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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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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8일 23시 30분 등록





I. 저자에 대해

폴 칼라니티

저자 폴 칼라니티는 1977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했고,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과 철학, 과학과 생물학에 깊은 관심을 보이던 그는 이 모든 학문의 교차점에 있는 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와 철학 과정을 이수한 뒤 예일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 의사의 길을 걸었다. 졸업 후에는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 병원으로 돌아와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고의 의사로 손꼽히며 여러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는 등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무렵, 암이 찾아왔다. 환자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 오던 서른여섯 살의 젊은 의사가 하루아침에 자신의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의사이자 환자의 입장에서 죽음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보인 그는 힘든 투병 생활 중에도 레지던트 과정을 마무리하는 등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약 2년간의 투병 기간 동안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HOW LONG HAVE I GOT LEFT?)’, ‘떠나기 전에(BEFORE I GO)’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각각 [뉴욕타임스]와 [스탠퍼드메디슨]에 기고했고, 독자들의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3월, 아내 루시와 딸 엘리자베스 아카디아 등 사랑하는 많은 사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역자 : 이종인

역자 이종인은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 성균관대학교 전문번역가 양성과정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전쟁터로 간 책들》 《신의 사람들》 《중세의 가을》 《호모 루덴스》 《평생독서계획》 《폴 존슨의 예수 평전》 《신의 용광로》 《게리》 《정상회담》 《촘스키, 사상의 향연》 《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 《고전 읽기의 즐거움》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성서의 역사》 《축복받은 집》 《만약에》 《영어의 탄생》 등이 있고, 편역서로 《로마제국 쇠망사》가 있으며, 지은 책으로 《살면서 마주한 고전》 《번역은 글쓰기다》 《전문번역가로 가는 길》 《지하철 헌화가》 등이 있다.



II. 마음을 무찔러 오는 글귀


<< 추천의 글>>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있게 하는가. 몸과 마음, 생사의 접경에서 치열하게 묻고 끝내 자시을 완전연소했던 구도자의 기록. 시간과 싸우며 죽음을 응시한 장면장면이 감동적이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맘 속에서 한줄기 바람이 인다. 짧지만 뜨겁게 살다 간 진실 한 영혼의 숨결이다. 일말의 주저없이 권한다.
     - 전병근(북클럽 오리진 운영자)


암으로 투병중인 나에게 이 책은 각별한 위로와 용기, 지혜의 빛을 준다.
  • 이해인 수녀님께서 암투병인줄은 몰랐다.



주변사람을 챙기는 따뜻한 배려를 날마다 새롭게 해워가면 좋겠다.
  • 살면서 배워야 하는 것은 수녀님의 말씀처럼, 주변 사람을 챙기는 따뜻함과 배려아닐까?



P.27
설사 내가 암 확진을 받더라도 루시에게는 말하지 않을 생각이 었다. 그녀는 자기가 선택한 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면 된다.
  •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서 루시는 섭섭해 했을 것이다.


P.31
충분한 잠, 휴식, 기분전환, 그러니까 바로 평범한 일상의 맛
  • 나도 조만간 이런 홀가분한 기분을 맛볼 것이다.



P.33
루시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그 순간 우리 사이의 서먹한 거리는 사라졌다.
  • 첫 번째 눈물이 훅 들어왔다. 이후로 몇 번 더 눈물이 밀고 들어올 거 같다.



P.48
어머니는 십 대들이 손대는 마약의 이름을 하나도 빠짐없이 열거하며 집요하게 추궁했지만, 정작 내가 그때까지 경험했던 가장 지독한 마약은 자신이 지난주에 건네준 낭만시집이라는 걸 전혀 몰랐다. 책은 잘 다음 어진 렌즈처럼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P.51
고상한 책은 아니었다. 재미라도 있어야 할 떼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신은 뇌의 작용일 뿐이라고 그 소설이 넌지시 던지는 가설이 충격적이었다. 세상을 순진무구하게만 바라보던 내 시각을 흔들어 놓았다.


