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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9일 07시 17분 등록

<저자에 대하여>

칙칙한 회색 겉 표지의 책, 그 첫 장을 열어 왼쪽 날개에 프린트된 사진과 간략한 약력을 나는 제일 먼저 접했다. 제레미 리프킨, 그 화려한 경력만큼이나 치열하게 고민해 온 흔적을 부족한 머리 숱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고, 잘 정돈된 콧수염은 상당히 까다롭게 책을 썼겠구나ㅡ하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그는 경제학을 공부했다. 나도 학부 때 어렵사리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일단 그가 하는 이야기는 귀담아 들어야겠다는 약간의 비장함으로 책을 읽기로 결심, 다소 딱딱한 어휘선정과 표현력에 적응해가며 책을 반쯤 읽어 내려갔다. 나는 보통 저자에 대한 편견이 형성될까 두려워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책부터 다 읽고 난 후, 저자에 대해 조사하는 버릇이 있다. 원래 자식을 보면 부모를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나, 그가 묘사하고 있는 ‘기계로 인한 자동화의 확산’과 ‘비자발적 실업의 증가’가 야기하는 제3의 산업혁명에 대한 극단적인 미래상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좀 많이. 터무니없는 공상 과학 소설적인 냄새가 풍기는 듯해서일지도 모르고, 어떤 대안을 제시해줄 지에 대한 예상을 전혀 못하겠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일단 책을 덮어두기로 하고 평소와는 다르게 저자에 대해 먼저 조사하고 안심해야 책 읽기를 계속할 수 있을 듯싶었다. 그가 창설한 경제 교류재단 홈페이지를 방문, 주요 저서 관련 기사를 읽고 동영상을 통해 그가 강연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는,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왜냐하면, 그의 강연하는 모습 속에서 세상을 향한 애정을 엿봤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정부 정책을 형성하는 데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만큼, 그의 저서 ‘엔트로피’ 덕분에 생긴 사이비 과학자란 악명에도 불구하고, 신뢰를 얻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생각과 말을 거침없이 하기 때문이리라. ‘노동의 종말’에서도 그의 과감함과 대범함을 접하게 된다. 실업이라는 주제는 정부와 정치, 정당의 각종 정책 기조와 상당히 밀접하고 민감하게 연결되어 있어 감히 쉽게 언급할 류의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각 국의 정부와 많은 일을 했던 것으로 미루어, 정치적으로 상당히 치우쳤을 거란 예상을 해보지만 정부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결국, 기계화로 인한 실업의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가 하는 말에 경청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의 종말’은 1995년 출간됐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십 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그 때와 똑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래서 조사한 결과, 2005년 8월 3일자 인터뷰 기사가 있어 발췌 번역해봤다.

“유럽의 정치가들은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두고, 아웃소싱의 확산 탓이라고 말하기를 좋아하죠.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많은 직업이 중국의 값싼 노동력이 아닌 로봇에게 주어지고 있죠.

현재 유럽에서는 그 누구도 실업에 대한 문제를 직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 문제를 파헤치기 무서워하고 있죠. 많은 정치가들은 값싼 노동력을 구비한 나라들, 이를테면 동유럽이나 중국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둘러댈 테죠. 만약 당신이 중도 우파라면, 미국식 고용 제도를 도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노동 시장을 만들겠다고 주장할 테고, 중도 좌파라면 공정치 못한 무역 관행에 대비해 보호정책을 마련해두겠다고 역설하겠죠. 그러나, 내가 확신컨대 그런다고 해서 사라진 일자리가 다시 돌아오진 않습니다. 현재 사라지고 있는 일자리 중 아웃소싱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5% 미만이에요. 일자리 상실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지만 정작 정치가들은 이 현상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기 때문에 언급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기업에서는 근로자집단을 기계로 대체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노동 구조의 마지막 전환기는 산업혁명 초기에 노예제를 폐지하면서 시작됐고, 21세기의 하이테크 혁명은 기술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무리 값싼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가격 효율적이라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죠.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값싼 노동력을 자랑하는 중국마저도 최근 7년 사이 공장 근로자의 15%를 해고시켰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공장 근로자 14%가 일자리를 잃었죠. 이런 추세로 계속 가다 보면, 무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30년 후면 공장 근로자를 찾아보기 드물 거에요.

