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윤정욱
  • 조회 수 132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7년 5월 1일 01시 28분 등록

『마지막 편지』

구본형 저, 휴머니스트

 

4주차 (4/24~4/30)

티올(윤정욱)

 

[ 목 차 ]

 

1.    작가 분석 ---------------------------------------------------------- P. 1 ~ P. 5

 

# 1 : 역사 (인간 구본형의 역사)

 

# 2 : 단절 (구본형의 내면 탐구 보고서)

 

# 3 : 여행 (여행과 변화의 상관관계)

 

# 4 : 기타

-      개인으로서의 역사 (1주차 작가 분석 보완)

-      다른 책을 통해 본 작가의 메시지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

-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이유

 

 

2.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문구들 ----------------------------------- P. 6 ~ P. 20

 

 

3.    내가 저자라면 --------------------------------------------------- P. 20 ~ P. 21

 

[북 리뷰 INTRO]

 

북 리뷰도 이제 4주차로 접어들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 『떠남과 만남』 그리고 『마지막 편지』로 구본형 작가의 책은 이제 끝이 난다. 다른 주제의 책들에 비해서는 예전에 접해본 경험도 많았기에 순조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왜 연구원 과정을 시작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연구원 과정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 교육팀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양한 주제의 많은 책들을 접하게 될 것이다. 아마 앞으로 접할 많은 책들 가운데 구본형 작가의 책들이 그나마 내가 제일 소화하기 편한 책일 수도 있다. 책이 가지는 의미의 깊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편중되었던 독서 습관 때문이다.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을 먹으면 체하기 쉽다. 우리 몸은 그만큼 솔직하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과정을 생각하면 슬쩍 주눅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이 많다는 것은 지금까지 나의 독서 편식이 심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은 몸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것은 정신 건강의 문제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특정 작가나 철학자의 사상에 깊이 매료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옅게 많이 아는 것보다는 한 사람의 사상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것은 오히려 칭찬 받을만한 일이다. 다만 그의 사상에 매료되었다고 해서 그의 모든 사상을 별도의 자기 검열의 과정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거나, 그것과 반대 되는 사상에 대해 별다른 고민 없이 배척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동양 사상에서 중요시 하는 중용의 정신과도 맞지 않다. 덕은 몸과 마음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용은 조화이자, 균형이다. 나는 구본형 작가의 글과 사상을 얼마만큼이나 이해하고 흡수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나는 중용의 정신에 입각하여 작가의 글과 사상을 대했던 것일까?

 

나의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은 안타깝지만 그렇지 못했다이다. 나는 그 동안 구본형 작가의 글을 편식해왔다. 실제로 나의 성향과 습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별도의 비판의 과정 없이, 무조건 따라야 할 지침이자 과장해서 말하면 경전(經典)의 말씀으로 여겼다. 책을 읽고자 하는 행동은 있었지만, 책을 통해서 무언가를 배운다거나, 배운 내용을 나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실천을 통해 내 것으로 옮기고, 스스로 변화를 이루어내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깨달음은 있으되 실천이 없었다. 그래서 허망했다. 또한 그래서 나는 항상 변화할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헛헛해졌던 것은 어쩌면 결국에는 깨달음 뒤에 필연적으로 따라야 하는 실천의 의무에 대해 스스로 자신이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사유 없는 행동은 얼마나 위험하며, 또한 행동 없는 사유는 또 얼마나 허망한가.

 

나는 아직도 길 위에서 길을 찾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침반 역시 매번 흔들거리며 방향을 찾아간다고 하지만, 나의 흔들림은 그 진폭이 너무 크다. 방향을 알 수 없다. 하지만 굳이 한 가지 변화를 꼽아본다면, 생활의 우선 순위가 생긴 것이다. 바로 연구원 활동이다. 아직 위대한 하루를 보낸 기억은 아주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 도전해보고자 한다. 출처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네”. 오랫동안 고민을 한다고 해서 더 나은 답을 찾아낸 적은 드물었다. 오히려 고민이 더 큰 걱정이 낳을 뿐, 구체적인 답을 제시해준 적은 드물었다. 구체적인 답은 대체적으로 구체적인 행동 속에 있었다. 시도해보고, 도전해보고, 물어봤더니 그 다음 과정이 선명히 보였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보였다. 모호한 고민은 구체적인 선택의 문제로 남았다. 지금부터 더 큰 붓으로 나의 풍광을 더욱 선명하게 그려보고자 한다.

 

 

1. 작가 분석

 

[PART #3 : 개인으로서의 역사] - 1주차 작가 분석 보완

 

# 두 자녀의 기억 속의 아빠 구본형 #

 

(5) 책에 대한 생각, 삶의 빛과 그림자에 대하여 가지게 된 생각을 소중히 기억하도록 해라. 기억한다는 것은 매일매일의 생활 속으로 너의 희망을 불러들여 구체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과 삶이 같아질수록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게 된다. 자신의 일상에서 아름다운 나로 거듭나는 모습을 확인하는 과정이야말로 성숙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하루에 30분 혹은 한 시간 정도의 책 읽기는 네 생각을 더욱 풍부하게 할 것이다. 밑줄을 쳐가며 읽어라. 애착을 갖게 될 것이다. 책 속의 주인공은 언제나 너처럼 생각하고, 너처럼 느끼며, 바로 그 일 때문에 즐거워하고 괴로워한, 일상을 살아간 개인들이었음을 기억해라. 그리고 그들 역시 조금은 피곤하고, 때론 풀이 죽기도 하고, 회의적이며, 주위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자신을 못살게 구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임을 기억해라. 그들은 단지 자신의 욕망을 깊이 들여다보고 공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삶은 이루어갔던 것이다. 무엇을 아주 잘한다는 것은 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전문성의 아름다움이다. ‘나를 좋아하는 내가 되기를 기원한다.

