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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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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8일 02시 51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에드워드 카 [Edward Hallett Carr, 1892.6.28~1982.11.3]

1892년 영국 런던에서 출생하여 런던의 머천트 데일러즈 스쿨과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 하였다. 1916년 외무성에 들어간 적이 있고, 그후에는 웨일스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1936∼1946)를 지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정보성 외교부장(1939∼1940), 《타임스》 논설위원(1941∼1945)을 역임하였다. 48년에는 국제연합의 세계인권선언 기초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러한 젊은 시절의 풍부한 현장체험이 있었기에 60세가 되어서야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 그였지만, 지금까지도 우리를 고민하게 할 수 있는 유연한 역사관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러한 그의 역사관이 1961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강연을 통해 소개되었고, 후에 BBC 방송이나 주간지 리스터를 통해서도 일반에게 보급된 바 있다. 그 내용이 단행본으로 먼저 1961년에 맥밀란사에서 출간되었고 다시 1964년에는 펠리칸의 포켓판으로 제 출간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새로운 사회 The New Society》(1951)에서 소비에트형과는 다른, 자유와 평등을 기조로 하는 사회주의의 실현을 시사하는 한편, 아시아의 민주주의운동을 유럽인들도 이해하여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이 밖에도 《역사란 무엇인가? What is History?》(1961), 《카를 마르크스 Karl Marx》(1934), 《위기(危機)의 20년 Twenty Years’ Crisis》(1939), 《서구세계에서의 소비에트의 충격 The Soviet Impact on the Western World》(1947), 《볼셰비키 혁명 The Bolshevik Revolution》(1958) 등 많은 저작이 있다.

2. 마음을 울리는 글귀

1. 역사가와 사실
19-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답하려 할 때에 우리들의 답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우리 자신이 처해 있는 시대적 위치를 반영하게 되는 것이고 또한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적 위치를 반영하게 되는 것이고 또한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를 어떠한 관점에서 보고 있는가 라는 보다 평범한 문제에 대한 우리들의 답의 일부를 이루게도 되는 것입니다.

11- 첫 번째, 역사가의 주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와 같은 사실들이 아니라는 문제입니다. / 하우스만(영국의 고전학자) [정확성은 의무이지 미덕은 아니다]

11-역사가를 정확하다고 해서 칭찬한다는 것은, 잘 말린 목재를 썼다거나 잘 혼합된 콘크리트를 썼다고 해서 건추가를 칭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것은 그의 일의 필요조건이지 본질적인 기능은 아닌 것입니다.

12-둘째로 고찰해야 할 점은, 기초적 사실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사실 자체에 어떠한 자격이 있어서 그리 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들의 아프리오리한 결정에 좌우된다는 점입니다. / 사실이란 역사가들이 그것을 찾아 줄 때에만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고, 어떠한 사실에 발언권을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그리고 어떠한 순서와 전후 관련 속에서 이야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역사가인 것입니다. [사실은 자루와 같은 것이다. 그 속에 무엇인가를 집어넣어 주기 전에는 절대로 설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아마도 피란델로의 작품 중의 인물 이었다고 기억됩니다.

13-역사가란 불가피하게 선택적이게 마련입니다. 역사가의 해석으로부터 독립하여 객관적으로 존립하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굳은 핵을 믿는다는 것은 전후가 전도된 오류입니다.

17-[우리들이 책으로 읽는 역사는 사실을 토대로 한 것이지만, 엄밀히 말한다면 결코 사실 그것은 아니고 오히려 인정된 판단의 체계에 불과하다]

21-사실이란 그것이 문서에 나타난 것이든 아니건 역사가들의 처리를 거친 다음에야 그들에게 이용될 수 있는 것으로서 역사가들의 사실 이용이란 말하자면 처리과정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25-무엇이 실제로 일어났는가는 역시 역사가들이 마음 속에서 재구성해야만 할 것입니다. 물론 사실과 문서는 역사가에게는 없을 수 없는 필수물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떠받쳐 보시지는 마십시오. 사실과 문서 자체만으로서 역사가 이룩되는 것은 아닙니다.