물론, 역사를 보면 비슷한 경험을 엿볼 수 있어요. 농장에서 일하던 이들이 기계의 등장으로 공장으로 옮겨가게 됐고, 7-80년 대에 공장기계화는 또다시 근로자들을 서비스 산업으로 몰리게 했죠. 하지만, 첨단 기술은 서비스 산업에 마저 침투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금융업계이건, 도. 소매업계이건. 전통적인 직업들, 가령 텔레 마케터, 텔러, 비서 등의 직업들이 사라지고 있죠. 간혹 정치가나 경제학자들 중 그것은 창조적 파괴의 일환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어요. 없어지는 직업이 있으면 또 새로 만들어지는 직업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분석가, 컨설턴트,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교육자 및 기술직이 생성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것은 클린턴 정부 시절 로버트 라이스의 아이디어였는데, 이것의 문제점은 새로 등장하는 직업들이 기계화에 의해 대체된 근로자집단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입니다.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들은 전부 고도의 전문화를 요하는 것들이라는 거죠. 따라서, 서비스 부문에서도 발생될 기계화의 침투는 그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머지않아 건축가, 법조인, 회계사도 결코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정치가들은 투표에만 연연할 게 아니라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이러한 현상을 직시할 줄 알아야 합니다…… (생략)”


이렇게 그는 우리 모두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나는 그가 좋아졌다.

<마음에 들어온 인용문>

“1세기 이내에 시장 부문의 대량 노동은 사실상 세계의 모든 산업 국가들에서 사라져갈 것이다” (p. 21)

“소비라는 용어는 영어와 불어 양쪽에 그 어원을 둔다. 그 최초의 형태에서 소비한다는 것은 파괴한다, 약탈한다, 가라앉히다, 소모시킨다는 것을 의미했다……소비가 악에서 미덕으로 변질된 것은 가장 중요한 20세기의 현상 가운데 하나이나 그리 많은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p. 39)

“단 하나의 명칭으로 우리의 시대를 특징지으라고 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시대를 영웅적이며 철학적이고 도덕적인 시대가 아닌, 어떤 다른 것보다도 기계의 시대로 명명할 유혹을 느낀다고 새로운 기계 문화에 관한 글을 써온 영국의 사회비평가인 카알라일 의 견해에 의심 없이 공감했다” (p. 72)

“그들은 좀더 효율적인 기계와 좀더 효율적인 시간의 이용은 노동자가 없는 미래로 이끌어 엄청난 물질적 풍요와 무한한 자유 시간을 주리라고 믿었다” (p. 78)

“노동자가 거의 없는 정보 사회에로의 이전은 경제적 페러다임의 큰 변화로서 세 번째이며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다. 이 변화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원천에서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로의 이전이며 생물학적 힘의 원천에서 기계적 힘의 원천으로의 이전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p. 91)

“대부분의 컴퓨터 과학자들이 인공 지능을 천지 창조나 지구상에 생명이 처음 출현한 것과 같은 지위에 두는 것에 대해서 주저할 지 모르나, 다음 세기 언젠가에 이 강력한 새로운 기술의 위력이 평균적인 인간의 지적 능력을 능가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거의 만장일치이다” (p. 93)

“이들은 인간의 노동은 기껏해야 임시 변통의 수단으로 낮추어 보면서, 새로 개발된 통제기술은 어떤 인간적 한계에 의해 제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기계들은 24시간 노동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으며, 배고픔이나 피곤을 느끼지 않는다. 기계들은 인간이 같은 작업을 할 때보다 오류가 적을 뿐 아니라, 적절하게 움직여지지 않을 때조차도 중앙 통제실 에 경보를 알려준다” (p. 100-101)

“이들의 대부분은 도시 생활에 대해 전혀 무방비인 농장 흑인들이다. 어떻게 산업은 이들을 흡수할 것인가? 이들은 노동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미국의 인종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들, 즉 농장 기계화의 희생자들은 다시 인종 갈등의 희생자가 될 것인가?” (p. 109)

“재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비용은 현장에 새로운 자동화 기술의 도입에 대해 노동자와 길고 오래 끄는 싸움을 하는 것보다 부담이 훨씬 적다” (p. 124)

“과거 25년 동안 전통적인 제조업에서의 흑인 노동자와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쓰디쓴 경험이, 수백만의 추가적인 노동자들이 대량의 기술 대체에 의해 하는 일이 없어져 가고 있는 미래에 대한 예언자이다. 새로운 인공 지능 기계가 더욱 더 많은 숙련을 요하는 일과 직무를 흡수하면서 경제 피라미드 위쪽으로 올라감에 따라 아직까지 대부분이 흑인과 도시민인 미국의 하층 계급에 백인과 교외 거주인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p. 127)

