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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14일 12시 57분 등록
1]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의 이순신에 대하여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지금까지 이순신 장군하면 이렇게 외워두고 있다.

역사는 그를 성웅 이순신이라고 칭한다.
나는 그를 그렇게 배우며 자랐다.
이제 성인이 되어 인간적인 삶으로 볼 때 여성의 입장에서 이순신의 아내는 과연 어떠했을까 시각을 넓혀(?) 여인의 삶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한사람의 영웅을 배우자로 만났다면 이런 남자와 살 수 있는가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기에 이른다. 너무 편협한 소견인가? 아무튼.

아마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여전히...
꿈은 현실을 동반한 이상이다.
현실이라는 생생한 일상을 통과하지 않고는 결코 저만의 꿈으로 덜렁 존재할 수 없다.
현모양처이고 싶다지만, 역사적 인물의 아내 자리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아니 어쩌면 열망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라도 나라면 과연 그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천리 객지 전쟁터에 떨어져 자고나면 나라 걱정, 날이 새면 어머니 안부로 시작하는 영웅의 일상에 아내라는 존재는 무엇이란 말인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소위 사랑 놀음에만 목을 맨 나의 어리석음 탓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동짓날 긴긴 밤을 홀로 지새우며 다듬이 소리로 시름을 달래는 것도 쉽지 않을 테고, 외롭고 허전한 마음을 숨기고 시어른들을 모시며 집안 살림 안과 밖으로 하나의 파수꾼이 되어 효도해야만 하며, 자식을 양육하는 현모로 지혜로운 처세를 해가며 존재하는, 끊임없는 삶에 대해 나라면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부적응자일 것만 같다. 어쩌면 차라리 더욱 잘 해낼 수도 있었을까 역발상을 해보지만 그저 피식 웃음만 새어나갈 뿐 회의적인 기분이 든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현실로 돌아와 현재의 삶들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우리의 삶은 그 시대와 많이 근본적으로 다를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어차피 사람 사는 이야기이며 각 시대마다 그 시대에는 또 그렇게 살아가는 법을 익혔을 테니까.

그렇다면 이순신은 그 시대의 보편적 남성상이었을까?
역사는 그를 영웅에 이어 성웅으로까지 추대하였으며 그의 일지는 오늘날 전기의 자료가 되었다.
그런데 그의 일지를 보다보니 더욱 울화가 치민다.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의 이순신에게 충과 효는 두드러지게 잘 나타나 있다손 치더라도 어찌하여 아내에 대한 언급은 이다지도 야속하단 말인가. 그래서 또 궁리해 보기까지 이른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에 아내의 몫까지 묻어 갈 수 있을까 하고. 그러나 역시 그것으로도 부족한 것 같다.

여자, 아내, 어머니...
나는 여자이며 아내이고 싶은 것에 더 치우치는 사람일까? 성숙하지 못한 미숙의 치기어린 목마름일까? 자기 밖에는 모르는 어설픈 모정만이 있는 걸까?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이순신의『난중일기』는 7년 동안 전쟁에 나가 나라에 사명을 다하고 임금에 충성하며 어머니께 극진한 효를 애달아하며 자녀들, 그 가운데에서도 아들들을 참 많이 걱정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이것은 그 시대가 주장하는 가부장적인 그리고 전통적인 삶이었으리라. 그러나 진정 그의 마음은 어떠했느냐는 것이 나의 의문이다. 감추어진 그의 수평적인 사랑 즉, 혈연으로 연계되는 본능과 전통의 수직적 사랑이 아닌 남(타인)과 나, 남과 여에 대한 수평적 관계맺음에 대해 솔직한 그를 만나고 싶다. 책임자로서 마땅히 지녀야 하는 포용과 관용적 배품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인간애를 말이다.

그의 마음 속 깊이 저장된 여인, 아내에 대한 정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그는 그 시대에 얼마든지 만연되고 자신의 위치로 취할 수 있는 외도를 대체적

(- 왜냐하면 본문에 여진의 이야기가 나오는 관계로 인해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다고 하겠다.

