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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9일 01시 52분 등록

17,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난세를 헤쳐나가는 신민들의 처세술)

 

자신의 위치를 지키면서 평화롭게 세상을 살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시대를 관찰하고 믿을 만한 사람을 가려 사귀며 주변을 깨끗이 하라.

 

228 계소자(係小子)는 작은 것, 장부가 아닌 사람, 소인배에 집착하고 얽매인다()는 말이다. 그러면 실장부(失丈夫), 장부를 잃게 된다. 사람을 가려 만나고 사귀어야 한다는 경계의 가르침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 역시 계소자라 하겠다.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하는 셈이니. 결국은 타인에 대한 미움은 자신을 갉아먹는 일이다. 나 역시 계소자실장부한 것은 아닌가 싶다. 타인에 대한 미움은 대상에게 나를 좌지우지 하는 힘을 실어주는 것 뿐이고 나만 더 약하게 만들 뿐이다. 용서하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메시지 역시 결국은 자신을 위한 메시지인 것 같다. 용서와 사랑이 힘들면 무시라도 할 것이고 괜한 감정에 나의 에너지를 뺏길 이유는 없는 것이었다.

 

229 재도(在道)는 직업에 있어서의 기술과 능력을 말하는 것이니 이런 능력을 갈고 닦기 위한 쉼 없는 연마를 뜻한다.

 

229 내종유지(乃從維之)는 그러나 사람들이 간절히 그의 구원을 바라고 그를 따른다는 말이다.

 

231 하지만 상대를 평가하려면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 나와 상대를 모두 알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시대를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나와 상대와 시대를 모두 읽을 수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난세에 처하더라도 빠져나올 구멍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간단한 말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은 나를 알기도 상대를 알기도 어렵다는 것에 있다. 그런데 이에 더해 시대까지 알 수 있는 경지란 어떤 것일까? 나도 시대를 읽고 싶다. 그렇다면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훈련은 시를 읽는 것,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첫째는 자신의 직업이나 일에 대한 확신이고(隨 有孚), 둘째는 직업과 일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끊임없는 공부이며(隨 在道), 셋째는 청렴하고 겸손하며 투명한 일처리(隨 以明)이다.

 

18, 존경받지 못하는 부자들에게(홀로 즐기는 부귀영화의 뒤안길)

 

236 ()가 지닌 가장 큰 위험은 일종의 중독성이다.

 

237 ()은 겉으로 드러내어 남에게 티를 내는 고집스러움, 그런 집착이다. 자기가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자식들에게 시간 날 때마다 시시콜콜 설교를 늘어놓는 그런 스타일.

 

 

239 ()는 직역하면 독()이다. 나쁜 돈과 권력이다.

 

240 도덕적으로 권장할 수 없는 자연의 도리에 어긋나는 그런 정도의 나쁜 돈과 권력이다.

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의 도리에 어긋나는에 밑줄 그었다. 법대로 움직이는 사회일수록 자연의 도리, 인간의 도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타고난 기질을 바탕으로 죽을 고비를 넘겨 가면서 어렵게 얻은 재물인 것이다. 그 축재의 과정에는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당연히 권장하고 장려해야 할 측면이 있다.  

 

19, 치자들에게(리더십의 본질은 무엇인가)

 

243 림은 원형리정의 모든 시간에 존재한다는 말이니 사람의 일생이 다스림에서 벗어날 수 없음이며, 사람의 사회에는 언제나 항상 반드시 다스림의 형태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247 (다스림)에는 우선 네 가지가 있으니 함림, 지림, 돈림, 지림이 그것이다.

 

248 함림의 함은 순수하고 열려있다는 뜻이며, 만인을 평등하게 대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림의 지는 지극한 정성을 뜻하며, 헌신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돈림의 돈은 후덕하다는 뜻이며, 포용력과 사랑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 다른 지림의 지는 지식과 학문을 뜻하며, 정치인이 아닌 실무책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서의 정확하고도 실질적인 지식과 능력을 의미한다.

 

20, 자기를 찾는 사람들에게(정관을 얻는 지혜)

 

251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하여 어떤 외풍에도 움직이지 않는 것, 이것이 관이불천이다. / 내 스스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부동심을 연마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관의 도를 주재하는 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관의 도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그런 나를 도와주는 신적인 존재에 대한 공경

 

관은 생각을 갖고 현상의 이면과 사태의 미래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흔히 하는 관광은 그냥 보이는대로의 풍광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며, 그 풍광과 유물들이 말없이 전하는 어떤 말을 고요히 듣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 견()의 차이점. 관광이라는 것이 이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보이는 것의 이면과 사태의 미래까지 보는 관(). ‘풍지관은 그런 점에서 시인의 괘이자, 화가의 괘이자, 작가의 괘이다.

 

253 동관이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라면, 규관(엿봄, 훔쳐봄)은 여자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

 

경계해야 할 세계관이되, 여자들은 어쩔 수 없이 리에서 정의 시절에 이르기까지 이런 시선을 버릴 수 없다는 게 <주역>의 진단이다.

 

(관아생 진퇴)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254 (관아생 군자 무구) 자기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리고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제대로 보아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퇴를 결정할 수 있는 통찰력으로 풀이했던 관아생을 거듭 언급하고 있다.

 

255 관기생은 타인과 사물에 대한 통찰이다. / 상대와 사물에 대한 사랑과 이해라는 동양적 가치관을 강조한 말이라 하겠다.

 

정관의 지혜를 깨달은 사람은 어떤 걸림도 없이 살 수 있으며, 학문을 추구하지 않아도 지혜가 생기고, 굳이 이익을 탐하지 않아도 부족함이 없으며, 인간관계를 위해 애쓰지 않아도 진실한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다. 이보다 더 큰 생활의 도가 어디 있겠는가.

