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박혜홍
  • 조회 수 158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8년 11월 25일 17시 50분 등록

< 저자 클라이브 해밀턴에 관하여 >

 

호주의 진보적 경제학자이자 유디머니즘 주창자

 

저자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은 호주의 진보적인 경제학자이자 실천적인 지식인

호주국립대에서 역사학과 심리학, 순수수학 전공으로, 시드니 대학에서는 경제학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다. 1986년 영국 서섹스 대학 경제발전연구소에서 한국의 자본주의적 산업화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호주국립대에서 경제발전론을 강의하였으며, 정부 조직인 호주국립서비스Australian Public Service 산업경제국과 자원평가위원회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다

1994년 진보 두뇌집단인 오스트레일리아 인스티튜트를 설립해 2008년까지 14년 간 연구소장을 맡았으며, 현재는 호주국립대와 멜버른 대학, 찰스스터트 대학이 공동으로 설립한 응용철학 및 공공윤리센터Centre for Applied Philosophy and Public Ethics’의 공공윤리 담당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9년에는 녹색당 후보로 정치 일선에도 나서는 등 실천적인 지식인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현재 호주 캔버라의 찰스스튜어트 대학교 공공윤리 담당 교수이다.

저서로는 출간 직후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국내에 소개된 성장숭배(Growth Fetish, 바오출판사), 누가 지구를 죽였는가(Requiem for a Species) 외에도 'Affluenz'(2005), 'What's Left? The death of social democracy'(2006), 'Silencing Dissent'(2007), 'Scorcher: The dirty politics of climate change'(2007), 'The Freedom Paradox'(2008), 'Requiem For A Species: Why We Resist The Truth About Climate Change'(2010) 등이 있다.

Earthmasters(2013), What Do We Want? The story of protest in Australia(2016), Silent Invasion: China’s Influence in Australia(2018)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옮긴이의 글 


9

이스털린의 역설로도 불리는 현상으로 일정 소득 수준을 달성한 다음부터는 소득이 늘어도 행복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 소비자본주의는 사람들의 불만족 상태를 계속 조장해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있으며 광고 산업의 본질적 역할이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경제 성장으로 말미암아 행복을 주던 많은 요소들이 파괴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10

소득이 늘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전제가 명백한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이 현대 자본주의의 커다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더욱 불행해질 뿐 아니라 후대가 누려야 할 자연환경까지 망치고 있으며 성장에 집착한다고 해서 선진국에서도 여전히 잔존하는 빈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11

사람들은 이제 물질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제품의 효용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마케팅이 만들어내는 상징적 의미를 소비하는 존재로 변했다. 여러 가지 문화 상품을 소비하는 행위가 사람들이 자아를 창조하고 자의식을 확인하는 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소비자본주의 시대는 자본이 노동을 착취할 뿐 아니라 광범위한 문화 공간에 뿌려 놓은 상징을 매개로 사람들의 자의식을 지배함으로써 상품을 사게끔 만드는 세상이 되었다.

14

경제 성장이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좀 덜 벌고 덜 소비하고 더 적은 시간을 일하며 사는 것이 행복을 찾는 길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확신할 때 이러한 가능성들이 오히려 쉽게 열릴지도 모른다.

각자의 참 자아를 찾아 자기를 실현하자는 목표로 덜 일하고 덜 벌어서 덜 소비하며 살자는 생활철학 그렇게 절감한 시간을 시장의 전횡으로 황폐해진 공동체와 가정과 자연환경을 돌보는 데 쓰자는 윤리학

 

머리말

 

20 이 둘이 공유하는 신념이란 경제성장의 촉진을 정부의 핵심 목표로 삼아야하며 다른 모은 것에 우선하여 시장의 지배를 관철해야 한다는 것이다.

21

오히려 만족을 주던 많은 것들이 경제성장으로 인해 파괴되고 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허황된 소비지상주의는 갈수록 심해지고 자연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또 사회적 유대도 취약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품성마저 야금야금 병들고 있다.

22

좌파는 사회민주주의자들이든 민주적 사회주의자들이든 일반 대중이 물질적 궁핍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좌파는 집단적으로 다른 사람의 불행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23

빈곤으로 굶주리기는커녕 풍요로움이 특징인 세상에서 좌파는 여전히 소득분배에 집착한 채 자본주의는 항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주장으로 일관한다. 이건 사실과 완전히 어긋난다.

