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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8일 23시 47분 등록
역사속의 영웅들 - 윌 듀런트, 안인희 옮김, 황금가지


● 저자에 대하여

‘문명 이야기(The Story of Civilization)’ 시리즈 11권과 ‘철학 이야기(The Story of Philosophy)’를 저술한 윌 듀런트는 역사를 쓰는 철학자라고 불린다. 저자는 인류가 살아 온 긴 시간 속의 사건을 탐구하여 철학적 전망을 얻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였다.

윌 듀런트는 1885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났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종교와 자연과학에 심취하기도 하였고 사회주의자로 변화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그가 처음 취직한 곳은 뉴욕 이브닝지의 수습기자였다. 주로 성범죄에 관련된 기사를 쓰던 그는 1907년 뉴저지의 사우스 오렌지 시에 있는 세튼 홀 대학 대학에서 교편을 잡는다. 1911년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그는 대학에서 13살 연하인 에이리얼(Ariel)을 만나 결혼한다. 1917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다가 1935년부터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철학교수로 재직했다. 철학교수로 일하던 윌 듀런트는 뒤늦게 문명사를 접하게 되면서 역사철학자라는 길로 들어선다.
그는 41세부터 95세까지 역사와 철학의 깊은 외길을 걷는다.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던 종교적 색채, 그를 사회주의자로 만들었던 마르크스주의, 다양한 독서, 그리고 문명과 역사에 대한 관심이 어우러져 역사철학자로서의 삶을 살면서 왕성한 강연과 저술활동을 하였다.

아내인 에이리얼(Ariel) 딸 에덜(Etherl)은 삶의 동반자이자 저술활동의 동반자가 되어 평생을 함께 했다. 윌 듀런트의 가족은 그의 저술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스승과 제자로 만난 아내는 대규모 기획 '문명이야기'를 함께 저술했으며, '역사속의 영웅들'도 아내와 딸과 함께 저술을 시작했다.
윌 듀런트는 ‘역사속의 영웅들’을 23개의 장으로 만들려고 하였지만 21장을 완성했을 때 아내 에이리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뒤이어 1981년 말 저자 자신도 심장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1981년 10월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고 11월에 저자의 심장이 멈추었다. 그의 나이 아흔 여섯이었다. 삶의 동반자이자 동료였던 두 사람의 결합은 많은 저작을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켰을 것으로 보인다.
‘역사속의 영웅들’은 ‘문명 이야기’시리즈를 축약한 것이지만, 단순히 그 내용을 그대로 요약한 것은 아니다. 윌 듀런트는 생애의 마지막까지 역사 과목을 위한 경이로운 입문서가 될 이 책에 새로운 자료를 첨부하였다.
‘역서속의 영웅들’ 원고는 저자가 사망하고 나서도 세 번이나 이사를 하고 한번의 홍수를 겪고도 살아남아 2001년 겨울,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월 듀런트가 저술을 끝내고 21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이었다.

윌 듀런트는 명저라고 불릴만한 많은 저술을 남겼다. 그의 다양한 경험은 역사철학자로서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해주었고, 그러한 시각은 저술을 통해 표출하는 토대가 되었다. 그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총11권의 ‘문명 이야기(The Story of Civilization)’를 저술하였고, 우리에게도 친숙한 ‘철학 이야기(The Story of Philosophy)’를 썼다. 이밖에 ‘Transition, ’The Pleasures of Philosophy‘, ’Adventures in Genius‘, ’Interpretation of Life‘, ’The Lessons of History‘ 등의 저서가 있다.


● 마음에 들어 온 글귀

역사는 시간속의 사건들을 탐구함으로써 철학적 전망을 얻으려는 시도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허락해 주신다면 결론적으로 나는 자신이 역사를 쓰는 철학자라고 생각한다. [10]

인류 역사는 생물학의 한 단편이다. 인간은 수없이 많은 종들중의 하나이고, 다른 종들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한 싸움과 살아남기에 가장 적합한 존재들의 경쟁에 종속된다. 심리학, 철학, 정치적 능력, 그리고 이상향들은 이 생물학 법칙과 화해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15]

