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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0일 00시 14분 등록

나에게 이 책은

 

전장에서 쓰여진 <명상록>(또는 자경록)이라는 점에서 기상씨의 <장교의 서재>도 비슷한 장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도 그렇고, 전장 또는 군대는 내면의 성찰을 이끄는 좋은 환경이 되는 것 같다. 인생=군복무로 접근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다만 계속 같은 말이 되풀이 되어 지겹기도 했고, 이성, 본성, , 자연, 공동체의 이익, 죽음 등은 그가 두려워한 또는 따라야만 하는 강박이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실상과 달리 주변 인물들에 대해 좋게만 쓴 것을 읽으며 처음에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있었구나à사람들의 좋은 점만 보는구나à사람 볼 줄 모르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스스로는 5현제의 한 명이었지만 왕위를 물려준 아들 콤모두스는 로마를 말아 먹었으니. 남 부러울 것 없는 황제라는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잡는 모습은 존경할 만 하다.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의 마음을 갖다

(정제원의 인문학 산책에서 발췌)

 

명상록은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의 마음을 가졌던 로마의 황제 아우렐리우스가 자신의 단상을 적어 내려간 글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지치고 상한 영혼을 향해 스스로 일어서도록 격려하고, 남을 향한 미움으로 가득한 영혼에게는 거울을 선물해 인생을 아름답게 꾸려가는 비결을 깨닫게 해준다. 명상록을 통해 위로와 따듯한 책망을 받아보길 권한다.

 

철학을 사랑한 황제

 

이상적인 정치가와 철학자를 동일시한 플라톤이 만족스럽게 생각할 만한 황제가 로마제국에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 로마의 부유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당대 최고의 스승에게서 최고의 교육을 받은 준비된 군주였는데, 독특하게도 열두 살 때부터 철학자 복장을 하고, 안락한 침대보다는 맨바닥에서 자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남달리 검소하고 배움을 좋아한 아우렐리우스는 일찍이 스토아 철학에 심취했다. 스토아 철학의 목표는 평온한 마음과 확실한 도덕을 낳는 행동양식을 인간에게 제시하는 것으로,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2세기까지 서양 철학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우렐리우스는 여덟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하드리아누스 황제와 인척 간인 할아버지에게 입양되었는데,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그를 총애해 훗날 황제로 키웠다. 138년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죽고, 161년 그 후계자인 안토니누스 피우스마처 죽자 아우렐리우스는 나이 마흔 살에 황제가 되었다. 당시로는 늦은 즉위였지만, 탁월한 스토아 철학자로서는 그만한 나이가 필요했을 것이다.

 

어쨌든 즉위 당시 아우렐리우스는 황제로서 뿐 아니라 철학자로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굳건히 한 상태였다. 하지만 아우렐리우스가 황제에 오르자마자 로마 제국은 게르만 민족 등 외적의 침략으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실제로도 아우렐리우스는 재위 중 상당기간을 전선에서 보내야 했다. 이런 악조건에서 더욱 성숙해진 그의 철학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처절한 전장에 얻어낸 실존적 교훈이었다.

 

로마제국의 운명은 점점 기울고, 최고 통치자인 자신은 이리저리 전장을 떠돌았지만, 아우렐리우스는 철학을 통해 자신을 구원했다. 그에게 철학이란 자신을 자신의 지배 아래 둘 수 있는 정신적 권력이었고, 외부에서 밀려드는 시련으로부터 자신을 철통같이 지켜내는 사색의 성채였다.

 

아우렐리우스는 철학적 사색이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한 예지와 통찰이 담긴 짧지만 의미 있는 글을 그리스어로 적어뒀다. 명상록은 바로 이것을 모은 메모집이다. 명상록이란 제목은 후세인이 붙였는데, 그리스어 원제목은 타 에이스 헤아우톤(tae is heauton)’이며, 이는 자기 자신에게라는 뜻이 담겨 있다.

 

다시 말해 아우렐리우스는 이 책을 남에게 읽히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경계하기 위해 썼다고 할 수 있다. 이동희씨는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철학 이야기 :  고중세 편>에서 책의 제목은 명상록보다는 자경록이라고 번역해야 그 뜻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나름 타당성이 있다. 하기에 위기에 처한 로마제국황제에게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업었을 것이다. 확실히 플라톤의 예지가 놀랍다. 로마제국은 다름 아닌 철학자로서의 황제를 최고 통치자로 원했던 것이다.

 

명상록을 읽는 독자는, 평온한 영혼이 단정하게 깃들어 있는 듯한 이 책이 실은 창과 칼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기록되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것이다. 전장의 임시 막사에서 토막잠을 자면서도 자신의 하루하루를 진지하게 점검하고, 황제 또는 전투지휘관으로서가 아니라 우주의 원리와 인간 이성의 힘에 순종하는 하나의 개인으로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아우렐리우스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김욱동 교수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서양고전>에서 언급한대로 아우렐리우스는 (…) 철학적 사색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지만,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와는 겨룰 수 없었다. 문필가로서도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었지만 역시 키케로를 따라갈 수 없었다.” 분명 아우렐리우스는 빼어난 철학적 업적 하나 없었고 유려한 문장의 규범을 만들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에 웬일인가?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의 영혼이 어지럽게 흔들리는 날, 우리는 플라톤의 철학이나 키케로의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마음의 등불로 삼는다. 그리하여 고독한 철학자 황제 아우렐리우스가 오직 자신의 내면에 대고 준엄하게 새겨둔 아름다운 자경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자기 자신을 정복한 우리의 위대한 멘토

 

아우렐리우스는 황제라는 직위나 정복자로서의 자질 또는 그로 인해 훗날 듣게 될 자자한 명성에 연연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존중했다. 노예 신분의 스토아 철학자에 에픽테토스를 정신적 스승으로 삼은 황제였던 아우렐리우스. 그에게 최고 통치자라는 명성은 평온한 영혼의 방해일 뿐이었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행복, , 욕망만을 지배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스토아 철학자로서 학문을 게을리한 적이 없다. 로마 제국 변방에서 전쟁을 지휘하면서도 철학적으로 보다 성숙해지기 위해 사색에 사색을 거듭했으며, 자신의 태만을 무시하지도 즐기지도 않았다. 명상록의 뒷부분에는 마치 수도자의 득도장면을 연상시키는 장엄한 메모가 나온다. 나 자신을 정복하는 것은 어쩌면 세상을 정복하는 것보다 어렵고 위대한 일이 아닌가.

 

千丙熙 - 한국학자, 번역가.

