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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2일 11시 21분 등록
(“미완의 시대를 통해서 알게 된”) 저자에 대하여

미완의 시대(원제는 "Interesting Times - A Twentieth-Century Life")의 저자 에릭 홉스봄은 1917년생이니까 올해로 만 90세가 된다. 우리나라 나이로 91세라니 참으로 놀랍다. 그는 1936년대에 공산주의 당원이 된 이후 끝까지 지금까지 공산주의자로 남은 좌파 역사가이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홉스봄의 저서들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1789년부터 유럽 전역에서 혁명이 좌초하는 1848년까지를 다룬 ‘혁명의 시대’, 1848년부터 전 세계가 시장질서로 편입되는 1875년까지를 다룬 ‘자본의 시대’, 1875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 전야까지를 다룬 ‘제국의 시대’, 이후 소련이 무너지기까지 20세기의 역사를 다룬 ‘극단의 시대’ 및 ‘저항과 반역 그리고 재즈’ 등이 있다. 특히 역사학에서 그는 국경의 울타리를 넘어 좌파 보편주의를 일관되게 추구해 온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보편주의라는 것은 ‘진리’라는 개념과 비슷하게 언제나 공격받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그는 MBTI 유형으로 살펴보면 굉장히 뚜렷한 INTJ 성향이 아닐까 싶다. 그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마저도 객관화할 만큼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어머니가 일급 작가라는 생각은 안 든다.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없지만 어머니느 시도 썼다. 10대 때 그 시를 읽고 내가 그레틀 이모한테 별로라고 이야기했더니 이모가 펄쩍 뛰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내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이나 대상에 대해서도 나 자신을 속여서는 안된다고 그때부터 생각한 모양이다.“라고 생각할 만큼이나 그렇다. 그의 타고난 이성적인 성향과 객관성이 ”가장 별스럽고 끔찍한“ 20세기를 궤뚫을 수 있는 통찰력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미완의 시대 곳곳에서 그는 그 어떤 충격적 사건이라도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자분자분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는 꾸준히 일기를 썼던 사람이다. 미완의 시대에는 그가 자신이 10대로부터 썼던 일기로부터 시작해서 20세기에 펼쳐진 수많은 굵직굵직한 사건과 사람들에 대한 판단근거, 정황, 감정 등을 기록한 내용이 나온다. 80여년간 쌓여온 그의 일기 자체가 자서전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그는 참으로 정직하고 솔직한 사람이다. 그는 결혼과 이혼, 군대시절의 어리버리한 모습에 대해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아버지에 대해 "이쯤 해서 아들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피하지 말고 아버지에 대해서 한마디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하면서 아버지와의 기억에 대해 거의 기억이 없다고 말할 때에 그는 자신이 그 기억을 지워버린 것 같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의 정직하고 솔직함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된다.






마음에 들어 온 글귀들

<머리말>
“이 책은 또 요즘 잘나가는 고백 투도 아니다. 그런 자기 순례는 성 아우구스티누스나 루소 같은 천재나 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이 얽혀 있는 문제에 대해서 자서전을 쓰는 사람이 자기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으면 그것 때문에 억울하게 상처를 받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나기 때문이기도 하다.”(p.10)

"역사가 나의 정견을 평가할 것이고(실제로 그런 적이 많았다) 독자가 나의 책을 평가할 것이다. 내가 얻으려는 것은 역사적 이해이지 동의나 승인, 연민이 아니다.“(p.11)

"이 기나긴 삶을 살아오는 동안 종기에 글자만 많이 남기고 세상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을지는 모르지만, 열여섯 살 때 역사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후로 나는 세상을 관찰하고 세상이 내는 소리를 귀담아들으려고 애썻고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역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p.12)

“이 책을 다른 식으로는 살아갈 수 없었을 한 인간의 편력을 통해 세계사에서 가장 색달랐던 세기를 소개하는 책으로 읽어주었으면 좋겠다.”(p.13)

