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이한숙
  • 조회 수 2304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8년 5월 19일 11시 38분 등록
역사속의 영웅들, 안인희 역, 황금가지, 2004,
Heroes of History:
A Brief History of Civilization from Ancient Times to the Dawn of the Modern Age
윌 듀런트의 눈으로 본 문명의 역사:고대에서 근대의 여명기까지

우리에게 5월은 역사 속의 영웅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일 년치 필독서를 선별하고, 선별한 책들을 카테고리 별로 분류하고, 달마다 읽을 순서를 정해 주신 사부님의 배려가 새삼 더 깊이 다가온 주였다. 일반적으로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이 책이 내게는 참 잘 맞는 책이어서 더욱 그랬는지 모른다. 벌써 11권을 읽었다. 11권이란 숫자가 무시할 수 없는 숫자라는 걸 실감한다. 이 책을 읽을 때 이전의 책들이 이미 배경지식이 되어 이 책 읽는 나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1. 저자 소개 (Will Durant:1885-1981)

이 책을 읽고 나는 그가 스스로를 가장 멋지게 정의한 단어를 찾았다. ‘역사를 쓰는 철학자’, 그는 역사가라기 보다는 철학자이다. 그에 따르면 역사는 ‘시간 속의 사건들을 탐구함으로써 철학적 전망을 얻으려는 시도’ 이다(10p). 그에게있어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평화, 방종과 도덕, 파괴와 건설처럼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사실 사이를 오고 가는 진자의 운동, 그 이상의 것이다. 그의 관조는 언제나 낙관 편에 손을 들어준다. 이 책의 무수히 많은 아름다운 시들과 함께 내가 가장 감동하는 것은 듀런트의 그런 낙관주의이다. 죽음을 앞두고 초연하게 읊조리는 이 작가의 말을 직접 들어보라. 역사에 대한 즐거운 전망이란 무엇이고, 왜 그가 역사가가 아니고 (매우 낭만적인) 철학자인지 느껴보라. 좀 길지만 생략 없이 인용문 전문(22p)을 소개한다. 이 안에, 이 책에 그가 담은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나는 저 볼테르와 기본(Gibbon)의 비관적 결론, 즉 역사는 ‘인류의 범죄와 어리석음의 기록’이라는 결론에 동의하지 않겠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그 말이 맞고 또한 수억 가지의 비극들이 있다. 그래도 여전히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 생명의 흐름을 이끌어온 것은 평범한 가족의 건강함과, 남자들과 여자들의 노동 그리고 사랑이다. 또한 윈스턴 처칠과 프랭클린 루즈벨트 같은 정치가들의 지혜와 용기도 있다. 루즈벨트 같은 정치가들의 지혜와 용기도 있다. 자신들을 둘러싼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의 굴하지 않는 노력도 있다. 또 덧없는 아름다움에 지속적인 형식을 부여하고, 미묘한 의미를 밝히려는 예술가들과 시인들의 끈질김과 기술도 있다. 그리고 우리를 고귀함으로 안내하는 예언자들과 성인들의 환상도 있다.

이 소란스럽고 더러운 강 위에, 부조리함과 고통 한가운데에 진짜 신의 도시가 감추어져 있다. 이 도시에서는 과거의 창조적 정신이 기억과 전통의 기적에 의해 아직도 살아서 작용하고 모습을 다듬고 형태를 만들고 노래를 부른다. 거기서는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와 함께 철학을 가지고 논다. 세익스피어가 매일 밤 보물을 가지고 온다. 키츠는 아직도 나이팅게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셸리는 서풍에 실려 떠다닌다. 니체가 거기서 미친 듯 떠들어대며 폭로한다. 그리스도는 자신의 빵을 함께 나누자고 우리를 부른다. 이들과 다른 수많은 사람들과 그리고 그들이 가져다준 선물이 인간 종족의 엄청난 유산이다. 씨줄과 날줄로 짜인 역사라는 피륙을 이어가는 황금의 혈통이다.

우리에게 도전해오는 악을 향해 눈을 감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용기를 잃지 말고 그들을 가르치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의 업적과 우리가 물려받은 장엄한 유산에서 힘을 얻을 수 있다. "


그의 생애

1885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났다. 1917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이 대학에서 강의 하다가, 1935년 이후에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철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스스로를 <역사를 쓰는 철학자>라고 칭하는 그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총 11권의 <문명 이야기(The Story of Civilization)>을 저술하였고, 1926년에는 이미 우리에게도 친숙한 책인 <철학 이야기(The Story of Philosophy)> 등의 많은 저술을 남겼다.

이 책 <역사 속의 영웅들>은 윌 듀런트 사후 20년이 지나 발견된 원고를 출간한 것으로 <문명이야기> 11권을 요약한 것이다. 원고는 그가 사망과 함께 사라졌다가 세 번의 이사와 한번의 홍수를 겪고도 살아남았고 2001년 겨울, 우연히 발견되었다. 그것은 듀런트가 원고를 쓴 지 21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이었다.

윌 듀런트에게도 가족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누구보다도 사랑한 아내 에이리얼과는 스승과 제자로 만나 사랑을 꽃 피웠고, 완성까지 50년이 걸린 대규모 기획 ‘문명이야기’를 처음부터 공동 저자로 함께 했다. 그는 이 책 초입에 공자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가르침을 길게 인용하며 ‘개혁은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자신의 생각을 보여준다. 그는 따뜻한 가장이요, 한 사람의 남편으로 평생을 아내와 아름답게 동행했다. 삶의 동반자요, 이상적인 동료요, 친구였던 두 사람. 이 행복한 결합이 역사의 어두운 단면들에도 불구하고 그의 저작들이 따뜻한 이유요, 그가 시종일관 유머와 재치, 낙관을 잃지 않는 이유다. 이 책의 작업에는 장성한 딸까지 합세하여 일가족 프로젝트가 되었다. 듀란트의 원래 계획은 이 책을 23개의 장으로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1장을 완성했을 때 아내 에이리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뒤이어 1981년 말 저자 자신도 심장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1981년 10월 25일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13일 만인 11월 7일, 그의 심장도 멈추었다. 그들은 살아서 그랬던 것처럼 죽어서도 같이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They were inseparable in death as they were in life) 아내 에이리얼에게 달려가기 위해 듀런트는 아흔여섯의 아름답고 평온한 생애를 급히 마감했던 것이다.

감동을 주는 것은 단지 책 만이 아니다. 한 인생이 보이는 경이와 진정은 활자 보다 더 크게 말한다.


