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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7일 11시 47분 등록
3기 연구원들에게, 더욱 힘을 싣고 레이스를 달려가길 기원하며 힘차게 화이팅을 외쳐 봅니다. 뭐? 저만 잘 하면 된다구요? 그렇네요. ^^
그래도 아마 이 즈음에 힘겨워하는 연구원들이 있을 거에요. 저처럼 일도 책도 손에 안 잡히고, 놀러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한 연구원 말이지요. 그죠?
리뷰 하나 올려봅니다. 편안한 책으로...

*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 정채봉 저 | 샘터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자. 1999년 9월. 1년 간의 휴학을 마치고, 새로운 마음으로 학교로 향하던 때를 기억한다. 3월의 새싹만큼이나 싱그러운 기대와 눈부신 12월의 흰 눈과 같은 순수한 소망을 품고 나는 캠퍼스를 신나게 거닐었다. '얼마나 오고 싶었던 학교인가! 후회 없이 공부하고, 캠퍼스만의 행복을 누려야지..' 라고 다짐하며, 나는 그렇게 복학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 품었던 마음을 잊어버리고 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처음의 그 싱그러움과 소망들은 잊혀지고, 바쁜 삶들에 쫓겨 하루 하루를 지내고 만다.

20살이 되어 그토록 바라던 대학교에 입학할 때... 무언가 새롭고 놀라운 일을 시작할 때...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이 시작될 때... 이처럼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가지는 희망찬 마음을 마지막까지 가져갈 수는 없을까? 늘 푸르른 소나무처럼 변함없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인생이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까? 이런 생각을 가진 이라면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제목의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나의 마음을 제목으로 가진 이 책은 나를 새롭게 만들었다. 지금은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는 시기가 아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이 새로워졌다. 그저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고자 목숨을 끊은 이가 있다. 영화 <박하사탕>의 주인공이다. <박하사탕> 은 주인공의 일생을 통하여 순수를 잃어 가는 한 사람의 비극을 보여 준다. 주인공은 무척이나 순수하고 멋진 청년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주인공은 점차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고, 세상의 추한 모습에 물들어간다. 그러면서, 결국 40대의 그는 자신의 변한 모습에 절망하고, 괴로움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고 만다. 철로에 서서 그를 향해 달려오는 기차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그는 이 세상에게 마지막 독백을 던진다. "나 다시 돌아갈래...!" 이 말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그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가 돌아가고 싶었던 곳은 공간적 개념이 아닐 것이다. 먼 곳에 있는 ‘어떤 곳’이 아니라, 어느 새 잃어버리게 된 ‘어떤 것’이리라. 바로 자신이 한때 가졌던 처음의 그 순수함이다. 그 순수함과는 시간적으로 너무나 멀어져 버렸기에 그에게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텐데, 라고 생각하니 그의 죽음이 참 안타까웠다. 분명한 것은 그가 돌아가고 싶었던 것은 5년 전이나, 10년 전의 그가 아닌, 순수함을 가졌던 처음의 모습인 것이다. 주인공을 보며 난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라도 이렇게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이 책에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얘기 외에도 많은 삶의 지혜들이 들어 있다. 자그마한 연못에 돌맹이를 던져보면 원을 그리며 퍼지는 잔잔한 물결이 일어난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잔잔한 물결과 같은 감동이 나에게 밀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인 정채봉 씨는 동화작가이다. 어른을 위한 생각하는 동화를 많이 지으신다. 그의 언어는 정제되어 있기에 내면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분명 나 자신을 성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분이시다.

이 책 중에 『첫길들기』라는 글이 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창을 열고 푸른 하늘빛으로 눈을 씻는다. 새 신발을 사면 교회나 사찰 가는 길에 첫 발자국을 찍는다. 새 호출기나 전화의 녹음은 웃음소리로 시작한다. 새 볼펜의 첫 낙서는 '사랑하는' 이라는 글 다음에 자기 이름을 써본다. 새 안경을 처음 쓰고는 꽃과 오랫동안 눈맞춤을 한다." 나도 어제 새 볼펜을 샀다. 맨 처음 쓰는 글씨를 '사랑하는 이희석' 이라고 쓰며, 참 흐뭇해했다. 이렇게 살리라!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처음의 마음으로 살리라! 제대를 바로 눈앞에 둔 말년 병장의 그 포부와 기대감으로 내 삶을 살아가리라.. 자... 이제 또 한 번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자. 그 곳은 결코 지루함이 없으며, 싫증도 없으며, 절망감도 없다. 오직 기대와 소망과 싱그러움과 그리고, 기쁨이 있을 것이다. 창가로 불어드는 가을바람이 참으로 시원하게 느껴지는 주말이다.
- 2000/10/08

[인상깊은구절]

콩씨네 가정교육


광야로
내보낸 자식은
콩나무가 되었고

온실로
들여보낸 자식은
콩나물이 되었고.


삶에 고통이 따르는 이유

생선이
소금에 절임을 당하고
얼음에 냉장을 당하는
고통이 없다면
썩는 길밖에 없다.


사랑을 위하여

사랑에도
암균이 있다
그것은 '의심'이다.

사랑에도
항암제가 있다
그것은 오직 '믿음'.


슬픔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백두산 천지에서..

아!
이렇게 웅장한 산도
이렇게 큰 눈물샘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

파일 정리를 하다가 7년 전에 쓴 북리뷰 한 편이 제 가슴 속에 잔잔한 울림을 주네요.
저도 여러분도, 무언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설레임을 다시 끄집어내어 봅시다.
분명, 우리 안에 있을 거예요. 우리 안에 있었던 것이니까요.^^

연구원 과제를 하며 지금까지 모든 책이 재밌었는데, 『난중일기』는 그 재미가 조금 덜하네요. 아마도 제가 읽고 있는 번역본이 조금 못한 게 아닌가 하는 괜한 변명도 드네요. 하긴, 이제 겨우 38페이지를 읽었으니 조금 더 가봐야겠죠. 몇 페이지짜리 책인가 하고 마지막 장을 펼치니 568이라는 숫자가 보이네요. 헉, 괜히 봤습니다. ^^ 슬그머니 압박감이 밀려오네요. 이러면 더 읽기 싫은데 큰일입니다. 그래도 책을 펼쳐듭니다. 지금은 훈련 중이기에.
IP *.134.1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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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6.07 12:23:18 *.75.15.205
완역본 읽는 구나. 나와 같은 것 같네... 순전히 일지네... 뭐야? 우리하고 똑 같은 이. 순. 신.을 읽으며...

박하사탕에서 말이지 그 사람 죽었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
무엇을 다시 새롭게 찾아야 한다고,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 일상의 흐름을 절연 시켜야 한다는 것, 익숙한 그것들과 결별하지 않고는 새롭게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그 달콤한 지옥 같은 죽음을 한번쯤 헤치고 나와 줘야 한다는 것, 그러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한 것에서 처럼 다시 차오르게 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나도 희석이처럼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다시 또 한 번 치열한 아름다운 삶을 살아내고 싶다. 나, 돌아갈래~ 열정과 패기여~ 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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