P.52~53
나는 무언가를 성취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에 더 끌리는 편이었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 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삶의 의미를 온전히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인간관계나 도덕 적 가치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인생의 무 의미와 고독, 그리고 인간의 상호 유대감에 대한 절박한 추 구를 이야기하는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는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엘리엇의 은유가 내 말투 에도 스며들게 되었다. 다른 작가들에게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우리 자신이 고통 받을 때 다른 사람의 명백한 고통에 얼마나 무감각해지는가에 주목했다. 조지프 콘래드는 잘못된 의사소통이 사람들의 삶에 얼 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특유의 명쾌한 감각을 통해 보여주었다. 나는 문학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비추어줄 뿐만 아니라 도덕적 반성에 도움이 되는 소재를 풍부하게 제공한다고 믿었다. 분석철학의 형식 윤리학에 살짝 발을 담 가본 적이 있는데, 그것은 지독히도 무미 건조했고 실제 인간 삶의 혼란스러움과 무게 감을 완전히 놓치고 있었다. 대학 시절 내내, 인간의 의미를 찾으려는 금욕적이고 학구적인 내 연구는 그 의미를 만들어내는 인간관계를 쌓고 강화해나가려는 충동과 갈등을 일으키곤 했다. 반성하지 않는 삶이 살 가치가 없다면, 제대로 살지 않은 삶은 뒤돌아볼 가치가 있을까?


P.54
나는 의미를 연구할 것인가 아니면 경험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었다.
  • 둘 다 해야지.



P.54
캠프는 젊을 때 할 수 있는 목가적인 경험을 모두 선사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호수와 산과 사람들은 아름다웠고 그곳에서 격은 경험과 대화와 우정은 더 없이 풍요로웠다.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거친 들판에 달빛이 흘러 넘쳐 전등 없이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 언젠가 겪었던 시골에서의 느낌이 생각났다. 한적한 곳에서 달빛만으로 밤을 지나던 그때



P.55~56
우리는 새벽 두 시에 길을 나서 해뜨기 직전에 가장 가까운 산봉우리인 탈락 산 정상에 오르곤 했다. 아래로 펼쳐 진 고요한 호수에 별이 총총하게 박힌 맑은 밤하늘이 아름답게 비치고 있었다. 거의 3000미터 높이의 봉우리에서 우 리는 침낭 안에 들어가 서로 가까이 붙어 누워 누군가가 사려 깊게 준비해온 커피를 마시며 차디찬 바람을 이겨냈다. 그런 다음 차분히 앉아서 동쪽 지평선이 밝아오며 하늘이 푸른빛으로 변하고 별들이 천천히 지워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희붐한 하늘이 넓고 높이 퍼져나가다 첫 햇살이 나타났다. 저 멀리 타호 호수 남쪽의 도로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하지만 뒤로 머리를 길게 빼면 새벽 녘의 푸른빛은 아직 하늘의 절반 정도밖에 퍼지지 못했고, 서쪽 하늘의 어두운 밤은 여전히 정복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칠흑의 하늘에 별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보름달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동쪽을 보면 환한 빛이 나를 향해 내리비치지만, 서쪽을 보면 도무지 물러설 것 같지 않은 밤하늘이 버티고 있었다. 그 어떤 철학자도 낮과 밤사이 의 이 광경만큼 자연의 숭고함을 잘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마치 하느님이 “빛이 있으라” 하고 말하는 것 같은 순간 이었다. 산 지구, 우주의 이런 광대무변함 속에서는 스스로가 작은 알갱이처럼 보잘것없이 느껴진다. 그러나 절벽에 경사면에 두 발을 딛고 서 있으면 자연의 장엄함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재확인하게 된다.
  • 철저하게 살아 있음을 느꼈겠군



P.57
나는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지 알기 위해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유기체들이 세상에서 의미를 찾는 데 뇌가 하는 역할을 알기 위해 신경과학을 공부하면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소에서 일했다.


P.61
우리는 뇌 덕분에 인간 관계를 맺고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 그러나 때때로 뇌는 망가져 버린다.


P.62
모든 학문 분야란 인간의 삶을 특정 방향으로 이해하는 일련의 도구, 즉 어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판정을 갖게 되었다. 위대한 문학 작품은 나름의 고유한 도구를 독자에게 쥐어주며 그 어휘를 사용하도록 이끈다.