28-모든 역사는 [현대의 역사이다]라고 크로체는 언명했습니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눈을 통하여 현재의 문제의 관점하에서 과거를 본다는 데에서 성립되는 것이며, 역사가의 주임무는 기록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가치의 재평가에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역사가가 가치의 재평가를 하지 않는다면 기록될 만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라는 것입니다. / 1916년 칼*백커 : [역사상의 사실이란 어떤 역사가에 있어서나 자신이 이를 창조하기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29-역사철학이 취합하는 것은 [사실 그 자체]나 [사실 그 자체에 대한 역사가의 사상]의 그 어느 하나 만이 아니고 [상호 관계 하에 있는 그 양자입니다](이 언명은 [역사]라는 말이 지니고 있는 통상적인 두개의 의미-역사가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연구와 역사가의 연구대상이 되는 과거의 연속된 사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30-[역사가가 연구하는 과거는 죽어버린 과거거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아직도 현재 속에 살아 있는 과거인 것입니다]그러나 과거의 행위라는 것은 그 배후에 놓인 사상을 역사가가 이해할 수 없는 한 그에게 있어서는 죽은 것, 죽 무의미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모든 역사는 사상의 역사]라는 것이며 또한 [역사는 역사가가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상을 자신의 마음속에 재현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 재구성의 과정은 사실의 선택 및 해석을 지배하는 것이며, 바로 이것이야말로 사실을 역사적 사실로 만들어 놓는다는 것입니다.

31-첫번째, 말하자면 그것은 기록자의 마음을 통하여 항상 국고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이 역사 책을 읽으려 할 때에 제일 먼저 관심을 두어야 할 일은, 그 책 속에 어떤 사실들이 실려져 있느냐라는 문제보다는 그 책을 쓴 역사가가 어떠한 사람인가 라는 문제인 것이다.

32-사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역사가를 연구하십시오.

33-일반적으로 역사가란 자기가 원하는 종류의 사실을 손에 넣게 되는 것입니다. / 제2의 문제점은 보다 상식적인 것으로서 역사가는 자기가 취급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그들의 행위의 배후에 있는 사상을 상상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34-역사가는 자기가 쓰고 있는 인물과의 어떠한 심적인 접촉을 가질 수 없는 한 역사는 쓰여질 수 없는 것입니다.

35-하여간 역사가에게는 선택의 의무가 있읍니다. 언어의 사용 자체가 그의 중립을 허용 안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언어에만 한정된 문제도 아닙니다.

36-역사가의 기능은 과거를 사랑한다는 것도 아니요, 과거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킨다는 것도 아니요,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로써 과거를 지배하고 과거를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38-제2의 이론도 제1의 이론과 마찬가지로 지지할 만한 것이 못됩니다. 보는 각도가 틀릴 때마다 산의 모양이 틀리게 나타난다고 해서 산에는 객관적인 모양이라는 것이 본래부터 없다든가, 무한한 모양이 있다든가 하는 것은 아닙니다.

39-니체 [우리에게 있어서는 의견의 허위성이 곧 그 의견에 대한 반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생명을 북돋아 주고 생명을 존중해 주고 종족을 보존해 주고 더 나아가서는 종족을 창조해 주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41-읽는 것은 씀으로 해서 인도되고 방향이 제시되고 풍부해지는 것이다. 즉, 쓰면 쓸수록 내가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더욱 잘 알게 되고, 내가 찾아낸 것의 의미와 관련성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 그러나 내가 확신하는 바로서는 적어도 역사가라고 부를 만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경제학자들이 [인풋트]와 [아우트풋트]라고 부르는 이 두개의 과정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고 실제에 있어서는 단일 과정의 두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42-역사가란 자기의 해석에 맞추어서 사실을 형성하고, 자기의 사실에 맞추어서 해석을 형성하고 하는 끊임없는 과정에 종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자 중의 어느 한 쪽만을 우위에 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역사가는 임시로 선택한 사실과, 그러한 사실선택을 이끌어 준 임시적인 해석 - 그것이 타인에 의한 것이건 자기 자신에 의한 것이건 - 과의 양자를 가지고 일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일이 진행됨에 따라서 해석이나 사실의 선택 및 정리는 다같이 쌍방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미묘한 반무의식적인 변화를 겪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고 사실은 과거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상호작용에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상호관계가 아울러 내포되는 것입니다. 역사가와 역사상의 사실은 서로가 필요한 것입니다. 사실을 못 가진 역사가 없는 사실이란 생명 없는 무의미한 존재입니다. 이리하여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나의 제 1답은 결국 다음과 같은 것이 되겠습니다. 즉,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의 부단한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와의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입니다.

