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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5일 10시 25분 등록


저자 연구

유시민 (柳時敏: 1959.07.28~ ) 작가. 전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25년전 대학 1학년 때, 선배들이 권해준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며 그의 이름을 처음 알았다. 제목부터 왠지 개념 있는 대학생이 되려면 꼭 읽어야할 책인 것만 같아서,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도 못하면서 꾸역꾸역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어쩜 이렇게 복잡하고 방대한 역사에 대해서 이렇게도 잘 알까감탄하고, 나의 무식을 한탄했던 듯 한데, 정작 본인은 이 책이 잘 못쓴요약에 불과한글이라고 한다.

항소심 재판장 보라고 쓴 항소이유서가 세상에 알려지고, 이후에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를 내며, 우리나라의 대표적 글쟁이로 알려졌지만 정작 자신은 글재주를 타고난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겸손이 아니라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고등학교를 마치기 전에는 글을 써본 일이 거의 없었다고……

그럼 그는 어떻게 해서 글을 잘 쓰게 되었고, 전업 작가가 되었을까? 강원국 작가나 나탈리 골드버그와 마찬가지로 유시민 작가 역시 많이 읽기와 쓰기의 힘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특히 30분씩이라도 매일 자투리 시간을 내어 쓰기 연습할 것을 권하며 이를 몸으로 익히는 글쓰기 근육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저 매일 쓰기만 한다고 해서 저절로 글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고 말하며 못난 글을 쓰지 않게 노력할 것을 주장한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자신의 유식함을 뽐내기 위해 글을 쓰지 말 것이다.

실용적인 면에서든 윤리적인 면에서든, 읽는 사람에게 고통과 좌절감을 주는 글은 훌륭한 소통 수단이 될 수 없다. 타인에게 텍스트를 내놓을 때는 텍스트 자체만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글 쓰는 사람이 지녀야 할 마땅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세를 유지하려면 지식과 전문성을 내보이려는 욕망을 버려야 한다.” (본문 253 페이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스무살 때의 나를 포함, 많은 독자들에게 스스로의 무식함을 깨닫게 해서 고통과 좌절감을 주었다. 책뿐만 아니라 그가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토론하거나 교양 프로그램에서 지식을 뽐내는 걸 보며 감탄과 함께 좌절했다는 독자와 시청자도 적지 않다. 누구를 탓하랴. 그저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독해력이 약했던 내 탓이지. 많이 읽고 쓰는 연습을 해서 독해력과 함께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연습을 할 수밖에.

누가 알겠는가, 그러면 정말 그가 말한대로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가 현실이 될지……

 

유시민이 소개하는 유시민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렇지만 사는 것은 전공과 별 상관이 없었다. 출판사 편집사원, 신문사 해외 통신원, 공공기관 직원, 신문 칼럼니스트, 방송 토론 진행자, 국회의원, 장관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지금은 역사와 문화 관련 에세이를 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예전에는 5년 넘게 같은 일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작가 말고 다른 직업은 가지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며,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유시민의 글쓰기 고민 상담소에 누군가 글쓰기와 관련된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그런 분들에게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저서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 <청춘의 독서> <후불제 민주주의> <국가란 무엇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등이 있다.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글쓰기가 두려운 그대에게

11 흔히 글쓰기도 방법을 배우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방법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몸으로 익히고 습관을 들여야 잘 쓸 수 있다. 글쓰기는 그런 면에서 자동차 운전과 비슷하다. 자동차의 구조와 원리를 공부한다고 해서 운전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핸들과 페달, 기어 변속기가 손발의 일부로 느껴질 때까지 몸으로 훈련해야 한다. 글도 논술문의 구 조와 논리학의 규칙을 공부하는 것을 넘어 글 쓰는 습관을 익혀야 잘 쓸 수 있다. 그런데 글쓰기는 운전과 달리 남의 지도를 받지 않고 혼자서도 익힐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이 그렇게 말한다. 구본형 선생님을 비롯해서 올해 읽은 대부분의 저자들이 자신이 타고난 글재주가 있어서가 아니라 매일 연습해서 책을 썼다고 했다. 뭘 더 의심하나? 이제는 정말 나도 실천할 때 인 것 같다.

 

12 무엇이든 잘 모르면 겁이 난다. ~ 사람들은 원고지나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자동차 페달과 변속기 손잡이가 그런 것처럼, 자꾸 글을 쓰다 보면 그대에게도 컴퓨터 키보드나 볼펜이 손가락처럼 자연스러워지는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지난 10개월간 매주 한편의 북리뷰와 칼럼을 썼지만, 아직도 칼럼을 편히 쓰지 못한다. 당연하다. 이제 겨우 10개월 밖에 안 됐으니까.

 

1. 논증(論證)의 미학(美學)

18 생각과 느낌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이 된다. 생각이 곧 말이고, 말이 곧 글이다. 생각과 감정, 말과 글은 하나로 얽혀 있다. 그렇지만 근본은 생각이다. 논증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글을 쓰고 싶다면 무엇보다 생각을 바르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려면 먼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 기준을 바꾸고 감정에 휘둘려 논리의 일관성을 깨뜨리면 산문을 멋지게 쓸 수 없다.

 

19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논증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면 꼭 지켜야 하는 규칙 세 가지를 먼저 소개하겠다. 평소에 생각하고 말하고 판단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이 세 가지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해도 어느 정도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말라

23 목걸이나 귀걸이는 미적 감각과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우리는 각자,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미적 취향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타인의 미적 취향을 미친 짓이라고 욕하거나 비정상이라고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미적 취향을 표현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타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 ‘함부르크는 이렇게 주장했고 뮌헨은 반박하지 못했다. ‘미친 피어싱! 그 돈으로 기부나 하지.’ 이것은 처음부터 주장이 아니라 취향 고백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이런 면에 취약하다. 여기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겠지. 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며 좀 나아지나 했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도 든다. 안타깝지만 나는 휘말리지 않게 주의해야겠다.