그의 사랑관- 영혼이 행복하면 그 사랑도 커진다

그는 가장 노골적이고 관능적인 사랑의 노래인 ‘솔로몬의 노래’ 한 편(‘내 임은 유향 꽃송이,온 밤을 내 젖가슴에 묻고 지내셔도 좋으리’로 시작하는)을 소개하며 사랑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모파상을 인용하여 간접적으로 들려준다. ‘진실한 사랑에서는 영혼이 육체를 감싸안는다.’ 그에게 사랑은 좀 더 섬세한 헌신이었다. ‘모든 것 중에 가장 고귀한 사랑은 에고를 가장 많이 넓혀주고 살아 있고 평화로운 모든 것들에 대해 마음과 팔을 활짝 여는 일이다. 영혼이 행복하면 그 사랑도 커진다.’

<문명이야기> 외 주요 저서들

<철학 이야기>
11년간의 풍부한 자료조사와 3년에 걸친 집필을 통해 각 철학자들의 중심 사상과 그들의 인간적 고뇌,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화들을 흥미롭게 소개하며, '삶이란 무엇인가?' '도덕이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등 인간 생활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 묻고 답한다. 방대한 지식과 치밀한 문헌 조사, 원전의 풍부한 인용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 볼테르, 칸트, 니체, 베르그송과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명쾌하게 풀어내며 깊이와 대중성 사이의 접점을 성공적으로 찾아낸 역작이다.

"듀런트는 철학자의 사상을 일반 사람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이 책은 틀림없이 철학의 대중화를 시도했지만 단순한 대중화에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매우 학문적이다." – 존 듀이

<철학의 즐거움>
황폐한 현대인의 심성 위에 왜 철학이 필요하며, 과연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쉽게 피력해 놓은 빼어난 책이다. 우리 시대, 우리 생활에서 절실한 관심사가 되는 여러 문제들, 변모하는 도덕, 사랑, 남성과 여성, 결혼의 붕괴, 도덕 문제에 대해 정곡을 찔러 해박하게 설명해 준다. 인식론이나 형이상학과 같은 골치 아픈 주제를 다뤘지만 여러 가지 예를 들어 문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즐겁게 읽힌다.

<20세기 문학이야기>
20세기의 위대한 작가들에 대한 문학론인 동시에 그들의 삶 속에서 끄집어낸 교훈을 보여주는 인생론. 듀런트는 작가와 시대, 작품과 저술의 해석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삶의 역정을 전기적 방법으로 재구성하여 감동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작가의 사상과 삶을 아울러 음미하려는 인간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그는 자신이 위대한 작가들에게 흥미를 느낀 것은 “신이 떠나버린 이 마당에서 인생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성숙한 인간으로서 가장 값진 삶의 실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들의 견해”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2. 가슴에 들어온 글귀


10. 역사란 철학의 한 부분이다. 철학은 광범위한 전망을 얻으려는 시도이다...역사는 시간 속의 사건들을 탐구함으로써 철학적 전망을 얻으려는 시도이다.
.
12. 현재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를 공부하는 것이다.

15. 인류 역사는 생물학의 한 단편(斷片)이다.

15. 인류는 땅을 경작하는 농부로 정착생활을 한 것보다 40배나 긴 세월을 사냥꾼으로 살았다. 97만 5천 년의 이 세월 동안 인류의 기본적인 성향이 만들어졌고 아직도 그대로 남아 매일 문명에 도전하고 있다.

16. 남자는 대단히 빛나는 존재일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따지면, 자궁이며 인간 종족의 주류인 여자에게 공물을 바치는 존재다.

17. 남자는 여자가 마지막으로 길들인 동물로, 마지못해 부분적으로 문명화되었다. 남자는 천천히 여자에게서 사회적 특질을 배워 익혔다. 가족에 대한 사랑, 친절(친족과 가까워 지는 것), 절제, 협동, 공동체 활동 등이다. 이제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자질이 미덕이 되었다. 내 생각에 이것이 바로 문명의 시작이다. 즉 문명이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다.

19. 가족, 교회(종교), 학교, 법, 대중의 의견(여론) 등이 이 복잡한 도덕 규범의 형성을 도왔다.

21. 결혼은 위험 분산용 단기 투자가 되었다.

21. 역사상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연속 장면의 한 가지는 이교적인 방종의 시대에 이어 청교도적인 억제와 도덕적 규율의 시대가 뒤따라온다는 것이다. 30. 중국인의 사유는 성자가 아니라 현자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선의가 아니라 지혜를 주로 이야기 한다. 중국인들의 이상은 경건한 헌신이 아니라 성숙하고 고요한 마음이다.

30. 철학적인 비 활동 상태인 무위는 사물이 나아가는 자연의 흐름에 개입하지 않음을 뜻한다. 이 무위는 모든 분야에서 지혜로운 사람의 표지이다. 국가가 무질서 했을 때 할 일은 국가를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원래의 정상적인 의무로 되돌리는 일이다.

33. 사물을 탐구하자 지식이 완전해졌다. 지식이 완전해지자 생각이 신중해졌다. 그들의 생각이 신중해지자 마음이 바르게 되었다. 마음이 바르게 되자 그들은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을 다스리게 되자 가족을 단속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을 단속할 수 있게 되자 나라가 바르게 통치되었다. 나라가 바르게 통치되자 온 세상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되었다.

34. 개혁은 집(가정)에서 시작된다.

36. 오 아이여, 나리꽃 수놓은 장막 뒤에서/ 황홀한 이 포옹!
- 이태백의 시 ‘포도의 술’ 마지막 귀절

42-43. 첫번째 단계는 끈질기게 지속적으로 내면을 관찰하는 일이다. 두번째로 모든 사물에는 우리 자신의 내면과 마찬가지로 내적이고 생명이 있고 비물질적인 힘의 숨결이 있다. 세번째로 아트만과 브라마는 원대 하나다. 우리 속에 들어 있는, 혹은 나무나 돌 안에도 들어 있는 비개체적 영혼 혹은 힘은 세계의 비인격적 영혼과 동일한 것이다. (우파니샤드의 이해와 깨달음의 세 단계)

48. 해탈이란 죽음 뒤의 하늘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기심을 극복한 고요한 상태이다.

49. 칸디에 있는 불교 사원 벽 위에서, 온화한 붓다가 지옥에서 사나운 형벌을 지시하고 있는 커다란 그림을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살아있는 존재를 죽이지 말라)고 설파하였던 이 이상주의자를 이렇듯 야만으로 변형시킨 일을 항의하자 한 승려가 설명하였다. 종교가 미덕과 축복뿐 아니라 공포심으로 설교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무법적인 개인주의를 통제할 길이 없다.

59. 피라미드에는 야만적으로 원시적인 요소가 있다. 그토록 난폭하게 엄청난 크기를 만들어낸 일과 영원성을 향한 공허한 갈망이 그것이다.

73. 이 책의 의도는 문명의 역사를 한정된 지면에 요약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에 의해 남겨진 사상과 표현의 걸작을 탐구하고 그 예를 살펴보는 것이다.

