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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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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9일 10시 51분 등록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도대체 글/그림, 예담


11기 윤정욱

44주차


[인트로]


  지난 일 주일간 책 한권을 잡고 있었다. <히트 메이커스>란 책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빼앗는 것들이 많아진 시대에서도 유독 대중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는 것들이 가진 과학적 비밀에 관한 책이다. 솔깃한 마음에 책을 잡았지만,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자와 궁합이 맞지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여튼 나는 지쳐있었다. 그래서 다른 다른 책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만난 책이 있다. 바로 도대체 작가의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라는 책이었다. 도톰하지만 만화도 더러 보이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 오자마자 책을 넘겼다. 


  그런데 세상에, 절대 가벼운 책이 아니었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들을 저자 특유의 재치있는 위트를 담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개인의 일상을 과장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인생 별 것 없다’고 누구나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말을 하는 때조차 왠지 모르게 ‘인생 별 것 있을 것 같은데 나만 모르는거 아닌지’ 괜히 불안해 한다. 사실 이런 것이 진짜 우리의 속마음 아닐까? 저자는 이러한 감정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우리가 그녀의 글과 그림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내가 무릎을 치며 웃고 또 공감 했던 작가의 본문 가운데 몇 자를 옮겨 본다. 



(70) 졸리진 않은데 일을 하긴 싫다. 이 상태로 몇 시간을 보내면, 졸리지만 일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지. 늘 두 상태 중 하나야…. 


(106) ‘내가 지금 왜 이 짓을 하고 있나’란 생각이 든다면?

‘이 짓을 안 했을 때도 딱히 더 나은 일을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침착해지세요. 


(147) 오늘따라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면? 

평소에도 그랬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안심하세요. 


(224) 나도 뜨개질을 할 줄 안다. 하지만 마무리하는 법을 모른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뜨개질을 시작하면 영원히 떠야 한단 뜻이야. 목도리 하나를 뜨기 시작했을 뿐인데 마무리를 못해 계속해서 뜨다보면 목도리가 끝없이 길어질 것이다. 지구가 뒤덮일 거라고. 그래도 나는 울면서 계속 뜨개질을 하겠지. 마무리를 못하니까…. 이제 나의 무서움을 알겠지. 나를 화나게 하지 마라. 여차하면 뜨개질 바늘을 손에 쥘 거야. 지구를 멸망시킬 거라고. 그때 가서 울고불고 사정해도 소용없어. 



  앉은 자리에서 이 책을 모두 읽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솔직함’ 그리고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경험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 내니, 많은 사람들로 부터 ‘공감’을 받은 것이다. 원래 책이란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것 처럼, 쉬운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가벼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만이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사소함’과 ‘소소함’ 사이 그 어디쯤 있는 이 책이 좋다. 마음 편하게 언제든지 잡아서 아무 페이지나 읽어도 지친 나의 일상을 위로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문득 나도 그렇게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고 사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공감과 위로는 일상 속에 있는 듯 하다. 나의 일상을 관찰하고 자세히 들여다 보려고 한다. 매일 글을 쓰면서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잠시 내려 놓으려 한다. 그렇게 되면 그런 나의 일상이 책이 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나는 세상 누구보다 나를 잘 이해하는 친구 하나 쯤은 얻게 될 것이다.



  1. 저자 분석


# 저자 소개 : 도대체 #


저자 도대체는 한량 기질 아버지와 부지런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두 분의 중간이 되지 못하고 ‘게으른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한량’이 되었다. 인터넷신문 기자, 웹라디오 작가, 웹에디터, 일러스트레이터, 작사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으며 1인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 무심코 올린 만화 「행복한 고구마」가 500만 뷰를 달성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


앞으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어쩐지 웃기는 점을 발견해내는’ 특기를 살려, 작은 웃음에 집중하는 글과 그림을 생산하고자 한다. 취미는 자화자찬.


페이스북: FACEBOOK.COM/I.AM.DODAECHE

트위터: TWITTER.COM/DODAECHE_J



# 내가 생각한 저자 이야기 # 


아니 도대체가 작가 이름이 도대체가 도대체 무슨 말이야? 


