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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일 11시 56분 등록

 

저자 연구

헨리 데이비드 소로 (Henry David Thoreau: 1817.07.12 ~ 1862.05.06)

미국 매사추세츠, 콩코드 출생. 미국의 사상가이자 문학가.

올 한해 읽은 책의 저자 중에 누구 하나 평범한 사람이 있었을까만,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그 중에서도 갑()이라고 할 정도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요즘 유행하는 자연인의 삶을 몸소 실천했다. 아무리 200년 전이라 해도, 그 시절에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지성인이 어느 정도 보장된 앞날을 팽개치고, 산속에 들어가 이런 삶을 살기 쉽지 않았을텐데뭐가 그를 이런 삶으로 이끌었는지 궁금했다.

 

미국 메사추세츠 주의 콩코드에서 남쪽으로 1마일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월든(Walden)이라는 작은 호수가 있다. 물이 들어온 내력과 나가는 길을 파악하기 힘든 신비한 호수이다. 1845 3월 말, 27세의 젊은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호숫가 숲속에서 도끼질을 하기 시작했다. 호수 북쪽 비탈진 언덕에 자신이 기거할 오두막을 짓기 위해서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기에 저 서툰 손놀림으로는 도대체 개집 하나 만들어낼 성싶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소로의 손놀림은 부드러워지고 신속해졌다. 5월 초순이 되자 소로는 친지들과 함께 상량()을 했다. 벽을 붙이고 지붕 올리는 일이 완료되자 소로는 마침내 새로운 집에 입주했다. 7 4, 미국 독립기념일이었다. 19세기의 진정한 자유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2 2개월 2일 동안의 모험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으며, 그곳에서의 삶은 그의 작은 오두막을 어떤 거대한 건축물보다 위대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

모험은 집을 지을 때부터 시작된 셈이었다. 소로는 자신의 힘으로, 그리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집을 짓고자 했다. 집이라곤 한번도 지어본 경험이 없는 이가 땅을 파고 돌을 나르고 도끼질하고 톱질하는 것 모두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가 지출한 건축비는 28달러가 조금 넘은 금액이었다. 당시 하버드대학 기숙사의 1년 방세가 30달러였다니, 1년 방세도안되는 돈으로 평생 거주할 수 있는 집을 지은 것이다. 당시 1달러가 현재의 1달러보다 약 30배의 가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때, 오늘날의 돈으로 1천 달러가 되지 않은 돈으로 집을 지은 셈이다.

 

소로는 왜 이런 모험을 감행했을까? 그가 보기에 사람들은 집의 노예였고 재산의 노예였고 일의 노예였다. 그는 월든 호숫가에 작은 집을 짓고 농사지어 자급자족하면서 여유있게 살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인간이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노예로서의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하기 위해 그는 집을 짓고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으면서, 그리고 최대한 여가를 즐길 생각이었다. 그것이 바로 소로가 생각하는 자유인의 길이었다. 그는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서의 삶을 낱낱이 기록했다. 그 기록이 바로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와 비견되는 명작 <월든>이다. 물론 소로의 상황은 자발적 고립이라는 점에서 외딴섬에 표류한 로빈슨 크루소의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두 작품이 모두 원시적인 상황에 직면한 인간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소로는 <월든>에서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말라. 백만 대신에 다섯이나 여섯까지만 셀 것이며, 계산은 엄지손톱에 할 수 있도록 하라”라고 말했다. 잠시라도 한눈 팔게 되면 뒤처지는 현대인에게는 시대착오적인 발언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월든>이 소로가 살았던 때보다 물질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20세기 후반, 특히 21세기에 더욱 각광받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837 랠프 왈도 에머슨과의 만남은 소로에게 일생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들이 만나게 되는 과정은 상당히 재미있다. 소로의 여동생 소피아가 에머슨의 처형 루시 브라운과 함께 에머슨의 강연을 들었는데, 강연 내용이 오빠가 쓴 글과 같았던 것이다. 이에 소피아가 브라운 부인에게 그 글을 보여주었고, 그 글이 에머슨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다. 4 9일 집으로 찾아온 소로를 보는 순간 에머슨은 소로가 예사로운 젊은이가 아님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소로는 본래 매사에 냉담한 듯한 태도를 보였으나, 이 뛰어난 지성인 앞에서는 특별히 생기발랄해졌다. 에머슨은 소로의 입에서 사회와 종교에 대한 탁월한 견해,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쏟아져나올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두 사람의 우정은 시작되었고, 약간의 굴곡이 있긴 했지만 소로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대학을 졸업한 소로는 생계를 위해 교사 생활을 하고자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콩코드의 마을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체벌해야만 하는 현실을 견딜 수 없어 2주 만에 그만두었다. 형과 함께 사설 학교를 몇 년 운영하지만 형이 몸이 아프게 되자 그것마저 벗어던지고 만다. 소로는 이제 시인이자 박물학자로서 식물표본상자와 쌍안경을 들고 새로운 길을 걷기로 했다. 이 무렵 소로는 에머슨이 주도하고 있는 초월주의(transcendentalism) 운동에 매료되었다.

소로는 1837년부터 3년간 에머슨의 집에서 기거하는 동안 콩코드의 초월주의 그룹이 만드는 잡지 <다이얼>에 시와 산문을 실으면서 문필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소로는 대중보다는 개인을, 이성보다는 감성을, 인간보다는 자연을 중시했는데, 이러한 사상적 성격은 초월주의와 일치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면모는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소로의 기질이기도 했다.

소로는 원래가 모험가적 성향이 강했다. 형 존과 함께 카누를 타고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을 탐험한 것도 이러한 성격에 기인한 것이었다. 안정된 교사의 길을 접고 시인의 길을 택한 것도 일종의 모험이었다.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생활한 것은 모험의 정점이었다.

 

소로는 원래가 모험가적 성향이 강했다. 형 존과 함께 카누를 타고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을 탐험한 것도 이러한 성격에 기인한 것이었다. 안정된 교사의 길을 접고 시인의 길을 택한 것도 일종의 모험이었다.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생활한 것은 모험의 정점이었다.

그의 위대한 모험이 그에게 안락한 생활을 제공해주지는 못했다. 뉴욕에서의 작가생활 시도도 실패했고,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의 카누 여행 경험을 담은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의 일주일>은 형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듬뿍 담아 집필했건만 거의 팔리지 않았다. 다만 소로에게 안락한 생활이란 일반적인 것과는 판이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그가 불행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는 모험을 통해 인생을 충분히 즐긴 사람이었다.

