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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8일 23시 07분 등록

8 28일 우주의 기운과 함께 태어난 괴테

 

"1749 8 28, 한낮, 교회의 종소리가 낮 12시를 가리키며 12번이 울렸을 때, 나는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세상으로 나왔다. 그때 나의 별자리는 길조를 가리켰다. 태양은 한낮을 맞아 처녀자리에서 높이 솟아있었고, 목성과 금성이 친근한 눈으로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수성도 악의적이지 않았고, 토성과 화성도 별 영향 없이 따로 놀고 있었다. 다만 그때 막 차오르고 있던 달만이 행성시에 다다르면서 그 반영의 힘을 한껏 발휘하고 있었는데, 그러므로써 달은 나의 탄생에 맞서고 있었지만, 그 시각이 지나기까지 완전히 성취되지는 못했다. 훗날 점성술사들이 나에게 매우 상서롭게 작용했다고 여긴 이 좋은 각도 덕분에, 어쩌면 나는 죽지 않고 살아났는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서투른 산파 때문에 나는 죽은 목숨으로 처음 이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저런 노력을 기울인 끝에야 나는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괴테, 시와 진실 첫머리)

 

) 선생님의 자서전이 저렇게 시작되더군요? 남달라서 한참 웃었습니다. 태양과 달, 별자리까지 동원된 이런 탄생 묘사는 처음입니다. 가히 우주적 기운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탄생하셨네요. 스스로의 탄생신화를 너무 멋지게 묘사하셨습니다. 스스로 특별하다는 의식이 좀 있으신 거죠?

 

괴테) 뭐 그건 알아서 해석하시게. 다만 1768년에 내가 중병을 얻은 적이 있어. 긴 요양생활을 하면서 자아성찰과 종교적 신비주의에 몰두했고, 연금술이나 점성술, 신비철학에 도취되었지. 이 모든 게 <파우스트>에 그 자취를 남기게 되었고, 내 자서전 첫머리에도 영향을 미친 거 같네.

 

) 선생님의 어린 시절은 어떠셨어요? 천재작가의 성장환경이 궁금한데요.

 

괴테) 자네 나의 생가를 가봤나? 거기 보면 내가 가지고 놀던 인형극장이 아직도 있지. 4살 생일을 맞이했을 때 할머니께서 선물해주신 거야. 내가 나름의 극본을 만들어서 가족들 앞에서 인형극을 공연했거든. 타고난 재능도 있었지만 그걸 놀이처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했어. 그리고 나의 어머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군. 이야기를 짓는 능력은 어머니한테 물려받았지. 이에 더해 어머니는 밤마다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간혹은 결말을 다음 날 밤으로 미루곤 하셨어. 그렇게 결말에 대해 나로 하여금 상상하게 하셨지.

 

) 어머! 저도 써먹어야겠네요. 그렇잖아도 애들끼리 인형극을 하곤 하는데 좀 더 그럴듯하게 장소도 만들어주고 티켓도 만들어서 가족들끼리 관람할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그거 좋은 교육방법인데요. 아이들이 극본을 써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어요!

 

) 선생님 작품을 읽어 보면 선생님과 주변인물 이야기가 제법 나오는 거 같아요.

 

괴테) 그게 내 작품의 매력이지. 자네 저번에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었다 했지? 그 친구는 자기 작품에 스스로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걸 눈치 챘나? 하지만 내 작품들은 모두 내가 경험한 것에 바탕을 두고 있어. 내가 사교성이 좋아. 친화력이 좋단 말이야. 사람들과의 관계와 체험에서 통찰이 나오더란 말이지. 그런 것이 결합되어 나의 작품들이 나온 거야. <젊은 베르터의 슬픔>도 내 이야기야. 그 친구 생일이 8 28일로 되어 있는 거 혹시 주목했나? 8 28일은 내 생일이야. 베르터는 나란 말이지. 계몽주의로 영혼이 아주 갑갑했는데 베르터의 입을 통해 다 토해냈었지.

 

) 어머! 저번에 일연 스님 인터뷰 할 때도 일연 스님 생신이었는데, 오늘도 그러고 보니 8 28, 선생님 생신이시네요. 268년 전 오늘 태어나셨군요. 그건 그렇고, 베르터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선생님은 그렇게 오래 사시고 말년까지 십대 소녀와 연애하셨으면서 엄한 젊은이들 자살로 몬 것은 너무하셨어요.

 

괴테) 행간과 맥락을 읽어야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지. 난 오히려 젊은 베르터의 슬픔을 쓰고 그 슬픔에서 벗어났는데 말이야. 젊은 베르터의 슬픔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그게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란 말이야. 비판적인 목소리도 많다고. 내가 평민이기는 해도 외할아버지가 시장이었던 데다가 아버지가 부유해서 어릴 때부터 부유한 시민계급이 누릴 수 있는 모든 호사와 고급 교육을 받았거든. 귀족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단 말이지. 그런데 귀족사회에 발을 들여 놓을 수는 없었어. 불쾌했지. 그런 기분들을 다 베르터의 입을 빌어서 도저히 보상받을 수 없을 정도로 불쾌한 일로 소개한 바 있어. 이렇게 글을 써대면 나는 나름 불쾌한 기분 등으로부터 해방이 된단 말이야.

 

) 그럴 수도 있겠네요. 소설가들을 보면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작가가 종종 있지요.

 

괴테) 자네도 써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거야. 다만 그로 인한 비판 요새 말로 치면 악플 등에 의연할 강한 멘탈이 있어야겠지.

 

) 선생님은 그런 악플에 가만 있지 않으셨죠. 제가 지금 파우스트를 읽고 있는 중인데요. 읽다가 선생님의 긴 뒤끝을 마주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궁둥이 마술사가 등장한 대목 보니까 니콜라이를 작정하고 까셨던 데요?

 

괴테) 그 놈은 나의 젊은 베르터의 슬픔이 나온 다음 해에 진짜로 젊은 베르터의 기쁨이라는 소설을 냈어. 내 작품을 조롱하다니, 불쾌하지. 그 놈은 파우스트 안에 궁둥이 마술사로 갇혀 영원히 까일 것이야!

 

) 할말이 없습니다. 두 분 다 어지간하세요.젊은 베르터의 기쁨은 저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그나저나 선생님이 살던 시절의 독일은 어땠어요? 선생님은 꽤 자유로운 영혼이던데.

 

괴테) 내 영혼이 자유로웠지, 내 조국이 자유로운 건 아니었어. 내가 살던 당시의 독일은 공화정이 아닌 군주정이었거든. 그래서 귀족이나 왕실에 속한 사람이 아니면 참정권이 없었어. 독일은 당시 서유럽에서도 후진국이어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뒤처져 있었어. 그런 사회에서 봉건제의 케케묵은 압박까지 있었으니 나처럼 자유로운 개인의 영혼을 더욱 강한 압박감을 느꼈지. 젊은 베르터의 슬픔은 사실 그런 분위기를 감안하고 읽었어야 해. 이성의 빛에 가려 무시되었던 감성으로 눈을 돌리며 쓴 글일 뿐이야. 왜 자살들을 하냐고.

