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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9일 22시 06분 등록

손병목 선생의 '독서유감'을 올려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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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신나게 읽던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슬퍼집니다. 또 어디서 그만한 쾌락을 찾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구본형의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방금 다 읽었습니다.

저는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경우가 드뭅니다. 좋은 책은 두고두고 읽으며 그 깊은 맛을 음미하고 싶지만 마치 드라마 재방송같은 느낌이 들어 잘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드라마라도 재방송을 또 보기보다는 재미는 다소 떨어져도 처음 보는 프로그램을 봅니다. 그것이 훨씬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비록 빈둥대며 방바닥에 밀착해 TV를 보며 시간을 버리더라도 말입니다.

간혹 예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나 들춰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독을 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 제가 예전에 읽었던 책을 또 읽었습니다. 게다가 처음 읽었을 때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더 즐겁게, 더 황홀한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요 며칠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이 기분이 사라지는 것 같아 잠깐 슬퍼질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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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지은이 : 구본형
펴낸곳 : 휴머니스트 (초판 출간일 2004.3.29 / 2007.3.15 개정판 2쇄를 읽음) ₩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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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는 2004년 출간된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의 개정판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새 책인 줄 알고 덥석 사버렸습니다. 인터넷 서점을 기웃거리다가 구본형 소장의 신간이 나왔다길래, 이유없이 샀습니다. 책을 받고 대충 훑어봤는데, 바보같은 저는 그때까지도 이것이 옛책의 개정판인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책 이곳 저곳을 살피다가 마침내 판권 끝부분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순간적인 허탈감, 게다가 두 권이나 주문해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까지 했는데, 그리고 그 분 역시 과거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를 읽었던 분이었는데.

그러나 그런 허탈감은 잠깐이었습니다. 이왕 산 것이니 돈이 아까워서라도 한 번 더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몇 장을 읽어내려가는 순간, 저는 이 책을 예전에 읽어봤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전에 읽은 기억이 없습니다. 새로운 느낌, 새로운 감흥, 떨림, 감동. 책은 그대로인데, 아마 책 읽는 제가 3년 동안 많이 변했나 봅니다.
처음 읽었을 때, 그저 "나도 10년 마다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느낌 정도에 그쳤던 기억이 납니다. 두 번 읽고 난 지금, 이 책은 구본형 소장의 과거 어떤 책보다 애착이 갑니다.

구본형 소장의 책 중에서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침》 등 그를 세상에 알렸던 대표작보다 저는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라는 소책자를 더욱 좋아합니다. "인생은 소모하는 것이다. 긴 여행 끝에 평평한 등을 가진 낙타처럼 모두 쓰고 가는 것이다. 죽음이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 있는 것은 늙고 추레한 껍데기밖에 없도록 그렇게 살아야한다."는 문장에 혼을 빼앗겨, 그렇게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일어났던 책입니다. 2001년, 잠시의 좌절을 맛본 저에게 불쏘시개의 역할을 톡톡히 했던 책입니다.

그 불쏘시개는 늘 우연히 다가옵니다. 내가 필요로 할 때 다가옵니다. 내몸이 약간은 젖어 있어 추위를 느낄 때, 그때 불쏘시개가 필요합니다. 변화는 불행한 자의 몫이듯 불쏘시개도 추운 자의 선택입니다.
2007년, 약간의 한기가 느껴져 마침 내 몸을 지펴줄 불쏘시개가 필요한 지금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가 강렬하게 불을 지폈습니다.

이 책을 안 읽어보신 분들이 더 많을텐데, 책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홀로 들뜬 감흥만 읊어대니 죄송한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도 아침 출근 시간에 임박해 글을 쓰다보니 책 얘기를 더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짧게 이 책에 대해 설명하려니 더 어렵습니다. 그래도 한마디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책에는 유난히 '혁명'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합니다. 구본형 소장이 스스로를 기록한 개인사이며 미시사입니다. 혁명사 연구가 꿈이었던 한 인간의 40대 10년 간의 개인 혁명사입니다.

혁명사를 연구하고 싶었던 구 소장은 결국 자신의 하루하루를 혁명하는 것으로 그 꿈을 이루었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혁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불쏘시개가 되려하고 있습니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 아름다운 직업을 가진 구 소장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어 즐고, 그의 일상이 '나'의 깨달음이 되어 '나'의 일상으로 쳐들어와 '나'의 하루를 바꾸는 힘이 되니 그 또한 즐겁습니다.

*
오늘부터 독서노트를 <독서유감>으로 이름을 바꿔 보내드립니다.
讀書有感, 책을 읽고 생긴 감회를 적어 보내드립니다.
<독서유감>은 조선시대의 장서가 담헌 이하곤의 시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시간이 없어 메일 디자인은 바꾸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바꾸겠습니다.
IP *.128.229.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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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자
2007.05.30 11:49:24 *.101.244.178
^^ 잘읽었습니다. 글을 참 맛갈나게 잘 쓰셨네요. 저도 이책은 읽었지만 두고두고 본다고 소장하고만 있었네요 오늘 다시 책을 펼쳐보아야겠습니다. 30이 넘어서야 책읽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그전엔 그렇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지를 않았는데.... 전 글을 읽는분도 존경하지만 글을 잘 쓰시는분들은 더욱 존경합니다. 그만큼 글을 쓴다는건 어려운 작업인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글 써 주실꺼죠^^ 참 감사합니다. 다시금 저를 되돌아 볼수있게 해주셔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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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5.30 12:35:49 *.218.202.81
미스토리는 제가 선생님의 책 중에 제일 좋아하는 책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글맛이 나는 책이지요.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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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7.05.30 15:57:17 *.200.97.235
사실 연구원 활동을 1년간 했지만 구본형 소장님의 책을 정작 몇권 읽어 보지 못했는데 뒤늦게 4권정도 책을 읽었습니다. 책속에는 직접 대면해서 얻기 힘든 새로운 사실들을 깨달을 수 있는 통로라는 사실을 실감나게 깨달았습니다.

책은 어쩌면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에피소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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