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김지혜
  • 조회 수 1771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7년 3월 19일 11시 02분 등록
[[ 구본형, 그의 선비정신에 대하여 ]]

변화경영연구소 소장, 서강대학교 경영학 석사, 한국IBM 경영혁신 담당, IBM 본사 말콤 볼드리지 국제 심사관, 1992년 한국능률협회 ‘경영혁신대상’ 개인공로자상 수상, 직장인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강연가 1순위, 2005년 삼성 SDS e캠퍼스가 선정한 최고의 강사…등 구본형 소장을 수식하는 어구들은 화려하고 거창하기 그지없다. 그의 이력만 본다면 좋은 대학 나와,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다 적당히 경력 쌓아 회사 차린 그런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의 책들을 면면이 읽어보면, 그의 번듯한 이력은 별게 아닐 만큼 진실되고 선비다운 그의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갑자기 선비답다니….뜬금없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코리아니티를 읽는 내내, 그야말로 다름아닌 이 시대의 살아있는 선비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선비에 대한 그의 정의를 요약해 보면 ‘투철한 시대적 사명의식’, ‘지행일치’, ‘평생학습의 정신’, ‘외유내강’, ‘조화와 중용’, ‘정신적 여유와 풍류’, ‘융통성과 열린 마음’, ‘청빈과 검약’ 등이다.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어김없이 선비의 모습과 일치한다. 그는 1년에 적어도 1권의 책을 펴내기 위해 매년 100여권 이상의 책을 읽고 있으며(평생학습의 정신), 세계화 시대에 IMF 이후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는 목표로 코리아니티라는 책을 썼을 뿐 아니라 매년 10여명의 연구원들과 10년에 걸친 연구를 진행중이다(투철한 시대적 사명의식). 그는 일과 생활의 조화, 개인과 공동체간의 조화를 지극히 중요시하며 (조화와 중용), 학습과 일에만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휴식과 여행을 추구하며 일상의 황홀을 즐길 줄 안다(정신적 여유와 풍류).

그는 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20년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직접 1인기업의 길에 뛰어들었으며, 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직원 한명 없이 사무실을 꾸려오고 있다(지행일치). 혼자 연구하고 책 쓰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들과 동고동락하고, 홈페이지에 누구나 의견을 올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는 개방적인 마음으로 타인의 의견을 듣고 받아들인다(융통성과 열린 마음). 그 정도 사회적 지위와 인지도가 있으면 (물론 경제적 수준은 알 길이 없으나) 비서나 가정부 한명쯤 둘 법 하나 그는 직접 은행에 가서 공과금을 내고, 야채를 길러 요리를 해먹는다(청빈과 검약).

1월 말쯤엔가 라디오방송에 출연한 구본형 소장의 인터뷰 내용을 들었다. ‘워낙 유명한 강연가로 알려지셔서 혹시 연초에 바쁘시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진행자의 추켜세움에 구본형 소장은 ‘예. 적당하게 바빴습니다.’란다. 그 한마디에, 잘 나가는 강연가 티를 내지 않는 그의 겸손함, 일과 생활이 적절히 조화된 일상의 여유, 그리고 속도에 휘말리지 않고 주도적으로 원하는 것을 실천하는 자기경영능력이 묻어나왔다. 아직 직접 만나보지 못했기에, 그의 선비스러움은 나의 추측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 허나 그의 소탈해 보이는 웃음과 그 뒤에 묻어나오는 확실한 자기이해와 스스로에 충실한 모습을 보면 나는 그가 적어도 진정한 외유내강형 인간이며 끊임없이 선비정신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 인상 깊은 구절 ]]

개정판 서문

세계의 경제가 하나가 되는 세계화가 거대한 물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전 세계가 보편화되면 될수록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더욱더 문화적 정체성에 의존하게 된다. 어디에 있든 사람들은 그들의 언어, 그들의 가족, 그들의 문화유산,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문화적 정체성에 기대어 살아간다. 그것은 모순처럼 보인다. 그렇다. 삶의 다른 국면들과 다름없이 이 대목에서도 우리는 세계적 보편성과 차별적 특수성이 공존하는 모순의 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p. 7)

프롤로그

코리아니티 경영은 한국인이 가진 문화적 차별성을 브랜드화하여 문화적 프리미엄을 얻어내는 일이다. 남들이 감히 들어올 수 없는 특수성, 이 특수성의 보편 가치화가 바로 우리가 가야 할 ‘세계화 (globalization)’의 전략 방향이 되어야 한다. (p. 12)