1. 프롤로그
“그렇지만 자서전을 ㅆ는 역사가의 임무는 단순히 옛날로 다시 가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지도에 담는 것이다. 지도가 없이 어떻게 그 굴곡 많은 일생의 여정을 쫓아갈 수 있고, 언제 그리고 우리가 머뭇거리고 돌부리에 채여 넘어졌는지, 또 우리가 기댔고 얽혀들었던 사람들 속에서 우리 자신이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런 것들은 개개인의 삶에만 빛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세사에 전체에 빛은 던진다.”(p.27)

2. 빈과 유대인 소년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는 겨레의 휘장을 달지도 않고 나라의 깃발을 휘날리지도 않는다”(p.54)

3. 힘들었던 시절
"이쯤 해서 아들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피하지 말고 아버지에 대해서 한마디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p.60)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어머니가 일급 작가라는 생각은 안 든다.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없지만 어머니느 시도 썼다. 10대 때 그 시를 읽고 내가 그레틀 이모한테 별로라고 이야기했더니 이모가 펄쩍 뛰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내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이나 대상에 대해서도 나 자신을 속여서는 안된다고 그때부터 생각한 모양이다.“(p.77)


4. 베를린 : 바이마르의 종식
"베를린 생활을 하면서 나는 일평생 공산주의자로 살아가게 되었다. 아니면 적어도 누가 보아도 실패한 것처럼 보이고 또 아제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나도 알지만 학생 때무터 헌신했던 정치적 활동 없이는 인생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삭제한 글이 컴퓨터 하드디스크 어디엔가 남아서 전문가의 손으로 복구되기를 여전히 기다리는 것처럼 10월 혁명의 꿈은 아직도 내 안의 어딘가에 남아 있다. 나는 그 꿈을 포기했지만, 아니 거부했지만 그것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p.103)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사람으로 스스로를 생각하는 것이다.“(p.103)


5. 베를린 : 갈색과 빨간색
"나는 내 공산주의의 바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이 “집단 황홀경”은 피억압자에 대한 연민,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완벽하고 총체적인 지적 체계가 주는 미학적 매력, 새로운 예루살렘을 염운하던 시인 블레이크와 비슷한 약간의 소망, 속물 근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지적 혐오감과 함께 내가 공산주의에 빨려든 다섯 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pp.128-129)

6. 섬나라에서
"지적 유희와 말에 온통 점령당한 나의 삶에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절대적 감성을 심어준 것은 바로 재즈였다.“(p.140)

"그런데 나는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책을 열심히 읽은 것일까? 간단하게 답하자면, 마르크스의 시각으로,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역사적 시각으로 세상을 풀이하고 싶었다.“(pp.164~165)

"변증법적 유물론은 삼라만상의 이론까지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적어도 삼라만상을 보는 틀은 제공했다. 무기체와 유기체의 본성을 인간 세계와 연결하고 집단과 개인을 연결하고 끝없이 유동하는 세계에서 모든 상호 작용의 기본 이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었다.“(p.166)

"내가 관심을 가졌던 문제는 사회 안에서 예술가와 예술(사실은 문학)이 차지하는 역할과 성격, 마르크스주의의 표현을 빌리자면 “상부 구조는 어떻게 토대와 연관되는가”하는 주제였다. ...... 꿈은 야무졌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를 꼼꼼히 분석하여 그 바탕 위에서 사회주의 체제를 점쳤다. 모든 정황, 모든 연결고리와 관계를 빠짐없이 고려하여 자본주의 문학을 꼼꼼히 분석하면 미래의 프롤레타리아 문학에 대해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거창한 예언은 얼마 못 가서 나도 관심을 잃었지만 열일곱 살 때 나 스스로에게 던졌던 역사적 질문은 역사가로서 나의 연구 방향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쳤다.(p.167)