79. 다만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 서로 위하는 마음이 개울같이 넘쳐흐르게 하여라.(아모스 5장)

86.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우스에 따르면 그(피타고라스)는 처음으로 〈세계에 코스모스라는 이름을 부여한〉인물이다. 그는 별들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보고 그런 이름을 붙였다. 코스모스란 질서라는 뜻이고, 이것이 피타고라스의 핵심적인 단어이다. 우리의 소망이 질서를 이룬 것 그리고 공동체와의 관계에서 질서를 이룬 것이 곧 미덕이다. 그리고 국가 안의 질서가 유지되면 그것이 곧 올바른 정부이다.

91. 모든 것 중에서 가장 고귀한 사랑은 에고를 가장 많이 넓혀주고, 살아 있고 평화로운 모든 것들에 대해 마음과 팔을 활짝 여는 일이다.

95. 플라톤보다 300년 전에 헤라클레이토스는 신비로운 경구를 사용해서 변화의 철학을 설명하였다. 이 것은 헤겔, 다윈, 스펜서 ,니체 등에게 영감을 준 사상이었다. 두 가지 생각의 그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변화가 보편적이라는 것과 에너지는 파괴할 수 없이 영속한다는 생각이었다. 지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것은 변한다. 모든 것은 언제나 현재의 존재이기를 중지하고 새로운 다른 것으로 된다.

95. 모든 것은 흘러간다. 흐르는 강의 동일한 물 속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107. 인간을 위해 지속적인 정의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강하거나 영리한 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법이든 피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법은 거미줄과 같아서 작은 파리는 잡지만 큰 벌레는 뚫고 도망친다. – 아나카르시스

107. 나는 항상 배우는 가운데 나이가 들었다 - 솔론

109. 페리클레스의 탄생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죽음 사이에 들어있는 시대는...세계 역사상 가장 기억할 만한 시대이다. -셸리

115. 아테네 사람들은 너무나 똑똑해서 선량해지기 어려웠다...민족도 이들보다 더 큰 상상력이나 혹은 더 생생한 혀를 가진 적이 없었다...이들은 지적인 대화를 문명의 최고 스포츠처럼 우러러보았다.

116. 그리스 예술은 이성을 눈에 보이게 만든 것이다. 그리스 회화는 선으로 이루어진 논리학이고 그리스 조각은 균형의 숭배이며 그리스 건축은 대리석으로 된 기하학이다.

117. 그리스 사람들은 예술이란 삶에 종속된 것이며, 삶은 가장 위대한 예술이라고 생각하였다. 실용성이 없는 아름다움에 반대하는 건강한 공리주의 성향을 가졌다.

122. 보통 한 시대의 철학은 다음 시대의 문학이 된다. 한 세대 동안 사색이나 탐구의 영역에서 논쟁이 이루어진 사상이나 문제들은 이어지는 세대에 가서 연극, 허구, 시 문학의 배경이 되곤 한다.

125. 지상에서 피흘리고 자라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상처많은 식물이 여자...-에우리피데스

127. 인간은 헛 것, 즐거울 땐 빛나고 두려움이 없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백지처럼 세월이 변화에 따라 춤추는 존재... (에우리피데스의 시-손자의 시체를 부여잡고 할머니(헤쿠바)가 통탄하는 장면)

137. 그(필립왕)는 위지력이 강하고, 잘생긴 사람으로 문명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강력하고 훌륭한 짐승이었다.

139. 그(데모스테네스)는 말하는 것보다 글을 더 잘 썼다. 몸이 약하고 발음이 완벽하지 않아서였다.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조약돌을 입에 절반쯤 채우고 시끄러운 바다를 향해 연설하였다.

144. 역사는 신문과 마찬가지로 이름과 날짜는 바뀌어도 사건은 언제나 똑같다.

146. 철학자들이 왕이 되기 전까지, 혹은 이 세상의 왕들과 왕자들이 철학의 정신과 함을 갖기 전까지는 ....... 도시들과 인간 종족은 사악함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 플라톤

150. 행동의 목적은 행복이지만 행복의 비결은 미덕에 있다. 그리고 최고의 미덕은 지성이다.

155. 정력이란 천재의 절반일 뿐이다. 나머지 절반은 통제의 능력이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는 온통 정력이었다. 그에게는 카이사르의 조용한 성숙이나 혹은 아우구스투스의 섬세한 지혜가 없다. 그를 보면 (나폴레옹을 보듯이) 경탄하게 된다. 그가 혼자 힘으로 세계의 절반과 맞섰기 때문이고, 또한 그는 한 개인의 영혼 안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힘이 잠재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우리에게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168. 그(한니발)는 신체가 어려움을 견디고, 입맛은 곤궁을 견디고, 생각은 사실을, 혀는 침묵을 견디도록 자신을 훈련하였다.

176. 생명은 자유로이 간직하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사 임시로 빌린 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그것을 잘 이용해야 한다. 우리의 힘을 다 쓰고 나면 우리는 잔칫상에서 일어나는 손님처럼 우아하게 감사를 표시하면서 생명의 식탁을 떠나야 한다.

176-177. 죽음 자체는 두려운 것이 아니다. 오직 저승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 죽음을 두렵게 만든다. 그러나 저승이란 없다. 지옥은 이승에서 고통을 받는 것으로, 그것은 무지, 정열, 싸움을 좋아함, 욕심에서 온다. 천국은 이승의 <현명한 사람들의 평화로운 신전>에 들어 있다…..미덕이란 신들을 두려워하는 것이나 즐거움을 조심스럽게 피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성에 의해 인도된 능력과 감각이 함께 조화롭게 활동하는 것을 뜻한다. <인간의 진정한 부는 마음의 평화를 지니고 단순하게 사는 것이다.> - 루크레티우스

177. 사회를 조직한 것이 인간에게 자신보다 훨씬 강한 동물들을 이기고 살아남을 힘을 주었다. 인간은 잎사귀와 나뭇가지의 마찰로부터 불을 발견하였고, 몸짓을 언어로 발전시켰으며 새에게서 노래를 배웠다. 또한 동물을 길들여 이용하였고 결혼과 법으로 자신을 길들였다. 하늘을 관찰하고 시간을 측정하고 항해술을 익혔다. 역사는 국가와 문명이 일어나고, 번성하고, 시들고, 죽는 과정이다. 그러나 각 국가나 문명은 거꾸로 관습, 도덕, 법, 예술 등 문명의 유산을 전달해 준다. - 루크레티우스

177. 역사는 국가와 문명이 일어나고 번성하고 시들고 죽는 과정이다. 그러나 각 국가나 문명은 거꾸로 관습, 도덕, 법, 예술 등 문영의 유산을 전달해 준다. <달리면서 생명의 램프를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는 달리기 선수처럼>.