 

) 잠깐 화제를 돌릴게요. 선생님을 그린 화가들이 많고, 파우스트의 삽화도 여러 화가들이 그렸더라구요. 그림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다가 선생님이 화가이기도 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화가 괴테는 생각지도 못했답니다.

 

괴테) 맞아. 한 때 화가로 자처할 정도로 그림을 제법 그렸지. 화가들과의 교류도 많았고. 나는 9살 때부터 그림을 배웠거든. 게다가 내가 살았던 프랑크푸르트는 미술품 교역의 중심지였어. 아버지도 약 1백여 점의 미술품을 갖고 계셨지. 우리 집엔 화가들 출입도 잦았어. 그림을 보고 화가들과 접촉하는 환경 속에서 사물에 대한 경험적 시각적 접근방식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거 같아.

 

) 제가 최근에 읽은 책을 떠올려 보면 시는 관찰에서 시작되던데요. 그림도 관찰에서 시작되죠.

 

괴테) 맞아. 그림과 시는 뗄 수가 없지. ‘시와 진실이라는 자서전에 내가 이미 말한 바 있어. 눈은 내가 세계를 파악하는 기관이었다고 말이지. 어릴 때부터 화가들 틈에 살다 보니 대상을 작품에 견주어 바라보는데 익숙해졌다고. 무엇을 보든 그 속에서 그림을 봤단 말이야.

 

) 선생님이 그린 그림만 해도 2 7백여 작품이던데요. 굉장해요.

 

괴테) 관찰을 통해 본질에 접근하고 그걸 다시 형상화 시키는 나의 표현방식은 사물을 바라보는 미술적 시각에 영향을 받았어. 특히 젊은 시절에는 떠오르는 착상을 메모로 남기는 게 아니라, 가벼운 스케치로 옮겨 놓았지. 내적인 느낌이나 창조적 시각을 중요하게 생각했거든.

 

) 우와! 떠오른 생각을 메모가 아닌 스케치로 남긴다는 거죠! 참신하네요. 저도 따라해야겠어요.

 

괴테) 나처럼 감각적이고 경험주의적인 사람에겐 그림은 직관적 인식에 도달하는 주요한 수단이었거든. 지금 파우스트를 읽고 있다고 했지? 삽화도 주의 깊게 보게나. 내가 어디에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 인간의 본성에는 우리가 보는 모든 것에 알맞은 말을 찾으려는 격렬한 욕구가 있지만 이 보다 더 강렬한 욕망은 다른 사람이 말로 표현한 것을 눈으로 보려 하는 것이라고 말이야. 소설이나 시에 나타난 인물을 잘하든 못하든 자신의 능력껏 눈 앞에 보여주는 화가를 나는 좋아했지.

 

) , 선생님. 오늘 생신 축하 드리구요. 인형극을 하곤 했던 어린 시절, 그림을 그리면서 시적인 관찰력을 기르신 덕에 파우스트와 같은 詩劇을 집필할 수 있으셨네요. 오래 사신 덕에 한 번의 인터뷰로는 선생님의 삶을 품을 수가 없네요. 지면 관계상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내 마음 속 책갈피

 

드리는 말씀

 

31 그들은 이제 나의 다음 노래를 듣지 못하게 되었으며

정다웠던 모임도 흩어지고 말았다.

아아, 처음에 울렸던 반향도 사라지고

나의 노래는 낯선 무리들에게만 울리게 되었구나.

4살의 괴테가 할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인형극장을 가지고 스스로 인형극의 극본을 짜고 연출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흐뭇하게 바라보는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그리고 괴테의 여동생. 상상만으로도 훈훈하다. 노래라 표현되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 얼마나 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었을까. 이제 그가 들려주고자 하는 노래는 미래의 낯선 무리들이다. 정다운 이들이 가고 낯선 이들이 귀를 기울이는 상황 속에서 파우스트를 시작하려는 괴테의 사명감이 느껴진다. 어려워도 감사히 읽자. 프랑크푸르트의 정다운 모임을 상상하며. 

 

32 굳은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 같고/ 눈앞에 있는 것이 아득히 보이며,/ 사라진 것이 다시 살아나는구나.

 

34 그 같은 기적을 각계각층의 구경꾼들에게 나타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시인뿐일세. 여보게, 이번에 그렇게 좀 해보게나.

 

34 시인/ , 제발 그 가지각색의 난잡한 무리들 말씀은 마십시오.

그들을 보기만 해도 시인들의 정신은 날아가 버립니다.

 

34 시인/ 제발 나를 고요한 천국의 한구석으로 데려다 주십시오.

거기서만이 시인의 순수한 기쁨이 꽃피는 것입니다.

 

34 시인/ ! 여기 우리들의 가슴 속 깊이에서 솟아나는 것,

그것을 입술은 수줍은 듯 더듬어 보는 것입니다. 

 

34 시인/ 황홀하게 번쩍이는 것은 순간을 위해서 태어난 것이고,

참된 것은 후세에까지도 길이 남는 법입니다.

 

37 시인/ 명색이 시인이란 자가 자연이 베풀어 준 최고의 권리,

하늘이 베풀어준 권리, 천부의 재능.

 

37 시인/ 그것은 가슴 속에 치밀어 올라/ 세계를 자기 심장 속에 다시 잡아 들이는 화음의 힘이 아닐까요?/ 자연은 끝없이 긴 실을/ 되는대로 물레에 감아 넣습니다./ 조화를 이루지 못한 삼라만상이/ 엉클어져 어수선하게 소리를 냅니다./ 이처럼 단조롭게 한없이 흘러나오는 연줄을 갈라 내어/ 가락을 만들고 생생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누구란 말입니까?

 

38 보잘것없는 푸른 잎을 엮어서

갖가지 공훈의 명예로운 관으로 만드는 것은 누구일까요?

/ 그것은 시인의 마음속에 제시되는 인간의 힘이 아니겠습니까.

 

38 어릿광대/ 우연히 가까워지고, 무엇인지를 느끼고 발을 멈추고

그리곤 서로 뒤얽혀 꼼짝도 못하게 되지요.

행복이 자라면 방해가 끼어들고,

황홀해지면 고통이 찾아들고,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미 소설이 되어 있단 말이에요.

 

39 어릿광대/ 우울한 양분

 

39 어릿광대/ 완성된 인간에겐 어쩔 수 없지만

아직 성장하는 인간은 언제나 고맙게 생각할 것입니다.