“농업, 제조, 서비스 부문의 최근 기술 발전과 경향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노동자가 거의 없는 세상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으며, 사회가 그러한 세상에 대해 광범위한 영향을 논의하거나 모든 영향에 대해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갖기도 전에 노동자가 거의 없는 세상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p. 149)

“컴퓨터 혁명과 생명 기술 혁명이 하나의 기술 복합체로 결합하는 것은 토지, 기후 및 계절의 변화라는 농업의 제약 조건으로부터 결별하여 식량 생산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다. 전통적인 농업은 다가오는 반 세기 이내에는 자취를 감출 것이며, 실험실의 분자 조작으로 옥외 농업을 급속히 대체하는 기술력의 희생물이 될 것이다” (p. 171)

“사람이 하는 일이란 그저 한 기계를 끄고 또 다른 기계를 작동시키는 것에 불과한 곳에서 어떤 기준에 의해서도 기계보다 더욱 더 동기 부여가 되었다고 볼 수 없는 노동자에게 고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아주 매력 없는 일이 될 뿐만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정당화하기 쉽게 되어 가고 있다 더욱이 로봇은 작업 성과가 변덕스럽지도 않고……. 실무적인 목적에서도 로봇은 열심히 일하고 양심적이며 고대 시간의 시작과 끝이 일정하다” (p. 182)

“유럽의 한 대형 할인점은 고객이 신용 카드로 구입하기를 희망하는 제품이 있는 선반의 작은 홈에 신용 카드를 넣게끔 하는 새로운 전자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그곳에는 쇼핑용 수레가 없다. 그대신, 고객이 점포를 떠날 때 구매하고자 하는 품목이 이미 포장이 완료되어 대기 중에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고객은 단지 신용 카드용지에 서명을 하고 계산대에서 계산하지 않고 나가면 된다. 소매 부문은 제조업의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블루 칼라를 흡수하는 실업의 스폰지로서 오랫동안 역할을 해왔다. 소매업 스스로가 자동화 혁명을 경험함에 따라 문제는 이러한 노동자들이 어디로 가느냐가 되어 버렸다” (p. 210)

“심지어 책을 쓰는 것도 지능 기계의 희생물이 되어가고 있다. 1993년 출판 산업은 컴퓨터가 최초로 만든 소설이 나왔을 때 깜짝 놀랐다” (p. 216)

“최초의 자동화 물결이 블루 칼라의 노동자에게 가장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면 새로운 리엔지니어링의 혁명은 기업계의 중간층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여 미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집단인 중산 계급의 경제적 안정성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p. 231)

“노동자 측의 영향력이 현저히 약화되어 있는 지금 지식 노동자들은 경제의 방정식에 있어 좀 더 중요한 집단이 되고 있다. 그들은 제3차 산업 혁명의 촉매자요, 첨단 기술 경제를 움직이게 하는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다” (p. 238)

“수백만의 도시 및 농촌의 사람들이 가난으로 고생하고 점점 더 많은 교외의 중산층 임금 소득자들이 리엔지니어링의 상처와 기술대체의 충격을 느끼고 있을 때, 소수의 엘리트 미국 지식 노동자와 기업가 및 회사의 경영자들은 첨단의 새로운 국제 경쟁의 혜택을 거두어 들이고 있다. 그들은 그들 주위의 사회적 혼란에서 멀리 떨어져서 풍족한 인생을 구가하고 있다. 미국이 발견한 놀랄만한 새로운 환경은 라이시 노동성 장관으로 하여금 이제 더 이상 똑 같은 경제 생활을 영위하지 않는 동일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서로에게 빚진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했다” (p. 245)

“과로사는 더욱 더 전세계적인 현상이 되어 가고 있다. 컴퓨터화된 기술의 도입으로 작업장에서의 활동의 속도와 흐름이 대단히 빨라져 수백만의 노동자들은 10억분의 1초의 문화리듬에 적응해야만 한다” (p. 252)

“전세계적으로, 개발 도상국과 선진국 할 것 없이 새로이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10억 개 이상의 일자리가 다음 10년 동안 창출되어야 한다” (p. 279)

“와캉은 더욱 더 많은 이민자들이 가난한 지역 사회로 유입됨에 따라 고용의 기회와 공공 서비스에 압박을 가해 작아진 경제적 파이를 위해 다투어야만 하는 주민들 간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p. 287)

