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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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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3일 20시 29분 등록

호통판사 천정호의 변명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천정호 판사의 신간이다. 학교폭력과 비행청소년에 대해 관심도 많으신 분이고 강연을 들었을 때 학교폭력과 비행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 책에 그 내용을 넣었다고 먼저 읽으신 상담사의 말을 듣고 더 읽고 싶어졌다. 23각 멘티는 그동안의 책에는 사례가 많아 재미있었는데 이번 책은 사례가 별로 없다고 했다.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서문 심호흡 크게 하고 새로운 길을 나섭니다

10p. 아이들은 작은 도움과 격려 한 마디에도 삶을 새로 빚어낼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11p. 비행을 저지른 소년에 대해 어떻게 처벌하지가 아니라 소년으로 하여금 어떻게 비행에서 벗어나게 할지를 더 중요하게 판단하는 재판입니다.

12p. 두 번째로, 소년재판은 소년이라는 인간과 그를 둘러싼 환경에 중점을 둡니다.

소년들 중에는 가정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매우 많습니다. 때문에 적정한 보살핌을 받는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들의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결코 그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나 역시 아들의 소년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가서 보기 전에는 관심도 없었고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재판을 받는 것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막상 가서 보니 자전거를 훔쳐 신고당한 초등학생부터 조손가정의 아이까지 별별 아이들이 다 있었다.

세 번째로, 소년재판에서는 처분이 내려진 이후에도 소년부 판사의 역할이 일정 기간 동안 지속됩니다.

13p. 소년재판에서는 처분의 집행 상황을 감독하고 처분을 변경할 권한을 판사에게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16p. 이번 책은 이른바 소년범과 그를 규율하는 소년법에 대한 실상과 이해를 돕기 위해 소년범의 대부라 불리는 제가 소년범의 편에 서서 토로하는 변론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18p. 판사님의 호통 소리가 소년들을 살리기도 했고, 그 호통 소리가 누군가에겐 위로였는데... 이제 판사님의 호통 소리를 못 들을 거 같아 되게 아쉬울 듯해요.

자신이 잘못을 한 것을 아는데 혼내는 어른이 없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은 아니다. 실제로 부모에게 혼나는 아이가 부러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천종호판사는 그런 역할을 한 것이다. 판사가 아니라 어른으로 잘못한 아이를 혼낸 것이다.

 

1 : 법을 넘는 법

어느 소년부 판사의 호통

24p. 실제로 내 성격은 다소 내성적인 편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조용히 지내는 걸 더 좋아하고, 마음도 약한 편이라 눈물도 곧잘 흘린다. ‘호통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강인함이나 매서움과는 거리가 먼 성정인 셈이다.

25p. 한 아이에게 허락된 시간이 너무나도 짧은 소년법정의 여건상 강한 울림을 주는 한편, 아이들이 다시는 법정에 서지 않기를 애타게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에서 호통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28p. 문제는 소년원에 보낼 정도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만 소년법정에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와 학교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거리를 떠돌다 비행세계에 발을 담그고, 그러다 잡혀 와 소년재판에 넘겨지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

우리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집단에 만 14세가 넘어서 소년재판을 받게 되기도 한다.

 

판사님은 어떤 소년이었습니까?

33p. “그 아이들도 언젠가는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큰 재목이 될 수 있습니다. 30년 뒤를 보시고 묘목을 심는 마음으로, 거목을 생각하는 그 마음으로 청소년 정책을 입안해 주시고 운영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4p. 창원지방법원에 있을 때 통계를 내 보니 비행소년의 70퍼센트 이상이 결손가정(구조적 결손 포함) 또는 저소득층, 빈곤층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36p.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의 작은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삶의 전환점을 마련한다고 말하곤 한다.

천판사에게 원서를 사준 친구 덕분에 인생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그 친구는 기억조차하지 못하지만.

36p.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내가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는가.

38p. 아내의 쓴소리는 지금도 여전해서 몇 년 전 내가 첫 책을 냈을 때도 아이들 이야기 가지고 쓴 책 인세는 당신 것이 아니니 함부로 쓸 생각 말라며 못을 박았다.