 

★ 티올(정욱) : 이 책의 서문은 구본형 작가의 두 딸이 아버지에게 쓰는 편지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편지 안에는 구본형 작가가 두 딸에게 쓴 편지가 들어있다. 자녀를 향한 깊은 애정과 당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훈계보다 강하고 또 부드러운 힘으로 자녀들을 바로 세운다. 부모와 자식 간의 당부와 권고를 넘어선 앞선 사람 간의 애정 어린 당부의 말로 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편지는 구본형 작가가 많은 독자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책 전체를 통틀어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내용의 핵심이 이 편지 안에 모두 담겨 있는 듯 하다.

 

 

# 다른 책을 통해 본 작가의 메시지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

 

1.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에게』 구본형 저 (뮤진트리 출판사, 2011)

# 출처 : YES24 문화웹진 20121아름다운 책 이야기’ 1월 작가 인터뷰 () #

 

 

Q) 직장()에 대한 시니컬한 진실이 있다면?

 

A) 들어가기 전에는 못 들어가서 안달이고, 들어가면 못 나와서 안달이다

 

Q)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문구들이 있는지?

 

A) 탈레스, 서양 철학의 아버지. 그가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은 조언하는 것이다. 제일 어려운 일은 자기가 조언한 대로 사는 것이다

 

A) 직업은 반드시 밥으로 구성돼 있고, 밥을 못 주면 직업이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밥이 안될 수도 있다. 딜레마다. 밥을 찾아 다니면 존재가 없고, 존재를 찾자니 밥이 없다. 서로 화해가 되지 않는 것이 태반. 그는 좋은 직업의 등식을, 밥과 존재를 화해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밥을 벌 수 있는 것이 좋은 직업이다.

 

A)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 들여보라고 강조한다. 내가 어디에 감동하는지, 뭘 잘 할 수 있는지, 어떤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A) 그 때 하고 있는 일을 들여다봤다. 몇 개는 지루한 일이고, 몇 개는 보석 같은 일이었다. 그 몇 개가 내겐 소중했고, 아주 열심히 했다. 책을 보고, 다른 회사에서 어떻게 하는지 봤다.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 길에 대해선 잘 하고 싶었다. 그렇게 9년을 보냈다. 그랬더니 책이 쓸 만 해지더라. 그 책(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아무나 쓸 수 있는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 티올(정욱) : 익숙한 것과의 결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라는 회유가 아니다. 구 선생님은 익숙한 환경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나기보다는, 자기가 머무르고 있는 직장 환경에서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할 것을 요구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 봐야, 내가 어떤 일에서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나에 대해 관찰을 할 수가 있다. 나를 알아가는 것이 지금 당장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환경에서 급하게 벗어나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바로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을 9년씩이나 꾸준히 지속한 일이다. 그래야 책 한 권이 나온다.

 

Q) 젊음의 본질은 질문’! 구본형 선생에게 위대한 질문은 무었이었을까?

 

A) 성실하게 산다고 살았는데 마흔 셋이 된 어느 날, 원하는 곳에 있지도 않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이후 약 한 달간의 휴가를 내고 단식원에 들어갔다. (중략) 마흔 셋에는 밥 말고, 밥에 좌우되지 않는 선택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중략) 일주일 후쯤 새벽 네 시에 배가 고파 잠이 깼는데, 이 후 책을 한 권 쓰자, 이렇게 결심했다.

 

Q)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작은 승리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큰 것 하나를 노리지 말라. 몇 년 후 뭐가 되기 위해 차곡차곡 일을 만들고, 교두보를 만들어야 한다.

 

A)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나를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어준 것은 새벽에 매일 2~3시간 글 쓰는 것이다. 그 결과 매년 책이 1권이 나왔습니다. (중략) 매일의 습관을 얻어야 한다. 작가가 되고 싶으면 매일 써라.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 대한 기록을 남길 필요가 없다.

 

A) “각자 각자다운 것을 찾는 걸 포기하지 마라. 몇 살이고,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나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마라. 이걸 포기하면 내 존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를 채우지 못하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라. 찾아서 그 길을 가는 사람이라면 10년 정도의 땀이 필요할 것이다나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마라.

 

 

#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이유 #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습관이란 참 무섭다. 좋은 습관은 들이기는 참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반면풀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쁜 습관이 물들기는 참 쉬운데그것은 끊어내는 것은 정말 어렵다. 꼭 들여보고자 했던 습관이 있었다. 매일 조금씩 한 편의 글을 꼭 쓰자새벽에 일어나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자졸린 눈을 비벼 가며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출근 준비하고근처 24시 맥도날드에 가서 새벽 5시부터 글을 쓰자. 모두 잠시였고그러한 노력을 마지막으로 한지도 벌써 오래 전 일이 되었다.

 

매일 한 장씩 엽서에 쓰던 글들도꾸준히 썼던 기간 보다 쓰지 않았던 기간들이 더 길어졌다. 바쁘게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 했는데돌아보면 늘 결실이 없는 것 같아 괴로웠다. 자괴감이 나를 짓누를 때, 다시 이 책을 들었다. 여러 꼭지의 글 가운데서 특히 1 <잡다한 일로 꼭 하고픈 일을 못하는 P에게>은 구절 구절이 비수가 되어 나의 가슴에 꽂혔다.

 

잡다한 관심으로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나의 모습었다. 맺음이 없는 공부는 공부가 아닌 것처럼 마치지 못한 작업은 시작한 기간이 얼마가 되었건 미완성이다. 고백하지 못한 사랑도 사랑이라 할 수 없다. 무엇을 하든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맺음이 언제인지, 언제로 할 것인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매일 한 편의 글을 쓰되, 그 들은 언젠가 한 권의 책으로 엮어야 비로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제목을 짓고 더할 것은 더하고, 뺄 것은 빼야 완성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잡다한 곳에 나의 에너지를 뺏기기 쉽다. 바쁘게는 살았는데 정작 무엇 하나 이루어 둔 것이 없는 공허한 삶이 되기 쉽다.

