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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9일 05시 57분 등록

4월 지정 작가의 책 4권을 구입하러 문고에 들렀다가 2권을 먼저 사가지고 오면서 우선 먼저 수필 같은 느낌에 제목이 끌리고 비교적 두께가 덜하며 잘생긴 작가의 작품을 먼저 읽었다. 딴엔 가장 최근판인 미테랑 평전을 읽고 싶었지만 슬그머니 내려놓고 말았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했기 때문이다. 4월 한 달 생각만 해도 끔직하고, 안 그래도 체기가 있는데 저자며 이들의 많은 책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시중에 나와, 비중 있는 위치에서 당당히 저력과 무게감 있게 자리한 것을 보고서 짓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에디터에서 2005년 11월 처음 발행한 이 책은 내용보다 앞의 서론이 더 무게감을 준다. 책 전체 내용이 서론에 다 담겨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저자의 모든 사상과 결정체와 내용이 총망라 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서론이 다소 어려워 여러 번 읽어야 했다. 하지만 내용으로 들어가면 앞의 서론 부분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나 제안들을 풀어놓았다고 할 수 있기에 서론을 잘 이해하면 저자 아탈리에 대한 이해와 그의 견해를 잘 살필 수 있다.

또한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주섭일(언론인, 전 한국사민연 공동대표)이 저자에 대한 많은 설명을 비교적 자세히 담았기에 저자에 대한 탐구에 많은 도움이 되며, 추천의 글(박영호 :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짧은 형식적 인사가 아니라 저자와 저자의 사상을 유감없이 전개해 놓았기에 그대로 인용하며 저자에 대한 탐구를 한층 넓힐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가 우리와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고 독자층이 두터우며, 21세기를 준비하는 모두에게 그만큼 역량이 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하여-
아탈리의 ‘21세기 신 유토피아’ (실용적 유토피아: 시간재화)


1. 저자에 대하여

자크 아탈리 Jacques Attali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이며 프랑스 최고 정책 입안과 결정에 관여한 고위 경제 관료이었고,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의 학자 겸 유명한 저술가이다.

1943년 알제리에서 태어나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공학, 에콜 드 민에서 토목공학, 시앙스포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최고 지도자 양성소인 ENA(국립행정학교)를 거쳐 1972년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음. 이후 1985년까지 에콜 폴리테크니크와 파리 9대학, 소르본대학 등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1974년 30대 초반에 미테랑 당시 사회당 당수의 경제 고문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하였다.

이 책에서 세계와 유럽이 가는 방향이 어디이며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제시하고자 하는 저자 아탈리는, 인터넷의 발견을 콜럼버스의 북미대륙 발견에 비견하며, 재화(財貨)를 세 가지 즉, 물질재화ㆍ정보재화ㆍ시간재화로 나누어 미래 경제의 방향을 나타내고, 특히 시간재화를 미래에 가장 중요한 재화로 강조한다. 시간이야 말로 장차 인류의 최대 상품이 되리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 책에서 현존하는 영국ㆍ미국ㆍ독일ㆍ프랑스나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그가 창조한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를 주장하고 있는데, 그의 신(新)사회민주주의는 과거와 현재의 구태의연하며 식상한 사회민주의의 비판을 극복하는, 첨단 디지털 시대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현실에 적용 가능하며 실제적 도움이 되는, 실용적 ‘21세기 신(新)유토피아로 그와 그를 추종하는 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제학자이며 프랑스 경제 정책 고문이기도 했던 저자는 현재 세계 경제의 흐름인 시장민주주의의 불안전성과 불합리한 점들을 우려하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의 세계 경제에 미치는 시장이 주는 폐해와 그로인한 인간 소외를 극명하게 역설하며, 보다 나은 인간의 질적 삶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민주주의로 모색으로 양질의 시간 재화의 확장을 통한 “인간적인 길”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체적인 궁극의 삶에 이르기에 무엇보다 책임 있는 정당정책의 중요성과 지적 제시를 촉구하고 있다.

더 많은 저자에 대한 이해를 위해 [중앙일보] 배명복의 <석 달 만에 또 한국에 온 자크 아탈리>란 제목의 2007. 1. 31자 칼럼을 소개하니 참고자료로 활용해 보면 좋겠다.

⌈1980년대 프랑스인들 사이에 이런 농담이 있었다고 한다. 만일 시험 성적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누가 가장 유리할까. 자크 아탈리(63)였다. 그가 한 군데만 합격해도 수재 소리를 듣는다는 프랑스의 그랑제콜을 네 군데나 나왔으며, 수학ㆍ과학 분야 최고 영재들이 몰리는 에콜폴리테크니크를 시작으로 에콜데민(토목학), 시앙스포 파리(정치학)를 거쳐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하고 이어 소르본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탈리는 40여 권의 저서를 냈고,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전 세계적으로 600만 부 이상 팔렸다. 우리는 보통 그를 세계적 석학, 문명비평가, 미래학자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부른다. 그와 같은 '지적 유목민'에게 어울리는 마땅한 호칭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가 2007년 2월 1일 석 달여 만에 한국을 다시 방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비전 2030 국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소가 주관하는 이 포럼에서 그는 노무현 정부가 제시한 ‘비전 2030 프로젝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매일경제가 주최한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왔던 것이 지난해 10월이다. 21세기 들어 그의 방한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한국의 미래에 대한 그의 전망은 밝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이다. 이번 방한을 앞두고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금의 두 배가 되는 2025년께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되고, 2050년께는 세계 최강국 대열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정보통신ㆍ로봇ㆍ인터넷 등 미래를 선도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역량,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혁신능력, 문화적 역동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처럼 아탈리에게 열광하는 국민도 드물다. 그의 저서 중 이미 열 권이 번역됐고, 대부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한마디라도 듣고 배우겠다며 앞다퉈 초청장을 보내오는 한국인들이 그로서는 놀라울 것이다. 한국인에 대한 '팬 서비스'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미래에 대한 그의 찬사는 듣기 민망할 정도다.

한국의 미래를 밝게 보는 사람이 아탈리만은 아니다. 지난해 초 '다이아몬드 딜레마'란 책을 쓴 독일인 타릭 후세인은 한국을 다이아몬드 원석에 비유했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부즈앨런해밀턴의 한국사무소 이사를 지낸 그에 따르면 한국은 빛이 나지 않으면 이상한 나라다. 이 책의 영어판 출간에 맞춰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서평을 크게 실었다.

아탈리는 지난해 10월 출간한 ‘미래의 짧은 역사’에서 향후 60년 동안 세계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5000년 전 중동에서 시작해 지중해와 북해를 거쳐 아메리카로 옮겨간 세계의 중심이 현재는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러 있다고 그는 진단한다. 향후 20~30년 내 미국이 쇠락하면서 그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 간다는 것이다.

그 후 세계는 한국ㆍ중국ㆍ일본ㆍ인도ㆍ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5개국과 호주ㆍ러시아ㆍ브라질ㆍ남아공ㆍ멕시코 등 11개국이 주도하는 다극(多極)체제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이어 시장논리 앞에 국가ㆍ민족ㆍ도덕이 의미를 상실하는 ‘거대제국(hyper empire)’과 시장의 온갖 갈등이 분출하는 ‘대충돌(hyper conflict)’의 시기를 거쳐 ‘초국적 민주주의(hyper democracy)’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장밋빛 미래가 그냥 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보장제도, 외국인에 대한 폐쇄성, 저출산, 북한 문제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아탈리는 지적한다. 후세인은 정부 규제, 강성 노조, 재벌 중심 경제구조의 세 가지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한국이 찬란한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가 될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으로 끝나고 말지는 한국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1981년 사회당 정부의 집권 이후 1991년까지 미테랑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총재직을 역임했다. 현재 국제컨설팅회사인 ‘아탈리&소시에’의 대표와 빈곤 퇴치를 위한 국제기관인 플래닛 파이낸스의 회장을 맡고 있다.

아탈리는 매우 독창적인 관점에서의 역사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탁월한 비전을 제시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소리: 음악의 정치경제학> <지혜에 이르는 길- 미로> <밀레니움- 변화하는 세계 질서의 승자와 패자> <영생> <카니발의 질서- 의학의 정치경제학> <21세기 사전> <인간적인 길>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마르크스 평전> <미테랑 평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40여 권이 넘는 저서가 있다.

“좌파가 되든지 혹은 우파가 되는 것은 얼간이가 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과 다름없다. 실제로 이 둘은 모두 도덕적 반신불수 상태에 빠져 있다. 게다가 이들 단어 사용을 고집하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거짓된 ‘현실’을 더욱 거짓되게 만드는데 기여할 뿐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파가 혁명을 공약하고 좌파가 폭정을 부추기고 있는 사실에서 보듯이, 우리는 이 두 낱말이 가리키는 원래 의미의 정치를 거꾸로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대중의 반역>(1930년)에서-

[감수와 추천인이 말하는 저자 아탈리]

감수의 글/
‘현세의 파우스트’ 아탈리의 ‘새로운 유토피아’
자크 아탈리는 그의 저서 <21세기의 사전>과 <박애(博愛)>(한국에서 <합리적인 미치광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이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판되었고, 기사 ㆍ칼럼ㆍ인터뷰 등으로 숱하게 언론에 보도되어 새삼스럽게 소개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미래학자라기보다는 인문사회과학ㆍ경제학ㆍ자연과학ㆍ문학ㆍ영화ㆍ연극ㆍ패션 등을 아우르며 입체적인 만능석학(萬能碩學)의 경지에 도달한, ‘21세기의 파우스트’로 지칭되는 인물이다. 흔히들 중세유럽에서 학문과 예술에 대한 종합적 지식인으로 꼽는 인물이 괴테의 작품에 등장하는 파우스트인데, 아탈리는 현세의 파우스트처럼 끊임없는 연구와 성찰, 그리고 취재를 통해 세계와 유럽이 가는 방향이 어디이며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짚어주고 있다. P223

미래를 예측하는 소설로도 유명한 아탈리는 <복제인간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단편에서 2037년에 세계주식시장이 붕괴한다고 예고하기도 했으며, <21세기 사전>에서는 인류가 1만년 정착생활을 끝내고 첨단 통신장비로 무장해 지구촌을 떠도는 유목민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터넷의 발견을 콜럼버스의 북미대륙 발견에 비견한 그는 재화(財貨)를 세 가지로 나누어 미래경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물질재화ㆍ정보재화ㆍ시간재화가 그것으로, 아탈리는 특히 시간재화를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재화로 지목한다. 시간이야말로 장차 인류의 최대 상품이 되리라는 것이다.

