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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3일 20시 55분 등록

쇠이유, 문턱이라는 이름의 기적

11기 정승훈

 

저자 연구

 

베르나르 올리비에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의 우려는 기우였다. 전날 밤 제주에 도착해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던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피곤한 기색 없이 험한 돌길을 따라 걸었다. 제주올레 7코스 외돌개 인근을 걷던 일행이 주상절리 절벽 아래서 잠시 쉬기로 했다. "손으로 빚은 것같이 아름답다"라는 절벽을 앞에 두고 그가 숙소에 놓고 온 카메라를 아쉬워했다. 파도가 돌에 부딪혀 크고 작은 소리를 냈다. '자연이 만든 교향악단'이라는 서 이사장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비에가 제주의 풍경을 마음에 들어할 거라던 그녀의 자신감은 적중했다.

 

올해 나이 74. <나는 걷는다>의 저자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퇴직 후 61세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20001099일간 걸었다. 혼자였다. 봄부터 가을까지 걷기를 반복해 총 4년이 걸렸다. 하루하루의 경험을 기록해 책으로 냈다. 한국어판으로는 450여 쪽 분량 세 권이다. 정치부 기자 생활을 오래 한 이력이 서명숙 이사장과 겹친다. 기자 생활을 마치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것도 닮았다. 둘 다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던 여정이다. 스페인 어딘가에서 10여 년 시간차로 족적이 겹친 두 사람이 1028일 제주도에서 만났다. 평균적인 가을볕보다 따가운 햇살 아래 제주 풍경을 보던 그가 '파라다이스 같다'고 감탄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제3회 제주올레걷기축제에 앞선 '트레일 콘퍼런스'에 그를 초청했다. 국내 출판사를 통한 섭외가 여의치 않아 프랑스의 지인을 통해 기차역에서 그를 기다려 어렵사리 약속을 잡았다. 그는 걷기의 즐거움이나 철학에 대해 누구보다 잘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프랑스 망슈 지방에서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외판원, 항만 노동자 등을 거쳐 독학으로 공부해 기자가 되었다. <파리마치> <르 피가로> 등 프랑스 신문과 잡지사의 정치부경제부에서 일했다. 관심사를 취재하고 사람을 만나 글을 쓰는데 돈까지 주니, 그보다 잘 맞는 직업이 없었다. 그러다 1998년 은퇴 후 우울증이 찾아왔다. 퇴직과 동시에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인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별한 아내도 잊기 힘들었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파리를 떠나자는 결심을 한 뒤 산티아고로 떠났다. 파리에서부터 시작된 3개월간의 여정. 3주 만에 걷기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걷기는 중독과 같았다. 걷기 전에는 하루 담배 두 갑을 피우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던 그로서도 놀라운 일이었다. 순례길의 끝이 보이자 바로 다음 행선지를 계획했다. 실크로드를 택한 건 역사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세계화의 발상지였다. 알렉산더와 중국 군대가 그 길을 통해 세계 정복을 시작했다. 화약나침반은 물론이고 문화와 사상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 종이가 전파된 길이다. 아직도 실크로드는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 과거 상인들은 길 일부를 걸었을 뿐이다. 마르코 폴로는 말을 이용했다. 걸어서 전 구간을 완주한 건 그가 유일하다.

 

그 길에서 족히 15000명 되는 사람을 만났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손님에 대한 환대가 전통으로 남아 있었다. 들르는 마을마다 자고 가라던 터키에서는 그 호의를 거절하느라 속도를 내기 힘들 지경이었다. 어느 마을 80세 노인에게는 그가 평생 처음 만난 외국인이었다. 그를 테러리스트로 의심해 한밤중에 병사 40여 명이 무기를 들고 쳐들어와 잡아가기도 했다. 어떤 미치광이는 도끼를 들고 다니며 그를 죽이겠다고 소란을 피웠다. 병에 걸리는 바람에 이미 걸었던 길 2000를 구급차에 실려 되돌아온 적도 있다. 52에 달하는 고비사막에서 하루 68를 걸었다. 걷는 여행이라 경비도 적게 들었다. 4개월간 300달러를 썼다.

 

터키,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중국 총 7개 나라를 잇는 방대한 길. 그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 자식 앞으로 유서를 남겼다. 실종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바지 주머니에 수첩을 넣고 틈틈이 메모했고 그걸 편지로도 부쳤다. 그렇게 쓴 <나는 걷는다>는 프랑스에서 40만 부가 팔렸고 9개 나라에서 번역됐다. 수익금으로 쇠유(seuil:프랑스어로 문턱이라는 뜻)를 설립하기도 했다. 걷기를 통해 탈선 청소년에게 사회복귀의 길을 유도하는 단체다. 불평하던 아이들이 2000를 걸은 뒤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런 삶은 은퇴와 동시에 시작됐다. 그는 노인이 사회에서 은퇴'당했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의 취향이 노인을 사회로부터 소외시켰다는 것. 중국에 가보니 어른이 공경을 받았다. 소외와 공경 두 가지 모두 거북했다. 노인이라는 딱지는 마찬가지였다. 각자가 자신의 계획에 따라 삶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전부다. 은퇴자를 위한 학교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초청에서 올리비에의 일정은 강연 하나였지만 남은 시간 축제 전반을 함께했다. 그는 특히 국제 트레일 단체가 이렇게 많다는 걸 알고 흥미로워했다. 3회를 맞은 이번 제주올레걷기축제에는 미국의 '애팔래치안 트레일', 이번에 제주올레와 협약을 맺은 일본의 '시코쿠 섬' 등 전 세계 17개국 23개 트레일 관계자가 참가했다. 그는 선진국일수록 걷는 코스가 발달해 있다는 데 주목했다. "걷기 열풍은 한 사회가 이상적인 어떤 시점에 도달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인간에 맞는 속도를 찾아가는 것이다. 뇌는 과거 매머드를 잡던 조상과 똑같은 속도로 기능하는데 이동수단은 남용되었다. 우린 요즘 앉은뱅이다." 그가 보기에 인간은 걷기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다. 걷기를 통해 존재를 움직이고 신체와 정신의 균형도 찾을 수 있다.

 

제주도에 머문 며칠. 그는 정말이지, 아무거나 잘 먹었다. 흑돼지, 방어회, 갈치조림은 물론 처음 보는 신기한 모양의 용과와 귤 모두 오랫동안 먹어온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상추쌈을 곧잘 따라 쌌고 젓가락질도 우스꽝스럽지 않았다. 큰며느리가 한국인이라 한국 방문이 세 번째라고는 해도 적응력이 강한 체질 같다. 실크로드에서 안 먹어본 음식이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축제가 시작된 1031일 제주올레 10코스 화순금모래해변 참가자 중에는 그도 있었다. 손에는 첫날 깜박했던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억새풀 언덕을 지나던 그가 자주 멈췄다. 내년 1월엔 그의 첫 소설이 나온다. 걷기가 아니라, 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나는 걷는다> 작가, 제주 땅을 밟다. 시사인 기사입력 2012-11-16 01:28

다비드 르 브르통

인류학자이자 현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사회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래 전부터 ''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몸과 사회, 몸과 현대성의 인류학, 위험의 열정, 살아 있는 살, 고통의 인류학, 몸의 사회학, 몸이여 안녕등 수많은 저서를 냈다. 대표작으로 걷기예찬이 있다.

 

다니엘 마르첼리

아동 심리학자이자 프랑스 푸아티에 의과대학교 아동청소년 심리학 교수이다.

 

임수현

서강대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프랑스 파리 4대학에서 사뮈엘 베케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여대 불어불문학과 교수이자 극단 산울림 예술감독으로 있으며 <연기 속의 그녀>, <산울림 편지 콘서트 - 베토벤의 삶과 음악 이야기>를 연출했다.

옮긴 책으로 나는 걷는다 1, 떠나든, 머물든,항해일지, 타란느 교수,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등이 있고,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된 에리크 에마뉘엘 슈미트의 희곡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 <수수께끼 변주곡>, <방문자>를 번역했다.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추천사

현대에 이르러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 과거의 농민들은 기술자, 화학자, 기업가가 되었다. 그러나 이 외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 (6)

걷기와 대화의 공간을 만드는 노력은 약화된 인간관계를 되살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7)

 

여는 글

쇠이유단체가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면서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런 종류의 구조 활동이다. 쇠이유는 새로운 체험이자 일종의 사회적인 실험이다. (9)

프랑스의 청소년 정책을 살펴보면, 억압이 아닌 교육에 초점을 맞췄던 1945년의 법령 이후에는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10)

사회적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벨기에에서 30년 넘게 활동해온 오이코텐 그리고 그 영향을 받아 탄생한 프랑스의 쇠이유이다. (10)

프랑스의 쇠이유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것이 ‘23이다.