2. 사회와 개인
45-사회와 개인은 서로 떼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들은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에 필요한 보충 관계이 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아무도 자체만으로서 전체를 이루는 섬일 수는 없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요 본토의 일부분이다] : 단(영국시인)

46- 우리들의 탄생 직후부터 세계는 우리에게 작용하기 시작하는 것이고, 우리들을 단순한 생물학적 단위로부터하 사회적 단위로 변하게 하는 것입니다. 역사시대의 여하한 단계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은 하나의 사회 속에태어나는 것이고 또한 태어난 직후부터 사회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도 개인적인 승속물이아니라 자기가 자라고 있는 집단에서 받은 사회적 획득물입니다. 언어와 환경은 다 같이 그의 사고의 성격을 결정짓는데 기여하며 그의 초년기의 관념조차도 타인들에게는 받는 것입니다. 흔히들 이야기해 보는 것처럼 만일 사회에선 떨어진 개인이 있다면 그에게는 말도 없고 정신도 없을 것입니다.

47-이렇나 의미의 개별화의 증대라는 것은 발달된 근대사회의 불가피한 산물이며 이와 같은 경향은 사회활동 전체를 위해서 밑바닥까지 물들려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개별화의 과정과 사회의 힘 및 결합력의 증대와의 사이에 대립관계를 설정한다면 그것은 큰 잘못일 것입니다.

47-국민성을 생물학적 차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낡은 개념은 분쇄된지 오랩니다. 그러나 사회라든가 교육이라든가 하는 국민적 배경의 차이로부터 오는 국민성의 차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50-그러나 이 길고 풍요한 시기가 낳아 놓은 이데올로기는 아직도 서구와 영어사용 제국에 있어서는 지배적인 세력을 가지고 있읍니다. 우리들은 자유와 평등 사이의 긴장이라든가 개인적 자유와 사회적 정의 사이의 긴장이라든가 하는 문제를 추상적인 용어로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자칫하면 그러한 싸움이 추상적인 관념의 싸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기 쉽습니다. 그것은 개인 그 자체와 사회 그 자체와의 투쟁이 아니라 사회 속에 있는 개인집단 상호간의 투쟁인 것이며, 각 집단은 자기 편에 유리한 사회정책을 추진하고 자기에게 불리한 사회정책을 저지하려고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52-요컨대 역사가도 하나의 개인입니다. 딴 개인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하나의 사회현상이며, 자기가 속해 있는 사회의 산물인 동시에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그 사회의 대변인입니다.

54-위대한 역사란 분명히 과거에 대한 역사가의 비젼이 현재의모든 문제에 대한 통찰에 의하여 빛을 받을 때에만 씌어지는 것입니다.

59-지금의 나의 목적은 두개의 중요한 진실을 밝히는 데 있을 뿐이다. 그것은 첫째로는 역사가가 문제에 접근하는 입장부터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그의 연구를 충분히 이해라 수도 없고 평가할 수도 없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그 입장 자체는 사회적*역사적 배경에 뿌리박고 있다는 사실 입니다. / 역사가는 역사를 쓰기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역사의 산물인 것입니다.


59-사실상 우리들은 세 사람의 틀린 마이네케를 가지고 있는 셈이며, 그들은 각각 틀린 역사 시기의 대변인인 동시에, 그의 3대 저작의 하나하나를 통해서 각각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66-사람이 자신의 사회적*역사적 입장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란 자기가 그러한 조건 속에 얼마나 깊이 사로 잡혀 있는가를 자각할 수 있는 감수성 여하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 역사가를 연구하기에 앞서서 우선 그의 역사적*사회적 환경을 연구하십시요

74-역사적 사건은 개인의 의식적인 행위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개인 의지를 방향잡아 주는 외부의 전능적인 힘에 의하여 규정된다는 생각을 아울러 주장한다고 보겠읍니다.