<인간의 길>에서 아탈리가 특히 시간재화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또한 인간관계의 개념을 집중적으로 부각한 것은 모두가 주목할 핵심이다. 그가 미래세계의 근본문제를 풀기 위해 사회 민주주의를 추천한 것은 탈(脫)이념 시대에 적절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아탈리의 사회민주주의는 현존하는 영국ㆍ독일ㆍ프랑스나ㆍ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그가 창조한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이다. 그래서 그의 신(新)사회민주주의는 과거와 현재의 ‘낡고 졸렬한’ 사민주의를 비판적으로 극복하고 첨단 디지털 시대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현실에 적용 가능한 실용적 유토피아라고 평가할 수 있다. p224

그는 1974년 사회당 당수 프랑수아 미테랑의 정치경제 특별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81년 5월 대통령에 당선돼 집권한 미테랑의 측근이자 사회민주주의 이론가이면서 실천가이기도 했다. 그는 1990년 3월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 동구개발은행(EBRD) 총재로 임명되어 미테랑과 정치를 떠났지만, 멀리서 프랑스 중도좌파의 자문역을 해온 탁월한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그가 프랑스 사회민주주의의 경험을 토대로 유럽과 세계 차원의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제안함으로써 21세기형 중도적 온건좌파의 새 모델을 창출한 것이 새 저서 <인간적인 길>이다.

<인간적인 길 -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하여>는 서론과 총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도래할 세계의 모습’에서는 시장이 지배하는 현실세계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도덕적 전체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제3차 세계대전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제2장은 프랑스 현실에 대한 분석으로, 이 나라의 복잡사회가 자유와 번영을 어느 정도 관철한 듯 보이지만 내부로부터 폭발위험이 표출되고 있다며 노인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3장은 ‘낡고 어설픈 사회민주주의’에 철저한 비판을 가해 신사회민주주의의 긴요함을 일깨운다. 4장에서는 ‘인간적인 길’이 무엇인가에 관한 심오한 성찰을 통해 자신의 새 이론을 전개하고, 특히 시간재화(時間財貨)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영국의 토니 블레어와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등이 실천하고 있는 시장 사회민주주의가 벽에 부닥쳐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21세기의 새 가치관이자 해법의 원칙으로 제안한다. p225

그러면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아탈리는 제5장에서 답하고 있다. 그는 ‘핵심 개념’으로 인간관계들, 언어들, 네트워크를 먼저 설명하고 근본재화들을 지적하며 사회적으로 유익한 행동들, 인간관계의 자산과 환경, 인간관계의 경제 등을 내용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6장)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10대 과제들’을 제기하고 해법까지 내놓는다.

‘민족을 다시 생각하자’에서 ‘세계정부의 탄생을 지원하자’까지 열 가지 과제에 대한 아탈리의 해법에는 그의 말대로 유토피아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 그러나 아탈리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영국의 현실 속에 실현된 것이 불과 300년 뒤라고 지적한 바와 같이, 그의 유토피아도 짧은 시간에 달성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인간적인 길 -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하여>는 아탈리의 ‘21세기 신(新)유토피아’ 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p226

추천의 글/
아탈리는 프랑스 사회당의 이론가요 사상가일 뿐만 아니라 미테랑 대통령의 주요 보좌관으로 11년 동안이나 재직하며 현실정치의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해박한 지식과 실천적 경험을 겸비한 그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목말라 하고 있는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시한다. P5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우리는 세상을 어떤 지향과 대안을 가지고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 세계의 많은 지식인들과 정치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이 문제를 아탈리는 이 책에서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p4

현실화될 수 있는 유토피아에 대한 믿음을 지닌 저자가 생각하는 대안적 사회의 윤곽은 어떤 것일까? 아탈리는 그 키워드로 ‘인간적인 길’ 을 제시한다. 그것이 프랑스의 사회당이 가야할 길이라는 것이다. <인간적인 길>이란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사회로 가는 길이다.
시간은 생산ㆍ공급ㆍ교환ㆍ판매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귀중한 재화다.
그리고 시간은 창조적이고 자유롭고 유용하고 가치 생산적이거나 우애(友愛) 있는 방식으로 사용될수록 더 커다란 값어치를 갖게 된다. p7

따라서 그는 시간을 ‘양질의 시간’과 자유롭게 사용되지 않는 ‘불량한 시간’으로 구분하고 있다. 양질의 시간은 생명을 향해 활동하며 세계를 풍성하게 하고, 불량한 시간은 죽음을 촉진하며 세계를 타락시킨다고 보면서 양질의 시간을 확대하는 것이 인간적인 길이라고 주장한다. p7

아탈리는 자신이 제시한 인간적인 길로 가는 실천행위에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라는 명칭을 붙였다. 그가 그리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는 자유 속에서 인간적인 길로 나아가게 하고 ‘양질의 시간’을 고취하는 대의제(代議制)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시장사회에서 해방된 새로운 체제를 의미한다. 아탈리는 자신의 새로운 사회민주주의가 시장사회민주주의와 구별되는 것은 시장 상품과 공공서비스에 대한 모두의 평등한 접근을 제안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벗어난 영역을 확대하고 인간의 책임성을 강화하며 시간 사용에 있어 상업적인 것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를 발견하도록 돕는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한다. p8

아탈리에 의하면 정치의 목적은 시간의 새로운 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무상제공의 사회를 꿈꾸고 있는데, 인간 본질이 총체적으로 상품화되는 함정을 피하고 노동의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사물과 서비스가 시장을 벗어남으로써 돈과의 교환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본다. 노동이 매매 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행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에게도 노동은 부와 즐거움을 동시에 창조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p8

아탈리는 책을 마치면서 “오늘날 우리는 하나의 새로운 유토피아에 진입하기 위한 선사단계, 다시 말해서 인간적인 길로 접어들기 위한 길목에 서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마르크스가 ‘정치경제학비판 서문’ 에서 했던, ‘인류의 선사가 자본주의와 함께 끝나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언급을 상기시킨다. ‘양질의 시간’ 이라는 개념도 마르크스의 ‘가처분 시간’ 개념을 떠오르게 한다. 결국 아탈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는 어쩌면 마르크스가 말한 공산주의의 21세기 판 버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간적인 길>은 시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탁월한 분석과 통찰력, 현실 정치ㆍ경제ㆍ사회 문제들에 대한 정확한 인식, 그리고 양심적인 지식인의 인간적 사회에 대한 믿음 등이 매우 인상적인 책이다. p9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역시 프랑스에서 나올 수밖에 없구나 하는 부러움 섞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사상도 생시몽, 푸리에, 프루동 등 프랑스의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에게 많은 부분 빚진 것이 아닌가?
인간적인 길은 무엇보다 사회주의 이념이 현실에서 실패한 후 사회민주주의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이론적 전통에 묶여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근본주의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다. p5

이 책은 프랑스의 정치상황의 변화 속에서 프랑스 사회당이 안고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시장과 민주주의의 역상관관계를 명확하게 서술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장은 개인적 성공을 옹호하고 있는 반면, 민주주의는 평등과 다수의 결정에 승복해 더불어 살아가는 데서 오는 유익함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양자의 관계는 모순적이다. 시장이 민주주의를 지배하게 되면 시장민주주의가 되는데 그것은 다시 시장사회로, 시장사회는 상품사회로 전락해버림으로써 필연적으로 도덕적 전체주의가 등장하게 된다. p6

아탈리는 시장민주주의, 시장사회와 민주주의 간에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세계 제3차 대전이라고 규정하며, 이미 테러리즘을 통해서 전쟁은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는 현재 시장의 혜택을 가장 잘 받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인 프랑스도 이 같은 구도 속에서 파열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p6

겉으로만 볼 때 프랑스 사회당은 그토록 백안시되고 배격당하는 ‘사회주의’라는 이름을 유럽에서 거의 유일하게 고수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사회당의 사회민주주의로의 편향은 이미 오래전에 확인된 명백한 사실이라고 한다. 저자가 보기에 오늘날 프랑스 좌파는 실업률보다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에, 빈곤을 극복하는 것보다 세계화에 가담하는 것에, 사회적 소외를 막는 것보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쪽으로 변했다. 그러나 세계의 다른 민주적 좌파 정당들과 달리 이들은 유토피아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성취해낼 만한 가치를 가진 이상적이고 완벽한 사회가 존재한다는 굳은 신념을 견지하고 있다고 아탈리는 평가한다. p7

프랑스 사회당에 대한 근본적 신뢰를 지닌 그는 사회당의 신념을 창시한 프랑스의 사회주의 자들을 18세기의 가브리엘 보네 드 마블리에서 20세기의 다니엘 콘벤디트에 이르기까지 간략하게 소개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p7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세계적 격변은 지금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돈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들은 깊이 병들어 있으나 뾰족한 처방 대안이 없고, 과거의 사회주의 국가들은 스스로 사회주의 노선을 폐기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받아들였으나 새로운 문제와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영국과 독일의 사회민주주의 정권들은 사회민주주의의 정통성을 포기하면서 ‘제3의 길’ 이나 신중도 노선을 주창하고 있으나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p4


2. 내 마음에 들어 온 글귀

서론/
세계의 주된 부가 불과 몇 천 명의 손아귀에서 축적되는 동안, 오랫동안 변화의 주도권을 행사했던 국가는 사태 전반의 흐름에 대한 영향력을 잃고 세계화 움직임에 빨려 들어가 버림으로써 세계의 운명을 개척할 수단을 강구하거나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는 문제들에 저항하는 일에 포기하고 있다. p15

각국에서는 정치가 현실에 대한 통제능력을 점점 더 잃고 있으며 국민은 시간이 갈수록 정치에 무관심해진다.