 

1.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목소리

몽둥이 대신 걷기를

쇠이유의 철학은 아무리 심각한 상태의 청소년일지라도 그 자신이 모르는 지성적이고 육체적인 자원들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다. (16)

멋지다. 이런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쇠이유의 첫걸음

청소년들을 수감하는 새로운 시설인 미성년자 교도소(현 폐쇄 교육 센터)를 제안했다. 억압과 감금이 핵심이었다. (21)

사회에 발붙일 자리가 없다고 판결된 아이들을, 가깝긴 하지만 심지어 외국까지 데려가 자유롭게 걸을 수 있도록 하다니! “내 일은 불량배들 휴가 비용을 대는 게 아닙니다.” 우리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한 아동 담당 판사는 딱 잘라서 이렇게 말했다. (22)

일반적인 법조계인들은 처벌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선진국도 별반 다르지 않구나.

 

버려진 아이들

패거리의 법칙은 단순했다. 무리에 끼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나쁘고, 튀고, 대담하고, 폭력적이어야 했다. 한마디로 급이 달라야 하는 것이다. (23)

인생이 조각난 이 아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문제는 어른들이 아무 위험도 무릅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24)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핑계를 대며 법령은 억압을 지향하는 쪽으로 수없이 개정되었다. (25)

우리가 맞닥뜨린 가장 큰 어려움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였다. 청소년의 폭력성이 더 심각해지자 여론은 냉담한 반응을 표했고, 이를 등에 업은 공권력은 조금씩 상황을 뒤집어서 교육보다는 억압을 택했다. (26)

한국은 2012년에 그래서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더 강한 법을 제정하고 더 강한 처벌을 정했다. 하지만 학교폭력이 개선되지 않았다.

40개였던 폐쇄 교육 센터를 20개 증설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27)

한국도 2017년 보호 관찰소를 늘리겠다고 한다. 이게 과연 대안이 될지 의문스럽다.

미성년자에 대한 것이라면 아주 사소한 범죄에도 혈안이 된 언론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는 과잉보호하면서 다른 아이들은 더 억압할 것을 요구한다. 핵심어는 안전이다. (27)

모든 혁신은 기존의 습관을 뒤흔들었다. (28)

교도소는 사람을 나태하게 만든다. “나태는 모든 악덕의 어머니라는 속담은 옳다. (30)

나태함도 있지만 자율성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감금 상태는 그들의 자기중심주의를 부추긴다. (30)

- 성별과 관계없이 아이들은 돌아올 때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일찍 일어나기 힘들어했지만 이내 습관을 들였다.

- 아이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돌아온다.

-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고 있었던 의지를 가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31)

이 정도만이라도 걷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확신할 수 있겠다.

출감 후 쇠이유의 걷기에 참여했던 한 아이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밤엔 클럽 가고 아침엔 일하러 가는 걸 동시에 할 수는 없다는 걸, 걸어보니까 알게 되더라고요.” (32)

 

걷기의 절차

우리는 그에게 앞으로 있을 단절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즉 걷기가 진행되는 세 달 동안, 휴대전화와 녹음된 음악을 가져가는 일은 금지된다. (33)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수학 관련 여행을 해외에서 하는 이유와 같다. 핸드폰을 가져가면 핸드폰만 본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으로 가야 집중하고 통제가 가능하다.

허가 결정이 나고 모든 서류가 정리되면, 쇠이유 회원 중에서 걷기 책임자를 정한다. (34)

동행자를 선택한다. ... 현재 쇠이유의 재정 여건상 걷기 책임자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한다. (34)

한국의 23각도 마찬가지다. 멘토는 지원한 자원봉사자다.

팀을 구성한 후에는 예외를 제외하고는 프랑스에서 일주일간 준비 훈련을 한다. (35)

23각은 어떻게 하는 지 궁금하다. 10일 정도 걷는 것이니 일주일간 준비 훈련을 하지 않겠지만 최소한의 훈련은 할 것 같다.

걷기 책임자와 동행자는 특히 걷기 초반에 매우 신경 써야 한다. 모든 게 다 잘 돌아가는 도보여행은 없기 때문이다. (35)

그럴 것 같다. 어색함을 없애기도 해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쉽게 속을 내보이지도 않을 것 같다.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분노나 절망은 곧 사라진다. 아이들이 점차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36)

반복되는 걷기로 타성에 젖어들 수도 있는 아이를 사회화하기도 하는데, 심리학자들은 이를 삼각화라고 부른다. (36)

걷기 프로젝트가 교육 또는 직업 계획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보람도 금세 사라질 것이다. 걷기 책임자와 교육관의 연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37)

사실 교도소에서 나와 가족과 동네로 돌아가는 것만큼 아이에게 갑작스러운 일은 없다. 세 달 간의 걷기는 아이가 반성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완충지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37)

 

걷기 그 다음엔

어떠한 조직도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에 기대서만 지속할 수는 없다. (39)

그렇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운영에 책임을 질 담당자가 필요하다.

쇠이유는 10년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름의 연구를 해왔다. 이제는 법적인 결산이 필요했다. 그래서 전문회사를 불로 내부 평가에 착수했다. (39)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들을 그저 기관이나 교도소에 가두고 감시하기보다 우선 도와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너무나 자주 손쉬운 방법만 택해왔다. (40)

손쉬운 방법으로 당장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했다. 근본적인 것들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많이 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피하기 위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걷기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반대로 가장 어려운 경우, 특히 수감 대신 혹은 형량 조정의 수단으로 걷기를 선택한 아이들과 함께 했다. (41)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이들이 걷는 동안 얻었던 소중한 해결책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그들에게 더 나은 후속 조치를 해주고 싶다. (42)

자유를 제한하는 장소들은 지방에 분산되어 있다. 여섯 개의 미성년자 교도소가 거의 동서남북에 각각 있다. (43)

한국 실정도 마찬가지일거다. 소년원도 수용과밀이라고 한다.

 

걷기를 의심하는 이들에게

판사는 대부분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는다. 우리는 절대 그런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걷기란 몸에 익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며 모든 강압적 수단을 거부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43)

걷기가 재범을 막아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우리에게 늘 이런 질문을 던진다. 많은 경우 대답은 그렇다이지만, 그 질문에 확실한 답을 하기에 쇠이유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았고 활동하는 데 수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44)

학교에서 벌점을 감하는 방법으로 사제동행 등산을 하는 것도 이와 같은 효과를 바라고 하는 것 같다.

드물기는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 걷기를 함께한 사람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운 일이다. 걷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했다. 그러나 재발 가능성 때문에 의사가 치료를 단념해야 할까? 범죄자가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그들을 다시 교도소에 보내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덜 든다는 걸, 이 사회는 언제쯤 깨달을까? (45)

재범을 저지른 아이일지라도 머릿속에 각인된 걷기의 기억은 그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 보리스 시륄니크의 말처럼 일주일을 걸으면 한 달 동안 큰 소리를 칠 수 있다. 그러니 100일 동안 걸으면 어떻겠는가! 아이가 천천히 자신감을 되찾게 되면, 자신에게 아무 선물도 주지 않았던 이 사회에 다시 들어오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이다. (46)

2310일을 걸으면 한 달 보름을 큰 소리를 칠 수 있겠네. 짧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것이라도 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절대다수의 정치인들은 일단 위협부터 한 뒤에 벌을 주는 방법에만 의존한다. 지난 10년 동안, 사람들은 미성년자와 성년의 형량을 점차 비슷하게 만드는 새로운 법들을 제정했다. (46)

어느 나라나 비슷하구나.

이러한 강경책은 아이들의 불안을 더 강화할 뿐이다.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이들은 타인 또는 스스로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46)

위기에 빠진 아이들은 이미 오래전에 교육을 포기해버렸다. 교육과 멀어진 아이들이 다시 교육받기 원하도록 인도해야만 한다. (47)

아이들이 걷기를 마친 후 정상적인 삶으로 무사히 복귀하기 위해서는 절차상의 연속성과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48)

부록1

동행이 필요한 아이들

교도소에 있었던 아이들 다섯 명 중 네 명이 출감한 후 5년 내에 재범을 저지르며, 그중 세 명은 2년 내에 다시 처벌을 받는다. (49)

나사를 조일수록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지는데도 다시 또 조이려고만 한다. (50)

교도소를 범죄 학교로 묘사하는 것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50)

보호관찰소를 다녀온 아이들이 자랑인 듯 말한다고 한다. 전혀 보호가 되지 않고 그저 교도소 가기 전의 한 기관일 뿐이다.

