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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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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3일 10시 39분 등록


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

Tough Choices by Carly Fiorina
칼리 피오리나 저, 공경희 역,


1. 저자에 대하여

개인적 약력
《포춘》 선정 5년 연속 ‘세계 최고의 여성 CEO 1위’, 2002년 CNN 선정 ‘올해의 여성’, 2003년 《비즈니스위크》 ‘올해의 인물’ 등 매년 최고의 수식어로 한해를 시작하는 그녀. 휴렛팩커드가 새 CEO를 발표한 1999년 7월 17일, 뉴욕 증시에서 HP와 루슨트테크놀러지의 희비가 엇갈렸다. 루슨트로부터 영입된 칼리 피오리나 때문이었다. 두 회사의 주가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피오리나는 어떤 인물일까?

칼리 피오리나는 1954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나 스탠퍼드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한 후 메릴랜드 대학에서 MBA를, MIT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AT&T에 말단 영업사원으로 입사하여 탁월한 추진력과 천부적인 언어감각을 발휘, ‘철의 여인’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1996년에는 AT&T에서 분사한 루슨트테크놀러지를 성공적으로 출발시켰고, 1998년 루슨트 CEO로 취임한 후 과감한 경영전략과 미래지향적 구조개편으로 주가를 12배 상승시키는 등 최고경영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피오리나가 100:1이라는 경쟁을 뚫고 HP의 새 CEO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전략전 비전의 결여와 ‘대기업병’인 무기력,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날카롭게 진단했기 때문이다. ‘HP 방식’에 대해서는, 방식은 낡지 않았지만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HP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HP의 초기 이념인 ‘할 수 있다’ 정신에 비추어, 그 시절로 돌아가 근대적 변혁을 이루어냈던 힘을 다시 끌어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또한 평화적인 권력의 분산이 아니라 단결된 전략과 응집력이 필요함을 간파했다.

피오리나는 아주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독특한 단어를 넣은 풍미 가득한 언어를 구사하는 편으로, 비서들은 그녀가 했던 인상 깊은 말들을 모아 명언집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일은 전통의 HP에서는 생소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정말 기분 짱이에요!(I’m jazzed about that!)”나 이 책의 원제인 “충분히 완벽해(perfect enough)”가 있다. 후자는 최고의 찬사에 속하는 말로, 경쟁사보다 충분히 앞선 시점에 제품을 내놓아야 할 경우에는 세부사항에 연연해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피오리나가 루슨트의 글로벌 서비스 부문 최고책임자로 있을 때, 루슨트가 인수한 다른 그룹의 저질 기숙사 문화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다. 그녀는 수천 명의 영업사원 앞에서 연설하면서, 두 회사가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말과 함께 “우리의 그것도 누구 못지 않게 큽니다!”라면서 재킷을 벗었다. 놀랍게도그녀의 바지 가운데 부분이 남자의 그것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청중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고, 이후 루슨트의 문화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회사를 떠났다.

피오리나의 명성에 한 가지 더 보태는 것은, 그녀가 성공을 위해 매진하는 워커홀릭이 아니라 부하직원의 성공과 기쁨,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루슨트 CEO로 발탁되었을 때는 최초로 팬클럽을 가진 경영자가 되었다.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이 그녀의 저돌적인 경영방식에 의해 지어진 것이면, 대중 스타에게나 있는 ‘팬클럽’은 그녀의 따뜻한 인간미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HP로 자리를 옮기고 가장 먼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기업 이미지 광고를 제작했다. 자신이 HP 창업자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는 뜻을 공고하기 위해 창업의 바탕이 되었던 창고를 광고에 등장시킴으로써 창업자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의 경영방식을 접목시키겠다는 뜻을 펼쳐 보인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 광고는 HP 직원이라는 자부심을 북돋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까지 HP는 전통적인 스타일로 미루어 완벽하지 않으면 절대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는 일념으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인정신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장의 생태를 따라잡지 못했다. ‘완벽’이라는 그물에 걸려 적기를 놓치고 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심지어는 신생 기업들의 광고 전략에 따라가지도 못했다. IBM 회생의 시기에 루 거스너가 시장의 흐름에 주목하도록 경영혁신을 펼치는 시기에도, HP는 상품생산에 완벽을 기했다. 경영자들 역시 최고의 상품만을 추구했고, 시장에 따라가는 기업의 경박성을 한탄했다. 시장은 갈수록 변하고, 적기를 잡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장인정신과 각 생산라인의 자율성을 중시한 것이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면, 경영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온 것과 같다. 60년 전통의 보수적인 HP가 전격 발탁한 최초의 아웃사이더 CEO에게 지워진 짐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창업자 휴렛과 팩커드가 세운 HP 방식은 시장보다는 기술을 우선으로 하여 완벽한 테크놀러지 구현에 집중해 있었고, 사업부문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기업은 경쟁력을 잃었다. HP의 전통적인 기업문화는 경영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2001년 9월, 피오리나는 경쟁사 중 하나인 컴팩 컴퓨터와의 인수합병을 결정했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업계 최고가 되기 위해 기업의 생존을 걸었던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합병계획이 발표되자, HP 주식의 수업으로 사회사업을 하고 있는 휴렛 재단과 팩커드 재단의 창업자 후손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후손 중 유일하게 HP의 이사로 있던 월터 휴렛은 주주들의 의사를 묻는 위임장경쟁을 실시하자는 의견을 내세웠다. 초기에는 이사회 역시 찬성과 반대로 각기 의사를 달리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피오리나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이사들이 늘어났다. HP 주식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두 재단(휴렛 재단, 팩커드 재단)과 월터 휴렛의 반발은 결국 위임장경쟁을 야기했고, 주주들은 피오리나와 이사회에 표를 던졌다.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월터 휴렛은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결국 월터 휴렛과 피오리나는 ‘휴렛 대 휴렛팩커드’라는 이름으로 법정에 서게 되었고, HP 재건을 위한 피오리나의 결단과 정당성에 재판정 역시 동의했다. 2002년 9월 합병은 성사되었다.

HP 컴팩 합병은, 기업간의 싸움이 아닌 21세기 경영혁신을 위해 창업자 세대와 치러야 했던 한 전문경영인의 치열한 전쟁이다. 또한 이 전쟁은 창업자와 기업의 동일시를 극복한, 리더십의 세대교체를 상징한다. 칼리 피오리나의 도전과 승부는, 21세기를 이끌어갈 최고의 여성 CEO가 이루어낸 승리의 드라마이다. 2002년 9월, 1년여를 끈 창업자 가족과의 전쟁이 끝났다. 승리의 여신은 칼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피오리나는 HP에서 여러 가지의 ‘힘든 선택’을 했고, 실수도 있었지만 변화를 이뤘다. 갑자기 CEO에서 물러나게 된 그녀는 “원칙을 지켜온 삶에 아쉬움은 없다. 내 영혼은 여전히 내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경쟁력 있는 사람은 많지만 인격을 겸비한 사람은 적다. 다른 사람의 효율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비즈니스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이라고 사람과 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문구들

(22) 나는 두 분의 어릴 적 이야기를 알았기 때문에, 부모님을 잃을까 봐 걱정하며 자랐다. 그것은 강박관념의 수준이었다. 이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 어머니나 아버지의 죽음은 심연에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런 꿈을 자주 꾸곤 했다.