 

24 ‘함부르크는 효과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논증함으로써 뮌헨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 놓았다. ‘뮌헨은 취향의 차이를 도덕적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불합리한 행위이며, 무언가를 주장하려면 단순히 취향을 고백할 때와는 달리 그 주장의 타당성을 논증할 책임이 생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논쟁에서 졌지만 그가 잃거나 빼앗긴 것은 없었다. 단지 생각을 바꾸었을 뿐이다. 오히려 얻은 게 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함부르크는 논쟁에서 이겼다. 하지만 그가 빼앗거나 얻은 것 역시 없었다.

논쟁에서 지면 뭔가 잃은 것처럼 자존심 상해하거나 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끝까지 본인의 주장이 옳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주장과 자신은 별개인데, 구별을 잘 못해서 그러는 것 같다.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라

28 이렇게 반박할 수 있는 것은 장동건을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자기의 주장을 논증했기 때문이다. 그가 애초에 아무런 논증도 하지 않은 채 장동건이 최고 미남이라고 주장만 했다면 어땠을까? 근거를 밝히라고 요구할 수 있을 뿐, 누구도 반박할 수가 없다. 결국 논증하지 않은 주장은 반박할 수 없고, 그런 주장은 주장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31 우리는 오랜 세월 논증 없는 주장이 활개 치는 세상에서 살았다. 사실과 논리에 입각해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목소리 크고 힘센 쪽이 이기는 현실에 익숙하다. 권력자들은 말 많으면 빨갱이라는 말로 합당한 논증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핍박했다. 시민들은 정책의 타당성을 논증하려고 애쓰는 대통령을 말이 많다고 비난했다. 부모들은 꼬박꼬박 어른한테 말대꾸한다며 논리적인 주장을 펴는 자녀를 혼냈다. 교사와 교수는 질문하는 학생을 귀찮게 여기거나 구박했다. 심지어는 국가정책을 다루는 정당들까지도 사실과 논리와 이성적 추론이 아니라 대중의 감정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논리적인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다.

옳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항상 이기지 않는 건 우리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서 그런 것 아닐까? 부모나 교사, 상사처럼 꼭 상하 복종 관계가 아니더라도, 그 사람이 말하는 게 맞지만 왠지 싫다거나, 얄밉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사실 유시민 작가는 대표적으로 맞는 말을 하지만 얄미워서 싫다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나도 비슷한 일로 미움을 받거나 또는 매를 버는일이 많았다. 안타깝지만 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감정적인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쩌겠나, 사람은 생각만큼 그렇게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은 것을.

 

35 논증의 미학이 살아 있는 글을 쓰려면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고 논증 없는 주장을 배척해야 하며 논리의 오류를 명확하게 지적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미움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논증의 미학을 애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엄격한 논증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논증은 평등하고 민주적인 인간관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36 민주주의 원리를 깊이 인식하고 존중하려는 사람이라야 논증의 미학을 즐길 줄 아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권력을 가지면 논증을 위한 토론 그 자체를 없애버리려 하고 논증하려 애쓰는 사람을 배척한다.

필화(筆禍) 사건은 괜히 생기는 게 아니며 아무나 필화를 당하는 것도 아니다. 논증의 규칙을 알고, 생각을 소신 있게 표현하는 기백을 가진 사람이 주로 필화를 당한다. 글쓰기는 재주만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논리의 완벽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고집, 미움받기를 겁내지 않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주제에 집중하라

37 글을 쓸 때는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엉뚱한 곳으로 가지 말아야 하고 관련 없는 문제나 정보를 끌어들이지 않아야 한다. 원래 쓰려고 했던 이유, 애초에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잊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직선으로 논리를 밀고 가야 한다. 이것이 논증의 미학을 실현하는 세번째 규칙이다.

이 규칙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주관적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 글을 쓸 때 감정에 빠지면 길을 잃기 쉽다. 주제를 벗어나 글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게 되고 주제와 상관없는 것을 들여와 글을 망치게 된다.

내가 많이 하는 잘못이다. 글을 쓸 때 이 점을 신경쓰면서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

 

40 위계 조직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 존엄과 만인의 평등이라는 이상을 버릴 수도 없다. 어떡하든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조직의 위계를 인격의 위계가 아니라 역할 분담으로 해석하는 관점이다. 조직의 위계와 서열은 인격의 높고 낮음과 관계가 없다. 신분 차이나 지배.종속의 관계도 아니다. 단지 인격적으로는 평등한 개개인이 조직 전체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합의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위계 조직 안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협력한다. 조직에서 지위와 서열이 낮은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곧 인간의 평등과 존엄성이라는 이상을 존중하는 행동이다.

 

45 글 한 줄을 잘못 썼다는 이유로 비난과 조롱을 받은 것은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이런 불행을 피하려면 냉정한 태도로 글을 써야 한다. 자기 자신의 감정까지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논증의 미학을 실현하기 위해 지켜야 할 세 번째 규칙이다.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쓰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법일 것 같다.

 

45 살다 보면 몰라서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더 많다. 글쓰기도 그런 것이다.

 

  1. 글쓰기의 철칙

49 글쓰기는 재주가 아니다. 사람이 가진 여러 능력 또는 기능 가운데 하나다. 사람이 다 같지는 않기 때문에 노력한다고 해서 다 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재주 또는 소질은 글 쓰는 능력을 좌우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타고난 소질이 있어도 갈고 닦지 않으면 꽃 피우지 못한다.

 

글쓰기는 기능이다

53 이런 것이 글쓰기의 힘이다. 글쓰기의 목적은, 그 장르가 어떠하든,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해 타인과 교감하는 것이다.

 

59 논리 글쓰기는 문학 글쓰기보다 재능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조금 과장하면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 만약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면, 업무에 필요한 글이나 취미로 쓰는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재능 없음을 미리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잘되지 않는다고 해서 조상과 유전자를 탓할 것도 없다. 해보지도 않고 좌절하거나 포기할 이유는 더욱 없다.

 

발췌 요약에서 출발하자

62 글쓰기에는 철칙(鐵則)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 게 된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그래서 철칙이다.

 

65 텍스트 요약은 귀 기울여 남의 말을 듣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남의 말을 경청하고 바르게 이해해야, 남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남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남이 쓴 글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말로든 글로든, 타인과 소통하고 싶으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바람직하다.

