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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1일 01시 15분 등록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11기 정승훈

 

저자 연구

 

천종호(1965~ )

대한민국의 법조인이다. 현재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1965년 경상남도 산청군 출생. 부산남고등학교, 부산대학교 법학과 졸업. 국민학교 2학년때 부산 아미동으로 이주했다. 7남매 중 넷째로 빈민가에서 가난하게 성장하였으며 단칸방에서 아홉 식구가 힘들게 살아왔다고 한다. 너무 가난했던 탓에 7남매 중에 대학을 나온 사람은 천종호 판사 뿐이라고. 이런 환경에서 이 악물고 공부하여 사법시험에 6번 만에 합격(1994), 1997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동기들에 비해 늦은 나이에 판사가 되었다. 천종호 판사는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 합격하였고, 부산지방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하였다.

 

20102월 창원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했고 20132월 부산가정법원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소년재판을 맡을 정도로 비행청소년 지도에 애정을 갖고 있다. 천 판사는 법정에서 비행 청소년들에게 애정을 갖고 지도하거나 호통을 쳐 '비행 청소년의 대부', '호통판사'로 잘 알려졌다.

 

천종호 판사는 20131월 학교 폭력을 조명해 화제를 모은 SBS TV 다큐 '학교의 눈물'에서 가해 학생과 그 부모에게 호통을 치던 주인공으로 유명해졌다. 20133월에는 KBS 2TV '이야기 쇼 두드림'에 천종호 판사의 이야기가 소개되기도 했다.

 

천종호 부장판사는 2010년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판사로 재직하면서 청소년회복센터 개설을 주도해 비행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장과 재비행 방지를 이끌었다. 천종호 부장판사는 20141023일 국회의원 43명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재판한 결손가정 소년범 3명 가운데 2명이 3년 안에 재범했는데, 그 이유는 소년들을 사회에 돌려보내도 보호받을 부모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천종호 부장판사는 편지에서 "이러한 상황에서 선처랍시고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이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은 재비행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비행청소년들이 재비행 하지 않도록 잘못된 환경을 조정해 주어 건전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사회정의"라고 강조했다.

 

'판사 천종호'는 매우 단호한 면모가 두드러지지만, '인간 천종호'는 법정 밖에서 한없는 사랑으로 비행청소년들을 대하며, 자신의 사재를 털어 비행청소년 교화 공동주거를 설립하고. 해외봉사에도 함께 갔다. 비행청소년을 교정하려고,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례로 박정태 롯데 자이언츠 2군 감독과 함께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을 위해 '레인보우카운트' 야구단을 설립해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리틀빅히어로 천종호 판사편 청소년들의 비행 예방에는 무엇보다 이들을 교육해야 할 부모 및 교사의 역할과 책임, 가정 및 학교 현장에서의 교육의 체계화를 강조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오히려 비행청소년이라는 말보다는 위기청소년이라는 말로 순화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라는 의견도 표하고 있다. 실제로 천 판사에게서 재판을 받은 청소년 중에서는 그를 선생님이나 아버지로 부르며 존경을 표하는 아이들도 많다.

 

20179월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천종호의 이름이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해당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이 소년재판을 받을 경우, 천종호 판사가 직접 재판을 진행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해당 사건에 대해 여론이 엄벌을 바라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위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천종호 판사는 교정주의자이다. 교정주의가 예방 및 교화에 중점을 두고 이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데, 엄벌주의이면 선도 분야에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

 

그리고 97일 천종호 판사와 인터뷰한 뉴스기사가 올라왔다. 아이들이 소년법을 악용해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으며 소년법 폐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개정에 대해서는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요즘 어린이들이 더 흉악해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단순히 범죄양상이 바뀐 것뿐이며 언론 매체의 발달로 청소년 범죄가 부각되면서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뿐이라고 답했다. #해당 기사 따지고 보면, 학교폭력의 흉악성은 시대를 가리지 않으며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시대배경이 되는 10월 유신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912일 구성된, 부산시교육청 주재로 학교폭력 및 아동학대 등을 다루는 테스크포스에 참여하였다.

 

2017'12회 영산법률문화상'을 수상했다. 영산법률문화상은 법치주의 정착과 법률문화 향상에 이바지한 법률가, 법학자, 법률단체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상으로, 역대 수상자 가운데 현직 법관이 수상한 것은 2017년까지 천 판사가 유일하다.

 

천종호 판사가 쓴 책으로는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가 있다. 해당 책의 인세는 전액 자신이 운영하는 비행청소년 교화 공동주거에 기부한다고 한다. 자신의 아내가 "이 돈은 우리가 번 돈이 아니다.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한다."라는 말에 동의했다고 한다.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프롤로그 ; 만사소년

가난을 통해 내가 절실하게 느낀 것은 세끼 끼니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다는 수치심이었다. (7)

가난은 삶의 의지를 꺾는 무서운 질병처럼 보였다. (8)

소년들의 풍요롭고 올곧은 성장은 결국 우리 사회의 자산이다. 그럼에도 소년재판을 받은 보호소년들은 그 어느 곳에서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가정의 해체로 보호력이 상실되었거나 약화된 소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재비행을 하지 않도록 안전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며 지속적으로 관래해주는 곳인데 국가가 제공하는 소년원, 비행예방센터, 보호관찰소는 그러한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8)

법조계에 있는 판사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희망이 보인다. 사회에선 처벌만을 요구하고 있다. 처벌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부모와 가족을 대신하여 보호소년들을 보듬고 훈육하는 일종의 대안가정이자 사법형 그룹홈인 청소년회복센터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9)

지금은 단단한 겨울눈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봄을 꿈꾸는 여리고 푸른 새싹이 숨 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 누구나 저마다의 작고 소중한 꿈을 먹으며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우리들이 되돌려주어야 한다. (10)

 

추천의 말 ; 마음으로 소통하는 법정

드러난 범죄에 대해 분노하고 엄벌을 요구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범죄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범죄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 그 원인을 분석하고 범죄적 요인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12)

내 생각과 너무도 똑같다. 우리는 신문기사만 보고 흥분하고 본질은 관심이 없다. 그러니 일정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그렇게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추천의 말 ; 벼랑끝에서 비상을 꿈꾸게 한 사람

자의든 타의든 교문을 나서는 학업중도탈락자, 그들은 학생도 아닌 그렇다고 성인도 아닌 우리 사회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이방인으로 방황하고 있습니다. (15)

학폭위 조치 중 8호는 전학이다. 전학을 가면 왜 전학을 왔는지 금방 알려진다. 그러면 적응하기가 어려워지고 문제를 일으키고 전학하고, 몇 번의 전학 후 결국 자의든 타의든 학교밖 아이가 된다. 학생이 아니기에 이젠 학폭위가 아닌 법적 처분 대상이 된다. 소년법을 없애자고 하는 사람들 정말 소년법을 없애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 걸까. 학교밖 아이가 범행을 저지르면 성인과 똑같은 처벌을 받는 거다. 벌금형이든 구속이든, 구속은 어른과 같은 감옥에 수감하는 거다. 돈이 없어 절도를 했는데 벌금은 어떻게 낼 것이며 그럼 구속하게 되는데 전혀 미성년보호도 되지 않는 감옥에서 생활하는 게 맞다고 보는 것인지. 몇몇의 아이들 사례만을 보고 섣불리 결정할 일이 절대 아니다.

 

1잘못했습니다. 사랑합니다

#01 치유와 회복의 소년법정

처분 전 소년분류심사원에 잠시 위탁되어 있던 아이들은 호송차에서 내려 포승줄에 묶이고 수갑을 찬 채 이곳으로 들어와 대기실 한편에 마련된 철창 안으로 들어간다. (23)

소년분류심사원이란 곳이 있다는 걸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이런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오는 것도.