<번역가 천병희를 알아본 이유> 초반에 문장이 너무 길더라. 영어로 치자면 관계대명사 몇 개는 연결된 문장을 그대로 번역한 것 같은 느낌. 번역이 엉망이라 하기엔 이중번역이 아니라 그리스어 원전을 우리말로 옮긴 거라고 하니 엄한 번역가가 했을 까닭은 없는데. 그래서 번역가가 누구인지 궁금했고 천병희 선생님이 1939년도 생임을 알고 한 발 물러섰다. 그 시절의 번역은 만연체이긴 하더라. 그래도 이런 분이 계셔서 이중번역이 아닌 그리스어 원전을 읽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투덜댐은 멈추고 닥치고 읽게 되었다.


1939
경상남도 고성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나오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독일 유학을 했던 독문학자이지만 일반 독자들한테는 그리스 고전을 번역하는 번역자로 유명하다. 실제로 독일 북바덴주정부에서 실시하는 라틴어 검정시험과 희랍어 검정시험을 합격하여 해당 언어에 대한 이해 또한 풍부하다. 또한 라틴어의 영향력이 다른 언어권보다 강하게 남아있는 독일에서, 독일어와 라틴어, 희랍어를 배웠다는 점에서 라틴어와 희랍어 번역에 있어서는 한국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젊은 시절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옥살이를 하고 10년 간 자격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자격정지 기간이 끝난 1981년부터 단국대 독문과 교수로 임용되어 2004년 퇴임.

1972
년부터 번역 활동을 시작했으니 번역계에서도 레전드급 원로이다. 현재에도 대부분의 그리스 고전은 천병희가 번역한 것만이 돌아다닌다. 무수한 인용과 넓은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각주 등 부연 설명도 잘되어있는 편이며, 번역의 질 또한 현재 한국에서는 아우를 사람이 없는 수준이다. 흔히 라틴어 고전을 최초 원전 번역이라고 하면 대부분 천병희를 떠올린다. 이전에는 대부분 중역이었다. 어떻게 보면 뒤늦게 한국에서도 라틴어와 희랍어 고전 원전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무위키에서 발췌)

 

아래는 천병희 선생님의 알라딘 인터뷰인데 읽을 만 하여 링크 걸음.

http://blog.aladin.co.kr/bookeditor/3883491

내 마음 속 책갈피

 

7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전선에서 여러 해를 보내며 격무에 시달렸다. 168년과 170~175년에는 몸소 북이탈리아와 게르마니아의 전선에서 전투를 지휘했다.

철인인자 무인이자 문인이었어.

 

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제 1권에서 베루스에 관해서도 파우스티나에 관해서도 좋은 면만 드러내 쓰고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로서 명석한 두뇌로 열심히 일한 황제라는 평가와 함께 오늘날까지 철인 통치자로 존경받는다. 다만 그가 친자식인 콤모두스(재위기간 180-192)를 후계자로 지명한 것, 제위에 오른 콤모두스가 로마인에게 내려진 가장 극악한 저주라 일컬어지는 폭군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 탓에 로마가 매우 불행한 시대를 맞게 된 사실은 아쉽기 그지없다.

 

10 로마의 최고 권력자였던 카이사르가 쓴 <갈리아 원정기><내전기>가 전술과 전투상황을 기록하고 있다면, 그 후 200년 이상의 시차를 두고 역시 전선에서 집필된 <명상록>이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자못 흥미롭다. 더 이상 부러울 것 없는 로마 제국의 1인자가 양심적이며 실천적인 황제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 자기 정화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3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거대 제국을 건설해 나가는 과정에서 개인은 도시국가라는 자족적인 활동공간을 빼앗겼다. 스토아 철학은 이 개인들이 새로운 사회환경에 적응해가며 마련한 여러 대응 방안 가운데 하나였다. 거대해진 제국과 상대적으로 왜소해진 개인 사이에 생겨난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간을 더 중시하거나 세계를 덜 중시하는 방법이 있었다.

 

14 스토아 철학은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그것을 사회개혁이 아닌 개인의 자아완성으로, 또 개인의 자아완성은 도덕적 수양으로 한정한다. 그리고 행복과 불행은 현실 자체보다 현실에 대한 의견이 결정하는 것으로 본다.

주역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도 같은데. 현실에 대한 의견, 만물이 품은 뜻.

 

15 이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스토아 학파의 목표는 자연과 일치된 삶으로,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어떤 일에도 빼앗기지 않는 행복을 얻어내는 힘을 개인에게 부여하는 철학이었다.

 

19 나의 할아버지 베루스 덕분에 나는 순하고 착한 마음씨를 갖게 되었다.

큰 애는 친할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겠다.

 

나의 아버지에 대한 평판과 추억 덕분에 나는 겸손과 남자다운 기백을 갖게 되었다.

나는 비록 추억은 없지만 할아버지에 대한 평판과 친척들에게 들은 이식된 기억으로 기백과 베품의 미덕을 간직하고 발휘하고자 했다. 다만 아쉽게도 할아버지의 유전자는 나에게 많이 흘러 들어오진 못한 거 같다. 그래도 뿌리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다. 1장에 이렇게 가족과 주변인에 대해 쓴 것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20 어려서부터 대화편들을 쓰고, 야전 침대와 가죽 이불과 그 밖에 헬라스 철학자들의 생활방식에 속하는 것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21 격심한 고통을 당하거나 자식을 여의거나 오랫동안 병을 앓아도 언제나 한결같고, 살아 있는 본보기를 통해 같은 사람이 진지하면서도 상냥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욥이 생각나네. 어찌 이럴 수 있을까.

 

22 대답이나 진술 또는 표현이 아니라 사태 자체를 공동으로 고찰하거나 그 밖의 다른 방법으로 적절히 일깨워줌으로써, 그가 사용했어야 할 올바른 표현을 재치있게 일러주게 되었다.

 

23 막시무스 덕분에 나는 자제력을 갖게 되고,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특히 병이 들었을 때도 쾌활할 수 있었다.

 

그는 올바른 길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올바른 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아버님과 남편이 이렇다. 우리 딸도 그럴 듯.

 

24 아버지 덕분에 나는 성품이 온유해지고, 충분히 검토한 뒤에 일단 판단을 내리면 흔들림 없이 그것을 고수하게 되었다.

 

단호하게 각자의 공적에 맞는 것을 나누어 주셨고, 언제 죄고 언제 늦춰야 하는지 경험으로 알고 계셨고, 소년들에 대한 사랑을 억제하셨다.

소년들에 대한 사랑을 억제한 것을 굳이 언급할 정도로 동성애가 그렇게 만연한 건가. 각주를 보니 그렇다고는 하네.

 

당신과 함께 하는 식사나 여행에 동행하도록 친구들에게 강요하지 않으셨다. 급한 용무로 동참하지 못한 자들을 늘 한결같이 대하셨다.

아직도 회식이나 단합대회 등을 의무적으로 가게 하는 문화가 있는데 그 당시에 이랬다는 것은 배려심이 대단한 듯.