정치지도자들은 국민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불가피한 문제들만 적당히 처리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개인주의가 판치고 있다.

타자(他者)의 삶을 소중히 여겨 그것을 변화시키는 일이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선거는 점점 무의미한 통과의례가 되어가고 아주 사소한 문제로도 쉽게 결과가 달라진다. 그래서 시민들은 따분하기 짝이 없는 정치 쇼에 더 무관심해진다. p16

거대 정당 지도자들이 왜 이처럼 정책대안 제시의 의욕을 잃었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선거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경쟁 정당에 적대적 태도를 취하면서 현 집권자들이 “그동안 성취해 놓은 것을 모조리 다 부수어 놓고 있다.” 라고 소리 지르는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p17

이처럼 선진국에서 이제 정치는 존재의 주된 이유를 상실하고 있다. 정치가 시민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를 멈춘 것이다. ........ 이러는 동안 기술 발전, 사회관습의 변화, 시장의 세계화, 일자리 해외이전, 지역적 혹은 문화적 집단의 분열, 종교의 복귀, 생태주의 의식의 고조, 폭력 확산, 각종 전염병의 재발과 다양화 등의 현상은 사회의 기존 역학 관계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 민주주의적 활동수단을 더욱 무력화하고 있다. p18

좌파의 경우 우파와 같은 단순한 정책적 입장에 처해 있지 않다. 왜냐하면 좌파는 절대적 가치로 인정될 만한 ‘정치적 자유’에 맞서 그만큼은 인정받기 어려운 ‘평등’이나 결핍의 나눔으로밖에 간주되지 않을 수 있는 위험을 가진 ‘분배’ 라는 가치를 내세울 권리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좌파에겐 더 이상 추구할 ‘모델’이 없다. 오늘날 아무도 공산주의가 이상 사회라고 믿지 않는다. 생산수단의 집단소유로의 전환은 인간 해방을 위한 목적은커녕 수단도 될 수 없다.

좌파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에게 계획경제는 관료주의와 독단 혹은 낭비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노동위원회와 자주관리라는 개념은 전혀 실천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시장과 민주주의는 공동결정의 과정에서 용납될 수 있는 유일한 메커니즘인 것 같다. p19

세계의 모든 국가에서 사회민주주의 프로그램은 연대의식이 박약한 무기력한 개인주의로 조금씩 환원되고 있다. 이러한 개인주의는 과장된 ‘유토피아’와 신중한 ‘리얼리즘’을 뒤섞으면서 평등주의ㆍ사회보장ㆍ레저ㆍ소비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지식인’ 그룹의 경우, 그들이 그나마 활동 중인 영역의 한계 내에서 엘리트를 자칭하는 부류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연합세력을 구축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하는 게 없다. p20

프랑스나 스웨덴, 미국이나 이탈리아ㆍ영국ㆍ스페인ㆍ일본ㆍ멕시코 같은 모든 민주국가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색다른’ 정치지도자 한 사람에게 엄청난 기대를 걸었던 브라질ㆍ페루ㆍ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나라에서도 정치적 경제적 자유주의가 좌파의 도덕성과 이념 위에 군림하고 있다.

각종 선거를 거치면서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급변에 타격을 입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부패하면서 아예 사라져버렸다. 영국이나 독일에서도 사회민주주의 정당은 살아남기 위해 냉혹한 시장원리와 노골적으로 결탁을 하였고, 과거 집권 당시 한번쯤은 실행했던 정책도구를 포기하여 버렸다.

대규모 국가사업을 벌인다든지 통화가치ㆍ이자율ㆍ관세, 대기업의 자본소유권 따위에 손대는 일은 정책적 고려에서 아예 제외되었다. 예금과 자본에 대한 과세는 물론 예산적자마저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 국가개입과 재분배에 기초한 사회민주주의의 모든 전통적 경제이론이 재검토 대상이 된 것이다. 민주주의 규범 아래 시장의 가혹성을 어느 정도 완화하려고 노력하는 ‘시장 사회민주주의’에 대체로 자족하고 있는 것이다. p21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의 빈약, 전반적인 투표율 하락, 사회연대의 붕괴, 취약해진 공공서비스, 급진주의의 강화, 비민주적 폭력 등 문제가 즐비한 가운데 다른 곳에서처럼 프랑스에서도 그 어느 시기보다 정치를 ‘제대로 수행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엄청난 부(富)를 가장 적절히 사용하고 가장 적절히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민하며,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대상에 과감히 맞서 투쟁하고, 인간사회를 좀 더 고귀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모든 것이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우리 각자는 세계화, 불평등, 기상 악화, 생명의 종말, 유전자 조작,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 새로운 존재양식, 개인과 국가의 삶과 활동 조건 등에 관하여 외부에 종속됨 없이 자유롭고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1) 지적 게으름에서 벗어날 때 2) 전체주의적 방법으로 경제규범을 강요하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일이 매우 중요 3) 아직도 선택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국가는 새로이 도전할 권리를 여전히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세계는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정치적 도덕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 p23

만약 민주주의가 도덕성을 세우지 않으면 도덕의 이름으로 민주주의가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물론 모든 논의가 좌파와 우파 사이의 대립으로 단순히 요약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크게 봐서 시장의 힘을 당당히 내세우는 쪽과 이 힘을 억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쪽 이라는 두 가지 입장을 구별하고 있다.

경제적 활기를 최대한 유지하는 가운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정당의 역할이란 이런 문제에 관해 심사숙고한 바를 시민에게 제안하는 것인데, 모름지기 이런 일에는 좌파가 먼저 나서야 한다. 그런 까닭에 사회민주주의 정당은 특히 과감한 변화와 엄격한 경제운영이라는 두 요소 중 어느 한쪽을 배타적으로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용기 있게 거부해야 하며, 미래를 창조하는 데 이 두 요소가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음을 확신해야 한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현실주의적이며 사회복지 측면에선 과감하고, 문화적으로 창조적이며 정치적으로는 자유로워야 할 것이다. p24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세계화야말로 인류보편성을 내용으로 하는 개념이므로 그것을 하나의 좌파 정책으로 주장하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그것은 하나의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민주주의와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자유, 인권존중, 사회적 공평성에 대한 일정한 요구에 근거하여 서구의 삶의 양식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이 삶의 양식을 세계 여타 지역이 부러워하고 있기도 하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은 노동이야말로 긍정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과 진보란 것이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시간의 증가로 환원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용감하게 인정해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성공이 각 사람에게 절실한 요구로 다가오는 새로운 형식의 자유와 행복 ․ 책임 ․ 사회연대 같은 가치를 보편화시키기 위해 끈기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우파에 대해서도 진정한 토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우파 역시 성숙된 모습으로 거듭나 좀 더 창조적이고 관대한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특히 프랑스에서 민주주의가 주는 혜택을 최대한 누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p25

우파는 폭력과 투쟁을, 좌파는 빈곤과 싸우는 것을 중시한다. p26

좌파든 우파든 오늘날 프랑스가 무엇을 꿈꿀 수 있으며 무엇을 지향할 수 있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p27

실제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좌파 후보는 뭔가 적극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해체하기 위해 선출될지도 모른다. 집권 계획 말고는 다른 어떤 의미 있는 정책도 갖고 있지 못할 경우 그렇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p29

사회민주주의 정당은 사회복지에서만 우파보다 좀 더 강한 집착을 보일 뿐 실상은 여타 정당과 다를 바 없는 ‘자유주의적’ 정당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어설픈 좌파’인 것이다. p30

프랑스는 나아가는 방향을 모르는 채 마냥 흘러가고 5년마다 적당히 타협을 찾는 방식으로 국가적 위신을 떨어뜨리면서 막강한 힘을 가진 시장에 밀려 민주주의가 매번 후퇴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다. 냉혹하게 진행되는(또한 다수가 바라는 바) 세계의 상품화 현상에 대해 국가는 저항하기를 포기한 구경꾼이 되어버렸다. p31

나는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느 한쪽에 자신을 묶어둘 수가 없었다. 적잖은 지식인이 오늘날 자신의 정치적 독자성을 내걸고 높은 의자에 앉아 내려다보면서 정치가들에게 이래라저래라 주절거리는 것에 대해 나는 거부감을 느낀다. 폭넓은 독서를 하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만나 견해를 나누면서 고민하고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며, 잘못을 깨달을 경우엔 자신의 견해를 바꾸거나 때로는 정적(政敵)도 옳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같은 자유로움과 시간적 여유를 취함 없이 그저 즉흥적인 행동을 하는 데 그치는 태도 역시 거슬리기는 마찬가지이다. p33