출감 후 첫해가 가장 위험하다. 출감 후 1년 내에 54.6퍼센트의 청소년들이 다시 법정에 선다. (50)

패거리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 쇠이유는 세 달 동안의 걷기가 아이들에게 마치 과거를 걸러내는 일종의 체가 되기를 바란다. 걷기의 목표는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을 교도소로 이끈 행동을 되새기며 짚어보고, 무엇보다 평온한 상태로 미래를 구상하도록 이끄는 데 있다. (51)

무리와 어울리면서 혼자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행동이 초래한 결과는 저절로 만회되지 않는다. 우선 아이 스스로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52)

무기력에 길든 아이들은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들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격려해야 하며, 특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52)

 

2. 아이와 동행자의 목소리

프랑스에서 이탈리아까지 하메드와 동행하기

아직 범죄자는 아니었지만 몇 가지 어리석은 행동들을 했고, 일탈을 저지른 적이 있었다. 선생님을 때린 것이다. (54)

질문을 하면 대답을 했지만, 말을 시키지 않으면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55)

수동적인 아이들의 공통점이다.

걷기가 거의 끝나갈 때쯤 그는 사실, 처음에 다 그만두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그는 생각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으며, 자신의 불안을 너무나 잘 숨겨서 알아차릴 수 없었다. (56)

여전히 수동적으로 복종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자기가 잘한 건지 잘못한 건지에 대해 늘 걱정스러워했다. (56)

걷기 전에 우리는 규칙을 정했다. 하메드는 모든 금지 사항을 두말없이 받아들였다. 청결 상태도 좋았다. 물론 씻으라고 얘길 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는 계속 말이 없는 편이었으며,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불안을 숨기고 있었다. (57)

 

희망적인 변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다짐을 읽는 걸 두려워했던 하메드에게 나는 비법을 알려주었는데, 그는 너무나 손쉽게 그 일을 해냈다. (57)

그는 걷기를 위한 단절을 받아들였고, 걷기에 참여한 것에 대해 더 이상 의심을 품지 않게 된 것이다. (59)

그는 결국 일주일후에, 사실은 자기도 몰래 담배를 피운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무조건적인 존경을 바치며 우상처럼 숭배하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그동안 숨긴 것이었다. (60)

처음 본 어른에게 걷기 프로그램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솔직히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전 지대라고 느낀 것이다.

뭐 별것도 아녜요라는 식의 전형적인 범죄자들의 태도였다. 나탈리와 나는 하메드가 어떻게 하면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60)

별일 아닌 듯 여기는 것이 전형적인 범죄자들의 태도라는 걸 알았다.

겉보기에 너무나 연약한 아이가 강인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탈리아어 몇 마디를 빠르게 익혔으며, 여행이 끝날 때 즈음에는 혼자서 숙소나 식료품점을 찾아내기까지 했다. (61)

23각 프로그램으로 같은 나라인 제주도를 열흘 걷기는 너무 적은 일수가 아닐까?

사람들이 많을 때는 종종 상황이 복잡해졌다. 하메드는 어른들과 지내는 것을 어려워했기 때문이다. (62)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신부 20여 명이 우리에게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했고, 그들은 벽난로 앞에 있는 우리 주위에 자리를 잡았다. 그날 주로 얘기를 한 사람은 하메드였다. 나는 그가 언어 문제에 부딪힐 때만 개입했다. 그가 그 과정에서 느낀 행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나는 그에게 주변 사람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63)

이런 경험들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

나와 통화를 할 수 없게 되자 그의 아버지는 전화를 끊었다. 아이에게 그것은 충격이었으며, 따귀를 한 대 맞은 것과도 같았다. ... 한편으로 이 사건은 하메드가 아버지에 대해 갖고 있던 이상적 이미지를 상대화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64)

 

보조 동행자와 지원 그룹

보조 동행자가 합류하고 며칠간 하메드는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는 여자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지 못했으며, 레티시아가 자신에게 애정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65)

 

다비드와의 만남

하메드는 바다를 보는 것을 기다려왔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언덕 꼭대기에 올라 그 아래 펼쳐진 바다를 발견했고, 정말로 순수한 기쁨을 맛보았다. (67)

여행이란 자연이 주는 풍광에서 평소와는 다른 감정을 갖게 된다. 특히 생전 처음 보는 자연이라면 더 그럴 거다.

그는 한순간 복종에서 독선으로 태도를 바꿨다. 자신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5분 정도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고, 가고 싶은 대로 갈 거예요.” (68)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니? 누군가와 뜻이 맞지 않을 때 너는 어떻게 하지? 그걸 어떻게 해결하니? 네가 어떤 식으로 반응했는지 잘 생각해봐. 숨을 크게 쉬고 나를 봐. 그리고 네가 어떻게 할 건지 말해보렴.” (68)

이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는구나.

나는 하메드에게 자신의 뜻과 반대되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충동을 다스려야 하는지 설명해줬다. (68)

여행이 끝났을 때, 하메드는 돌아온 것을 기뻐했다. 그는 풍경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자연과 동물에 대한 사랑이 그를 새로운 꿈으로 인도한 것이다. (69)

 

이탈리아에서 프랑스까지 다비드와 동행하기

나는 곧바로 그의 장비를 챙겨주었는데, 그건 관계 맺기를 시작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72)

다비드는 자신의 운동복과 양말, 그리고 후드티 등을 챙겼다. 걸을 때 입던 옷을 입고 시내에 나가는 게 싫었던 것이다. (72)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

올리비에와 나는 그가 까다로운 아이가 아니라는 것과 교도소의 식단과는 다른 음식을 먹게 되어 기뻐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72)

걷기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평범하지 않고 까다롭지 않았을까. 이런 나의 생각도 편견인가. 직접 경험해보면 알게 되겠지. 이런 것도 알릴 수 있겠다.

실제로 두 번째 날부터 그는 긴장을 풀고 쉴 틈 없이 말했다. 고독했던 독방 생활을 만회하려는 것 같았다. (73)

그에게는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말할 기회와 신뢰를 받는다는 느낌이 필요했다. (73)

인정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그랬을 거다. 보통 사람들도 인정을 받지 못해 성인이 돼서도 채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도소에 있었던 아이였으니 당연하다.

다비드는 여전히 자기 물건들을 잘 챙기지 못했다. 우리는 분명하게 설명했다. “너의 실수를 만회하느라 모두의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그러기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다비드는 나중에야 그걸 깨닫게 될 것이다. (74)

 

적절한 균형 찾기

사람들과 만날 때, 다비드는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매우 민감했다. (75)

그는 자기 리듬대로 걷고 싶어 했으며 몸이 아픈 것은 원치 않았다. 그는 걸으면서 노래했고 큰 소리로 말했다. (75)

다비드는 관계 속으로 쉽게 들어왔고, 나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물었다. 그러면 나는 그에게 내 사생활에 대한 것은 대답하지 않을 거라고 알려줬다. 그는 놀란 모양이었다. (75)

동행자의 사생활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 원래 규정이 그런 것이었나?

열여섯 살 때 그는 이미 100건이 넘는 범죄를 저질렀는데, 대체로 가벼운 것이었다. 수차례 가출을 반복했고, 가택을 불법점거하거나 음식을 훔쳤다. 자동차를 절도한 적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과거를 자랑하듯 얘기했으며, 그게 마치 교도소에서 대마초를 피운 것이라도 되는 듯 별거 아니에요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76)

앞에서 별거 아니에요가 범죄자들에게 보이는 태도라는 이야기가 사실이구나. 주의 깊게 살펴봐야 겠다.

상황에 따라 우리 예산에 비해 비싼 호텔에서 잘 때도 있었고, 산림 관리인이나 신부, 소방관 들이 재워주기도 했으며, 캠핑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77)

호텔에서도 잤지만 여행지의 지역민의 집에서 잔 건 올리비에가 실크로드를 걸었던 것과 같다. 23각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길에서 자기도 할까?