 

친구들을 지킬 줄 아셨고, 친구들에게 물리지도 푹 빠지지도 않으셨다.

나는 잘 물리고 잘 푹 빠진다.

 

25 그분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수사학이나 법률, 관습이나 다른 분야에 특출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시기심 없이 인정하고, 저마다 그 재능에 걸맞는 명예를 얻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거꾸로 옹졸한 리더는 재능을 애써 외면하며 그에 걸맞는 명예를 얻도록 도와주지 않는다.

 

그 분은 또 변화나 동요를 좋아하지 않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셨다.

칸트, 소로우

 

27 할아버지의 소실 곁에서 더 오래 양육되지 않고, 청춘의 꽃을 고이 간직하며, 때 이르게 어른 노릇을 하지 않고 그 시기가 조금 더 미루어진 것도 신들 덕분이다.

 

또한 나 자신을 감시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스스로 성품으로써 일깨워주면서도 존경심과 애정을 가지고 나를 즐겁게 해주는 아우가 있고,

여기 처음 은근한 디스가 등장하여 정신 차리고 행간을 읽게 되었다.

 

수사학과 시문학과 다른 학문에서 더 이상 진척을 보이지 못한 것도 신들 덕분이다. 내가 거기서 큰 재능을 보였더라면 거기에 매달렸을 테니 말이다.

신포도

 

내가 서둘러 나의 스승들을 그들이 원하는 듯 보이는 자리에 앉히고, 그들은 아직 젊으니까 나중에 그렇게 할 것이라는 희망으로 그들을 기다리게 하지 않은 것도 신들 덕분이다.

희망고문을 하지 않는 현실적인 대우.

 

28 아직도 여전히 그런 이상에 미치지 못해도 그것은 내가 신들의 암시, 아니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탓이다.

 

이런 생활을 하는데도 내 몸이 그토록 오래 견뎌준 것, 베네딕타와 테오도토스를 건드리지 않고 나중에 연정에 빠졌다가 건강을 회복한 것, 가끔 루스티쿠스에게 화가 났지만 거기서 나아가 나중에 후회할 지을 하지 않은 것 모두 신들 덕분이다.

 

곤궁하거나 그 밖에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을 때마다 그럴 여유가 없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는 것도,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의 곤경에 처해본 적이 없는 것도 신들 덕분이다.

이런 면에서 나도 신들 덕분이라며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내 아내가 그토록 고분고분하고 곰살궂고 검소한 것도, 내 자식들을 위하여 유능한 스승들을 구한 것도 신들 덕분이다.

주변인들에 대한 칭찬일색이라 처음에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구나했는데 아우 언급할 때부터 은근한 디스가 살짝 보이길래 행간을 읽어야겠다 싶었음. 그러다 이 대목에 이르러 각주를 보니 애써 좋게 표현하려고 했던 것 아닌가 싶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신의 뜻이며 그렇기에 혹 거슬리는 인간이 있었어도 모두 선한 것이라 여기는 그의 태도는 존경스럽다.

 

꿈에서 여러가지 조언, 특히 각혈과 현기증을 치료할 수 있는 조언을 구할 수 있었던 것, 카이예타에서 그대가 사용하기 나름이라는 신탁을 들은 것도 신들 덕분이다.

융 이후로 나도 요새 꿈에서의 메시지를 귀 기울여 듣는다. 물론 개꿈이 대부분이지만 오리온시티빠찡꼬 꿈은 대박이었다.

 

30 날이 새면 너 자신에게 말하라. 오늘 나는 주제 넘은 사람, 배은망덕한 사람, 교만한 사람, 음흉한 사람, 시기심 많은 사람, 붙임성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겠지라고. 그들이 이런 결점을 갖게 된 것은 무엇이 좋고 나쁜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은 좋은 일만 생길거야가 아니라 오늘 이상한 인간들 많이 만날거야라고 아예 깔고 들어가는 것도 괜찮네.

 

내게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나와 피가 같고 출신이 같기 때문이 아니라 이성과 신성을 나누어 갖고 있기 때문에 나와 나에게 동족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내 동족에게 화를 내거나 동족을 미워할 수 없다. 우리는 두 발처럼, 두 손처럼, 두 눈꺼풀처럼, 위아래 치열처럼 서로 돕기 위해 태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 대립하는 것은 자연에 어긋난다.

대극, 그림자, 싫은 사람, 나의 또 다른 모습.

 

31 너는 지배적 이성을 더 이상 노예로도, 이기적인 충동에 끌려 다니는 꼭두각시로도 만들지 말고, 더는 현재의 운명을 불평하지도 다가올 운명을 슬퍼하지도 마라.

 

우주를 보존하는 것은 원소의 변화와 원소의 합성물들의 변화이다.

원소, 질료 이야기가 이후로도 계속 나오는데 나는 와 닿지 않더라. 나는 스토아 철학과는 거리가.

 

불평하면서 죽지 않고, 즐겁고 참되고 신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죽음을 맞고 싶다면 책을 향한 갈증을 버려라!

주역 그냥 때려칠까요? 그런데 올 한 해는 한번 덤벼보고 빠져보고 싶습니다. 갈증이 해소되지 않을 것임을 알지만 목을 축일 수만 있어도 의미 있을 듯요.

 

32 하지만 너는 아직도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타인의 혼에서 행복을 찾는구나!

 

33 테오프라토스는 여러 가지 과오를 비교하면서 철학자답게 욕망에서 비롯된 과오가 분노에서 비롯된 과오보다 더 무겁다고 말했다. 화를 내는 자는 분명 어떤 고통을 느끼고 무의식적으로 위축되며 이성에 등을 돌리지만, 쾌락에 제압되어 욕망 때문에 과오를 저지르는 것은 그 과오가 어떤 면에서 더 무절제하고 남성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34 그러나 신들은 존재하고 신들은 인간사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신들은 인간에게 진정한 악에 빠지지 않을 능력을 주었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35 죽는다는 것은 자연의 작용일 뿐 아니라 자연에 유익한 것이기도 하다.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일부분으로 신과 접촉하며, 인간의 그 부분은 대체 어떤 성질의 것인지 생각하는 것도 이성이 할 일이다.

신과의 접촉 = 내면의 신과의 접촉 = 예술

 

세상 만물의 주위를 맴돌고, 시인의 말처럼 지하에 있는 것들을 탐구하고이웃의 마음 속 생각을 추측하려 하면서도, 자신 안의 신성을 가까이 하며 그 신성을 진심으로 섬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처럼 불쌍한 존재는 없다.

과정 속에서 읽은 모든 책들이 내면의 신성, 내면의 목소리를 말한다. 그 신성과의 접선을 위한 성소도 더불어 강조하고.

 

인간들에게서 비롯되는 것들은 그것들이 우리와 동류인 까닭에 사랑스럽기는 하다.