이런 자질은 아직도 남자의 기본 성격으로 남아있다. 문명 세계에서도 남자들의 주요 기능은 밖으로 나가 가족을 위해 먹을 것이나 혹은 필요할 때 먹을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어떤 것을 벌어오는 일이다. 남자는 대단히 빛나는 존재일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따지면, 자궁이며 인간 종족의 주류인 여자에게 공물을 바치는 존재다. [16]

여자들은 먼저 양, 개, 나귀, 돼지들을 길들여 가축으로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남자들을 길들였다. 남자는 여자가 마지막으로 길들인 동물로, 마지못해 부분적으로만 문명화되었다. 남자는 천천히 여자에게서 사회적 특질을 배워 익혔다. 가족에 대한 사랑, 친절(친족과 가까워지는 것), 절제, 협동, 공동체 활동 등이다. 이제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자질이 되었다. 내 생각에 이것이 바로 문명의 시작이다. 즉 문명이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다. [17]

남자와 여자는 천천히 절제, 친절과 제의, 도덕적 양심과 미적 감각 등을 발전시켰다. 이런 것들은 만질 수는 없어도 소중한 우리 유산의 은총이다 문명이란 문화적 창조를 격려하는 사회 질서다. [20]

자연에서 모든 사물은 소리 없이 작용한다. 이들은 존재 속으로 들어오지만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 이들은 그 기능을 모두 완수하지만 아무런 요구도 없다. 모든 사물이 똑같이 자기 맡은 바 일을 다하고 물러난다. 사물은 절정에 도달하면 모두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원래 온 곳으로 되돌아 간다는 것은 휴식, 혹은 사명의 완수를 뜻한다. 이런 귀환ㅇㄴ 영원한 법칙이다. 이 법칙을 아는 것이 곧 지혜다. [29]

철학적인 비활동 상태인 무위는 사물이 나아가는 자연의 흐름에 개입하지 않음을 뜻한다. 이 무위는 모든 분야에서 지혜로운 사람의 표지이다. 국가가 무질서해졌을 때 할 일은 국가를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원래의 정상적인 의무로 되돌리는 일이다. 저항이 일어났을 때 더 지혜로운 방식은 싸우거나 다투거나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조용히 물러나서 굴복하고 참음으로써 마침내 이기게 된다. 수동성이 능동적 행위보다 더 자주 승리를 거둔다. [30]

내가 다투지 않으면 지상의 그 누구도 너와 다툴 수 없을 것이다. … 손해를 친절로 갚아라. … 나는 선한 사람을 선하게 대하여 선하지 않은 사람을 선하게 대한다. 이와 같이 하면 모두가 선해진다. 나는 진실한 사람에게 진실하며 진실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진실하다. 그러면 모두가 진실하게 된다. … 세상에는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한 것을 이긴다. [30]

우파니샤드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이루어진 종교 철학적 대화이다. 여러 세기에 걸쳐 이 가르침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러다가 기원전 300년경에 기록되었는데 인도 철학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형태의 것이다. [42]

욕심에 시달리는 우리의 자아는 실제로는 분리된 존재나 힘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강물위에 이는 순간적인 잔물결이고, 바람에 날리는 운명의 올가미 속에 얽혔다 풀어졌다 하는 작은 매듭일 뿐이다. 우리 자신이 개선하고 우리의 소망을 바꾼다면, 우리의 개인적인 실망과 패배, 비탄과 고통, 피할 수 없는 죽음 등이 더는 이전처럼 우리를 슬프게 하지 않을 것이다. [48]

한 세대가 가면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이 땅은 영원히 그대로이다. 떴다 지는 해는 다시 떴던 곳으로 숨 가쁘게 가고… 강물은 떠났던 곳으로 돌아가서 다시 흘러내리는 것을… 그래서 나는 아직 목숨이 붙어 살아있는 사람보다 숨이 넘어가 이미 죽은 사람들이 복되다고 하고 싶어졌다.… 명예가 값진 기름보다 좋고 죽는 날이 태어난 날보다 좋다.… 사람이란 본래 짐승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 다 같은 곳을 가는 것을! 다 티끌에서 왔다가 티끌로 돌아가는 것을!… 모든 것이 헛되다. [86]

모든 것 중에서 가장 고귀한 사랑 에고를 가장 많이 넓혀주고, 살아 있고 평화로운 모든 것들에 대해 마음과 팔을 활짝 여는 일이다. 영혼이 행복하면 그 사랑도 커진다. [91]