 

39 시인/ 그럼 내 자신이 아직 젊었던

그 시절을 돌려 주시구료.

 

40 단장/ 망설이는 자에겐 결코 기분이 날 리 없고,

자네가 시인이라 자처하고 나온 이상은,

시에게 호령이라도 해서 불러 보시구료!

 

41 단장/ 알다시피 우리 독일의 무대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볼 수가 있단 말입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배경이건 도구이건

아낄 필요가 없소.

햇빛이건 달빛이건 마음대로 쓰고,

별빛 따위도 마음껏 써도 상관이 없소.

물도 좋고 불도 좋고 돌벽도 좋고,

짐승이나 새들까지도 마음대로 해보시구료.

그러나 이 비좁은 판잣집이지만

피조물의 전 영역을 끝까지 거닐며

신중하게, 서둘지 말고,

천국에서 이 지상을 지나 지옥에까지 사건을 끌어가 보게.

사건이라 함은 우리의 인생.

 

천상의 서곡

 

42 바위며 바다며 영원히 빠른

천체의 운행에 휩쓸려 간다.

 

42 미하엘/ 길기도 깊은 작용의 사슬을 빚어 낸다.

 

43 셋이 함께/ 천지개벽의 그날처럼 여전히 장엄하다.

 

43 메피스토펠레스/ 그놈들은 그것을 이성이라 부르고 오직 그것을,

어느 짐승보다도 더욱 짐승답게 사는 데에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계몽주의에 등 돌린 괴테, 이성보다는 감정이 중요하다는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44 메피스토펠레스/ …인간들의 비참한 생활을 보고 있노라면 하도 딱해서,

저 같은 놈까지도 그 불쌍한 놈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을 정도입니다.

도대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최악이면 악마조차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시는지.

 

44 / 그대는 파우스트를 아는가?

하나님과 사탄 사이의 거래에서 욕봤던 욥이 생각나는 대목.

 

44 / 정원사도 어린 나무들이 푸르러지면

꽃과 열매가 머지않아 닥칠 계절을 장식하리라는 것을 아는 법이다.

 

45 / 인간이란 노력하는 동안에는 헤매느니라.

많은 이들이 밑줄 그었을 거 같다. 방황 중이라는 것은 노력 중이라는 것. 나는 지금 헤매이는가. 노력 중인가.

 

45 / 착한 인간은 설혹 어두운 충동에 휩쓸릴지라도,

올바른 길은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주님이 믿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이 신뢰의 근거는 무엇인가.

 

46 인간의 활동은 너무나도 이완하기 쉽고,

자칫하면 무조건 휴식을 좋아하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친구를 붙여주어,

그들을 자극하고 정신차리게 하며 악마의 일을 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 친구라는 놈은 어떤 꼴을 하고 보내주시는 것인지요? 병인가요, 사고인가요. 이완된 인간의 활동이 뭐 어때서요. 휴식을 좀 좋아하면 어때서요. 왜 노는 꼴을 못보십니까.

 

 

비극

 

1

 

 

49 파우스트/ 모든 활동을 일으키는 힘과 종자를 직관할 수 있고,

더는 부질없이 말들을 들추지 않아도 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말이 필요 없는 경지에 대한 동경

 

49 파우스트/ 온갖 지식이 빚어내는 자욱한 연기 속에서 벗어나,

너의 이슬에 몸을 씻어 건전해질 수는 없을까.

온갖 지식이 시야를 밝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욱하게 할 수도.

 

50 신은 인간을 살아있는 자연 속에

만들어 넣어 주셨는데

너는 그을음과 곰팡이 속에서

짐승과 사람의 해골에 싸여 있단 말이냐!

자연 속에 내던져진 우리 인간은 여름이면 에어컨, 겨울이면 히터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살아있는 자연의 품 안에 안겼거늘, 애써 버둥거리며 둘러싸일 이성의 해골을 만든다.

 

51 영의 세계가 닫힌 것이 아니라,

그대의 의식이 막히고 그대의 심장이 죽었노라.

일어나거라, 학도들이여. 참고 견디어

세계에 젖은 그 가슴을 아침 햇살에 씻어 내라.

천국의 문이 닫힌 것이 아니라 그 천국의 문으로 가는 길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의식이 흐르게 하고 심장을 살리자. 가슴으로 보자.

 

54 이처럼 시간의 소란한 베틀에 매달려,

신의 생동하는 옷을 나는 짜내고 있다.

 

56 파우스트/ 그러나 진정 자네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면

결코 사람들의 마음을 찌르지 못할 것일세.

문재인도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말솜씨는 없으나 그 진정성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56 바그너/ 그렇지만 웅변가는 말솜씨로 성공하는 것이 아닌가요.

말솜씨로 성공하고 글솜씨로 성공할 생각을 하지 말라. 솜씨는 외피일 뿐.

 

57 두뇌가 있고 마음만 곧으면

재주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절로 나오는 법일세.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라면

말투를 꾸미려고 애쓸 필요가 있나.

제인구달이 그랬다. 머리와 가슴만 연결이 되면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고. 똑똑한 머리와 따듯한 가슴이 지금 연결이 안되고 따로 논다. 머리만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 문제이다.

 

57 바그너/ 아아!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습니다!

 

57 파우스트/ 그것이 자네 자신의 영혼에서 솟아나지 않는 한

시원한 생기는 얻지 못하는 법일세.

 

57 바그너/ 죄송합니다. 그러나 모든 시대 정신 속에서 자기를 옮겨 놓아,

현명한 선인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살피고,

마침내는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훌륭하게 발전시켰는가를

살피는 것도 역시 지극히 즐거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58 파우스트/ 언제까지나 헛것에 들려 가지고

탐욕스런 손으로 보물을 파내려다,

지렁이를 발견하고 좋아서 날뛰는구나.

영들의 기운이 자욱이 나를 싸고 돌던 이곳에서

저런 인간의 목소리가 울려서야 되겠는가?

인간의 목소리가 어디 개 짖는 소리처럼 취급되고 있는 중.

 

59 창조하면서 신들의 생활을 즐길 수 있으리라고,

신들의 생활이 별 거 아니다. 창조하는 삶.

 

59 너를 끌어낼 힘은 내게 있었지만,

너를 붙잡아 둘 힘이 내게는 없었던 것이다.

 

60 이런 시름은 항상 새로운 탈을 뒤집어쓰고 나타난다.

때로는 집이 되고 대궐이 되고 계집이 되고 자식이 되며,

혹은 불이 되고 물이 되고 비수도 독약도 될 수 있다.

 

61 이런 가운데 내가 구하는 것을 찾아내려고 한단 말이냐?

진흙 속의 연꽃처럼        

 

61 내게는 아무 소용 없는 낡은 도구들이여,

너희들은 내 부친이 사용했기에 여기 있는 것이다.

