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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1일 13시 14분 등록
처음처럼-신영복의 아름다운 세상이야기

나는 3기 연구원들이 읽고 있는 책 몇 권을 똑같이 사서 똑같이 읽고 리뷰하였다. 그것은 내가 먼저 간 연구원으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2기 연구원으로서 아직 끝내지 못한 숙제가 있어서다. 지난 해 선생님이 지정해준 책 모두를 정해준 시간 내에 소화하지 못했고, 이것이 늘 나의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었다. 이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해서 실행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전부 따라할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에 한 달 두 번 정도 실천하려 한다. 우선 맨 먼저 올리려 노력한다. 혹여나 나의 글이 3기 연구원 여러분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 번 주는 정신적 휴양과 마음의 고요에 취하기 위해 손에 잡히는 책, 신 영복 교수의 『처음처럼』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가끔 전해주는 글에 대한 보답으로 동기로부터 선물받은 책이다. 나는 이에 대한 답례로 책 리뷰를 했지만 쉬어 넘기기에는 소중한 내용으로 가득하기에 연구원 정서에 조금이나마 보태려 여기 올리게 되었다. 심연의 바다를 넘어 끝없이 세상을 헤치고자하는 자유의지(自由意志)의 소유자에게 이 책 『처음처럼』은 금과옥조와 같다. 우리 연구원 모든 분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고 늘 처음처럼, 새봄처럼, 새싹처럼 함께 생각하고, 함께 공유하며, 더불어 살고 싶은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처음처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글씨였고, 저자 또한 많이 들어본 사람이었다. ‘처음처럼’은 그 유명하다는 진로 두꺼비 소주의 간담을 서늘케 한 두산 저알코올 소주의 이름이 아니던가. 시장의 지배를 선언했던 진로는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의 소주 진로는 ‘참이슬’로 이름을 바꾸면서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그들 사주(社主)는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스스로를 관리하는 데 소홀했다. 진로그룹은 법정관리라는 비운을 맞보게 되었고, 국민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즈음 우리 곁에 나타난 것이 바로 두산의 ‘처음처럼’이었다.

‘처음처럼’은 처음에는 그리 지명도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진로가 고집한 25도 소주에 맞서 저알코올인 25도 이하의 소주로 시장에 뛰어들자 고객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낮은 도수(度數)는 남자들의 술대명사인 소주를 여성들의 품속으로 전이(轉移)시켰다. 또한 만나면 헤어지고 변절이 판치는 속세의 부질없음을 꾸짖은 ‘처음처럼’이라는 소주명이 젊은이부터 중장년층의 가슴으로 파들어 갔다. 지금도 나는 회식 때 이렇게 외치곤 한다. ‘처음처럼’, ‘끝까지’!!!

『처음처럼』이란 책도 ‘처음처럼’이란 소주와 무관치 않다. 저자 신 영복 교수가 바로 소주 ‘처음처럼’의 제호 글씨와 그림의 원작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원작료로 받은 1억원을 자신이 몸담은 성공회대학교에 전액 장학기금으로 기탁(寄託)한다. 또한 저자는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해 우리의 가슴을 뭉클게 한 사람이다. 저자는 군사정권 치하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어두운 감옥에서 지냈다. 인고(忍苦)의 세월을 뒤로하고 1988년 가석방된 후 출간된 책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다. 이 책은 당시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에도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바 있으며 지난 해 연구원 생활 중 구 선생님의 추천으로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란 책을 읽은 바 있다.

그 책에서도 저자의 대단한 고전(시경,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순자, 묵자, 법가 등)편력을 읽을 수 있었으며, 한 인간의 사색(思索)이 이토록 깊을 수 있을까 놀랐던 적이 있다. 그 책에는 금언(金言)이 가득하다. ‘八十年前渠是我(팔십년전거시아) 80년 전에는 저것이 나더니 八十年後我是渠(팔십년후아시거) 80년 후에는 내가 저것이로구나.’부터 ‘낯선 거리의 임자 없는 시체가 되지 마라’, ‘문사철(文史哲)과 나란히 시서화(詩書畵)에 대한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등이 기억난다.