좌파가 계속해서 자신의 정치 철학과 전략 전체를 최저 소득계층 10%의 생활상에서 찾아야 할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24

좌파들은 세계화와 다국적 기업의 해악을 겨냥해 맹공을 퍼부었지만 그사이 자국 내 사회변혁에 대한 희망을 사실상 내버렸을 뿐 아니라

26

유디머니즘은 탈성장을 지향하는 새로운 정치철학이다. 빈곤 모델은 진보적인 사람들이 품고 있는 창조적 에너지를 야금야금 고갈시킨다.

27

빈곤 모델에 집착하는 좌파와 풍요의 위험을 강조하는 환경운동가들 사이의 불협화음은 유디머니즘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빈곤 모델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소득 분배를 개선하고 기업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 시장 메커니즘에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8

오늘 날의 보통 사람들이 착취를 당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의사에 따른 것이다.

29

탈성장 사회로 가기위한 정치는 국가전복이나 자본의 파괴를 요구하지 않는다.

 

1장 경제성장의 망상 체계

 

34

지나간 유구한 역사 속에서 국가 지도자들이 약속으로 내걸었던 것은 자유와 평등, 국민교육, 도덕의 함양, 국가자존심의 회복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국가 지도자들이 약속하는 것은 더 높은 경제성장률이다. 구미권의 주력정당들은 전부 성장 망상에 사로잡혀 국민계정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36

현대 사회에서 소득의 증대는 세상 사람들이 희망과 계획을 몽땅 쏟아 붓는 삶의 목적 그 자체다. 경제성장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는 흥분과 경제성장으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 보장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37

오죽하면 졸부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줍네 하고 책 쓰는 일밖에 하는 게 없는 사람들이 종종 졸부가 되기도 한다.

43

최선의 인간성을 구현할 수 있는 상태는 가난한 사람도 없지만 동시에 더 부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도 없으며 남보다 앞서 가려고 애쓰는 자들이 나를 쓰러뜨릴까봐 두려워할 이유도 전혀 없는 그런 상태다. 인간의 만족을 위해 환경을 변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인간을 변화시킬 것인지

47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수학과 경제이론 분야만을 공부했지 철학이나 심리학 역사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50

물질적인 것에 대한 욕정에 가까운 갈망이 범죄와 가정 파탄, 마약 중독 등 제반 사회문제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다.

51

경제 성장의 과정 자체가 중병으로 신음하는 사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성서에는 부의 결과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들어 있다. 반면 20세기 말에 이르러 본래 이러한 복음에다 소유욕을 접목시킨 기괴한 신학의 전도자들을 보면 복음을 전하는 그 모습 자체가 워낙 부자연스러워서 곧이들릴 때가 없다.

52

자기 계발 서적, 청산유수 같은 언변을 자랑하는 자칭 선생들이 쓴 이런 책들은 대개 통속 심리학과 허황된 호언장담, 얄팍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소비세계를 넘어선 삶의 의미를 찾고 있으며 만족을 얻는 길이라고 사회가 공인하는 처방이란 것이 허황되다고 인정하는 태도를 반영한다.

계몽된 개인들의 자발적인 행동에 호소하는 것만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이, 성장 망상에 대처하는 데는 정치적 대응이 필요하다.

53

권력 이동으로 득을 보는 사람들은 사실 소비자들이 아니다. 실제는 정부의 영향력이 후퇴함에 따라 권력을 더 많이 차지하게 되는 기업과 금융시장이다.

56

자유민주주의는 그런 식의 근본적인 내부 모순에서 벗어나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인류의 역사가 일관되게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언급은 합당한 지적이다. 즉 종국적으로 인류의 역사는 인류의 더 많은 구성원들을 자유민주주의로 이끌 것이다.

57

이제 사람들은 좌파 정당들이 무엇을 표방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이들 정당의 정책은 아무런 공감도 얻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다른 정당과 구별하려면 더욱 이미지 조작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조작의 정치는 허위의 정치이며 민주적 절차라는 게 이제 진정성 없는 정교한 제스처가 되어버렸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출세주의자들로 붐비는 주력 정당들

58

성장의 망상체계와 그 시녀인 신 자유주의는 이렇듯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

현 시스템이 손 쓸 수 없을 만큼 부패했다는 비난의 소리만 들려오는 와중에 한창 나이의 젊은 세대가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2 장 성장과 행복

 

61

소득이 늘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지만 바라던 소득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도 만족하지 못하면 아직 내 재산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사람들의 전형적인 태도다.