한국은 모방과 추종의 시간 압축적 추격에서 벗어나 한국적 세계성이라는 모순을 우리 안에서 조호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모방 대신에 융합적 가치를 창조함으로써 선도의 자리로 나아가야 하고, 인류의 위대한 다양성에 기여하는 훌륭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 (p. 15)

‘코리아니티 경영’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기초한 과거의 정체성에 연연하는 경영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의 정신과 문화에서 배우되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우리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차별화하는 기저로 활용하여 세계적 보편성과 매혹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코리아니티 경영은 우리 것을 바탕으로 세계적 동의를 얻어내려는 창조적인 섞임 경영이며 즐거운 비빔 경영이다. (p. 16)

1부 코리아니티 문화경영 - 왜 코리아니티인가?

한국인들은 조직 속에 자신의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이름 또는 격이라고 불렀다.그러나 한국인들에게 이 자리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넘나듦이 가능한 유동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와 나’는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이면서 나’일 수 있는 것이다. (p 39)

한국인의 시간 인식은 이중적이고 혼합적이다. 여유와 느림의 나라이기도 하고, 빨리빨리의 나라이기도 하다. 모순을 버무리는 능력이 탁월한 한국인들은 시간 역시 이중적 모순의 조화로 이해했다. 세상에서 가장 조급하고 서두르는 한국인들은 역설적이게도 시간을 길게 보고 누적 효과를 믿는다. (p. 48)

한국인은 기질적으로 점진적 개선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국적인 멋은 기본적으로 데포르마시옹의 미의식이다. ‘허술하다’와 통하는 교묘한 변형인 것이다. 멋은 새로운 조화를 추구하는 파격의 변형력이며 에너지인 것이다. 그래서 때때로 한국 경영의 모습이 공격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p. 54)

한국인들은 법치국가를 이상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한국인들의 윤리의식과 진리에 대한 판단 기준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전통적 지식계급이었던 선비의 정신 자세를 살피는 것이 마땅하다. 선비정신은 스스로 ‘수치를 아는 것’이다. 자부심 강한 호학의 선비들은 지금의 한국인들에게 훌륭한 역할모델이 될 수 있다. (p. 70)

한국인에게 가장 취약한 대목은 바로 힘이 작용하는 방향이 지나치게 수직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코리아니티가 가지고 있는 반21세기적인 가치 가운데 대표적인 것 하나를 들라면 나는 ‘수직적 권위주의’를 꼽겠다. 이것은 관계 중심적인 코리아니티를 수직적으로만 작동하게 만들어버린 고질적 패턴이다. 나는 ‘수직적 권위주의’라는 부정적 특성을 청산하는 것이 코리아니티 논의의 가장 절박한 교정 과제라고 생각한다. (p. 77)

1부 코리아니티 문화경영 – 코리아니티 핵심 5가지

고맥락 사회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당연히 개인의 자유보다는 관계 속에서의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p. 89)

한국인은 사물들을 전체 맥락 속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그래서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부분만 떼어내 이해하는 것을 매우 미숙한 사고방식으로 여긴다. 관계지향적인 한국인들은 공동체를 떠나서 살기 어렵다. 공동체에 대한 충성심도 대단히 높다. (p. 95)

‘우리 속의 나’라는 코리아니티가 강력한 긍정적 에너지로 특화될 수 있다. 바로 공동체라는 논리와 집단성 속에서 개인이 매몰됨으로써 기계의 톱니바퀴와 나사로 전락하는 폐단을 막아주는 것이다. ‘조직은 개인의 성장을 지원할 때만 의미를 갖는 현장’이라는 미국식 개인주의가 아니라, ‘공동체의 성장과 더불어 함께 나아가는 개인’이라는 집단의식이 개인의 자아와 함께 발전해나간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문화적 유산이 아닐 수 없다. (p. 101)

예술은 표준과 획일을 가정한 과학이 아니다. 예술은 개별화를 속성으로 하는데, 정형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판소리는 가장 예술적인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판소리는 대략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연주자와 소리꾼에 따라 얼마든지 변용이 허용되며, 청중의 어울림에 따라 창법이 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증식성이 바로 한국식 개인주의의 방향과 목표가 되어야 한다. (p. 104)