  내가 이 책을 잡은 것은 순전히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었다. 평일 낮 회사에서의 점심시간을 거르고 책을 읽은지 2주가 채 되지 않을 무렵이었다. <히트 메이커스>를 잡고 있는데 읽는 내내 불편하고 화가 났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간단히 할 수 있는 말을 중언부언 글이 길어지니 너무 답답했다. 그리고 굳이 필요할까 싶은 인용문도 너무 많았다. 저자가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하나의 주제를 잡았을 때 그와 어울리는 다양한 인용문을 발췌하는 능력은 정말 인정해 줄만 하였다. 그러나 그의 모든 성과를 꾹 참으며 읽고 있으려니 나의 인내심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나는 책을 덮어버렸다. 이제 곧 설날이 다가오는데, 이 긴긴 연휴 동안 이 책을 들고 다니며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간이 도서관 책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나의 분노는 휴식을 원했다. 책으로 얻은 피로는 책으로 풀어야 했다. 쉽게 읽히는 책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책이 세 권이었다. 바로 도대체 저자의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와 강상중 교수의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그리고 마이크 비킹 저자의 <휘게 라이프>다. 


  강상중 교수는 도쿄대 최초의 한국인 정교수라는 타이틀과 함께 샘터나 좋은 생각을 통해 몇 번 칼럼을 접한 적이 있는 분이라 낯이 익었다. 일본 최고의 지성이 모인다는 도쿄대에서 정교수 생활을 하면서 재일 교포로서 한국인의 이름을 버리지 않은 그의 이력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마이크 비킹 저자의 <휘게 라이프>라는 책은 회사에서 간이 도서관을 마련할 때 내가 신청해서 넣어둔 책이다. 덴마크 출장이 잦은 나에게 ‘휘게’라는 단어는 특별했기 때문이다. 웰빙 (Well-being), 욜로 (YOLO) 등 일상 생활에 지친 우리는 행복지수가 높은 북유럽 국가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항상 궁금해 했던 것 같다. ‘휘게’는 덴마크 사람들도 이거다 라고 쉽게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단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설명하기는 어려운 일상 속의 잔잔한 행복의 순간들 모두가 ‘휘게’다. 웰빙과 욜로와는 또 다른 개념으로 어떠한 대상이 아닌 행복의 상태를 말한다. 이 두 책은 모두 나의 마음을 차분하게 흔들며 나의 피로를 어루만져 주는 듯 했다. 


  그런데 첫 인상이 가장 강했던 책은 바로 도대체 작가의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라는 책이었다. 우선 글이 길지 않아서 굿, 그림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또 한 번 굿, 바로 합격이었다. 일상에서 충분히 있음직 한 일을 소재로 잡는다는 것도 좋았다. 일상을 들여다 본다는 것 그리고 그 일상 속에서 느낀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내가 글로 옮기고 싶은 내용 그대로 였다. 집에 오자마자 청소하는 것도 잊고 책을 읽어내려갔다. 


  처음에는 이거 글을 이렇게 대충 써도 되나 싶은 만큼 장난스러워보였다. 그림도 대충 대충 그린 듯했다. 이거 이렇게 글 쓰고, 그림 그려서 책을 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포O페이스’ 편을 보자 깜짝 놀랐다. 


‘포O 페이스’


(33) 오후 4시. 오늘 해야 할 일은 사실 이미 다 했지만. 부장님이 눈치채실까 봐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짧은 글과 이상한 그림에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 버렸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무조건 직장 생활을 해 본 경험이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순간을 어떻게 이렇게 잘 잡아낼 수 있을까. 마음 속으로 ‘이런 것이 진짜 공감이구나’ 싶었다. 짧은 글이라고 쉽게 쓰여진 글은 아니다. 그 일상의 짧은 찰나의 순간과 감정을 잡아내기 위해 늘 자신의 주변에 메모장을 가까이 두고 기록을 했을 작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한 순간의 노력이 매일의 습관이 되고, 매일의 습관이 지금의 이 한 권의 책이 되지 않았을까? 일상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 순간의 감정을 잡아내고 끌어내 타인의 공감을 사는 것은 노력이다. 그 순간의 노력을 매일의 습관으로 만들어낸 작가가 새삼 대단해 보였다. 