시골렌은 다비드가 말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다비드는 이 프로젝트가 자신만의 것이라는 느낌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겠다고 말하며, 관심의 중심에 있길 원했다. (77)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해주는 어른이 있으니 관심받는다 생각했나보다.

나는 다비드에게 왜 겸손한 자세가 부족한지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었다. 교도소에 있을 때 그는 어떤 테스트를 받았고, 자신의 IQ가 평균보다 10퍼센트 더 좋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78)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도 서툴지만 최선을 다해 말하곤 했다. (79)

다른 나라를 가야 철저히 고립’ ‘단절을 경험할 텐데, 23각은 그런 점이 아쉽기는 하겠다.

 

끝나지 않은 걷기

그는 술집 주인이 되겠다는 꿈을 몰래 숨기며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고 싶어 했다. (80)

쇠이유와 나에게서 떠나는 걸 두려워했지만 그걸 표현할 줄도 몰랐고 끝내 하지 못했다. (80)

그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 주었다. 다른 사람과 뭔가를 나누는 법을 다시 배우기도 했다. (80)

멋지다. 100일 걷기를 통해 이렇게 변화되다니.

범죄를 통해 주목을 끌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보여준 것이다. 모든 것은 그가 앞으로 어떤 사람들과 만나는지에 달려 있다. (81)

그러나 슬프게도 다비드는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돌아온 후에도 두 달을 버텼으니 그는 거의 여섯 달 동안 나쁜 짓을 하지 않은 것이다. (81)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힘든 일이구나. 어쩌면 범죄가 아닌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결국 삶과 연결되는 것이 문제구나.

그는 교도소에서 내게 매우 감동적인 편지를 보냈다. “이번엔 어쩌면 내가 극복을 못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다음번엔 꼭 할게요.” (81)

쇠이유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비록 걷기가 즉각적인 효과를 얻진 못했을지라도 아이에게 그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서 결국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걷기 여행이 끝나고 나면, 아이는 머릿속에서걷기를 이어나간다. (82)

외국 여행의 경험도 처음이고 경치도 처음이면 그 기억이 오래 남을 수밖에 없다. 그 기억으로 힘들 때 버티는 거다.

 

동행자들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찬사

쇠이유는 지원자들의 개인적인 이력과 잠재력, 동기와 열정에 관심을 가진다. (84)

아이와 함께 행동하며 개인적 관계를 쌓을 때 이 동행은 의미가 있다. 아이가 무엇을 바라는지 들어주고 그것의 실현 가능성을 아이와 함께 판단할 수 있다면, 절반은 된 것이다. (84)

어느 날 아침, 동행자는 쇠이유 사무실에서 자신과 함께 떠날 아이를 만난다. 첫 만남, 첫 번째 시선, 첫 번째 대화들... 두사람은 나란히 서서 벽에 걸린 지도에 표시된 자신들의 여정을 함께 살펴본다. 두 사람 모두 기쁨과 걱정으로 마음이 조금 짜릿해질 것이다. (85)

생면부지의 사람 둘이 떠나는 걷기라... 어떨까?

동행자는 걷기 초반부에 아이에게 더욱 신경 써야 한다. (85)

동행자는 집 밖에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표출되는 아이와 분노와 근심과 의심, 실망 등 다양한 감정들을 감당하게 된다. 어려움이 쉴 새 없이 찾아오지만 동행자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상황을 설명해주면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아이 곁에 있으면서 위험한 상황을 통제하고, 부정적인 감정전이를 예방해야 한다. 동행자는 자신의 중심을 잡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어느 정도 잊어버려야 한다. (86)

동행자 본인의 감정도 살피면서 아이에게 영향을 끼쳐야 하니 쉽지 않겠다. 동행자와 아이가 잘 맞을수록 효과는 크겠다.

걷기 프로젝트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진행되는지는 아이의 태도에 달려 있다. (86)

동행자는 걷는 동안 자신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스스로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한다. (87)

초기의 경계심과 달리 안정감을 느끼게 된 아이는 결국 나는 이 사람과 있으면 좋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나도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걸 안다라고 스스로 말하기에 이른다. (87)

내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

걷기는 나에게 일종의 시험과도 같았다. 나도 쓸모가 있다는 걸 증명해야 했다. (90)

나는 다른 아이와 함께 출발했는데, 그 친구는 걷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저 자기 부모와 교육관을 기쁘게 해주려고 승낙했던 것이다. 그는 심한 마약 중독자였는데, 일주일을 걷더니 돌아가겠다고 했다. (90)

외국이라 약물중독인 아이들도 제법 있나보다. 한국은 그런 면에선 덜 심각하겠다.

함부르크에 도착하자 무척 당황스러웠다. 기숙사와는 너무나 다른 환경이었다. 그때 올리비에가 나를 믿어줬다. 기숙사에서는 누구도 그러지 않았다. (91)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은 내가 너무 설쳐댄다고 진통제, 진정제 같은 약들을 억지로 먹였다. 나는 약이라면 지긋지긋했다. 내가 그만 먹겠다고 애원할 때마다, 그들은 안 된다고 했다. 올리비에가 나에게 말했다. “네가 더 이상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되는 거야.” 난 약을 완전히 끊었다. 그러자 때론 화를 참을 수 없었고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92)

아마 ADHD라고 약을 먹였나보다.

나는 올리비에와 많은 얘기를 했다.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말들을 그에게 털어놓았다. 그러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내 얘기를 듣고 자기 생각을 들려주었다. 난 그가 비밀을 지킬 거라고 확신했다. 기숙사의 교육관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92)

안전지대라고 여겨지니 모든 이야기를 하게 된 거다. 이건 어른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내가 한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을 사람에겐 맘 놓고 이야기하게 되더라.

나는 저녁 내내 삽을 움직였고, 올리비에는 내가 잘해내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때도 역시 사람들이 나를 믿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94)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믿어줘서 좋았다.’ 기억해야 할 말이다.

출감 이후 바보짓들은 끝냈다. 마약도 끊었다. 걷기는 내게 정말로 도움이 되었다. 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되찾았다. (94)

매일 오래 걷다 보면 생각이 하나로 모인다. (94)

지금 내겐 배우자와 두 살된 어린 아들이 있다. 나는 문신 예술가로 일하는데, 1년 전부터 작은 회사에 전념하고 있다. 일이 잘 되어가고 있어서 만족스럽다. 언젠가 어떤 아이의 동행자나 후원자가 필요하다면, 나를 떠올려주길 바란다. (95)

마약도 끊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고 평범한 삶을 살게 되고, 돕고자 하는 마음까지 먹었다. 의지가 강했기에 가능했을 거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는 그때 세 달째 수감 중이었고, 죗값을 치르려면 아직도 네 달이 남아 있었다. 나는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96)

어쩌면 다른 선택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거의 닥치는 대로 훔쳤고 잠잘 곳만 있으면 아무 데서나 살았다. 수차례 용의선상에 오르다가 교도소에 들어갔다. (97)

작고 초라한 집에서 사는 가난한 노인들이 우리에게 차와 샌드위치를 대접해주었다. 풍족하지 않은 그분들이 우리를 맞아준 것이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들은 우리가 하는 일을 대단하게 생각했다. 나는 내가 범죄자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98)

처음에는 물집과 상처가 몇 군데 생겼다. 하지만 1~2주가 지나고 나면 육체적으로 아무 고통도 느껴지지 않고, 저절로 걷는 느낌이 들었다. 걷기가 끝나고 나면 아기처럼 잠들었다. (99)

23각을 한다고 했지만 처음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것 같다.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행자들은 내 나이를 알고는 매우 놀랐으며, 이 일을 대단하게 생각했다. 나는 그저 즐거움을 위해서 그리고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어서 걷는 거라고 말해주곤 했다. (99)

제라르와는 잘 지내는 편이었지만 항상 같은 사람과 지내는 일이 조금 지겨워졌다. 그래서 가끔 말다툼을 하고 나면, 내가 앞으로 가든지 그가 앞서든지 하여 몇 시간 동안을 혼자 걸었다. (99)

참여한 아이들이 이렇게 글을 쓰는 것에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없었을까.

제라르와 나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는 자기가 살아온 얘기를 해주었고, 나는 내가 저지른 일들과 어린 시절의 추억에 대해 얘기했다. 다툼은 절대 오래가지 않았고 그저 몇 시간에 그쳤다. (100)

앞에 나온 동행자는 사생활을 얘기하지 않았다던데 그건 개인의 성향이었네.