대단한 부인이다. 살림살이가 어려운 형제가 있음에도 비행청소년을 위한 일에 쓰는 것을 먼저 했다는 것이다. 천종호판사님이 하는 일은 정말 많다. 후원으로 이뤄지는 것들이다. 천판사님이 먼저 모범을 보이는 따르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법관의 독립

42p. 판사는 국민으로부터 재판을 할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 권력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이를 통해 부를 쌓거나 공명심을 채우려 한다면 그는 더 이상 국민의 봉사자로서 재판을 충실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법정드라마가 참 많았다. 판사가 쓴 소설을 드라마화한 것에서부터 다양했다. 법조계라는 것이 권위와 권한이 많다보니 비리도 많다. 또한 한국에선 약자편보다 강자의 편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43p. 동료나 선후배 혹은 지인들의 청탁을 거절함에 따른 인간관계의 단절에서 비롯될 고독도 각오해야 한다.

청렴한 법조인은 이런 어려움도 있구나.

 

법에도 눈물이 있다

48p. 사람들은 범죄자를 혐오한다. 그런 면에선 소년범도 예외가 아니다.

49p. 더 나아가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에게도 무조건 비난의 화살을 쏘기 전에 우리 스스로에게 머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 아이들이 버려진 거리에서 그토록 황폐한 모습으로 살아갈 동안 우리는, 또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50p. 내가 평소 자주하는 말 중에 한 사회의 수준은 그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지금의 한국에서 나타나는 많은 현상들이 그동안 약자를 위한 배려 없이 나만 잘 되면 되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퍼주기식 복지가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이 우려할 만큼 복지가 좋은 나라가 아님에도 말이다.

52p. 재판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인간 군상과 만나게 되는데, 소년법정에서는 우리 시대 가족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새 법복을 받으며

57p. 대한민국의 법관은 대법원장’, ‘대법관’, 그리고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으로 나뉜다.

국민이 직접 임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판사 권한의 민주적 정당성의 근거는 바로 국민주권에 있는 것이다.

 

2 : 소년법을 위한 변론

광장으로 불려 나온 소년법

64p. 무릇 공분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국민들은 정의에 목말라 있었다.

65p. 위정자와 국민들은 소년법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냉담했다고 해야 옳은 표현이 될 것이다.

맞다. 뉴스에 기사화되면 그때만 시끄럽게 떠들다 언제 그랬냐듯이 조용해진다.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신문기자들 역시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대한 것은 관심이 없다. 그저 뉴스거리만을 다룰 뿐이다. 그러니 변하지 않는다.

70p. 미성년 범죄자를 성인 범죄자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문명국가에서 일찍부터 받아들여진 명제였다. 청소년이 성인과 달리 미성숙하며 동시에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뇌 발달, 교육학 등이 과학적, 실증적으로 증명하기도 하지만 상식적, 경험적으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태가 심각할수록 현실을 정확하게 들여다보고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잔인해진 겁니까, 판사님?

73p. 흉포하고 잔인한 청소년범죄가 뉴스를 장식하는 것과 달리, 실제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범죄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구가 줄었으니 당연한 것일 수 있고, 한편으로는 어른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돌아보면 답이 있다. 평행이론이라고 하기도 한다. 어른이 모델을 보인 것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무조건 외부 요인만 탓하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모습이다.

75p. 200712월의 소년법 개정으로 보호처분 연령 하한이 12세에서 10세로 낮아졌는데, 이러한 변화 역시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대가 낮아진 것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소년재판에서 본 자전거를 훔친 아이가 10살이었다. 소년법 개정 전이었다면 재판에 올 아이가 아니다.

77p. 참담하게도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자기 범죄를 세상에 자랑하듯 드러내는 곳이 되어 버렸다.

가해 청소년들은 자신이 이 사건을 SNS에 올렸을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하며, 그 파장이 어떨지, 피해자가 입을 상처와 인격 침해가 어느 정도일지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가해 청소년만 그런 것이 아니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감정에 둔감하다. 상대가 어떤 심정일지 모른다.

