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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7일 23시 45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지은이 고운기

 

8723_17503_2021.jpg고운기는 1961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나 숭문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양대학교에서 국문학 학사 학위를,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국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문학부 방문연구원, 동국대학교 한국문학연구소 연구원,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일본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객원 교수를 거쳐 현재 한양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시힘> 동인으로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섬강 그늘>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등의 시집을 냈으며 동화집으로는 <북경거지>등이 있다.

 

저서로는 <일연을 묻는다> <일연과 삼국유사의 시대> <삼국사기열전> <우리가 알아야 할 삼국유사> <길 위의 삼국유사>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 등이 있으며 최근 <삼국유사 글쓰기 감각>을 펴냈다. 고운기는 평생의 작업으로 스토리텔링 삼국유사시리즈를 15권으로 기획하고 있는데 삼국유사에 상상력을 덧붙여 독자들이 역사서에 쉽게 다가가도록 한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첫 권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에서는 삼국유사가 임진왜란 때 왜군의 전리품이 되어 일본으로 건너가 1927년 최남선에 의해 새롭게 알려지는 과정을 담았다. 그는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한 역사, 문화 연구는 많은데 비해 정작 텍스트로 연구한 경우는 드물다며 삼국유사에 천착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두 번째 책인 <삼국유사 글쓰기 감각>은 일연의 글쓰기를 분석하는데 주력했다.

 

고운기는 삼국유사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1986년 석사 논문을 쓸 때부터 시작해, 700년 전에 쓰인 역사책 한 권을 붙잡고 25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는 말한다. “세계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한국이 커지면 커질수록 세계는 우리를 향해 너희는 누구냐는 질문을 더 자주 던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린 이런 사람이다라고 이야기해줘야 하는데 우리가 누구인지를 아는 데 삼국유사만한 텍스트가 없습니다. 그는 삼국유사를 한민족의 정체성과 뿌리를 알려주는 거의 유일한 책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책으로 꼽는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길 위의 삼국유사> <일연을 묻는다>는 그의 삼국유사 3부작이다. 삼국유사 3부작은 독자들이 삼국유사에 접근하는 길을 크게 넓혀 놓았다. 또 텍스트에만 머무르지 않고 텍스트를 생산한 현장을 담아냄으로써 책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고전의 현장에 가서 고전 속의 문구를 다시 떠올리는 자신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에 대해 고전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삼국유사는 20세기에 재발견되었다. 조선 500년간 이 책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 책이 다시 발견된 것은 식민지 시대. 일본 학자들은 조선을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반면 조선의 지식인들은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높여 일제에 대항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국유사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13세기의 삼국유사가 20세기에 이르러 부활한 것이다. 그는 삼국유사를 그리스 로마신화에 비교했다. 그는 말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신화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18세기경에 와서야 정립된 것입니다. 오랜 세월 진화를 거듭해온 것이죠. 우리의 삼국유사도 계속 진보해야 합니다. 삼국유사가 좀더 친근하고 보편적으로 된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와 같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원작자 일연

 

25807758_1.jpg일연은 고려 희종 2년 경상도 경산에서 태어났다. 이 해 곧 1206년은 징기즈칸이 몽골족을 통일하고 제국을 건설한 해이다. 그리고 꼭 10년 전인 1196년에는 최충헌이 자신의 무인정권을 세웠다. 일연의 생애는 최씨 무인정권과 몽골의 고려 침입을 함께 겪는 신난한 세월이었다. 일연의 속명은 김견명(金見明), 어머니가 자신에게 해가 비추는 꿈을 꾸고 잉태하였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14세에 설악산 아래 강원도 양양의 진전사로 가서 출가했고, 이때 이름은 회연(晦然)이었다. 진전사는 우리나라 선종의 첫 승려인 도의가 은거하며 수행하던 곳이다. 22세에 과거시험의 승과에 나가 합격한 일연은 이후 몽골 전란기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경상도 달성의 비슬산을 중심으로 수행하였다.

 

그가 처음 세상에 이름을 드러낸 것을 44세 때였다. 경상도 남해의 정림사 주지로 부임하면서다. 55세에는 남해에서 중편조동외위(重篇曺洞五位)를 저술하였다. 일연의 많은 저작 가운데 삼국유사와 함께 지금까지 전하는 이 책은 그의 수행과 학문이 벌써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자연히 불교계에서는 일연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의 활동 범위는 전국으로 뻗어가기 시작하였다. 중앙 정계의 인물들과 교류하는가 하면, 각지의 사찰에 머물며 후학을 길러냈다. 몽골에 항복한 고려가 함께 일본 정벌을 하던 때는 일연의 나이가 76세가 되어 있었는데 충렬왕은 일연을 곁에 불러 자문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일연은 1283년 그의 나이 78세에 국사가 되었다. 종신직인 이 자리에 오른 이는 개성에서 머물러야 하지만 일연은 이듬해 경상도 군위의 인각사로 은퇴하여 주석한지 5년만인 1289년에 84세를 일기로 입적하였다. 이 시기에 삼국유사를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열일곱 살에 아들 하나 두고, 스물 여섯 살에 제 품에서 아들을 떠나 보낸 어머니는 70년을 홀로 살았다. 일연은 그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효성을 다하고 싶었던 것이다.

 

고운기는 일연을 현장감각과 정치감각, 균형감각이 탁월한 역사가로 평가한다. 그는 삼국유사는 길 위의 책으로 일연의 현장감각이 돋보이는 부분이 많이 보인다고 말한다.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연대별 사건 서술에 주력한 반면 일연은 하찮은 현장이라도 직접 둘러보고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다. 고운기는 일연이 살았던 13세기는 몽골의 침략 등으로 백성들이 피폐한 삶을 살았다그는 공포의 시대를 사는 동시대인에게 주는 위안의 읽을 거리로 책을 썼다고 평가한다. 일연은 삼국유사 곳곳에서 단군신화를 비롯한 이상적 정치의 모습을 그렸다. 고운기는 일연이 권력으로서의 정치가 아닌 권력에 맞선 창조적 삶의 지속으로서의 정치를 그렸기에 탁월한 정치감각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일연은 균형감각이 뛰어난 역사가였다. 일연은 불교국가였던 고려에서 불교와 민간신앙이 극심이 교차한 신라 사회를 바라보면서 경우에 따라 불교를 비판하기도 했다.

 

삼국유사

 

25807729_1.jpg삼국유사는 고려 충렬왕 때 보각국사 일연이 신라, 고구려, 백제 3국의 유사(遺事)를 모아 지은 역사서다. 1999 11 19일 부산유형문화재 31호로 지정되어 현재 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에 소장되어 있다. 활자본으로 5 2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편찬 연대는 미상이나 1281~1283년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고려시대의 각본은 발견되지 않았고 완본으로는 1512년 조선 중종때 경주부사 이계복에 의하여 중간된 정덕본이 최고본이며 그 이전에 판각된 듯한 연본이 전한다.

삼국유사는 흔히 야사(野史)라 불린다. 그러나 입증하기 어려운 뒷방 이야기라는 부정적으로 들리는 말이 야사다. 그렇다면 이는 삼국유사에 대한 정당한 대우가 아니다. 그래서 대안사서라고 부르자는 주장이 최근 나왔다. 당대의 기준에서도 정식 사서라 할 수 없는 책이지만, 삼국유사는 오히려 전혀 다른 세계의 발견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뜻있는 작명이 아닐 수 없다. 대안사서는 삼국사기를 정사라고 불렀을 때 상대적으로 쓰일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일까? 우리는 그것을 생활사로 요약해 본다. 위로는 왕에서부터 아래로는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나라를 이루었던 이 땅의 민중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삼국유사는 수많은 일화를 적절히 정리하여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곧 일연의 세계관이기도 하다.