77-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 [인간은 의식적으로는 자기를 위해서 살고 있지만 인류의 역사적*보편적인 목적달성을 위한 무의식적인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 [역사적 사건에는 무엇인가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역사 코스를 잡아 비틀어 놓는 성질이 있다]

78-역사상의 사실은 확실히 여러 개인에 관한 사실임에는 틀림 없읍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이 고립해서 행한 행동에 관한 사실도 아니요, 또한 진실한 것이건 상상적인 것이건 개인들이 자기 행동의 동기였다고 생각하는 그러한 동기에 관한 사실도 아닙니다. 그것은 사회속에 있는 개인들의 상호관계에 관한 사실이며 또한 개인 행동으로 하여금 왕왕 행위자 자신의 의도와는 별개의 아니 때로는 반대의 결과까지를 초래하게 하는 사회적인 힘에 관한 사실인 것입니다.

82-한 시대의 위인이란, 시대의 의지를 표현하고 시대의 의지를 전해주고, 그것을 완성하는 인간을 말한다. 그의 행위는 시대의 정수이자 본질이다. 그는 곧 자기 시대를 실현하는 것이다.

83-위인이란 역사적 과정의 산물 내지는 그 사설인 이면서도, 동시에 세계의 형세와 인간의 사상을 변화시키는 사회 세력을 대표하고 창조하는 뛰어난 개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 역사가와 그의 사실과의 상호작용이라는 상호과정은, 나는 그것을 현재와 과거와의 대화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만, 추상적인 고립된 개인들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금일의 사회와 지난날의 사회와의 대화인 것입니다. / 역사란 [한 시대가 타 시대 속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일들에 관한 기록]인 것입니다. 과거는 현재의 빛에 비쳐졌을 때에만 비로소 이해 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현재도 과거의 조명 속에서만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으로 하여금 과거 사회를 이해시키고 현재 사회에 그의 지배를 증진시킨다는 것이 역사의 이중적 기능인 것입니다.

3. 역사와 과학과 도덕
90- [순환적]이라는 말보다는 [상호적]이라는 말이 보다 적절했을 뻔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결과는 다시 동일한 장소에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원리와 사실, 이론과 실제 사이의 상호작용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발견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91-역사가들이 연구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가설의 지위와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가설의 지위와의 사이에는 놀라운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92-역사에 있어서의 시대 구분이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필요한 가설 혹은 사회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93-조르쥬*소렐(1847-1922) : 자연과학자로서의 수련을 쌓는 위대한 사회 과학자의 벌언
[우리들으 자기의 길을 의식하면서도 걸어나가야만 한다. 우리들은 타당해 보이는 부분적인 가설들을 시험해봐야 하며, 발전적인 수정의 여지가 항상 남아 있도록 잠정적인 근사치를 가지고 만족해야만 한다.

94-하나의 단편적인 가설로부터 또 하나의 단편적인 가설을 찾아서 점진적으로 전진하며, 해석을 매개로 하여 사실을 추출하고 다음으로는 추출된 사실을 가지고 해석을 테스트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97-역사가들이 진실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특수한 것이 아니라 특수한 것 속에 있는 일반적인 것입니다. / 역사가란 언제나 자신의 증거를 시험하기 위해서는 일반화를 이용하는 법입니다.

98- 역사를 읽는 사람 역시 역사를 쓰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일반화의 상습자들입니다. 그들은 역사가들의 관찰 결과를 자기에게 가까운 그 밖의 역사상황에 - 아마도 자기 자신의 시대에- 적용해 보는 것입니다.

99-일반화와 역사와는 연이 멀다는 이야기는 넌센스입니다. 역사는 일반화 위에서만 생장할 수 있습니다. 엘튼씨가 신판 [케임브리지 근대사]중의 한 책에서 맵시 있게 말하고 있듯이 [역사가를 역사 사실의 수집가와 구별해 주는 것은 일반화입니다]

100-역사는 특수한 것과 일반적인 것과의 관계를 취급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역사가인 이상 사실과 해석과르 분리시킬 수 없듯이 이 양자도 서로 떼놓을 수 없는 것이며 또한 양자 중의 하나만을 우위에 올려 놓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102-일반화라는 문제의 진정한 핵심은 나의 제2의 문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일반화라는 문제의 진정한 핵심은 이를 통해서 역사로부터 교혼을 얻으려는 데에 있는 것입니다. 즉 어떤 한 경우의 사전에서 얻어낸 교훈을 딴 대목의 사건에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일반화를 할 때에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이러한 일을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104-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방적인 과정은 아닙니다. 과거의 빛이 비추어서 현재를 배운다는 것은 동시에 현재의 빛이 비추어서 과거를 배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역사의 기능은 과거와 현재와의 상호관계를 통해서 양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북돋아 주는데 있습니다.