 

소년법의 폐지는 법치주의에 어긋난다

79p. 특히 법의 폐지. 개정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입을 이해 당사자에게는 더욱 많은 의견 제시의 기회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형벌에 있어서 성인과 동등한 취급을 하고자 한다면 우선 민주주의에서 핵심 권리인 참정권부터 성인과 동등하게 부여해야 한다.

맞다. 한국은 참정권 연령을 낮추는 것에 대해선 어린 아이들이 뭘 아냐고 하고, 처벌에 있어서는 어리지 않다고 하는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

81p. 형법상 사형 또는 무기징역의 선고는 만 18세 이상이면 가능한데, 현재 18세 청소년들에게는 선거권이 부여되지 않으므로 형법과 공직선거법만 놓고 본다면 평등 원칙이나 법치주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소년법의 폐지는 대한민국의 품격이 걸린 문제

84p. 나는 범죄나 비행에 대해 사건의 경중에 따라 그 책임을 엄정하게묻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엄벌주의자는 아니다.

청소년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존재들이다. 따라서 자신의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은 이후에는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재기를 도와야 한다.

87p. 청소년범죄에서 이른바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은 전체의 5퍼센트 안팎이고, 더 나아가 잔혹하고 엽기적인 사건은 전체의 1퍼센트 미만이다.

우리는 뭐든 대다수가 해당하는 것에는 관심이 덜할까? 청소년 범죄는 심각한 수준보다 선도 가능한 범죄가 대다수이다. 교육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대다수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고려해야 함에도 반대로 되고 있다. 안타깝다.

더구나 소년법을 폐지하면 모든 사건을 형사재판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만약 개정안이 받아들여져 형법상 비 범죄연령이 10세로 낮아지게 되면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도 형사법정에 세워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소년법을 폐지하면 어떤 일이 생겨날지 생각은 해봤나 싶다. 소년원이나 소년교도소는 필요없고 얼마나 많은 교도소가 있어야 하는지 그를 위해 들어가는 사회자본은 얼마가 될지, 무엇보다 그렇게 처벌을 하고 나서 그 아이들은 범법자가 되는 그 사태를 어떻게 하자는 건지 답답하다.

88p. 게다가 소년법을 폐지하게 되면 소년원을 없애고 소년교도소를 세워야 하는데, 이게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89p. 더 나아가 국친주의에 따른 보호를 없애려면 거기에서 비롯된 제한도 함께 없애야 한다. 한마디로 어른과 아이의 구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범죄 피해자의 아픔을 공동체가 함께

91p. 국민들의 주장에는 가해자에 대한 엄벌만이 피해자를 위한 최선의 배려라는 생각이 짙게 깔려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피해자를 위한 길인지는 좀 더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93p. 더 중요한 문제는 가해자에 대한 엄벌만으로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94p. 형벌의 내용과 수위도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르기 때문에 형벌로 인한 피해자 측의 보복과 그로 인한 만족도가 고대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그로 인한 피해자의 만족감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

102p. 저는 A,B,C,D 어떤 그 누구보다 제 자신이 제일 미워요. 그리고 이때까지 사고를 치면서 저로 인해 피해 보셨던 모든 분들에게 너무 죄송합니다.

누군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알려주고 그것을 진정으로 누우칠 때만이 이런 반성을 하게 된다.

 

문제는 제도와 시스템이다

108p. 소년원 송치 처분에 있어서 선택지가 좁다보니 비행 내용이나 재비행 가능성에 따른 적절한 처분을 내리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소년법은 송치 처분의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110p.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년범 수용 기관의 2016년 평균 수용률은 122퍼센트로 집계되었다.

교정학 이론에 따르면 70퍼센트가 가장 적정한 수용 인원이고, 100퍼센트를 넘어가면 교정 효과가 없다.

이것을 알면서도 수용기관을 늘리지 않는 건 뭘까?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거겠지.