이는 희망과 실망이 계속 반복되는 끝없는 순환일 뿐이다.

62

소득이 많을수록 개인은 더 행복해지는가? 무심코 그렇게들 믿어왔지만 사실 이 가정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증거들이 지금 수북이 쌓여있다. 정책결정자들과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체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그 증거들은 돈으로는 결코 행복을 살 수 없다고 일컬어온 유구한 세월의 민속적 이해와 맥을 같이 하는 내용들이다.

69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소득이 많다는 게 행복 수준에서 놀라우리만큼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존감, 자기실현을 지목하는 응답이 더 많았다.

76

행복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행위보다는 이미 우리 손에 있는 것을 원하는 행위와 관련된 문제다. 한편 달리 생각해보면 일상의 제약에서 탈출할 수단을 내거는 복권이나 도박은 일종의 사회통제 기능을 수행하는 강력한 장치다. 우연히 행운이 굴러들어올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살게 되면 개인과 공동체의 현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동기를 상실하기 쉽기 때문이다.

77

사람들이 어떤 목표를 세우는가는 사회가 어떤 것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이고 사회적 기대는 빠르게 변하기도 한다.

78

권력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반영한다.

79

외재적 목표 (, 명예, 아름다움)와 내재적 목표( 관계형성과 인격성장) 중에 어느 신념체계를 기초로 행동하는가에 따라 사람들을 구분하고 어느 그룹이 더 행복감을 느끼는지 조사했다.

명료한 결론은 물질적이고 외재적 목표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내재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사람들보다 낮은 삶의 질을 경험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의 행복도 떨어뜨린다

외재적 목표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는 그 기간도 짧고 갈등도 많으며 더 경쟁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80

행복한 사람들의 네 가지 특징, 즉 자존감, 삶에 대한 통제감, 낙관적 태도, 외향성은 친밀한 관계 형성을 동반하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연구 결과들은 많은 사람들의 직관과 일치한다. 즉 부와 명예, 육체적 매력을 목표로 하는 삶은 공허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그 목표를 성취하더라도 그 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3

대중매체와 광고회사 그리고 여론 주도자들이 금전적인 성공을 행복의 주된 수단이라고 강조하면 할수록 결국 사회병리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넘치는 풍요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젊은 세대이겠지만 오히려 이들이 중증 우울증에 가장 취약하다.

86

부를 추구하는 행위는 그 본질상 경쟁적이다. 성공하려면 경쟁 상대를 밀어내야 하고 한 사람의 우월은 다른 사람들의 열등에 의존한다.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시간의 압박에 짓눌리는 상황 속으로 들어간다.

88

아이들 가운데 약물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가 그 정도로 많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리탈린 처방이 붐을 일으킬 정도로 급격하게 증가한 현상은 성장 망상에 사로잡힌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여준다.

91

여러 가지 개인적 태도 가운데 만족스러운 삶과 가장 관련성이 강한 것은 의미감과 목적의식이다.

93

삶의 목적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통해 통합된 인격을 이루고 우리 자아와의 일관된 관계를 재구축하자는 것이다. 즉 삶의 목적은 그러한 과정에 있는 것이지 어떤 최종적인 상태가 아니다.

융에게 삶의 목적은 또 정신분석 요법의 역할은 우리 안에 있는 의식세계와 무의식세계가 조화를 이루게 함으로써 그가 자기화라고 불렀던 온전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94

행복의 추구는 일상적인 만족보다는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삶을 통해 펼쳐가는 행위이자 올바른 행동으로 이끌어주는 윤리관의 함양이라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 즉 행복은 각자의 참모습과 쉽게 조화를 이루는 내적인 만족이라 할 수 있다.

95

자기실현 요인들로는 자기 포용, 온유 신뢰 사랑의 관계유지 능력, 내재적 기준과 배치되는 사회적 문화적 압박에서 자유로운 상태 삶에 임하는 분명한 방향 감각과 목적의식, 잠재력을 키우고 실현해가는 생활 등을 들 수 있다. 현대의 소비자본주의에서는 그러한 활동들은 점점 더 도외시되고 갈수록 말초적인 자극을 주는 활동과 욕망들로 바뀌어가는 현상이 심화되어 왔다.

