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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6일 11시 42분 등록

철학 이야기

플라톤에서 산타야나까지 서양의 위대한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고전의 품격으로 이야기하다

 

저자 연구

지은이: 윌 듀런트 (1885.11.05~1981.11.07)

1885년 미국의 신앙심 깊은 카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가톨릭 학교에 다니면서 성직자가 되려고 했으나 10대 때 다윈, 스펜서 등의 책을 읽으면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가톨릭 교회와 사회주의를 결합하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이후 신학교에 진학했는데 그 곳에서 스피노자를 알게 되었는데, 스피노자는 철학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듀런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듀런트는 스피노자를 읽으면서 본인의 꿈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신학교를 그만 둔 뒤에 컬럼비아 대학교로 옮겨 1917년에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문명사학자로 성인 교육에 힘썼는데 특히 그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철학 사상에 관한 강의는 수많은 학생들을 철학의 길로 이끌었다고 한다. 이후 <철학이야기>라는 책을 출간해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감명을 줬고 현재까지도 철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50년에 걸쳐 인류의 문명사를 정리하는 작업에 몰두하여 1935년에 발간한 <동양의 유산>을 시작으로 1975 <나폴레옹 시대>에 이르기까지 총 11권짜리 대작 <문명 이야기> 시리즈를 집필했는데, 이 중 <루소와 혁명>으로 1967년에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2판 서문 나의 책을 위한 변명

8 인간의 지식은 인간의 정신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더욱더 적은 것에 관하여 더욱더 많이아는 학문의 전문가와 더욱더 많은 것에 관해 더욱더 적게 아는 철학의 사변가뿐이었다.

1920년대에 이미 인간의 지식은 인간의 정신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현재는 알파고 등 인공지능으로 감당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14 공자는 스펜서나 콩트만큼이나 실증주의적이다. ~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이해가 쉽다는 점이다. 철학자에게 이보다 치명적인 약점은 없을 것이다. ~ 난해함을 나쁘게 보는 편견을 가진 사람은 벌을 받는다.

공자가 수치스러울 정도로 이해가 쉽다니진짜 제대로 이해한 것 맞나요? 공자는 그냥 자구를 이해하는 학문이 아니라 그 실행을 통해 수양과 평천하에까지 이르러야 함은 당연히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14 무서운 얼굴로 즐거움을 쫓아버리는 지혜는 지혜롭지 않기 때문일 뿐 아니라, 큰 전망에서 태어난 유머 감각은 철학과 가까운 친족 관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말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서론 철학의 쓸모에 관하여

24 키케로도 말했다. “철학자들의 책에 나오는 것만큼 터무니없는 것은 없다.”

 

25 모든 과학은 철학에서 시작하여 예술로 끝난다. 가설에서 생겨나 성취로 흘러드는 것이다. 철학은 미지의 것 (형이상학의 경우)이나 부정확하게 알려진 것(윤리학이나 정치철학의 경우)에 대한 가설적 해석이다. ~ 철학은 당혹하여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승리의 열매를 딸인 과학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거룩한 불만족 속에서 불확실하고 탐사되지 않은 곳으로 계속 나아가기 때문일 뿐이다.

과학과 철학과 예술의 관계를 이렇게 쉽게 설명하다니… <철학이야기>가 일반 대중들에게 철학 입문서로 100년 가까이 사랑받는 이유를 알겠다.

 

26 과정을 관찰하고 수단을 구축하는 것은 과학이다. 목적을 비판하고 조정하는 것은 철학이다. ~ 철학이 없는 과학, 관점과 가치판단이 없는 사실은 파괴와 절망으로부터 우리를 구할 수 없다. 과학은 우리에게 지식을 주지만, 지혜를 줄 수 잇는 것은 철학뿐이다.

 

26 미학은 이상적인 형식, 즉 아름다움을 연구한다. 이것은 예술의 철학이다.

나는 평소 미학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름다움은 각자의 눈에 달린 것, 그냥 보고 느끼는 것이지 거기에 자를 붙여서 연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27 “진정한 학자가 되는 비결을 아는가? 모든 사람에게는 뭔가 배울 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의 제자다.” ~

즉 천재가 우리한테 하는 말을 들으면 머나먼 과거에 나 자신도 천재가 지금 하고 있는 말과 똑같은 생각을 막연하게 했으나, 거기에 형식을 갖춘 발언으로 옷을 입힐 기술이나 용기가 부족했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사실 위인들은 그들의 말을 들을 귀와 영혼이 있을 때에만 우리에게 말을 한다. 그들에게서 꽃을 피운 것의 뿌리라도 우리에게 있을 때에만 말을 건넨다는 뜻이다. 우리도 그들과 같은 경험을 했지만, 우리는 그 경험에서 그 비밀과 섬세한 의미를 완전히 빨아들이지 못했을 뿐이다.

매우 공감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그렇게 생각하지만 나의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것이 천재와 일반인의 차이. 나의 말로 표현할 능력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표현을 들을 귀와 영혼이라도 가져야한다

 

28 천재는 그 함축된 것을 듣고, 천체들의 음악을 듣는다. ~

합리적인 태도로, 철학 교사들이 좋으냐 나쁘냐를 따지지 말고, 오직 철학 자체만을 생각하라. 철학을 진심으로 잘 검토해보라. 철학이 악하면 모든 사람을 철학에게서 멀어지게 하려고 노력하라. 하지만 철학이 내가 지금 믿고 있는 그런 철학이라면 철학을 따르고 섬기며, 기운을 내도록 하라.”

 

1장  플라톤

1.     플라톤의 등장 배경

32 아마 최초의 회의주의자는 상인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보았기에 너무 많이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것도 공감. 나도 여행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많은 것을 보게 되면서 점차 회의가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33 이들은 점점 대담해지면서, 전에는 초자연적인 매개체나 힘 탓이라고 생각하던 사건이나 과정을 자연에 근거하여 설명하려 했다. 마법과 제의가 서서히 물러나면서 과학과 통제가 들어섰다. 그리고 철학이 시작되었다.

 

34 한 학파는 루소처럼 본성이 선하고 문명이 악하다고 주장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나지만, 오직 계급을 구분하는 제도 때문에 불평등해진다고 보았다. 법은 약자를 묶고 지배하기 위한 강자들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학파는 니체처럼 자연은 선악을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모든 인간은 불평등하게 태어난다. 도덕은 강자를 제한하고 저지하려는 약자의 발명품이다. 권력은 인간의 최고의 미덕이자 최고의 욕망이다. 모든 통치 형태 가운데 가장 지혜롭고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귀족정치다.

나는 니체의 자연은 선악을 넘어선다. 모든 인간은 불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도덕이 강자를 제한하고 저지하려는 약자의 발명품이란 말은 잘 모르겠다. 니체를 읽고 나면 이해가 되겠지.

 

34 어떤 제도도 이보다 민주적일 수 없었으며, 또 그 반대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보다 부조리할 수 없었다.

 

2.     소크라테스

36 제자들이 자신들의 식탁을 빛내 달라고 초대하면 가서 먹었다. 제자들은 그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을 것이다. ~ 그러나 집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처자식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인 크산티페의 관범에서 보면 그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으름뱅이로, 집에 빵보다는 오명만 가져오는 사람이었다.

소크라테스도 부인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돈도 못 벌고 가족은 못 챙기면서 밖으로만 나도는 가장. 요즘에도 많이 본다. 밖에서는 아무리 호인 소리 들어도 집에서는 그저 웬수일 뿐이다. 이런 사람은 결혼하지 말고 그냥 혼자 사는게 본인도, 다른 사람도 행복할텐데

 

37 왜 제자들이 그를 그렇게 존경했을까? 어쩌면 그가 철학자였을 뿐 아니라 인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전투에서 큰 위험을 무릅쓰고 알키비아데스의 목숨을 구했다. 그는 두려움도 없이, 또 지나치지도 않게 신사처럼 술을 마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가장 좋아한 것은 그의 겸손한 지혜였음이 틀림없다. ~ 그는 지혜의 전문가가 아니라 아마추어였다. 그럼에도 델포이의 신탁은 평소와는 달리 분별력을 발휘하여 소크라테스가 그리스인들 가운데 가장 지혜롭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 신탁이 그의 철학의 출발점인 불가지론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아는 유일한 한 가지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철학은 의심할 때, 특히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믿음, 교조, 이치를 의심할 때 시작된다. ~ 마음이 방향을 거꾸로 틀어 자기 자신을 점검하기 전에는 진짜 철학은 없다. 너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말했다.