이 안타까운 드라마의 주연이 소년과 그 가족들이라면, 법원 직원(참여관, 실무관, 법정경위), 소년사건 관계자(소년원. 비행예방센터 및 보호 관찰소 직원, 맡겨지는 소년을 데려가기 위해 온 청소년회복센터 운영자, 위탁 보호위원), 법정 방청객들은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누구보다 바라며 곁에서 묵묵히 이들을 돕는 조연들이라고 할 수 있다. (25)

소년법은 용서와 관용을 전제로 한다. 소년보호처분의 근거가 되는 소년법의 주된 목적은 비행을 저지른 소년을 처벌하는 데 있지 않고, ‘환경조정과 품행교정을 통하여 건전하게 육성시키는 데 있다. (26)

소년법의 목적을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소년의 치유와 외복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파격적인 처분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년의 인생을 바꿀 수만 있다면 이미 내렸던 처분이라도 바로 그 자리에서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26)

비행소년 역시 우리들이 관심과 애정으로 보살펴야 할 대한민국의 소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게 해달라고, 아집, 편견, 건성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소년들의 소리 없는 외침까지 귀 기울이게 해달라고, 소년들에게 가장 적합하면서도 공정함을 잃지 않는 처분을 내리게 해달라고, 소년들이 나의 처분을 죄에 대한 응보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전환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달라고. (27)

 

#02 그래요, 소통해야지요

경험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재판에 관계가 된 사람들은 사건이 종결되기를 기다리며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 가슴속에 이런저런 응어리를 쌓아가기 마련이다. (28)

그렇다. 법원에서 온 등기우편을 받으면서 혹여 남이 알까 두렵고, 법원에 간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기다리며 느껴지는 감정들도 마찬가지다. 판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찌른다. 내가 자식 잘못 키워 그렇다고 볼 텐데. 내가 그런가? 아닌데 어느 부모가 자식을 남에게 나쁜 행동하라고 가르치나부터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재판 과정 중에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29)

이것만 봐도 좋은 판사다. 주눅 들어 말을 할 수 없고 혹여 내말이 나쁘게 작용할까 말을 아끼게 되더라.

경청청청이야말로 법정 안에서 소통을 이루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이자 판사가 지녀야 할 가장 큰 덕목이다. (29)

예상치 못한 호통에 현수는 당황한 눈빛으로 안절부절못했다. 아직 사리판단이 분명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때로 호통이 약이 되는 순간도 있다. (30)

의도적으로 호통을 친다는 건데, 주위에 어른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판사님, 어차피 소년원에 갈 아이인데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한번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이 말에 아차 싶었다. 청청경청이라는 글자를 마음에 새기면 재판에 임하려 노력하고는 있지만 판사도 사람인지라 간혹 놓칠 때가 없지 않다. 이럴 때 주변에서 그걸 일깨워주는 사람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31)

권위적인 판사가 아니니까 가능한 거 아닐까.

소란을 피우면서까지 판사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현수의 절박함에는 일그러진 삶을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났다. (32)

소년재판은 즉시선고, 다시 말해 심리를 진행한 그날 선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즉시선고는 그 나름의 장점도 있으나 선고기일을 지정해서하는 선고에 비해 판사에게 충분히 생각할 기회를 주지 못하는 면이 있다. 소년에게 적합하지 못한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32)

그럼 아들 1차 심리에서 바로 판결을 안 내린 것도 이런 이유일 수 있겠다.

법정으로 들어올 용기는 어떻게 가졌어?”

재판을 좋게 받고 나가게 되면 정말 착하게 살면서 그동안 못 한일들을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좀 억울했어요. 그래서 재판정에 들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용기를 냈던 거예요.” (35)

 

#03 약해지지 마!

소년들은 아직 미성숙한 면이 많기 때문에 판사나 어른의 눈높이에 맞추어 다가가려고 하면 소통에 실패할 확률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년들을 훈계할 때 나는 비교적 단순하고 쉬운 말을 골라 사용한다. 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식보다는 유치하더라도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을 주로 쓰는 편이다. (38)

호통에 대해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것 역시 소통의 한 방식이다. (38)

이번 글쓰기 강사도 호통은 별로라고 했다. [반성의 역설]이란 책을 꼭 읽어보라고도 했다. 또 다른 견해와 관점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놀라운 것은 호통을 치면 신기하게도 적대적이라고 할 만큼 평소 사이가 나빴던 소년과 보호자가 순식간에 하나로 묶이게 된다는 점이다. 소년들은 자신 때문에 부모가 판사에게 야단을 맞는 것을 보면 죄책감과 더불어 본능적으로 부모의 편이 되곤 한다. (39)

아들도 경찰서와 법원을 다녀오고 다시는 부모에게 경찰서에 가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고 하더라.

종수는 자신의 잘못을 매우 깊이 반성하고 있었고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와 위자료를 지급하고 사과하는 등 원만히 합의하였으며 이 사건으로 다니던 학교도 그만둔 상태였다. (41)

반성과 합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더라. 합의는 금전적인 문제가 연결되니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과는 별개였다. 사과는 받아들인다고 하면서 터무니없는 돈을 요구하니 합의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감정적인 문제가 풀리면 금전적인 것도 해결된다고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더라. 판사도 터무니없는 금액이라고 생각했으니 합의가 없음에도 강한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것 같다.

시를 읽어나가던 종수와 그의 어머니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 처분 이후 모자는 법정 밖의 길거리에 앉아 오랫동안 서로를 부등켜안고 울었다고 한다. (42)

 

#04 한 아이가 그대를 열심히 사랑합니다

소년재판을 하면서 깊이 실감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가정해체 문제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45)

비행의 가장 큰 원인이 가정의 불화나 해체에 있음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장면이자, 부모 자식 관계의 회복, 다시 말해 가정의 회복이 비행소년의 교정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순간이다. (45)

소년들은 법정에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 어머니를 만나게 되면 반갑고도 원망스러운 마음에 감정이 북받쳐 어쩔 줄 모른다. 그래서 나 또한 언제 다시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게 될지 모르는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겨 소년과 가족, 특히 부모와의 관계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적극 활용하고자 애쓰고 있다. (45)

울음으로 공명하면서 관계회복의 출발점에 서게 되는 것이다. (47)

이분들의 공통적인 느낌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안타까움이다. 그 때문인지 소년법정을 방청한 이후 비행소년에 대한 혐오감이 크게 줄었다는 분들이 많다. (47)

하긴 비행소년이라고 하면 선입견부터 가지고 볼 테니... 그리고 학교폭력도 결손가정이나 부모가 잘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가정 교육했으면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내가 소년재판의 방청을 적극적으로 허가한 이유는 단 한 가지, 비행소년들의 실상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48)

나의 소년법정 방청은 어떤 분의 말씀처럼 소년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의 순례 코스처럼 되었다. (48)

선주가 비행을 저지른 가장 큰 원인은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한 가정문제에 있고, 그러한 폭력에 장기간 노출되다 보니 자신도 폭력성을 지니게 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49)

가정문제의 많은 부분이 아버지의 폭력과 가정에 소홀함에 있다.

아버님, 당신의 마음만 아픈 게 아닙니다. 따님과 부인께서도 함께 아픕니다. 부인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딸의 방황, 아버님의 좌절한 모습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따님도 동생의 죽음과 아버님의 폭력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따님과 부인은 당신이 바로 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51)

아이를 잃은 건 자신만이 아닌데 이렇게 자기 생각밖에 못하다니.

