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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2일 01시 20분 등록

 

6: 1997714일 월요일

 

104 맑스가 세웠던 framework은 이제 지나간 framework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것이 80년대에 가졌던 현실적 힘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20세기에 우리 자본주의 경제를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것이 고전적 가치로 충분히 남아 있듯이 맑스의 <자본론>20세기의 살아 있는 고전으로서 남을 겁니다. 거기에 담겨져 있는 인간학적 의미는 영원하죠. 그래서 자본론의 내용을 여러분들이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본론도 읽어봐야 하나? 올 해는 책은 멀리하고 싶은데 무슨 고구마 줄기 캐는 것마냥 책 하나를 읽으면 읽고 싶은 다른 책들이 줄줄 나온다.

 

그렇다고 여태까지 대단한 작품이 나간 것도 없고 여전히 부끄러운 수준이지마는 여기 주역 계사강의같은 경우엔 상당히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어서 여러분들이 이 시대에 같은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강의로서 펴냈으면 합니다. 이번에는 거의 나의 손을 거치지 않고 서문부터 끝까지 여러분들의 손으로 완성되었으면 좋겠고요번 8림의 성과로서 이 주역 계사 강의가 기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로 전달되는 강의를 로 전달되는 책으로 낸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이걸 도올의 제자들이 했다. 스승의 격려와 함께.

 

48) 선생님이 이 날, 이 이야기로 이 글이 기획되기 시작했다. 물론 주역계사강의를 들으며 받았던 감동을 전하고 싶다는 우리의 강렬한 의욕을 선생님이 정확히 지적하신 것이었지만.

 

105 내 생각으로 계사는 공자의 作일 수가 없습니다. 계속 얘기하지만, 한초에 성립한 문장이 틀림 없습니다. 이렇게 대구를 맞추는 모든 스타일이 선진(先秦)시대 문장이기는 어렵거든요. 기독교의 성서 역시, 예수라는 인물의 말씀과 행적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승되거나 나중에 편집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것입니다.

 

106 논어 역시 공자 사후부터 한초까지 한 400년 이상을 걸쳐서 층대를 가지고 편찬된 겁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의심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논어라는 텍스트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은 대개 공자 당대의 언어를 전달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경(古經) 13경 중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텍스트를 꼽으라면 난 시경과 논어, 이렇게 두 개를 꼽습니다. 이것들이 언어적으로 볼 때 가장 믿을만한, 살아 있는 옛날 말을 그대로 전해주는 그런 텍스트라고 생각됩니다.

도올은 시경을 자주 언급하더라. 도올의 <너와 나의 한의학><시경>을 읽고 싶다. 북리뷰를 통해서 시경을 읽으면 좋을 터인데, 북리뷰 기회가 2번밖에 남지 않았다. 북리뷰를 하고 싶은 다른 책이 있어서 시경은 따로 필사하며 읽어볼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계사의 문장도 주역의 심볼리즘, 즉 상과 괘사, 효사 등의 심볼릭한 언어들을 제대로 해설해 준 것입니다. 예수의 말과 행적에 대해서 사도바울의 서한이 해설을 이루어 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계사는 역이라는 것을 중국인의 바이블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논문이 된 겁니다. 계사를 읽어보면 역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괘와 효는 알겠는데, 계사는 또 뭔가 했었다. 성경에 빗대어 설명해주니 알겠다. 본경을 스스로 읽으며 주역을 공부해야지, 계사는 나중에 봐야지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계사전 강의록을 읽어보니 적절한 때에 계사전 강의가 나에게 잘 왔다. 안그랬으면 오리무중이었을 터.

 

107 우리가 문화라고 하는 것들, 그리고 거기에 따른 모든 문화적 산물은 심볼을 통해 비약하거든요. 주역의 성립은 이렇게 심볼리즘이 출현함으로써 문명의 도약을 가져온 사건이었습니다.

천지혼원(天地渾元)의 상태에서는 서로 구분이 안되는 primitive하고 original하고 chaotic한 기(一氣)의 힘이 있는데, 이 상태에서 경청자(輕淸者), 즉 가볍고 맑은 것은 올라가서 하늘이 되고, 중탁자(重濁者), 즉 무겁고 탁한 것은 내려와서 땅이 되는 겁니다. 경청자는 가볍고 맑은 거니까 무형의 세계를 이루게 되고 중탁자는 내려와 구체적인 형을 드러내니까 유형의 세계를 이룹니다.

상징, 함축, , 괘상, 꿈 등은 지난 해 나를 이끌었던 것들. 앞으로도 이끌릴 것들. 비약과 도약, 돈오의 세계로 이끌어줄.

 

110 모든 문명은 바로 손의 고생입니다. / 여기 이 <타임>지를 보세요. 최근에 불란서 아비뇽 지방에서 어마어마한 원시 벽화가 발견됐다고 지난 호에 사진이 나왔는데, 한번 잘 보세요. 이 그림은 2만년 전 그림입니다. / 또 재미난 건 이 그림 일부에 찍혀 있는 인간의 감격적인 사인이죠. 이 사인이 바로 이 벽화 작자의 I’m the Man 사인입니다. 내가 손으로 그렸다는 말이거든요. 이걸 보면은 참 감격적입니다. 인간이 자기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것은 결국 수고했다, 손이 고생해서 해냈다는 거거든요. 이 그림에 인간의 손바닥 도장이 찍혀 있다는 건 감격적이예요. 단지 걷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그 손이 이제 벽화를 그릴 수 있는 데까지 진화한 것이죠.

그러게, 벽화에 그 그림을 그리고 희열에 차서 내가 그렸다!하고 손바닥을 떡하니 찍을 때의 느낌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괜히 나도 기쁘다. 그런데 만약 엄마나 마누라가 벽에 무슨 짓을 한거냐며 등짝을 때리다가 손바닥이 찍힌 거라면?

 

역의 세계관과 성인의 의무

111 논어에 입각한 유교적 윤리관으로 聖人은 도덕적으로 완성된 자(man of moral perfection)로서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원래 유교 이전의 성인이라고 하는 말은 오규우 소라이라는 일본 학자가 주장한 것이지만 작자위성(作者僞聖)이라고 하는 말의 작자, cultural hero를 뜻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 이렇게 최초의 문명의 전기를 마련한 사람을 cultural hero라고 해요.

 

희랍에서는 그런 cultural hero의 세계를 신화의 세계로 한정시킨 반면, 동양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여러 신화형태뿐만이 아니라 주역의 심볼리즘 속으로 내장시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 , 번개, 바람 등 신화의 자연적 대상물들이 한편으로는 괘에 담겨 있어요. 여기서 비롯된 심볼리즘이 문명을 일으킨 계기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사실 중국 문명의 가장 기본적인 기초는 하()/()/() 시대에 다 완성되거든요.  

그리스에서는 신으로, 주역에서는 괘상으로. 각 괘를 신화 속 신의 이미지와 연결해보는 작업도 재미있겠다.

 

공자는 술이부작(述而不作, 작하지는 않고 서술만을 하다)으로서 해석자이지 진정한 의미의 作이 없었다고 해서 성인으로 치지 않고 아성(亞聖) 정도로 쳐요.

 

112 근대적 의미의 성인은 도덕적으로 완성된 자이지만 순수한 동양적 의미의 성인은 문명의 어떤 전기를 마련한 사람들이예요. IBM 컴퓨터에 들어가는 IC 칩을 만든 사람들, 그게 성인이예요. 성인은 끊임없이 작을 해나가면서 인류의 문명을 지어나가는 사람들이예요. 우리시대에도 이런 새로운 作이 있어야 합니다. “개물성무(開物成務)”해야 한다구요.

