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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7일 01시 05분 등록
<저자에 대하여>

마냥 설레기만 해야 할 5월이지만, 나에게는 조금의 긴장감도 함께 느낄 수 밖에 없는 5월. 왜냐하면, 지나간 것과는 마주하기 꺼려하는 내 자신과의 싸움을 한 판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여름의 더위와 열기가 다가오기 전에 나 자신을 온전히 캐내기 위한 준비 과정 중에 만나야 하는 첫 번째 사람, 그는 다름 아닌 Edward Hallet Carr 이다.

영국이 낳은 금세기의 대표적 사가로서 61년 에 <역사란 무엇인가>를 집필한 그는 오늘날의 용어로 말할 것 같으면 시대를 앞서가는 프로슈머 지식인이었다. 그 당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식민지의 독립, 러시아와 중국의 혁명 등을 겪은 뒤라 역사학은 불신과 회의에 빠져있었고, 특히 유럽은 자신들이 세계사의 주도권을 잃었고 따라서 더 이상 그 어떤 진보도 기대할 수 없다고 낙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격려했으며, 역사가는 과거에 비춰 현재를 보고 현재에 비춰 미래를 내다보기 때문에 역사는 역사가의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역사가의 해석은 자신의 현재 입장과 가치관의 반영이기에 ‘사실’이라는 것은 스스로 말하는 게 아니라 역사가가 말을 걸 때만 말한다고 덧붙였다. 즉, 역사가의 해석이 있어야 역사적 사실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일상의 매우 사소한 일이나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나 모든 일들이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필터링 된다는 것이다. 역사가 자신이 어떤 필터를 갖고 사고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불후의 명작이 될 수도, 아니면 단순한 사실의 나열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 이것은 아마도 상대성 원리에 입각한 철학적 신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도 여러 번 언급 되었지만, 그가 특별히 다음과 같이 꼬집어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살아 온 20년간의 외교관 생활 덕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영어사용국가에 사는 우리들이 이리저리 모여 가지고, 딴 나라와 딴 대륙들의 터무니없는 거동 때문에 우리 문명의 은혜와 축복으로부터 고립되어 나갔다는 이야기를 평이한 일상 영어로 지껄여대고 있는 동안에 오히려 세계의 현실적인 움직임에서 고립되고 있는 쪽은 이해력도 없고 이해하려는 성의도 없는 우리 자신이 아닌가라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p. 237~238)

36년 늦깎이 학자로 변신한 Carr는 웨일스 대학, 옥스퍼드대학,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국제정치학과 역사를 가르쳤고, 런던타임스 부주필을 거쳐, 국제연합의 세계인권선언 기초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역사가에게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요구하는 한편 역사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강조했고, 역사에서 절대자는 과거나 현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쪽으로 움직여 나가고 있는 미래에 있다고 역설했다. 나는 여기서 문득, 미래를 이야기 하기 위해 과거의 역사를 끌어온 자크 아탈리의 <미래의 물결>이 떠올랐다. 결국, 국경이 무의미해지는 21세기에 무엇이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인지 그것의 경계마저도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Carr가 별세할 무렵에 <역사는 무엇인가>의 개정판을 위한 수정 작업이 한창이었다고 하는데, 나는 여기서 상당한 아쉬움을 느낀다. 왜냐하면, 역사는 변하고 움직인다고 주장했던 그가 <역사는 무엇인가>를 처음 출간하고 20여 년이 지난 80년대에 와서는 어떠한 생각의 변화를 경험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의 낙관주의적 성향이 내가 이번 5월 한 달 동안 과거를, 그리고 역사를 바라보는 길목을 덜 험하게 해줄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 에릭 홉스봄이 한 말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본다.
“과거는 또 다른 나라지만, 거기서 한때 살았던 사람들에게 흔적을 남겼다. 과거를 풍문으로만 들었을 뿐 스스로 깨우치기에는 너무 어렸던 사람에게도, 또 워낙 역사와는 담을 쌓고 살아가도록 구조화된 문명 안에서 살다 보니 과거에 대해서 ‘하찮은 퀴즈’만큼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과거는 흔적을 남겼다”

소장님께서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자가 특히 중요하다고 하셔서 나름대로 조사해 보려 했으나 그냥 구본형 소장님의 말씀을 인용하는 것으로 소개를 마치려 한다. 왜냐하면, 내가 피상적으로 조사하는 길현모 라는 사람보다 소장님께서 마음의 스승으로 품고 계시는 길현모 라는 사람이 더 정확할 테니까. 많은 사람에게 존경 받는 소장님, 그 소장님이 스승으로 모셨던 분이라면 많은 말이 필요 없지 않을까.

