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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30일 23시 32분 등록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 당나귀 인생을 치료하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다음 다섯 개의 문장을 읽고 본인에게 해당하는 사항이 몇 개인지를 계산해보자.

(질문1) 나는 ‘일만 하는 당나귀 같은 존재이다’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질문2) 나는 ‘꿈은 이룰 수 없는 허상이다’ 라고 생각한다.
(질문3) 나는 ‘아내의 손이 거칠어졌다(남편의 어깨가 무거워보인다)’ 고 느낀 적이 있다.
(질문4) 나는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다’ 고 느낀다.
(질문5) 나는 ‘내 팔자가 왜 이러나’ 라고 한탄해 본 적이 있다.


만약 다섯 개 모두 ‘예’라고 대답하였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중년의 시기에 들어섰다. 그럼 알렌 B. 치넨의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답답하고 꼬인 미로 같은 인생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자신의 내면을 들어다 보고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인생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도 만족스러운 치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1. 저자에 대하여

알렌 B. 치넨은 미국의 정신분석학자로 현재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융 학파에 속하며 옛날이야기와 신화를 통해 인간의 심리현상을 해명하고 심리 치료도 하는 몇 권의 책을 저술했다.

저자는 옛이야기, 동화, 신화 등에 관한 이야기들을 사람들의 심리 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옛이야기, 동화, 신화 등에 관한 이야기들은 인간의 의식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일종의 주문처럼 작용하여 독특한 느낌과 연상 작용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이것은 마치 정신분석의 자유연상과 같은 역할을 하여 마음 속 깊이 잠재해있던 개인의 무의식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만든다.

중년을 대상으로 한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처럼 독자의 상황에 맞는 책은 자신과 동일시하는 주인공을 발견하고 억압된 감정을 그 대상에게 자연스럽게 풀어내게 만든다. 그 대상은 인위적으로 만든 인물이기 때문에 독자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다. 또한 삶에서 느낀 일반적인 문제들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동화는 갈등에서 생기는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 예를 들어 자기애, 오디푸스적 갈등, 형제자매의 경쟁, 독립성, 자의식, 도덕적 의무감 등이 소설적 요소로 가미되어 독자들에게 삶에 대한 통찰과 자기성찰을 이끌어 낸다.

현재 자신과 비슷한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동화되거나, 비교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정화한다. 또한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생각을 정리함으로써 자신을 긍정적으로 성장시키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저자는 옛날이야기를 통해 깊은 정서적 체험으로 심리적 긴장감을 해소하고 새로운 깨달음으로 마음의 힘을 키우려고 한다. 저자도 이 책을 쓰면서 심리치료 효과를 느꼈다고 한다.

“아이러니지만 나의 중년이야기에 관한 연구는 처음에는 순수하게 지적인 작업이었지만 나중에는 곧 가슴과 영혼에 관한 문제가 되었다.” (p301)

저서로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따뜻한 자매애로 위기를 극복하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설명과 심리학적인 분석을 곁들인 <젊은 여성을 위한 심리 동화>,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올바른 어른의 모습을 알려주면서 인생의 후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어른스러움의 진실>, <영웅을 넘어서> 등이 있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한번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특히, 중년을 지나 노인들의 이야기에서 어떤 내용들로 독자들을 몰입시킬는지 궁금하다.


2. 내 마음에 들어온 글

[9] 이 책을 읽는 것은 마치 치료를 받는 과정과 비슷할 것이다.

[10] 숙련된 정신과 의사나 작가의 손에 의해 이들 옛날이야기들은 인간 정신의 훌륭한 회화로 변형되었다.

[11] 중년이란 언제나 거기에 숨어있긴 했지만 위장되고 분열되고 함입된 채 잊혀진 자기 자신과 새롭게 다시 만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5] 옛날이야기들이 영원한 매력을 지니는 이유는 옛날 하시드(기원전 2세기 헬레니즘에 반대하는 유대집단) 속담에 압축되어 있다. <사람들에게 사실이나 이념들을 들려주어라. 그러면 그들의 마음이 밝아질 것이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어라. 그러면 그들의 영혼과 맞닿을 것이다.>

[15] 심리학자 제롬 브루너는 생각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논리적이고도 선형적인 과학적 생각으로서 <사업>, <일>,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되는 언어들이 있다. 두 번째는 이야기 형식의 생각으로, <극>과 <신화>, <문학> 그리고 <옛날이야기>들의 토양이 되는 언어인데, 주로 인간 영혼을 건드리게 된다는 것이다.

[18] 중년의 이야기들은 종종 자신들의 문제를 반성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을 당황하고 혼란시키지만 결국에는 치료적 효과가 있다.

[19] 중년의 이야기도 치료적인 동시에 사람들에게 희망과 지혜, 그리고 중년의 갈등과 의심들에 대한 실제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다.

[21] 중년의 이야기는 이미 인생이라는 여행을 거쳐 생존한 사람들에 의해 그려진, 중년이라면 거쳐야 할 통과의례, 장애물이나 오아시스, 위험들, 그리고 기쁨들이 어디 있는가에 대한 지도와 같다.

[24] 중년의 이야기들에는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이란, 어린시절의 고통스러웠던 외상들을 단순히 풀어버리기보다는 보다 크고 중요한 과제인 <완전한 인간이 되는 지점>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환기시켜 준다.
[32] 마법의 상실은 세계 어느 나라건 중년의 이야기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33] 마법의 정령들이 사라진 것은 성인들이 <일>때문에 <놀이>를 포기하고 <책임> 때문에 <순수>를 버리게 될 수밖에 없는 경험을 상징하고 있다.

[33] 모자이크의 조각들처럼 상세한 조목들은 그 자신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한데 모아놓으면 의미 있는 그림이 되는 것이다.

[34] 자의식이라는 비슷한 주제는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난 다음에 벌어지는 성경이야기에도 나온다. 그들은 자기 자신의 주제를 의식하는 순간 에덴에서 쫓겨나고 천국의 마법을 잃어버린다. 이 주제를 같이 보면, 이야기들은 자의식의 발달과 지식이 어린 시절의 마법을 깨버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35] 마법의 상실은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발달 과정상의 문제인 것이다. 이는 <벌>이 아니라 단지 <성장의 결과>인 것뿐이다.

[35] 젊음의 마법이 사라진 후에 오는 것은 바로 <일>이다.