병신년 9월 12일- 을사 - 비바람이 크게 불었다. ........ 저물 무렵 무장(茂長)[전북 고창]에 이르러 여진(女眞)과 잤다.
14일 -정미- 맑음. 하루를 더 묶었다. 여진과 함께 잤다.
15일 -무신- 맑음. 여진과 함께 잤다.

여진(女眞): 계집종의 이름 조선시대의 노비에 관계된 자료중 신최흥(辛最興)이 관에 올린 소지(所志)를 보면. 여진이 노비의 이름으로 쓰인 예를 볼 수 있다. "右謹言以奴婢事 ...而二分 介也之 女眞等 俱是可外德之所生... "

일기에다 적을 정도면 뭔가 의미가 있었을 법하다. 사랑했다는 이야기인가?
다시 만나고(기억하고) 싶다는 걸까? 황진이 만큼 이뻤다는 걸까? ...

그녀의 이름은 女眞이었을까 眞이었을까? 나는 '계집종 眞과 잤다'로 생각되는데-)

으로 당연시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이 아내에 대한 배려나 사랑인지 나라의 국운이 절박함에 대한 충성과 기본적 의무사항의 일환으로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조차 노닥거리기나 하고 있는 동료들의 처신과 그들의 한심한 작태에 대한 비난에 머문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니까 진정하게 그가 인간애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인지 더군다나 아내에 대해 진실하게 사랑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궁금증이 내게는 인다.

수직적인 사랑은 잘 표현된 것 같은데 수평적 사랑에 대해서는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즉, 의도된 영웅 만들기에 집착한 이순신에 대한 모습은 아닐까 의심을 가져 본다. 어디에서? 아내에게서. 그러니까 수평적 사랑의 근원에 나는 아내를 놓아본 것이다.
과연 이러저러하여야만 하는 당연함의 전제 속에서 우리가 과연 수평적 사랑을 이루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본다고 하면 너무 억측일까? 그것은 시대적인 흐름이었기에 의당 방치될 수 있는 마땅하고 옳은 일이었을까? 내 시선과 의도가 너무 편협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고 싶다.



2] 너무나 평범했던 한 남자의 일기 그러나 너무나 대단하게 일궈낸 삶(업적)

1>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의 이순신과 원균에 대하여

이순신의 전쟁중의 기록을 책으로 엮은 <난중일기>는 앞부분에서는 그저 덤덤한 일지를 적어놓은 수첩같은 분위기였으나 뒷부분으로 갈 수록 그의 문학성과 내밀한 감정이 들어나는 솔직한 글이 많이 표현됨으로써 그의 사상과 생각의 편린들이 잘 나타나 있다.

<난중일기>를 읽다보면 내향적인 한 남자의 내면적 사고들과 세상사에 부대끼는 솔직한 인간의 단면들을 엿볼 수 있게된다. 그를 내향적이라고 단정하는 이유는 그의 일기에 남겨진 그의 진솔한 심정토로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테면 원균과 이순신의 관계에서 잘 드러난다고 하겠다. 이순신은 원균과 한 판 붙기를 통한 직접적인 접근 방식의 해결보다는 관계는 유지하면서 내면적으로는 자신의 판단과 이성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가운데 판단착오적 오류를 경계하려 노력하는 점을 보인다.

이러한 이성적 균형감과 이중적 시선은 그의 처세나 인간관계에서 뿐만이 아니라 그의 직무와 관련된 사항들과 병법에도 적극 활용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는 사물의 관찰과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음으로 해서 전장에 나가서는 적의 상황과 동태 파악에 실수하지 않고 전략과 전술에서 대승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하지 못하고 천형의 지긋지긋한 찰거머리 같은 원균의 모함을 도저히 저지할 수 없었던 까닭은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니라, 오히려 신의 주도면밀한 계획에 의해 인간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우연에 순응할 도리밖에는 없는, 원초적 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영웅 이순신의 선택적 적응과 일상의 사소한 문제처리방식에 대하여

* 징징거리는 이순신은 創造的 不適應者?