P.63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정원에서 들은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집어 들고 읽으라.”
  • 때론 집어 들고 읽고만 싶을 때가 있지. 반대로 읽는걸 집어 치고 싶을 때도 있기 마련



P.72
해부실에서 우리는 시체를 하나의 사물로 대상화하여 문 자 그대로 장기, 조직, 신경, 근육으로만 바라보았다 첫날 나는 시체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을 부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지의 피부를 벗겨내고, 작업을 방해하는 근육을 가르고 폐를 꺼내고 심장을 잘라서 열고, 간엽을 제거하고 나면 이런 조직 더미를 인간으로 인식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시체 해부는 신성 모독이라기 보다는 해피 아워에 술 마시러 가는 것을 방해하는 일이 되어버리고, 이런 깨달음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어쩌다 한 번씩 반성의 순간이 찾아오면 우리는 마음속으로 시체들에게 사과했다. 죄의식을 느껴서가 아니라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P.75
놀랜드는 저명한 외과의이자 철학자로서, 죽음을 다룬 그의 획기적인 저서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 하는가>>가 내 고등학교 시절에 출간 되었지만 정작 그 책을 읽어본 것은 의과 대학원에 들어가고 나서였다.
  • 아마도 책이 필요한 때 나타 났을 거야.



P.76
토머스 브라운경의 <<의사의 종교>>에서 본 구절을 떠 올렸다. “우리는 엄청난 투쟁과 고통을 딛고 이 세상에 오지만, 세상을 떠나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P.80
그의 이마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 갑자기 아이가 아팠는데 하필 이때 이런 글을 읽다니. 그의 이마에 있던 근심이 무엇인지 나도 대략 느껴진다.



P.85
나는 아이들을 보러 신생아 중환자실로 같다. 각각 투명한 플라스틱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 ‘삐’ 소리를 내는 커다란 기계들 때문에 더 왜소해 보이는 데다 복잡하게 엉킨 선들과 관들에 가려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인큐베이터의 한편엔 아기에게 필수적인 사람과의 접촉을 위해 부모가 손을 넣어 아기의 팔이나 다리를 만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작은 창이 있었다.
  • 채현이가 태어나 던 날 그날 인큐베이터로 갔었다. 마음이 어찌나 안 좋고 불안하던지. 그 부모의 심정이 어떤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가녀린 팔과 다리가 어찌나 마음을 무겁게 뭉쳐놓던 지도 이해가 간다. 그래도 잘 견뎌 주었고 건강히 잘 자라주어서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기계에 의지해 있던 모습. 눈에 아른거린다.



P.88
나는 대기실로 나가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했다. 열두 명 정도 되는 대가족이 뛸 듯이 기뻐하며 서로 정신 없이 악수와 포웅을 나누었다. 나는 신으로부터 기쁨에 넘치는 새 약속을 받고 산꼭대기에서 돌아온 예언자가 된 기분이었다. 출산과정의 모든 혼란은 사라졌고, 방 금전에 나는 이 가족에게 누군가의 조카딸, 누군가의 사촌이 될 새로운 식구를 품에 안고 있었다.
  • 가슴 따뜻한 이 의사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전해진다.



P.88~89
우리는 어느 날 태어났고, 어느 날 죽을 거요. 같은 날 같은 순간에, 여자들은 무덤에 걸터앉아 아기를 낳고, 빛은 잠깐 반짝이고, 그러고 나면 다시 밤이 오지
  • 왠지 모르게 명상록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



P.89
성냥불이 깜빡이다가 꺼지고 말았다. 543호실 산모의 통곡, 아빠의 시뻘개진 눈꺼풀과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환희의 이면에 존재하는 이 견딜 수 없고, 불공평하며, 얘기치 않은 죽음… 대체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또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한단 말인가?