187. (술라가) 유일하게 신경을 쓰는 것은 지혜와 용기에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능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그는 마지막까지 유머 감각을 유지하였고 자신의 잔인성을 2행짜리 경구시로 우아하게 감싸고, 로마를 자신이 웃음으로 가득 채우고, 적을 10만명쯤 만들고, 자신의 목표를 모두 달성하였으며, "그러고도 침대에서 죽었다.(이 표현 압권!)

189. (술라)는 다섯 명의 여자와 결혼하고 네 번 이혼하였다. 이들이 못하느 ㄴ일들은 애인과 즐겼다.

189. <내게 봉사한 어떤 친구도, 내게 못된 짓을 한 어떤 적도 내가 충분히 보상해 주지 않은 경우란 없다.> - 술라의 묘비명

190. 사람들은 종교에서 위안을 구하였다. 도시에서 빈곤은 계급과 집단의 조건이 되고 그것은 사회적 폭동으로 넘어가게 된다.

192. 식사는 이제 로마 상류층의 가장 중요한 일거리였다. <모든 좋은 것은 위장과 관계가 있다.> - 메트로도루스

194. 카이사르는 기원전 100년에 태어났다. 태어날 때 그의 이름이 붙은 수술(카이사르 절개술, 제왕절개)을 받았다고 한다.

195. 카이사르는 당시 유행하던 대로 거침없이 애인을 만들었다. 그 숫자가 많고 남녀를 가리지 않았기에 쿠리오는 그를 ‘모든 여자의 남편이며 모든 남자의 아내’라고 불렀다.

195. 카이사르가 처음에는 무자비한 선동가이며 거침없는 난봉꾼이었다가 책임감에 의해 천천히 역사상 가장 신중한 정치가의 한 사람으로 변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그의 결점을 보고 좋아하더라도 그가 위대한 사람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198. 갈리아는 카이사르를 통해 부조리하지만 아름다운 라틴어를 쓰는 라틴 땅이 되었다. 로마 병사들이 쓰던 거친 라틴어가 변해 라신느(프랑스 고전주의 작가)와 아나톨 프랑스(프랑스의 작가)가 쓰는 음악적인 프랑스어가 되었다. 최악의 것이 타락해서 최선의 것이 된 것이다.

203. 용서받은 일을 용서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214. 문학의 세계-사랑의 경우보다 질투가 조금 적은 세계

214. 예술은 예술가와 그 수용자의 감정을 전제로 한다. <나를 울게 하려면 당신 자신이 먼저 슬픔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예술은 감정만이 아니다. 그것은 훈련된 형식으로 나타나는 감정이다. <평온함 속에서 기억된 감정>인 것이다.

215. 형식을 얻기 위해 밤낮 그리스 문학을 연구하라. 희곡을 쓸 경우에는 세 개의 통일성을 지켜라. 줄거리, 시간, 장소의 통일성이다. 삶과 철학을 연구하라. 연구와 이해가 없는 완전한 양식이란 너무 약해서 사용할 수 없는 공허한 빈 그릇과 같다.

216. 이 우울한 항구에서 그는 이탈리아의 따뜻한 여성들과 즐거운 하늘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졌다.

226. 누구든 세계 역사에서 인류의 조건이 가장 행복하고 번성했던 시대를 꼽으라는 요청을 받는다면 아마도 지체 없이 네르바 황제의 등극에서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죽음까지의 시대를 꼽을 것이다. 이 황제들의 통치 기간은 아마도 대규모 국민의 행복이 통치의 확고한 목적이 되었던 역사상 유일한 시대일 것이다.

234. 이 세상에서 훌륭한 기질이란 그것인 진지하기만 하다면, 아무것도 그것을 이길 수가 없다. 정말로 선한 사람은 불행에 대해 면역력이 있다. 어떤 재앙이 덮쳐도 그의 영혼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논리나 배움이 아니라 이해와 받아들임이다.-아우렐리우스 명상록

239. 역사의 유머 덕분에 그는 <기원전(그리스도 이전)> 3년이나 4년에 태어났다.

243. 우리는 강하고 신념을 가진 여자나 남자의 생각과 의지 속에 들어 있는 힘에 대해 어떤 한계도 둘 수 없다.

245. “누구든지 있는 사람은 더 받겠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루가 19장 26절) 이 말은 세계사를 요약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시장 경제를 아주 훌륭하게 요약해 놓은 말이다.”

266. 자유는 안전이 만들어내는 사치품이다…. 성취된 욕망을 낭만적으로 그려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방해가 없으면 문학도 없다.

269. 지옥의 문 위에 쓰인 글귀를 보았을 때 시인이 생각한 것보다 더 위대한 구절을 어디서 찾아보랴. (여기 들어서는 그대들이여, 모든 희망을 버려라!)

272. 지혜를 향한 첫 번째 열쇠는 자주 부지런히 질문하는 것이다.....의심을 통해 우리는 탐구에 이르고, 탐구를 통해 진리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 아벨라르

274. 중세 사람들은 종교에 모든 것을 걸었다. 로마 문명은 그 신들의 죽음 혹은 그에 대한 사람들의 혼란으로 인해 죽었다고 생각했다.

281. 르네상스는 고대의 문학만을 복원시킨 것이 아니라 그 쾌락주의적 자유로움도 똑같이 복원시켰다....르네상스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돈이 필요했다.

284. 르네상스란 시간상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과 사유의 방식이다.

292. 장래가 어찌되든/ 젊은이들과 아가씨들아, 지금 즐겨라. / 내일은 아무것도 확실치 않으니. - 로렌초의 시

298. 인간은 자기가 되고자 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이것이 신의 선물이요, 인간이 받은 최고의 놀라운 축복이다....하느님 아버지는 인간에게만 탄생의 순간부터 모든 가능성과 모든 삶의 씨앗을 주셨다. -피코

300. 평온한 마음과 여가를 품위 있게 즐기는 것보다 더 소망스러운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것은 모든 선량한 사람이 원하는 것이지만 위대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일이다. -피코

307. 예술가의 가장 중요한 일은 실행이 아니라 구상에 있다고 했다. 천재적인 사람들은 일을 가장 적게 할 때 가장 많이 일한다.

308. 마음 속에 간직한 것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보여주게 만들어라.-다빈치

321. 하루를 잘 보내면 그 잠이 달다. 그렇듯이 인생을 잘 보내면 그 죽음이 달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336. 교황이 작업하는 미켈란젤로에게 '언제 끝나나?'물었고 그는 '예술을 충족시키기 위해 내가 필요하다고 믿는 일을 모두 마칠 때'라고 대답했다.

352. 교황 클레멘스는 우유부단을 정책으로 만들었다. 그는 과도하게 생각에 잠겼다……그는 결단을 내릴 백 가지 이유를 보았지만 또한 그에 반대할 이유도 백 가지나 보았다.

