 싶다.

그리고 그것은 가능할 것이다! – 물결이 아무리 넘쳐도 언덕을 만나면 휘감기듯 돌아가니까.

그것이 제아무리 오만하게 날뛰어도 약간의 높이면 그것과 당당히 맞설 수 있고, 약간의 깊이면 그것을 힘차게 끌어들일 수 있으니까.

나는 재빨리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다. 저 도도한 바다를 해안에서 쫓아내 축축한 땅의 경계선을 좁히고, 파도를 저 바다의 안쪽으로 밀쳐버리는 그런 값진 즐거움을 얻어보겠노라고.

나는 이 계획을 차근차근 검토해 보았다. 이게 내 소망이니 과감히 진척시켜 주게나!

이 참을성 없는 원소의 맹목적인 힘이라니!’, 이게 바로 인공지능의 로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비논리성이 아닐까? 인공지능이 발전을 더 하면 이런 비논리도 해석하고 예측해서 대응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날이 아주 멀었으면 좋겠다.

 

앞산 위에서

305 황제 저기 가짜 친척들이 오는구나.

저들은 짐을 숙부니 사촌이니 형제라 부르면서, 날이 갈수록 안하무인격이 되어 왕홀에선 권위를, 옥좌에선 존경심을 앗아갔도다.

마침내 반목분열하여 나라를 황폐케 하더니, 이번엔 한통속이 되어 짐에게 반기를 들었으니, 민중은 갈피를 못 잡고 동요하다가 결국은 물결이 가는 대로 휩쓸릴 뿐이로다.

 

309 파우스트: 머리가 없다면 수족이 무슨 일을 해낼 수 있겠습니까?

머리가 잠들면 모든 것이 늘어지고, 머리를 다치면 당장 모든 것이 상처를 입게 되며, 머리가 빨리 건강해지면 수족도 싱싱하게 회복되는 것입니다.

 

312 뚝심쟁이: 제가 있는 한, 가진 것은 안전합니다.

늙은이는 가진 걸 놓치질 않지요. 제가 가진 건 번개도 빼앗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문제다. 나이가 들면 욕심을 버리고 가진 것을 젊은 사람들, 아니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남의 말 하지 말자. 나도 점점 늙고 있다. 가진 것 중에서 필요 없는 것도 놓치 않고 욕심 때문에 쓸데 없이 쥐고 있지는 않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조금 덜 늙었을 때부터 연습해보자.

 

316 황제: 한데 몇 해가 지난 지금 좋아서 한 일의 보은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파우스트: 사심 없는 선행엔 좋은 결실이 따르는 법이옵니다.

 

320 메피스토: 물의 환영(幻影)을 좀 청해 오너라.

그들은 알기 어려운 여성의 비술(秘術)로써 실체(實體)와 가상(假像)을 떼어놓을 줄 아느니라.

그런데 누구나 가상을 실체라고 믿는단 말이야.

 

반역 황제의 천막

329 헌주관: 폐하, 젊은이라도 신임을 얻게 되면, 아무도 모르는 새어른으로 성장하는 법입니다.

 

335 대주교: 뿐만 아니라 지금 건축될 교회에 대하여 십분의 일세, 임대료, 헌납금 등 일체의 수익을 영구히 헌납하소서.

품위를 유지하는 데 많은 돈이 필요하고, 알뜰히 관리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입니다. ~

교회는 봉사하는 자들에게 축복을 내릴 것입니다.

 

5

주위가 훤히 트인 고장

궁전

348 파우스트: 이런 말 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저 언덕 위의 노인들을 몰아내고 보리수 그늘을 내 자리고 삼고 싶다.

내가 갖지 못한 저 몇 그루 나무들이 세계를 차지한 보람을 망치고 있구나.

저곳에서 사면을 둘러보도록 나뭇가지 위에 발판을 만들고 싶다.

멀리까지 시야가 터지게 해서 내가 이룬 모든 것을 바라보겠다.

현명한 뜻으로 백성을 위해 넓은 복지의 땅을 마련해 준 인간 정신의 걸작품을 한눈에 둘러보고 싶단 말이다.

부유한 가운데 결핍을 느낀다는 건 우리의 고통 중에 가장 혹독한 것이다.

욕심, 그 중에서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갖는 욕심을 탐욕이라고 한다. 세계를 차지하고도 자신이 갖지 못한 보리수 몇 그루 때문에 죄악을 범한다. 남의 떡이 커보여서 그런 걸까? ‘부유한 가운데 결핍을 느낀다는 건 우리의 고통 중에 가장 혹독한 것이라니부유해보지 않아서 잘 이해가 안 된다. 많이 가져도 또 결핍을 느끼고 그것이 고통 중에 가장 혹독한 고통이라면 부유하지 말아야겠다.