“사업화된 국가들이 21세기의 후기 시장 시대로 성공적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바로 두 가지의 구체적인 행동 경로가 활발히 모색될 필요가 있다. 첫째, 새로운 노동 및 시간 절약 기술의 도입으로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을 수백만의 노동자와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이다. 기술 진보의 과실을 공정히 나누어 먹기 위해서는 생산성의 극적인 향상이 근로 시간의 감소와 급료 및 임금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둘째, 공식 시장 경제에서의 고용 감소와 공공 부문에서의 정부 지출 감소는 보다 많은 관심을 제3부문인 비시장 경제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 (p. 291)

“인간의 생활에 있어서 시간가치는 경제 행위의 기본 가치인 물질적 가치보다 더 고차원적이다. 물질적 가치가 생리적 물질적 용구의 충족과 대응되는 반면에 시간가치는 인간적 지적 욕구의 충족과 대응되기 때문이다” (p. 296)

“유럽연합의 사무국과 의회는 실업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노동 시간 단축을 공표했다. 사무국의 메모는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사회가 안정적인 고용층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의 두 집단으로의 분열이 고정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분열은 사회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민주 사회의 기반을 위협할 것이다” (p. 301)

“노동 시간 단축을 위한 특정 접근법들과 관계 없이 전세계 국가들은 향후 수십 년간 노동 시간 단축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노동 및 시간 절감형 신기술로 인한 거대한 생산성 향상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와 산업에서 기계가 점차 인간 노동을 대체해 감에 따라서 선택은 두 가지로 좁혀질 것이다. 소수의 고용과 다수의 실업이냐 아니면 노동 시간 단축과 일자리의 공유에 의한 다수의 고용이냐가 그것이다” (p. 308)

“장시간 노동의 스트레스와 결손 가정의 부담에 시달려온 많은 미국인들은 가정의 책임과 사적인 필요를 위해서 어느 정도 소득을 포기하고 대신 레저를 택하겠다고 말한다” (p. 309)

“대량의 공식적인 노동이 부재한 사회 속에서의 개인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이 아마도 다가오는 시대의 근본적인 이슈일 것이다” (p. 311)

“제3부문은 독립적 또는 자원적 부문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부문은 공동체 연대가 금전적 장치를 대체하고 자신의 시간을 남에게 주는 것이 자신과 자신의 서비스를 타인에게 판매하는 데 근거한 인위적인 시장 관계를 대체하는 영역이다” (p. 316)

“제3부문은 사회적 책임이 가장 강한 영역이다. 이 부문은 나머지 두 부문에 의해서 고려되지 않거나 배제되거나 적절한 관심이 주어지지 않는 수백만 개인들의 욕구와 열망을 관장하는 보살핌의 영역이다” (p. 319)

“다가오는 하이테크 시대에 정부는 상업적 경제의 이해보다는 사회적 경제의 이해에 부합되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사회적 경제를 재구축하기 위한 정부와 제3부문과의 새로운 파트너쉽의 강화는 모든 국가에 있어서 시민적 생활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가장 긴급한 과제들은 빈민 구호, 기초 의료 서비스 제공, 청소년 교육, 임대 주택의 건설, 환경 보호이다. 이 모두는 시장 부문이 무시하거나 또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영역들이다” (p. 327)

“가장 공정하고 포괄적인 자금 조성 방법은 모든 사치재와 서비스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부가가치세는 소득이 아니라 소비에 대해서 과세하기 대문에 소비보다 저축을 장려한다” (p. 349)

“다가오는 정보 시대에 있어서 오락과 휴양 산업은 국가 경제 성장의 더욱 더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오락과 휴양 소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는 하이테크 경제의 최대 수혜자들로부터 가장 궁핍하고 가장 소외 받는 사람들에게로 이득의 일정 부분을 이전시키는 공평한 방식으로 여겨진다” (p. 351)

“시장 경제에 있어서 대량의 공식적 노동의 감소는 인간의 사회 참가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한다. 사회적 경제에서 자원 봉사 활동에 종사하는 수백만의 미국인들에 대한 그림자 임금을 지급하고, 제3부문에서 일하고자 하는 수백만의 실업자와 빈민들에 대한 사회적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우리는 시장 경제의 공식적 노동으로부터 사회적 경제의 서비스 노동으로의 장기적 전환을 위한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p. 353)

“만일 당신들이 소득의 사회적 재분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제3부문 개발이라는 이슈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외의 자금 조달 원천이 없기 때문이다” (p. 366)

