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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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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5일 21시 50분 등록
I. 저자에 대하여

그의 명함에는...
다중지능 이론의 창시자
하버드 대학의 교육심리학과 교수
보스턴 의과대학의 신경학 교수
하버드 대학의 프로젝트 제로 연구소의 책임자이자 운영위원장
1981년 맥아더 펠로우십(MacArthur Prize Fellowship) 수상
1990년 미 교육 분야 최초로 그라베마이어상(Louisville's Grawemeyer Award) 수상
2000년 구겐하임 펠로우십(Guggenheim Fellowship) 수상
이렇게 쓰여 있을 것 같다. 물론 영어로...

그의 인생

그는 1943년 7월 11일 미국 펜실바니아의 탄광도시인 스크랜턴(Scranton)에서 태어났다. 그들의 부모는 유태인이었고 독일에서 살았으나, 그가 태어나기 전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해왔다. 그는 어린 시절 꽤 유망한 피아니스트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역시 남다른 학생이었는지 청소년기에 접어들자 형식적인 음악 공부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음악 공부를 선언한다. 어린 시절 음악은 그의 인생에서 꽤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었다.
그는 고향 스크랜턴에서 줄곧 공부를 했으며, 1961년 하버드에 입학한다. 이는 그의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생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탄광촌의 학생이 하버드까지 가는 데에는, 적지 않은 스토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대학생 시절 그는 역사, 사회학, 심리학 등을 공부했다. 그 밖에도 관심있는 과목은 스스로 청강까지 해가면서 공부하길 좋아하는 학자의 기질을 보이기 시작한다. 평범한 직업인을 꿈꾸었던 부모님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학자의 길을 택한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발달심리학을 전공한다. 그리고 장피아제와 제롬 브루너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잠재능력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그는 교수들이 걷는 일반적인 길을 걷기보다는 현장에서 다양한 연구에 몰두하는 길을 택했다. 이후 그는 인간의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의 발달 과정을 근본적으로 파헤치는 인간개발에 관한 야심찬 연구기관인 프로젝트 제로 연구소의 창립멤버로 활동한다. 그곳에서 줄곧 인간의 정신능력 발달과 교육에 관한 일관된 연구 진행한다.
1983년 그는 교육과 인간에 대한 철학적 개념을 바꾼 역작 <마음을 틀 Frames of Mind>을 통해 다중지능 이론을 제기하였으며, 이 이론으로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 이론은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그 합리성이 인정되어, 기존의 교육체계를 가드너 식으로 변경시키는 결과를 얻기도 한다.
현재도 그의 이론에 관한 수많은 연구소와 단체가 세계 곳곳에 설립 운영되고 있다. 하워드 가드너는 25년 넘게 프로젝트 제로 연구소를 이끌어오면서 지능과 창조성, 교육방법론, 두뇌개발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 성과들을 통해 인간의 창조적 기질에 관한 기본 틀 제시하고 있다.

그는 실용주의자

그는 학술적인 연구를 하는 사람이면서도 단지 학자들만을 위한 연구를 하지 않았다. 자신의 연구 결과를 꾸준히 대중에게 알리고자 노력했다. 그의 굵직굵직한 연구결과들이 여지없이 대중이 읽기 쉬운 대중교양서로 출판된 것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책들 또한 겉모습만 대중을 위한 책이 아닌, 일반인이 일기 편한 내용으로 채워진 진짜 대중서이다. 대중서를 표방하면서도 막상 읽어보면 암호 수준의 텍스트를 해독하다 지쳐 집어 내던지게 되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단지 연구실에만 갇혀 있지 않는 그의 모습은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책을 통해 대중에게 알리는 것으로는 모자라, 실제 교육환경에 자신의 이론을 적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는 왜 그럴까?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서? 그는 그저 연구실에만 틀어박힌 고리타분한 이론가가 아닌, 좋은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써먹길 좋아하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학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출판 저서

<마음을 틀 Frames of Mind> 이경희, 문음사
<20세기를 움직인 11인의 휴먼 파워> 이종인, 살림출판사
<비범성의 발견> 문용린, 해냄출판사
<다중지능: 인간지능이 새로운 이해 Intelligence Reframed> 문용린, 김영사
< Good Work> 문용린, 생각의 나무
<더 오래된 과학, 마음> 조원희, 여시아문
<열정과 기질 Creating Minds> 임재서, 북스넛
<체인징 마인드 Changing Minds> 이현우, 재인
<지능심리학> 김정휘, 시그마프레스
<통찰과 포용 Leading Minds> 송기동, 북스넛
<다중지능 Multiple Intelligence> 문용린, 웅진지식하우스


II. 내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

제1부 창조성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1. 취리히에서의 우연한 만남

37) 창조성의 종류가 단일하다는 생각은 신화에 불과하다.