삼국유사는 왕력, 기이, 흥법, 탑상, 의해, 신주, 감통, 피은, 효선 등 9개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적인 구성을 본다면 연대기로서 왕력, 준 역사서로서 기이, 불교 문화사적 관점에서 당대인의 삶을 기록한 흥법 이하의 여러 편으로 삼대분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왕력 편은 삼국유사 전체 기술의 기반이 되는 부분이고, 기이 편은 양적으로도 역사자료의 가치가 충분히 있지만 기술방식이나 역사관에서 삼국사기와 현저히 다른 질적인 면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특히 기이 편은 그 서문에서 밝힌 바, 우리에게 뿌리가 되는 나라와 왕들을 비록 기이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나 굳이 수록하겠다는 것, 그래서 단군신화가 처음으로 문서상에 기록되었다는 데에서는 더 강조할 필요가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편, 흥법 편 이하의 편들은 불교 문화사적 관점에서 기록하였다. 일연은 승려로서 분명한 불교 사람이었다. 불교 문화사란 그런 저자에게서 나올 수 있는 당연한 결과다. 다만 불교 하나로 모든 것을 재단하고 있지 않다는 점, 어떠한 편협한 선입관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연은 삼국유사를 쓰면서 삼국사기 같은 역사서로만 고승전같은 불교서로만 만족하지 않았던 듯하다. 그것들이 어우러지면서 우리 고대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해 볼 어떤 틀을 만들어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는 삼국유사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그것은 일연이 삼국유사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바를 반추했을 때 드러난다. 생활이 묻어 있는 이야기이고, 민족의 얼굴을 그려볼 수 있는 자료이다. 우리는 거기서 생활을 발견하고 민족을 재발견한다.

 

[참고자료]

네이버 인물검색 -고운기http://people.search.naver.com/search.naver?sm=tab_txc&where=people_profile&ie=utf8&query=%EA%B3%A0%EC%9A%B4%EA%B8%B0&os=431195

동아일보 기사 [저자와 차 한잔] http://news.donga.com/3/all/20101023/32067647/1

국민일보 기사 [책과 사람]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5&aid=0000248379

시사인 기사 [금주의 저자]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8723

네이버 캐스트 [인물과 역사] – 일연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2625

네이버 백과사전 삼국유사 http://100.naver.com/100.nhn?docid=86072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저자 소개 및 본문

 

대학원 석사논문을 쓰면서 시작된 삼국유사 연구를 25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는 저자 고운기의 뚝심과 끈기가 참으로 부럽다. 더구나 삼국유사 시리즈로 15편의 책을 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니 놀랍다. 긴 세월을 두고 천착할 무언가를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저자가 삼국유사를 그리스 로마신화에 비유한 말이 마음에 들어온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읽으며 그리스 로마의 끝없는 변신이야기에 감탄하며 우리나라 신화는 어떤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읽어 줄 때 고주몽이나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가 일부 나오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신화에 대해서 이 책만큼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책은 만나지 못했다. 동화책 그림 그리는 새’(길미혜 글, 한태희 그림, 보림 출판사)가 전라북도 부안의 내소사의 내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고 절 마다 다니며 그 내력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저자는 한국의 조셉 캠벨이다. 한국, 일본, 중국, 심지어 성경까지 넘나들며 유사한 이야기를 끌어오고 분석해낸다. 캠벨의 말대로 인간의 원형을 다룬 신화에는 어디든 비슷한 내용들이 존재하나 보다. 그는 역사학자가 아닌 국문학자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유는 자유롭고 팩트보다 스토리쪽에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윤기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한국 사회에 소개해 신화 돌풍을 일으켰듯이 고운기도 삼국유사로 우리 신화 열풍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고미숙은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재해석한 <열하일기, 그 웃음과 역설의 시공간>이란 책을 펴냈다. 그 책을 읽으며 박지원이란 인물과 그를 21세기 시공간으로 초대한 고미숙의 저력에 감탄했었다. 고전을 나름의 시각으로 분석해 현대인들에게 소개하고 가르침을 주는 일도 참으로 매력적인 일인 것 같다.

 

시인으로 등단한 그의 시 <익숙해진다는 것>으로 저자 소개를 마감한다. 아마도 저자는 수없이 많은,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서도 절대 바꾸고 싶지 않은 익숙한 그것으로 삼국유사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귀갓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가 멈춘다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문구

 

들어가며

 

P3 삼국사가의 이고 삼국유사의 라는 사실은 중학교에 와서 틀리는 문제였다.

è  이 말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삼국사기는 정사, 삼국유사는 야사라는 뜻인 듯 하다.

 

삼국유사는 삼국유사와 더불어 논의하지 않을 수 없고 그 둘의 분명한 차이가 에 있다는 점.

 

문자에 대한 자신감, 이는 저술을 감발시키는 촉진제다.

è  그렇다. 문자에 대한 자신감이 없이 어찌 저술을 할 수 있겠는가?

 

P4 무신들의 집권은 단순히 집권 자체로 끝나지 않았고 세계관에 변화를 주었다. 도저히 일어나리라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고정관념이 깨진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된다.

 

새로운 분위기란 다음 아닌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이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로 대표되는 고려 전기 지식인들의 세계 인식은 사대(事大)로 요약된다. 본격적으로 중국의 문화에 압도당하기 시작한 사회에서 그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념의 틀은 우리에게서 다시 만들어져야 했다. 도대체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다는 말인가.

 

P5 유학을 기본으로 하는 선비들이야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다고 한들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 주는 데 반해, 승려들은 처음부터 중국 중심에 서 있지 않았으므로 보다 빨리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삼국유사는 전체가 왕력, 기이, 흥법, 탑상, 의해, 신주, 감통, 피은, 효선 이렇게 9개 편으로 이루어져있다. (중략) 전체적인 구성을 본다면 연대기로서 왕력, 준역사서로서 기이, 불교문화사적 관점에서 당대인의 삶을 기록한 흥법 이하의 여러 편으로 삼대분해 볼 수 있다.

 

P6 기이 편은 그 서문에서 밝힌 바, 우리에게 뿌리가 되는 나라와 왕들을 비록 기이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나 굳이 수록하겠다는 것, 그래서 단군신화가 처음으로 문서상에 기록되었다는 데에서 더 이상 강조할 필요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 땅의 첫 나라

 

P12 글을 쓰는 것이 목숨과 바꿀 무게로 쳐지는 시대에서 단 한 글자도 허투루 적을 수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면서도 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 사실의 기록만이 아닌 상징이 자리잡는다.

è  그래서 상징이 두루 쓰이게 되지 않았나 싶다. 상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P14 단군신화는 삼국유사를 가치 있게 만든, 그래서 그 저자인 일연을 일약 민족주의 사학자로 만든 데서 그 의미가 끝나지 않는다. 상징의 체계로 들여다 볼 때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즐거운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오롯이 역사적 사실이 숨어 있다.

 

P16 무슨 생각으로 사람 사는 세상에 내려오고 싶어했는지 모르지만, 그가 추구한 궁극의 이상은 한마디로 잘 나타나 있다. ‘널리 사람 사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곧 홍익인간이다. 그러므로 홍익인간은 단군이 나라를 세우기 전 곧 그의 아버지 환웅과 할아버지 환국의 생각을 보여주는 글이다.

 

환웅은 처음에 ‘100일을 꺼려라고 명한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곰과 호랑이가 삼칠일을 꺼렸다라고 하였다.

 

P17 혹시 그 100일 동안 3 7일이 돌아오는 날짜를 꺼리라는 말은 아닐까? 아니면 3 7 그리고 그 반복은 완전 숫자로, 온 날을 의미하고, 그것은 100일이 요즈음과 같은 숫자가 아니라 온 날로 보았을 때 서로 통할 수 있다.

 

P21 대개 책의 처음을 시작할 때 거기에 책 전체의 집필 의도를 함축할 어떤 상징적인 것을 내세우고 싶어한다. 일연의 삼국유사에서 단군 신화는 그러한 상징이다.

 

단군신화는 창세 신화인가 아니면 건국신화인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국 신화는 건국 신화다.

 

처음 환웅이 신단수에 내려왔을 때 그 곳에는 이미 사람 사는 세상이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을 묶어 나라를 이룩하고 다스리는 제도가 없었을 뿐이다. 비록 그가 첫 왕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에게서 단군이 나오고, 단군은 곧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 아니다. 더러 단군의 자손도 있겠지만, 그 때 이미 한반도에 살고 있다가 단군을 왕으로 모신, 이러저러한 사람들의 자손이다.