북리뷰를 하면서 발췌와 나의 생각, 느낌 등을 쓰는 연습은 했지만 요약, 느낌 정리하는 연습은 못했다. 이것까지 했더라면 북리뷰를 완성하지 못한 날도 꽤 있었을 것 같아 다행이지만…… 올해 책을 읽으면서는 요약, 정리하는 연습도 해보고 싶다.

 

글쓰기의 철칙 1

74 어떤 글을 잘 썼다고 할까? ~ 나는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이렇게 글을 쓰려면 다음 네 가지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78 다시 말하지만, 논리 글쓰기의 첫걸음은 텍스트 요약이다. 그런데 이 첫걸음을 똑바로 내딛으려면 텍스트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독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고 싶으면 먼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텍스트를 읽지 않고 독해력을 키우는 방법은 없다. 글쓰기의 첫번째 철칙은 바로 이 단순한 사실에서 나온다.

많이 읽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읽을수록 더 잘 쓸 수 있다.

이렇게 계속 반복하는 걸 보면 정말 중요한가 보다.

 

78 논리적인 글을 잘 쓰려면 주제와 관련되어 있는 중요한 사실과 정보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정확하게 알아야 하며, 그것을 적절한 논리적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79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독서광(讀書狂)이 되어야 한다. 책을 읽지 않고 타고난 재주만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 글 쓰는 기술만 공부해서 잘 쓰는 사람도 물론 없다.

 

글쓰기의 철칙 2

81 한자를 읽을 줄 알아도 써보지 않으면 잘 쓰지 못하는 것처럼,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게 많고 말로는 잘 표현하는 사람도 글을 많이 쓰지 않으면 잘 쓰지 못한다. ~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82 첫 문장을 자신 있게 쓰려면 먼저 글 전체를 대략이라도 구상해야 한다. 그런 구상 없이 첫 문장을 쓰려면 설계도와 조감도 없이 무작정 집 짓기 공사를 시작하는 것처럼 막막할 수밖에 없다.

내가 바로 첫 문장의 부담 때문에 아예 글쓰기를 싫어하고, 놓아 버린 사람이다. 작가가 제안한 대로 하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아니면 일단 쓰고, 글을 완성한 뒤에 첫 문장을 마지막에 다시 쓰는 방법도 있다.

 

84 주장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문자로 옮기면 된다. 블로그에 정치, 영화, 축구에 대한 글을 쓸 때도 첫 문장은 이렇게 쓰는 게 좋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단문(短文)으로 일단 내지르는 것이다. 첫 문장 쓰기는 어렵지 않다. 써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할 뿐이다.

 

혹평과 악플을 겁내지 말자

88 논리적 글쓰기의 첫걸음인 텍스트 요약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해 야 효과가 있다. 자기 글을 자연스레 남에게 보여주게 되기 때문이다. 남에게 평가받는 것이 싫어서 혼자 움켜쥐고 있으면 글이 늘지 않는다.

이것 때문에 글쓰기가 두려웠었다. 그런데 일기가 아닌 한 글은 남이 읽으라고 쓴다. 앞으로 글쓰기 연습도 혼자 써서 컴퓨터 하드에만 쌓아 두지 말고, 블로그에라도 올려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91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화려한 문장을 쓴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에 다가서야 훌륭한 글이다.

글을 쓸 때는 읽는 사람이 누구일지 미리 살펴야 한다. 글을 쓰고 나면 독자의 반응을 점검하고 타인의 평가와 비판을 들어야 한다. 다음에는 그런 것을 더 깊이 고려하면서 글을 써야 한다.

 

92 초고를 보여주고, 지적과 비판과 조언을 듣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반영해서 글을 고치는 것은 나쁠 게 없다. 직업적 글쟁이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 누구나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글을 썼으면 남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혹평을 받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혹평도 반갑게 듣고 즐겨야 한다. 그렇게 해 야 글이 는다. 남몰래 쓴 글을 혼자 끌어안고만 있으면 글이 늘 수 없다.

명심, 또 명심.

 

  1. 책 읽기와 글쓰기

98 독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같은 시간에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텍스트를 읽고 더 넓고 깊게 이해하며 때로는 남들과 다르게 텍스트를 해석한다. 독해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텍스트를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더 개성 있게 요약할 수 있다.

 

독해력

100 훌륭한 글은 뚜렷한 주제 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는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100 독해력을 기르는 방법은 독서뿐이다. 결국 글쓰기의 시작은 독서라는 것이다. 독해력은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지적 활동의 수준을 좌우한다. 눈으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텔레비전을 보거나 강연을 들을 때도 핵심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 독해력은 체력과 비슷하다. 체력이 부족한 사람은 어떠 스포츠도 잘 할 수 없다. 독해력이 부족한 사람은 글쓰기만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어떤 과제도 잘해내기 어렵다.

 

모국어가 중요하다

105 뇌는 유전자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다. 환경도 뇌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우리의 뇌는 생물학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다. 뇌는 평생 두 요인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 발전, 퇴화한다. 사람의 언어 구사 능력도 유전자와 환경이 어울려 결정한다. 사람은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생물학적 하드웨어를 지니고 태어나며, 부모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모국어라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한다. 부모는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풍부한 언어적 자극을 제공함으로써 아이의 뇌가 이 과제를 순조롭게 완수하도록 도울 수 있다.

 

106 우리의 몸, 우리의 뇌, 우리의 유전자는 문명이 생기기 이전인 수렵.채집 시대에 만들어졌다. 수십만 년 동안 인간은 몇 십 명이 넘지 않는 혈연집단을 이루고 살았다. 둘 이상의 언어에 노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것은 우리의 뇌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뇌를 가지고 세계화 시대를 살아야 하니 현대인의 삶은 고달플 수밖에 없다. 만약 우리의 뇌가 복수의 언어를 사용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면 외국어를 배우려고 그 많은 시간과 돈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안타깝다. 뇌도 그렇지만 식량이 부족한 시대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몸도 그렇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몸도 뇌도 변화에 적응하게 달라진다면 정말 좋을텐데……

 

108 무엇보다도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창의적으로 생각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어린이 영어몰입교육은 우리말로 생각하는 능력을 훼손할 수 있다. 언어는 단순한 말과 글의 집합이 아니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말하고 글 쓰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데에도 언어가 있어야 한다. 모국어를 바르게 쓰지 못하면 깊이 있게 생각하기 어렵다.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글을 제대로 쓸 수 없다. 모국어를 잘하지 못하면 외국어도 잘하기 어렵다.