 

3 : 학교폭력과 게토 속의 아이들

학교폭력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116p.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 전부를 지칭하는 넓은 의미의 청소년비행에서 학교폭력을 빼면 좁은 의미의 청소년비행이 된다. 절도, 사기, 강도,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 성매매가 주류를 이루며, 이와 같은 좁은 의미의 청소년비행은 학폭법의 적용을 받지 않지 않고 형법이나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렇게 유명한 판사가 말하고 있는 대도 불구하고 구분이 안 되는 것은 사회적인 함의가 되지 않아서 이겠지. 청예단에서도 많은 활동을 함에도 말이다.

 

더 이상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

123p. 세 가지의 특성, 즉 관계성, 지속성, 공연성이 학교폭력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상호 간의 관계는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 기울어진 관계, 이른바 갑을 관계가 형성되고, 이러한 관계는 친구 사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담 전화를 받으며 알게 된 것 중에 학교폭력에 대해 맞으면 피해자, 때리면 가해자로 생각하고 무조건 학교폭력에 신고한다는 것이다. 물론 폭력이란 잘못이다. 하지만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기 전에 원만히 해결될 수 있는 관계에서, 혹은 폭력으로 방법을 잘못 선택한 경우는 어른인 부모나 교사가 잘 지도하면 된다. 지속적으로 한 명을 괴롭히고 때리는 상황이고 맞는 아이가 어디에도 말을 하지 못하고 당하고만 있다면 그것은 학교폭력에 신고를 해서 잘못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더 이상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124p. 게다가 가벼운 폭력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행해지면 피해자가 느끼는 정신적 충격은 누적되기 때문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교사들이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가볍기에 별스럽게 여기지 않고 장난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피해자에겐 가볍지 않고 어떻게든 처리하지 않으면 성인이 된 후에도 상처로 남는다.

학교폭력은 의도하든 아니든 간에 학교라는 곳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또래 학생들이나 전교생이 지켜보는 데서 공개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125p. 아이들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자신과 피해자의 우열 관계를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한편, 다른 학생들도 자신에게 도전했다가는 이처럼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이다.

128p. 조사 결과, 피해 신고된 내용이 갑을 관계에 따른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한 관계부터 해소시켜주지 않으면 안 된다.

관계를 해소시켜주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심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는 기능을 상실했다. 교사들도 의지를 상실했고 이와 상반되게 비상식적인 학부모들은 많아졌다.

 

게토 속의 아이들

131p. 학교 밖의 고위험군 아이들이 고위험 지역에서 무리를 이루어 지내다가 이렇게 심한 폭력이 발생했다는 것이 부각되어야 하는데, 단순히 학교폭력의 피해자-가해자 지위를 설정해 놓고 사건을 바라보게 만든 것이다.

132p. 사실 학교 안에서는 이번 사건처럼 잔혹한 폭력이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적어도 그곳에는 부모와 교사라는 울타리가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를 피해서 전학을 결정하는 피해자도 있지만 전학을 가지 않고 학교에 남겠다고 하는 피해자가 있다. 교사도 학생들도 다 알기에 가해자가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134p. 학교 밖 아이들이 관계에 목을 매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외로움이다.

겨우 정 붙일 관계를 찾았지만 그로 인해 위험한 관계를 맺게 될 가능성 역시 높아지는 것이다.

135p.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은 사소한 일에도 과도한 분노를 표출하고, 인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까지 결핍되어 끔찍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기도 한다.

학교폭력에 대해 엄벌주의를 취하는 이상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늘어나는 풍선 효과로 인해 학교 밖 아이들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136p. 사실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요인은 가정의 해체다.

밖에서 보기에 온전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가정이 무너진 경우도 허다하다.

 

학교폭력은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한다

138p.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은 전형적인 학교폭력 사건이 아니라 좁은 의미의 청소년 비행에 가까운 사건이라고 볼 수 있기에, 그에 대한 대처 방안도 학교폭력 사건과는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140p. 언어폭력과 왕따와 같은 ‘1유형 학교폭력은 전체 학교폭력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인성교육적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만 올바른 대처를 할 수가 있다.

‘2유형 학교폭력은 비행 또는 범죄적 시각에서 접근을 해야만 한다.