7. 케임브리지

8. 반파시즘과 반전 투쟁

9. 공산주의자가 되다
“그렇지만 공산주의가 우리 세대의 가장 똑똑한 남녀를 왜 그렇게 많이 빨아들였는가 하는 물음과 공산주의자가 된다는 것이 우리한테 어떤 뜻이 있었는가 하는 물음은 20세기의 역사에서 핵심 주제가 되어야 한다. 내 친구 안토니오 폴리토는 ”20세기에 가장 위력을 떨친 악마의 하나는 정치적 열정“이라고 말했지만 이것처럼 20세기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말은 없다. 그리고 그런 열정의 핵심을 꿰찬 것이 공산주의였다.”(p.215)
“반세기 전에 우리가 당원으로서 무엇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되돌아보면서 말하기는 쉬워도 왜 그런일을 했고 왜 그런 느낌을 가졌는지를 설명하기는 참 어렵다. ...... 우리가 인간의 삶에 대해 품었던 꿈같은 희망이 약간 있었다면 그 희망의 모습은 어마어마하게 잘살고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서양 여러 나라에서 이제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풍요롭고 다양한 상품, 서비스, 기회, 진로에 압도되어 가물가물하다.”(p.229)

"그런 이상주의 내지는 실현 불가능한 기대를 품고 있으므로 사회주의 세상이 왔다고 해서 모든 걱정과 슬픔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실연과 상심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거나 해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아무리 생각이 트인 사람도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p.230)

"혁명가의 심리를 누구보다도 예리하게 갈파한 밀로반 질라스처럼 나도 “이것은 종파의 윤리”라는 사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변화를 주도하는 추진력이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 무렵에는 깨달았다.“(p.230)

"기독교에는 “크레도 키아 압수르둠”(부조리하기 때문에 믿는다)이라는 말이 있지만 앤드루 같은 사람은 끝없는 도전에서 믿음의 근거를 찾지 않았나 싶다.“(p.236)

"강인하고 명철한 지성에다 놀랄 만큼 박식했던 그는 사상가, 작가, 저명한 학자가 얼마든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세상을 해석하기보다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길을 선택했다. 좀 더 큰 나라에서 태어났거나 다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그는 인간의 얼굴을 한 공산주의 사회에서 비중 있는 정치 지도자로 떠오를 수 있었으리라. 그는 탈정치 시대의 문학이나 대학원 세미나로 도피하고 싶은 유혹을 끝까지 이겨내고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갔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그는 옛날에도 고약했고 지금도 고약한 우리 시대의 영웅이었다.“(p.240)

"...... 아니, 우리는 성배를 영영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배가 아니라 성배를 찾아 나서는 것이라는 아서 왕의 말은 옳지 않은가? “성배를 포기할 때 우리는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이다.” 어디 포기하는 것이 우리뿐이겠는가? 자유와 정의라는 이상 없이, 자유와 정의를 위해 생명을 바친 사람들 없이 인류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20세기에 실제로 그렇게 살다가 간 사람들을 기억조차 해주지 않고 인류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p.254)


10. 전쟁

11. 냉전
"역설이라면 역설이었지만 예전의 신념을 그래도 쉽게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은 , 그리고 많은 사람의 경우에는 어렵사리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은 냉전 시대에 서방 어디에서나 기승을 떨치던 반공주의였다.“(p.298)

"사도로 뽑히는 기준은 아마도 지금도 그럴 테지만 그때도 관심 주제나 신념, 심지어는 출중한 머리도 아니었고 그저 “사도다움”이었다. 도대체 사도다운 게 무엇을 뜻하는가를 놓고 같은 사도들 안에서도 끝없는 논쟁어 벌어졌다. 아마 지금도 그럴 것이다. ...... 사도 모임의 한 세기를 지켜본 한 섬세한 관찰자의 말을 빌리자면 “사도들은 무엇보다도 두 가지에 몰입한다. 너무나 순수한 몰입이라서 쌀쌀맞은 사람은 어이없어하고 포근한 사람은 탄복을 금치 못한다. 하나는 우정이요 하나는 지적 정직함이다.” 두 가지는 내가 사도 모임에 나가던 시절에도 여전히 중요한 덕목이었다.“(p.312)

12. 스탈린과 그 후

"공산주의자의 임무는 세계를 해석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바꾸는 것이었으니까"(p.333)

"나는 한때 공산주의자였다가 공신적은 반공주의자로 돌아선 무리와 한패가 된다는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났다. 그들은 공산주의라는 “실패한 신”을 섬기는 데서 해방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자기들이 해방되기 위해 그 신을 사탄으로 몰아붙였다. 냉전 시대에는 그런 사람이 수두룩했다."(p.356)