 

62 조상한테 물려받은 것을

진정한 제 것으로 하자면 제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쓸데없는 물건은 무거운 짐이 될 뿐이다.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만이 순간 순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62 새로운 날이 새로운 기슭으로 나를 부른다.

 

65 하지만 저 노랫소리는 어린 시절부터 젖었던 것이기에

지금도 나를 삶의 속으로 다시 불러들이는구나.

 

71 이것이 돌격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기억하는 일본의 콘돔 이름이 돌격이었다. 그거 씻기가 그렇게 싫었다고. 여자를 정복의 대상, 돌격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에서 나올 수 있는 이름.

 

71 태양은 만물에 빛을 주어 생기를 돋우려 한다.

광합성 하듯이

 

72 여기서는 나도 인간이다. 여기서는 나도 인간다워질 수 있다.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 인간다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인간의 참다운 천국이 있을까.

 

75 위대한 선생님께서 길이길이 장수하셔서

오래도록 인명을 구해 주시기를!

사부로 모셨던 전성수 약사님이 올해 5 15일에 돌아가셨다. 그 분은 살아계신 동안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일에만 몰두하셔서 언젠가 약사님은 사회를 위해 오래 사셔야 한다고 말씀 드린 적이 있다. 내가 오래 살수록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지(거꾸로 빨리 저 세상 가야 남은 사람 속 편한 인생이 되어서는 안되겠지).

 

78 우리는 모르는 것을 반드시 필요로 하며

알고 있는 것은 별로 소용이 없는 것이다.

 

79 두루미가 제 집을 찾아 날아가는 것을 볼 때면,

사람의 감정이 하늘 높이 위로 치닫는 것은

누구나 타고난 천성이 아니겠는가?

 

81 내가 보기에는 장차 인연을 맺으려고,

우리들 발에다 눈에 띄지 않는 마법의 올가미를 치고 있는 것 같네.

인연을 볼 수 있는 제 3의 눈이 있어. 사람들 사이에 거미줄처럼 허옇게 쳐진 인연의 그물망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좋은 인연은 파란색, 악역은 빨간색. 그렇게 미리 인간관계도 예방할 수 있는 제 3의 눈.

 

85 삶의 시냇물

 

85 그러나 어째서 생명의 흐름이 이다지도 빨리 고갈되고,

우리는 다시금 갈증을 느껴야 하는가?

 

86 만일 내가 영의 계시를 올바르게 받고 있다면,

그와는 달리 옮겨 놓아야 할 것이다.

그대로 받아 적지 않는 청개구리.

 

86 “태초에 행동이 있었느니라.”

 

87 이런 지옥에서 반편으로 태어난 놈에겐

솔로몬의 열쇠란 주문이 잘 들을 것이다.

 

90 여행하는 학생 차림

 

91 그러니까, 오래지 않아 빛은

물체와 더불어 멸망하고 말 것이오.

 

92 볼품 없는 세상

 

100 내 가슴 속에 살고 있는 신은

나의 가장 깊은 마음의 밑바닥까지 뒤흔들어 놓을 수는 있지만

나의 온갖 힘을 지배하는 이 영은

외부의 것은 하나도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에겐 이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 무거운 짐이 되고

죽음만이 바람직하고, 삶이란 그저 저주스럽기만 하다.

 

102 메피스토/ 저것은 우리 집

어린 것들이지요.

얼마나 점잖은 투로

환락과 행동을 권하고 있나 들어 보시오.

오관의 움직임과 피의 흐름이 막힐 듯한,

고독의 경지에서

당신을 넓은 세상으로

그네들은 당신을 유혹하려 하오.

독수리처럼 당신의 생명을 쪼아 먹는

번민을 가지고 희롱하는 것은 그만두시오.

아무리 졸렬한 인간이라도, 어울려 보면,

당신도 인간은 인간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당신을

천민들 속으로 떠밀어 넣자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결코 위대한 인간은 아니지만,

당신이 나와 함께 어울려,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라면,

나는 당장에 기꺼이

당신의 것이 되겠소이다.

 

105 내가 어느 순간을 보고, 섰거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하고 말한다면,

너는 나를 꽁꽁 묶어도 좋다.

이 한마디면 끝날 것을, 이 한마디를 그렇게 안 해서 600여 페이지가 되었다. 그나저나 내가 멈춰라!라고 명할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은 어떤 장면이 될까.

 

106 한 군데 머무르게 된다면 난 노예에 틀림없다.

방랑 방랑 방랑

 

106 아니, 증서까지 받자는 거냐, 속된 자로군.

자넨 대장부를, 대장부의 일언이 어떻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냐.

나의 입에서 나온 말이 영원히

나의 일생을 지배한다는 것으로 충분치 않단 말이냐?

세계는 무수한 물줄기로 갈라져서 흘러가는데

나는 한 가지 계약에 매여 있어야 한다는 말이냐?

 

그렇지만 글씨를 쓰고 도장을 찍은 양피지는

누구나가 두려워하는 도깨비와 같은 것이다.

문자는 붓끝에서 이미 생명을 잃게 되고,

장정이나 뚜껑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외국계 회사 다닐 때 disclaimer 쓰는 것을 보고 인간미 없다 생각되었다. 보험약관도 그렇고 이제는 한국도 다 그런 분위기이지만. 우리는 환불규정 그냥 구두로 안내한다. 상식적인 선에서 하면 되니까. 읽고 사인해서 그걸 기록에 남기는 거 하고 싶지 않다. ‘사인은 붓끝에서 이미 인간미를 잃게 된다.’

 

107 시간의 시끄러운 급류 속으로

사건의 어지러운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자!

그러면 고통과 향락이!

성공과 차질이

마음대로 엉클어져 닥쳐와도 좋다.

그러고 보니 인생은 차근차근 촤르륵 펼치지진 않는다. 어떤 시기는 시간이 굉장히 빨리 간 거 같고, 어떤 시기는 좀 느렸던 것도 같고, 그런 시끄러운 시간의 급류 속에서 사건은 소용돌이를 만들어왔다.

 

108 이 모든 것은 온통 신 하나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오.

신은 자기만 영원한 광명 속에 있으면서

우리네는 암흑 속에다 처박아 넣었소.

그러네 진짜. 자기만 빛 속에 있네.

 

109 시간은 짧고 예술은 길단 말씀이예요.

시인이란 작자하고 결탁하도록 하시지요.

 

110 아니 선생, 당신은 사물을

그저 세상 사람들이 보듯이 그대로 보고 있군요.

세상 사람들이 보듯이 보지 말고 신이 보듯이 사물을 봐라. 그것이 힘들면 시인이 사물을 보듯이, 화가가 사물을 보듯이 봐라. 그대로 보지 말아라. 그 속을 봐라, 그 뒤를 봐라.