 

37 그러나 철학자들에게는 이 모든 나무와 돌, 심지어 저 별들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이 될 수 있는가?

 

40 생각이 없는 곳에 혼돈이 있고, 군중이 무지한 상태에서 서둘러 결정을 내렸다가 나중에 숨을 돌리고 나면 쓸쓸하게 후회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단순한 수가 지혜를 줄 것이라는 믿음은 저열한 미신 아닐까? 오히려 군중에 속한 사람이 혼자 따로 있는 사람보다 어리석고 폭력적이고 잔인하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현상 아닌가?

 

41 재판관들은 그의 석방을 원했는데 오히려 성난 군중이 그의 죽음에 찬성표를 던졌던 것은 그의 이론을 독특한 방식으로 확인해주는 일이었다. 군중은 소리쳤다. 소크라테스는 신들을 부정하지 않았던가? 사람들이 배울 준비가 되기 전에 가르치는 자에게 화가 있을지어다.

예수가 받았던 재판과도 비슷하다. 예수의 경우도 빌라도는 풀어주고자 했으나 화가 난 유대 군중들이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쳐서 십자가형에 처할 수 밖에 없었다. 맞다. 사람들이 배울 준비가 되기 전에는 가르치는 자에게 화가 있다

 

42 다시는 이보다 쓸모 있게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기운 내게.” 그는 슬퍼하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자네들은 내 몸만 묻을 뿐이라고 생각하게.”

소크라테스 시절에 70이면 살만큼 살아서 그랬을까? 아무리 오래 살아도 노욕이 있는 사람이라면 별 의미 없는 삶이라도 기계에 의지해서라도 더 살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소크라테스가 훌륭한 사람이라서 이런 담담한 죽음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43 “~ 하지만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는 내 여행을 보살펴 달라고 신들에게 기도는 해도 되겠지. 사실 기도는 꼭 해야겠소. 내 여행길을 보살펴 달라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기도요.” 그러더니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입에 대고 아주 기꺼이 기운차게 독을 마셨다.

 

3.     플라톤의 준비 단계

45 “내가 야만인이 아니라 그리스인으로,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으로, 여자가 아니라 남자로 태어난 것을 신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소크라테스의 시대에 태어난 것을 감사한다.”

그 시대에는 여자는 야만인과 노예와 동급이었나보다. 나는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을 감사해야겠다.

 

46 그러나 충격처럼 교육적인 것은 없다.

 

46 플라톤은 총 12년을 방랑하며 모든 곳에서 지혜를 흡수하고, 모든 신전에 들어가 보고, 모든 신조를 음미했다. ~

플라톤은 기원전 387년에 아테네로 돌아왔다. 이제 그는 다양한 많은 민족과 많은 땅의 지혜로 성숙하게 무르익은 마흔의 남자였다. 젊은 시절의 뜨거운 의욕은 조금 사라졌지만, 이제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다. 모든 극단을 반족짜리 진실로 보게 되었고, 어느 문제에나 여러 측면이 있으며, 이 측면들이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듯 진실의 모든 면을 고루 드러낸다고 믿게 되었다. 플라톤에게는 지식이 있었고, 예술이 있었다. 그의 경우에는 한 영혼에 철학자와 시인이 함께 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위하여 아름다움과 진실이 서로 자기 자리를 찾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표현 매체를 창조했다. 그것이 대화였다.

플라톤의 영웅 여정이었나? 역시 시대와 지역에 관계 없이 여행과 방랑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 같다.

 

4.     윤리적 문제

50 “~ 만일 소크라테스 당신이 정의롭다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묻지 말고 직접 대답을 하쇼. 남들을 반박하는 걸로 자랑하지 말고…… 대답은 못해도 물을 줄 아는 사람은 많으니까.”

요즘말로 핵사이다. 나 같아도 본인이 대답은 안 하고 질문만 계속 해대면 특히 말꼬리 잡는 질문 짜증 나서 저렇게 말할 것 같다.

 

5.     정치 문제

54 사람들은 소박한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소유욕이 있고, 야망이 있고, 경쟁심이 있고, 질투심이 있다. 그들은 이미 가진 것에 곧 싫증을 내고,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한다. 가만히 있다가도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으면 갖고 싶어한다.

 

55 모든 통치 형태는 그 기본이 되는 원리를 지나치게 추구하는 바람에 망하는 경향이 있다. 귀족정치는 권력을 행사하는 집단을 지나치게 좁히는 바람에 망한다. 과두정치는 눈앞의 부를 향한 무모한 쟁탈전 때문에 망한다. 어느 경우든 끝은 혁명이다. 혁명은 사소한 이유아 작은 변덕 때문에 일어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록 작은 이을 계기로 발생한다 해도, 그동안 쌓인 심각한 잘못들의 결과가 급작스럽게 터져 나온 것이다. 아픈 곳을 태만히 하여 몸이 약해지면, 조금만 무리를 해도 심각한 병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민주정치가 나타납니다. 빈자들이 적에게 이겨, 일부는 도륙하고 나머지는 추방합니다. 그리고 민중에게 자유와 권력을 평등하게 나누어 주지요.” 그러나 민주정치도 지나침 때문에, 지나친 민주주의 때문에 망한다.

 

56 우리는 몸이 아프면 가장 잘생긴 의사나 웅변을 가장 잘하는 의사가 아니라 훈련받은 의사를 부른다. 그의 학위는 특정한 준비 상태와 전문 능력을 보장한다. 그렇다면 국가 전체가 아플 때도 가장 지혜롭고 가장 훌륭한 사람의 봉사와 안내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무능하고 부정한 사람이 공직에 진출하는 것을 막고, 공동의 선을 위해 통치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사람을 선출하고 준비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이것이 바로 정치철학의 과제다.

맞는 말이다. 의사는 물론 다른 기능직의 경우에도 말을 잘하거나 외모가 호감가는 사람이 아니라 능력을 보고 선택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국가를 운영하는 일에는 능력이 아니라 그 외의 것들로 인한 인기로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2천년이 훨씬 넘는 옛날에도 같은 문제였나보다.

 

6.     심리 문제

56 “국가도 사람과 같습니다”, “사람들의 성격이 변하면 정부도 변합니다. …… 국가는 그 안에 있는 인간들의 본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지금 이런 상태인 것은 그 시민이 지금 이런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더 나아지기 전에는 국가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57 “사람들은 얼마나 흥미롭습니까! 늘 자신의 병을 진료하고, 늘리고, 복잡하게 만들면서 누군가가 써보라고 충고하는 어떤 만병통치약으로 치료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말입니다. 전혀 나아지지 않고 늘 더 나빠지지요. ~ 법을 손보려 할 때면 개혁으로 인류의 부정직과 악행을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니까요. 실제로는 히드라의 머리만 잘라낼 뿐이라는 것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58 마지막으로 명상과 이해에서 기쁨을 얻는 소수가 있다. 이들은 물품도 승리도 아닌 앎을 갈망한다. 이들은 시장과 전장을 떠나, 은둔하여 얻는 고요하고 명료한 상태에서 생각에 몰입한다. 그들의 의지는 불이라기 보다는 빛이며, 그들의 안식처는 권력이 아니라 진리다. 이들은 지혜의 사람들이며, 세상에 이용되지 않고 한쪽에 물러나 있다.

명상과 이해에서 기쁨을 얻는 그런 소수가 되고 싶다. 하지만 세상에 이용되지 않고 한쪽에 물러나서 살고 싶지는 않다. 아니 그렇게는 못 살 것 같다.

 

7.     심리적 해법

59 우리는 모든 아이에게 처음부터 교육의 기회를 완전히 평등하게 부여해야 한다. 어디서 재능이나 천재성의 빛이 터져 나올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계급과 인종에 관계없이 어디에서나 공평하게 그 빛을 찾아야 한다.

 

60 영혼은 음악을 통하여 조화와 박자를 배우며, 심지어 정의를 이루고자 하는 경향도 배운다. ~ “왜 음악 교육이 그렇게 강력합니까? 박자와 화성은 영혼의 비밀스러운 곳을 찾아들어가, 그 움직임에 우아함을 부여하여, 결국 영혼을 우아하게 만들기 때문이 아닙니까?” ~

음악은 감정과 성격을 다듬을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고 회복하기에 귀중하다.