40) 모든 창조적인 행위는 우선 한 개인과 객관적인 작업 세계의 관계에서 생겨나고, 그 다음 두 번째로 그 개인과 다른 사람들의 관계에서 성숙한다는 점이다.

49) 최근 프랑스의 혁신적인 이론가 미셀 푸코는 역사적 시대는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지식의 본성에 관한(보통은 무의식적인) 가설들에 의해 특징지워진다고 주장했다.

50) 사실 창조성이 뛰어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신의 작업에 적용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2. 창조성의 연구 방법

67) 창조적인 작가와 놀고 있는 아이가 하는 일은 똑같다. 창조적인 작가는 환상의 세계를창조하고 이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즉, 작가의 환상 세계에는 그의 감정이 충전돼 있다. 물론 그는 환상의 세계와 현실을 날카롭게 구별한다. - 프로이트

68) 정신분석학 전통과 미국의 행동과학 학파는 공유점이 거의 없지만, 두 학파는 모두 개인이 창조 활동을 하는 것이 주로 물질적인 보상 때문이라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한다.

77) 세상의 일반적인 원리(universals) 발견은 한층 더 심오한 배움과 발견에 이르는 기본 바탕이 된다.

78) 실상 창조적인 인물이란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에 품었던 수많은 의문점과 문제의식, 그리고 주변 사물을 관찰하는 섬세한 감수성을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가장 선진적인 이해 방식과 '결혼'시키는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이다.

79) 어느 분야의 전문 지식에 정통하려면 아무리 열광적으로 몰두했더라도 최소한 10년 정도는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창조적인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에서 통용되는 지식에 통달해야 한다.

83) 나는 어떤 한 사람이 모든 분야가 아니라 어떤 특정 분야에서만 창조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88) 칙센트미하이는 어떤 식의 창조성 연구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세 가지 요소(결절점)를 지적한다. (1) 재능 있는 개인, (2) 그 개인이 활용하는 특정 분야나 학문 영역, (3) 인물과 성과물의 질적 수준을 판단하는 장(場).

92) 내 주장은 간단하다. 합법적인 권위를 가진 장의 판단이 없으면, 어떤 사람이 '창조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결정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98) 어쨌든 나는 개인 창조자에 관심이 있는 심리학자이기 때문인지, 창조적인 도약 주위에 강렬한 사회적, 정서적인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꼈다.

98) 창조자들은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특히 원만한 삶을 포기하면서까지도 자신의 일에 매진하려고 한다.

제2부 현대의 창조적 거장들

3. 지그문트 프로이트

110) 문제가 있다면, 자신이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그런 성취를 이룰 것인가였다.

121) 어떤 원인이나 증상을 출발점으로 삼든, 종국적으로 우리가 만나는 것은 성적 체험이다. - 프로이트

129) 억압 개념은 프로이트적 세계관의 핵심이다.

135) 창조적인 인물들은 근본적인 비약을 이루기 직전에, 자신이 새로 만들어낸 언어를 믿을 만한 친구에게 시험하는 경우가 종종 잇다. 아마도 자기가 아주 미친 것이 아니며, 정말 중요하고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심정 때문일 것이다.

137) 프로이트는 모든 꿈에는 모종의 소원이나 환상이 담겨 있다고 믿게 되었다. 꿈은 억압된 소원이 위장 실현되는 과정이며, 예전의 결심이나 근심 혹은 욕망을 마음속에서 지속적으로 처리하는 수단이다.

145) 나의 재능에는 한계가 있다. 자연과학이나 수학에는 아무 재능이 없다. 양적인 것에는 아무 소질이 없다. - 프로이트

148) '꿈의 해석' 초판본은 처음 2년 동안 겨우 351권이 팔렸을 뿐이며, 곧 절판되었다.

150) 프로이트의 사상은 그가 살았던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면서, 또한 그런 환경에서 유기적으로 움터 나왔던 것이다.

155) 고요한 확신이 내 마음에 들어차기 위해선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가 내게 응답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자네라네.
- 프로이트가 융에게 보낸 편지 중

159) 나이가 들면 새로 만난 사람과 감정적으로 강한 유대감을 갖기가 어려운 법이고, 동년배 친구들을 잃게 되는 일이 많아지므로 이런 일에 무감감해져야 하는 것이다.