 

무슨 일을 하든 마무리를 지어야 그래야 다음 일을 할 수 있다. 미지근하게 힘을 빼고 나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엔 힘이 모자라고, 그전 일을 마무리 짓기에도 정신이 없다. 만약 하다 못한 일이 있다면, 딱 일주일 만 더하고 잊어버리자. 그리고는 깨끗하게 잊어버리자. 더하기 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것이 빼는 것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중요하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과 같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수 많은 것들 가운데 하나씩 빼고, 하나씩 덜어내고, 그래도 마지막까지 손에 남아 있는 것이 있다면 그 하나를 꽉 움켜 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맺어야 한다. 모든 공부와 일은 맺음을 지을 때 완성되고 평가 받을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나의 관심이 한 곳에 집중되지 못하고 나태해 질 때 항상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도끼이자 채찍이 되어 준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항상 가까운 책꽂이에 꽂아두고 여러 번 읽는 이유다.

 

 

II.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문구들

 

<1 : 잡다한 일로 꼭 하고픈 일을 못하는 P에게>

 

(14) 너 스스로를 잡다하게 쓰고 있구나. (중략) 에너지가 사방으로 분산 되는 모습이다.

 

(15) 알 수 없구나. 크로아티아 여행기를 끝내야 하는 네가 어쩌다 연극에 영혼이 팔려 그 일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말이다. 네 하루하루의 글은 그저 잡다한 잡문이 되어 머물고 만다.

 

(15) 너는 하나의 조각가가 작품을 만들 듯 한 작품에 힘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얼마 동안 타오르는 열정으로 한 나무 조각을 파다가 이내 그만두고 다른 나무 조각을 깎기 시작한다. 네 주위에는 파다만 조각상들만 즐비하다.

 

★ 티올(정욱) : 본문 가운데 나를 가장 강력하게 쥐고 흔들었던 문장이다. 관심이 열정을 만나지 못하니 노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관심이 노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니 실력이 되지 않는다. 관심이 실력으로 쌓이지 않으니, 관심은 그저 그런 관심으로만 머문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파다만 조각상들만 주위에 즐비한 것이다.

 

(15) 너는 분산되어 있어 어디에도 어디에도 온전한 너가 없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16) 프로가 되려면 오래해야 한다. 오랜 집중과 반복되는 훈련을 거쳐야 한다. 어느 영역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영역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영역을 고르라는 것이다.

 

(17) 그것이 프로다. 이것저것 쉬운 단계에서 잠깐의 열성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빨리 습득되는 작은 제주를 자랑해서는 안 된다. 아마추어의 다양한 재미는 결코 프로의 깊은 맛을 따를 수 없다. 그래서 운명이 널 찾아오면 그 일에 너를 다 던지라는 것이다.

 

<전사(戰士)의 서원>

1) 매일 일정한 시간을 하나의 일에 집중 투입하라. (습관)

2) 번거로운 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라.

3) 필요한 만큼의 금전은 벌어야 한다.

 

(19~20) 나는 사람들이 종종 한 길을 갈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언덕과 가파른 계곡 앞에서 되돌아오는 것을 많이 보았다. (중략) 그래서 그들은 좋은 재능을 가지고도, 즐거움을 주는 가벼운 앞 단계에서 그치고 만다. 그리고 이런 초보 단계의 가벼운 즐거움에 빠져 이것도 맛보고 저것도 맛보며 하루를 보내게 된다. (중략) 이들은 결국 프로가 되지 못한다.

 

(20) 나는 원칙을 정했다. 스스로 물어오기 전에는 어른에게는 이런 조언을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21) 『맹자(孟子)』에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이란 말이 나온다. 물이 흐르다 웅덩이를 만나면 그 웅덩이를 다 채운 다음에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이다.

 

★ 티올(정욱) : 내게 꼭 한마디를 해야 한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21) 작가가 되어 살아도 좋겠다고 마음먹었으니 매일 글을 쓰고 그 글들이 페이지마다 연결되어 같은 방향으로 물길이 되어 흐르게 해라. 혹 커다란 웅덩이가 나타나 물길이 막히고 고여 더 나아가지 못할 때도 쉽게 던져버리고 다른 주제, 다른 영역, 다른 재미로 도망가지 말고 매일 그 커다란 웅덩이를 조금씩 채워가거라.

 

(21) 너를 잡다하게 써 낭비하지 마라. 너를 딱 맞는 네 일에 집중해 쓰도록 해라. 그리하여 오래 그 일을 배우고, 좋아하고, 이윽고 그 일로 먹고 살고, 즐길 수 있는 통달한 경지에 이르기를 바란다.

 

 

< 2 : 세계 여행의 마지막 여정을 앞둔 B에게 >

 

(27) 아무런 책임질 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즉 방랑을 할 때는 미래에 대하여 생각하면 안 된다. 특히 다음 두 가지에 대해서는 결코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다음 두 가지에 대해서는 결코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하나는 굶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이다. 방랑하는 시간은 긍정적이다. 성취에 대하여 생각해서는 안 된다.