  두어시간 동안 몰아치듯 책을 다 읽고난 후, 나는 묘한 기분에 빠졌다. 저자의 내공에 감탄하는 한 편 나도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 만의 매일의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저자는 어떻게 매일의 습관을 만들고 있을까? 책머리에 있는 주소를 따라 저자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았다. 페이스북 첫 화면에 저자의 책이 큼지막하게 보였다. 그리고 14,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저자의 홈페이지를 즐겨찾기 해둔 것을 보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저자는 이미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오랜 시간 켜켜이 그가 묵혀 둔 노력과 고민의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그 흔적들 가운데 책으로 엮어 나온 것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았다.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을 가진 후부터 집어든 책의 뒷장을 펴 보는 버릇이 생겼다. 책이 몇 번이나 재 발행 되었는지를 보는 것이다. 지난 2017년 9월 말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온 이후 채 2달도 되지 않아 출판사에서는 이 책의 여덟번이나 새로 찍어내야 했다. 어마어마한 인기다. 한 대형 인터넷 서점에서는 그녀의 책이 약 9만부 가까이 판매 되었다고 밝혔다. 중견 작가에게도 9만부 라는 수치는 초대형 베스트 셀러나 다름없다. 하물며 처음 책을 내는 작가에게 좀처럼 보기드문 인기를 설명해준다. 물론 판매 부수 만을 가지고 책의 가치나 저자의 뼈를 깎는 노력을 쉽게 판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다만 자신이 일상 속에서 느낀 그 감정들을 모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에 공감 했고, 또 위로를 받았던 것 처럼.  



# 출판사 서평 #


오늘부터 ‘나’를 잘 보살피는 걸 인생 목표로 삼기로 한다!
매 순간이 위기인 일상을 유머와 지혜로 헤쳐나가는 도대체 씨만의 리빙포인트


1년 전 어느 날, SNS에 네 컷 만화 「행복한 고구마」가 올라온다. 인삼밭에서 자신을 인삼이라 믿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고구마. 옆에 있던 인삼은 고구마를 질투하기 시작한다. 인삼도 아니면서 행복해하다니…. 인삼은 고구마에게 그의 정체를 알린다. 잠시 후, 고구마는 “고구마~ 나는~ 고구마~”라고 콧노래를 부르며 여전히 행복해한다. 별것 아닌 듯한 이 만화는 무심하면서도 왠지 모를 위로를 건넸고, 무려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다.


「행복한 고구마」를 그린 도대체 작가의 그림 에세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가 예담에서 출간되었다.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기필코 즐거움을 찾아내는 도대체 작가의 순간포착 폭풍공감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인터넷신문 기자, 웹라디오 작가, 웹에디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으며 1인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던 도대체 작가는 뛰어난 관찰력과 순발력으로 일상의 교훈을 기록한다. “여태껏 도대체 씨보다 고집스러운 유머감각을 가진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요조(뮤지션)의 말처럼, 도대체 작가는 더 나을 것도 더 나쁠 것도 없는 자신의 삶에 균형을 유지하고, 소소한 재미를 찾고,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한 자신만의 삶의 기술을 쌓아간다.


특히 그의 장점은 “우리에게 억지로 힘내라는 강요도 하지 않지만, 쉬운 위로로 얼버무리지도 않는다”(박현주 작가)는 것에 있다. 공들여 개발하고 판매했던 1인 사업이 실패했을 때에도 새로 구한 직장에 꼬박꼬박 출근하는 일상의 힘으로 우울에서 벗어나고, 흔히들 하는 “괜찮아, 먹고살 건 많아”라는 말의 의미가 사실은 정말 괜찮은 건 아니라는 걸 이해하게 된다. 맛이 없는 복숭아를 먹으며 이 복숭아처럼 사람도 저마다 힘든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아도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무심히 깨닫는다. 그리고 그만의 엉뚱한 재치와 유머로 팍팍한 삶에 기운을 북돋는다.


도대체 작가는 자신의 단점을 잘 알면서도 스스로를 못났다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늘 고군분투하고, 이번 생은 망했다고 농담을 던지지만 진짜 포기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내게도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비밀처럼 품고 사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이 이 책을 통해 널리 전해지길 바란다.