 

62 자유인은 지식의 획득에도 자유인이어야 합니다. …… 강요에 의해 얻은 지식은 정신을 지배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강요하면 안 되며, 어린 시절 교육은 오히려 일종의 놀이가 되는 것이 좋습니다.

2천년의 세월 동안 많이 발전했다고 해도 교육은 그 때만도 못한 것 같다.

 

67 버트런드 러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플라톤에게도 수학은 철학에 불가결한 서곡이요, 그 가장 높은 형태다. 플라톤은 마치 단테처럼 그의 아카데메이아의 문 위에 이런 말을 걸어놓았다.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곳에 들어 오지 마라.”

 

68 수준 높은 교육의 핵심은 이데아를 찾는 것이다. 일반성, 관련의 법칙, 발전의 이상을 찾는 것이다. 우리는 사물들 뒤에서 그 관계와 의미, 그 작동 방식과 법칙, 그 사물을 지배하거나 그것을 통해 흐릿하게 드러나는 기능과 이상을 발견해야 한다. 법칙이나 목적이라는 맥락에서 우리의 감각 경험을 분류하고 조정해야 한다. 오직 이 한가지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바보의 정신과 카이사르의 정신으로 갈라진다.

 

8.     정치적 해법

71 플라톤이 말하는 철학은 행동하는 교양이며, 삶의 구체적이고 분주한 면과 어우러진 지혜다.

철학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고 큰 오해가 행동이 없는 사변인 것 같다. 철학이 점점 인기가 없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쓸데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현실적이지 못해서라는 점 때문인 것 같은데완전히 잘못 알 고 있었다.      

 

73 그러나 수호자에게는 부인이 없다. 이들의 공산주의는 물자만이 아니라 여자에게도 해당한다. 이들은 자신의 이기주의만이 아니라 가족의 이기주의에서도 해방될 것이다. ~ 그들은 한 여자가 아니라 공동체에 헌신한다. 심지어 그들의 자녀도 특정하게 어떤 사람의 자녀로 구분되거나 한 사람에게 귀속되지 않는다. 수호자들의 모든 자녀는 태어날 때 어머니에게서 데려와 함께 키운다. 이렇게 엉켜 자라는 가운데 부모자식 관계는 사라지게 된다. ~ 이 테두리 내에서는 인간의 형제애가 말을 넘어서서 사실이 될 것이다. 모든 소년은 다른 모든 소년의 형제가 되고, 모든 소녀는 누이가 되고, 모든 남자는 아버지가 되고, 모든 여자는 어머니가 될 것이다.

그런데 너무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모르는 거 아닌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카톨릭 수도자들의 경우와 비슷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애초에 결혼을 하지 않고 부인과 자식이 없다. 아예 없는 것이 맞지 아내가 있고 자식이 있는데 떨어뜨려서 산 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76 우리의 전체 계획은, 수호자들이 잘 다스리고 소박하게 살면 경제적 인간들이 그들의 행정 독점을 기꺼이 허락할 것 수호자들이 경제적 인간의 사치 독점을 허락하듯이 이라는 희망에 기초를 두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완벽한 사회란 각각의 계급과 단위가 자신의 본성과 적성에 가장 잘 맞는 일을 하는 사회다. 어떤 계급이나 개인도 다른 계급이나 사회에 개입하지 않고, 모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능률적이고 조화로운 전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협력하는 사회다. 이것이 정의로운 국가일 것이다.

이런 정의로운 국가는 세상 끝날 까지 못 볼 것 같다.

 

9.     윤리적 해법

77 이 세상에서 가치 있는 것은 단 세가지 뿐이다. 정의, 아름다움, 진리. 그러나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의미를 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 그러나 정의만큼은 플라톤이 정의를 시도한다. “정의란 자신의 것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

이 정의는 무슨 뜻인가? 그저 모든 사람이 자신이 생산하는 것과 가치가 같은 것을 받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뜻일 뿐이다. 정의로운 사람이란 딱 맞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자신이 받는 것과 똑 같은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정의로운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는 매우 조화롭고 능률적인 집단이 될 것이다. 완벽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처럼 모든 요소가 자기 자리에서 적절한 기능을 이행할 것이다. ~ 정의는 효과적인 협력이다.

아무리봐도 플라톤은 인간의 본성을 너무 무시했던 것 같다.

 

78 정의는 단순한 힘이 아니라 조화를 이룬 힘이다. 인간의 욕망이 질서를 갖추어 지성과 조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의는 더 강한 자의 권리가 아니라 전체의 효과적인 조화다.

 

79 예수는 도덕이 약자에게 친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니체는 강한 자의 용기라고 말했다. 플라톤은 전체의 효과적인 조화라고 말한다.

모두 공감된다.

 

10.  비판

82 모든 사람이 형제가 되는 사회를 계획하는 것은 아주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우리 남성 모두에게 그런 용어를 확대하면 거기 깃든 모든 온기와 의미가 빠져버릴 것이다. 공동 소유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책임을 희석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모두에게 속하면 아무도 어떤 것도 돌보지 않을 테니까. ~ 프라이버시나 개성의 여지는 남지 않을 것이다. ~ “우리는 일반인의 수준을 넘어서는 미덕의 기준을 가정하지 말아야 하며, 본성과 환경이 특별히 우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나 교육도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다수가 공유할 수 있는 삶, 그리고 일반 국가가 달성할 수 있는 통치 형태를 존중해야 한다.”

공산주의가 이상적이나 현실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 인간의 본성은 그렇게 이성적이거나 도덕적이지 않음.

 

84 수호자들이 정치적 권력만 있지 경제적 권력은 없다면, 어떻게 통치를 유지할 수 있는가? 해링턴(1611~1677, 영국의 정치철학자)과 마르크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권력은 경제적 권력의 반영으로, 경제적 권력이 정치적 피지배계급 예를 들어 18세기의 중간계급 으로 넘어가면 정치적 권력이 위태로워진다는 점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86 어쩌면 플라톤에게 가장 부족한 점은 유전(流轉)과 변화에 대한 헤라클레이토스적 감각일지도 모른다. ~ 그는 여느 소심한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질서만을 사랑한다. 아테네의 민주적 교란에 겁을 먹고 개인의 가치를 극단적으로 무시했다. ~그의 국가는 움직임이 없다. 따라서 창조에 적대적이고 변화를 시기하는 경직된 80대가 다스리는 구식 사회가 되기 십상이다. 이 국가에는 예술은 없고 오직 과학만 있을 뿐이다. 과학적인 정신이 귀하게 여기는 질서를 찬양하지만, 예술의 영혼인 자유는 완전히 무시한다. 명목상의 아름다움은 숭배하지만,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거나 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예술가는 추방한다. 이것은 이상국가가 아니라 스파르타나 프로이센이다.

 

87 그는 달성하기 어려운 이상을 묘사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욕망을 이렇게 그려 놓는 일에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할 수 있고, 적어도 그 가운데 일부를 현실로 바꾸려 하는 데 인간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유토피아를 만드는 동물이다.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려면 어느 정도는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플라톤의 이상은 너무나 이상적이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너무 컸던건가?  

 

89 라로슈푸코(1613~1680, 프랑스의 고전 작가)늙는 법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지만 플라톤은 알았다. 솔론처럼 배우고 소크라테스처럼 가르치며, 의욕에 찬 젊은이들을 인도하고, 동지들의 지적 사랑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그가 제자들을 사랑하듯이, 제자들도 그를 사랑했다. 그는 그들의 철학자이자 안내자일 뿐 아니라 친구이기도 했다. ~ 아테네 사람들 모두가 무덤까지 그를 따라갔다.

 

2장  아리스토텔레스와 그리스 과학

1.     역사적 배경

94 이 야심만만한 젊은이는 철학의 호의와 애정을 놓고 정신적 아버지에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졌던 것으로 보이며, 지혜가 플라톤과 함께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암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늙은 현자는 이 제자가 젖을 다 빨아먹은 뒤 어머니를 걷어차 버리는 짐승 새끼라고 비난했다.