소로는 잘못된 것을 그냥 두지 못했다. 젊은 시절 에머슨과 함께 길을 걷다가 길 옆에 울타리가 쳐진 것을 보고 소로는 분개했다. 그는 하느님의 땅은 만인의 소유이므로 울타리 바깥의 쪼가리 땅만을 밟을 수는 없다며 울타리를 넘어가려 했다. 에머슨은 이를 만류하며 사유재산제가 이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소로는 월든 숲에서 살던 1846 7월 멕시코 전쟁에 반대하여 인두세 납부를 거절한 죄로 투옥당한 적이 있으며, 1859년에는 노예제도 폐지 운동가 존 브라운을 위해 탄원서를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로의 근본적인 저항은 <월든>에 가장 잘 나타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로의 저항이 잘못된 제도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든 인간의 그릇된 사고방식과의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소로의 삶은 결코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에머슨의 조사가 말해주듯, 그의 시세계는 널리 인정받지 못했고, 심지어 가장 평판이 좋았던 <월든>마저도 각광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시민의 불복종> 19세기 말에야 널리 읽혔고 간디 같은 위대한 인물의 정신세계에 깊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 소로가 그만큼 뼛속까지 혁명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혁명적인 정신은 이해받기가 쉽지 않다. 엄밀히 말해 오늘날에도 제대로 이해받았다고 볼 수 없다. 박홍규 교수(영남대, 법학)가 지적하듯이 소로는 여전히 자연예찬론자이자 환경운동가의 선구자쯤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은 인생을 단지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사람일 뿐이었다. 자유롭게 사는 것이 그의 소중한 가치였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는 때로 고립을 자초했고 사회와 싸웠고 글을 썼다. 필자는 소로를 앞에서 말했던 대로 ‘문학적인 혁명가’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혁명가나 종교적 혁명가가 주로 한 방향으로의 전환을 꿈꾼다면, 문학적(예술적) 혁명가는 (맹목적으로) 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사람들(혹은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한다.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1.     숲속 생활의 경제학

16 옷이 작다고 억지로 품을 잡아 늘리는 짓은 아무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도 치수가 맞는 사람에겐 꽤 쓸모가 있을 테니까.

 

17 나는 농장이나 가옥, 헛간, 가축, 농기구 등을 부모로부터 상속받았기 때문에 도리어 불행해진 이 마을의 젊은이들을 알고 있다. 이러한 물건들은 상속받기는 쉽지만 버리기는 어렵다. 차라리 그들이 넓은 목초지에서 태어나 늑대의 손에서 자라났다면, 자신이 땀 흘려 경작해야 할 밭이 어떤 곳인지 뿌옇게 서리 끼지 않은 눈으로 꿰뚫어볼 수 있으리라.

 

17 누가 그들을 토지의 노예로 만든 것인가? ~ 이 땅에 태어나자마자 무덤을 파기 시작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런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로 그들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평생 악착같이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불멸의 영혼을 지닌 많은 인간들이 길이 75피트, 40피트의 헛간과 아무리 쓸어도 결코 깨끗해지지 않는 아우게이아스의 마구간, 경작지, 목초지, 풀밭, 삼림으로 이루어진 100에이커의 토지를 질질 끌면서 그 산더미 같은 무게에 뼈가 으스러질 듯한 상태에서 숨을 헐떡이며 인생의 길을 한 걸음 두 걸음 내딛는 모습을 나는 수없이 많이 보았다. 이러한 쓸데없는 재산에 얽매이지 않은 알몸뚱이의 인간도 자신의 몸 하나를 경작하려면 등골이 빠지는 것이다.

 

19 실제로 항상 일만 하는 인간에게는 하루하루를 진정 성실하게 살아갈 여유가 없으며, 사람답게 타인과 교제할 시간도 없다. 이래서 노동의 시장가치는 떨어지고, 인간은 결국 기계로 전락하고 만다. 자기가 알고 있은는 바를 늘 과시해야 하는 사람이, 어떻게 인간의 성장에 필요한 무지를 기억할 수 있겠는가?

 

20 하지만 무엇보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모습은 자기 자신을 노예로 만드는 노예 감독이 있다는 것이다. ~

신성하고 영원하기는커녕 자신에 대한 평가, 즉 자신의 행위가 획득한 평판의 노예가 되고 죄인이 되어 사는 셈이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 따위는 우리가 남 몰래 품는 자기에 대한 평가에 비하면 소심한 폭군에 불과할 뿐이다. 결국은 스스로 자신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느냐가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고 시사하는 것이다.

 

22 편견을 버리기에 너무 늦은 경우란 없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이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 해도 증거 없이 믿어서는 안 된다. 오늘 한결같이 입을 모아 옳다고 인정하던 사실이, 내일이면 잘못된 것으로 판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7 적당한 잠자리와 의복만 있어도 인간이 체온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연료를 과도하게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말해 체온보다 실내 온도가 높아졌을 때부터 인간은 거꾸로 불 위에서 조리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28 리비히는 인간의 몸은 난로이고, 음식은 폐의 내부 연소를 유지하기 위한 연료라고 얘기했다. 우리는 추울 때는 좀 많이 먹고, 더울 때는 적게 먹는다. 동물의 체온은 완만한 연소의 결과로 유지되는데, 병에 걸리거나 죽는 것은 이 연소가 너무나도 급격하게 일어나는 경우 또는 연료 부족이나 통풍이 좋지 않아 불이 꺼지는 경우에 일어난다.

그래서 내가 요즘 그렇게 많이 먹고 있었구나.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적게 먹고, 운동을 시작하게 될 테니까, 자연의 법칙을 아주 자연스럽게 따르고 있는 중이니까, 살이 좀 찌더라도 너무 불쾌하게 여기지 말고 기다리자.

 

29 생활의 노리개, 또는 사치품이라고 부르는 물건은 대부분 필요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인류의 발전을 방해한다고 할 수 있다. 옛날부터 최고의 현인들은 가난뱅이 이상으로 검소하고 청렴한 삶을 살았다. 중국, 인도, 페르시아, 그리스 등의 고대 철학자들은 겉보기에는 몹시 가난했지만, 내면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계급에 속했다. ~

그들과 동족이라 할 수 있는 근대의 개혁자나 은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보통 자발적 빈곤이라고도 하는 밑바탕이 없으면, 어느 누구도 인간의 생활을 공평하고 현명한 눈으로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업이든 상업이든, 문학이든 예술이든 사치한 생활에서는 사치라는 열매밖에 열리지 않는다.

 

38 우리는 옷을 구입할 때 진정한 의미의 실용성보다는 최신 유행이랄까, 뭐 그런 외관상의 체면에 좌우되는 일이 많다. 일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의복의 목적은 우선 생명의 열을 유지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오늘날의 사회 규범에 따라 알몸을 감싸는 점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옷장 안에 있은는 짐을 늘리지 않아도 필요한, 또는 중요한 일을 척척 해치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용 재단사가 만든 의상이라도 그것을 단 한 번밖에 입지 않는 왕이나 여왕은 몸에 곡 맞는 의상의 편안함을 맛볼 수 없다. 그들은 새 옷을 걸어두는 옷걸이와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이다. 잘 맞는 옷은 입는 사람의 성격이 각인되고 날마다 육체에 동화되어 결국에는 신체의 일부처럼 수술이나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지 않으면 함부로 버릴 수 없게 된다.

이번에 이사가기 전에 옷장 속에 가득한 안 입는 옷들을 꼭 정리하고 버리고 가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38 사람들은 대부분 깨끗한 양심을 갖기보다 유행을 좇는 데 열중하고, 새로 맞춘 옷을 입고 싶어 안달이다. 하지만 제대로 깁지도 않아 여기저기 해진 옷을 입고 있다 하더라도, 그 옷차림으로 파헤칠 수 있는 최악의 악덕이란 기껏해야 부주의 정도가 아니겠는가. 가끔 이런 식으로 주위 사람을 시험해본다. 바지 무르팍에 천을 하나 덧대거나 꿰맨 자국을 여분으로 달고도 태연한 자는 과연 누구일까? 모두들 그런 바지는 입으면 그 자리에서 즉시 앞날의 희망이 사라진다고 믿는 것 같다. ~ 신사의 다리에 사고가 생긴 경우는 대체로 수리할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그의 바지에 생긴 사고에는 손을 쓸 방도가 없으니 어찌된 연유인가? 그자는 진정으로 존경할 수 있는 것보다, 세상에서 존경받고 있는 것을 더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40 이 민주적인 뉴잉글랜드의 마을에서조차 부를 소유하고 그것을 의상이나 소지품으로 과시하면, 그것만으로도 거의 어디서나 존경을 받는다.