“삶의 한 모퉁이를 돌 때마다 그분은 거기 서 있었고,
인생의 갈림길마다 나는 그분에게 갈 길을 물어보곤 했다.
물론 직접 찾아가 물어본 것은 아니다.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이 질문은 지금도 계속된다”



<내 마음에 들어온 글귀>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답하려 할 때에 우리들의 답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우리 자신이 처해 있는 시대적 위치를 반영하게 되는 것이고 또한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를 어떠한 관점에서 보고 있는가 라는 보다 광범한 문제에 대한 우리들의 답의 일부를 이루게도 되는 것입니다” (p. 19)

“나는 ‘정확성은 의무이지 미덕은 아니다’ 라는 하우스만의 말을 상기하게 됩니다” (p. 11)

“사실이란 역사가들이 그것을 찾아 줄 때에만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고, 어떠한 사실에 발언권을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그리고 어떠한 순서와 전후 관련 속에서 이야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역사가인 것입니다” (p. 12)

“역사가란 불가피하게 선택적이게 마련입니다. 역사가의 해석으로부터 독립하여 객관적으로 존립하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굳은 핵을 믿는다는 것은 전후가 전도된 오류입니다” (p. 13)

“본래부터 역사란 잃어버린 부분이 허다한 그림 맞추기라고들 해왔습니다” (p. 16)

“모든 역사는 ‘현대의 역사이다’ 라고 크로체는 언명했습니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눈을 통하여 현재의 문제의 관점하에서 과거를 본다는 데에서 성립되는 것이며, 역사가의 주 임무는 기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의 재평가에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역사가가 가치의 재평가를 하지 않는다면 기록될 만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라는 것입니다” (p. 28)

“역사가가 연구하는 과거는 죽어버린 과거가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아직도 현재 속에 살아 있는 과거인 것입니다....... 역사상의 사실은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도 않고 또한 존재할 수도 없기 때문에 결코 순수한 채로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것은 기록자의 마음을 통하여 항상 굴곡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들이 역사 책을 읽으려 할 때에 제일 먼저 관심을 두어야 할 일은, 그 책 속에 어떤 사실들이 실려져 있느냐라는 문제보다도 그 책을 쓴 역사가가 어떠한 사람인가 라는 문제인 것입니다” (p. 30~31)

“여러분이 역사책을 읽을 때에는 항상 역사가의 머리 속에서 오고 가는 사색의 음을 잡아내야 합니다. 만일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다면 여러분이 음치이거나, 역사가 쪽이 둔재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p. 33)

“역사가의 기능은 과거를 사랑한다는 것도 아니요,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로써 과거를 지배하고 과거를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p. 36)

“즉,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의 부단한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와의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입니다” (p. 43)

“인간은 아무도 자체 만으로서 전체를 이루는 섬일 수는 없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요 본토의 일부분이다” (p. 45)

“사람이 자신의 사회적, 역사적 입장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란 자기가 그러한 조건 속에 얼마나 깊이 사로 잡혀 있는가를 자각할 수 있는 감수성 여하에 달렸다고 봅니다” (p. 66)

“역사에 있어서는 수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p. 76)

“한 시대의 위인이란, 시대의 의지를 표현하고, 시대의 의지를 전해주고, 그것을 완성하는 인간을 말한다. 그의 행위는 시대의 정수이자 본질이다. 그는 곧 자기 시대를 실현하는 것이다” (p. 82)

“우리들은 자기의 길을 의식하면서 걸어나가야만 한다. 우리들은 타당해 보이는 부분적인 가설들을 시험해봐야 하며, 발전적인 수정의 여지가 항상 남아 있도록 잠정적인 근사치를 가지고 만족해야만 한다” (p. 93)

“1. 역사는 전적으로 특수적인 것을 취급하나 과학은 일반적인 것을 취급한다. 2. 역사는 교훈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3. 역사는 예견할 수 없다. 4. 역사는 불가피하게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 인간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5. 역사는 과학과는 달리 종교와 도덕의 문제를 내포한다” (p. 95)

“역사가에게는 위에서 본 바와도 같이 일반화란 불가피한 것이고 또한 일반화를 통해서 비록 개별적인 예언은 아닐지라도 미래행동을 위한 타당하고도 유용한 일반적인 지침을 마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p. 105)