 

2.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

101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은 수백 권에 달한다. 고대의 어떤 사람은 그가 400권을 썼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1,000권을 썼다고도 한다. 남은 것은 그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그 자체로 도서관 하나를 이룬다. 그 범위와 웅장함을 생각해보라. ~ 이것이야말로 그리스판 대영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태양 아래 모든 문제만이 아니라 태양에 관한 모든 문제도 이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당시 책은 종이에 쓰는 것도 아니었는데, 최소 400권에서 1,000 권에 이르는 책을 썼다니 상상이 잘 안 된다. 먹고 자고 글만 쓴 것도 아니었을텐데나는 몇 권의 책을 쓸 수 있을까?

 

101 철학이 통일의 탐구라면 아리스토텔레스야말로 2000년의 역사가 그에게 준 높은 이름, 즉 철학자(Ille Philosophus)라는 이름을 얻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이 신화와 비유로 표현되는 (그래서 모호해진) 위대한 문학을 제공하는 대신, 기술적이고 추상적이고 응축된 과학을 제공한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과 달리 문학 용어가 아닌 과학 용어들과 철학 용어들을 만들었다.

 

3.     논리학의 창시

104 논리학이란 간단히 말해 정확하게 사고하는 기술과 방법을 뜻한다. 이것은 모든 과학, 모든 학문 모든 예술의 방법(logy)이다. 심지어 음악도 논리를 품고 있다. 정확한 사고 과정은 상당 부분 물리학과 기하학 같은 규칙으로 환원되어, 정상적인 정신을 가진이라면 누구나 익힐 수 있으므로 논리학은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 논리학처럼 따분한 것도 없지만, 논리학처럼 중요한 것도 없다.

나는 스스로를 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쓸 때도 가장 신경 쓰는 것이 글 전체를 통하는 논리다. ‘정상적인 정신을 가진이라면 누구나 익힐 수 있다고 하니 좀 더 익히도록 해야겠다.

 

106 아리스토텔레스는 보편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임을 이해한다. 실제로 플라톤은 보편이 개체보다 훨씬 지속적이고 중요하고 실질적이라고 말했다. 개체는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속의 작은 물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왔다가 가지만, 인간을 영원히 계속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제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이 실재론에서 끝없는 신비주의와 학문적 부조리의 뿌리를 보고서 최초의 논객다운 패기로 그것을 공격했다. 카이사르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다는 브루투스처럼 아리스토텔레스도 이렇게 말한다. “플라톤은 귀중하지만, 진리는 훨씬 더 귀중하다.” ~

플라톤이 주관적 미래에 몰두한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객관적 존재에만 관심을 갖기로 결심했다. ~ 그는 구체적이고 특수한 것들, 살과 피로 이루어진 개인을 훨씬 좋아했다. 그러나 플라톤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것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국가>에서도 완벽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개인을 파괴해 버렸다.

 

107 우리는 늘 우리가 비난하는 것을 우리 안에 상당히 갖고 있다. 비슷한 것들을 대조해야만 얻는 것이 있듯이, 오직 비슷한 사람들만 싸우고, 목적이나 믿음의 아주 작은 차이를 두고 가장 혹독한 전쟁이 벌어진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에게 그렇게 무자비했던 것은 자신의 내부에 플라톤적인 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또한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것들을 늘 사랑하여, 되풀이해서 단순한 사실을 버리고 허울만 좋은 현란한 이론을 좇곤 했으며, 최고천(最高天, 고대 그리스 우주론의 다섯 가지 하늘 중 가장 높은 하늘)을 탐사하고 싶은 자신의 철학적 정열을 누르려고 계속 안간힘을 써야 했다.

욕하면서 닮는다고들 한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내가 싫어하는 엄마의 모습과 너무 비슷한 모습을 나에게서 찾을 때 깜짝 놀라곤 한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108 삼단논법은 진리 발견의 메커니즘이라기 보다는 설명과 사고를 명료하게 해주는 메커니즘임이 분명하다.

 

4.     과학의 조직

1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의 그리스 과학

109 이전에 태아 상태였던 과학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세상에 태어났다.

 

112 아테네의 정치 상황이 급속히 복잡해지면서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물리학이나 생물학 연구를 떠나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이론의 길로 접어 들었다. ~ 그는 뒤로 자신의 스승 너머 소크라테스 이전 그리스의 과학 발전의 실마리를 다시 움켜쥐고서 더 단호하고 꼼꼼하게, 또 더 다양한 관찰을 통해 그 작업을 이어갔으며, 조직된 과학이라는 웅장한 몸체 안에 축적된 결과를 전부 통합해냈다.

 

2 자연학자 아리스토텔레스

113 이곳은 순환적인 세계다. 우리의 철학자는 그렇게 말한다. ~ 거꾸로 위로 올라간 습기는 구름으로 모였다가 아래로 떨어져, 강과 바다를 새로 살린다. 어디에서나 변화가 계속된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결과가 나타난다. ~ 새로운 대륙과 새로운 바다가 생겨나고, 낡은 바다와 낡은 대륙이 사라진다. 세상의 얼굴 전체가 성장과 해체라는 커다란 수축과 이완 속에서 바뀌고 또 바뀐다. ~ 그래서 문명마다 똑 같은 발명과 발견, 경제적이고 문화적인 축적이 느리게 이루어지는 암흑시대’, 학문과 과학과 예술의 재탄생이 영원히 반복된다. ~ 그리하여 인간의 이야기는 황량한 원을 그려간다. 인간이 아직 자신을 담고 있는 땅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시대에 이런 자연과학적 이해가 있었다니 놀랍다.

 

3 생물학의 창시

115 아리스토텔레스는 거꾸로 인간은 지능을 갖춘 덕에 손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116 그는 조류와 파충류가 구조상 가깝다는 점, 원숭이가 그 형태에서 네발짐승과 인간의 중간물이라는 점을 인식했다. 한번은 대담하게도 인간이 태생(胎生)의 네발짐승(우리의 포유류’) 무리에 속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 식단이 종종 삶의 양식을 규정한다는 계몽적인 발언도 했다.

 

5.     형이상학과 신의 본질

118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은 생물학에서 자라난 것이다. 세상만물은 현재보다 더 큰 것이 되고자 하는 내적 충동으로 움직인다. ~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신의 섭리는 자연적인 원인들의 작용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119 신은 자연의 최종원인이며, 사물의 추동력이자 목적이며, 세계의 형상이다. 또 세계의 생명 과정과 힘의 총화이며, 세계의 성장에 내재한 목표이며, 전체에 힘을 부여하는 엔텔레케이아다. 신은 순수한 에너지 (아리스토텔레스의 표현으로는 에네르게이아’). ~ 하지만 수수께끼 같은 구석이 있는 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는 워낙 순수한 활동력이기에 전혀 활동하지 않는다. 그는 절대적으로 완벽하다. 따라서 어떤 것도 바랄 수 없다. 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 그 자신이 만물의 본질이고 모든 형상의 형상이기에, 그가 하는 유일한 일은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완벽한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 좀 이해하기 어렵다. 완벽하니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6.     심리학과 예술의 본질

121 지금 우리를 형성하는 환경을 선택하면 미래의 우리를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친구, , 직업, 오락을 선택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성격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자유롭다.

 

121 동물에서 영혼은 감각과 운동 능력을 갖춘 힘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영혼은 또 이성과 사고의 힘이기도 하다. 육체적 힘의 총화인 영혼은 육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육체가 없는 영혼이라고 흔히 믿는 귀신이나 유령 등은 믿지 않았던 건가?

 

123 가장 고귀한 예술은 감정만이 아니라 지성에도 호소한다(교향곡이 화성과 반복 진행만이 아니라 구조와 전개로도 우리를 사로잡듯이). 이런 지적 쾌감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 형태의 기쁨이다. ~ 그러나 무엇보다도 예술의 기능은 카타르시스, 즉 정화(淨化). 사회적 제약의 압박으로 우리 안에 축적된 감정이 터져 나와 극적 흥분이라는 무해한 형식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감정에 호소하는 예술도 훌륭하지만 지성을 자극하는 예술도 아름답다.