이래서 잘 차려입은 사기꾼에게 속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거겠지. 알면서도 참 어렵다.

 

44 새로운 무늬에 정신 팔린 유치하고 야만스런 취미의 남녀가 열심히 만화경을 흔들며 한 눈을 질끈 감고 현 세대가 찾는 독자적인 무늬를 그 속에서 발견하려 한다. 섬유업자들은 이러한 취향이 일시적인 변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다. 유행에 따라 독특한 빛깔의 실이 두세 줄 많거나 적을 뿐인 두 종류의 무늬 주에서 한쪽은 날개 돋친 듯이 팔리지만, 다른 한쪽은 창고 안에 쌓여 있게 된다. 그런데 계절이 바뀌자 이번에는 팔리지 않던 쪽이 유행의 파도를 타기도 한다.

 

44 결국 인간은 겨냥한 목표물밖에 쏘아 맞힐 수 없다. 그러니 당장은 실패한다 해도 더 높은 곳에 목표를 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48 미개사회에서는 누구나 고급이라 할 수 있는 집을 지니고, 이러한 집에서 그들의 원시적이고 단순한 욕망을 충분히 채우고 있었다. 하늘을 나는 새는 둥지가 있고 여우에겐 굴이 있고 미개인에겐 위그웜이 있는데, 현대의 문명사회에서는 전 인구의 절반이 집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9 문명이 인간의 생존 상태를 본격적으로 개선했다고 단언하려면 값을 올리지 않고도 더 좋은 주택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사물의 가격은 그 자리에서, 또는 장래에 그것과 교환해야 할 생활의 양을 말한다. 이 부근의 집값은 보통 800달러 정도 하는데 이만한 금액을 모으려면 한 사람의 임금을 하루 평균 1달러로 산정했을 경우 가족을 부양하지 않는 노동자라고 10년 내지 15년을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젊은 날의 반 이상을 보시해야 일반 사람들이 자신의 위그웜을 손에 넣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주택 마련을 포기하고 집세를 지불하며 산다고 해도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없다. 만약 미개인이 이런 조건으로 그의 위그웜을 궁전과 맞바꾼다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53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가 집을 짓자, 불평의 신 모모스가 뭐야, 이동식으로 되어 있질 않잖아. 이 모양이니 보기 싫은 이웃한테서 어떻게 도망칠 수가 있나라며 억지를 부렸다는 게 수긍이 간다. 이러한 억지는 계속 부렸으면 한다. 우리의 집은 상당히 취급하기 힘든 재산이고, 인간은 그 속에서 살고 있다기보다 유폐되어 있다고 하는 편이 나은 상황이다. 또 도망치고 싶은 보기 싫은 이웃이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비천한 자아이다. 변두리에 있는 자신의 집을 팔아 마을 안으로 이사 가기를 30년 전부터 고대해왔으면서도, 아직까지 소원을 이루지 못한 가족들이 있다. 그들은 죽지 않는 한 결코 자유의 몸이 될 수 없다.

내가 집을 사고 싶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동성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없어서이지만….. 왠지 집을 사게 되는 순간 그 곳에 메여 살게 될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든다. 그래서 처음에 전세 계약을 할 때는 1년씩 하기도 했었다. 막상 살다보니 1년은 커녕 2년도 너무 빨리 오고 이사 가는게 귀찮아 진다. 이사 비용도 그렇지만 짐이 많아져서 인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어쩌면 자주 이사하는게 짐을 늘리지 않는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53 한편 다른 가난한 이들은 어떤 식으로 살아갈까? 아마 일부의 외면적인 생활환경이 미개인들보다 좋아짐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생활환경은 미개인들보다 나빠지게 된다. 한 계층의 사치는 다른 한 계층의 빈곤에 의해 균형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한편에 궁전이 있으면 다른 한편에는 구빈원과 힘 없는 빈민들이 있다. 역대 파라오의 무덤인 피라미드를 구축한 무수한 인부들은 마늘을 먹고 살았다고 한다. 아마 그들은 숨을 거둘 때 제대로 매장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54 대개의 사람들은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자신도 이웃과 엇비슷한 집을 가져야 한다는 굳은 믿음 때문에 평행 사서 고생을 한다. ~ 종려 나뭇잎이나 마모트 가죽의 테두리 없는 모자를 멀리하면서 왕관을 살 여유가 없다며 세상살이의 괴로움을 한탄해야 하는가? ~ 우리는 항상 더 많은 것을 손에 넣으려고 애쓰지만, 때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보다 적은 것에 만족하도록 애를 써보면 어떨까>

 

66 인간이 자기 손으로 직접 집을 짓고 단순하고 정직한 노동으로 자신과 가족을 부양한다면, 생활 속에서 항상 지저귀는 새처럼 모든 사람들의 집에도 시적인 재능이 싹트지 않을까?

 

73 예를 들어 한 소년에게 일반적인 교양을 쌓게 하고 싶으면, 나는 흔히들 하는 대로 그를 어느 교수 밑에 보내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를 가르치고 연습시키지만 살아가는 기술만큼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망원경이나 현미경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는 것은 배울지 모르지만 육안으로 보는 법은 결코 배울 수 없다. ~ 해황성이라는 새로운 별을 발견할 수는 있어도 눈 속의 티끌은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어떤 방랑자의 위성이 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한 방울의 식초 속에 있는 괴물을 쭉 관찰하는 동안 주위에 몰려드는 괴물들에게 본인이 잡아먹히고 만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다.

 

76 이렇게 공동 자본과 삽을 이용한 노동을 오래 계속하다보면 이윽고 세상 사람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공짜로 어디든 갈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환상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인파가 몰려드는 역에서 차장이 여러분, 어서 타세요!”라고 외쳐도 연기가 사라지고 증기가 응축된 후에 보면 타고 있는 사람은 정작 얼마 안 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열차에 치여 있는 걸 알 수 있을 rt이다. 이것은 비극적인 사고로 불릴 테고, 사실 바로 그대로인 것이다.

승차비를 번 사람, 즉 그만큼 오래 산 자가 결국 승차할 수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아마 승차비를 벌 때에는 여행을 할 만한 기운도 의욕도 완전히 잃고 말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인생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진 노년기에 흐리터분한 자유를 즐기려고 인생의 가장 좋은 시기를 돈 버는 데 허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선 일도로 나가 한 밑천 벌로 다음에 영국으로 돌아와 시인의 삶을 보내려 했던 한 영국인이 떠오른다.

 

78 사람이 검소한 생활을 하며 자신이 키운 작물만을 먹고, 먹는 것 이상은 재배하지 않으며, 그것을 얼마 안 되는 고가의 사치스런 물품과 맞바꾸지 않는다면 겨우 몇 로드의 땅을 경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말을 부려서 경작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움직이고, 오래된 밭에 비료를 주기보다 때때로 새로운 장소를 고르는 편이 싸게 먹힌다는 것, 필요한 작업은 모두 여름 안에 틈틈이 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하면 요즘 흔히 보듯이 인간이 황소나 말, 돼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 등이다.