 

112 거짓 정신으로 기운을 돋아 보자꾸나.

, 네놈은 틀림없이 내 손아귀에 들었다

운명이 그에게 쥐어 준 정신은

억제할 길 없이 마구 앞으로 치닫고,

지나치게 성급한 그의 노력 때문에

이 지상의 환락은 눈여겨보지도 않고 뛰어넘을 것이다.

내 저놈을 거친 생활과

평범 무의미한 속사 속에 끌어넣으리라.

 

114 메피스토/ 세월은 빨리 가버리는 것인즉 시간을 아껴 쓰게.

하지만 규칙 있게 움직이면 시간을 얻을 수 있을걸세.

하나 둘 셋 순서가 필요한 것을 배우게 될걸세.

사실 사상의 공장도

훌륭한 직조품과 같은 것이어서,

한 번 밟으면 천 올의 실이 움직이고

북이 이리저리 넘나들며

실들은 눈에도 안 보이게 흐르고

한 번 치면 수천의 연결이 이루어지는 것일세.

철학자는 들어와서

자네들에게 이것은 이래야 된다고 증명을 할걸세.

이런 이론을 어디서나 칭찬을 하지만

그런데 훌륭한 방직공이 된 자는 없단 말일세.

살아 있는 것을 인식하고 기술하려는 자들이

우선 정신을 그 속에서 내몰고자 한단 말이야.

그래서 부분적인 것은 손에 넣고 있지만,

딱하게도 정신적인 유대가 없게 마련이거든.

이것을 화학에서는 엥케레진 나투래(自然操作)라고 부르지만

자기 스스로를 조롱하는 것밖에는 안되는 것이면서도 그 이치를 모르고 있다네.

 

116 그렇다고 해도 필기는 열심히 해 둬야 하네.

마치 성령이 자네한테 구술하는 것처럼.

86 페이지의 파우스트의 말과 여기에서의 메피스토의 말이 다르다. 파우스트는 영의 계시를 올바로 받고 있다면, 그와는 달리 옮겨 놓아야 할 것이라고 함.

 

118 그리고 환영하는 표시로 다른 친구들이 여러 해 동안 어루만지던

소중한 일곱 군데를 손으로 더듬어 보게나.

맥을 짚어 보는 것도 잘 알아서 해야 하네.

 

119 학생/ (읽는다.) 그대 신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게 되리라.

이왕이면 신과 같이 되어 창조하게 되리라로 할 것이지. 선악을 알게 되었는지도 의문이고 선악을 알게 되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유익을 가져다 줬는지도 모르겠다.

 

121 내가 마련하는 약간의 불기운이

열정, 추진력이 될 수도 있다.

 

131 (야릇한 태도로)

포도 송이는 포도 덩굴에!

뿔은 염소의 수놈에 나네.

포도주는 액체고, 덩굴은 나무,

나무 책상에서도 포도주가 솟네.

자연을 깊이 통찰하시오!

여기 기적이 있으니, 믿어만 주오!

, 마개를 빼고 맛을 보시오!

자유로운 연상

 

135 당장에 밭으로 나가시구료./ 그것을 갈고 흙을 파헤쳐 보시구료,/ 그리고 몸과 마음을/ 극히 제한된 범위에 두어 보시오.

 

136 파우스트/ 그런 일엔 내 손이 익숙치 않고,/ 손에 괭이를 들 생각까지는 없다./ 그런 답답한 천지는 내게 어울리지도 않는다.

 

136 파우스트/ 하필 노파라야 한단 말인가!

 

136 메피스토/ …이런 일은 기술과 학문만이 아니라,/ 인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140 짐승들/ 우리도 운이 트이고/ 잘되면/ 사상이 있다고 하겠지요!

 

143 메피스토/ 이 세계를 모조리 핥고 다니는 그 문화라는 것이,

 

145 마녀/ 열은 즉 공이니라.

 

146 메피스토/ 셋이 하나라느니, 하나가 셋이라느니 하며,

진리 대신에 오류를 퍼뜨리고 있단 말씀이오.

 

146 마녀/ 애태움이 없이 차지하리라.

주석: 젊어지는 영약은, 과학적 사고의 산물이 아니다. 사고하지 않는 자에게는 우연하게 주어진다. 결국 따지지 말라는겐가.

 

147 마녀/ 여기 노래가 하나 있어요. 가끔 이것을 부르시면/ 각별한 약의 효과를 느끼시게 될 거예요.

 

153 파우스트/ ... 그리고 만족이 따듯이 숨 쉬고 있지 않느냐!/ 이런 가난 속에 이런 뿌듯한 기운이 가득 차 있구나!

 

154…할아버지의 시든 손에 입을 맞추었으리라.

 

154…이런 오막살이도 네 손으로 천국이 되는 것이다.

 

155…그리고 신성하고 깨끗한 힘이 작용하여, / 여기에 신들과 같은 아름다운 소녀가 길러진 것이다.

 

160 얼굴이 잘나고 젊어야 무슨 소용이 있담.

 

162 교회는 튼튼한 위장을 가졌으니,/ 허다한 나라들을 집어삼켰지만/ 아직 한 번도 체한 적이 없소이다./ 사랑하는 부인네들, 오직 교회만이/ 불의의 재물이라도 소화시킬 수 있는 거요.

아빠가 사업이 잘되던 시절, 교회에 건축헌금 약정을 했던 모양이다. 1979년 오일 쇼크가 오고 사업이 망했을 때조차 교회 전도사가 약정된 헌금을 받으러 집에까지 찾아 왔다고 한다. 다른 교회로 옮기는 계기가 되었는데, 참 징하다 싶다.

 

167 메피스토/ … 제발 그 사람을 위해 미사를 삼백 번 올려 주시란 것입니다.

 

168 메피스토/ 아마 마지막 숨결 속에서 한 헛소리겠죠.

 

176 파우스트/ , 이렇게 단순하고 순진한 아이란,/ 자신의 신성한 가치를 조금도 모르는구나./ 겸양지덕이란, 지혜롭게 분배하는 이 자연의/ 지고한 보물인 것을!

 

184 파우스트/ … 화려한 자연을 내 천국으로 주었고,/ 그것을 느끼고 즐기는 힘도 주었다.

신이 준 자연도 천국일 것이고, 나의 외모와 기질, 성격 등도 일종의 주어진 자연의 하나이다. 이미 천국의 조건은 주어졌고 천국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힘을 찾는 것이 중요.

 

185 파우스트/ …너는 나를 안전한 동굴로 인도하여,/ 내 스스로 돌아보게 하였다.

안전한 동굴은 파우스트의 성소.

