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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23일 13시 46분 등록

 

l  저자 연구


‘20년 만에 주어진 한 달 반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여유와 놀이, 자신과 가족을 위한 자유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 저자도, 1인기업가로 살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위해 한달 반의 휴식조차 갖기 힘든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왜 그토록 다시 태어나고 싶어했는지 새삼스레 느껴졌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마흔 세살에 다시 태어난 구본형은 그 후 어떤 삶을 살았을까? 변화경영사상가에서 마침내 변화경영의 시인이 되고자 한 그는 남은 인생을 시처럼 유혹이 되는 삶을 살았는지, 타인과 본인의 입을 통해 들어보자.

 

 “선생님은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저의 인생에 큰 영향력을 미친 분입니다. 저는 그것이 참 대단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나 자신과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그들로 하여금 닮고 싶게 만드는 삶그처럼 값진 삶을 살다가 가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요? 제가 듣기로 선생님은 생전에 여러 제자를 두셨고 제자들은 선생님을 사부님으로 호칭할 만큼 존경심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롤모델로 삼아 1인 기업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선생님처럼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삶도 살아 보고 싶습니다.”

   고경호 <네 개의 통장> 저자<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홍보대사2호 고경호 작가 인터뷰 by 박중환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구본형 선생님은 이상적 낭만주의자에요. 이상을 혼자 독점하지 않는 매력이 중요합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이상을 품고 사는 일을 버거워해요. 이상이란 당장 해결되지 않는 가능성일 뿐이거든요. 보이지 않는 가치가 현실을 이끈다는 사실을 잊고 삽니다. 구본형 선생은 반대에요. 이상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이 창조적 삶의 내용으로 바뀐다는 확신을 갖고 있지요. 좋은 것을 보지 못하고 회의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강한 자극입니다

 구선생은 아마 매우 답답했을 거에요. 실용에만 눈을 돌리는 이들에게 더 큰 가능성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거지요처음엔 선동했고 시간이 가면서 실행의 방법들을 제시했고, 나중엔 통합의 이상을 설파했습니다난 구선생의 이상을 향한 지속성을 매우 높이 사요. 세속의 영화는 단속적이지만 이상을 향한 접근은 멈출 수가 없어요

이상은 혼자 품고 있는 것보다 모두가 공유할 때 더 큰 가능성으로 커집니다. 보통 사람이 특별하게 바뀔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뿐이에요. 구본형 선생은 보통 사람의 꿈을 실현했던 특별한 사람이지요더욱 큰 기쁨이란 자신과 똑 같은 보통 사람의 희망을 실현시키는 역할에서 온다는 걸 이미 알고 계셨을 겁니다위가 아니라 아래를 향한 관심과 애정이 구선생의 진면목이라 봅니다.“

   윤광준 <익숙한 것과의 결별>, <떠남과 만남> 등 다수의 구본형 작가의 저서 사진 작가, 채널 예스24 인터뷰, 2014 2

 

그는 좋은 아빠였다어릴 때부터 주말에 아빠를 따라 집을 나서는 것이 좋았다지금 돌이켜보면 구경하는 아빠의 산책 방식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지도도 계획도 없이 ‘오늘은 거기를 가볼까?’하는 정도의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엘 가는 동안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들을 마음으로 읽어 들이는 것이다. 할 일 없는 일요일 오후면 아빠와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 교보문고를 가는 것이 일과였다나는 거울로 되어있던 천장을 통해 사람들의 정수리를 올려다보며 걸어 다녔다그러고는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한 무더기 골라 양 손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가 출장을 갈 때면 집으로 엽서가 왔다내 이름으로 오는 엽서가 제일 좋았다아빠는 늘 출장간 나라에 대해가족들에 대해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 썼다. (중략)

우리는 가방을 꾸려 남도로 여행을 갔었다원래 석가탄신일 연휴를 이용한 2 3일 코스였는데 여행이 너무 좋아서 휴가를 하루 더 냈다그곳에서 우리는 아주 조용하고 한적한 수문해수욕장과 창문으로 바다가 보이는 해수탕집과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가 끝을 모르고 늘어서 있는담양으로 가는 18번 국도를 발견했다좀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파도가 일렁이는 환한 모래사장 앞에서 맥주 한 캔을 나눠 마시며 화해했다그것도 여행의 좋은 점이었다매년 석가탄신일 연휴를 이렇게 보내자고 약속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구해언, 구본형 선생님의 둘째 딸<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저자 연구 중에서 발췌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웹사이트

 

“'좋은 아빠냐, 좋은 남편이냐' 보다는 자신이 좋은 그림을 그려볼 수 있으면,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그 일을 즐기면서 사는 것을 보여주면, 좋은 남편이 될 수 있고, 좋은 아빠도 된다고 봐요. 삶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더 있겠느냐, 내가 뭔가 잘 살아야지, 도움도 될 수 있는 거고, 본보기가 될 수도 있는 건데, 내가 잘산다는 거에 기준을 두어야 하는 거죠.

 하여튼 저는 직장에서 20년을 하도 남이 시키는 일을 하면서 보냈기 때문에, 나올 때 결심한 게 있어요. 더 이상 시키는 일만 해서는 살지 않을 거다. 두 번 째는 나 자신에게 자유 시간을 많이 주겠다. 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해라마음대로 의미나 그런 것을 따지지 말고, 여행가고 싶으면 가고, 강연은 들어오는 대로 다하지 말라. 주당 3개정도만 하면먹고 살 수 있다. 군색하지 않게 살 수 있다면, 일하는 거고, 나머지는 책도 쓰고, 책도 보고, 사람들도 만나고그렇게 자유를 나에게 많이 주어보자. 이런 것이 유일한 제 기준이었던 것이죠. 비교적 만족스러워요.”

  구본형, 혜민아빠 인터뷰 이야기/아버지를 생각한다 20091

 

많은 사람이 증언하듯이 그의 가장 큰 미덕은 언행일치의 삶을 살았다는 점이다. 그는 구본형 워너비들이나 제자사랑하는 딸에게도 이렇게 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에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본인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자신이 말한대로 날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시간이 쓰일 곳을 마음대로 배분하며, 그 일의 가치가 빛나는 일을 하고, 스스로의 삶을 즐기다 보니 따라하고 싶은 삶, 삶 자체가 유혹이 되는 삶을 살았다그 결과 제자나 자식은 물론 한번도 본적이 없는 독자의 삶까지도 바꿀 수 있었다.

 

길을 잃고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연히, 자신의 안에서 스스로 불을 켤 수 있도록 잠시 불을 빌려주는 예기치 않은 쏘시개 불꽃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던 그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우연한그러나 운명적인 쏘시개 불꽃이 되었다.

 

 

l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책 머리에_나는 아주 천천히 걸었다. 달팽이처럼, 온 몸으로

8 일상 속의 비일상을 꿈꾸며 배낭 한 개 짊어지고 대문을 나선다. 일상에 지치면 오래 전 젊음이 시작될 때처럼 길로 나서고, 그 길에 지치면 다시 일상이 기다리는 그리운 불빛으로 되돌아 온다.

일상 속의 비일상, 즉 일탈.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

 

8 여행은 자유다. 그리고 일상은 우리가 매여 있는 질서다. 질서에 지치면 자유를 찾아 떠나고 자유에 지치면 다시 질서로 되돌아온다.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에 매여 있는 우리에게 여행은 늘 매력적인 것이며, 되돌아 올 수 있기 때문에 비장하지 않다.

여행 후 되돌아 오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여행지의 비일상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어서 떠나고 싶지 않을 때, 비일상을 살고 싶을 때 일상에 묶여 있는 끈을 자를 용기가 생긴다. 나도 여행하면서 여러 번 고민했었다. 그러나 그곳에 머무르는 순간, 매력적인 비일상도 나를 묶는 일상이 될 것이라 예감했기에 되돌아올 수 있었다.

 

9 여행처럼 설레는 것은 없다. 지도처럼 매혹적인 것 또한 없다.

9 여행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며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는 것이다.

그래서 좋더라.

 

10 빛은 파동인 동시에 입자다. 다른 사람 속으로 파도처럼 들어갈 수도 있다. 아아, 파도처럼 하나의 물결에 다시 또 하나의 물결이 되어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다.

 

11 여행은 도피가 아니다. 우리는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버리기 위해 떠나는 것이고 버린 후에 되돌아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우리가 얻으려는 것은 없다. 오직 버리기 위해 떠난다. 소유한 것이 많으면 자유로울 수 없다.

도피가 아니라는 말은 맞지만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저자는 가족이 있기에 버린 후에 꼭 돌아오려 했겠지만 그런 것 조차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유롭게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더라.