 

81 피라미드 자체는 전혀 놀라운 유적이 아니다. 어떤 멍청하기 이를 데 없는 야심가의 무덤을 쌓아올리기 위해 그렇게 많은 인간들의 일생을 허비하게 할 정도로 타락한 사회가 있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그런 놈들은 나일 강에 던져 넣는 것이 현명한 처사였으리라.

 

82 이집트의 사원이든 미합중국의 은행이든 세계 속의 모든 것이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막대한 배용을 들이는 데 비해 결과가 형편없는 것이다. 근본적인 동기는 허영심이고, 그러한 허영심이 마늘과 버터와 빵에 대한 애착에 의해 조장되고 있다.

 

88 물론 대부분의 주부들은 이스트 없이 안전하고 몸에 좋은 빵을 만들 수 없다고 열심히 설명했고, 나이 지긋한 양반들은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질 것이라 예언했지만, 나는 이스트가 필수 성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사용하지 않은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게 변함없이 건강하기만 하다. ~ 빵을 만들 때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더 간편하고 보기에도 좋다. 인간은 기후와 환경에 있어 어떤 동물에도 뒤지지 않는 적응력을 갖추고 있다.

내가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비슷한 것 같다. 어떤 특정 음식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주로 김치나 국 을 꼭 먹어야만 살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1주일만 안 먹으면 입맛은 변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처음 안티구아에서 살 때 밥을 안 먹으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한 달 정도 밥과 김치를 안 먹어도 잘 살았다. 그 이후로 세상 어느 곳에서도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몇 년간 밥과 한국식 반찬을 먹지 않으면서도 건강에 문제 없이 잘 살았고, 한국에 살고 있는 지금도 밥과 김치는 나의 주식이 아니다.

 

89 대부분의 농민들은 자신이 만든 곡물을 소나 돼지에게 먹이로 주고, 그것보다 건강에 좋을 리 없는 밀가루를 더 비싼 가격에 사서 먹는다.

 

92 가구를 지닌다는 것은 덫이란 덫을 모조리 허리띠에 동여매는 것이다. 이 애물단지를 질질 끌고서는 이 험한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

요컨대 오도 가도 못하는 인간이란 자신은 가까스로 옹이구멍 같은 문을 빠져나왔지만, 수레에 쌓아올린 짐이 문에 결려 옴짝달짝할 수 없는 인간을 말한다.

 

96 이렇게 해서 나는 5년 이상 두 손을 사용한 노동만으로 생활한 결과, 일년에 약 한 달 보름 정도 일하면 생활비를 전부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거의 모든 여름날과 겨울날을 온전히 자유롭게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97 허클베리를 따서 얻는 얼마 안 되는 수입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으며, 밑천도 거의 필요 없는 일이며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도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품은 것이다. 물욕이 없다는 것이 나의 최대 장점이다.

 

98 요컨대 우리가 간소하고 현명하게 살아갈 마음이 있다면, 이 세상에서 자신의 앞가림을 한다는 것이 고통스럽기보다 기분전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경험을 통해 확신하고 있다. 사실 오늘늘에도 간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동은 인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있어서 스포츠와 같은 것이다. 나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인간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밥벌이를 할 필요가 없다.

 

99 세상에는 될 수 있으면 다양한 인간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자가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발견하고, 그러한 삶을 관철했으면 한다. 집을 짓든 나무를 심든, 바다로 떠나든 젊은이는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야 한다. 단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방해하는 일만 하지 않으면 된다. 뱃사람이나 탈주한 노예가 북극성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처럼, 어떤 수학적인 점을 지향하면서 방향감각을 유지하면, 이 수학적인 점은 우리 인생에서 바른 길을 제시하는 훌륭한 나침반 노릇도 할 수 있으리라. 예정된 기간 안에 목적지에 닿지 못하더라도 올바른 항로를 따라 똑바로 나아갈 수는 있다.

 

100 신념이 있는 인간은 어디를 가도 같은 신념을 지닌 인간과 협력하지만, 신념이 없는 인간은 어떤 부류와 교제해도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살아갈 뿐이다. 협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도 결국 생계를 함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 그들은 모험 도중에 모처럼 재미있는 위기가 닥쳤을 때 결별하게 되리라. 게다가 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혼자 여행을 떠나는 자는 오늘이라도 출발할 수 있지만, 누구와 함께 길을 떠나는 자는 상대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출발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104 가난한 사람을 도울 때는 그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줘야 한다. 비록 그것이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고, 이 행동이 그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일지라도 말이다. 돈을 준다면 진심으로 다해야 하고, 그저 막연하게 휙 던져주기만 해서는 안 된다.

 

2.     살았던 곳과 그 목적

121 우리들은 자칫 보기 드문 유쾌한 장소는 시끌벅적한 속세에서 멀리 떨어진 태양계 저편 더 높은 천상의 한 구석인 카시오페이아 자리 뒤에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는 내 집이 정말로 우주의 그런 조그만 한 구석에 있고, 나아가 영원히 더러움을 모르는 새로운 장소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123 아침처럼 졸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은 없다. 우리 내부에서 밤낮없이 잠들어 있은는 부분조차도 아침이면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눈을 뜨게 된다. 만약 우리들이 내적인 정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녀의 기계적인 손길에 흔들려 눈을 뜬다면, 또는 새로 비축된 힘과 내부로부터 넘쳐나는 도약에 의해 자극받아 부드럽게 물결치는 천상의 음악이나 그윽한 향기에 둘러싸여 눈을 뜨지 않고 공장의 작업 시작 종소리에 눈을 뜬다면, 요컨대 잠자리에 들 때보다 더 높은 삶을 향해 눈을 뜨는 것이 아니라면 그날 하루에서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으리라.

 

125 내가 숲으로 간 이유는 사려 깊은 삶을 살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만 직면하고,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과연 배울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죽을 때가 되어서 자신이 진정한 삶을 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통곡하는 꼴이 되고 싶지 않았고, 인생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인생은 살고 싶지 않았다.

산다는 것은 이토록 소중한 일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깊이 살아서 인생의 정수를 남김없이 쭉 빨아들이고 싶었고, 스파르타인처럼 씩씩하게 살면서 인생이라 할 수 없는 것은 죄다 파멸시키고, 폭넓게 인생의 뿌리까지 잡아 뽑으며 생활을 구석구석 뒤쫓고 밑바닥까지 바짝 다가서고 싶었다. 설령 인생이 별 볼일 없음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그 진정한 별 볼일 없음을 완전히 손에 넣어 세상에 공표하리라 마음먹은 것이다.

 

128 왜 우리들은 이렇게 황망하게 인생을 허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배도 고프지 않으면서 아사할 각오부터 하고 있다. “오늘의 바늘 한 땀은 내일의 아홉 바늘을 덜어준다는 말을 하면서 내일의 아홉 바늘을 덜기 위해 오늘 천 바늘이나 꿰매고 있다. 일이라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일은 무엇 하나 하지 않는다.

 

133 사람들은 진리가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의 후미진 구석이나 밤하늘의 별 너머 아주 먼 곳, 또는 아담이 생겨나기 전이나 최후의 인간 뒤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영원의 시간은 분명 진실과 숭고함을 지닌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이나 장소, 기회는 모두 지금 여기에 있은는 것이다. 당신 자신도 지금 이 순간, 영광의 정점에 올라서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대를 스쳐지난다 해도 신이 지금만큼 신성한 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들은 자신을 둘러싼 실재의 세계를 끊임없이 내부에 침투시키고 거기에 몸을 담고 있어야 비로소 숭고하고 기품 있은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3.     독서

139 시인 미르 카마르 웃딘 마스트는 말한다. “앉아 있으면서 정신의 세계를 거니는 것, 이것이 책으로부터 내가 손에 넣은 이익이다. 딱 한 잔의 술에 취하는 그 쾌락을 나는 현묘한 진리의 술을 마셨을 때 맛본 것이다.”