영웅 이순신은 MBTI나 에니어그램의 분류상 어떤 기질과 유형의 사람이었을까? 이 책<난중일기>에서 우리는 기존의 관념이나 인식에서 벗어나 뜻밖의 고유한 이순신과 만나야 했다. 그로인해 한참을 당혹해 했고 이미 각인된 인간상에 대한 재인식에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1) 원 균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인간관계의 유형과 관계의 중요성

왜냐하면 먼저 자주 우는 그의 모습과 불안정한 원 균과의 인간관계 등으로 인해 부적응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이순신은 그가 처한 시대적 사회와 상황 속에서 더 구체적으로는 원 균과의 관계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내면화하고 있다. 혼자 속으로만 부글부글 속을 끓이며 장군의 처세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어색해 보이기까지 하는 마치 여염집 아낙네와도 같은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마침내 모함을 하거나 시기한 잔당 즉 원 균의 일당들은 의미 없는 최후를 맞을 뿐만 아니라 역사에 아무러한 이득을 주지 못하고 패악만을 남기는 저질스러운 면을 교차대비 시킴으로서 더 한층 이순신의 가치가 두드러지며 인생을 어떻게 선택하고 살아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이순신은 자유롭기만 한 것인지 의문을 가져 보지 않을 수 없다. 서로 뜻이 덜 맞았는지는 모르지만 이순신만 완전히 옳거나 원 균 등의 일당들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만은 확실히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들 모두 이 나라를 위해 살다간 사람들이요, 선발된 장수들 이었으니까. 그래서 역사는 승자의 것이 되어 패자는 말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긴 하지만 말이다.

만약 이순신이 변.경.연.을 알았더라면 원균과의 관계를 좀 더 긍정적으로 가져갔을 것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극의 상황이라 알면서도 극복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한 한계로 남겨둘 수 밖에는 도저히 없었을 것인가? 우리가 좀 더 인간적인 길을 모색하여 허심탄회하며 같은 목적 지향을 나누고 도울 수만 있다면 화해와 서로 도우며 생을 즐기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가능성을 가져보고 싶다. 너무 큰 욕심일까?


2) 때늦은 사회의 진출로 인한 조화롭지 못한 갈등이 중년 남성의 여성성으로 나타남

한편 장군임에도 불구하고 이순신의 이러한 내향성은 늦은 사회의 출발과 이미 먹은 나이로 인해 자신도 자각하거나 인지 할 수 없는 중년의 여성성이 들어나는 것이라고 보여 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적극적인 방법을 찾거나 대안하기보다 속으로만 궁시렁대면서 상황을 받아드리기에 급급하다가 결국에 모함으로 인해 파직까지 경험하게 되는 어찌 보면 비운의 여성상을 나타내기도 하면서 그로인해 독자로 하여금 애달픔을 자아내게 이르는 면이 없지 않다. 결국 그는 상황에 맞서기보다 체념하고 기다리면서 구제해 주기를 바라는 맹목과 기다림의 상징을 띤 그 시대의 여인상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다소 소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섬세한 심경의 토로는 어쩌면 지아비에 대한 지고지순한 여인상과도 같이, 우국충정을 논하는 장군의 마음이라 하여도 여인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 성질과 맥락이 갖고 있는 감정의 근원은 같은 애절함인 점을 동시에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즉 소심함과 섬세함 내향적 기질들로 인해 더욱 강건한 이순신 자신을 만들어 낼 수 있기도 하였다고 생각이 되기도 한다.

3) 이순신의 소심할 정도의 세심함은 주도면밀함과 이중적 시선의 균형감으로 전쟁의 승리를 불러일으킨 가장 큰 원동력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당시 달리 방법이 없기는 했지만 시도 때도 없는 그의 불안증은 점을 치거나 꿈에 의지하여 판단하고 준비함으로서 예지를 얻거나, 위험의 노출을 철저히 방어하고자 안간힘을 기울이는 안쓰러움을 보이기도 한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고 용맹무쌍한 장군이 한사람의 개인으로 돌아와 그의 내밀하고 허심탄회한 모습에 이르러서는 너무도 무기력하기만 한 한사람의 평범한 남자에 지나지 않았던 점과 고뇌에 찬 삶의 무게로 인한 버거움은 애처로움을 유발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내면의 갈등은 동시에 또한 강인한 생명력을 태동시키거나 지혜와 처세를 바르게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으리라. 하여 마침내 내성적인 이순신으로 하여금 더 강하게 삶을 통찰하고, 마침내는 모순과 불의에 맞서 누구보다 용감하고 장렬하게 항거하거나 더 나은 혁혁한 공과 훌륭한 삶을 선택하거나 영위하게 하는 초석이 되었을 법하기도 하다.

