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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4일 18시 13분 등록
저자 연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ubler-Ross, 1926~2004.8.24)


"죽음의 가장 큰 교훈은 삶이다" - <인생수업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20세기 100대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선정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192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세쌍둥이 중 첫째로 태어났다. 로스는 어린시절부터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다른 두 자매를 보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다. 어려서부터 시작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죽믕에 대한 의문은 그녀의 평생 화두가 된다. 사람들은 그녀를 죽음의 여의사라고 불렀다. 오랫동안 죽음을 연구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얘기에 이렇게 반박한다.

"그들은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내 연구의 가장 본질적이며 중요한 핵심은 삶의 의미를 밝히는 일에 있었다.”

그녀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죽음이 아닌 삶이였다. 그녀는 죽음으로써 삶의 의미를 밝히기 위해 노력해왔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친구가 나무에 떨어져 죽은 일과 같은 시기 병에 걸린 친구의 죽음을 연달아 경험하게 되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삶과 죽음은 그녀의 일생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두가지 키워드가 되었다. 2차 세계대전에 끝나고 난후, 폴란드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자원봉사를 할 당시,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사람들이 수용소 벽에 그려 놓았던 나비 그림들을 보고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깨닫게 된다.

로스는 취리히 대학에서 정신의학을 공부하고 미국인 유학생이였던 남편을 만나 결혼한다. 이후 남편과 함께 뉴욕으로 이주하여 본격적인 정신과 의사로서의 활동을 펼치게 된다. 이 당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면서, 환자가 인간이라기보다는 질병을 가진 하나의 개체로 취급받는 것에 충격을 받고, 말기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운동을 펼치게 된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이야기를 함께 듣는 세미나는 당시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되었고, 그녀 또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 삶의 의미들을 점점 채워나가게 된다.

남편과 이혼한 후 홀로서기를 한 로스는 신비체험과 트랜스를 경험하면서 죽음 너머의 세계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을 가지게 된다.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돌보면서 지역사회의 박해를 받기도 하는 등 그녀는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간다. 말년에 이르러 온몸이 마비되면서 죽음에 이르는 체험을 하게 된 로스는 침상에서 그녀 자신의 일생을 담은 자서전 <생의 수레바퀴 The Wheel of Life>를 쓰게 된다. 제자와 함께 저술한  또다른 저서 <인생 수업 Life Lessons>은 그녀가 살아가는 동안 얻었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 5백여명을 인터뷰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죽음과 죽어감 On Death and Dying>은 그녀의 대표작으로 전 세계 25개국 이상에 출간되었다.

병상에 누워서도 활발한 저술활동을 이어갔던 그녀는 2004년 8월 24일 78세의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장례식은 그녀의 유언대로 파티처럼 치뤄졌다. 장례식에는 그녀 자신의 시작이자 마지막을 상징하는 수백마리의 나비들이 함께 날아올랐다. 아름다운 시작이였으며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내 가슴을 무찔러드는 글귀

프롤로그 - 삶이 진정 중요한 이유

p9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하나하나가 서로 맞물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경험을 통해 인생에 우연은 없다고 배워왔다. 내게 닥친 모든 일은 일어나야만 했기에 일어난 것이다.

> 사건의 발생은 운명론적이지만,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을 바꿀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p13
배우면 배울수록 숙제는 더 어려워진다. 집에 일어난 불은 그런 숙제의 하나이자 배움의 시간이었다. 상실을 부정해도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이상, 나는 그것을 수용했다. 달리 어떻게 하겠는가?

파트 1 - 생쥐의 장
p17
신이 우리에게 준 최고의 선물은 자유의지이다.

p19
다음 날 아침, 학교에서 작문을 쓸 시간이 되었을 때 나는 전날 밤의 기억으로 심장이 터질 듯한 가운데 펜을 놀렸다.

p20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되어야 했던 것이다. 확실히 그것은 계획의 일부였다

그 다갈색 눈에는 인생의 두 가지 가능성만이 비칠 뿐이었다. 자기 방식과 잘못된 방식.

p32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나는 건강을 되찾았다. 나중에 나 자신도 백의를 입은 의사의 일원이 되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 알았던 일이지만, 그 '자유'는 오로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약 덕분이었다. 바로 가족의 보살핌, 위안, 사랑 ...., 그리고 초콜릿!