 

141 확실하게 책을 읽을 것. 진정한 책을 진정한 정신으로 읽는 것은 고매한 수련이며 현대의 풍습이 존중하는 어떤 수련보다 여러분에게 힘든 노력을 요구한다. 그것은 옛날 운동선수가 견뎌야 했던 고된 훈련, 전 생애에 걸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정신의 집중을 요구한다. 책은 그것이 쓰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살 깊고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어렵거나 재미 없는 책, 또는 외계어로 가득 찬 보고서 등의 글을 읽어야 할 때 나에게 주문처럼 하는 말이다. “이걸 쓴 사람도 있는데 읽는 것 쯤이야…”

 

142 사실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말하는 언어와 듣는 언어를 어머니로부터 무의식 중에 배운다. 쓰는 언어와 읽는 언어는 마라는 언어가 성숙해지고 경험이 쌓이면서 성립된 것이다. 전자가 어머니의 말이라면 후자는 아버지의 말이고, 귀로 듣기에는 너무나 의미 깊고 세심하게 고른 표현이기 때문에 쓰고 읽는 언어를 말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태어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올해는 다시 태어났어야 할 운명인가 보다.

 

145 그런데 수준 높은 독서야말로 진정한 의미를 가진 유일한 독서라고 할 수 있다. 즉 사치품처럼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어느새 더 고귀한 능력을 잠들게 하는 독서가 아니라, 까치발로 선 채 읽는 듯한, 가장 높은 주의력과 깨어 있는 의식을 바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독서를 해야 한다.

 

151 우리는 몸에 자양분이 되는 음식에 대해서는 정신의 자양분 이상으로 돈을 들인다. 사람이 어엿한 한 남자나 여자로 성장하려는 찰나에 교육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이야말로 평범한 학교와 다른, 성인을 위한 학교를 만들 때이다. 마을이 대학이 되고, 나이 지긋한 주민은 대학의 특별연구원이 되어 생활에 충분한 여우가 생기면 여가를 이용해 교양을 쌓는 데 힘써야 한다.

 

4.     소리

172 저녁이 되자, 숲 저편 지평선에 있는 소 떼의 울음소리가 부드럽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가끔 나에게도 목소리를 들려준 적이 있는 떠돌이 예술가들이 야산을 방황하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닌가 착각했다. 얼마 지나 그것이 암소의 길게 늘어진, 까구려 티 나는 타고난 소리라는 것을 알고 실망했지만 별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젊은이들의 음악도 암소의 음악과 아주 흡사하다는 것, 어느 쪽이든 결국 자연이 내는 소리는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것은 결코 싫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젊은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픈 마음에서 말하는 것이다.

 

176 겨울 아침 일찍 많은 닭들이 정착하고 있은는 그들의 고향 숲을 산보하고 있으면, 나무 위에 앉은 야생의 젊은 수탉들이 몇 마일이나 울려 퍼지는 투명하고 날카로운 함성을 올리면서 작은 새들의 약하고 가느다란 노랫소리를 깨끗이 지워버린다. 그런 정경을 상상해보라! 그들의 노랫소리는 여러 민족을 각성시킬 것이다. 이 소리를 듣고 날마다 점점 더 일찍 일어난다면 누구나 더할 나위 없는 건강과 풍요로움과 현명함을 얻을 수 있으리라.

 

5.     고독

181 기분 좋은 저녁이다. 이런 때는 온 몸이 하나의 감각기관이 되어 모공마다 환희를 빨아들이는 듯하다. 나는 자연의 일부가 되어 불가사의한 자유로움으로 자연 속을 왔다 갔다 한다. ~ 황소개구리가 밤을 맞으며 요란한 소리로 울어대고, 쏙독새의 노래가 잔물결을 일으키는 바람에 실려 강 건너에서 들려온다. 나는 바람에 웅성거리는 오리나무나 포플러 나뭇잎이 너무나 기꺼워 숨이 막힐 것 같다. 이 호수와 닮은 나의 평화롭고 고요한 마음에는 잔물결만 일 뿐 거칠어지지 않는다. 저녁 바람이 일으키는 이러한 잔물결은 사물의 그림자를 비추는 매끈한 수면과 마찬가지로 폭풍과는 닮고 싶어도 닮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읽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글귀다. 책 전체적으로는 너무 장황하고 상세한 묘사로 좀 지루하고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지만 때로 이런 상세한 묘사가 저자와 같은 상황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도 한다.

 

182 떨어진 꽃잎이나 반 마일이나 떨어진 철로가에 버려진 풀 다발, 여송연이나 파이프의 냄새 등 남아 있는 아주 작은 자취로도 방문자의 성별과 나이, 인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종종 60로드나 떨어진 길을 나그네가 지나쳐간다는 사실을 파이프의 향기로 깨닫기도 했다.

 

183 자연의 한가운데서 자신의 오감을 잃지 않고 생활한 사람은 어두운 우울증에 사로잡히는 일이 결코 있을 수 없다. 건강하고 더럽혀지지 않은 귀에는 어떤 폭풍이 몰아쳐도 그 소리가 바람의 신의 음악처럼 들리는 것이다. 순수하고 용기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무턱대고 저속한 비애에 떨어지지 않는다. 사계를 벗삼아 살아가는 한,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인생을 무거운 짐으로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다.

 

189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지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고 해도, 사람과 교제하다보면 금방 따분해지고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좋다. 고독만큼 사귀기 쉬운 친구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을 때보다 밖에서 사람들과 섞여 있을 때 훨씬 고독하다. 무엇을 생각하거나 일을 할 때, 사람은 어디에 있이든든 항상 혼자인 것이다. 고독은 한 인간과 또 한 인간이 떨어진 거리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6.     방문자들

197 우리의 집들은 대부분 공사를 불문하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방과 큰 홀을 갖고 있으며, 게다가 와인과 평화로울 때에 군수품들을 저장할 지하 저장고까지 갖추고 있어서 거주자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큰 겉모습을 하고 있이다다. 집이 너무 넓고 위풍당당한 탓에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은 집 안에 작은 소굴을 이루고 사는 생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200 손님에게 내놓는 식사의 좋고 나쁨으로 평판을 높일 필요는 없다. 나의 경우, 누구의 집을 방문하려 하다가도 그만 멈칫하는 주된 이유가 지옥의 파수견인 케르베로스처럼 무시무시한 개가 버티고 있기 때 문이 아니라 오히려 나에게 산해진미를 대접하고자 상대가 지나치게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이런 지나친 대접은 오히려 다시는 이런 폐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상대방의 은근한 표시로 여겨지고, 그런 꼴을 두 번 다시 당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210 그를 보고 있으면 사회의 맨 밑바닥에서 영원히 가난하고 배운 게 없이 사는 사람들 중에서도 천재적인 인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늘 독자적인 견해를 갖고 있으면서도 결코 잘난 체하지 않고, 어리석고 혼탁해 보이기도 하지만 마치 월든 호수처럼 한없는 깊이를 가진 인물들이다.