나도 새로운 作을 할 수 있을까. 내 인생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지향을 통하고 업을 정하게 되면 천하의 모든 의심과 의혹이 없어지게 됩니다. 인간세상이라는 것은 항상 회의와 의심 속에 있단 말이죠. 이 상태에서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몰라요. 여기서 통천하지지(通天下之志)하고 정천하지업(定天下之業)을 해줘야 세계와 대중, 천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나가죠. 점이라고 하는 것의 가장 기본적 지 성격은 누차 얘기했지만 항상 이리 가냐, 저리 가냐는 갈림길의 미혹한 상황을 끊어버린단 말이예요. 이 판단을 내려줌으로써 길흉을 결정해야 천하가 나아가고 거기에서 길이 생기는 거죠.

 

()에서 괘()현재를 중심으로

그리고 시풀의 덕은 모든 가능성을 함축하여 둥글기 때문에 신묘하고, 괘의 덕은 모서리가 들어맞듯 구체적이므로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육효라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알려주는 것이다.

 

113 괘가 나오면 원에서 방으로 딱 네모 질서가 되어 뚜렷한 윤곽이 생기고 형체가 생기는 거죠.

 

원이신(圓而神) 방이지(方而知)”라고 하는 말은 여러분이 상당히 잘 생각해서 해석해야 합니다. 원은 모든 가능성이 함장되어 있는 것이고 방은 그것이 구체화되어 드러나는 것입니다. ()에서 방(), ()에서 지()로 이렇게 대비되는 개념이예요.

경우의 수. 통계. 신은 수학을 좋아한다.

 

나에게 존재하는 것은 현재 뿐! 미래는 현재의 의지(志向性)에 따라서 관망하는 하나의 방향성일 뿐이죠. 그래서 方而知라는 것입니다. 괘의 덕으로 오면 지향성을 알게 됩니다. 다음, “역이공(易而貢)”에서 貢은 정보를 얻는다는 뜻입니다. 역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므로 계속 바뀌어 가고, 한편으로 미래에 대한 현재의 행동을 결정케 만드는 참고서의 역할을 하죠. 그런 역의 이치로 우리에게 미래의 사태를 안내한다는 것이 貢의 뜻입니다. 그러나 역이 미래를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역은 미래에 대한 점인 동시에 현재에 대한 권면이고 교훈이며 정보입니다.

 

세심과 세례와 목욕재계

115 그러나 세례요한의 가장 위대한 점은 중동문명권에서 세례라는 기발한 ritual을 개발한 겁니다. / 전통적으로 말하면 이것은 돈오의 세계입니다. / 한번 물 속에 들어갔다 나옴으로써 구원받기 때문에 점수(漸修)의 세계가 아니라 돈오(頓悟)의 차원이죠.

 

역이 말하는 지혜의 메시지

118 점은 개인적인 화복을 주관하는 어떤 이기적인 모티브에서 출발했습니다만 이런 점의 샤머니즘적인 차원을 계사전은 우주론적인 차원, 사회철학적인 차원으로 승화시켜 놓은 겁니다.

 

119 그래서 역사를 공부하죠. 용의 눈물을 왜 봅니까. 그저 재미로만 보나? 거기서 정도전의 조선 건국과정을 보고 오늘날에 그걸 장()함으로써 새로운 문명의 미래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지래(知來)와 장왕(藏往)이라고 하는 것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역의 세계입니다.

 

인간에 대한 역의 통찰: 간이(簡易)의 세계

120 문화의 추진력을 경쟁 속에서 보는 이런 ()의 철학에 대해서 몇 몇 사상은 부쟁의 윤리를 깔고 들어갑니다. 특히 도가의 부쟁윤리는 근원적, 심미적인 도의 세계에 대한 직관이 깔려 있는 부쟁철학입니다. 도가철학에는 맑스식의 부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본질에 관한 심미적 직관과 더불어 삶을 영위하는 인간존재의 근원적 어리석음에 대한 통찰이 깔려 있어요.

나는 경쟁을 싫어한다. 다 부질없어. 

 

정보가 발전하고 컴퓨터가 발달을 해도 대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우러나오는 시 한편은 여러 분의 소박한 삶 속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컴퓨터를 마스터했다고 해서 감미로운 시 한편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박한 삶의 모습에 대한 직관력이 필요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런 기회를 가질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산수몽괘.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고 싶다. 그렇다며 자연을 많이 접하는 것이 좋다.  

 

나의 존재를 이루는 것은 몸입니다. / 내 몸은 자연이예요.

그렇지, 내 몸은 기계가 아니지.

 

학문에 앞서서 인간의 진실에 대한 통찰력을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진실이 바로 역의 세계입니다. 역이 말하는 간이(簡易)의 세계. 간단하고 쉬운 세계가 바로 그러한 통찰에서 비롯한 것이죠.

 

물질개벽과 정신개벽은 동시에 일어나야 하는 것

121 개물성무(開物成務) – 물질 자체를 우리가 위대하게 개벽해 나가야 합니다.

 

주역 계사에서는 시여신물 이전민용(是與神物 以前民用)”이라고 해서 물질개벽 자체를 신령스런 물건들을 일으켜 가지고 백성들이 일용적으로 쓰는 앞에다 내놓았다는 식으로 받아들입니다. 前이라고 하는 것은 민용에 앞서게 했다는 말이겠죠. 백성들이 쓰이는 데에 그 앞서서 문명의 영웅들이 신물을 흥했다는 겁니다. 그물을 만듦으로써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게 해 준 셈이죠.

 

합벽과 음양의 이치

이러한 역으로써 성인은 자기를 근신하고 이 세계를 통찰하는 힘을 기릅니다.

 

123 이렇게 인간의 여러 가지 생리적 조건이 사회적 진화와 더불어 급격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의 생리와는 물론 다르지만 갑자기 월경이 떠오른다. 생리대, 탐폰에 이어 최근에는 생리컵이 이슈이다. 단순한 신제품이라고 하기에는 의미하는 바가 많은 거 같다. 생리컵을 사용하면서 스스로의 몸의 구조에 대해 알게 된다든가 하는. 관련된 칼럼 한 편 써볼까.

 

이처럼 개합의 언어로부터 인간의 신체에 관련한 굉장한 메타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사고가 철학적으로 승화하면 우주의 陽적인 포스를 벽()이라고 부르고 우주의 陰적인 포스를 闔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됩니다. 문을 열면 모든 사람들이 들락날락 할 수 있으니까 액티브해지고, 문을 닫으면 정적인 세계로 돌아가게 되죠. 동적인 세계와 정적인 세계 문을 여는 것의 퓨어 심볼리즘은 작대기가 다 이어진 건괘일테고, 문을 닫는 것의 퓨어 심볼리즘은 여섯 효가 다 끊어져 있는 곤괘입니다.

 

124 잘 쉬지 못하면 다음날 하루가 힘듭니다. 인간은 끊임없는 리드믹 체인지 속에 있습니다. 그 리듬을 잘 타야만 성공적으로 삶을 살 수가 있어요. 매사가 그래요. 건강만이 아니고 사회도 리듬이고 역사도 리듬이고 인간관계도 리듬입니다.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리드믹 체인지를 잘 모르고 일시적인 사건에 현혹되서 대판 싸우다가 이혼하면 나중에 가서 후회하게 돼요. 부부가 서로를 거시적 관점에서 리드믹하게 생각해주고, 참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합벽의 도를 알아야 합니다. 인간관계도 리듬을 놓고 생각해야지 일시적인 느낌을 가지고 판단을 하면 안되요. 거시적으로 왕래지도(往來之道)를 보면서 행동하세요.

 

심볼로서의 괘 다양성과 개성

124 내가 첫날에 얘기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pure matter, pure form과 같은 그런 상징성으로써 순음과 순양인 곤과 건을 전제로 하여 그것을 별도로 하고 그 순음과 순양이 착종된 62괘가 온갖 개성을 가진 만물의 변화원리로 받아들입니다. 그 변화는 무궁무진합니다. 착과 종의 원리는 빙빙 돌아가고 거기서 무한한 개성들이 발현되는 겁니다.

