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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8일 23시 52분 등록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넥스트웨이브미디어 출판


11기 윤정욱



[머릿말]


누군가 말했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고. 우리가 처음 누군가를 만나 그를 알아가는 것은 한 권의 책을 펼쳐 잡힌 곳에서 부터 한 장, 두 장 그를 읽어 가는 것이다. 그것은 타인이 자신을 볼 때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자신만의 한 권을 책을 만드는 것과 같을 지도 모른다. 하나의 주제로 처음부터 끝 까지 내 달리는 대 서사시와 같은 영웅의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고, 그저 그런 시시한 책이 되고야 말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인생 1막은 시시했을 지라도 남은 2막, 3막은 재미있을 거라고 혼자 착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연극이 그렇듯 1막은 재미가 없으면 대개는 2막, 3막도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없던 재미가 마지막에 빵빵 터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인생이라는 연극을 그리고 자신이라는 한 권의 책을 누구 보다 진지하게 써왔다. 


그리고 그 동안의 고생이 밝은 빛이 되어 가장 빛나는 인생 2막이 펼쳐지려고 할 즈음, 저자는 자신이 쓸 수 있는 책의 분량이 몇 장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앞으로 해야 할 말도 많고, 예정 된 스토리는 많은데 남은 종이에 여유가 없다. 그는 그의 지난 인생을 그리고 현재의 자신의 고통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옆에서 지켜봐주는 가족들의 사랑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언제 자신의 삶이 끝이 날지는 알 수 없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다. 어렸을 때부터 삶의 의미와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두고 사색 했던 저자는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과연 그 답을 찾았을까? 



  1. 저자 분석


저자 : 칼라니티


저자 칼라니티는 1977 뉴욕에서 태어났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했고,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과 철학, 과학과 생물학에 깊은 관심을 보이던 그는 모든 학문의 교차점에 있는 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와 철학 과정을 이수한 예일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 의사의 길을 걸었다. 졸업 후에는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 병원으로 돌아와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박사 연구원으로 일했다.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고의 의사로 손꼽히며 여러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는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무렵, 암이 찾아왔다. 환자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 오던 서른여섯 살의 젊은 의사가 하루아침에 자신의 죽음과 맞닥뜨리게 것이다


의사이자 환자의 입장에서 죽음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보인 그는 힘든 투병 생활 중에도 레지던트 과정을 마무리하는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2년간의 투병 기간 동안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HOW LONG HAVE I GOT LEFT?)’, ‘떠나기 전에(BEFORE I GO)’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각각 [뉴욕타임스] [스탠퍼드메디슨] 기고했고, 독자들의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5 3, 아내 루시와 엘리자베스 아카디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역자 : 이종인


역자 이종인은 1954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 성균관대학교 전문번역가 양성과정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전쟁터로 책들》 《신의 사람들》 《중세의 가을》 《호모 루덴스》 《평생독서계획》 《폴 존슨의 예수 평전》 《신의 용광로》 《게리》 《정상회담》 《촘스키, 사상의 향연》 《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 《고전 읽기의 즐거움》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성서의 역사》 《축복받은 집》 《만약에》 《영어의 탄생》 등이 있고, 편역서로 《로마제국 쇠망사》가 있으며, 지은 책으로 《살면서 마주한 고전》 《번역은 글쓰기다》 《전문번역가로 가는 길》 《지하철 헌화가》 등이 있다.



2. 마음을 무찌르는 글


(40) 내가 아는 의학이란 부재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버지의 부재. 


(42) 나와 내 친구들 역시 사막의 자유를 사랑했다. 우리는 오후 시간 사막을 탐험하고 돌아다니며 짐승의 뼈와 사막에서 보기 드문 개울을 찾아내기도 했다. 