è  저자의 날카로운 시각이 돋보인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다. 이미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을 모아 나라를 일으켰으니 건국신화다.

 

P22 삼국사기는 체제나 내용에서 그렇게 세련되게 나왔다. 삼국사기를 편찬한 다음 모든 자료를 없애 버렸다는 김부식의 행동 저 편에는 이 같은 의식이 잠재해 있었을 것이다.

 

P24 삼국사기와 그 시대에 수놓아졌던 중국 중심의 사대주의는 힘을 잃는 대신, 거기에 희미하게나마 민족의 주체성 같은 것이 자리한다.

 

P34 일연이 고조선위만조선조를 나란히 두고, 이 땅의 첫 나라인 조선에 관한 대부분을 갈무리했다는 것이다.

 

고구려와 북방계

 

P36 오늘날 역사학자들도 말하듯이 고대 왕권 국가란 곧 율령의 반포가 분명한 기준이 된다. 율령에는 국가 조직의 정비도 포함된다. 그런 면에서라면 한반도의 고대 왕권 국가가 위 세 나라 밖에 없음이 자명하다.

 

P43 이런 난생 신화의 핵심은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이리라.

 

P44 주몽의 이 같은 고난과 극복은 소설의 이론에서 말하는 영웅의 일생에 부합된다. 영웅은 특이한 재주를 지니고 태어난다. 그러나 성장 과정에서 주변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아 고난을 겪는다. 영웅은 타고난 능력으로 이 같은 고난을 극복하고 이상을 실현해 낸다. 영웅 소설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대체로 이 같은 유형으로 지어지는데, 아마도 그 원조는 주몽의 이 이야기가 아닐까?

è  고운기는 한국의 조셉 캠벨답게 영웅의 일생에 대해 논한다. 사부님의 연구원 커리큘럼이 절묘하게 연결되고 이어지고 있다.

 

신라계와 남방계

 

P54 먼저 여섯 부족을 설명함을 같다. 그러나 삼국사기가 여섯 부족을 조선의 유민이라고 한 데 반해 일연은 여섯 부족의 시조는 모두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한다.

 

P56 이제 남쪽에서도 하늘에서 내려온 이들이 있음을 말하는 일연의 의도란 곧 북쪽과 계통을 달리하는 오리지널이 있음을 강조하자는 데 있지 않을까?

 

P66 지리산 성모천황 전승은 무당이 처음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알려 주는 이야기다. 이를 무조 신화라 한다.

 

P68 삼국의 건국 신화 가운데 신라 쪽이 유독 무조 신화나, 민간 전승의 신모 신화에 가까운 것은 왕실의 성격이 곧 거기에 기반을 두었다는 강한 증거다. 물론 고구려나 백제의 초기 왕실 또한 제정일치적인 성격을 지녔을 것이다. 그러나 신라의 그것에 비하면 약하다.

 

탈해왕을 둘러싼 갈등

 

P73 박노례 닛금은 처음에 왕이 되었을 때, 매부인 탈해에게 자리를 양보하려 했다. 탈해가, “무릇 덕 있는 자는 이가 많으니, 마땅히 이를 가지고 시험해 봅시다하고, 떡을 물어 살펴보았다. 노례왕의 이가 많으므로 먼저 자리에 올랐는데, 이 때문에 닛금이라 이름을 지었다. 닛금이라 부르는 것이 이 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è  덕이 있는 자가 이가 많다는 논리도 황당하거니와 왕을 닛금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기이하다. 그래서 닛금이 임금으로 되었나?

 

P78 하늘과 땅이 부리는 조화로 자신의 신성성을 포장하는 시대를 지나, 이제 인간 대 인간의 투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목적을 달성하려는 매우 정치적인 모습이 나온다. 신화가 설화로 돌아서는 지점이다.

 

연오랑 세오녀, 첫 설화의 주인공

 

P90 이 히미코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인 분이 이영희시다. 그는 그의 책 <노래하는 역사>에서 히미코가 한반도에서 건너가 가야 지방의 미오야마국을 이어 일본에 야마일국을 세운 여황이라고 설명하였다.

 

P92 그러나 한반도에 건너왔다는 대목에 이르면 김일 선수 박치기를 보듯이 흥분하고, 흥분하다 보면 사실과 상상을 혼동하며, 나아가 그렇게 흥분하는 심리란 열등감의 역설적 표현에 지나지 않아 보여 뒷맛이 개운치 않다. 살아 있는 역사란 그런 의미가 아닐 것이다.

 

P96 일연은 승려다. 승려 생활을 구름이나 강물처럼 머물러 살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존재, 운수행각이라고 한다. (중략) 그런데 오랫동안 여러 군데 옮겨 다니는 생활 속에서 일연은 남다른 일 하나를 했다. 자기가 머문 지역에 전해오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고 모았다는 점이다. (중략) 오늘 날의 민속학자가 따로 없다.

 

P100 정령을 잃은 사람은 눈 뜬 소경과 같다. 사회도 그렇다.

 

아마테라스가 천하를 다스리기 시작할 무렵, 그의 동생 하야스사와는 어쩐지 사이가 좋지 않다. 어떤 일로 둘은 내기를 하게 되는데, 결과에 상관없이 하야스사는 자신이 이겼다고 우기면서 난폭한 행동을 일삼았다. 아마테라스가 이를 두려워하여 석굴의 문을 열고 숨어 버리자, 이 때문에 천상계와 온 나라가 완전히 어두컴컴해진다.

è  조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 나왔던 일본 신화다. 너무 반갑다. , 절묘하게 연결되는 연구원 커리큘러이여.

 

신라가 다른 두 나라에 비해 유독 토착 신앙에 강했다는 말을 우리는 상식적으로 한다.

 

신라는 왜 일본과 앙숙일까

 

P118 자질구레한 여러 가지 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특징적인 사건 하나로 한 왕대의 성격을 나타내 버리는 것이다. 일연의 특이한 기술 방법이다.

 

우리는 여기서 일연이 삼국유사를 쓴 시점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몽고와 고려 연합군이 일본 정벌을 나섰던 때와 시기를 같이 하고 있다.

 

밤에 찾아오는 손님

 

P120 무릇 큰 강은 어느 지류도 마다 않고 받아들여 함께 흐르고, 그러기에 거꾸로 생각하면 큰 강이 된 것과 다르지 않게, 사람도 큰 사람이 있는 법이고, 큰사람이 이룬 일에 대대로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는다.

 

P125 봄꽃이라면 뭐든 아름답다 하나 복사꽃을 따를 만할까? 희다면 희고 붉다면 붉은 꽃, 그 두 가지 빛이 어우러져 먼 데서 보면 뾰족하게 이제 막 피어나는 소녀의 맑고 붉은 볼을 연상시키는 꽃이다.

è  어린이날 성남 시청 광장에서 복숭아 꽃을 만났다. 정말 희다면 희고 붉다면 붉은 연분홍 꽃이 참으로 예뻤다.

 

P134 대체적으로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에 초점을 맞추면, 설화가 지닌 내적 의미를 알게 된다. 세상에서 무서운 것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어떤 조화다. 조화를 부리는 것은 귀신이다. 그러므로 귀신을 마음대로 부릴 수만 있다면 공포는 사라진다. 어쩌면 귀신의 세계를 한 손에 움켜쥐고 있는 듯한 이 이야기가 역설적으로 귀신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는 듯하다.

 

P137 밤에 찾아오는 손님은 보통 손님이 아니다. 아무에게나 찾아오지도 않는다. 그것은 적어도 왕의 권위를 가지고, 더 크게는 신탁의 임무를 띠고 나타나, 구물구물 살아가는 이 땅의 중생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간다.

 

신라가 통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

 

P140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말씀은 옛 유대 성인의 입을 통해 나왔지만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그것은 진리다. 최소한 한반도에서 신라는 그 말씀이 진리임을 입증한 나라였다.

 

P141 법제 정비와 불교 공인은 그의 가장 큰 업적이지만, 이 두 가지가 곧 후진성 탈피에 기치를 든 일이나 다름없다.