371. 우리는 신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또한 악과 선, 고통과 사랑스러움, 파괴와 숭고함을 뒤섞은 듯이 보이는 우주를 이해하지도 못하나. 그러나 아기를 달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거나 혼돈에 질서를, 사물에 의미를, 형태나 생각에 고귀함을 부여하는 지적인 의지를 보면, 우리는 세계의 이해할 수 없는 정신을 수성하는 삶과 법칙에 가까이 다가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390. 책 중독증은 악덕과 똑같이 돈이 많이 들었다.

408. 루터는 코다 부인이 한 말, 세상에서 선량한 여성의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말을 결코 잊지 않았다.

439. 대륙의 재세례파와 영국의 퀘이커 혹은 미국의 침례교파 사이에 어떤 명료한 제휴의 흔적은 없다. 그러나 전쟁과 맹세를 거부하는 퀘이커들의 태도와 어른이 된 다음 세계를 받는 침례교의 주장은 어쩌면 재세례파가 스위스, 도이칠란트, 네덜란드 등지에서 만들었던 것과 동일한 행동 지침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441. 제후들은 자신들이 종교를 선택할 권한을 가졌다. 그들이 자유롭게 선택한 종교는 시민들에게는 의무였다

463.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영국은 르네상스(셰익스피어), 종교 개혁(엘리자베스), 계몽주의(베이컨) 등이 하나로 합쳐져 천재와 역사가 폭발적으로 집약된 시대였다.

466. 그 문체의 행복한 화려함 속으로 거의 시니컬한 고통의 외침이 터져 나온다. '뜻대로 하세요'(1600) 같은 가벼운 희극에서도 그렇다.
-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말하면서

466. 세계란 '잡초를 제거하지 않은 정원이 자라 씨앗을 맺는 것, 사물들은 소유라는 자연 속에 사납게 우거져 있을 뿐 - 햄릿, 1막 2장

467. 삶에 대해 이보다 더 쓰라린 판결이 있을까. 있다. '아테네의 티몬'을 생각해보라...돈을 잃고 친구들도 하룻밤 새 다 사라진 걸 안 그는 문명의 먼지를 발에서 툭툭 털어내고 숲의 고독 속으로 은둔한다. 그곳에서 그는 '가장 불친절한 야수도 인간보다 친절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 셰익스피어의 '아테네의 티몬'을 설명하면서

469. 지친 배우 겸 극작가(셰익스피어)는 런던의 소모적인 무질서와 군중 속의 외로움을 떠나 스트랫퍼드 집의 푸른 풀밭과 가족의 사랑으로 돌아가서 강인한 남자로서의 삶에 대한 사랑을 다시 얻는다.

472. (프란시스 베이컨을 소개하며) 감정은 지성에 종속되고, 패배는 희망에 극복되고 삶의 흥망성쇠는 인간 정신의 승리에 대한 가장 광범위한 전망 속에 파묻혔다. 그토록 압도적인 패배를 뚫고 이와 같은 낙관주의가 살아남은 적이 있었던가.

473. 그(베이컨)의 기민한 정신은 굶주린 듯이 지식을 받아들였다. 그의 박식함은 그 광활하던 시대에 기적들 중의 하나였다...(부탁해둔 일자리를 기다리며 베이컨은 말한다) "내 나이의 불리함은 내 양복이 길이와 함께 점점 닳아질 것이다".
"
p.477-478. 어떤 보석도...여러분의 사랑보다 내가 더 좋아한 것은 없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높이 들어 올리셨지만 그래도 나는 여러분의 사랑과 더불어 통치했다는 것을 내 왕관의 영광으로 여깁니다...왕이 되어 왕관을 쓴다는 것은 그것을 쓴 사람 보다는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영광스러운 일입니다...이 옥좌에 나보다 더 강력하고 더 지혜로운 왕들이 과거에도 많았고 앞으로도 많이 있겠지만 그러나 여러분을 더 사랑한 왕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 엘리자베스 1세 '황금의 연설'(1601년 11월 30일)에서

482. (제임스 1세 왈, '내가 만일 뇌물을 받은 사람들에게 벌을 내린다면, 단 한 명의 신하도 남지 않을 것이다.'

483. " 깊고도 참된 사색의 도움으로...인간의 질서를 보다 낫게 만드는 것, 이 것이 내가 목표로 삼는 것입니다." - 베이컨이 아이삭 캐소본에게 보내 편지에서

485. (베이컨이 세실 경에게) 모든 지식을 내 영토로 삼았다.

487-48.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지식은 단순히 뒤범벅이며 소화되지 않은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쉽게 믿는 태도, 수많은 우연 그리고 맨 처음에 흡수된 유치한 관념들로 이루어진 덩어리다. 그러므로 출발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정신에서 온갖 전(前)개념, 선입견, 억지, 이론 등을 깨끗이 비워야 한다. - 베이컨

488. 경험의 진짜 방법은 우선 촛불을 켜는 것이다(가설). 이어서 촛불을 수단으로 삼아 길을 비추고, 비로소 적절한 경험을 시작해서...... 그것으로부터 공리를 이끌어낸다(<첫번째 결실>, 잠정적 결론). 그리고 이렇게 확정된 공리로부터 다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실험 자체가 판정을 내려야 한다. - 베이컨

491-492. 미덕은 온건한 형태로 실천되어야 한다. 사악한 사람이 경솔하게 선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약간 시치미를 떼는 것은 문명을 위해서는 아닐지라고 성공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사랑은 광기요, 결혼은 올가미다.

492. <한 국가의 청년기에는 군대가 번성한다. 한 국가의 중년기에는 학문이 번성한다. 그리고 군대와 학문이 잠시 함께 번성한다. 국가가 쇠퇴하는 시기에는 상술과 상인들이 번성한다.> - 베이컨

493. 무엇보다도 좋은 정책이란 국가의 재물과 돈이 소수의 손길에 모이지 않게 하는 일이다.

495. 우리의 권력은 우리의 지식에 비례한다 - 캄파넬라

497. 사람들이 그것을 비난하게 내버려둬라. 다만 그것들을 관찰하고 무게를 달아보라 - 베이컨

498. 그(베이컨)는 모든 과학을 위하여 깃발을 들어올리고 그것을 다음 세기의 가장 열렬한 정신들에게 넘겨주었다.

503. (역자 후기에서) 삶이란 대체 무엇인가. 우리 인간은 대체 얼마나 이상한 존재인가. 그토록 잔인하고 그토록 위대하고 그토록 허망하면서 또한 그토록 아름답다.



3.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이 책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윌 듀란트가 죽기 전 마지막 불꽃을 태워 작업한 책이다. 원래 오디오 강의 시리즈를 위한 19개의 대본을 수정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바쁜 현대 독자들에게 위압으로 다가오는 큰 책들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동시에 책을 즐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던 듀런트는 <문명이야기>의 오디오 강의인 <미니 토크> 시리즈를 먼저 완성한다. 이를 위해 듀런트는 독자에게 흥미와 유익을 가져다 줄 영웅들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명단은 공자에서 시작해 이태백, 붓다, 알렉산더 대왕에서 아우렐리우스, 그리스도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세익스피어에서 베이컨까지 이르는 것이었다(아쉽게도 마지막 두 장은 미완성).