 

★ 티올(정욱) : 《논어 술이(述而) 19장》에는 공자의 사람됨을 알 수 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葉公問孔子於子路 (섭공문공자어자로)

섭공이라는 사람이 자로(공자의 제자)에게 공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물었다

子路不對 (자로부대)

자로가 어쩔 줄 몰라 대꾸를 못했다

子曰:女奚不曰:其爲人也 (자왈 : 여해불왈 : 기위인야)

공자가 말하길, 자로는 어찌하여 자신의 됨됨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發憤忘食, 樂以忘憂 (발분망식 락이망우)

화가 난 듯 학문에 열중하면 끼니를 잊고, 그 즐거움에 근심걱정마저 잊어버림에

不知老之將至云爾 (부지노지장지운이)

장차 세월이 흘러 황혼이 찾아와 늙는 것 조차 알지 못한다

 

조셉 캠벨은 26살이 되던 해 극빈한 삶을 자처하며, 작은 마을로 들어가 자그마치 5년이나 칩거 생활을 한다. 극도로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 두 가지를 잊기로 한다. 하나는 굶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을 향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의 이러한 자세가 공자의 그것과 닮았다. 공자 역시 스스로를 학문에 열중하면 끼니를 잊고 살지만, 그마저도 고통을 참는 것이 아니라 더 없는 기쁨으로 묘사하였다. 그 기쁨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온갖 근심과 걱정을 압도하고 남을 정도였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기쁨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미 늙어 황혼이 다가 왔음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공자의 정확한 생몰연도는 이견이 있지만 대략 72세까지 산 것으로 이야기 되고 있다. 당시의 평균 수명을 감안 한다면 공자는 아주 오랫동안 장수를 했던 것이다. 일생을 바쳐 학문을 중시하고, 목숨을 걸고 실천을 중시했던 공자였다. 분노하는 마음으로 학문에 열중했던 공자였다. 얼마만큼 높은 이상을 품고 학문에 정진을 해야 끊임없이 배우고 닦는 자신에게조차 화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일까. 또 어떠한 마음으로 학문에 정진을 해야 끼니를 챙겨야 한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수 있을까. 조셉 캠벨의 의지도 공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가득 담아 헌정시를 바친다.

 

< 발분망식 (發憤忘食) >

 

한 쪽 귀퉁이가 떨어진 개다린 소반 위로

책을 노려보는 젊은 청년의 눈썹이 진하다

 

꽁보리밥에 구멍 난 무우 두 조각

그 옆에 놓인 숟가락 두 개 젓가락 하나

서로 어색한지 등지고 앉아 아무런 말이 없다

 

청년은 뭐가 그리 좋은지

빙긋이 한번 웃고는 책을 덮는데

어느새 눈썹 위로 내려 앉은 흰 서리가 무겁다

 

 

(27~28) 지난 삶 자체가 하나의 줄거리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절, 그 순간에는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뜻밖의 일이 또 다른 뜻밖의 일을 뒤따르듯이 말이다. 그러나 나중에 돌아보면 그야말로 완벽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략) 이 패러독스, 나는 이것이 삶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므로 순간순간 삶의 떨림과 충만함을 따라가고 조언하고 싶구나.

 

(29) “육신과 영혼이 가자는 대로 가거라.” 일단 그런 느낌이 생기면 그 느낌에 머무르는 겁니다. 그러면 어느 누구도 우리 삶을 방해하지 못합니다. (조셉 캠벨)

 

(29)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지금부터는 이렇게 생각해보는 삶의 일대 각성이 일어난 것이다. 돌연한 삶의 각성이 일어나면, 우리는 과거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30) 우리는 늘 이와 비슷한 것, 천복에 닿은 것 같은 조그만 직관을 경험하고 있지요. 그걸 잡는 겁니다. (쭝략) 어떤 떨림, 내가 우주와 공명하고 있다는 그 느낌이 들면 그것에 진실해야 합니다. 그때는 사자의 주둥아리에 머리를 들이밀고 될 대로 되라고 믿는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31)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시인이 아니다. 그러나 리얼리스트에 불과한 시인도 시인이 아니다. (파블로 네루다)

 

(32)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마음 속에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품자. (체 게바라)

 

(32) 하늘로부터 받은 모든 영감을 동원하고 지혜를 빌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기도 해보자.

 

(32~33) 너의 두려움, 그 두려움 앞에 움츠러드는 열정, 그리고 막상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의 불안은 오히려 본질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나팔수들이다. 바로 너의 정신적 각성이 인생의 변곡점과 도약점에 서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33) 인생을 하고 싶은 일로 가득 채우는 일, 그 일보다 신나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

 

 

< 3 : Y에게, 젊은은 미리 늙지 않는 것이다 >

 

(41) 나는 젊음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바로 아주 많은 우연한 사건들속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용기라고 생각하네.

 

★ 티올(정욱) : 공감한다. 인생을 한 방향을 향해 날아가는 빛에 비유하면 우리의 빛은 아주 많은 우연한 사건들을 통해 굴절되고, 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게 된다. 아무런 사건이 없었다면 우리의 오늘은 어제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의 내일 역시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연한 사건들과의 조우를 통해 우리의 인생은 더욱 입체적으로 변한다. 나에게는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던 것이 많은 우연한 사건들을 속에 나를 노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41)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이든 그것을 훌륭하게 재해석해낼 수 있는 힘에 달려 있네.

 

★ 티올(정욱) :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한 가지는 매번 새로운 환경 속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가보지 못한 곳을 가고, 먹어보지 못한 것을 먹고, 하지 않았던 것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는 감정의 역치(易置)’라는 것이 있다. 기존에 경험해본 것 그리고 그를 통해 받았던 자극과 동일한 자극만 지속될 때 우리는 그것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다시 말해 기존의 자극보다 더 강한 자극이 아니면 흥분과 감동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역치는 점점 높아질 뿐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옛날 수많은 제왕들이 매일 같이 연회를 갖고 온갖 산해진미와 향기로운 술의 바다 속에서 살았어도, 항상 새로운 자극을 원했던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은 육체적 감정적 노동이 매우 심한 방법이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두 번째 방법은 바로, 동일한 것을 보되 새로운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의 감각을 단련시키는 방법이다. 새로운 것을 봐야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낮은 단계의 훈련 방법이라면, 어제와 같은 것을 보고도 오늘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보다 고차원의 훈련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육체적 감정적 노동을 소모하지 않는다. 정중동(靜中動), 고요함 속에 큰 움직임 그리고 깨달음이 있다. 많은 인파에 섞여 단체 관광으로 전 세계를 둘러보고도 새로운 깨달음이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주말 늦은 오후 한가로이 집에서 책 한 권 펴고, 전 세계를 유람하듯 여행하는 사람도 있다. 여권 없이도 국경을 넘나들고 그 나라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 가본 적은 없지만 가지 못할 곳 또한 없다.