 

기차 안에서_기차는 늘 시간 속을 달린다

17 느긋한 여행자에게 기차가 달려가는 곳은 어떤 행선지가 아니다. 기차는 늘 시간 속을 달린다. ~ 또한 부끄러움 속으로 혹은 아련한 그리움 곁으로 데리고 간다. 그런가 하면 나의 장례식장으로 나를 데리고 가기도 한다.

기차 자체가 여행이 되는 경험. 예전에 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기차 여행을 할 때는 그 안에서 노는 것이 더 재미있고, 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들이 더 좋기도 했었다. 아련한 그리움 곁으로 데리고 간다는 건 알겠는데, 나의 장례식장으로 데리고 간다니내가 상상력이 너무 부족한걸까? 여행에 들떠 너무 감상적이 되신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18 공간적 자유, 그것은 아무데나 내려도 되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 계획도 목적지도 없다. 발길 닿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혹은 기억을 따라서 혹은 그저 기대를 따라서 간다. 혹은 꽃을 따라서 강물을 따라서 간다. 바람을 따라서 스스로 바람이 되어 그저 내가 한줄기 바람인 곳으로 간다.

고등학생 때 봤던 김동화 작가가 그린 만화책이 생각난다. 거기서 여주인공이 이름이 예쁜 어느 기차역에 충동적으로 내렸는데, 동네 사람들이 그 마을에 새로 부임한 선생님으로 착각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던 만화다. 그 만화에 반해 나도 이름이 예쁜 시골역에 무작정 내리는 그런 여행을 꿈꿨었는데아직 못해봤다. 이제 기차는 웬만한 시골역에는 서지도 않고, 그렇게 사람을 착각해서 생기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없겠지. 선생님인 척 했다가는 사기꾼으로 고소당할 수도 있으니까다른 재미있는 여행을 찾아봐야겠다.

 

19 나무는 참을 수 없이 간절하고 열렬해지면꽃이 된다.

19 두 번째 인생은 절대로 바쁘게 보내지 않을 것이다. 첫째,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오직 나만이 나에게 명령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줄 것이다. 둘째, 더 많이 배울 것이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진지함을 버릴 것이다. 셋째, 배운 것을 통해 기여할 것이다. 주제넘지 말 일이다. 내가 만족한 나의 삶만이 이 땅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새로 시작하는 일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하루에 4시간만 일하며 살고 싶다. 남은 시간은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즐기거나 새로운 것들을 배우면서 보내고 싶다. 그리고 1년에 2달은 휴가를 보내고 싶다. 한달은 나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한달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나눠주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20 나는 얼간이가 될 것이다. 인생의 목적은 인생이다. 산다는 것이 바로 목적이다. 인생이 전부 경제와 경영일 수는 없다. 사랑도 해야 하고 눈물도 흘려야 한다. 순수한 배움 자체는 즐거운 것이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이 중요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가장 활동적이다. 철저하게 혼자 있을 때 가장 고독하지 않다. ~ 나를 위해 아낌 없이 시간을 쓸 예정이다. 햇빛이 들과 밭에 내리듯이. 산과 강과 바다에 쾅쾅 쏟아지듯이. 거기에 무슨 효율이 있는가?

20 나에게 장대하고 아름다운 꿈이 있는지 물어볼 것이고, 내가 대답하지 않으면 더 이상 묻지 않고 기다려줄 것이다.

 

아아, 섬진강_섬진강을 따라 걸으면 나도 강물이 되어 흐른다

22 세상의 망나니들도 섬진강 예쁜 줄은 안다. ~ 나뒹구는 소주병을 보며 그날 그 어줍잖은 사람이 처진 어깨로 떠난 뒷모습을 본다. 어느 날 다시 돌아오라. 그래서 섬진강 둑에 버리고 간 자신을 되찾아가라.

망나니들도 예쁜 줄 안다는 섬진강. 난 아직 못 가봤다. 넓은 세상을 돌아다닌다고 정작 국내는 많이 못 다녀봤다. 섬진강 벚굴이 그렇게 맛있다던데지금이 딱 제철이라는데조만간 가기는 힘들 것 같고 택배로라도 시켜먹고 싶어졌다.

 

23 게걸스럽고 탐욕스러운 사람이 되지는 않으리라. 그런 사람은 섬진강에 오지 마라. 슬픈 사람만 와라. 자기를 잃은 사람만 와라. 저 푸른 강물에 자기를 두고 간 사람만 와라. 다시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만 와라.

나는 가야되는 건가, 말아야 되는 건가?

 

고흥반도 낙안읍성, 용암, 팔영산, 소록도와 벌교_봄은 늘 사람을 어쩔 줄 모르게 한다

25 “구방고가 본 것은 말의 내면에 있는 명마의 소질입니다. 그것은 하늘이 내려준 것이므로 밖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말의 정수만을 파악하고 대강은 잊어버린 것이며, 말의 재질을 살피고 외모는 잊어버린 것입니다. 그는 살펴야 할 것만을 살피고 살피지 않아도 될 것은 빠뜨린 것입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말을 살피니 과연 천하의 명마였다. 이처럼 외모로 본질을 보기는 어렵다.

외모로 본질을 보기는 정말 어렵다. 구방고 같은 사람이 흔치 않으니 더욱 어렵다. 본질이 훌륭하다 해도 볼품 없는 외모로 인해 기회조차 없을 수 있으니 어느 정도는 외모를 가꿀 필요도 있는 것 같다.

 

26 모든 창들을 열어 놓으니 건물의 배를 뚫고 아름다운 산 중턱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건물을 액자로 삼아 초봄의 아름다운 풍광이 걸려 있는 듯하다.

26 나무는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 다르다. 줄기 색깔이나 표피의 질감, 잎 모양도 서로 다르다. 그뿐인가. 꽃도 다르고 열매도 다르다. 키도 물론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나무는 그저 나무라고 생각한다. 참 편안한 무관심이다.

눈썰미가 없고 관찰력이 부족한 나는 나무뿐 아니라 사람도 다 비슷해 보여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남자들은 헤어 스타일이나 패션 등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더 구별이 안 된다. 이럴 때는 가장 어려운 (예의를 갖춰서 대해야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해서 모든 사람을 대한다. 그래야 실수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편안하지 않다. 매우 힘들다.

 

28 녹두빈대 떡은 녹두로 만들어야 제 맛이 난다. 이 말처럼 쉬운 말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이런 쉬운 말이 여러 가지 이유로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녹두빈대 떡을 녹두로 만들지 않을 수도 있나? 하긴 고르곤졸라 치즈 없이 만드는 고르곤졸라 피자라는 레시피가 유행한 적도 있으니벚굴에 이어 녹두빈대 떡이 먹고 싶어진다.

 

28 순하다는 것은 자신도 편하고 남도 편하게 해준다.

 

30 선조의 덕을 보지 않는 후손은 없다. 죽은 껍데기 위에 새로운 생명이 자란다.

30 자연 속을 거닐다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피곤함이 사라지는 것은 내가 그들로부터 많은 에너지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힘보다 자연과 신의 힘을 믿고 있는 사람들의 영혼은 자연에 가깝다. 그들은 자연을 투시할 수 있는 탐욕스러운 안광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자신들이 곧 자연이라는 것을 몸으로 받아들인다.

 

31 땀이 흘러내린다. 몸은 솔직하다. ~ 조금 속도를 내면 압력은 더욱 강해진다. 속도를 내면 자신의 육체에 대하여 더 잘 알게 된다. 나이가 생각나고 헉헉거림 속에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31 천천히 가면 주위를 살펴볼 여유가 생긴다. 바위가 있고, 생강나무가 솜털 같은 노란색 둥근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빨리 오를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빨리 걸으면 나이를 알게 되고 천천히 걸으면 주위를 감상할 수 있다.

저자와는 다른 이유로 나는 걸을 때 빨리 걷기와 천천히 걷기를 반복한다. (그래야 소모 칼로리가 많아져서 운동 효과가 높아진다고 한다) 오늘 저녁에 걸을 때는 저자와 같은 의도로 빨리, 그리고 천천히 걷기를 반복해 봐야겠다.

 

33 자거나 먹는 것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살을 찌운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가 먹을수록 아무데나 살이 붙고 더 많은 트림과 더 많은 방귀를 뀌게 된다.

맞다. 많이 자고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 그런데 잠이 부족하면 더 많이 먹게 된다고 한다. 충분히 자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며 잘 먹는 것도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정말 잘 자고 잘 먹어야 한다.

 

34 저 보수 공사가 끝나면 번쩍이는 절 하나가 또 생겨날 것이다. 옛날 같지 않은 정신으로 바쁘게만 사는 사람들의 영혼이 그 번쩍거림으로 구해질지 의심스럽다.