P.90
어떻게 하면 의사다운 판단을 내리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앞으로 실제적인 의학을 더 많이 배워야겠지만, 생사가 걸 린 상황에서 지식만으로 충분할까? 물론 지능만으로는 충분 치 않고 도덕적 명확성 또한 필요했다. 앞으로 내가 지식뿐 만 아니라 지혜도 함께 얻게 될 거라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바로 어제 병원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삶과 죽음은 그저 수상적인 개념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나는 그 둘 모두를 바로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베케트의 포조가 한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삶은 너무나 짧은 잠깐이기에 충분히 고민할 시 든 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맡겨진 역할, 즉 겸자를 무덤 파는 사람으로서 죽음의 시간과 방법에 직접적으로 입하는 일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 


P.91
실제로 99퍼센트의 사람들이 연봉, 근무환경, 근무시간을 고려하여 직업을 선택한다. 그러나 원하는 생활방식에 중점을 두고 선택하는 건 직업이지 소명이 아니다.


P.95
신경외과의는 정체성이라는 혹독한 용광로 속에서 일한다. 모든 뇌수술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본질인 뇌를 조작하며, 뇌수술을 받는 환자와 대화할 때에는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 뇌수술은 대개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이며, 그래서 인생의 중대한 사건들이 그렇듯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결정적인 전환점에서 요점은 단순히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이다. 가령 당신이나 당신의 어머니가 몇 달 더 연명하는 대가로 말을 못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치명적인 뇌출혈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낮은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시력 손상을 감수해야 한다면? 발작을 멈추려고 하다가 오른손을 못 쓰게 된다면? 당신의 아이가 얼마만큼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게 될까?


P.95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 것, 내가 사랑 받고 있다는 것. 그걸 지켜내고 싶은 게 아닐까?



P.97
늘 왼손으로 식사하도록 하게. 양손을 다 잘 쓰는 법을 배워야 해


P.97
병원생활이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요
  • 연구원 과정이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요. 결국 스스로가 의미를 찾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P.101
나는 환자를 서류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모든 서류를 환자처럼 대하기로 결심했다.


P.105
나는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에서 일생을 보낸다면 연민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스스로의 존재도 고양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찮은 물질주의, 쩨쩨한 자만에서 최대한 멀리 달아나 문제의 핵심, 진정으로 생사를 가르는 결정과 싸움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곳에서 어떤 초월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P.111
하지만 나는 왜 좀 더 시간을 내지 않았었을까?
  • 그냥 삶의 일부분의 일을 받아들였던 거지. 결심한 것과 일상의 사건을 마주치는 걸 매번 똑 같이 가져가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야.



P.111~112
나는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와 리처드 셀저가 이보다 더 나쁜 일을 했다고 고백했던 것을 떠올리며 조금이나마 위로 받았고,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비극과 실패를 겪으며 환자와 가족들 간의 관계 말고 의사와 환자 간의 아주 중요한 관계를 내가 잊고 있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기술적인 탁월 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레지던트로서 내가 꿈꾸었던 가장 높은 이상은 목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누구나 결국에는 죽는다), 환자나 가족이 죽음이나 질병을 잘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환자가 치명적인 두부 출 혈로 병원에 들어올 때, 신경외과의와 나누는 첫 대화는 환 자의 가족이 죽음을 기억하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다 환자를 평화롭게 보내줄 수도 있고("천명이 다해서 떠난 거야”), 아니면 결코 아물지 않는 회한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 의사들은 우리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어! 그 아이를 구하려 는 시늉조차 안 했다고!"), 메스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 라면, 외과의가 선택할 수 있는 도구는 따뜻한 말뿐이다. 심각한 뇌 손상으로 인한 독특한 고통은 때로는 환자보다 가족에게 더 큰 아픔을 준다 그래서 그 의미를 완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건 의사뿐만이 아니다. 뇌를 다쳐 머리를 깎고 누워 있는 사랑하는 이의 주변에 모인 가족들 역시 그 의미를 완전히 깨닫지 못한다. 그들은 과거를 본다. 그 동안 아 쌓아온 추억, 새삼 느껴지는 사랑의 감정, 이 모든 것을 그 앞에 놓인 몸이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P.116
나는 그녀를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보았다.
  • 사람을 그렇게 보아야 하지. 그런 게 가끔 해결할 문제로 보이기도 하겠지.