161) 창조적인 인물은 한 분야에서 10년 정도 종사한 후에 혁신적인 도약을 이루어내며, 이후에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165) 그(프로이트)는 특정 지능을 활용하여 창조성의 절정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인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성찰하는 자성 지능을 통해, 그리고 아무도 공감과 이해를 보이지 않을 때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통해 그런 성과를 보였던 것이다.

4.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69)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사고 유형과 아이들의 일반적인 사고 유형이 유사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169) 내가 어떻게 상대성 이론을 발견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보통 어른이라면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생각하느라 길을 멈추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런 문제는 아이 적에나 골몰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지능 발달이 더뎌서 어른이 된 뒤에나 겨우 시간과 공간에 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나는 보통 능력을 가진 아이보다 그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었다. - 아인슈타인

171) 우리가 아는 물리학이란 세 살 무렵이면 알 필요가 없는 것 - 아인슈타인

171) 물리학자들이란 인간 피터팬이다. 그들은 결코 어른이 되지 않으며 언제나 호기심을 갖고 있다. 세상 물정에 밝아지면, 호기심을 갖기에는 너무 많이, 지나치게 많이 알게 된다. - 물리학자 라바이

173) 어린 아이슈타인에게 종교적 성향이 강했다는 점은, 그가 영혼의 진한 갈증을 느꼈으며, 궁극적인 의문에 사로잡혀 있었고, 관습적인 지혜에 반발할 수 있는 능력(충동적인 반발이 아니다)을 가지고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93) 어쩌면 믿을 만한 친구나 애인들의 이론적 자극이나 비판이 없었다면, 프로이트나 아인슈타인이 그렇게 혁신적인 작업을 완수하지는 못했으리라고 말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194) 나 같은 사람에게 발달의 전환점이란, 그저 덧없을 뿐인 개인적 관심사를 서서히 뒤로 하고 사물을 관념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관심을 집중한다는 사실에 있다.

197) 아인슈타인은 어떤 문제에 관해 사고할 때 항상 이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정식화해서 사고방식이나 교육 배경이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0) 프로이트는 자기 이론의 진가를 올바로 평가받기 전에 먼저 하나의 분야와 장(場)을 스스로 창조해야 했다.

202) 아인슈타인이 어떤 업적을 이룰지 알 도리가 없던 당대인들은 당연하게도 그를 실패한 사람으로 여겼다. 김나지움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지 못했고, 처음에는 취리히 공대 입학에 실패했으며, 영향력 있는 스승이나 후원자도 없었다. 교수직을 확보하지도 못했고 박사 논문을 완성하지도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특허국의 이름 없는 관리로 남게 될 가능성이 가장 컸던 것이다.

233) 만약 아인슈타인이 20년 늦게 태어났더라면, 그의 재능과 세계관읜 논리-수학 지능이 공간적 재능보다 더 중요한 양자 역학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236) 어린 시절의 천재란 주로 명민하고 신속하게 직관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직관과는 다른 이해 능력, 즉 성찰적 지혜(reflective wisdom)라고 부를 만한 능력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계속 성숙한다.

236) 나는 신이 어떻게 우주를 창조했는지 알고 싶다. 이런저런 현상이나 이런저런 요소에 대한 각양각색의 견해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신의 생각이다. 나머지는 지엽적인 것이다. - 아인슈타인

237) 20세기 초반에 발달한 이론 물리학은 그의 재능(그리고 한계)을 지닌 사람이 천착하기에 가장 적합한 분야였다. 하지만 그가 음각가나 랍비 혹은 기술자가 되었어도, 항상 자신이 생각한 문제에 끈질기게 관심을 두는 모습과 삶의 다양한 영역들 간의 관계를 인식하고자 하는 열망이 나타났을 것이다.

240) 굳이 말하자면 나는 협동 작업에는 익숙치 않고 혼자서 일하는 스타일이다. ...이러한 고립은 때로 쓰라린 기분을 느끼게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이해와 공감을 얻지 못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 여기에는 나름대로 보상이 있었는데, 나는 관습이나 다른 사람의 의견과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그와 같은 변덕스런 토대에 내 정신을 의존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5. 파블로 피카소

259) 학생이면 마땅히 잘 해내야 하는 일을 잘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자기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를 맹렬하게 파고들어서 개인적인 좌절감을 극복하고 가족들에게 자기의 진면목을 보이고자 하는 법이다.

