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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1일 11시 53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일연

김견명은 고려 고종 때인 1206년에 태어났다. 우리에게 알려진 ‘一然’은 김견명이 만년에서야 쓴 승명이다. 그의 첫 번째 승명은 晦然이었다. 9세 때인 1214년에 출가하여 22세 때인 1227년 禪科에 급제한 이후로 포산에 머물렀다. <삼국유사>는 그가 51세 되던 해 모종의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정림사 주지직을 내놓고 길상암이라는 작은 암자에 기거할 무렵 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연은 그곳에서 교단의 일을 놓고 5년간 ‘평소에 꿈꾸어 오던’ <삼국유사> 편찬에 매진하게 된다.

<삼국유사>는 고구려․백제․신라 3국의 遺文과 逸事 등을 주로 싣고 있으며 고려 중엽까지의 사실 중 그와 관련된 사항을 부연한 것으로서 正史에 기록되어 있지 않거나 누락된 사항들의 기록을 주로 하고 있다. 이는 성질상 당시의 관념에 다른 國史라는 체계를 갖추어야 하는 本史가 특히 이 부분에 소홀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세속에 관한 항목에 있어서는 본사 이외의 다른 설을 주로 하였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본사와 유사가 이렇듯 상이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한쪽은 典範을 좋아하는 유학자이고, 다른 한쪽은 平談(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하여 욕심이 없음)을 위주로 하는 불교승려라는 배경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삼국유사>가 우리를 깊이 감화시키고 아울러 감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것이 향토적이고 사회적이며 일상적인 면에서의 옛날을 고증함에 있어 더없이 귀중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자는 일연이 좀 더 혈기왕성할 때 그 해박한 지식과 넒은 안목으로써 옛 역사의 누락되고 분산된 것을 수습하여 그 숨겨지고 모호한 점들을 밝혀주었더라면 하고 지적하기도 한다. 불교가 국교로 숭상되던 당시 僧科에 급제하였으니 선승의 생활이라는 것이 지금으로 말하면 公職생활과 다를 것 없었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니까 그는 生業에 종사하느라 짬을 내지 못하다 뜻하지 않은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게 되어서야 꿈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야 쉰이라고 해도 청년과 같은 나이지만 800여년 전에 나이 쉰이라면 기력이 젊은 시절같지 않았을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어찌보면 옥절구 공이를 갖다 바치니 절구를 내어놓으라 했다는 저쪽 옆나라의 억지스런 옛 왕이 떠오르는 주장이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그럴 듯하다. 세월이 더해져 지혜와 통찰도 깊어졌을 것을 감안하더라도 나도 함께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어쩔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밥벌이와 꿈이라는 두 마리 토끼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나로서는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하나의 좋은 연구사례가 될 듯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지금 당장은 시간이 부족하여 더 깊은 생각을 더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언젠가는 다시 돌아보아야할 생각거리로 묻어놓고 다음문제로 넘어가려 한다.

고운기와 양진에 대해서도 참 할말이 많은데..시간이...
이것도 짬짬히 채워넣어 볼 생각이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머리말

<삼국유사>는 시대마다 좋은 요리사를 만나 좋은 요리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는 재료인지 모른다.

내게도 닥쳤던 안위와 감고의 세월을 곱씹는 동안 세상 보는 눈이 조금 열렸고 , 그 때무에 내 혁명가의 화두 또한 보이기 시작했기에 그렇다. 혁명가는, 그 스스로 안위와 감고의 거친 세월 속에서, 도리어 피와 살이 되는 어떤 기제를 찾아 뒷사람에게 남겨 주었던 것 같다_★★★

들어가며

오히려 <삼국유사>에 대한 가치 부여와 중요성 제고와는 달리, 우리가 이 책을 실제대로 올바로 알고 있는지, 그 세계에 한번쯤은 깊이 빠져 본 경험이 있는지, 문제는 거기에 있다(2)

문자에 대한 자심감, 이는 저술을 감발시키는 촉진제다(3)