 

125 유전공학에 도덕성이 없으면 인간에게 대단히 해로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도덕성이 이슈가 되고 있다. 유전공학만이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 전반에서의 도덕성이 필요하다.

 

괘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것을 상징이라 하고, 그 상징에 따라 형태가 이루어진 것이 문명의 이기이다. 그것을 다루어 사용하는 데는 법칙이 있다.

 

심볼이 먼저 생기고 그것에 의해서 새로운 틀들이 생겨나는 거죠.

 

함용지(咸用之)”, 모든 백성이 그것을 함께 쓴다는 것을 일컬어서 신이라고 한다는 말이죠. 백성들이 그 이치를 매일 쓰면서도 알지 못한다 저번에 배운 부분 기억하나요? “百姓日用而不知라는 대복, 그것과 관련지어서 생각하면 됩니다. 백성들이 매일 다같이 이용하고 쓰면서도 알지 못하기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신묘롭다고 하지요.

 

태극의 초월성과 내재성에 대한 논의

126 이것이 주역 계사의 안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엄청난 피크입니다. 첫 번째 피크가 神无方而易无體에서 나왔고 그것이 一陰一陽謂之道로 쭉 연결되었죠. 그 다음에 두 번째 피크로 生生之謂易으로 연결이 되었다가 어저께 셋째 피크로 易无思也无爲也 叔然不動感而逐通天下之故라는 부분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네 번째 피크로 여기 이 대목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아주 유명한 논쟁들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127 그는 태극도설에서 만물생성의 과정을 태극-음양-오행-만물로 보고 또 태극의 본체를 無極而太極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태극의 본체가 이미 있다는 입장에서 그 태극이 무성무취하니까 무극도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128 우주 만상을 포괄하는 변화의 심볼리즘인 역에는 역유태극이 중심 원리로 있을 따름입니다. 역에 태극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이 변화의 세계에는 문자 그대로 가장 큰 극이 있다, 그 말이예요.

 

우주가 돈다고 하는 것은 남극과 북극을 연결하는 데서 도는 거죠. 극을 중심으로 해서 모든 것이 돌아가는 추가 된다는 것입니다.

 

주역의 이치가 대상으로 삼는 것들

131 걸려 있는 상을 만인이 볼 수 있도록 괘라고 하는 것은 딱 걸려 있고 밝게 드러나 있으니 명명백백하겠죠.

 

세상의 모든 만물과 문명의 이기들, 즉 문명의 이벤트를 갖추어서 쓰임을 이루게 하고 그 이루어진 그릇을 세워서 천하의 이로움을 얻는 것은 성인만한 것이 없다는 겁니다.

 

()이라고 하는 것은 부정사입니다. 그러니까 그 해석은 <정말 큰 그릇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로 봐야 하는 거라구요.

대기만성을 이렇게 해석해야 하는 거였다.

 

인간세 이후 성인의 역할

133 하도낙서(河圖洛書)에 사상(四象)이 그려져 있다는 겁니다. 역에는 사상이 있는데 그 심볼리즘을 드러내고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각적인 모양이 났다는 얘기죠. 그 다음에 거기에 말을 매달아서 어떤 의미체계를 알려주는 겁니다. ()는 우리 행동을 결정하는 의미체계를 말로서 inform한다는 거죠. 그래서 길흉을 정함으로써 우리의 의심을 다 판단해 준다는 거죠. 더 이상 방황이 없도록 결단해 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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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성과 내재성

134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가장 커다란 주제를 말한다면, 플라톤은 초월성을 추구했던 사람이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내재성을 추구했던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승불교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소승불교는 초월성에 집착하는 입장이고, 대승불교는 내재성을 더 강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자는 만물각유태극(萬物各有太極)이라는 말까지 했는데, 그 의미는 월인천강지곡의 월인천강(月印千江)이라는 말을 아시지요? 이 말은 불교에서 나온거지만, 주자의 萬物各有太極이라는 말도, 이것과 같은 아이디어들인 겁니다. 달이 위에서 비치면 강이 천개가 있어도 그 천개의 강에 달이 똑같이 새겨져 있지요. 마찬가지로 태극이 만물에 내재한다는 것, 이런 아이디어가 다 초월성을 전제로 한다는 겁니다. 태극이 위에 있고 밑에 천강이 있는데, 태극이 똑같이 천강에 각인된다는 것은, 여기서 내재성을 말한다해도, 벌써 초월성이 전제되어 있는 사고라는 겁니다. 주자만 해도 태극이라는 것을, 초월성을 전제하고 하고 생각했다는 것이지요.

읽고 나니 월인천강이라는 말이 참 아름답네.

 

태극은 초월성의 전제가 아닌 변화의 원리일 뿐이다.

135 여러분들이 어린 학생들이 많은데, 주역을 읽는다는게, 대학교 1학년이 주역을 읽는다는게 너무 황당한 거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거예요. 나도 대학교 때 이런걸 읽는다는 건 남들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었거든요. 그러나 그 때 읽고 느꼈던 감동이 내 평생을 지배했습니다. 그 시절에 나는 기독교신학의 세례를 거쳤고, 미국에서 온 평화봉사단 사람들하고 살면서, 영어를 마스터 했다는 장점이 있었고, 문화적으로는 서양사람들이 보는 한국문화, 동양문화의 시각에서 우리 문화를 한번 소외시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인생의 크나큰 비약을 가져다 준 것 같아요. 주역 건괘에 리견대인(利見大人)이라는 말도 있지만, 인생에 있어서 기회라는 것, 그런 도약의 계기가 온다는 것, 대학교 1학년 때. 그들하고 사귀면서 한국문화를 외국인의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는 게, 나로서는 동양철학을 그렇게 일찍 공부할 수 있었던 크나큰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리견대인(利見大人). 주역 읽으면서 제일 부러운 말이었다. 그게 사부가 되었건 귀인이 되었건 나도 見大人 할 수 있을까. 물론 견대인을 위한 조건은 나에게 적용되어야겠지. 학문에 있어서 평생을 지배하는 감동과 희열을 나는 만났나. ‘관찰소외도 독서를 하면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대상을 소외하면서 관찰할 때 통찰과 도약이 온다.

 

또한 나도 내 인생에 걸맞지 않게 주역이라는 문장을 굉장히 일찍 접했습니다. 그러다가 곧바로 왕선산을 만났고, 내가 대만 가서는 노자로 논문을 썼지만, 동경에 가서는 왕선산 역학을 썼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가서는 그 논문을 확대해서 서양철학이랑 비교해서 쓴 것이 내 박사논문입니다. 내 동경대학 석사, 하버드대학 박사 논문이 어떻게 보면 주역계사의 왕부지 해석을 중심으로 쓴 겁니다.

이렇게 학문에 재미를 느끼고 파고든다는 것이 존경스럽다.

 

지금 읽으면 줄줄줄 뵈거든요. 좌우간 공부는 나이가 들어야 됩니다. 뭔가 읽힌단 말이죠. 학문은 끊임없이 할 수밖에 없어요. 자기나름대로 되씹고, 되씹고, 되씹고 하는데서 자기 나름의 주관이 형성되고, 대강이 잡힙니다.

대강이 잡힌다는 말에 위안을 받는다. 나는 얼추 파악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얼추라는 말에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꼼꼼하게 외우는 것보다 얼추 흐름을 파악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

 

신경증과 정신증

136 신경증은 우리가 뉴로시스(neurosis)라 하고, 정신증은 사이코시스(psycosis)라고 합니다. 뉴로시스를 독일발음으로 하면 우리가 보통 이야기 하는 노이로제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신경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신경전달물질들을 조작하는 약물들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대부분의 약들이, 복약하기 시작하면 잠만 자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한다면, 주로 수면제, 안정제 같은 것들이지요.