도깨비 방망이 같은 지혜네. 어떤 걸림도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다.

 

256 그래야 <주역>에서 정말로 미래를 위한 변치 않는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니 직접 <주역>을 읽어라. 그러면 거기에서 영원히 변치 않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가장 합리적이고도 구체적인 해결의 방도를 찾게 될 것이다. / 어떤 상황에서 어떤 타개책을 써야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책이 바로 <주역>인 것이다.

 

257 관아생, 관국지광, 관기생/ 이와 같이 나를 알고 남을 알고 상황을 아는 세 가지 눈만 갖추면,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나아갈 바를 찾을 수 있고 취해야 할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괘명으로만 봤을 때엔 화산려, 산수몽 같은 괘가 눈에 들어왔으나 뜻을 알고 나서는 주역의 괘 중에 풍지관이 제일 마음에 든다. 풍지관만으로도 꼭지글 여러 개 쓸 수 있을 것 같다. 미우라 아야꼬와 풍지관, 관세음보살과 풍지관.

 

21서합, 사법부의 관리들에게(비리와 부정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261 사법활동을 음식을 씹어 먹는 행위에 비유한 것은 왜일까? 음식을 씹어 먹는 이 가운데 윗니는 하늘의 기를, 아랫니는 땅의 세력을 상징한다. 돌이 부딪힐 때의 그 강한 힘, 양과 음이 만날 때의 조화, 모든 음식을 남김없이 부서뜨리는 그 행위가 죄를 엄하고 세밀하게 다루는 형인의 활동과 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262 코는 얼굴의 정중앙에 우뚝 선 기관으로 자존심과 명예를 상징한다.

 

오늘날에도 명예와 관련된 사건(명예훼손)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범죄의 구성요건이 애매할 뿐만 아니라, 상대의 의도를 객관적으로 밝혀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일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기를 씹듯이 천천히 오래 조사하고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263 썩은 고기에선 당연히 몸에 해로운 독이 나온다. 그래서 우독(遇毒), 독을 만나서 조금()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때의 독은 형인 자신이 입게 될 재난이나 화다. 해묵은 대형 정치 비리사건 같은 걸 조사하다가 옷을 벗는 등 불이익을 당하는 검사들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된다.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느닷없이 쇠()로 된 화살촉()이 나왔다(). 아랫사람의 뇌물수수 같은 사고한 사건을 조사하다가, 이 사건에 상층부의 윗사람이 연루되어 있다는 단서를 잡게 된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쇠로 된 화살촉은 그런 단서를 상징한다.

쇠로 된 화살촉이 나온 사건으로 작년 이화여대의 정유라 사건만한 것이 없을 거 같다. 정말이지 고구마 캐려다 무령왕릉 나온 대박사건이었다.

 

265 주역은 형인이 경계해야 할 것으로 무소신과 여론에 대한 무관심을 들었다. 何校는 소신이 없어서 여기저기 묻고만 다니는 모양을 나타낸 말이며, 귀를 잘라버린다는 滅耳는 여론에 등을 돌린 자세를 일컫는다.

 

오늘날의 검찰이나 사법부도 똑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여론을 따르자니 법에 맞지 않고, 법조문만을 따르자니 시대착오적인 법 집행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주역은 두 가지 모두를 살피라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흉하다고 말한다.

나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것이 너무 갑갑하다. 흉악범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해야 하지 않을까? 인권과 사형 집행 사이에서 고민하기엔 최근의 범죄가 너무 잔혹하고 흉악하다.

 

266 몸 안에서 제대로 소화시키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사정을 두어 대충 씹었다가는 소화불량을 일으키고 병을 부르기 때문이다.

독서도 마찬가지.

 

말하자면 경찰이나 검찰을 우리의 이에, 죄인들을 음식에 비유하여, 각 음식의 종류마다 씹어 먹는 방법이 어떻게 같고 다른가를 설명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합은 범죄자를 다루는 일체의 사법활동을 말한다.

비유 좋다.

 

인간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한 존재이므로 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하여 인권을 보호해주어야 하며, 급하게 죄를 확정짓지 말고 오랜 시간 치밀하게 조사한 증거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무고한 사람을 벌하는 오류를 면할 수 있다.

 

너나없이 권력과 부를 추구하는 시대에 정직하고 곧은 형인은 힘없는 민중에게 힘을 실어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

 

22, 아름다움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외면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멋)

 

자연이 철마다 제 몸을 꾸미듯 사람도 누구나 제 몸을 꾸민다. 단지 마음을 꾸미지 못해 아름답지 못할 뿐이다.

나는 오히려 좀 꾸며야 할 터인데, 나이에 맞는 꾸밈의 이상을 아직 마음 속에 그리지 못한 거 같다. 20대엔 개성 있게 잘 꾸미는 편에 속했는데, 40대가 되니 길을 잃었다. 나이에 맞지 않는 치장에 대한 거부감이 앞서는 것 같다. 신경 좀 써야지. 물론 마음도 민낯이다.

 

(꾸밈)는 젊음의 상징이지만, 그저 작은 이로움을 얻을 뿐이다.

 

자연스러운 꾸밈이라야 허물이 없다.

자연스러운 꾸밈이 가장 힘들다. <오래된 미래>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나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흐르는 외모인듯.

 

269 주역은 이를 소리小利 유유왕有攸往이라고 표현했다. 외모는 작은 이익에 관련된 것일 뿐이라는 말이니 대사와는 관련이 없음이다. / 하지만 그렇게 번 돈으로 얼마나 큰 부를 이룰 것이며, 외모를 활용해 돈을 버는 일에 맛을 들인다면 결국 무슨 직업을 갖게 되겠는가?