268) 처음엔 작품을 팔수가 없어서 가난하게 살았고, 심지어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가족들과 사이가 멀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전히 가족에게 의존했고 특히 황량한 다락방에서 추위에 떨 때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279) 가차 없는 도전 의지는 이 책에서 다루는 창조적인 거인들 모두의 특징이며, 그들을 그들답게 만드는 특성이다.

279) 아폴리네르는 두 부류의 예술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자연에 의존하는 '모든 걸 한데 모으는(all-put-together)' 스타일의 명인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에 의존하는 성찰적이고 지적인 '조립가(structurer)'형의 예술가이다.

279) 초상화가 스타인을 닮지 않았다는 비난을 듣자 피카소는 세기의 농담이라고 할 만한 유명한 말로 대꾸했다고 한다. "별로 걱정할 필요 없어. 결국은 스타인이 저 그림을 닮게 될 테니까."

290) 우리는 몽마르트에 살면서 거의 매일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 ...피카소와 나는 당시 누구도 말하지 않던 일...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우리들한테는 참으로 즐거웠던 일에 관해 얘기를 주고받았다....같은 밧줄에 몸을 묶고 함께 산에 오르는 느낌이었다. ....서로의 얘기에 푹 빠져 있었다. - 브라크

313) 예술가의 작품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가 언제, 왜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작업했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언젠가는 과학이 존재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과학이라고 불릴 수도 있을 터다. 창조적인 인물을 탐구해서 인간 일반에 관해 알고자 하는 그런 과학이다. - 피카소

328) 피카소는 "나의 죽음은 배가 침몰하는 일과 같다. 거대한 배가 침몰하면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빠질 거다"라고 말한 바 있다.

332) 분명한 것은 피카소가 '아비뇽의 처녀들'의 수준을 뛰어넘어 한 단계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6.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334) 음악은 그 본질상 무언가를 표현하는 데는 무력하다. - 스트라빈스키

337) 잘하든 못하든, 열의가 있든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든, 창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누구나 자신의 경력을 관리하는 일에 만만찮은 정력을 쏟아야 한다. 정치적 행위에 나섰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행위를 도외시하면 아무리 포부가 큰 예술가라도 영원히 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342) 무엇을 배우든 신참자가 걸어야 할 길은 하나밖에 없다. 처음에는 학습 과정을 무조건 수용해야 하지만, 이것은 자기만의 표현 방법을 자유롭고 힘차게 추구할 수 있는 수단으로만 삼아야 한다. - 스트라빈스키

366) 분명히 이 작품(봄의 제전)은 여러 이유로 처음 듣는 청중을 소외시킨 면이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와 똑같은 이유로 결국에는 수용되고 인정받았던 것이다.

369) 이제 막을 올리기 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는 관현악단에게 이런 마음을 토로했지요. 앞으로 자신의 잠재력이 무한히 펼쳐질 무대를 앞두고 있는 민감한 영혼이라면 누구나 커다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고 말이죠. - 스트라빈스키

384) 낡은 배를 수리하는 것이야말로 예술가의 진정한 임무다. 예술가는 이미 말해진 것을 그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말할 수 있을 뿐이다. - 스트라빈스키

386) 나의 재능은 신이 주신 것이다. 나는 매일 그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신에게 기도한다. 어린 시절에 이미 이 재능은 내가 잠시 보관하는 것에 불과함을 깨달았을 때, 내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맨 처음에 말한 생각이 중요하다. 재능은 신이 주신 것이라는... - 스트라빈스키

388) 영감이 내게 오지 않으면, 나는 그것을 맞으러 마중나간다. - 프로이트

388) 이 작품을 작곡할 때 무엇보다 나를 매료시킨 것은 손가락이 알아서 상이한 리듬의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손가락을 얕봐서는 안 된다. 악기와 늘 접촉하는 영감의 원천이 바로 손가락이다. - 스트라빈스키

390) 나의 행동을 좁힐수록, 그리고 내 주위에 장애물을 더 많이 쌓아둘수록, 나의 자유 역시 더욱 커지고 풍부해진다. 속박을 없애면 그만큼 내가 발휘할 힘도 줄어든다. 더 많은 제한을 부과할수록 우리는 영혼을 구속하는 사슬에서 더 자유로워진다. - 스트라빈스키

7. T.S. 엘리엇

404) 커다란 강 근처에서 유년기를 보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교감할 수 없는 뭔가를 품고 살아간다. - 엘리엇

408) 빈민가의 세계와 하버드 신사들의 세계, 가난한 자의 고통과 안락한 사교계의 위선이 마구 충동하는 모습은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의 영혼을 깊이 흔들었다.