 

감각을 단련시킨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순간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모든 것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자연도 그렇고 그 자연 속에 있는 사람도 그렇다. 늘 같은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자세히 보지 않아서 그렇다. 관심의 부족이다. 자세히 보면 항상 새로운 점이 보인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주의 깊게 관찰해보자. 보조개가 있는 건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왼쪽에 두 개 오른쪽에 한 개였구나. 그리고 목덜미가 이렇게 가늘고 예쁘구나. 손은 가늘고 손톱은 단단하고 길어서 예쁘구나. 모르고 보면 아주 오랫동안 몰랐을 것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다르게 보인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은 아니다. 우리가 다르게 보았을 뿐이다.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밥을 배 안으로 욱여 넣는 것과 천천히 씹으며 음미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가 인생을 통해 가질 수 있는 수 많은 행복 가운데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 그리고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행복 가운데 하나이다.

 

(43)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그 사건을 통해 전해지는 깨달음의 크기가 인생을 바꾸는 것이라네. 사건을 해석하는 힘을 키우고 그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우주가 천둥처럼 전하는 그 목소리를 놓치지 말게.

 

★ 티올(정욱) : 큰 사건을 통해서만 큰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니다. 큰 사건을 통해서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아주 작은 사건을 통해서도 큰 깨달음을 얻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얻는 깨달음의 크기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의 크기는 자산이 얼마나 그 대상에 관심을 집중하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자기 자신이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것도 자기 자신이다. 밖으로 향해 있는 시선과 관심을 거두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 안에 우주가 들어있다고, 카를 구스타프 융이 말하지 않았던가.

 

(44) 꽃봉오리가 열리고 보잘것없는 것으로부터 위대한 것이 태어나는 인생의 정점에서, 하나는 둘이 된다. 늘 우리의 내부에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았던 이 위대한 모습은 대 각성을 촉구하며 지금까지의 내게 정면으로 맞서 떨쳐 일어난다.

 

(44) 젊음은 젊음으로 인생에 기여한다네. 너무도 쉽게 늙지 말게. 위대한 것이 그대의 가슴속에서 자라나는 것을 받아들이고, 우주와 공명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그 일을 반드시 해내게.

 

★ 티올(정욱) : 나이 드는 것과 늙는다는 것은 조금 다르게 보아야 한다. 나이 드는 것은 원숙해진다거나 곡식으로 비유를 하자면 익어가는 것이다. 그 진행되어가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늙는다는 것은 열정을 잃고 도전할 힘과 의지를 잃은 상태를 말한다. 젊은 사람에게 나이가 들었다고 하지는 않는다. 틀린 말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이 늙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열정을 잃고 도전할 힘과 의지를 잃은 젊은이는 늙은 사람이다. 우주와 공명하려 하지 않고, 애써 찾아 나서려고도 하지 않은 늙은 사람이 된 것이다. 반대로 나이가 들었어도 늙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다. 호기심과 배움의 의지로 끊임없이 자기를 탐구해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그러한 사람들을 우리는 청춘(靑春)’이라고 부른다.

 

 

< 4 : 결혼을 앞둔 J를 위하여 >

 

(49) 인간의 삶은 슬프다네, 그 단명함 때문에. 청춘인가 했더니 벌써 내 귀밑머리는 속절없이 희어졌네. 하루가 저무는 속도가 화살 같고, 일 년이 촌음 같아. 결국 오늘이 마지막인 듯 살아야만 가장 잘 사는 것이라는 것 이라는 걸 깨닫게 되네.

 

(53) 인간은 실제 필요에 충실한 동물적 인간성과 신성한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문화적이고 정신적인 인간성을 한 몸 안에 모두 가지고 있다네.

 

 

< 5 : 남자 고르는 법에 대하여 사랑에 빠진 L에게 >

 

(61) 남자를 고르는 첫 번째이며 절대적 기준은 착한 놈이 좋은 놈이라는 것이다. (중략) 두 번째 기준은 당연히 가슴이 따뜻한 훈남이다. (중략) 마지막 기준은 자신의 재능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남자이다.

 

★ 티올(정욱) : 구본형 작가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인가.

 

(65) 사람이 어울려 사랑이 되는 것이다. 그 사랑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려면 같이 있을 때가 홀로 있을 때보다 더 고와야 한다. 그러니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된 듯 여겨질 때 그 사랑은 빛나는 것이다.

 

(66) 잘 만나 아껴라. 지극한 사랑이 아름다운 것이니, 봄이 꽃을 그리워하듯, 그리 살아라.

 

 

< 6 : 제발 떠나게 일 밖에 모르는 M에게 >

 

(73) 여행의 맛은 육체를 마음대로 굴릴 수 있어야 그 맛을 십분 향유할 수 있다네 (중략) 한마디로 여행이란 젊디젊은 뛰는 흥분으로, 새로운 공간으로 자신이 확장되어가는 짜릿함을 즐겨야 한다고 말하고 싶네.

 

★ 티올(정욱) : 젊어서 하는 여행과 나이가 들어서 하는 여행은 차이가 있다.

 

(74) 젊어서는 돈을 벌기 위해 젊음을 쓰고, 나이 들어서는 젊음을 되찾기 위해 돈을 쓰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라는 뜻이네.

 

(74) 여행은 다른 사람들 속에서 나를 만나는 것이라네. 한국이 아닌 곳에서 다르게 살고 있으나 그 생활이 나의 생활이 되어도 괜찮은 수 많은 사례를 만나는 것이지.