“노동의 종말은 문명화에 사형 선고를 내릴 수도 있다. 동시에 노동의 종말은 새로운 사회 변혁과 인간 정신의 재탄생의 신호일 수도 있다.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p. 375)


<내가 저자라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레미 리프킨은 글보다는 강의가 더 호소력이 있다.
물론, 번역본의 특성상 한계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문어체에 대한 나의 이해도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으나 어찌되었건 말로서 전해지는 그의 열정을 책이 전달해주기에는 역부족인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종말’이 나를 사로잡은 이유는 그 누구도 감히 얘기해주지 않았던 주제와 그것을 해석해 내는 그의 방식 때문이다. 마치 학교 강의실에 앉아 있는데, 친구가 와서 갑자기 “야, 오늘 시험 본대” 라고 말했을 때 드는 기분처럼.

기계 문명에 대한 예찬론이 만연한 우리 시대에, 그가 잠깐만! 이라고 외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동인은 기계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될 수백만의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경제학도로서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기계에 양보할 수 밖에 없는 근로자 집단의 노동과, 실업이라는 비극에 맞서 대안을 찾지 못해 발생할 사회적 불안, 그리고 그것이 야기할 경제적 낭비.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지만, 또 너무 당연하기에 우리 모두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당연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무려 57페이지에 달하는 각주와 참고문헌을 보충자료로 이용했고, 본 저서를 집필하기 위한 연구 기간만하더라도 3년을 잡았다. 문득, 나는 과연 2년 안에 내 책을 낼 수 있을 까란 의구심이 들기까지 했지만 어쨌든 그의 전체적인 생각의 흐름을 뒷받침하는 자료의 풍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미국식 교육은 워낙 fact-based(사실 위주)이기에 농업, 서비스업, 도소매업 등 거의 모든 업계의 실업률 인상 수치를 증거자료로 사용해 숫자가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숫자의 매력은 독자로 하여금 어떤 현상의 크기를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노동의 종말에서는 그것이 조금은 지나치게 남발되지 않았나 싶다. 아마도 부가적인 설명 없이 많은 숫자들이 열거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분명한 것 하나는, 리프킨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는 것.

그는 제1부 <기술의 두 측면>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하고, 제2부 <제3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전제를 깔아주고, 제3부 <전세계 노동력의 감소>라는 현상을 분석하며, 제4부 <진보의 대가>를 예상해야 한다고 경고한 뒤, 제4부 <후기 시장 시대의 여명>에서 대안을 제시해준다. 전체적인 구성은 상당히 분석적이고 과학적이었으나 제3부에서 제4부로 넘어가면서 대안을 제시하기까지의 연결부문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느꼈다. 현상 분석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진이 빠져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마치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다시 급 발진을 한 기분이랄까.

회색 빛깔의 실업이라는 그림을 그리다가 자원봉사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핑크 빛 물감을 확! 엎어버린 것 같다. 대안의 필요성에 대한 부가 설명 내지는, 경제학적 필요라는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덫 칠을 한 뒤 핑크색 마무리를 했으면 더 부드러웠을 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대안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물리학에서 말하는 에너지란 한 번 생성되면 그것이 다른 형태로 전화되는 경우는 있어도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 마찬가지, 노동력이라는 것도 아무리 실업이라는 폭격을 맞는다 해도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리프킨이 말하는 사회적 기여의 형태로 전환될 수 있으니까. 이것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게 되는, 악순환을 선 순환으로 만드는 창조적 대안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것이 우리가 꼭 따라가야 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유휴인력을 활용할 방안은 고민해 보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노동의 종말’이라는 제목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왜 ‘종말’ 시리즈로 한국에 번역되었는지도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의 초점은 분명 희망찬 대안에 있는데, 제목이 그것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듯싶어 못내 아쉽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윌 스미스 주연의 I, Robot이 연상됐다. 윌 스미스가 극중에서 로봇을 바라봤던 회의적인 시각, 바로 그 똑 같은 시각으로 책을 읽어내려 갔다. 왜냐하면, 아무리 기계가 발전한다고 해도 절대 사람을 대신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은 인간을 창조하면서 ‘자유의지’를 주었지만, 인간은 로봇을 만들면서 ‘자유의지’를 부여할 수 없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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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
2007.04.09 09:16:40 *.56.151.105
'마치 학교 강의실에 앉아 있는데, 친구가 와서 갑자기 “야, 오늘 시험 본대” 라고 말했을 때 드는 기분처럼'.. 지금 이순간 제 마음을 사로잡는 표현입니다. 훗.. 그리고는 일렁입니다.. 잠시 호흡할 짬도 안준채 내 얼굴을 덮어버리는 파도처럼.. 오윤님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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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2007.04.09 09:20:44 *.249.167.156
와, 머리숱과 콧수염으로도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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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
2007.04.09 09:26:57 *.6.5.189
야옹이님은 누구셔요~? ^^;;