 

185 파우스트/ …전설의 세계에서나 나올 듯한 은빛 모습들이 떠올라/ 성찰의 준엄한 욕구를 달래 주었던 것이다./ …너는 나를 점점 신들에게/ 가까이 데려다 주는 이런 환희에다,/ 동시에 귀찮은 동행을 붙여 주었다.

신들에게 가까이 가기 위한 여정 속에 귀찮은 동행은 필수품. 영웅여정 공식.

 

187 메피스토/ … 이윽고 고상한 직관인가 하는 놈을.

 

189 메피스토/ …사내와 계집을 만들어 낸 신도/ 스스로 뚜쟁이 노릇을 하는 것이/ 가장 고귀한 사명이라고 곧 깨달았단 말씀이에요.

 

196 파우스트/ …감정만이 전부요./ 이름 따위는 천장의 불길을 어렴풋이 싸고 도는/ 허무한 울림이거나 연기와 같은 것이오.

 

197 마르가레테/ …그 사람의 얼굴처럼/ 내 가슴에 못을 박는 얼굴을 못 봤어요.

 

201 둘이 붙어서 핥고 빨고 하다가, 결국 꽃이 떨어져 버린 거지.

 

202 …남이 한 짓이 검게 보이면 그의 검정색이/ 아직도 멀었다고 더욱 시커멓게 먹칠을 했지./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모든 것은,/ 하나님, 얼마나 아름다웠으며! , 얼마나 즐거웠나요!

남녀상열지사를 너무 죄로 몰고 가서, 얼마나 많은 젊은 여인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렀는지.

 

209 …아직 아무런 분별도 없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어./ 너에게만 조용히 말해 두지만/ 어쨌든 너는 이젠 창녀가 되어 버렸다./ 그게 아마 당연한 노릇인지도 모르겠다.

 

210 어둡고 비참한 구석에서/ 걸인이나 병신들 틈에 숨어서 지내야 된다.

 

215 그렇게 헛되이 타 버릴 필요가 어디 있겠나./ 안됐지만 우리가 올라가는 길을 좀 밝혀주게.

어차피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면 그 결과물이 유익할 땔감을 집어 넣어야. 나의 땔감은?

 

215 도깨비불/ 황송합니다. 어디 저의 주책없이 흔들거리는 성품을/ 어떻게든 억제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저희들이 갈짓자로 걷는 버릇은 용서하십쇼.

 

217 나그네의 발목을 낚으려 한다./ 나그네의 길을 어지럽힌다.

방랑은 깨달음 또는 과녁을 찾기 위한 필요한 여정. 하지만 그 여정엔 나그네의 발목을 잡고 길을 어지럽히는 딴지가 있기 마련.

 

221 빗자루도 태워 가고 지팡이도 태워 간다./ 갈퀴도 타고 오고, 염소도 타고 오라./ 오늘도 못 오르는 놈들은/ 영원히 구원될 수 없는 놈들이라네.

 

221 고약으로 칠해 기운을 내거라./ …오늘 날지 않는 놈은 영원히 못 날으리.

 

223 커다란 세계 안에다 작은 세계를 꾸미는 것은/ 오랜 옛날부터 내려온 일이니까요.

 

223 보시다시피 젊은 마녀애들은 발가벗었고,/ 나이 든 것들은 꽤 맵시 있게 몸을 가리고 있습죠.

 

224 저놈이 가진 촉각으로/ 벌써 내 본성을 냄새 맡아 냈단 말이오.

 

224 우두커니 혼자서야 집에선들 못 있겠소이까.

 

224 장군/ 평민들이란 마치 계집들 같아서/ 줄곧 젊은 놈들만 죽자 사자 한단 말이오.

 

224 재상/ 현대는 너무나 궤도를 벗어나고 있소./ 앞 시대 사람들이야 훌륭했죠./ 사실 우리가 무슨 일에건 중용되었던 시절이 참다운 황금시대였었지요.

과거는 추억하면 다 황금시대. 힘들었던 기억은 증발해버린다.

 

225 술통이 차츰 밑바닥이 드러나면 술이 탁해지듯이/ 어째 세상도 다 된 것 같군요.

 

226 메피스토/ 이 뒤끓는 군중들이 위로만 가려고 하고 있지요./ 당신은 남을 밀고 있다고, 생각할른지 모르지만 밀리고 있는 거요.

인생도 이런 경우가 많지. 나는 그 궤도에서는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지만.

 

227 궁둥이 마술사/ …우리는 세상을 계몽하고 있는 것이다./ 악마들이란 규칙을 무시하는 놈들이란 말이다./ 우리는 이렇게 총명해졌는데 아직도 테겔 근처에는 도깨비가 나온다./ 나는 정말 오랫동안 미신을 쓸어 버리려고 애를 썼는데./ 조금도 깨끗해지지 않았다. 괘씸한 노릇이다!

불쌍한 니콜라이. 영원히 까이고 있다.

 

228 그래서 거머리가 저놈의 엉덩이에 붙어 있는 동안은/ 도깨비들과 제 심령에서 해방되는 것이지요.

 

229 파우스트/ 사실 저 눈은 죽었을 때/ 사랑하는 이의 손이 감겨 주지 않은 눈이다.

슬프다. 인천 초등학생 살해사건이 생각난다. 엄마가 그 아이의 눈을 감겨주었다지. 사랑하는 이의 손이 감겨 주지 않은 눈,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이다.

 

230 이 작품을 쓴 사람도 도락으로 썼거니와/ 연기를 하는 사람도 도락으로 하는 것이외다.

작품을 쓴 사람도 즐겁게, 연기하는 사람도 즐겁게. 이 세상을 창조한 신도 즐겁게 인간도 주어진 그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은 시나리오였을까.

 

231 두 사람이 서로서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헤어져서 살아 볼 필요가 있단 말이다.

얼마 전 고모 할머니 뵈러 갔는데 할아버지 89, 할머니 86. 오래 같이 살 수 있었던 비결을 여쭈니 내가 생각해봤는데 오래 같이 살 수 있었던 비결은 떨어져 살았기때문이야라고 하셔서 한참 웃었다. 군대 6년 등 떨어져 살 상황이었다. 방도 따로 밥솥도 따로인 것을 보고 이것이 해로의 비결임을 알았다.

 

232 슈네케, 슈니케, 슈니크 하고/ 납작코에서 흘러나오네.

 

232 그런 동물이 있지도 않지만/ 시에서라면 그래도 있을 수 있지.

시는 상상하는 그 무엇이건 존재하는 공간이다.

 

233 나뭇잎의 개구리에 풀 속의 귀뚜라미,/ 노래의 박자를 틀리지 마라!

박자를 틀리지 말라고 명령했지만, 사실 자연의 모든 리듬은 그 박자를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연주한다. 자연 그대로가 완벽한 것이다. 인간이 자연 그대로 완벽하게 살려면 어떠해야 할까.