한국인들은 ‘이것이면서 저것’, 곧 and의 문화권에 속해 있다. And 문화의 핵심은 음양의 원리며, 상극과 상생의 원리가 지배하는 가치체계이다. 음양은 ‘서로 반대이면서 동시에 서로를 완전하게 하는 힘’, ‘서로의 존재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힘’의 관계이다. (p. 107)

모순에 대한 태도에서 드러나는 동서양의 차이는 매우 뿌리 깊은 근원을 가지고 있다. 동양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변증법적 사고라 불릴 만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의 가장 큰 특징은 모순되는 주장을 타협을 통해 수용하는 것이다. (p. 110)

모순을 껴안는 힘은 내면에서 그 모순을 화통시켜 새로운 조화와 균형을 창조해내는 한국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모순은 갈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조의 동인이 된다. (p. 115)

한국인의 역동성과 생명력이 최근 들어 자연스러움을 잃고 다만 거침 그 자체로 남는 것을 종종 본다. 멋과 마음이 사라진 대강대강과 빨리빨리의 날림으로 흘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흥청거림이 물질적 낭비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즐기는 정신적 여유와 흥이었다는 점 역시 간과되었다. 조금은 거친 듯하면서도 대범하고 내면의 빛을 간직한 생기가 다시 한국인 고유의 매력이 될 수 있도록, 이 싱싱한 코리아니티를 더욱 발전시키고 진작시킬 일이다. (p. 123)

선비의 생활철학은 지행합일 또는 학행일치로 요약할 수 있다. 배움과 행동이 일치하는 일관성을 행동의 원칙으로 삼은 것이다. 그들은 겉으로 부드럽고 안으로 한없이 단단한 정체성읠 가진 외유내강의 인간상을 지향했다. 배운 것을 실천하는 기준은 의리와 명분이었다. (p. 132)

선비정신은 옳고 그름을 선택의 기준으로 하되 인정을 잃지 않고, 명분을 앞세우되 실리 또한 잃지 않는 절묘한 지점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이 같은 융통성과 열린 마음이 없다면 선비정신은 폐쇄적 엄격함으로만 작동했을 것이다. 선비의 멋은 호연지기로 불리는 이 정신적 여유와 풍류에 있다. (p. 133)

윤리원칙을 지키는 경영, 지구가 견딜 수 있을 만큼 절제된 자원의 배분,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긴 경영철학, 공동체와 상생하는 개인, 현장에서 계속되는 평생학습, 기회주의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묵묵함,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정신, 세계와 자연에 마음을 여는 열린 자세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식은 건강한 기업경영에 절대적 도움을 준다. (p. 135)

세계화 시대에 성공하는 조직이 되려면 지구적 감수성에 따른 범세계적 동질성을 수용하고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시야와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지역문화적 차이가 존중되는 이질성을 차별적 가치로 전략화할 수 있어야 한다. (p. 142)

우리는 속도가 주는 메시지를 잘 읽어야 한다. 속도는 정확한 사고와 정교한 검증 대신, 혁신과 위험을 안을 수 있는 사고방식으로 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다만 이것이 날림과 부실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수련과 완숙을 통한 효과성으로 보완해야만 한다. (p. 144)

우리가 고등교육의 전달방식과 내용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일제히 소멸되던 배움의 자세를 평생학습으로 전환시킬 수만 있다면 한국은 수많은 세계적 인재를 양산하는 새로운 메카가 될 것이다. (p. 145)

1부 코리아니티 문화경영 – ‘나의 길’을 간 성공 기업들

문화를 상품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상품화되는 순간 문화 자체의 비물질적 매력이 파괴될 수 있다. 따라 서 우리는 이 중요한 국면에서 문화적 가치관과 철학을 조화와 균형의 잣대로 사용해야만 한다. 가치와 원칙을 바탕으로 한 자기 성찰과 절제 없이는 그 어떤 수단도 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p. 171)

윤리경영은 기업 통제의 수단이나 이익 추구의 편중성 때문에 일어나는 외부적 비난을 면하려는 수단이어서는 안되며, 그것 자체로 마땅한 사회적 책임이다. (p. 185)

2부 코리아니티 인재경영 – 사람을 남겨라

비즈니스 성공에 필수적인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의 답은 이제 분명해졌다. 그것은 사람이다. 두뇌와 가슴이다. (p. 218)