“만일 여러분이 좀 색다른 비유를 좋아하신다면 우리들이 역사나 일상생활에서 적용하고 있는 도덕적인 기준이란 은행수표와도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는 인쇄된 부분과 써넣은 부분이 있습니다. 인쇄된 부분은 자유와 평등, 정의와 민주주의와 같은 추상적인 말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은 없어서는 안 될 범주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얼마만큼의 자유를 누구에게 주려고 하는가, 누구를 우리들과 동등하게 인정하려고 하는가, 그것은 어느 정도까지인가 하는 것을 딴 부분에 적어 넣기 전에는 수표는 아무 가치도 없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그 때 그 때의 경우에 따라 수표의 내용을 기입해 나가는 그러한 방식이야말로 바로 역사의 문제인 것입니다” (p. 126)

“역사란 운동이고, 운동이란 비교를 내포하는 것입니다. 역사가들이 도덕적 판단을 표현할 때에 ‘선’ 혹은 ‘악’ 등의 타협성 없는 결정적인 용어보다는 ‘진보적’이라든가 ‘반동적’이라든가 하는 비교하는 성질의 용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p. 128)

“역사가도 그 밖의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왜냐’라는 의문을 부단히 추궁하는 동물입니다”
(p. 133)

“역사의 연구는 원인의 연구입니다” (p. 135)

“결국 역사란 역사적 의의라는 견지 하에서의 선택과정인 것입니다. 탈코트 파아슨의 말을 다시 한 번 빌려본다면, 역사는 현실에 대한 인식적 자세에 있어서의 선택체계라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인과적 자세에 있어서의 선택체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 165)

“과거도 미래도 모두가 동일한 시간선상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과거에의 관심과 미래에의 관심이 서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은 알기 쉬운 이치라고 생각됩니다……. 훌륭한 역사가들 역시,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건 말건 미래라는 것을 뼈 속 깊이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역사가는 ‘왜냐’ 라고 묻는 동시에 ‘어디로’라고 묻는 법입니다” (p. 170)

“인간은 조상들의 경험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언제나 꼭 이익을 얻는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리고 역사에 있어서의 진보란 자연계에 있어서의 진화와는 달리 습득된 자산을 토대로 한다는 것, 이것은 역사의 한 전제입니다” (p. 184)

“버터필드 교수는 ‘역사가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절대자는 변화다’라고 말했습니다” (p. 190)

“미래만이 과거를 해석할 열쇠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에 있어서만 우리들은 역사에 있어서의 궁극적 객관성이라는 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 과거가 미래를 조명하고 미래가 과거를 조명한다는 것은 역사의 합리화인 동시에 역사의 설명입니다” (p. 193)

“휘그당원도 자유당원도, 헤겔파도 마르크스파도, 신학자도 합리주의자도 다 같이 확고하고 명확하게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은 낙관론이었습니다” (p. 197)

“우리들의 가치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지니는 장비의 본질적인 부분입니다. 우리들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도, 환경을 우리 자신에게 적응시킬 수 있는 능력도, 환경에 대한 지배력을 획득하여 역사를 진보의 기록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능력도, 모두가 우리들의 가치를 통하여 획득되는 것입니다” (p. 206)

“미래의 진보가능성에 대한 신념을 상실한 사회는 과거에 자기들이 이룩한 진보에 대해서도 급속히 무관심하게 될 것입니다” (p. 208)

“즉, 자기 자신과 역사에 있어서의 자신의 위치를-아마도 이것은 숨은 동기에 속하겠습니다만-문제나 시기의 선택을 이끌어준 동기를, 사실의 선택과 해석을 이끌어준 동기를, 그리고 자신의 시각을 결정해준 국가적/사회적 배경을, 과거 관을 형성해 주는 미래 관을 음미하라는 것입니다” (p. 219)

“그러나 영어사용국가에 사는 우리들이 이리저리 모여 가지고, 딴 나라와 딴 대륙들의 터무니없는 거동 때문에 우리 문명의 은혜와 축복으로부터 고립되어 나갔다는 이야기를 평이한 일상 영어로 지껄여대고 있는 동안에 오히려 세계의 현실적인 움직임에서 고립되고 있는 쪽은 이해력도 없고 이해하려는 성의도 없는 우리 자신이 아닌가라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p. 237~238)

“그래도 역시ㅡ 그것(역사)은 움직인다” (p. 244)


<내가 저자라면>

<역사란 무엇인가>가 비록 역사철학이라는 어려운 내용을 전하고자 한 책이지만, 여러 개의 강연을 옮겨 놓은 것으로 그것을 전하는 방식이 딱딱하지 않은 구어체이기에 읽기가 한결 나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말하고 글로 쓰는 모든 것들에 있어서 내용만큼이나 톤도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은 진보한다는 그의 신념이 그대로 녹아있듯 <역사란 무엇인가>는 마치 ‘역사’라는 녀석의 역사를 써놓은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Carr는 제1부 “역사가와 사실” 을 통해 그간 ‘역사’에 대해 가해졌던 편견을 씻겨주어 새롭게 정의하였다. 그에 의하면 역사는 과거의 사실 그대로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괜히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과거의 그 일은 정말 필요했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 테니 말이다.