[36] 또 다른 그림 형제 이야기에서도 중년 시기의 노동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생의 시간 동안에 The Duration of Life>라는 이야기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재미있어서 여기에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신은 이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모든 짐승들이 30년은 당연히 살도록 명한다. 하지만 짐을 나르는 것이 벅차다고 많이 알려진 당나귀는 자신이 일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오래 살도록 청한다. 하느님은 그가 18년을 더 살도록 허락한다. 반면에 개는 늙는 것이 두려워 30년 중에 몇 년은 오히려 감해 주도록 청한다. 하느님은 그렇게 하도록 명한다. 원숭이 역시 늙는 것이 두려워 더 빨리 죽도록 청했고 하느님은 친절하게도 10년을 감해준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나타나서 30년은 너무 짧다고 말한다. 하느님은 당나귀에게서 18년을 빼앗아 주었지만 사람은 여전히 만족을 못하자 개와 원숭이로부터 나이를 빼앗아 주었지만 사람은 여전히 만족을 못하자 개와 원숭이로부터 나이를 빼앗아 준다.
따라서 인간은 첫 30년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산다. 왜냐하면 이것이 그들의 본래 인생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에 당나귀에게서 빼앗은 18년을 더 살기 때문에 쉬지 않고 일하고 채찍질을 당하며 일상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다음의 12년은 개에게서 받았기 때문에 불 곁에 앉아 웅얼거리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숭이로부터 받은 나이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기가 좋은 대로 행동을 한다.』

[39] 창조성은 의식의 판단과 의도를 유보했을 때만 나온다. 특히 유치하고 장난기 많은 어린 시절의 흔적들은 창조성에는 꼭 필요한 요소다. 너무 정밀한 조사나 비평이나 명령을 받도록 강요하는 것은 요정이 갖는 창조성을 재빨리 도망가게 한다.

[39] 정신분석가인 엘리엇 자크는 중년의 창조성에는 두 가지 기본적인 유형이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불 속에서 나온 것처럼 뜨거운 창조적 작업이 있다. 조각이건 소설이건 음악이건 이는 완전히 예술가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젊은 시절의 모차르트로 예로 들자면 그는 귓가에 들리는 새로운 악상을 듣고 이를 악보에 옮겼다. 이런 창조성은 미친 듯한 영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사라진다. 그 다음에야 두 번째 유형이 전면에 나타난다. 이를 자크는 잘 다듬은 창조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예술가들은 불완전한 영감으로 일단 일을 시작하지만 그 생각을 갖고 작업에 임하여 또다시 재작업 한다. 젊은이들의 특징인 <발작적인 창조적 불꽃>은 계속되는 일의 습관으로 진화해서 성숙하고 기댈만한 기술로 변하는 것이다. 만약 젊은이들의 창조성을 99퍼센트의 영감이라고 한다면 성숙한 창조성은 99퍼센트의 땀이다.

[46] 젊은이들의 신성한 야망 뒤에는 완전한 사회, 완전한 게임, 완전한 사랑 등 완벽성에 관한 이미지가 숨어있다. 순수함과 야망에 가득 찬 젊은이들은 완벽함이 가능할 것이라는 짐작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생활과 부딪히면서 그런 꿈들은 결국 깨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왜 중년의 이야기에서 마법을 잃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47]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우상과 이상을 포기하고 결국에는 자기에게 맞는 만큼의 좋은 일을 하는 데 만족하게 된다. 융 분석학자인 도날드 샌드너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젊은이들은 진정한 성인이 되기 위해 자신들이 갖고 있는 ‘하느님과의 유사성’을 포기한다.>

[47] 어떤 사람이 어느 날 잠에서 깨면서 자신의 상황을 절감하게 된다. “이제 나이 마흔인데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다. 이 세상에 내 자취를 남겨놓은 것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48] 문제는 그들이 젊었을 때의 휘황찬란한 이상을 자신들의 현재와 비교하고는 의기소침해지는데 있다.

[49] 남자들이 마법의 상실을 받아들이느라 애쓰는 동안 여성들은 보다 끔찍하고 어려운 문제인 자신의 정체성과 자발성, 그리고 영혼과 자아의 상실이라는 문제와 싸워야 한다.

[49] 젊은 시기에서 성인의 시기로 넘어가면서 남성과 여성은 은유적으로 선악과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셈이다. 그들은 보다 성스러운 완벽성, 순진성, 그리고 젊음의 이상을 잃어버리는 대신 노동과 고통에 대해 배운다. 다른 방법을 강구하려 하면 일은 더 꼬인다. 젊음의 마법을 잃지 않겠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 큰 재난이 닥치기 마련이다.

[54] 부부는 선물을 받는 쪽에서 주는 쪽으로 스스로를 전환시켰을 때 마법을 잃는다. 이는 청년시기가 지나고 성숙한 중년이 시작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54]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이 생각하는 중년의 기본적인 과제는 베풂의 미덕이다. 이는 자기 자식을 돌보는 태도이자 다음 세대 전반, 즉 학생들, 피부양자, 후배들까지를 후원하는 태도를 뜻한다. 이런 베풂의 미덕을 발전시키는 데 실패할 경우에는 노년이 되었을 때 비참하게 되거나 침체될 수 있다는 점을 에릭슨은 경고한 바 있다.

[54] 젊었을 때 사람들은 보통 개인의 성취와 만족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보다 인본주의적인 관심을 가지며 많은 시간을 남에게 베푸는 일에 할애하게 된다.

[55] 비슷한 식으로 한 개인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감들을 세세하게 작업화하지 않는다면 창조적 섬광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56] 진정한 베풂의 미덕은 일에 대한 헌신이나 아이를 양육하고 자선사업을 한다는 것 이상의 무엇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젊음의 마법에 집착하는 아주 예민하고 비밀스런 많은 길들이 있기 때문이다.

[59] 세계를 포용하는 동시에 마법을 포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오로지 중년의 시점에서 과거를 편하게 돌아볼 때만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희생을 연기하고 피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비밀스런 방법은 많다. <현실주의>를 지니기 위해서 지불해야 할 것들은 결코 만만치가 않아 때로는 트리스탄이나 폴처럼 자신의 생명 그 자체를 대가로 지불해야 할 때도 있다.

[60] 셋이란 삼각관계 등에서 잘 나타나는 것처럼 갈등과 경쟁을 의미한다. 넷이란 숫자는 융이 지적한대로 완전성, 완성, 그리고 전체성과 연결되어 있다. 다섯은 중년에만 있는 특별한 숫자이다. 넘침을 의미한다. 이런 넘침은 모두 물질적인 관심들과 연관이 되기에 다섯은 물질주의와 연관이 된다.

[61] 중년의 이야기에서 다섯이란 숫자는 보다 명백해진다. 살아가기 위해 돈을 벌며 보다 안락한 생활을 꿈꾸는 물질적인 관심은 중년의 제일 큰 과제이긴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탐닉할 경우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61] 마법의 상실은 슬픈 게 아니라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일 뿐이고 이를 거절할 때는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상실이란 단순히 마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서 가족으로 또 다음 세대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로 변하는 것뿐이다.

[72] 이런 이야기들은 세계의 곳곳에서 보이는데 이는 성역할 바꾸기가 중년의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암시한다.