재판을 통해 관계회복의 실마리가 풀리기도 하지만 가족관계가 정상적이라고 할 정도로 회복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무료로 가족 상담을 받게 하는 등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 가족의 해체는 사회적 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결국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54)

 

#05 훔치고 싶은 유혹이 들면 이 지갑을 생각해

고모는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자기 자녀를 키우기에도 형편이 어려운데 도벽이 심한 조카들까지 돌보다 보니 가정생활도 엉망이 되고 그로 인해 시댁과 남편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았다. (56)

아이들이 상습적으로 절도를 하는 주된 원인은 경제적 곤궁 때문이었다. 친지들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아이들을 충분히 도와줄 수 없기에 이대로 돌려보내면 재비행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57)

소년원에서 학업을 마치고 기술을 배울 수 있다 해도 오히려 비행 수법을 배워 더 심한 범죄를 저지를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57)

금희야, 은희야. 이제부터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절대 남의 물건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혹시 훔치고 싶은 유혹이 들 때면 이 지갑을 생각해, 알았지?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판사님에게 꼭 연락해. 그러면 판사님이 다시 채워줄게. 그리고 다시는 이 법정에 와서는 안 된다.” (58)

이렇게 했는데도 안 되는 경우도 있구나.

비행소년들이 처한 상황은 참으로 열악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질곡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나쁜 선택으로 내몰린다. (60)

 

#06 아빠의 마음, 법관의 양심

소녀들 사이에는 임신을 하면 아무리 비행을 저질러도 소년원에 가지 않는다는 소문까지 나 있고, 실제로 그 때문에 임신해 있는 소녀들도 몇 명 보았다. (62)

비행소녀들은 출산보다는 낙태를 더 많이 선택하고, 출산하더라도 아기를 직접 기르려고 하기보다는 입양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사회로 돌려보내는 내 마음은 늘 편치 않았다. (62)

국선보조인을 선정하여 경진이의 이야기가 진실인지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63)

실제로 직접 조사를 명령하기도 하는 구나.

많은 고심 끝에 경진이에게 10호처분을 내렸다. 법관의 양심과 더불어 이미 잉태된, 천하보다 소중한 한 생명을 지켜야 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64)

장차 세상에 나오게 될 아이의 생명은 구했다고는 하지만 한창 피어날 또 다른 아이의 인생은 망쳐버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65)

 

#07 풀베개

아이들에게서 스스럼없이 연락이 온다는 것은 적어도 비행을 저지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늘 반갑고 고맙다. (71)

은미가 가출하게 된 것은 부모와 다른 혈액형 때문이었다고 하자, 그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것인지, 은미의 생각이 맞다는 것인지 파악할 수 없었지만 더 이상 물어볼 수는 없었다. (72)

그러게. 아이가 혈액형 때문에 가출한 거라고 했는데 그것에 대해 설명도 없으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은미가 내게 전화를 한 것은 이레센터에서 이탈한 지 약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이탈을 반복하는 은미가 밉기는 했지만 그래도 제 발로 돌아오겠다는 소리에 고맙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73)

구인장이란 보호관찰처분의 준수사항을 위반한 소년들을 강제로 데려오기 위해 판사가 발부한 영장으로, 소년이 구인되어 오면 보통 소년분류심사원에 임시위탁된 상태에서 다시 소년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보호관찰소에서는 나의 말에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였다. (73)

가출한 소년들 중에는 수중에 돈이 떨어지게 되면 숙식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아이들은 주로 차량털이와 같은 절도를 하고 여자아이들은 원조교제 같은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74)

 

#08 30, 어머니의 가슴은 아프고

119호 소년법정의 가장 훌륭한 도우미는 바로 국선보조인들이다. ... 소년재판에는 변호사를 주축으로 하는 법률전문가 국선보조인도 있지만 정신과의사나 심리학자를 주축으로 하는 정신심리전문가 국선보조인도 있다. 소년사건의 경우 아이들이 비행을 부인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사건의 유무죄를 다투는 등 법적으로 소년을 돕는 일보다 소년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거나 상담하는 일의 비중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79)

국선보조인이 모든 법정엔 다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때로는 소년과 그 가족의 딱한 사정에 복받쳐 울기도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면 그들이 이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하는지 집작이 되고도 남는다. (8)

소년에게는 반성의 기회를 갖게 하고 보호자에게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년을 소년분류심사원에 잠시 위탁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되면 소년은 집에 가지 못하고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생활해야 한다. 임시위탁은 형사재판에서 판결 선고 전까지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과 비슷하다. (81)

아이들이나 부모의 입장에선 판결도 나기 전에 갇힌다고 생각돼서 덜컥하겠다.

짧으면 2, 길면 한 달 정도 되는 임시위탁을 통해 인생에 있어 변화의 전기를 맞는 소년들도 많다. (82)

소년원에 임시위탁되면서 엄격했던 아버지의 눈물을 보고 제대로 정신을 차린 것으로 보입니다.“ (82)

 

#09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행히 그동안 법적으로 다소 소홀했던 피해소년에 대한 배려는 2008년 소년법 개정 등으로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비행소년의 잘못된 품성과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둘 사이의 화해를 권고하고 피해를 변상케 하는 화해권고제도나 성폭력 피해를 입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국선변호인을 지정해 수사 과정에서 공판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법률조력인제도가 그것이다. (86)

화해권고제도는 판사 재량이라고 한다. 아들도 1차 심리 때 화해권고제도로 피, 가해자 만나 화해하라고 했는데 하지 않고 심리했다. 왜 안하는 건지 물어보지도 못했다

참된 화해란 시중에서 합의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사과와 금전배상을 넘어서는 일이다. ... 화해가 이루어진 후에도 그 상처가 아물 때까지 최선을 다할 때만이 진정 어린 사죄라 할 것이다. (87)

피해자가 입은 상처는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만으로는 치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89)

결국 많은 생각 끝에 내가 직접 경숙이의 입장에서 편지를 쓴 다음 심리 중에 이를 소년들과 그 부모들에게 직접 읽히기로 마음을 정했다. 재판을 하는 판사가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적지 않은 피해자들을 만나 그들의 괴롭고 절박한 심정을 늘 경험했기에 여러 번 문구를 고쳐가며 완성하였다. (90)

학교폭력보다 학교밖 아이들이 더 많겠다.

 

#10 이제 저를 미워하지 마시고 이뻐해주십시오

1호부터 5호까지는 보호자나 보호자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에게 위탁하거나 강의를 듣거나 사회봉사를 하게 하거나 보호관찰을 받도록 하는 처분이고, 6호부터 10호까지는 소년보호시설에 격리하거나 소년원에 보내는 처분이다. (93)

아들은 1호처분으로 6개월간 부모에게 보호관찰 하에 있는 것과 4호처분으로 40시간 사회봉사였다. 아마 피해자와 합의를 했으면 4호처분은 없었을 수도 있다.

소년원은 집단적이고 폐쇄적 시설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비행소년들의 교화나 재비행 예방을 위해서는 적합한 시설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검정고시 합격을 위해 또 기술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9호처분보다는 10호처분이 오히려 소년에게 더 유익할 때도 많다. 그래서 소년들을 위해서라면 9호처분을 할 수 있을 때도 10호처분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94)

9호가 6개월이고 10호는 2년이다.

10호처분을 받고 송천정보통신학교(전주소년원)에 보내진 한 소년은 (94)

앞에서도 봤는데 외부에선 소년원이라고 되어있지 않으니 학교로 보이겠다. 난 소년원이라 써있는 줄 알았다. 하긴 그러면 그 지역에서 가만있지 않겠구나.

동식이가 마야쉼터를 이탈한 가장 큰 이유가 함께 생활하던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것이었기 때문에 다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97)

지금은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컴퓨터자격증을 따려고 준비 중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10호처분은 제 인생을 바꿔주고 저의 마음가짐도 바꿔주고 저의 손버릇까지 고쳐주고 있습니다.” (98)

#11 밥 잘 먹었습니다

후견적. 복지적 기능이란 결국 잘 지켜보고 잘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99)

나는 오히려 처분 이후 법정 밖에서의 소년들과의 소통이 아이들의 교정이나 재비행 예방에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99)

이런 판사가 얼마나 있을까.