(22) 부모님에게 성공은 명성과 재력이 아니었다. 궁극적으로 성공의 기준은 개인의 품성과 인격이었다. … 성품은 모든 것이었고, 성품이란 솔직함과 고결함과 진정성으로 정의되었다. 솔직함은 진실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었고, 고결함은 원칙을 지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었다. 진정성은 믿는 것을 아는 것, 본래 모습대로 되는 것, 그 둘을 위해 싸우는 것이었다. 부모님에게 성공이란 겉모습이 아닌 내면으로 평가되었다.

(26) 어머니는 늘 손님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대답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했다.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가 자신에 대해 물어보면 좋아한다. 쏟아지는 관심 에 흐뭇해 하고, 누군가 귀담아 들어주면 기분 좋아한다. 나는 이런 식으로 친구들을 빨리 사귀었고, 내 위치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시간이 많이 흘러 후에 직장을 옮겨 다닐 때도, 이것이 훌륭한 경영 수단임을 알았다. 그 사람을 알기 위해 질문함으로써 존경시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잘 들음으로써 단단한 결속을 얻게 된다.

(28)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쓰면서 이 말은 할 수 있다. 나는 높은 기대치의 힘을 경험했다. 나에 대한 기대가 적었다면 많이 성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님에게는 두려움과 결핍감이 있었기에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는 것을 알았다. 살면서 마주치는 두려움과 불확실성 때문에 멈추면 안된다는 것을 부모님이 본보기가 되어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변화가 어렵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번 이탈이나 상실과 함께 큰 모험이 찾아왔다.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효과를 깨달았다.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가르쳐줄 것이 있으며 나눠주고 싶어하니까. 그러므로 나는 대단한 행운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31) 나는 최대한 여러 철학 과목을 수강하기로 작정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는 철학자들을 공부하고 싶었다. 세계를 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사상의 힘, 한 세기의 사상이 수세기 후의 사람들과 사상에 미치는 영향, 개인이 아닌 인류가 배울 수 있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이 짜릿했다.

(31) 헤겔은 카뮈만큼이나 내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정반합의 철학, 즉 맞선 것처럼 보이는 사상끼리 화해할 가능성은 탁월하면서도 현실적인 것으로 보였다. 나중에 비즈니스에서 이것을 정신적 모델로 사용했다.

(32) 역사란 사람들에 대한 것이고, 변화를 이루려던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마음에 들었다. 부유하고 권력 있는 자들이 역사를 만드는 경우도 많지만, 영감을 받아서 새 길을 선택한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를 이끄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3) 2쪽자리 보고서 작성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박 겉핥기 식의 과제물도 아니었다. 그것들은 걸작의 세부 내용의 핵심만 뽑아낸 내용이었다. 철학과 사상이 내게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 배운 것은, 열심히 핵심을 추출하는 과정과 머릿속에서 정제하는 훈련, 20쪽자리 내용을 2쪽 분량으로 확실하게 말하는 능력이었다. 이 과정을 마무리할때는 시작할 때보다 그 내용에 대해 훨씬 많이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는 중요한 경영 기법을 개발하고 있었다. 엄청나 보이는 분량의 정보에서 핵심을 이해하고 추려내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또 리더십 교육도 받은 셈이었다. 사물의 핵심을 이해하고 의사소통 하는 것은 어렵고, 많은 생각을 쏟아야 하며 큰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배웠다.

(35) 어느 주말 집에 다니러 갔다. 난 혼란에 빠졌다. 드라마틱하게 들리겠지만, 일요일 아침 샤워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몸은 몇 달간의 두통을 통해 내게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지금도 그 장면이 훤히 그려진다. 샤워실의 타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로스쿨에 다니는 이유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난 스물 두 살이었고, 인생의 목적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능력과 재능을 모두 발휘하려면, 나 자신을 가지고 뭔가 이루려 한다면,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찾아내야 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두통이 가셨다.

(36) “행복해지려거든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 쓰면 안 된다”라고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내게 중대한 결정을 내릴 시점에 도달하니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두려웠지만 행복했다. 그날 나는 어른이 되었다. 스스로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니까. 그 선택을 하면서 외로웠고 결과가 두려웠지만, 잘한 선택인 것만은 분명했다.

(41) 다음 업무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몰두하라.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라. 각 업무의 한계가 아닌 가능성에 집중하라. 내게 기회를 줄 사람들을 찾으라.

(45) 그들이 내게 도움을 구하면서 두려움을 설명하자, 나는 자신감과 능력을 모두 키워줌으로써 변화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중에 리더십을 설명할 때 자주 이용하는 개념이 되었다. "훌륭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나쁜 지도자는 부하들이 경멸하는 사람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우리가 해냈다'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 (손자병법)

(45) 누군가를 믿어줌으로써 그들이 그 자신을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작은 일이지만 엄청나게 뛰어난 리더십이 있는 행동이다.

(47) 시간이 흐르면서, 제품을 판매할 때는 회사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또 타인과 효과적으로 의사 소통하는 방법도 익히게 된다. 야심있는 임원이라면 적어도 영업 업무 경험이 한 번은 있으리라 믿는다.

(48)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일에서도 같은 유형을 보게 되었다. 두려워하는 이는 나 혼자가 아니었다. 역할 놀이에서의 나처럼, 새롭고 낯선 일에 당면하면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기 일쑤이다. 회의실에서 긴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두려움을 극복할 때마다 더 강해진다는 것을 배웠다. 어떤 사람들은 관리자가 할 일은 두려움을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리더가 할 일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믿는다.

(58) 그 1년 반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틀렸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는 것을 믿어야 될 때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추진하는 업무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능력을 총동원한다면 기회는 저절로 찾아온다는 것도 배웠다. 기회만 쫓으면 초라해지기만 한다는 것도 배웠다. 더 힘겨운 도전이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 종류의 도전에는 팀 전체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60) 나는 ‘지금의 나는 하느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다.’라고 믿으며 성장한 사람이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내가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이라고 배웠다. 나를 사랑한다던 사람이 어떻게 내 재능에 분개할 수 있을까? 돌어보면 이런 말이 터무니없이 어수룩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나는 사람들이 신뢰를 저버릴 수 있다는 점과 그렇게 몰아가는 불안정감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60) 마침내 모든 사실이 밝혀지자, 나는 세상을 완전히 달리 보게 됐다. 내가 아주 잘 안다고 여겼던 사람이, 신뢰하고 사랑했던 사람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때 처음으로 남자들이 유능하고 성공한 여자에게 얼마나 위협을 느끼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직장에서는 그런 경험을 몇 번이고 해봤지만, 결혼 생활에서 현실로 드러나니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나는 '지금의 나는 하느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다'라고 믿으며 성장한 사람이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내가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이라고 배웠다. 나를 사랑한다던 사람이 어떻게 내 재능에 분개할 수 있을까?