 

P144 신라 불교의 힘은 무엇보다 먼저 있었던 토착 신앙을 버리지 않고 포용해 간 데서 더욱 커진다. 불교가 먼 나라에서 전래된 이방 종교가 아니라, 이미 전세에 인연을 마련한 우리 종교라고 생각한 신라인들의 본지수적, 불국토 사상은 바로 토착신앙을 저버리지 않는 밑바탕이었다.

 

P147 진자가 찾아가는 부처님이 구체적으로 미륵선화다. 석가모니가 열반하고 64 7,000만 년 뒤에 오신다는 부처님이 미륵이다.

 

P150 신라의 경우, 비록 수용이 늦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철저히 자기화 되어 정착되었으므로, 생경한 외래 사조에 휘둘리지 않았다.

 

불교에는 보살계가 있고 다로 열 가지가 있다. 자네들은 남의 신하가 된 몸으로 감당할 수 없을 듯싶다. 그래서 세속 오계를 주노라. 첫째, 임금을 섬기되 충성으로 할 것이요, 둘째, 부모를 섬기되 효성스럽게 할 것이요, 셋째, 친구와 사귀되 믿음으로 할 것이요, 넷째, 싸움에 나가서는 물러서는 일이 없을 것이요. 다섯째, 산 것을 죽이되 가려 해야 할 것이다. 자네들은 이를 행하고 소홀히 하지 말라.

 

P152 원광 이후 신라 불교를 일으킨 삼총사라면 역시 자장, 원효, 의상이다.

 

문희, 그 아름다운 여자의 이름

 

P159 김유신의 동생이요 김춘추의 부인이 문희다.

 

P160 역사는 충신들이 만들어 낸 역사인지 모른다. 신라의 전반기가 박제상과 이차돈이라는 충신이 만들어 낸 역사라면, 그 중반기가 김유신이라는 충신이 만들어낸 역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P167 성안 가득 오줌을 누었다는 여자들의 꿈이 왜 좋은 것인지, 그리고 비단 치마로 값을 치르고 꿈을 샀기에 김춘추 같은 귀공자나 중국의 황제를 가까이하게 될 기회를 얻었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삼국사기에서는 문희의 용모를 옅은 화장과 가벼운 옷단장에, 빛나는 아름다움은 보는 이를 분부시게 하였다고 적고 있다. 춘추가 단번에 문희에게 푹 빠질 만도 하건만, 그래서 두 사람이 야합을 한 것까지는 순조로웠으나, 정식 결혼에는 한 가지 장애가 놓여 있었다. 춘추와 문희의 신분 때문이었다.

 

P170 하지만 유신의 생각을 달랐다. 춘추의 왕위를 포기하자는 것도 문희의 결혼을 말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두 가지를 모두 이루고 싶었다. 왕이 될 만한 이로 춘추 밖에 없었고, 문희와의 결혼이 이뤄졌을 때라야만 신라와 가야는 진정한 한 나라가 된다는 생각이 그 밑에 깔려 있었다. 그것이 최재서가 말하는 민족의 결혼이었다.

 

P173 사실 김유신의 나라에 대한 충성은 누구에게도 견줄 바 아니다. 힘으로 안 되면 지략으로, 지략으로 모자라면 신술을 써서라도 주어진 일을 해내고야 마는 그였다.

 

P185 살아서는 사천왕사를 지어 나라를 지킨 문무왕은 죽어서는 용으로 태어나 그 일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용으로 태어나는 것을 축생도 곧 지옥이나 다를 바 없는 곳에 떨어지는 일다.

 

P187 그러나 일연은 다르다. 절이며 피리며,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믿을 수 없는 일들을 그는 떳떳이 쓰고 있다. 일연도 정말로 믿지 못할 구석이 없기야 했겠는가? 다만 그는 이 모든 일들을, 요즈음 말로 하면, 상징으로 받아들였을 터다.

 

왕이 바다를 건너 그 산에 들어가니 용이 검은 옥대를 받쳐들고 나오는 것이었다. 왕은 영접하고 함께 앉아 물었다.

 

P189 왕께서 이 대나무를 가져다가 피리를 만들어 불면 세상이 화평해질 것입니다. 지금 돌아가신 왕은 바다 가운데 큰 용이 되어 있고, 유신은 다시 천신이 되어서, 두 분 성인이 한 마음으로 이런 값으로 칠 수 없는 큰 보물을 내어 놓고, 날더라 바치라고 하였습니다.

 

이 피리를 불면 적병이 물러나고 병이 치료되며, 가뭄에는 비가 내리고 홍수 때는 맑아지며, 바람이 자고 파도가 잔잔해지는 것이었다.

 

P195 만파식적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더할 데 없는 보배이나, 거기에 공을 더 세우니 글자를 하나씩 더 붙여 주었던 것이다.

è  피리에게도 공을 기려 만만파파식적이라는 이름을 준 신라 사람들의 발상이 재미있다.

 

권력의 끝

 

P204 김유신가의 몰락은 100여 년의 시차를 두고 서서히 진행되지만 토사구팽의 비정함을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전쟁이 끝나 시대가 안정되자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히 다른 데로 흘러간다. 그 가운데 가장 걸리는 존재가 전쟁 영웅들이었다. 그들은 전쟁 때에 절대적이면서 평화가 돌아오면 껄끄럽기만 하다. 토사구팽의 칼은 바로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

 

수로부인, 미시족의 원조

 

P226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 꽃이라면 인간이 만든 최고의 선물은 노래이다.

 

P228 ‘뭇입은 쇠라도 녹인다는 말은 원문에서 중구삭금이라 표현되어 있다. ‘중구란 곧 오늘날의 여론, 또는 민중의 소리라고나 할까? 사람들의 일치된 생각과 거기서 나오는 힘이 저 신물의 가공할 위세를 쳐부술 수 있다는 것이다.

 

P229 본격적으로 인간의 삶이 노동을 통한 생산물로 유지하는 시대에 노래는 민요가 되었고, 민요가 노동 현장에서 불렸을 때 노래의 제의적 성격이 감소되는 대신 기능적 성격은 충분히 살아 있게 된다. ‘해가는 신가에서 민요로 넘어오는 중간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첫 성전환증 환자

 

P235 거기에다 한 가지 더 이유를 붙이자면, 경덕왕 때 두 사람의 뛰어난 향가 시인이 존재했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물론 충담사와 월명사다.

 

왕이 되는 자

 

P257 왕은 이 피리가 진평왕 때 만들어졌다고 했으나 실은 신문왕이 그의 아버지 문무왕의 해중능 곧 대왕암에서 받아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P261 원성왕 사후 신라 왕실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기에 빠진다. 왕의 자리를 놓고 벌인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란 결국 정권을 잡고자 하는 진골 귀족 계급간의 골육상쟁이었는데, 특히 소성왕부터 헌안왕까지 9 6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세 명의 왕이 살해되면서 혼란은 극도에 달한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낮은 사람들보다 겸손하게 사는 이가 첫째요, 큰 부자이면서 검소하게 옷을 입는 이가 둘째요, 본디 귀하고 힘이 있으면서 그 위세를 쓰지 않는 이가 셋째이옵니다.

 

P266 왕위에 올라선 다음, 귀가 갑자기 커져 당나귀의 귀 같았다. 왕후와 궁인들 아무도 몰랐으나 오직 두건 만드는 기술자 한 사람만이 알았다.

è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미다스 왕이야기와 유사하다. 재미있다.

 

P267 우리는 어려서부터 서양의 동화를 들으면서 컸다. 거기에 따르는 구구한 해석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니 여기서 거들 일은 아니고, 설화가 지닌 우연한 일치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하고자 하는 자리도 아니어서, 다만 우리 이야기가 해석의 여지에서 더 넓은데 어찌 그다지 철저히 외면당했는가 그 아쉬움만 표명해 두기로 하자.

 

대단한 능력을 타고나서 어떤 고난이라도 헤쳐갈 사람이라도 시대의 운이 뒷받쳐 주지 않으면 대체적으로 결과는 비극을 향해 간다. 그래서 운명적으로 소용돌이의 중심에 던져진 사람은 그 세계관이 비극적이다. 경문왕이야말로 그런 비극적 세계관의 주인공이다.