3. 역사는 예견 할 수 없다
105-역사에 있어서의 예언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단서는 일반적인 것과 개별적인 것, 보편적인 것과 특수한 것 사이의 차이점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109-관찰자와 그 대상과의 사회 과학자와 그 자료와의, 역사가와 그 사실과의 상호관계는 연속적인 것이고 부단히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점이야말로 역사와 사회과학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생각된다는 것입니다.

112-사회과학이 포함하는 인간이란 주체인 동시에 객체이고 연구자인 동시에 연구대상이기 때문이다.

115-나는 역사가란 자기 문제를 신의 조화력 같은 것에 의지하지 않고 풀어나가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역사란 말하자면 죠카없이 노트 트림프놀이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하겠습니다. / 역사가와 도덕가와의 입장은 다른 것입니다.

116-역사가들은 자기 책속에 나타나는 개인들의 사생활에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옆길로 비켜 나설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에게는 따로 할일이 있는 것입니다.

118- [역사가는 재판관은 아니며 사형선고만을 내리는 가혹한 재판관은 더욱 아니다]

119-역사를 쓴다는 구실 하에 마치 재판관이나 된 것처럼 여기서는 유죄 판결을 내리고 저기서는 무죄판결을 내린다는 식으로 법석을 떨면서, 이것이야말로 역사의 직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역사적 감각이 결여되어있다고 인정 되는 것이다.

121-역사가는 도덕적 판단을 제도에 대해서 내릴 것이지 그것을 마든 개인에 대해서 내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정당한 태도입니다. (노예 소유주 개인에 대해서는 심판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로 말미암아 노예 소유제 사회를 단벌한다는 일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122-일자의 불행은 타자의 행복으로서 정당화 될 수 있다는 주장은 모든 정치 속에 깃들여져 있는 것이고, 이것은 똑같이 보수적이기도 하고, 급진적이기도 한 명제 입니다.

126-즉 추상적인 도덕개념에 특수한 역사적 내용이 담겨져 나가는 과정이 하나의 역사적 과정이란 말입니다. 사실 우리들의 도덕적 판단은 개념적인 틀 속에서 행해지는 것입니다만, 그 개념적인 틀 역시 역사적 산물 이외의 것은 아닙니다. / 개념 자체는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겨지는 내용은 시간과 장소의 차이에 따라 역사를 통해서 변해 내려왔습니다.

137-오늘날에 와서는 전번 강연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는 여러 이유 때문에 역사적 [법칙]이라는 말은 이미 통하지 않게 되었고, 심지어는 [원인] 이라는 말조차도 유행에 뒤떨어진 것이되고 말았습니다. / 또 다른 원인의 일부는 그러한 말이 결정론과 연결되고 있다는 생각에 기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138-원인이라는 문제에 대한 역사가들의 연구방식의 제1의 특징은 같은 사건에 대해서 보통 몇 가지의 원인을 듣게 된다는 점입니다.