[73] 중년의 남자들은 젊은 시기에 그들을 움직이게 했던 힘과 지위에 대한 남성적인 경쟁 심리를 옆으로 치워버린다. 그 대신 그들은 관계와 감성에 대해 관심을 두는데 이들 특성들은 젊었을 때는 너무나 여성적인 것이라서 거부했던 성격들이다. 반대로 여성들은 자신감, 자발성, 그리고 모험심 같이 전통적으로 남성 특성이었던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갖게 된다. 여성들은 어린 시절 사회가 소녀들에게 요구했던 복종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역할을 벗어버리고자 시도한다. 융이 지적한 대로 <인생의 아침에 활짝 피었던 모든 이상과 가치관들이 인생의 정오쯤에는 바뀌게 되는 것이다.>

[74] 전형적으로 젊은 남자들은 성취의 기본적인 원천으로 일의 성공을 생각한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그들은 동료들과의 관계나 가정에서의 행복을 보다 강조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중년이 되면 노동자건 지식인들이건 모두 다 겪는 과정이다.

[75] 모로코의 민담들은 중년의 성역할 바꾸기에 대해 극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야기 속에서 모든 남자는 백 개의 악마와 함께 태어난다. 그리고 소녀들은 백 개의 천사와 태어난다. 해가 갈수록 남자와 여자는 서로 악마와 천사를 교환한다. 따라서 만약 백년을 산다면 남자는 백 개의 천사를 갖게 되는 것이고 여자는 백 개의 악마를 갖게 되는 것이다.

[78] 이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도 스스로의 내적인 여성성과 연결된 꽤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원고를 쓰다 보니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았다. 책은 너무 지적인 면만 강조하고 거리를 지나치게 둔 느낌도 들었고 우선 생명력이 없었다. 나는 이 문제에 관해 씨름하면서 원고를 고치고 또 고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때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쓴 글에는 중년에 관한 나 자신의 사적인 경험들, 감정들, 그리고 생각들이 빠졌던 것이다. 이것들은 사실, 점잔을 빼는 지적인 코멘트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속 내용이 아니었던가. 나는 이 책을 마음으로,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감정을 가지고 쓸 필요가 있었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여성적이라고 간주된 <감정>이나 <사적 반응> 혹은 <관계> 같은 것들을 탐구한다는 뜻이었다. 그런 통찰은 내 글쓰기에 아주 큰 충격을 주었지만 나는 그런 자기 자신에 대해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쓰고 있던 중년의 이야기에서 반복적으로 이미 해답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작업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이해하는데 몇 달이 걸리다니! 나는 단지 이들 이야기를 잘 듣고 진실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했었다.

[78] 나는 감성적인 글쓰기를 매울 혐오했었고 보다 전통적이고도 안전하게 남성적인 목소리로 객관적인 사실들이나 영원불멸의 진리들 또는 고집쟁이 남편의 깊은 사색들같이 장엄하고 권위적인 것들을 훨씬 더 좋아했다.

[79] 「고집쟁이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는 중년 여성들의 발달 과제에 대해서도 동등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부인은 자발적으로 가정을 떠나 사막으로 향한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변화를 찾은 것이며 반면에 그녀의 남편은 수동적으로 그 고통을 다 참아냈다. 이야기는 여기서 현실을 반영한다. 중년이 되면 보통 주부들이 남편을 리드하면서 그간에 익숙해졌던 습관들을 아주 빠른 속도로 깨버린다. 그녀의 변화는 남편까지도 더욱 성숙하도록 강요한다.

[80] 그녀는 물리적인 힘에 의지한 것이 아니라 <설득>과 <관계>로부터 나오는 힘에 의지한 것이다.

[82] 젊은 남자와 여자들은 사실 자기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파악하고 문제가 생기면 남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그런 대상들은 대개 부모나 선생님 혹은 직장 상사가 된다. 이는 심리학 용어로 말하자면 자신의 잘못과 어려움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한다고 말한다. 중년쯤 되어 문제가 생기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부의 악한들을 찾아 비난하는 것을 그만두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결점을 훨씬 더 쉽게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방식을 바꾼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문제를 개선하려는 문제는 나이을 먹어갈 수록 성숙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84] 자기표현을 자유롭게 하면 할수록 그 방식은 훨씬 순화될 것이고 억압하면 할수록 점점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97] 중년이야기에서 여자들에게 결혼은 일종의 유형지이자 감옥에 갇히는 일이며 억압이고 심지어는 죽음 그 자체와도 동등하게 취급되고 있다. (젊은이의 이야기에서 남자들에게 결혼이란 대개 승리, 행복, 권력, 그리고 명예를 뜻한다.)

[98] 중년의 이야기에 나오는 여성의 억압은 대부분의 문화에서 보이는 어두운 진실을 반영한다. 사실 모든 사회에서 여성은 특히 결혼 후에는 여러 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해진다. 현대의 미국에서 기혼녀는 독신 여성들보다 훨씬 더 많은 불만을 갖고 있다. 남성들의 경우는 그 반대이다. 또한 독신 여성들은 기혼 여성들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 결혼은 남성들에게는 큰 보상이 되지만 여성들에게는 고통과 질병을 주기도 한다.

[103] 오늘날 중년의 여성들은 자녀들을 세상에 내보낸 다음 새로운 일을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사회가 만든 여러 가지 장애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놀랄 만큼 성공을 거둔다. 이것은 단순히 현대 페미니즘의 결과는 아니다. 이 과정은 오히려 무의식적인 원형이다.

[105] 부인의 성스러운 선출에는 또 다른 깊은 의미가 있다. 융 학파의 심리학에서는 자기(Self)의 개념과 관련해서 또 다른 해석을 한다. 융 학파의 사고방식에서 자기란 무의식적이건 의식적이건 한 개인적 존재의 중심이 된다. 자기는 의식적인 생활의 중심일 뿐인 <자아E해>와는 명백히 다르다. <자기>는 또한 각 개인들이 해내야 할 사회적 역할 - 예컨대 어머니라든가 사장님들 같은 - 과도 역시 많이 다르다. <자기>란 개인의 가장 진실한 본성을 표상한다. 융은 <자기>란 전형적으로 꿈속에서 <행복의 새>같이 성스럽고 마술적인 상징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주목했다. 성스러운 새는 부인의 진정한 자기, 즉 자신의 깊은 존재를 상징한다. 외적이 억압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에게 진실했으며 그녀의 통합성을 지켜나갔다. 따라서 내적인 그녀 자신의 상징이 겉으로 표현된 것이다.

[108] 그녀는 가부장제적 규칙을 여성 중심적인 체제로 바꾼 것이 아니라 새롭고도 평등한 체제로 바꾼 것이다.