97

영성의 추구가 삶의 다른 목표들 (친분관계의 형성, 권력, 상징적 불멸성에 대한 추구 등) 보다 행복에 대한 기여가 큰 것으로 나타난다. 또 다양한 삶의 목표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해소해준다. 의미와 종교의 문제는 사적 성격이 강한 만큼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구분 짓는 것 자체도 정치와 사회의 구조에 연유하는 사고방식이다.

소비와 물질만능주의는 개인은 물론 사회의 무대에서 종교를 몰아내고 있다.

99

하다못해 종교 활동에 참여하거나 신앙심을 표현하는 일조차 비웃음을 사게 되었다. 대중문화에서 정신적 가치를 촉구한다거나 종교적 신조를 내비치면 업신여김을 당한다. 이는 우리 의식의 심층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의미를 추구하는 생산적인 욕구에서 요원해진 채 우리 자아는 물질적 소비를 즐기고 얄팍한 만족이나 좇는 허황된 세계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내면의 종교적 의식을 경멸하고 의미의 추구를 하찮게 취급하는 사회는 수천 년의 세월이 담긴 혜안을 내버리는 것이다.

100

자연환경과 가족과 공동체가 행복에 기여하는 영역은 우리의 행복에 결코 빠질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시장의 바깥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외시된다.

 

3장 개인의 정체성

 

111 가지고 있는 것과 바라고 구하는 것 사이의 차이가 만족의 상태를 결정한다.

115

소비자들의 선호는 결코 시스템의 외부에서 생성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시스템에 의해 생성되며 또 강화된다. 따라서 소비자의 주권은 환상에 불과하다.

 

소비사회의 사회적 심리적 환경이 사람들이 자신의 자아와 목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그 사고방식자체를 가르치고 길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118

화폐의 힘이 미치는 영역이 곧 나의 힘이다. 화폐가 취하는 속성이 곧 나의 속성이고 내 힘의 본질이다. 화폐는 지고의 선이기 때문에 그 소유자 역시 선한 존재다. 게다가 부정하게 살다보면 애로가 따르는 법인데 화폐는 그 모든 불편을 덜어준다. 결국 나는 정직한 사람으로 행세할 수 있다.-유전무죄, 무전유죄

120

우리가 시장경제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해지는 동안 우리 삶의 성격도 점차 변해가고 있다.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우리의 참모습대로 인정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사태는 무력감을 낳는다. 이 무력감의 정체는 자신을 찾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기쁨을 상실한 소비자들이 외치는 들리지 않는 울음소리다.

123

현대의 도시 생활에서 개성은 부풀린 행동과 억지로 꾸민 태도로 이루어진 가짜 개성이다.

참된 개성을 발견하려면 시장경제로부터 마음을 철수시키는 심리적 은둔이 필요하다.

124

일본만큼 소비 행위가 존재의 의미를 되물어야 할 정도로 피로와 권태로 치달았던 나라는 없을 것이다.

126

시장경제에서 사회적 고립을 부추기는 세 가지 요인은 텔레비전 시청과 쇼핑, 소비되는 상품의 성격이라고 지적한다.

127

집단쇼핑 요법, 우리는 소유하는 것이 힘을 얻는 거라고 느끼도록 절묘하게 길들이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실제로도 무얼 소유하느냐에 따라 힘을 행사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31

헛된 욕망을 좇아 부질없이 달려가 봐야 그 결실이 영근다 한들 더 큰 욕망에 목마를 뿐이다.

물질적 소유욕이 허황됨을 말해주는 체험 사례들이 계속 늘고 있지만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우리는 돈의 힘이 옳다는 메시지의 폭격 속에 살고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인구밀도의 증가와 도시화가 가져온 심리적 충격을 일찍부터 눈여겨본 사람 중 하나였다. 생각과 인격의 깊이를 조금이라도 다지려면 홀로 지내는 시간이 꽤 있다는 뜻의 고독은 아주 긴요한 것이다. 너무 외로우면서도 홀로 지낼 시간은 별로 없다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고통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133

경제성장이 행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행이 경제성장을 지탱해준다. 결국 현재 자본주의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려면 불만족 상태를 계속 조장해야만 한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 산업의 필수불가결한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134

현대적인 마케팅은 잠재적 소비자군의 심리 상태와 제품 사이에 작동하는 상징적 연상 효과를 만들어낸다.