141p.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또 다른 학교폭력이나 청소년비행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피해자로 있을 때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다가 가해자가 되는 순간 무자비한 비난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바로 이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143p. 분류심사 4주를 받았을 때 무엇보다 밖에서 마음대로 행동했을 때와는 다르게 위반해서는 안 될 여러 가지 준수 사항들과 단체 생활이 처음에는 너무나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근데 지난 4주라는 시간은 제 잘못을 되돌아볼 수 있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23각 제주도 같이 걸었던 멘티는 분류심사원이 너무도 싫었다고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었다. 아들도 센터에서 교육받을 때 들은 이야기만으로 절대 분류심사원엔 가지 않겠다고 잔뜩 걱정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이는 아이도 있구나. 하긴 사람은 다르기에 받아들이는 것 또한 다르다. 어떤 사람에겐 도움이 되기도 한다.

146p. 제가 예뻐지고 흔히 말하는 일진이 되자 저를 따돌리던 친구들이 저를 무서워하게 되었어요. ... 저를 따돌리던 친구들이 저의 말을 잘 따르고 무서워하니 너무 신기했어요.

 

우리의 무관심 속에 날로 확산되는 또 다른 음지가 있다

150p. 사이버를 이용한 비행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물품 등의 판매를 빙자한 인터넷 사기 비행이다.

또 어떤 아이들은 협박하여 받은 음란성 영상물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이 비행은 음란물을 올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란물 중독에 이르게 할 수도 있어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154p. 아이들은 변호인에게 그 택시 기사를 죽인 것보다 더 잔인하고 더 신속하게 사람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진술을 하였다.

정말 충격적이다.

156p. 중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중독에 빠진 당사자의 의지나 가족의 조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 음란물을 보여주지 않으려면 친구 관계까지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은 것이다.

157p. 당시 통고처분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나는 경찰에 긴급동행영장을 발부하여 아이를 법원까지 데리고 오도록 요청하였고, 결국 아이는 경찰에 의해 억지로 방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특히 사단법인 만사소년에서 실시한 ‘23각 멘토링 여행이 아이의 회복에 큰 기여를 했다.

누군지 알겠다. 게임중독인 남학생으로 나이가 많은 멘토와 걷기를 했던, 잘 웃지도 않고 멘토가 너무 힘들어했었다. 다녀오고 변화가 있었다고 하더니...

159p. 학원은 많아도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있다고 해도 아주 어릴 때부터 입시와 진로를 위한 스펙 경쟁으로 내몰리는 바람에 놀 시간이 없다.

 

회복적 정의가 필요하다

163p. 소년법에서 회복적 사법의 이념을 반영하는 제도로는 화해권고제도를 들 수 있다.

우리도 판사에게 화해권고제도를 권유받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진행되지 않았다. 상대측에서 반대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가해자와 대면하는 것이 불편하고, 때로는 두려울 뿐만 아니라, 일단 사건화된 이상 화해보다는 엄벌을 통한 응보를 바라기 때문이다.

164p. 지금 우리 사회는 가정 해체율이 매우 높고, 사회 공동체의 연대 의식은 점점 약해져 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태에서 갈등이나 범죄가 발생한 경우 어차피 회복될 관계가 없다는 생각에 관계 회복보다는 관계의 파탄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처벌에 무게를 두게 된다는 점이다.

 

4 : 정의를 강물처럼-상선약수-

정의는 언제 문제가 되는가

169p. 정의는 흔히 불변의 관념으로 여겨지나 각 시대와 상황이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 왔다. 더욱이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어느 관점이 옳다 그르다 잘라 말할 수 없으리라.

171p.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생명, 자유, 소득과 부, 권리와 의무,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등 이른바 사회적 가치의 분배 상태에 대한 평가와 개선에 관한 문제이다. 이렇게 보면 정의의 문제는 현재의 분배 상태를 평가하는 데 그치는 정태적인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동태적인 것이다.

175p. 분배 상태의 불평등을 조정하는 방법은 국가가 시행하는 복지정책과 개인이 자발적으로 베푸는 자선 행위가 있다.