 

정신병을 보는 여러가지 태도

137 그런데 정신과 치료에 있어서는, 인간을 어떻게 인간으로서 끝까지 하나의 인격으로 대하는가 이것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프로이드와 융의 가장 큰 차이점인데, 프로이드는 신경정신과의 모든 환자를 우선 환자로 취급한 반면, 융은 철저하게 환자로 보기보다는 인간으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내가 프로이드를 존중하지 않고, 융을 존중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융은 끝까지 정신병환자들을 환자로 보지 않고 인간으로 보려고 노력했거든요.

나도 융 할배 좋아한다. 작년 읽은 중 책 중 최고를 고르라면 융의 책이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격리를 안했기 때문에 동네마다 미친 놈들이 한 두 명은 꼭 있었어요. 그렇게 그냥 같이 살았던 겁니다.

그러고 보니 미친 사람들과 거지들이 사라졌지. 육교에는 거지들이 있었고, 가로수 옆에는 미친 사람들이 있었는데. 시골의 미친 여인들은 왜 꽃을 꽂았을까.

 

미셀 푸코의 <광기의 역사>라는 유명한 책은, 광기를 규정하는 인간의 태도에 그 시대의 인간관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광기를 규정하는 것에서, 반사적으로 인간의 정상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를 알 수 있다는 거지요.

 

덧붙여, 동양고전에 나타난 광이라는 것을 살펴 본다면, 논어에는 광()이 지금처럼 비정상적인, 병적인성질을 나타내는 것으로 쓰이지는 않습니다. 불교에서도 광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대개 신들린 사람이라든가 리더쉽을 가졌다든가 그런 사람을 지칭하는데 쓰입니다. 우리 말로는 광을 미쳤다고 하는데, 사실 미쳤다라는 우리 말도 어원을 생각해 본다면, 어떠한 경지에 미치다(), 도달했다는 뜻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항상 과불급이 있는 존재라서, 항상 지나치거나 모자라는 역동적 과정이 있는데, 어딘가에 도달해서, 거기에 미쳐가지고 딱 고착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그렇게 본다면, 미친다는 게 나쁠 수도 있고 좋을 수도 있는 거예요.

 

사례연구: 간경화증, 피부병의 경우

137 어쨌든 치료하는 순간 순간에 인간의 구원이 오는 때가 있고, 그럴 때는 정말 희열을 느낍니다. 최근에 권도원 선생님께 침을 배워, 환자들에게 침을 놓고 있는데, 몇 개의 드라마틱한 케이스를 경험했습니다.

우리도 한 곳에서 10년을 하니 드라마틱한 사례들이 종종 있다. 기억에 남는 분은 입술이 마치 심장처럼 씰룩거리는 분이었다. 고칠 수 없겠는데..접수를 해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침만으로 깨끗이 나으셨지. 3개월 걸렸나, 5개월 걸렸나? 생각난 김에 내일 차트 보고 확인해봐야겠다.

 

환자에 대한 인간학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

 

138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난 다른 의사들과 달리, 차트에다가 그 인간의 모든 것을 다 써놓습니다. 직업이라든가 자라온 환경이라든가 그 사람이 얘기하는 것을 다 써요.

우리도 그러는데? 나는 간호사 메모에 꼼꼼하게 다 적는다. 쌍둥이 엄마, 세 아들의 엄마, 전직 야구선수이나 현재 택배기사 등등. 남편도 마찬가지로 꼼꼼하게 다 적는다. 꼼꼼 여부의 차이이지 대부분 차트에 그런 거 입력 안하나?

 

하지만 난 차트에 영어를 안씁니다. 난 환자가 말한 그 언어를 그대로 차트에 씁니다. 왜냐하면, 환자의 말은 量化될 수 없는 질적인 언어이기 때문이예요. 예를 들면, 환자가 와서 허리가 우리우리하게 아픕니다.’하면 우리우리하다고 그 말을 그대로 써놔야지, 그냥 pain이라고 쓰면 그건 형편 없는 차트인 거예요. 다음에 그 환자가 왔을 때, ‘요새도 우리우리합니까?’하고 물어야, 기가 딱 맞아 들어가는 게 아니겠어요?

우리도 환자가 말한 그대로 쓰는데? 우리하다는 표현은 경상도 분들이 종종 쓰더라. 나도 한의원에서 일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 전에 광고회사에서 일할 때도 환자들의 언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천식으로 고생하는 아이가 코끼리가 내 가슴을 밟고 있는 것 같다라고 하는 등의 표현을 잘 잡는 것이 중요했다.

 

139 이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작은 것이지만, 명의가 되려면, 이런 인간학적인 배려가 중요한 겁니다.

 

우리시대의 문제: 저질적 정보의 홍수

139 그 선배는 메피스토펠레스처럼 이 여자애를 정신적으로 콘트롤하는데에 취미가 있었던 거예요.

 

너는 멀쩡한 년이다. 나는 보통 정신과의사랑 다르다. 카운셀링 자체가 너에게 있어서는 끊임없는 하나의 미로일 뿐이다. 네가 삶의 의미가 없다고 느끼면 그냥 죽어라. 왜 안죽고 나한테 와서 나를 괴롭게 하는 거냐. 문제는 너의 더러운 언어에 의한 정신적 사치를, 너의 몸이 감당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예를 들면, 매일 아침에 공장에 가서 일하고, 저녁이면 쓰러져 자는 사람들이 너처럼 전세를 걱정하고 후세를 걱정하고 그러겠냐? 서바이벌, 단지 살아남기에도 급급한데. 나 역시 그렇다. 아침 내내 도올서원에서 강의하고, 오후에 환자들 보느라고 피곤해 죽겠다. 그래서 밤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집에 들어가 잔다. 너의 고귀한 영혼을 그런 더러운 정보들에 팔아서 더럽히지 말고, 너한테 편지 보낸 그 쌍년의 편지는 불살라 버려라, 하고 야단을 친 다음, 나중에 설득을 하면서 내 중고생을 위한 철학강의책에 싸인해서 줬습니다.

, 진짜 이렇게 이야기 했을까. 역시 도올이다.

 

그리고 다시, 내가 보니까 너는 독서력도 있고, 지능도 있고, 미모도 있고, 갖출 것 다 갖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거기에서 지독한 사치가 생겨나 네 인생을 망치고 있는데, 네가 지금 고등학교라는 환경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just survival, 일년 반만 고생해서 공부하면, 대학도 갈 수 있고, 도올서원도 와서 공부할 수 있고, 그 때는 네가 살고 싶은 대로, 경험해 보고 싶은 대로, 전세를 가든, 후세를 가든, 현세를 가든, 네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1년 반 동안만 대충 타협하고 시험이나 봐서, 빨리 대학이나 들어가고 그 다음에 나한테 와라, 이렇게 말해줬더니 그 애 얼굴이 환해졌어요. 내가 보기에 그 애는 그 자리에서 구원을 얻은 겁니다. 만약, 그 애가 정신과의사한테 갔더라면, 그 순간부터 정신분석 한다면서, 전세가 어떻구, 후세가 어떻구 하면서 더욱 더 미로에 빠졌을 겁니다.

버팀의 미학을 알려주셨네.

 

사례연구: 도올 선생님과 막스 베버의 경우

140 막스 베버와 같은 대학자도 정신병이 있었는데, 증세가 심해지면 여행을 많이 떠났다고 합니다. 그 사람의 견문이 넓고, 그 사람의 학문이 비교문화적인 시각이 있는 것은 그렇게 여행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나도 떠나고 싶다. 3월이 끝나면 만 1년의 과정이 끝난 셈이니 나에게 선물하는 졸업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치앙마이와 몽골! 이도 저도 안되면 국내 담마 코리아라도.

 

사례연구: 온 몸이 이유 없이 아픈 경우

141 이런 것들은, 사실 단순한 의료의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문제들이지요. 의사가 인격을 구비해야 되고, 카리스마가 있어야 되고, 자기의 진료에 대한 신념이 있어야 되고, 그런 것들을 실천할 만한 자신의 삶의 자세, 도덕성이 있어야 되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易의 세계입니다.