특히 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소년들만을 위한 상담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나의 제안에 따라 김화원 이사장이 선뜻 기부를 하고 아동청소년상담 전문가인 이도경 교수의 주도 아래 20111월에 설립된 경청상담교육센터는 소년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100)

대단한 분들이시다.

이후 석태를 눈여겨보게 된 센터 측은 미술 지도를 하던 중 아이가 강한 자살충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내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끊고 경청상담교육센터로 달려가서 석태의 상태를 확인했다. (101)

직접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구나. 남다른 소명의식이 있는 분이시기에 이런 것인지 보통의 가정법원 소년과 판사가 이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석태는 그 후 6개월간의 보호생활을 잘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고, 지금은 취직을 하여 착실하게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가끔 내게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 (103)

 

#12 어젯밤에 판사님 꿈을 꾸었습니다

원규는 같은 종류의 비행으로 20119월에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고, 상습적으로 공갈 비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학교도 자퇴한 상태라 아무런 조치 없이 보호처분을 하면 비행이 더욱 심화될 것 같았다. (105)

아무리 건강이 좋지 않고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 해도 아이에게 관심과 애정은 쏟을 수 있고 옳고 그름의 사리 분별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자식을 방치하여 비행에 이르게 했으면서도 자신이 살기 위해 어린 아들한테서 장기를 제공받고 그것도 모라자 아들을 방송에 출연시켜 수술비를 마련하다니…….’ (107)

내가 봐도 이해가 안 되는 아버지다. 자신의 목숨은 소중하면서 아들은 나몰라 하다니. 도대체 부모라는 사람들이 왜 이런가 싶다.

나는 그의 꿈 이야기로 인해 내가 원규 가족과 식사를 한 것이 내 의지가 아니라 어떤 보이지 않는 힘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러다 결국에는 내가 소년부 판사가 된 것도, 비행소년들을 포기하지 않고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소명감을 가지게 된 것도 과연 내 의지로 된 것일까?라는 질문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110)

 

2부 학교의 위기, 소년의 눈물

#01 마약처럼 습관이 되어버린

2012년 봄부터 학교폭력으로 창원지방법원 소년부에 송치되는 사건이 급증하였다. 전에 없던 학교폭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2011년 겨울에 발생한 대구 학생 자살사건 이후로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바뀌어 학교폭력 사건들이 형사사건화된 까닭이다. (113)

학교폭력으로 법정에 선 소년들은 지금까지 소년재판에서 만난 소년들과는 많은 점에서 달랐다.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했던 가난한 결손가정의 소년들과 달리 신체적. 정신적 상태, 가정환경, 학업 현황 등에서 양질의 환경에 속한 소년들이 많았다. 이는 학교폭력에 대해 범죄심리학적 입장에서만 접근하던 종전의 입장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14)

맞다. 기존의 결손가정이 아닌 평범한 보통가정의 아이들이 더 많다.

실무를 처리하며 얻은 결론 중 가장 마음을 무겁게 했던 것은 학교폭력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청소년들에게는 일종의 쾌락 추구 수단이거나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점이었다. (114)

폭력은 중독성이 강하다. 권력처럼 폭력을 휘두르며 맛본 모종의 쾌감은 아이들을 학교폭력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114)

경태의 폭력에 못 이겨 친구들한테서 돈이나 옷을 빌린 한 아이는 친구들에게 매일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있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사정하고 있다며 시달림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115)

키도 자신들보다 20나 더 크고 문신까지 새긴 경태가 두려워서 대항을 못하기도 했지만, 중학교 때 선생님께 경태한테 갈취당한 사실을 알렸는데도 선생님이 별다른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고, 오히려 고자질했다는 이유로 경태한테서 심한 보복성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 후 어른들에게 이야기해도 해결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아예 저항할 의지조차 상실하고 말았던 것이다. (116)

예전엔 정말 학교가 은폐, 축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도 그런 학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치를 취하는 학교가 훨씬 많다. 신고가 의무화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사례가 너무 많아 학폭위 전담교사는 그 처리만 하기에도 바쁘다고 한다.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말하지 않는다. 결국 일은 더 커지고 알게 되었을 때 수습하기도 어렵다.

결국 열 명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피해자이면서도 다시 가해자가 되어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116)

처음에 돈 심부름을 시켰는데, 진짜로 돈을 가져오니 신기하고 좋았다. 그냥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돈이 내손에 들어오니까 진짜로 뭔가에 홀린 것처럼 황홀했다. 그 뒤로부터 마약처럼 습관이 되어버렸다.” (117)

경태 집은 부유하지는 않지만 부모와 형제들이 온전히 있는 보통의 가정이었다. (118)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해가는 악순환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주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는 한 학교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119)

 

#02 그냥 멋있어 보여서 가입했어요

학교폭력은 범죄심리학적 접근 여부에 따라 비행형인성형으로 나눌 수 있다. 비행형 학교폭력은 일회성 폭력으로 그치지 않고 이를 방치할 경우 범죄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이고, 인성형 학교폭력은 우발적, 충동적으로 발생하기에 범죄로 전이될 가능성이 낮은 경우이다. 이른바 일진이라 불리는 일진형 학교폭력이 비행형의 대표적인 예라면, 왕따 같은 집단따돌림은 인성형 학교폭력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학교폭력은 비행형보다 인성형이 더 많다. 신문기사화 되는 것은 물론 비행형의 심각한 유형이다보니 소년법 폐지하라는 여론이 많은 이유다.

부모와 교사들은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아이들이 이런 모임에 가입하여 비행을 저지르거나 피해를 당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사건의 진상과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었다. (124)

부모가 어떻게 사건을 보느냐에 따라 아이도 다르게 여긴다. 아들 친구부모 중엔 항상 자신의 아들이 억울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 아이는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아무리 과정이 억울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그건 변하지 않는다.

특히,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더욱 호되게 쓴소리를 했다. (126)

대구 사건에 대해 피해자 엄마가 쓴 책을 봤더니 교사들이 심각하긴 하더라. 상식이란 것이 없었다.

재비행을 한 소년은 이 사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강간미수죄로 또다시 소년보호처분을 받게 되었다. 그 아이의 부모는 이번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훈육 방식을 강하게 고집했었다. 어쩌면 이 소년의 재비행이 부모의 잘못된 훈육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소년비행의 근본 원인과 해결책은 결국 가정과 부모에게 있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127)

#03 나는 모욕감에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학교폭력 중 집단따돌림 같은 인성형 폭력은 기실 모든 학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성형 학교폭력이 법적 분쟁으로 확대된 경우,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회복하는 화해적 분쟁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 (128)

당연하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같이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건마다 전학을 시킬 수도 없다. 그런데 부모가 개입되면서 일이 더 심각해지고 부모들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반 친구들 중 일부가 장난삼아 놀리기 시작했는데 철주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자 나중에는 학교 전체에 소문이 나서 다른 반 아이들까지 가세하게 되었다. (129)

처음에는 장난에서 시작했으나 점점 폭력으로 변했다. 철주가 괴로워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버리고 그의 볼을 만지고 때렸다. 그리고 애들이 괴롭힐 때도 그냥 모르는 척하고 넘어갔다.” (131)

처음이 중요하다. 폭력도 괴롭힘도 대응을 하지 않으면 강도가 점점 심해진다.

철주는 계속된 집단괴롭힘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해야 했지만 고소를 당한 가해소년들은 여럿이 함께 했다는 이유로 자기 잘못에 대해 별다른 죄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132)

3주 동안 자식들을 격리된 공간에 보내는 것은 보통 부모들로서는 충격적인 일이다. 그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가해소년들의 부모들은 부랴부랴 철주 가족을 찾아가 사죄하고 용서를 받은 뒤 합의서를 제출하였다. (135)

살다보면 누구나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실수를 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이 교육이라면,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태를 수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역시 교육이다. (136)

좋은 표현이다. 활용해야지.