34 사람들이 늘 잊고 있는 것은, 변화는 변화하지 않는 것들과의 균형이라는 점이다. 걸어보면 금방 알게 된다. 한 다리가 움직이기 위해서 다른 한 다리는 땅에 닿아 있어야 한다. 걸어서 다른 곳으로 움직여 간다는 것은 두 다리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늘 잊고 지낸다.

모든 것은 균형과 조화가 중요한 것 같다. 잊지 말자.

 

36 “목도를 메도 죽고 놓아도 죽는절망으로 환자들을 몰아넣었다는 그 공원. 커다란 돌을 운반할 때 사용했던 목도를 메고 있으면 너무나 힘이 들어 허리가 끊겨 죽고, 놓으면 일본일들에게 맞아 죽었다던 그곳. 지금은 예쁜 공원이 있다는 그곳으로 갔다.

목도가 뭔지 몰라서 검색해봤다. 허리도 아팠겠지만 목과 어깨, 등도 너무 아팠겠다. 가만히 있어도 힘들었을 환자들에게 저런 일을 시켰고, 내려 놓으면 때렸다니진짜로 인간이 제일 잔인하다.

목도2.jpg

 

37 다른 사람들의 동의 없는 희생 위에 세워진 아름다움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다. 나병 환자들의 희생이 이 아름다운 공원을 만들었다고 말하며 눈웃음치는 그 잔인한 일본인 병원장의 얼굴이 보인다. ~ 이런 사람들의 웃음에 속지 않는 방법은 그들에게 목도를 메게 하는 것이다. ~

크든 작든 모든 잔인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과 어려움 그리고 불행 위에 자신의 기쁨을 쌓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종 이런 사람들은 한때나마 뱃심 있고 추진력이 강한 일꾼으로 추앙받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속지 않는 사회가 바로 성숙한 사회다.

중학교 때였던가, 국어책에 작가가 어릴 적에 설을 맞이하던 설레임과 기쁨에 대해서 쓴 글이 있었다. 그 때도 벌써 지금으로부터 30년쯤 전인데, 작가는 그 시점에서부터 또 2~30년쯤 전의 설에 대해서 썼던 것 같다. 설이 가까워 오면 몇 주 전부터 엄마와 할머니가 가족들의 설빔을 만들기 위해서 밤 늦게까지 바느질했던 얘기, 1~2주 전부터는 설 음식을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서 엿을 고고 떡을 만드느라 고생했던 걸 아름다운 추억이라 부르며 요즘은 이런 전통이 사라져서 아쉽다는 취지의 글이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도 그 글을 읽으며 옛날 여인들의 고생이 안쓰럽고 이런 희생은 무시한 체 전통만 찾는 작가가 꼴보기 싫었었다.

그렇다. 동의가 있든 없든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 세워진 아름다움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며, 지켜야할 가치가 있는 전통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리산 불무장등 무착대_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고 있네, 멀고 가까움이 다르기 때문이네

39 이곳에 서면 경관이 너무나 예뻐 아끼고 또 아끼게 된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그 아름다움은 더욱 은밀하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 아름다움. 나도 알고 싶다.

 

41 동양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별 하나가 떨어진다고 한다. 긴 별똥별 하나가 떨어져 내리면 우리는 모두 , , 저기, 저 별……” 한다. 환희 같기도 하고 한숨 같기도 한 놀람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올림푸스 산에 사는 제우스가 그를 어여삐 여겨 하늘에서 살게 한다. 떨어지든 올라가든 동양에서건 서양에서건 우리는 별이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고달퍼도 우리는 별인 것이다. 내가 해가 아니고 달이 아닌 것이 좋다. 그것이 없으면 세상이 망하는 그런 엄청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행복하다. 다른 사람의 삶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임이 좋다. 별처럼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또 별처럼 빛나며 꿈꾸는 사람임이 좋다.

다른 사람의 삶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 별처럼 빛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나도 꿈꾸는 삶이다.

 

45 시대는 변화한다. 절과 스님 또한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변하는 것이니 옛날을 잊어버려야 한다. 그래서 출가 이전을 잊고 세속을 잊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을 잊으면 그것은 더 이상 변화가 인다. 그것은 변질이며 타락인 것이다.

 

다압리 매화마을_꽃은 절정인데 매향을 들을 수 없다

48 매화는 희귀하기 때문에 귀하고, 다른 꽃들이 피지 않는 추운 계절에 먼저 꽃을 피우기 때문에 고고하다. 둘째는 늙은 모습이 아름답다. 늙어서 추해지지 않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바다. 노욕에 지지 않고 작은 일에 역정을 내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오죽 좋으랴. 나이 먹은 매화나무는 살지지 않고 말라 있다. 절제하고 자제한 모습이 보인다.

늙어서 노욕을 부리는 사람을 보면 추하기도 하지만 안쓰럽기도 하다. 젊어서 어찌 살았을지 짐작이 되기도 한다. 나이들수록 절제하고 자제하는 삶. 늘 기억하고 지금부터 실천해야 한다.

 

49 매화는 그 자태보다 더욱 귀한 것이 향기이기 때문이다. 매화의 향기는 코로 맡는 것이 아니다. 귀로 듣는 것이다.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마음이 잔잔해져야 그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귀로 듣는 향기. 목련이 떨어지며 땅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는 것 만큼이나 시적이고 어렵다.

 

49 향기로운 사람이 된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향기가 후각적 인지의 대상이 아니라 내면적 마음의 흐름에 실린다는 것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아름다움은 감각의 경계를 벗어난다. 그래서 내면을 닦는 것이다. 진정한 변화는 내면적이다. 본질을 닦음으로써 타고난 자기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초라하고 비루한 일이다. 비웃음만 살 뿐이다. 고양이가 되고 싶은 가여운 쥐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변화는 주변에서부터 핵심을 향하는 내면화 작업이다. 쥐가 쥐임을 깨닫는 것이고 쥐로서 사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특별한 동물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 쥐가 되고 싶은 쥐. 이것이 변화의 화두다.

너는 쥐야. 쥐는 쥐로서 특별하다. 그러니까 너는 그냥 쥐로 살아.” 맞는 말이지만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

 

운주사_와불이 일어서기를 기다리는 절. 그러나 나는 쉬고 있는 부처가 좋다

54 나도 운주사의 와불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미륵이 도래하여 새로운 융화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즐겁게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다. 와불이 누워있는 것도 가르침이기 때문에.

54 미륵님들은 왜 누워 계시나?

쌔빠지게 일하는 사람들,

쉴 줄도 놀 줄도 모르는 사람들, 좀 쉬라고,

휴식이란 이렇게 하는 거라고,

몸소 모범을 보이며 누워 계신 게야

 

56 우리 사회는 휴식을 창조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휴식을 게으름과 소비로 인식한다. 한 개인이 이러한 사회적 시류에 반하여 살아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회의 전반적 수준 상승이 중요한 것이고, 지도층의 모범이 절실한 것이다.

낮잠을 자면 꼭 가위에 눌리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낮잠은 게으른 사람이나 자는 거라는, 그래서 시간을 낭비한다는 죄책감 같은 불편함과 불안이 가위로 나타났었나 보다. 그런데 낮잠을 자면 장기 기억력이 좋아지고 생산성도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꼭 필요한 휴식을 취하면서도 불편했던 게 나만은 아니었나 보다.

 

56 서양인들은 휴가가 길다. ~ 그들은 고부가가치를 가진 경제의 톱니바퀴고 우리는 저부가가치경제의 톱니바퀴다. ~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고 있는 사회는 쉬어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부가가치가 낮은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몸이 고단해야 겨우 먹고 살 수 있다. 그들에게는 한 달쯤의 휴가가 일상적인데 우리에게는 이례적인 것이다. 이것처럼 명쾌한 차이가 어디 있겠는가?

유럽에서 일해보니 부가가치가 별로 높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도 1년에 한 달쯤은 쉬더라. ‘쉬어야 뭔가 새로운 걸 할 수 있다라고 합리화할 필요도 없는, 그들에게 쉼은 당연한 일상이고 그냥 삶이었다.

 

57 휴식과 놀이를 창조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화적 결핍은 기계적 번잡만을 양산할 뿐이다. 먹고살기는 하겠지만 미래가 없다.

그래 놀자. 지금까지도 잘 놀았지만 놀 수 있을 때 재미있게 더 잘 놀아 보자.

 

적벽_이제 달 뜨면 아름다울 이곳에 있지 못하리

64 적벽의 그림자도 호수에 제 모습을 비추어보고 스스로 그 아름다움에 취하게 될 것이다. 이곳이 적벽으로 불리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그리고 예사람들이 왜 술과 안주를 챙겨 달밤에 배를 탔는지, 그것이 아주 그럴듯한 놀이일 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담배 연기 자욱한 밀폐된 공간에서 술을 마시거나 얼큰한 김에 노래방에 가서 목놓아 노래 몇 곡을 불러보는 것이 고작인 우리들이 따라갈 수 없는 유희가 아닐 수 없다.