실수를 하면서 냉정함과 엄격성을 배울 수 있었다. p34

직업적 정치인 대부분은 과제를 해결하려는 뜻조차 없어 보인다. 더구나 “과연 우리는 지금과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가?” 라는, 단순하지만 정치에서 유일하게 의미를 지닌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일에서 오늘날 일반 시민들이 직업 정치인보다 더 열성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필자는 과감한 발상전환을 통해 거대한 목표를 내거는 것이 나라를 위해 시급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p 36

아직은 우리가 다른 무엇에 얹혀 살아가기를 거부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아직은 우리가 효율성과 공평성, 민주주의와 꿈, 자유와 의무라는 요소들을 서로 화해시키면서 흔히 유일하게 남은 길인 것처럼 주장되는 상품경제 모델을 거부하고 인간의 갈망을 존엄성을 지키며 실현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적소유를 넘어서는 것이 집단 소유가 아니라 무상제공(無償提供)이며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것은 프롤레타리아독재가 아니라 책임과 지식의 공유라는 점, 맹목적 권력인 시장을 넘어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인간적인 길이 아직도 존재함을 알게 될 것이다. p37

1장 도래할 세계의 모습

시장, 미래에 대한 열망, 문화, 종교 등 흔히 대립적인 요소들의 영향이 뒤얽히면서, 이에 예속된 국가는 엄청난 혼란 속에 빠져들어 종내 민주주의와 인간 자신이 소외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시장민주주의/
우리는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정치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제 분야에서도 경쟁이 보편화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시장과 민주주의는 함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장은 하나의 자유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는 구조적 일관성을 가져온다. p40

시장 속에서 실업은 경쟁 게임 자체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영역에 질 높은 새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 되었다.

민주주의 역시 투쟁의 결과물이다. 이 투쟁은 경쟁하는 몇 가지 프로그램 중에서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의 획득을 목적으로 진행됐다.

시장과 민주주의는 정보유통 수단과 더불어 발전했다. p41

가톨릭교회가 인간 정신에 대해, 그리고 신성 로마제국이 인간의 신체에 대해 자의로 휘두르던 지배력을 무너뜨리는 데 15세기의 인쇄술 발달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신문ㆍ축음기ㆍ전화ㆍ라디오ㆍ영화 등은 민주주의의 출현과 호흡을 같이하였고 그에 자극을 주었다. 그 후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여러 산업 시장 사이의 상호의존성을 끊임없이 확대해 왔으며, 정보의 세계화와 지구촌 차원 공동체 의식의 출현을 가능케 하였다.

우선 시장은 민주주의를 탄생시키고 키우는데 기여한다.
시장은 공간적 이동, 발언, 재산 축적 등의 자유를 촉진시켜 나간다. p42

시장은 지배정당의 눈치를 보지 않는 새로운 경제적 또는 지적(知的) 권력의 대두를 촉진한다.

극도로 배타적인 전체주의가 횡행하는 이란 같은 국가에서도 사회 중산층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억누르지는 못하고 있다.
이들은 영화나 텔레비전을 통해 서구의 삶의 양식을 눈여겨보고 서구인들과 심미안(審美眼)을 공유한다. 이처럼 경제적 자유와 그 이데올로기적 보조자라고 할 수 있는 영상산업은 정치적 자유의 확산에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p43

시장과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서 평화를 가져온다. 시장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수록 사회체제는 그만큼 더 민주화되며 내전이든 국제전이든 전쟁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두 체제가 서로 무기를 들고 싸운 적은 결코 없었다. p44

시장과 민주주의가 결합된 이러한 역동성은 오늘날 사회의 모든 동력을 주도하고 있다. 개인적 견해를 바꿀 수 있는 절대적이고 무제한한 권리를 전제하면서 모든 도덕을 초월하는 개인주의가 팽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역동성 때문이다. p45

과거 진행된 기술 혁명에서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은 먼저 기존 권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한다.

이 처럼 시장과 민주주의는 개혁적임(한정된 범위 내에서 개선을 모색한다)과 동시에 혁명적이다(기존 사회관계와 관습을 뒤엎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민주주의는 인접성에 따른 교류와 전이에 의해 동구 국가 전체에서 받아들여졌다. p46

미국은 자신의 동맹국과 예속국에서 점점 더 많은 돈을 차관으로 끌어들여 세계지배를 위한 재원으로 쓰고 있다.

시장민주주의는 물질적 안락을 제공하며 장기적으로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도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를 가져다준다. p47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개인적ㆍ직업적 또는 사적 영역에서의 시민으로밖에는 여기지 않으며, 부유하든 빈곤하든 스스로 유목민(遊牧民)을 자처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자신이 출생하지 않은 국가에서 사는 사람의 수가 30년 후에는 3배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p48

시장 민주주의에서 시장사회로/
시장과 민주주의는 평화롭게 공존하는 단짝이 되지 못한다. 언제나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지배한다. p49

시장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은 정치를 나름대로 이용하는데 익숙해지고 모든 형태의 구속에서 자유로워져 자시 자신의 이익에만 충실하게 행동할 뿐이다. p50

시장 민주주의 운영의 주역인 중산층은 과거 그들이 노동자 계급을 떠나면서 벗어났다고 여겼던 고용불안과 생계취약 문제에 다시 직면하고 있다.

변덕의 지배와 새로운 것의 횡포가 개개인의 삶과 공동체 생활의 모든 차원에 침투하고 있다. 그 속에서 저마다 불성실과 방종과 기만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도록 부추겨진다. 이로써 황폐한 결과가 초래되고 있으니, 곧 ‘자유가 충실성(忠實性)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p51

정치는 이러한 현상의 표현 장소가 되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보편법칙이 되어 세상을 쾌락의 제조기로 변화시키고 있다. p51

즉각성(卽刻性)과 개인주의의 이 같은 승리를 구가하는 국가에선 국민 인구 구성에 위기가 오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도 인구의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특히 스페인ㆍ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그리스에서 그러한 현상이 뚜렷하다.

15년 내로 80세를 넘는 인구수가 지금보다 반 정도 늘어날 것이다. p52

뿐만 아니라 많은 점에서 시장과 민주주의는 서로 모순된 주장을 내세우며 상호 대립적으로 움직인다. 전자가 개인의 고독을 사적 용도의 사물로써 메우는 방식으로 개인생활을 꾸려가도록 하는 반면, 후자는 공공서비스를 기초로 하여 공동체 생활을 설계하고자 한다.

전자는 상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모든 경제를 상시(常侍)로 넘나드는 것을 전제로 하고, 후자는 행동의 폭을 규정하기 위해 영역 한계 설정을 필요로 한다. 전자는 저마다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 사회가 이상적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음을 전제하며, 후자는 그와 반대로 소수자가 다수자의 결정에 승복할 때 최상의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전자는 개인적 성공을 옹호하나, 후자의 논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데서 오는 이로움에 근거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결정 시스템이 비슷한 힘으로 균형을 잡고 경쟁 영역을 공유하며 서로 간의 경계를 존중할 때, 모순은 극복 될 수 있으며 상호 보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자주 그렇지 못하여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제압한다. p53

민주주의가 국경의 한계 안에서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를 부수고 쳐들어가서 뒤집어엎고 항상 더 넓은 영역을 포괄함으로써 발전해 가는 시장체제만큼 민주주의체제가 역동적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한마디로 경제적 자유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하겠다.

적잖은 국가들이 세계 유수 기업들보다 허약한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100개의 경제적 실체(實體) 중 대부분이 기업이다. 세계의 200대 기업에 대해 민주주의 기관이 제재를 가할 방법은 거의 없다. 이 기업들의 의사결정 기구와 주주들의 소재를 파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00대 기업은 세계 전체 근로자의 20분의 1을 활용해 세계 총생산량의 4분의 1일 차지하고 있다. p55

세계가 불안정하면 할수록 미래에 대한 평가는 높은 가치를 갖는다. 이로 말미암아 금융시장의 팽창이 가능한데, 상품시장조차 금융시장의 지배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p56

민주주의는 정치권력을 가난한 다수에게 주려고 하는 반면, 시장은 부유한 소수에게 경제적
권력을 부여한다. p57

최근 15년 사이에 창출된 부의 50퍼센트가 미국 전체 가구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최고 부유층에게 돌아갔고, 90퍼센트가 소득 순위에서 상위 20퍼센트에 해당하는 인구의 몫이었다.

극빈국가들은 점점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도록 운명 지워져있다. 세계 인구의 11퍼센트를 차지하는 49개 국빈국가는 세계 총생산의 0.5퍼센트를 올리고 있을 뿐으로, 이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산과 비슷하다. p59

23개 극빈 국가에서는 15년 전부터 1인당 소득이 정체 상태에 있다. 상대적 빈곤은 지상에서 줄어들지 않고 있다. 8억 2000만 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린다. 또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사회보장 혜택을 전혀 못 받으며, 나머지 인구의 80퍼센트도 매우 제한된 혜택만을 받고 있다. 지구상 60억 인구 중 15억에 가까운 사람들이 평생 단 한 권의 책을 읽는 데 그친다. 10억 명이 문맹이다.( 그중 3분의 2가 여성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에이즈에 걸린 3000만 명 중 2만 7000명 정도만 치료받고 있는데, 그것은 삼중(三重) 요법을 위한 치료비가 아프리카인 한 사람이 일 년 동안 약 구입에 투입하는 평균 비용의 1만 2000배나 되기 때문이다. p60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시장의 이러한 지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직은 무상(無償)으로 제공되는 모든 것에 대한 시장의 통제, 곧 사적 소유의 통제가 강화될 것이다.