 

번역서가 불편한 이유

111 번역은 남의 나라 말로 된 책을 우리말 책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원문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기본이고 문장의 분위기까지 제대로 전해주면 더 좋다.

 

115 글을 쓸 때도 번역을 할 때도, 말하듯 쓰는 것이 좋다.

그래서 쓰고 난 뒤에 인쇄해서 읽어보고 고치라는 거겠지.

 

말이 글보다 먼저다

118 자녀가 뛰어난 언어 능력을 가지기를 바란다면 뇌가 형성되는 시기에 적절한 언어적 자극을 넉넉하게 제공해야 한다. 여기서 언어 능력이란 아는 어휘의 수, 문장구사력, 독해력, 문제의식, 논리적 사고 능력 등 글쓰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추천도서 목록을 무시하라

123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독서가 재미있다는 생각은 했다. 본격적인 독서는 대학생이 된 뒤에 했다. 시간은 있는데 다른 할 일이 없을 때는 무조건 책을 읽었다.

나는 대학생이 되면서 본격적인 독서를 놨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생각이 고등학생 수준 이상에서 자라지 못했었나 보다.

 

123 독해력과 언어 구사 능력을 기르려면 책 읽기를 즐겨야 한다. 책에서 우리는 지식을 얻는다. 일상생활의 범위에서 벗어나 추상적.논리적 사유를 하는 데 필요한 개념을 익히며, 여러 개념을 연결하는 논리적 상관관계를 배운다. 하지만 독서도 억지로 하면 좋지 않다. ‘선행학습이라는 괴상한 풍조를 독서에 가져다 붙이는 것도 현명한 일이 아니다. 소위 추천도서 목록이란 것을 따라가면서 무작정 책을 가져다 먹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도움이 되기보다는 부작용을 낼 가능성이 더 크다.

 

  1. 전략적 독서

    독해란 무엇인가

129 텍스트를 그저 따라가기만 하거나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독해가 아니다. 모든 텍스트가 옳은 정보, 앞뒤가 맞는 논리,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감정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잘 쓴 글만큼이나 잘못 쓴 글도 많다. 주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횡설수설, 논리와 맥락이 뒤죽박죽인 논문, 쓸데없이 어려운 단어와 복잡한 문장을 늘어놓은 칼럼, 심지어는 쓴 사람이 과연 무슨 말인지 알면서 썼을까 싶은 평론도 있다.

평론뿐 아니라 전체가 비문 투성이에 횡설수설, 주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는 책들도 많다. 그래서 이런 책도 출판되는데, 왜 책 내기가 이렇게 어려운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130 독해는 텍스트의 한계와 오류를 찾아내거나 텍스트를 다른 맥락에서 해석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독해력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132 독해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텍스트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문제점과 한계까지 탐색하면서 읽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그 문제점과 한계가 어디서 왔는지도 추론해볼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어떤 사람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된다.

 

글쓰기에 유익한 독서법

135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이 늘 타당한 것은 아니다. 적절한 때 꼭 필요한 말만 하려고 일부러 침묵을 지키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지만 뭘 몰라서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무는 것은 그렇지 않다. 모든 침묵을 다 금으로 대접하면 무지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침묵이 언제나 금인 것은 아니다.

 

136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지식과 어휘를 배울 수 있으며 독해력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둘째는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자기의 생각을 효과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문장 구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인이 쓴 것이든 외국 도서를 번역한 것이든 다르지 않다.

셋째는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이다. 이런 책이라야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논리의 힘과 멋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문장에 훌륭한 내용이 담긴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으면 지식과 어휘와 문장과 논리 구사 능력을 한꺼번에 얻게 된다.

이런 책은 친구로 만드는 게 좋다. 친구는 오랜 세월 좋은 일은 함께 즐기고 아픔은 서로 나누며 자주 어울려야 친구다운 친구다. 어떤 책과 친구가 되려면 한 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읽어야 한다. 시간이 들지만 손으로 베껴 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세번째 종류다. 두번째 종류는 주로 문학서적일 것 같다. 예전에는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요즘은 영상물을 많이 봐서인지 소설은 잘 안 읽게 된다. 저자가 권하는 <토지>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론><코스모스>

147 언론인들은 과학 지식이 부족한 탓에 때로 본의 아닌 오보를 낸다. 정부와 정치인과 전문가는 암호 같은 학술 용어를 동원해 저마다 원하는 쪽으로 여론을 몰고 가려 한다. 지난 10년만 돌아보아도 이러한 사건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일어났다. 이런 세상에서는 모르면 속는다.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데도 남에게 휘둘린다. 자기 나름의 견해를 세우고 줏대 잇게 살아가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전략적 도서 목록

153 라인홀드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문예출판사

모든 집단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가? 구성원들이 개별적으로는 이타적인데도 집단으로 뭉치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특권계급의 집단적 이기심이 만들어내는 불의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어떤 방법으로 우리는 개인의 도덕과 사회의 정의를 함께 실현할 수 있을까?

 

154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김영사

우주와 생명은 누가 만들었나, 스스로 태어났나? 신이 인간을 창조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신을 창조했는가?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으며,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종교의 도움 없이도 삶에 필요한 도덕을 세울 수 있는가? 신이 있는 세상과 없는 세상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희망적인가?