(60) 신이 한쪽 문을 닫을때는 다른 문을 열어주기 마련이다. 결혼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괴로워하던 그 시기에, 나는 평생의 친구이자 역할 모델이 된 사람을 만났다.

(69) 어떤 직위에 앉아 있든, 사람은 사람이기 마련이다. 그런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는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71) 누가 다른 목적을 위해 내 명성을 거짓으로 더럽히는 일은 다시는 당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사실 이런 일은 언제나,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나 일어난다. 조직적인 거부와 비열한 책략은 매일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도 나로서는 처음 당한 일이었다. 누군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날조해서 내 인격을 모독했다. 오로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런 짓을 한 것이었다. 옳지 않은 짓이라고 느꼈다.

(75) 그 과정에서 훌륭한 선생님이라면 다 아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뭔가를 정말로 이해하고 싶으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봐야 한다.

(78) 나는 이번에도 일을 시작할 때마다 취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내 밑에서 일하게 된 팀원들을 만나서 질문을 퍼부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왜 그 일을 하는지?

(83) 그는 또 내가 그들의 얼굴 표정과 몸짓에서 이런 편견을 읽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보브는 내게 통찰력을 갖게 해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언어 이외의 실마리를 찾는 법을 배웠다. 마음을 철저히 가려서 도저히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처음 20분 안에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고 설득할 수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머지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그 20분 사이에 어떤 사람이든 편견을 떨쳐버리고 내 말에 귀 기울이게 할 수 있다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85) 난 그때까지 사랑을 받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특히 여성들은 상대에게 유쾌하고 붙임성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 한다. 그날 나는 가끔은 사랑받는 것보다 존중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결론 지었다. 난 정말 화가 나면 목소리가 아주 낮고 담담해진다. 소리가 높아지는 게 아니라 낮아진다. 그와 합리적으로 대화할 수 없으니, 그가 이해하는 언어로 대화해야 했다. 힘의 언어로. 나는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갖고 있었다.

(85) 상사가 부하직원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그가 더 출중해서가 아니다. 상사가 부하 직원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상사가 책임을 더 많이 지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직원들을 대신해서 나서고, 그들이 감당할 필요가 없는 이들을 막아주는 것도 상사가 감당할 책임 중 하나이다.

(86) 뒷감당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 합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으름장을 놓을 수 밖에 없다면, 정말로 중요한 일은 협박이라도 해서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말버릇이 험한 사람은 아주 많다. 비즈니스계에서 그런 사람들이 성과가 좋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잦다. 모욕적인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 누구나 예의와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

(89) "캐럴, 영혼을 팔 수는 없어요. 압박감 때문에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지 말아요. 당신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질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요. 당신이 영혼을 팔면 누구도 보답해 줄 수가 없어요." 우리는 따뜻한 포옹을 오래도록 나누었다.

(90) 최선이 요구되고 부족할 수도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도전이 나온다. 그런 도전에 부딪혀 일어나는 데서 배움이 나온다. 때로는 선택에 위험 부담이 클수록 사람들에게 자신을 증명할 만한 좋은 기회가 생긴다. 또 언제나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증명해 보이게 된다. 이런 부담스러운 선택을 통해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이다.

(99) 내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자신감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내가 무엇을 무르는지,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현실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똑같이 중요한 법이다. 현실 감각이 없으면 자신감은 자기 과신이 되고 만다.

(101) 비즈니스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회사의 목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게 옳다. 회사의 목표는 개인의 야심이나 '인정받고 싶은' 욕망보다 중요하다. 그 당시 나는 그렇게 믿었다. 마이크에게 책임질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오늘날도 그렇게 믿는다.

(102) 전원이 똑같이 아는 수준에서 작업을 해야 했기에 나는 엄청난 양의 교육을 담당해야 했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었고, 내가 결론을 내렸던 일들이 새 팀원들 사이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이것은 새롭게 팀이 결성될 때 흔히 생기는 양상이다. 우리는 전략을 중심으로 배열해서 서로 어떤 식으로 작업할지 정할 때까지는 모든 게 느릿느릿 굴러갔다. 답답한 일이지만 필요한 과정이었다. 나중에 빠르게 진행하려면 처음에는 천천히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시간 여유를 갖고, 더 크고 잘 조화된 팀을 만들어가야 했다. 그래야 나중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터였다.

(106) 그날 밤 오랫동안 울고 나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다시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울지 않겠노라고. 물론 남이 나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짓에도 마음을 다치겠지만, 그들의 좁은 마음이나 편견을 내 짐으로 떠안지 않으리라. 인생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특히 그렇다.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 때문에 위축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리라.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만한 이유가 있는 옳은 일에 매진하리라. 내가 선택한 일을 할 수 없다고, 혹은 하면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 아니, 많을 거야. 그건 그들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야. 그런 사람들이 다시는 내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하리라. 내 인생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 마음 역시 내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106) 휴렛패커드에서 위임장 다툼을 벌이는 동안 하마터면 울 뻔했다. 또 휴렛팩커드를 떠날 때는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1986년 이후 나는 더 중요한 것들을 위해 눈물을 아꼈다. 가족, 아름다운 자연, 베토벤, 사랑하는 친구, 사람들의 선의, 그들의 지혜, 그들의 슬품과 승리, 그런 것들을 위해서.

(108) 지금 판을 바꾸지 못한다면, 이기는 게임을 벌일 수 가 없었다. 또 이기는 게임을 벌이지 못한다면, 아예 게임을 벌이지 않는 편이 낫다.

(109)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것과 사실을 말하는 것을 보니, 그 차이를 알 수 있었다. 고개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눈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는지, 목소리의 톤과 고저로 판단할 수 있었다. 그들을 보고 있으려니 화가 나면서 동시에 슬펐다. 이 경험을 하면서 사람들을 찬찬히 지켜봐야 한다는 것을 되새겼다. 사람들의 말이 정말로 생각하거나 느끼거나 의도하는 바가 아닌 경우도 있으니까. 어떤 직업이든 상대의 말이 그가 진정으로 의도하는 바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때가 있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이것을 놓쳤을 때 그 결과는 언제나 참혹했다.