시장사회는 ‘쇼 비즈니스’ 사회가 될 것이며, 사회의 지배자는 상품 유통의 조직자 역할을 맡은 흥행전문업체가 될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더욱 흥행성이 소비를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모든 실체적 내용을 상실해버린 민주주의는 정치인들이 제공하는 허망한 쇼 무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p62

국가는 국제 차원의 권리 규범으로 대체되지 않은 채 힘을 잃어갈 것이다. p64

상품화는 인간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흡수하고 있어, 세계는 서로 적대적인 무리들이 휩쓸고 다니는 장터로 변해갈 것이다. 나는 이것을 ‘시장 사회’라고 부른다. p65

시장 사회는 일자리와 상업적 이득의 중심을 경제대국의 바깥으로 옮기고, 심지어 미국 같은 막강한 정치세력과도 관계를 끊으려 할 것이다.

시민들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착각이나 심어 줄 한편의 희극이나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게 없다. 이에 당연히 민주주의는 환상에 불과하고 정치인은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시장의 지배로 말미암아 생태학적 문제가 악화될 것이다. 이는 환경문제와 관련된 정보가 불투명해지며, 각종 자연원료 소비가 늘어나고, 다가올 세대가 직면할 문제를 내다보고 미리 조처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문제이다. p66

시장사회는 자신이 조금도 흔들림 없이 존속하가 위해 외형적 민주주의조차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시장사회는 조금씩 새로운 전체주의 형태로 흘러갈 게 틀림없는데, 이런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감시당하고 제재 받을 것이며 자유의 형태조차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모든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인간 자신조차 점진적으로 상업적 거래의 대상이 될 것이다. p67

시장사회에서 상품사회로/
사랑이 혼자만의 자위행위의 집합으로 간주되는 것처럼 인간사회 역시 고독한 단절의 총괄적 집합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p69

모든 형태의 인간관계가 조금씩 상품화될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장사회(socie'te' de marche')’는 상업적 목적으로 모든 것이 거래 가능한 ‘상품사회(socie'te' de marchandises)’로 이전해 간다. 몸에서 아이디어까지, 패스포트에서 인체기관까지, 시간에서 사랑까지, 위로에서 자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상품화되며, 나아가서 이런 것들을 공개무대에 올려놓는 쇼 행위도 판매하려 들 것이다. 인간은 다시금 식인종, 곧 상품을 소비하는 상품으로 변해 갈 것이다. p70

도덕적 전체주의(les totalitarismes e'thiques)/
이들은 공무원을 하나의 이상으로 삼을 것이다. 평생 보장된 일자리와 재산을, 임금과 고정연금을 각각 동일시할 것이다. 이들은 또한 국유화와 계획경제 안(案)을 되살리려 할 것이다. p71

만일 민주주의가 도덕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한다면 독재 권력이 그리할 것이다. p72

삶은 이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 중 하나가 아니므로, 이들은 자신이 가진 영원 개념을 타인에게 강요하기 위해 스스로 죽거나 다른 사람을 죽일 준비가 되어있다. p73

세계 제3차 대전/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두 민주주의가 체제가 전쟁을 벌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시장사회와 도덕적 전체주의와 민주주의 사회에 전체 지구촌 규모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p73

독재자를 제거한 후에는 제대로 된 정치체제와 사회보장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은 식민 지배자 콤플렉스를, 미국은 탈식민지 콤플렉스를 앓고 있다. 유럽은 지배자 위치에서 밀려난 비관주의를, 미국은 새로운 부국의 낙관주의를 보인다. 하지만 양쪽 모두 자신들이 지금까지 별다른 양심의 가책 없이 더불어 약탈을 범해 온 지구라는 행성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입장임을 잊고 있다. p76

우리가 세운 문명들이 해체를 피할 수 있을지를 묻는 일이며, 또한 자유ㆍ도덕 그리고 진보ㆍ번영과 균형, 창조와 전이, 책임과 존엄, 정의와 경제적 효과 같은 것들이 서로 조화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문제이기도 하다. p77

제 2장 세계 속의 프랑스

강력한 국가/
파열의 위기에 직면하여/
지구상 여타 국가와 마찬가지로 프랑스는 상품사회가 몰고 올 충격 때문에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p83

프랑스의 한 부류는 세계 변화의 ‘아방가르드’(前衛)로서 발전을 주도하는 반면, 다른 부류는 안락한 생활에서 마비 상태에 빠져들고 있으며, 또 다른 부류는 생계불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정보처리 전산화가 가장 뒤떨어진 나라 중 하나다. p83
많은 프랑스 대기업의 의사결정 중심이 해외로 옮겨지고 있다. p84

대학교육보다 초중등교육에 중점을 둠으로써 프랑스는 혁신보다 모방의 나라가 되었다.
특히 민간 연구 분야는 선진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p85

1970년 이후 계층이동은 상당히 위축되었다. 전체 실업률이 낮아지는 가운데 장기 실업자는 계속 증가하고 과도한 부채를 가진 가계의 숫자도 늘고 있다. p86

그동안 빈곤층은 조로 노년층에 집중됐으나 점점 더 모든 연령층에 고루 산포되고 있으며 특히 유색인 소수 집단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p87

프랑스는 의료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지방공공단체가 아니라 의사와 국가 양자에 권한을 주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이것은 여러 방법 중 최악의 것이다. p88

....... 그리고 인구 노령화 문제/
인구 감소는 궁극적 위협 중 하나이며, 이민의 유입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p89

이러한 노령화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운 사회 엘리트들의 정체성(停滯性)에서도 볼 수 있다. p90

프랑스 정치지도자층은 모든 주요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과 비교해서 최고령이라는 개탄할 만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p90

농민ㆍ노동자 혹은 기술자나 교사 또는 연구원 계층의 문화가 중산층 퇴직자들의 쾌락지향성 개인주의에 의해 해체되어 갈 것이다.

과거 제국주의 열강의 하나였던 포르투갈의 오늘날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프랑스는 신흥 부자들의 휴양지로서 아주 평범한 구가로 전락하게 된다. p94

제 3장 어설픈 좌파

일률적으로 보호된 시간을 내세우는 시장 사회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으려고 애쓰고 있는 곳은 바로 자우주의의 광풍이 휩쓸고 있는 이 세계다.

사회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것은 부를 최대한 잘 분배함으로써 시장 체제의 유해한 결과로부터 시민을 보호한다는 단순하고도 간단한 목표다. p99

독일ㆍ영국ㆍ프랑스ㆍ스칸디나비아에서 탄생할 때부터 사회민주주의는 시장 민주주의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 안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것을 존재 이유로 삼았다. 마르크스주의의 유산을 상당 부분 거부하고 생산수단의 공공소유라는 도그마를 부정했다.

이러한 ‘시장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것은 국가의 도움을 받아 삶의 온갖 위험과 노동 자체와 노동의 외적 고통으로부터 인간 각자의 시간을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 민주주의는 상품시간(상품가치가 우선시 되는 시간)에 대해 ‘일률적으로 보호된 시간’ 으로 맞선다. 이는 전체적으로 수가 감소하고 있는 노동계급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오늘날 특히 중산층을 위해서 이기도 하다. p100

역사적으로 볼 때, 오늘날처럼 정치가 지적(知的) 궤도를 벗어난 적은 거의 없었다. p102

스위스 사회당(스위스는 사회민주주의를 아직도 ‘사회주의’라고 부르는 얼마 되지 않는 서구 국가 중 하나다)의 지도자급 인사인 모리츠 로이엔베르거 의원은 최근 “사회민주주의의 미래를 평가하는데 기준이 되는 것은 철학자나 유토피아주의자의 사상이 아니라 정부 지도자에 의해 현실적으로 얻어진 결과이다”라고 말했다. p103

만일 시장 사회민주주의가 자유주의 사회의 유연한 관리(管理)정도나 제안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생계취약에서 근근이 지켜내는 데 그친다면, 시장 사회민주주의로는 생계불안을 유발하는 사회의 본질 자체를 개선할 수 없다. p112

프랑스는 시장 사회민주주의라는 이름을 거부하고 있긴 하지만, 어설픈 사회민주주의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p113

프랑스에서의 시장 사회민주주의/
세계의 모든 민주적 좌파 정당과는 달리 이들은 유토피아를 포기하지 않았다. p113
고집불통의 몽상가인 이들은 성취해낼 만한 가치를 지닌 이상적이고 완벽한 사회가 있다고 굳게 믿는다. 이들은 마블리 신부, 바뵈프, 생시몽, 프리에 프루동 등이 창출한 전통에 집착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은 또한 장 조레스의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 조레스에게 사회주의는 종교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다. p114

과거 레옹 블룸을 총리로 밀었던 국회의원들의 다수 찬성에 의해 페탱 원수가 나치독일 점령기에 전권을 쥔 다음, 종전 후 등장한 초기 정권들은 혼합 경제를 기초로 하여 프랑스 재건을 도모했다. p116

민주주의와 유럽 공동체 건설의 우위성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사회당은 프랑스 공산당을 리드할 수단을 갖추는데 성공한다. 우선 지적 차원에서 사회당만의 새로운 사회 모델을 제시했고, 이어 정치적 차원에서 1981년부터 국정에 프랑스 공산당을 참여시킴으로서 이를 구체화했다.