 

나에게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내가 도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병이 낫겠습니까? 그냥 보통 의사들처럼, 처방이나 내리고 약이나 줘서 보낼 수밖에 없는 거지요. 거기엔 혼이 없어요. 그 여자는 어제 와서, 정말 억울하다면서, 왜 이렇게 아프냐면서, 엄청나게 울었습니다. 그런데 의사들은 그 여자의 병을 발견할 수 없었거든요. 그것은 그 여자에게는 리얼한 것인데도 말이예요. 그러나 그것은 생각을 바꾸기에 따라서 나을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만드려면, 혼을 불어넣어 치료해야 하는 겁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온갖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어 답답해 하는 경우가 많더라. ‘이상은 없는데 환자는 증상을 느끼는 거야. 한방 치료는 그 이상 없음과 증상 사이의 틈새에 자리잡을 수 있다.

 

선생님과 김금화 만신

그래서 여러분들이 읽고 있는 책은, 우리나라 최고 만신의 신이 씌워져서 나가고 있는 겁니다. / 그런 사람들을 무녀라 할 지라도 나는 신적으로 대합니다.

 

사례연구: 똥이 시원하게 안빠지는 경우

142 그런 경우는 약을 먹기보다는, 그 삶의 자세를 바꿔야하고,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겁니다. 이것이 역점의 세계예요. 역점이라는 것은, 점이라는 것을 매개로 해서, 사고의 전환이 생겨나고, 새로운 삶의 도덕성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의 결론은 인간의 구원이 아닌 사회적 구원

144 그 사회를 치료하는데 있어, 이제마가 가장 바란 것은, 현명한 자들을 좋아하고, 선한 것을 즐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현명한 자들을 질투하고 능력있는 자들을 질시하는 사회는 썪은 사회라는 말이예요. 이 말은 구한말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제마의 뼈저린 소리일 겁니다. 이 말은 지금 우리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 건강이 확보되지 않는 한, 인간의 건강이 확보될 길은 없습니다.

국정이 엉망이던 2년 전. 시사IN에 천만원을 후원했다. 금액으로 후원하지 않고 희망하는 환자들에게 1년 정기구독권을 선물한 것이다. 그런 언론사에 도움을 주는 것이 사회를 치유해서 사회적 건강을 회복하는 일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건강의 회복과 건전한 언론.

 

인간의 역사를 두루 살펴보건대, 인간세상에서 병을 얻는 것은 모두 투현시능(妬賢嫉能)에서 나왔고, 인간세상에서 병을 구하는 것은 모두 好賢樂善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妬賢嫉能이야말로 인간세상에서 가장 많은 병이요, 好賢樂善은 인간세상에서 가장 큰 약이 된다고 했다.

 

십전대보탕이 명방이 아니라, 최고의 약은 好賢樂善湯이라는 말이지요.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현명하고 능력있는 자들을 다 때려잡을려고 하는 겁니다. 인정을 해주지를 않아요. 능력 있는 자들이 대접받고, 현명한 자들이 그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만,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되어 가는 겁니다.

호현락선탕이라는 말 좋다.

 

145 또 하나 여러분들에게 주의를 준다면, 여러분들이 그런 사람들 앞에서, 그런 사람들에 대항해서 뭔가 얘기를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겁니다. 그저 공손하게 절이나 해주고 말아야지요. 그들은 가치관이 전혀 다르고, 격조가 다르고,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제고시킬 방법이 없습니다. 논리적 구조가 다른 것은 논쟁을 거쳐서 정반합으로 어딘가에 도달할 수 있지만, 수준이 다를 때는 여러분들이 고개를 숙이는 게 상책입니다. 굳이 대적할 필요가 없어요.

이 말 너무 위로가 된다. 엊그제인가 말도 통하지 않는 어르신의 일방적 테러에 당했다. 내원하는 환자분이고 어르신이니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억울해 했는데..그래, 수준이 다르니 고개를 숙이는 게 상책이라 생각하자. 다혈질처럼 보이는 도올이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윤리적 인과성의 문제

145 결국 선인이 선한 업보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악인이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윤리적 인과성의 문제와도 연결이 되는 겁니다. 이 윤리적 인과성의 문제에 대한 회의감, 이것이 인간을 가장 괴롭힌 문제였고, 인류역사는 그러한 회의의 역사라고까지 할 수도 있습니다.

권선징악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나의 30대를 회의에 빠지게 했지.  

 

칸트는 그것을 해결하는 궁극적인 솔루션으로 신을 요청했습니다.  칸트에게 있어서는, 신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있어서의 윤리적 인과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요청되는 존재라는 거에요.

 

우리 주역의 세계관에 있어서도, 선악에 대한 업보가 문제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자는 길한 업보를 받고 악한 자는 흉한 업보를 받는다고 하는, 선악과 길흉이 일치하다고 보는 신념 속에서 우리는 역사를 끊임없이 만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것이 유교적 휴머니즘의 본질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휴머니즘의 전제가 천지가 되는 겁니다.

 

146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는 坤卦 문언전의 말처럼, 당대에 나에게 있어서는 선한 업보가 오지 않을 지라도, 후세를 위한 믿음을 가지고 선을 쌓아간다고 하는 생각들이 동양에도 있는 겁니다. 결국 그러한 것들이 인류의 윤리관을 만들어 간 거예요. 이런 맥락에서, 시이자천우지 길무불리야(是以自天佑之 吉无不利也)라고 덧붙인 겁니다. 그리고 이 다음에는 매우 유명한 문장이 나옵니다.

자식이 복 받는다고 하지만 그것도 아니더라구.

 

환공과 윤편의 대화: 책은 성인의 똥찌꺼기다!

147 뻑뻑해도 안되고 헐렁해도 안되고, 그러면서도 바퀴를 돌리면 베어링을 넣은 것처럼 스르르르 돌아가는 것, 요 핵심기술은 아무리 노력해도 내 새끼한테 전수해줄 수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성인이 살아 있어서 그가 핵심을 그대로 전해준다 해도, 배우기가 힘들 터인데, 지금 성인이 죽고, 뒤에 남겨진 똥찌꺼지 같은 언어문자에 성인의 말이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환공께서 읽은 것은 고인의 똥찌꺼기입니다.

통쾌해! 사이다 발언이다.

 

동서문명의 큰 차이: 언어문자를 보는 태도

내가 권도원 선생님의 침술을 선생님 살아계실 때 배우지 않고, 선생님 돌아가신 뒤에 차트를 보고 그 의술을 추적해 들어간다면, 침술을 배우는 것이 몇 천만배 힘이 들 겁니다.

 

書不盡言, 言不盡意라는 것은 주역계사의 가장 위대한 사상 중의 하나고, 뒤에 읽을 왕필의 周易略例의 가장 중요한 사상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이것은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道可道非常道의 논의와 같은 겁니다.

 

148 동양문명은 인간의 언어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에, 직관이 발달하고, 인간존재의 궁극적 의미를 묻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약속체계에 의한 연역적 과학은 발달하지 못했고, 수학이 뒤진 겁니다.

 

인류는 이것을 배반하고 언어의 장난만으로 이 세계를 농단할 수는 없는 거예요. 우리는 너무 지나치게 과학만능주의, 언어만능주의에 의해 농단을 당하고 있습니다. 마치 정보의 약속체계들이 모든 인간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인 양, 엄청난 착각 속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엄청난 진리를 가장하는 언어체계에 의해서보다는, 애인이 따듯하게 키스해주는 순간에, 인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는 것이고, 그 숱한 의사를 쑤시고 돌아다니면서 과학적 조사를 다 했어도, 자신이 왜 아픈지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나한테 와서, 눈 한번 마주치는 순간에 그 병이 싹 나을 수도 있는 겁니다. 우리는 인간 존재의 본질이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다각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정농단이 아닌 또 다른 농단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시를 읽고 그림을 감상하고 싶은 이유다.

 

공자님이 말씀하셨다: 성인은 상징을 통하여 자신의 의도를 나타내었고, 괘를 만들어 인간의 진실과 거짓의 세계를 표현하였다.