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조상들, 특히 여자들 가운데 그런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자신의 재능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살았던 천재들을 생각하면, 어찌보면 개인적으로는 잘 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14 남자아이나 여자아이들, 거기에 젊은 여자들은 대부분 숲에 찾아온 것을 기뻐하는 거서 같았다. 그들은 호수를 엿보거나 꽃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잘 활용했다. 그런데 장사를 하는 인간들과 농부들은 고독한 생활이나 일의 내용, 나의 거처와 기타 여러 가지 사이에 있는 먼 거리가 잠시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가끔 숲을 거닐기를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확실했다. 돈을 벌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만 급급해 안절부절 못하는 속박된 사람들. 그리고 자신만이 신을 독점한 듯 신에 대해 마구 지껄이고 타인의 의견에는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목사들. 또 의사나 변호사, 내가 집을 비운 사이 찬장과 침대를 엿보는 수다쟁이 부인네들, 나아가 젊음을 잃은 채 전문직이라는 잘 닦여진 길을 걷는 것이 무엇보다 안전하다고 믿는 젊은이들…… ~ 이러한 무리들은 대체로 나처럼 생활해서는 별로 훌륭한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연, 거기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215 노인, 병자, 엄살꾸러기들은 나이나 남녀 구분없이 병이나 돌발사고, 죽음으로 머리가 꽉 차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인생은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위험이란 생각하지 않으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하지만 인간은 살아 있는 한 죽음의 위험이 늘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죽은 듯이 살아간다면 그만큼 위험이 적어질 테지만, 인간은 앉아 있어도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것이다.

 

7.     콩밭

224 이 새의 노랫소리가 알칼리를 걸러낸 재나 회반죽보다 씨앗에게는 몇 배 더 좋을 것 같았다. 새의 노랫소리는 내가 온 마음으로 신뢰하는 싸고도 질 좋은 비료였다.

 

231 어째서 종자용 콩에 관한 것만 걱정하고, 새로운 세대의 인간을 생산하는 일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일까? ~ 그러나 누구나 자신이 다른 작물보다 소중하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은 뿌려진 채 허공을 떠돌아다니고 있을 뿐이다. ~ 우리는 성실한 인간을 절대 딱딱하고 점잖빼는 태도로 대해서는 안 된다. 덕과 우정의 씨가 눈앞에 있다면, 쩨쩨하고 냄새나는 근성을 가지고 서로 깔보거나 모욕하거나 서로 배척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234 그러고 보면 우리의 수확이 실패로 끝날 리는 없지 않겠는가? 잡초의 씨는 작은 새들의 곡물이 되는 것이니 잡초가 무성해지는 것 역시 기뻐할 만한 일이 아닐까? 밭의 작물이 농부의 곳간을 그득 채울지 어떨지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다람쥐들이 올해는 토실토실한 밤송이가 얼마나 맺히려나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진정한 농부는 아무 부담도 갖지 않고 그날 그날 노동에 충실하며, 밭에서 자란 생산물에 대한 모든 청구권을 버린 채 최초의 열매뿐만 아니라 최후의 열매까지도 마음속으로 신에 대한 희생양으로 바치고자 할 것이다.

 

8.     마을

242 인간이 지상에서 미아가 되기 위해서는 눈 감고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인간은 모두 잠에서, 호근 방심에서 눈을 뜰 때마다 다시금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위를 읽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미아가 되어서야, 즉 이 세계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기를 발견하기 시작하고, 또 우리가 놓인 위치나 우리와 세계의 무한한 관계를 인식한다.

 

243 나는 국가를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자들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로부터도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다. 원고가 들어 있는 책상을 제외하면 어디에도 자물쇠나 빗장을 채우지 않았고, 빗장이나 창문에 못 하나 박지 않았다. 주야를 불문하고 가령 수일간 집을 비우는 겨우에도 문단속을 한 기억은 없다. 가을이 되어 메인 주의 숲에서 이주일간 지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서도 내 오두막은 일개 대대가 지키는 왕궁보다 더 존중받고 있었다. 산보로 피곤해진 사람은 난로 가에서 몸을 쉬며 온기를 느낄 수 있었고,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테이블 위에 있은는 몇 권의 책을 읽으며 즐길 수도 있었다. 호기심 많은 자들은 찬장을 열고 어떤 음식이 남아 있나, 저녁 식사는 무엇인지 살펴볼 수도 있었다.

 

243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이 호수를 찾아왔지만 그들이 나에게 폐를 끼친 적은 전혀 없다. ~ 만약 모든 인간이 당시의 나와 마찬가지로 간소한 생활을 한다면 도둑질이나 강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도둑질이나 강도 사건은 필요 이상으로 물건을 가진 사람이 있는 한편, 필요한 물건조차 갖지 못한 사람이 있는 사회에서나 일어나는 것이다.

 

9.     호수

262 호수는 가장 아름답고 표정이 풍부한 지형의 요소, 즉 대지의 눈이다. 그 안을 들여다보는 자는 자기 본성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물가에 서 있는 나무들은 눈 가장자리를 두르고 있는 속눈썹이며 숲으로 덮인 주위의 언덕과 절벽은 눈 위에 그려진 잘생긴 눈썹이다.

좀 멀리 높은 곳에서 드론으로 촬영하면 정말 눈처럼 보일 것도 같다. 어디 멀리 언덕위에서 봤나? 호수가 눈 같은 건 그렇다쳐도 어찌 가장자리에 서 있는 나무가 속눈썹 같고, 주변의 언덕과 절벽이 눈썹 같다는 생각을 했을까? 똑똑하기만 한 게 아니라 상상력도 뛰어났던 것 같다.

 

265 넓은 호수는 대기 속을 떠다니는 정령의 존재를 밝혀준다. 그것은 위로부터 끝도 없이 새로운 생명과 활력을 얻고 있는 거시다. 호수는 대지와 하늘의 중간 성격을 갖는다. 지상에서는 풀과 나무만이 흔들리지만, 여기에서는 호수 전체가 바람에 따라 물결을 일으킨다. 빛의 줄기나 광채를 보면 바람이 어디를 건너가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수면을 내려다본다는 건 참으로 신비한 경험이다. 언젠가 우리는 대기의 표면을 내려다보면서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정령들이 바람에 실려가는 걸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268 예전에 나는 여름날 오후가 되면 호수 가운데로 배를 저어가, 나머진 산들바람에 맡기고 배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물 위를 떠다니면서 몇 시간이고 몽상에 잠겨 지내곤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배가 모래사장에 부딪치면 정신을 차리고 운명의 여신이 어느 물가로 나를 인도했는지 보려고 일어섰다. 그 무렵에는 무위(無爲)라는 말이 가장 매력적이고, 또 생산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나는 곧잘 오전 중에 마을을 몰래 벗어나 하루 중 가장 귀중한 시간을 그런 식으로 지내는 걸 좋아했다. 돈은 없었지만 넘쳐나는 햇빛과 풍요로운 여름의 나날이 있었기에 그것들을 아낌없이 즐겼던 것이다.

내가 배를 사서 하고 싶은 일과 비슷하다. 난 호수가 아니라 바다에서 이러고 싶다.

