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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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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15일 13시 40분 등록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 1989)
: 토드 부크홀츠 저 / 이승환 역 / 김영사 / 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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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와 나의 대화: 소고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읽으면, 경제학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기본 이론들과 용어들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보면 이렇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분업(division of labor), 절대우위(absolute advantage), 비교우위론(Law of Comparative Advantage),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경제학적 지대(economic rent), 명목임금(nominal wage)과 실질임금(real wage), 세이의 법칙(Say's Law), 유물사관(materialistische Geschichtsauffassung: historical materialism), 잉여가치(surplus value), 착취율(ration of exploitation), 노동가치설(labor theory of value), 수확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returns), 한계효용(marginal utility), 수요의 법칙(law of demand), 한계수확(marginal return), 탄력성(elasticity), 명목이자율(nomial interest rate), 실질이자율(real interest rate), 제도학파(制度學派, institutionalist),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 MPC), 한계저축성향(marginal propensity to save, MPS), 승수이론(乘數理論, theory of multiplier), 현시적 여가(conspicuous leisure), 현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 구축효과(crowding out), 합리적 무시(rational ignorance),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s),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

얼핏 봐도 현기증이 일어나는 이런 용어들을 저자 토드 부크홀츠(Todd G. Buchholz)는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어떻게? 유머스럽고 일상적인 사례와 경제학자에 대한 일화 등을 통해서. 어려운 것을 쉽게 요리해 제공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첫 번째 가치이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앨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 존 메이나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등 경제학을 주름잡았던 위대한 경제학자들이 등장한다. 이 경제학자들의 핵심적인 이론과 주장, 개인적인 성향과 당시의 상황, 그리고 그들의 말과 행동으로 이 책은 채워져 있다. 이 책은 경제 이론보다 경제학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자는 위대한 경제학자들 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한 명이나 두 명 정도의 경제학자를 선택하여 좀 더 공부해볼 수도 있다. 이 책은 독자가 경제학자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두 번째 가치이다. 내게 가장 인상적인 경제학자는 앨프레드 마셜이었다. 그는 이론과 현실의 조화, 제자 양성, 지속적인 개선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위대한 경제학자들은 ‘완벽함’을 추구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에 도달하지 못했다. 마셜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노력과 그가 이뤄낸 성과는 완벽함을 향한 큰 한 걸음이었다. 그는 후진을 양성했고 경제학 이론에 현실이 반영되도록 했다.


“이 책은 역사상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일생과 그들의 아이디어들을 통해 현대 경제 원리들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오늘날 우리들이 겪는 경제문제 역시 애덤 스미스이래 그의 후예들이 겪어야 했던 문제들과 무관하지 않기에 그들의 말들은 설득력 있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들의 이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룬 많은 여담들을 독자들은 재미있고도 유용하게 느꼈으면 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자가 주고 싶었던 것을 독자들은 받았다.

“이 책은 근대 경제학의 주류를 살펴보고 과연 누가 예리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이렇게 영속하는 경제학의 모형들을 만들어 냈는가하는 물음을 던짐으로써 그 경제학자들의 지혜를 좇고자 한다.” 이런 저자의 의도는 ‘대체로’ 충실히 지켜졌다.

경제학의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따른다. 그래서 재밌다. 경제는 정적이며 동적이다. 그래서 어렵다. 경제현상에 대한 그 법칙들의 설명은 ‘대체로’ 정확하다. 저자는 책의 종반부에서 이렇게 말한다.

“경제학은 정확한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과학이 아니다. 차라리 일반적 성향이라 할 수 있을까. 모든 ‘법칙’에 예외가 따르는 학문이 바로 경제학이다. 생산량 증가는 대체로 가격하락을 초래한다. 베블런식의 현시적 소비형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통화량 증가는 대체로 이자율을 낮춘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이자율을 끌어올리지만 않는다면. 주가는 대체로 미래의 현금유동(cash flow)에 대한 합리적 예측을 나타낸다. ‘동물적 활력(animal spirit)’이 투자가들을 공포에 빠뜨려 동요 시키지만 않는다면. 투자가들은 대체로 한계효용과 한계비용이 같아질 때까지 위험을 감수한다. 선견지명을 지녔다는 슘페터식 초능력 투자가들만 제외하고는.”