 

156 슈테판 츠바이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바오

인간이 삶과 우주의 궁극적 진리를 알 수 있을까? 절대 진리를 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권력의 힘으로 그것을 만인에게 강요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귀결이 자유와 다양성, 이성과 인권과 생명력을 짓누르는 공포정치라면, 그런 위험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158 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문예출판사

우리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 성장을 추구하는 현대의 경제체제를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가? 자연은 과연 언제까지 인간의 수탈과 착취를 용인할까? 만약 현존하는 경제체제를 장기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 우리는 인식의 대전환을 이루어 대공장, 첨단 기술, 거대도시를 버리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중간기술과 소규모 사업장, 도시와 농촌의 조화를 이루는 경제체제를 선택할 수 있을까?

 

158 에리히 프롬, <소유냐 삶이냐>, 홍신문화사

재산, 지식, 권력을 소유하면 삶이 행복하고 의미를 가지게 될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디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인간은 소유를 넘어 창조와 나눔에서 존재의 기쁨을 얻도록 스스로를 변혁할 수 있을까? 만약 가능하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친구가 삶을 변화시킨 책으로 꼽았던 책이다. 나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159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갈라파고스

인류가 세계 인구 전체를 먹이고 남을 식량 생산능력을 확보했음에도 10억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기구와 부유한 나라가 기부금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는데도 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과연 인류는 지구촌 어느 곳에서도 굶주리는 사람이 없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160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책세상

우리 삶에서 자유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떨 때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고 침해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런 경우에도 절대 제한해서는 안 될 자유의 영역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영역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161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효형출판

인간은 다른 동물과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인가? 동물행동학의 일반 법칙을 어느 정도까지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는가? 인간이 하는 이타 행동의 대상에 한계가 있는가? 인간이 동물에게 배워야 할 것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163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은행나무

정당하고 합법적인 정부가 불합리하고 부당한 행위를 할 때 의로운 시민은 어떤 방법으로 저항할 수 있는가? 다른 사람들이 침묵하고 방관하는 가운데 홀로 행동하는 것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불복종이라는 비폭력 저항으로 국가 권력이 저지르는 악을 제거할 수 있는가?

 

  1. 못난 글을 피하는 법

168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역설로 들리겠지만, 훌륭한 글을 쓰고 싶다면 훌륭하게 쓰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못난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강원국 작가가 가장 강조했던 게 욕심을 버리는 것이었다. 이 책에는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역시나 욕심을 버리라고 한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수영 등 운동에서도 욕심을 버리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잘하려는 마음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능력보다 더 잘하려는 잘못된 마음을 버리라는 말이겠지.

 

168 쓴 사람도 다르고, 글도 다르고, 읽는 사람 취향도 달라서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글을 특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분명히 훌륭한 글과 못난 글이 있으며 그 둘을 가려내는 기준을 세울 수 있다. 그런데 훌륭한 글은 서로 다르게 훌륭한 반면 못난 글은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못났다.

 

169 글을 잘 쓰려면 무엇보다 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 바르고 정확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어야 제 나름의 멋진 스타일을 입힐 수 있다. 아무리 기교를 부려도 음을 정확하게 듣지 못하면 바이올린을 제대로 연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감각이 없으면 훌륭한 문장을 쓰지 못한다.

 

못난 글 알아보기

170 어떻게 하 면 잘못 쓴 글을 알아볼 수 있을까?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만약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 어렵다면, 귀로 듣기에 좋지 않다면,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잘못 쓴 글이다. 못나고 흉한 글이다. 이런 글을 읽기 쉽고 듣기 좋고 뜻이 분명해지도록 고치면 좋은 글이 된다. 별로 어려울 것이 없다.

말하듯이 쓰는 글, 쉽게 쓰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174 언어(言語)는 말과 글이다. 생각과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입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글말)이 된다. 말과 글 중에는 말이 먼저다. 말로 해서 좋아야 잘 쓴 글이다. 글을 쓸 때는 이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175 글쓰기도 노래와 다르지 않다. 독자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잘 쓴 글이다. 많은 지식과 멋진 어휘, 화려한 문장을 자랑한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독자가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기본이다. 기본을 지키기만 하면 최소한 못나지 않은 글을 쓸 수 있다. 여기에 나름의 개성을 입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면 훌륭한 글이 된다. 그런 글은 저마다 다르게 훌륭하다. <토지><자유론><코스모스>가 바로 그렇다. 서로 다르지만 모두 훌륭한 글이다.

 

우리글 바로쓰기

180 백신을 접종하면 하루 이틀 아프거나 미열이 난다. 콜레라, 장티푸스,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본 적이 있으면 알 것이다. <우리글 바로쓰기>를 읽으면 한동안 독서와 글쓰기가 불편해진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오고, 책을 읽는 중에 자꾸 화가 나거나 글을 쓰기가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못난 글을 알아보는 감각을 체득하려면 그 정도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중국 글자말 오남용

185 게다가 토박이말을 많이 쓰는 것이 의사소통에 꼭 편리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언어에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철칙이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이 즐겨 쓰면 그것이 표준이 된다.

 

187 글을 잘 쓰려면 한자말을 오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한자를 병용하지 않으면  뜻을 알기 어려운 단어는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중국 글자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거나 오늘날 쓰지 않는 토박이말을 쓰는 것도 현명한 태도는 아니다. 말과 글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려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목적을 잘 이룰 수 있도록 쓴 글이 훌륭한 글이다. 지식을 뽐내려고 한자말을 남용하는 것, 민족주의적 언어미학에 빠져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토박이말을 마구 쓰는 것, 둘 모두 피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한자를 배웠지만 한자를 잘 못쓴다. ,고등학생 때, 한자가 너무 하기 싫어서 나름 만들어낸 논리가 우리말을 사랑하고 한자 사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나는 한자를 안 하겠다였다. 결국 그렇게 됐고,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하지만 그때 그런 논리를 창조해낼 시간에 한자 하나 더 외웠더라면 일본이나 중국을 여행하면서 좀 더 알찬 시간을 보냈을 거라는 아쉬움이 생겼다.