 

나라가 망하는 징조

 

P272 자연의 이상 변동을 기록하는 사관의 뜻은 그것이 사람의 잘못으로, 구체적으로는 정치의 불안정이겠지만,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어려움이 닥친다는 경고에 있을 것이다.

 

P273 신무왕이 말하는 원수란 43대 희강왕과 44대 민애왕을 가리킨다.

 

P277 장보고는 8~9세기에 걸쳐 청해진 곧 지금의 진도, 완도, 신안 지방을 근거로 해상 왕국을 건설한 사람이다. 대체적으로 이 지역이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을 연결하는 해상 요충지였으므로, 여기를 장악한다는 것은 바로 동지나해의 해상권을 갖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장보고의 죽음도 죽음이려니와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가져온 해상 왕국의 붕괴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그의 최후가 어이없게도 권력다툼의 일개 희생양에 불과했다는 데에서 더욱 안타깝다. 인재들이 죽어나가는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P278 그런데 그것은 촛불이 꺼지기 직전 마지막 한 번 타오르는 불길과 같았다.

 

P282 헌강왕이 동해안을 순행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동쪽부터 시작한 왕의 순행은 남쪽의 남산, 북쪽의 금강령, 서쪽의 동례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거기서 늘 신이한 일을 맞이하게 되는데 남선 포석정에서 남산신을, 금강령에서 북악신을, 동례전에서 지신을 만난다.

 

P284 일연은 역사적 사실로서 광란스런 왕들의 혈전을 쓰는 것보다, 민간에 전해지는 이야기 한 토막으로 더 실감나게 당시 모습을 전해 준다. 그것이 삼국유사다.

 

P286 그러나 기미로 보아 사리를 판단하는 법이다. 시절은 바뀌었어도 사람이 세상에 사는 한 언제든 잘 되고 잘못되는 징조가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거기서 기미를 읽어내라는 간절한 충정으로 보인다.

 

지는 해 뜨는 해

 

P289 신라의 멸망 원인 가운데 무엇이 선두에 설까? 나는 무엇보다 골품제의 동맥경화 현상을 내세우고 싶다. 중앙과 지방의 중요한 관직을 성골과 진골들로만 채우는데, 그들이 나라 일을 맡아 해낼 능력도 의지도 부족해졌을 때, 신라는 탄력성을 읽고 둔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피가 수혈되지도 못했다. 원성왕의 독서삼품과가 실패로 돌아간 데서 우리는 그 같은 현상을 목격한 바 있다.

 

수도인 경주가 통일된 한반도의 동남쪽에 치우쳐 있었던 것도 한 원인으로 들 수 있겠다. 통일 당시부터 대동강 이북을 내주어야 했던 당나라에 대한 정치적 보상말고도, 신라 안에서 중앙과 지방간의 원활한 교류가 이뤄질 어떤 대책조차 세워져 있지 않았던 것이, 영토상으로도 통일 이전보다 그다지 많이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통일이 되고도 신라는 늘 경주를 중심으로 한 영역에서 맴돌고 있다. 통일을 하자마자 수도를 한반도의 중부로 옮겼다면 어땠을까? 문무왕이 해중능을 자원한 것은 일본의 침공을 막아 나라를 보전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사실 이는 수도인 경주를 지킨다는 정도로 의미가 축수될 혐의 또한 얼마든지 있다. 물론 서울이 떨어지면 전체 나라가 위태로운 것이기는 하지만.

 

P288 그러나 돌이켜 보며 아쉬워한들 무엇하랴.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적재적소에 등용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있는 인재마저 죽이는 상황이 반복될 때, 거기서 우리는 한 나라의 멸망을 명확하게 예언할 수 있을 뿐이다.

 

P289 이쯤에서 일연이 거타지의 이야기를 집어 넣은 것은 참으로 절묘한 수순이다. 한 편의 아름다운 드라마 같은 이 이야기에서 거타지는 사실 새로운 나라가 준비되고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거타지는 고려사의 세계에 나오는 왕건의 할아버지 작제건과 닮은 인물이다.

 

P293 그 신이 자기 딸을 꽃송이로 만들어 거타지의 품에 넣어주는 데에서 이야기는 절정을 이룬다. 그것은 새로운 나라를 열게 될 성군을 탄생시킬 씨앗이다. 여기서 바로 왕건의 아버지 용건이 태어나는 것이다.

 

P302 나 또한 앞서 비슷한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백성의 입장에서야 누구의 백성이 된들 무슨 상관이랴? 더욱이 넘쳐나는 새로운 힘으로 나라를 잘 이끌어 백성의 삶이 더욱 윤택해질 교체라면, 어느 개인의 사유물처럼 정권을 휘둘러 무고한 희생만 초래하는 것에 비길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은 하늘의 뜻이요, 왕조 사회에서 그렇게 표현하는 백성의 힘이다.

 

백제와 일본, 그 근친의 거리

 

P307 일연이 삼국의 다른 두 축을 이루는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에 어찌 그다지 인색했는가다. 다만 시조 왕의 사적을 잠깐 언급한 다음, 나머지는 신라에 비해 옹색하기 짝이 없다.

 

한편 삼국사기가 비슷한 상황일진대, 고려시대 지식인들이 삼국의 적자로 신라를 인정했을 뿐, 그렇다면 다른 두 나라를 그 부속품 정도로 밖에 보지 않았다는 섭섭한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사실 고구려의 전성기만큼이나 우리 역사가 중국에 떳떳한 적이 드물었으며, 일본의 초기 왕실이 백제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서 성립되었다는 사실을 상정했을 때 그 아쉬움은 커진다.

 

P315 일본 특히 왕실의 뿌리가 한반도라고 해서,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고 한다거나,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하는 따위의 생각은 참으로 난센스다. 한반도니 일본열도니 하는 말은 모두 후세가 만들어 낸 관념이다. 그들은 먹고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했던 당대의 생활인일 뿐이었다. 그 무렵 사람이 지금 살아온다면 그는 한반도라는 말도 일본열도라는 말도 모를 것이다.

 

서동은 정말 선화공주를 꾀었을까

 

P327 서동이 쓴 방법은 노래를 통한 여론의 조성이었다. 노래에는 그 같은 힘이 있다. 민요에서는 그것을 참요 곧 예언의 노래 일종으로 보는데, 매스컴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 시절에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은, 사실이 어떤가와는 상관없이, 일의 흐름을 바꿔 놓기 십상이었다.

 

P238 하기야 엉뚱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진짜처럼 둘러낸 게 어디 이 하나뿐인가? 정말이지 서동만큼 맹랑한 사람은 일연 당신이다. 그러기에 그 눈으로 서동 같은 인물이 보였을 것이다.

 

P337 재미있는 이야기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나 전파되기 마련이고, 자생적으로 생겨난 이야기가 서로 비슷한 경우마저 있기도 하다.

 

P343 대체적으로 미륵불은 여성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미륵이 본디 남자였지만 이렇게 바뀌는 것은, 미륵불이 자비와 영원불멸의 생산을 의미하는 여성적인 성격을 가진 데다 남성인 석가불에 대응하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개입되었기 때문이다. 미륵은 자비의 부처다.

 

견훤, 비운의 영웅

 

신비의 왕조, 가야

 

P364 일연의 삼국유사에 실려 있기에 오늘날 소중한 자료로 남게 된 베스트 3’를 뽑으라고 하면 무엇을 들겠는가? 내가 존경하는 어떤 선생님은 단군신화 향가 가락국기 이 세가지에다 점을 찍었다.

 

P378 먼 뱃길을 지켜 주는 수호신으로서 석탑, 그것은 참으로 상징적이다. 우리는 인생을 항해에 비유하곤 한다. 바람과 파도 속에서 또 때로 찬란한 태양과 밤하늘에 빛나는 별의 인도를 받으며 건너는 고해가 있다. 그 길을 지켜 주는 석탑

 

P379 그들이 주목한 두 가지는, 석탑의 자질을 분석하는 것과 왕후사의 불당 정면에 그려진 물고기 두 마리 그림의 근원을 캐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은 이 두가지가 남방계 특히 인도로부터 유래하는 돌이요 그림임을 증명해 냈다 허 황후가 분명히 인도로부터 왔다는 것이다.

