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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5일 00시 09분 등록
+글이 써지는 대로 감상하기
나는 산골소년이라는 별명이 좋은데, 일부 주변에서는 하필 산골소년이냐는 얘기를 한다. 그런데 이 얘기에는 전혀 다른 두가지 지적이 있다. 하나가 뒤에 '소년' 자 붙인것에 대한 예리한 지적이다. 너는 천상 아저씨인데 왜 '소년' 이라고 지었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다. 하늘만 쳐다보며 날카로운 시선을 외면할 뿐이다.

다른 하나는 하필 '산골' 이라는 단어를 붙였냐는 것이다. 세련되 보이지 않고, 촌스러운 이미지라 좋은 단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산골'이란 단어를 붙인것이 부끄럽다. 주변 사람과는 달리, 나는 '산골' 이란 이미지가 인간이 변형시킨 거대 문명에서 벗어나 공기좋고, 소리좋은 평화로운 자연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다.

그런데 이런 좋은 단어를 가져다 쓰기에 나는 나무가 어떻게 자라고, 쌀이 어떻게 탄생되는지 등의 자연의 생태계에 대해 무지하고, 물등의 자원을 마구 낭비하여 자연에 해를 입히는 짓을 많이 하고 있다. 산골이란 단어를 가져다 쓰는 인간으로써 해서는 안될 짓 이었다.

그래서 나도 진정한 산골소년이 되어보고자 자연을 알고, 자원을 아끼는 노력에 대해, 아기가 세상을 알아가듯 희미하게 관심을 갖던 중 '밝은 표정이 멋진 분'으로부터 이 책을 받게 되었다.

이 책으로부터 짐작되는 전우익 선생님은 천상 고집쟁이 할아버지였다. 개인의 아픔보다 분단의 아픔을 더 아파 하고, 미국을 싫어하는 진보적인 성향에다가 자원을 낭비하는 도시 문화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고집쟁이 농사꾼 할아버지 였다.

전우익 선생님이 스님과 보살님등의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농사를 지으면서 깨닫게 되는 세상의 이치를 적어내려서 교류하는 얘기가 담겨 있다. 나는 그 세상의 이치를 읽으면서, 이건 너무 극단적인데~ 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뜨끔~ 하기도 하였다.

선생님이 왜 자원의 소중함을 유독 강조하는지 생각을 해보니, 힘들게 농사를 짓다보면 나무등의 생명과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래서 자원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저절로 갖게 될 것인데, 도시 사람들은 돈 몇푼 주면 풍성한 자원을 획득할 수 있으니깐 그 소중함을 모를것이라고 생각해보았다.

갈수록 물질만능~ 외모만능~ 거대 도시로 변해가는 도시 문명 앞에 잠깐이나마 경종을 울리는 말을 할만한 분은 저런 고집쟁이 할아버지여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명색이 산골소년으로서 선생님의 깊은 산속의 약초같은 이야기를 새겨듣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 냉소적인 나의 머리를 박차고 뇌리에 박힌 문장
[5] ..저의 삶이란 한 쪽 발이 망가진 자라가 절뚝절뚝 기어 가며 남긴 어지러운 발자욱 같은 볼품없는 거지요.
[13] ..그가 나무와 풀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것으로부터 세상살이의 이치를 배우고 사람 사는 도리를 깨닫기 때문이다.
[16] ..덜 먹고, 덜 입고, 덜 갖고, 덜 쓰고, 덜 놀고, 이러면 사는 게 훨씬 더 단순화될 터인데요. 쓰레기도 덜 생기고, 공해니 뭐니 하는 문제도 상당히 해결되겠지요.
[25] ..희망이란 절망에서 솟아나는 것이고 황폐했기에 나무를 심습니다.
[29] ..나무는 뿌리만큼 자란다고 합니다. 뿌리보다 웃자란 미루나무는 바람이 좀 세게 불면 나가 자빠집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가 나무를 지탱하고 있는데, 눈에 뜨이지 않는 일보다는 눈에 보이는 나무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민심같이 느껴집니다.
[45] ..농민이 제대로 농민 구실을 하자면 땅과 스스로와 세상을 함께 갈고 가꾸어야겠다고 느낍니다.
[57] ..가장 이상적인 것은 역시 경독의 일체화라고 여겨요. 참된 경은 독을 필요로 하며, 독도 경을 통해서 심화되고 제구실도 할 수 있겠지요. 방에 틀어박혀 책상 붙들고 앉아서 천하명문이 나온다면 천하는 무색해질 것입니다.
[62] ..한열이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죽었지만, 그를 진짜로 살리고 죽이는 것은 백성들이 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요? 가슴에 안느냐 구경거리로 삼느냐, 거기에 달려 있어요. 죽음까지도 구경거리로 삼는 민족은 숨낳은 시쳇더미에 짓눌려 멸망해서, 시체를 구경거리로 삼기를 거부하는 민족들의 구경거리가 될 게 뻔합니다
[71] ..삼월까지는 양말에 신 신고 일하는데 사월이 되면 맨발로 흙을 밟으며 일하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지 스님은 아시겠지요.
[118] ..무릇 어리석고 약한 국민은 체격이 제 아무리 건장하고 튼튼할지라도 하잘것없는 구경거리와 구경꾼이 될 뿐이다. 우리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정신을 뜯어고치는 일이다. 정신을 뜯어고치는 데는, 당시의 나의 생각으로는 문예였다.
[123] ..예식장에 갈 때마다 느끼는 풍경은 조선 사람들이 정말 참을성이 없구나 하는 거예요. 신랑이나 신부가 들어올 때 모두들 뒤돌아 봐요. 주례 앞에 가면 돌아설 텐대 그 일 분을 못 참아요.
[127] ..수세식 변소에서 소변을 보고 쏟아지는 물은 하루 종을 쓰고도 남을 만해서 소변 보기가 망설여져요. 그 물을 끌어오기 위해서 많은 국토가 물 속에 잠기는 처참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지요.

출처:mckdh.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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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2007.07.16 11:11:58 *.96.167.193
예전에 전우익선생님이 "몽실언니"쓰신 작가 권정생선생님과 대담나눈 기사를 읽었어요. 그때 참 감동적이이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대화.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친구란 내가 아! 좋다 하고 읽은 책을 주었을 때 같이 공감하고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 말은 오래 기억에 남아요.
여기서 전우익 선생님 이야기 읽으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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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소년
2007.07.16 13:29:07 *.148.90.156
와~ '친구란 내가 아! 좋다 하고 읽은 책을 주었을 때 같이 공감하고 읽을 수 있는 사람' 참 기발하면서 와닿는 얘기네요~ 외로운 리뷰 올리기에 답글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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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오병곤
2007.07.16 14:20:03 *.248.117.3
산골소년님, 반가워요. 제 블로그에서 가끔 보다가 여기서 뵙게 되니 더더욱 친근함을 느낍니다. 전 이 책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해줘서 본 적이 있습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바로 구입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그 후에 몇년 안있어 돌아가신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강단있는 한 선비가 자연에서 얻는 소소한 깨달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종종 리뷰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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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소년
2007.07.16 17:43:52 *.148.90.156
앗~ 선생님 안녕하세요~ 용기내어 꾸준히 올리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 토크쇼화법을 선생님 리뷰쓰신거 보고 그대로 빼곡하게 따라해봤는데 저작권 문제가 걸려 다시 바꾼적이 있어서 아쉬웠던적이 있습니다~
좌우지간 리뷰 꾸준히 써서 선생님처럼 될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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