P.124~125
이런 순간에 환자와 함께하는 건 분명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었지만 보람도 있었다. 왜 내가 이 일을 하는지, 과연 가치 있는 일인지 의문을 품은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생 명(생명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정체성, 어쩌면 다른 이의 영혼이 라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을 지켜줘야 한다는 소명의식은 이 99 신성함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환자의 뇌를 수술하기 전에 먼저 그의 마음을 이해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정체성, 가치관, 무엇이 그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지, 또 얼마나 망가져야 삶을 마감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수술에 성공하려는 헌신적인 노력에는 큰 대가가 따랐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패는 참기 힘든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이런 부담감은 의학을 신성하면서 동시에 불가능한 영역으로 만든다. 의사는 다른 사람의 십자가를 대신 지려다가 때로는 그 무게를 못 이겨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P.127
브이는 늘 정직하게(때로는 겸손하게) 전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대다수의 과학자가 어떻게든 권이 있는 학술지에 자신의 글과 이름을 올리기 위해 부정도 묵인 했지만, 브이는 과학적인 이야기에 충실하면서 그것을 타협 없이 말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나는 브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크게 성공했음에도 미덕을 중시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그는 정말로 타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었다.
  • 어른이라는 말은 어쩌면 이런 자세이지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P.142~143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우리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살고, 숨 쉬고, 대사 작용을 하는 유기체로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항해 속수무책으로 살아간다. 죽음은 당신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제프와 나는 몇 년 동안 죽음에 능동적으로 관여하고, 마치 천사와 씨름한 야곱처럼 죽음과 씨름하는 훈련을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대면 하려 했다. 우리는 사람의 생사가 걸린 일을 책임져야 하는 힘겨운 멍에를 졌다. 우리 환자의 삶과 정체성은 우리 손에 달렸을지 몰라도, 늘 승리하는 건 죽음이다. 설혹 당신이 완 벽 하더라도 세상은 그렇지 않다. 이에 대처하는 비법은 상황이 불리하여 패배가 확실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의 판단이 잘못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환자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다.


P.148~149
내 삶은 그 동안 잠재력을 쌓아왔으나 그 잠재력은 결국 빛을 보지 못할 것이었다. 나는 정말 많은걸 계획했고, 그 계획이 곧 성사될 참이었다. 내 몸은 쇠약해졌고 내가 꿈꿨던 미래와 나 자신의 정체성은 붕괴되었으며, 내 환자들이 대면했던 실존적 문제를 나 역시 마주하게 되었다. 폐암 진단은 확정되었다. 내가 신중하게 계획하고 힘겹게 성취한 미래는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일하는 동안 무척 익숙했던 죽음이 이제 내게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다 죽음과 마침내 대면하게 되었지만, 아직 죽음의 정체를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지난 몇 년 동 안내가 치료했던 수많은 환자들이 남긴 발자국을 보고 따라갈 수 있어야 할 텐데, 기로에 선 내 앞에 보이는 거라곤 텅 비고 냉혹하고 공허하고, 하얗게 빛나는 사막뿐이었다. 마치 모래 폭풍이 그 동안 친숙했던 모든 흔적을 쓸어간 것처럼. 
  • 가끔 시간은 계획보다 빨리 지나버린다.



P.155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존재인지도 모르고 함께할 인생을 계획했다.
  • 그 모든걸 알고 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살다가 모퉁이를 돌다가 만나는 그런 사건들의 연속인거지.



P.160
내키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마세요.
  • 많은 부분 그렇게 사는게 다행이야. 그리고 자꾸 받침이 틀렸던 그 단어.



P.169
죽음과 마주하며 나는 예전의 삶을 복원하기 위해서, 아니면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서 부단히 버둥거렸다.
  • 그 상황이 된다면 누구나 그럴 것 같다.



P.172
의사였을 땐 행위의 주체이자 원인이었으나, 환자인 나는 그저 어떤 일을 당하는 대상일 뿐이었다.
  • 주체일 때가 피곤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 주체성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거 같아.