무신정권이후, 새로운 분위기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이다(4)

1206년에 태어나 13세기를 온전히 살다 간 일연은 바라처럼 휘몰아치는 시대의 변화를 겪었던 사람이다(5)

<삼국유사>는 이 시기에 우리 역사를 주체적으로 바라보고자 했던 지식인들의 일련의 작업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5)

한 왕대에 여러 가지 복잡한 사건이 얽혀 있다고는 하여도, 그것을 특징적인 사건 어느 하나로 집약하여 정리해 주는 이 방식에서 일목요연한 흐름을 짚어보게 되고, 저자의 분명한 역사관 또한 찾아볼 수 있으니 매우 흥미롭다(6)

일연은 <삼국유사>를 쓰면서 <삼국사기> 같은 역사서로만, <고성전>과 같은 불교서로만 만족하지 않았던 듯하다. 그것들이 어우러지면서 우리 고대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해 볼 어떤 틀을 만들어 냈다고 보아야 옳지 않을까?(8)

앞뒤 배경을 모르니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9)

일연의 생애와 저술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 <삼국유사> 본체를 이해하는 데 요긴하다(10)

이땅의 첫 나라

‘개천절 노래’의 첫구절 “우리가 물이라면 샘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뿌리가 있다”고 쓴 이는 20세기에 들어 위당 정인보 선생이다(11)

글을 쓰는 것이 목숨과 바꿀 무게로 쳐지는 시대에서 단 한글자도 허투루 적을 수 없다(12)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면서도 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실의 기록만이 아닌 상징이 자리잡는다(12)

사실을 그대로 써서 저촉되는 것을 상징으로 포장해 놓으면 규범이 만든 규제의 그물망을 벗어난다(12)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16)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세요(16)

환웅이 먹는 것, 생활하는 것 등에서 어떤 의식을 정해놓고 그것의 준수를 요구했는데, 곰은 묵묵히 이행한 데 반해 호랑이는 그렇지 못했다(17)_여자를 위한 모험의 양식?

곰은 여자가 되는 데 목적이 있지 않았다. 최후의 주인공 단군의 출생까지 커다란 각본이 마련디어 있었고, 그것을 움직여 나가 주체는 바로 어머니 곰이다(18)

책의 처음을 시작할 때 거기에 책 전체의 집필 의도를 함축할 어떤 상징적인 것을 내세우고 싶어한다(21)

<삼국사기>는 한반도에 살았던 지식인층이 중국으로부터 문자와 그와 관련된 여러 문화를 전수받은 다음, 이제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22)

모방이 창조의 원동력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치면 부작용이 따른다(23)

세련된 장식으로 우리 역사를 볼품있게 세워 놓았지만 인로 인해 본질을 놓친 것, 부작용이란 다름 아닌 ‘우리의 실종’이었다(23)

어쨌든 <삼국사기>가 외면한 이 책의 단군조선 부분을 일연이 관심 가진 것은 오직 여기서만 조선이 온전히 보였기 때문이다(23)

이 같은 분위기가 일연으로 하여금 우리 역사의 더 먼 곳에 관심을 갖게 했고, 거기서 단군이 발견되었음은 당연하다. 단군의 발견과 그 기록은 일연이 지닌 선각적 혜안만으로 이루어질 성질의 일은 아니었다(25)

일연은 같은 민족이라는 전제 아래, 위만 조선을 단군조선의 후계로 여겼으리라 생각한다(29)

고구려와 북방계

신라와 남방계

지리산 성모천왕의 이야기다. 갑자기 산 개울이 비도 오지 않는데 넘쳐 흘렀다. 한 스님이 이상히 여겨 천왕봉 꼭대기에 올라가 보자, 그 곳에 키가 크고 힘센 여인이 있었다. 여인은 스스로 성모천왕이라 했다. 인간 세상에 내려와 짝이 될 인연을 만나려 오줌을 눈 것이었다. 두 사람은 부부가 되고 딸 여덟명을 낳았는데, 그들은 전국 팔도에 흩어져 무당이 되었다(66)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다르지 않지만 산에서 내려올 때 꽃이 더 잘 보이는 이유는 뭘까?(67)_여유 있잖아요. 그러니 눈도 맘도 더 크게 깨어있을 수 있는 거겠죠? ^^