136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누가 되고자 원하는가, 의미와 정체성을 묻는 이러한 질문은 인간으로서 제기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질문들이다. 결국 광고 산업의 과업은 특정 제품들하고 연상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의 조합 즉 복합적인 심리기제들을 찾아내서 그러한 느낌들에 호소하는 마케팅 캠페인을 설계하는 것이다.

141

소비자는 신발값만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태도와 취향의 값도 지불한다.

142

<노 로고>를 상징적 교과서로 삼았던 반세계화 운동은 이러한 문화적 약탈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지만 이들의 반대운동마저도 마케팅이 섭식하는 문화적 먹잇감으로 활용되었다.

제품과 브랜드는 인간의 삶에 절대로 진정한 의미를 줄 수 없다. 그래서 현대의 소비자들은 언제나 욕망이 채워지지 않는 영구 불만족 상태로 빠져든다.

144

자신의 참모습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라 제조된 정체성들을 뒤집어쓰고 사는 존재가 되었다. 이런 모습은 살아있는 참된 인간이라기보다는 마케팅이 조장하는 일정한 생활태도나 취향, 그리고 정교한 겉모습으로 치장된 여러 부류의 집단들일 뿐이다. 이는 사람들끼리 교류하는 행위가 갖는 사회성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미심장한 문제다. 사람들은 공허함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헛된 모색의 길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145

사회를 휘감은 성장 망상은 이 모색에 참된 보람을 안겨주는 많은 것들을 하찮은 것으로 격하시켰고 지엽적인 것으로 몰아내거나 파괴해왔다.

148

참된 만족이라는 열매는 무의식적 충동과 유인들을 의식의 세계로 불러들여서 의식적인 목표 및 원칙들과 조화를 이루어가는 심리적인 통합의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150

식품 산업은 비만을 일으키면서 그리고 제에ᅟᅣᆨ산업은 그 치료제를 팔면서 둘 다 이익을 본다.

154

그 이면에는 현실 생활의 바로 밑에 도사리고 있는 공허함을 대면하기 두려워하며 무의미한 삶의 본질을 애써 회피하려는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구매 습관이 남에게 내보이려는 사회적 의사표출이기도 하다는 점을 무의식적으로 부정하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아주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155

자연보호는 우리가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자아의 근본적인 변혁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4장 진보

 

165

자유의지는 자유 민주주의보다 우월한 상태를 달성하는 데도 쓰일 수도 있고 세계를 대혼란에 빠뜨리는 데도 쓰일 수 있다.

167

가치관의 변화와 민주주의의 수용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인정해주는 자기 결정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이상은 서로 뗄 수 없는 본질적 관계로 묶여있다.

묵시록적인 대 참상 이후의 세계를 그린 영화 제작자들은 합리적 경제인이 만들어내는 지옥에서 우리를 방어해주는 것은 이기심의 극복과 인간에 대한 사랑뿐임을 정확히 본 것이다.

168

예전 세대들은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요구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이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설 자유 즉 자신의 자서전을 써 내려갈 자유로 변하고 있다.

169

마케팅 지배 사회의 첨병들은 참된 정체성을 찾으려는 근본적인 추구를 운동화나 자동차 등을 판매하는 데 이용해왔다. 성장 이외의 다른 모든 가치들을 보지 못하게 되는 일종의 자폐적 행동 유형 고급 청바지가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마음 속 깊은 곳의 욕구를 채워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170

참된 해답은 오래전부터 현인들이 알고 있었다. 즉 진정한 자기 결정은 우리 자신이 이웃을 위해 헌신할 때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깨닫기만 한다면 이 두 가지 숙제는 함께 풀리게 된다. 여성해방을 추구하겠다며 이룩한 진보는 노동의 평등과 소비의 평등으로 와전되어 버렸다.

177

여성들은 그 대단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장 시스템에 정식으로 참여하는 정규 회원이 되었다. 평등을 획득했지만 그래서 결국 남성들과 다를 바 없이 소외되고 착취되는 삶을 똑같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1950년대 중류 사회의 관습과 체면치레가 억압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속에는 일정한 예절이 있었고 여성에 대한 존중도 있었다. 지금은 여성들이 1950년대보다 훨씬 더 성욕의 대상물로 악용되고 있다.

181

00 같은 배타적인 고급 사교클럽의 회원이 된 것을 일종의 승리라고 생각하는 그런 부류의 여성주의는 은연중에 전 세계의 여성들을 억압하는 시스템을 환영하는 라이프스타일 여성주의

가정이 훈육의 공간에서 소비의 거점으로 탈바꿈하도록 거들어 주었다.