“어쩌면 내게도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비밀처럼 품고 사는 사람과 이 책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_에필로그 중에서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잘 사는 방법을 담고 있다. 삶이란 늘 우리의 뜻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흘러간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갖고 싶었으나 동 이름만 들어도 전국의 주소를 자동으로 떠올리게 되는 실생활에 쓸모없는 능력이 생기기도 하고, 컨디션이 좋을 때나 덜 피곤할 때 하기로 미뤄둔 일은 그런 때가 영원히 오지 않아 못 하게 된다. 빗길에 미끄러지고, 개에게 물리고, 손가락이 의자에 끼어서 병원을 찾고, 소심한 성격에 보험 가입 권유 전화도 쉽게 끊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험난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초콜릿을 사놓을 수 있다.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밀려드는 고민들을 잠시 접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된다. ‘나에게 일어나지 못할 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나쁜 일은 미리 대비책을 생각해두고, 한편으로는 뜬금없는 행운이 언제 닥칠지 기대하며 로또를 살 수 있다. 나에게만 닥치는 유난한 시련이란 없으므로 어엿한 날개를 달지 못한 지금도 나의 삶이라고 외칠 수 있다. 인생에 좀 서툴면 어떠한가. 새순 같은 나의 오늘의 끝에는 수십 년 살아온 ‘내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어줄 텐데.


오늘의 퇴근길에는 이유 없이 씩씩하게 걸어가보자. 피자와 맥주, 그리고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가 기다리고 있는 저녁을 나에게 선물하기로 결심하고.



2. 마음을 무찌르는 글


(36) [사회생활 2] 

회식 자리. 술 취한 상사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계속 이야기한다. 무슨 이야기인지 제대로 못 알아듣고 있었지만 어차피 흘려들어도 될 얘기니 고개를 끄덕이며 간간이 활짝 웃고 있었다. 

‘훗, 이 정도면 사회생활 잘하는 편인가….’

자뻑에 빠지려는데 저쪽에 앉은 다른 직원이 말한다. 

“말씀을 들으니 어떤 원리인지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37) [사회생활 3] 

사회생활이란 무엇인가?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한 적이 있다고 말하는 마흔을 앞둔 직장 동료에게 “늦었지만 축하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56) [리빙포인트]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뭐, 그건 그 사람 마음이지’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61) [왜 나까지?]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하고 인터넷만 보고 있어도 흥미진진한데, 

내 인생을 왜 열심히 살아야 하지???!

남들이 이미 훌륭하거나 재미있게 잘 살고 있다!

그런데 왜 굳이 나까지?????!!

… 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63) [시간 여행]

오늘 할 일이 너무 많아 고심하다가 절반을 내일로 미루었다. 나는 오늘 할 일의 절반을 내일로 미루었으니까 내일 오늘의 일부를 살게 될 것이다. 이렇듯 시간 여행이란 어려운 게 아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다. 

(70) [양자택일]

졸리진 않은데 일을 하긴 싫다. 이 상태로 몇 시간을 보내면, 졸리지만 일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지. 늘 두 상태 중 하나야…. 


(71) [가장 무서운 지옥]

가장 무서운 지옥은 견딜 만한 지옥일 것이다. 빠져나올 생각을 안 할 테니까….


(106) [리빙 포인트] ’내가 지금 왜 이 짓을 하고 있나’란 생각이 든다면?

‘이 짓을 안 했을 때도 딱히 더 나은 일을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침착해지세요. 


(142) [이러려고 이렇게 사는게 아닙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그러려고 그렇게 사는게 아니듯!

저도 이러려고 이렇게 사는게 아닙니다!! 아니라고…. 


(147) [리빙 포인트] 오늘따라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면? 

평소에도 그랬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안심하세요. 


(160) [형벌]

지옥에 가면 지금 인생 그대로 한 번 더 사는 형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177) [나 자신이 싫은 날]

나 자신이 너무 싫은 날은 세상도 다 못마땅해 보이기 때문에, 뭐든 자세히 보지 말아야 한다. 하다못해 비뚤게 찍힌 스테이플러를 보고서도 내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감이 바닥인 날엔 인생이 실패한 증거를 열심히 찾게 된다. 증거는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열심히 찾고 있으니까 계속 나올 수 밖에. 

인생이 온통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스스로에게 쏟고 있던 열띤 관심을 잠시 접는 게 좋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먹읍시다…. 