 

236 하지만 악마(Teufel)하고 운이 맞는 건 의혹(Zweifel) 뿐이지./ 그러니 회의론자인 나만이 이 자리에 올 자격이 있다 할 수 있지.

 

237 자비로운 자연과 신령이/ 너희들에게 날개를 주었나니/ 나의 가벼운 발길을 따라서 오라

날개가 재능이라고 할 때, 그러한 천부의 재능이 주어진 경우 그 날개로 가야 할 장미의 언덕이 어디 있는지를 발견하는 것이 인생의 의미일까. 나의 재능을 기다리는 나의 언덕은 어디에 있을까.

 

238 영원히 죄를 용서하는 자의 눈앞에서 그 몸부림치던 괴로움을 제일 먼저 받은 자만으로도 모든 인간의 죄가 충분히 씻어지지 않았다니 알 수 없는 노릇이구나.

죄사함을 받았다고 했거늘 너무나 많은 여인들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행복감과 비참함을 함께 겪어야 했다. 누가 누구를 단죄하는가.

 

239 메피스토/ …당신들같이 죽어야 할 운명을 지닌 불쌍한 인간들에겐 부여되어 있지 않단 말이에요.

 

248 그리고 어린애는 내 오른편 가슴 있는 데다 묻어 주세요.

죽어서도 수유를 하려 함이었을까. 그런 마음으로 읽으니 슬프다.

 

비극

 

2

 

256 몸은 작아도 마음이 넓은 요정들은,/ 구원을 줄 수 있는 분에게로 달려갑니다./ 거룩한 자이건 흉악한 인간이건,/ 불행한 이를 그들은 불쌍히 여깁니다.

 

257 가책의 화살/ 레테 강물

뽑을 수 있는 화살처럼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손에 만질 수 있는 것이면 좋을 터이고, 레테의 강물이라는 것이 있어 나쁜 기억은 다 씻어 잊게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257 여기 이 고달픈 사람의 눈에다,/ 하루의 문을 닫아 주려무나.

 

258 (무시무시하게 큰 소리가 태양이 다가옴을 알린다.)

 

258 이미 새날은 태어났도다./ 빛이 이다지도 소리를 낸단 말인가!

 

259 나의 주위에는 낙원이 전개되는구나!

 

260 애닯게 바라는 희망이 추근추근하게,/ 지고의 소원을 향해 치달아 오르다가, 성취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을 발견하면 아미 이런 기분이리라.

 

261 무지개는 인간의 노력을 비치는 거울./ 그것을 보고 생각하면 좀 더 잘 알게 되리라./ 인생은 채색한 영상에 불과하다.

 

264 불법이 합법적으로 세상을 지배하고

파우스트가 갖는 보편성. 그 때나 지금이나 불법이 합법적으로 세상을 지배한다.

 

264 그리고 무죄라도 홀로 양심만 지키는 날이면,/ 유죄 판결이 난다는 것은 아시고 계실 것이옵니다.

 

267 전에는 술광에 술통들이 들이쌓이고,/ 산지도 연수도 최상의 것뿐이었는데,/ 귀족들이 무한정 퍼마시는 바람에/ 마지막 한 방울까지 동이 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구라 생각해도 되겠다. 공기와 물을 비롯하여 지구의 모든 아름다운 자연이 우리들이 무한정 써버리는 바람에 마지막 한 방울까지 동이 나고 있다.

 

267 유태인 장사치는 인정사정없이,/ 다음 해 세입을 담보로 한 푼이라도 꾸어 주기 때문에/ 해마다 일년 앞당겨 마시는 꼴이 됩니다.

괴테와 셰익스피어, 그들의 희곡에 등장하는 유태인의 모습이 비슷하다.

 

268 지혜의 힘이란 아주 깊이 묻혀 있는 것이라도 파낼 수가 있습죠.

 

271 천치가 불어넣고 박사가 지껄이는 것이다.

영혼 없는 두뇌, 작금의 상황이다. 박사라는 권위와 타이틀에 사람들의 귀가 열리나, 정작 그 귀에는 천치가 지껄이는 소리가 흘러 들어간다. 권위와 타이틀에 의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리석게 느껴진다. 나는 라벨 떼고 사람을 파악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역시 오만과 착각일까.

 

272 영원히 지배하는 자연의/ 신비로운 작용을 몸에 느끼시는 것이지요.

달을 보며 반응하는 것은 늑대만이 아니다. 달의 주기와 함께 하는 여성의 월경. 자연의 지배가 우리 몸에 작용할 때 그 신비로움을 느낀다. 아이의 탄생 과정 역시.

 

274 백주에 사물을 인식하는 것쯤은 어린애 장난이며,/ 신비는 암흑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법이외다.

명확하지 않은 것. 어렴풋한 것을 찾아라. 신비건 진실이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암흑 속에 있다. 그 암흑을 밝힐 나의 무기는 무엇일까.

 

274 천상의 것으로써 지하의 것을 얻어 내야 할 것입니다.

 

276 저 자들이 설령 현자의 돌을 가졌다 한들,/ 현자는 가 버리고 돌만 남을 것이다.

 

277 모자 속에선 얼마든지 약삭빠르게 굴 수 있지요.

 

277 결국 이 세상이란/ 오만 가지 익살을 부린다 해도/ 예나 지금이나, 한 사람의 큰 천치에 불과하군요.

 

279 자연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물건이라도,/ 유행은 그것을 만들어 냅니다.

 

280 挑戰/ 화려한 공상의 꽃은/ 결심이 되어 있다면/ 그날그날을 위해서 피어나리라./ 자연이 아직 드러내지 못한 신기한 모습을 보여 다오./ 푸른 줄기에 황금빛 방울처럼/ 탐스러운 곱슬머리에서 내려다보마 그러나 우리는

가짜에 대한 진짜의 도전.

 

280 장미꽃 봉오리/ 희망을 약속하고 그 희망이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 꽃의 나라에서는,/ 눈도 마음도 가슴도 함께 지배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말이다. 희망을 약속하고 그 희망이 이루어지는 꽃의 나라.

 

280 열매는 유혹하려 들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맛을 보며 즐기면 됩니다.

 

282 서로 유혹하고 환심을 사려 하고 붙잡고 도망치고 잡아 두려고 하여 즐거운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 낸다.

대학교 축제가 이러했지. 재미있는 시절이었다. 더 놀았어야 했는데.

 

283 나무꾼들/ 우리네가 땀 안 흘리면/ 당신네는 얼어 죽어요.

땀과 凍死가 잘 대비되네.

 

286 의전관이 여러 시인의 등장을 알린다. 자연 시인, 궁정 찬미 가수, 기사 찬미 가수, 상냥한 시인 등 모두가 앞을 다투며 남에게 낭독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어떤 시인, 몇 마디 말하고 살금살금 사라진다.

