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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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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8일 15시 11분 등록

요즘 들어 영사매 페이퍼진에 가입한 이후 열혈 편집짱인 이현수님의 열정에 감복하여 관람한 영화에 대해 꼬박꼬박 영화잡담을 늘어놓고는 있으나 솔직히
정말 누구한테든 자신있게 원추할만한 영화는 별로 없었던게 사실이다.

오랜 공백끝에 드디어 강력하게 원추할만한 영화를 만나게 되었으니 매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듯이 한번도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픽사의 다섯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이 그 주인공이다. 매번 픽사의 작품을 보기전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지만 보고나면 항상 광신도가 될 수 밖에 없으니 이를 어쩌랴..ㅋㅋ

아마도 올 겨울은 이 영화를 필두로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에게는 천국의 나날들이 될 것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샤크, 폴라 익스프레스 순으로 기대치를 높여가고 있다..^^)

내가 유일하게 구독하고 있는 류기혁님은 이 영화에 대해 '적어도 돈내고 볼만한 영화' 정도로 평가하고 있으나 일견 수긍이 가면서도 갠적으로는 워낙 영화를 많이 보신 경험이 반영된 박한 평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짧은 글로 영화에 대한 느낌을 명쾌하게 전달하는 류기혁님의 영화평은 정말 일가견이 있다..^^)

이 영화의 주요 캐릭터인 인크레더블 가족을 위시하여 냉각기술의 달인 프로존
슈퍼히어로 전담 괴짜 패션 디자이너 에드나, 헛된 공명심에 사로잡힌 어설픈 악당 신드롬,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넘은 섹시함을 보여주는 미라지 등은 역할의 비중과 상관없이 독특한 개성으로 똘똘 뭉친 매력덩어리 그 자체다.(직접 확인들 하시고 나중에 댓글로 자신만의 최고 캐릭터를 선정사유와 함께 댓글로 남겨주기 바란다..ㅋㅋ)

고뇌하는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모습에서 스파이더맨 2에서의 토비 맥과이어를
엘라스티 걸의 모습에서 '엑스맨' 최고의 캐릭터 미스틱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고 위력적인 괴물머신은 아예 통째로 스파이더맨 2의 닥터 옥터퍼스의 기계버젼이며 프로존은 초능력자도 예술적 감각을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당근 '에드나'다. 어설픈 첩보영화에서 꽤 자주 비중있는 조역으로 등장하는 키작은 노년배우를 기억하시는가. 분명 에드나는 그 배우를 모델로 탄생한 캐릭터일 가능성이 높다. (훗날 브래드 버드에게 물어보리라.감독이 직접 에드나의 목소리를 담당하기도 했단다..^^)

앙드레김을 능가하는 개성있는 외모,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슈퍼히어로 패션에 왜 망토는 피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관객들 모두가 뒤집어진다..ㅋㅋ), 슈퍼히어로 개개인의 특성을 감안한 유연한 설계, 그러면서도 인크레더블 가족의 정체성을 감안한 통일된 색감과 디자인을 연출해 내는 개성만점의 캐릭터 에드나는 정말 빛나는 조역이 아닐 수 없다. (모두 에드나에게 박수!!)

웬만한 영화 매니아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유명 실사영화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따왔음을 눈치챌 것이다. 스파이더맨 2, 007 시리즈(특히 나를 사랑한 스파이), 스파이 키드, 엑스맨 등이 대표적인데 더 많은 영화리스트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한건 당 영화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새로운 상상력이 덧붙여지면서 아주 멋지게 재창조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건 말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음이니 직접들 확인하시라.. 이미 언급했던 영화외에도 감독이 참조했을 또 다른 영화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심심치 않으리라.. 역시 댓글로)

솔직히 전문가가 아닌 이상 픽사가 선사하는 기술적 진보를 정확히 집어내는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문외한인 우리도 우리들만의 관점에서 픽사의 노력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을듯하다. 악당 신드롬의 기지가 있는 섬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 보여지는 실감나는 숲의 질감이나 엘라스티걸이 잠수겸용 비행기를 타고 수중으로 침투하며 기지로 들어오는 장면에서 물이 빠지는 장면 등은 이제까지 보아온 디지털 영상에서 분명 진일보 했음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아마 주위사람들이 '인크레더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얘기해 보라고 하면 대부분 슈퍼히어로 가족이 악당들을 물리치는 영화'라는 아주 무미건조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별로 특별한게 없는 영화로 판단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하겠다. 나도 류기혁님의 평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큰 틀에서야 그 말이 틀릴게 없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과 각각의 에피소드가 쏟아내는 상상력의 잔치를 지켜보고 있자면 픽사 애니메이션의 위력이 믿을 수 없는 첨단기술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여러분이 슈퍼히어로이고 가족들도 모두 그런 존재들이라고 생각해 보자. 과연 어떤 상황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족을 가장 힘들게 할 것 같은가? 슈퍼히어로를 위협할 정도의 무시무시한 악당이 나타나는 것? (그럴지도 모르겠다.ㅋㅋ)

그러나 이 영화의 감독 브래드 버드는 슈퍼히어로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로 이런 설정에 이 영화의 매력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슈퍼히어로 가족의 분투기이지만 결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다를게 없다는 얘기다.

인크레더블 가족들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벌이는 헤프닝은 평범한 가정에서 흔히 전개되는 아이들간의 평범한 다툼이 얼마나 기상천외하게 달라질 수 있는지 확실히 증명해 준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다시 몸짱으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는 장면도 그 내용상의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즐거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난 후 여전히 특별한 존재들이지만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슬기롭게 체득한 인크레더블 가족들의 행복한 미소가 결코 진부한 교훈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직은 이 가족들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다른 사람과 슬기롭게 살아가는 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추신 : 요즘엔 이 말보다는 뱀발이라고 마니 하더군요..ㅋㅋ

영화 시작전에 픽사가 서비스로 제공하는 단편영화 '바운딩'이 상영되는데 많은 분들이 이게 도대체 예고편인지, 본편의 서두인지 헷갈려 한다. 어떤 관객의
표현대로 이번 서비스 단편의 품질은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아이들은 다를수도..)

암튼 헷갈리지 마시고 넉넉한 마음으로 봐주시라.

이 영화의 작가 겸 감독 브래드 버드는 픽사가 이미 배출한 토이스토리 1,2의 천재감독 존 래스터의 뒤를 확실히 이을 재목임에 틀림없다. 이런 감독을 과감하게 발탁하고 밀어주는 픽사 스튜디오의 저력이 유지되는 한 우린 매년 그들이 내놓는 새로운 작품에 계속 열광하고 성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IP *.140.14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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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윤
2007.04.08 23:06:25 *.254.149.66
인크레더블 가족의 저녁식사 장면을 이번에 새롭게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특히 엄마가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장면에서 입을 씰룩거리는 모습을 보고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감탄이 터져 나오더군요. ㅎㅎㅎ 특히 저녁 식사 장면을 언급하신 것에서 아기 아빠의 따뜻함이 느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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