 

270 그런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마침내 더 큰 불행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고, 이를 이겨낼 내부의 힘이 없으니 오히려 더 크게 실패한 인생으로 끝을 맺게 된다.

 

비기지는 그 발을 꾸몄다는 말이니, 외형을 치장하는 중에서도 가장 저속한 치장에 해당한다. 그렇게 꾸미고 나서는 자랑을 하고 싶은 게 또한 사람의 마음이다. 내보이고 자랑할 일이 없다면 외형을 그렇게 요란하게 꾸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수레를 버리고 무리에 섞여 걷는다고 했다.

모피 자랑하려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었다던 이멜다에 비하면 수레 버리고 걷는 것은 애교.

 

271 우리가 진실로 꾸미고 가꾸어야 할 것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어떤 아름다움이라는 말로도 읽을 수 있겠다.

달란트

 

274 미는 분명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임에 틀림없지만, 지금의 우리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바야흐로 익사할 지경에 처해 있다는 느낌이다.

 

23, 절망의 나락에 빠진 사람들에게(꽉 막힌 시절을 견디는 지혜)

 

그러나 그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운은 돌고 있다. 그 어려움을 이겨내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빛이 비치게 마련이다.

 

277 박은 깎아내는 것이요, 서로 연관된 기운이 막히고 대화의 고리가 끊어지는 상황이다. / 이처럼 절망의 나락에 빠져 있을 때 가장 소중한 것은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것이다. / 시간이 흐르면 운은 바뀌게 마련이다.

산지박괘는 <석과불식>과 더불어 신영복 선생님 덕에 많이 알려진 괘.

 

278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군대의 속어 또한 따지고 보면 같은 말일 것이다.

 

279 박의 기운에 순응하면서 먼 미래를 보고 고통을 인내하라는 뜻이다.

 

280 소인이든 군자든, 간인이든 충인이든, 가리지 말고 다같이 사랑하면 결국 마음을 얻어 서로 화합함으로써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가르침이겠다.

말이 쉽다.

 

종자를 먹지 않고 남겨둔 군자는 수레를 얻지만, 소인은 오두막마저 깨뜨린다는 말이다.

 

282 또한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 하더라도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훗날 쓸 종자까지 없애 버린다면 그야말로 망하게 된다. 순간의 어려움을 현명하게 극복하면서 미래의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24, 민주주의를 묻는 정치인들에게(백성에게 돌아가라)

 

285 복은 새로운 세상의 도래, 새로운 정치의 시작을 말한다. 이러한 새로운 기운이 태동할 때에는 힘차고 젊은 힘이 세상에 넘치게 된다. 이처럼 젊고 힘찬 기운을 주역은 형이라고 표현한다.

 

출입무질은 들고 남에 아무런 병통이 없다는 말이니, 거주 이전의 자유, 여행의 자유에 대한 선언이다. 붕래무구는 벗이 찾아와도 아무런 허물이 없다는 말이니, 사상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해당한다.

 

286 휴복은 여유를 가지고 하는 정치를 말한다. 모든 일에서 급한 성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서둘러 성과를 얻고자 한다면 누구든 뜻을 이루기 어렵다. 하물며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일임에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니 끝까지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길하다.

책도 그렇다. 책을 쓰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여유를 갖고 임하자.

 

287 혼란과 어려움을 이유로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보수요,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기꺼이 혼란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개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진보다.

인생도 그렇다. 마지막 괘, 화수미제에서는 수레를 끌고 큰 내를 건너는 모험과 도전을 하는 것이 이롭다고 하였다.

 

288 미복은 혼미한 다스림이다.

 

289 복은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다. / 민주주의에 대한 이런 가르침을 길흉화복의 단순한 점괘로 해석한 기존의 주역 해설은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 주역이 본래 전하고자 했던 철학, 본래의 가르침으로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주역은 출입무질, 붕래무구, 반복기도를 새로운 정치의 3원칙으로 설명했다.

 

휴복은 여유를 가지고 서둘지 않는 정치이며, 번복은 목표와 정책을 자주 바꾸는 정치다. 독복은 독자적인 노선을 고집하는 정치이며, 돈복은 후덕한 인격으로 많은 이를 따르게 하는 정치이다. 마지막으로 미복은 확실한 신념이나 목적 없이 행동하는 정치를 의미한다.

 

자신의 진퇴를 잘 아는 사람, 작은 이익을 좇아 철새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사람, 이상은 높으나 조직과 융화하지 못해 결국 뜻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 훌륭한 인품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 등등. 어쩌면 정치인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모습 또한 이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 다섯 가지 행태를 잘 알아 처신한다면 성공하는 정치인처럼 반드시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26대축, 야망을 키우는 사람들에게(큰 성공의 조건)

 

301 만약 자신이 가정에 매달리고 식솔들의 끼니에 집착하는 성격이라면, 대축은 포기하고 소축을 추구하라. 그것이 현실적이다.

 

둘째는 섭대천의 모험이다. 큰 강물을 건넌다는 말이니, 남들이 두려워하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감행하는 결단력과 용기, 추진력을 뜻한다. 모든 위대한 정치인과 탁월한 사업가들은 한결같이 이런 모험정신과 추진력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303 일한여위日閑與衛는 날마다 수레를 막아 세우고 지키며 점검한다는 말이다.

 

306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 소인과 이들 대축인이 다른 것은, 그래도 집안이 제대로 꾸려진다는 점이다. 그러자니 자연히 가족의 희생이 따른다. 작게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야 하고, 크게는 정신적인 고통까지 가족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축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금 등의 물질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능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키우고, 사람의 사귐을 신중히 하여 순수하고 지혜가 밝은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들게 해야 한다.

 

대축은 인간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늘의 기운이 함께 임해야 하는데, 이를 대운이라 한다.