이 책 『처음처럼』은 신 영복 교수의 〈서화 에세이〉다. 짧은 글 속에 깊은 사색과 삶의 깊이가 되새겨 있다. 먼저 읽은 강의가 중국고전을 들어 삶의 지평을 넓혔다면 이 책은 글의 절제를 통해 삶의 깊은 여운을 우리에게 남긴다. 읽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길다. 한 구절 한 구절마다 이면을 흩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의 맛과 멋을 놓친다. 20여년 세월의 삶의 고뇌와 번민을 녹여 생의 여정에 물을 길어 올렸다. 그는 여기에 자신의 회화를 겹친다. 글과 회화의 연결은 또 하나의 사색거리를 내준다. 한 번의 무거운 인생길에 또 하나의 심오한 마음을 덮는다. 다중사고(多衆思考)의 교감으로 독자를 흡입한다. 나는 이 책의 깊은 바다에 모든 정신과 육신을 적실 수 있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어린 새처럼’은 사랑과 그리움, 삶에 대한 사색, 생명에 대한 외경 등에 관한 글을 담았고, 2부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은 관계, 더불어 사는 삶, 우공이산(愚公移山) 같은 인생의 우직함 등에 대한 글을 모았고, 3부 ‘늘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에서는 성찰, 세계관, 결국은 사람, 그리고 희망에 대한 글을 모았다. 20년의 인고를 거쳐 그동안 세상을 바라본 눈을 종합하여 편집한 에세이 『처음처럼』은 우리 시대 참스승의 한 사람인 신 영복 교수의 인간관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저자는 늘 인간을 좋아했고, 사랑했고, 존귀하게 생각했다. 즉 인간 존엄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은 성찰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처음처럼』은 이렇게 시작한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하루를 새롭게, 내일도 새롭게 늘 새롭게 삶을 만들어가라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시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 ‘처음처럼’을 비롯해 사색의 깊이에 빠져들 수 있는 명구들이 즐비하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는 야심성유휘(夜深星逾輝)는 ‘옷이 얇으면 겨울을 정직하게 만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 글귀는 구 선생님이 보내주신 편지내용에도 있었다. 어두운 밤을 탓하지 말라. 그 밤이 너희들을 더욱 빛나게 할지니. 어둠은 곧 더 밝은 빛을 얻기 위한 초석이라는 뜻이다.

“인생의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냉철한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이 그만큼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입니다. 현장이며 숲입니다.” 이는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통하는 세상이 앞으로 펼쳐질 것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가슴으로 느낀 것을 실천하는 실행력이다. 말보다 실천을. 그래야 무엇인가 가시적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알릴 수 있다. 마치 ‘책을 좋아하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이 좋고 책을 읽는 것보다 책을 만드는 것이 좋다.’라는 글귀를 연상케 한다.

“자유는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자유는 구속의 반대가 아니다. 자유는 자기에 대한 처절한 구속이다. 자신에 대한 까닭이 없다면 그것은 자기가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유이고자 하거든 자기를 갖고서 자유를 달라고 말해야 한다. 자기가 없는 상태는 자기에 대한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자유는 아무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자유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림은 ‘그리워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릴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그림이란다. 그림은 그리워하는 대상이 없으면 그릴 수 없다. 우리 자녀가, 화가가 캔버스에 그리는 그림은 그리워하기 때문에 그리는 것이니 내가 상대의 그림 속에 들어가려면 상대로부터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 말은 진리처럼 들렸다.

“사람은 삶의 준말입니다. ‘사람’의 분자와 분모를 약분하면 ‘삶’이 됩니다. 우리의 삶은 사람과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장 아픈 상처도 사람이 남기고 가며, 가장 큰 기쁨도 사람으로부터 옵니다.” 과연 그렇구나. 글자를 좋아하는 나로서 감탄이 절로난다. 그러나 가장 아픈 상처를 주는 사람도 사람이라는 말에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만 만날 수 없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알게 된다. 우리는 관계의 울타리에 외워 쌓여 있기에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상대의 가장 기쁨을 주는 사람이라면 상대로부터 가장 아픈 상처를 주는 사람으로부터는 비켜갈 수 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함께 비를 맞지 않는 위로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위로는 위로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위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이는 리더의 본질을 연상케 한다. ‘돌격하라’가 아니라 ‘나를 따르라’가 연상된다. 저자는 이를 한마디로 응축했다. ‘더불어 숲’이라고. 손잡고 더불어 가자고. 더불어 참뜻은 공유하는 것이라고. 함께 가는 것은 그래서 아름답다.