187

사람들의 생각에서 최고 권위를 차지해버린 경제는 이제 진화처럼 일종의 자연법칙처럼 인식도기에 이르렀다.

 

5장 정치

 

199

3의 길이 자신의 세계관을 하얀 백지라고 우긴다고 해서 결백해지는 것은 아니다.

200

3의 길은 경제학 교과서들이 근거로 삼고 있는 인간 행복의 모델에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현대 경제학의 공리주의 철학과 마케팅 지배 사회에 의문을 제기한 적도 없다.

212

그는 동아시아에서 자본 시장이 자유화됐던 것은 국내에 부족한 저축자금을 해외로부터 조달해야 했기 때문이 아니라 IMF와 미국 재무부의 정치적 압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19

실제로 교육과 사회적 이동 간의 상관관계는 아주 높게 나타난다.

222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무엇 때문에 그 예전부터 불평등에 주목했는가를 상기해보는게 중요하다.

부유층마저도 시기감과 모종의 박탈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불평등이 심해지면 한쪽에는 시기와 분노가 다른 쪽에는 오만과 우월감이 커지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사회로 가는 길을 저해하게 된다.

223

사회적 가치가 표현되는 다른 수단들이 있다면 혹은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사람들이 아예 개입하지 않는다면 불평등의 심각성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6장 노동

 

227

경제적 제약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자유로워지게 되면 노동은 무엇보다 인간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이 될 수 있다.

228

좌파의 정치에서 노동조합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230

예전에 그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해 눈앞의 생산현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권력 행사에 대응했지만 지금은 여러 소비자 단체와 그린피스에 가입해 생산과정 사후에 감지된 착취나 악용에 맞서 대응한다.

234

탈희소성 세계에서 노동은 돈벌이의 구속에서 풀려나 창조적인 자기실현 활동이 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이 단지 일자리를 재분배하고 실업을 줄이는 효과에 머문다면 사람을 해방시키는 효과도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노동자들은 어디에서 얼마나 일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237

현대인의 정체성 형성에서 소비의 역할이 크기는 하지만 노동은 여전히 개인이 정체감을 느끼는 데 필요한 활동이다. 현대사회에서 실업자들이 고통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물질적 빈곤이 아니다. 그것은 의미 있는 활동에서 배제됨에 따른 심리적 충격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악영향 때문이다. 또 실업에 뒤따르는 정형화된 시간 생활의 부재, 빈둥거리는 생활, 사회적 체험의 황폐화, 사회적 위상의 상실 때문이다.

238

일자리를 잃고 오히려 삶이 나아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증명할까?

이들 실직 근로자들은 모두 고용되어 있다는 것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사이의 차이점을 구분할 줄 알았고 그들 대다수는 정치적 신념과 종교적인 믿음, 인격적 성장에 대한 신념을 포괄해서 삶을 이끌어줄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39

임금노동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일이야말로 사람들이 가장 갈망하는 보람을 얻는 길임을 입증하고 있다.

244

변화는 자극이 될 수 있지만 너무 많은 변화는 우리를 헛돌게 하고 마음을 정하지 못하게 한다.

247

사회는 용감한 사람들을 교묘하게 가로막는다. 왜냐하면 직업경력은 무엇보다 실패에 대비한 보험증서라서 대부분 그 길로 쏠리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업경력을 망가뜨린 다음에는 돌이킬 방법이 없어 보이지만 삶의 서사를 다시 쓰는 일을 통해 우리는 실패와 맞설 수 있고 그 실패를 우리의 서사에 담고서 앞으로 더 나갈 수 있다.

직업경력이라는 관념을 포기하는 것은 사실 삶에 대한 우리의 통제권을 행사하는 자기 해방의 과정이다.

248

최근 들어서는 가사의 의무를 경시하는 풍조가 더욱 심해져서 설사 육아가 목적이라 할지라도 가정에 머무는 여성은 전혀 무가치한 일에 매달리는 것이라는 인식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249

너무 어린 나이에 긴 시간 동안 보육에 맡겨진 아동들이 심리와 발달상의 손상을 입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50

여성들은 평등을 쟁취해 그동안 갇혀 있던 감옥에서 탈출했지만 나오고 보니 남성들처럼 고되게 일해야 하는 더 큰 감옥에서 살아야 했다. 가사노동은 건강하고 쾌적하며 살아가는 힘과 양분을 얻고 사랑을 나누는 생활환경의 중요한 토대다.