410) 엘리엇은 다른 세상과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매력을 느꼈다.

411) 나만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잇는 시가 영시에는 없었다. 프랑스 시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 엘리엇

431) 엘리엇은 한때는 통합된 전체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점차 조각나고 해체되어 무력화된 유럽 문명의 묵시론적 종말, 유럽 문명에 만연되어 있는 병적인 불안감을 시라는 언어 예술에 담아냈다.

431) '황무지'의 난해성과 심오함은 독자를 속이거나 정떨어지게 하는 대신, 시의 효과를 높이고 독자가 겉으로만 심오한 작품을 읽는 데서 오는 속물적인 만족감을 뛰어넘도록 유도한다.

444) 시인은 정서를 직접 전달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햇다. 시인은 해당 정서를 훌륭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나 이미지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444) 그는 결론적으로 "비상한 감수성과 뛰어난 언어 구사력을 결합시킬 줄 아는 시인이 없다면, 우리가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뿐 아니라 그것을 느끼는 능력까지도 퇴화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455) 엘리엇은 경계인이 되고자 하는 충동을 강하게 느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자 스스로 경계인의 위치로 나아간 것이었다. 하지만 경계인이라는 느낌은 공동체에 대한 욕구를 함의한다. (공동체에 편안히 자리잡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경계인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456) 예술은 인간이 가진 것을 모두 포기하기를 요구한다. 가족도 버리고 오직 예술만을 좇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예술은 인간이 어느 가족이나 계급, 당 혹은 동인의 일원이 아니라 그저 그 자신일 뿐이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 엘리엇

457) 창조성이 매우 뛰어난 인물들은 어느 정도는 세계 전체에 속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으로만 홀로 남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양극을 오가는 모습이야말로 창조자의 생애에 긍정적인 비동시성과 부정적인 비동시성을 동시에 가능케 한 요인일 것이다.

간주곡2

463) 어느 경우든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는 창조자의 삶에 본질적인 부분을 이루었다.

8. 마사 그레이엄

470) "네가 거짓말을 하면 내가 모를 줄 아니? 네가 나를 속인다는 걸 항상 네 몸짓이 말해 준단다. 네가 말하는 내용과는 상관 없이 네 모습에 다 써 있어. 주먹을 쥐면 내가 몰르 거리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등이 뻣뻣해지고 발을 끌거나 눈을 내리깔고 있잖니. 몸짓은 거짓말을 못하는 법이란다." 딸의 잘못에 대한 이런 통찰력 있는 부모의 대응은 나중에까지 커다란 의미로 남았다.

472) 그 순간 내 운명은 결정되었다. 나는 여신처럼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을 더 이상은 기다릴 수가 없었다. - 마사 그레이엄

473) 나는 정상에 오를 것이다. 누구도 아무것도 나를 막지 못한다. 그리고 나 홀로 그 길을 갈 것이다. - 마사 그레이엄

481) 신들을 모방하고자 했을 때 우리는 신들의 춤을 추었다. 그런 후에 우리는 바람과 꽃과 나무 등 자연의 힘을 재현함으로써 자연의 일부가 되고자 했다. 춤은 더 이상 의사소통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았다.

489) 그레이엄은 창조력이 풍부한 여느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반복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어떤 종류든 자기 모방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481) 혁신과 함께 불확실성이 왔다.

502) 그녀는 언제나 위험을 감수할 태세가 되어 있었고, 가끔은 신랄한 비판에 의욕이 꺾이기는 했어도 다시 도전할 용기를 잃은 적이 없었다.

509) 그녀에게 있어 공연이란 삶 자체였고, 자신의 페르소나를 완전히 실현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형식의 삶이 요구하는 긴장은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517) 그레이엄은 그녀의 몸이었다. 그것(몸)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강하고 우아하고 아름다베 단련시킨 덕분에 그녀는 그녀 자신이 된 것이다. 몸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따라 그녀가 고안할 수 있는 무용의 한계가 규정되며, 몸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이 있기에 그녀는 연습을 통해 더욱 더 무용 테크닉의 기초를 닦은 것이다. - 린 개러폴라

521)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차이점은 감정을 느끼는 능력에 있지 않다. 비밀은 우리 모두가 느끼는 감정을 객관화하고 명백하게 드려낼 수 있는 능력에 있다. - 마사 그레이엄

521) 시는 강렬한 감정이 아니라 언어로 만드는 것이다. - W.H. 오든

522) 나는 이해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를 느끼기를 원한다. - 마사 그레이엄