p36
화장실까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에 분노를 느꼈고, 족쇄를 찬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일 모두가 나의 정체성을 알고자 하는 욕구를 촉진시켰다.
> 나라도 느꼈을 기분

p38
나는 아버지의 말에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묵묵히 명령에 따랐다. 그날 밤은 가족이 '나의' 토끼 고기를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은 작은 연못을 가진 정원이 있었다. 나중에 이사를 가서도 너무도 그리웠을만큼 아름다웠고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정원 구석 조그만 우리에 회색 토끼 두 마리를 키웠었는데, 어린 난 토끼를 무척이나 귀여워했다. 그 토끼들이 할아버지 약으로 쓰기 위해 키워진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어느날 하교후 집으로 들어섰을때 집에서 흘러나오는 비릿한 냄새에 뭔가 내 신경이 곤두섰다. 마루에서 뭔가를 드시고 계신 할아버지가 있었고, 어머니는 내게 먹으라며 닭고기같은 것이 담긴 그릇을 내밀었다. 난 그게 바로 내가 귀여워하던 토끼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울고 불고 난리를 쳤는지, 조용히 식사를 거부하고 방으로 들어간 후 문을 잠그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흐느꼈는지,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참담했던 충격은 그 기억을 내 머릿속에서 지운 듯 한데, 아직도 그때의 가슴아픔이 내 심장에 전해지곤 한다.

p40
나중에 저녁식사 식탁에 앉아 가족이 블래키를 먹는 것을 지켜 보았다. 나는 울지 않았다. 내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를 부모님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 로스는 정말 강인한 사람이다. 난 충격으로 그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은데 말이다.

이 슬픔을 견딜 수 있다면 어떤 힘든 일이라도 견뎌낼 수 있을 거야

> 어린 로스에게 경의를 표한다.

p41
부모님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삶과 죽음이라는 현상에서 나를 떼어놓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삶과 죽음에 대한 반응이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일찍부터 느꼈다.

p43
마음속으로 과수원 아저씨의 죽음과 수지의 죽음을 비교해 보았다. 중병이었다고는 하지만 수지는 따뜻한 햇살조차 비치지 않는 두꺼운 커튼으로 닫힌 어두운 방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다. 농부는 지금의 내가 '좋은 죽음'이라고 부르는 죽음을 맞이했다. 자기 집에서 사랑에 휩싸여 존경과 존엄을 받으며 숨을 거두었다. 가족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전했고, 미련과 후회없는 슬픔에 잠겼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나는 죽음이 반드시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의 선택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p44
공포와 죄의식을 강조하는 가르침으로, 목사가 설교하는 신에게는 아무래도 공감할 수 없었다.

> 대극을 강조해야지만 이득을 얻는 자들이 있다. 흔하다. 많다.

p53
에바는 믿음, 에리카는 희망, 나는 사랑이었다.
전세계에 사랑이 부족한 것 같던 그 시기에 나는 선물로, 명예로, 무엇보다도 책임으로 그 말을 받아들였다.

p63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월요일 아침에 제 가운을 가지고 출근하겠습니다."라고 젠더 박사에게 말했다.

p70
가야 할 곳이 있고, 도와야 할 사람들이 있는 한 나는 그 길로 나아가야 했다.

p78
삶은 늘 그런 우연들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그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마음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p89
"파니 닥터에게".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선생님이 구해주신 열세 번째 아이의 엄마 W로부터, 축성 받은 폴란드 흙을 드립니다."

> 너무나도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삶의 감동은 관념이 아닌 삶에서 오는 법이다.

파트 2 - 곰의 장

p93
예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지하 검사실은 마치 천국 같았다

> 그녀에게 있어 의사가 천직이었던 모양이다.

p98
이제 안 된다고 생각할 때도
언제나, 어디선지 모르게
한줄기 작은 빛이 비쳐온다

그 작은 빛을 바라보면
다시 용기가 솟구친다
그리고 다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힘이 솟구친다.

p104
인도의 네루 수상으로부터 초대장이 왔다. 유학생을 도운 답례로, (...) 공식 리셉션에 초대된 것이다

p112
노인은 자신보다도 상태가 나쁜 듯한 나를 본 덕분인지 곧 원기를 회복했다.