"성장한 곳의 풍토와 혁명 운동에 투신한 시기가 남들하고 달랐기 때문에 나는 홀가분하게 공산당을 박차고 나올 수가 없었다. 결국 내가 공산당에 남은 것은 그래서가 아닌가 싶다. 아무도 내 등을 떠밀지 않았을 뿐더러 나가야 할 피치 못할 이유도 없었다.
공산당원이라는 멍에를 벗어 던진다면 적어도 미국에서는 더 잘나갈 것이다. 은근슬쩍 빠져나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냉전의 한복판에서 그런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공산주의자로 성공함으로써 자신에게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었다. 이런 식의 자부심이 잘났다는 것은 아니지만 못날 것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남았다."(p.357)


13. 40대에 맞는 전환기
“눈에 확 들어오는 사건도 없었고 극적인 일도 벌어지지 않았는데 별 볼일 없는 고개를 넘어서고 나서야 비로소 역사에서건 삶에서건 하나의 획을 긋는 사건을 체험했구나 하는 깨달음이 뒤늦게 찾아들 때가 있다.”(p.359)

"너무 늦게 출발을 했고 오랜 세월 동안 발목이 묶여 있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나는 남들 같으면 내리막길을 미루기 위해 골몰할 나이에 아직도 이루어놓아야 할 일이 많았다."(p.378)

14. 웨일스의 크니흐트 기슭

15. 1960년대

"서양을 정말로 바꾼 것은 1960년대의 문화혁명이었다. 20세기 역사의 분수령이 된 것은 1968년이 아니라 비록 정치적으로는 이렇다 할 의미가 없을지 몰라도 프랑스 의류산업에서 처음으로 여성용 바지가 치마보다 더 많이 생산되고 가톨릭 사제 지원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한 1965년인지도 모른다."(p.431)



16. 정치 관람자
“마르크시즘 투데이는 아무리 내키지 않더라도 세상이 너무나 변했다는 사실을 한사코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것(“겁쟁이는 물러서고 배신자는 비웃어라, 우리는 여기 남아서 붉은 깃발을 휘날릴 테니.”)은 무익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p.431)

17. 역사가들 속에서
"대부분의 역사가는 아무리 먼 과거를 다룬다 하더라도 과거를 탐구하다 보면 결국 현재와 눈앞의 사안에 대해 생각하다 말하고 또 현재와 눈앞의 사안을 가지고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는 것을 안다.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전문가에게만 아니라 시민에게도 중요하다."(p.461)

"역사가라면 자기와 똑같은 역사가들만 읽는 글을 써서는 안 된다."(p.462)

"먼저 역사적 논제 하나를 소상히 설명하고 이어서 그것을 완전히 발가벗긴 다음 마지막에 가서 자기 식으로 하는 그의 강의는 지식과 수사학이 자웅을 겨루는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p.462)


18. 지구촌에서
"가르치기와 글쓰기의 핵은 모두 소통이다. 두 가지를 모두 즐기는 사람은 복이 많은 사람이다."(p.488)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전달했는지 확인하려면 천상 토론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학 교수로 있으면서도 나는 특수한 주제를 다루는 수업보다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는 수업이 더 마음에 들었다."(p.488)

"진정한 거점은 어느 한곳에 터를 잡고 사는 가족과 나그네와 외국인과 도착과 일감이 출발이 하나로 녹아 들면서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지역에 뿌리를 둔 네크워크라는 모습으로 나타난다."(p.506)


19. 마르세예즈
"두 연인 사이에서 선택을 못하고 고민하는 사람처럼 언어들과 문화들 사이에서 줄타기르 하던 나는 기질도 지성도 정서도 프랑스인이었으면서 독일을 사랑했고 무엇보다도 프랑스와 독일을 모두 야유할 줄 알았던 지로두의 능력에 호감을 품었다."(p.514)