탈해왕을 둘러싼 갈등

탈해는 무척 복잡하고 신비한 인간이다. 그 출생 과정부터 한 남자의 생애는 파란만정을 예고하고도 남았다. 물론 밑바닥에서 시작한 인생이 평탄할 수만 있겠는가?(70)

85_이런 풍경..↑으로 올려다 본 하늘..넘 좋다. 시선을 바꾸면 이리도 다른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연오랑 세오녀, 첫 설화의 주인공

히미코가 한반도에서 건너가 가야 지방의 미오야마국을 이어 일본에 야마일국을 세운 여왕이라고 설명(91)

오래도록 남성에 복종하며 살아온 일본의 여성들이 자신의 일을 찾고 자기의 삶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데, 그들이 내세우는 상징적인 인물이 여왕 히미코라는 것이다(91)

즐거운 상상력에 민족적 쇼비니즘이 끼어들면 곤란하다(91)

일본에 가서 자리잡은 세오녀는 히미코가 되어, 금의환향하듯 자랑스레 본국에 사람을 보냈다고 추정할 만 하다(94)

본다는 것은 그 정령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라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은 해와 달이 아니라 해와 달을 해와 달로 볼 수 있는 그 정령이었다(98) ★

연오와 세오는 해와 달의 정령이었다. 그들이 일본으로 가서 왕이 되었다는 것을 정치적 의미로만 풀어서는 곤란하다(99)

정령을 잃은 사람은 눈 뜬 소경과 같다. 사회도 그렇다. 일연이 강조한 것은 거기에 있지 않았을까?(100)_우리가 하고 있는 작업이 바로 ‘자신의 정령을 찾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비로소 소경의 상태를 벗어 나는 것말이다.

정령의 의인화야말로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를 아름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여기 해와 달의 정령을 사람으로 설정한데서 아름다움은 극치를 달린다(101)★_내가 앞으로 잘 써먹어야할 플롯 ^^

그 정령은 먼 다른 나라로 갔다. 그런데 정령의 존재를 알고 서둘러 따라온 신라 사람들을 우리의 아리따운 정령들은 맨손 쥐어 돌려보내지 않았다. 이런 것이 우리 설화의 기본적인 구조다. 그리고 그것은 누천년을 이 땅에 자리잡고 살아온 우리네 사람들의 심성이기도 하다(102)

신라는 왜 일본과 앙숙일까

저는 임금이 근심하면 신하는 욕을 보고, 임금이 욕을 보면 신하는 죽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쉽고 어려움을 따진 다음에 행한다면 충성을 다한다 하지 못할 것이요. 축고 사는 것을 가린 다음에 움직인다면 용맹스럽지 못하다 할 것입니다. 저는 비록 불초한 몸이오나 명령을 받들면 행하겠습니다(112)★_그보다 더 그가 될 수 있는 마음..이것이 바로 ‘사랑’인가 보다.

밤에 찾아오는 손님

승려의 신분을 벗어난 파격적인 내용으로 삼국시대 그 밑바닥의 정서를 전해준 점. 우리는 지금 <삼국유사>의 편찬자 일연에게 크게 감사하고 있다. 무릇 큰 강은 어느 지류도 마다 않고 받아들여 함께 흐르고, 그러기에 거꾸로 생각하면 큰 강이 된 것과 다르지 않게 사람도 큰 사람이 있는 법이고, 큰사람이 이룬 일에 대대로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는다(120)★

껄끄러운 이야기다. 스것을 스스럼없이 해내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일연의 그릇을 헤아려 보는 것이지만 말이다(120)

복사꽃처럼 어여쁜 여자(121)

봄꽃이라면 뭐든 아름답다 하나 복사꽃을 따를 만할까? 희다면 희고 붉다면 붉은 꽃, 그 두가지 빛이 어우려져 먼 데서 보면 뽀죡(ㅋㅋ)하게 이제 막 피어나는 소녀의 맑고 붉은 볼을 연상시키는 꽃이다(125)_훔치고 싶은 표현!