나는 어떤 음식점 경영자에게 지원서를 보냈다. 그리고 걷기가 끝나고 사흘 후부터 그 가게에서 일을 시작했다. (100)

아직 미성년자였을 텐데 파트타임 같은 식이었나 보다.

이제 나는 스무 살이 됐고, 그때의 걷기를 자주 떠올린다. 걷기가 어떤 의미인지 그 당시에는 모른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101)

특히 상황이 힘들 때면 다시 그때를 생각하는데 그러면 힘이 난다. (101)

쇠이유에 다시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한 지 꽤 되었는데, 그럴 용기가 도무지 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그들에게 소식을 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쇠이유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101)

이런 사례를 접하면 뿌듯하겠다.

열네 살에 시작된 도전

모든 게 준비되려면 3주가 필요했다. 나는 내 몸에 달린 피어싱들을 떼어냈다. 나는 떠나고 싶었고, 다른 나라와 언어를 접하고 싶었다.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102)

쇠이유에서는 최근에 걷기를 마치고 돌아온 악셀과 만남을 주선해주었다. 그는 내게 많은 얘기를 해줬다. 나는 열심히 들었지만, 그때까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103)

먼저 한 아이와 만나게도 해주나 보다. 나도 23각하면 먼저 했던 멘토나 아이를 만나봤으면 좋겠다. 3권 다 읽고 다시 연락할 때 물어봐야지.

지역 주민들과 얘기하는 게 좋았다. 다른 도보여행자들도 만났다. (104)

나는 동행자 파스칼과도 얘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그러다가도 가끔 서로 피곤할 때면 대화 업이 그냥 각자 걷기도 했다. (104)

대체로 파스칼이 요리를 했고 나는 설거지를 했다. (105)

길에서 자기도 하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구나. 점점 내용을 알수록 23각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하다.

첫 번째 보조 동행자는 별로였다. 자기 생각이 확실한 사람이었는데, 자신과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05)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에서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스페인에서의 걷기는 정말 아름다운 삶의 한순간이었다. 나는 걷기를 무사히 끝낸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걷기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기쁜 일도 많았다. (105)

나는 잠시 학교로 돌아갔다가 지금은 미용사 교육을 받고 있다. 아주 재미있다. (106)

자신의 미래를 찾아가는 것을 보면 인정하고 격려하면 모든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구나 싶다.

 

아이들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찬사

그녀는 현재 진행 중인 걷기 여정을 표시한 여섯 색깔의 깃발들을 믿기 어려운 듯 바라보았다. 아이들 대부분은 이 여정을 통해 처음으로 외국에 나가본다. 그들에겐 새로운 바깥 세상의 공기로 세례받는 것과도 같다. (107)

23각도 외국을 나가면 좋을 텐데. 예산 확보도, 멘토 찾기도 어렵겠지.

아멜리아는 예전에 진행된 걷기를 기록한 사진첩을 모두 훑어보았다. 몇 가지 의심은 아직 남아 있지만, 그녀는 지원서와 동기서를 보내기로 결정할지도 모른다. (108)

만남 후에는 19명이 걷기 프로젝트에 신청했고, 14명의 아이들이 전체 일정 또는 일부 의미 있는 기간 동안 걸었다. (108)

미성년자 사법 보호 감찰기관 또는 아동 상담소의 교육자들이 걷기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는 첫 번째 요인은 쇠이유가 걷기 이후의 계획을 확실히 세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108)

처음엔 걷는 것의 의미가 큰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가장 큰 장점일 수 있겠다.

휴대전화도 MP3 플레이어도 없이, 낯선 어른을 길동무로 삼아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을 대략 2,000킬로미터 정도 걷는 일이라니!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109)

그들의 10대 시절은 이정표가 잘 갖춰진 평탄한 대로가 아니다. 다비드 르 브르통이 표현하듯 걸어가면 이내 땅이 꺼지는 어지러운 오솔길이었던 것이다. (109)

아이들은 우선 몸이 버텨내지 못할까봐 걱정한다. 그들 중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는 매우 드물다. (110)

지금껏 걷기가 육체적 문제로 중단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이는 자신이 상상했던 한계를 초월한 것에 놀라며, ‘스스로를 넘어선다는 표현을 실제로 체험한다. 정신이 육체를 돕는 것이다. (110)

2,000킬로미터를 걷는다는 걸 알고 시작했고 3주간의 준비로 마음의 준비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한계를 초월해봤기에 이후에 삶이 변화한 것일 테고.

미셸 푸코는 이렇게 말했다. “행동하는 방법을 바꾸면 다른 사람이 된다.” (111)

또 다른 걱정거리는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것이다. 기존의 습관을 벗어던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111)

반가운 표현이다.

세 번째 문제는 자신과 함께 떠날 어른에 대한 염려이다. (111)

그럴 것 같다. 나 역시도 염려까지는 아니지만 어떨까 싶다.

세 달 이상 걷다 보면 아이의 시야가 넓어지면서 위상에 변화가 생긴다. 즉 아이는 자신의 의지 덕분에 스스로 해방되는 것이다. (111)

누군가를 믿는 법, 어떤 틀 안에서 자신을 통제하는 법을 배운다. 걸을 때는 역행할 수가 없다. 그러면 에너지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면서도 노력해야 하고, 자신을 둘러싼 제약들을 이해하면서 스스로를 조절해야 한다. (112)

정말 중요한 거다. 요즘 아이들이 부족한 것들이다.

걷기는 서로를 향해 가고’, ‘상대방을 오게 하는상호 보완적인 만남을 가능하게 해준다. (112)

걷기가 끝날 때 모든 아이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것, 직업 연수 과정을 시작하는 것, 집으로 돌아가는 것, 자신과 더 어울리는 곳에 취직하는 것 등과 같은 기본적인 계획을 지니게 된다. (113)

시작과 끝에 축하 파티를 하는 것은 참 잘하는 것 같다.

 

쇠이유, 특별한 체험

나는 모든 인터뷰를 진행할 때, 아이들에게 이 질문부터 던진다. “당신은 왜 세 달 동안 엄격한 규칙들을 따르며 낯선 어른과 2,000킬로미터를 걸으려 하나요? (115)

일자리를 찾고 집을 갖기 위하여” ()

나아가기 위하여” (파블로)

나의 자율성을 손에 쥐기 위하여” (파비앵)

내 엿 같은 삶을 끝내기 위하여” (시도니)

올바른 길로 되돌아가기 위하여” (다비드) (115)

자신의 삶을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아무리 일탈을 한 아이라고 할지라도.

 

한 걸음 나아가기

쇠이유의 걷기 프로젝트는 폭력적인 현실로부터 거리를 두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116)

걷기를 통한 단절은 강제로 그들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선택한 것이며, 사회와 여러 기관에서 인정받은 긍정적 의미를 지닌 것이다. (116)

곧 길을 떠날 아이들의 말에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불행했던 기억들을 지닌 채 자신이 누구인지를 인식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그들의 청소년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117)

 

가능성의 신호

동기부여 면접을 할 때 아이들은 한 명도 예외 없이 자신의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외모에 신경을 쓴다. (117)

너무나도 당연한 모습이다.

소년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장은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었으며, 부랑자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118)

동기부여 면접 날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사회적으로 추방된 삶을 살던 그들도 사회적 관습들을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18)

결별하는 용기

기존의 환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러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친밀한 관계들을 변화시켜야 하며 어떤 사람들과는 관계를 단절해야 하고, 이에 따른 충격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119)

열일곱 살의 소년 스테판은 위태로운 교우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는 친구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며 술과 마약에 취해 살았다. 이러한 관계를 선택한 결과 그는 부정적 나르시시즘에 갇혀 있었다. 친구들이 자신의 심리적 균형에 미치는 영향을 깨달은 스테판은 친구들과 거리를 두길 원했고, 쇠이유는 그의 의지를 현실화하는 수단이 되었다. (119)

한국에도 이런 아이들이 있을 텐데. 현실적으로 할 수 없으니 계속 악순환이 반복된다.

비록 그 집단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그에게 빗나간 미래밖에는 제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장은 거기에 매달렸다. (119)

물리적으로 떨어져 지낼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한다.