(109) 매일매일 어머니가 그립다. 어머니가 자랑스러워 하시도록 매일 노력한다. 어머니는 너무 이른 나이에 급작스럽게 돌아가셨지만, 평생의 삶은 축복이었다. 나는 생의 마지막에 어머니가 용기를 내는 것을 목격함으로써, 나 자신을 찾았다. 어머니가 무엇을 선택하고 감내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이후로 내가 겁내던 것을 이기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다른 두려움들은 모두 하찮아 보였다.

(117) 가끔 그 10분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대표가 내가 적은 메모를 갖고 뭘 하려는지 알았더라면 아마 난 잔뜩 겁을 먹고 일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게는 AT&T의 대표 이사가 국회 예산 위원회의 의장에게 전화를 거는 일은 아주 대단한 일이었으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것이 중요한 때가 있다. 또 멀리 앞을 내다보는 게 아니라 한발자국만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때도 있다. 바로 이때가 당장 해야 되는 일에만 집중할 뿐, 다음에 일어날 일에는 마음 쓰지 말아야 할 경우였다.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할 때의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오직 한 사람만, 그리고 그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만 생각해야 된다는 것을 이미 터득했다. 또 대로는 한 번에 한발자국만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118) 우리가 승리한 것은 마지막 목표를 늘 마음에 품었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략과 전술을 기꺼이 수정한 덕분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힘들다고 해서 목표를 바꾸거나 하지 않았다. 우리는 어떻게 질까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우리는 승리를 선택했기에 승리했다. 모든 승리는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다. 적당한 후원, 적합한 팀,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결단력, 열심히 쏟은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승리는 기회보다는 선택과 관련된 것이다.

(123-124) 다들 윈 윈(win-win) 상황을 창출해야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협상을 시작했다. 가장 압박감을 주는 점들을 다루었다고 양측 모두 느껴야 했다.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너 죽고 나 살자'는 행동에 빠져드는지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하면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면서도 그랬다. 이런 패턴이 형성되자 감정과 자존심이 튀어나왔고, 해결책을 모색하기란 몹시 어려웠다.

(125) 가장 심오한 경험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antigone)』를 읽은 일이었다. 원칙을 버리라는 엄청난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을 버리지 않은 결과 고립과 추방에 직면하게 된다.

(125) 해마다 스스로 조용히 묻는다. 그 동안 내가 내렸던 결정에 마음이 편안한지. 내 영혼이 여전히 나의 것인지.

(127) 목표는 중요하지만,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인생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임을, 그 길을 따라서 옮기는 걸음걸음이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131) 이론적으로는 정규 조직이 의사 결정 주체지만, 실제로는 조직 외부의 개인들이 결정을 내리거나 강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런 개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고 관계를 맺어 그들로부터 권력을 끌어낸다. 어떤 때는 정식으로 내린 결정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그대로 파묻혀버릴 수도 있다.

(131-132) 아무리 크고 복잡한 조직이라 해도 현실은 이렇다. 또 사람들이 오랫동안 함께 일했고, 관계가 깊고 지속적인 곳이라면 특히 이런 양상이 심하다. 회사의 조직도 보다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요해진다. 이런 고립된 세계는 이방인이 뚫고 들어가기가 무척 어렵다. 새로운 자리나 조직에 들어갈 때는 누구나 서류상으로 일이 돌아가는 상황과 실제로 조직이 굴러가는 상황을 파악해야만 한다. 행동을 멈추고 잘 보고 귀담아 들어야 한다. 현명한 조언만으로는 '길을 건널' 수가 없다.

(136) 어디선가 분노는 자제할 때에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대목을 읽은 적이 있었다. ‘분노를 사용하라. 터뜨리지 말고.’ 그래서 분노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잭이 말을 하는 중간에 나는 손으로 탁자를 쾅 쳤다. “그만 됐어요 잭! 그만하면 충분하다고요!” 그는 충격을 받은 듯했고 입을 다물었다. “잭, 나는 바보가 아니에요. 악마도 아니고요. 매일 아침 빌어먹을 당신의 일을 절단 내려고 일어나는 것도 아니에요. 난 내 일을 하려고 애쓰고 있는 거라고요. 그런데 지겹네요. 당신이 망할 놈의 고함을 치는 것도 신물 나고, 당신의 부하 직원드리 샤방거리는 꼴도 오장이 뒤집어져요,”

(137) 내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날 존중하지 않는다. 또 자존감은 내게 어떤 경우라도 부적절한 언어 폭력은 참지 말라고 요구했다.

(138)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대로 인정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그 말을 6번은 들어야 한다.” 문외한은 ‘변화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고 말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듣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것을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그것은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그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그것이 굴러가는 것을 보게 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141) 기업은 크고 추상적인 실체이다. 사람들을 기업과 중요한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기업을 대표하고 자원을 투입해서 지원할 수 있는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한다. 그리고 전세계의 사람들은 신뢰하고 존경하는 이들과 비즈니스를 한다. 이탈리아인의 반응에 대해서 속이 좁다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신뢰와 존경이 다른 의미를 지닌다. 미국에서는 신뢰가 세세한 법적 계약을 통해서 쌓일 것이다. 존경은 힘들고 오래 끄는 협상들을 통해서 생기며, 양측은 그 협상을 통해 상대가 자기 입장을 얼마나 강력하게 방어하는지 배운다. 이탈리아에서는 인생에서 좋은 일들을 함께 즐기면서 체면을 적절히 지키는 시간을 통해서 신뢰와 존경이 쌓인다.

(146)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 일본, 중국에서 다양한 술자리에 참석했다. 그때마다 정신 무장을 단단히 하고, 술자리 전에 먹는 음식을 잘 선택해서 육체적으로도 철저히 준비한다. 또 술을 홀짝거리지 않고 단숨에 목구멍에 넘긴다. 그러면 알코올이 체내에서 더 천천히 흡수된다.

(149) 낙담하거나 미워하지 않으면서 뭔가 포기할 마음을 먹으려면, 뭔가 얻는게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날씬한 몸매를 얻을 수 있다면 초콜릿을 포기할 마음을 먹는다.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늘 해온 일을 포기할 마음을 갖게 하려면 보답을 줘야 했다. 그 ‘뭔가’는 더 흥분되는 미래와 그것을 성취하겠다는 자신감이었다. 흥분과 자신감은 감정적인 상태이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보충 설명을 해도, 그것들은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더 큰 네트워크 시스템스 조직의 전략과 목표에 손을 대게 되었다.

(149) 사람들은 이성과 감정, 두 가지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는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이 일을 진행하면서, 리더는 도전적인 사고 뿐만 아니라 마음도 사로잡아야 된다는 것을 배웠다.

(150) 그들은 이성적으로는 그런 변화가 수입과 수익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감정적으로는 이것이 시장에서의 존중을 의미한다고 믿었다. 그것은 AT&T 내부에서 중요하고 존중받는 입장이 된다는 뜻이었다. 감정적으로 사람들에게 진짜 우리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얻어야 했다. 조직원들은 이 새로운 미래를 축으로 하여 모였다. 이제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야 했다. 극기심과 능력과 밀고 나갈 힘을 가졌다는 자신감을 키워야 했다.