제2부 “사회와 개인”에서는 역사를 이루는 주요 구성요소인 사회와 개인이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루고 상호소통 하는지를 설명해주었다. 결국 영웅은 결코 혼자일 수 없다는 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으리라.

제3부 “역사와 과학과 도덕”에서는 그의 상대성 논리를 통해 다른 학문들과의 비교를 시도했다. 즉, 역사가 역사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다른 학문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과학에 비교해보고, 물리학에 견주어 보고, 사회과학과 키 재기를 한 뒤, 종교와 도덕이라는 스팩트럼에 비춰보는 것. 즉, 역사는 홀로 역사일 수 없다는 것과 인간은 홀로 인간일 수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4부 “역사에 있어서의 인과관계” 는 역사의 응용적 측면을 강조한 해석의 중요성을 역설한 장이고, 따라서 제5부 “진보로서의 역사”는 역사가 미래를 향하여 나아간다는 것, 그리고 제6부 “넓혀지는 지평선”을 통해 그는 역사에 대한 그의 낙관론을 펼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본 저서는 강연을 한 데 묶어 놓은 형태를 취하고 있기에 읽기 편한 반면, 체계적으로 생각을 정리해주지는 못한 듯싶다. 게다가 내용이 다소 반복적인 경향이 있지만, 조금 오래된 국어를 사용했다는 점 이외에 번역상의 껄끄러움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다른 역자들의 책을 읽어보지 않아 비교해 볼 수는 없지만 말이다. 과연 <역사란 무엇인가>를 요즘의 디지털 시대로 가져와 동영상으로 만든다면 어떤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렇듯 역사에도 철학이 있다. 즉, 인간에게는 스스로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이 있다는 말일 게다. 그것을 벗어나서는 결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는 의미로 나는 해석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과연 나의 가치관은 무엇이며, 나의 철학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지금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만나러 가는 이 연구원 과정에서 끊임없이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 사이를 오가며 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자신의 작은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 시대의 작은 역사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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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7.05.07 03:06:50 *.18.196.39
오윤님 깔끔하게 정리하셨네요.

특히 우리 모두가 역사가라는 사실이 맘에 들어요
연구원 각자가 역사가라면 아마 후대의 사가들이
역사의 한페이지에 우리를 장식할 수 있을 거예요

역사는 변화의 기록이고 다수의 변화만이 역사의 기록이
되기 때문이죠..

좋은 결실있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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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7.05.07 10:24:11 *.99.120.184
과거랑 대면하기 힘들었나요 아니면 책이 체계적이지 못했나요. 많이 힘들었던 모습이 보이네요. 나도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동안 누적된 책의 편식과 알팍한 지식의 한계때문에 잔인한 5월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조금씩 진보하는 자신을 느끼면 새로운 힘이 생깁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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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5.07 23:15:31 *.70.72.121
막내야, 잃어버린 나가 있니? 내가 너 때문에 정말 미치겠다.
미래의 대통령아! 쪼만한 거에 아파하지 말자. 크게 웅지를 펴고 차고 올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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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
2007.05.08 14:35:19 *.6.5.147
명수님... 부족한 글임에도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해주시니 감사해요.
그냥 많은 말을 할 수가 없네요 ^^ 좋은 결실 맺도록 노력할께요.

창용 오라버니... 제가 지나온 것들은 일부러 까먹으려고 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다 끄집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글이 생각보다 안 나오네요 ^^;;;;;

써니 언니... 항상 응원해줘서 고마워^^ 힛, 근데 나 이 곳에서만큼은
그냥 편하게 '나'이고 싶어. 약할 때 약하고, 강할 때 강하고.....
지켜봐줄 수 있죠? ^^ (이거 내가 오버하는 거 아닌가 몰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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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5.09 22:02:23 *.109.237.110
저자소개를 언제나 정성껏 (다른분들도 그러하시지만..)
쓰는게 인상적이에요.

역사란 잃어버린 나를 찾으러 가는 거라는 ㅁㅏ무리가 좋군요.
전적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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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
2007.05.10 15:35:00 *.132.76.247
귀자~~ 역시 우린 20대라서 통하는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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