 

7.     윤리학과 행복의 본질

124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에서는 소박한 현실주의자다. 그는 과학적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초인간적 이상을 설교하거나 완벽해지라는 공허한 조언을 하지 않는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목적은 선을 위한 선이 아니라 행복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 우리는 행복 자체를 위해 행복을 선택하지, 그 이상의 어떤 것을 결코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명예, 쾌락, 지성을 선택한다. …… 그것들을 통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125 인간의 성격의 특질은 세 개씩 짝을 지을 수 있는데, 그 각각의 짝에서 첫번째와 마지막 특질은 극단이고 악덕이며, 중간에 있는 특질은 미덕 또는 수월성이다. 예를 들어 용기는 겁과 무모함 사이에 있다. ~ 따라서 윤리학이나 행동에서 옳음은 수학이나 공학의 옳음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정확하고, 적합하고, 최선으로 작용하여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중용은 수학적 평균과는 달리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는 두 극단의 정확한 평균이 아니다. 중용은 각 상황에 따르는 조건들과 더불어 변하며, 성숙하고 유연한 이성에게만 그모습을 드러낸다. ~덕 또는 수월성이 있기 때문에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올바르게 행동했기 때문에 덕이나 수월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덕은 사람이 행동을 함으로써 그 사람 안에 형성된다.“

뭐든지 중간, 중용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수학적 평균과는 달리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는 두 극단의 정확한 평균이 아니고 항상 같은 크기가 아니기 때문에 특히 그럴 것이다. 상황에 맞게 행동하면서 몸에 익혀 나가는 것.

 

126 그러나 분별 없는 극단주의자는 중용을 최대의 악덕으로 본다. 그들은 중간에 있는 사람을 자신의 반대편 극단을 향해 쫓아낸다. 용기 있는 사람이 겁쟁이한테는 분별없는 사람이 되고, 분별없는 사람한테는 겁쟁이가 된다.”

회색 분자라고도 부른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의기소침해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127 가난은 사람을 인색하고 탐욕스럽게 만든다. 반면 소유가 있으면 근심과 탐욕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으며, 이것이 귀족적인 여유와 매력의 원천이 된다. 이렇게 외부에서 행복을 지원하는 것 가운데 우정이 가장 고귀하다. 사실 우정은 불행한 사람보다는 행복한 사람에게 더 필요하다. 행복은 나눌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우정은 정의보다 중요하다.

가난한 사람이 모두 인색하고 탐욕스럽지는 않다. 반대로 있는 사람들이 모두 여유와 매력이 있지는 않다. 인색하지 않을 정도로 벌고 소유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탐욕스럽지 않고 여유있게 살 수 있겠지.

 

128 그의 가장 좋은 친구는 그 자신이며, 혼자 있을 때 기쁨을 느낀다. 반면 덕이나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최악의 적은 바로 자신이고, 그는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한다.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 보고, 나 혼자 여행하고성숙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하는 것들을 특이하게, 또는 대단하게 보는 것이 더 이상하다.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해보면 별거 아니다.

 

8.     정치학

1 공산주의와 보수주의

130 우리는 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있을 때에만 감히 그런 상황을 바꾸려고 할 수 있다.

 

131 평균적인 수준에서 인간의 본성은 신보다는 짐승에 가깝다.

그렇다. 그래서 플라톤의 이상주의는 말 그대로 이상일 뿐이다.

 

2 결혼과 교육

135 “인간은 완전해지면 동물 가운데 최고가 된다. 그러나 고립될 경우에는 최악이 된다. ~ 그래서 인간은 덕이 없으면 동물 가운데 가장 사악하고 야만적인 존재, 탐욕과 욕정이 가득한 존재가 되고 만다.”

 

3 민주정치와 귀족정치

139 입헌정부 자체가 민주정치와 귀족정치의 중간인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공직으로 가는 길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면 국가는 충분히 민주적일 것이다. 반면 공직들이 그 길을 따라오면서 충분히 준비를 갖춘 사람들에게만 열려 있다면 충분히 귀족적일 것이다. ~ 추구할 목적은 공동체가 결정해야 하지만, 그 수단을 선택하고 적용하는 일은 오직 전문가가 해야 한다는 말이다. 선택의 기회는 민주적으로 확산되어야 하지만, 공직은 실력을 갖춘 자들, 최고로 선별된 자들에게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9.     비판

140 아리스토텔레스의 좌우명은 어떤 것에도 감탄하거나 놀라지 않는 것(nil admirari)’ 이었다. ~우리는 그에게서 플라톤의 개혁적 정열, 이 뜨거운 사랑이 아쉬워진다. 우리는 그의 스승의 대담한 독창성, 고상한 상상력, 편하게 망상에 빠져드는 능력이 아쉬워진다. 그러나 플라톤을 읽은 뒤라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회의적인 냉정함만큼 우리에게 유익한 것도 없다.

어떤 것에도 감탄하거나 놀라지 않는다면 삶에 별로 재미도 없을 것 같다. 일상이 매일 특별하고 별것들로 가득할 수는 없다. 별거 아닌 것에도 감탄하거나 놀라면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텐데

 

141 아리스토텔레스가 창조한 이 새로운 학문 분과, 그가 탄탄하게 확정한 그 기본 방향은 인간 정신의 영원한 성취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면, 아마도 우리는 바보이리라.

 

143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사람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경이롭고 영향력 있는 사고 체계를 제시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른 어떤 사상가도 세계의 계몽에 그렇게 기여한 적이 없다. 그 뒤의 모든 시대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의존하며, 진리를 보기 위해 그의 어깨에 올라선다.

 

10.  말년과 죽음

145 이런 혼란 때문에 우리는 그에게서 그의 <윤리학>이 우리에게 남긴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발견한다. 여기에는 냉정하고 비인간적일 정도의 차분한 인간이 아니라,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상태에서 엄청난 일을 해나가는 투사가 있다. 아카데메이아의 플라톤 후계자들, 이소크라테스의 웅변학파, 데모스테네스의 신랄한 웅변에 매달리는 성난 군중이 그를 추방하거나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146 그는 지혜롭게도 아테네가 철학에 두 번 죄를 지을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말하며 그 도시를 떠났다. 이것은 겁쟁이의 행동이 아니었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를 떠나고 나서 불과 몇 방 뒤(기원전 322), 외롭게 죽었다.

소크라테스와는 달랐지만 아리스토텔레스도 별로 행복하지 못한 말년과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 파티 중에 자는 듯이 죽은 건 플라톤뿐.  

 

3장  프랜시스 베이컨

1.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르네상스까지

151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가 사형 되었을 때 아테네의 정신은 그와 함께 죽었고, 그의 당당한 제자 플라톤에게서만 잠시 미적거리며 남아 있었을 뿐이다. ~ 마케도니아인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리스 철학을 지배한 사실은 그리스가 북방의 기운차고 젊은 민족들에게 정치적으로 복속된 상황을 반영한다.

 

152 주인인 그리스의 지친 몸에 아시아의 영혼이 슬금슬금 주입되는 이 과정에 이어 곧 젊은 정복자가 열어젖힌 바로 그 교통로를 따라 동양의 종교와 신앙이 그리스로 쏟아져 들어왔다. 제방이 무너지면서 동양 사상의 바다가 아직 사춘기인 유럽 정신의 저지대에 범람한 것이다. 헬라스 (고대 그리스인이 자기 나라를 부르던 이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뿌리내리고 있던 신비주의적이고 미신적인 신앙들은 튼튼해지고 더 넓게 확산되어 갔다. 무관심과 체념이라는 동양 정신은 퇴폐적이고 의기소침한 그리스에서 맞춤한 토양을 찾아냈다.

 

153 승리가 불가능하다면 승리를 비웃어야 한다. 평화를 얻는 비결은 우리의 욕망에 맞는 성취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욕망을 성취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 “네가 가진 것이 불충분해 보인다면 세상을 다 가진다 해도 여전히 비참할 것이다.”

내가 앞으로 살고 싶은 삶의 형태다.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성취하는 삶이 아니라 욕망의 수준을 낮춰서 조금 작은 성취에도 만족하면서 살고 싶다.

 

154 에피쿠로스는 에피쿠로스주의자가 아닌 셈이다. 그는 감각의 기쁨보다 지성의 기쁨을 찬양한다. 영혼을 흥분시키고 어지럽히는 쾌락을 버리고, 영혼을 잠잠하게 달래는 쾌락을 구하라고 말한다. 결국 그는 일반적인 감각의 쾌락이 아니라 아타락시아 정신의 고요, 평정, 안정 를 찾으라고 제안한다.