 

27, 도를 묻는 사람들에게(속세에서 갈고 닦아라)

 

가족을 천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부양하며, 자기 분야에서 최고를 추구하는 사람이 진정한 도인이다.

 

310 사이령구舍爾靈龜는 영적인 거북靈龜이 떠난다舍 함이니, 미래를 읽을 수 있는 판단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 분이 오는게 아니라 그 분이 떠나는 것.

 

이를 주역은 늘어진 턱, 즉 朶라는 말로 묘사했다. 그런 턱으로는 음식을 씹을 수도 없고, 말을제대로 할 수도 없다. 그러니 흉하다.

혹시 택도 없다가 여기에서 왔나 싶어 사전 찾아봤는데 근거는 없네.

 

312 세상 경영에 참여할 자질이 아닌데, 어쩌다 높은 지위에까지 오른 잘못된 턱이다. 그래서 흉하다.

엄한 사람이 리더의 위치에 있으면 여럿 힘들어진다.

 

불경은 이의 도를 깨닫지 못해 아직 세상 경영에 나설 수 없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 사람은 그냥 세상에 나오지 말고 끝까지 은거해야 길하다. 바꾸어 말하면, 이런 사람이 세상에 나오면 흉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섭대천, 큰 내를 건너는 모험도 불가하다고 했다.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 것.

 

313 어떤 일이 이루어질 타이밍이 되면 징조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건에서는 이를 나를 도와줄 조력자의 출현으로 설명했다. 여기서는 라는 글자에 그와 같은 뜻이 담겨 있다. 유는 사람 사이의 인연, 어떤 일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미한다. 이유나 연유라고 할 때의 유가 이런 뜻이다.

나는 현재로서는 별로 좋은 조짐이나 징조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견대인(見大人) 해야 할 건데. 사람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 실망도 큰 건가. 마음을 비워야겠다.

 

314 이는 턱이다. 위턱과 아래턱이 맞아야 음식을 잘 씹을 수 있고, 목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아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으며, 얼굴 모양도 제대로 나온다. 이러한 이치 속에 도의 길이 모두 들어 있다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그만큼 세속적이고 현실적이다.

 

이에 비해 도는 다분히 탈속적인 개념이며, 인간의 세상보다는 신선의 세상에 가깝다. 노장사상의 도에 가까운 주역의 개념어는 오히려 무망이다.

 

주역이 속세를 사는 사람들을 위한 도의 길을 설명하면서 굳이 턱을 뜻하는 이라는 글자를 사용한 것은 왜일까? 턱은 우선 음식을 씹고 말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개인의 생존과 사회생활을 위한 필수 기관이라는 말이다. / 생존과 공동체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생활의 도를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비유가 없다고 하겠다.

 

나와 너의 공생, 아와 비아와의 조화, 형이상학적인 깨달음과 형이하학적인 현실생활의 동시 만족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기관이 어디 있겠는가?

 

315 주역에서 말하는 도인은 문자 그대로 길을 아는 사람이다. 천지와 만물의 운행 원리를 궁구하여 자연의 법칙을 깨닫고(이는 현대 자연과학의 목표와 방법론에 정확히 합치되는 것이다), 자신을 관찰하여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결정할 줄 아는 사람(이는 현세를 중시하는 모든 종교가 가르치는 삶의 준칙이다), 그가 바로 주역이 말하는 도인이다.

 

실생활에 충실하면서도 타인과 자연을 배려할 줄 아는 인간, 발전적이고 긍정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인간이 바로 주역의 도인이다.

주역은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좋더라. 뜬 구름 잡기보다는 땅에 발을 디디고 있어 흙냄새가 난다.

 

316 앞으로 좀 더 세밀하고도 합리적인 해설들이 나오기를, 그리하여 최총적으로는 주역의 가르침이 여전히 유효하고도 가장 올바른 것이라는 인식이 더 널리 확산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로써 주역이 어른들을 위한 성찰의 책이 되고 청소년을 위한 삶의 길잡이가 된다면, 필자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이유식 같은 책. 나도 궁극적으로는 엄마가 읽어주는 주역 같은 책을 쓰고 싶다.

 

318 천명을 알아 현명하게 살며, 심상이 만상을 해하지 않는 지혜로운 사람을 우리는 참다운 도인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현실을 유기하지 않으면서, 현실 너머의 것까지 추구하는 고귀한 삶을 바랄 때 마땅히 추구해야 하는, 그런 이미지로서의 도인이다.

 

28, 대과 동량을 찾는 사람들에게(과함을 이기는 지혜)

 

대섭過涉은 지나치게 무리해서 건넌다는 말이니, 과도한 모험이나 투자, 또는 전쟁을 말한다. 그야말로 지나친 건넘이요, 대과의 섭이다.

 

주역이 사용하는 무구(无咎, 허물이 없다)라는 용어는, 주로 어떤 일의 결과가 제 3자에게는 해가 되지 않는 경우에 사용되는 표현이다.

 

325 리의 세계를 향한 도전, 즉 성공하려면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 리섭대천이다. 모험과 실험의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과섭멸정은 무리한 실행, 자연의 질서에 위배되는 모험이다. 시공의 조화 속에서 실천함이 리섭대천이고, 시공의 조화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무모하게 도전하는 것이 과섭멸정이다. 이 둘을 분별하는 것은 시공의 조화와 흐름을 읽는 지혜에서 시작된다.

 

326 어떤 물건이든 용도와 격에 맞게 써야지, 욕심을 과하게 부려 엉뚱한 데 사용하면 일 전체를 어그러뜨린다. 하물며 사람은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자기 그릇의 크기를 알지 못하고 그저 많이만 담고자 하거나, 격에 맞지 않게 너무 큰 일을 도모하면 일을 이루기는커녕 심신만 상하고 만다.