이러한 정책을 실현함에 있어 필요한 재원은 세금 등을 통해 주달되기 때문에 조세정책은 복지정책의 실현에 필수적인 밑바탕이 된다.

이 또한 쉽지 않다. 입장이 너무 다르더라.

 

인간의 얼굴을 한 정의

182p. 판사는 처분 전에 먼저 피해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판권을 행사해야 한다. 설령 피해회복 과정에 소년과 그 가족에게 다소 가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해도 우선 피해회복을 하도록 권고해야 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처분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183p. 나누어야 할 파이의 크기가 그대로여서 누군가의 양보가 필요한 경우에는 합의에 이르기가 아주 어렵다.

 

각자에게 그의 몫을

185p. 인간은 언제 가장 서러움과 억울함을 느낄까? 정당한 자기 몫을 받지 못했거나 몫을 빼앗겼을 때다.

188p. 롤스는 사회의 최소 수혜자’, 쉽게 말해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편익이 최대화되는 조건이라면 복지정책을 통한 재분배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복지를 이야기하면 마치 가난한 사람들을 일하지 않으면서 거저 가지려는 게으르고 몰상식한 사람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복지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인간적인 삶을 위해 최소한 삶의 조건으로 재분배를 한다고 여기면 어떨까.

190p. 이상에서 알 수 있는 바는 무결점의 정의관은 없다는 것이다. 이는 타인의 정의관 역시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분쟁 해결의 도우미를 넘어

194p. '미성숙한 소년에 대한 용서와 관용을 전제로 하고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소년법의 이념에 따른다면, 소년사건에서의 법조인은 분쟁 해결의 도우미를 넘어 삶의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응보와 회복

196p. '절도 피해를 본 후 다시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을 비우기가 겁이 났고, 밤에 잠을 잘 때도 너무 불안해 일상생활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피해 보상을 위해 찾아온 범인이 어린 소년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놓인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캐나다에서 실시했던 회복적 정의와 비슷한 모습이다.

198p. 회복적 정의론에 따르면 범죄는 관계 파괴 행위이므로 회복되어야 할 것은 관계이다.

피해자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피해자의 정신심리적 회복, 다시 말해 범죄로 인한 트라우마의 치유가 전제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사회 공동체가 나서서 치유에 따른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199p.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은 범죄자와 그 가족과의 관계 회복이다.

범죄가 발생하며 가족과의 관계도 깨진다. 평범했던 일상이 산산조각난다. 가족관계가 깨진 채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200p. 더 나아가 보호소년과 그 가족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실제로 가족 관계가 회복되어 일탈을 멈춘 소년들도 꽤 있다.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202p. 재판의 두 가지 이념은 진실 발견절차 보장이고, 절차 보장의 목적은 설득을 통한 승복을 이루기 위함이다.

204p. 결론이야 책임의 법에 따라 기계적으로 도출한다고 하더라도,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호소와 경청을 통한 숙고라는 인간의 얼굴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다.

205p. 결국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법의 덕목은 책임사랑이다. 책임은 행위의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엄중한 약속인 반면, 사랑은 여백을 허용하는 인간 존중의 정신이다. 사랑이 결여된 책임은 공허하고, 책임이 동반되지 않은 사랑은 맹목이다.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인가

207p. 재판을 받는 아이들과 관련하여 두드러진 변화 중의 하나는 아이들의 정신. 심리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는 점이다.

210p. 아동 학대와 가정폭력, 여성과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 경제 양극화로 인한 사회 구성원 간의 배타적 차별 의식, 국가 지도층의 공권력을 이용한 사익 추구, 국가 기관 구성원에 대한 동향 파악, .사를 불문한 기관과 단체 내의 성추문, 대형 종교 단체의 부자세습 등 지금 우리 사회는 예수 공동체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5 :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희생양과 마이너스1’의 제의(祭儀)

215p. 국민들이 나를 소환한 까닭을 잘 알기에 고심 끝에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약간 응용해 보기로 했다. 내 쪽에서 먼저 질문을 던져 사람들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한 것이다.