 

해남 두륜산 대둔사_아름다운 고목과 청허당의 마음이 있는 곳

69 가사 입은 도둑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찌하여 도둑들이 나의 옷을 빌려 입고, 부처를 팔아 온갖 나쁜 업을 짓고 있느냐고 하셨다.

시주받은 과보

~ 그런데 어떤 사람은 배고프지 않아도 또 먹고, 춥지 않아도 더 입으니 이 무슨 심사인가? 도대체 눈앞의 쾌락이 바로 후생의 괴로움인 줄은 생각지 않는구나.

그러게요. 배가 고프지 않은데 왜 자꾸 더 먹고 싶고, 옷장과 신발장이 미어지는 데도 왜 자꾸 옷과 구두를 더 사고 싶은 걸까요

아무것도 안 사고 한 달을 버티면 왜 그 다음 2달 정도는 미친 듯이 사들이는 미련한 짓을 반복하는 걸까요? 도대체 무슨 심사일까요?” 알면서도 또 모르겠다


72 먼 시간은 먼 과거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먼 미래기도 하다. 먼 과거를 향한 시간과 먼 미래를 향한 시 간이 각각 원의 둘레를 따라 거꾸로 흐르다가 먼 어딘가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그곳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

어떤 경계를 당하여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나지 않음(不生)이라 하고, 나지 않는 것을 무념(無念)이라 하며 무념의 상태를 해탈(解脫)이라 한다

 

76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자연이다. 사람 역시 그러하다. 자연은 또한 커다란 도에서 벗어남이 없다. 인간도 태어날 때의 자성(自性)을 잃지 않으면 자연이다. 세속의 질서에 매이지 않으면서 난하지 않고 함부로 살지 않음은 자연의 법을 따르기 대문이다.

76 눈 내린 들판을 밟아갈 때에는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내가 눈 길을 걷고 난 후에는 다시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어 발자국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 내 뒤에 오는 사람도 깨끗한 새 눈을 밟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77 모름지기 달라지려는 사람은 단 하나의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게 난 안 될 것 같다.

 

강진_햇빛과 동백 그리고 옛사람 그리운 백련사

78 봄철에 남쪽의 동백을 보고 늘 놀라는 점은 꽃을 피우는 개수가 많지도 적지도 않다는 것이다.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다. ~ 그들 스스로 조신하게 자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다산 초당_천일각에 가면 그가 뒷짐을 지고 구강포를 바라보고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네

92 한세상 살아가기가 본래부터 어렵다네.

그렇구나. 평범한 사람에게나 위대한 사람에게나 세상살이는 본래부터 어렵다고 하니 너무 힘들어 하거나 억울해하지 말자.

 

95 “한 가지를 깨달을 때마다 마치 신명이 말없이 깨우쳐주는 것 같아 남에게 고할 수 없는 것이 많았다라고 다산은 자찬 묘비명에 썼다. 공부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이런 경지에 이르면 공부가 재미없을 수 없다.

새로운 걸 배우는 건 재미있다. 모르던 걸 알게 되는 재미가 있고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잠재력을 개발하는 재미도 있다. 그런데 신명이 말없이 깨우쳐 주는 것 같은 재미는 뭘까? 앞으로 배움을 지속하는 삶을 살면서 한 번쯤은 느껴보고 싶은 재미다.

 

96 그의 공부는 신명의 도움을 받아 그 깊이를 알 수 없게 되었다. 몸과 영혼을 다하여 한 가지 일에 깊이 몰입하니 원래 총명한 사람의 깨달음이 그 끝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칠량 봉황리_가업을 이어가기는 어렵고, 세상은 아직 알아주지 않는다

101 하고 있는 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미래가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절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하나의 일을 아직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황하는 것이다. 어떤 일에 깨달음을 얻어 밝아지면 자신이 곧 그 일의 미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일을 아주 잘하려면 타고난 재능과 각고의 노력과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천업이라 믿고 하나의 일에 평생을 매달려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생긴 대로 살겠다는 뱃심이 중요하다. 나약한 사람은 어떤 경지에도 이를 수 없다. 정진에는 용맹보다 나은 것이 없다. 백척 간두에서 또 한발을 내딛는 것이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102 바람이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을 통해 머릿속으로 들어가 하도 휘젓고 다녀 머리에 바람이 든 모양이다. ~

몸도 마음도 바람에 놓아 두었더니 모두 바람이 되어 날아간다.

시처럼 살고 싶으시다더니변화경영의 시인이 되시겠다더니

이렇게 바람같은 시를 썼다.

 

고금도 덕동 충무사_아무도 없는 늦은 오후 이곳에 오면 한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105 바람이 보리밭 위를 지나면 파도처럼 물결치는 초록빛 흔들림이 여간 곱지 않다. 보리밭에 바람이 지나는 모습을 보지 않고 봄이 왔다고 하지 마라. 따가운 햇살에 뭉클쿵클 살아나는 붉은 흙들의 건강한 발기를 보지 못하고 봄이 왔다고 하지 마라.

그러고 보니 난 보리밭도 한 번도 못 봤던 것 같다. 나 그동안 도대체 뭘 보고 다닌거니?

 

107 이곳에 와서 무엇을 보겠다고 기대하고 찾지는 말아라. 아무것도 볼 게 없다. 이곳에 와서 무엇인가를 들으려고도 생각하지 말아라. 그저 바람이 녹나무를 흔들며 지나는 소기 밖에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고금도 덕동 충무사. 시인이 아닌 나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을 지, 가봐야겠다.

 

109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마라. 충무공은 싸움터에서도 하루가 지나는 것을 무심코 넘기지 않았다. 그 하루를 기록하여 그날이 그날로서 존재함을 잊지 않았다. 일이 닥쳐서야 어쩔 줄 몰라 하다 모욕을 당하는 일만큼은 피해라. 충무공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준비하였다. 거북선을 만들고 선박을 축조한 것은 그가 전장에서 용감히 싸우다 죽는 것만을 최선으로 아는 일개 무장이 아니라 미래를 스스로에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개척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만큼 확실한 승리는 없다.

저자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도 가장 확실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법은 바로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라고 썼다. 오늘을 살면서 미래를 만들어 내기. 매우 어렵겠지만 피해갈 수 없는 미래인 것 같다.

 

마량의 밤_여관에서, 그리움으로

111 함께 있으면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있으면 함께 있고 싶다. 함께 있다 혼자 있게 되면 그립고, 혼자 있다 함께 있게 되면 작은 일로도 서로 다툰다. 그렇게 얼고 녹고 다시 얼고 녹으면서 마침내 한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지닌 인생처럼 행복한 것은 없다. 그것은 축복이다.

 

마량의 아침_산다는 건 망설임이며 차마 어쩔 수 없음이다.

117 아무 격의 없이 돈이 얼마나 많으면 그렇게 여행을 다니느냐고 부러워한다. ~ “아직 나이도 어린데, 어린데……” 한다. 나이도 어린데 벌써 돈을 벌어 여행을 다니니 부럽다는 말인가보다. 미안한 일이다.

나도 이런 말 많이 들어봤다. 물론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여행을 하는 건 맞지만 돈이 있다고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다. 돈으로 시간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으로 돈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

 

119 산다는 것은 약간 우물쭈물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망설이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음이며 미련이며 우유부단함이다. 그러고는 나중에 그것을 후회하고 그것이 차마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관산 방촌리_날은 미칠 듯 맑은데 오래 묵은 매화 한 그루 만발해 있다

120 따지고 보면 실가닥처럼 가는 우연이 서서히 가닥을 풀어가다가 어찌할 수 없는 필연으로 변하는 것이 인간사가 아니던가. 우리는 살아가며 정교한 논리를 요구하지 않는다.

 

123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동백꽃 떨어지는 소리가 하고 들린다. 대나무 가지에 바람이 이는 소리가 마치 물 소리 같다.

동백꽃은 떨어지면서 진짜로 소리를 낼까? 목련꽃 떨어지는 소리에 심장이 내려앉았다는 작가나 벚꽃비 내리는 소리에 잠을 못 이룬다는 시인들. 청각이 예민한걸까?

나도 귀는 매우 밝은데, 한번도 꽃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뭐가 다른걸까?

 

124 동무란 말을 참 오랜만에 듣는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어른들은 친구를 그렇게 불렀다. 언어도 이데올로기에 따라 투명한 단어에 색칠을 하고 그 색깔에 따라 가려 쓴다. 동백이 웃을 일이다. 초록빛 잎과 붉은 꽃잎을 가진 동백나무 하나가 아군도 되고 적군도 된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끝이 없다.