> 깨알같은 유머코드

p117
슬프게도 죽음은 내 사정을 봐줄만큼 관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세플리가 전화했던 것이 틀림없다. 이제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p118
의사가 환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은 스스로 너그럽고 친절하고 섬세하고 애정 어린 인간이 되어 주는 것이다.

p120
기러기는 언제 하늘을 향해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까? 누가 그 계절이 왔음을 가르쳐주는 것일까? 우리 인간은 나아갈 때를 어떻게 알까? 철새와 마찬가지로 인간도 분명히 알고 있다. 귀를 기울기만 하면 내면의 목소리가 들린다. 분명한 목소리가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때임을 알린다.

p129
암 환자가 "나는 죽습니까?"라고 물으면 의사는 으레 이렇게 대답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죽어가는 환자는 의사와의 안전거리를 바라는 것이 아니였다. 다만 솔직함을 갈망했다.

p136
마음과 정신에는 현미경으로도 화학반응으로도 밝혀낼 수 없는 신비가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이해하고 싶다.

p142
선의가 담겨져 있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써 보낸 카드들이었다. 이야기 도중에 린다는 가려린 팔로 그 카드 자루를 밀어냈다., 그리고 창백한 볼이 분노로 빨개진 채 이런 것 대신 부모님과 친척들의 진심 어린 병문안을 바란다고 했다.
"내가 어떤 기분인지 그걸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린다는 격분했다. "하필이면 왜 나에요? 하느님이 왜 내가 죽도록 정해놓았죠?"

> 완벽한 공감 부재의 현장이다.

p145
죽어가는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만 하면 삶에 대해 무한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p155
죽음을 이해하려는 사람 앞에 가로놓인 가장 큰 장애는 아마도 자신의 생명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일 것이다. 무의식에서는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두려운 생의 중단, 비극적인 죽음, 끔직한 질병의 희생으로밖에 죽음을 알지 못한다. 달리 말해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서의 죽음이다.

p157
극소수를 제외하면 죽음을 실패 또는 패배라고 생각했다.

p160
“죽음을 앞둔 환자의 방에 들어가면 환자가 돌처럼 굳어 있을 때가 있어요. 말할 상대도 없이 말이에요. 그래서 옆으로 다가갑니다. 때로는 손을 잡고 걱정할 건 없다며 죽음은 그렇게 두려운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죠”

세상의 그 어떤 학설과 과학도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의 힘에는 미치지 못한다.

p162
의사의 관심은 온통 내 간의 크기뿐이에요. 이제 와서 간의 크기에 왜 신경 써야 하죠? 집에는 내가 돌봐야 할 아이가 다섯이나 있습니다. 걱정 때문에 견딜 수가 없어요. 그런데도 아이들 이야기에는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아요!

p163
뒤돌아보고 삶을 헛되이 보냈다고 후회히지 않도록 살아가세요
해온 일을 후회하지 않도록, 또는 다른 삶을 바라지 않도록 살아가세요
정직하고 충만하게 삶을 살아가세요
살아가세요

파트 3 – 가을 들소의 장
p177
죽음의 체험에는 전혀 고통이 수반되지 않는다는 것.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것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체험이었다.
다섯 살의 남자아이가 죽음 체험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 엄마에게 설명하려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아이는 눈부시게 빛나는 성을 그리고 “이곳이 하느님이 사시는 곳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밝게 빛나는 별을 그렸다. “내가 이 별님을 보자 별님이 ‘잘 다녀왔니.’라고 말했어요.”

p180
다시 살아난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그 빛이야말로 우주 에너지의 궁극적인 원천이다. 그것을 신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고, 그리스도 또는 부처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압도적인 사랑에 싸여 있었다는 것에는 모두 일치했다. 온갖 사랑 중에서 가장 순수한 사랑,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타나토노트>는 임사체험에 관한 내용인데, 타인의 주관적인 경험으로만 미루어 짐작되는 일들이다.