[110] 남자가 자신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했을 때만이 여성들은 숨어 있는 자신들의 힘과 재능을 발견해 내고 자기 자신에게 의지해 일어나는 것이다.

[110] 때때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적>은 마음속에서 어떤 형태를 갖춘 채 꿈이나 공상에 나타난다. 융은 이들 신비하고 매력적인 남성상을 <아니무스> 형태라고 말했다. 그는 아니무스가 여성의 남성적 측면, 즉 당당함, 독립성, 힘 등을 상징한다고 하였다. 융은 이 아니무스가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영적인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된다고 암시한 바 있다.

[113] 역설적으로 과도함이 오히려 자아 통합과 개성으로 이끌어준 것이다. 숫자 5는 중년의 과제인 불균형과 실수를 조화와 자아 정체성으로 변환시킴을 잘 요약해주고 있다.

[120] 엄격한 성역할을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소년 소녀들은 상대적으로 양성적이다. 이 점은 중년의 이야기에서 각 개인이 남성성과 여성성을 균형 잡게 하는 중요한 테마가 된다. 많은 연구에서 중년기가 되면 심리적인 양성성이 늘어난다는 점을 지적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양성성이란 나이 들면서도 깊이 행복할 수 있는 성공적인 심리특성과 비례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결혼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기혼부부들은 불행한 부부들이나 젊은 개인들과 비교할 때 전통적인 성역할에 별로 개의치 않고 있다.

[124] 제럴드 오콜린스도 이런 고통스러운 중년의 경험을 <두 번째 여행>으로 묘사한다. 첫 번째 여행은 젊은 시절에 거치는 것인데, 이 때 남자들은 모험과 행동을 통해 유명해지고 행운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한다. 두 번째 여행에서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자발적이지 않은 여행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영광과 재산보다는 지혜를 얻게 된다.

[125] 이제는 남성 중년의 위기에 대한 개념은 일반적인 지식이 되었다. 놀랍게도 오로지 약 4분의 1의 중년 남성들만이 아주 심각한 위기를 거친다는 것이다. 이런 통계학적 결과가 중년들이 겪는 남성의 위기란 개념을 뒤집어엎지는 않는다. 남성은 자신의 약한 부분과 고통을 감추도록 사회화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중년에 겪는 혼란과 의심을 감춘다.

[125] 인간의 고통스런 중년의 대항해는 마치 연옥과 같다. 그리고 이런 위기는 씻겨 나간다. 고통은 오래된 방식의 사고와 행동을 태워버리고 새로운 길을 위하여 깨끗하게 청소된다. 여기서 새로운 요소들의 가장 중요하고 첫 번째 가는 것은 여성적인 것이다.

[126] 그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의존성을 인정하도록 강요받고 인생의 관계들, 즉 전통적으로는 여성적인 영역이었던 것을 인정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런 과제는 중년기에는 남자들에게 기본적인 것이다. 즉 영웅적인 힘을 포기하고 대개는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투사하고 있는 유약함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126] 로버트 블라이가 우아하게 묘사한 「철의 존」이야기에서 남성들은 중년에 이르면 젊었을 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여성들에게 깊이 상처를 받기보다는 다른 남자 특히 자신의 아버지들에게 상처받게 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126] 남자들은 이런 고통스런 어린 시절의 경험들과 다시 싸워가면서 자신들의 상처받은 남성성을 이해하고 치료할 수가 있다. 역설적으로 그들의 여성적인 유약함과 요구들을 접하는 과정 중에 그들의 남성성에 대해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127] 즉 남성은 여성에 의해 구원받는다.

[128] 남자들은 오로지 공공의 영역에 나타나는 것만을 보지 그 뒤에 숨어있는 개인을 알지 못한다. 이는 남자들이 개인간의 상호작용과 관계를 습득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129] 중년의 이야기들은 여성들이 그들의 힘을 중년에 재선언하고 남성들은 고통을 겪는 지혜를 배운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두 가지 경고가 나타난다. 첫 번째로는 우리가 이런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유형들을 함께 타고 났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이 왜 존재하며 또 정말 바뀔 수 있는지 아닌지는 다른 필자들에게 남겨놓겠다. 개인들은 힘과 친밀성에 대해 중년이 되면 이해하게 되고 그들이 젊어서는 내버려두었던 반쪽과 대면하게 된다. 두 번째 경고는 모든 사람들이 중년에 이르러 역전되는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많은 개개인들이 전통적인 역할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성숙한 사람이라면 성역할에서도 융통성을 좋아할 것이고 중년의 이야기는 이런 이상과 희망을 반영한다.

[130] 발전의 이런 변증법적 과정은 일상의 상황에도 반영된다. 부인은 자녀들이 커서 집을 떠나게 되면 학교로 돌아가서 새 직업을 갖게 된다. 남편은 요리도 배우고 빨래도 하면서 관계의 감성적인 면에 훨씬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직장을 떠나 그의 가족 품으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130] 여성의 새로운 경력은 남편이 그의 능력이상의 것을 더 이상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비로소 시작하게 된다.

[130] 「피리 부는 왕비」같은 중년의 이야기는 <도전>이란 모두가 같이 공유하면서 많은 사람이 같이 해야 성공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135] 중년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의 세월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남아있는 나이를 생각할 때 시작하는 것이다.

[137] 공통적인 위기의 시초는 인생에 있어서의 궁극적인 역할 바꾸기, 즉 죽음이다.

[137] 죽음의 문제는 중년 이야기에서 특별한 것이다. 청소년 이야기는 죽음을 가볍게 다루고 젊은 영웅들은 대개 죽음의 심을 피하거나 속인다. 노년의 이야기들은 죽음을 단순히 삶의 한 사실로 다룰 뿐 삶의 문제로 다루지는 않는다. 중년의 이야기에서 죽음은 중심 주제가 되고 중년의 주인공은 죽음과 고통스럽게 싸운다.

[138] 남자와 여자는 대개 극적인 한순간에 죽음을 직면하는 것이 아니라 몇 십 년의 세월 속에서 직면하게 된다.

[139] 그는 자기중심적 관심에서 시작해서 그가 죽어서 상실하게 될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더 커다란 그림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역사를 통한 세대의 계승과 그 안에서 자신의 초라한 위치였다.

[140] 중년에 개인은 진로를 바꾸기를 요구받고 그들의 개인적인 꿈을 초월하여 그들 자신을 <큰 사진>의 작은 부분으로 간주하게 된다.

[141] 유산이란 중년이후에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142] 생성이 죽음의 공포를 해결하도록 도와준다면 죽음은 또한 생성을 양육하는 것이 된다.

[141] 죽음은 종종 생성의 가장 좋은 스승이 된다.