(151) 해외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제약은, 정직하고 청렴하게 비즈니스를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152) 이틀 후 그는 해고당했다. 내 밑에서 일하지 않았으나, 나는 그의 상관을 설득해서 조치를 취하게 했다. 조직은 충격을 받았지만, 그 일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했다. 결과가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며, 부정직함과 부패에는 참지 않으리라는 것. 가치관은 결과를 일궈낸다.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을 때, 행동을 이끄는 것은 바로 가치관이다. 우리가 지켜보거나 감시하지 않을 때 그가 청렴하게 처신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간에는 그를 감시하지 못할 터였다. 청렴하지 않으면 조직 전체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우리는 브라질에서 여러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그 결과 목표를 낮추어 잡았다. 조직 안에서 자신감을 키울 성공담을 축하하면서도 인품을 키우는 면도 조심스럽게 고려했다.

(155) 나는 정직한 질문에는 정직하게 대답을 해야 된다고 믿었다.

(157) 사장단이 되고 보니 당장 다른 점들이 생겼다. 사무실이 더 커졌고, 권위도 커졌다. 나는 예전과 같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를 예전과 똑같이 봐주지 않았다. 나는 말의 내용과 그 말을 하는 태도에 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점을 배웠고, 즉석에서 되는대로 말하지 말아야 했다. 서열이 중요한 조직에서는 고위직이 하는 말이 더 무게를 지닌다. 그러지 않아도 될 때까지도 그렇다. 나는 또 '칼리가 그러는데' 증후군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한 일을 내 탓으로 돌리곤 했다. 내 말을 정확히 알아들은 경우도 있었고, 내게 듣고 싶은 말이었지만 내가 말하지 않은 내용으로 알아듣기도 했다.

(163) 리더가 할 일은 가치를 더하는 것이지, 직원들을 방해하거나 지배하거나 공을 가로채는 것이 아니다. 일이 잘 돌아갈 때, 직원들은 리더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직접 가서 그들에게 도움을 줄 부분을 찾아야 한다. 때로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직원들은 문제가 있음을 알지만 원인을 짚어내지 못하고 그 결과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 원인을 찾아서 접근하는 것이 리더가 할 일이다. 의사의 할 일이 드러나는 증후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질병 자체를 치료하려는 것이듯이 말이다.

(166) 개선된 업무 수행을 하려면 일은 더 힘들고 극기심도 요구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직원들에게 급여를 더 지급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럴 예산이 없었다. 그러면 직원들에게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것이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다. 일을 재미있게 하는 것이었다.

(166) 조직원 전원이 따라 나서야만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다수만 있으면 변화는 일어나다.

(167) 목표에 못 미치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끈기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너무 일찍 포기할 수 없어서 밀고 나가기도 한다. 재미난 일이 곁들여지고 누군가 신경을 쓴다는 것을 알 경우, 꾸준히 밀고 나가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172)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과 비슷하다. 새로운 운동 습관, 새로운 식이요법, 새로운 골프 스윙, 새로운 일, 처음에는 무척 어렵다. 부자연스럽고 노력이 많이 요구된다. 때로는 포기하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꾸준히 해나가면, 시간이 흐르면서 새 습관이 점점 수월해지다가 결국 몸에 배게 된다. 나는 변화에 익숙했다. 변화를 겪을 때마다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음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변화에 당면하면 기회와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내 동료들은 변화에 익숙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도 어려워 보였기 때문에, 익숙한 방식을 견지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변화가 불러올 상황이 두려웠다. 또 우리가 원한다 한들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일단 분할이 공표되면 돌아갈 길이 없었다.

(173) 그날 나는 대단히 중요한 것을 배웠다. 미지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잘 아는 불만스러움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두려우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변하며, 그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중요한 사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73) 그리고 나는 경험을 통해서도 알고 있었다. 다시 ‘집’에 돌아갈 길이 없다는 점을 깨달으면, 미래와 대면하기가 수월하리라는 것을.

(178) 광고와 마케팅은 진솔할 때만 대단해진다. 회사의 포부와 능력과 선택이 진실하게 담겨야 한다. 그러므로 진솔한 광고와 마케팅은 특정한 전략과 운용 결정의 결과이지. 낱낱이 흩어진 캠페인이나 탐욕스러운 사고방식의 결과가 아니다.

(187) 새 리더가 도전 과제를 제시하면, 전부터 있던 사람들 다수가 들고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새 리더는 간단히 무시당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모두 현상 유지 쪽으로 기울면 직위가 높은 사람이 변화를 주도해도 아무 효력도 발휘할 수가 없다.

(194) 내가 일하는 동기는 돈과 스톡 옵션이 아니었다. 나는 돈으로 사는 것들을 즐기고, 그것들을 산다. 회사에서 고용자의 가치를 상징하는 것이 급여라는 것도 인정한다. 또 내가 경쟁력 있는 보상을 받을 만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돈으로 내 마음을 살 수는 없다. 내 마음은 내가 선택하는 일에 있다. 내게는 열정이 부단히 노력하게 만들어준다. 리치 맥긴이 제시한 자리는 특히 헌신할 필요가 있는 일이었다. 내가 '하겠다'고 대답한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바쳐야 했다.

(201)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상대가 알아들을 만한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나는 핵심을 찔러 표현했을 뿐이다.

(205) 사진이 혼을 훔쳐간다고 믿는 인디언 부족들이 있다. 그럴듯한 유추이다. 사진을 많이 찍으면 찍을수록 점점 진면목이 보이지 않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명성이 나와 내가 소속된 회사에 문을 열어주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열린 문은 새로운 기회를 의미하며, 이 점에 대해서는 감사한다. 하지만 유명해지는 것을 괴로운 곳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222) 몇 달간 HP에서 일하면서 나는 ‘HP방식’의 가치드은 몇 가지 중요한 면에서 부패했음을 깨달았다. ‘개인에 대한 존중’은 비즈니스에서 진지하게 이견을 제시하고 논쟁이 필요할 때조차 예의바르고 비전투적으로 대한다는 의미가 되어버렸다. ‘고결함의 기준’은 죄를 범하는 것에 적용되어, 거짓말하지 않는 것 정도를 의미했다. 그것이 태만이라는 죄에까지 작용되지는 않아서, 목청을 높여야 될 때 입 다물고 있을 수 있었다. 또 정말 생각하는 바를 말할 필요도 없었다. 딕이 점심식사 때 그랬듯이 등 뒤에서는 말이 많으면서도 정작 얼굴을 맞대고 말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이 방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밖에 나가서는 딴 얘기를 했다.