 

#04 내 말을 들어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학교폭력이 지닌 특성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관계성지속성이다. ... 학교폭력은 학교를 매개로 학교나 그 주변의 친구, 선후배 사이에서 발생하며, 그 관계성의 정도 또한 매우 밀접한 편이다. (137)

학교폭력 조치를 내리는 기준이 고의성, 지속성, 심각성이다.

거창한 도움을 주지는 않더라도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138)

그래서 청소년기 다 큰 것 같지만 집에 엄마가 있는 것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된다.

만일 누나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더라면 현진이도 다른 학생들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 현진이에게는 하소연할 수 있는 누나가 있었기에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140)

대구 학생도 형이 있었다. 형에게 얘기했어도 그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텐데.

진술 내용으로 볼 때, 건호는 처음에는 장난으로 폭행을 시작했으나 점차 죄의식이 무뎌지고 대범해져갔으며, 별다른 저항이 없는 현진이의 모습에 신고를 할 때까지 계속 폭행을 했던 것 같다. (142)

지난 번 재판 받으러 올 때 합의만 하면 끝나는 줄 알고 가볍게 생각하여 아침, 점심도 먹이지 않고 왔는데 끼니도 못 챙기고 바로 버스에 태워 소년원으로 보내게 되어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143)

심리가 끝나고 보호관찰소나 소년원의 처분이 내려지면 바로 데려간다. 인사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 아이도 부모도 충격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때로 상대에게 부담을 지울까 봐 말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비밀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나중에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홀로 고통받아왔음을 알게 된다면 더 아파할 것이고, 혹여 그 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되기라도 한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144)

 

#05 죽어도 거기에는 안 가요

학교폭력의 특징 중 하나인 공연성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공개적으로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자신과 피해자의 우열 관계를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한편 다른 학생들도 자신에게 도전했다가는 이처럼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이다. 공개적으로 폭력을 당하면 신체적 상처보다 수치심이나 모욕감 같은 정신적 상처로 인해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이 때문에 피해를 당한 학생이 오히려 학교를 그만두고 범죄세계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 (146)

그래서 공개적인 장소인 교실이나, 사이버 상에선 단톡방이구나.

퇴원한 후 등교하고 보니 상대 학생은 학교에서 날아다니고있었던 반면, 학생들은 노골적으로 일수를 무시하고 깔보았다. (148)

그 시설에서 일수는 또 다른 폭력을 경험하게 되었다. 소년들을 보호하고 선도해야 할 시설에서 소년들을 너무 가혹하게 다룬 것이다. (148)

시설이 이렇기도 하는구나.

#06 반성하고 또 반성해

과거에도 학교폭력은 있었다. 그런데 근래에 이르러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된 것은 폭력의 비인격성과 집단성 때문이다. (150)

하나하나 개인으로 만나보면 그지없이 순하디 순한 아이들도 함께 패거리를 만들어 집단을 이루고, 그 광기에 한 번 휘둘리게 되면 정글의 피라니아 떼처럼 흉포하고 잔인해져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150)

집단성의 문제는 집단에 동조한 개인에게 이성적인 판단에 따른 행동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게다가 집단행동의 특성상 큰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의식이 매우 희박하고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 (150)

아들이 중학교에 진학하고 혹여 네가 판단해서 아니라고 하는 상황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같이 행동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 뭘 몰랐다.

그렇다고 이들 모두를 학교에서 퇴출시킬 수는 없으므로 퇴학이나 전학으로 문제를 수습하려는 것은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151)

그러면 학교밖 아이들이 되고 사회문제로 커진다. 학교라는 울타리가 없기 때문에 한계도 없다. 잘못을 하면 바로 경찰 신고대상이 된다.

가해소년들이 윤희를 때린 이유는 제각각이다. 경미와 정희는 윤희가 걸레라며 자신들에 대해 나쁜 소문을 내고 다녔기 때문에 화가 나서 윤희를 때렸다지만 다른 아이들은 별다른 감정도 없으면서 경미와 정희가 윤희를 때리는 것을 보고 그냥 부화뇌동하였을 뿐이다. (153)

그들의 부모들도 윤희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충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금전공탁을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자신들이 왜 부모상담까지 받아야 하느냐며 강한 불만을 품었다. (154)

금전공탁은 합의할 의사가 있었으나 합의가 안 돼서 그나마 공탁이라도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변호사에게 들었다.

한 소년은 자신들을 다시 만난 윤희가 벌벌 떠는 걸 보면서 그날 폭행을 말리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며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한 자신을 용서해준 윤희 어머니에 대해 마음 깊이 고마워했다. (155)

제 자식이 그렇게 된다면…….’하고 생각해보면 끔찍합니다. 부모된 입장은 동일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157)

소년부 판사는 심리 결과 보호처분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면 처분을 하지 않을 수 있다. (158)

보호처분을 안 할 수도 있는 거구나.

이 사건에서의 폭력은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인데다 집단적이기는 하였지만 조직적인 것이 아니었고, 폭력도 단 일회에 그쳤기 때문에 전형적인 학교폭력이라고 보기가 어려웠으며, 또 앞서 밝힌 대로 아이들 모두가 각자 자신의 부모와 함께 장기간에 걸쳐 상담을 받으며 진심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쳤고, 윤희와 그 가족으로부터 용서도 받았기 때문이다. (158)

폭력의 정도가 심각했는데도 이렇게 보는데, 아들의 경우 우발적이고, 일회에 그쳤고 교육도 받았고 반성도 하고 사과도 했다. 부모들도 사과를 했고 상대 부모가 받아들였고 교육도 받았다. 단 합의금에 합의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상담했던 변호사들이 큰 일 아니니 너무 걱정말라고 했던 거였다. 하지만 검사나 판사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최초 피해자와 목격자 진술 조서가 어떻게 작성되어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처분이 낮은 것인지 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책을 보니 이 또한 판사의 재량이기에 복불복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피해자에게 깊이 사죄해 용서를 받고 이로 인해 재판에서도 선처를 받게 되면 가해자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는 동시에 더욱더 죄스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시는 피해자를 괴롭히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158)

화해를 위한 시도조차 없이 처벌이 내려진 경우 가해자로서는 법에서 정해진 벌을 모두 받았다는 생각에 화해의 장에 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159)

아들 1차 심리를 했던 판사가 천종호 판사처럼 호통치고 한 거였구나. 호통 칠거리가 없으니까 교육받는 중 존 아이에게 반성하지 않는다고 잘못했다고 생각을 하면 어떻게 졸 수 있냐고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부모들에게도 집단이니 혼자가 아니라 서로 위안이 됐을 거라면서 하더라. 서로 위안이 되는 것도 잘못이라는 건지. 피해자에게 따로 찾아가서 내 아이를 위한 것이니 다른 사람과 맞출 필요 없다고 하고 용서를 구하라는 게 아니라 돈으로 합의 보라는 거였다. 여러 가지로 황당하고 어이없었다. 그나마 2차 심리 판사는 먼저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고 아들에게도 아무리 동기가 좋아도 폭력은 안 된다는 말을 했다. 이 한마디에 아들은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이 다 없어졌다고 했다. 지금 상대 아이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고 페북 메시지로 인사를 해왔다고 한다.

 

#07 남의 눈에 눈물이 나게 하면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또 다른 이유는 폭력 발생 건수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모든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160)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가해자인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160)

학교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대학입시를 위한 전초기지의 역할을 하는 사이, 성적이라는 서열에서 일찌감치 밀려난 아이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일부 아이들은 학업보다 친구나 선후배들과의 관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학교를 다니게 된다. (160)

어쩌면 이들에게 있어 폭력은 서열에서 밀려난 아이들의 또 다른 서열짓기라는 놀이문화의 하나일 수 있다. (160)

결국 경쟁에서 밀려난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며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경쟁에서 밀려나 성적이 떨어지는 소극적인 아이들이 피해자가 된다. 경쟁이 가해자도, 피해자도 만들어낸다.