 

156 전쟁이나 불가피한 죽음과 마주했을 때는 아타락시아, 만물을 평화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외에는 다른 지혜가 없다.

 

159 인간은 미지의 것을 섬기기보다는 정복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새로운 자신감이 모든 활기찬 정신을 고양시켰다. 장벽은 무너졌다. 이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에는 제한이 없었다. ~ “~ 이 시대에는 고대인들이 이 너머는 안 된다(non plus ultra)’는 말을 사용하던 곳에서 당당하게 이 너머로 더(plus ultra)’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 바야흐로 성취와 희망과 활력의 시대였다. ~ ‘지혜를 한데 모으는 종을 울리며유럽의 성년을 알린 근대의 가장 강력한 정신은 프랜시스 베이컨이었다

 

2.     프랜시스 베이컨의 정치 인생

163 베이컨은 열두 살에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했지만, 3년을 머물다 교재와 방법론에 강한 혐오감을 품고 뛰쳐나왔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숭배에 확고하게 적대감을 품고 있었고, 철학의 방향을 좀 더 비옥한 방향으로 틀겠다고, 스콜라 철학 논쟁으로부터 인간의 선()을 해명하고 증진시키는 쪽으로 바꾸어 놓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아직 열여섯 살의 소년이었음에도 프랑스 주재 영국 대사의 참모 자리를 제안받았다.

얼마나 똑똑했기에 열여섯 살 때 프랑스 주재 영국 대사의 참모 자리를 제안받았을까? 15세 때 학교의 교수 방법이 잘못 됐다고 뛰쳐나오고 철학의 방향을 본인이 바꾸겠다고 했다니역시 천재들은 다르다.

 

165 사랑과 마찬가지로 정치에서도,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는 것은 효과가 없다. 언제나 내주어야 하지만, 절대 다 내주면 안 된다. 받는 쪽에서는 기대가 있어야 고마운 마음을 키워나가는 법이다.

 

166 그는 다양한 능력과 거의 무한한 지식 덕에 온갖 중요한 위원회의 핵심 위원이 되었다. 점차 그에게 높은 자리가 열렸다. 1606년에는 법무차관, 1613년에는 법무장관, 그리고 1618년에는 쉰 일곱 살의 나이에 마침내 대법관이 되었다.

 

3.     수상록

167 그는 공부 자체가 목적이나 지혜가 될 수는 없으며, 행동에 적용되지 않은 지식은 창백한 학문적 허영이라고 생각했다. “공부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쓰는 것은 게으른 것이다. 자신을 꾸미는 데 공부를 너무 이용하는 것은 허세다. ~ 교활한 사람은 공부를 비난하고, 단순한 사람은 공부를 찬양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공부를 이용한다. 공부는 공부의 용도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것을 가르쳐 주는 것은 공부 바깥에서, 공부 위에서, 관찰에 의해 얻어지는 지혜다.” 이것은 새로운 흐름으로, 영국 철학의 특징인 경험과 결과를 강조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스콜라 철학 즉 지식을 그 이용이나 관찰과 분리하는 태도 은 끝난 것이다.

플라톤의 행동하는 철학과 비슷한 것 같다. “공부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쓰는 것은 게으른 것이다. 자신을 꾸미는 데 공부를 너무 이용하는 것은 허세다.”는 딱 내 말 같다. 공부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뭔가 있어 보이는 MBA 학위를 받기 위해서 대학원에 갔던 건 아닌지큰 투자와 기회비용을 들여서 학위를 받았는데 그만한 대접을 못 받아서 실망했던 건 아닌지앞으로는 학위와 관계없이 계속 공부를 해야할텐데명심하자.

 

167 “철학이 없다면 나는 살고 싶지 않다.”

 

170 “본성은 종종 감추어진다. 가끔 극복되기도 한다. 그러나 없앨 수 잇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억지로 없애려 하면 본성은 더 거세게 돌아온다. 학설과 담론은 본성을 덜 끈덕지게 만들지만, 본성을 바꾸거나 굴복시키는 것은 습관뿐이다. ~ 본성은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도, 기회나 유혹을 통해 소생하기 때문이다. ~ 따라서 그럴 기회를 아예 주지 말거나, 아니면 잘 흔들리지 않도록 그런 기회를 자주 주어야 한다.”

 

171 그는 단지 사색적이기만 한 삶을 찬양하지는 않는다. 괴테와 마찬가지로 베이컨도 행동에 이르지 않는 지식을 경멸한다.

괴테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그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 나중에 괴테 읽을 때 참고해서 봐야겠다.

 

172 인간의 정신은 철학을 조금만 알 때는 무신론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철학으로 깊이 들어가면 종교로 돌아가게 된다. ~ “종교가 나뉘어 여럿으로 갈라져 있는 것이 무신론의 원인이다. ~ 마지막으로 학식이 높은 시대, 특히 평화와 번영이 깃든 시대도 무신론의 원인이 된다. 보통 고통과 역경이 인간 정신을 종교 쪽으로 더 강하게 구부리기 때문이다.”

 

173 “자신을 열 친구가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잡아먹는 식인종이다. …… 정신에 여러가지 생각이 가득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지혜와 이해가 밝아지고 분명해진다.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쉽게 논하게 되고, 좀 더 질서 있게 정리하게 되고, 말로 바꾸었을 때 어떻게 보일지 알게 되고, 마지막으로 지금보다 지혜로워진다. 이런 면에서는 한 시간 대화하는 것이 하루 사색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4.     위대한 재건

176 철학은 어린 시절 그의 보모였고, 공직에 있을 때 친구였으며, 감옥에 있을 때나 수모를 당할 때 위안이었다.

 

177 지식은 단순한 주장이나 장식이 아니라 힘이다. “지식은 내세우는 의견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다. ~”

아는 것이 힘이다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이다. 실제로 힘이 될 수 있도록 알아야 한다.

 

1 학문의 진보

178 “내 의도는 지식을 한 바퀴 돌며, 어떤 부분이 노력하는 사람들의 손길에서 벗어나 경작되지 않은 채 황폐해지고 잇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또 그 버려진 땅의 지도를 충실하게 그린 다음, 공중과 개인의 노력을 동원하여 그 땅을 일구는 것이다.”

 

179 베이컨은 큰 고통을 대가로 죽음을 며칠 늦출 수 있을 뿐인 상황에서는 의사가 편하고 빠르게 죽게 해주는 (안락사)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나도 동의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싶다. 의미 없는 삶을 의술로 며칠 연장하는 것이야말로 신에게 거역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179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 것의 이름이다.” 또한 우주에서 우연이란, 인간에게서 의지와 같다.”

 

181 말의 자유와 침묵 사이에서 신중하게 중용과 절제를 지키는 것. …… 그러나 너무 착하거나 선량한 태도로 자신의 무장을 해제하면 뜻을 제대로 표현하고 권리를 지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태도를 보이면 상처 입고 비난을 당하기 쉽다. 따라서 …… 가끔 꿀이 있을 뿐 아니라 가시도 돋친, 자유롭고 관대한 정신의 불꽃을 뿜을 필요가 있다.

 

182 친구에게도 자신의 진짜 목적과 생각을 너무 많이 드러내지 마라. 대화할 때는 네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질문을 자주 해라. ~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은 출세에 도움이 된다.

출세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면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을까?

 

2 신기관

187 “인간은 자연의 관리자이자 해석자로서 자연의 질서에 대한 관찰이 …… 허락하는 만큼만 행동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 이상은 알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다.” ~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철학이 거의 발전하지 않은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철학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빛으로 아리스토텔레스를 넘어서는 것은 빌려온 빛으로 그 빛을 낳은 원래의 빛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190 “~ 나는 이것을 극장의 우상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내 판단으로는, 기존의 철학 체계는 비현실적인 무대 공연 방식을 따라 스스로 창조한 세계를 보여주는 연극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 이 철학 극장의 연극에서는 시인의 극장에서 보는 것과 똑 같은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즉 무대를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는 역사에서 나온 진짜 이야기보다 간결하고 우아하며, 또 우리가 바라는 것에 더 가깝다.” 플라톤이 묘사하는 세계는 단지 플라톤이 구성한 세계일 뿐이며, 세계보다는 플라톤을 보여준다.