 

아이와 동행자의 관계

대부분의 경우, 아이는 걷기 초반에 자신과 동행자와의 관계가 얼마나 단단한지 시험해본다. (120)

열여섯 살의 바베트는 스페인 땅을 처음 밟는 순간, 동행자의 신용카드를 훔치면서 관계를 시험했다. ... 그는 성인 동행자로서 자기 자리를 잘 지켰으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120)

생각지도 못한 돌발 상황이 생길 것이다. 분명 유의사항이 있고 그것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사실 길을 걷는 것은 단순하지만은 않다. 더욱이 청소년들은 쉽게 주의가 분산되어, 서로 믿으면서 차분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121)

떠나기 몇 주 전부터 임신한 상태였던 시도니는 걷는 도중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낙태를 결심하고 걷기를 중단한 것이다. (121)

일상 속에서 서로에게 의존하다 보면 유대감이 형성되는데, 실제로 걷기를 완수한 모든 팀에서 끈끈한 유대감이 발견되었다. (122)

그는 자신이 모든 걸 혼자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동행자와 보조를 맞추기를 계속 거부했다. (122)

그녀는 동행자를 혼자 독점하고 싶어 했다. 걷기 도중 어떤 이도 그들의 관계 속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델핀이 자신의 불안을 극복하고 자립심을 기르는 데 장애가 되었다. (123)

이건 애착, 신뢰가 아니라 집착이다.

 

나와 타인을 받아들이기

걸어서 2,000킬로미터를 주파하는 일은 고독에서 벗어나 문화적 다양성을 체험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다. (124)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아이들은 남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더 잘 받아들이게 된다. (124)

 

걷기 이후의 진로 문제

파블로는 길을 걷던 중 한 여행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산티아고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어 했다. (126)

학교생활에 실패하고 추방당한 바툴의 경우, 엘 카미노로 가는 길에서 한 선생님과의 긍정적인 만남을 통해 배움에 대한 흥미를 되찾았다. (126)

연수 기간에 우리는 레미가 오토바이 수리공 보조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을 도와주었다. 자기소개서는 개인적인 것이었기에, 레미가 자신의 능력과 기량에 대해 스스로 작성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우리는 단지 그가 자신의 동기들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도와주었을 뿐이다. (127)

정서적 지지와 인정은 최대한 많이 하지만 철저하게 본인이 해야 할 것들에 대해선 개입하지 않는다. 보통 부모 자녀 관계에서 어긋난 사람들을 보면 이것을 반대로 한다.

개를 훈련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선택은 자신의 성격에 비추어봤을 때 일관성 있었다.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고독을 감당하지 못했고, 다른 사람이 항상 곁에 있어야 안심했다. (128)

델핀은 자신이 개를 단장하는 일보다는 훈련하는 일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겐 단순히 예쁘게 보이게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육체를 자신이 통제하면서 충동성을 길들이는일이 중요했던 것이다. 델핀에게는 흥미롭고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 (128)

개를 좋아하지만 단장하는 일이 아닌 훈련하는 일에 더 중요성을 두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은 깊이 있는 탐구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직업을 찾는다면 실패할 일이 없겠다.

 

프랑스로의 복귀

절약은 걷기에서 배우는 또 다른 가치이다. 기초적인 욕구들을 만족시키는 데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도록 예산을 조절하는 일은 내규의 일부이다. (130)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집단 속에서 지속적으로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것, 이는 곧 모든 청소년에게 문턱을 넘는 일이다. (131)

그래서 문턱이라는 이름을 지었구나.

 

3. 전문가의 목소리

위대한 동행

교육자 페르낭 들리니의 멋진 지적을 상기해보자. “당신이 경찰 노릇을 하면 그들은 강도 노릇을 할 것이다. 당신이 신 노릇을 하면, 그들은 악마 노릇을 할 것이다. 당신이 교도관 노릇을 하면, 그들은 죄수 노릇을 할 것이다. 그런데 당신이 당신 자신이 되면, 그들은 매우 난처래 할 것이다.” (134)

처벌은, 특히 감금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 어떤 교육적 가치도 지니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청소년 집단의 반사적인 방어 본능을 강화한다. (135)

나 역시 이 말에 동감이다. 보호의 기능을 가진 보호관찰소도 결국 행위에 대한 처벌로 감금의 형태를 지닌다. 보호자가 제대로 보호할 수 없기에 기관에서 대신 그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게 물리적으로 떨어뜨려놓는 것이라곤 하지만 거기에 모인 아이들은 좋은 환경인가 의심스럽다. 더 간만 커져서 나온다.

아이들의 반항적인 태도는 상처투성이의 삶이 남긴 강렬한 흔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겐 나쁜 의도가 아니라 숨겨진 고통이 있을 뿐이다. (136)

사회사업의 원칙은 바로 이런 것이다. 무조건 처벌하는 게 아니라 알려주는 것 그리고 어린 시절의 결핍과 균열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길이었을지도 모를 그 길을 아이가 언젠가 되찾을 수 있도록 동해해주는 것. (136)

성장의 기록

쇠이유가 제안하는 걷기는 일련의 목표들을 포함하고 있다. 아이로 하여금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준들을 공들여 세우게 하는 일, 독립성과 자기 자신 및 타인에 대한 신뢰를 키우는 일, 걷기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직업적 계획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설계하도록 이끄는 일이 그것이다. (137)

프레데리크 역시 주간 보고서에서 이렇게 감탄하고 있다. “오늘 난 혼자서 길도 잃지 않고 한 단계를 마쳤다. 기적이다!” 이렇게 배운 독립성은 남은 여정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138)

갸비 또한 걷는 동안 자신의 어머니와 친구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주간 보고서에 적었다. 그는 한 걸음 물러나서 자기의 고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으며, 돌아간 후의 직업 계획에 대해 숙고할 수 있었다. (139)

정말 중요하다. 누구나 어렵고 힘겨운 순간에 이럴 필요가 있다. 한 걸음 물러나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생각하는 게 좀 자란 것 같아요. 분명 나는 예전보다 생각이 더 깊어졌어요.” (140)

걷기를 완주하여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 아이는 자신 있게 사회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140)

걷기란 일상으로부터 멀리 벗어나는 일이다. 그것은 정체성의 제약과 그에 따른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일이다. 걷기는 아이들에게 부여된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기회이다. (141)

멋진 기회다. 일생에서 이런 기회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다면 스스로 변화할 것이다.

 

걷기, 내적인 변모의 과정

과거의 자신과 결별한 아이는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헤맨다. 이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를 둘러싼 벽에 창문을 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이 필요하다. (141)

걷기에 참여한 아이들은 어떠한 불빛도 없는 온전한 밤과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던 별들을 발견하고 놀란다. 또한 그들을 두렵게 만들지만 마음을 흔들기도 하는 침묵을 듣는다. (142)

이런 건 도심에선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걷는 동안 동행자가 아이와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그는 아이에게 어른들의 무능함만 재확인시켜줄 뿐이다. (143)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위한 테라피

이 아이들이 겪고 있는 가장 흔한 문제는 범죄 행동, 폭력적 태도, 불안정한 사회적 관계, 합법적 또는 불법적 물품의 소비 등이다. (145)

이들은 폭력의 관객이거나 희생자였다. 폭력은 곧 존재의 방식이자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폭력을 가하거나 당하는방식에 사로잡혀 있다. (146)

이들은 발전의 잠재력과 삶에 대한 욕구, 개방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147)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쇠이유만의 특별한 걷기

이 패거리는 분명 그들을 지탱해주는 동시에 부추긴다. (148)

이는 진정한 공감의 관계라 할 수 없는데, 아이가 무릎을 꿇거나 잠시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의심하기 시작할 때, 그리고 범죄 행위에 가담하길 원하지 않을 때, 그는 즉시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되고 추방당할 위험에 놓이기 때문이다. (149)

쇠이유의 걷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러한 단절이 거의 완벽하게 이뤄진다. 아이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 동네, 심지어 습관과 언어로부터도 멀어지기 때문이다. (149)

폭력의 희생자가 된 아이들의 경우, 내면의 목소리는 침묵하거나 폭력과 충동을 부추기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메아리가 차츰 입을 다물게 만들어야 하며, 대신 동행자의 목소리를 듣고 거기에 동화되도록 해야 한다. 동행자의 역할은 그래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150)

그렇구나.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소용이 없네. 누군가 도와줄 어른이 있어야 하는 거구나.

누군가가 자신의 발을 마사지하거나 물집을 치료해주는 걸 보면서, 아이는 타인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151)

오랜 시간 걷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151)

~ 이런 건 몰랐다.