[143]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정말로 많은 젊은이들이 조숙하게도 왕과 똑같은 세속적 지혜에 도달함을 관찰했다. 즉 그들의 자리를 좀더 큰 규모의 틀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149] 백만장자는 영원한 생명의 땅으로 가는 기회를 얻지만 끝나지 않고 변하지 않는 존재에 싫증을 느껴 평범한 죽음을 열망한다. 그는 모순점을 발견한다. 죽음은 삶을 가치 있고 흥미롭게 만든다. 그리고 죽음은 휴식을 약속해 주며 삶의 무거운 짐으로부터 도피처를 제공한다. 영원한 생명의 땅에 사는 사람들이 외치듯이 죽은 자만이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곳에 갈 수 있다. 그곳은 그들의 땅보다 더 멋지다고 상상하는 곳이다.

[150] 어떤 사람은 신의 책으로부터 심오한 충고를 기대할지 모르지만 책의 내용은 예상 밖이다. 그것은 단순히 백만장자에게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잘 부양하고 아이들의 장래를 준비해 주고 이웃을 공경하라는 것이다.

[151] 죽음과의 조우는 개인으로 하여금 평범한 일상의 삶을 긍정적으로 만든다.

[152] 여성은 대개 그들의 공포에 관해 개방적인 반면 남성은 습관적으로 죽음의 공포를 포함한 모든 불안을 부정하고 축소한다.

[153] 결국 여성은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역할을 하기 위해 일찍 사회화되는 반면 남성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므로 남성에게 있어 베풂이란 중년에 들어서 배우기에 훨씬 더 어렵다. 베풂이 죽음의 공포를 없애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남성은 죽음에 관해 좀더 많은 문제를 갖게 된다.

[154] 죽음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첨부하여 우리의 이야기는 또 다른 생동감 있는 소재를 가지고 있다. 즉, 꿈의 중요성이다.

[156] 융은 이러한 꿈의 기능을 강조했다. 그것들은 억압되고 무시된 문제를 끄집어내어 의식의 한계를 메워준다. 프로이트는 꿈이 금지된 소망을 숨기고 수용되지 못하는 충동이 의식세계로 나오는 것을 가려주거나 제외시킨다고 주장한다. 융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꿈은 억압에 대항하고 개인이 회피하는 문제를 끄집어냄으로써 무의식을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156] 융과 프로이트 꿈이론은 인생의 다른 단계에 적용되는 한 모순되지 않는다. 꿈은 중년에 억압에서 계시로 옮아가게 된다.

[157] 동화를 분석하는 것은 미지의 화학 물질을 규명해내는 것처럼 많은 복잡한 단계와 불가사의한 상징들과 관련되어진다.

[158] 중년의 남녀가 불안하면 그들은 종종 여행을 가든지 직업을 바꾸던지 주거를 옮기던지 또는 이혼하게 된다. 그들은 실제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고 나중에서야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그들 안에서 발견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중년의 여행은 내면 여행이며 이 시기의 내향적인 태도는 더 나은 정신적 건강과 행복에 관련되어 있다.

[158] 중년의 이야기와 현실적 삶에서 죽음이 비록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남녀가 받아들여야 하는 필연적인 결과만은 아니다. 똑같이 강력하게 받아들이기에 아마도 더 어려운 힘이 있다. <그것은 운명이다!>

[165] 중년의 이야기에서 운명은 절망적이며 개인은 자신의 독립과 힘의 한계를 받아들이도록 강요받는다.

[168]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년에 반성적이고 철학적인 태도를 발전시켜 나간다고 확인해 준다. 성숙함은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며 이것은 종종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직관을 향한 변화와 관련된다.

[172] 직장에서 물러나는 것, 자식들의 약물문제와 씨름하는 것, 치매에 걸린 부모를 돌보는 것, 어떤 이름으로, 어떤 설명으로든 운명이나 행운은 중년에 그의 의무를 요구한다.

[183] 중년의 오이디푸스적 질투를 이기지 못하고 베풂의 미덕을 발전시키는 데 실패한 사람은 자신의 괴로움과 분노로 소모되고 만다.

[186] 오이디푸스는 그의 삶에서 운명의 힘을 깨달으면서 죄의식에서 자신을 해방시킨다. 그는 죄와 자책감보다는 운명과 비극의 관점에서 그의 삶을 이해한다. 삶의 이러한 비극적 비전을 갖는 것은 젊은이의 심리에서 성숙의 심리로의 결정적인 전환을 나타낸다. 왜냐하면 자책감과 비난은 필연적으로 젊은이의 영웅주의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젊은 남녀는 대개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그들이 삶을 관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이 잘못되면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든지 아니면 적어도 다른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중년의 남녀는 운명이나 숙명의 힘을 깨닫고, 그들은 단지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제한된 통제력만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통제하지 못한다 해도 어떤 책임도 없으며 어떤 자책감이나 비난도 없다. 냉정하지만 그 통찰력은 궁극적으로 자유스럽게 해주며 남녀가 과거의 후회를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중년은 불운과 실수에 대해 그들 자신을 용서하게 된다.

[187] 이상적으로 그들은 또한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특히 그들의 부모를 용서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부모들 때문에 좌절감을 느끼며 그들의 부모가 실은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87] 그들은 그들 자신의 부모가 사랑이나 보호를 거절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더 이상 사랑과 보호를 줄 수가 없었음을 깨닫는다. 이것은 실패와 죄의 문제가 아니라 한계와 비극의 문제이다. 젊은이의 분노는 그래서 탄식과 슬픔과 분노로 바뀐다. 겸손과 동정은 비극적 통찰에서 나온다.

[196] 사실상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자신들이 더 군인 같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그들에게 강요된 더 많은 지겨운 일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6] 당연하게도 영웅이 되려 애쓰면서 젊은 시절을 보낸 후에 그는 이제 중년이 되어 궁지에 버려진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197] 중년의 성인이 젊은이보다 추상적 이성을 덜 사용하는 것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다. 젊은 남녀는 가상의 도덕적 딜레마와 같은 추상적 문제가 나타나면 전형적으로 교양적이고 윤리적인 원칙에 호소한다. 반대로 노년의 남녀는 개인적 경험과 구체적 예를 들기 쉬우며 대학생들보다 아이들에게 더욱 전형적인 유형인 좀더 단순한 유형의 논리를 사용한다.

[197] 성숙한 성인은 책에서 배우는 것과 삶에서 배우는 것을 구별하며 후자가 그들에게는 더 실리적이라는 것을 안다.

[198] 은유를 이해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능력을 넘어서는 꽤 세련되고 추상적인 이성작용을 요구하는 것이다.