523) 나는 도둑이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다. 플라톤, 피카소, 베르트람로스 등 누구라도 최고의 인물들에게서 생각을 훔친다. 나는 도둑이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나는 내가 훔친 것의 진가를 잘 알고 있고, 늘 소중하게 간직한다. 물론 나만의 재산이 아니라 내가 물려받고 물려줘야 할 유산으로 여긴다. - 마사 그레이엄

524) 기억에 의존합니다. 내가 인생을 이해한 방식과 다른 사람들이 이해한 방식에서 많은 걸 얻지요. 우리가 읽고 마음 깊이 흡수한 것이 보석처럼 우리의 존재를 이루는 겁니다. - 마사 그레이엄

524) 모든 사람이 재능을 타고 나지만, 대부분은 겨우 몇 분 동안만 그 재능을 간직한다. - 작곡가 에드가 바레즈

524) 나는 무용가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나는 무용가로 선택된 것이다.

524) 여러분을 위해서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 활기찬 인생을 사는 길이 하나뿐이라면,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삶, 그리고 작품 활동은 필연입니다.. 마치 동물처럼 다른 생각 하나 없이 오직 이 길을 걸어갈 뿐입니다. 선택은 없습니다. 동물이 일체의 속임수나 야망 없이 먹고 마시고 새끼를 치는 것처럼 말이죠.

526) 누구나 실패할 권리는 있다. 실패했더라도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용기만 있다면 실패를 발판으로 새로운 단계로 오를 수 있다... 한 가지 대죄가 있다면 그건 범용이다. 이게 내 믿음이다. - 마사 그레이엄

530) 무용가의 도구는 탄생과 죽음의 움녕에 매여 있는 그의 육체이다. 그가 사멸하면 그의 예술도 사멸한다. - 마사 그레이엄

537) 마사 그레이엄은 이런 단점들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국적인 용모를 오히려 매력의 중심으로 삼아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그리고 엄격한 청교도 유산을 때로는 모방하고 때로는 그 토대를 무너뜨리면서 무용의 민간한 주제로 활용했다.

538) 이 책에서 다루는 다른 창조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으 한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쏙, 사람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하면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더욱 과감하게 밀고 나갔다.

9. 마하트마 간디

544) 나는 보통 이하의 능력밖에 갖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다. 날카로운 지성을 지닌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난 괘념치 않는다. 지성의 발달에는 한계가 있지만 마음의 성장에는 그런 한계가 없다. - 간디

553) 인도인 대부분은 간디가 나탈에서 트란스발로 향하는 기차간에서 겪은 것과 비슷한 종류의 부당한 대우를 무시하거나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간디는 그럴 수 없었다.

556) 힌두교 고리에서는 가장이 어느 시점이 되면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대신 종교적 고행자로서 은둔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소위 바나프라스타가 그것이다.

560) 간디와 같은 정치적 창조자들에게 있어 창조적인 작업의 핵심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보다 넓은 안목을 위해 움직이도록 추동하는 능력에 있다.

563) 나는 영국 법을 어겨야 했다. 내가 복종하는 것은 그보다 더 높은 법, 내 양심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의 영국에 대한 첫 번째 시민 불복종 운동이었다. - 간디

565) 그는 신념의 세기(strength)를 강조하기 위해 자기의 존재, 자기의 생명을 걸었던 것이다.

568) 창조자는 새로운 언어로 작업하는 만큼, 이를 이해하고 창조자가 표현하려는 내용이 그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음을 알아주는 지지자가 꼭 필요한 법이다.

573) 간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편에 독서와 저작과 성찰이 있고 다른 한편에 몸소 용기 있는 모범을 보이는 지도력이 있는 두 가지 활동의 항구적이고도 생산적인 변증법적 관계를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574) 역설적이지만 비교적 은둔적인 예술 혁명가들은 주변의 동시대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한 반면, 다른 사람들과 밀접히 연관된 사안에 크게 공헌한 간디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큰 영감을 받았던 것이다.