저자는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관계 맺음의 진정한 의미는 공유입니다. 한 개의 나무의자를 나누어 앉는 것이며, 같은 창문에서 바라보는 것이며, 같은 언덕에 오르는 동반입니다.” 더불어 만남(관계맺음의 시초)의 장소는 바깥이라고 한다. “만남은 바깥에서 이루어집니다. 각자의 성(城)을 열고 바깥으로 걸어 나오지 않는 한 진정한 만남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갇혀 있는 성벽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인간적인 만남의 장은 언제나 바깥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부여잡는 커다란 담을 허물지 않고는 진정한 만남이 있을 수 없으며 결국 관계맺음에 실패하리라는 뜻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되새겨볼 글귀다.

중지동천(衆志動天) “많은 사람들의 뜻이 모이면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 중지가 곧 하늘의 뜻이라고 읽어야 옳습니다. 왕보다는 사직이, 사직보다는 민(民)이 더 중하기 때문입니다.” 세태의 불경(不敬)을 점잖게 꾸짖는 말이다. 민심을 이반하고 민초의 가슴을 짓누른 억압에 대한 경고다. 억지는 억지를 낳는다. 칼은 칼을 부르고, 총은 총으로 종말을 고한다. 진정한 영원(永遠)은 따뜻한 가슴에서 피어오르며 민초들의 중지에서 나온다.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갑니다. 세상 사람들은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입니다.”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은 스스로 현명하다고 말하지만 진정 현명한 사람은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는 사람이다. 그래야 세상의 변화를 읽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세상에 자신을 맡기는 사람들만으로 가득하다면 세상의 변화는 멈추며 궁극적으로 퇴보한다.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공존의 철학이 화(和)입니다. 반대로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동화하려는 패권의 논리가 동(同)입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은 공존과 평화의 원리입니다.” 상호 윈윈(Win-Win)하는 것이 화이며 역설적으로 상대를 차별하는 것이 동이다. 내가 네가 아님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으나 내가 네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 일이 공존과 평화의 첩경이다. 우리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미워하면서부터 폭력과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알고 있다.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주역 사상의 핵심입니다. 궁극에 이르면 변화하고, 변화하면 열리게 되며, 열려 있으면 오래 간다는 뜻입니다. 양적 축적은 결국 질적 변화를 가져오며, 질적 변화가 막힌 상황을 열어줍니다. 그리고 열려 있을 때만이 그 생명이 지속됩니다. 부단한 혁신이 교훈입니다.” 세상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문제는 타의에 의한 변화냐 스스로에 의한 변화냐의 차이이다. 변화는 자의에 의한 변화일 경우에 의미가 있으며 그래야 통(通)과 직결되고, 오래갈 수 있다. 변화와 혁신은 중단 없는 진보이다.

“어제가 불행한 사람은 십중팔구 오늘도 불행하고, 오늘이 불행한 사람은 십중팔구 내일도 불행합니다. 어제 저녁에 덮고 잔 이불 속에서 오늘 아침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어제와 오늘 사이에는 ‘밤’이 있습니다. 이 밤의 역사는 불행의 연쇄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입니다. 밤의 한복판에 서 있는 당신은 잠들지 말아야 합니다. 새벽을 위하여 꼿꼿이 서서 밤을 이겨야 합니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짙은 어둠 속에서만이 찬란한 빛을 발할 수 있다. 그 기회를 칠흑 같은 밤에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 잠들 수 없다. 희망을 얻기 위해서 꿋꿋하게 밤을 지켜야 한다. 언젠가 다가올 새벽에 떳떳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첩경과 행운에 연연해하지 않고 역경에서 오히려 정직하며, 기존(旣存)과 권부(權富)에 몸 낮추지 않고, 진리와 사랑에 허심탄회한, 그리하여 스스로 선택한 우직함이야말로 인생의 무게를 육중하게 합니다.” 저자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20년의 영어(囹圄)의 세월 속에서 이 글귀가 그를 오늘날의 자신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권력의 총부리에 굴하지 않고 인간의 사상적 자유를 거부하는 무리에게 무릎 꿇지 않는 당당함이 배어있다. 자신을 버린 자가 어찌 자신의 무게를 느낄 수 있겠는가.