일단 학교폭력이 사건화 되고 난 이후에는 부모가 사건의 전모를 투명하게 알고 있어야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그래야만 피해변상 등 피해자의 피해를 온당하게 회복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재비행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1)

아마도 무적이라고 불리기 시작하면서 소년들 사이에 일종의 동류의식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소년들은 무적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후부터 집단적 폭력을 서슴지 않았고, 이로 인해 다른 학생들은 두려움 속에서 그들의 존재감을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162)

소년은 평범한 가정에서 출생하여 양친 슬하에서 성장해오다가 중학교에 입학한 후 노력한 만큼 1학기 성적이 나오지 않자 학업에 흥미를 잃으면서 비슷한 성향의 동급생 또래집단과 무리지어 다니다 본건을 저질렀다. (163)

한마디로 성적 부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다른 방식으로 메우려 했던 것이다. (163)

소년들이 수사기관에 써클 해체 다짐서를 제출한 상태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163)

탄원서는 보호자들이 사건을 보는 시각이 그다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었다. (166)

보기에는 약하고 어리기만 한데 이렇게 악질적으로 행동하는 줄 몰랐다.” (166)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모르는 부분도 많다.

 

#08 후련함보다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순옥이는 성추행을 당한 직후 담임교사에게 피해사실을 알렸고, 담임교사는 소년들을 불러 사실 여부를 확인하였다. (171)

순옥이 아버지는 정대의 태도가 의외로 강경하고 피해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이 딸의 장래에도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묻어두기로 했다. (171)

순옥이를 법정에 부르는 것은 그 아이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기에 나는 가사소년조사관에게 사실관계를 조용히 조사해줄 것을 부탁하였다. (172)

이렇게 해야하는데. 밀양 사건은 피,가해자를 한 자리에 앉혀놓고 조사를 했다고 하더라.

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뉘우침에는 인색하면서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데만 정신이 팔린 사람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그럴수록 상대의 마음은 오히려 단단해지고 처분 역시 강화될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174)

 

#09 꼭 아이를 볼모로 잡아야만 화해를 합니까?

우리 사회는 분쟁이 발생한 경우 화해나 조정과 같은 자치적 결정에 따른 해결보다는 법원이나 국가기관의 결정에 따른 해결 방식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175)

법원의 판결 등을 통한 분쟁해결 방식은 과다한 사회적 비용이 소모될 뿐만 아니라 분쟁으로 인해 파괴된 관계를 회복해주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175)

우리 사회의 강한 이중성에 그 뿌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176)

이런 이중성은 법감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군가 잘못을 저지르면 가차 없는 엄벌을 주장하지만 정작 자신이나 가족이 잘못을 저지른 경우에는 합리화하기 바쁘거나 가볍게 처벌받기만을 바란다. (176)

나는 앞부분은 해당하지 않는다. 뒷부분은 나 역시 그랬나? 그렇지 않다고 말 못한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경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한 배상금을 요구하거나 형평에 맞지 않게 엄벌해주기를 바라는 반면, 가해자들은 터무니없이 낮은 배상금을 제시하거나 자신들의 잘못이 별 게 아니라고 우겨댄다. (176)
학생회장으로 문제학생을 선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친 게 문제였다. (177)

성규에 대한 징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피해자인 민웅이가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말을 듣고 나니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179)

피해자들이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 방법으로 전학이나 자퇴를 선택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서 악순환이 된다.

민웅이가 학교를 그만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져보셨습니까? 이렇게 화해가 되는 것을 그동안 왜 안 하셨습니까? 좀 더 일찍 성규와 화해가 됐더라면 민웅이가 학교를 떠나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릅니다. 꼭 아이를 볼모로 잡아야만 화해를 합니까?” (180)

모범생 성규는 교칙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민웅이를 지도한다는 명분 아래 폭력을 행사했다. 어쩌면 성규의 지나친 행동은 문제학생은 이렇게 대해도 된다는 우리 사회의 묵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181)

 

#10 이제 쌤쌤이다 쌤쌤이야, 알았지?

엄밀히 말하면 사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실상은 법 안에 스며들어 있는 덕목 또는 정신이다. 법은 다만 그러한 덕목을 세부화시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182)

실정법 중에서 예외적으로 용서관용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소년법이다. (182)

사회에선 이런 소년법의 취지를 알지 못한다.

미래 사회의 자원이자 주인공인 소년들이 저지른 실수나 잘못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없는 것과 다름없다. (184)

계속 이어지는 보복의 고리는 누군가가 먼저 희생하고 양보하지 않고선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 보복의 고리가 계속 연결되어 가면 사회 전체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희생과 양보를 전제로 하는 용서는 보복의 고리가 연결되지 않게 하고, 평화롭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게 하기 위한 필수 덕목이다. 하지만 피해자에게 용서를 의무지울 수는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줄 뿐이다. 용서는 사회가 짊어져야 할 책무다. 이러한 책무를 잘 이행하는 사회가 인간을 인간답게 존중해주는 사회라고 할 것이다. (186)

 

3부 벼랑 끝의 아이들

#01 비행으로 치닫는 아이들

비행소년들 중에는 신체적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소년들이 많다. (189)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자기조절능력이 부족하거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로 고생하는 소년들이 많다. 이런 경우 대개 관계를 폭력적으로 다루려는 성향을 띠게 되는데 실제로 보호소년들은 분노와 타인에 대한 적개심이 보통의 소년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한 이를 조절하는 능력도 부족해 사소한 일에도 과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많다. (190)

아마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서툴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도 부족할 것이다. 이는 비행소년만 해당하지 않는다.

자포자기에 빠진 소년들은 자신도 세상도 돌아보지 않는다. 피시방이나 오락실에서 밤 늦게까지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술집에 출입하기 위해 신분증을 변조하거나 구멍가게나 마트에서 술이나 담배를 훔친다. 유흥비가 떨어지면 다른 아이들한테서 돈을 갈취하거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품 판매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하는데, 요즘은 이런 인터넷 판매 사기가 청소년들 사이에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차량털이, 집털이, 아리랑치기(취객 상대 절도), 퍽치기와 같은 절도 및 강도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193)

비행내용의 참담함에만 분노하고 비행을 저지른 소년들을 비난하기 전에 왜 어린 소년들이 비행으로 치닫게 되었는지, 우리 사회가 어떻게 그들을 내몰았는지 반드시 되물어야 한다. (194)

나 역시 이렇게 생각한다. SNS는 그저 분노하고 처벌만을 이야기 한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비행을 저지른 소년 역시 아직 소년이기에 얼마든지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소년범죄는 충분한 보호와 감독, 적절한 교육을 통하면 치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청소년 스스로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적 차원에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195)

소년들의 인생에 서둘러 마침표를 찍기 전에 그들이 발 딛고 선 벼랑 끝, 그 가파른 현실에 먼저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어른이고, 그래야 어른 대접도 받을 것이 아닌가. (195)

 

#02 네 번의 개명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습니까?

아직 미성년인 아이들에게 부모의 이혼은 삶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6)

재혼을 하면서 자녀들의 성을 바꾸는 문제는 정체성이 형성되어가는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이다. (196)

어머님, 중수가 네 번이나 개명을 한 것이 중수의 장래를 위한 것이었습니까? 아니면 어머님의 체면을 위한 것이었습니까?” 중수 어머니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198)

아들이 철창에 갇히자마자 바로 가버린 엄마가 아이를 위해 개명을 했을 리 없다.

#03 얘를 우선 소년원부터 데려다 놓으세요!