 

일본말과 서양말 오염

191 ‘으로의’ ‘에로의’ ‘에서의’ ‘으로부터의’ ‘에 있어서의와 같이 를 겹쳐 쓴 토씨도 모두 우리말법에 어긋난다. 이것은 가 든 일본식 조사를 옮긴 것이다. 우리말은 그런 식으로 토씨를 쓰지 않는다. 일본말처럼 토씨를 쓰면 글이 늘어지고 운율이 죽으며 문장의 힘이 빠진다. 읽기도 나쁘고 듣기도 좋지 않다. 그런데도 많은 지식인이 나는 나의 집의 뒤의 나의 집의 밭의 나의 집의 복숭아를 따 먹었습니다와 다르지 않은 문장을 쓴다. 못난 글에 대한 면역력이 없기 때문이다.

잘 몰랐는데, 나도 일본말과 서양말에 오염된 구조의 문장을 많이 쓰고 있다. 사실 그게 오염된 말인지도 몰랐다. 이 부분은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192 그런데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이렇게 못난 글을 쓴다. ‘민중의 주인 된 삶’ ‘문학에의 초대’ ‘고향으로의 귀환’ ‘급변하는 사회에 있어서의 문학의 영원성’ ‘냉전 체제로의 회귀와 같이 일본말 조사를 따라 쓴 글은 학술 논문부터 문학평론, 신문 기사, 방송 리포트, 여성잡지를 가릴 것 없이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미디어에 널려 있다.

 

196 글은 기왕이면 짧은 게 좋다.

 

단문 쓰기

199 글은 단문이 좋다. 문학작품도 그렇지만 논리 글도 마찬가지다. 단문은 그냥 짧은 문장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길어도 주어와 술어가 하나씩만 있으면 단문이다.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으면 저절로 단문이 된다. 주어와 술어가 둘이 넘는 문장을 복문이라고 한다. 복문은 무엇인가 강조하고 싶을 때, 단문으로는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때 쓰는 게 좋다.

 

202 단문이 복문보다 훌륭하거나 아름다워서 단문을 쓰라는 것이 아니다. 뜻을 분명하게 전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문은 복문보다 쓰기가 쉽다. 주술 관계가 하나뿐이어서 문장이 꼬일 위험이 없다.

 

거시기 화법

204 말하려는 뜻을 명확하게 표현하려면 꼭 맞는 단어를 써야 한다. ‘꼭 맞는 단어란 뜻이 정확할 뿐만 아니라 앞뒤에 있는 단어들과 어울려 자연스럽고 멋진 표현을 만드는 단어를 말한다. 그렇게 글을 쓰려면 어휘를 많이 알아야 한다. 어휘가 부족하면 같은 단어와 표현을 반복해서 쓸 수밖에 없다. 그러면 글이 음 표와 멜로디가 몇 가지만 있는 노래처럼 지루해진다.

영어를 가르치며 같은 뜻이라도 다른 단어를 사용해야 지루하지 않고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정작 우리말로 글을 쓸 때는 다양한 어휘 사용을 의식하지 못하고 써왔다. 할 일이 점점 많아진다.

 

205 좋은 문장을 쓰려면 멋지게 어울리는 단어를 결합해야 한다. 사전을 뒤져 용례를 찾아가며 글을 쓰면 도움이 된다. ~ 그보다는 잘 쓴 글을 많이 읽어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편이 더 쉽다. 단어의 궁합, 표현의 자연스러움은 안다기보다는 느끼는것이다. 왠지 어색하면 무엇인가 어긋나 있다고 봐야 한다. 어색한 표현을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은 독서를 통해서만 기를 수 있다.

무엇보다 뜻이 두루뭉수리 불분명해서 아무 곳에나 넣어도 되는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그런 단어를 자꾸 쓰면 어휘 구사 능력이 퇴화한다.

 

207 아무리 어려운 텍스트라도 문맥을 파악하면 그런 대로 독해할 수 있다. 하지만 독자에게 신묘한 독해력을 요구하는 글은 잘 쓴 글이 아니다. 맥락을 잘 모른 채 텍스트를 읽어도 뜻을 아는 데 큰 어려움이 없도록 써야 한다.

 

우리말의 무늬

210 똑같은 단어도 다른 말과 어울리면 조금은 다른 맛과 색을 낸다. 이런 것을 뭉뚱그려 어감(語感)’, 외래어로는 뉘앙스(nuance)’라고 한다. 토박이말로 표현하자면 말의 맛’ ‘색깔’ ‘느낌’ ‘분위기’ ‘’ ‘무늬정도가 되겠다.

 

211 어울리는 단어를 조합해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좋은 문장이 된다. 천사 같은 꼬락서니, 비참한 자태, 사나이다운 몰골은 어떤가? 한마디로 불행한 만남이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조합하면 문장은 엉망이 되고 뜻을 전하기도 어렵다.

 

  1. 아날로그 방식 글쓰기

    글쓰기 근육

223 글쓰기 근육을 만들고 싶으면 일단 많이 써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다면 무조건 쓰는 게 답이다. 진부한 처방이지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오래된 것이라고 해서 다 낡은 건 아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글쓰기 근육을 기르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우리 몸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224 생각과 느낌은 붙잡아 두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다. 우리 뇌는 엄청난 용량을 지녔지만 모든 정보를 다 저장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아주 잘 알면서도 잘 못하는 것 중의 하나다. 이번 건 너무 중요해서 꼭 기억할거야라고 생각했다가 그냥 흘러보낸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은가. 매번 당하면서도 매번 속는다.

 

227 자투리 시간에 하는 메모가 심오하면 얼마나 심오하겠는가? 그저 글 쓰는 습관을 들일 목적으로 한 것이니 수준 있는 글을 쓰지 않아도 괜찮다. 어쨌든 그때 쓴 메모는 모두 사라졌고 거기 담았던 상념과 감정도 다 흩어져버렸다. 그렇지만 남은 것이 있었다. 글쓰기 근육이었다. 그것이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자산이 되었다.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그렇게 되었다.

 

228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하지만 글쓰기는 그렇지 않다. 글쓰기는 티끌 모아 태산이 맞다.

 

229 글도 그림과 다를 것 없다. 보이는 것에서 시작해서 귀로 듣는 것을 거쳐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적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뭐든 많이 쓰는 것이다. 문자로 쓰지 않은 것은 아직 자기의 사상이 아니다. 글로 쓰지 않으면 아직은 논리가 아니다. 글로 표현해야 비로소 자기의 사상과 논리가 된다.