내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를 처음 읽은 것은 2002년 여름이었다. 초독의 느낌을 나는 이렇게 적어두었다. “만약 누군가 내게 '경제학과 관련해서 이제껏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은 어떤 겁니까?'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바로 이 책!'” 이 책을 참 재밌게 읽었어나 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대학시절 경제학원론에서 겨우(그리고 어거지로) B+을 받았던 내가 경제학 책을 완독하고, 게다가 재밌게 읽었으니 얼마나 흐뭇했을까. 이 책은 내게 그런 흐뭇함과 유쾌함을 안겨준 책이었다.

3년가량 지나 다시 읽어봤다.

느낌은? 처음 읽을 때만 못하다. 그 새 머리가 조금 큰 건가. 아니면 요즘 기분 탓인가. 배운 것은? 처음 읽을 때보다 조금 더 깊어진 것 같다. 책은 그대로인데, 배운 것이 더 많은 걸 보면 3년 간 놀지만은 않았나 보다. 어쩌면 좀 더 깊은 텍스트와 사고를 하라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토드 부크홀츠는 독자들에게 열심히 배우고 노력한 ‘경제학자들에게 약간의 박수’를 쳐줘도 좋지 않겠냐고 묻는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아마 경제학자보다 토드 부크홀츠에게 기꺼이 박수를 쳐줄 것이다.


■ 나의 목소리: 저자되기
잡초 없는 정원은 없고, 정원에는 잡초가 있다. 잡초에 초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정원에 초점을 둘 것인지는 그 사람의 마음이다. 나는 후자 쪽이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는 풍성하고 보기 좋은 정원과 같다. 그리고 이 정원에도 잡초는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기술된 경제사상서이다. 그것도 미국과 영국의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삼고 있다. 이 책을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경제에 대한 사고가 편협해질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이다. 또한 저자가 명백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의 이해관계에 기초한 이론의 합리화도 문제다. 특히 자유무역에 대한 주장은 내 신경을 많이 거슬렀다. 한 나라가 자신의 입맛대로 주도하는 자유무역의 폐해와 신자유주의의 야만성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한 좋은 입문서다. 그러나 균형 잡힌 사고를 위해서는 이 책 외에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책들도 함께 읽어야 한다.


■ 저자의 목소리: 인용
- ‘[]’ 안의 숫자는 page를 지칭한다.
- ‘인용’에서 별다른 표기가 없을 경우, 저자의 말이다.
- ‘*’ 표시는 간단한 설명과 나의 느낌이다.

1. 곤경에 처한 경제학자들

[20]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다. 하지만 경제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선택하라고 지시하지는 않는다. 선택의 결과를 예측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다.

2. 애덤 스미스의 재림(再臨)

[43] 1773년 3월, 스미스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쓰기 시작했던 책 ‘국부론’이 드디어 출간됐다. ... ‘국부론’은 그냥 괜찮은 책이 아니라 위대한 책이다.
* '국부론‘의 긴 원제는 [44]에 나와 있음.

[46] 경제학사상 가장 빈번히 인용되는 한 구절에서 스미스는 이렇게 공언한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빵 제조업자들의 박애심 덕분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돈벌이에 대한 관심 덕분이다.” 아무리 돼지 잡기, 맥주 양조, 빵굽기 등을 즐기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아무런 보상이 없다면 그 일을 하루 종일 하려 들진 않을 것이다. 물론 스미스는 인간이 오직 이기적 본능에 의해서만 움직인다고는 하지 않았다. 스미스는 다만 이기적 본능이 친절성, 박애심, 희생정신 같은 것보다 더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인간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고 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인간 심성의 고귀한 측면에만 사회를 맡기고 미래를 의지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인간의 본능 중 가장 강한 본능인 이기심을 어떻게 하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잘 활용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47] 스미스는 ‘국부론’에 다음과 같이 썼다. “공익(共益)”을 추구하려는 의도도 없고 자신이 공익에 얼마나 이바지하는지조차 모르는 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이는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이끌려 의도하지 않았던 부수적 결실도 얻게 된다.”