p185
인생은 그 시간과 함께 전개되지만, 교훈은 그 사람이 필요할 때에 찾아온다

p191
사진을 내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정말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첫 번째 사진에는 언덕과 숲이 찍혀 있었다. (…) 남자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 사진을 찍는 순간에 남자는 곧장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 이 대목에서 난 외쳤다. OMG!! 사실 책 전반부에 흐르던 감동이 이 시점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종의 신비체험인 셈인데, 믿기는 쉽지 않다.

p195
예수가 살아있던 시대에 난 이사벨이라는 이름의 지혜롭고 존경받는 교사였다고 세일럼은 말했다

> 두번째 OMG 이다. 이제 트랜스로 혼령과 대화까지 한다. 융도 그랬는데, 남들이 보면 반쯤 미친 상태로 보일 듯 하다. 반쯤 미치던 완전히 미쳤던지간에 그로써 삶이 아름다워진다면이야...

예수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세일럼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왜 보통 말로 이야기하지 않는 거죠?” 그렇게 말하는 순간, 죽어가는 환자들도 예수처럼 흔히 우화 같은 상징 언어로 의사를 전달한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 상징언어에 파장을 맞춘다면 들을 수 있다.
  
p206
B의 도움없이 혼자 세일럼을 불러낼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놀랐다. B에 대한 의존심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 나의 독서에 OMG가 계속 연발되는 중

p211
그 시기에 일어난 일을 통해, 삶에서 주어진 과제의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것이라는 말을 나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p218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내가 무엇인가 말하기를, “예스!”라고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 구하는 것은 “예스!”라는 말뿐이라고 느꼈다.
>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

p220
다음날 아침, 무엇이든 상상한 대로 되었다. 풀잎, 나비, 자갈 등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분자 구조 속에서 진동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먼로의 집으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었다
> 초개아 현상을 경험한 것인지, 우주와의 합일을 경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강렬한 체험을 한것만은 사실인 듯 하다.

며칠이 지나며 그 지복 상태는 점점 약해졌다
> 이것도 융이 경험한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에크하르트 톨레가 얘기하는 신비체험의 순간과 지복의 경험과 동일하다. 무턱대고 믿지는 않지만, 그런 것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두자!

p223
“산타 닐리야는 산스크리트어로 마지막 평화의 집을 뜻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신의 품으로 돌아갈 때 지상에서 여행의 마지막에 찾는 곳입니다.”

p227
아주 짧은 동안만 피는 꽃도 있단다. 봄이 온 것을 알리고 희망이 있음을 알리는 꽃이기 때문에 모두로부터 사랑받는 꽃이란다. 그리고 그 꽃은 죽는단다. 하지만 그 꽃은 해야 할 일을 했단다…..

p235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문제가 실제로는 하늘의 선물이다.

p240
에이즈는 인류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전쟁과 달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싸움이다. 우리는 증오와 차별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용기를 내어 사랑과 봉사를 선택할 것인가?

p248
설득 끝에 가까스로 그 문제라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뒤쪽에 활주로가 있어요.” 나는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고, 바로 그 땅을 샀다.

파트 4 – 겨울 독수리의 장
p263
어느 날, 들일을 하고 있는 내게 트럭 한대가 다가오더니 남자가 욕설을 퍼부었다. 속도를 올리며 사라지는 트럭의 범퍼에는 ‘예수는 길이다’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위선도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버럭 화가 치민 나는 엉겁결에 큰 소리로 외쳤다.
“이곳에 진정한 기독교인은 없습니까?”

p264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내어 죽어가는 에이즈 환자 젊은이를 안아주었다는 여자도 있었다. 그 여자는 편지에 “그와 나 중 누가 더 많은 축복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라고 썼다.

p274
가장 좋은 의학은 단순한 의학이다.

p278
문득 바라보니 케이티의 입술이 창백해져 있었습니다. 두 번 숨을 들이쉬고는 그대로 숨이 멎었습니다. 말을 걸자 눈썹을 두 번 깜빡였습니다. 그리고 죽었습니다. 안아주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살짝 안았습니다. 슬픔을 느꼈지만 마음은 정말 평화로웠습니다. 심페소생술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시도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 이 절제된 슬픔으로 가기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생각하면...