 

230 가끔씩 서너 달 전에 쓴 것을 읽어보면 열에 아홉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문장이 유치하고 묘사가 서툴고 논리가 엉성해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축하할 일이다. 글이 늘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키가 자라고 몸이 커지고 정신이 성장하면 예전에 입던 옷이 작아지고 예전에 하던 놀이가 유치해 보이는 것처럼, 글이 늘면 석 달 전에 쓴 글이 유치하고 서툴고 엉성해 보인다.

얼마전에 처음에 썼던 글부터 거꾸로 읽어봤다. 어쩐지 처음에 썼던 글들이 그 때는 너무 못 써서 부끄럽다고 생각했었는데 더 좋고, 요즘에 쓰는 글들은 다시 읽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글이 늘기는커녕 퇴보하고 있다는 증거인가? 정신 차리자.

 

짧은 글쓰기

231 글은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잘 쓰기가 어렵다. 똑 같은 정보와 논리를 담는다면 2,000자보다는 1,000자로 쓰는 게 낫다. 이유는 자명하다. 읽는 데 시간이 덜 드는 만큼 경제적 효율성이 높다. 짧은 글이 좋은 이유는 또 있다. 같은 내용을 절반 분량에 담으려면 어떤 방법으로든 압축을 해야 한다. 압축하려면 군더더기를 없애야 하기 때문에 글의 예술성이 높아진다.

 

군더더기 없애는 법

236 긴 글 보다는 짧은 글쓰기가 어렵다. 짧은 글을 쓰려면 정보와 논리를 압축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압축 기술은 두 가지다.

첫째, 문장을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쓴다.

둘째, 군더더기를 없앤다.

 

237 글을 압축하려면 단문을 기본으로 하고 특별한 경우에 복문을 쓴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뜻과 느낌을 강하고 확실하고 깊게 전하려면 복문을 써야 한다는 판단이 들 때만 복문을 쓰는 것이다.

 

237 문장의 군더더기란 무엇이며 군더더기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간단하다. 없애버려도 뜻을 전하는 데 큰 지장이 없으면 군더더기다. 문장의 군더더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접속사(문장부사), 둘째는 관형사와 부사, 셋째는 여러 단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관형어나 부사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문장 성분이다.

굳이 없어도 좋은 접속사는 과감하게 삭제해야 한다. 단문으로 글을 이어나갈 때 문장 사이에 매번 그러나’ ‘그리고’ ‘그러므로’ ‘그런데’ ‘그렇지만같은 접속사를 넣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문장은 뜻을 담고 있다. 그 뜻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접속사가 없어도 된다. 단문을 기본으로 쓰고 불필요한 접속사를 생략하기만 해도 글을 조금은 압축할 수 있다.

나의 단점 중의 하나가 군더더기다. 작가가 말한 접속사는 물론 관형사와 부사도 많이 쓴다. 관형사와 부사에 따라 미묘하게 글의 뉘앙스가 달라져서라고 생각하지만,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다. 이것 역시 연습.

 

소통의 비결

244 내 글이 왜 쉬울까? 쉬운 주제를 일상용어로 써서 그런 게 아니다. 어려운 용어를 쓰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어도 독자가 쉽다고 느낄 수 있도록 써서 그런 것이다. 나는 주제에 대해 특별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사람도 주의 깊게 읽기만 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끔 텍스트를 쓴다. 어떤 주제, 어떤 형식의 글이든 마찬가지다. 읽기 쉬운 글이라고 해서 쓰기도 쉬운 건 아니다. 쉽게 쓰기가 오히려 더 어렵다.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하신 거냐구요?

 

244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책은 싫다. 지나치게 길고 복잡한 문장도 싫고, 전문가라야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용어도 싫다. 따로 검색해야 알 수 있는 이름과 학설을 아무 설명 없이 나열한 글도 싫다. 글을 그렇게 쓰는 사람도 싫다. 배우고 깨닫고 느끼려고 읽는 것이지 셀프고문을 하려고 책을 읽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그렇게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다른 정보가 없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텍스트를 쓰려면 철저하게 독자를 존중해야 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전문용어나 이론을 끌어올 때는 문맥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도록 적당한 방법으로 설명을 붙여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 무작정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우겨 넣으면 텍스트 밀도가 너무 높아진다. 틀리게 쓴 것도 아니요 흉하게 쓴 것도 아니지만, 그런 글은 독자를 괴롭힌다. 읽기가 힘들고 이해하기가 어려우면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독자가 공감할 수 없다.

 

249 네가 알아듣든 말든, 난 내가 말하고 싶은 방식으로 말할 거야. 그런 태도로 말하는 사람하고는 대화를 하기가 어렵다. 글도 그런 식으로 쓰면 꾹 참고 읽어줄 사람이 많지 않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도 배려가 부족한 것이다. 나쁘게 보면 지적인 허영심이나 자만심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도 있다.

 

250 글은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써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텍스트 안에서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말을 되도록 쓰지 말아야 한다. 개념어든, 전문용어든, 사람 이름이든, 사건 이름이든 마찬가지다. 꼭 써야만 한다면 적당한 곳에 그 뜻을 알려주는 정보를 함께 넣어야 한다. 학술적으로 깊이가 있는 전문서라면 주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를 분명하게 짚어주어야 한다. 포털 검색을 하거나 사전을 찾아보거나 누구한테 물어볼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집중해서 읽으면 누구든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써야 한다. 지식소매상인 나는 이것을 업계의 상도덕(商道德)에 부합하는 영업방침이라 여긴다.

 

250 인생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감정이 여럿 있는데, 허영심도 그중 하나다. 허영심은 아주 고약한 감정이다. 허영심에 빠진 사람은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며 의미 없는 일에 시간과 열정을 쏟는다. 글 쓰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허영심은 지식과 전문성을 과시하려는 욕망이다. 이 욕망에 사로잡히면 난해한 글을 쓰게 된다.