 

대과의 오류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겸양과 절약이다. / 시간과 공간의 조화가 행복과 성취의 기본 요건인데, 이를 위배한 만남이라는 것이다.

 

29, 곤경에 빠진 사람들에게(구덩이에서 빠져나오는 법)

 

정성스런 술 한 동이, 투박한 기장밥 한 그릇에 순수한 마음을 담아 손님을 대접하면 마침내 허물이 없다.

미래의 독자를 대하는 마음. 글쓰기의 기교나 기법 따위 없다. 투박한 기장밥 한 그릇에 순수한 마음을 담아 손님을 대접하듯 글을 쓰자.

 

330 늪이나 구덩이에 빠졌을 때는 늪 바깥의 어떤 것, 구덩이에 빠지지 않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Out of box thinking, 신을 만나는 것. 용서.

 

332 납약자유(納約自牖)는 값있는 물건이 아니라 정직한 마음을 선물한다는 말이다.

 

334 사실 인생에서 만나는 구덩이는 다른 누군가와 연관이 되어 있다. 산속에 혼자 은거하는 사람이 구덩이에 빠질 일은 거의 없다. 누군가와 거래를 하고 다투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구덩이가 생기고, 욕심 때문에 결국 그 함정에 걸려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타인들을 대함에 있어 공평무사하게 한다면 대부분의 구덩이를 피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에게 미리 인심을 얻어 둔다면 나중에 구덩이에 빠졌을 때 틀림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악법도 법이고 악연도 인연이라 생각하고 살아가야 할까.  

 

30, 과도한 열정에 사로잡힌 청춘에게(열기와 혼란 속에서 길 찾기)

 

341 앞에서 주역은 리의 과도한 열기와 혼란을 잠재우는 세 가지 방법을 설명했다. 여유, 공경, 중도가 그것이다. / 너무 일찍 만세를 불러서는 안 된다.

 

342 오늘날의 시간으로 비유하자면 오후 두 시의 상황이다. 그런데 실은 이때가 가장 뜨거운 시간대다. 그러므로 일측지리는 해가 기운 것 같지만 사실은 더 뜨거워진 시간을 의미한다. 이를 오해하지 말하는 것이다.

 

344 살다 보면 누구나 주체할 수 없는 열기와 열정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유난히 그런 성정이 강한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다 겪는 일이다.

내가 좀 그런 편인데 나이 드니까 수그러들더라.

 

345 이 열기와 열정으로 젊은이들은 사회의 부정을 고발하고, 잃어버린 순수를 회복시킨다. 많은 사람들은 또 그 순수한 열정과 혼란의 체험을 바탕으로 삶과 세상, 이웃과 자신을 사랑할 힘을 얻기도 한다.

 

346 이렇게 함께 붙어서 같이 움직여야 할 것들이 떨어지는 현상, 그것이 바로 리다.

이혼

 

대답은 자명하다. 원형리정의 질서를 회복시키고, 저마다 중도의 자리로 돌아가 균형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31, 이성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사랑이라는 감정의 실체)

 

세상만물이 음양의 조화로 존재하듯이, 인간의 정신세계 또한 이성과 감성으로 이룩되는 것이다.

리의 반대가 함이며, 일체의 감정과 통찰력, 감성과 느낌이 모두 여기서 나온다.

 

350 순수한 어린아이의 감성(咸其拇), 그 통찰력이 우리의 길을 영원히 인도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천국에 가고도 남는 삶을 살 수 있을 터인데, 그럴 수 없는 것이 또한 인간 운명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잃어버린 순수한 감정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땀 흘리며 면벽을 하고, 수행을 하고 명상을 하는 수밖에 없다.

 

351 수련하고 거하여 더 큰 깨달음을 추구하면 길하지만, 어설픈 느낌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면 흉하다. ‘선무당 사람 잡고, 반풍수가 집안 망친다는 속담과 같으리라. 처음 무언가를 새로이 알게 되면 세상을 다 얻은 듯이 흥분이 되겠지만, 아직 씨앗 상태임을 알고 더 키우기 위해 정진해야 한다.

지금 나의 상태이다. 선무당이자 반풍수다. 중요한 건 내가 선무당인 것을 알고 있고 지금 섣불리 밥을 지으려 하면 설익은 밥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새로이 접하게 된 것에 대한 설레임과 흥분은 밥을 짓기 위해 필요한 열로 고이 보존하되, 충분히 뜸 들이며 정진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질 것이다.

 

354 그러므로 육체를 움직이지 않고 말씀만으로 자신이 깨달은 도를 펼칠 수 있는 함의 경지가 바로 함기보협설이다.

 

355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면서 자연의 기를 느끼고 이와 교감하는 사람의 능력은 점점 퇴화되었다. 자연을 사람과 더불어 교감을 나누는 이웃이 아니라, 정복할 대상으로 설정한 때문이다.

승마를 통해 자연과의 교감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마침 기회가 되어 큰 아이 승마를 했는데 아이가 다행히 좋아해서 막내와 함께 정기적으로 배우려고 한다.

 

저마다 타고난 근기를 깨달아 알맞게 수행하고 정진하면서, 다듬고 또 다듬는 수밖에는 없다.

 

32, 변화가 두려운 어른들에게(변화와 불변의 변증법)

 

359 이때에는 적극적으로 세상에 나아가야 유리하다. 아니 유리하고 불리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성인이 되었으면 마땅히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아가서 개인적인 성취를 꾀하고 사회, 국가적인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설령 자신의 뜻을 펼치기 어렵더라도 최소한 처자식의 생계라도 책임져야 한다.