==> 저자는 이 책을 자신의 딸에게 전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어쩌면 아이를 갖기로 마음 먹었을 때 부터 아버지의 이야기를 자신의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말하는 것은 어찌보면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43) ‘지역 속설’은 내게 도시 전설의 시골 버전 같은 단어가 됐다. 내가 처음 접한 지역 속설은 사막의 동물들에게 요술을 부리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 나에게도 이런 속설로 남아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살쾡이다. 어렸을 적 이불 밑으로 누나들과 손을 잡고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 때 자주 등장했던 소재가 바로 살쾡이 였다. 


(47) 그날 밤, 어머니는 침대에 홀로 누워 흐느껴 울었다. 빈약한 학교 제도가 자식들의 앞 날을 가로막을까 봐 걱정한 어머니는 어딘가에서 입시용 독서 목록을 구해왔다. 대학에서 생리학 공부를 하다가 스물세 살에 결혼하고 낯선 나라에서 세 명의 자식을 키우느라 어머니 자신도 그 목록에 있는 책을 다 읽지 못했다. 하지만 자식들에게는 어떻게든 다 읽히려 했다. 


(47) <멋진 신세계>를 읽으면서 나는 도덕 철학의 기초를 쌓았고, 그 책을 대학 입학 논술 주제로 삼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햄릿>은 내게 사춘기의 위기가 닥칠 때 마다 큰 힘이 되어주었다. 


==> 저자는 이미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책을 통해 삶의 교훈을 얻고 그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어떠한 힘을 얻기도 했다. 저자가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이기도 할테지만, 그보다 책을 읽어도 양식으로 소화를 하지 못하는 나에게도 반성은 필요하다. 


(48) 책은 잘 다듬어진 렌즈처럼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51) <사탄 : 불운한 캐슬러 박사가 그에게 행한 심리요법과 치료>


(51) 정신은 뇌의 작용일 뿐이라고 그 소설이 넌지시 던지는 가설이 충격적이었다. (중략) 우리는 자유의지를 갖고 있지만, 또한 생물학적인 유기체이기도 하다. 뇌 역시 하나의 생체 기관인 만큼 물리학 법칙의 대상이 되는 게 당연하다. 


(52) 진지하게 말하자면, 나는 무언가를 성취하기 보다는 이해하고 노력하는 일에 더 끌리는 편이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 저자는 원래 작가가 꿈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의미를 거듭 생각한다. 작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생물학자가 될 것인가.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전자는 의미를 연구하는 분야가 되고, 후자는 경험을 중시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54) 캠프는 젊을 때 할 수 있는 목가적인 경험을 모두 선사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호수와 산과 사람들은 아름다웠고, 그 곳에서 겪는 경험과 대화와 우정은 더 없이 풍요로웠다.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거친 들판에 달빛이 흘러넘쳐 전등 없이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 인도, 필리핀, 지리산 대피소


(55) 거의 3000미터 높이의 봉우리에서 우리는 침낭 안에 들어가 서로 가까이 붙어 누워, 누군가가 사려 깊게 준비해온 커피를 마시며 차디찬 바람을 이겨냈다. (중략) 그 어떤 철학자도 낮과 밤 사이의 이 광경만큼 자연의 숭고함을 잘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 산 정상에서 아침 해가 솟아나는 광경을 기가 막히게 묘사한다. 저자는 의사로서 인정 받은 것은 물론 작가로서도 인정을 받았을 것이다. 


(57) 나는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지 알기 위해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유기체들이 세상에서 의미를 찾는 데 뇌가 하는 역할을 알기 위해 신경과학을 공부 하면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연구소에서 일했다. 


(61) 나중에 가서야 이 견학이 뇌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이해로 나를 이끌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우리는 뇌 덕분에 인간 관계를 맺고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 그러나 때때로 뇌는 망가져버린다. 


(61) 단어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의미가 있으며, 삶의 의미와 미덕은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의 깊이와 관련이 있다. 인생의 의미를 뒷받침하는 것은 인간의 관계적 측면, 즉 ‘인간의 관계성’이다. 


(62) 모든 학문 분야란 인간의 삶을 특정 방향으로 이해하는 일련의 도구, 즉 어휘를 만들어내는것이라는 관점을 갖게 되었다. 