 

(76) 늙어서 놀아보니 그 놀이가 기대한 그 맛이 아니라는 것이네.

 

(78) 배우지 않고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라지 않을 것이네. (중략) 어려서 우연히 형성된 그것이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일관성이 되어버린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내가 어려서부터 알아온 그대가 그대의 모든 것이라면 그대는 탐사할 매력을 잃은 별에 불과할 것이네.

 

 

< 7 : 생전 처음 쓰는 아버님 전상서>

 

(83) 이제는 제 마음에 어떤 생각이 찾아오면, 가능하면 그 생각대로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그것이 인생을 즐기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89) 아이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빛나는 순간을 아주 많이 기억하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이 좋은 아버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에 대해 아주 많은 아름다운 심상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 8 : K야 원하는 일에 너를 던져라 >

 

(96) 늘 열심히 살 일이다.

 

(99)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 공헌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 티올(정욱) : ‘공헌(貢獻)’이라는 말의 무게를 생각해본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은 이 세상에 어떤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일까.

 

(100) 내게도 그런 일이 벌어지곤 한다. 기쁨이 기쁨에 연이어 손을 잡고 나타나고, 마치 오랫동안 그 일이 예견된 것처럼, 한 일이 벌어지면 연이어 그 일의 다음 단계가 저절로 열리는 듯할 때가 있다. 그때는 그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그것은 우주가 오래 기다리다가 일을 도와주기 위해 스스로 펼쳐지는 것과 같다.

 

(102) 숨이 멎을 듯이 아름다운 어느 풍광에 압도되어 오직 감탄만이 내 입술에 머물 때도 나는 우주적 존재로서의 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102~103) 바야흐로 너의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지기 시작하는구나. 이때는 오직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이 일에 너를 던져 넣어야 한다. 헌신이란 그런 뜻이다. 헌신이 필요하다. 당분간 회사를 다니는 일을 빼고는 모든 시간을 여기에 쏟도록 해라. 이윽고 때가 되면, 너는 오직 이 일만을 하며 살게 될 것이다. 네 길이 펼쳐지는구나. 기쁨으로 축하한다. 이 일로 너는 삶을 즐기게 될 것이다.

 

 

< 9 : 졸업을 앞둔 S에게 직장 구하는 법에 대하여 >

 

(108) 내가 생각할 때, 가장 괜찮은 성취의 정신은 전심전력을 다해 목표를 향해가는 자유, 그러나 통제하거나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고 삶의 창조적 흐름에 나를 맡겨둘 자유를 동시에 존중하는 것이다.

 

(113) 덕에 해당하는 것이 좋은 가치관과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미덕이라면, 재능에 해당하는 것은 온갖 종류의 재주와 기술력과 전문성을 말한다.

 

★ 티올(정욱) : 작가는 덕과 재능을 모두 가진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인재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덕과 재능을 모두 가지지 못한 사람이면 중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역시 맞는 말이다. 문제는 두 가지 덕목 가운데 어느 한 덕목이 특출 난 사람이다. 작가는 재능에 비해 덕이 출중한 사람이 장기적으로 훌륭한 인재라고 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낀 바는 재능이 곧 덕이라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직장 생활을 자신이 속한 또 다른 공동체 집단으로 생각했던 경향이 강했다. 내 식구, 우리 가족, 우리 회사. 재능보다는 됨됨이가 중요했고, 온갖 학연과 지연의 복잡한 관계가 뒤섞여 낮에는 부장, 차장, 과장, 대리였던 사람들이 저녁에는 형님 동생으로 변신을 하게 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뿌리 깊었던 예전에는 직장 선후배 및 동료가 또 다른 친척이고 가족이었다. 그래서 재능에 비해 덕이 더욱 강조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예전의 직장생활이 일방적 수혜 관계였다면 요즘은 조직과 개인 간의 호혜관계로의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물론 아직까지도 개인 보다는 조직이 갖는 직장 내에서 갖는 힘과 선택의 여지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의 가치에 대해서도 이를 존중해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조직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결과를 가진다는 이해를 함께한다.

 

 

< 10 : 마침내 화가가 된 A에게 >

 

(120) 예술이 밥벌이가 되고, 작품이 상품이 되고, 인생은 요령이 되어가는 하루하루를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네.

 

★ 티올(정욱) : 인생은 요령이 되어 간다.. 지나치듯 쉽게 읽고 넘어가기 어렵다.

 

(124) 미래도 과거처럼 확실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매일의 힘과 습관이라는 것을 알고 또한 믿고 있기에, 나는 매일 그리기얼굴의 화가라는 그대의 꿈을 이루게 해주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네.

 

(125) 어떤 일은 바랐으나 이루어지지 않고, 어떤 일은 바라지 않았으나 뜻밖에 이루어지기도 한다네.

 

(126) 내가 되기 위해 나는 그 긴 세월을 둘러왔네. 그 둘러온 인생이 바로 내 삶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네.

 

 

< 11 : 좋은 사장이 되고픈 H에게 >

 

(132) 우리는 한 권의 시집과 포도주 한 병과 빵 한 덩어리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기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전쟁의 와중에도 놓아두고 나누는 정신을 키운다면 멋지다 할 수 있지 않을는지요.