이런 보편적인 변화 속에서 무엇이든 시간이 흐르면 정반대의 것이 될 수도 있다. 선은 악이 될 수 있고 악이 선이 될 수도 있다. 삶은 죽음이 되고 죽음은 삶이 된다. 이러한 대립은 동일한 사물의 두 가지 측면이다. 힘은 대립하는 두 요소의 긴장이다. <싸움(경쟁)>은 <모든 것의 아버지이며 모두의 동족이다. 싸움이 만들어낸 일부는 신이 되고, 또 일부는 인간이 된다. 그것은 어떤 존재를 노예로, 또 어떤 존재를 자유롭게 만든다.> 마지막에 헤라클레이토스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싸움은 정의다.> 개인들, 그룹들, 기관들, 국가들, 제국들의 경쟁은 자연의 최고 법정이며 거기서 나온 판결에 대해서는 항의할 길이 없다. [95]

아테네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법을 주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니다.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법을 주었다.> [107]

그리스 사회는 남성만의 단성(單性)사회였다. 그래서 여성의 정신과 매력이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프랑스 계몽주의에 주었던 것과 같은 흥분, 우아, 자극 등이 결핍되었다. [114]

두 가지가 아테네를 떠받쳤다. 민주주의의 복구와 그리고 지난 60년 동안, 심지어는 전쟁 동안에도 계속된 자부심, 곧 아테네는 인류가 기억하는 한 그렇게 짧은 시기에 다른 누구의 것보다 우수한 예술과 문학을 생산해 냈다는 자부심이었다. [132]

역사는 신문과 마찬가지로 이름과 날짜는 바뀌어도 사건은 언제나 똑같다. [144]

「국가론」의 두 번째 책에서 플라톤은 공산주의적 유토피아를 생각하지만 인간이 천성적으로 개인주의적이고, 욕심이 많고, 이따금 사람을 죽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것은 실용성이 없다고 선언했다. [146]

이렇듯 완벽함가 힘을 갖춘 젊은이가 성숙한 판단력이나 교육받은 정신을 발전시키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스무 살의 나이에 벌써 왕관이 그의 머리에 씌워지고, 죽을 때까지 전쟁과 통치가 그의 마음을 뺏어갔다. 죽음은 그가 카이사르의 명료한 지성이나 나폴레옹의 빠른 이해력을 얻기도 전인 서른세 살에 그를 찾아왔다. 그는 훌륭하게 말하는 법을 알았지만 정치와 전쟁을 두루 겪으면서 수많은 오류에 빠졌다. 그는 독단적 신앙을 넘어섰으나 마지막까지 미신에 붙잡혔다. 그의 궁정에는 점성술사들이 우글거렸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다스릴 수 있었으나 자신의 성정은 다스리지 못하였다. [152]

그에게는 - 이런 기대를 할 권리가 우리에게 없기는 하지만 - 카이사르의 조용한 성숙이나 혹은 아우구스투스의 섬세한 지혜가 없다. 그를 보면 (나폴레옹을 보듯)경탄하게 된다. 그가 혼자 힘으로 세계의 절반에 맞섰기 때문이고, 또한 그는 한 개인의 영혼 안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힘이 잠재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우리에게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155]

그들은 농부, 노동자, 무역인, 기술자, 선생, 은행가 등이었다. 일부는 부유하고 일부는 권력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난하였다. 모두들 로마의 법이 자신들에게 불공평하다고 느꼈다. 카이사르 이전 대부분의 로마 역사는 이들 평민층이 권력을 얻기 위한 싸움의 역사이다. [164]

영혼(아니마) 이란 <생명의 호흡>이다. 이것은 신체 곳곳에 아주 섬세한 물질처럼 퍼져 각 부분을 움직이게 해준다. 그것은 몸과 더불어 성장하고 나이를 먹다가, 몸이 죽으면 그 원자들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생명은 자유로이 간지하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임시로 빌린 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그것을 잘 이용해야 한다. 우리의 힘을 다 쓰고 나면 우리는 잔칫상에서 일어나는 손님처럼 우아하게 감사를 표시하면서 생명의 식탁을 떠나야 한다.
죽음 자체는 두려운 것이 아니다. 오직 저승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 죽음을 두렵게 만든다. 그러나 저승이란 없다. 지옥은 이승에서 고통을 받는 것으로, 그것은 무지, 정열, 싸움을 좋아함, 욕심에서 온다. 천국은 이승의 <현명한 사람들의 평화로운 신전>에 들어있다. [176]