 

36 첫째, 만물은 태초부터 같은 생김새로 순환하고 있으며, 누가 같은 광경을 100, 200년 또는 영원히 보느냐 하는 것은 아무런 차이도 없다.

주역. 결국 모든 철학은 통한다.

 

만물은 그것에 대한 우리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37 발생하는 어떤 사태에 화를 내는 것은, 다른 모든 사물의 본성을 자신 속에 포함하는 자연에 대한 반역이기때문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목적과 관련이 있어야 하는데, 인간의 혼이 자신의 어떤 행위나 충동을 목적에 맞추지 않고 어떤 일을 하든 계획이나 뚜렷한 목적 없이 행동할 때이다. 이성적인 피조물의 목적은 가장 오래된 국가(우주)의 이성과 법규를 준수하는 것이다.

혼에 우주에 최순실이 너무 뉘앙스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서.

 

인간이 사는 순간은 한순간이며, 그의 실체는 유동적이고 그의 지각은 불분명하다. 인간의 육신의 요소는 모두 썩게 되어 있고, 그의 혼은 하나의 소용돌이이다. 인간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고, 그에 대한 세간의 평은 불확실하다. 즉 육신의 모든 것은 강처럼 흘러가고, 혼의 모든 것은 꿈이요 연기이다. 삶은 전쟁이자 나그네의 체류이며, 사후의 명성은 망각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오직 한 가지, 철학뿐이다.

 

철학은 우리의 내면의 신성을 모욕과 피해에서 지켜주고, 쾌락과 고통을 다스리게 하고, 계획 없이는 어떤 일도 하지 않게 하고, 거짓과 위선을 멀리하게 하고, 남이 행하든 말든 거기에 매이지 않게 하고, 나아가 일어나거나 주어진 것을 마치 자신이 온 곳으로부터 온 것인 양 기꺼이 받아들이게 한다.

 

사람들은 왜 모든 구성 요소의 변화와 해체를 불안한 눈으로 보는가?

그러게. 변화=자연스러운 것. 늙고 병들고 소멸하는 것을 모두 그러려니 하고 봐야 해. 말이 쉽지.

 

39 더 오래 산다고 할 때 과연 우리의 사고력이 여전하여 능히 사물을 이해하고 신과 인간에 관한 일을 고찰을 통해 알 수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므로 서둘러야 한다. 우리는 매 순간 죽음에 가까워질 뿐 아니라, 사물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능력이 죽기 전에 멈추기 때문이다.

 

40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수반되는 까닭에 그것들을 돋보이게 하고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누군가 우주 안에서 발생하는 것들을 살피는 데 감수성과 더 깊은 통찰력을 갖고 있다면, 부수 현상이라 하더라도 나름대로 전체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거의 아무 것도 없다. 그런 감수성과 통찰력이 있는 사람은 야수의 쩍 벌린 입을 보고도 화가나 조각가가 모방해 놓은 것을 볼 때와 못지 않은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또한 노인에게서 원숙미를 보고, 아이들의 매력을 순결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과 자연의 작용에 친숙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경험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 아들

 

41 공동체의 이익과 연관이 없다면 남들을 생각하느라 네 여생을 허비하지 마라.

 

생각의 고리에서 목적이 없는 것과 무익한 것, 특히 지나친 호기심과 악의를 피해야 한다.

 

42 자신 안에 깃든 신성과 긴밀히 교류함으로써 신들의 사제이자 머슴이 된다.

 

우주가 자기에게 할당한 일만을 줄곧 생각한다.

 

각자의 몫으로 할당된 운명은 우주 속으로 끌려들어가면서 각자를 우주 속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소명

 

자연에 따라서 사는 사람의 의견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한다.

 

따라서 그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의 칭찬에는 아무런 가치도 부여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황제니까 칭찬에 가치 부여하지 말고, ‘사후의 명성은 다 의미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일반인이라면 칭찬만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의 비판에는 아무런 가치도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써도 될 듯

 

43 무엇을 할 때 마지못해, 공동체를 무시하고, 사전 검토 없이, 성미에 맞지 않게 행하지 마라. 네 생각을 화려하게 치장하지 마라.

 

오히려 네 안의 신이 남자답고 원숙하고 정치에 밝은 사람의, 로마인의, 맹세나 다른 사람의 증언도 필요 없이 이 세상에서 소환하는 신호를 담담하게 기다리는 사람처럼 제 위치를 지킨 통치자의 수호자가 되게 하라.

 

너는 스스로 똑바로 서야 하지, 똑바로 세워져서는 안된다.

이 말 뒤에도 나오는데. 반복되는 말이 많다.

 

43페이지의 문장 너무 길다. 한 문장이 6.

 

44 자신의 이성과 신성과 그것의 탁월함을 기리는 의식을 택하는 사람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거나 탄식하지 않을 것이며, 고독도 군중도 갈구하지 않을 것이다.

 

이성적이고 공동체적인 동물에 어울리지 않는 상태가 되지 않는 것

 

45 무엇보다도 각자는 현재라는 짧은 순간을 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나머지 시간은 이미 살았거나 불확실하다.

 

46 우리는 매사에, 이것은 신에게서 비롯된 것이며, 이것은 운명적인 인연과 인과관계와 우연의 일치로 일어난 것이며, 저것은 또 나의 동포, 나의 친족, 나의 동료에게서 비롯되었지만 그는 무엇이 자신의 본성에 맞는지 모르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동시에 나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사물들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려 한다.

 

47 신에 관한 일과 인간에 관한 일을 이해하고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이 양자 사이의 유대를 의식하고 있는 사람처럼 처리하려면 자신만의 원칙들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인간에 관한 일을 신에 관한 일과 결부시키고, 반대로 신에 관한 일을 인간사와 결부시키지 않고서는 잘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더는 헤매지 마라. /  그러니 목표를 향하여 서둘러라.

 

48 육신, , 지성, 육신에는 감각이, 혼에는 충동이, 지성에는 원칙이 포함된다.

 

선한 자의 고유한 특징으로 남는 것은 자신에게 일어난 것과 자신을 위하여 운명의 베틀이 짠 것을 사랑하고 반기고, 자신의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신성을 더럽히거나 무수한 상념들로 어지럽히지 않고, 신에게 순종하고 진리에 어긋나는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그 신성을 편안하게 간직하는 것 뿐이다.

 

그는 자신이 소박하고 겸손하고 유쾌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도 누구에게도 화내지 않으며 삶의 목표에 이르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순결하게, 조용하게 떠날 각오를 하고, 자신의 운명과 사이좋게 지내며 삶의 목표에 이르러야 한다.

그 운명이 가혹할 지라도 손 잡고 사이 좋게 지내라는 거지. 나에게 일어난 불운한 일도 내가 마주치게 된 유쾌하지 않은 사람도 모두 운명의 베틀이 짜서 내 앞에 갖다 놓은 걸로 여겨라. 말이 쉽다.