P.178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환자? 과학자? 교사? 생명 유 리학자? 아니면 에마의 말대로 신경외과 의사 복귀? 집에 만있는 아빠? 작가? 대체 나는 무엇이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하는가? 의사 시절 나는 중병에 걸린 환자들이 마주친 문제들을 어느 정도 이해했었고, 바로 이런 순간을 그들과 함께 깊이 파고들기를 원했었다. 그렇다면, 죽음을 이해하고 싶었던 청년에게 불치병은 완벽한 선물이 아닌가? 죽음을 실제로 겪는 것보다 죽음을 더 잘 이해 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것 이 얼마나 힘들지, 또 얼마나 많은 영역을 탐구하고, 조사하고, 정리해야 할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의사의 일이란 두 개의 선로를 잘 연결해서 환자가 순조로운 기차 여행을 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 자신의 죽음을 대면하는 일이 이토록 혼란스러울 줄은 미처 몰랐다. “내 영혼의 대장간에서 아직 창조되지 않은 인류의 양심을 벼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젊은 시절의 나를 다시 떠올려보았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내 영혼을 들여다보니, 연장은 너무 약하고 불은 너무 뭉근해서 인류의 양심은커녕 내 양심조차 벼리지 못했다.
  • 뭉근하다 :  세지 않은 불기운이 끊이지 않고 꾸준하다.



P.192
나는 문득 내가 슬품의 5단계(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를 이미 다 겪었지만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P.193
만약 석달이 남았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다. 1년이라면 책을 쓸 것이다. 10년이라면 사람들과 질병을 치료하는 삶으로 복귀할 것이다. 우리는 한번에 하루씩 살 수 있을 뿐이라는 진리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하루를 가지고 난 대체 뭘 해야 할까?
  • 그에게 책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던 것일까?



P.197~198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찾아내야 해요..’
신경외과를 겸한 신경과학자로 가장 높이 날아오르려던 욕심을 버린다면 이제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아버지가 되는 것?
신경외과의가 되는 것?
후학을 가르치는 것?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게 뭔지는 몰라도, 나는 히포크라테스나 마이모니데스, 오슬러도 가르쳐 주지 않은 뭔가를 배웠다. 의사의 의무는 죽음을 환자에게 예전의 삶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이 무너져 버린 환자와 그 가족을 가슴에 품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 자신들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마주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것이다.
내가 외과의로서 얼마나 오만했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최대한의 책임감과 권한으로 환자를 돌보려 했지만 그것은 기껏해야 일시적인 책임이고 덧없는 권한이었다. 위기의 순간을 무사히 넘기면, 환자는 깨어나 몸에 삽입했던 관을 제거하고 퇴원한다. 이렇게 병원을 떠난 환자와 가족은 계속 일상을 살아가겠지만 결코 예전과 같지 않다. 신경외과 의사의 메스가 뇌 질환을 해결하듯이, 의사의 말은 환자의 마 을 편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감정적이든 육체적이든 불확실성과 병적 상태는 환자 본인이 계속 씨름해야 할 문제로 남는다.
에마는 나의 옛 정체성을 되돌려주지는 않았다. 대신에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내 능력을 지켜주었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하리라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다.


P.200
신의 존재가 증명되지 않았으니 신을 믿는 건 비이성적인 일이었다.
  • 증명으로 어떻게 종교가 생성될 수 있겠어…?