"우리 세대한테 프랑스는 지금도 남다르다. 이재에 밝았던 벤저민 프랭클린의 언어가 세계를 정복하면서 교양 있는 볼테르의 언어가 패배한 데서 프랑스인이 느끼는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 나는 공감한다. 그것은 단순히 언어가 바뀐 데 그치지 않고 문화가 바뀐 것을 뜻한다.(p.545)


20. 프랑코에서 베를루스코니까지
"폴로: 생지옥은 미래형이 아닙니다. 그것이 존재한다면 이미 여기 있습니다. 같이 살아 잇는 데서 만들어지는 우리의 일상생활이 지옥입니다. 그것을 견디는 길은 두가지 입니다. 첫 번째 길은 사람들은 쉽다고 합니다. 지옥을 받아들이고 지옥의 일부다 되는 것이지요. 지옥이 거기 있다는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을 때까지요. 두 번째 길은 위험한 데 늘 깨어 있어야 하고 배워야 합니다. 지옥의 한복판에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고 알아보고 그것을 이어질 수 있도록 숨통을 터주는 것입니다."(p.584)

21. 제3세계


22. 루스벨트에서 부시까지
"미국이라는 거대한 양탄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부는 달라졌고 언제나 달라지고 있지만 기본 무늬는 놀라운 안정성을 보여준다."(p.658)

"우리의 문제는 미국이라는 제국이 자신의 힘으로 무엇을 하고 싶어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 혹은 자신의 한계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기 편에 서지 않으면 무조건 적으로 몰아붙인다. “미국의 세기”가 정점에 이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고충이다. 올해로 여든다섯인 나는 그 결과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을 것 같다.(p.660)


23. 에필로그

"나만큼 오래 산 사람은 20세기를 겪으면서 역사의 힘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뼈저리게 느꼈다."(p.666)

"우리는 지금까지 인간을 가정, 공동체, 사회 안에 묶어두었던 규칙과 관습이 제 구실을 못하는 역사적 시기를 살아본 첫 세대다."(p.666)

"나이는 역사적 관점이라는 것을 만들어주지만 나의 인생은 그것 말고도 내가 또 하나의 관점을 얻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것은 거리라는 관점이다."(p.666)

"역사는 우리 식이 종교 전쟁에서 비롯되는 격정, 감정, 이념, 공포에서만 거리를 두어야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위험한 “일체감”이라는 유혹도 멀리해야 한다. 역사에 필요한 것은 기동성과 넓은 영토를 내려다보고 살필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서 자기의 뿌리를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다."(p.667)

"우리의 이상은 아무리 늠름하다 하더라도 ...... 지구의 절반을 누비고 다니면서 극지방에서도 열대지방에서도 잘사는 철새라야 한다. 시대착오와 지방색 이 둘은 참으로 무서운 역사의 죄악이다. 둘 다 다른 곳의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무지에서 생겨난다."(p.667)

"일체감은 다른 누군가에 맞서서 정의되는 것이므로 일체감을 느낀다는 것은 어느 누군가와는 이질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그것은 참극으로 이어진다. 흑인을 위한 흑인의 역사든 동성애를 위한 동성애의 역사든 여성을 위한 여성사든 자기중심의 민족사나 국민사든 오로지 그 집단을 위해서만 씌여진 끼리끼리의 역사(“일체감의 역사”)는 일체감을 느끼는 광범위한 집단의 저변에 깔린 이념을 반영하면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내용에서 어느 정도 탈피했다손 치더라도 역사로서는 함량 미달이다. 아무리 덩치가 크다 하더라도 일체감을 느끼는 집단은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그 집단의 입맛에만 맞도록 달라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과거 역시 그런 식으로 달라질 수는 없는 법이다."(p.669)

“한사람의 역사가로서 제대로 살았는지를 알아보는 시험은 그 자신과 이 세상에 각별한 문제가 있었던 문제들에 대해 마치 기자가 아득히 먼 과거사를 대해 보도하듯이, 그러면서도 국외자가 아니라 깊이 결부된 사람으로서, 특히 “만약에”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는지 또 거기에 답변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진짜 역사는 우리가 바라는 대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니까 그것은 진자 역사데 대한 질문이 아니고, 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쩌면 다르게 흘러갔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은 일에 대한 물음이다. 그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에 대한 물음이다.“(p.670)
내가 저자라면