(184) [리빙 포인트] 뭔가 문제를 발견해서 자꾸 신경 쓰일 땐

곰고이 생각해보세요. 지금 그 문제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더 큰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193) [비빔국수를 먹는 사람]

인생이 꼬였을 땐 비빔국수를 먹는다. 

인생이 꼬인 사람에서, 인생이 꼬였지만 비빔국수를 먹는 사람으로 급변신! (둘은 매우 다릅니다)


(205) [전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전화가 걸려왔다. 

“송정 해수욕장인데 배달되죠?”

전화를 건 젊은 남자에게 잘못 거셨다고 말하고 끊고 나서 후회했다. 한 5시간쯤 걸린다고 말하고 뭐든 들고 갈걸. 


(209) [부자가 된다면 2]

오늘도 돈을 벌기 위해 인생을 써버리고 있다. 꼭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일, 나만 할 수 잇는 일도 아닌 일을 하면서 다시 안 올 오늘을 보내고 있다. 돈을 많이 벌면 내 남은 인생을 모두 사서 내가 가질 수 있겠지. 부자가 된다면 내 남은 인생을 모두 사서 마음대로 쓸 테야. 

오늘도 부질없는 상상을 한다. 


(224) [뜨개질]

나도 뜨개질을 할 줄 안다. 하지만 마무리하는 법을 모른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뜨개질을 시작하면 영원히 떠야 한단 뜻이야. 목도리 하나를 뜨기 시작했을 뿐인데 마무리를 못해 계속해서 뜨다보면 목도리가 끝없이 길어질 것이다. 지구가 뒤덮일 거라고. 그래도 나는 울면서 계속 뜨개질을 하겠지. 마무리를 못하니까…. 이제 나의 무서움을 알겠지. 나를 화나게 하지 마라. 여차하면 뜨개질 바늘을 손에 쥘 거야. 지구를 멸망시킬 거라고. 그때 가서 울고불고 사정해도 소용없어. 


(260) [어쩔 수 없지]

불안한 마음이 들면 이렇게 중얼거리곤 합니다. 

‘뭐, 어쩔 수 없지.’

이상하게도 이렇게 말하는 순간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지!’ ‘어절 수 없다고!’

어쩐지 의기양양해 집니다. 

‘어쩔 수 없는 걸 어쩌겠어!’


(267) [리빙 포인트]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불필요한 걱정입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늘 나를 비웃고 있답니다. (찡긋)



3. 내가 저자 라면


  1. 목차를 보고 (좋은 점, 아쉬운 점)


목차

프롤로그 행복한 고구마 


1부 어쨌든 출근은 해야 

알람 / 출근길 / 지하철 어깨띠 / 너의 타이핑 소리가 들려 / 활기 / 동료의 취향 / 임시 공휴일 / 어느 날의 나 / 오후 네 시 / 어떤 능력자 / 여름철 인간 유형 / 곤경에 처했다 / 포O페이스 / 부장님이 조퇴하셨다 / 사회생활 1 / 사회생활 2 / 사회생활 3 / 사회생활 4 / 사회생활 5 / 뭘까? / 용기 / 출근의 위험성 / 퇴사 1 / 퇴사 2 / 강하다는 것 / 바보가 아니야 / 하루 / 박수 / 일상의 힘 / 조퇴하는 이유 

리빙포인트 :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2부 장점은 있어 

게으름 or 남자 / 왜 나까지? / 시간이 남는다니 / 시간 여행 / 연휴 3일 / 일을 미루는 이유 / 어떤 순환 / 자동 반사 / 약속 시간 / 양자택일 / 가장 무서운 지옥 / 미뤄도 될 것 같은 일 / 지금 바로 해라 / 과거의 영광은 넣어둬 / 정리 잘하는 법 / 모든 게 기억난다 / 어떤 소비 / 고독한 숙명 / 우산을 잃어버린 적 없는 사람 / 장점은 있어 / 가나다순 / 영원히 입지 못하는 옷 / 시사모에는 알이 있다 / 꿈 / 길치의 약도 1 / 길치의 약도 2 / 가는 길은 알아도 오는 길은 모른다 / 자꾸 반대로 타 / 왼쪽 오른쪽 / 최고의 감자탕 / 위험을 경고하는 자 

리빙포인트 : ‘내가 지금 왜 이 짓을 하고 있나’란 생각이 든다면 


3부 이러려고 이렇게 사는 게 아닙니다! 