 

장환 일몰_바다가 하도 찬란해 쳐다볼 수 없다

127 자기가 한 일에 즐거워하고 그 때문에 행복한 사람이다. 실속은 하나도 없지만 실속이 뭐 그리 중요한가. 자신이 즐거운 것보다 더 훌륭한 실속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렇다. 내가 즐겁고 행복하면 됐고 훌륭한 실속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실속을 못 차리는 내가 미련하다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괴로워진다. 아직 멀었다.

 

128 사상이 개인을 넘어서 군림할 때는 전체주의다. 거기에 자유로운 개인은 없다. 같은 논리로 경제적 질환에 걸려 있는 사회는 자나깨나 돈만 생각한다. 개인은 경제적 법칙에 맹복적으로 복종하는 인형일 뿐이다. 그때의 우리는 이미 인간일 수 없다. 위궤양 환자가 밤낮 위만 생각한다고 해서 위가 곧 사람일 수는 없다. <가난한 아빠와 부자 아빠>를 통해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 버는 법? 돈과 인생? 천만에. 거대한 위를 사람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못된 가르침은 사회적 위협이다.

 

129 나무가 많은 장환의 앞산이 이미 뚜렷한 실루엣으로 보이고, 멀리 천관산의 섬세한 바위가 흘러 내리는 바다로 커다란 해가 넘어가는데, 어찌나 찬란한지 감히 볼 수가 없다. 그 아름다움 위로 배 한 척이 떠 들어오는데, 어부 하나가 능숙한 몸 동작으로 그물을 걷고 있다. 시인이 되어 이 풍경을 읊고 싶었다.

나도 해가 지는 모습 보기를 좋아한다. 장환은 아니지만 저자가 묘사한 일몰 풍경과 비슷할 것 같은 일몰 사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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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 초야(初夜)_보면, 그대 역시 잊지 못할 것이다

133 몇 시간이고 바다를 보며 앉아 있어도 여전히 바다가 그립다. 내 가슴 어디엔가 바다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나 보다.

나 역시 바다를 좋아하고, 보고 있어도 그립다는 것이 뭔지 알것 같다. 나도 그렇게 태어났나보다.

 

134 내가 그 새와 친해지려면 정말 알아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새가 가장 즐기는 모이가 무엇인지 알아야 그 새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다. 둘째는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깨는지 알아야 같이 놀아줄 수 있다. 셋째는 정말 그 새와 함께 놀고 싶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자연에 대하여 알아야 할 것을 알고 있는 경우는 참으로 드물다.

138 그대 역시 이 바위들 중의 하나이다. 초라하다고 탓하지 마라. 그대가 없으면 인생도 없다.

 

천관산 장천오미(長川五美)_숨겨두고 혼자 즐긴다는 말의 의미를 아는가

141 숨겨놓고 혼자 즐긴다는 말의 의미를 아는가. 벽장에 숨겨놓은 꿀단지여도 좋고 바쁜 날 잠시 겨를을 내어 찾아가는 찻집이어도 좋다. 혹은 서가에 꽂혀 있는 소년 시절의 감명 깊었던 책 한권이어도 좋다. 마담이 괜찮은 술집이어도 좋다. 아주 어렸을 때 왠지 모르게 울고 싶을 때, 저녁이 되어 어머니가 찾아나설 때까지 숨어 있던 자기만이 아는 작은 비밀 장소처럼 그런 치유의 은밀한 장소와 시간 없이 어떻게 이 세상을 살겠는가.

일부러 숨겨놓은 건 아니지만 혼자 즐기는 까페가 있었다. 그런데 너무 혼자만 즐겼는지 얼마 안가서 문을 닫았다. 좋은 건 알리고 많은 사람이 즐겨야 오래 가는 것 같다.

 

144 고목에 피어 있는 동백은 어디나 예쁘다. 한 그루가 있어도 예쁘고 떼지어 피어 있어도 예쁘다. 동백은 남도 사람들의 울타리 속의 꽃이다. 그들의 애환이고, 장독대 옆의 일상이며, 간혹 밭일하다 허리를 펼 때, 웃어주는 그런 꽃이다. 그들의 표현대로 암시렇지도 않은일상의 꽃이다. 그러나 그들은 안다. 동백이 피지 않으면 그들의 봄도 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 때가 그들의 마지막이라는 것도 안다. 그들이 알기 때문에 나도 안다.

 

천관산 장안사_아름다움이 바로 문 밖에 있으니 또 어디로 가랴

146 적의를 풀어주는 데는 웃음이 최고다. 남녀노소를 막론하며, 개고 고양이고 다 같다. 만물에 불성이 있으니 어찌 그렇지 않으랴.

 

147 내 생각엔 꿈이란 지금의 자기 이외의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이다. 현실적 불만족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부러움의 표현이다. 그래서 꿈에는 슬픔이 깃들여 있다. 어쩌면 약간의 질투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이미 되어 있는 사람이 있거나 가지려고 하는 것을 이미 취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되어 있는 사람이나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도 꿈을 꿀 수 있다. 꿈은 욕망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 현실이 아니다. 그러나 꿈은 씨앗과 같아서 늘 그 속에서 싹이 트고 커다란 나무가 된다. 그러므로 꿈은 또한 현실이다. 아마 다람쥐는 다람쥐 이외의 것이 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간보다 더 행복할지 모른다.

꿈을 꾸는 사람이 현실에 불만족한 것은 맞겠지만 꿈을 이미 이룬 사람이 불만이 없고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너무 어린 나이에 꿈을 이룬 사람이 성공을 견디지 못해 방황하거나 불행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꿈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룬 후에는 또 다른 꿈을 꾸거나 다른 씨앗을 품어야 할텐데그런 케이스가 많이 없어서, 보고 배우기가 힘든 듯 하다.

 

149 시작할 때와 같은 초심을 견지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조금 익숙해지면 타성이 붙게 되는데, 그러면 내용은 없어지고 형식만 남게 된다. 이 때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불가에서는 이것을 발심이라고 부른다. 발심은 초심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옳은 말이다. 개혁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개혁이 진부해질 때, 원래의 개혁으로 되돌아가기가 더 어려운 것과 같다. 인간의 습성이 고려되지 않은 개혁과 혁명은 허구다. 그것은 학살이거나 기만이거나 지나친 망상이다.

 

가지산 보림사_옛 사람들은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는데, 요즘 사람들은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157 ()이란 무엇일까? 선은 깨우침이라고 핸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기 어렵다. 벼랑에 한 사람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는 밧줄 한 가닥을 입으로 꼭 물고 겨우 매달려 있다. 그에게 벼랑 위의 사람들이 물어본다. “이봐요 스님, 선이란 무엇인가요?” 그러나 입을 여는 순간 그는 벼랑 아래로 떨어져 뼈도 추릴 수 없게 될 것이다. 어떻게 입을 열어 대답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선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일지 모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역시 어렵다.

 

159 그는 어떤 개념이나 야심도 초월하여 미소로써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생각을 경쾌하게 다룸으로써 그 생각에 예속되지 않으며 진지하면서도 또한 진지하지 않다. 진지함은 불완전한 노력일 뿐이다. 그는 알고 있는 지식을 소화하여 자신의 인생관과 관련시킨다. 그래서 어떤 때는 단순하다. 역설적이지만 단순하다는 것만큼 깊이 있는 것은 없다. 그는 세상에 속한 듯하지만 자신에게 속해 있다.

159 막 살면 큰일난다.

 

땅끝 사자봉에서 보길도 격자봉까지_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섬이 있다는데 나도 푸른 바닷길을 따라 그 섬에 가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섬. 그러면 사람은 바다인가? 섬에도 가고 싶지만, 그 섬들이 떠있을 바다에도 가보고 싶다.


169 지나친 호사는 신의 뜻에 어긋난다. 마음은 호사로움으로 위로받을 수 없는 것이다. 마음 자체가 부식될 뿐이다. ~ 위대한 정신은 검소하며 형식에 매이지 않는다.

 

보옥리 뾰족산_이곳을 놓치면 보길도를 보았다고 하기 어렵다.

 

174 공기가 좋으면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말만큼 진실한 말은 없다. 건강은 믿는 만큼 지켜진다.

 

175 4, 맑음, 한라산 허리의 구름, 반짝이는 바다, 환함, 바다 위에서 배가 만들어낸 하얀 자국, 해안에 와 닿는 바다의 한숨, 하얀 포말, 둥글고 예쁜 차돌, 하염없는 태만, 시간의 정지, 할머니와 나눈 쓸쓸한 대화, 바닷바람 속에서 마신 대낮의 맥주, 아쉬운 일몰, 푸른기가 살아있는 해진 뒤의 하늘, 섬과 산들의 실루엣, 어두워지는 시간의 추이, 그 때 그 어둠의 농도, 가끔 지나가는 차의 불빛, 적당한 피곤, 어두운 길에서 차를 태워준 작은 트럭 운전수의 친절…… 여행이 줄 수 있는 기대 요소들이 적절히 배합된 하루였다.