 

★ 티올(정욱) : 시집은 그 자체만으로 위대한 지성의 함축이다. 한 줄의 시구가 태어나기까지 시인은 얼마나 많은 고뇌과 괴로움에 사로잡혔을는지. 빵은 우리 몸의 양식이다. 거친 빵일수록 우리는 그것을 삼키기 전에 오래 씹어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몸에 거칠수록 오래 씹어야 한다. 그래야 야들야들해지고, 삼키기 편하다. 그렇다고 우리는 빵만으로 살 수는 없다. 포도주가 있어야 한다. 포도주는 우리를 이상(理想) 그 이상(以上)으로 데려다 준다. 포도를 빚어 시간을 내어 기다렸더니 포도주가 되었다. 포도주와 새끼 손가락 걸고 그가 우리를 이끄는 대로 우리는 따라 간다. 거친 빵을 오랫동안 잘근잘근 씹으며, 포도주가 안내하는 대로 그냥 걸어간다. 허튼 곳으로 가지는 않는다. 우리의 삶은 바다 위를 표류하는 빙산의 그것. 그냥 술이 아니다. 소주도 아니고, 맥주도 아니다. 포도주다. 포도주는 우리를 살풋바다 밑으로 끌어다가, 다시 빙산 위로 끌어올린다. 한 권의 시집과 포도주 한 변과 빵 한 덩어리. 그 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빵 모퉁이를 베어 물고 잘근잘급 씹으면서 목이 막힐 때는 포도주 한 입을 입에 털어 넣고 입 안에서 계속 맴맴 돌리곤 한다. 입 안에서 돌리면 돌릴수록 알코올 향과 과일 향기와 오래된 통나무 향기와 초콜렛 향기가 차례대로 입 안에서 번진다. 하관을 저릿하게 할 때쯤 이제 그만 목 안으로 넘길 때가 되었다. 조금씩 아끼듯이 목 안으로 넘긴다. 식도를 타고 따뜻한 기운이 넘어 간다. 이해할 수 없었던 시집의 어느 페이지를 다시 펴고, 빵의 다른 한 모퉁이를 심드렁하게 씹으며 다시 읽어본다. 포도주가 닦은 길을 빵이 먼저 미끄럼틀을 타듯 타고 내려가고, 이윽고 모든 시어(詩語)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뒤를 따른다. 완벽한 조화다. 한 권의 시집에는 반드시 빵 한 덩이와 포도주 한 병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135) 제임스 길모어라는 사람은 진정성을 스스로의 이미지에 일치하는 내면과 외면의 조화라고 규정합니다.

 

(137) ‘직원에 대한 존중이란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행복한 직원을 의미합니다.

 

(139) 회사는 직원의 성공 없이는 조직의 성공을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어느 한 사람도 조직을 위해 희생되어서는 안 됩니다.

 

(139) 삶이 인생의 전부입니다. 그러니 매 순간 살아 있어야 합니다.

 

 

< 12 : 대범하고 거침없이 다시 그대에게 >

 

(144) 유한한 인간들의 무한한 투쟁, 이곳에 잠들어 있으나 그 업적으로 삶의 유한함에 도전한 인물들의 영혼에 감읍하며 팡파르 소리가 나를 깨울 때까지 그 계단 앞에서 넋을 놓고 서 있었지요.

 

(150) “아리오소 (arioso). 대범하고 거리낌 없이라는 말은 영원한 로마의 정신을 가장 훌륭하게 대변하는 단어입니다. 오늘 생각합니다. 자기 경영은 바로 세상에 대한 아리오소입니다. 모든 방향에서 불어오는 다양한 바람에 몸을 싣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는 것입니다.

 

 

< 13 : 신이여 저를 다 쓰소서 >

 

(155) “자신의 비참함을 알지 못하고 신을 아는 것은 오만을 낳고, 신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비참함을 아는 것은 절망을 낳는다. (파스칼)”

 

(161) 이제 시처럼 산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별처럼 사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저마다 별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크든 작든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별 말입니다. 별이 되는 것, 그것은 시처럼 사는 것이니 당신의 뜻대로 사는 것일 겁니다.

 

(162) 저는 또한 제 길을 열심히 가겠습니다. 그것이 소명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주신 재능을 다 쓰고, 제게 맡기신 이 세상에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당신이 주신 재주를 남김없이 다 발휘하여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돕겠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에 소명을 일깨우고,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람으로 스스로 바뀌며, 더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다른 이들의 행복에 참여하도록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티올(정욱) : 작가의 소명의식.

 

(162~163)

저를 힘껏 당기소서.

부러질 것 같아 두려워하더라도

저를 당기소서.

받은 것을 다 소진하고 당신의 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저를 남김없이 다 쓰소서.

그리하여 저의 모자람에 절망하게 하소서.

그러나 당신께 절망하지 말게 하소서.

 

 

< 14 : 나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 >

 

(167) 내 속에는 늘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살고 있었으니, 앞으로 10년은 내 속의 나와 화해하고 깊어지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168) 나도 내게 나의 무의식에게 가장 친밀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나를 내게 보낸다.

 

(169) 죽음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야. 그것은 언제나 삶 속에 숨어 있었고, 삶이 익어감에 따라 그것도 익어가고 있었던 것이야.

 

(169) 끊임없는 변화, 그건 불과 같은 것이야. 모든 것을 자신의 밑구멍으로 쓸어 넣어 땔감으로 삼아 영원히 살아 있는 생명체가 되고 싶어 하는 불, 그리하여 이 사내 헤라클레이토스에게 만물의 근원은 불이 되었지.

 

(170) 내 속에 네가 오래 들어 있었기 때문이야. 너와 나는 서로 대립되는 쌍이었지. 네가 하고 싶어 하면 나는 말렸지. 넌 너무 극단적이었거든. 나는 현실을 살아야 했고, 너는 살고 싶은 대로 살려고 했어.

 

(171) 인생의 별난 변곡점에는 늘 네가 있었지.

 

(171) 그날 아침 나는 내가 쓴 글에 도취해 있었지. 뭐 대단해서라기보다는 왜 연주자가 종종 자신의 연주에 황홀한 몰입을 하는 것처럼 말이야. 글이 글을 이끌고 내가 아닌 내 속의 무엇인가가 저절로 나보다 훨씬 큰 우주적 존재의 생각을 대변하듯.

 

★ 티올(정욱) : 정말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우주적 존재가 나를 이끌고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은 때가. 자주 그렇지는 않다.