수년간 많은 비행소년들의 심리를 열고 재판을 해왔기에 아이들이 진실을 말하는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거짓말을 하는지 어느 정도 구별이 가능한 편인데 영우는 진심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205)

사람들은 누구나 불완전하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잘못이 있을 때 미안합니다또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억지로라도 하게 되면 관계와 소통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또 스스로 그런 말을 반복하다 보면 남의 탓을 하는 대신 자기 성찰을 하게 되므로 그 지혜를 벗 삼아 언젠가 인생행로에서 만나게 될 지도 모를 광풍을 무사히 넘길 수도 있다. (205)

억지로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 낫겠지만 과연 관계와 소통에 얼마큼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자신을 소년원에 보내버리라며 악다구니를 지르는 새어머니의 모습을 본 영우가 과연 집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208)

어떻게 이럴 수 있지.

 

#04 판사님, 10호처분해주십시오

용규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남의 것에 손을 대고있었다고 한다. (213)

재판이 끝난 후 용규 어머니는 아들의 뒷모습도 보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반면에 샬롬센터의 박 선생님은 심리가 끝난 후 법정 밖으로 나온 용규가 보관해달라며 맡긴 검은 봉지에 둘둘 말린 옷 꾸러미를 받아들고 통곡을 했다. (219)

부모라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자기 자식인데 아무리 사고를 쳐도 그렇지 너무 한다.

 

#05 ! 우리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부모가 없는 소년들이 2년간의 보호관찰기간을 무사히 넘기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222)

인생에는 몇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아니, 인생 순간순간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회를 스스로 붙잡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대로 흘려버리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227)

우리에게는 사소한 일들이 그들에게는 아주 큰 기회이자 놀라운 선물이 될 수 있다. 따뜻한 관심과 격려의 시선이 아이들이 올바르게 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227)

 

#06 이런 엄마 되기를 원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비밀이 선생님들을 통해 알려졌다고 생각하게 된 민경이는 선생님들에 대한 불신과 원망으로 무단결석과 거친 반항을 반복하는 가운데 점점 학교의 골칫거리가 되어갔고, 보호기간 중 재비행을 저질러 또다시 소년법정에 서게 되었다. (229)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민경이의 행동양식에도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229)

엄마라고 알고 있던 사람은 이모였고 엄마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황이 힘들었다고 한다. 엄마에 대해 왜 알려주지 않았을까. 아무리 숨기고 싶었더라도 알려주지.

미혼모였던 언니는 민경이를 낳자마자 저에게 맡기고 호주로 떠나버렸습니다. (230)

같은 자매인데도 참 다르구나. 자기 자식도 버리고 가는 언니와 조카를 딸처럼 키운 동생이라니.

돌이켜보면 알아서 잘하니까 또 잘하는 줄만 알고 민경이에게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아 너무나 후회되고 자책이 됩니다. (232)

민경이는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버림받는 것을 먼저 배워버린 불행한 아이입니다. (233)

이번 사례는 읽는 동안 울컥 울컥했다. 지하철에서 읽는데 눈물을 참아야 했다.

 

#07 그래, 우리 은갱이 잘되도록 해주래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은경이 친엄마는 아이를 낳자마자 외국에 입양시키려 했다. 그런데 이를 우연히 알게 된 할머니가 은경이 친엄마를 설득해 아기를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은경이 친엄마의 친척도 아니었고 법적으로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가 너무도 가엽고 측은했기 때문이었다. (237)

혈연보다 나은 사람이다.

할머니는 성의라고 생각하여 돈을 받기는 했지만 가해자들의 형편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알고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그중 생활형편이 더 어려운 소년들의 부모한테서 받은 돈 200만 원을 되돌려주었다. (238)

가해자에게 이렇게 하기가 어려운데 이 역시 대단하다.

피해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239)

 

#08 아니에요, 손녀예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유정이가 도망할 염려가 있어 소년이지만 부득이 구속영장을 발부해야만 할 상황이었다. (241)

유정이를 보내고 난 뒤 법정에서 본 유정이 눈빛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임신한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리를 전전하면서 비행을 일삼던 유정이의 눈빛이 너무 거칠고 사나웠기 때문이었다. (242)

아이를 낙태하거나 출산 후 입양시키는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 낙태를 하거나 아기를 입양시키고 난 뒤 아이들은 죄책감으로 마음이 황폐해지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감저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한 감정을 빨리 추스르지 못하면 다시 비행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정이가 바로 그러한 경우였다. (244)

참 어려운 문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권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2008년도 우리나라 청소년 임신은 연간 약 15천 건이 넘고, 그 중 미혼모가 약 5,6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245)

 

#09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미안하다

소년법정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유난히 일찍 철이 든 아이들이 많다. 비행이라는 드러난 거푸집을 벗기고 나면 삶의 부조리와 폭력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내던져진 아이들의 슬픔과 여린 마음이 보이는 것이다. (246)

음주와 흡연을 심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사이 성폭행을 당한 일도 있었다. 그때의 충격 때문인지 혜수는 담뱃불로 제 몸을 지지거나 칼로 긋는 등의 자해를 일삼았고, 자살하려고 옥상에서 투신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247)

매일 죄책감을 느끼고, 스스로 불쌍하다고 여기고, 자신은 태어나서는 안 되는 아이였다는 생각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재판장님. 혜수의 지금 소원은 네 식구가 한 자리에 모여 밥 한 끼 먹는 거라고 합니다.“ (248)

꿈 많은 소녀의 소원이 겨우 가족이 모여 밥 한 끼 먹는 것이라는데, 그 작은 소원조차 들어주지 못하는 부모를 원망조차 할 줄 모르는 여린 너의 마음이 무슨 죄가 있느냐. 사과해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어른들이란다. 오히려 우리가 미안하다. (252)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지만 부모라면 최소한 자식을 키우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려면 왜 아이를 낳았는지.

 

4부 다시, 희망을 찾아서

#01 청소년회복센터가 만들어지기까지

비행이 반복되거나 지속되는 소년범은 성인범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255)

그럴 거다.

소년기의 범행이 많을수록 성인범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비행소년을 건전하게 육성시키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과제는 재비행을 예방하는 일이다. (255)

비행소년을 24시간 관리할 수 있는 곳으로 가정또는 시설이 있는데, 시설로는 소년원이나 아동복지법상의 복지시설이 있다. (255)

법무부에 따르면 20125월 현재 소년원 한 방의 평균 수용인원은 10~11명이라고 한다. 7,8명이 공동 생활하는 곳도 있고 수용인원이 15명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256)

우리는 정말 엉뚱한데 돈을 쓰고 있다. 뭐가 중요한지 모른다.

소년원 출신자들의 성인범 전이 비울이 67%나 된다는 것과 2011년도에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처분인 8호처분을 받은 소년범 중 76%가 재비행을 저질러 소년원에 들어왔다는 통계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56)

소년들이 사회적으로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가족 간의 관계다. 모든 인간관계의 출발점이고 가장 기본이 되는 가족관계는 다른 모든 인간관계의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257)

청소년회복센터는 집단적. 폐쇄적 시설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도 부모와 가족을 대신하여 소년들을 보호해주고 소년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가정과 같은 공동체이다. (258)

부모 잃고 배곯는 비행소년들을 알게 되었고 그 아이들이 애처로워서 하나둘 집으로 데려와 숙식을 제공하고 학교와 직장까지 알선하고 있었는데, 그 모든 비용을 자비로 충당하고 있었다. 소년원 원장을 역임했던 남편과 그녀의 봉사와 헌신으로 수많은 비행소년들이 재비행의 길에서 벗어나 훌륭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259)

사실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묵묵히 좋은 일을 하고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청소년회복센터는 현재까지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오로지 법원에서 지급하는 교육비와 자원봉사자들의 후원금 등으로만 유지되고 있다. (264)

#02 판사님, 이러다가 제 명대로 못 살겠어요!