 

149 여기에 심볼리즘, 에른스트 카씨러의 man is a symbolic animal이라는 중요한 주제가 나오는 겁니다. 성인은 서부진언, 언부진의하기 때문에, 象 즉 심볼을 세워서 그 의도를 다 나타내려 했다는 말입니다. ‘왜 심볼을 만들어야 했느냐는 물음에 대한, 주역에 대한 대단히 멋진 정의입니다.

나도 이 말 너무 좋더라.

 

그러나 동물이 보금자리를 짓는다든가, 새가 둥지를 지을 때는, 왜 까치집이 다른 곳이 아니라, 저 나무의 저 높이에 지어졌을까를 생각해본다면, 거기에는 어떤 기의 흐름, 대기의 흐름이라고 하는 굉장히 치밀한 조건들의 계산이 있을 거예요. 나는 그 까치집들을 볼 때마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내 몸의 경혈이라는 것도, 저렇게 까치집이 지어지는 것과 같이, 기의 흐름상에서의 어떤 포인트, 포인트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데, 아무튼 새들이 집을 하나 짓는데도 거기에 나름대로의 이성이 동원된다는 겁니다.

사거리에 신호등은 아니고 여하튼 더 높은 기둥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둥지가 있더라. 아파트나 가로수의 다른 나무들도 많은데 저 놈은 왜 저기에 둥지를 틀었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괘사와 효사를 통하여 자신의 의도를 다 말하였고, 변화시키고 통하게 해서 사회적 이로움을 극대화하였다. 그리고 북치고 춤을 추면서 역의 신령스러움을 다하였다.

 

利는 여기서 사회적인 이익을 말하는데, 인간세에 발생하는 여러가지 상황을, 어떻게 변하고 통하게 하여, 나에게 유리하게 하느냐 하는 문제들을, 여기서 다하려고 했다는 말입니다.

 

150 여러분 북과 징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요? 북이라는 것은 인간의 감정을 고취시킵니다. 반면에, 징이라는 것은 감정을 가라앉힙니다. 쇳덩어리라 차갑기 때문이지요. 북과 징은 그런 음양의 관계가 있습니다. 사물놀이도 이런 음양의 이치에 의하여 짜여져 있는 거예요.

사물탕이라는 것도 있다. 한약 처방명과 주역을 엮어볼 수도 있을까? 일단 도올의 너와 나의 한의학도 읽어봐야겠다. 나 요새 매일 아침 약 달이면서 명상하는데 켄 윌버의 설거지마냥 탕전실 일기의 형태로 책이 나오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충무로에서 상업사진도 찍으시지만, 뜻을 가지고 사는 분입니다. 우리 박옥수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서원의 모습을 찍기 위해 오셨으니까, 사진을 찍으시더라도 괘념치 마세요.

사진작가의 소개로 심플하면서도 있어 보인다. 뜻을 가지고 사는 분이다.

 

152 형이 있고 나서 그 위에 있는 것을 道라 하고, 형이 있고 나서, 그 아래 있는 것을 일컬어서 器라고 한다. / 이렇게 된다면, 형이상학이나 형이하학이 모두 다 形 내의 사건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 인체에 形而上者는 뭐겠어요? 의학적으로 말하자면 상초의 원리예요. 그리고, 형이하자는 하초의 원리지요. 이런 식으로 계속 대입해간다면, /, /, /, /, /, /수 등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왕부지는, 道를 器에 비해 초월적인 것으로 보는 입장을 비판하면서, 茶道라는 것은 찻잔이 있고 나서, 차를 마시면서 생기는 도이고, 삼강오륜이라는 것은 아버지와 아들이 있고 나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이 세상의 道는 器를 전제로 하는 형에서 통섭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어쨌든 道와 器라는 문제가 形이라는 말에서 통섭된다는 사실이, 동양사상의 핵심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말하는 마인드의 문제나 초월의 문제 같은 것은, 器에서 즉 形에서 발현되면서, 형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초월성이라는게 어떤 서구적인 초월이 아니라, 형 내에서의 초월, 즉 내재적 초월(immanent transcendence)이예요.

막연한 물음, 나의 꼴(나의 외형적 조건)은 왜 이 모양 이 꼴인가, 왜 내면탐구가 중요한가 등을 알려주는 글이다. 어렵지만 뭔가 알 듯 말 듯한 느낌. 일단은 이 느낌을 붙잡아 두고 있자.

 

153 우리 몸에 있어서 상초는 머리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고, 하초는 인간의 몸의 구체적인 형체를 존속시켜 나가는 행위를 말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155 점이라는 것 자체가 우발적이기 때문에, 누가 점을 치느냐에 따라 점괘 나오는게 달라지고,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에, 점은 누가 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156 언어에 대한 불신을 배경으로 하여, 인간의 덕행은 언어를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우리 동양사람들은 언어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에, 말 잘하는 사람들을 싫어합니다. 싫어한다고 하면 조금 심한 말인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존경하지는 않지요. 默而成之, 不言而信이라는 것은 굉장히 도가적인 세계관이예요. 이렇게 본다면, 서양철학사는 언어에 대한 신뢰의 역사요. 동양철학사는 언어에 대한 불신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57 이러한 모든 논의가 계사에 얽혀져 있으면서, 계사 상전은 하나의 완벽한 심포니로 끝나게 됩니다. 앞부분에는 건곤에 대한 대체적 이론이 있었고, 중간에 주역의 효사에 대한 설교가 있었고, 마지막에 주역 자체에 대한 해설이 있으며, 최후에는 인간의 덕행이란 말로 끝났습니다.

계사상전의 요약을 아름답고 간단명료하게 정리.

 

<계사하전>

 

<계사하전 제 1>

157 팔괘를 늘어 세우니, 그 안에 여러가지 상징이 보인다.

 

팔괘를 겹쳐 64괘를 만드니, 그 안에 육효가 생긴다.

 

강효와 유효가 서로 바뀌니, 그 안에 변화가 있다.

 

괘사와 효사를 붙여서 길흉을 결정하니, 우리가 사회적 행동을 취해야 할 바가 그 안에 있다.

 

길흉회린이라는 것은 행동을 취한 뒤에 생기는 것이다.

 

길흉회린이라는 것은 결국 움직이는 데서 생기는 겁니다. 사람이 아무 일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길흉이 없어요. 우리의 길흉회린이 생겨나는 것은 항상 우리가 사회적 행동을 취하는 데서 생겨나는 겁니다. 아무 일도 없이 가만히 있으면, 길흉회린도 생겨날 수 없겠지만, 그 인간은 죽은 거나 다름 없어요. 인간은 움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삶의 과정에서 어떻게 길흉회린을 피하느냐 하는 것이 인간사의 최대의 진리라고 역은 믿고 있는 겁니다.

 

158 최소한 기독교의 원리가 인간세계에서 인류에게 공헌한 점은, 사랑이라는 보편적 원리를 이야기 했다는데 있습니다.

유태인이 아닌 전세계인의 바이블이 되고, 주역이 점서가 아닌 철학서가 되는 길목에는 바로 보편성이 있다. 책 역시 일기가 아닌 독자를 전제로 하는 을 쓰고자 한다면 보편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나와 인류에게 선물이 되는 책이 나오는 것이고, 그게 아니면 애먼 나무만 죽게 하는 범죄.

 

변통이라는 것은 때에 따르는 것이다.

 

159 여기 취시(取時)’라는 말은 그 때에 따라간다는 뜻입니다. 주역의 원리는 항상 때에 따르는 거란 말이지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국 때를 잘 가려서 움직일 줄 알아야 하는 겁니다. 때를 거부하면, 인간 세상에서는 실패가 옵니다. 때가 아니면 나가서는 안되고, 때다 싶으면 나갈줄 알아야 합니다. 동정의 원리, 진퇴의 원리, 이런 것들이 동양에서는 모두 때의 원리입니다. 때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단순한 양적 시간이 아니라, 생명적 시간, 리드미컬한 시간이예요.