이 불행한 천명의 사나이는 반은 사람이니 낮에는 사람처럼 살고, 반은 귀신이니 밤에는 귀신처럼 살았다(130)

귀신은 사람을 돕는 존재이면서, 그것을 어겼을 경우 엄정한 벌을 받는다(133)

몸으로 못하면 혼으로라도 말이다(134)_내가 해야할 일인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무서운 것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어떤 조화다. 조화를 부리는 것은 귀신이다. 그러므로 귀신을 마음대로 부릴 수만 있다면 공포는 사라진다. 어쩌면 귀신의 세계를 한손에 움켜쥐고 있는 듯한 이 이야기가 역설적으로 귀신에 대한 두려우을 말하는 듯하다(134_여기서 귀신은 무의식, 제2의 자아, 내면아이 이런 것과 같은 말이겠지?

커다란 지렁이와 연못의 용(135)_상현오빠가 생각난다. ㅋㅋ

밤에 찾아오는 손님은 보통 손님이 아니다. 아무게게나 찾아오지도 않는다. 그것은 적어도 왕의 권위를 가지고, 더 크게는 신탁의 임무를 띠고 나타나, 구물구물 살아가는 이 땅의 중생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간다(137)_만약 도화녀가..또 다른 여인들이 당시의 도덕율에 매며 야래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선물을 주고 싶어도 인간에게 전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다 살게 되어있다고 하셨다. 겁내지 말자.

신라가 통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

힌트는 어디선가 주어져 있는 법이다. 그것을 찾고 못 찾고는 지혜의 눈을 가지공T는가 그렇지 못한가에 달렸다(149) ★

시련 속에서 연단되는 것일까, 그같이 불리한 조건이었기에 살아나갈 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몸부림쳤는지도 모르겠다(153)

문희, 그 아름다운 여자의 이름

주인공 여자배우의 포근한 듯 우수에 찬 듯 여린 얼굴은 오래도록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 배우의 이름이 문희였던가? 영화의 내용에 상관없이 분명 내게 아름다운 여성의 근원은 거기서 만들어졌다(159)

오줌을 누는 꿈 이아기가 왜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이야기는 사실 여기에만 실린 독점물이 아니다(166)

옅은 화장과 가벼운 옷단장에, 빛나는 아름다움은 보는 이를 눈부시게 하였다(167)

여기서 최재서의 친일을 따질 겨를은 없다(169)

물론 이 여인은 문희다. 화려한 것을 받쳐줘야 하기에 속으로 인고하는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175)

일은 제가 벌여놓고 길길이 날뛰는 유신의 노한 목소리에 묻혀 한 여자의 연린 일생이 가려있다(177)

만파식적 만만파파식적

대나무라는 물건도 오므라진 다음에야 소리가 나지요(189)

그것이 믿을 수 없는 괴이한 일인들 어떠랴. 당대의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그런 믿음 위에서 마음을 하나로 하여 살아가는 일 자체가 중요할 뿐이다(189)

신령스런 피리를 일컬어서는 만만파파식적이라했다. 벼슬이 높아져 더 이상 오를 데가 없으면 한 글자씩 덧붙이는 신라의 관습이 있다. 만파식적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더할 데 없는 보배이나, 거기에 공을 더 세우니 글자를 하나씩 더 붙여 주었던 것이다(195)

권력의 끝

權不十年이라, 거기서 예외가 될 사람 또한 없다. 최소한 그 권력을 좋아하고, 함께 쫓아 다닌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 사냥개 신세로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196)

한낱 종이호랑이로 변해 버린 화랑 출신들의 쓸쓸한 노년이 숨어 있다(210)_아~! 화랑도 늙었겠구나..이 당연한 사실은 어찌 한번도 떠올리지 못했을까? 이..단세포적인 두뇌구조여!