4) 이순신은 인간적 갈등을 자기다움의 확고한 신념으로 다져 역사적인 인물로 성장하다.

우리가 자칫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은 여러 가지 개인으로서 봉착되는 사회적 불합리와 때론 무질서함으로까지 나타나는 혼돈된 모순과 상황 하에서조차 갈등과 번민을 이순신은 자신의 확고한 내면화 과정을 통해 보다 자기다움으로 판단력을 길러 자기가 신념을 표출해야하고 마땅하게 여겨지는 꼭 필요한 곳에서는 유감없이 들어나도록 힘썼다는 점이다. 즉 원 균과의 관계에서는 “가소롭다” 의 정도에서 갖은 모함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참아내지만 정작 필요한 큰 일, 마땅히 가치로운 일에 임하여서는 그러니까 전장에 나가서는 한 치의 착오도 용납지 않는 완전한 승리를 이끌어 나가기에 불철주야 고심함으로써 마침내 일반의 장수의 한계를 뛰어넘는 역사가 기억하고 증명하는 영웅을 넘어선 성웅이라는 칭호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삶을 구가하기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 이순신은 外柔內剛형?
또한 그 기질과 유형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순신에게는 외유내강형의 여성성이 더욱 잘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점은 늦게 과거를 통과한 중년의 한 남자의 여성성을 띠는 갈등구조와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점 역시 섬세함과 치밀함으로 이어져 업무에 있어 왜란을 크게 물리치는 적절한 내공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자신의 이중성을 잘 다스린 예라 할 수 있으며, 적절한 방향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고 정작 필요한 곳에서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내공으로 확장시켜 나간 것이 무엇보다 훌륭하다 하겠다.

* 부족함을 다스려 향상성에 이르고 매력으로 가꾸다.
또한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자신을 겸허하게 다져가며 꾸준히 향상성을 추구할 수 있는 토대로 이어지게 한 점 돋보인다. 그래서 늘 쉼 없이 활을 쏘고 기술을 연마하기에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러한 일상의 마땅한 취향들로 인해 절실한 전장에서 최상의 유효적절한 쓰임으로 장엄하게 한 인간의 역사를 이루고 삶을 마감할 수 있는 용맹을 보이고, 후세에 귀감이 된 점은 무엇보다 본받을 만한 장점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사실성은 보다 강력한 설득력과 상당한 매력이며, 바로 이러한 인물들의 전기를 통해 얻는 참 삶의 지침이 되기에 이르러서는 독서의 커다란 이점을 발견하게 됨과 동시에 즐거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여 글쓰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가 매일 읽고 쓰기를 거르지 않는 한 우리도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는 사실성을 스스로 자각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진실을 토대로한 설득력은 보다 강력한 감동과 깨달음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된다.

5) 그래도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허용된 범위 안에서만 통용되고 마는 듯, 인간에 대한, 사람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없음은 표현의 통제 때문일까 아니면 의도된 전개방식 같은 느낌 때문일까 의문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 당시의 도덕성과 관념에 의해 강요된 바인지는 몰라도 충과 효의 수직적 인간애는 잘 나타나 있으면서도 횡적인 사랑에는 무언가 인색한 감이 없지 않다고 하겠다. 간혹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농민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절절함이 잘 나타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바로 그 일면은 아내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다는 점, 계집종 여진에 대한 느낌이 나타나지 않은 채, 그저 "잤다"라는 표현만이 덩그러니 남겨놓음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여성에 대한 가벼운 인간관계와 타인은 경계의 대상이거나 관계의 진실성을 반드시 따져보거나 자신에게 유익하여야만 하는 일방통행적 인간관계론이 우선시 된 듯이 그려진 것은 아닌가 생각되며 이점은 아무리 시대상을 감안하더라도 아쉽다고 하겠다.