 

10.  베이커 농장

283 자신이 주목받고 있다고 의식하는 인간은 그것만으로도 선택된 인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286 나는 차나 커피, 우유도 마시지 않고 버터와 고기도 먹지 않으니 그러한 것을 사기 위해 일할 필요는 없다. 또 별로 일하지 않으니까 그다지 먹을 필요도 없고, 따라서 식비는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당신은 처음부터 차나 커피, 버터, 우유, 쇠고기 등을 먹고 마시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사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고, 필사적으로 일하면 체력의 소모를 보충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먹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식으로 결국 사태는 조금도 호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나빠지기만 하는 게 아닌가. 만족하는 법이 없는데다 목숨마저 닳게 하고 있는 것이니. ~ 진정한 미국이란 그런 것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생활양식을 자유롭게 탐구할 수 이슨 나라이고, 그러한 것을 소비하는 것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생기는 노예제도나 전쟁, 그 밖의 여분의 출다 증에 찬동할 것을 국민에게 강요하지 않는 나라일 것이다……

다소 극단적이지만 차나, 커피, 우유, 버터, 고기 등을 최신 스마트폰, , 구두, 명품백, 공연관람비 등으로 바꾸면 기존의 나의 삶과 다를 바가 별로 없다. 필요 없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고, 당연한 것들을 소비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고, 체력의 소모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필사적으로 소비하고 다시 일하는 것의 반복. 벗어나려 했고,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벗어난 것 맞니?

 

291 미국이라는 원시적이면서도 새로운 나라에 살면서 그는 어딘가 오래된 나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방식으로 샤이너로 농어를 낚으려고 하는 것이다(때에 따라선 그것도 좋은 미끼가 된다는 건 나도 인정하지만). 그는 자신의 지평선을 소유하고 있다지만 빈곤함엔 변함이 없고, 나면서부터 빈곤하도록 되어 있은는 것이다. 조상 대대로 아일랜드식의 빈곤, 혹은 빈곤한 생활을 이어받아 아담의 할머니 때부터 늪지 인생을 질질 끌며 살아가고 있는 탓에 그도 그의 자손도 이 세상의 역경에서 헤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늪지를 달리는 물갈퀴 달린 그들의 발이 헤르메스의 날개 도친 샌들이라도 신지 않는 한.

 

11.  더 높은 법칙

298 작은 토끼도 궁지에 몰리면 사람의 아이와 똑 같은 울음소리를 낸다. 지상의 어머니들에게 경고해두자. 나의 동정심은 여느 박애주의자처럼 인간에게만 향해 있은는 것이 아니다.

 

299 사람들은 조용히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은혜를 부여받았으면서도 어람 한 가득 물고기가 잡히지 않으면 재수가 없다, 일부러 찾아온 보람이 없다, 하며 불평만을 늘어놓는다.

전에 스쿠버 다이빙 동호회에서 만났던, 다이빙을 하면서 작살 등으로 물고기를 잡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요즘은 안 그러는 줄 알았는데 몇 달 전에 제주도에서 다이빙 하는 사람들이 현지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뉴스를 보니, 아직도 그런 일이 있는 것 같다. 해외 바다에서는 안 그럴텐데, 우리나라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고기를 잡아서 회 떠먹는 맛으로 다이빙을 한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놈의 회는 다이빙 끝나고 바닷가 회집에서 먹으면 동네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주민들과 갈등을 빚을 일이 없을텐데……

 

301 자기의 시적 능력을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고 싶다는 사람은 분명 모두 육식이나 과식을 피해왔을 것이다. ~ 대식가란 이른바 유충 상태에 있은는 인간을 말한다. 국민 전체가 그러한 상태에 있는 나라도 있는데 그들이 상상력도 없는 국민이라는 것은 그들의 거대한 배를 보면 정확히 알 수 있이다다.

상상력을 해치지 않는 그런 소박하고 청결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육체에 영양분을 준다면 상상력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둘은 함께 식탁에 앉아야 한다. ~ 과일을 적당히 먹고 있으면 우리는 자신의 식욕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가장 가치 있는 일을 방해받는 일도 없다. 그런데 요리에 조금이라도 여분의 향신료를 넣으며 몸에 독이 되는 것이다. 사치스러운 요리를 먹으며 살아가는 것엔 아무 가치가 없다. ~ 그렇지만 식생활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문명인이라 할 수가 없고, 신사숙녀는 될지언정 진정한 남자나 여자는 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는 저절로 자명해진다.

몇 달 전부터 너무 많이 먹고 있이다다. 식비도 늘어났고, 점점 살도 찐다. 다시 예전의 식습관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한 번 버릇이 드니까 되돌리기가 어렵다. 새로운 해를 맞아 나쁜 버릇을 과감하게 끊고 다시 예전의 좋은 식습관으로 돌아가야겠다. 저녁을 엄청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도 배가 고픈 것 같다.

 

302 인간이 육식동물인 것은 하나의 치욕이 아닐까? 사실 인간은 대부분의 경우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것으로 살아갈 수가 있고, 또 현재 그렇게 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비참한 삶의 방식이라는 것은 덫을 놓아 토끼를 잡거나 새끼 양을 도살하는 자라면 누구나 깨달을 것이다. 따라서 장래 인간에게 더 죄가 없는 건강한 음식만을 먹도록 가르치는 자가 나타난다면, 그는 바로 인류의 은인으로 모셔지게 돌 것이다. 나 자신의 식습관은 그렇다 치고, 인류는 진보함에 따라 육식 섭취를 그만둘 운명에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바로 야만족들이 문명인과 접촉 후 서로를 잡아먹는 습관을 그만둔 것처럼.

인류가 진보하고 있이지지 않다는 증거인가. 사람들은 우리 나라 사람들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육류를 섭취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완벽하진 않지만 나 자신에게만이라도 은인이 되어 보자.

 

305 자기 음식의 진정한 풍미를 아는 자는 결코 대식가가 되지 않는 것이다. 풍미를 모르는 자라면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없다.

 

309 불결한 인간은 예외없이 게으름뱅이다. 난로 곁에 찰싹 달라부터 있거나 양지를 찾아다니면서 피곤하지도 않은데 늘 꾸벅꾸벅거린다. 불결함과 여러 죄를 피하고 싶으면 마구간 청소든 뭐든 좋으니 온 마음을 다해 일하는 것이다. 타고난 본성을 극복하는 것은 어렵지만 중요한 것이다.

 

310 인간은 자신이 숭배하는 신에게 바칠 육체라는 신전을 순수하게 자신망의 방식으로 세워나가는 건축사이며, 다른 대리석을 망치로 두드린다고 해 거기에서 도망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조각가이자 화가이며 그 재료는 우리 자신의 피와 살과 뼈이다. 조금이라도 고매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 얼굴 모양은 고상해지고, 야비하고 육욕적인 곳이 있으면 그 얼굴은 짐승처럼 변하게 된다.

 

311 그 음률은 그가 살고 있은는 거리나 마을을 홀연히 사라지게 했다. 한 목소리가 그에게 말했다. “마음만 먹으면 훌륭한 삶이 기다리고 있는데 너는 어째서 이런 곳에서 악착같이 비참한 생활을 보내고 있느냐. 저 별들은 다른 대지 위에서도 똑같이 빛나고 있이다다.” 하지만 이 상태를 벗어나 정말 저편 세계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그가 생각해낸 것은 새로이 빈곤을 견뎌내는 것과 정신을 육체 속에 내려 그것을 구원하는 것, 전보다 더한 존경심으로 자기자신을 대한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12.  숲의 동물들

315 모두 어찌해 저토록 끙끙대고 있는 것인가? 먹지 않으면 일하지 않아도 될 것을.