254

가정은 집안에 필요한 일련의 서비스들을 외주 공급자에게 맡기는 문제를 놓고 경제적 계산을 해야 하는 곳으로 전락하게 된다.

256

탈 성장 사회의 본질적인 특색은 노동과 생활을 나누는 경계가 해체되어 노동이 곧 생활이 된다는 점이다.

258

사람들은 그들의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높은 소득 수준에 길들여진 것이다. 세계화는 일종의 문화적 현상으로 이 습관을 확산시켰고, 강화했다.

 

7장 환경

 

261 어쩌면 지난날 사회주의 혁명가들도 지금의 환경운동가들만큼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68

지구 온난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둘러싼 지루한 논쟁만큼 성장의 망상체계가 휘두르는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힘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문제는 없다.

270

화석연료의 연소를 줄이는 일에 돌입해야 할 분만 아니라 화석연료에 거의 의존하지 않게 될 때까지 연소 량을 지속적으로 줄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272

개발심리는 성장의 망상체계가 일상적으로 표출되는 형태이다. 매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남아 있는 자연공간을 잠식하는 주택개발과 쇼핑몰이나 도로건설 계획을 승인한다.

개발에서 생기는 탄력은 의사결정자들을 매료시킨다. -생태학적 발자국 지수

274

가장 순도 높은 자본주의 옹호자들에게는 공산주의자들이 아니라 환경주의자들이 악의 화신으로 등장했다.

275

대지를 이용할 권리는 누가 뭐래도 신이 내린 것이다 는 반론

원정대를 에베레스트 산에 파견해 등반대들이 버린 빈 통조림 깡통을 수거하는 일도 있다.

276

쉴 새 없이 새로운 정복지를 찾아나서는 성장의 강박심리는 이제 대기권 밖의 우주에까지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더 많은 성장을 탐하는 식욕을 억제할 수 없어서 이 세계를 파괴하게 되더라도 다른 세계로 옮겨 가면 그만이라는 황당한 생각까지 한다.

278

더 큰 걱정거리는 지구 궤도상에 방사는 물질들이 증가하는 현상일 것이다

281

우주는 이제 신비와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지구가 그랬듯이 식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제성장의 기계가 쓸 새로운 자원의 저장고로 변하고 있다.

285

올바르다는 것은 생물 공동체의 온전성과 안정성 그리고 아름다움을 보존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 않은 모든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진정한 과제는 환경 윤리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는 생태적 의식을 구축하는 일이다.

289

이 숙제는 자연세계를 생명의 세계로 되돌리는 일이고 그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시장 안에 갇힌 철학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290

앤소니 기든스는 그의 독창적인 저서인 <3의 길>에서 생태학과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여러 가지 고찰을 전개하면서 환경주의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을 문제 삼다가 여러 차례 일관성을 잃는 오류를 범한다.

292

일반적으로 세금 그 자체보다는 신규 세금의 세수를 어떻게 쓰느냐가 불평등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8장 탈성장사회

 

299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노동과 소득과 소비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축소 이행자들은 과도한 소비지상주의에서 이탈해 여가 생활과 시간계획의 여유 또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고 생활의 속도를 늦추며 더 의미 있는 일과 그들의 가장 근본적 가치와 합치되는 일상생활을 선택하고 있다.

301

축소 이행자들의 동기는 무엇보다 가슴 깊은 곳에 있는 가치와 일상적인 삶의 현실이 조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욕구다.

302

지금 이들 정당에는 왕성한 열정 대신 직무상 특권을 챙기고 근본적 사회변혁을 위한 정책 대신 미디어 전략이나 좇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303

그 중독성이 아무리 강해도 물질적 욕망의 얄팍한 껍데기를 들추고 재물의 삶이 아니라 값진 삶을 약속하는 용기 있는 정치를 펼친다면 가장 메마른 소비자 의시그이 피해자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직관적 호소력을 발휘한다.

304

사람들이 참된 개성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

더 부자가 된다고 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님을 다수의 일반인들이 머리로는 인정한다고 해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갈등이 따를 것

흔히 말하는 결정적 투쟁은 더 이상 생산과정의 잉여생산물 분배를 둘러싼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 사이의 투쟁이 아니다. 오늘날 결정적 투쟁은 개성을 제조하고(꾸며내고) 천박함을 찬미하는 사회구조 안에서 어떻게 참된 삶을 사느냐 하는 것이다.