139-역사가는 많은 원인의 복합체를 취급하는 것입니다. / 제2특징 [알기는 많이 알지만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시험관들의 평이 되겠지요. 진정한 역사가라면 자기가 작성한 여러 원인의목록을 앞에 놓고서는, 그것을 질서지어야 하겠다. 모든 원인의 상호관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거기에 상하관계를 설정해야 하겠다. 혹은 [결국에 가서는], [궁극적으로는] 어떤 원인과 어떤 종류의 원인을 최종 원인, 즉 모든 원인 중의 원인이라고 보아야 할것인가를 결정지어야 하겠다는 직업적인 강박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것에 주체에 대한 역사가의 해석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어떤한 원인을 내세우는가에 따라서 어떠한 역사가인가도 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5. 진보로서의 역사
194-즉 말하자면 완전한 객관성이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에 달린 것입니다. 둘째로 그 역사가는 자신의 비젼을 미래에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따라서 그 안목이 전적으로 목전의 자기 위치에만 국한되어 있는 역사가들보다도 과거에 대한 더욱 깊고 더욱 영속적인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이런 사람들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장기적 시력이라고나 할 수 있는 것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과거를 취급하는 역사가들도 미래에 대한 이해에 접근해야만 비로소 객관성에 접근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오히려 역사는 과거의 모든 사건과 점차적으로 우리들 앞에 출현하게 될 미래의 모든 목적과의 대화라고 말씀드렸어야 했을 것입니다.

200-한 시대에 적합했던 것도 다음 시대에는 변태적인 것이 되고, 그로 말미암아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201-역사에 있어서의 판단의 기준은 [보편적 타당성을 요구하는 원리]가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것]이라는 말입니다.

202-그 때 그 때의 순간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에 유용한 기준도 아니고, 현존하는 것은 모두가 정당하다는 견해애 굴복하는 기준도 아닙니다. 역사상에는 뜻깊은 실패라는 것도 없지 않습니다. 역사는 소위 [지연된 성공]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오늘의 명백한 실패도 내일에는 중요한 공헌을 하게 되는 수도 있는 것입니다.

204-이것은 역사에 있어서의 객관성이라는 것이 우리들의 목전에 놓인 어떠한 고정 불변의 판단기준에 의존하거나 의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놓여 있는, 그리고 역사 코스의 진전과 더불어 발전하는 그러한 기준에만 의존하고 생존할 수 있다는 나의 주장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역사는 그것이 과거와 미래 사이에 일관된 연관성을 확립할 때에만 의미와 객관성을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205-이러한 가치의 차이는 역사적 사실의 차이에서 온 것입니다. 혹은 노예제도, 인종차별, 아동노동의 착취- 한때에는 이 모든 것이 도덕적으로 흠 없는 것 혹은 훌륭한 것으로 인정되었던 것입니다만 -를 일반적으로 부도덕한 일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 준 과거 1세기 반 동안의 역사적 사실을 생각해 보십시오, 가치는 사실로부터 나올 수 없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더라도 일방적인 그릇된 이야기 입니다.

206-우리 환경의 모든 사실을 우리들이 어떠한 모양으로 파악하고 있는가는 우리들의 가치, 즉 우리가 그것을 매개로 하여 사실에 접근하는 여러 카테고리에 의해서 결정 되는 것입니다. / 역사에 있어서의 진보는 사실과 가치와의 상호의존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룩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호과정을 가장 깊이 통찰 할 수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객관적인 역사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7-내가 지난 주에 런던에 갔다는 것은 하나의 사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이것을 보통 진리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가치내용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 역사의 진리의 영역은 이러한 양극 - 가치를 떠나 사실이라는 북극과, 사실이 되고자 애쓰는 가치 판단이라는 남극 -의 중간지대의 어디엔가에 위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 역사가란 사실과 해석, 사실과 가치의 양자 사이에서 몸의 균형을 잡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208-역사는 본질상 변화요, 운동이요 - 만일 여러분이 낡아빠진 말이라고 탓하지 않는다면 - 진보입니다. / 우리들이 온 방향에 대란 믿음은 우리들이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믿음과 굳게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미래의 진보가능성에 대한 신념을 상실한 사회는 과거에 자기들이 이룩한 진보에 대해서도 급속히 무관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의 역사관은 우리들의 사회관의 반영입니다.

210-역사라 것은 인간이 시간의 흐름을 자연적 과정-계정의 순환이라든가 사람의 일생이라든가 하는-으로 보지 않고 인간이 의식적으로 관여하고 또 한 인간이 의식적으로 생각할 때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부르크하르트는, 역사는 [의식의 각성에 의하여 생겨난 자연과의 결렬]이라고 말했습니다.