누군가는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고 했는데, 먹지 않으면 되는 거였구나……

 

325 어느 쪽이 승리를 거뒀느지, 전쟁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알 도리가 없다. 그러나 내 오두막 앞에서 벌어진 인간세계의 전투와도 같은 싸움과 그 잔혹하고 처참한 살육의 현장을 목격하고는 감정에 심한 상처를 입어 그날 내내 그런 기분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보냈다.

 

330 어째서 그는 이토록 교묘하게 사람을 놀라게 하면서 떠오르는 순간에 그런 새된 웃음소리로 자신이 있는 곳을 폭로해버리는 것인가? 그 하얀 가슴만으로도 너무 눈에 띌 정도인데? 참말로 멍청한 녀서이라고 생각했다. 그 새가 떠오를 때는 대체로 물보라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그것으로 발견할 수도 있었다. 그러고 나서 한 시간이 지나도 그 새의 활력은 조금도 쇠할 줄 모르고 황급히 물 속으로 풍덩하더니 처음보다 더 멀리까지 헤엄치는 것이었다. 물 위로 떠올라도 털끝 하나 흐트러짐 없이 물갈퀴 달린 다리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유유히 헤엄쳐 사라지는 데는 두 손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이것이 아비 특유의 울음소리이며(아마 이 부근에서 접할 수 있은는 가장 야성적인 소리일 것이다) 그 소리는 숲속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그는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을 더하며 이쪽의 노고를 비웃고 있은는 것이리라.

 

331 오리들이 월든 호 가운데를 헤엄쳐서 얻는 것이 안전함 외에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다. 단지 그들은 나와 같은 이유에서 월든의 물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13.  난방

349 부디 나무를 베는 자들은 나무를 쓰러트릴 때 고대 로마인들이 성스러운 숲을 솎아내고 햇빛이 잘 들게 했을 때 느꼈던 경외감을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한다. 즉 그 숲을 신에게 바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로마인들은 속죄의 희생양을 바치면서 다음과 같이 기도한 것이다. “이 숲에 모셔져 있는 신이시여, 어떠한 신이든 부디 우리와 우리 가족과 아이들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350 누구나 자신의 장작더미를 보고 있으면 어떤 애정과 같은 감정이 솟구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창문 앞에 장작 쌓아두기를 좋아했다. 장작의 높이가 높을수록 일하는 즐거움도 커졌다. 나는 누구 것인지도 모르는 낡은 도끼 한 자루를 갖고 있었는데, 겨울날 마음이 내키면 햇볕이 잘 드는 양지에서 콩밭에서 파낸 그루터기를 향해 그것을 휘두르곤 했다. 밭을 경작하고 있었을 때 잠시 부렸던 한 소몰이꾼이 예언한 대로 이 그루터기는 쪼개고 있을 때와 불을 지필 때, 두 번에 걸쳐 내 몸을 따듯하게 해준 것이다.

 

352 그런데 어느 날 장작을 쪼개면서 문득, 집에 혹시 불이나 붙지 않았는지 창문 너머로 엿보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평소와 달리 불에 신경이 쓰였던 것은 이때뿐이다. 잠깐 엿보니 아니나 다를까 불꽃이 침대에 옮겨붙어 타들어가고 있었다. 냉큼 안으로 들어가 불은 껐지만 이미 손바닥만하게 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육감일수도 있지만 냄새 때문이 아니었을까? 몇 년 전 집 밖에서 불이 났을 때, 타는 냄새가 났고 나는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엄마가 음식을 태우는 줄 알았다. 엄마에게 물어봤을 때 아니라고 하시자 왠지 느낌이 이상해서 밖을 확인했는데, 아래층 보일러실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 그냥 옆 집에서 밥을 태우고 있는 거라 여겼을 수도 있는데, 굳이 밖에 나가서 확인한 건 육감이었을 수도 있겠다. 나야말로 평소와 달리 귀찮음을 극복하고 나갔었으니까. 그 이후로는 조금만 타는 냄새가 나가도 꼭 밖으로 나가서 확인해 본다.

 

14.  선주민과 겨울의 방문객

363 그러자 그때 지붕이 불에 타 떨어졌는지 숲 위로 다시금 불꽃이 확 솟아 올랐다. 우리는 일제히 콩코드가 구조하러 왔다!” 하고 외쳤다. 승객을 가득 실은 마차가 몇 대인가 맹렬한 속도록 질주해갔는데, 아마 그 속에는 아무리 먼 길이라도 마다 않고 달려가야 할 보험회사 직원도 석여 있엇을 것이다. 뒤편에서는 소방차의 종소리가 천천히 착실하게 울려 퍼졌고, 제일 마지막으로 후일 불을 지르고 나서 경종을 울렸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무리가 다가왔다.

 

15.  겨울의 동물들

393 토끼나 자고새가 없는 땅이라…… 얼마나 무미건조할까? 그들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토박이들이다. 비단 오늘날뿐만 아니라 고대에도 잘 알려져 있이던던 유서 깊은 가문인 것이다. 자연 그 자체의 색과 본질을 지니고 있으며, 나뭇잎이나 대지 나뭇잎과 대지 서로의 관계처럼 와 아주 친밀한 관계에 있다. 다를 게 있다면 날개가 있느냐 다리가 있느냐 하는 것일 뿐.

 

16.  겨울 호수

아아, 왕이시여! 우리의 눈은 이 우주의 변화무쌍한 경이로운 광경을 감동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영혼에게 전합니다. 밤에는 어김없이 이 영광스러운 피조물의 일부가 장막으로 덮이지만, 낮이 되면 지상에서 천공의 저편까지 펼쳐지는 이 위대한 작품이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413 얼음은 흥미로운 관찰대상이다. 후레쉬 호의 빙고에 5년 전부터 놓여 있는 얼음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양동이에 넣은 물은 바로 부패하는데 그것이 얼면 언제까지나 맛이 변치 않으니 무슨 이유일까?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애정과 지성의 차이라는 걸까.

 

17. 

435 한차례의 단비가 풀잎의 빛깔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마찬가지로 좋은 사상이 도래하면 우리의 앞길을 밝아질 것이다. 만약 우리가 늘 현재에 살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촉촉한 이슬의 감화를 그대로 표현하는 풀처럼 나의 몸에 떨어져 내리는 모든 일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또 과거에 놓친 호기를 보상하기 위해 시간을 소비하고 그것을 의무의 수행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행복해질 것이다.

 

맺음말

 

 

내가 저자라면

1.     목차

: 딱히 순서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2년 넘게 살았던 삶을 주제 별로 쓰고 있는데, 첫번째 경제생활 부분이 전체 분량의 1/4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길어서 좀 지루했다. 이 부분을 줄이거나, 아니면 뒷부분으로 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     보완할 점

:비용과 수익을 구체적으로 적은 것은 좋았으나 19세기의 가치라 현재 가치로 얼마인지 짐작이 잘 안 간다. 현재 가치로도 비교했더라면 이해가 더 잘 됐을 것 같다.

3.     이 책의 장점

: 대안의 삶을 매우 상세하게, 매뉴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제시하는 것이 좋다. 이 책을 갖고 당장 호수가 있는 산 속에서 자연인으로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4.     내가 저자라면

: 반복되는 내용이나 비슷한 내용은 많이 줄이겠다. 특히 첫 장인 경제 생활 부분을 대폭 삭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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