 

P384 그런데 삼국사기에서의 가야 누락은 엉뚱한 문제를 일으켰다. 이른바 일본의 사학자들이 제기하는 임나일본부설이다. 이 시기에 가야 지방에는 왜의 식민지가 서 있었으며, 그 식민지의 이름이 임나본부라는 것이다.

 

불교로 보는 역사

 

P385 전반부와 달리 여기서부터 후반부의 삼국유사는 완연히 불교적 성격을 띤다. 처음 불교가 전래된 일, 탐과 절을 만든 경위, 고승들의 전기 등이 누벼지는데, 일연 자신이 승려 출신이기에 그랬을까, 전반부에 비해 이야기도 다채로울 뿐만 아니라 인용한 책도 다양하다.

 

P386 흥법이 곧 흥국이었다. 처음 불교를 받아들였으면서도 도교에 빠져 불교를 배척한 고구려는 멸망의 길을 걸었고, 우여곡절 끝에 불교의 세계에 접했으면서도 날로 번창한 신라는 그에 따라 나라도 번창해갔다. 물론 일연의 이런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흥법편의 여섯 가지 이야기에 숨어 있는 메시지야말로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나는 일단 이것을 일연이 지는 불교역사주의라고 명명해 본다.

 

P389 불교를 받아들였는데 도교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없고, 그것이 고구려 사회의 다양성을 형성하는 쪽으로 발전해 나갔을망정, 멸망의 빌미가 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P391 찬이라고 하는, 삼국유사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아름다운 시들이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바로 그 처음이 먼 길을 걸어 또는 세찬 바다를 헤치고 이 땅에 이른 순례자들을 위해 바치는 헌시다.

 

P396 종교를 처음 전할 때 의술이 따라다닌 것은 동서의 고금을 두고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P398 금교에 눈 덮여 아니 녹으니 / 계림의 봄빛은 아직도 먼데 / 영리한 봄의 신 재주도 많아 / 모례네 집 매화꽃에 먼저 피었네.

 

순교의 흰 꽃 이차돈

 

P402 신라의 불교는 신라 한 나라에만 그치지 않는 한국 불교의 화두다. 한국 불교라는 강물은 신라에서 물꼬를 터서 흘러 나왔다.

 

이차돈의 순교는 원종은 불교를 일으키고 염촉은 몸을 바치다조에서 다루고 있다. 원종은 법흥왕을 가리키고, 염촉은 이차돈의 다른 이름이다.

 

P407 ‘이차돈의 머리를 베었더니 흰 젖이 솟아나 한 길이나 되었다는 대목은 어디에나 있다. 붉은 피가 아니라 흰 젖이었다는 이적이 이 이야기의 절정 부분이며, 흰 젖은 부처님의 감응을 말하는 것이다.

 

신라의 중심 세계의 중심, 황룡사

 

P422 서천축국의 아육왕이 황철 5 7,000근과 황금 3만분을 모아 석가 삼존상을 만들려 하였지만, 이루지 못하고 배에 실어 바다로 띄워 보내노라. 인연이 있는 나라, 거기 가서 장륙존상이 이루어지기를 축원한다.

 

P424 인도의 아육왕도 이루지 못했던 일, 그것은 힘만으로 공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태자의 말에 함축된 의미에다, 오직 인연 있는 땅에서만 가능하다면 신라는 바로 그런 인연을 갖춘 곳이라는 자부심이 은근히 배어있다.

 

P428 아쇼카왕은 참회하고 불교를 전파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그 가운데 한 가지가 사자나 황소 또는 코끼리의 모습을 새긴 기둥을 세우는 일이었다. ‘아쇼카의 기념주라 불리는 이 유명한 조각 기둥은 불교 미술의 출발이라는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P431 황룡가 구층탑의 높이는 약 7,80m쯤 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20층 아파트보다도 높은 셈이니, 그저 서라벌 어디에서도 훤히 보였을 것 같다는 정도로 밖에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황룡사탑을 세우면서 사리함을 넣고 기둥을 세웠던 심초석의 크기도 내 키보다 크다.

 

P434 장륙존상과 구층답은 신라를 지키는 세 가지 보배 중 두 가지에 해당된다. 나머지 하나는 진평왕이 하늘로부터 받았다는 옥대다.

 

문수 신앙의 근거지, 오대산

 

P440 청소년기의 월정사 경험과 장년기의 문수보살 체험, 이것이 오대산의 문수 신앙을 삼국유사에 남기고 싶은 개인적인 사연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P444 성인이 성인인 줄 알고 만난다면 오죽 좋으련만, 우리는 본질을 두고도 늘 외곽만 맴돌며, 손에 잡은 진리를 진리인 줄 모르고 버리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나는 그것을 우연히 스치는 듯한 만남이라고 말한다.

 

P450 보천이 흘린 눈물은 서러움의 눈물이 아니리라. 도의 경지에 맛을 본 이가 세속으로 돌아가기 싫어했을 뿐이니, 신하들을 따라 왕궁으로 가야 하는 효명이 못내 아쉬운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P453 우리 나라에는 대표적인 적멸보궁이 다섯 군데 있다. 모두 자장이 당에서 가져온 진신사리를 모신 곳인데, 그 가운데 하나가 오대산 중대에 있고, 또 하나는 태백산 정암사에 있다. 정암사도 자장이 세운 것으로 전해온다.

 

작은 절들에 서린 삶의 애환

 

P456 내 마음 오늘 / 절에 가서 절을 한다 / 잎 한 장 한 장 만들어지는 동안 / 온기가 없어 차가운 / 오랜 그 옛 마룻바닥에 엎드려

일어난다 다시 쳐다본다 / 즐겁고 깨끗하고 늘 있는 나는 / 지난 봄이 사라진 숲 속에 가을의 마지막 시간 속에 / 덧없음만 항상하고 아름다워라

나 이 길로 다시 돌아오라고 / 새싹의 아픔으로 돌아가라고 / 잎 한 잎 한 잎 떨어지는 동안에도 / 모든 것을 향해 절할 수 있도록 / 내 마음 오늘 / 절하며 간다.

è  나도 절 마룻바닥에 엎드려 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싶다.

 

마음이 찾아갈 정처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우리는 질투와 미움의 화신, 누구도 한 마음으로 즐겁고 깨끗하게만 살 수 없다. 치밀어 오르는 질투와 걷잡지 못할 미움, 그것이 기실 누구에 의한 것이 아니고 나에게 생긴 문제일진대, 미움도 질투도 피가 끓는 젊음이라 변명하는 도안 영혼 깊은 데에서는 상처만 커간다. 그래, 찢어진 마음이 찾아가 덧없음을 깨닫고 아름답게 치료받을 곳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P476 ‘부처를 배우면 마땅히 부처가 되어야 하고, 진리를 닦으면 반드시 진리를 찾는다는 말은 평범 속의 비범이다.

 

P477 어떤 하나의 매듭이랄까, 3년은 그런 경험을 보편적으로 주지 않는가 싶을 따름이다.

 

P480 성불을 돕기 위해 나타나는 관음보살이 흔히 여자의 모습인데 왜 여자의 모습인 것은 삼국유사 안에 여기 말고도 여러 군데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여자의 모습인가는, 일연이 결론 부분에서 여자는 부녀자의 몸으로 나타난 섭화자라 할 만하다. 화엄경에서 마야부인 선지식이 열한 군데에 살면서 부처를 낳아 해탈문을 환상했다는 것과 같다. 이 이야기에서 여자가 아이를 낳은 숨은 뜻이 여기에 있다고 말한 데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자비롭고 희생적인 어머니의 정성과 같은 성격을 가진 이가 관음보살이다. 이는 불교가 중국으로 전해진 다음 더욱 강화된 생각이라고 한다.

 

낙산사의 힘

 

P490 관음보살과 정취보살은 흔히 아미타보살의 좌우에 놓이므로 이를 합쳐 아미타 삼존이라 한다.

 

P496 그런 뜻밖의 만남이 곧 보살과의 만남임을 영원히 모르고 지났다면 사정은 다르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나중에 알게 되는 이 우연의 메커니즘, 사실 우리들의 만남은 대부분 이렇다.