[199] 개인이 은유를 사용하는 것이 실용적 지혜의 발전과 평형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 남자와 여자는 약간 다른 방법으로 지혜를 발전시킨다. 남자들은 대개 젊은 시절 추상적이고 지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과학과 철학에 강하게 끌리며 젊은이의 팽창적이고 장엄한 정신을 반영하는 절대적 진리에 관해 습관적으로 이야기한다. 남성은 성숙해가면서 실리적이고 일상적인 정서적 지식의 중요성과 그들 자신의 이해의 한계를 인식한다. 반면에 여성들은 보완적인 유형을 쫓는다. 그들은 대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에 두고 시작하여 나중에 그들 통찰력의 더 넓고 우주적인 중요성을 인지한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여성이 그들의 추상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데 억압받아 왔을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고등 지식 교육의 기회에서 배제되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불합리하고 중요치 않게 여기는 관계나 감정에 주목해 왔다.

[203] 융은 남성과 여성이 지혜에 도달하는 상호 보완적인 길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을 제공한다. 바로 로고스와 에로스이다. 로고스는 추상적이고 우주적이고 이성적이고 지적이다. 그것은 자연과학, 수학, 철학의 본질이며 사심 없는 관찰자의 견해를 나타낸다. 반대로 에로스는 감정, 직관, 내적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203] 전통적으로 남성은 로고스로 시작하여 에로스를 포용하는 반면 여성은 에로스로 시작하여 그 다음에 그들의 삶에서 로고스와 통합한다. 남녀 모두에게 있어 성숙이란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의 이성적 유형의 조화를 요구한다.

[227] 농담과 기지는 참을 수 없고 폭력적인 감정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로 바꾸어 놓는다.

[228] 유머는 성숙의 징표이다. 유머는 깊은 공감력, 자기 확신, 그리고 창조적 재능과 비례한다. 한사람이 성숙하면 할수록 보다 많은 유머를 사용한다. 한 사람의 심리적인 행복감이 클수록 유머 감각도 늘어난다.

[229] 중년의 이야기는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자신들의 분노를 삭이기 위해 유머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선 남자들은 여성들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기에 여성들보다 유머에 대한 요구가 훨씬 더 많다. 두 번째로는 중년의 이야기들은 중년 여성들의 가장 큰 과제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기를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세 번째로 중년의 여성들은 자신을 내세울 때 좌절되기보다는 고양되기 마련이다. 성공의 한계에 도달한 남성들의 상황과의 이러한 대비는 쇠퇴와 한계와 대면하게 하고 일종의 강장제로 유머를 필요로 한다.

[234] 몰입과 적당히 유지되는 거리는 유머의 핵심적인 조건이 된다.

[234] 아이러니란 두 관점을 동시에 견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245] 고통은 자기 성찰과 자기 변형의 과정을 통해 치유로 이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질병이란 각 개인들에게는 자신들의 삶을 반성하고 그들의 어두운 부분인 잘못과 단점, 악덕들을 반성하게 한다.

[251] 치료자는 여성이나 남성 어느 한쪽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치료란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힘을 모두 요구하기 때문이다. 동정과 공감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덕목이기 때문에 환자를 돌보고 건강하게 돌려놓는 데 꼭 필요하다. 그러나 대담한 행동과 강한 투쟁은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특징들인데 이 또한 꼭 필요하다.

[261] 왜 치료가 악마적인 것과 관련이 있는가? 그리고 중년에 이 주제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치유의 악마적 측면은 질병이란 사악한 것이며 나쁜 귀신이 원인이라는 거의 전 세계적인 인류의 믿음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이 그 원인이기 때문에 악마적 존재는 질병을 고칠 수도 있는 것이다.

[264] 중년의 개인들은 오랫동안 고통 받아야 한다는 자신의 몫을 기억하고 성숙의 생성을 위해 젊은 시절의 영웅주의를 버림으로써 이런 자아 팽창과 원시성을 피한다.

[278] 남성의 행복은 궁극적으로 여성에게 달려있다는 가정이다.

[280] 왕비는 단지 왕이 심리 발달상 자신보다 조금 늦게 철이 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가 따라올 때까지 기다린 것뿐이다.

[281] 원형적인 주제와 씨름하는 한편 일상적이고 매일 되풀이 되는 경험을 하면서 땅에 굳건히 뿌리를 박아야 함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해 준다.

[281] 이런 삶의 구조들이 중년에 이르면 녹아서 다시 재형성되는데, 이는 마치 황금나무의 가지와 잎들이 소용돌이 속에서 없어졌다 다시 형성되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녹아내리는 샘은 인간이 중년에 겪어야 할 원시적인 삶의 원천이라는 이미지와 딱 들어맞는 상징이다.

[282] 신은 그들을 에덴에서 쫓았는데 이는 단순히 벌이라기보다는 생명의 나무와 열매를 먹음으로써 신과 똑같이 영생을 얻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285] 생명의 나무로서 이는 생명력과 베풂을 상징한다. 이런 두 주제는 중년에는 가장 중심적인 주제이다. 한사람의 믿음이나 역할 그리고 행동들은 얼마나 인간 생활을 풍부하게 했느냐에 의해 판가름이 난다.

[286] 성스러운 경험들은 황금나무에 의해 상징되지만 인간의 성취욕을 모두 충족시키는 데는 충분하지 않는다. 중년의 원형적 통찰은 인간관계에 근거한다.

[287] 각 개인은 그들이 생물학적으로 남성이건 여성이건 간에 자기 내부의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을 다 발전시켜야 이상적이다.

[292] 내 생각에 모든 사람들은 그 같은 생명력이 샘솟는 샘을 가지고 있지만 그 원천이 「황금나무」에 나오는 것과 같은 극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간과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생명의 나무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시럽들이나 찔끔찔끔 먹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 정도만으로도 대개는 충분하기도 하다.

[295] 중년에는 젊은 시절에 노력과 투쟁으로 성취한 것들이 파괴되고 새로 만들어진다. 첫 번째 전복은 젊은 시절의 마법을 포기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전복은 남성과 여성들은 중년에 전통적인 성역할을 바꾸게 된다.

[296] 목표는 오히려 균형과 통합에 있다. 중년이 되면 남자들과 여자들은 권력과 무기력, 자발성과 관계성, 승리와 고통에 대한 지혜를 직접 경험한다.

[296] 전통적인 남성 역할과 여성 역할을 뒤집어 경험해 보면 중년의 개인들은 성과 인간의 경험에 대해 보다 깊고 풍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297]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절망과 냉소주의이다. 젊은이들은 너무 확신에 찬 것이 문제라면, 중년들은 너무 믿음을 적게 가진다는 함정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치는 위로와 치유를 준다.

[298] 이제 사람들은 동시에 두 관점을 갖고 안에서 보기와 바깥에서 보기를 배우게 된다.

[298] 사람들은 그들이 해야 할일을 수행해 나가지만 동시에 그런 과제들을 꿰뚫어보면서 자기 자신에게 웃음을 던질 여유도 생긴다. 유머는 통찰과 책임사이의 충돌을 화해시켜 준다.