하드웨어는 얼마든지 빌려오거나 모방할 수 있지만, 그 문화 특유의 가치체계와 정서는 결코 따라할 수 없다. 따라서 코리아니티는 실천 역량의 크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p. 222)

코리아니티 인재경영은 단 한 가지 믿음에서 시작한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전제를 진실로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정말로 믿는다는 말은 인재를 선발하고 계발하고 유지하는 일을 경영의 가장 우선적 가치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p. 228)

나는 유능함이란 어울림이라고 생각한다. 일과 자신과의 어울림, 회사의 기대와 자신의 기대 사이의 어울림, 세상의 기준과 자신의 기준 사이의 화해 같은 것을 유능함을 기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p. 236)

조직운영의 요체는 ‘개인을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훈련시켜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p. 249)

2부 코리아니티 인재경영 – 직원을 기업가로 만들어라

조직에서 한국인의 생명력과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직원 개개인에게 힘을 실어주고 도와줘서 스스로 하나의 비즈니스를 성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명령과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풀 죽은 조직 구성원에서, 책임질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보는 다이내믹한 기업가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p. 258)

모든 직원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맨으로 전환하려면, 관리자라는 개념이 해체되어야 한다. 나는 관리 대신에 지원 그리고 관리자 대신에 스폰서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를 제안한다. (p. 271)

2부 코리아니티 인재경영 – 상생과 수평의 기업문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인재상은 장르를 넘나드는 관심을 가진 전문가로서의 멀티테스커, 다양한 문화적 특성을 수용할 수 있는 다문화주의자 또는 다문화경험자, 기존의 직업에 기질과 재능을 결합해 자신만의 특화된 틈새를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p. 311)

경영과 윤리의 적절한 관계 설정은 경영자에게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경영자는 다양한 개인의 욕망과 이해를 통합하고 지배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경영도 윤리와 현실적 이익 사이에서 부단히 단련되고 적절한 균형을 잡아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p. 337)

윤리경영이란 첫째, 자신의 이해관계를 조직의 이해관계와 일치시키는 것이다. 둘째 기업은 스스로 시장의 일부가 아닌 좀더 커다란 지역 공동체의 일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셋째, 기업의 활동에 관련이 있는 모든 사람들, 곧 직원, 고객, 주주, 관련 업체 종사자, 지역주민 등에게서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 경영 성과에 대한 정보, 환경보호와 관련한 정보 등 중요한 경영 정보를 투명하고 적절하게 공개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p. 348)

한국인들의 공동체적 수직관계에는 강한 접착력이 있지만 평등은 없다. 우리가 변해야 할 방향은 수직적 일방성에 쌍방향의 가치 교류를 만들어냄으로써 수평적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p. 369)

칭찬과 격려를 통해 함께 성숙한 사람으로 나아가는 것은 결코 유치한 일이 아니다. 특히 정신적 성숙도가 다른 여러 사람이 모여 공동의 과제를 수행하는 조직에서 마음을 나누는 격려는 서로를 이어주는 훌륭한 접착제이다. (p. 380)

[[내가 저자라면]]

문화를 분석할 때 오래된 전통은 어느 정도 포함되어야 하는가? 한복은 장롱에 처박힌지 오래되었고, 명절에 조상들에게 제사를 드리는 관습은 기독교문화의 이입과 가족공동체의 해체로 인해 더 이상 우리 공통의 정서가 아니다. 거리를 나가보면 한식당 숫자만큼이나 피자, 초밥, 스파게티를 파는 곳이 넘쳐 나고 식당들은 항상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더 이상 한국인 특유의 의복문화, 음식문화, 명절문화는 찾아보기 힘든 이 상황에서 어떤 것이 우리의 고유성이고 어떤 것이 시대변화에 의한 적응과정인지 분명치가 않다.

4천 5백만이 넘는 인구.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한국. 20세기 초반 강제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일제식민지기를 거쳐 일본문화와 언어가 이식되고 한국전쟁이라는 치열한 좌우 이념대립을 거쳐 30년간의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 불과 100년 전 외국과의 교류가 전혀 없던 시절이 무색할 만큼, 지금은 매년 한국인 4명 중 한명은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농어촌 남성의 40%가 외국여성과 결혼하고, 해외이민도 날로 늘어나 작년 미국 이민자 중 한국인이 2위를 차지한 실정이다.