사회당은 또한 국유화를 통해 대기업들을 파산에서 구하기도 했다. p118

이렇게 프랑스 좌파는 실업보다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일이, 빈곤을 없애는 것보다 세계화에 가담하는 일이, 사회적 소외를 막는 것보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더 용이함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좌파는 두 번째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되찾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호흡, 전혀 다른 용기, 전혀 다른 실행 속도와 전혀 다른 미래 비전 포괄적 비전이 필요했다. 하지만 심도 있는 협상에 의해 필요한 개혁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나라를 하릴없는 기대에 묶어 둔 채, ‘동결된’ 공공영역에서의 모든 변화를 ‘이것도 저것도 모두 거부하는’ 잘못된 자세로 가로막음으로써 소심한 국가관리 체제를 유지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그 후 빈곤과 실업의 지속되자 사회당은 노동자계층ㆍ빈민층ㆍ젊은이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만다. p121

오늘날 좌파 지도자 대부분은 상상력이 배제된 현실주의와 무책임한 유토피아 사이에 묶여 있을 뿐이다. 사회당은 ‘공산주의 모델’의 종말에 대해 아직도 심도 있는 역사적 분석을 하지 않고 있다. p126

정권을 쥐었던 시절에 얻었던 교훈과 뭐든 일단 반대하고 보는 감정적인 과장 사이에서, 선동가들의 혹독한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을 감수하는 책임 있는 태도와 중산층의 외면을 초래할 과격한 태도 사이에서, 이들은 입장을 적절히 조절할 줄을 모른다. 행동에서든 말에서든 이들은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 서양장기 용어를 빌리자면 ‘스테일에이트’(교착상태)에 빠져있다. p126

우파와 좌파는 여러 주제와 전략적 필연성에서 입장이 교차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으로 말미암아 과거에 그랬듯이 미래에 엄청난 불행이 유발될 것이다. p131

극좌파의 주장, 환경보호주의자의 주장, 일부 자유주의자의 주장이 마구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사회당은 세계화를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닦는 일, 고용불안 및 생계취약과의 투쟁, 상품사회의 탈선행위에 대한 저항 등의 문제를 나름대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사회당은 ‘만인을 위한 양질(良質)의 시간’을 미래의 심장으로 삼으며, 유럽 대륙의 총결집을 질서 있고 공평하며 평화로운 세계의 맹아(萌芽)로 삼는 총체적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목표 아래 좌파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내야하며, 정치용어로서 지금껏 간과되어 온 몇 가지 새로운 개념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p133

제 4장 인간적인 길

아직 정치는 필요하기도 하거니와 가능하기도 하다.
따라서 우파와 좌파에게는 아직 일할 여지가 남아있다. p135

오늘날 우리는 생산수단의 소유에 관한 입장이나 국가에 대한 태도, 혹은 경제정책에 의해서 더 이상 좌파ㆍ우파를 구별할 수 없다. 그 판별 기준으로 어떤 이들은 도시관리 문제를, 다른 이들은 공평성의 문제를, 또 다른 이들은 공동체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내가 보건대 좌우의 진정한 차이는 시간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 있다. p136

시간의 의미/
시간이 가장 귀중한 재화인 까닭은 인간이 생산ㆍ공급ㆍ교환ㆍ판매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의 주된 사명은 하나의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저마다 지상에서 허용된 시간을 최대한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각자로 하여금 말의 고유한 의미에서 ‘양질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는 곧 주도적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오랫동안 그리고 젊게(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그저 ‘늙도록 사는’게 아니라) 사는 것이고, 다가올 세대도 그들의 시대에 양질의 시간을 보내고, 창조할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의 매분(每分)을 온전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p137

다양한 형태의 양질의 시간 중 어느 것을 선택하든 세계로 확장된 시장사회의 강요에 굴복하지 않고 굳이 시장 민주주의를 문제 삼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시간의 의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여전히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정치의 새로운 목표이다. p138
시장 우파가 지향하는 상품시간/
세계화는 개인을 점점 더 속박해서 해방시키고 모두를 위협하는 고용불안과 생계취약 문제를 낳으면서 저마다 시간을 이기적으로 사용하도록 충동질한다. p139

시장 사회민주주의가 처한 궁지/
오늘날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을 좌파 정권의 구식 무기도 사회민주주의에게 시간을 지배할 수단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p143

새로운 유토피아로 인도하는 인간적인 길/
유토피아란 저마다 ‘양질의 시간’, 진정으로 ‘충만한 시간’,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바로 그곳에 있다. 나는 이를 ‘인간적인 길’이라고 부른다. 저마다 삶의 잠재성을 부단히 극대화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자기 시간을 사용하는 데 절대적 자유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해도, 각자가 성공에 대한 자신의 이상을 선택하고 스스로 알지 못하는 재능을 포함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가능성을 보유할 수는 있다. 누구든 자신이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p145

시장 민주주의는 이러한 유토피아를 실현할 수 없으며, 인간적인 길로 이끌 수도 없다. 점진적으로 시간을 상품으로 변화시켜 ‘상품시간’으로 인도할 뿐이다.
‘인간적인 길’은 인간이 책임을 지는 세계로 인도한다.

‘무상제공’에 관하여 : 인간 본질이 총체적으로 상품화하는 함정을 피하고 노동의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사물과 서비스가 시장을 벗어나 돈과의 교환이 중단되어야 한다. 노동이 매매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자발적으로 행해질 필요가 있다. 노동에서 이익을 얻는 자와 마찬가지로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에게도 노동은 부와 즐거움을 동시에 창조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지식’에 관하여 : ‘자기 통찰’의 수단, 곧 학습과 호기심,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 등을 위한 수단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모든 형태의 문화ㆍ예술ㆍ창조에 대한 개방에 이르고 자신의 독창성 발견에 이르는 것밖에 다른 목적이 없다.

‘책임성’에 관하여 : 시장에 맞서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시민이 그들의 권리를 행사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권력 위임의 원리인 대표제를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 민주주의를 넘어 무상제공과 지식과 책임성은 하나로 수렴될 수 있으며, 전적으로 새로운 사회 속에서 ‘인간적인 길’로 통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유토피아에서 사람들은 에너지보다 지식을 더 많이 소모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선 도덕적 전체주의에 맞서 세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인간적인 길은 민주주의와 결별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최선의 답변이다. 인간적인 길은 테러리즘의 온상인 빈곤과의 투쟁을 위한 주무기이기도 하다. 그것은 갈망을 통해 공포에 답하는 것이다. p149

유토피아의 실현성에 관하여/
인간적인 길은 노력 없이는 열리지 않는다. 지식과 책임과 무상제공은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 이것들은 세계화의 자연스러운 산물이 아니며, 상품사회에 대해 저절로 우위에 서게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시장은 이것들을 줄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p150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인간적인 길로 실천을 지칭하는데 ‘사회민주주의’ 라는 멋진 호칭을 버리지 않은 것이 좋을 성싶다. 어쨌든 사회민주주의 초기 주창자들의 꿈은 모두에게 자율적이 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모두의 잠재력을 성취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어, 자유 속에서 인간적인 길로 나아가게 하고, ‘양질의 시간’을 지향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새롭게 나아가게 하고, 이것이 의미를 창조하여 시장사회에서 해방되게 해주는 그런 시간, 나는 이것을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라고 명명할 것이다. p155

대부분 향복하게 살기만을 원할 뿐 자유롭게 사는 데는 무관심하거나, 더 많이 갖기만 원할 뿐 더 많은 의미를 창조하기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설명하는 일 말이다. 강요함 없이 이들을 설득하자면,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나서서 인간적인 길만이 시장과 민주주의가 지닌 최상의 것을 보존할 수 있음을 이해시키는 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민주주의를 일탈(逸脫)에서 지켜내고 폭력의 모든 근원을제거하며 자신과 모두를 위해 살아가는 현실 속의 기쁨을 이해하는 능력부터 보여주어야 한다. p156

제 5장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의 핵심 개념

관계, 언어, 네트워크/
• ‘관계’ 는 자신의 내적 기쁨(홀로 남지 않을 수 있는 기쁨, 타자의 눈길 속에서 인정받는 기쁨)임과 동시에 교환을 통해 관계가 수행하는 일의 기쁨이다. 관계는 이 관계를 유지하는데 사용 가능한 시간에 의해서만 제한된다. P158

• ‘네트워크’ 는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실재적 혹은 가상적 장소를 구성한다. 한 사람이 여러 네트워크에 속할 수 있는데, 이것을 불충(不忠)의 표시라고 할 수 없다.
대기업들은 상하 위계가 약화되고 미로(迷路) 같이 점점 더 복잡하게 변해가며, 유목민처럼 움직이는 파트너들로 구성된 협력 네트워크가 되어 간다.
협력 네트워크의 구성원 중 최대한 많은 수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구성원에게는 바람직하다. 협력 네트워크의 가치는 구성원 숫자와 자질에 따라 커진다. 협력 네트워크에 속하는 것은 개인이 소유한 사회적 자산의 기본 요소가 된다. P159

• ‘언어’는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핵심적인 요소이며 전체 네트워크 기능을 위한 주된 도구 중 하나다.