50년에 걸쳐 완성된 그의 대작 <문명의 이야기 the Story of civilization> 11권을 토대로 한 이 책은 부제(A Brief History of Civilization from Ancient Times to the Dawn of the Modern Age)가 말해 주듯 고대에서 근대의 여명기까지 윌 듀런트의 눈으로 본 문명의 역사에 대한 서술이다. 책을 여는 순간 가장 흥미진진한 인류 역사의 풍경들이 세계사 물결과 함께 펼쳐진다. 듀런트와 함께 역사의 위대한 남녀의 업적과 삶을 들여다보는 여정은 값진 특권이다. 이 작업에 몰입한 듀런트에게 나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이미 90대가 넘은 노인이었지만 아직 신의 창조적인 바람은 여전히 그의 뱃전에 머물렀고, 그는 오히려 죽음 직전에 이르러 더욱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시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니우리로 하여금 오늘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한 듀런트의 꺼지지 않는 창의성과 젊음(?)에 감사를 보내야겠다^^*. 인류 문화사 전체에 대한 그의 작업은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지만 매력적인 모험이다. 여행의 목적과 여행지, 여행에서 만날 사람까지 계획된 여행에서 우리가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그러나 현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오픈되어 있다.듀란트의 그런 유연함이 인류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독자들까지 품에 안는다.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라면, 세계사에 대한 향수에 다시금 젖을 것이며, 역사책에 대한 거부감은 한결 누그러져 있을 것이다. 이 책으로 인해 세계사에 대한 관심이 부활했다면 그것이야말로 글의 행간에서 우리를 만나고저 의도한 듀런트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일이리라.


듀런트의 역사관

알렌 치넨 책과 사부님의 책 <코리아니티>에 길게 소개된 흥미로운 가정을 토대로 문명이야기를 시작하는 듀런트에게 역사는, 정치가 한 사회를 구성하는 계층들 간의 타협의 기술인 것처럼, 자연과 문명의 깊고도 끈질긴 갈등, 즉 (자연스러운) 개인적 본능과 (인위적인) 사회적 본능 사이의 끊임 없는 갈등이며, 두 극단 사이의 황금률을 찾아내기 위한 밀고 당김의 운동이다. 네로와 코모두스 이후의 고대 로마의 도덕적 붕괴에 뒤이어 기독교의 질서가 사회를 바로잡고, 보르지아 가문이 설치던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폭력과 성적인 문란함은 교회의 정화와 도덕성의 회복으로 귀결되고, 프랑스 혁명 동안 결혼, 가족의 붕괴는 나폴레옹 1세 치하의 법과 규율과 가족의 권위 회복으로 이어지고, 바이런과 셸리 시대의 낭만적 이교주의와 방종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단정함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 두 극단 사이에 듀런트는 일단 문명이 낳은 좋은 점들에 주목하고 문명 편에 선다. 방종과 그 반대 사이의 진자 운동보다 더 즐거운 전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는 모든 사람은 불평등하게 만들어졌으며, 어디에나 악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 소란스럽고 더러운 강 위에, 부조리함과 고통 한가운데에 진짜 신의 도시가 감추어져 있다’(22)고 믿는다. 그런 그의 믿음을 지지하기 위해 그는 수많은 영웅들과 그들이 가져다 준 선물을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그들은 ‘달리면서 생명의 램프를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달리기 선수들처럼’ 우리에게 정신적 선물을 전해주었다. 이 선물이야말로 인간 종족의 엄청난 유산이며 씨줄과 날줄로 짜인 역사라는 피륙을 이어가는 황금의 혈맥이다.

때문에 이 책은 ‘문명이야기’ 11권의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과거 유산의 효능과 그것이 우리에게 남기는 교훈이 무엇인가를 들추어내는 작업이다. 우리는 우리를 향해 도전해 오는 악을 향해 눈을 감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과거의 업적과 우리가 물려받은 장엄한 유산으로부터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H.카의 역사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생각난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역사를 돌아보는 일이 그토록 많은 이에 의해 권장되는가. 나는 이 문제를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연구원을 시작할 때 20 페이지의 개인사를 쓰면서, 나는 개인의 역사가 개인에게 주는 메시지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 내일의 삶의 방향을 고민하며 오늘 저녁 하루의 일기를 쓰는 일처럼, 자신의 삶에 대하여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나라는 사람이 살아온 역사’를 진지하게 돌아볼 수 밖에 없다. 나의 역사 속에 내 삶에 대한 실마리가 있으며, 내 역사 속에 나를 잡아줄 교훈이 있는 것이다.

‘스스로 거듭나 자신을 바로 잡고 절망을 떨치고 일어나 희망을 가지기 위한 모든 노력의 출발점은 늘 우리 자신의 경험이어야 한다’고 <삶은 기적이다>을 쓴 웬델 베리는 (그 책 서문에서) 말한다. 우리 인간 전체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역사가 우리를 데려다 놓은 그 지점에서, 우리들의 경험이 축적된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인간에게 희망이 있는 것은, 한 개인이 위급할 때마다 이전의 경험으로 돌아가 삶의 방향을 재조정하는 것처럼 인류도 역사로 돌아가 그곳에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인류 최고의 희망이다. 이 책은 그런 가르침을 준다.


그의 유려한 필치와 역사를 넘나드는 혜안
-그런 필치의 흔적들

방대한 역사를 그토록 짧게 축약하는 듀란트의 여유, 산문체 문장 속에 녹아난 노장의 위트와 지혜, 이런 것이 역사 입문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책이 허술하게 읽히는 것을 막는다. 11권으로 된 <문명 이야기>를 쓴 그의 머리 속에는 역사의 페이지가 일목요연하게 갈무리되어 있다. 책을 만들기 전에 이미 책에 대한 그림은 그의 머리 속에 있다. 그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사람들이 살아온 발자취에 주목하며 역사를 펼쳐 놓기로 ‘결정’한다. 죽기 전에 마지막 불꽃을 태운 노장의 숨결이 곳곳에 숨어있고, 여기저기에 노장이 배치한 감동의 모멘트들이 숨겨져 있다. 특히 역사의 장을 건너 뛸 때마다 그는 멋진 혜안으로 장 간의 간극을 매끄럽게 연결한다. 이런 식이다.