 

49 자신에게 맞서는 것을 자신이 사용할 대상으로 만든다.

 

작은 불길은 자신에게 무언가 떨어지면 꺼져버리지만, 환한 불길은 그것들을 금세 자신에게 동화시켜 집어삼키며 그것들로 인해 더 높이 솟아오른다.

열정과 화는 본질적으로는 뜨겁고 활활 타오른다는 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

 

너는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너 자신 속으로 은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자신의 혼보다 더 조용하고 한적한 은신처는 없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당장 더없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에겐 특히 그러하다.

신성도 내 안에 은신처도 내 안에. 내 안의 은신처. 이 개념 좋네. 명상으로 이끈다.

 

50 따라서 늘 그런 은둔의 기회를 마련해 자신을 새롭게 하라. 네 원칙들은 눈앞에 떠올리기만 해도 당장 근심을 모두 쫓아주고 네가 돌아가야 할 것들에게로 아무 불만 없이 너를 보내줄 수 있도록 짧고 근원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성적인 동물들은 서로를 위하여 태어났고, 참는 것도 정의의 일부이며, 본의 아니게 인간은 과오를 저지른다는 명제를 상기하라.

 

너를 좋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들이 얼마나 변덕스럽고 판단력이 부족한지, 이 모든 것이 얼마나 한정된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는지 생각해보라.

 

51 첫째, 사물들은 네 혼을 장악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혼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불안은 오직 우리 안에 있는 의견에서 기인한다. 둘째, 네가 보고 있는 이 모든 것은 한순간에 변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너 자신이 이미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경험했는지 항상 명심하라. 온 우주는 변화이고, 인생은 의견이다.”

삼라만상은 변화이고 만물은 뜻이 있다.

 

우주란 어떤 의미에서는 일종의 국가이다.

 

52 지적능력도 틀림없이 어딘가에서 왔을 것이다.

 

이러저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그 본성상 필연적으로 이러저러한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53 네가 무슨 일을 하든 진정한 의미에서 선한 자가 되고자 노력하며 행동하라. 매사에 선한 자가 되겠다는 이 원칙을 지켜라.

 

너를 바로 잡아주고 그릇된 의견에서 벗어나게 해줄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네 생각을 바꾸어라.

 

54 이웃 사람이 무엇을 말하고 행하고 생각하는지에 마음 쓰지 않고, 오직 자신이 행하는 것이 올바르고 신의 마음에 들도록 마음 쓰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여가가 생기는가. 선한 사람이라면 주위 사람들의 나쁜 성격을 둘러볼 것이 아니라, 이쪽저쪽 돌아보지 말고 목표를 향해 곧장 달려가야 한다.

 

55 후세 사람의 평판에 매달림으로써 자연의 선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시의 적절하지 못하다.

 

56 불이 붙어 우주의 생식력을 가진 이성 속으로 도로 받아들여짐으로써 뒤이어 그곳에 거주하게 된 혼들에게 자리를 내준다.

 

하지만 동물이 피로 변하고 공기와 불기운으로 변형됨으로써 그것들을 수용할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이 경우 진리를 탐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진리의 질료와 원인을 구분하는 것이다.

 

57 우리가 말하고 행하는 것은 십중팔구 불필요한 것이므로, 그것을 버리면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 마음의 동요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 매사에 이것도 불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불필요한 행동뿐 아니라 불필요한 생각도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를 빗나가게 하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의 미니멀리즘

 

58 네게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 그건 잘된 일이다. 네게 일어나는 모든 것은 처음부터 우주가 너를 위하여 정해놓고 펼쳐놓은 것이다.

 

남에게 의존하고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신 안에 갖고 있지 못한 자는 거지이다. 일어난 일에 불만을 느껴 누구에게나 공통된 자연의 이성에 등을 돌리고 물러서는 자는 우주의 부스럼이다.

 

59 네가 익힌 얼마 안되는 기술을 사랑하고 편안하게 자신을 맡기도록 하라.

 

누가 죽기를 비는 자들

 

60 마찬가지로 여러 시대와 모든 민족의 다른 기록들을 살펴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용을 쓰다가 잠시 뒤 쓰러져 원소들로 해체되었는지 보라.

주역이 말하는 바가 이거 아닐까. 언어가 있기 전부터 인간의 삶은 이어져 왔다. 서로 다른 시공간이었지만 인생의 변화와 순환의 모양새는 동일해. 64괘를 통해 인생살이의 어떤 지혜를 알려주려고 하는 걸까. 올 한 해 공부하면서 이유식처럼 먹기 좋게 만들어 내가 소화하고 남도 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네가 아는 사람 가운데 헛된 것들을 좇느라 정작 자신의 소질에 맞는 것을 행하고 거기에 몰입하고 그것으로 만족하기를 소홀히 한 자들을 머리에 떠올려보라. 여기서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무엇을 행하든 그것에 쏟는 열성은 그 가치와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너는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않게 되어, 싫증이 나서 그만두는 일이 없을 것이다.

밑줄 긋고 반, . 라고 적었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일단 기록.

 

놀랍도록 빛을 발하던 자들에 관해 말하는 것이다.

 

61 우리와 같은 근원과 원천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환영하는 심성이 곧 그것이다.

무경계. 내가 너고 네가 나다. 우리는 하나.

 

만물은 변화를 통하여 태동하고 있음을 언제나 지켜보라.

 

같은 종류의 새로운 것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거기서 생겨날 것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DNA

 

너는 대지나 자궁 속에 뿌려지는 씨앗만 생각하지만, 그것은 비철학적인 생각이다.

 

62 악에 대한 네 판단력이 깃든 부분에 달려 있다.

No judge

 

언제나 우주를 하나의 실체와 하나의 혼을 가진 하나의 생명체로 생각하라.

 

너는 시신을 짊어지고 다니는 작은 혼일 뿐이다.

 

변화하고 있는 것들에게 악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변화의 산물로 존재하는 것들에게 선한 것은 아무 것도 없듯이.

 

63 후속되는 것은 선행한 것과 늘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

미래

 

흙의 죽음은 물이 되고, 물의 죽음은 공기가 되고, 공기의 죽음은 불이 되며 그 역도 같다.

 

자신의 길이 어디로 나 있는지 잊고 있는 사람

 

사람들이 날마다 만나는 것이 그들에게는 낯설어 보인다.

 

65 그러니 이 짧은 시간을 자연에 따라 보내고 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라. 올리브 열매가 다 익고 나면 낳아준 대지를 찬미하고 자신을 길러준 나무에 감사하며 떨어지듯이.

 

나는 이런 일을 당했는데도 고통을 겪지 않았고, 현재의 불운에도 망가지지 않고 미래의 고통도 두렵지 않으니, 나야말로 행운아로구나!