[298] 아마 더욱 기적적인 것은 사람들은 위기에 깊숙이 빠졌을 때 치유의 힘을 발견해 낸다는 점이다.

[299] 남성과 여성은 궁극적으로는 중년에 이르러 지혜를 얻게 된다. 그러나 지혜란 숭고하거나 철학적인 무엇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인간의 삶 속에 필요한 실제적인 통찰력을 의미한다.

[299] 중년은 추상적이고 남성적인 사유의 방식을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여성적 접근법에 통합시킨다. 로고스와 헤로스는 지혜를 낳는다.

[300] 사람들은 이때에 이르러 완전한 인간으로서 전통적인 사회 역할에서 벗어나 밝음과 어두움, 남성성과 여성성이 통합된 생을 껴안도록 요구된다.

[300] 중년이 되면 남성과 여성 모두 젊은 시절에 무시했던 과제를 다루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젊은 시절에는 그들이 보수적인 사람이건 진보적인 사람이건 간에 힘과 성취에 관해서만 초점을 맞추었지만 중년이 되면 유약함이나 한계 그리고 관계성에 대해서도 잘 다루어야만 한다. 또한 양육과 친밀함을 초기에 강조했던 사람들은 그들의 보수나 진보 성향에 관계없이 또 다른 면인 자신감과 자발성 그리고 권력에 대한 심리적 특성이 도드라진다. 균형과 변화가 중년에는 보다 진지한 과제가 된다.

[301] 그들은 변화에 대해 단순히 이야기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것은 사실상 이 이야기들이 내게도 미친 영향이다.

[301] 아이러니지만 나의 중년이야기에 관한 연구는 처음에는 순수하게 지적인 작업이었지만 나중에는 곧 가슴과 영혼에 관한 문제가 되었다.

[301] 중년의 이야기들은 변화를 요구한다.

[302] 중년의 방랑여행은 지혜의 나무로부터 생명의 나무로 가는 여행이자 의식에 국한된 정신과 죄의식에 갇혀있는 단계에서 베풂과 창조의 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이다.

[303] 생명의 나무는 마지막 종착역이 아니다. 아직도 가야할 인생의 3분의 1이 남아있고 그 기간의 몫인 초월과 깨달음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들 주제는 노인들 이야기의 영역이다.

[304] 쉬지 않는 모색은 중년과 중년의 이야기의 주제이다. 그리고 바로 이 중간 지점의 정신이 통합과 변환 그리고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중년으로의 두 번째 여행>은 중년을 위한 심리치료서이다. 중년의 남녀가 가족과 일의 요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자신에 대한 회의나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중년으로부터 새롭고 깊이 있는 의미를 어떻게 발견하는 지에 대해 다룬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옛날이야기를 통해 중년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심리를 정신과 의사의 눈으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심리에 대한 해석과 의미를 실제 치료한 환자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도 우연한 기회에 생겼다. 책 속에 소개된 내용을 통해 동기와 취지를 파악할 수 있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 햇볕이 따스한 봄날이었다. 나는 어떤 연구를 하기 위해 대학의 도서관으로 향하다가 활짝 핀 벚꽃나무 밑에 잠시 앉게 되었다. 그때 불현듯 어떤 영감이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위대한 어머니와 현자가 내 귀에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 생각은 간단했다. 만약 내가 나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중년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 역시 이 전에 그렇게 했으리라. 따라서 지구 어딘가에는 중년이나 노년을 위한 오래된 옛날이야기가 틀림없이 있으리라. 그래서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찾기 시작했고 그 보물들을 찾아낼 때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p20)

중년의 이야기에서 나타난 중년은 늙지도 젊지도 않았으며, 결혼은 했으며 살기 위해 일한다. 또한 개인적인 실패, 결혼의 갈등, 비극 등과 씨름하고 있다. 중년이 느끼는 현실을 아주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소개하는 우화를 소개한다.

『신은 이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모든 짐승들이 30년은 당연히 살도록 명한다. 하지만 짐을 나르는 것이 벅차다고 많이 알려진 당나귀는 자신이 일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오래 살도록 청한다. 하느님은 그가 18년을 더 살도록 허락한다. 반면에 개는 늙는 것이 두려워 30년 중에 몇 년은 오히려 감해 주도록 청한다. 하느님은 그렇게 하도록 명한다. 원숭이 역시 늙는 것이 두려워 더 빨리 죽도록 청했고 하느님은 친절하게도 10년을 감해준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나타나서 30년은 너무 짧다고 말한다. 하느님은 당나귀에게서 18년을 빼앗아 주었지만 사람은 여전히 만족을 못하자 개와 원숭이로부터 나이를 빼앗아 주었지만 사람은 여전히 만족을 못하자 개와 원숭이로부터 나이를 빼앗아 준다.

따라서 인간은 첫 30년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산다. 왜냐하면 이것이 그들의 본래 인생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에 당나귀에게서 빼앗은 18년을 더 살기 때문에 쉬지 않고 일하고 채찍질을 당하며 일상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다음의 12년은 개에게서 받았기 때문에 불 곁에 앉아 웅얼거리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숭이로부터 받은 나이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기가 좋은 대로 행동을 한다.』(p36)

중년의 문제를 옛날이야기를 통해 심리적으로 분석하려면 이야기 속의 상징과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해야 한다. 이를 위한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첫째, 옛날이야기들을 해석하기 전에 우선 귀를 열고 잘 듣는다. 잘 듣지 않고 해석부터 하다 보면 이론에 이야기를 억지로 꿰맞추기 때문이다. 마치 신데렐라 구두를 신기 위해 맞지 않는 발을 우겨넣는 것과 같다.

둘째, 공통된 주제가 되려면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특별한 이야기 하나를 확대 해석하는 오류를 피하기 위함이다.

셋째, 세세한 문제보다는 일반적인 주제에 주목한다. 어린시절의 경험에서 발현되는 실생활의 문제보다 크고 중요한 문제인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중년을 해석하고자 함이다.

책의 구성은 중년의 이야기를 발달 단계 별로 배열하고 융의 분석 심리학적 틀을 통해 해석한 내용과 실제 저자의 임상실험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은 신화학, 민속학, 성인인지과정, 그리고 중년에 관한 연구 논문을 참조하였다. 또한 페미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원래 좋아하지 않던 페미니스트 작가들의 글도 많이 읽었다.

1부는 사회에 처음 정착하는 중년 초기시기로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면서 일어나는 일에 초점을 맞추었다. 2부 중년의 남녀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이며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였다. 3부는 중년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으면서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설명한다. 4부는 중년의 갈등과 의심들을 해결하는 남성과 여성을 묘사한다.