211-역사는 인간이 이성을 활용하여 자기 환경을 이해하고 환경에 작용해온 긴 투쟁 과정입니다. / 지금에 와서는 인간의 환경뿐만이 아니라 인간 자신에게도 이해와 영향력을 뻗쳐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말하자면 이성의 새로운 차원과 역사의 새로운 차원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 데카르트는 인간을 사고의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자기 자신의 사고를 다시 사고할 수 있는 존재로서, 즉 관찰활동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관찰 할 수 있고, 따라서 인간은 동시에 사고와 관찰의 주체와 객체가 될 수 있는 존재라는 지원을 처음 확립한 사람입니다.

213-개인은 [자기 욕망을 충족시키는 과정 속에서 동시에그 이상의 일을 달성한다. 이러한 일은 그들의 의식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행위 속에 잠재한다.] 그는 또한 세계정신의 합리적 목적에 대해서는 인간은 [합리적 목적을 달성하는 행위의 바로 그 도상에서 이와는 취지를달리하는 그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나가는 계기로 삼는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215-하나는 객관적인, 주로 경제적인 법칙을 따라서 전개되는 사건의 진전이며, 그 둘은 이에 대응하며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서 이룩되는 사상의 발전이며, 그 셋은 이에 따른 계급투쟁의 형태하의 실천이라는 것이며, 이것이 혁명의 이론과 실천에 조합과 통합을 가져다 준다는 것입니다.

218-프로이드가 한 일은 인갠행위의 무의식적인 근원을 의식과 합리적인 탐구 앞에 폭로함으로써 우리들의 지식과 이해의 범위를 넒혀 주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것은 이성의 영역의 확대이며, 자신과 환경을 이해하고 지배해 나갈 인간능력의 증대이며, 따라서 그것은 하나의 혁명적인 그리고 진보적인 업적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219-즉 자기 자신과 역사에 있어서의 자신의 위츠를 - 아마도 이것은 숨은 동기에 속하겠습니다 - 문제나 시기의 선택을 이끌어준 동기를, 사실의 선택과 해석을 이끌어준 동기를, 그리고 자신의 시각을 결정해준 국가적*사회적 배경을, 과거관을 형성해 주는 미래관을 음미하라는 것입니다.

223-인간이 이성의 의식적인 활용을 통해서 환경을 변형시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자기 자신을 변조한다는 일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 인긴과 사회는 의식적인 노력에 의해서 우리 목전에서 스스로 변화기도 했고 변화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226-교육은 개인이 능력과 기회를 넒히고 따라서 개별화의 증대를 촉진함에 있어서 불가결한 강력한 수단입니다만, 그 반면에 이익집단의 수중에 있어서는 사회의 획일성을 촉진시키기위한 강력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229-역사 과정 속에서 발전된 모든 발명, 혁신, 신기술은 여하한 것을 막론하고 긍정적인 면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을 아울러 지녀왔다는 점입니다. 누구건 희생자는 반드시 있었던 것입니다.

230-이 발전에도 지불되어야만 할 희생과 손실이 있고 대결되어야만 할 위험성이 있는 것입니다.

244-[그래도 역시 - 그것은 움직인다]

3. 내가 저자라면

3-1. 줄타기를 하는 저자

A와 B를 이야기 하는 저자, 하지만 저자는 A도 B도 아니다. 그럼 C인가? 그렇다고 C도 아니다. 그렇다면 D? 어쩌면 모두 일런지도 모른다. 저자는 매 장마다 그리고 전체적인 처음과 끝에서도, 시종일관 경계에서 줄타기를 한다. 두발로 안정감 있게 줄 위에 서서 양손으로 두 세계, 혹은 더 넒은 세계를 어루만지며 우리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 준다. 어느 관점으로 떨어질 듯 하지만 어느새 다시 균형을 잡는다. 저자의 이러한 중간자적인 입장이 처음에는 책을 읽기에 많이 혼란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의 이야기의 진전에 따라 줄을 타니, 그 재미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그의 강점이지 않을까 싶다.