결국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발생한 이후 가해자인 비행소년들을 엄벌해야 한다며 소년법 폐지를 주장한 사람들은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 규정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여론에 동조하여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고 할 수 있다.

217p. 아직 어린 청소년들임에도 비행또는 범죄라는 꼬리표만 붙으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무자비한 돌팔매질을 해 대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은 희생양 만들기라는 깊고 오래된 정치 사회적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무리에 편입되지 않은 소수를 소외시켜 이들을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희생양이 선택되면 적어도 그가 존재하는 동안 다른 구성원들은 안심할 수 있다.

우리도 모르게 이런 심리가 기저에 깔려있다는 것인가

218p. 한 아이가 왕따의 표적이 되었다가 벗어나면 가해자들은 또 다른 표적을 만들어 왕따를 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청소년비행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감정을 앞세워 마녀사냥을 벌이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 저출산으로 인해 국가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데 한 명의 아이라도 더 건져 내어 올바른 시민으로 키워야 하지 않겠는가?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라

222p. 2010년부터 소년사건을 담당해 오면서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중 하나는 가정폭력으로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극단적으로 말해 맞아 죽거나 탈출하거나둘 중 하나밖에 답이 없다는 것이다.

223p. 이혼한 혜은이 어머니는 딸이 59일이나 결석하고 9월에 가출한 이후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하였다.

어떻게 딸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모를 수가 있나. 낳았다고 저절로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 자격증이 있어야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25p. 위탁생활 동안 혜은이는 큰 변화를 일으켰고,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되었다. 법정에서 혜은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아이에게 임시위탁생활을 한 번쯤 해 보기를 권할 것이라고 하였다.

 

버려진 거리가 아이들을 괴물로 만든다

228p. '학교 안 폭력학교 밖 폭력은 청소년이 주체가 된다는 점만 같을 뿐 서로 완전히 다른 사건이라서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학교폭력 대책이라고 해 봐야 학교 안 문제아들을 학교 밖으로 내쫓는 식이었다.

229p. 학교 폭력에 강경 대응할수록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은 학교 밖으로 밀려난다.

문제는 학교에서 밀려난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청소년 폭력 사건도 늘고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생계에 쫓기는 부모 아래에서 혼자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그렇다. 절제를 모른다. 참을 필요가 없었다. 감정대로 하면서 부딪히고 그래서 문제가 생겨도 풀 수가 없다. 23각하는 멘티들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감정기복이 심하다는 것이다. 좋았다 안 좋았다를 반복한다. 타인을 위한 배려를 모른다.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233p. 이처럼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들이 매년 20~3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30퍼센트는 그나마 청소년쉼터와 같은 청소년 관련 기관의 보호를 받지만 나머지 70퍼센트는 말 그대로 거리에 방치되어 있다.

14만 명에서 20만 명이 거리에서 배회하는 것이다.

234p. 소년범 중 66천 명의 소년들이 사회로 돌려보내지는데, 대부분 결손가정이나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이다 보니 돌아갈 집이 없거나 돌아가도 제대로 보살펴 줄 어른이 없기 때문에 다시 가출을 하고 비행을 저지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환경이 바뀌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다.

235p. 2017년 추석,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각 센터에서 위탁아동 170여 명을 연휴 10일간 모두 귀가시켰는데 단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모두 돌아왔다. 무엇보다 여기서 지내는 6개월 동안은 아이들의 재범률이 0퍼센트였다.

센터장 부부의 헌신은 대단하다. 대부분 종교인이다. 하지만 6개월의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 이는 또 다른 문제점이다.

 

판사님, 청소년회복센터에 보내주세요

241p.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을 길러 주어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게 하는 것이다.

242p. 청소년비행은 주로 저녁 시간에 일어난다. 아이들은 범죄 유혹을 받는 시간에 법원 축구단과 경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규칙에 대해 배웠다.

243p. 지난 8년간을 돌이켜보니 저녁 시간에 내가 만난 사람들은 거의가 비행소년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뿐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개인 생활이 없는 삶이다. 23각 멘티가 천판사님을 대하는 태도를 돌이켜보니 마치 동네 아저씨나 삼촌 대하듯 했다. 격이 없었다. 물론 판사님도 농담도 하고 편하게 대했다.