(232) 때때로 사람들은 힘든 문제에 쉬운 해답을 원하기 때문에 '못한다'란 말을 한다. 높은 성과보다는 낮은 성과에 드는 품이 적은 법이니까.

(233) 리더십은 청렴한 인품, 능력의 크기, 사람들과의 능률적인 협동과 관계된 것이다.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이끌 수가 있다. 높은 자리뿐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도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봤다.

(241) 나는 일하는 내내 성과와 성취로 평가받으려고 분투했고, 결국 최고위직에 올랐다. 그런데도 내 성별과 외모, 인격에 대한 평가가 다른 것들보다 훨씬 중요하게 취급받곤 했다. 그런 점이 몹시 실망스럽다. 난 언제나 말보다는 행동이 더 크게 소리난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항상 ‘켜진’상태이고 늘 정보와 연결되어 사실과 허구과 의견이 같은 무게를 가지는 새 시대에, ‘말보다 행동’이란 신념은 틀린 것 같다. 나에 대해 말과 글로 표현된 것들이 내 인생과 일을 말할 수 없이 힘들게 몰아가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나의 행동보다는 나를 규정하는 남들의 말이 사람들의 마음에 더 또렷이 각인되는 듯 싶다. 내가 이 책을 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244) 내가 HP를 설명하는 말 한 마디를 고르라고 요청할 때마다 그들은 ‘친절한’, ‘공학적인’, ‘기술적으로 우수한’이라고 말했다. 그 중 누구도 ‘역량있는’, ‘효율적인’. ‘격렬하게 이끄는’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251) 마침내 꼭 거즈 붕대로 칭칭 감긴 건물들을 방문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바깥은 불협화음이 들리고 햇빛이 눈부시도록 환하고, 수천 가지의 짜릿한 야망들이 관심을 끌려고 야단이었다. 그런데 HP 내부는 소리가 잠잠하고, 빛은 뿌옇고, 친절하고 늙은 아버지 같은 빌과 데이브의 상냥한 이미지만 보일 뿐 시장의 매몰찬 현실은 감지되지 않았다. 특히 HP의 본부들은 원래의 창고와 너무 비슷해서 커다란 무덤이나 누에고치같이 느껴졌다. 모든 성공은 보호된 환경 속에서 평가되고, 내부에는 암투가 만연해 있었다.

(252) 그들이 창업한 회사에 들어가니, 빌과 데이브를 넘어선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집단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들은 늘 추구하던 전략과 관행들을 넘어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는 이곳이 빌과 데이브의 유산과 그들이 역설한 가치들을 드높이는 것 이상의 정체성이나 존재감이 없는 회사라고 보았다. 과거는 안락하고 지혜의 원천이기에, 직원들은 추억을 길잡이로 삼았다. 직원들은 빌과 데이브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들이 떠나자 누구도 회사의 가능성을 따지지 않았고, '예전에 하던 방식'과 맞아떨어지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직원들은 자신과 서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다. HP 직원들에게는 시간이 정지해버린 상태였다. 그들은 창업주들 없이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 몰랐다. 그들은 변화를 두려워했다. 뭔가 바꾸어서 모든 걸 망가뜨리면 어쩌나? 조직은 약하고 소심했다.

(254) 우리에게는 더 많은 리더가 필요했다. 관리자들은 자원을 통제하지만, 사람들은 리더를 따른다. 관리자들은 알려진 영역과 제한된 조건 내에서 필요한 결과를 산출하는 사람들이다. 리더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행동을 취하며, 흥분을 창출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이들이다. 또 우리는 HP 방식의 신비를 벗겨내고 그것을 부수어야 했다. 이제 그것은 장애 요소가 되어버렸으니까.

(272) 내린 결정들이 최고의 옵션이라면 리더는 눈도 깜빡하면 안된다. 그런 상황에서 도전받았다고 주저하면, 다음에 선택하고 결정할 능력을 잃고 만다. 힘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리더는 다시는 효과적으로 이끌어갈 수가 없다. 눈을 깜빡하면 지금껏 협조적이었던 이들의 지지를 잃게 된다. 불확실과 위험부담과 역경에 직면했을 때 리더가 당당히 버티지 않으면, 그 누구도 버티지 않는다. 지연시키거나 우유부단한 것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상 유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일 때 리더들은 행동을 선택한다.

(275) 데이비드 팩커드는 『HP방식』에서 "정체되어 있는 것은 기반을 잃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1999년까지 휴렛팩커드의 모든 습관과 관행은 현상 유지로 기울어졌다. 그래서 모든 뜻밖의 사고에 대해 완벽히 준비할 때까지, 모든 질문에 대답을 얻을 때까지, 모든 위험 가능성이 파악될 때까지는 그대로 머물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었다.

(275-276) "그래요. 우리는 실수를 할 것입니다. 나도 실수를 할 거고 여러분도 실수하겠지요. 우리가 실수하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가 없습니다. 목표는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닙니다. 목표란 과정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는, 시의적절하게 불완전한 결정을 내려서 시행하는 것이 너무 늦게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낫습니다. 실수는 저지르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실수에서 배워서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패하거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실수를 하면, 일어나서 먼지를 툭툭 털고 교훈을 얻어 전진할 겁니다. 바로 그게 승자가 취하는 방법입니다."

(277)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변화는 나쁜 게 아니고, 필요한 것이다. 멈춰 서 있는 것은 위험하다. 적응하지 않는 종은 멸종하게 된다. 배우기를 멈춘 사람은 때를 맞이하기 전에 늙어버린다. 적응과 배움을 멈춘 기업은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지고, 다시는 과거의 영광을 얻지 못한다.

(277) 투우가 계속되고 더 자주 위협을 받으면, 소는 몇 번이고 '카렌시아'로 돌아간다. 소는 안전한 곳으로 물러난다고 믿지만, 사실은 자신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셈이다. 소는 점점 더 쉬운 공격 상대가 된다. 우리는 편안한 구역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예전 그대로 익숙한 곳으로 물러날 수가 없다.

(277-278) 역사가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역사는 미래를 향해 여행할 때 딛고 일어서는 것이다. 또 급격히 변화하는 세상에서 여행하며 결정을 내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예전과는 다르게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항해에 대해 이야기했다. 항해하는 배는 나아가는 추진력과 충분한 힘을 얻어야 하지만,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목적지가 정해지고 항로가 결정되면 배는 지그재그로 나아가며, 변하는 바람과 파도와 날씨에 따라서 돛을 움직인다. 여정의 끝에 성공적으로 안전하게 도착하려면 융통성이 필요하다.

(297) 수평적인 협동은 수직적인 명령과 자원 통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이다. 책임을 받아들고, 책임과 정보를 나누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298) 전략과 실행이 동전의 양면이듯, 변화는 큰 아이디어와 소소한 세부사항을 통해서 일어난다.