 

361 항의 생활이 보통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 없는 것은, 이처럼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363 자연의 변화는 변()이나 동()이 아니라 화()이며 정()에 가깝다. / 자연으로 돌아간 사람들, 자연의 변화와 자신의 변화를 일치시킨 사람들을 존경하고 따르라는 가르침이다.

 

364 주역은 이처럼 세속의 삶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자연에 은거한 군자들을 칭송하되, 속세에서 온갖 문제와 씨름하며 하루하루를 고달프게 살아가는 성실한 사람들의 고뇌와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고뇌와 아픔에 대한 종합 처방전이 바로 주역이다.

 

33, 사표를 써야 할 사람들에게(물러남의 지혜)

 

370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노래한 시가 있다. 또 우리가 늘 강조하는 유종의 미라는 말도 있다.

 

물러난 이후의 생활을 미리 준비해 둔 연후에, 때를 잘 살펴서, 남들을 배려하면서 물러나는 것이 최상의 물러남이라는 설명이다.

 

34, 대장 힘이 장한 사람들에게(힘은 어디에 쓰나)

 

377 그렇다면 이런 오만한 용기와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신념에서 나온다. 자신의 힘에 대한 과신, 종교적 정치적 사상적 맹신이 이런 그릇된 힘을 촉발시킨다는 말이다. 무식한 확신범은 용감한 법이다.

대학을 갓 졸업했을 때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생각 외로 맞지 않음에 의아한 적이 있었다. 나도 그들이 지향하는 사회를 지지하는데 뭐가 문제일까 싶었는데 자신만의 정의에 빠져 있다는 것이 이유인 거 같았다. 최근에는 기독교와 애국이 만날 때가 갑.

 

381 이처럼 힘은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 가두는 자와 갇히는 자 모두가 갖추어야 할 어떤 것이다. / 가족들의 안전과 최소한의 안락을 책임질 수 있는 힘

 

382 그래서 주역은 대장이 멸극의 시절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다.

난세에 영웅난다.

 

36, 명이 때를 얻지 못한 현자들에게(되는 일이 없을 때의 처세술)

 

394 일은 당사자의 능력이나 노력만으로 성사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치를 밝히고, 각각의 요소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한 책이 바로 주역이다.

 

395 명이(明夷)의 운이 닥쳤을 때에는 정당한 공조차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끝까지 서둘지 말라고 했다. ()은 급()하다는 뜻이며, 우연히 세운 공을 인정받기 위해 급히 서두르지 말라는 의미다.

 

397 명이지자는 지혜라도 갖추었지만 불명지자는 때를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혜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 그래서 불명이고 회(, 어둡다). 캄캄한 어둠 속에 갇혀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나아갈 길도 모르는 사람이다.

 

세상에는 인간적인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다. 별볼일 없어 보이는 사람이 하는 일마다 잘 풀려서 부와 권력을 누리는 경우도 있고, 학식과 인격이 훌륭한 사람이 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사람들과도 제대로 어울리지 못해 궁핍한 생을 살기도 한다. 특히 일제 식민통치와 한국전쟁, 유신과 군사독재의 험난한 현대사를 경험한 우리 민족에게는 이런 일들이 심심치 않게 있어 왔다.

 

398 이상을 펼 수 있는 만남이 진()이라면, 때가 어긋남이 명이다. 명이에서는 이처럼 명이지자의 근본을 밝힘으로써 자신의 진퇴를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하였다. 

 

37, 가인 가정을 이끄는 부인들에게(교육과 가정경제를 책임진 가인의 도)

 

401 가문의 인물을 키워내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는 뜻이다.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스스로가 인물이 되어야.

 

이처럼 가인은 바깥활동을 하지 않고, 집안의 일만 잘해도 끝까지 길하다고 했다. 여인의 역할에 대한 무시가 아니라, 집안 일이 그만큼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시급 1만원이 이슈가 되는데 가사도우미는 이미 시급 1만원을 넘었다. 그간 가사업무를 하던 여성들은 육아나 가사업무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했는데, 막상 일을 하려면 급여의 상당부분을 육아와 가사업무에 지출해야 한다. 그만큼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뜻이긴 하나 뭔가 딜레마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404 가정과 가족에 대한 문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우리 시대의 중요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육아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아기는 지났으니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노년의 부모님들이 기다리고 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으니 기본적인 역할과 책임, 도리라는 것이 있음은 알겠는데 내 삶과의 균형, 조화도 모색하지 않으면 기꺼운 마음으로 끝까지 가기 힘들다.

 

406 주역의 이 가르침은, 우리 시대와는 아무래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다. 아니면 우리가 지금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역의 모든 가르침과 글자 하나하나까지 신봉하는 사람들에게는, 틀림없이 우리의 이 시대가 부자연스러운 것일 터이다.

 

38, 수렁에 빠진 젊은이에게(배신과 자성의 회복 사이)

 

이는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는 배신이 되겠지만, 내게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마지막 여행이 된다. / 무거운 수레를 끌고 가는 사람을 본다. 그는 이마에 죄인의 표식을 했고 코가 베였다.

 

413 규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이제까지의 삶 대신 새로운 삶을 찾아 인생을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구본형의 단식

 

상마물축(喪馬勿逐)은 잃어버린 말을 다시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니, 과거의 기득권이나 이권에 대한 미련을 모두 버린다는 뜻이다.

 

자복은 스스로를 회복한다는 말이니, 자성의 회복이다. 이것이 규의 목적이자 본질이다. 물질이며 권력이며 명예를 버리는 대신 양심과 진실과 본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415 많은 사람들이 나 하나 때문에 더 불행해지지 않도록 먼저 조치를 취하라는 가르침이었다.

노통이 생각난다.