P.201
과학을 형이상학의 결정권자로 보면 세상에서 신뿐만 아니라 사랑, 증오, 의미도 함께 사라져버리고, 이런 의미가 모두 사라진 세상은 결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인생의 의미를 믿으면 반드시 신도 믿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이 신에 대해 어떤 근거도 제공할 수 없다면, 마찬가지로 인생의 의미에 대한 근거도 마련해주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인생 자체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결론에 다다를 것이다. 다시말해, 실존적 주장은 아무런 무게도 지니지 못하게 되고 과학적 지식이 곧 모든 지식이 되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과학방법론은 인간이 만든 산물이기에 영원불변의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 우리는 세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손쉽게 조작하기 위해, 현상을 다루기 쉬운 단위들로 축소하기 위해 과학 이론을 만든다. 과학은 재현 가능성과 인위적인 객관성에 기반을 둔다. 그래서 물질과 에너지에 대해 이런저런 주장을 내세울 때는 탁월하지만, 고유하고 주관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실존적이고 본능적인 성질에 과학 지식을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과학은 경험적이고 재현 가능한 정보를 체계화하는 데 가장 유용한 방식일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과학의 능력은 역설적으로 인생의 가장 중심적인 측면들(희망, 두려움, 사랑, 증오 아름다움 질투, 명예, 나약한 부단한 노력, 고통, 미덕)을 포착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P.204~205
그렇다면 형이상학자의 뜻을 품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포기해야 할까?
거의 그렇다.
궁극적인 진리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되 거기에 닿는것 은 불가능하다는 걸, 혹은 가능하다 해도 확실히 입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결국 우리 각자는 커다란 그림의 일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의사가 한 조각 환자가 다른 조각 기술자가 세 번째 경제학자가 네 번째 진주를 캐는 잠수부가 다섯 번째, 알코올 중독자가 여섯 번째, 유선방송 기사가 일곱 번째 목양업자 가여덟 번째, 인도의 거지가 아홉 번째 목사가 열 번째 조 각을 보는 것이다. 인류의 지식은 한 사람 안에 담을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맺는 관계와 세상과 맺는 관계에서 생성되며,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궁극적인 진리는 이 모든 지식 위 어딘가에 있다.


P.221
내 요구를 들어준다는 건 그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난처하게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 나 같았었으면 어떻게 했었을까?


P.228
지금 이 순간에는 평범한 두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심연에 직면하여 한없이 위축된 한 사람과 그를 바라보는 또 한 사람.
결국 의사도 희망이 필요한 존재였다.
  • 인간들에게는 누구나 희망이 필요하다. 그럴일은 없겠지만 그걸 몰랐다면 상당히 행운이던가 전혀 무지한 인간이던가 둘중 하나이지 않을까.



P.229
앞으로 루시와 내 달의 삶에는 많은 것들이 부재(不在)할 것이다.
  • 문득 변경연 처음 시작할 때 장례식때의 느낌이 가슴을 눌렀다. 이글을 읽는 아침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P.229
루시가 마지막으로 힘을 한 번 주자. 7월 4일 2시 11분에 우리 아기가 세상에 나왔다. 이름은 엘리자베스 아카디아, 줄여서 케이디였다. 우리는 몇 달 전에 이름을 미리 지어 놓았다.
“아버님, 따님을 한번 안아 보시겠어요?” 간호사가 내게 물었다.
  • 채현이가 태어난 날이 생각난다



P.232
그레이엄 그린은 인생은 첫 20년까지이고 나머지 시간은 그 20년을 회고하며 보내는 법이라고 했다.
  • 내 경우는 그렇지 않은 거 같은데…



P.233~234
모든 사람이 유한성에 굴복한다. 이런 과거 완료 상테에 도달한 건 나뿐만이 아니리라. 대부분의 야망은 성취더거나 버려졌다. 어느쪽이든 그 야망은 과거의 것이다. 미래는 이제 인생의 목표를 향해 놓은 사다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지속되는 현재가 되어버렸다. 돈, 지위, <전도서>의 설교자가 설명한 그 모든 허영이 시시해 보인다. 바람을 좇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절대 미래를 빼앗기지 않을 한 가지가 있다. 우리 딸 케이디, 나는 케이디가 내 얼굴을 기억할 정도까지는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목숨은 사라지겠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케이디에게 편지를 남길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대체 뭐라고 써야 할까? 케이디가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지어준 별명이 딸아이 마음에 들지도 알 수 없다. 미래가 창창한 이 아이는 기적이 벌어지지 않는 한 과거만 남아 있는 나와 아주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다. 이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다.
그 메시지는 간단하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 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 어쩌면 폴은 글로 가족과 머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책을 읽을 수가 없어서 잠깐 덮었다.



P.243
폴은 내게 얼굴을 돌려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가나봐.”
“내가 당신곁에 있어.” 내가 말했다.


P.246
케이디는 자기도 모르게 아빠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P.247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원고가 출간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그렇게 살아있음을 남기고 싶었던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P.251
쉼 없이 글을 썻다.


P.252
그는 어떻게든 글을 쓰겠다는 의지가 굳건했다.