 

193 우리는 수를 계산하고 다리를 건설하려고 수학을 연구한다. 사회라는 정글에서 우리의 길을 찾아내기 위해서 심리학을 연구한다. 과학이 사물의 형상들을 충분히 찾아낸다면, 세상은 인간이 만들고자 하는 유토피아의 재료가 될 것이다.

 

3 과학의 유토피아

193 그렇게 과학을 완전하게 다듬고, 그런 다음 과학을 통제하여 사회 질서를 완벽하게 다듬으면 그 자체로 충분한 유토피아일 것이다.

베이컨 시대 때보다 현재 이 모습에 더 가까울텐데유토피아에 가까운지는 모르겠다.

 

196 모든 사상가의 꿈은 정치가를 과학자로 대체하는 것이다. 유토피아를 구현하려는 노력이 그렇게 여러 번 이루어졌음에도 왜 이것은 꿈으로만 남아있는가? ~ 어쩌면 우리 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물리학자나 화학자나 기술자가 산업에서 과학의 역할이 높아지는 모습을 본 것인지도 모른다. ~ 어쩌면 과학은 아직 세상을 정복했다는 칭찬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5.     비판

198 그는 셰익스피어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손대는 모든 것은 더 아름다워진다는 말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또 똑같이 변명한다.

 

201 베이컨의 장점과 약점은 바로 이런 통일을 향한 열정, 조정에 능한 천재성의 날개를 수많은 과학 위로 펼치려는 데 있다. 그는 플라톤 같은 사람, “높은 바위에 선 것처럼 만물을 굽어보는 숭고한 천재성을 지닌 사람이 되기를 갈망했다. 그는 스스로 부과한 과제의 무게에 무너졌다. 그러나 너무 많이 떠맡는 바람에 실패했으므로 용서받을 수 있다. 그는 과학의 약속된 땅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카울리(1618~1667, 영국의 시인, 수필가)의 묘비명에 나오듯이, 적어도 그 경계선에 서서 멀리 보이는 그 아름다운 땅을 가리킬 수는 있었다.

철학과 과학은 양 끝단에 있는 학문 같은데, 아리스토텔레스도 그렇고 베이컨도 그렇고, 과거에는 철학과 과학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도 과학자들이 철학부터 먼저 공부하고 과학을 연구한다면 보다 유토피아에 가까운 사회가 될까?

 

202 “~ 이 탁월한 천재는 알려진 바에 대해 쓰는 것도 불가능한 시절에, 배워야 하는 것에 관해 썼다.”

 

203 베이컨은 말했다. “인간은 직립한 동물이 아니라 불멸의 신이다.”, “창조주는 우리에게 온 세상을 감당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하나의 세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영혼들을 주셨다.”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시간은 많다.

 

6.     에필로그

204 “큰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삼중으로 하인이다. 군주나 국가의 하인, 명성의 하인, 일의 하인이다. 그래서 몸에도 행동에도 시간에도 자유가 없다. ~ 자리에 오르는 길은 미끄러운데, 거기서 물러서면 추락이거나 최소한 실추다.”

 

204 괴테는 말했다. “한 사람의 약점은 그의 시대에서 온다. 반대로 그의 장점과 위대함은 그 자신의 것이다.”

괴테나 베이컨 같은 천재들에게 해당되는 말 같다. 그렇다면 나는? 이 시대에서 오는 나의 약점은 무엇인가? 내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있는 장점과 위대함은 또 무엇일까?

 

206 그는 더 일찍 정치를 버리고 모든 시간을 문학과 과학에 쏟지 못한 것을 애달파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에 몰두하다가, 말하자면 전장에서 죽었다. 그는 수필 <죽음에 관하여>에서 열심히 일하다죽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것은 뜨거운 피가 솟구치는 부상을 입는 것과 같을 터인데, 그런 부상을 당한 사람은 그 순간에는 아픔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카이사르처럼 그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

 

4장  스피노자

1.     역사적이고 전기적인 사실들

1 유대인의 오디세이아

209 ‘이산(이산)’ 이후 유대인의 이야기는 유럽사의 서사시 가운데 하나다. ~ 아무런 정치 조직 없이, 사회적 통합을 위한 아무런 법적 강제 없이, 심지어 공통의 언어도 없이, 이 훌륭한 민족은 자신의 몸과 영혼을 유지하고, 인종적 문화적 통합성을 보존했으며, 뜨거운 사랑으로 가장 오래된 의식과 전통을 지켰고, 끈기 있고 단호하게 구원의 날을 기다렸으며, 그 어느때보다 수가 늘었고, 모든 분야에서 그 천재성으로 명성을 떨쳤으며, 2000년의 방랑 끝에 잊지 않고 잇던 옛 땅으로 의기양양하게 귀환했다. 어떤 드라마가 이 웅장한 수난, 이 다채로운 장면, 이 찬란하고 정의로운 성취에 비견될 수 있겠는가? 어떤 소설이 이 현실의 로맨스에 비견될 수 있겠는가?

 

2 스피노자가 받은 교육

212 아이가 총명하여 장로들은 아이가 미래에 자신들의 공동체와 신앙의 빛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 아이는 닥치는 대로 탐욕스럽게 읽어 이븐 게비롤의 신비주의 철학과 코르도바의 모세스의 복잡한 카발라 신비주의에까지 손을 뻗었다. ~ 스피노자는 읽고 생각할수록, 자신의 소박한 확신이 녹아버리고 궁금증과 의심만 남는 것을 느꼈다.

그는 기독교 세계의 사상가들은 신과 인간의 운명이라는 이 큰 문제에 관해 뭐라고 말했는지 알고 싶은 호기심을 느꼈다. ~

지적인 면에서 신의 사랑과 등가라 할 수 있는 보편적 통일성의 최고 지식에 이르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 하나한가 스피노자 사상의 내밀한 구조를 구성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스피노자는 근대철학에서 주관적이고 관념론적인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베이컨과는 반대로) 전통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데카르트(1596~1650)의 영향을 받았다.

어렸을 때는 제한을 두지 않고 닥치는 대로 탐욕스럽게 읽고 배우는 것이 좋은 것 같아. 플라톤 말처럼 재능은 누구에게,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215 그가 매력을 느꼈던 것은, 모든 형태의 물질의 바탕에 있는 동질의 실체와 모든 형태의 정신의 바탕에 있다는 또 다른 동질의 실체라는 데카르트의 개념이었다. ~ 또 한가지 그가 매력을 느꼈던 것은 신과 영혼을 제외한 세상 만물을 기계적이고 수학적인 법칙으로 설명하고자 했던 데카르트의 욕망이었다.

 

3 파문

216 의식이 시작될 때 환하게 밝혀져 있던 불이 의식이 진행되면서 하나씩 꺼져 마지막에는 다 꺼졌다. 파문 당한 사람의 영적 삶이 소멸되었다는 상징이었다.

불이 꺼지면 영적 삶도 소멸되었다. 매우 상징적이면서 실제로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 같다. 다음에 어떤 의식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이런 의식도 생각해 보자.

 

218 스피노자가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성경>은 그들 민족의 휴대용 조국이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그들은 이단이 반역이고 관용은 자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스피노자는 유대인을 넘어 온 세상에 속할 운명이었던 것이다.

 

4 은거와 죽음

219 고독만큼 끔찍한 것은 없지만, 고독 가운데서도 유대인이 자기 민족에게서 고립되는 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것은 드물다.

 

220 그는 성공을 거둔사람이 되기에는 지혜를 너무 사랑했다.

지혜를 너무 사랑하면 세속적 성공을 하기 어려운 건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221 “가끔 나의 타고난 이해력으로 거두어들이는 열매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지만, 나는 이것으로 만족했습니다. 그것을 모으면서 행복했고, 한숨을 쉬고 슬퍼하는 대신 평화롭고 고요하고 기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

몸가짐이 무질서하고 너저분하다고 해서 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러 외모에 무관심한 척하는 것은 오히려 정신이 가난한 증거다. 진정한 지혜는 그런 정신에서 가치 있는 거처를 찾을 수 없으며, 학문은 무질서와 혼란만 만나게 될 것이다.”

 

226 그는 빨리 찾아온 죽음을 받아들였으며, 다만 생전에 감히 출판할 수 없었던 책이 죽은 뒤에 사라지거나 파괴될까 걱정했다.