[47] 이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적 조화를 담당하는 진정한 지휘자와도 같은 ‘자유방임시장(free market)’ 체제를 의미한다. ...
자유 방임시장 체제는 한 이기적 인간이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의 세상을 바라본 후, 천연자원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 대신 남들이 원하는 것을 생산하게끔 유도한다. 그것도 자신이 팔고 싶은 양만큼이 아니라 남들이 사고 싶어 하는 양만큼, 자신이 꿈꾸는 가격이 아니라 남들이 인정하는 가격에.

[52] 언젠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고전(古典)이란 “누구나 읽었기를 바라지만 읽기는 싫은 책”이라 정의내린 바 있다.

[72] 서구 문명사의 가장 획기적 시기, 사회변동과 지식의 대변혁, 경제의 폭발적 성장이 사람들을 당황케 하던 그 시기에 애덤 스미스는 세상의 질서를 제시해 주었다. 분명 그는 시장을 발명하지도, 경제학을 창시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시장이 어떤 것인지, 경제학이 무엇인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발간 후 75년 동안 ‘국부론’은 세상 경제학자들의 지식의 전부였다. 그리고 2백여 년이 지난 후 ‘국부론’의 아이디어들은 부활되어 절찬을 받았다.

3. 맬서스: 인구폭발과 멸망의 예언자

[92~93] “비관주의를 집어넣으면 비관주의가 튀어 나온다(Pessimism In, Pessimism Out).”
* 입력물이 출력물을 좌우한다.

4. 데이비드 리카도와 자유무역론
[117] 경제학적 지대(economic rent)란 토지, 노동, 자본 등을 임대자가 현재의 용도대로 쓰기 위해 소유주에게 지불해야 하는 최저액수의 초과액을 말한다. 즉 ‘안줘도 되는데 지불하게 되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5. 존 스튜어트 밀의 격정적 일생

[135] “지구가 중력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듯이 인류는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지배자에게 묶여 있다.”
- 제레미 벤덤(J. Bentham)

[135] 나의 선택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 나는 개개인이 누릴 수 있는 쾌락의 합산량이 최대인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하여 공리주의는 ‘최대다수를 위한 최대행복(Greatest happiness for the greatest number)’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145]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위대한 저서들은 면면히 이어져 전통의 불을 밝히고 있다. 1776년부터 1976년까지의 200년 동안 단지 5권의 책들이 중단 없이 경제학을 지배했다. 스미스의 ‘국부론’, 리카도의 ‘원론’, ‘밀의 ’원론‘, 마셜의 ’원론‘, 사무엘슨의 ’원론‘이 그것들이다.

[145~146] 정신적 위기를 체험하고 논리의 한계를 깨우치면서 밀은 귀납법(歸納法, induction)을 배운다. 귀납법이란 구체적 관찰이나 경험을 토대로 예측을 시도하여 보편적 결론에 도달하는 방법이기에 연역법보다 덜 정확할 수밖에 없었다. ...
그러나 귀납법이 덜 정확하다고 해서 연역법보다 열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연역법의 적용이 가능한 대상과 그렇지 못한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의 연구 대상은 인간이다. 인간은 변덕스러운 동물이다. 인간의 행동에서 일관된 법칙이나 진리를 찾기는 어렵다. 연역법은 시체의 행동을 예측하기에나 적합하리라.
... 두 도구는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 연역법의 약점은 사회과학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
한편 귀납법의 약점은 관찰이나 경험적 사실 이상의 정보가 결론에 포함되기에 그 결론이 부정확할 수 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귀납법을 쓰는 경험론자들의 주장에 논리적 오류가 있는지 점검하려면 연역 이론가들이 필요하다.

[148] 노벨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는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더 많은 것들에 대해 더 적게 말하든가, 더 적은 것들에 대해 더 많이 말하든가 이 둘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156~157] 부자들은 열대의 한 아름다운 섬에서 낙원을 찾으려 할 것이다. 종교인들은 땅 위에서의 삶을 끝내는 날 낙원을 맞이한다. 낙관론자들은 내일이 낙원이다. 비관론자들은 어제가 낙원이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오늘을 위해 투쟁하면 내일 이후 그 어느 날엔가 이상향이 찾아오리라 소망했다.