그의 말대로 정체성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고 강이 흘러가면서 바위를 만나고 계곡을 만나면서 그 모양을 달리 하듯 수시로 변하는 하나의 흐름이다. 그러기에 단위가 작은 개인이나 조직의 정체성 찾기보다 한 국가나 문화의 정체성 찾기는 훨씬 어려운 작업이다. 그 안에 2천년에 걸친 역사의 굴곡, 지역적인 차이들, 언어와 관습의 변화 등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근대화, 개방화 과정을 거치면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일관된 형체를 규정짓기 어려운 복잡한 모습을 갖고 있는데, 구본형 소장은 그 속에서 감히 공통점을 추출해 내려고 시도한다. 그가 책 곳곳에서 밝혔듯 이는 분명 쉽지 않은 작업이고 앞으로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주제이다. 이 책이 초보적인 작업에 불과하다는 그의 겸손이 다소 과장되었다 하더라도, 어쨌든 이 책은 코리아니티를 연구하는 걸음마 단계인 것이다.

그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이 책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시대와 국경을 넘나들며 한국적인 고유함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는 그의 모습이 곳곳에 보이고, 또한 그가 제시한 5가지 코리아니티 분류 또한 대체로 일리가 있다. 그리고 적어도 코리아니티를 발견하고 세계적인 보편성에 맞추어 경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확실히 전달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책의 영향력과 설득력을 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것, 즉 코리아니티를 분류하고 정의하는 데 보다 많은 분량을 투자했다면 좋았을 법 하다. 참고서적 명단을 보아도, 목차를 보아도, 책 내용을 살펴보아도 온통 ‘경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보니, 그가 분류해 낸 코리아니티는 경영의 대상일 뿐 통합적인 한국문화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즉 한국적인 고유함을 찾아내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세계화 시대에 부응할 만한 긍정적인 코리아니티를 역으로 추출해 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또한 앞으로의 연구 과정에서는 보다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자기인식 및 바람직한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통계수치를 추가해서 객관성을 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IP *.187.239.28

프로필 이미지
이기찬
2007.03.21 01:48:26 *.140.145.63
선생님이 선비임을 조목조목 설명하신 대목이 참 와닿는군요. 그런 일면을 직접 곁에서 확인하게 될 때의 감동은 또 다른 느낌이랍니다. 좀 더 빨리 전염되어서 코리아니티의 살아있는 모범사례로 누군가에 의해 거론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32 '일의 발견'을 읽고 [2] 정양수 2007.03.26 1814
731 일의 발견 "삶은 강이다" (2) [4] 정선이 2007.03.26 2006
730 일의 발견 "삶은 강이다" (1) [2] 정선이 2007.03.26 2073
729 The Working Life-Joanne B. Ciulla [2] 오윤 2007.03.25 1771
728 (003)일의발견 [4] 최영훈 2007.03.25 1763
727 일의 발견 "일의 의미와 의미없음" [3] 김도윤 2007.03.26 2435
726 일의 발견 - 일에 대한 다각적 접근과 고찰 [2] 김민선 2007.03.25 2189
725 게으름을 벗어나는 방법-너로서 살아가라 [3] 도명수 2007.03.25 2289
724 일의발견 -조안B 시울라 [1] 이은미 2007.03.25 2231
723 일의 발견/조안B.시울라 [3] 香仁 이은남 2007.03.25 2247
722 일의 발견, '행복'이라는 보물섬을 향한 첫걸음 [1] 임효신 2007.03.24 2059
721 [일의 발견] 이중적 시선 [4] 송창용 2007.03.23 1873
720 [003]일의 발견(일과 삶의 긴장과 화해) [1] 강종출 2007.03.22 2254
719 코리아니티는 꿈 벗에게 희망이... [3] 정선이 2007.03.19 1869
» 구본형의 코리아니티를 읽고 [1] 김지혜 2007.03.19 1771
717 코리아니티 -구본형의 글로벌 경영 전략-을 읽고 [2] 엄승재 2007.03.19 1974
716 코리아니티경영을 읽고 [1] 정양수 2007.03.19 1688
715 '코리아니티'를 읽다. file [2] 김도윤 2007.03.19 2046
714 코리아니티의 힘 [4] 素賢소라 2007.03.21 1783
713 코리아니티 - 다시 날개를 달며 [1] 최정희 2007.03.19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