575) 에릭슨이 그의 간디 연구에서 강조한 것처럼, 종교적인 혁신가란 자신의 개인적인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해답이 궁극적으로는 보다 넓은 공동체의 난국을 해결하는 데도 효과가 있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

576) 종교는 정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종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그러나 아무런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 간디

577) 사티아그라하의 신봉자는 폭력과 고통 혹은 위협을 통해 서로 대결하는 대신, 몸소 고통을 짊어짐으로써 상대방의 양식과 양심을 일깨운다. 이를 통해 진리파지자(satyagrahis)는 상대방을 개심시키고 그들이 자신해서 동반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578)
* 마음 속에 분노를 품지 말고 상대의 분노를 그대로 감내할 것. 상대의 공격을 앙갚음하지 말 것.
* 체포에 저항하지 말고, 타인의 재산을 보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산의 압류에도 저항하지 말 것.
* 사티아그라하의 신봉자로서 사티아그라하 지도자의 명령에 복종하고, 심각한 의견 불일치 사인이 생기면 사티아그라하 운동 집단에서 물러날 것.
- 사티아그라하의 세부 규범

584) 나는 아무런 재산도 없지만 세상에서 제일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은 참으로 여유 있고 편안한 삶이다. ....나는 가난한 탁발 수동승이다.... 기도가 내 삶을 구원했다. - 간디
591) 간디가 나누었던 가장 중요한 대화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신과의 대화였다.

592) 내가 독재자의 칼 끝을 무디게 하는 방식은, 더 예리한 무기로 대적하는 게 아니라 내가 물리적으로 저항하리라는 예상을 뒤엎는 것이다....내가 제시하는 영혼의 저항을 그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처음엔 당황하겠지만 결국에는 상황을 이해할 터인데... 이것은 그에게 모욕적인 일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정신을 고양하는 일이다. - 간디

609) 아마도 후세대인들은 이런 인물이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으로서 이 지구상에 걸어다녔다는 사실조차 믿으려 들지 않을 것이다. - 아인슈타인이 간디에 대해 한 말

간주곡3

610) 나의 전문 분야는 행동이다. - 간디

제3부 창조성의 조건

10. 다양한 분야의 창조성

620) 나는 모든 창조적인 활동에는 역동적인 면이 있다고 가정했다. 재능 있는 개인과 전문 분야, 그리고 창조물의 질을 판단하는 장(場) 사이에 이루어지는 변증법적 관계가 그것이다.

654) 어떤 개인이 다소 추상적인 의미에서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났더라도 어떤 분야에 참여해서 해당 장(場)에 의해 평가받는 성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그 사람이 실제로 '창조적'이라는 평가에 합당한지 여부를 결정하기는 불가능하다.

654) 우리 현대 사회는 신동이 자동적으로 창조적인 성인이 되지 못하는 세상이다.

에필로그

678) 현대 예술은 끊임없는 변화라는 맥락에서 탄생한다. 그것은 전통을 송두리째 거부하고 비평가 해럴드 로젠버그의 말대로 '새로움의 전통'을 창조하려는 단호한 노력이다.

678) 현대 예술은 한때는 굳건하게 그어져 있던 고급 예술과 저급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680) 간디는 적어도 하나의 의미에서는 현대적인 인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는 전통적인 힘의 정치를 거부하고 정치적 대결을 그것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 즉 벌거벗은 채로 서로를 마주대하는 인간들의 모습으로 환원했다. 하나의 분야를 그것의 본질적인 구성 요소로 환원하려는 이러한 노력이 현대적인 기풍의 뚜렷한 징후이다.

682) 내 생각에는 모든 창조적인 도약에는 겉보기엔 전혀 이질적인 두 영역의 결합에 있다. 하나는 관련 분야에 대한 철저하고 조속한 통달이고, 다른 하나는 유년기의 의식과 관련된 이해 방식과 직관이다.

685) 보들레르가 말한 대로 천재란 유년기를 다시 찾을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옮긴이의 글

693) (전략)..가드너는 창조성이란 바로 "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힘"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694) 한 사람이 다양한 분야를 모두 잘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각자가 자신이 가진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우리에게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695) 프루스트는 꿈을 잃어버린 사람은 "소처럼 그때그때의 먹을 풀을 위하여 살아간다"고 말했다.


III. 내가 저자라면

수십, 수백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역사서 속에서 정신 못 차리고 있던 내게 선물이 하나 주어졌다. 이 책 속에도 여전히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주인공은 7명으로 줄었다. 물론 책의 두께가 크나큰 부담감을 안겨주었지만, 어디 세상살이가 다 좋을 수 있겠는가? 하나라도 만족하면 그만이지.