아테네의 가장 유명한 철학자(여기서는 플라톤)가 자유에 대해 그토록 할 말이 적게 되었을 때 철학은 새로운 종교를 위해 무르익은 것이고 그리스는 새로운 왕(여기서는 알렉산드로 대왕)을 위해 무르익은 것이다.(이어서 알렉산드로 대왕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의 시각에는 균형이 잘 잡혀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많은 사람들이 (성서의) 하나님 나라를 공산주의 유토피아로 해석하고 해방자 예수를 내세우며 사회주의 혁명을 옹호하는 텍스트로 성경을 내세운다. “너희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그러나 보수주의자 역시 자신의 의도를 위해 성서를 인용할 수 있다“. "누구든지 있는 사람은 더 받겠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244).

역사의 사실들이 왜곡되는 이유는 그것을 해석하는 자들이 사욕 때문에 판단을 굽게 하기 때문이다. 듀런트의 시각은 관조적이고, 객관을 유지한다. 섣불리 판단하거나 개입하지 않고 사실을 전달한다. 그러나 판단이 필요할 때 조차 유머를 잊지 않는다.


이 책의 특장

'역사서를 이렇게 쓸 수도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얻는 가장 신선한 충격이다. 유연하고 간결하지만, 내공이 느껴지는 산문체의 언어로 장대한 역사를 경쾌하게 담아내는 힘. 이 책은 역사의 복잡하기 그지없는 발전 과정을 세밀화로 그리진 않는다. 4대 문명의 발상지부터 고대 그리스 로마, 르네상스, 종교개혁을 거쳐 세익스피어와 베이컨 시대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시간을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걸으며 몇 마디 말로 예리하게 각 시대의 핵심을 찌른다. 이미 역사의 수많은 흥망성쇠를 관찰했던 노장의 눈길은 관찰자의 냉담함과 관조의 힘을 유지하면서도 역사에 따뜻한 미소를 던진다. 특히 마지막 장(햄릿/베이컨/에섹스/엘리자베스)은 한 편의 문학 보다도 감동적이다.


그의 영웅 리스트, 뭔가 다르다

한 시대의 위인이란, 시대의 의지를 표현하고, 시대의 의지를 전해주고, 그것을 완성하는 인간을 말한다. 그의 행위는 시대의 정수이자 본질이다. 그는 곧 자기 시대를 실현하는 것이다. – 헤겔

처음 책 제목만 보고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스터 영웅들’ 중심의 세계사일 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그의 영웅리스트는 뭔가 달랐다.그들은 영웅 중심의 역사서들이 흔히 다루는 신격화된 우상들이 아니었다. 전쟁 영웅이나 정치 리더들은 그의 영웅 리스트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듀런트가 리스트에 올린 영웅들은 시대를 이끈 시인, 문학가, 예술가와 철학자, 예수와 붓다, 심지어 공자에 이태백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른다. 그가 살려낸 역사 속의 영웅들은 영웅이되 철저히 인간들이다. 그들은 헤겔의 정의에 부합하는 인물들이면서 더불어 인간적인 약점을 지닌 인물들이다. 책을 읽다 보면 왜 이들 영웅을 선택했는지 듀런트의 의도를 알게 되는 순간에 이른다. 이들은 ‘이 세계의 이해할 수 없는 정신을 구성하는 삶의 법칙에 우리가 아주 가까이 가도록 인도해주는’(371p) 그런 인물들이고, 또한 이들은 혼돈에 질서를, 사물에 의미를, 형태나 생각에 고귀함을 부여하는 지적인 의지를 가진 인물들이다. 이들은, 카이로 근처 기자(gija)의 피라미드의 위대함을 조목조목 기술하다가 ‘피라미드보다 기자의 일몰이 더 위대하다’고 읊조리는 듀런트의 감성과 예지가 뽑아낸 인물들인 것이다.


위트넘치는 (1인칭) 양념 문장들

(문명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며) “남자는 대단히 빛나는 존재일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따지면, 자궁이며 인간 종족의 주류인 여자에게 공물을 바치는 존재다. 남자는 여자가 마지막으로 길들인 동물로, 마지못해 부분적으로 문명화되었다.”(16)

(이태백의 명문의 시를 여러 편 옮기다가) “할 말은 아직 너무도 많지만 지옥의 시계가 계속 똑딱거리고 있으니 이쯤에서 마쳐야겠다.”(40)

(10만 명의 인부를 동원, 20년 동안 만든 이집트 기자(giza:카이로 외곽)의 세계 최대 피라미드의 구조에 대해 설명한 이후에) “기자의 일몰이 피라미드 보다 더 위대하다.”(59)

(그리스 시인 에우리피데스 시를 인용하며) 지상에서 피흘리고 자라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상처 많은 식물이 여자.(125)

(로마가 그리스를 군사적으로 정복한 데 이어 그리스는 천천히 로마를 문화로 정복하였다고 주장한 후) “이렇게 합쳐진 고전 세계의 유산이 자라 로마의 도로들과 알프스 산을 넘어 북유럽으로 갔고, 여가 시간이면 당신과 나에게도 넘어온다.(172)”

"기술적으로 보면 로마 공화정은 경련성 발작으로 되살아났다."(204) "문학의 세계는 사랑의 경우보다 질투가 조금 적은 세계다". (214)

(국가와 교회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결탁한다고 주장한 후에)“자유는 안전이 만들어내는 사치품이다.(266)”

(중세 음유시인들과 그들의 시를 평가하면서) “11세기 프랑스, 후에는 독일, 스페인에서 번창한 음유시인들은 귀족처럼 옷을 입고…귀족 부인들과의 섬세하고 미묘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귀부인들은 (고작해야) 손 등에 입맞추는 것 정도만을 허락하는 정도였다. 아마도 그 시대 문학에 영향을 준 것은 그런 접근 불가능성이었을 것이다. 성취된 욕망을 낭만적으로 그려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방해가 없으면 문학도 없다(이 문장 압권!) 그들은 낮엔 유혹하고 밤엔 비탄에 빠졌다.(266)”

(다빈치의 말 '인물이 마음 속에 간직한 것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보여주게 만들어라'를 인용하며) '그는 모나리자를 그릴 때 이 원칙을 잊었던 것일까?"(308)

(셰익스피어의 '아테네의 티몬'을 언급하면서) 돈을 잃고 친구들도 하룻밤새 다 사라진 걸 안 그는 문명의 먼지를 발에서 툭툭 털어내고 숲의 고독 속으로 은둔한다. 그곳에서 그는 '가장 불친절한 야수도 인간보다 친절할 것'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467)

(베이컨의 철학을 설명하면서) "그는 자신의 철학을 마치 '소금치듯이' 종교로 '양념'한다" 등등

거기에 더하여
인류는 땅을 경작하는 농부로 정착한 것보다 40배가 긴 세월을 사냥꾼으로 살았다는 것, 네로는 로마에 불을 지르라고 명령한 퇴폐적인 왕이 아니라 첫 5년 세네카의 도움을 받아 로마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치를 했다는 것, 언어나 상상력에 있어 최고의 시라고 칭송되는 성경의 시편이 신앙의 전통에 따라 대부분 다윗이 쓴 것이라고 주장되는 것과는 달리 다윗 왕에서 다니엘에 이르는 700년 동안(기원전 900년- 167년)의 수많은 시인들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 (교회와 그리스도 간의 사랑의 알레고리로 읽히는 아가서(성서 ‘솔로몬의 노래’)도 그리스와 이집트 영향을 받은 ‘풍요제의 유산’이지 솔로몬의 노래가 아니라는 것,<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이후로 <오레스테이아>3부작이 그리스 문학의 최고봉이라는 것(셰익스피어조차도 이것에 맞먹을 수는 없다는 것) 등-영웅들의 인간적인 치부들을 알아가는 것 못지않게- 몰랐던 사실들을 알아가는 것 역시,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스치는 생각: 남자들의 바람기는 야만의 잔재?