관계, 네트워크, 언어는 미래의 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핵심 요소이다. 어떤 측면에서 볼 때 미래 사회에서 이것들이 맡은 역할을 우리는 마르크스가 사회 계급에 부여했던 역할과도 비교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P160

핵심재화/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
인간관계성 자산은 일반적으로 금융자산에 의존한다. 한쪽은 다른 쪽의 축적을 돕는다. 재산과 인간관계는 서로를 풍요롭게 만든다. P167

공동체 사회자본으로서의 인간관계성 환경/
인간관계성 환경의 질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척도 중 하나가 공동체의 혁신 능력이다. 좋은 인간관계성 환경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공동체가 바로 ‘혁신 사회’이다. 그러한 혜택이 없을 경우엔 ‘모방 사회’에 머문다. 인간관계성 환경은 네트워크가 순조롭게 가능하도록 돕는다. P169

인간관계성 경제/
‘인간관계성 시장’ 은 도움을 줄 기회를 찾는 사람과 도움을 찾는 사람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실재의 혹은 가상적 장소로서 여행사, 사교 클럽, 3행 광고, 모든 종류의 비영리 단체, 체육시설, 경매장이나 골동품 전시장 등이 해당하는데, 그런 곳에서 이루어지는 상품 매매는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된다. P171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면 강할수록 기업은 더욱 효과적으로 경영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꺼이 최상의 사회보장제도를 갖춘 국가는 그만큼 효과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 시민단체, 노동조합, 다양한 정당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시장 또한 효율적이다. 역으로, 인간관계성 경제로서 시장의 효율성이 가능한 한 높은 것이 낫다. 시장은 인간관계성 경제의 재정지원에 필요한 자원을 창출해내기 때문이다. ‘시장의 효율성은 인간관계성 경제가 만들어낸 환경에 의존하고, 역으로 인간관계성 경제는 시장경제에 의해 생성된 자산에 의존한다.’ P172
제 6장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한 열 가지 개혁 과제
첫째, 국가 공동체에 대해 재고(再考)한다/
하나의 공동체(대륙ㆍ국가 혹은 지역)는 우선 구성원들에게 더불어 살아가고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 을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심어주어야 한다. 정치에 있어 일차적 행위는 하나의 역사, 하나의 지리, 하나의 언어, 하나의 문화, 하나의 생활방식을 중심으로 결집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P174

• ‘언어의 보존’은 더불어 살아가는데 핵심적 요소가 된다. 한 국가의 우선적 과제는 국가 언어를 고귀하게 여기고 나눔을 통한 참여의 기회로 삼으며 부단히 이를 풍요롭게 하면서 보호하는 일이다.
• 언어의 생존은 언어가 전달하는 ‘문화’의 생존을 통해 이루어진다.
• ‘안전대책의 조직화.’
• 다양한 ‘사회공동체는 인정’하되 배타적 집단주의는 거부한다.
• ‘공정한 사회환경을 만든다.’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을 통해 쌓은 부라면 축소하려들게 아니라 온갖 형태의 빈곤을 제거하고 물질적 자산과 인간관계성 자산을 늘리는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 ‘국가주권행사 차원의 경제적 수단’을 갖춘다.
• ‘긴밀히 연결된 전 국민적 네트워크를 조직한다.’ 하지만 이 네크워크는 영토 차원에서 한정되지 않아야 한다.
• ‘에너지 의존도를 줄인다.’ 특히 재활용 에너지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P179

둘째, 시장의 효율성을 강화한다/
• ‘시장경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 ‘고임금 고용을 유도한다.’ 별다른 자격이 필요치 않은 일자리의 창출에 정부가 재정지원을 집중하기보다는 보수를 지불하면서 젊은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공동체의 재원을 훨씬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각 사람의 인간관계성 자산과 개인의 지식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모든 공동체의 발전에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 ‘사회적 경제적 이동을 적극 장려한다.’
• 모든 사람이 영리성 혹은 인간관계성 ‘개인 기업을 어렵지 않게 창립할 수 있도록’ 그 환경을 조성해 준다.
• 은행이자나 부동산 임대료 등과 같은 불로소득으로 형성된 재산에 불이익이 돌아가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노동에 의해 취득된 재산에 대해서는 세무나 사회복지 차원에서 혜택을 입을 수 있게 한다. P182

셋째, 노동을 재구성한다/
노동은 ‘양질의 시간’ 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조건, 곧 자기통찰ㆍ무상제공ㆍ책임성 같은 것을 구현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 ‘노동시간 양만큼이나 노동의 본질을 변화시키도록 한다.’
• ‘인간관계성 경제를 발전시킨다.’
• 한 국가에 ‘합법적으로 입국하여 장기간 살면서 일하는 외국인에게도’ 그 국가의 시민과 같은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며, 최소한 거주하는 곳의 지역공공단체의 일원으로 인정해 준다.
• ‘인간관계성 기업을 일반 경쟁기업처럼 관리할 필요가 있다.’
• ‘인간관계성 시장의 조직을 잘 정비함으로써’ 유용한 일에 도움이 될 기회를 찾는 사람과 도움을 원하는 사람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186

넷째, 개개인의 사회자본의 질을 향상시킨다.
• ‘어린이에게 속한 권리.’ 어린이가 성장하는 환경은 그의 미래와 인간관계성 자산의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가족에 대한 권리.’ 어린이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의무를 지는 것이 필연적이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 무엇을 하도록 강요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일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 ‘지식에 대한 권리.’ 평생교육과정(교육계와 의료계 종사자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다)은 노동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해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처럼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실업자로 지내는 기간은 직능(職能)을 향상시키고 개인 자질을 개발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 ‘이동에 관한 권리.’
• ‘보건의료에 대한 권리’ 가능한 한 많은 ‘양질의 시간’을 얻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젊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이나 타인의 죽음 앞에 굴복함이 없이 세상은 아름답다는 사실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살 만한 가치가 있음을 부단히 확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은퇴에 대한 권리.’ 소득에 대한 권리가 생기는 나이가 되었다고 해서(보수 여부를 떠나)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을 못하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P193

다섯째, ‘사회유용성소득(RUS, le revenu d'utilite' sociale)’의 도입을 통해 고용불안 및 생계취약으로부터 보호한다/
• ‘소득과 노동을 구분해 실업을 해소해야 한다.’
• ‘사회유용성소득을 위한 재원조달’ 은 실업수당, 직업교육, 사회동화 최저소득(RMI), 활동최저소득(RMA) 등의 명목으로 오늘날 지출되는 자금을 가지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모두에게 네트워크에 대한 소속의 권리를 제공한다.’
•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p196

여섯째, 무상제공을 확대한다/
정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시장과 무상제공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일이다.
• 공공서비스의 혜택을 받는 대가로 돈 대신 노동을 제공케 하는 물물교환 방식을 거부해야 한다. 이것은 균형을 잃은 상거래를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
• ‘주요 공공서비스의 무상제공’을 고수한다.
• ‘몇 가지 근본재화의 무상제공을 보장한다.’
• 이와 병행해서 사랑ㆍ우애ㆍ다정함ㆍ위로ㆍ지원ㆍ교육ㆍ전달ㆍ분담ㆍ교환ㆍ기증ㆍ문화 등과 같은 ‘인간적 관계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한다.
• 적잖은 상업적 직업이 점차 무료 혹은 자원봉사 활동으로 대체될 것이다.
• 끝으로 시체, 인체기관, 피, 게놈, 살아 있는 인간, 인간의 감정 등과 같이 어떠한 경우에도, 어떠한 명분으로도 결코 상품화할 수 없는 대상의 리스트를 작성하여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 선언할 필요가 있다. p199

일곱째, 국가의 역할을 재고(再考)한다/
• 국가는 예산의 ‘공공지출’을 통해 공공서비스에 대한 재정조달을 해야 한다.
• 유럽 각국 중앙은행의 지불 준비금의 의미 있는 활용 도모.
• 국가는 공공서비스의 경영관리를 ‘독립적 대행기구’에 양도한다.
• 정부부처와 대행기구의 감사보고 체계 도입.
• 노동자ㆍ예금자ㆍ소비자ㆍ사용자의 이익을 중시하도록 함으로써 국가는 시장을 감시.
• ‘국가 조직의 현대화’
• ‘공무원의 직위’ p202

여덟째,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책임성의 차원으로 옮겨간다/
이처럼 광범위한 개혁은 강력한 행정부 없이는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에 대항한 민주주의의 강화는 입법부 권력의 강화를 전제한다. 이 두 권력은 민주적 삶 전체의 강화를 통해서만 비로소 양립이 가능하다.
• ‘노동조합ㆍ시민단체ㆍ정당에 대한 가입’ 을 고무할 필요가 있다.
• 국가와 대행기구를 감사랄 조직적이고 독립된 기관을 통해 ‘의회는 국가 활동의 주도적 추진과 감시를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 권력을 보유해야 할 것이다.’
• ‘상원’은 직접보통선거에 의해 선출된 광범위한 지역과 지방의 대표자들로 구성된다.
• 각종 지역기관은 그들의 책무를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부문별로 통합해야 한다.
• 조례 제정권과 관련하여 시(市)의 시민에게 발의권을 부여함으로써 ‘직접 책임을 행사하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 ‘시민의 새로운 권리와 의무를 확립해야 한다.’ p205

아홉째, 유럽의 시대/
• ‘유럽의 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 ‘각국간에 사법기구, 국경치안, 시민안전대책, 이민통제 등의 문제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 유럽대륙 전체를 관할하는 테러방지 전담기관을 창설한다.
• ‘교육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한다.’
• ‘유럽대륙의 시장 사회민주주의를 위한 수단을 마련한다.’
• 보다 폭넓은 변화를 원한다면, 유럽에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곧 무상제공과 책임과 지식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수단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p209

열째, 세계정부의 탄생에 힘을 모은다/
인간이 상품으로 변해버릴 위험을 막는 일은 지구촌 전체의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 ‘지구촌 근본재화’에 관한 리스트를 만들어 헌장에 삽입할 필요가 있다.
• ‘세계 사법기구’를 설치하여 인간 기본권에 관한 세계헌장을 위배하는 사람은 누구나 특별범정에 회부해 처벌을 받도록 한다. 특별법 정의 권한행사는 일차적으로 반인도적 범죄, 테러활동, 어린이 권리에 대한 침해, 인신매매, 환경파괴 범죄, 무기 및 마약거래, 중대한 경제범죄라는 여섯 가지 주요 영역으로 범위를 정한다.
• 세계정부위원회는 어느 나라든 헌장을 위반하는 국가는 국제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는 혜택에서 임시로 배제한다. p214

이러한 개혁 영역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또한 인간적인 길을 따르기 위해서는 우선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여러 조치는 동시에 추진할 때 운용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우리가 살펴본 바와 같이 조치들 중 많은 것이 상호작용하며 서로 강화하게 마련이다. 조치의 시행은 반드시 세금징수나 공공부채를 늘려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와 기업 운영 방식의 개혁, 근로소득에 유리한 세제개혁, 시장사회 속에서 모두에게 기회를 주게 하는 교육개혁을 우선 전제한다. p217