로마와 로마가 다스리는 제국 전체에서 모든 문명과 거의 모든 세대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경제 능력의 불평등과 상속을 통해 부의 집중이 점점 커졌다. 부의 집중 현상은 제국의 정복과 개척 등을 통해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이런 부의 집중은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고 때로는 혁명을 불러온다. 이미 아테네에서 그런 경우를 보았다. [181]

국가가 몇몇 강력한 사람들의 지배아래 들어갔습니다.… 모든 영향, 지위, 부가 이제 그들의 손에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위험, 패배, 고발, 빈곤만 남았습니다. … 우리에게 생명의 숨결 말고 무엇이 있습니까?… 다른 사람들의 오만의 노리개가 된 다음 부서지고 수치스런 생명을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장렬하게 죽는 편이 더 낫지 않습니까? [193]

에드워드 기본의 판단을 들어보기로 하자. <누구든 세계 역사에서 인류의 조건이 가장 행복하고 번성했던 시대를 꼽으라는 요청을 받는다면 아마도 지체 없이 네르바 황제의 등극(96년)에서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죽음(180년)까지의 시대를 꼽을 것이다. 이 황제들의 통치기간은 아마도 대규모 국민의 행복이 통치의 확고한 목적이 되었던 역사상 유일한 시대일 것이다.> [226]

<마음의 평정>(안토니우스 최후의 암호)이란 <보편적 자연(본성)에 의해 너에게 할당된 것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모든 것은 <나와 조화를 이루고 그대 우주(전체)와 조화를 이룬다. 나에게 있어 그 어떤 것도 너무 빠른 것도 너무 늦은 것도 없으며 그것은 그대 우주(전체)에 적합한 시간이다.>
그는 세게에는 나쁜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하였다. 그들을 대하는 방식은 그들 또한 인간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들은 상황의 운명에 의해 만들어진, 어쩔 수 없는 자신의 결점의 희생자들이다. <어떤 사람이 네게 나쁜 일을 했다면 그 자신이 해를 입는다.… 그를 용서하라.> 이것이 실천할 수 없는 철학으로 보이는가? 그와는 반대이다. 이 세상에서 훌륭한 기질이란 그것이 진지하기만 하다면, 아무것도 그것을 이길 수가 없다. 정말로 사람은 불행에 대해 면역력이 있다. 어떤 재앙이 덮쳐도 그의 영혼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논리나 배움이 아니라 이해와 받아들임이다. 죽음에 대해서도 그것을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일로 받아들여라. [234]

「기독교 신학」에서 그는 오직 기독교도만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비이성적인 것이라 해서 거부하였다. 그는, 신은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주신다고 주장하였다. 이단은 폭력이 아니라 이성에 의해 억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272]

돈은 문명의 뿌리이다. 상인들과 은행가들의 기금과 교회의 기금이 필사본들을 사들일 돈을 지불하였고, 이 필사본들이 고대를 부활시켰다. 그러나 르네상스의 정신과 감각을 자유롭게 만든 주요한 힘은 그런 사본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중산층의 힘이 커지면서 나타난 세속주의 덕분이었다. 그것은 중산층의 힘이 커지면서 나타난 세속주의 덕분이었다. [280]

그래서 이탈리아는 부와 예술의 사유에서 나머지 유럽보다 1세기는 앞섰다. 르네상스는 16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시들고 나서야 비로소 프랑스, 도이치 지역, 네덜란드, 잉글랜드, 스페인 등지에서 꽃피어 났다. 르네상스란 시간상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과 사유의 방식이다. 그것은 상업, 전쟁, 사상의 통로를 통해 이탈리아에서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284]

청춘은 아름다워라 / 그러나 쉽게 날아가 버리네 / 젊은이들과 아가씨들아, 지금 즐겨라 / 내일은 아무것도 확실치 않으니
바쿠스와 명랑한 아리아드네, 참된 연인들! / 시간은 흘러가지만 / 그들은 새로운 즐거움을 서로 찾아낸다네
이들과 이들의 요정들과 그 패거리들은 / 언제까지나 축제일 / 젊은이들과 아가씨들아, 지금 즐겨라 / 내일은 아무것도 확실치 않으니…
젊은 숙녀들과 젊은 연인들아! / 바쿠스 만세, 욕망 만세! / 춤추고 놀자, 노래를 부르자 / 달콤한 사랑이 너의 가슴에 불을 붙여라
장래는 어찌 되든 / 젊은이들과 아가씨들아, 지금 즐겨라 / 내일은 아무것도 확실치 않으니 [291]