더군다나 그 시대 그 때에 최소한 혼자서 살림을 지켜가는 여인, 아내에 대한 일말의 감정 토로나 배려심은 남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마치 여인은 남자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 하거나 기분과 욕심이 채워지고 나면 의미 없는 물건으로 가벼이 처리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면 너무 시대상황을 고려치 못한 억측이 될 것인가.

독자가 냉정하게 시선을 갖지 못하고 도리어 전기적 일기가 주는 일방적 감정에 역시나 저자처럼 너무 일방적인 면에 치우처 이입된 때문일까. 하기는 개인적인 감정토로에 너무 시각을 집중하고만 어설픈 나의 관점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 일 수도 있겠다.


3] 여행지 사량도가 역사의 중요한 장면으로 책에서 나타나다.

지난 번 사부님과 초아선생님을 모시고 연구원 남해 첫모임이 있기 하루 전, 시간이 가능한 몇 몇 연구원들과 함께 먼저 따라나선 여행에서 남해 사량도 섬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그곳의 아늑하고 정겨운 풍광과 함께한 사람들과의 흥에 겨워 미처 알지 못하였던, 더군다나 독서를 접하지 못해 전혀 깨닫지 못한 곳이었는데, 이번에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게 되면서 그곳 사량도 섬이 이토록 역사적 의미가 담겨진 이중의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는 곳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더랬다. 뜻하지 않는 일거양득이니 만족할 수밖에.

우아~ 하는 감탄이 절로남과 동시에 아무 심각성이나 의미를 부여치 않고 자유로운 듯 즐거운 추억을 가지고 여행하여 다녀온 그곳을, 이렇게 의미 있는 책과 더불어 다시 만나게 되는 감회는 변.경.연의 드러나지 않는 일상적 사상성과 의미와 더불어, 사부님의 일상화 된 연결성과 편린들의 맞닿는 깊이를 느끼게 함과 동시에, 일상의 가능한 한 사소함과도 절연되지 않은 채, 끊임없이 일상에서 체화되고 영감으로 자연스레 녹아들게 함은, 무엇보다 이 과정의 깊이와 방식에 감격스럽고 깨달음이 한층 더 깊어지는 즐거운 희열을 맛보게 한다.

아, 다시 사부님과 초아선생님을 모시고 여행하고 싶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나 알고 보면 무르익어 일상으로 스며들고 농익는 즐거운 독서와 배움에 취하고야마는 낭만적 이득과 함께 놀이가 되고 마는 삶이여! 우리들의 시나브로 자라나는 꿈이여!



IP *.75.1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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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6.12 12:09:03 *.75.15.205
급하게 하다가 자료를 잃어버렸네요. 다시 보충하여 올리겠습니다. 에궁~ 변명만 늘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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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
2007.06.13 20:48:38 *.145.231.168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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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수
2007.06.13 23:24:24 *.165.15.90
지워졌다.... 안타까워라. 그러게... 큰 일을 하는 남자(이순신)를 궁지에 몰아넣으니... 그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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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6.14 13:56:23 *.75.15.205
지난번 날려버린 글을 다시 상기하기란 힘들었습니다. 연결이 잘 되지 않는 듯 하나 틈나는 대로 계속 보완하고 빠진 인용문도 끼워 넣어가겠습니다.

어제 과제 중에 교정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더랬습니다. "언니! 나 컴퓨터 완전히 나가버렸어." 내가 어찌 해 줄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의없음만은 절로 이해가 되었지요. '어쩌니...'
다행이도 그는 도와줄 사람이 있어 요청은 하였다고 합니다.

저는 기기를 잘 다룰 줄 몰라 사소한 클릭 하나를 놓쳐 그대로 날려버리곤 한답니다. 왜 이리 해야 할 일 과 배워야 할 것이 늘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다시 해야 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읽어주시고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여러분에 대한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이 생겨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자라지만 애써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약속합니다. (일단 이렇게 공수표를 겁없이 날려 두고 저를 자극하려는 가증스러움도 기꺼이 즐겨 주시기바랍니다. ^-^ 사랑해요. 여러분~ 저의 좌충우돌 필사적 횡설수설은 계속해서 쭉~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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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8 14:54:44 *.210.3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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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8 14:58:07 *.210.3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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