 

P507 고운 얼굴 아름다움 미소도 풀 위의 이슬이요, 지란 같은 약속도 바람에 날리는 버드나무 꼴입니다. 당신은 내가 있어 걸림돌이 되고 나는 당신 때문에 근심만 쌓일 뿐, 지난날의 기쁨은 적이 근심과 고통으로 자리를 내주었군요. 당신이나 나나 어찌 이다지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던 말입니까? 뭇 새가 함께 주리기보다 차라리 외짝 난새가 마주볼 거울을 가지는 게 낫겠지요.

 

별 볼일 없으면 버리고 됐다 싶으면 들러붙는 것이 사람 마음으로 감당 못할 일, 그러나 가고 말고 사람의 뜻대로 안 될 일이요, 헤어짐과 만남 또한 운수가 있으니, 청컨대 이쯤에서 헤어지자 합니다.

è  승려 조신이 강릉 태수 딸에 반해 꿈에서 행복한 생애를 살아가다 말년에 가난과 궁핍으로 헤어지자 하는 대목의 말이다. 지은이의 말대로 구구절절 가슴을 친다.

 

P508 좋은 시간 금세 마음은 어느새 시들고 / 근심은 슬며시 늙은 얼굴에 가득 / 이제 다시 메조 밥 짓다 깨닫던 이야기 들추지 않아도 / 수고로운 인생 일순간 꿈인 걸 알겠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허망한 줄 모르면서 이전투구하고, 알면서 뭔가 이뤄보려 악착을 부리는 게 우리네 평범한 사람이다.

 

운문사 이야기

 

P522 세속오계가 무엇인지는 앞서 소개한 바 있다. 거기서 왕과 부모를 섬기는 도리나 친구를 사귀는 의리를 말하는 대목은 오륜과 거의 같다. 그러다 마지막에 두 가지가 달라진다. 싸움에 나가서 물러서는 일이 없을 것이요, 산 것을 죽이되 가려 해야 한다는 것이다.

 

P523 육재일과 봄과 여름에 죽이지 않는 것, 이는 때를 가림이다. 기르는 동물 곧 말, , , 개를 죽이지 않는 것과, 자잘한 동물 곧 한 번 저미지도 못할 것을 죽이지 않는 것, 이는 대상을 가림이다. 이 또한 오직 필요한 만큼만 하고, 너무 많이 죽이지 말아야 하리니, 이것이 세속에서 좋은 계이다.

 

원효, 해동 불교의 자랑

 

P530 세상에는 너무 커서 들리지 않는 것과 너무 커서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보이더라도 부분만 보인다. 그가 그린 어느 한 부분만 보이고, 그가 한 말의 어느 한 부분만 들린다.

 

일연은 원효의 생애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무엇에도 얽매지 않은 사람이라고. 의해 편에서 원효의 전기를 쓰며 지은 제목, ‘원효불기를 풀어보면 그렇다. 한 가지 더 있다면, 본문을 시작하는 첫머리에 원효를 관형하기를 성사라 한 것이다. 같은 의해 편에서 일연은 의상에게 법사라 하고, 자장에게 율사라 했다. 세 분은 신라 불교를 대표한다. 일연이 그런 세 분을 평가하는 첫마디는 그들의 이름 앞에 붙인 관형어에서 들을 수 있다. 의상의 관형어가 화엄을 전한 분, 자장이 계율을 전한 분이라고 해석해도 좋다면, 성사는 무슨 뜻일까? 무엇에도 얽매지 않는 불교의 최고 경지를 이룬 분이라 해야 할까?

 

P531 신라뿐 아니라 세계의 위인이라 치켜세운 원효에게 결정적으로 흠이라면 파게요 그것은 인간적 고뇌라 말하는 춘원의 저변에는 사실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원효를 현실주의 신앙의 구현자로 설정한다. 현실주의란 현실에 매달린다는 말이 아니다. 범박하게 풀어보자면, 현실의 첨예한 문제를 피해가지 않고, 사람의 생애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문제를 불교의 틀 속에서 이해하고 실천한다는 뜻이다. 원칙은 무너지기 쉽고 오해는 따르기 쉽다. 그러나 미로를 헤매지 않으며 오해를 무릅쓰면서, 사람이 살다 보면 당할 문제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기란 쉽지 않다. 원효는 그것을 감당했고, 그 같은 전범을 뒷 사람에게 남기고 보여 준 사람이다.

 

일연은 원효와 같은 고향 사람이다. 압량군, 지금은 경상북도 경산군 압량면이다. 이 곳에 삼성산이라 불리는 산이 있는데, 아직까지도 마을 사람들은 여기서 원효와 설총 그리고 일연이 태어났으므로 그렇게 이름지어졌다고 믿는다.

 

P536 원효와 요석공주 사이에 낳은 아들이 설총이다. 설총은 이두를 지은 이로 알려져 있지만, 삼국유사에서도 나면서 영리하고 밝아 경전과 역사에 널리 통해 신라의 열 분 현인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우리말을 가지고 중국과 우리 나라의 세간 풍물과 이름을 통하게 하였으며 육경과 문학을 뜻풀이하였다라고, 그의 활약상을 전해 준다. 과연 나라를 괸 기둥답다.

 

P537 모든 것에 거침없는 사람은 한 가지 길로 나고 죽는다.

 

P548 현실과 역사를 관조하는 일연의 태도가 드러나 보인다. 인생의 제무상은 원효라고 다를 수 없다. 그들의 치열했던 한 시대를 생각하는 시인의 심상은 비관으로서가 아니라 인생의 숙명으로 수놓아진다.

 

의상, 화엄의 마루

 

P551 , 마음에서 일어나 여러 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사라지면 토굴이나 무덤이나 매한가지. 또 삼계가 오직 마음이요, 모든 법이 오직 앎이니, 마음 밖에 법이 없는 걸 어찌 따로 구하리요.

 

P564 솥 안의 국 맛은 한 점 고기로도 충분한 것이다.

è  참으로 간결하고도 함축적인 말이다. 무에 긴 말이 필요하겠는가?

 

P565 원효가 현실주의라면 의상은 교조주의다.

 

P568 일연이 그를 찬한 시에서 무성한 꽃들 고국에 심었으니 / 종남산과 태백산 똑 같은 봄이로다한 것을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무성한 꽃들이란 화엄의 세계를 말한다.

 

순례자를 위해 부르는 노래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지는 어떤 것

 

P582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을 떠나 내게는 진표로부터 시작하여 영심과 심지로 이어지는 사제간의 계보에 더 눈이 뜨인다.

 

이 세 사람의 손으로 지금 전라북도를 대표할 금산사, 충청북도를 대표할 법주사, 경상북도를 대표할 동화사가 만들어지거나 커졌다.

 

P586 지장보살은 누구인가? 지장은 대지의 태, 곧 땅 속에 묻어 있는 어떤 것이다. 땅이 지닌 덕을 의인화하였다고도 하는데, 지장보살은 현세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과 함께, 죽은 이들의 구제자가 된다. 특히 죽은 이들을 천도하기 위해서는 이 보살에게 빌어야 한다. 지금도 절에 가면 명부전이라는 불당이 있는데 거기서 바로 이 지장보살을 주불로 삼는다.

 

P590 ‘삼베를 붙들고 황금을 버린다는 말은 좋은 것을 보고도 취하지 않는 바보스런 사람을 비유한 이야기다.

 

P596 무릇 미륵신앙이란 민중들의 삶에 더욱 밀착되는 법이다. 그들의 어려운 삶 속에 동참하는 데서 이 신앙의 진수가 드러난다.

 

밀교의 한 자락

 

P604 하루는 자기 집 동쪽 시냇가에서 놀다가 수달 한 마리를 잡았다. 살을 발라내고 뼈는 동산에다 버렸다. 아침에 보니 그 뼈가 없어졌다. 핏자국을 따라 찾아보자 뼈는 제 굴로 돌아와 새끼 다섯 마리를 안고 쭈그리고 있었다. 멍하니 바라보고 오랫동안 놀라워하다가 깊이 탄식하며 머뭇거렸다. 문득 속세를 버려 출가하기로 하고, 이름을 바꾸어 혜통이라 했다.