(63) ‘생물학, 도덕, 문학, 철학이 교차하는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64) 책에는 나오지 않는 답을 찾고 전혀 다른 종류의 숭고함을 발견하며, 고통받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 저자는 줄곧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런데 영문학 석사 과정을 거치면서도 책과 문학만으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던 것 같다. 


(66) 진지한 생물학적 철학을 추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의학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도덕적인 명상은 도덕적인 행동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다. 나는 영국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예일 의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 도덕적인 명상은 도덕적인 행동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오래 두고 마음에 새겨둘만한 말이다. 


(92) 의과 대학원 4학년이 되자 많은 동기들이 방사선과나 피부과 같은 덜 고된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하기 시작했다. (중략) 대부분의 학생들은 근무 일정이 좀 더 여유롭고 연봉은 더 높고 스트레스는 덜한, ‘느긋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전공 분야로 눈을 돌렸다. 


(94)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나는 모든 이가 언젠가는 마주치기 마련인, 삶과 죽음과 의미가 서로 교차하는 문제들은 대개 의학적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95) 뇌는 우리가 겪는 세상의 경험을 중재하기 때문에, 신경성 질환에 걸린 환자와 그 가족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 중요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 그것이 나의 앞으로의 과제다. 


(101) 그때부터 나는 환자를 서류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모든 서류를 환자처럼 대하기로 결심했다. 


(102) 또 어떤 날은 끝이 보이지 않는 여름날의 정글에 갇혀 온 몸이 땀에 젖은 채, 환자의 가족이 흘리는 눈물을 비처럼 맞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 저자는 산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하고자 했다.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그래서 그 수단으로 문학을 선택했고 영문학으로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그런데 그는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도덕적 명상은 도덕적인 행동에 비하면 보잘것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어떠한 삶이 실천하는 삶이었을까. 그는 죽음과 가장 맞닿아 있는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로서의 삶을 택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선 그들을 함께 하며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했다. 화창한 봄 햇살 같다가 또 어느 때는 축축히 젖은 땀과 같은 것. 죽음을 맞이한 그 순간, 그 경계에서 우리는 삶을 돌아보게 된다. 다분히 역설적이다. 


(105) 내가 이 직업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죽음을 뒤쫓아 붙잡고, 그 정체를 드러낸 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똑바로 마주보기 위해서였다. 신경외과는 뇌와 의식만큼이나 삶과 죽음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아주 매력적인 분야였다. 나는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에서 일생을 보낸다면 연민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스스로의 존재도 고양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109) 의사로 지낸 짧은 시간 동안 도덕적으로 나아지기는커녕 퇴보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아무리 깨어있고자 해도 현실의 힘은 아주 강하다. 


(110) 나는 톨스토이가 묘사한 정형화된 이미지의 의사, 무의미한 형식주의에 사로잡혀 기계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의사로 변해가고 있는 게 아닐까 두려웠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인간적인 의미를 완전히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 내가 궁금해하는 질문 두 가지. 나는 언제 행복한가?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가?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이 질문들은 일상 속에서 답을 찾기가 어렵다. 집중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나는 왜 태어났는지, 나의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은 너무 고차원적이다. 그런 질문을 하려는 것이다. 가벼워야 한다. 가볍게 답하고 가볍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분명해야 한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시덥지 않아도 좋다. 내가 행복한 순간, 내가 즐거워 하는 순간을 잡아야 한다. 그 구체성이 나를 설명할 수 있다. 그 구체성을 통해 나를 이해할 수 있다. 복잡한 질문, 거창한 질문은 그 다음에 하자. 지금은 중요한 질문을 쉽게 묻고 쉽게 답하는 연습부터 하자. 


(112) 레지던트로서 내가 꿈꾸었던 가장 높은 이상은 목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나 가족이 죽음이나 질병을 잘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121) ‘평균 생존 기간은 11개월입니다’, ‘2년 안에 사망할 가능성이 95퍼센트입니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대다수 환자가 수개월부터 2~3년까지 생존합니다’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 


(128) 그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폴, 내 삶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것 같아?” 나는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내가 도덕적으로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도 죽음에 직면하면 이런 의문이 드는 모양이다. 