3-2. 무거움을 가볍게 터치하기

역사란 무엇인가? 다가서기 어려운 원론적인 주제를 저자는 쉽고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 쉽고 재미있는 비유(몇가지 인상적인 비유들이 있다. 산, 생선, 고래, 클레오파트라의 코, 자동차사고와 담배등의 비유)와 여러 학자들을 통해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역사관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책에서 많은 저자들을 제시하고 주제별로 관점을 달리한 것은 그가 궁극적으로 다가서고자 했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끊임없이 대화하고 진보하고 있는 과정 자체로서의 역사가의 태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리라. 이러한 일관적인 태도 또한 이 책을 읽기에 편안함을 안겨주는 부분이다. 역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다. “지극히 대중적인 태도로 역사이론을 풀어나가고 있다. 아무리 깊은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어나갈 때에도, 이론을 위한 이론이라든가, 추상을 위한 추상이라든가 하는 - 일절의 고답적인 요소를 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한몫하는 것이 따스하고 구수한 그의 말투이다.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이러한 말투로 소해해 낼 수 있다는 것도 참으로 신선했다. 말투도 그를 대중적인 저자로 자리잡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단지 역자의 말투일까. 아닐까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여기서 또한 역자의 표현 “저자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저자의 귀중한 췌취가 배어 있다”을 살펴보면 역자가 어느 정도 저자의 어감을 살려 번역하였다는 것이 느껴진다. 나도 이렇게 따스한 말투로 성폭력피해를 이야기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3-3. 아쉬운점

거시적 관점에서 출발하여 서서히 세분화된 의미로 향하는, 다소 생소한 책의 구성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그때 시대에는 서문이 없었을까? 아쉬운 점은 책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혹은 교도적으로 하는 인물이 아니다. 또한 그가 제시한 수많은 예와 학자들, 그리고 한 학자 사이에서도 각장마다 제시된 관점의 다양성 때문에, 정리가 선명하게 안 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렇기에 서문에서 간단하게 자신이 펼쳐내고자 하는 흐름을 짚어주고, 안내지도를 펴주었다면 책을 읽기에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 저자는 사실보다는 역사가를 조사하고 역사가의 사회적*개인적 환경을 살펴보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성을 알려준 저자라면 책의 한 장 정도는 자신의 삶의 역사와 사회적 배경, 책을 쓰게 된 동기 등을 제시해 주는 센스를 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현장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개인과 사회의 조화와 균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서 반갑고 기대되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정말 놀란 점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출판된 이 조그마한 책 한권이, 내가 현재 설명해내지 못하는 수많은 고민 지점들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활동가 친구들과 함께 읽으며 충분한 토론과 논쟁을 할 수 있는 작은 선물하나를 받은 느낌이다.
IP *.103.13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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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5.09 10:09:01 *.180.48.239
내가 저자라면 참 친절하다.
적절한 비유는 나도 동감, 산이나 자동차사고의 이유는 내용은 잊어도 그 비유는 못 잊을 것 같다.
그리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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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5.09 21:59:46 *.109.237.110
ㅋㅋ 그래서 나 소라언니 비유보러 들어오잖아~~
언니 비유 넘 재밌어.
소라언니, 내가 수첩에 뭐라 적어놨냐면요,
"접신(接神)'의 순간을 많이 만들자."
그러면 하루가 참 재밌어질거 같아.
언젠가 언니에게 그 춤을 꼭 사사 받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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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5.10 10:41:49 *.75.15.205
역사와 사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게로구나. 소라의 역사와 그 역사 속의 사실과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

너야말로 독특해, 군더더기 없으면서... 난 네가 주저 하지 않길 바래.
세상의 용어와 사람들과의 어울림이라는 미명아래 너를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만의 훌륭한 음악과 춤사위를 뻗어나갔으면 좋겠어.

네가 갑갑하게 느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세상의 언어에 너를 융화시켜버리려는 노력에서 오는 불협화음. 네 경험, 네 삶, 네 능력을 마음껏 펼쳐보면 어때? 너가 당당한 소라임을, 이쁜 모모인 것을 확 토해버려. 모든 것은 너로인해 혹은 너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야. 네가 없다면 우리가 사부님이 무슨 소용이겠니? 네 꽃을 활짝 피우는 5월이 되길 바래. 넌 90% 해낸 거야. 마지막 10% 겨우 남았네. 너만이 한단다. 아무도 해 줄 수 없고 오직 너만이 해낸단다. 네꺼잖아. 네 인생이잖아.
무척 이뻐지는 소라의 5월을 위하여 축배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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