도윤님: 동영상 보면 까다로운 손동작도 만만치 않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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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4.09 10:11:25 *.99.241.60
저는 종말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말종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나던데요.
아마 노동자들의 꿈과 노력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것 같아요.

자유의지라는 말 여기서도 쓰셨는데,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책을 다른 관점으로 보는 재미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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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4.09 14:03:19 *.72.153.12
저도 저자에 대해서 편견가지고 싶지 않다와, 그는 어떤사람인지 알고 읽는 것이 더 좋겠다라는 생각이 뒤죽박죽이었습니다.

제레미 리프킨 강의까진 못봤는데...책읽다가 그가 싫어졌거든. 단 한권의 책으로 편견이 생겨버리다니.. 오 이런~ 그렇게 되니 책 정리할때 엉망되었고...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 같더라구. 그래서 왜 그런지 알고 싶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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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
2007.04.09 16:53:58 *.6.5.155
영훈님: '말종'하시니까 인간말종이 생각나요 ^^; 자유의지라는 주제를 가지고 책 한 권 써도 되겠어요 ^^ 저도 영훈님 리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정화님: 음... 언니, 난 다른 사람들이 미처 하지 못하는 말을 하는
용기있는 사람들이 좋거든. 그래서 그런가봐요. 동영상 보면서 유러피언 드림이 읽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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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7.04.10 05:30:52 *.128.229.88
오윤의 저자 소개가 귀엽구나. . 리프킨은 어떻게 새로워 지고 있을까 ? 20년 전 모습에 집착하고 완고할까 ? 보다 확고해 졌나 ? 보다 노회해 졌나 ? 그래, 시간차 공격이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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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7.04.10 14:14:18 *.122.138.93
저자의 소개에서부터 구성,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대안제시까지 깔끔하게 정리하셨네요!! ㅎㅎ 오윤님의 글은 비유가 너무 재미있으시네요.
"회색 빛깔의 실업이라는 그림을 그리다가 자원봉사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핑크 빛 물감을 확! 엎어버린 것 같다. 대안의 필요성에 대한 부가 설명 내지는, 경제학적 필요라는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덫 칠을 한 뒤 핑크색 마무리를 했으면 더 부드러웠을 뻔했다."
훌륭한 색깔의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글 너무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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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4.10 16:52:34 *.252.36.190
음..좋다좋아
아주 매력적인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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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
2007.04.10 19:52:31 *.6.5.237
선생님... 리프킨은 그가 노동의 종말에서 제시한 대안에 대해 아직도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할까요? 그 대안이 과연 실현가능할까요? 참 마음에 드는 대안이지만 앞으로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너무 궁금합니다.

재우님: 그 비유가 마음에 드셨어요? ^^ 앞으로 더 재밌는 비유 많이
보여드리도록 노력할께요. 항상 이렇게 응원해주셔서 어찌나 감사
한지... ^^;

귀한자식.... 왜 어제 안 왔어요? ^^ 이 글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앞으로 더 좋은 글 올리도록 노력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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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4.11 13:03:53 *.55.54.44
고민의 양과 머리숱의 관계? 크하하.
엊그제 본 병곤이 형의 '버럭'이 오버랩 되면서 무지 웃었음. ㅋㅋ
제가 평가할 능력은 못되지만.. 글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요.
저자 소개를 딱딱하지 않게, 고민한 흔적 그대로 쓰다니. 참 좋은 발상입니다. 역시 통통 튀는 아이디어. 붸리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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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
2007.04.11 15:33:56 *.132.76.129
음... 1년 후, 우리 모두의 모습??!!! ^^;;
어제보다 아름다워지기 필사적으로 노력중 ㅋㅋ
저번보다 이번이, 이번보다 다음이 더 좋아져야겠죠? ^.~
농담섞인 진담이었구요 ... 사실, 즐기기 시작해서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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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ㄴㅇㄹ
2010.05.13 16:34:47 *.145.6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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