 

깊은 밤

351 망루지기 린코이스: 복 받은 두 눈아, 저희들이 지금껏 본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정말로 아름다웠다!

 

352 린코이스: 숲속의 오두막이 불타는구나. ~

! 선량한 노부부 그렇듯 불조심하였건만 이제 화염의 희생물이 되는가! 이 무슨 끔찍한 재앙이랴! 불길 넘실대자 검은 이끼의 집 시뻘건 화염 속에 휩싸인다.

저 난폭한 지옥의 불길에서 착한 부부만이라도 살아났으면! ~

바싹 마른 가지 훨훨 타올라 시뻘건 불덩이 되어 떨어진다. 내 눈으로 이걸 보아야 하다니!

어이하여 멀리 보는 눈을 가졌던가! ~

언제나 내 눈에 정다웠던, 수백 년 묵은 나무들이 사라졌구나.

결국 다 갖고도 조금 더 가지려는 욕심 때문에 사람들이 죽고 수백 년 묵은 나무들도 모두 사라졌다. 인간의 탐욕의 결과가 대부분 이렇다.

 

한밤중

356 파우스트: 귓전에 남은 여운은 곤궁이었는데, 뒤따르는 음울한 운자(韻字)죽음이었다.

그것은 공허하고, 유령처럼 둔중하게 울렸다.

아직도 나는 자유의 경지까지 나아가지 못하였다. ~

자연이여, 내가 한 남자로 그대 앞에 마주설 수 있다면, 인간이 되려는 노력에 보람이 있으련만.

 

357 근심: 내 목소리, 귀에는 들리지 않아도 마음속엔 쟁쟁히 울릴 거예요.

온갖 형상으로 바뀌면서 나는 무서운 힘을 발휘한답니다.

오솔길에서나 파도 위에서나 영원히 불안한 길동무지요.

찾지 않아도 항상 나타나 저주를 받지만 아첨도 받는답니다 당신은 아직 근심을 모르셨나요?

많이 들어본 소리다. 근심은 온갖 형상으로 나타나면서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걱정이 없을 것 같은 사람, 그런 상황에서도 걱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하게 된다. 

 

358 파우스트: 유능한 자에게 이 세상은 침묵하지 않으리라.

무엇 때문에 영원 속을 헤맬 필요가 있을까!

인식한 것은 손아귀에 잡을 수 있는 법, 이렇게 지상의 나날을 보내는 게 좋으리라.

도깨비들 날뛰어도 내 갈 길만 가면 된다.

어떤 순간에도 만족을 모르는 자, 그가 나아가는 길엔 고통도 행복도 함께 있겠지!

정말 그럴까? 알아보려면 도깨비가 날뛰어도내 갈 길만 가보자.

 

358 근심: 누구든 내게 한번 붙잡히면, 온 세상이 쓸모 없게 되지요.

영원한 어둠이 내리덮여서 해는 뜨지도 지지도 않고, 외부의 감각이 완전하다 해도 내부엔 어둠이 자리잡게 됩니다.

온갖 보화 중 어느 것 하나도 제것을 소유할 수 없어요.

행복도 불행도 시름이 되어 풍족한 속에서도 굶주리게 도지요.

환희든 고뇌든 간에 다음날로 밀어젖히고, 그저 앞날만을 고대할 뿐 결코 아무것도 이루질 못해요. ~

길을 잃고 점점 깊이 들어가 온갖 것을 다 비뚜로 보는 거예요.

자신과 타인의 성가신 짐이 되어 숨을 쉬면서도 질식할 지경이지요. ‘숨막혀 죽지는 않으나 생기가 없고, 절망은 않으나 몰두할 수가 없어요.

이렇게 줄곧 굴러만 다닐 뿐, 그만두자니 괴롭고 억지로 하자니 불쾌한 거지요.

때로는 해방되고 때로는 억압당하며, 자는 듯 마는 듯 몽롱한 상태로 꼼짝없이 제자리에 못박힌 채 이제 지옥 갈 준비나 하는 거지요.

 

360 파우스트: 악령에게서 벗어나기 어려움을 나도 안다. 정령과 맺은 엄한 유대는 풀 수가 없다.

하지만 근심이여, 살며시 기어드는 그 큰 힘을 나는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

 

궁전의 넓은 앞마당

362 레무르들: 젊고 팔팔한 나이에 사랑을 했을 땐, 생각하면 정말 달콤했었지.

노랫소리 즐겁게 흥겨운 곳이면 내 발길 저절로 움직여 갔다오.

이제 늙음이 짓궂게 찾아와 날 지팡이로 후려치누나.

나는 묘지의 문 앞에서 비틀대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문이 열려 있었던가!