프랑스에서 정당이 이러한 미래에 일정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빈곤계층과 중산층 대부분과 간부계층을 결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역할 수행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정당 자신의 영속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관심의 핵심적 대상으로 심아야 하며, 세계를 바라볼 때는 이를 변화시키려는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 나아가서 어디에 살고 있든 지구촌의 운명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그 모두를, 또한 어디에 살고 있든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전부를 결집시켜야 할 것이다. 모두가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p219

정당은 정치하는 새로운 방법의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즉, 가른 사람들에게 봉사하되 그러한 헌신이 어느 날 승리로 연결될 것을 기대하지 않으며, 필요가 가능으로 변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대가를 받으리라는 희망을 가지지 않고 사례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주는 것으로 족하게 여겨 아무도 모르게 도움을 베풀 수 있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특권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 상상의 섬에서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을 꿈꾸었을 때, 그 같은 희망이 자신이 살고 있던 현실의 땅 영국에서 실현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꿈을 달성하는 데는 30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별로 대단한 세월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유토피아에 진입하기 위한 선사(선사)단계, 다시 말해서 인간적인 길로 접어드는 길목에 서 있다. 순간의 폭력과 일상의 조촐함과 이상의 과잉 속에서 이제 우리에게는 이 길에서 앞으로 나갈 일만 남았다.


3. 내가 저자라면


1> 사회주의 이념이 현실에서 실패한 후 사회민주주의의 향방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이정표 제시
(인간적인 길이란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길이다. 시간은 생산ㆍ공급ㆍ교환ㆍ판매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귀중한 재화다. 우리는 시간을 공유하며 홀로 혹은 함께 시간 속에 머물고 거기서 살아갈 수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시간은 창조적이고 자유롭고 유용하고 가치 생산적이거나 우애(友愛)있는 방식으로 사용될수록 더 커다란 값어치를 갖게 된다. p136)

그렇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유한한 생명을 가진 존재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태까지는 이러한 문제들을 결코 간과해 온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유한성에 혹은 시간의 귀중함을 감히 주장해 오지 못했거나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치부해 버리고 살아왔는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의 경우에는 좀 낫지만 당장에 우리가 50년 전 소련에라도 태어나서 살았다면 그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시베리아 탄광을 염두해 두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재의미와 시간을 귀한 재화로 인식하며 살 수 있었을까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혹은 지금의 아프리카 등 에서처럼, 굶주리고 헐벗은 것은 고사하고 태어나면서부터 에이즈에 감염되어 나와서 온갖 고생만 하다가 병마 속에서 죽어가는 처지라면 삶의 질이고 뭐고 신경을 쓸 겨를도 없이 생이 그저 처참하고 암담할 뿐일 것이다. 시간이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세계경제나 정책들이 속수무책으로 아무런 역할도 의미가 없으리라.

왜냐하면 우리가 우리에게 속해야할 양질의 시간을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외부의 압력에 의해 개인의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불량한 시간으로 빼앗기고, 개인의 삶에 유익하고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촉진하거나 세계를 타락시키는데 소비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행이 21세기를 향해 가는 현재에 있으며 우리의 삶은 좀 더 아름답고 행복할 당당한 권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아름다워지는 데는 단연 여러 재화들 가운데 시간이란 것이 으뜸일 수밖에 없다. 시간은 각자에게 다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며 누가 나의 시간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가장 가치적이고 중요한 것이 된다. 시간이 있어야 시간을 창조적으로 사용하고 삶을 계획하며, 시간의 의미를 알아야 인류는 보다나은 삶을 위해 생산적이며 유용하게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경제원칙과 정책들을 펴나갈 수가 있게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유토피아란 양질의 시간을 사는 것을 의미하며, 진정으로 삶이 충만한 시간이며, 인간이 생을 주도적으로 성취해 갈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지구촌이 모두 하나라는 생각으로 서로의 이해관계를 화합해 나갈 수만 있다면야 얼마든지 가능하련만 얼마만큼 실현가능할 것인지는 그리 낙관적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다양한 형태의 양질의 시간 중 어느 것을 선택하든 세계로 확장된 시장사회의 강요에 굴복하지 않고 굳이 시장 민주주의를 문제 삼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시간의 의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여전히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정치의 새로운 목표이다. p138)

2> 세계는 경제적 활기를 최대한 유지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와는 다르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려면 세계는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믿고 정치적으로 도덕성을 바로 세워나가야 하며, 자유 속에서 인간적인 길로 나아가게 하여 시장사회에서 인간이 상품으로 전락되는 것을 막고, 시장과 민주주의가 조화와 균형을 이룬 책임과 지식이 어우러진 새로운 사회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보다 많은 경험과 지식으로 유럽을 대표하는 프랑스 민주사회주의와 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며, 가장 혁명적이고 근원적인 대안으로 새로운 사회민주주에 이르는 인간적인 길을 주장하였다. 워낙에 해박하고 많은 지식 때문인지 할 말도 많고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제시하는 제안도 많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대담프로에 나와서 이야기 하듯이 책이 구성된 느낌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받아 적어서는 억지로 단락을 나눈 느낌이 들 정도로 길게 이어져서 뭐라고 정리되어 들어오지 않고 계속 빨려 들어 읽게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모든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연관되어져서 그렇고 설명을 하다 보니 그런 현상이 빚어진 것 같다. 좀 더 일목요연하고 간결하게 다가왔으면 싶은데 읽을 때는 저자의 정책과 사상이 다 담겨 있어 좋았는데 정리하기에는 다른 책보다 어려운 감이 든다.

작게는 세계화 시대 프랑스의 정확한 해부와 당면 문제들과 제안에서부터 나아가 세계경제의 방향과 제시에 이르기까지 영역이 방대하고 막강한 정책진단을 가진 현안이 돋보이며, 세계 경제와 정책을 살피는 부분에서는 어느 한 부분 빠뜨릴 곳 없이 눈여겨보아야 하는 현안들과 정확한 진단에 의한 제안들로 저자와 같은 세계적 석학에게서나 들을 수 있는 명확한 제안들이 아닌가 싶다.

이 정부에 들어서 저자가 우리나라를 여러 번 방문 하였다고 하는데 세계적 석학이라고는 하지만 우리와 같이 남북이 대치된 특수 상황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제법 잘 조화된 프랑스와 같은 혹은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개념이 현재의 우리 실정에 잘 맞는 지는 의문이 든다.

또한 저자야 프랑스를 더 나은 선진국으로 끓어 올리려고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꼬집지 만은 내 보기에는 더 완벽하려 엄살떠는 듯 보이고 또 아탈리가 주장하듯 분배정책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모두가 잘 살게 될 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 그래도 저자의 주장대로 정책자들은 선거에만 전전긍긍해서 눈치만 살필 것이 아니라 소신을 갖고 인류의 삶이 보다 나아질 수 있는 것에 헌신할 수 있는 아름다운 특권으로 성실히 임해 준다면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좋아질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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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4.09 06:02:31 *.70.72.121
사부님께서 설명을 해 주셨다는데(순서대로 하라고) 제가 없었나봐요. 그래서 모르고 아탈리 작품을 먼저 읽었네요. 저만.. 죄송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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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4.09 07:12:38 *.145.77.73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했다. 써니의 장족의 발전이다.
한되를 가지고 한말을 불려먹는 문학성이 보인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찬찬하고 알아듣게 쉽게쓴 써니의 글귀가 아름답다. 전에 좌충우돌 하던 산만함이 살라지니 순수한 써니의 몸체가 보인다.

써니야!
두꺼운 책을 두려워 말아라. 700페이지의 책을 2시간이내에 속독하며 읽고 머리속에 정리하고 북리뷰를 하면서 중요한 대목을 정독해보아라. 큰 책은 속독으로 마음에 때리는 부분을 연필로, 그리고 붓과의 전쟁을... 어쩌면 두꺼운 책이 더 쉬울련지 모른다.

"나의 내면을 보이려는, ?K아내려는 욕망보다. 많은 책을 읽어 맘속의 향취를 가득체워라"

발전해가는 모습이 정말 좋타. - 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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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2007.04.09 09:29:36 *.249.167.156
써니 누나, 성실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읽어야 할 책의 리뷰를 미리 만나보는 것도 새로운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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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4.09 10:14:00 *.99.241.60
잘 읽었습니다.
저는 호모노마드라는 책을 구입해놓았는데
많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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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4.09 12:54:50 *.70.72.121
늘 너무 부족해서 부끄럽습니다. 여러분 격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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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2007.04.09 15:51:57 *.114.56.245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저의 마음이 참 편합니다. 써니님은 주위를 밝게 해주는 멋진 힘을 지니고 계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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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7.04.16 11:25:32 *.57.36.34
써니님 얼마전 이 책을 나도 사서 읽고 있어요.

워낙 선생님의 선정도서가 수준이 높아서
지식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데 이 책도 그 못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를 잘도 소화하셨네요.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대결시대는 종치고
시장과 민주주의가 판치는 시대는 도했느나
이 또한 현실정치에 맞지 않으니 인간적인 길은
자신의 신사회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이다가 이 책의 골자죠.

정치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문제겠죠.
참으로 인간들에 대한 질문은 영원한 숙제예요.

오히려 진정한 인간이 무엇인지를 찾고
이를 자신의 모습에 천착하려는 써니님 더 아름답습니다.

정진하는 그 길에 영광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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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운
2007.09.05 17:17:51 *.134.133.157
누나의 성실함에 감복하며 물러갑니다. 가히 마마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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