특별할 것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여행이라 해도 어찌 매일매일이 특별하기만 할까. 별것도 없는 것 같은 하루하루가 모여 여행도 되고 삶도 되니, 특별한 날을 기다리지 말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자.

 

보길도 예송리_바다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178 길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살며 만나는 어려움도 늘 그것이 최초는 아니다. 이미 누군가가 건너간 길이다. 지금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천애의 절벽을 발 밑에 두고 아슬아슬 건너가지만 내가 지나온 자리는 결국 나중에 길이 될 것이다.

 

179 걷는 것은 노는 것이다. 앉아서 쉬는 것 또한 노는 것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므로 나는 시간으로부터 자유롭다.

179 바다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푸른빛을 음미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 소리를 듣는 것이다. 철썩거리며 들어오고 다시 빠져나갈 때 작은 갯돌들이 구르는 소리가 난다. 저쪽 구석에서 먼저 부서진 파도가 내는 소리를 듣고 이어 다시 이곳에서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면 그것이 좋은 음악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또 하나는 파도가 싣고 오는 바다 냄새를 흠뻑 들이마시는 것이다. 바다의 체취는 바람에 실려온다. 그 속에는 미역, , 파래, 톳 같은 것들의 싱싱함이 담겨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지금처럼 눈을 감고 누워 손가락을 조금씩 꼬물거려 갯돌들을 더듬어보는 것이다. ~ 또 있다. 간혹 바다가 만들어주는 소리들에 가벼운 변주를 더해주는 것이다.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던 갯돌을 누운 상태에서 하늘로 던지는 것이다. 잠시 후 바다에 퐁 빠지는 그 소리는 연주회에서 간혹 들리는 탬버린 소리처럼 경쾌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바다에 직접 빠지는 것

온 몸으로 짜고 미지근한 바닷물을 느끼는 것. 파도에 몸을 맡기고 바다와 하나가 되면 무아지경 비슷한 것에 이를 때도 있다.

바다에 들어가면 나오기가 싫어지며 간혹 훗날 죽을 때 바닷속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80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아쉬움은 없다. 나는 오늘 하루를 아주 잘 보냈다. 내가 계획한 것은 산을 넘는데 있다기 보다는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었다. 나는 행복했고 더 바랄 것이 없다.

행복한 하루 보내기. 나는 오늘 행복한 하루를 보냈나?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일찍 먹고 하루를 일찍 시작했다. 읽어야 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너무 일찍 일어난 피곤함에 잠깐 낮잠을 자고, 계획했던 일이 취소되어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딱히 행복할 건 없지만 불행할 것도 없는 하루였다. 이따가 저녁에 운동을 하고 온 뒤에 북리뷰를 완성하면 행복해질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내일은 오늘보다는 좀 더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181 아이들은 인생을 어떻게 사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잊어버린다. 아이들처럼 사는 어른은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그들은 조금 더 불행하다.

 

183 유학자: 마음을 편케 해주십시오.

달마: 좋다. 너의 마음을 이리 가지고 오너라.

유학자: 그게 문제입니다. 그걸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달마: 너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완도 선착장_부두에 매여 있는 배들을 보면 자유로움을 느낀다

184 부두에 매여 있는 배들을 보면 자유로움을 느낀다. 타고 어디론가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육지가 끝나는 그 곳에서 섬을 향해 갈 수 있을 것 같다.

 

188 내가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진실로 큰 일이기는 하지만 죽고 사는 것에 견주면 하잖은 일이다. 내가 살아서 고향에 돌아가는 것도 천명이고,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천명이다. (……) 나는 사람이 닦아야 할 도리를 다했다. 사람이 닦아야 할 도리를 이미 다했는데도 끝내 돌아가지 못한다면 이 또한 천명일 뿐이다.

 

장좌리 장도_바람과 파도 속에서 그때를 아쉬워한다

197 그러나 일단 정치에 관여하게 되면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자기다운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자기다운 일을 함으로써 명성과 부와 힘을 가지게 되었던 사람들, 그리하여 정치적으로 변하게 되었던 사람들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치에 입문함으로써 대개는 그 힘을 잃게 된다. 훌륭한 장군은 목숨을 잃고, 놀라운 재간과 뚝심으로 부를 일구어 낸 부자는 멍청이가 되고, 학자는 그 명예를 잃게 된다. 자기다움을 상실함으로써 불행한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고 경계해야 할 일이다.

정치가 뿐만이 아니라 큰 기업의 CEO 등 자리가 올라감에 따라 (그들을 그 자리에 올린) 자기다움을 상실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걸까? 아니면 그들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그런 척 했던걸까?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똑같이 달라질까? 그럴 일이 있을 확률이 클 것 같지는 않지만 궁금하긴 하다.

 

완도에서 녹동까지_아름다운 한려수도 푸른 뱃길을 따라

204 심심하다는 것은 자기 속에 데리고 놀 자기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늘 밖에서 친구가 될 만한 것을 찾는다.

혼자 놀기. 누군가는 혼자 놀기를 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다. 일상을 새롭게 보는 창의적 실험이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 또한 치유의 시간이자 자신의 새로움과 강점을 발견하는 내적여행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뭘 사야할지 고민이 필요 없는 선물. 큰돈이 들지도 않는다. 나에게 큰 선물을 많이 해주자.

 

205 변화를 공부하고 싶으면 자연 속으로 들어가봐야 한다. 햇빛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다. 같은 2시의 햇빛도 계절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른다. 물빛 역시 봄엔 초록색이고, 여름엔 파르스름한 녹색이다. 가을엔 푸르며, 겨울엔 검푸르다. 나무에 잎이 나고 지는 것을 보거나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며 변화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미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다. ~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인문학적 호기심이다. 변화의 능력과 경영은 인문학적 감수성과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문학이 죽으면 경영학이 살아 있을 수 없다. 돈은 사람이 건강할 때 필요한 것이다.

 

하동 쌍계사_벚꽃은 이미 지고

207 불행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불행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212 우리의 놀이가 밤이 깊어질수록 야단스러워지는 이유는 어쩌다 한 번 쉬기 때문이다. 휴식의 절대 길이가 짧다 보니, 당연히 볼 것도 해야할 일들도 많다. 그러니 밤늦도록 놀아야 하고 마셔야 한다. 혹은 새벽까지 그래야 한다. 왜냐하면 다시 일로 복귀해야 할 날까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휴식이 휴식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13 바쁘다는 것, 그리하여 빨라질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이것은 우리가 놀고 쉴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는 쉽게 말해 잘 노는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자기가 스스로의 삶을 조직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유 시간이 부족하면 자기의 삶을 자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다. 문화는 본질적으로 스스로를 유한 계급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문화사회란 그러므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을 자아의 실현을 위해 투여하는 사회다. 노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바로 문화사회인 것이다.

일을 하지 않은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나는 너무 잘 놀고 있다. 그동안 절대로 못 할 거라 생각했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도 했고, 나의 새로움과 강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문제는 경제활동. 돈을 벌지 않아도 되면 이렇게 재미있게 잘 놀며 살 수 있는데, 나는 유한계급이 아니라서 생산적 노동을 해야만 살 수 있다.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잘 놀기.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꼭 성공해보고 싶은 실험이다.   

 

목포_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

218 그 아이는 목욕탕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아이는 바다에서 커다란 고래를 타고 자기 집보다 더 큰 흰 갈치를 잡아 끌고 있는 중이다. 그의 영혼이 놀고 있는 곳은 마법의 세계다.

나도 어렸을 때 저러고 놀았을까? 지금이라도 마법의 세계에서 놀고 싶다.

 

219 세상의 어느 문화건 어린아이들의 세계는 현실과 다른 또 하나의 현실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내부로 들어가 아무런 물리적 제약이 없는 정신의 세계를 넘나든다. 뜨거운 목욕탕 속에 파란 고래 한 마리가 들어와 있는데 함께 놀아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얀 수건이 마술 지팡이의 도움으로 금빛 번쩍이는 변환의 과정을 거쳐 희고 커다란 갈치로 변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그 아이의 도움으로 뜨거운 남태평양의 야자수 아래 누워 있다.

선생님은 남태평양의 야자수 아래 누워 계세요, 저는 그 물속에 들어가 고래와 함께 헤엄을 치며 놀겠습니다. 헤엄 치다 지쳐서 나오면 피나콜라다 한 잔씩 마셔요.

 

흑산도_흑산도에는 아직 홍어가 있고 예리 포구에는 옛날의 정취가 남아 있다.