이렇게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센터 운영자들은 아이들로 인해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 아이들이 유달리 기특한 일을 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영혼이 조금씩 회복되는 생명의 기운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266)

갑자기 이 글을 보며, 나의 노후 삶은 여기여도 좋겠다 싶다. 입양을 하고 싶었으나 못했다. 꼭 가족으로 함께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았다. 청소년회복센터는 일손이 필요할 거다. 앞으로 10년은 학교폭력과 관련한 상담과 강의를 하고 23각 멘토 활동을 하고 예순이 되면 그땐 청소년회복센터에 가서 아이들과 생활하며 노후를 보내는 것에 대해 심각하고 고민해봐야겠다. 그때쯤이면 부모님도 안 계실 거고 아들은 독립했을 테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형준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판사님, 은혜 꼭 갚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떨려서 그만 말이 잘못 나온 것이다. (271)

 

#03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경험상 센터에 얼마나 빨리 정을 붙이고 정착하는지에 따라 소년의 재비행 여부, 나아가서는 올바르게 성장할지 여부가 좌우된다. (272)

민철이는 지난번 10호처분을 받았을 때 소년원에서 고졸검정고시를 합격하고 기술도 배웠으나 마땅하게 취직할 곳이 없어 속칭 노가다를 했지만 그나마도 일자리가 없어 하지 못하게 되자. (274)

사람은 자의든 타의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그걸 알고 나면 인생사 모든 일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분수를 아는 사람이고, 자신의 분수를 아는 사람은 삶의 비밀과 인생의 질서를 아는 사람이다. (276)

 

#04 앞으로 절대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아이들의 이런 식탐은 이곳 센터에서는 드문 풍경이 아니다. 폭식 현상은 특히 센터에 온 초기에 자주 관찰되곤 하는데, 이는 애정결핍에 따른 심리적 공허함과 금연이나 외출 제한 등 자유의 제약으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일어난 일시적인 폭식 현상이다. (280)

보통 2~3개월 지나면서부터는 이런 현상이 서서히 줄어든다. 센터 운영자들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고 언제든지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되면서 차츰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280)

 

#05 판사님, 삼계탕 드세요

오늘도 육성회비를 못 가져가는데 다시 집으로 쫓겨나면 어떡하지?’ (284)

나도 이런 기억이 있다. 초등 육성회비 해봐야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걸 다달이 내지 못했다. 매번 언제까지 낼 수 있는지 물어보는 선생님이 빚쟁이처럼 느껴졌다. 그때 제일 부러웠던 아이가 일 년치를 한꺼번에 내는 아이들이었다.

가난은 땔나무를 살 돈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며 걱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가난은 그런 걱정입니다. 그래서 가난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참으로 끔찍한 두려움입니다. (285)

가난한 환경에서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이 아이들은 부모 손을 잡고 외식을 하러 가는 평범한 일상조차 제대로 누려보지 못하고 자라왔던 것이다. (287)

판사님, 5만 원짜리 돈은 오늘 처음 보았어요.” (289)

 

#06 집보다 쉼터가 편해요

가족이 없는 소년들에게는 시설이나 시스템보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일이 더욱 절실하다. (291)

청소년회복센터를 운영할 때 센터 한 곳에 위탁되는 소년들의 수는 최대한 열 명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센터 안에서 또다시 소외되는 소년들이 생겨날 우려가 있다. (292)

 

#07 엄마라고 부르게 해주세요

아이들에게 엄마는 언제든 부르기만 하면 달려오는 만능해결사이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며 힘들 때 안기고픈 포근한 품이다. (297)

잘못을 저질렀어도 아무 조건 없이 두 팔 벌려 품어주는 존재가 소년들에겐 없는 것이다. (297)

어느 정신과 의사는 엄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용서할 수 없는 자에 대한 분노는 해가 가도 옅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스함과 포근함, 두려움과 분노 등 감성과 관련된 기억은 기억 중에서도 가장 질긴 정서기억으로 저장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299)

 

#08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반성하는 태도에 따라 소년원에 보내든지 말든지 결정할 테니까 그동안 반성문을 써놔, 알겠어?“ (305)

르포 작가 이선옥씨가 추천한 [반성의 역설]을 읽어봐야 겠다.

 

#09 아이구, 명철아, 센터장님 마음 상하시겠다

엄마의 정이 사무쳤던 탓인지 어느 날은 센터장 부부가 자고 있는 방에 몰래 들어가 센터장의 발을 베고 자기도 했다. (313)

할머니는 소년원을 기술 가르치고 공부 가르치는 공짜 학교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316)

 

#10 우리 아빠야!

인생은 관계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끝맺음하는 관계능력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322)

요즘은 이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수향이가 최근에 종이접기 1급 자격증을 취득하였는데 이것이 아마 아이를 크게 변화시킨 것 같습니다.” (325)

성취감이 곧 자신감이 된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일이야말로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드는 길이기 때문이다. (327)

 

#11 경희야, 딴생각 말고 훌륭한 화가가 되자꾸나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위한 1차적 목표는 재비행의 예방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소년의 건전한 육성이 될 수 있다. (328)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였을 텐데 그런 상을 받았으니 경희에게 미술 쪽으로 타고난 재능이 있으리란 짐작이 들었다. (331)

 

#12 판사가 선생님?

많은 비행 소년들이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있다. 2011년 통계에 따르면 14세에서 19세의 청소년 중 학업 중퇴 청소년 수가 전국적으로 약 6만 명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333)

이들이 재비행을 저지르지 않고 이 학교를 계속 다니는 이유는 학교가 그들에게 잃었던 꿈과 희망을 되찾아주었기 때문이다. (335)

학교밖 아이들은 교복 입은 아이들이 그렇게 부럽다고 한다.

우리들 중에는 한 번도 학교행사, 캠프, 수련회를 경험하지 못한 친구들도 적지 않습니다.” (336)

 

에필로그

그때 그 약속을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어 행복하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소년법정에서의 소통은 현재의 여건에 맞춘 것일 뿐 이상적인 소통의 형태라고는 볼 수 없다. (340)

한 사회의 수준은 가장 낮은 곳의 수준에 의해 좌우된다. (341)

지난 201110월부터 20123월까지 매주 한 편씩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창원지방법원 소년법정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엮어 <경남신문>에 기고한 일이 있다. (343)

찾아 읽어봐야지.

법과 법관 사이의 관계를 지속시켜주는 것은 바로 양심입니다. 양심은 법을 넘는 법입니다. (347)

 

격려의 말

소년범의 죄는 누구의 죄인가요?”

소년도 아니고, 부모도 아니고,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PD로서 또한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너무나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349)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에 대하여

1부는 소년재판의 사례를, 2부는 학교폭력 사례를, 3부는 좀 특이한 사례를, 4부는 희망적인 사례를, 한 꼭지글에 하나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 2부 학교폭력 사례가 나에겐 도움이 되었고, 3부에선 혈연이지만 남보다 못한 사례를 보며 화가 났고 혈연 못지않은 사람들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4부를 보며 노후 삶의 방향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을 발견했다.

 

2. 보완이 필요한 점

사례와 관련한 아이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 지 궁금하다. 알고 있는 몇 명은 내용이 있기도 하지만 좀 더 있었으면 한다. 그 아이들에게 재판 받을 때 심정이나 사건이 있고 나서의 달라진 마음 등을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다.

3. 이 책의 장점

무엇보다 풍부한 사례가 장점이다. 저자뿐 아니라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어 좋았다. 그 사람들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4.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

상담사가 쓴 학교폭력은 상담한 부분만 알 수밖에 없고, 판사는 재판전과 재판과정만 알 수 있다. 전체를 알 수 있지 못하다보니 최종적으로 어떻게 됐는지 알 길이 없다. 나는 학교폭력의 경험자를 찾아 인터뷰하고 그들의 사연과 사례를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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