모죽지랑가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인 동시에 삼국통일 후 당해야 했던 화랑 출신들의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212)

수로부인, 미시족의 원조

수로부인, 약간 ‘공주병’에 걸린 듯한 푼수 끼가 보이면서도 왠지 미워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강한 개성 때문이다(223)_마음에 쏙 들어오는 캐릭터다..마음에 든다..마음에 들어!!

수로부인의 자태와 얼굴이 너무도 뛰어나, 매번 깊은 산과 큰 연못을 지날 때면, 여러차례 神物들에게 끌려갔다(224)

자줏빛 바위 가에 잡은 손 암소를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꺽어 바치오리다..모름지기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버려 바꾸는 사랑이라면 최고의 가치를 지니지 않겠는가?(226)

너무 아름다운 여자와 살아도 억울하다. 아름다운 이의 자태는 언제나 ‘눈 도둑’들에게 노출되어 있어서, 훔쳐가도 잃은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감춰 놓고 있겠는가? 훔쳐간들 닳지 않는 것이라면 적선하는 마음으로 살아야지(228) ★

수로부인은 얼마나 다른 여자인지 모른다. 속 태우고 있었을 남편은 아랑곳 않고, 용에게 받은 극진한 대접을 능청스럽게 늘어놓는 수로부인(231)

꽃을 사랑하는 여자 수로부인, 그리고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천연덕그럽게 요구하던 여자 수로부인, 그가 잡혀 들어간 바다 속은 바닷가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아우성 치며 발을 굴러야 할 위험한 곳이 아니었다. 아니 정반대였다. 용이 데라고 나오지 않았으면 부인이 자원해서 살겠다고도 했을 법하다(232)

어디인들 수로부인에게 이 여행은 아름다운 것이었다. 예쁜 꼿과 함께 노래를 선물 받았는가 하면, 용궁에 들어가 진기한 경험을 하고 나왔다. 수로부인처럼 아름답고 천연덕스럽게 살아가는, 거기서 세상의 지혜를 터득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산과 바다는 그런 곳이다(233)_읽었더라면 ‘수로부인’을 내 신화로 삼았을텐데..^^

첫 성전환증 환자

장성하자 음악과 여색에 빠져들어, 돌아다니는 것을 절제하지 않았다(249)

왕이 되는 자

나라가 망하는 징조

권력다툼 속에 인재는 죽고(273)

내가 그대의 처를 탐내서 지금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런데도 그대가 화를 내지 않으시니, 감복하고 탄복할 일입니다. 맹서컨대, 지금부터 이후로는 그대의 얼굴 모습을 그린 것만 보아도, 그 문안에 들어가지 않겠습니다(281)

지는 해 뜨는 희

오히려 일연의 붓끝은 담담하면서도 상징적이다(287)

신라의 멸망 원인 가운데 무엇이 선두에 설까? 나는 무엇보다 ‘골품제의 동맥경화 현상’을 내세우고 싶다(287) ★

백제와 일본, 그 근친의 거리

일연이 삼국의 다른 두 축을 이루는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에 어찌 그다지 인색했는가다(307)

서동은 정말 선화공주를 꾀었을까

맹랑한 눈에 맹랑한 자가 보인다..맹랑하기 그지없는 자가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327)

서동으로서는 공주가 천애고아나 다름없게 된 후에야 자신 있었다. 그 때는 인물 하나 보고 따라올 것이 아닌가?(331)

선천적으로 타고난 동물적 감각, 공주는 가치를 발견하는 눈을 키워주었다, 제3의 조력자(332)

미래불이 오시는 다음 세계(343)

견훤, 비운의 영웅

신비의 왕조, 가야

여자는 거기서 입고 있던 비단 바지를 벗어 산신령께 예물로 드렸다(373)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고 오직 한결같이 정밀했네(381)_적절함에 대한 탁월한 묘사

불교로 보는 역사

순교의 흰 꽃 이차돈

옛 사람들은 나무꾼에게도 대책을 물었다 합니다(404)