이건 뭐 득도의 경지네.

 

66 이것은 불운이 아니다. 이것을 용감하게 참고 견디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행운이다.

 

네 뒤의 무한한 시간과 네 앞의 무한한 시간을 보라. 무한 시간 속에서 사흘을 산 아이와 세 세대를 산 노인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그래도 경험과 기억의 차이가 있지 않나요. 얼마 전 아들래미가 어차피 더러워질 거 왜 청소해요?”라는 질문이 생각나네.

 

67 아침에 일어나기 싫으면, ‘나는 인간으로서 일하기 위하여 일어난다고 생각하라. 그 때문에 내가 태어났고, 그 때문에 내가 세상에 나온 일을 하려는데 아직도 불평을 한단 말인가? 아니면 나는 이불을 덮고 누워 몸이나 데우려고 만들어졌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즐거운 걸.” 그렇다면 너는 즐거움을 위하여 태어났다는 말인가? 간단히 말해, 네가 태어난 것은 느끼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행동하기 위해서인가?

이건 뭐 마음을 엄청 찌르네. 난 잠이 너무 많다. 인간으로서 일하기 위하여 일어난다는 아니고 나만의 다른 주문이 있긴 하다.

 

그러나 휴식에도 자연은 한계를 정해놓았다. 먹고 마시는데 한계를 정해 놓듯이 말이다. 하지만 너는 그 한계를, 충분한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데 행동에서는 더 이상 그렇지 못하고, 네 능력에도 못 미친다.

이 말도 너무 찌르네..전장에 아우렐리우스 황제 있었다고 하니..문득 병사들이 힘들었겠다 싶다. 그 어느 군대보다 군기 바짝 들었을 듯.

 

자신의 기술을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은 목욕도 않고 식사도 거르며 자기 일에 전력을 쏟는다.

본인 채찍질 하는 건데 왜 자꾸 내가 찔리지. 나는 너무 느슨해.

 

68 이런 자들도 자기 일에 열중할 때는 자신이 마음 먹은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포기 하느니 차라리 먹고 자는 것을 포기한다.

먹고 자는 걸 왜 포기해.

 

69 너는 이해가 느리고 아둔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해도 이런 결점을 훈련을 통해 극복해야지, 자신의 태만을 무시하거나 즐겨서는 안된다.

 

70 그와 같이 선행을 베푼 사람도 나팔을 불지 않고 다음 선행으로 넘어간다. 제철이 되면 포도나무에 다시 포도송이들이 열리는 것처럼.

 

하지만 네가 내 말뜻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때문에 네가 공동체를 위한 행동을 소홀히 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71 마찬가지로 우리는 보편적 자연이 이러저러한 사람에게 질병이나 불구나 피해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다른 것을 처방했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불운과 악연도 나의 인생에 처방된 것이라 여기라는 말이지. 어느 정도 와 닿는 비유.

 

각자에게 일어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그의 운명에 유익한 것으로 지정되었다는 뜻이다.

 

운명도 온갖 원인이 결합함으로써 이런 조화로운 원인이 된다.

 

그에게 보내진 것, 다시 말해 그에게 처방된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운명이 처방한 것을 아스클레피오스가 처방한 것처럼 받아들이자. 사실 그가 처방한 것 중에는 쓰디쓴 것도 많지만, 우리는 건강해지기를 바라며 그 처방을 받아들인다.

..최근에 내가 생각한 방식이네.

 

일어나는 일이 쓰라리다 싶어도 모두 반기도록 하라.

그럴게요.

 

72 첫째, 그 일은 너에게 일어났고, 처방되었고, 가장 오래된 원인들로 거슬러 올라가는 운명의 실로 너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동시성

 

73 다음에는 너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성격을 향해 눈길을 돌려보라.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간신히 참고 견디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사람들 가운데 가장 상냥한 사람조차도 참고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지 않은가.

 

74 지금 나는 내 혼을 어떤 목적에 쓰고 있는가?

 

75 나는 원인과 질료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어느 것도 무에서 생성되지 않는 것처럼, 무로 소멸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모든 부분은 변화에 의해 우주의 어떤 부분으로 옮겨갈 것이고, 그 부분도 우주의 다른 부분으로 변할 것이며, 이런 과정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의해 내가 생겨났고 나의 부모들도 생겨났으며, 이런 과정은 또 다른 무한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76 네 마음은 네가 자주 떠올리는 생각과 같아질 것이다. 혼은 생각에 의해 물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잇달라 떠올림으로써 혼을 물들여라.

 

나아가 각각의 존재가 만들어진 이유는 또한 그 존재가 만들어진 목적이며, 각각의 존재는 그것을 지향한다. 각각의 존재가 지향하는 곳에 그의 목표가 있고, 그의 목표가 있는 곳에 각각의 존재의 이익과 선이 있다.

 

77 그렇지만 몇몇 인간이 나의 고유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인간은 태양이나 바람이나 들짐승 못지 않게 나와 무관한 것 가운데 하나이다.

 

78 마음은 자신의 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것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계획을 촉진시킨다. 그리하여 그러한 활동을 방해하려던 것이 그러한 활동에 도움이 되고, 길을 막으려던 것이 길을 열어주게 된다.

 

마찬가지로 네 안에 있는 것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을 존중하라. 그것은 우주 안의 가장 강력한 것과 동족이다. 네 안에서도 그 강력한 것은 다른 것을 모두 이용하고, 네 삶은 그것에 지배되기 때문이다.

내 안의 신

 

종종 존재하는 것들과 생성되는 것들이 얼마나 빨리 우리 앞을 지나 시야에서 사라지는지 떠올려보라. 사물들의 실체는 쉴 새 없이 흐르는 강과 같고, 그것들의 활동은 지속적으로 변한다. 그것들의 원인은 한없이 다양하고, 정지해 있는 것은 거의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늘 모든 것이 그 안에서 사라져 버리는 과거의 무한한 시간과 입을 쩍 벌린 미래의 심연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쭐대거나, 마음이 산란해지거나, 상당 기간 또는 오래 지속될 고통을 당하는 것처럼 우는 소리를 하는 자야말로 바보가 아닌가?

 

79 다른 사람이 내게 나쁜 짓을 한다고? 그것은 그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에게는 나름대로의 기질과 행동방식이 있다.

거리를 두고 지내라. 100미터 미인이 아니라 100미터 지인. 거리만 유지한다면 싫은 사람도 미인이 될 수 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그저 아는 사람, 지인으로 여기면 될 듯. 100미터 안으로 들어가면 각자의 기질과 행동방식이 방해 받아 본의 아닌 나쁜 짓을 하게 되는 것.