==> 어쩌면 저자는 그가 의사였기 때문에 죽음에 직면한 환자들이 어떠한 고민을 하는지를 간접경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안타까운 것은 의사로서 환자들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관찰’하던 그가 나중에는 본인이 직접적으로 ‘경험’하기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30) 레지던트의 수술 기량을 판단하는 기준은 기술과 속도다. 엉성하거나 느려서는 안 된다. 첫 상처 봉합부터 정확하게 하려고 많은 시간을 잡아먹으면 스크럽 테크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 성형외과 선생님이 계신 모양이네요!” 아니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선생님의 전략을 알겠네요. 상처 앞 부분을 다 꿰메는 동안 나머지는 저절로 낫게 하려는 거군요! 두 배로 효율적으로 일하시네. 정말 영리하신데요!”


==> 저자의 유머감각이 보인다. 


(136) 수술을 결정할 땐,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환자가 누구인지, 또 그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에 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 의사로서 반드시 필요하고 또 중요한 자기 철학이 아닐까 생각한다. 


(142)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우리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살고, 숨 쉬고, 대사 작용을 하는 유기체로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중략) 우리 환자의 삶과 정체성은 우리 손에 달렸을지 몰라도, 늘 승리하는 건 죽음이다. 설혹 당신이 완벽하더라도 세상은 그렇지 않다. 


(143) 상황이 불리하여 패배가 확실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의 판단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환자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2장 : 죽음이 올 때까지 멈추지 마라]


(149) 폐암 진단은 확정되었다. 


(154) 환자들을 돌봐야 한다면서 나를 몰아 붙이던 그 의무가 사라지자 나 자신이 어느새 병약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치 있는 힘을 다해 결승선을 통과한 후 쓰러지는 달리기 선수처럼. 


(172) 죽음에 직면하고 보니 더 미뤄선 안 되고 급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를 가져도 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174) 생물을 규정짓는 특징은 생존을 향한 분투라는 것이다. (중략) 수 년을 죽음과 함께 보낸 후 나는 편안한 죽음이 반드시 최고의 죽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아기를 갖기로 한 결정을 양가에 알리고, 가족의 축복을 받았다. 우리는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 우리가 죽음을 향해 매일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은 우리가 지금 죽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자의 말대로 분명한 것은 죽을때 까지는 우리는 살아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살아가는 존재일 수 있다.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말이다. 저자와 아내 루시에게는 저자의 생존만큼이나 중요한 삶의 의미인 아이(케이디)를 가지기로 했고, 그 아이는 나중에 저자에게 큰 삶의 희망이자 힘이 된다. 


(179) 직접 체험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문학 작품이나 학술적인 연구에서 멀어지긴 했지만, 내 경험을 언어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밍웨이 역시 비슷한 형태의 저술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풍부한 경험을 하고 충분히 사색한 뒤 글을 쓰는 것 말이다. 내게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글들이 필요했다. 


(180)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 기억해야할 문장 하나. 


(193) 나는 내가 죽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전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은 그대로였지만 인생 계획을 짜는 능력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만 하면 앞으로 할 일은 명백해진다. 만약 석 달이 남았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다. 1년이라면 책을 쓸 것이다. 10년이라면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삶으로 복귀할 것이다. 


==> 내가 만약 시한부의 삶을 살게 된다면 나 역시 이 점이 제일 힘들 것 같다. 남은 생의 길이를 알 수 없다는 것. 


(197)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찾아내야 해요’ (중략)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게 뭔지는 몰라도, 나는 히포크라테스나 마이모니데스, 오슬러도 가르쳐주지 않은 뭔가를 배웠다. 