‘석과불식(碩果不食)’은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씨 과실은 ‘먹히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희망의 언어’입니다.
무성한 잎사귀 죄다 떨구고 겨울의 입구에서 앙상한 나목으로
서 있는 감나무는 비극의 표상입니다.
그러나 그 가지 끝에서 빛나는 빨간 감 한 개는 ‘희망’입니다.
그 속의 씨가 이듬해 봄에 새싹이 되어 땅을 밝고 일어서기 때문입니다.
그 봄을 위하여 나무는 엽락분본(葉落糞本) 잎사귀를 떨구어 뿌리를 거름하고 있습니다.

이 글귀가 마지막이다. 이 책은 『처음처럼』으로 시작하여 『석과불식』으로 끝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관된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역경(逆境)일 것이다. 저자는 이 역경을 견디는 방법으로 『처음처럼』을 내세워 초심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수많은 처음을 만드는 길만이 역경을 이기는 비책임을 알고 있었다.

‘수많은 처음’을 지속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깊은 삶의 ‘성찰(省察)’이 필요하며, 나목의 잎사귀를 떨구고 자신을 냉정히 직시하는 자세가 『석과불식』의 진정한 의미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처음처럼』과 『석과불식』은 동일한 뜻이다. 초심의 흔들림 없는 자세를 견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처음을 만들어야 하며 이러한 자세가 궁극적으로 희망의 언어인 먹히지 않는 씨가 된다.

어느 곳에선가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었다. “신 영복 교수의 글을 읽다 보면 그 글이 아주 길거나 짧더라도 어김없이 긴 여운을 남기는, 혹은 되풀이해서 자꾸만 읽게 되는 글귀를 만나게 됩니다. 이 책은 그동안 발표된 신 영복 교수의 글 중에서 삶을 사색하고, 뒤돌아보고, ‘더불어’ 체온을 느끼게 하는 글들을 그림, 글씨와 함께 엮은 것입니다.” 맞는 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삶의 깊이를 체험한다. 글이 주는 여운은 글이 사람에게 전하는 또 다른 묘미이다. 그 묘미를 이 책에서 만끽하게 된다. 고요의 바다를 넘어 삶의 심연속에 외둘리는 기분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우리는 물질의 외투와 욕망의 속옷을 입고 살지만 간혹 이 모두를 벗어던지고 정수(淨水)로 육신의 때를 씻을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 우리의 마음은 ‘처음처럼․ 하나가 되어․ 다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구가할 수 있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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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7.05.11 13:13:55 *.227.22.57
'어제 저녁에 덮고 잔 이불 속에서 오늘 아침을 맞이하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자꾸만 마음을 끄네요. 연구원 자체 과제만으도 숨 넘어갈 듯 하지만 당장 달려가서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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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5.11 13:32:41 *.75.15.205
하무요. 내가 내년에 선배처럼 된다면 내 인생(연구원은 물론)은 성공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 데...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촌티나게 또박또박 걸음마를 배우듯 공부하더니만 기어코 일을 내고 마시네. 수료 전 겨울부터 글이 맛있어 지더니만, 이제는 물오른 수목이다. 글마다 싱싱하고 윤기나는 잎파리를 새롭게 돋운다. 도샘은 지금 청춘이다! 처음처럼...(처녀처럼...) 난 도명수 후배다! 야호~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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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5.12 08:28:33 *.72.153.12
선배님, 리뷰를 읽는 동안 신영복님의 글을 읽는 것처럼 차분해졌습니다. '처음처럼'의 마력일까, 선배님의 신장일까 궁금해집니다.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드시네요.
'어리석은 사람의 세상 변화 이야기'와 '어제 덮고 잔 이불'은 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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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7.05.12 10:07:22 *.18.196.23
종윤님 선생님책 읽는 동안 머리 식힐 때
한 번 읽어보세요. 사고의 바다를 경험합니다.

써니님 어찌 나를 그리 잘압니까. 겁나게 무섭네
하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젊은 것은 사실이여요.
물오른 수목은 비유로 어울지지 않네요.
물오르려면 아직 멀었거든요..

정화님 처음처럼 초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정화님의 역사의 흔적이 되지 않을까요.
어제 덮고 잔 이불을 걷어차는 용기가
오늘의 다른 내일을 만들겁니다.


정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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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7.05.12 12:11:58 *.67.52.195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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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7.05.12 15:48:19 *.165.140.138

<처음처럼> 을 잔에 따라 마셔야겠습니다. 캬... 낮에 한잔 마셔볼까요?? ^^ 소주한잔 생각나게 만드는 담백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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