마케팅의 첨병들은 우리 의식의 빈 공간을 소비의 메시지로 채웠다.

305

좌파 정치권이 쇠락하게 된 원인은 바로 이 모순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11

지금까지 국가가 하는 일은 주로 경제가 요구하는 조건을 들어주고 시장 실패를 교정하는 것이었지만 인간 행복의 참된 원천인 생명공동체를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일로 바뀔 것이다.

316

교육은 그 자체로 값진 지적 잠재력의 발현을 이끌어주는 것이다. 자기를 이해하는 일은 자신이 처한 사회 환경을 이해해야 가능하고 사회 환경을 이해하려면 철학과 윤리, 역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320

사람이 넘쳐 나는 환경에서는 내면의 자아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홀로 있을 시간을 누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326

금융시장은 실업이 감소할 때 냉담하게 반응하면서 오히려 대량 매도를 일으켜 경제를 짓누르고 일자리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때가 많다.

334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가 보는 사회구조와 가치와 정치 시스템은 여전히 이 낡은 모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대다수 사람들이 직면한 선택이 자신의 노동을 파느냐 아니면 굶어 죽느냐로 갈린다고 보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의 권력을 파괴하자고 요구했던 반면 유디머니즘은 자본의 권력을 무시하자고 요구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풍요와 민주주의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영향력이 줄면서 생기는 공간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변화에 기여하고 동참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게 될 것이다.

336

경쟁사회는 패자들이 스스로를 비판하도록 몰아가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사람들에게 초래하는 비용은 상상하기 힘들만큼 막대하다.

337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더 부유해지더라도 매일 불만족스럽다고 느끼게 만드는 메시지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탈 성장사회의 핵심 목표는 소득의 증대가 아니라 사람들이 인간적인 보람을 느끼고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338

이 세상에 불가항력적인 것은 없으며 무적의 권력 또한 없다.

 

< 내가 저자라면 >

 

이 책은 세계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경제성장이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성장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면서 참된 행복을 잃어가고 있음을 꼬집고 있다. 340페이지에 달하는 일견 재미없어 보이는 내용이지만 읽다보면 더 크고 더 많이를 추구하는 삶이 과연 인간 본연의 삶인지를 진지하게 돌이켜볼 수 있다.

저자가 추구하는 삶은 축소 이행의 삶으로서, 정부가 주도하는 성장 이데올로기를 넘어서서 유디머니즘(행복주의)으로 변화시켜 가야함을 토로하고 있다.

건조한 문체에 건조한 내용인 것 같으나 경제성장이라는 대중적인 시류를 넘어 인간 본연의 행복을 찾자는 내용은 눈길을 끌었다.

그렇지만 노동과 소비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어떤 삶이 인간 본연의 아름다운 삶인가에 대한 제시는 없는 것이 아쉽다.

문제만 제기 되었을 뿐 경제성장이라는 커다란 벽 앞에 개인이 보람을 느끼며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이렇다 할 답을 제시하는 일은

어려운 일인가보다.

현 시대는 경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로 더욱 복잡한 삶이 전개되고 있다.

아니 어쩌면 경제성장의 노예로서 정신 놓고 산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경제성장의 노예가 되도록 부추긴 것은 정치와 금융시장만이 아니다. 요즘은 언론이 맨 앞에서 그것을 주도하는 것 같다. 대중의 관심이 경제에 더욱 쏠리면서 각종 사건이 범람하다 못해 이제는 돈 때문에 부모 자식간, 형제간에도 살인이나 학대, 유기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 실정이다. 결국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누가 주도하든지 간에 각 개인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확고히 가지고 소모품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현대의 가장 슬픈 일은 젊은이들이 돈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일이다. 과거 엄청나게 가난한 시대에도 다산하며 행복을 느끼며 살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는 메시지 폭격에 경제성장 이데올로기까지 맞물려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인 가족의 형성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인구절벽에 까지 이르렀다.  

내가 저자라면 삶의 행복, 진정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일은 가정 안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요즘 여성들은 맞벌이를 하기 위해 출산과 육아라는 큰 기쁨을 놓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한 쪽에서 이런 진지한 고민을 하는 가운데 한 쪽에서는 아파트 최고가가 경신되었다는 뉴스가 수시로 뜨고 있다.



 

 

IP *.48.44.227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