(301) 리더가 할 일은 그를 따르는 직원들이 옳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해 주는 것이고, 그들이 일하는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효과를 낼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301) '명령과 통제'는 더 이상 적절하지가 않다. 따라서 우리는 "틀을 만들고 사람들을 풀어놓으라"라는 명제를 채택했다.

(302) 경쟁력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경쟁력과 인격을 겸비한 사람은 적고, 다른 사람들과 효율적으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적다.

(302) 내 경험으로 볼 때 리더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리더십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배우고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302) 리더는 만들어질 수 있지만, 모든 관리자가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더는 인품, 능력, 협동성으로 정해진다.

(330) 최악의 상황이라 해도 직원들은 머뭇거리고 의심을 품고 이런저런 추측을 할 것이었다. 일부는 직접 반대하고 나설 것이었다. 나는 이미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에 맞서 싸울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변화는 다른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무색하게 만들 것이었다.

(343) 우리는 어떻게 싸울지 결정해야 했다. 어떻게 일하느냐가 어떤 일을 해내느냐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344) 내가 싸워서 지키려는 HP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신뢰, 존경, 윤리였다. 이런 가치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뜻한다. 그 결과가 힘겨울 때조차도 옳은 일을 하는 것을 의미했다.

(351) "항구에 있는 배는 안전합니다. 하지만 정박해 있으라고 배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HP는 항구에 느긋하게 앉아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경쟁의 파도가 아닌 흔들림이 없는 잔잔한 물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라고 휴렛팩커드가 세워진 것이 아닙니다.

(351) HP는 항구에 느긋하게 앉아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경쟁의 파도가 아닌 흔들림이 없는 잔잔한 물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라고 휴렛팩커드가 세워진 것이 아닙니다.

(353-354) 합병 계약의 핵심은 고객들에게 더 잘 봉사하는 것이므로, 회사 내부에 치중하느라 고객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혹은 우리의 결정으로 인해 고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어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먼저 '고객 우선'이란 원칙에서 시작했다. 매일 고객을 대면하는 업무를 맡은 직원들에게는 그 일만 하게 할 작정이었다.

(356) 핵심을 이해하고 뽑아낼 수 있지만, 그것은 먼저 모든 세부사항을 이해해야만 가능하다.

(357) 우리의 분명한 목표는 두 가지 DNA를 이용해서 더 강하고 좋은 회사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두 회사는 서로 다른 습관과 개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361) 나는 '차고'의 첫번째 규칙은 "당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믿어라"여야 하고, 마지막 조항은 "우리 함께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음을 믿어라"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365) 21세기에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누구라도 선도할 수 있는 시대다. 물론 불의와 편견과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리더십은 지위나 돈, 권력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리더십은 성별이나 피부색과 관계가 없다. 육체적인 재능이나 출신과도 관계가 없다. 적절한 지원과 기회만 주어진다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선도할 수가 있다. 리더십은 인품에 대한 선택이며, 긍정적인 헌신을 하기 위한 선택이다. 다른 사람이 잠재적으로 가진 리더십을 알아보고, 협동력과 테크놀러지를 통해서 그것을 엮어낼 수 있는 사람이 리더이다.

(365) 리더십은 인품에 대한 선택이며, 긍정적인 헌신을 하기 위한 선택이다. 다른 사람이 잠재적으로 가진 리더십을 알아보고, 협동력과 테크놀로지를 통해서 그것을 엮어낼 수 있는 사람이 리더이다.

(370) 합병은 급속히 변화하는 업계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방법에 대한 큰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대부분 비즈니스의 변혁은 세부사항에 대한 문제이다.

(371) 변혁이 요구된다면, 최고 경영자는 이런 운영 상의 세부 사항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물론 비즈니스에서는 CEO가 위임해야 되는 세부사항들이 있지만, CEO 혼자 높은 곳에서 통솔하거나 큰 그림에만 주력해서는 안 된다. 아이디어가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이고 실행하도록 격려하는 요소지만, 비즈니스는 개념이 아니라 결과의 문제이다. 또 결과는 큼직한 아이디어가 아닌 세부사항에 대한 것이다. 최고 경영자라면, 직원들이 자기 업무를 하는 것과 세부사항들이 적절하게 챙겨지는지 지속적으로 입증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런 다음 필요한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어떤 이는 내가 '작전하는 타입'처럼 보이거나 말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비즈니스에서 실적을 내본 사람이라면 안다. 작전적인 실행은 경영자의 본질이지, 스타일이나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371) 최고경영자라면, 직원들이 자기 업무를 하는 것과 세부사항들이 적절하게 챙겨지는지 지속적으로 입증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406) 나는 완전히 망연자실했지만, 다음 날도 여전히 해는 떠오르고 일상은 계속되었다. 그날과 이후 며칠 간, 화가 나기보다는 마음이 아팠다. 이상하게도 슬픔과 안도가 뒤섞인 느낌이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굉장히 열심히 일했다. 줄곧 회사 생각만 했다. 그렇게 살다가 갑자기 그 생활이 끝나버렸다. 경영진을 생각하니, 다시 모여서 그들에게 감사하고 안녕을 빌어줄 기회를 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내가 사랑하게 된 회사의 직원들을 생각하니,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함께 걸어온 길을 추억할 기회가 아쉬웠다. 내게 그런 기회는 없었다.

(407) 더 현명한 조언은, 시간을 갖고 삶을 재발견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멈추고 되돌아보는 쪽을 선택했다.

(410) 인생은 항상 고정하지 않다. 나는 말 그대로 ‘빅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나는 맡은 일을 완수했다. 실수도 했지만, 변화를 이루어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와 내가 믿는 것에 내주었다. 나는 힘든 선택을 했고, 그 결과를 안고 살아갈 수 있었다. 잃어버린 사람들과 목표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컸지만, 내 영혼을 잃었다는 슬픔은 없었다.

(411) 몇 주일 전, 댄 플런켓에게 ‘인생에서 아쉬운 게 뭡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자연스런 기쁨이 넘쳐나는 순간이요”라고 천천히 대답했다.

(412) 해가 뜨고 지는 광경을 보는 게 참 좋다. 일상사에서 위안을 느끼고,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니 경이로움이 밀려온다. 느리고 자연스런 생활의 흐름이 좋다. 밤에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게 좋다. 언제든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가, 그 일을 하는 게 좋다. 1시간쯤 매나 딱따구리나 벌새를 지켜보는 게 좋다. 오늘처럼 특별히 할 일도, 특별히 갈 곳도 없이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는 게 좋다.

(413) 나는 살면서 ‘난 두렵지 않아’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주려고 그 말을 되뇌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주려고 그 말을 외쳐보았다. 그리고 오늘, 정말 그렇다는 걸 안다. 내 영혼은 나의 것이며, 나는 평온하다.