 

80 신들과 함께 살라. 자신의 혼이 자신에게 주어진 몫에 만족하고, 제우스가 자신의 분신으로 각자에게 지배자와 길라잡이로 준 신성이 원하는 것을 행하고 있음을 신들에게 늘 보여주는 자야말로 신들과 함께 사는 자다. 신성이란 바로 각자의 정신과 이성이다.

나는 거기에 야성도 넣고 싶은데.

 

81 또한 나는 이성적이고 공동체적인 동물의 본성에 맞는 것을 원한다.

너무 반복되고 이 정도면 강박적 글쓰기가 아닌가. 이성, 공동체, 본성. 무지하게 리핏되고 있다.

 

81 또 상기해보라, 네가 얼마나 많은 것을 겪었으며, 얼마나 많은 것을 참고 견뎠는지, 그리고 네 인생의 역사는 이미 다 쓰여졌으며, 네 복무는 이제 끝났다는 것을.

각주: 군복무로서의 인생

 

82 왜 재주도 없고 무식한 혼들이 재주 있고 지식을 가진 혼을 당황스럽게 하는 것일까? / 시작과 끝과, 모든 존재에 가득 차 있고 정해진 주기에 따라 영원토록 우주를 관장하는 이성을 알고 있는 혼이다.

 

신들을 공경하고 찬양하는 것,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 사람들을 참고 견디거나’ ‘멀리하는 것말고 또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 가련한 육신과 호흡의 영역 안에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네 것이 아니며 너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라.

 

83 남에게 방해를 받지 않는 것, 올바른 성품과 행동에서 선을 발견하고 자신의 욕망을 올바른 것 안에 한정하는 것.

 

86 주위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어지러워지면 재빨리 네 자신 속으로 되돌아가고, 필요 이상으로 허둥대지 마라. 끊임없이 자신 속으로 되돌아감으로써 너는 마음의 조화를 더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 마음 속 은신처를 마련해두고, 그 은신처로 되돌아갈 수 있는 주문이나 특정 행동을 개발해 봐야겠다.

 

너에게 계모도 있고 생모도 있다면, 너는 계모를 보살피겠지만, 그래도 자꾸만 생모에게 되돌아갈 것이다. 지금 너에게 궁정과 철학이 그런 경우이다. 그러니 자주 철학으로 돌아가 안식을 얻도록 하라. 철학 덕분에 너는 궁정 생활도 견딜 만해 보이고, 궁궐에서도 너를 견딜 만한 사람으로 볼 것이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 책임감 있는 일도 기꺼이 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나의 안식은 무얼까. 남편의 경우 여행인 거 같다.

 

99 네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싶으면 너와 함께 사는 자들의 장점을 생각하라. A의 활동성과 B의 겸손, C의 선심과 D의 또 다른 장점을, 우리와 함께 사는 자들의 성격에서 미덕의 본보기가 최대한 큰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런 것들을 언제나 가까이 준비해두고 있어야 한다.

이게 말은 참 좋은데그래서 1장에서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미덕을 언급한 걸까.

 

너는 네 몸무게가 300리트라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네가 그만큼의 햇수만큼 살고 더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해서 왜 화를 낸단 말인가? 너에게 주어진 물질의 양에 만족하듯이 너에게 주어진 시간에도 만족하라.

 

101 너와 함께 세상에 태어난 사람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벌써 세상을 떠났는가.

이런 질문은 생각지 못했는데. 아직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압도적인 수는 아니겠지만 점점 많아지겠지. 지인 중에서는 1명 있다.

 

102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너에게 달려 있다. 네가 보아온 사물을 새롭게 보도록 하라. 바로 그것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말 좋네. 결국 파랑새는 여기에 있다는 것을 그 옛날부터 최근 캠벨의 영웅여정까지 같은 말을 하는 것.

 

105 똑바로 서라. 아니면 똑바로 세워져야만 할 테니까.

 

115 마치 지금까지 살다가 세상을 떠난 듯이 여생을 덤으로 살되 자연에 따라서 살도록 하라.

 

119 신들은 불사의 존재이면서도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그토록 보잘 것 없는 그토록 많은 인간을 참고 견뎌야 하는데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 아니, 신들은 온갖 방법으로 인간을 돌보고 있다. 하거늘 너는 머지않아 죽게 되어 있는데도 돌보기를 단념한다. 너도 그 보잘 것 없는 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면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신노릇도 어렵겠구나.

 

128 인간의 낙은 인간다운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다운 일이란 동족을 호의로써 대하고, 감각적 움직임을 무시하고, 그럴듯한 표상들을 진단하고, 보편적 본성과 그 본성에 따라 일어나는 것들을 고찰하는 것이다.

인간다운 일을 하고 인간답게 사는 것에는 동의. 그런데 그 인간다운 일이란 감각적 움직임을 무시하는 거라는 대목에서는 인간미 없다.

 

너에게는 세가지 관계가 있다. 하나는 너를 담고 있는 그릇(육신)과의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모두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의 원천인 신적인 원인과의 관계이고, 나머지 하나는 너와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이 모든 관계와 나는 화해하며 사이 좋게 지내고 있는가. 대답은

 

133 현재의 이 시간이 너에게 선물이 되게 하라. 사후의 명성을 더 추구하는 자들은, 후세 사람들도 지금 자신들을 성가시게 구는 자들과 똑 같은 자들이라는 것, 그들도 마땅히 죽는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후세 사람들이 이런저런 메아리로 너에게 응답하든 너에 관하여 이런저런 의견을 갖든, 그게 대체 너와 무슨 상관인가?

 

134 인간에게는 인간에게 맞지 않는 사건이 일어날 수 없다. 소에게는 소에게 맞지 않는 사건이 일어날 수 없고, 포도나무에게는 포도나무에게 맞지 않는 사건이 일어날 수 없으며, 돌에게는 돌의 본성에 어울리지 않는 사건이 일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각자에게 통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것인데 어째서 너는 네 운명에 불만인가? 보편적 자연은 너에게 네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은 가져다 주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135 정염에서 자유로운 마음은 성채와 같다. 인간에게 이보다 더 튼튼한 요새는 없다. 그곳으로 피신한 자는 앞으로 함락되지 않을 것이기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자는 무지한 자이고, 알면서도 그곳으로 피신하지 않는다면 불운한 자이다.

 

136 행동할 때 굼뜨지 말고, 대화할 때 말을 뒤죽박죽 섞지 말고, 생각할 때 헤매지 마라. 다시 말해 네 혼이 자신 안에만 갇혀 있거나 궤도 밖으로 튀어나가지 못하게 하고, 생활에서 여유를 누리지 못할 정도로 너무 분주하지 마라.