223 마치 이 곳이 내 집이려니 하고 마음을 놓아두면 여간 편안해지지 않는다. ~ 먼 곳에서 나는 고향으로 온 것이다. 새소리 또한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듯하고, 4월 중순을 넘어선 바람은 더없이 감미롭다. ~ 인간은 자연이고 자연은 곧 인간이다.

 

224 살면서 흙이 좋아져야 비로소 죽을 수 있다. 흙 속에 묻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섭지 않아야 죽음 또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아직 흙이 좋아지지 않은 걸 보니 아직 죽을 때가 아닌가 보다.

 

225 편리는 생명을 넘어설 수 없다. 이제 훌륭한 관광 자원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다. 자연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과 어느 정도의 불편, 그리고 예기치 않은 경이야말로 이제 어디서도 찾기 힘든 것이 되어버렸다. 만일 아직도 그런 힘을 가진 곳이 있다면 나는 그곳을 즐겨 찾을 것이다.

20년쯤 전에 호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바다 국립공원을 갔을 때, 정말 아무 것도 없이 바다와 모래사장만 있는 비치를 보며, ‘애걔 이게 뭐야, 암것도 없잖아라며 실망했었다. 좋다는 산이나 바다에는 의례 식당이나 호텔, 술집 등이 들어와 관광지로 개발된 풍경에만 익숙했던 터라 까페나 쉼터 같은 것 조차 하나 없는 곳이 무슨 국립 공원인가 했었다. 그러다가 바다속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왜 그곳이 호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이자 국립공원으로 보존되고 있는지를.

역시 자연은 자연으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사람은 손을 대면 댈수록 아름다움을 파괴한다.

 

230 인생은 길이다.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길 그 자체다. 마음이 모질고 팍팍하여 한 그루의 나무도 자라지 못하는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천촌리의 길처럼 솔잎이 깔려 있고 동백나무 우거진 아름다운 길일 수도 있다. 나도 인생의 어느 부분인가에 솔잎이 깔리고 주위에 꽃이 가득한 그런 부드럽고 포근한 길이고 싶다. 돌 밖에 없는 길, 한 그루의 나무도 없어 뜨거운 햇볕에 머리가 벗겨질 것 같은 황막한 길, 파이고 강퍅한 길, 그런 길이고 싶지는 않다. 아름다운 나무 가득하고 옆으로 작은 시내 하나 흐르는 그런 길이었으면 한다.

230 서릿발 같은 그의 속으로 들어갈수록 길에서는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이 길 어딘가엔 아마 그윽한 난초가 피어 있을 것이다.

 

231 나는 좋은 길이 되고 싶다. 사람들로 하여금 천천히 걷게 하는 길이 되고 싶다. 편평하고 예쁜 바위가 몇 개 있어 좋은 날 사람들이 잠시 앉아 있을 수 잇는 그런 길이고 싶다. 깊은 정취가 있어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하며 감탄하는 그런 길이고 싶다. 아 언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 나를 좋아한다. 아직 젊은 탓일까.

그런 길이 되셨습니다.

 

홍도_아름답고 슬픈 구녕섬

241 살아 있다는 것은 영혼이 육체 안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혼만이 단독으로 존재한다는 것, 즉 육체로부터 해방된 영혼은 곧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혼이 육체 안에 머물기 때문에 사람은 욕망과 정열을 가지고 있다.

 

242 천혜의 아름다움을 타고난 섬이라 그 잘못은 도저히 감추어지지 않는다. ~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너무 아름다운 자연이 주어졌다는 비난과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관매도_잘록한 허리에 천리향 향기로운 섬

248 견뎌내야 하는 것은 늘 자신의 몫이다. 그래서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다. 자식들의 어려움을 대신할 수 있다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이미 모두 죽어 없어졌을 것이다. 과로와 지나친 심려 때문에.

 

250 그 두가지를 한꺼번에 살 수 있으면 잘사는 것이다. 돈이 그보다 더 많으면 불행해진다. 가지고 있는 많은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머리는 깨지고 마음은 평화를 찾지 못한다. ~ 부자보다는 그 아들딸들이 훨씬 더 행복하다. 부자의 아들이나 딸이 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부자는 되지 말 일이다. 부자는 죽어 혼이 아직 육체를 떠나기도 전에 즐거움에 지친 자식들끼리 돈을 서로 더 가지려고 쌈박질을 하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부자의 아들딸들도 별로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본인이 만든 부가 아니기에 제대로 관리를 못해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형제간에 쌈박질을 해야 되는 경우도 많고나는 부자의 딸도 아니고,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도 별로 없다. 다행히도 많은 돈이 없어도 재미있게 놀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다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욕심만 제어하면 된다. 아직은 통제가 맘대로 잘 되지 않아서 마음의 평화가 깨지는 순간이 많다. 아마도 오랜 시간 노력해야할 것 같다.

 

250 갑자기 대박이 터지는 행운을 거머쥔 사람들, 어마어마한 액수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대체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혼이다. 더 젊고 섹시한 여자를 찾아가거나, 더 힘센 남자를 찾아간다. 통계에 따르면 그들의 말로는 좋지 않다고 한다. 복권에 당첨되기 전보다 훨씬 더 불행해진 경우가 태반이다. 갖고 싶은 바지 한 벌과 치마 한 벌을 한꺼번에 살 수 있으면 그대는 이미 위험하리만큼 부유한 것이다 더 이상 바라지 마라.

갖고 싶은 게 바지 한 벌과 치마 한 벌 이상이 되지 않게 하자. 비싼 가방과 구두, 코트 등으로 갖고 싶은 게 늘어나면 마음의 평화를 찾기 힘들어진다.

 

진도 용장산성과 제주 항파두리_항전 9개월, 2년 그리고 700년 뒤

264 중산간 일대의 평화로운 정적 뒤에는 기막힌 어리석음과 보복, 통곡과 억울함이 조용히 도사리고 있다.

264 비극은 늘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 미국 흑인의 비극은 그들을 해방시킨 링컨이 흑인이 아니라는 것에서 연유된다. 해방 후 우리 민족이 겪은 비극은 우리의 힘으로 해방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미군정이 시작되었고 국토는 나누어졌다. 일제의 경찰이 미군정 경찰로 옷을 바꾸어 입고, 친일파는 반공주의자가 되어 득세했다.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힘을 끌어내지 못하는 사람 역시 비극적이다. 그는 종속적이며 누군가가 시키는 일만 할 뿐이다. 하수인이 된다는 것은 몸은 몸대로 고되고 남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증오하게 되고 이를 견디기 위해 세속화된다. 그의 내면 어디에도 스스로를 위한 쉴 곳이 없기 때문이다. ~ 변화의 핵심은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새로운 상화을 창조함으로써 스스로 그 주인이 되는 것이다.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주체적인 자기로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이 허락한 대로.

 

한라산_구름 속 눈 위의 산책

266 백록담은 수줍음이 많은지 네 번이나 한라산을 올랐지만 그때마다 안개가 서리고 흐르는 구름이 산정에 가득하여 호수를 볼 수 없었다. ‘백록담의 날씨는 신만의 비밀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밑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햇빛 가득한 청명한 날씨지만, 백록담만은 조화가 무상하다. 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산은 늘 바람에 흐르는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다.

운이 좋았는지 나는 두번째 한라산에 올랐을 때 구름이나 안개가 하나도 없이 알몸을 그대로 드러낸 백록담을 보았다. 그런데 한겨울이라 호수에 물은 거의 없고 바닥에 얼음만 조금 있을뿐이어서 다소 실망했었다. 하지만 내려가는 길의 한라산은 저자의 말처럼 구름을 머리에 이고 바다인지 눈인지 모를 그야말로 운해(雲海)의 장관을 보여줬다.

선생님의 남도 기행 중 내가 유일하게 가본 곳.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백록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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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나이가 많은 소나무에서는 향기가 난다나도 나이가 들어 저렇게 고울 수 있기를 바란다.


271 산행의 즐거움은 산과 만나는 데 있다. 산은 음악과 같다. 조용해야 들을 수 있다. 한적해야 피어 있는 들꽃을 볼 수 있다. 호젓하지 않으면 온몸의 피부가 그 정적을 감지할 수 없다. 햇빛이 비치는 아름다운 바위에서 옷을 느슨하게 풀어놓고 땀을 식힐 수 있어야 청량한 계곡에서 자라난 아름드리 나무와 고운 꽃잎을 만지며 푸른 하늘을 지나 온 바람을 느낄 수 있다.

 

귀환_다시 일상으로

273 인간은 상징성을 벗어날 수 없다. 변화는 상징과 함께 나타난다. 결혼식은 두 사람이 만드는 하나의 세계를 상징하며 장례식은 삶과 죽음의 화해이고 이승에서의 이별이다.