불면의 밤 / 소심한 사람 / 텔레마케팅 / 소심한 자의 반격 / 소심한 자의 복수 1 / 소심한 자의 복수 2 / 꼼꼼 에너지 / 운동화 세탁 / 칠 주의 / 초자연적 현상 / 눈썹 정리 / 하이힐의 진실 / 랩 / 충분히 가져봐 / 봄 / 일어나지 못할 일은 없어 / 흠 / 마음가짐 / 좌우명 / 행운의 편지 / 길몽 / 개척 1 / 개척 2 / 운 / 결론 / 나도 알아! / 이러려고 이렇게 사는 게 아닙니다 / 뻔뻔할 수 있는 이유 / 매미의 삶 / 애송이 

리빙포인트 : 오늘따라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면 


4부 망한 걸까 

겨울 해 / 발길질 에너지 / 인생 꼬는 소리 / 일이 안 풀릴 때의 나 / 일이 잘 풀릴 때의 나 / 고난의 평행이동 / 실패 / 속도가 맞지 않았어 / 교훈 / 형벌 / 어머니 놀라지 마십시오 / 먹고살 건 많아 / 아니겠지? / 인생이란 1 / 인생이란 2 / 인생이란 3 / 답이 없어 / 그 말을 듣지 않기 위해 / 허전함을 뭐로 채워? / 모두 망합니다 / 능력 / 근본 / 범고래 / 삶이여 / 망가진 내 모습에 익숙해지지 말자 / 나 자신이 싫은 날 / 복숭아의 삶 / 남 탓 / 새순 / 괜찮습니다, 의미가 없어도 / 이왕이면 수달 

리빙포인트 : 뭔가 문제를 발견해서 자꾸 신경 쓰일 땐 


5부 이 와중에 즐거워 

맥주가 제일입니다 / 맥주가 제일이라고요 / 응급상자 / 씩씩한 이유 / 카레 보험 / 비빔국수를 먹는 사람 / 비 오는 날의 짬뽕 / 스트레스 / 힘들었던 날은 뼈해장국을 / 정전기 대처법 / 아차벨 / 봄에 걷는 법 / 파전 비밀 결사대 / 앞머리 살인마 / 손이 저린 이유 / 전화 / 그게 아니라 / 노천 어묵탕 / 부자가 된다면 1 / 부자가 된다면 2 / 웃음의 수고 / 운동 / 스님 / 바다의 비밀 / 행복했던 순간 / 억울함을 풀어줘 / 리듬체조 / 긍정적인 마음 / 웃음 / 모르는 척 / 천국이라면 / 위로 / 뜨개질 

리빙포인트 : 가끔 사정없이 허전함이 밀려든다면 


6부 무엇이 되지 않아도 

꽃눈 / 질 때 / 종합세트 / 반짝이는 순간 / 평온한 일상 / 터키 아이스크림 / 아름다운 것 / 사소하고 중요한 순간 / 돌아오는 길 /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 코코넛만큼은 용감하기를 / 공중 울음 부스 / 선심 / 걱정이 특기 / 바늘 / 설마 / 이유를 묻지 마세요 / 이상한 사람을 만난다면 / 해파리 / 멋져야 할 의무 / 무엇이 되지 않아도 / 나는 그대로 / 어쩔 수 없지 / 그 여름, 서울랜드 / 자외선 차단 / 별수 없죠 / 별 / 자전 

리빙포인트 :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에필로그 희망을 비밀처럼



  1. 이 책의 장점

  • 일상 생활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들을 저자 특유의 위트와 그림으로 표현했다. 일상 속의 단편을 드러내는 길지 않은 글. 그리고 귀여운 그림. 시니컬 함. 당연한 위로 보다는 재치있는 비꼼이 더 매력적이다. 촌철살인. 

  • 저자는 본업 외에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매일 단상을 글과 그림으로 공유하고 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배울만 하다.

  1. 이 책의 아쉬운 점

  1. 내가 저자라면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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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9 20:57:58 *.18.218.234

덕분에 도대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네요. 

티올 말대로 '쉬운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가벼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 글을 접하게 되어 감사!

어찌 하면 이렇게 감각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공감하며 읽으면서도 부럽다는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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