어디 글뿐일까? 지적 허영심은 난해한 글을 쓰는 걸로 끝나지만 다른 허영심에 빠지면 훨씬 큰 걸 잃는 결과로 끝날 수도 있다. 특히 경계해야 할 감정이 맞다.

 

252 그런데 나는 저자가 말하려고 한 대로 텍스트를 이해한 것인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다행이지만, 저자는 독자를 고생시킨 데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렇다면 그 책임은 주로 저자에게 있다. 말하려고 하는 뜻을 오해의 여지없이 쉽고 분명하게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253 글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다. 실용적인 면에서든 윤리적인 면에서든, 읽는 사람에게 고통과 좌절감을 주는 글은 훌륭한 소통 수단이 될 수 없다. 타인에게 텍스트를 내놓을 때는 텍스트 자체만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글 쓰는 사람이 지녀야 할 마땅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세를 유지하려면 지식과 전문성을 내보이려는 욕망을 버려야 한다.

 

  1. 글쓰기는 축복이다

257 왜 글을 쓰는가? ~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왜 쓰는지 모르면 잘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다. 물론 글쓰기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 하는 일이 다 그렇다. 우리는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로 인생을 채운다. 내면에 있는 생각, 감정, 욕망을 제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삶이 답답해진다. 각자의 내면에 무엇이 있으며 또 어떻게 그것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

 

258 어떤 욕망과 특정한 표현형식이 다른 것보다 더 고결하거나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글쓰기는 두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그 특별함 때문에 사람들은 글을 잘 쓰고 싶어 하고, 또 글쓰기를 두려워한다.

첫째, 세상이 글쓰기를 요구한다. ~ 글을 잘 쓰지 못하면 사는 데에도 지장이 많다.

둘째, 사람들은 글 잘 쓰는 이를 부러워하며 심지어는 우러러본다. 글쓰기 실력을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지성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 글을 잘 쓰려면 일단 표현할 내면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아는 게 많아야 한다. 다양한 어휘와 정확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258 문장을 멋지게 쓰면 글재주를 인정받을 수 있다. ‘글재주가 있으면 써야 해서 쓰는 글을 어느 정도 잘 쓸 수는 있다. 그러나 글재주만으로 공감을 일으키거나 존경을 받기는 어렵다.

 

사는 만큼 쓴다

260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한다. 손이, 머리가 가는 대로 그냥 글을 쓰는 건 어떻게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쓰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책을 쓰겠다고 말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261 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 살면서 얻는 감정과 생각이 내면에 쌓여 넘쳐흐르면 저절로 글이 된다. 그 감정과 생각이 공감을 얻을 경우 짧은 글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64 기술만으로는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한다. 글 쓰는 방법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내면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려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 무엇이 내게 이로운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만으로 쓴 글은 누구의 마음에도 안착하지 못한 채 허공을 떠돌다 사라질 뿐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267 써야 하는 글만 인생을 괴롭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쓰고 싶어서 쓰는 글마저 잘 쓰지 못하면 자기 삶에 온전히 만족하기가 어렵다. 자기를 표현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생각과 감정을, 욕망과 충동을, 기대와 소망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표현해서 타인과 교감할 때 우리는 기쁨과 성취감을 느낀다. ~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국가나 사회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방법을 몰라서 내면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억압이다. 남이 그랬든 스스로 그랬든, 억압은 삶의 기쁨과 의미를 파괴한다.

 

269 하지만 해야 하는 일만으로 인생을 채울 수는 없다. 그게 사람이다. 털어놓고 싶은 감정, 드러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털어놓고 드러내야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그런 글도 잘 쓰면 좋다.

 

글쟁이의 정신승리법

270 ‘정신승리법이 필요할 때가 있다. 글쓰기가 힘이 들 때, 어려움을 참고 견디면서 글을 써야 할 때 그런 것이 있으면 좋다. ~

우리 세대는 국가, 정부, 사회, 정의, 평등, 민주주의 같은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중대 범죄가 되는 세상에서 인생의 절반을 살았다. 나는 스물아홉 살이 되어서야 말할 자유, 글 쓸 자유를 얻었다. 이 자유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잘 안다.

 

271 어떤 사람들은 엄청나게 큰 행운을 손에 넣고도 그게 행운인 줄 모른다. 이미 가지고 있는 거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데도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찾으려고 몸부림친다. 그렇게 살면서 자신과 타인을 괴롭힌다. 행운을 행운으로 알고 자기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여기면 삶이 훨씬 즐겁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모른다. 글을 쓸 자유도 바로 그런 행운 가운데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271 만약 글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문자라는 것이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오직 극소수만이 누린 특권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라. 지금 우리 모두는 그런 특권을 누리며 산다.

 

275 다시 말하지만 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은 문명이 선사한 축복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한껏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이 축복과 특권이 좌절감과 열등감의 원인이 된다면 그만큼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시대의 축복을 받아들이고 특권을 즐겨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글쓰기 훈련이 덜 고되게 느껴진다. 이것이 내가 직업적 글쟁이로서 자주 쓰는 정신승리법이다.

정신승리법이라고 했지만, 작가로서 마음다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도 앞으로 이렇게 생각해봐야겠다.

 

  1. 시험 글쓰기

    시험 글쓰기의 특별함

    시험 전에 할 일

    실전 연습과 그룹 첨삭

     

 

내가 저자라면

목차

논리 에세이의 가장 중요한 점을 가장 먼저 말하고, 글쓰기의 철칙,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기본 노력,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갖춰야 할 소양과 정신까지 논리적으로 잘 구성된 목차라고 본다. 다만 마지막 시험 글쓰기는 다음 책의 요약, 소개라고는 하지만 굳이 없어도 될 군더더기인 것 같다.

 

보완할 점

장점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 좋은 글을 알아보는 법, 못난 원글과 고친글 등을 실례를 들어 보여준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독서 추천 및 작가로서 갖춰야할 정신까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팁이 많은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

중요해서 그랬겠지만 반복되는 내용이 많다. 마지막 시험 글쓰기도 굳이 없어도 될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줄이고, 실례를 좀 더 넣어서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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