 

274 바다는 내 삶이 추구하는 상징이다. 아이들의 이름 속에 모두 바다를 넣은 것처럼 바다는 나의 미래다. 그리고 꿈이다. 바다는 늘 낮은 곳을 선택하는 물의 승리다. 바다는 모든 것을 그 안에 담고도 오직 하나의 색, 푸른 빛을 유지하고 있다. ~ 바다는 가끔 밑바닥을 뒤집어 엎어 스스로를 정화한다. 태풍과 풍랑과 해일과 파도는 바다가 스스로를 정화하는 도구들이다. 바다가 바다일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어찌 배우고 닮고 싶지 않겠는가?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속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한번도 바다가 내 삶이 추구하는 상징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무엇이 나의 미래, 나의 꿈. 내 삶이 추구하는 상징이 될 수 있을까? 천천히 생각해 보자.

 

274 꿈은 개인의 삶에 생명을 준다. 꿈을 잃으면 생명의 힘은 해소된다. 그러므로 꿈을 잃은 사람은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다. 꿈은 일상과 유리되지 않는 에너지다. 따라서 환상과는 다르다. 환상은 일상으로부터 유리된 에너지며, 일상과 만나지 못하므로 개인의 삶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구현하지 못한다.

 

275 삶의 배후에 있는 삶을 찾아 떠난 여행자들은 때가 되면 귀환한다. 삶에서 얻은 것들을 삶의 뒷전에 놓아두고, 검고 어두운 어머니의 계곡으로부터 잃어버렸던 자아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그러나 새로운 생각과 깨달음은 기존 사회의 서릿발 같은 증오와 심문과 맞서야 한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러나 마음을 무찌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좀 더 많이 살면 알아듣는 날이 올까?

 

276 내가 필부라는 것을 내 아내도 알고 있고 내 딸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상의 어느 위대한 사람보다도 그들에게는 내가 훨씬 중요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별과 같다. 수없이 많지만 하나하나가 모두 작은 우주다.

 

277 나는 자연을 닮아가고 싶다. 그리하여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나를 위해 쓸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한다. 바라는 대로 되는 세상은 아니지만 세상이 만들어주는 대로 살지는 않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쓸데없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대강 알게 되다보니 젊은 날의 마법과 주술의 힘을 상실하게 되었지만, ‘양 어깨에 짐을 가득 짊어진 당나귀처럼 중년을 지내지는 않으리라.

세상이 만들어주는 대로 살지는 않을 것이다. 양 어깨에 짐을 가득 짊어진 당나귀처럼 중년을 지내지는 않으리라. 나의 다짐이기도 하다.

 

278 세상에 나가 출세를 하는 것이 광명의 길은 아니다. 자유를 구속하는 족쇄와 사슬일 뿐이다. 마음을 바꾸는 것은 몸을 자유롭게 할 뿐 아니라 마음도 평화롭게 한다.

모든 것은 아닐지라도 많은 것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그게 너무 힘들다.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고 했다. 내게는 가장 무거운 것이 나의 마음인 것 같다

마음아 살 좀 빼서 가벼워져라. 너 너무 무거워서 움직이기 힘들다.

 

279 공자와 노자와 장자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우리의 삶을 서로 보완하는 한 사람으로 인식될 때, 우리는 세상에 나가서도 자신으로 들어와서도 자유롭다. 나아가 세상을 바꾸고 들어와 자신을 바꾸는 것이 자유가 아닐까?

 

280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는 나아질 것이고 스스로가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바라건대 다른 사람들로부터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또한 내 일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잘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불운과 불행 위에 나의 행복을 쌓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변화라는 주제 속에 내가 담아내고 싶은 인생이다.

그렇게 되셨습니다.

 

책 끝에_자연과 사람 그리고 변화

283 21세기의 화두는 자연과 사람이다. 이를 염두에 두지 않는 어떠한 변화도 나는 거부하겠다. 기술이든 돈이든 이데올로기든 그 무엇 때문이든 간에 변화를 통해 자연이 황폐해지고 인간이 서로에게 소외된다면 그것은 부정적 변화다. 삶은 기술이 아니다. 삶은 돈이 아니다. 삶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는 것 또한 우리는 잘 안다. 삶은 그 자체로서 중요하다.

 

284 앞으로는 자연을 자연대로 유지하는 나라가 부러움을 살 것이다. 이것은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산수(山水)가 살아있는 아름다운 나라를 의미한다. 아름다운 나라는 공동의 선()을 존중하는 나라이며 사회적 악의 창궐을 스스로 감시할 수 있는 사회다. 경쟁과 효율성 그리고 집단적 이기심 외에도 평등과 여유로움 그리고 공동선에 대한 원칙이 지켜지고 균형을 잡아가는 사회다.

이제는 부강한 나라가 자연을 자연대로 유지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안타깝지만 자연을 파괴해야만 겨우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럴수록 그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점점 더 먹고 살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끊어야 할까? 너무도 안타깝다.

 

284 ‘체제에 충실하게 복무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무관심에 의해 사회적 죄악이 방조되고 만들어진다는 것을 자각하는 사회야말로 위대한 사회다. 이런 사회는 나아질 수 있다. 올바른 변화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이 때 휴식과 성찰은 소비가 아니라 창조로 인식될 것이다. ~ 사람은 쉬고 있을 때와 자신의 내면과 만날 때, 가장 자유로운 정신력을 가지게 된다. 그때 비로소 작은 이해와 편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285 인간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 그들의 장점을 보고 배울 일이다. ~ 단점을 들어 장점을 줄이면 배울 것이 없다.

나의 장점 다른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보고 배우려고 한다.

나의 단점 다른 사람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배우려면 먼저 보고 관찰해야 한다. 타인에게 관심 좀 갖자.

 

286 “원숭이가 나무를 버리고 물로 간다면 물고기나 자라만큼 뛰어놀 수 없다. 천하의 명마도 위험한 일을 겪고 겁쟁이가 되면 당나귀만큼도 못해진다. 훌륭한 장수도 그 손에 쟁기를 쥐어주고 밭고랑에 서게 하면 평범한 농부만도 못하다. 사물의 단점만을 생각하고 그 장점을 죽이면 요임금과 같은 사람도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다.”

 

286 휴식은 자신에게 선사하는 따뜻한 시간이다. 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겠는가? 왜 우리는 늘 바쁘고 또 다른 사람을 바쁘게 하는가? 바쁜 사람은 바보다. 자신을 괴롭히고 남을 못살게 할 뿐이다. 휴식이 게으름이나 소비로 느껴지지 않을 때, 한 사회가 이에 진심으로 공감할 때, 우리는 훨씬 나아진 사회에 살게 된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사람(a better person)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긍정적 변화인 것이다.

다행히도 난 지금 바보는 아니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기회를 갖고 있다. 기회를 이용하지 못하면 정말 바보가 될 거다. 때로 바보가 되어 살 수는 있겠지만 바보로 죽지는 말자.

 

 

l  내가 저자라면


유럽을 여행할 때는 카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곳곳의 성당을 방문하고 성경의 이야기를 보고 듣게된다카톨릭 커뮤니티와 성경이 그들의 문화와 삶의 전반에 녹아 있어서 성경을 이해하지 않고는 그들의 과거도 현재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를 여행할 때는 절 얘기가 빠질 수 없나 보다. 운주사, 충무사, 쌍계사 등 아름다운 절을 관련된 전설이나 역사와 함께 소개해서 절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감을 높여 꼭 한번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저자가 한달 반간 우리나라의 남도를 여행하고 쓴 책이라 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기행문이라고 생각했는데나의 큰 착각이었다. 여행하는 곳과 관련된 역사는 물론 불교에 도교 사상까지, 가볍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내가 저자라면 불교와 도교의 어려운 이론이나 사상적인 부분은 많이 뺐을 것 같다. 불필요해서가 아니라 내가 잘 몰라서다. 그리고 보고 다닌 곳의 사진을 추가했겠다. 글을 읽고 풍경을 떠올리는 것도 좋지만 내가 보고 느낀 아름다움을 시각적 이미지로 공유하고 싶다. 맨 뒤에 지도가 있긴 하지만 책 중간 중간에 지도를 넣었어도 좋았겠다. 사실 책만 읽으면서는 저자의 공간적 이동과 그에 따른 마음의 움직임을 잘 못 따라갔다.

한 곳 정도는 가족과 함께 한 여행지가 있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과 돌아온 후의 달라진 모습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의 낯선 아빠, 남편의 모습을 가족의 눈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었을 텐데… 

너무 작위적인가?

 

기행문의 가장 큰 미덕은 읽은 후에 나도 떠나고 싶다. 저자가 보고 느낀 것을 나도 만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도록 선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쉽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매우 좋은 기행문이었다.

저자의 유혹하는 삶에 이렇게 나는 또 한번 넘어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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