난새와 봉새의 새끼는 어려서도 하늘을 솟구칠 마음을 가지고, 기러기와 고니의 새끼는 나면서도 파도를 헤쳐 나갈 기세를 품는다 했지(405) ★★

신라의 중심 세계의 중심, 황룡사

문수 신앙의 근거지, 오대산

오대산의 월정사, 일연이 깨달음을 경험한 때를 31세(438)

문수보살은 매일 아침 서른여섯가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448)

작은 절들에 서린 삶의 애환

찢어진 마음이 찾아가 덧없음을 깨닫고 아름답게 치료받을 곳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458)_우리에겐 여기가 그런 곳이 아닐까..우리는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

재주가 화를 부른다고 했던가(464)_그러나 그것이 ‘화’라고 판단하는 마음이 맞다는 것은 어찌 가릴 수 있단 말인가?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낙산사의 힘

밥이 끊는 솥단지 앞에서 따듯한 불을 쬐다 잠깐 잠이 든 사이, 온갖 영화와 패배를 맛보는 꿈을 꾸고 깨어보니 밥이 되어 있었다는데, 한 세상사는 온갖 영고성쇠가 한솥밥 끓는 사이에 불과하더라는 이 절묘한 비유(505)

운문사 이야기

원효, 해동 불교의 자랑_더 꼼꼼히 읽겠습니다..초치기 숙제로 마음이 어수선해서 통 몰입을 못하겠기에 과감히 패스합니다.

바보같은 원효(538)

의상, 화엄의 마루

순례자를 위해 부르는 노래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지는 어떤 것

밀교의 한 자락

평범한 사람들이 감동적인 이야기

남편이 나와 함께 10여년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한 번도 저녁이면 같은 침상에 눕지 않았지요. 하물려 몸을 섞었겠습니까? 다만 밤마다 몸을 단정히 바로 앉아, 한 소리로 아미타불을 부르며 염불했지요...이와 같았으니 비로 서방정토에 가고자 아니 해도 어디를 가겠습니까(629)

호랑이 처녀와의 사랑

호랑이는 결국 호랑이 굴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하룻밤 풋사랑도 아니고, 제 몸으로 낳은 자식까지 버려두고 돌아간 건 ‘사람 아닌 동물이기에 그러려니’하고 말기에는 못내 뒷맛이 쓰다. 어쩌면 슬프기로야 김현의 호랑이보다 이쪽이 더하지 않나 싶다(650)

무엇이 진정한 믿음인가

숨어 사는 이의 멋

헛된 명성을 만들어서라도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자 하는 것이 세상인심이다(674)

불교가 보는 효도

돌 종이라는 상징물이 주는 은은한 효과를 생각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693)

“부처님의 법을 만나기는 어렵고 인생은 짧은데, 효도를 마친 다음이라니? 그건 너무 늦다. 내가 죽기 전에 도를 듣고 깨우쳤다는 소식을 듣는 것만 같지 못하구나. 머뭇거리지 말고 빨리 가거라.”

“어머님은 많이 늙으셔서 오직 제가 옆에서 지켜야 합니다. 이 일을 놓고 출가라니요. 어찌 차마 그러겠어요?”

“아니다. 나를 위한다고 출가를 못하다니. 그건 나를 지옥 구덩이에 빠뜨리는 일이야. 비록 살아서 삼뢰칠정으로 나를 모신들 어찌 효도라 하겠느냐? 나는 남의 집 문 앞에서 옷과 밥을 빌어도 천수를 누릴 수 있다. 정말 내게 효도를 하려거든 그런 말은 하지 말아라.” ★★★

진정의 어머니가 그의 꿈에 나타났다. “나는 이미 하늘나라에서 태어났구나.”