P.252
이 책에는 모자란 시간과 싸우는 절박함, 중요한 얘기를 꼭 전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폴은 의사이자 환자로서 죽음과 대면했고, 또 그것을 분석하고, 그것과 씨름하며, 그것을 받아 들였다. 그는 사람들이 죽음을 이해하고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했다.


P.254
우리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결혼 생활을 지키는 비결은 한 사람이 불치병에 걸리는 거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역으로 말하자면, 불치병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서로 깊이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서로에게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하며, 감사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


P.255
“이렇게 내가 당신 가슴에 머리를 대고 있어도 숨 쉴 수 있어?”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이게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폴과 내가 서로의 삶에 깊은 의미가 될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P.262~263
그는 훌륭한 성품에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고, 죽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랬을 것이다. 그 대신에 폴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남들을 도우려 했고, 이는 그만이 남길 수 있는 업적이다.
  • 어른이 된다는 건 사려깊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따뜻하게 대하고,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하는 것. 그가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P.267
하지만 그와 이름이 같은 사도 바울(Paul)이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의 소명을 깨달아 영문학 교수 대신 의사가 되었다. 하지만 늘 어떤 행태로든 문학으로 되돌아가기를 꿈꾸었고 언젠가는 책을 쓰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왜 그러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이제 시간이야말로 그에게 정말 부족한 것이 되고 말았다.
  • 운명 같네…



P.268
뇌는 복잡성에 반하고 놀라운 솜씨를 발휘하기 위해 손을 훈련시키는 것이 즐거웠지만, 그 보다는 고통 받는 환자들, 그들이 견뎌야 하는 것, 또 자신이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을 사랑하고 거기에 공감을 느꼈다. 그의 이런 자질에 대하여 그보다 더 열심히 내게 이야기해준 사람은 그의 조수였던 내 제자들이었다. 폴은 자신의 직업에 깃든 도덕적 차원을 철저히 신봉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에게 다가오고 있는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P.269
폴의 글은 그야말로 탁월했다. 그는 어떤 주제로도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글이나 쓰지 않았다. 그는 시간에 대하여, 그리고 병에 걸린 자신에게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하여 썻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폴의 글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에 사무친다.


P.272
나는 그 멋진 교회가 비어 있을 때 종종 찾아가 앉아 그 안에 비치는 햇빛과 정적을 감상하며 새로운 힘을 얻곤 한다.
  • 그 여름날 햇빛이 비치고 노을이 되어가는 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드리던 그때 그 사람들이 생각나네. 그 시간을 지내고 나면 나도 왠지 모를 힘을 얻곤 했는데…



P.274
용기가 어떤 것인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용감한 행동인지 목격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글로써 여전히 살아남아 다른 이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많은 시간을 손안에서 윙윙거리는 사각형 물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덧없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며 진정한 대화 는 찾기 어려워진 이 세상에서 잠시 멈춰 서서 죽었지만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남게 된 내 젊은 친구와 대화를 나눠 보길 바란다. 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 그리고 행간에 깃들인 정적 속에 여러분의 내면에서 뭐라고 답하는지 귀를 기울여보라. 바로 거기에 폴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나는 그 메시지를 들었다. 여러분도 그 선물을 받길 바란다. 이제 난 자리를 비킬 테니, 폴과 직접 만나보시길.
  • 그는 글로 살아 나에게 왔다.



P.279
칼라니티의 죽음이 너무나도 아쉬운 것은 그가 가나안 땅에 거의 다 도착했는데 막상 그 땅에는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III. 내가 저자라면

1. 추가 했으면 좋았을 부분
  • 사진을 페이지 마다 몇장 씩 넣어 주었으면 좋을 듯 했다


2.관련 기사


3.생각하게 된 부분
  • 삶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만 살아서는 안된다. 보다 높은 연봉과 보다 높은 지위와 보다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서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어느순간 생명이 다하는 그 날이 왔을 때, 결국 찾게 되는 것은 가족간의 '사랑'이었다.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훌륭한 노력이지만 그 안에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내가 조금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해서 사람을 향해 오만하거나 친절을 잃게 된다면 삶의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것이나 다름 없다.


4. 이 책의 장점
  • 내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된다. 


5. 네이버 도서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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