 

160 여러분들은 지금 새로운 문명의 도약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깊게 생각하고, 많은 심볼리즘을 익히고, 사고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그러면서 여러분이 때를 준비하고, 그러면서 시간의 리듬에 맞출 줄 알아야 합니다.

많은 심볼리즘을 익히라는 말이 와 닿는다. 주역의 괘상을 노려보고 시를 외우고 그림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겠습니다. 그렇게 때를 준비하면 시간의 리듬과 함께 춤 추는 날이 오겠지.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인생이라는 것을 너무 좁게 보지 마시고, 십년, 이십년, 삼십년을 바라보면서, 최소한 그런 때를 향해서, 여러분들의 인생의 리드믹 타임을 여러분들이 만들어가야 합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여러분들이 창조해 가는 겁니다.

 

길흉이라는 것은 항상 서로를 이기는 것이다.

 

160 이 사람은 이 원형리정이라는 말이, 지금은 해석을 할 수 없는 그 옛날의 점괘 상의 약속과 관련된 심볼릭한 언어였을 거라 말하고 있어요. 점을 치는 데 쓰였던 약속된 전문술어들이었을 거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그 말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습니다.

주역에 원형리정이 정말 많이 등장하는데 당최 알 길이 없더라. 이렇게 설명하니 조금 알 것도 같다.

 

하늘과 땅의 도는 항상 드러나는 것이다. / 해와 달의 도는 항상 밝히는 것이다. / 천하의 움직임은 항상 단순한 하나로 돌아가는 것이다.

 

162 건은 확연히 쉬움을 보여주고, 곤은 부드럽게 간단함을 보여준다.

 

효라는 것은 이것을 본받은 것이요, 상이라는 것은 이것들 본 뜬 것이다. / 효와 상은 육십사괘의 안에서 움직이지만, 길흉은 밖으로 드러난다.

 

, 상은 그 괘상과 팔괘 안에 있는 것이지만 , 흉은 팔괘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과 관련지어져서 인간 세상 밖으로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주역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심볼리즘이 아니라, 그 심볼이 심볼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세상의 모든 원리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길흉은 인간세상의 움직임과 관련되어 밖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는 겁니다.

 

업적은 변화하는 속에서 드러나고, 성인의 정감은 괘사와 효사에 드러난다.

 

功業은 achievement 즉 인간의 업적이라는 뜻이고, 여기에서 공은 우리가 공부한다 할 때의 功과 같은 글자입니다. 우리는 공부를 통해서 업을 쌓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功業이라는 것은 변화 속에 드러나고, 시간 속에서 존재한다고 하는 것이 동양인들의 공업론의 위대한 점입니다.

 

163 인간은 무엇을 성취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새로움을 찾아야 됩니다.

 

끊임없이 퍼주고, 공개해버리고, 나는 새로운 것을 찾아야지요. 항상 광야로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겁니다. 그것이 청춘입니다.

그게 청춘의 정의라면 최근의 나는 너무 광야로 떠나는 모험을 멀리 했다.

 

남들은 다들 근사하게 폼이 잡혀 있어요. 그런데, 사람이 그러면 안되는 겁니다. 사람은 항상 모든 격식을 무너뜨리고, 항상 새롭게, 폼 잡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끊임없이 울고, 끊임없이 실수하고, 그게 젊은 거 아니예요? 그렇지 않으면 금방 늙어버려요. 폼이 잡혀 버린단 말이지요. 그러니까 주역의 원리는, 공업이라는 건 끊임없이 변화 속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하늘과 땅의 큰 덕은 生하는 것이다. / 천지의 덕은 끊임없이 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에 집착해서 살다 보면, 인간은 이 생의 원리를 위배하고 死로 갑니다. 여러분들은 끊임없이 生生之易을 본받아야 합니다.

 

164 성인의 큰 보배는 지위다. / 어쨌든 어떤 형태로든 인간은 位를 향해서 갑니다. 위를 얻어야 힘이 있어요. 내가 대중적 인기를 얻는 것도 사회적 영향력을 얻는 겁니다. 물론, 그것을 통해서 내가 어떤 도덕성을 구현하느냐가 문제가 되겠지요.

하긴 물리적으로도 어떤 위치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힘의 양이 결정되니까.

 

165 무엇으로 지위를 지키는가? 仁으로써 지킨다. / 문제는 어떻게 우리가 그 位를 지키느냐 하는 거지요. 位는 무엇으로 지킵니까? 바로 인이라고 하는 도덕성입니다.

미투로 난리인 최근 사회에도 적용이 되네. 요거 칼럼 준비용!

 

무엇으로 사람을 모으는가? 재물로써 모은다. / 너무나 현실적인 얘기같지만, 이것은 요새 말하는 금권선거 등등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여튼 사람을 모으는데는 재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옛날에도 재물이 없이 제왕이 될 수는 없었어요. 제왕이 되려면 재물을 모아야 됩니다. 그러나, 재물을 모으되, 다음과 같이 해야 합니다. / 재물을 올바르게 다스리고, 자신의 말을 바르게 하여, 백성들이 잘못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을 의라고 한다.

 

8: 1997721일 월요일

 

상징은 내 몸의 이미징으로부터

166 숨이 가쁘다는 건 곧 혈액을 빨리 돌린다는 얘기거든요. 에너지 소비가 몸의 여기저기서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피의 공급이 모자라고, 따라서 이를 대주기 위해서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거죠. 그런 행위를 통해서 쌓였던 노폐물들이 씻겨 내려가는 효과가 있거든요. 여러분들이 보약을 지어 먹는 것보다 산에 한번 올라가는게 오히려 낫습니다.

 

여러분들은 대개 자기 몸에 대한 imaging이 없이 살아요. 사실 이것만 있으면 평생 건강하게 살텐데. 혈액순환의 원리는 골짜기에 흐르는 도랑 같은 걸 생각하면 됩니다. 도랑에 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우리가 피라고 하자고. 이 피라는 것이 대표적인 ECF 중의 하나인데, 이제 이것을 우리가 방금 자연에서 떠올린 이미지로 생각해 봅시다. 뚱뚱하다던가 영양이 과도하다던가 해서 피가 너무 진하면 粘度가 높아질 테니 혈류가 느려지겠죠? 마찬가지로 시냇물에 여기 저기 바위나 나뭇가지가 있으면 뭐가 하나 걸릴 때마다 끼는 것들이 차츰 늘어나고 유속도 느려지지 않겠습니까? 사람 몸에 일어나는 이런 현상을 동맥경화증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엔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피가 말갛다는 건 우리 동양인 언어생활에서 표현되는 가장 중요한 지혜 중의 하나로서, 이것의 연장선상에서 동양의학은 피의 점도를 낮춘다는 의미의 청혈과 피의 활동성을 증가시킨다는 활혈이라는 개념을 중요시합니다. 산행과 같은 운동은 피의 활동성을 높이니까 활혈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죠.

 

오늘 아침의 누런 똥의 이미지가 꼭 엄청나게 큰 잉어들이 변기 속에서 노는 것과 같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내가 아주 기분이 좋아요.

성적인 비유와 똥 이야기를 강의 시간에 제법 많이 하심. 그런데 이 표현은 참..감탄하기도 뭐하지만 디게 선명하긴 하네.

 

<계사하전 제 2>

 

174 그 상징을 가까이는 내 몸에서, 멀리는 사물에서 가져다 쓴다.  

 

175 여기에 비로소 팔괘를 만들어 신명의 덕성에 통하게 하고, 온갖 것의 정황을 분류하였다.

 

177 포희씨가 죽고 나서 신농씨가 일어났다.