문명에 대한 듀란트의 가정이 재미있다. 책의 도입부 ‘문명이란 무엇인가’에서 듀란트는 자못 흥미로운 가정으로 이 책의 운을 뗀다. 그의 가정에 따르면 문명은 야만이 길들여지는 과정에서 태동했다. 남자들이 사냥을 나간 사이 여자들은 서서히 농사 방법을 터득했다. 불확실한 사냥이나 유목의 행운에 목숨을 거는 대신 남자들 역시 여자들과 씨를 뿌리고 정착하는 생활을 택한다. 여자들은 양, 개, 돼지, 나귀들을 길들여 가축으로 만들었고, 서서히 남자들도 길들였다. 남자는 여자가 길들인 최후의 가축으로 마지못해 ‘부부적으로만’ 문명화 되었다.
이 가정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인류들(여기서는 수렵을 담당했던 남자들)의 야만의 속성은 그 뿌리가 길고도 깊다. 인류는 정착 생활보다 40배나 더 긴 시간을 사냥꾼으로 살았다. 그러므로 문명에 길들여진 남자에게 야성은 아직도 우세 본능으로 속에 남아있다. 2만 5천년 동안 문명이 그들에게 부여한 정착민의 특성(특정의 여자와 결혼하여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안주하고, 공동체 안에서 상호 협조하는....)은 97만 5천년 야만의 세월에 비하면 턱없이 열세다.시쳇말로 게임이 안되는 것이다.그러므로 집안에 포획해 놓은(?) 한 여자에게 더 이상 눈길이 가지 않고 다른 포획물을 자꾸 찾아 나서게 되는 남자의 바람기 역시 이런 수렵시대의 잔재인가. 일부일처는 애초 남자들이 걸치기엔 불편한 옷인가. 문명이 얼마나 더 진행되어야 남자들은 제대로 길들여질 것인가.

아무리 그래도 남자는 결국 인간 종족의 주류인, 자궁을 가진 여자에게 공물을 바쳐야 하는 숙명적인 존재인 것인가!


마치며

매주 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아는 것 만큼 보인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좀 더 볼 수 있었던' 책이다. 여기 저기 내가 아는 사실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었고, 거기에 자기 생각을 위트로 툭툭 던져놓는 듀란트의 서술 방식이 내겐 유효했다. 저자와 한 호흡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주장을 굳이 설득하지 않는 글쓰기 방식 때문이었다. 아니면 우리는 서로 코드가 잘 맞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선택한 인물들이, 시들이, 인물들의 정보가 많은 부분 '그의 마음으로' 읽혔다. 다만 색인도 달지 않고, 각주도 섬세(친절)하지 않고, 게다가 인용된 시들이 자신의 번역인지 기존의 번역을 가져다 쓴 것인지 언급이 없는 역자의 침묵, 그것은 좀 불편했다. 그리고 실린 작품들이 이미 원어에서 영어로, 영어에서 한국어로 이중 번역된 것이 많아, 원래의 향취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도 좀 아쉬웠다. 뒤로 가면서 글의 긴박감과 재미가 떨어지고, 선택한 사건들에 대한 일관성 있는 해석이나, 장 간의 연결에 필요한 보다 종합적인 해설도 아쉬워졌다. 그러나 이 책의 스타일로 보아서 그것까지 욕심을 부릴 게재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책에 힌트를 얻어 풍속사와 역사서 중간 지점에서 만나는 재미있는 문화역사서가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제, 이 한 권의 책으로 역사서에 대한 나의 경계가 많이 풀어진 것을 감사해야겠다.


IP *.248.75.36

프로필 이미지
거암
2008.05.19 14:59:08 *.244.220.254
자료수집과 조사가 역시~ 대단하십니다. 오늘도 배우고 갑니다.
프로필 이미지
소은
2008.05.20 11:28:43 *.51.218.186
'남자의 바람기, 야만의 잔재인가' 라는 주제로도 책을 하나 쓰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역량이 부족해서 지금 내가 시도할 수는 없지만..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72 [08]열정과 기질 - 하워드 가드너 [1] 양재우 2008.05.26 2188
1471 [08] 하워드 가드너: 열정과 기질 1 지희 2008.05.26 2470
1470 [08] 열정과 기질 - 하워드 가드너 거암 2008.05.25 2180
1469 [07] 열정과 기질-하워드 가드너 손지혜 2008.05.25 2140
1468 [08] 열정과 기질-하워드 가드너 최지환 2008.05.25 1873
1467 [08] 열정과 기질-하워드 가드너 2008.05.25 2129
1466 [번역012] 19장 군더더기 없는 삶, 20장 애쓰지 않는 삶 [1] 香山 신종윤 2008.05.24 2237
1465 역사 속의 영웅들_7 [3] 개구쟁이 2008.05.21 2314
1464 [07] 역사 속의 영웅들, 월 듀런트 현웅 2008.05.20 2235
1463 [07] 역사속의 영웅들 file [1] 지희 2008.05.19 2424
1462 [07] 역사속의 영웅들 - 윌 듀런트 정산 2008.05.19 2079
» (07) 역사속의 영웅들-윌 듀런트 [2] 이한숙 2008.05.19 2304
1460 [07] 역사속의 영웅들 - 윌 듀런트 최지환 2008.05.19 2136
1459 [07]역사 속의 영웅들 - 윌 듀란트 양재우 2008.05.19 2282
1458 [07]역사 속의 영웅들 - 윌 듀런트 오현정 2008.05.19 1973
1457 [07] 역사속의 영웅들-윌 듀런트 2008.05.18 2242
1456 [07] 역사속의 영웅들 - 윌 듀란트 거암 2008.05.18 6286
1455 [독서48]뿌리깊은 나무/이정명 [1] 素田 최영훈 2008.05.18 2934
1454 (06)역사속의 영웅들 이은미 2008.05.17 2123
1453 [50] 사람에게서 구하라 / 구본형 [2] 교정 한정화 2008.05.15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