(413) 염소 냄새가 독하다.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수영장에 울린다. 아이들이 풀에 다이빙을 하는 바람에 종이에 물이 튄다. 2005년이 마무리되는 지금, 내가 바라던 것을 얻었다는 것을 안다. 내 삶은 자연스런 기쁨의 순간으로 충만하다. 나는 행복하다.



3. 내가 저자라면

이 솔직한 자서전을 통해 그녀는 공개된 면모뒤에 숨겨진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공과 실패, 깊은 두려움과 가장 힘들었던 일까지 고백하는 것이다. 야망 있는 젊은 여성으로서 유서깊은 AT&T에서 일하던 시절과 루슨트 테크놀로지의 분할 과정을 주도했던 관리자 생활을 생생히 들려준다. 책은 칼리 피오리나의 50년 인생 역정이 고스란이 담겨져 있다. 그녀의 대학시절, 처음 부동산 회사에서의 직장생활, 그후, AT&T, 루슨트에서의 성장 그리고 전설의(?) HP에서의 CEO까지... 특히, 컴팩과의 합병이라는 커다란 사건 (결국, 2006년부터 DELL을 이기고, HP가 PC시장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등...)과 마지막 부분, 이사회에서의 전격 CEO 해고 통보등에 많은 장을 할애하고 있다...

여성으로서의 편견과 무시.. 그리고 결심
혹독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는 편견과 싸워야 했다. 스트립클럽에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접대에서 그녀는 소외되었고, 중요 고객들에게 ‘얼굴 마담’이라고 소개받는 창피도 당해야 했다. 경영자가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남성 CEO들이 직원을 해고하면 ‘단호하다’고 칭찬받았지만, 그녀가 해고하면 ‘보복 인사’라는 딱지가 붙었다. 책을 읽으며 그녀의 아픈 상처가 느껴졌다. 그녀는 이렇게 썼다.

“그날 밤 오랫동안 울고 나서, 한가지 결심을 했다. 다시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울지 않겠노라고. 물론 남이 나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에 상처를 입을 거시다. 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짓에도 마음을 다치겠지만, 그들의 좁은 마음이나 편견을 내 짐으로 떠안지 않으리라. 인생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특히 그렇다.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 때문에 위축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다… 1986년 이후 나는 더 중요한 것들을 위해 눈물을 아꼈다. 가족, 아름다운 자연, 베토벤, 사랑하는 친구, 사람들의 선의, 그들의 지혜, 그들의 슬픔과 승리, 그런 것들을 위해서.”

그녀에게서 놀란 것은 바로 이러한 결단이었다. 칼리는 무시와 편견 앞에서 한번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다시 결심했다. 그러한 결심이 오늘날의 그녀를 존재하게 했음을 안다. 다른이가 나를 힘들게 한다고 해서 불평할 필요는 없다. 나를 죽이지 못한다면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기에. 진정한 용서란 “내가 경험을 하게 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방인으로서의 삶.. 질문과 경청, 그리고 출장
무엇보다 피오리나는 전설적인 회사이긴 하지만 문제가 많았던 HP를 변화시키면서 거센 변화에 맞닥뜨린 과정을 세세히 보여준다. 그녀는 모든 면에서 이방인이었다. 내부 출신이 아닌 첫 외부 CEO였고, 엔지니어를 숭배하는 남성 중심문화에서 첫 여성 리더였다. 또 서부인 실리콘밸리 출신들 사이에서 동부 출신이었다. 그녀가 썼듯이 "HP사람들에게는 시간이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했다. '변화가 모든것을 망치면 어쩌지?' 하고 말이다."

그녀의 방식이 독특하고 재미있다. 그녀는 상황이 바뀔때마다 두 가지 행동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현장의 사람들을 만나 질문을 퍼붓고, 경청하는 것. 그리고 되도록 출장을 자주 가서 현장의 모습을 보고 오는 것. 안철수는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련된 서적을 모두 보는 것”이라 했다. 그에 덧붙여서 지식을 쌓은 후에 와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 현장을 통해 배우는 것. 최대한 많이 그리고 깊이 질문하고, 실제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

비즈니스는 수치가 아닌 사람.. 그러나 비난성의 글
칼리 피오리나는 “리더십은 청렴한 인품, 능력의 크기, 사람들과의 능률적인 협동과 관계된 것”이라 정의했다. 특히 "비즈니스는 단순히 수치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녀의 자서전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이 너무 많이 나온다. 그녀는 여성이기 때문에, 언론이나 동료들의 시기와 질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이사회 멤버들이나 동료, 상사들에 대한 원망과 섭섭함을 끈임없이 토로하며 풀어내고 있다. HP CEO에서 갑작스럽게 해고된 이유에 대해서도 그저 이사회 멤버들의 배신이라는 투로 이야기하고 있어 궁금을 자아낸다. 대중이 읽는 매체로서의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사람에 대한 비난을 조금 줄였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작가로서의 칼리 피오리나
그녀는 직설적이고 당당하다. 모범생 스타일의 안철수와는 다르게 그녀는 아주 소소한 일에서도 독특한 단어를 담은 풍미 가득한 언어를 구사한다. 예컨대, 책 마지막은 이렇게 장식했다.
“염소 냄새가 독하다.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수영장에 울린다. 아이들이 풀에 다이빙을 하는 바람에 종이에 물이 튄다. 2005년이 마무리되는 지금, 내가 바라던 것을 얻었다는 것을 안다. 내 삶은 자연스런 기쁨의 순간으로 충만하다. 나는 행복하다.”

이러한 감성적인 마음과 선동적인 문체가 그녀를 빛나게 만든다. 그녀의 자서전을 읽으며 계속해서 들었던 생각은 자기가 확신을 가진 주제에 대해 열렬히 이야기하는 것, 말할 자격을 갖는 것이었다. 카네기의 대화의 원리(3E)와 매치되는 것이었다.
1) Earn the Right (말할 자격을 얻어라) : 확신을 가진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라.
2) Excited about the Subject (주제에 대해 흥분하라) : 흥분되는 감정을 유지하며 말하라.
3) Eager to Share (전달하기를 열망하라) : 그것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를 열망하라.

당연해 보이지만 이러한 원칙에는 시간을 뛰어넘는 힘이 있다. 칼리는 이것을 잘 이용할 줄 아는 듯 하다. 에머슨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자기 자신의 생각을 믿는 것, 스스로 진리라고 생각한 것이 모든 사람에게도 진리일 거라고 믿는 것, 이것이 곧 뛰어난 재주다. 당신의 마음에 담아둔 확신을 말하라. 그러면 그것이 보편적인 견해가 될 것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

‘아름다운 혁명, 공익 비즈니스’ 책 출간회에서 승완형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첫 책은 쓸수 있는 책이 아니라, 쓰고 싶은 책을 써라’. 확신을 갖는 주제를 발견하는 것, 그리고 열렬하게 전달하는 것. 이것이 남은 연구원 기간동안 내가 깊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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