향가, 가장 고귀한 것의 정화

일연, 혼미 속의 출구

밝음이 어둠이요 어둠이 곧 밝음이며, 어둠과 밝음은 종국에 둘이 아닌 하나라는 불교의 깊은 진리가, 일연의 개명 과정에는 숨어 있다(728)

일연은, 쉰하나 되던 해 윤산 길상암에 주석하여 한가한 시간을 얻자, 평소 꿈꾸어 오던 일을 했다고 적고 있다. 책은 그로부터 5년 후인 일연의 나이 쉰다섯 살에 완성되었다...일연이 한가한 시간을 얻었다고 말한 이면에는 이 사건과 결부되어 주지직을 내놓고 작은 암자로 옮겼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평소 꿈꾸어 오던 일’이라는 구절이 의미심장하다. 비록 선종사의 중요한 일면을 차지한다고 한들 자신의 산문과 상관없는 책을 편찬하고자 꿈꾼 그의 뜻은 무엇일까?(729)

13세기 혼미한 사회를 살다 간 일연은 종교와 문확 등 다양한 방면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으려 한 혁신적인 승려였다. 그가 <삼국유사> 원효를 특별한 애정으로 기술하고 있음은 누여겨 볼 대목이다. 그 자신이 원효 스타일의 원융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바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삶의 모습으로 보였을 터다(741)

사진 찍기는 참 재미있다

고운기 선배의 제안으로 시작된 <삼국유사> 사진찍기는 어느덧 십년을 넘겼다. 돌아보니 우린 아이를 둘씩 둔 아빠가 되어 있고 비슷하게 맞닥뜨린 고난의 세월과 온몸으로 맞서면서도 <삼국유사>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누가 부탁한 일도 아니었고, 돈이 되는 일은 더욱 아니었지만, 우리에게 <삼국유사>는 깊은 밤 외딴 산길 멀리서 흔들리는 불빛같은 그런 존재였다(742)

마음이 동하면 그 날로 길을 떠나 혼자 참 많이 다녔다. 다시 읽는 <삼국유사>에서 찾아낸 소중한 한 가지, ‘사랑’을 담아내고 싶었다(743)

아이들과 아내는 내가 사진에 담으려고 했던 그 어떤 사랑보다도 더 큰 사랑으로 나를 반겨 주었다(744)

지금 나는 사진찍기와는 조금 떨어진 일을 하며 지낸다. 그래도 사진 찍기는 참 재미있다. 내가 즐기는 것 가운데 가장 신나는 놀이이다....‘솥 안의 국맛’을 책임지는 특별한 ‘한 점 고기’ 같은 사진 만들기. 희망사항이다..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날보다 카메라 가방 매고 쏘다니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744)

3. 내가 저자라면

고려의 고승 일연을 만나기 위해 먼저 친해져야할 두사람 고운기, 양진.
5년전 남편을 따라 일본에 머물던 시절, 일본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국내패키지 여행을 즐겨했었다. 아무리 봐도 별 것 없어 보이는 자연과 유물에도 그럴 듯한 해석을 붙여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일본인들의 상술과 절대로 입을 쉬지 않고 그 의미를 고객에게 전달하려고 애쓰는 가이드들의 철저한 프로의식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알아야할 삼국유사>를 읽으면서 내내 일본여행사의 패키지투어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탄하면서도 살짝은 과한 느낌말이다. 실은 책을 읽으면서 좀 방해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삼국유사> 본문에 충실한 번역본(최호 해석, 홍신문화사)을 한권 더 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아니 책 안에 녹아있는 고운기와 양진의 열정과 노력을 이해하면서 점점 <삼국유사>를 찾는 빈도가 적어 지면서 후반부에는 온전히 고운기와 양진의 가이드에 의존해 삼국유사를 여행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패키지 여행이 좋았었는지 아니었는지..마찬가지로 고운기와 양진의 시도가 좋은 건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의 시도는 나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했다. 만일 그들의 친절한 패키지 상품이 없었다면 나는 순전히 나만의 노력으로 여정을 연구하고 기획해야 했을 것이다. 그래야했다면 나는 과연 이 여행을 마칠 수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흔쾌히 '물론이지'를 말하지 못하는 걸 보면 도저히 그들에게 보내는 감사를 덜어낼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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