p286
“좋아, 엄마 말이 맞는다면 아빠가 죽은 다음 첫눈이 오는 날 눈 속에서 빨간 장미가 피어날 거다.” (…) 지금 그것이 실제로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기쁨에 넘쳤고 무심결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잿빛 하늘에서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p288
포기할까? 아니다. “지금은 성장의 기회야.” 나는 자신에게 들려주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면 성장할 수 없어. 고통은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 하늘이 준 선물이고, 목적이 있어.”

p294
35년동안 한 사람의 환자에게도 치료비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지금 “치료비 지불 기간이 끝났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에필로그 – 삶의 유일한 목적은 성장하는 것
p297
내게는 미래의 일을 이미 일어난 듯이 그려보는 습관이 있다

> 구본형 선생님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미래를 기억해내는 것은 상상력이라고 하지 않던가

고별파티, 왜 안 되겠는가? 축제, 안 될 것 없잖은가? 일흔한 살이 된 지금 나는 잘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살아나리라고 기대하지 않은 900그램의 미숙아로 시작해 인생의 대부분을 무지와 두려움이라는 거대한 힘과 싸우는데 바쳐왔다.

p301
죽음은 두렵지 않다
죽음은 삶에서 가장 멋진 경험이 될 수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죽음은 이 삶에서 고통도 번뇌도 없는 다른 존재로 이행하는 것일 뿐이다
사랑이 있다면 어떤 일도 견딜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는 것, 그것이 내 바램이다
영원히 사는 것은 사랑뿐이기 때문에….

  

내가 저자라면

근래 들어 읽은 책 중 가장 많은 감명을 받은 책이다. 진심을 다한 삶이 보편적 감동으로 다가온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생의 소명을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은 운명의 징검다리를 한개 한개씩 건너는 가슴 떨리는 과정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출생부터가 그녀의 삶은 운명이었고, 가정 환경 또한 그러했다. 허나 그 모든 상황에서 주도적인 선택을 하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것은 바로 그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였다. 책의 내용이 독자의 마음을 얻을수 있는 이유는 솔직한 고백들과 함께 로스의 헌신과 사랑이 보편적 인류애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권의 자서전이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힘은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삶의 경험 그 자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책이다. 꾸밈없이 솔직한 이야기들이 좋았고, 내적 외적 사건이 균형있게 서술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 또한 좋았다. 책의 후반부로 오면서 몰입이 좀 떨어지는 감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트랜스 현상이나 임사체험등에 대해서는 아직 다소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듯 하다. 얼마전에 읽었던 융의 자서전에서 융이 언급한 신비체험과 아주 유사한 신비체험을 로스 자신도 경험했다. 혼령을 목격하고, 사진에 혼령이 담기는 이야기등은 믿기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인생의 후반부에 로스의 영적 능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후반부의 그녀는 정신의학자라기보다는 영성가에 가까운 모습이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어찌 보면 통속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삶을 표현하는 데 있어 무난한 선택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네개의 장은 각각 생쥐, 곰, 들소, 독수리의 장으로 표현된다. 움트는 새싹과도 같이 생동하는 생쥐의 장, 운명을 향해 전진하며 내공을 쌓아가는 곰의 장, 단단하게 세운 신념을 가감없이 펼쳐 보이는 들소의 장, 마지막으로 하늘 높이 올라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전하는 독수리의 장까지. 중간중간 삽화와 함께 수록된 짧은 글들은 잠시 쉬어가며 잔잔한 감정의 여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치들이다.

전반부의 그녀 삶의 진솔한 얘기들은 보편적인 감동을 전해준다. 부연적인 설명은 군더더기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기름기 쫙 뺀 바삭바삭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후반부의 영성적 측면이 두드러지는 그녀의 경험들은 무엇인가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것은 말로 설명될 수 없는 것들임에도 독자의 이해를 위해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한 모순에 직면한다. 그녀 자신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영적인 사건들에 대한 서술이 책의 전반부에서 독자와 그녀 자신을 이어주던 감동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

영성적인 것들을 빼놓고는 그녀의 삶은 완성될 수 없다. 그렇기에 감추거나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쓴 것은 좋은 점이긴 하지만, 영적인 것들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기에 오해의 소지가 크다. 보편성이라는 측면으로 볼 때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거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한권의 책이 감동으로 기억되는 것은 그녀가 그녀의 삶을 통해 증명해낸 아름다운 궁극의 가치이자 모든 것인 사랑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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