청소년들이 활주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지닌 불확실한 차원과 상대적인 비상과 자기만족감 때문이다. (151)

이런 이유 때문에 활주 스포츠를 좋아하는구나. 새로 알게 됐다.

몇 주가 지나면 아이는 동행자와 감정을 나누기 시작한다. (152)

그럼 23각은 안 되겠네. 그럼에도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하다.

마침내 걷기가 막바지에 이르면, 아이는 자신의 성취에 자부심을 느낀다. ... 정서적 흔적들은 보이지는 않지만 더 은밀하고 깊게 남겨진다. (152)

그러니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물론 걷기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실패는 아이의 병리학적 경향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아 매우 확고하게 굳어졌을 때 일어난다. (153)

순진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걷기를 마친 모든 아이가 단번에 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걷기를 통한 느림의 체험 덕분에, 매 걸음마다 다리를 앞으로 내미는 노력을 한 덕분에, 그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쉽지 않은 삶의 여정에 다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153)

 

사회라는 문턱 넘기

청소년들은 이해받길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만남을 원한다.” (154)

소수가 만들어내는 긴밀한 관계는 주도권 다툼과 집단적 흥분, 그리고 정체성의 상실을 피하게 해준다. (154)

걷기 전과 걷는 동안, 그리고 걷기 후에 제시되는 모든 행동은 아이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55)

텐트를 쳐야 잠을 자고, 신발을 씻어야 물집이 잡히는 걸 피할 수 있고, 물을 마셔야 상처를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반복적 행동과 태도를 통해, 아이는 인생을 조직적으로 사는 법을 배운다. (156)

걷는 동안 아이에게는 카메라가 지급되고, 그는 이것을 통해 보는 연습을 한다. 돌아간 후에는 추억을 담은 사진첩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출발할 때 그에게 여행 수첩을 주고, 걷는 동안 기록하도록 권유하기도 한다. (157)

 

적절한 거리두기

낯선 상황과 직면하게 된 아이는 자신의 자원을 모두 끌어내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게 될 것이다. (157)

외국이라는 장소성은 도주와 이탈의 가능성도 상당히 줄여준다. (158)

멀리 떨어진 외국 땅을 걷는 일은 바로 그 거리 때문에 아이를 혼란스럽게 하면서도, 당장은 만족시킬 수 없는 충동적 욕구들을 지연시킨다. (158)

 

성공의 가능성에 도전하기

부모의 방관하는 태도가 아이의 혼란을 악화하거나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160)

상담을 해보면 이런 부모가 의외로 많더라.

 

곤경에 빠진 청소년들

그의 모든 에너지가 생각을 거부하고 세상과 거리를 두는 쪽으로 집중되어 있는 듯했다. (161)

자신의 삶을 부정하며, 주위에서 손을 내밀면 폭력으로 응수한다. (161)

이 아이들은 자기들이 아무 가치도 없으며 관심받을, 특히 사랑받을자격이 없다는 걸 주위 사람들에게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온갖 비행을 실행에 옮긴다. (161)

 

아동 담당 판사의 탄생

19452월 법령에 따라 보통법과는 차별화된 독창적인 절차가 생겨나게 되었다. 아동 담당 판사의 탄생이 핵심이다. 새로운 절차는 교화를 추구했다. (162)

한국은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전담한다. 1942년 서울가정법원이 설립됐다.

미성년자 사법 보호 감찰기관 역시 1945년 법령의 사명에 걸맞은 지원기관으로 곤경에 처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163)

한국은 1989년 보호관찰소가 설립됐다. 전국의 40개가 있다.

아이에게는 어른과 차별되는 권리가 있으며, 사법적으로 동일하게 다뤄질 수 없다. 아이는 어른과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저지른 범죄는 어른이 저지른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닐 수 없으며, 그러므로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 (164)

아동 담당 판사는 이러한 공통의 약속을 완수하도록 이끌어주는 안내인이다. 열정이 필요한 일이지만 겸허한 자세와 현실을 직시하는 태도를 잃어서는 안 된다. 많은 경우 기적적인 해결책이나 눈에 띄는 확실한 결과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65)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판사는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 (166)

결국 아이의 아버지가 겪은 끔찍한 사건 이후 단절된 가족사의 문제점들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난 후, 가브리엘은 자신을 가두고 있었던 고립으로부터 벗어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교육관이 제시한 도움을 마침내 받아들였다. (166)

 

쇠이유와 함께 걷기

사실 사법적 조치를 따르는 아이들의 행보는 기복이 심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 실패가 거듭된다면 새로운 국면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가끔은 과감하게 다른 길로 가야 한다. (167)

엔조는 홀어머니 곁에서 자라나, 심리적으로 상처받기 쉬운 성격에 알코올 중독까지 겪게 되었다. (167)

한국은 외국보다 약물이나 알코올의 상황이 심하지 않아 선도의 가능성이 더 많다. 하긴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는 너무나 큰 자유를 남용한 끝에 균형을 잃어버렸다. (167)

로뮈알드는 비행 청소년이다. 그는 생각하기 전에 행동부터 한다. 중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아무 느낌도 없다. (168)

구류 생활은 고통스러웠으며, 그는 그런다고 바뀌는 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금 조치는 그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168)

나도 감금 조치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범죄자를 사회와 일반인과 격리시키는 것에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러니 미성년자는 감금보다 돌봄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천종호 판사는 그런 시설을 만들었다.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걸 그걸 보면서도 느꼈다.

엔조와 로뮈알드의 모험은 청소년들이 결정적인 상처 없이 요동치는 시기를 넘어갈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 스스로의 능력으로 어긋나버린 여정을 바꿀 수 있도록 이끌어주려는 쇠이유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169)

청소년들에게 내려지는 사법적 조치들은 성인들에게 적용되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즉각적인 판결이 교육을 대체하고 있다. 개별 사안에 대한 고려보다 일반적인 판단이 우위를 차지한다. ... 결국엔 자기가 담당하는 아이를 알지도 못하는 사법관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169)

아들 사건으로 만난 판사를 보니 딱 처벌을 위한 판사더라. 잘못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고려될 사항에 대해서는 일말의 여지도 없더라. 피해자는 무조건 약자고 너희는 가해자 아니냐는 식이다. 나는 미성숙한 판단이 가져온 잘못이니 그걸 바로 잡아줘서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확실해 보이는 실패때문에 성공의 가능성을 포기한다는 게 얼마나 유감스러운 일인지를 알기에, 쇠이유는 도전한다. 이제 이 사회도 다시 달라질 때가 되었다. (169)

 

닫는 글

오랫동안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본보기로 여겨졌던 프랑스의 미성년자 사법제도가 슬프게도 역주행 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프랑스는 이제 미국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 제도는 이미 한 세대 전부터 법정에서 미성년자와 성인에 차이를 두지 않으며, 심지어 미성년자를 성인과 함께 심판하고 수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70)

이런 흐름이 미국식이구나. 한국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행히 법조계에서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판사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아이의 과거와 환경에 대해 직접 조사를 하거나, 교육자 그리고 필요하다면 심리학자들에게 조사하도록 해야 한다. (170)

한국은 이런 과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던데.

미성년자 사법제도의 목적은 교육적이고 구호적인 대책들을 찾는 것이다. 아이 또는 청소년의 위반 행위가 그 나이 때 저지를 수 있는 특징적인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그를 다시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함이다. (172)

신자유주의는 아이들의 교육보다는 개인과 재산의 안전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며 관용 제로의 태도를 견지한다. (172)

이와 같은 변화는 엄격하고 폐쇄적인 구금 시설들을 확대하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결과적으로 투옥되는 아이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174)

어쩜 이렇게 한국과도 같은 모습일까. 그 망할 신자유주의가 여기에도 영향을 미쳤구나.