이와 같은 인간심리에 대한 상세하고 공감가는 묘사와 아이러니한 표현도 <파우스트>200년 가까이 읽히는 클래식이 된 힘의 하나가 아닐까?

 

363 파우스트: 인부를 더 많이 긁어모아라.

쾌락으로 격려하고 엄하게 벌을 주며, 돈을 뿌려 달래고 쥐어짜기도 해라!

계획한 수로(水路)가 얼마나 길어졌는지 매일같이 내게 보고하도록 해라.

메피스토: (목소리를 낮추어) 내가 받은 보고에 의하면 수로가 아니라 무덤을 판다고 합니다.

사람이 눈이 멀면 이렇게 되나 보다. 두 눈 부릅뜨고 살아야겠다.

 

363 파우스트: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에 둘러싸이더라도 여기에선 남녀노소가 모두 값진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군중을 지켜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매장(埋葬)

371 천사들의 합창: 그대들의 것이 아니면, 그대들은 피해야 해요.

그대들 마음 어지럽히는 것은 참을 수가 없을 거예요.

그것이 난폭하게 덤벼든다면, 우리는 용감히 싸워야 해요.

사랑만이 사랑하는 사람을 천국으로 인도하지요!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내지 말자.

 

373 메피스토: (무대 전면으로 밀려나서) 너희들은 우리를 저주받은 악령이라 비난하지만, 너희야말로 진짜 마법사들이다. 사내고 계집이고 모조리 홀려대니 말이다

이 무슨 빌어먹을 사건이란 말인가!

이게 바로 사랑의 원소라는 것인가?

온몸이 불구덩이에 있으면서 목덜미가 타는 것도 모르고 있다니

 

심산유곡

380 천사들: (파우스트의 불멸의 영혼을 인도하며, 보다 높은 대기 속을 떠돈다)

영들의 세계에서 고귀한 한 사람이 악으로부터 구원되었도다.

언제나 갈망하며 애쓰는 자, 그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다.

그에겐 천상으로부터 사랑의 은총이 내려졌으니, 축복받은 무리가 그를 진심으로 환영하게 되리라.

 

387 속죄하는 한 여인(한때 그레트헨이라 불렸던)

새로 온 이분은 자신을 깨닫지 못하고, 새로운 생명도 느끼지 못하지만, 고귀한 영들에게 둘러싸여 벌써 신성한 무리를 닮아갑니다

보세요, 이분은 온갖 지상의 인연에서 벗어나 그 낡은 껍질을 벗어던졌나이다.

성스런 기운이 서린 옷자락에선 첫 젊음의 힘이 솟아납니다.

새로운 빛에 눈이 부신 모양이니, 저분에게 가르치도록 허락해 주옵소서.

 

388 신비의 합창: 일체의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일 뿐,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실현되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

이게 결국 괴테가 하고 싶었던 말인건가?

 

 

내가 저자라면

l  목차에 대하여

l  보완이 필요한

1부에는 삽화가 있어서 장면의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2부에는 생소한 신화 속 인물 소개가 많은데 오히려 삽화가 부족해서 이해가 좀 어려웠다. 특히 2 1막에 인물 소개 부분에도 삽화가 있었더라면 각 인물의 이해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작품 해설을 뒤로 빼놨는데 앞에 있어서 미리 읽고 본문을 읽었더라면 이해가 더 잘됐을 것 같다.

 

l  책의 장점

나도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나의 비루한 글재주로 무슨 소설인가 하겠지만 50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구상하고 글을 쓰다보면 한 권 정도는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변에 소설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실존 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공감이 갈 수 있는 소설 한 편 쓰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글 자체는 좋았지만 내가 그런 책을 쓰고 싶다는 영감까지 받은 책을 없었던 것 같다. 내게 소설을 쓰고 싶다는 영감을 준 책.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는 가장 좋은 책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l  내가 저자라면

굳이 희곡 형식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고 각각의 말을 하면서 다소 산만하고 중구난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서술 형식으로 파우스트나 메피토스의 눈과 입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제자 중의 한명이 화자가 되어 나중에(죽기 직전에 유언 형식, 또는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가장 위대했던 스승으로 파우스트를 뒤돌아 보는, 회고 형식으로 전개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IP *.222.255.24

프로필 이미지
2017.09.07 10:07:17 *.18.187.152

이 참을성 없는 원소의 맹목적인 힘이라니!’, 이게 바로 인공지능의 로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비논리성이 아닐까? 인공지능이 발전을 더 하면 이런 비논리도 해석하고 예측해서 대응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날이 아주 멀었으면 좋겠다.

--> 좋네요~!! 소설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듯요. 수정씨 북리뷰 단상은 그 자체로 에세이.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