è  작년인가 사부님이 어버이 날 즈음 마음을 전하는 편지에 이 글을 소개하신 적이 있었다. 이 글을 읽고 얼마나 가슴이 저미어 오던지, 이것이 바로 아비어미의 마음인 듯싶다.

 

운명적으로 인생의 신고를 겪었거나, 일부러라도 겪어서 밑바닥까지 내려가 보거나, 사람이 이를 수 있는 무상의 경지를 추구해 가자는데 더 철저하다면 철저한 것이 밀교다.

 

P605 일연은 밀교승들이 신령스러운 주문을 외우기 때문에 그것을 특징 삼아 이렇게 이름짖지 않았나 싶다. 실제 신주 편에서 소개하는 밀본, 혜통, 명량 세 사람의 밀교승들은 모두 주문을 외워 어떤 어려움을 물리치고 있다.

 

현교는 드러난 불교, 밀교는 숨어 있는 불교랄까, 누구나 쉽게 보이는 세계 속의 불교가 현교라면 깊이 숨어 은미한 세계를 간직하고 있는 불교가 밀교인 것이다. 어쨌던 밀교는 현교 곧 일반적인 불교의 세계를 거쳐 최후에 이르는 세계라고 그들은 말한다. 일반적인 불교를 포함하면서 거기에 넘어선 자기들의 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

 

40대 애장왕 때였다. 승려 정수는 황룡사에서 지내고 있었다. 겨울철 어느 날 눈이 많이 왔다. 저물 무렵 삼랑사에서 돌아오다 천암사를 지나는데, 문밖에 한 여자 거지가 아이를 낳고 언 채 누워서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스님이 보고 불쌍히 여겨 끌어안고 오랫동안 있었더니 숨을 쉬었다. 이에 옷을 벗어 덮어 주고, 벌거벗은 채 제 절로 달려갔다.

è  수달 이야기에 이어 삼국유사에서 감동적인 이야기 중의 하나다.

 

P623 크건 작건 실천의 문제다. 이론으로서 받아들인 철학을 넘어 생활 속에서 움직이는 실천 원리로 불교가 신라 사회에 자리잡혔음을, 우리는 이 같은 짤막한 삽화에서 읽을 수 있다.

 

P625 미타 신앙에도 미륵 신앙에도 여러 부면이 있거니와, 그 가운데 뚜렷이 보이는 특징을 하나로 정리하자면, 전자가 평안안 시기의 부유층에, 후자가 혼란한 시기의 고통받는 층에 왕성히 퍼져나간다는 정도로 이해해 두자.

 

P632 매일매일 석양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붉은 빛만큼이나 따뜻하다고 한다.

 

광덕과 엄장의 성불은 한결같이 여자의 도움을 받은 셈이다. 앞서 소개한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에서처럼 위의 예의 여자도 관음보살의 현신이다.

 

호랑이 처녀와의 사랑

 

P637 절이 산에 만들어진 것은 이 나라 불교 역사의 초창기부터 있었던 일이다. 특히 조선 왕조 이후 불교가 탄압을 받으면서, 사람이 사는 마을의 절들은 자꾸 없어지고 산에만 남게 되어, 이제는 그것이 보편적인 현상처럼 보인다.

 

무엇이 진정한 믿음인가

 

P656 정작 큰 스승들은 무엇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는 법이 드물다. 진리는 단순한 법이기에 그런 것일까? 유독 진신과의 만남을 중요시 여기는 불교에서 그 만남은 곧 진리의 깨달음을 다르게 표현한 말이겠는데, 단순하기만 한 진리를 전하는 진신은 이렇듯 슬며시 다가온다. 진신이 알고 모르고는 찾는 이의 책임인 것이다. 기독교의 성서에서 예수님은 그것을 도적같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è  어쩌면 진리는 도처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을 깨달은 시점이 바로 진리를 만난 시점이 되는 것일지도. 그래서 큰 스승들이 무엇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때가 되지 않으면 가르쳐주어도 깨달을 수 없으니 말이다.

 

P658 남산의 불상은 거의 마애불이다. 마애불은 바위에 새긴 불상을 말한다.

 

숨어 사는 이의 멋

 

P672 숨어 사는 일에 대한 생각은 동서양이 다르고, 같은 동양에서도 철학에 따라 다르다. 공자는 천하에 도가 있으면 드러나고, 없으면 숨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숨음과 드러남의 매개체는 ()’. 예기에서는 도가 행해지는 사회를 대동사회, 그렇지 않는 사회를 소강사회라 하였다. 공자의 말은 다분히 여기에 근거한 것이다.

 

불교에서의 숨음은 이와 다른 면이 있는 듯하다. 세상에 몸을 드러내지 않는다고만 해서 은거가 아니다. 또 드러냈다고 해서 드러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불교적 인식의 숨음과 드러남을 이해하자면 보다 복잡한 변증법적 사고가 필요하다.

 

불교가 보는 효도

 

향가, 가장 고귀한 것의 정화

 

P712 부드러움과 강인함의 조화, 이것은 곧 신라 사회를 이룩한 미의 근본이다. 저 불국사 석굴암의 부처님이 남자로 보기에는 부드럽고 여자로 보기에는 위의가 넘친다는 평처럼, 이 나라를 일으키고 지킨 조상들은 두 가지를 조화시켜 깊은 미의식을 창조해 냈다.

 

일연, 혼미 속의 출구

 

P724 그가 제기한 문제점은 세 가지다. 일연이 시대의 사조에 빠졌다는 것, 사상과 신앙 모두 순수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가지산문의 현풍을 떨치기에 부족하였다는 것이다.

 

P726 일연은 처음 이름이 견명이었고 불교의 이름을 회연이라 지어 밝음과 어둠을 대조시켰다. 옛 사람들이 이름 다음에 자를 지을 때 흔히 하는 방법이다. 그러다가 만년에는 이 둘 곧 밝음과 어둠을 하나로 보겠다는 뜻에서 새로운 이름에 일()자를 넣었다. 밝음이 어둠이요 어둠이 곧 밝음이며, 어둠과 밝음은 종국에 둘이 아닌 하나라는 불교의 깊은 진리가, 일연의 개명 과정에는 숨어 있다.

 

3. 내가 저자라면

 

저자가 서문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사진이다. 사진을 찍은 양진은 전문 사진 작가는 아닌 듯싶다. 생업이 따로 있지만 지은이, 그리고 삼국유사와의 인연을 15년 넘게 이어가 유적을 찾아 다니고 삼국유사 사진전도 열었다 한다. 역사서가 그러하듯이 글로 읽으면 그 모습이 옛날에는, 그리고 지금은 어떠할지 궁금해진다. 그런 궁금증은 이 책에 실린 사진들로 다소 해결되기도 하거니와 작은 글씨들만 보다 천연색 사진을 만난 눈은 시원하다 감탄하기도 하니 참 좋다.

 

지은이는 삼국유사 전체를 이 책에서 논하고 있지 않다. 9개 편 중 8개를 뽑고 그 중에서도 스토리 텔링이 가능한 것들만 뽑아 원문을 싣고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 놓았다. 마치 일연의 기술방식처럼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간추려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삼국유사의 큰 뼈대 안에서 목차를 정한 듯싶다. 그것도 나쁘지 않으나 그걸 아예 무시하고 큰 테마를 정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예를 들면 건국 설화 / 영웅 이야기 / 승려 이야기 / 절 이야기 / 불교 이야기 등등으로 말이다.

 

저자는 삼국유사 원문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덧붙여 독자가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있다. 또한 프로레슬링이나 미워도 다시 한번 등 이야기 도입부에 관련된 현재의 이야기로 운을 띄워주어 읽기와 이해가 쉬워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난 4월 초 입학여행에서 만난 경주의 모습이 떠올랐다. ‘도화녀와 비형랑편을 읽으며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에 불빛 한 점 없었던 진평왕릉에서의 안동 소주 맛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 시각 진평왕, 진지왕, 도화녀, 비형랑이 우리와 함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별로 무서운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경주의 밤이 새록새록 떠올라 오히려 정겨웠다.

 

올 해 하고 싶은 일 중에 템플 스테이가 있는데 낙산사나 운문사에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때 가도 그 계절의 고즈넉한 절의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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