미성년자와 관련된 특별형법은 아이의 형성 과정 전체에 대한 고려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일단 아이의 과거와 환경 등을 규명하게 되면, 그의 인성적 요인을 감안하여 아이에게 더 좋은 미래를 제시할 수 있다. (175)

 

부록 2

쇠이유의 걷기 프로젝트

쇠이유는 여행에 대한 니콜라 부비에의 다음과 같은 정의를 채택했다. “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을 곧 증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여행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행이 당신을 만들거나 해체한다.” (176)

 

신청부터 복귀까지

쇠이유는 행정적 또는 사법적 결정에 따라 어려움에 빠진 아이들을 감독하거나 수용하는 모든 교육 부서와 시설에, 단체를 소개하는 자료를 우편이나 메일을 통해 정기적으로 보낸다. 단체 홈페이지와 입소문 또한 쇠이유가 지금처럼 알려지고 인정받는 데 큰 기여를 했다. (178)

첫 번째 단계. 체계적인 면접

쇠이유는 일련의 면접을 통해 아이가 자신이 선택한 도전에 따른 제약들을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지, 그리고 걷기를 중단할 수도 있는 사고를 저지르거나 규칙을 위반할 경우 합의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180)

걷기 계획은 아이의 상황에 맞추어 조정되며, 동행자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 (180)

 

두 번째 단계. 준비 훈련

준비 훈련은 행정 또는 사법 당국에 의해 걷기를 승인받고 재정에 대한 동의가 이루어진 후 바로 시작된다. (180)

연속적인 신체 활동에 아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조금씩 난도를 올려가며 매일 걷는 연습이 진행된다. (181)

 

세 번째 단계. 세 달 동안의 걷기

매일 평균적으로 20~25킬로미터씩 이동하며, 걷기 팀은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한다. ... 그들은 서로 비슷한 장비와 같은 액수의 하루 예산을 지급받는다. 아이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용돈으로 매일 3유로를 받는다. (182)

하루 4천원이면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 아이들은 자신에게 매일 일정 금액이 주어진 적이 없을 것 같긴 하다.

기상 상황과 지리적 여건이 허락한다면, 걷기는 프랑스 국경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이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목표에 다가간다고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182)

쇠이유 또한 아이의 사회화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보조 동행자는 쇠이유가 지정한 성인으로 일주일 동안 걷기팀과 모든 일상을 전적으로 공유한다. 보조 동행자는 걷는 동안 최소 두 번, 대체로 세 번에 걸쳐 파견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동행자로 활동한 경험이 있거나 미래에 동행자가 되기도 한다. (184)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 이루어지는 걷기 책임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겪은 어려움들을 털어놓는다. 걷기 책임자는 대표와 의논하여 아이의 요구에 최대한 답해주어야 한다. (185)

 

네 번째 단계. 걷기 후 연수

연수는 최소 2~3주간 진행되며, 필요하다면 더 연장할 수도 있다. 이 연수는 걷기 책임자가 주도하며, 심리학자는 마지막으로 아이와 동행자를 만난다. (185)

쇠이유가 제안하는 경험은 아이가 어떤 일에 참여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일부를 되찾을 수 있게 해준다. 걷기를 완주하고 나면, 그는 더 이상 주변인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한 젊은이가 된다. (186)

 

부록 3

쇠이유의 모델, 오이코텐 이야기

베르나르가 오이코텐의 문을 두드린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여덟 개의 연중 대장정 프로그램을 통해 추방 시스템의 희생자가 될 위험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치유로서의 걷기를 체계적으로 제안하는 유일한 단체였기 때문이다. (188)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걸림돌을 만나면, 그는 우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로운 책임자들이 우리 사무실이 있는 벨기에의 틸동크로 파견되었고, 이제 막 선발된 동행자들이 오이코텐의 걷기 프로그램에 일주일간 투입되는 경우도 있었다. (188)

쇠이유가 갑자기 베르나르의 머리에서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물론 그가 걷기에 대한 본인의 경험과 장점을 알고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10년 후, 쇠이유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새 오이코텐을 추월했다. (189)

 

오이코텐의 시작

고대 그리스어로 ‘oikoten’자기 스스로의 방법으로라는 의미로, 직역하자면 집 밖으로를 뜻한다. (190)

내가 아는 한, 그것은 모두가 완전히 손을 놓은 아이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자 하는 최초의 계획이었다. 이것은 1983년에 나온 발상이다. 당시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191)

무려 30년이나 됐다.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해 보인다.

 

현장에서의 변화

네덜란드어 국립TV가 걷기에 대한 멋진 다큐멘터리를 다시 만들어준 덕에, 여론과 사법부가 우리의 제안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인 편이었다. (192)

그렇다. 뭐든 대중의 관심을 끌여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이 TV이긴 하다.

두 번째 변화는 현재 많은 집단들이 폐쇄기관 안에 머무르고 있는 청소년들을 열린 기관 또는 집으로 다시 데려다주는 쪽으로 급속하게 방향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192)

해체된 가정을 다시 살리는 일이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신자유주의의 자유경쟁, 무한 경쟁이 심각한 양극화를 가져왔고 경제의 양극화는 가정의 해체까지 이어졌다.

문제 청소년들은 이제 우리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 고객이 되었다. (193)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는 우리의 제안이 여정의 형태로 통합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그에 따라 보호 가정 체류나 일주일 일정의 걷기와 같은 가벼운 형태의 오이코텐 활동이 실행될 수 있었다. (194)

아하~ 짧은 일정의 걷기도 있구나. 그럼 23각은 이 프로그램과 비슷하겠다.

 

고수해야 할 원칙

우리가 절대 포기하지 않고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온 것은 바로 아이가 보여주는 의지이다. (195)

그럼 23각도 자신이 원한 아이들이 참여하는 거겠다.

미성년자들을 끝없는 불확실성 속에 방치한다는 것이 내가 모든 제도에서 비난하는 점이다. 그래서 기존 제도를 대체하는 방식을 선택할 경우, 나는 항상 협정의 방식을 따른다. 이 협정에는 나를 포함해 아이와 부모, 상임 대표자가 참석해 서류에 서명을 한다. (196)

 

최선의 동행자

자신의 경력을 여섯 달 동안 스스로 중단하고, 소위 문제아들과 함께 걷기로 결정한 사람들에게 나는 늘 감탄하고 있다.” (198)

그러고 보니 여긴 길어서 생계까지도 연결된 문제 겠구나.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능력 아닐까요?”

 

오이코텐의 오늘

아이들은 감금 상황에서 벗어나 엄청난 자유와 대면한다. 아이가 걷기에 참여한다는 것은, 오이코텐의 프로젝트가 결코 처벌이 아니라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200)

사람들은 우리의 커다란 배낭을 멀리서부터 알아본다. 그리고 걸을 때마다 도보여행자들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함께 걷는다. 그들은 우리에게 일종의 사회적 감도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201)

 

오이코텐의 미래

예산 삭감으로 인해 공공기관에서 수용할 수 없는 아이들이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우리 단체가 더 많은 아이들을 맡아야 할지 모른다. (202)

이 프로젝트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표본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매년 참가하는 인원이 열여섯 명에 불과하다 보니,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202)

30년이 됐지만 1년에 열여섯 명이면 480명이다. 참 값진 일이지만 그 숫자는 적다.

자연, 마을, 사람들의 환대...... 이 모든 게 나에겐 새로웠어요.”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에 대하여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쇠이유를 왜 만들게 되었는지를 시작으로, 직접 참여한 동행자와 아이들의 글을 중간에 넣고,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배치했다.

 

2. 보완이 필요한 점

2000년에 설립하고 12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나서 씌여진 책인데 사례가 좀 적은 듯하다. 12년이면 성인이 된 참여자도 많을 텐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몇몇은 나와 있지만 좀 더 많이 알려줬으면 싶다.

 

동행자, 참여자 모두 그 과정 중에 글을 쓴 것이 아니라 나중에 기억해서 쓴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당시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지지는 않는다. 과정 중에 기록한 것을 넣었으면 좋았겠다.

 

3. 이 책의 장점

동행자, 참여자들, 전문가들 골고루 글을 통해 그들이 느낀 점과 효과를 알려주니 도움이 된다.

 

4.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

한국판 쇠이유인 ‘23멘토로 참여하고 경험한 것들과 이미 경험한 다른 멘토와 아이들을 인터뷰해서 한국판 쇠이유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 르포형식이 될 것이고 투고할 출판사는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모든 책을 번역 출판한 효형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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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1 # 41. 명상록 [1] ggumdream 2018.01.22 1667
4880 #41 명상록 (윤정욱) 윤정욱 2018.01.22 1388
4879 # 41 명상록(이정학) [1] 모닝 2018.01.21 1394
4878 명상록 송의섭 2018.01.21 1336
4877 #41 명상록 (정승훈) 정승훈 2018.01.21 1282
4876 명상록 보따리아 2018.01.20 1540
4875 대통령의 글쓰기 송의섭 2018.01.16 1310
4874 #40 대통령의 글쓰기_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_이수정 알로하 2018.01.16 1334
4873 #40 - 대통령의 글쓰기(이정학) 모닝 2018.01.16 1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