21세기에 들어선지 7년이 되었지만 아직 사람들은 20세기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은 듯 하다. 그 누구도 20세기를 정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강점은 개인적 역사에 대한 놀라울 정도의 객관성이라고 본다. 동아일보 기자가 서평에도 썼듯이 ‘공적인 역사’가 역사가의 ‘사적인’ 삶과 맞물려 쉼 없이 펼쳐진다.
회고 내내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끔찍한 시대를 살아 온 자신에 대한 연민이나 그 어떤 허울도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정직하고 객관적이다. 그는 모든 20세기의 사건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심지어 독일 공습이 있는 부분도 그저 담담히 ‘폭탄이 매일 터졌구나’하고 생각될 정도이다.

홉스봄과 같은 시각으로 한국의 근대사를 다룬 역사서를 아직 읽어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좌익이라면 그냥 골로 가버리는 것이 이 나라 현실이었을 테니까......
조정래의 태백산맥이나 이병주의 지리산과 같은 소설이나 문학으로 풀어낼 수 있었을 뿐. 아직까지 레드컴플렉스가 여전히 유효한 이 나라에서 홉스봄과 같은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살아가기란 불가능할런지도 모른다. 따라서 홉스봄과 같은 시각으로 역사를 - 특히 한국의 근현대사-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갖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일 줄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이라고 본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이 영국 지식인을 대상으로만 쓰여진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 더 나아가 20세기 유럽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진 세계의 많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여졌다면 하는 바램이다. 책을 읽어가며 도무지 나는 이름 한번 들어보지 못한 너무나 유명한 유럽인의 이름이 나올 때는 대략 난감하였다. 예를 들면 그의 책 191페이지에서 "철저한 반공주의자였고 뉴딜 정책을 지지한 젊은 시절의 아서 슐레진저 주니어도 나는 영화평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나와 같은 한국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저자, 편집자 혹은 역자가 단 몇 줄의 설명이라도 달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IP *.23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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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3.13 00:24:34 *.140.145.63
엄승재님 리뷰을 읽으면서 슬며시 미소짓는 대목이 많군요..^^
특히나 MBTI 유형을 통해 저자를 들여다본 관점은 신선했습니다.
님은 어떤 유형인지 궁금해지는군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한국의 역사를 홉스봄식
으로 한번쯤 들여다 보고 싶다는 바램이 있는것 같은데 구선생님께
그런 저술을 기대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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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3.13 01:23:05 *.72.153.12
자신을 있는 그대로 확 다 보여줘버리는 에릭 홉스봄이 부럽지 않았나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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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 미완의 시대 - 자서전 속의 역사 [4] 김민선 2007.03.12 1971
685 [Interesting Times]-Eric Hobsbawm [4] 오윤 2007.03.11 1921
684 미완의 시대(에릭홉스봄의 자서전) [2] 강종출 2007.03.11 2180
683 미완의 시대, 그에게 아름다운 시대를 약속하다 [2] 임효신 2007.03.11 2150
682 미완의시대 : 미완의이해 [3] 素賢소라 2007.03.12 2024
681 Interesting Times(미완의 시대) [8] 香仁 이은남 2007.03.11 2079
680 001미완의 시대-에릭 홉스봄 자서전 [1] 양재우 2007.03.11 2034
679 에릭홉스봄의 [1] 최정희 2007.03.12 1942
678 미완의 시대 -에릭 홉스봄 자서전 [5] 이은미 2007.03.11 2093
677 [미완의 시대] 이방인의 눈으로 본 20세기 정치사 [4] 송창용 2007.03.11 2037
676 (001)미완의 시대 - 에릭 홉스봄 [6] 최영훈 2007.03.10 2154
675 시장의 유혹, 광기의 덫 정재엽 2007.02.28 2054
674 '컬처코드'와 '코리아니티'-&lt;컬처코드&gt;를 읽고 [1] 정재엽 2007.02.27 2140
673 굿바이 게으름 - 진실의 망치세례 file [4] 이기찬 2007.02.24 2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