책의 구성

구성은 그야말로 단순하다.
1부 '창조성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편에서는 이 책을 어떠한 방법으로 바라보고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 방법에 대해 하워드 가드너는 연구자로서 그의 동료이기도 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칙센트히하이는 "창조성은 무엇인가?"라는 뻔한 질문보다는 "창조성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했던 것이다. 그의 제안으로 창조성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은 (1)재능있는 개인, (2)그 개인이 활약하는 특정 분야나 학문 영역, (3)인물과 성과물의 질적수준을 판단하는 장(場)이라는 모형을 따르게 된다. 따라서, 책을 읽는 독자들도 이 모형을 머리 속에 숙지하고, 나머지 부분을 읽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2부 '현대의 창조적 거장들' 편에서는 앞의 그 모형을 가지고, 7명의 창조적 거장들을 만나며 그들의 창조성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살펴보게 된다. 여기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지고 창조성을 발휘한 천재들이다. 등장인물을 언급하자면 지그문트 프로이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T.S.엘리엇, 마사 그레이엄, 마하트마 간디, 이상 7명이다. 정신분석학가, 물리학자, 화가, 작곡가, 시인, 무용가, 정치지도자로 이루어진 이들은 모두 다르면서도 같은 면을 지닌 사람들이다. 이 인물들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저자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감역자인 문용린의 글이 어느 정도 이해에 도움이 된다.

- 전통적으로 창조성에 대한 연구는 한 천재가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다르고 특이한가를 밝히는 특이성 연구(idiographic)이거나, 여러 천재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유사점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공통성 연구(nomothetic) 중 어느 한 쪽으로 진행되었다. 가드너는 이 두 입장을 종합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 업적을 낸 창조자를 선택한 후, 이들 인물의 '특이성'을 자세하게 검토하고 그 속에서 '공통성'을 찾으려고 시도했다. (7p)

3부 '창조성의 조건'에서는 앞에 말한 그 모형이 다시 등장한다. 앞서 7명씩이나 되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창조성의 모습을 봤으니, 이제 그 모형이 그들 모두에게 그럴듯하게 적용되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그러고 나서는 창조성의 본질을 밝히는 이 연구는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으며, 앞으로 이 과제들을 풀기위한 연구가 지속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단순하고 명쾌한 구조를 가진 책답게 읽기에 어렵지 않았다. 오랜만에 읽기에 속도가 붙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그가 책을 통해 하는 이야기들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동안 해온 연구의 결과를 집대성한 분석서인 동시에, 일반인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대중교양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읽는 내내 이 책이 도대체 거장들의 창조성의 근원을 캐고자 하는 책인지, 단순한 7명의 전기를 모아 놓은 것인지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저자라도 이렇게 쓰고 싶었을 것이다.

특이성과 공통성

앞서 언급했듯이 하워드 가드너는 7명의 천재들을 놓고 그들의 특이성과 공통성을 모두 다루고 있다. 그래서 그는 책 속에서 다소 바빠 보인다. 그래서 그는 프로이트와 아인슈타인을 비교하기도 하고, 피카소와 스트라빈스키, 스트라빈스키와 엘리엇, 마사 그레이엄과 간디를 비교하기도 한다. 각 인물들을 다루면서 중간 중간 짧은 말로 언급하는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간주곡'이라는 이름의 지면을 별도로 할애하여 집중 설명을 하고 있다. 특이성과 공통성을 동시에 찾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이 책의 목적 중 하나이므로, 그의 이러한 모습은 인상 깊게 남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아이가 되어라.

아인슈타인이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인해 결국 엄청난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꽤 많이 들어왔다. 이 책에서는 창조성이 바로 그 어린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다. 하워드 가드너는 다름 아닌 인간이 지능이 한 가지일 수 없다는 다중지능 이론을 발표하여 세계적 주목을 받은 사람이다. 이 책에서는 그는 "창조성의 종류가 단일하다는 생각은 신화에 불과하다.(37p)"라고 말함으로써 인간의 창조성도 결국 여러 가지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 본다면 그의 말이 색다른 이론 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창조적인 사람은 단지 예술 뿐 만이 아닌 어느 분야에나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왜 이렇게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창조성을 꽁꽁 숨겨두고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그의 말을 빌리자면, 다름 아닌 우리는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가 지적했던 것처럼 사회적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일차적인 원인은 우리의 창조성을 가리고 있는 수많은 껍데기들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문제가 그렇겠지만, 본질은 단순해 보인다. 세계적인 거장, 천재라는 칭호를 얻고 싶다면 어린 아이가 되는 것이다. 창조적이 되고 싶다면, 어린 아이로 되돌아가자.

- 실상 창조적인 인물이란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에 품었던 수많은 의문점과 문제의식, 그리고 주변 사물을 관찰하는 섬세한 감수성을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가장 선진적인 이해 방식과 '결혼'시키는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이다. (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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