 

151 네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은 곧 소멸할 것이다. 그것이 소멸하는 것을 보고 있는 자들도 역시 곧 소멸할 것이다. 그리하여 최고령까지 살다 간 사람이나 요절한 사람이나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죽음과 관련하여 오래 사나 일찍 죽으나 어차피 죽는다는 점에서는 똑같다는 말도 계속 되풀이 되고 있다. 죽음에 대한 강박이나 두려움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계속 그렇게 스스로에게 일깨우는 차원이었을까. 스토아 철학이 보는 죽음은 불교랑 닮은 거 같기도 하고.

 

151 상실은 변화에 불과하다. 보편적 본성은 변화를 좋아하며, 만물은 보편적 본성의 뜻에 따라 생긴다. 태초부터 만물은 비슷한 모양으로 발생했고, 영원토록 대동소이한 모양새로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일어난 모든 것은 잘못 일어났으며 모든 것은 언제까지나 잘못될 것이라고, 또한 그 많은 신들이 있는데도 이런 상태를 바꿀 권능을 발견할 수 없으며, 오히려 우주는 끊임없는 악에 붙들려 있도록 저주 받았다고 주장하는가?

 

158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은 태곳적부터 미리 정해져 온 것이다. 그리고 원인들의 밀접한 연결은 태곳적부터 네 존재와 네게 일어날 일을 함께 엮어놓았던 것이다.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 그저 내 탓이다..라고 생각하고 마음 다잡지만 떠올릴수록 싫은 마음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나의 그림자라 하기에는 그럴 구석이 전혀 없고 다만 왜 이렇게 인연이 되었을까, 나의 어떤 마음을 수련 시키려고 인연이 되었을까 고민하긴 했다.  여기에서는 사건을 이야기 하지만 인연 역시 마찬가지일 거 같다. 태곳적부터 미리 엮인 것이다. 그 엮임에는 이유가 있다. 내 마음의 어떤 부분을 교정 시키기 위해 신이 만들어준 인연이라 생각하자.

 

172 건강한 눈은 보이는 것은 모두 보아야 하며 나는 초록색만 보고 싶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병든 눈의 징후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청각과 후각은 들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듣고 냄새 맡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냄새 맡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건강한 위는, 마치 방아가 무엇이든 찧도록 되어 있는 것이면 다 찧듯이, 음식물이면 무엇이든 소화해야 한다. “내 자식들은 안전하게 해주소서!”라고 정신이 말한다면, 그 정신은 초록색만 반기는 눈이나 부드러운 것만 찾는 치아와 같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에서 비극만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한다. 좋은 일만 생기게 해달라고 하는 것은 욕심이니. 그러나 비극은 피하고 싶다. 그래서 최악만 일어나지 않아도 행복한 인생이라 생각한다.  

 

173 너를 인형처럼 줄로 조종하는 것이 네 안에 숨어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것은 우리의 언변이고, 우리의 삶이며, 이렇게 말해도 된다면 그것은 인간이다. 그것을 상상할 때 네 혼을 담고 있는 그릇과 그 주위에 형성되어 있는 도구들을 함께 떠올리지 마라. 그 도구들은 목수의 연장과 같은 것으로, 차이점이 있다면 육신에 부착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들은 자신을 움직이고 멈추게 하는 원인 없이는 직조공의 북이나 작가의 펜이나 마부의 채찍보다 더 유용하지 않다.

내 안에 숨어 나를 조종하는 그 줄은 강박일까 열정일까.

 

189 쓰기와 읽기를 먼저 배우기 전에는 남을 가르칠 수 없다. 인생은 더욱 그렇다.

 

덜 익은 포도, 무르익은 포도, 건포도. 모든 게 변한다. 그러나 무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존하지 않는 것으로 변한다.

 

190 우리의 자유의지를 빼앗아가는 자는 아무도 없다. 에픽테토스의 말이다.

 

197 모든 것은 의견에 지나지 않고, 의견은 너에게 달려 있음을 명심하라. 따라서 원할 때는 의견을 버려라. 그러면 이미 곶을 돈 뱃사람처럼 너는 모든 것이 평온한 가운데 잔잔한 바다를 지나 안전한 항구로 들어설 것이다.

 

199 인류는 피와 씨의 공동체가 아니라 정신의 공동체이다. 너는 또 각자의 정신은 신이고 신에게서 흘러나온 것이며, 그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의 아이와 그의 육신과 그의 혼마저도 신에게서 온 것이며, 모든 것은 의견에 지나지 않으며, 각자는 현재만을 살고 있으며 잃는 것도 현재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202 인간이여, 너는 이 거대한 국가(세계)의 시민이었다. 시민인 때가 5년 동안이든 100년 동안이든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냐? 그 도시의 법규에 맞게 사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폭군이나 공정하지 못한 재판관이 아니라, 너를 그 국가로 데려다 준 자연이 너를 그 도시에서 내보내기로서니 뭐가 가혹한 일이란 말인가? 그것은 관리가 배우를 고용했다가 무대에서 해고하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나는 5막이 아니라 3막만을 연기했을 뿐이오.” 좋은 표현이다. 그러나 네 인생에서는 3막이 연극 전체이다. 왜냐하면 언제 끝날지 결정하는 것은, 전에는 너의 구성에, 지금은 너의 해체에 책임이 있는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너는 어느 쪽에도 책임이 없다. 그러니 호의를 품고 떠나라. 너를 해고하는 자도 호의를 품고 있다.

이거 비유 좋다.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에 대하여(독자의 눈으로목차의 좋은 점, 아쉬운 점, 잘못된 점 분석

1권은 관계에 관한 것, 2권은 신성과 죽음에 관한 것이라고 메모를 해놨으나 계속 읽으며 보니 반복되는 주제가 많아 그런 분류도 의미 없다고 생각되었다. 혹시나 해당 일기가 쓰여진 일자와 상황을 알 수 있다면 반복되는 내용이라도 달리 읽혔을 수 있겠다(이순신의 <난중일기>의 경우, 어떤 전쟁이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다거나 아들이 죽었을 때였다거나를 알 수 있어서 일기를 통해 당시의 상황과 내면을 함께 읽을 수 있었다).

 

2 보완이 필요한 점(독자의 눈으로이런 내용은 아쉬웠다. 이런 부분은 이해가 안됐다)

각주가 페이지 하단에 있었다면 좋았을 것.

 

3 이 책의 장점(독자의 눈으로이 부분이 이래서 좋았다. 이런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교과서에서 대충 배웠던 스토아 철학을 황제의 일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스토아=금욕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는데 변화의 철학이기도 하고 개인의 도덕적 수양을 통한 자아완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동양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깨달음은 결국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하나라는 생각도 들더라.

 

4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내가 저자라면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을 이렇게 해결하겠다)

아쉬웠던 점의 해결이라기보다는 따라하고 싶은 게 생겼다. 나에 관해서는 따듯한 책망을 하되, 내가 맺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 행여 유쾌하지 못한 관계였다 할 지라도 - 1장에서 황제가 그랬듯이 그 사람들의 장점에 대해서만 써보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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