시인들의 등장이 잦았던 것이 낭만적으로 보인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가슴이 덜 메말랐었나 싶고. 지도자들이 시를 즐겨 들었던 것은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했던 것이 문제였겠지. 시인들끼리 나름의 경쟁도 있었던 걸 보면 시인의 정신은 사라지고 그 때도 그냥 현실이었을까.

 

286 풍자시인/ …사람마다 듣기를 꺼리는 것을/ 나는 노래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288 이 실낱의 한계도 생각해야 합니다./ 조심들 하세요. 실이 끊어집니다.

 

289 누구나 천치가 되어 자기의 결점을 자랑하는 판이니,

 

290 이쯤이면 화해를 해도 꺼림칙한 것은 남게 마련이지요.

특별히 화해를 청하지 않아도 예전처럼 복원되는 관계가 있고 화해를 해도 꺼림칙한 것이 남는 관계가 있다. 이해의 폭이 다르고 자꾸만 엇박자가 나는 관계인데 억지로 회복할 필요가 없지 않나.

 

290 아무도 자기가 그렇게도 원하던 것을 품 안에 넣어 두지 못하고,/ 지상의 행복에도 곧 익숙하고 버릇이 되어/ 어리석게도 보다 나은 것을 원하며, 아쉬워하게 되는 법이죠.

결혼 못하면 어쩌나, 늦게 결혼해서 아이 낳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원하던 것이 모두 품 안에 있는데 감사함보다 당연함을 가지고 있다.

 

291 적당한 때에 재앙의 씨를 뿌리고,/ 짝을 지은 인간들을 망쳐 놓을 것입니다.

남편의 고마운 점을 당연히 여기게 될 때 재앙의 씨가 나에게 왔다고 인지해야겠다.

 

293 지혜/ 공포와 희망이란 인간의 가장 큰 두 가지 적이지요.

희망이 희망고문이 될 때 인간의 적이 된다.

 

295 이 거룩한 지팡이의 수련을 쌓은 매를 한 대 맞아 보아라.

 

296 저는 직책상 저 모습들의 의미를/ 설명해 드리고 싶습니다만,

 

297 수레를 모는 소년/ 우리를 설명하고 이름을 대시구료./ 우리는 비유(알레고리)란 말이에요,/ 이렇게 말하면 우리의 정체를 아실 테지요.

 

299 수레를 모는 소년/ 낭비하는 놈이죠. 詩올시다, 시인이란 말이오./ 자기의 가장 소중한 재물을 아낌없이 낭비함으로써/ 스스로를 완성하는 시인이란 말이오.

가장 소중한 재능을 낭비함으로써 스스로 완성되는 시인이라. 나한테 어떻게 적용하여 표현할까.

 

299 가끔, 불씨도 부조를 하지요./ 어디 불을 붙일 만한 곳은 없을까 하고요.

나의 땔감은 어디에 하며 두리번 두리번. 내가 그렇다.

 

300 수레를 모는 소년/ 알고 보니 당신은 가장은 설명할 줄 알지만/ 껍질 속의 본질을 밝혀 내는 일은/ 궐내의 의전관의 임무가 아닌가 보군요./ 그런 일을 하려면 좀 더 날카로운 눈이 필요합니다.

괴테가 그림을 그릴 때 가졌던 그 시선. 그 눈을 가져보자. 껍질만 보지 말고 그 안의 본질, 호두껍질 속의 우주를.

 

300 당신은 나에게 질풍과 같은/ 용 네 필이 끄는 용차를 맡겨 주지 않았습니까?/ 분부대로 탈 없이 몰지 않았습니까?/ 뜻을 두신 곳으로 가지 않았습니까?

 

301 어떤 이한테는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서 어떤 이한테는 도망쳐 버립니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어떤 때는 확 불길이 솟아올라,/ 순식간에 활짝 불꽃이 피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알아차리기도 전에,/ 슬프게도 다 타 버려 꺼져 버립니다.

달란트처럼. 같은 불씨라도 누구에게는 머물고 누구에게는 도망치고 누구에게는 활짝 불꽃을 피우고. 불씨를 맞이할 촉수를 예민하게 다듬자.

 

302 그래서 나는 더욱 돈을 탐내게 되어,/ 탐욕이라는 남성으로 변해 버렸다.

 

304 고독의 경지로 돌아가라. – 거기서 그대의 세계를 창조하라.

언제는 혼자 동굴로 들어가 고독을 즐기라 하고 언제는 또 세상에 나가 유익이 되라 하고. 결국 동굴에서의 고독이 세상에서의 연대를 더욱 의미 있게 한다. 나의 세계, 나의 영역을 동굴 속에서 찾아야 한다. 그 동굴 속에서 어떤 세계를 창조해야 할 지 헤맬 때 나에게도 메피스토가 나타날까. 하나님이건 악마건 방황하는 자에게 언젠가 나타나겠지.

 

305 가슴이 뛰는구나!/ 탐나는 것이 모조리 있구나!/ 주어진 것이니 곧 이용을 하란 말이오.

 

305 이건 단지 가장무도회의 장난이 아니냔 말이오./ 오늘 저녁엔 이제 그만 욕심을 내십시오./ 여러분에게 참말 황금을 줄 것으로 믿나요?/ 이런 장난을 치는 데는 장난감 돈일지라도/ 좀 지나치단 말이오./ 답답한 분들이군! 얌전히 겉만 꾸며 보이는 것이/ 그대로 세련되지 못한 진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진실이란 무엇을 말합니까? – 여러분은 억척같이,/ 막연한 망상을 뒤쫓고 있는 것뿐입니다.

다 연극인데 난리가 난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그런데 그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인생이란 한바탕 연극이거늘 돈과 물질적인 것에 이성을 잃고 눈이 뒤집어진다. 돈 앞에서 모든 인간적인 가치가 빛을 잃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가장무도회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다를 바 없다.

 

332 보름달이 차면 정성 들여 증류시켜서,

 

333 이건 전에 우리가 열심히 불을 질렀던,/ 화형장의 장작더미에서 나온 것이란 말이오.

 

335 대사를 거들어 주는 것이 악마의 화술인 것이다.

 

336 뾰족한 지붕마루는 정신을 높여 줍니다.

 

336 여러분이 대담하게 요구하는 것을 눈으로 보십시오./ 불가능한 것이기에 믿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337 생명 없이 움직이는 생명의 형태들이 떠돌고 있다.

 

339 세상은 비로소 바람직하고 견고하고 영원히 계속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341 학자/ 눈에 보이는 건 흔히 사람을 과장되게 만들기 쉽기에/ 나는 무엇보다도 기록되어 있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342 파우스트/ 여기서 나는 확고히 발을 디디고 있다. – 여기에 현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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