244p. 이룰 수 없는 소원이었으나 그 소원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말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아이들의 희망 노래

247p. 청소년 회복센터에서 아이들이 지내는 기간은 통상 6개월이다. 이렇게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져 가는 소외된 아이들이지만, 이 아이들도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은 바람이 있고, 이 바람을 합창을 통해 이루어 간다는 마음을 담아 바람의 아이들이라는 이름도 직접 지었다.

248p. 아이들은 2시간이나 되는 연습 시간 동안 아무런 불평 없이 자리를 지켰고, 심지어 지휘자에게 연습을 더 하자고 졸라 선생님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예술과 체육, 몸으로 하나 되는 경험은 단합과 함께 울렁임이 있다. 고교시절 합창대회를 위해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뭔가가 꿈틀되는 느낌이다. 그걸 느꼈을 것이다.

252p. 가정 해체로, 학업 중단으로 잠시 나는 것을 멈추고 있는 아이들이지만 그들에게도 날고 싶은 꿈이 있다.

 

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

254p. 마음속에 상처가 많은 이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닫고 자신의 삶과 꿈을 포기하기엔 이르다는 것을 깨달으려면 우선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255p. 아이들이 여행 넷째 날이 되자 낯선 땅에서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258p. 돌봄을 받아 본 적 없는 소년들이 자기보다 더 어려운 아이들에게 눈길을 건네고 온기를 주고받는 모습에 가슴이 뻐근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261p. 포기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투덜대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여행이 끝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아이도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버려진 거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길 위를 걷는 경험은 이 아이들이 삶의 방향을 찾는 데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다.

나와 같이 걸었던 멘티는 89일의 일정을 끝내고 돌아가면 집으로 34일의 외출을 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걸었다. 물론 중간 중간 많이도 힘들다고 했고 포기하겠다고도 했다. 완주하고 나서 뿌듯해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앞으로 그 경험이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한다.

263p. 비록 무거운 죄를 저질렀다고 하나 그는 이미 법에서 정한 처벌을 받았다. 그를 비난하는 대신 마운드에 설 기회를 주었더라면 우리는 또 한 사람의 뛰어난 야구 선수를, 어두웠던 과거를 딛고 새 삶을 시작하는 갸륵한 야구 선수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번 책에서 이 사례가 가장 안타까웠다. 어떻게 지내는 지도 궁금했다. 그런데 새 삶을 살겠다고 했다니 다행이다.

 

소년범 대부의 오보(誤報)

265p. 노회찬 의원이 아주 낯설게 질문을 하였다.

지금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해주시길 바란다. 고맙다.”

오늘 723일 노회찬 의원이 투신 사망했다는 신문기사를 봤다. 어쩌다 그런 선택을 했는지...

266p. 비행소년들은 정치적 이용 가치가 없기에 보수나 진보 진영 모두에게서 투명 인간처럼 취급되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다시 재비행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269p. 현재 청소년회복센터는 법원에서 지급되는 교육비와 소년사건의 국선보조인 수당과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겨우 운영되고 있다. 센터 운영자들에 대한 급여는 지급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271p.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은혜를 구하는 것은 권리도 아니고, 정의의 요구도 아니며, 그저 은혜에 감사할 수 있는 조건일 뿐이다. 그러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사회 공동체가 그 임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에 대하여

별다른 흐름이 있는 것은 아니고 주제별로 묶었다.

2. 보완이 필요한 점

그동안에 해왔던 많은 일들에 비하면 5장의 내용이 적다. 좀 더 많은 내용을 담았으면 한다. 그리고 보다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어도 좋았겠다 싶다.

책을 보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만사소년이나 기타 기관 안내를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3. 이 책의 장점

비행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4.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

판사가 아니기에 쓸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23각을 참여한 멘토로 그 프로그램에 관한 책을 쓸 수는 있겠다. 그동안 참여한 멘토, 멘티들과 사무국 식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추가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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