 

417 그래서 우선 화살을 들고 나가 쏘아댄다(선장지호, 先張之弧). 화살을 쏘는 일은 내 나름의 저항이자, 내가 가진 무기, 나의 재능을 총동원해 맞선다는 의미.

 

419 사람은 누구나 원치 않는 삶을 살게 되는 때가 있다. 길지도 않은 인생에서 이처럼 원치 않는 삶을 사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그 인생은 불행한 인생이다. 그러므로 돌릴 수 있다면 돌려야 한다. / 그런 면에서 규는 이탈이고 전환이며, 동시에 회복이고 복귀다.

유턴할 수 있다면 유턴!

 

420 그러므로 지금 살아도 사는게 아니라면, 인간의 길을 찾아 과감하게 배신하라. 미련을 버려라.

 

39, 다리가 꺾인 사람들에게(고난을 극복하는 상생의 지혜)

 

423 왕은 중심을 잃고 헤매고, 신하는 사리사욕으로 국가와 국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건의 모습이다.

박근혜

 

426 이 때에도 강한 인내심으로 견디면 오래지 않아 운이 바뀐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 된다는 말이 뜬금없이 왜 생각나는지.

 

40, 잘나가기 시작한 사람들에게(운이 풀리기 시작할 때의 처세술)

 

모든 것이 꽉꽉 막히는 건의 운이 끝나면 모든 것이 술술 풀리고 해결되는 해의 운도 찾아온다.

 

429 혼란하고 어렵던 시절이 지나고 희망의 시기가 왔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새 세상을 건설할 수 있는지를 논한 구절이다. / 희망이 보인다고 모두 제 목소리를 높인다면 다시 혼란스러워짐을 명심해야 한다.

나도 문재인을 지지하지만 문빠는 부담스럽더라.

 

431 해의 운이 왔다고 해서 운에만 의지하면 군자가 아니다. 군자는 오직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며, 해의 운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일이 되게 하는 사람

 

432 때를 놓치면 오랫동안 계획했던 일들도 성사시키지 못한다. 정확한 시기를 읽어 추진하되,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도록 늘 새겨야 한다.

초심을 새기고 때를 주시하고

 

과거의 어려움은 미래를 개척하는 나침반이다. 지난 날의 어려움을 잊는다면, 행운이 찾아와 약간의 부와 명성을 얻게 되더라도 이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41, 투자에 나서려는 사람들에게(반드시 수익을 내는 투자의 도)

 

441 손은 투자이며 주역의 손은 어디에 어떻게 투자를 하고,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투자가 실익을 거둘 수 있는지를 가르친 장이다.

 

442 손은 출발점이며 살짝 비치는 봄기운에 막 새순이 트는 순간이어서, 열매를 맺기까지 조심하고 두려워하며 정성으로 돌보아야 한다.

 

42,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가들에게(지속적인 수익의 조건)

 

447 시대와 사회가 갈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그 흐름에 동승해야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독자가 원하는 시대정신 파악

 

452 돈을 벌고자 한다면 이렇게 새로운 변화의 기운이 충만한 경쟁의 땅으로 가야 한다. /  실물경제가 중요하고, 살아 움직이는 변화와 개발의 땅으로 나아가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브라질 채권 샀다. 고위험도 아니고 초고위험. 오죽하면 비과세인지.

 

셋째, 시대가 요구하는 사업에 투자하라. 국가가 장려하고 당대의 사회현실이 원하는 일을 찾으라는 것이다. 이는 세상과 시대를 크고 넓게 볼 줄 알아야 가능한 일이며, 대의경제 원칙의 천명이다.

세계경제의 흐름을 잘 파악하는 눈과 감을 갖고 싶다.


453 십붕의 거북점은 어떤 사람에게는 선배나 스승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일이 될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는 일이 될 것이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주역처럼 실천철학을 강조한 고전들을 찾아 읽는 일이 될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거기서 나름의 길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십붕의 거북점이다.

 

43, 억압받는 민초들에게 항쟁의 역사

 

457 고향으로 돌아가 외친다 함은 자기 본연의 자리 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간다는 뜻이다.

 

45, 대중을 상대하는 사람들에게(무리를 이끄는 지혜)

 

475 군중이 모여드는 것은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 위한 전조. 잘되는 회사는 지원자가 많은 법이다. 그래서 췌는 형이라고 했다.

 

476 유부부종(有孚不終)은 믿음이 있었으나 끝까지 가지 못했다는 말이니, 리더와 무리 사이의 믿음이 오래 유지되지 못한 상황이고, 어느 한쪽의 믿음이 깨진 상황이다.

믿음과 기대, 설레임이 있었으나 그 마음이 끝까지 함께 가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모든 것은 끝이 아니라 순환이니 그저 하나의 마디라 생각하자.

 

478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는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다. 사람들이 모여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사소하고 불가피한 말썽들은 리더가 잘 관리하고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리더의 중요성

 

46, 승승장구하려는 청년들에게(성장과 발전의 씨앗)

 

488 무작정 열심히 노력만 한다고 성장과 발전이 이룩되는 게 아니다. 어두운 것을 멀리하고 밝은 남쪽으로 나아가 세상을 빛낼 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타고난 바탕과 어린 시절이 가장 중요하다.

 

47, 곤란한 지경에 빠진 이웃들에게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지혜

 

코를 베이고 다리를 잘리는 형벌로 괴로움에 처했다면 이는 신과의 교감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서서히 운이 회복될 때에 신께 제사를 지내야 이로움이 있다.

 

499 문제는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런 어려움에 빠졌던 다른 사람들이 어떤 해결책을 사용해 탈출했는지를 역사와 경험을 통해 배우는 일일 것이다.

 

50, 공평한 분배를 묻는 이들에게(솥단지에서 배우는 분배의 원리)

 

솥에 음식이 가득하고, 원수는 병이 있어 오지 않는다.