인간이 자기가 되고자 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 이것은 신의 최고의 선물이요, 인간이 받은 최고의 놀라운 축복이다. 짐승은 어미의 몸에서 나올 때 제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 최고의 정신(천사들)은 시작부터 영원히 지속되도록 만들어진 존재이다. 하느님 아버지는 인간에서만 탄생의 순간부터 모든 가능성과 모든 삶의 씨앗을 주셨다. [298]

이 사람은 자신의 영광을 위해서는 충분히 오래 살았지만 이탈리아를위해서는 너무 짧게 살았다. [302]

하루를 잘 보내면 그 잠이 달다. 그렇듯이 인생을 잘 보내면 그 죽음이 달다. [321]

마키아벨리는 고대 로마의 규칙인 <국민의 안녕이 최고의 법>이라는 말을 국가의 - 곧 국민의 조직 - 안전이 최고의 법이라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나아가 평화라는 기독교의 이상은 시민의 기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였다. 이따금 전쟁을 하는 것이 국민에게는 강장제가 되고 규율과 통일성과 기운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로마 공화국에서 미덕이란 겸손이나 온화함이 아니라 정력과 지력으로 무장한 남자다움, 강함, 용기 등이었다. 국민을 강하게 하는 전쟁은 좋은 것이다. 한 국가가 팽창을 멈추면 곧 죽기 시작한다. [347]

클레멘스는 우유부단을 정책으로 만들었다 그는 과도하게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것이 행동의 대용품이 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였다. 그는 결단을 내릴 백 가지 이유를 보았지만 또한 그에 반대할 이유도 백 가지나 보았다. 마치 교황의 옥좌에 <부리단의 당나귀>가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스콜라 철학자인 장 부리단이 망설임의 철학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는 사실을 덧붙여야겠다. 철학적인 나귀가 절망적으로 배가 고팠지만 두 개의 건초더미가 같은 거리에 떨어져서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어느 한쪽을 선택할 아무런 이유도 찾아낼 수 없었기에 굶어죽었다는 것이다.) [352]

우리는 신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또한 악과 선, 고통과 사랑스러움, 파괴와 숭고함을 뒤섞은 듯이 보이는 우주를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아기를 달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거나, 혼돈에 질서를, 사물에 의미를, 형태나 생각에 고귀함을 부여하는 지적인 의지를 보면, 우리는 세계의 이해할 수 없는 정신을 구성하고 있는 삶의 법칙에 아주 가까이 다가간 듯한 느낌을 얻는다. [371]

값이 비싼 것은 아닐지라도 어떤 보석도… 여러분의 사랑보다 내가 더 좋아한 것은 없습니다. 나는 그것을 어떤 재물보다 더 귀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하느님께서 나를 높이 들어 올리셨지만 그래도 나는 여러분의 사랑과 더불어 통치했다는 것을 내 왕관의 영광으로 여깁니다. [478]