스피노자 역시 불행히도 일찍 죽었다. 그가 좀 더 살아서 그의 책을 완성했더라면 철학이나 과학에 어떤 변화와 발전이 있었을지

 

2.     신학정치론

227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너무 철저하게 증명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그의 결론은 모든 교육받은 정신에게 상식으로 통용되며, 그의 저작에서는 사람을 새롭게 끌어당기는 신비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 종교와 국가에 관한 스피노자의 이 논문도 마찬가지다.

동의한다. 너무 모든 것이 다 밝혀진 논문이나 책은 쉽게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호기심과 지성을 자극하지 못해서 재미없는 죽은 지식이 될 수도 있다.

 

229 <성경>에서는 단지 민중의 이해나 그들의 불완전한 지식에 양보하여 신이 법을 주는 존재나 군주로 묘사되고 정의롭거나 자비롭다고 일컬어지지만, 실제로는 그의 본성의 필연성에 따라 …… 행동하며, 그의 포고는…… 영원한 진리임을 철학자는 잘 알고 있다.

 

230 스피노자의 생각에 이런 완성의 첫걸음은 예수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말 같지 않은 교조를 벗겨내고 나면, 유대인도 곧 예수에게서 가장 위대하고 고상한 예언자를 보게 돌 것이다. 스피노자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그가 인간 가운데는 제일이라고 여긴다.

 

3.     지성 정화론

231 나는 명예와 부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다는 것, 그러나 내가 새로운 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싶다면 부와 명예를 얻는 일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명예와 부를 많이 소유할수록 쾌락도 늘어나고, 그 결과 그것들을 더 늘리려는 마음도 강해진다. 반면 언제라도 그런 희망이 좌절되면, 속에서 깊디깊은 고통이 생겨난다. 명성도 이런 큰 약점이 있어, 그것을 추구하려면 삶의 방향이 사람들의 변덕에 맞추는 쪽으로 가야 한다.

요즘 나의 고민과도 비슷하다. 부와 명예를 얻으려면 얻을 수도 있겠지만 부와 명예를 가져서 얻는 즐거움, 행복과 그 과정에서 놓치게 될 즐거움과 행복을 계산하면 그냥 덜 또는 별로 안 갖는게 나을 것 같다.

 

4.     윤리학

235 우리는 공상의 무질서한 선들을 따르고, 위태롭다 해도 우리의 꿈에서 철학을 짜 나아가는 쪽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스피노자에게는 단 하나의 강박적인 욕망밖에 없었다. 세상의 견딜 수 없는 혼돈을 통일과 질서로 환원하고 싶다는 것. 그에게는 남방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보다는 북방인의 진리에 대한 굶주림이 강했다. 그에게 예술가적인 면이 있다면 순수하게 건축가적인 면으로, 완벽한 대칭과 형식을 갖춘 사고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1 자연과 신

238 스피노자는 여기서 나아가 실체를 자연이나 신과 동일시한다. 그는 스콜라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에 두 가지 면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능동적이고 생명이 넘치는 과정으로, 스피노자는 이것을 낳는 자연(natura naturans)’이라고 부른다. 베르그송의 생의 약진창조적 진화인 셈이다. 이 과정의 수동적 산물은 태어난 자연(natura naturata)’이다. 이것은 자연의 물질과 내용으로, 숲과 바람과 물, 산과 들과 수많은 외적 형태를 가리킨다.

 

239 나는 신이 만물의 외적 원인이 아니라 내재적 원인이라고 봅니다. 나는 만물이 신 안에 있다하고 말합니다. 만물이 신 안에서 살고 움직입니다.

 

241 “나는 아름다움이나 기형, 질서나 혼란이 자연의 속성이 아니라고 미리 말해두고 싶습니다. 오직 우리의 상상과 관계를 맺을 때에만 어떤 것을 아름답다거나 추하다고, 질서가 잡혀 있다거나 혼란스럽다고 부를 수 있습니다.”

제 눈에 안경, 미는 주관적인 것. 내가 미학을 믿지 않았던 이유와 비슷한 것 같다.

 

2 물질과 정신

243 “몸은 정신이 생각하도록 결정할 수 없다. 또 정신은 몸이 계속 움직이거나 쉬라고, 또는 다른 어떤 상태에 있으라고 결정할 수 없다.” “정신의 결정, 몸의 욕망과 결정은…… 하나이자 같기때문이다.

 

245 하나의 사물이 스스로 존속하는 힘은 그 존재의 핵심이자 본질이다. 모든 본능은 개체 (이 외로운 독신자는 덧붙이지 못했지만, 종이나 집단도 마찬가지다)를 유지하려고 자연이 계발한 장치다. 쾌감과 통증은 본능의 만족 도는 방해다.

 

3 지성과 도덕

247 스피노자는 우선 행복을 행동의 목표로 설정한다. 그러면서 행복이란 쾌락의 존재이고 고통의 부재라고 아주 단순하게 정의한다. 그러나 쾌락과 고통은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또 쾌락과 고통은 상태가 아니라 이행 과정이다.

 

249 스피노자는 니체와 마찬가지로 겸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겸손은 능력의 부재를 뜻한다. 스피노자에게 덕이란 재능과 능력의 형식이다. ~ 그러나 스피노자는 니체처럼 겸손을 비난하느라 긴 시간을 소비하지는 않는다. ‘겸손은 아주 드물기때문이다.

나도 겸손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꼭 필요한 미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거짓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는 것은 나쁘지만 본인의 장점이나 능력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252 “정신이 이성의 명령에 따라 어떤 것을 생각하는 한, 현재, 과거, 미래 어디에 속한 것을 생각하든 그 영향은 동일할 것이다.” 우리는 상상과 이성을 이용해 경험을 예측으로 바꿀 수 있다. 과거의 노예에서 벗어나 미래의 창조자가 될 수 있다.

 

4 종교와 불멸성

255 결국 스피노자의 철학은 추방당해 홀로 살아가고 있는 세계조차 사랑하려는 시도다.

 

256 사실 우리가 개인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은 어떤 의미에서는 착각이다. 우리는 법칙과 원인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고, 신의 일부다. 우리는 우리보다 큰 존재, 죽어가는 우리와는 달리 끝이 없는 존재의 스쳐가는 형태다. 우리 몸은 인류라는 몸의 세포이며, 인류는 생명의 드라마 가운데 한 사건이다. 우리 정신은 영원한 빛의 순간적인 반짝임이다.

 

5.     정치론

259 스피노자는 모든 정치 철학이 자연적 질서와 도덕적 질서, 즉 조직된 사회가 형성되기 전후 삶의 구분에서 생겨날 수박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인간이 한때 법이나 사회 조직 없이 비교적 고립된 상태에서 살았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라는 개념이 없었다는 것이다. 힘과 권리는 하나였다.

 

260 “인간은 시민정신에 맞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맞게 길러져야 한다.” 대부분의 인간은 속으로는 법이나 관습에 대항하는 개인주의적 반역자다. 사회적 본능은 개인주의적 본능보다 늦게 그리고 약하게 찾아와 필요에 의해 강화된다. 훗날 루소가 처참한 심정으로 생각했듯이, 인간은 천성적으로 선하지않다. 그러나 제휴를 통하여 가족 안에서나마 공감, 동질감, 그리고 마침내 인정이 나타난다. 우리는 우리와 같은 것을 좋아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선하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함과 시민정신에 맞게 길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265 권력의 평등은 불안정한 상태다. 인간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다. “평등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평등을 구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요구다.” 훈련받은 적합한 사람들 가운데서 자신을 통치해줄 사람을 선택할 기회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제공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서 최고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이 여전히 민주주의의 숙제다.

 

6.     스피노자의 영향

268 벨퍼트 백스(1854~1926, 영국의 저널리스트,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에는 스피노자 안에 현재의 학문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선언하는 저명한 사람이 적지 않다.”

어쩌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스피노자에게 영향을 받은 것은, 그의 글이 수많은 해석이 가능하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면을 드러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든 심오한 말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면을 보여준다.

 

269 “~ 앞으로 오랫동안 교육받은 여행자는 이곳을 지나며 속으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쩌면 신에 대한 비전 가운데 가장 참된 비전이 여기에서 생겨났는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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