능히 혼자 가질 수 있으나 그러지 않으니 곧 길하다.

 

523 정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분배의 도와 균형의 정신이다.

 

528 재료에 불과한 인간이 뒤엉켜서 살다가 마침내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피안으로 떠나는 게 인간의 삶이기 때문이다.

 

52, 욕망의 전차에 올라탄 사람들에게(멈춤의 도)

 

547 주역에 따르면 멈춤에도 도가 있고 때가 있다. / 타이밍을 지나치면 큰 사고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노란불에 멈추어야 하고 사람은 불길한 기운이 나타나기 전에 멈추어야 한다.

 

56,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여행의 기술)

 

581 여행은 끝이 나야 길하다는 말은, 돌아옴이 있는 여행만이 의미가 있다는 말이자, 끝이 좋은 여행이 참으로 좋은 여행이라는 의미다. 여행의 의의를 설명한 말이자, 사람은 여행의 끝, 즉 죽을 때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겠다.

인생은 나그네길.

 

584 새가 그 둥지를 태우고 떠나듯 근본을 잊고 여기저기 떠도는 사람은, 처음에는 웃어도 나중에는 재산을 다 잃고 슬피 울며 후회하니 흉하다는 뜻이다.

 

585 인생 자체가 무상한 나그네길이라고 해서 가정을 하찮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이겠다. 또한 돌아갈 본향으로서의 저 세상을 항상 마음 속에 새기고 살아야지, 어리석은 새처럼 되는대로 하루하루를 살아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586 나그네의 처지에 놓인 모든 인생들에게는 여행의 기술, 나그네의 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그네의 도라는 말 좋다. 언제 한번 꼭지글 써야지. 그런데 최근의 여행은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죄다 편한 여행 뿐이었다.

 

587 나이가 들수록 돈은 더 필요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돈을 벌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니 국가가 나서서 노년의 여행을 지원해야 한다.

국가가 나서서 노년의 생활이나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지원해야 한다는 말 너무 참신하다.

 

61, 중부 믿음을 구하는 사람들에게(믿음의 정체)

 

623 미더움은 복어를 다루듯 해야 길하고 큰 내를 건너는 이로움이 있어야 끝까지 이롭다는 말이다. 진실한 믿음인 중부는 독이 있는 물고기인 복어를 다루듯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런 조심성이 있으면 더불어 큰 모험을 해도 이롭다고 했다.

 

624 내게 좋은 잔이 있으니 내 너와 더불어 나누리라.

풍택중부에서 이 괘사가 나는 제일 마음에 들더라. 미래의 내가 얼른 와. 내게 좋은 잔이 있으니 같이 건배하자며 지금의 나를 부르는 것 같다. 나에 대한 믿음, 언제나 내 편은 바로 미래의 나와 지금 내 안의 나다.

 

64, 미제 아직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큰 내를 건너는 모험)

 

649 그러므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젊음의 그 생동하는 기운을 회복해야 한다.

 

650 과감하게 기제로 가는 강을 건너는 모험을 결행해야 생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안정된 웅덩이에 고여서 썩기보다는 파도에 휩쓸리더라도 생동하는 물이 되어야 한다.

 

651 미제자라면 마땅히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되며, 모험을 두려워해서도 안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큰 내를 건너는 모험이다. 그래야 기제로 건너갈 수가 있다.

 

655 나는 사람들이 여전히 가난하더라도, 여전히 권력과는 거리가 먼 지위에서 고달픈 삶을 이어가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과 멀리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만약 돈과 권력, 명예가 유일한 가치라면 그것들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저 우주만물과 자연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들 자체와, 그것들이 우리에게 일깨우는 삶의 지혜는 아름답지 않다는 말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 생각하는 존재로서 추구해야 할 학문과 철학, 더불어 공동체를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도덕과 윤리 같은 가치들은 얼마나 귀중하고 아름다운가? 이런 가치들 또한 돈이나 권력보다 중하면 중했지 결코 가볍지 않다.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에 대하여(독자의 눈으로 – 목차의 좋은 점, 아쉬운 점, 잘못된 점 분석

주역의 64괘가 순서대로 되어 있다. <(), 꽉 막힌 시절을 견디는 지혜-절망의 나락에 빠진 사람들에게> 처럼 각 괘의 타겟과 내용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주역의 64괘를 알기 쉽게 순서대로 전개하여 주역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2 보완이 필요한 점(독자의 눈으로 – 이런 내용은 아쉬웠다. 이런 부분은 이해가 안됐다)

저자는 주역의 괘상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아 괘상을 싣지 않았다. 그리하여 산지박괘가 아니라 박괘로만 표현하였는데, 다소 불완전해 보인다는 아쉬움이 있다.

 

3 이 책의 장점(독자의 눈으로 – 이 부분이 이래서 좋았다. 이런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저자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오랜 세월 역술인으로 살아와서인지 주역의 64괘를 매우 쉽게 설명하였다. 입문자가 주역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에 좋은 책이다.

 

4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내가 저자라면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을 이렇게 해결하겠다)

l  괘상을 싣겠다.

l  정통적인 해석도 곁들이겠다.

l  일상에서 마주치는 상황과 주역의 괘를 연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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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06:50:17 *.67.5.170

쉽지 않았을 텐데 완독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일의 목표를 오늘의 현실로 만드는 동기의 우직함에 존경을 표합니다! 


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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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5 01:23:53 *.18.218.234

티올도 이 책 읽었다고 한 거 같은데..맞나?

분량 압박이 있긴 하더만요. ㅋ

지난 북 리뷰 보니까 서대원 주역강의를 북리뷰로 올린 선배들도 제법 계시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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