● 내가 저자라면

참 고맙다. 눈이 시원하게 열리는 것 같다.
책의 7쪽에서 14쪽에 담겨있는 내용은 그런 생각을 들게 한다. 7쪽에 불과한 ‘윌 듀런트가 남긴 마지막 유언’은 70쪽이 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책을 저술하던 저자의 주변상황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고, 책이 나오게 된 과정, 책이 담고자 했던 내용 등을 짧지만 상세히 독자에게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이랴. 저자가 저술을 위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사상의 일부, 모든 저술의 주제들이 담겨있다. 저자가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보여 지는 심신의 상황까지 전하고 있어 한결 생생함이 더한다. 저자에 대하여 전혀 모르는 상태로 책을 집어 들었을지도 모를 독자들에게 충실한 안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내용은 아니지만 저자와 책에 대하여 사전지식을 쌓았으니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인류 역사는 생물학의 한 단편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제 1장을 읽으면서 흡족한 것은 문장의 맛과 내용이다. 기원전 1백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분석하는 인류의 발달사가 그렇고 남자의 자질, 문명의 발달을 설명한 것들이 그렇다. 여자가 남자를 길들였다는 말이나 부조리함과 고통 한 가운데에 진짜 신의 도시가 감추어져 있다는 견해 등은 책 읽는 즐거움을 한껏 선사한다.
그러나 그러한 즐거움은 2장에서부터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공자와 간디를 길지 않게 언급한 동양문명을 지나고, 피라미드에서 셰익스피어에 이르기까지 연결되어 있는 서양 문명사의 긴 기행을 마치고 나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저자와 옮긴이의 말에서 실마리를 풀어보자.
먼저 저자 윌 듀런트가 말하는 이 책의 의도를 알아보자. 저자는 ‘이 책의 의도는 문명의 역사를 한정된 지면에 요약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에 의해 남겨진 사상과 표현의 걸작을 탐구하고 그 예를 살펴보는 것이다(73P).’ 라고 했다.
옮긴이는 어떻게 말하는가. 책을 번역한 안인희는 ‘이 책은 원칙적으로 서양의 역사를 관찰한다. 책을 쓰는 도중 저자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처음 계획했던 것과 다르게 셰익스피어와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가 마지막 장이 되었다. 대신 그때까지의 서양사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다(500P).’ 라고 말한다.
한사람은 책을 쓰고 한사람은 그 책을 번역했지만 견해는 일부 다르다. 저자는 역사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사상과 표현의 걸작을 탐구하겠다고 한 반면, 역자는 서양의 역사를 관찰한 책이라고 한다. 일부는 같은 맥락의 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또 일부는 상충되는 말이다.

책 전체의 구성을 보면 고대 문명의 발상지를 한 번 둘러본 다음에 대부분의 내용이 로마시대와 르네상스 그리고 종교개혁에 집중되어 있다. 저자가 철학자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아테네에서 발현한 철학들과, 서양문명의 대표적 시기인 로마, 그리고 서양문명을 꽃피운 르네상스, 서양의 모든 역사와 철학과 예술의 뿌리인 기독교를 빼놓고 서양 철학의 흐름을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은 철학과 문명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 책은 서양의 철학과 문명을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양의 역사를 큰 줄기로 훑는데 한 발을 걸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책은 저자의 말처럼 ‘사상과 표현의 걸작을 탐구’ 하면서, 역자의 말처럼 ‘서양사가 한 눈에 들어오도록 명료하게 정리’ 하고 있기도 하다.

사상과 예술의 탐구라고 한다면 저자가 책에 등장시킨 인물들의 대표성이 혼란스럽다는 게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물론 그 사람들은 논란을 거치며 서양문명의 큰 줄기를 만들어 왔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외에도 대표성을 가진 너무 많은 사람이 있다. 책 한권에 모든 사람들을 등장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는 말로 무마하기에는 타당성이 부족해 보인다.
서양사상의 전체적 흐름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도 무언가 아쉽다. 윌 듀런트가 문명을 떠받치는 다섯 기둥으로 꼽은 가족, 종교, 교육, 법, 대중에 대한 설명도 충분치 않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같은 경우에는 화제성이나 당시의 사회와 종교상을 설명하기에는 좋은 사례이지만, 사상과 예술의 문제로도 역사의 문제로도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비중이 떨어진다.
역사의 명료한 정리라는 부분에서도 만족스럽지는 않다. 대강의 서양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수긍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문명사 쪽으로 무게 중심이 많이 기울어있다. 로마는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고, 사람 중심으로 구성한 르네상스는 흐름이 툭툭 끊어지는 느낌을 준다.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종교개혁은 늘어지는 느낌을 주어 책으로의 흡인력을 떨어뜨린다. 역사적 측면의 관찰이라면 많이 알려진 로마와 르네상스, 종교개혁에 힘을 싣기보다는 서양사의 발현과 국가들의 변천, 문명의 흐름을 알려주는 게 나아 보인다.

책의 초점이 흩어져 보이는 것은 결국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다. 아마도 저자가 적당한 타협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역사속의 영웅들’은 11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물 ‘문명 이야기’를 축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이라면 참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지나친 축약이 문명사 쪽으로도 역사 쪽으로도 완전한 발을 딛지 못하게 한 요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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