다른 심리학책과 달리 편안하게 그리고 자신의 일처럼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비결은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바탕으로 설명하였다는 점도 있지만 개인의 체험까지도 책 속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책을 쓸 당시 저자도 중년의 나이로 심리 치료를 받는 환자인양 자신의 꿈과 느낌들을 책 곳곳에 곁들였다. 딱딱하고 객관적으로 흐를 뻔한 줄거리를 훨씬 정감이 넘치는 내용으로 바꾸었다. 책을 쓰면서 변화된 심리상태를 글 속에서 느꼈다.

“이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도 스스로의 내적인 여성성과 연결된 꽤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원고를 쓰다 보니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았다. 책은 너무 지적인 면만 강조하고 거리를 지나치게 둔 느낌도 들었고 우선 생명력이 없었다. 나는 이 문제에 관해 씨름하면서 원고를 고치고 또 고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때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쓴 글에는 중년에 관한 나 자신의 사적인 경험들, 감정들, 그리고 생각들이 빠졌던 것이다. 이것들은 사실, 점잔을 빼는 지적인 코멘트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속 내용이 아니었던가. 나는 이 책을 마음으로,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감정을 가지고 쓸 필요가 있었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여성적이라고 간주된 <감정>이나 <사적 반응> 혹은 <관계> 같은 것들을 탐구한다는 뜻이었다. 그런 통찰은 내 글쓰기에 아주 큰 충격을 주었지만 나는 그런 자기 자신에 대해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쓰고 있던 중년의 이야기에서 반복적으로 이미 해답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작업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이해하는데 몇 달이 걸리다니! 나는 단지 이들 이야기를 잘 듣고 진실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했었다.” (p78)

또한, 이 책은 나의 이야기이다. 중년에 접어든 나의 심리를 치료해준 책이다. 현재 내가 겪는 심리적 상황과 갈등들은 중년으로 들어설 때 만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에 안심이 되고 편안해졌다.

"다른 방법을 강구하려 하면 일은 더 꼬인다. 젊음의 마법을 잃지 않겠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 큰 재난이 닥치기 마련이다." (p49)

“중년의 남자들은 젊은 시기에 그들을 움직이게 했던 힘과 지위에 대한 남성적인 경쟁심리를 옆으로 치워버린다. 그 대신 그들은 관계와 감성에 대해 관심을 두는데 이들 특성들은 젊었을 때는 너무나 여성적인 것이라서 거부했던 성격들이다.”(p73)

“남성들은 중년에 이르면 젊었을 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여성들에게 깊이 상처를 받기보다는 다른 남자 특히 자신의 아버지들에게 상처받게 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p126)

“죽음의 문제는 중년 이야기에서 특별한 것이다. 청소년 이야기는 죽음을 가볍게 다루고 젊은 영웅들은 대개 죽음의 심을 피하거나 속인다. 노년의 이야기들은 죽음을 단순히 삶의 한 사실로 다룰 뿐 삶의 문제로 다루지는 않는다. 중년의 이야기에서 죽음은 중심 주제가 되고 중년의 주인공은 죽음과 고통스럽게 싸운다.” (p137)

“이상적으로 그들은 또한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특히 그들의 부모를 용서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부모들 때문에 좌절감을 느끼며 그들의 부모가 실은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p187)

다만, 중년의 시기가 성공적인 두 번째 여행이 되려면 여행에서 만나는 장애물을 뛰어넘느냐에 달려있다. 이 때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이 바로 아내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남성은 여성에 의해 구원받는다.”(p127)

그리고 개인적으로 심오한 철학이나 사상보다는 현실 속에 녹아있는 지혜와 통찰을 좋아한다. 이 책 속에서 언급된 중년의 이야기는 삶의 지혜와 통찰을 일깨워준다.

“백만장자는 영원한 생명의 땅으로 가는 기회를 얻지만 끝나지 않고 변하지 않는 존재에 싫증을 느껴 평범한 죽음을 열망한다. 그는 모순점을 발견한다. 죽음은 삶을 가치 있고 흥미롭게 만든다. 그리고 죽음은 휴식을 약속해 주며 삶의 무거운 짐으로부터 도피처를 제공한다. 영원한 생명의 땅에 사는 사람들이 외치듯이 죽은 자만이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곳에 갈 수 있다. 그곳은 그들의 땅보다 더 멋지다고 상상하는 곳이다.” (p149)

저자는 많은 옛날이야기로부터 중년의 보편적인 특징을 이끌어내기 위해 나라마다 다른 부분들은 제거하였다. 공통적인 부분만을 추출해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화로 선정된 나라를 보면, 독일, 한국, 웨일즈, 페르시아, 중국, 러시아, 일본, 달마시아, 인도, 이탈리아, 모로코 등 대부분 역사가 깊은 나라들이다. 신화나 옛날이야기가 나라의 역사성을 반영하며 나라의 나이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옛날이야기를 나라별로 세부적인 분석을 한다면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와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되어 재미있는 조사가 되겠다.

한편으로 프로이드와 융 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 해석이면에 깔린 내용까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심리학 지식이 부족한 독자들을 위한 설명이 추가된다면 훨씬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취향이 나와 비슷한 면이 친근감이 든다. 감성적인 글을 싫어했던 내가 중년이 되면서 오히려 좋아지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느낌을 글 속에서 발견하였다.
"나는 감상적인 글쓰기를 매우 혐오했었고 보다 전통적이고도 안전하게 남성적인 목소리로 객관적인 사실들이나 영원 불멸의 진리들 또는 고집쟁이 남편의 깊은 사색들 같이 장엄하고 권위적인 것들을 훨씬 더 좋아했다. 지난 몇 해 동안 내가 간직해 온 의학 잡지들을 다 읽고 난 후 내 사적인 경험들을 그려가면서 다시 이 책을 쓴 것이다." (p79)

독후감과 칼럼을 쓰면서 ‘글쓰기’가 나의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을 위한 중요한 열쇠임을 확신한다. 그동안 막혔던 인생의 흐름이 일순간에 뚫리는 희열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마치 내기 장기의 훈수를 얻은 것처럼 판세가 역전된 느낌이다.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지 불과 4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새로운 인생의 나침반과 망원경을 얻었다. 이제 아름다운 바다를 향해 꾸준히 항해하는 일만 남았다.
IP *.211.6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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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4.03 10:19:41 *.99.241.60
역시 중년을 조금 더 빨리 시작한
여해님이 보는 시각이
더 예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혹시 배에 기관장이나 항해사가 필요하지 않나요.
항해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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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7.04.03 10:45:49 *.99.120.184
소전님의 마음씀씀이에 반했습니다.
그대라면 기관장, 항해사가 아니라 선장 또는 VIP 손님으로 모시고 싶네요.
우리 같이 남해 바다를 지나 더 넒은 멋진 바다로 항해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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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
2007.04.03 20:28:25 *.112.72.193
연구원 4주만에 이런 쾌거를 거두시다니...
멋지세요!
연구원 생활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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