 

(172) 나는 한쪽 끝에 서 있을 테니 너는 반대쪽 끝에 서 있어라. 그러나 우리의 목적은 투쟁과 전투가 아니라, 혼자서는 볼 수 없는 두 개의 시선을 가지고, 일상생활의 제한된 지평을 넘어 세계를 보고 더 넓은 전망과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서다. 철학이란 전체를 보는 것이니까.

 

(173) 나는 현실을 볼 테니, 너는 이상을 보아라. 나는 사회를 볼 테니, 너는 개인의 욕망을 보아라. 나는 늘 깨어 의식할 테니, 너는 늘 잠자며 원형의 무의식으로 남아 있어라. 나는 부드러운 웃음의 가면이 될 테니, 너는 가면 뒤에 숨어 있는 진심이 되어라.

 

★ 티올(정욱) : 나는 꿈을 통해 내 안의 나를, 작가가 말하는 그를 만나는 수단이 된다고 믿는다. 점의 세계에 사는 사람이 면의 세계에 사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고, 면의 세계에 사는 사람이 입체의 세계에 사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듯이, 나는 그가 사는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그는 가끔씩 나를 너무 당황하게 하고,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그를 드러낸다. 그와의 대화는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지만, 그래도 꿈에서 그와 나눴던 대화를, 그 흔적들을 기록으로 남겨둠으로써 나는 그를 조금씩 이해하려고 한다. 내가 꿈을 통해서 보았던 모든 모습들과 상황들은 내가 그를 이해하고 기억하기 위한 단초가 된다. 언젠가 나는 그를 꿈의 영역에서 끌고 와 내가 있는 현실의 영역에서도 그를 만나게 되는 날을 기다려 본다.

 

(173)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불완전한 존재가 어떻게 완전한 존재로 진화해가는지를 연구 대상으로 삼자.

 

(173) 우리는 사람에 집중하자. 긍정적 진화의 기준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의 양이 얼마나 늘었는지, 또 숨겨진 힘을 얼마나 밖으로 잘 드러낼 수 있었는지이다.

 

(174) 자신의 인생을 시()로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사업이 있겠는가? 시처럼 산다 (Life as a Poem). 이것이 우리의 목표다.

 

(174) 나는 이성의 밝은 빛을 따라 삶을 설계할 것이다. 너는 열정이라는 에너지로 나를 지원해다오. 너는 나를 늘 경계로 이끌어다오. 그 경계에서 한 발을 더 내디뎌 내 한계를 넘어 다를ㄴ 세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다오. 나를 떨리게 하고, 내가 우주적 메시지에 접할 수 있도록 너의 깊은 원형적 무의식을 통찰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다오. 그리하여 우리의 삶이 조화로웠다 말하게 하자.

 

(174) 온몸은 다 젖고, 숲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로 요란한데, 내 영혼은 바람과 빗물에 온몸을 흔들어 춤추는 잎처럼 즐거웠다.

 

(175) 갑작스러운 소나기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으며, 그것처럼 당황스러운 것도 드물지만, 일단 젖고 보면 그것처럼 즐거운 하나됨이 없다. 나는 너를 비처럼 받아들여 흠뻑 젖을 것이다. 너는 나를 나무처럼 춤추게 하라. 그리하여 우리는 비 온 뒤의 숲처럼 되자.

 

 

III. 내가 저자라면

 

√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어서는 안 되며, 작가의 글을 수용하는 입장에서 쓰는 글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연구원 4월 과정에서 소개 된 책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작가의 사후에 출판된 유고집이다. 모든 글들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구본형의 편지로 월간 중앙에 연재 되었던 것을 모아서 출판하게 되었다. 많은 지인들과 공유했던 다양한 주제의 편지 글이 모아져 있다. 원래 각각의 편지는 특정 개인을 위해 처음 쓰여졌지만, 이 책을 통해 그 편지는 우리 모두를 향해 부치는 구본형 작가의 마지막 편지가 되었다. 사실 유고집을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유고집을 미완성의 작품이라고 보는 편협한 사고를 갖고 있지는 않다. 일부러 거리를 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작가의 생전의 글들을 누가 어떠한 식으로 재 구성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함은 늘 따라다녔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따로 찾아보려고 했으나, 월간지에 연재된 글들을 누가 어떠한 방식으로 정리하고 발췌하고 구성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이번만큼 내가 저자라면의 꼭지를 완성하기가 어려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책의 내용을 몇 번이고 읽었고, 그 만큼 이 책에 대한 애정과 몰입이 높았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어떻게 이 책을 보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도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제자들과 소통한 서로 다른 많은 주제들 가운데서도 여행, 직장, 결혼, 연애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다양한 주제들을 편중 됨 없이 고르는 안목이 좋았다. 1장은 필사를 하다시피 밑줄을 치고 또 치고, 메모를 해서 방 책상에다 붙여두기까지 했다. 더욱이 좋았던 것은 작가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전상서와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의 다짐을 밝히는 14나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였다.

 

부족함 없는 이 책에 굳이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10년 후의 작가의 풍광을 그리며,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의 삶의 마지막 순간을 가정한 상태에서 자신의 주요한 10가지 미래의 풍광들을 기준으로 각 풍광들의 모습 을 하나씩 끌고 와서 지금의 나와 마주하는 것이다. 미래의 자신이 상상하는 또는 확신하는 모습을 현재로 가져오는 것은 작가의 특기 가운데 하나다. 그는 현실 속에서도 미래의 꿈을 이루곤 한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저자의 이러한 개념이 아직까지는 많이 생소하다. 14장의 내용도 좋았지만, 여기에 한 꼭지만 더 넣을 수 있다면 작가가 꿈꾸는 미래 풍광들의 대략적인 모습은 어떠한지, 그리고 그 미래의 모습의 현재의 작가의 모습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함께 공유하면 더욱 힘이 날 듯하다.

 

IP *.158.123.106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