(204) 궁극적인 진리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되 거기에 닿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혹은 가능하다 해도 확실히 입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204) 결국 우리 각자는 커다란 그림의 일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의사가 한 조각, 환자가 한 조각, 기술자가 세 번째, 경제학자가 네 번째, 진주를 캐는 잠수부가 다섯 번째, (중략) 인류의 지식은 한 사람 안에 담을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맺는 관계와 세상과 맺는 관계에서 생성되며,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궁극적인 진리는 이 모든 지식 위 어딘가에 있다. 


==> 우리가 궁극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행복은 어떠한 대상이나 존재가 아닐 수 있다. 그것은 그러한 상태이다. 느낄 수는 있어도 눈에 보이지 않고, 말로 설명을 하려 해도 저마다 각기 다른 표현으로 밖에 설명 할 수 없는 그런 상태. 그것은 마치 햇살이 내리쬐는 들판에 살랑하고 부는 봄 바람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곳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다만 그냥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봄 바람을 부는 나 만의 들판을 찾아 나서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기쁜지, 어떤 환경에서 행복한지를 의식적으로 돌이켜 보아야 한다. 정신 없이 바쁠 때는 바람이 불어도 시원한 줄을 모른다. 가끔은 하던 일을 멈추고 내가 두 발 딛고 서 있는 그 들판에 봄 바람이 불고 있는지 눈을 감고 느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나는 과연 지금 행복한가?’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면 당신은 지금 행복한 ‘상태’다. 



[에필로그 - 루시 칼라니티]


(252) 이 책에는 모자란 시간과 싸우는 절박함, 중요한 얘기를 꼭 전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262) 폴은 세상을 떠났고 나는 거의 매순간 그가 사무치게 그립지만, 우리가 여전히 함께 만든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3. 내가 저자 라면


  1. 목차를 보고 (좋은 점, 아쉬운 점)


 이 책은 크게 1부 (나는 아주 건강하게 시작했다)와 2부 (죽음이 올 때 까지 멈추지 마라)로 나누어져 있다. 그 둘을 나누는 구분은 바로 저자가 자신의 병을 인지한 시점이다. 1부에서는 그가 어떻게 유년 시절을 보냈고, 어떻게 의사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삶의 의미와 인간다운 삶의 의미를 알고 싶어 했다. 그는 작가가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어느 날 작가는 도덕적 사고는 도덕적 행동에 비할바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천하는 삶을 살기로 하는 그는 신경외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2부에서는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촉망 받던 그는 돌연 암 선고를 받게 된다. 의사로서 환자들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관찰’하던 그가 이제는 자신이 직접 그 죽음과 마주 앉아 ‘경험’하게 된 것이다.그는 그가 마주한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도 담대하고 고통을 기록하고 삶의 의미와 인간다운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선다. 그 길 위에는 가족의 응원이 있었고, 아내의 사랑이 있었고 그리고 갓 태어난 소중한 딸 케이디가 있었다. 2부의 마지막에는 글에 그의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가족을 향한 헌신적인 사랑을 볼 수 있다. 



  1. 이 책의 장점


문장이 간결하다. 원문으로도 그렇고 번역에도 많은 수고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가슴에 와 박히는 문장 세 개가 남았다. 두고 두고 다시 읽게 된다. 


도덕적인 명상은 도덕적인 행동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다.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1. 이 책의 아쉬운 점


그의 갑작스러운 병세 악화로 더 자세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그가 떠난 후 그의 아내 루시가 남긴 이야기 역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 내가 저자라면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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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9 17:44:48 *.18.187.152

마지막 말 압권인데?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을 이렇게 쓰겠다.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평이네요. 정말 좋은 책이었지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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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9 # 41 명상록(이정학) [1] 모닝 2018.01.21 1378
4878 명상록 송의섭 2018.01.2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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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6 명상록 보따리아 2018.01.20 1508
4875 대통령의 글쓰기 송의섭 2018.01.16 1290
4874 #40 대통령의 글쓰기_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_이수정 알로하 2018.01.16 1310
4873 #40 - 대통령의 글쓰기(이정학) 모닝 2018.01.16 1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