 

복희씨, 신농씨라는 개념자체가 나온 때가 전말한초입니다. 그 이전에는 이 말은 안나옵니다. 그 당시 신화들이 만들어질 적에 氏를 붙인 거죠. 여기서는 地緣이 아니고 명백히 職種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179 천하의 백성들이 이르고 천하의 재화가 모인다. 서로 물건을 바꾸고 돌아가서, 각각 필요한 곳에 쓴다. 아마도 그 모습을 서합괘에서 취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중국인들처럼 귀납적인 놈들이 없는데, 주역이란게 중국인들에게 연역적 상상력을 준 거죠. 동양인들은 모든게 현실적인데서 출발하고, 현실적인 걸로 귀류시키는 귀납적 사고가 강합니다.

 

181 그러나 일본은 중대한 결함이 있습니다. 세계문명을 리드하는 창조적인 도덕성이 없다는, 아주 중대한 결함이 있지요.

 

183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명의 요구를 알아서 백성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정체하지 않게 하는 겁니다. 백성이 나태해지면 문명 자체가 정체하는 거니까요. / 문명의 이기를 쓰는데 있어서 백성이 항상 즐거워하면서 권태로움이 없다는 말입니다.

 

변화의 원리는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

 

184 이것을 칼 막스가 모순이라고 부른 겁니다. 여기 계사에 궁즉변이라고 그랬죠? 궁이란, 생산력과 생산관계가 서로 맞지 않는 상태를 뜻합니다. 역사가 막다른 골목을 향해 꽉 막혀 들어가고, 그 경우 생산력은 이 상황을 타개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러나 생산력의 증가에 따라 기존 생산관계가 이를 억제하려는 쪽으로 작용할 적에 새로운 생산관계를 창출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그런데 생산관계를 기득하고 있던 계급은 이걸 잡고 놓으려 하지 않지요. 그러니까 부득불 폭력이 필요하고 명을 바꾸는 혁명이 필요하다는 거죠.

 

184 ㈜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혁명이라는 말도 주역 괘명 중 혁괘를 따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우리가 쓰는 많은 말 중 지칭하는 개념은 이미 달라졌으나, 알고 보면 주역에서 유래된 것들이 많다. , 어디 돈 좀 변통해와!라는 말에서 변통이라는 단어는 계사 <궁즉변, 변즉통>의 끝 글자를 딴 것이다. 단순히 친구에게 돈 좀 꿔오라는 말도 엄숙한 계사의 언어로 시작하는 것을 보면, 우리말의 어휘도 그리 간단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닌 듯 하다. 동양철학이란 우리 일상 언어의 연원을 풀어나간다는 의미에서도 흥미롭다(선생님의 부연설명).

이것도 책 주제로 좋을 거 같다. 일상생활에서의 어휘와 주역. 언어에 관심이 많아 이런 류의 이야기에 끌린다. ‘산통을 깬다도 결국 주역 점을 칠 때 하는 말.

 

185 궁즉변, 변즉통! 변해야 새로운 패러다임이 통합니다. 그렇게 통하면 한참 가죠.

 

187 나무 안을 후벼파서 배를 만들고 나무를 깎아 노를 만들었다. 배와 노를 사용하여 건너지 못하던 곳을 건너 먼데까지 이르게 하여 인간 세상을 편하게 하였다. 아마도 그 모습을 #괘에서 취했을 것이다.

 

옛날 뚝섬에서 돛배를 타고 봉은사를 갔다고. 그 때 봉은사라고 하는 거는 첩첩산중에 있는 아름다운 사찰이었습니다.

 

194 누가 어떤 해석을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연역적으로 문명의 상상력을 창조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입니다.

오리무중 속 주역을 읽고 있는 와중에 위안이 되는 말이다.

 

젊었을 적에는 잘 이해가 안되더라도 그대로 읽어가면서 기억을 하는 독서과정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러한 독서를 素讀이라고 하는데, 젊을 때 이 소독을 많이 해야 해요. 이러한 과정이 있어야만 그 다음에 두고두고 다시 떠올려 결국 만날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지금의 어려운 독서가 사실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으로 번뇌에 빠지지들 말고, 일단은 성실하게 소독을 하라고.

 

9: 1997723일 수요일

 

<계사하전 제 3>

 

역은 상징이다. 상징이라는 것은 본받는다는 것이다. 단은 괘를 이해하는 재료가 된다. 효라는 것은 인간세상의 움직임을 본받은 것이다. 여기에서 길흉과 회린이 생겨난다.

 

200 그래서 단언이라 하는 것은 괘상의 전체적인 의미구조를 결정하는 재료라고 할 수 있어요.

 

201 이러한 발상들과 문화적 투자가 중요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저 귀찮으니까 이런 투자를 안하고 그저 되는대로 남에게 맡겨서 자기 삶에 맞지도 않는 집을 마구 짓고,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점점 열악해져 갑니다. 하여튼 여러분들은 건축에 대해서 깊은 통찰력을 꼭 기르도록. 이 세상에 건축처럼 위대한 예술품은 없어요. 건축에 대한 여러분들의 감각을 키워야만 앞으로 우리나라가 제대로 됩니다. 건축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 삶의 스페이싱, 공간화 작업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한 새로운 감각도 가져야 합니다.

아파트는 싫고, 지금 사는 곳은 너무 넓고. 그래서 어제 부동산 매물을 뒤졌는데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소박한 주택은 없고 럭셔리 타운하우스 뿐이다. 소형주택의 경우에는 너무 땅콩주택이고. 그냥 땅 사서 집을 지을까 생각을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몽골의 게르이다. 실제로 요새 몽골에는 현대식으로 지어진 게르가 많던데.

 

후회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비극이지만 동시에 후회를 한다는 그 마음 자세가 바로 미래를 교정할 수 있는 그 chance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인생에 있어 후회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이것도 참 새로운 시각일세.

 

<계사하전 제 4>

 

204 모든 어학의 최고봉은 문장입니다. / 작문이야말로 어학의 최고봉입니다.

2페이지에 걸친 도올의 어학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완전 공감하며 읽었다. 나도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회화와 독해보다는 중국어로 문장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좋은 문장의 문학작품을 1년 간 필사했던 거고. 50이 되기 전에 중국어로 쓴 책을 내고 싶다.

 

205 세계 문명이라고 하는 전기는 그런 평범한 평균적인 것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아요. 완전히 그 속에 푹 빠져야 가능한 겁니다. 명심해야 돼요.

 

10: 1997724일 목요일

 

221 何必曰利라고 합니다. 왜 우리의 만남에 利가 전제되어야 하느냐? 그것 없이도 만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무전제로 살아야 됩니다. 사람들 간의 만남이란 이미 器가 이루어져서 만나면 재미가 없어요.

조건 없는 만남. ‘하필왈리어감도 좋네.

 

보약이 왜 보약인지 알아요? 녹용 한 두첩을 어린애한테 준다고 한다는 것은 나무의 거름과 같은 거에요. / 인생이라고 하는 것은 젊을 적에 거름으로 묻어둔 것이 많아야 나중에 수확이 되는 겁니다.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의 발견은 과장해서 말하자면 내게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버금간다. 20여년 전 도올의 강의를 글로 남긴 제자들의 수고가 없었다면, 제본된 이 책을 대학생 시절의 남편이 서점에서 발견하지 않았다면, 서재 구석에 묻혀 있던 이 책을 내가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안개 자욱한 주역의 바다 속에서 막막하게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그저 이 책의 존재 자체가 감사할 뿐이라 감히 내가 저자라면 어찌 하겠다라고 언급할 것이 없다. 강의를 글로 옮기기가 쉬운 일이 아닐 터인데 제자들의 열정에 감탄이 나온다. 건너 뛰듯 이야기하는 도올의 설명에 일일이 주석까지 달았으며, 당시 강의의 분위기까지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지금은 내 또래일 그러나 당시엔 20대였을 젊은 학생들의 열정과 노력에 너무 고마운 마음 뿐이다.

 

두가지 아쉬움을 표한다면 한자에 독음이 있었으면! 그리고 각 강의의 제목을 뽑아 목차를 만들었으면.

여하튼 알지 못하는 학생들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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