6. 격분한 현자(賢者) 카를 마르크스

[165] “자기성찰 없는 인생은 살 가치가 없는 인생이다(the unexamined life is not worth living).”
- 소크라테스(Socrates)

[167] 마르크스는 헤겔의 이상주의를 배격한다. 독일 철학자 루드비히 포이어바흐(L. Feuerbach)처럼 마르크스는 물질적 힘이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중시한다. 포이어바흐의 저서 ‘기독교의 본질(Das Wesen des Christentum: The Essence of Christianity)'에 의하면 신(神)이란 단지 인간의 욕망, 필요, 속성 등의 투영(projection)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신을 창조했지 신이 인간을 창조한 것은 아니다. 실존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며, 신이란 하나의 관념에 불과하다.

[167] 변증법은 흔히 “모든 명제(thesis)나 관념은 필연적으로 그 반대명제(autithesis)와 부딪친다.”라는 말로 요약된다. 반대명제란 논리적으로 합당하면서 동시에 원래 명제에는 모순되는 명제를 말한다. 이 관념들 간의 모순은 제3의 명제인 합성명제(synthesis)의 탄생을 통해 보다 높은 차원의 진리로 화합된다. 그 합성명제는 다시 그것의 반대명제와 부딪쳐 새로운 합성명제가 생겨난다. 이처럼 세상은 쉴틈없이 변한다. 역사는 결코 되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말 많은 역사가들이 같은 소리를 지루하게 되풀이할 뿐.

[168] 마르크스는 변증법과 물질주의를 융합시킨다. 이 결합을 엥겔스는 변증법적 유물론(dialektischer Materialismus: dialectical materialism), 혹은 유물사관(materialistische Geschichtsauffassung: historical materialism)이라 명명했다. ... 역사란 땅에서 생겨나지 하늘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168~169] 모든 생산제도는 필연적으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을 낳는다. 각각의 시대는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으로부터 빵(물질)을 빼앗는 방법의 차이에 따라 구분된다. ...
생산수단(means of production)을 지배계급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체제에 협조해야 한다.

[169] 왜 기업주들은 우리의 피땀으로 얻어진 소득을 챙겨 가버리는가? ... 그러나 무슨 근거로 이러한 법적 체제를 우리가 순순히 받아들여야만 하나?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가 묻는 바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사유재산을 거머쥔 지배계급은 대중을 체면 시킨다.

[170] “물질적 생활능력은 사회적, 정치적, 지적 생활형태를 좌우한다. 의식이 생활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 카를 마르크스(Karl Mark)

[170]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이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이 여기에 있다. 이 변증법의 대가는 가장 극적이라 할 수 있는 갈등 하나를 고려대상에서 빠뜨렸다. 바로 관념론적 원인(idealistic causes)과 유물론적 원인(materialistic causes)의 충돌이다. 마르크는 유물론적 원인들만이 모든 사회현상의 원인인양 묘사한다. 물질의 힘은 정기적으로 사회의 관념과 상부구조를 뒤흔들고 변화시킨다. 그러나 여기서 마르크스는 관념의 힘을 지나치게 경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의 경제학 전체는 이 오류에 감염되어 있다.

[190] 마르크스가 빠뜨린 것은 무엇인가? 상상력, 독창성, 경영능력과 같은 것들이다. 부의 창출이란 유형(有形)의 투입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190] ... 무형(無形)의 요인들은 기업들 간이나 국가들 간의 경쟁에서 종종 결정적 승부수로 작용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은 이윤 증대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식이나 경영법과 같은 인적 자본(human capital)을 간과한다.

[191~192] 마르크스는 생전에 자신의 지지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단을 세우고 성례의식까지 거행하는 것을 보았다. 무정부주의자였던 프루동(P. J Proudhon)은 마르크스에게 과학이론의 교리화(敎理化)를 다음처럼 경고했다.

“사회의 모든 독단(獨斷, dogmatism)을 제거한 후 우리들 자신의 독단을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어리석음만은 제발 범하지 말자. 온당하고도 진지한 토론의 기회를 마련하자...... 단지 우리가 이 운동을 주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새로운 종류의 편협까지 주도한다거나 이 신종교(新宗敎)의 사도(使徒)로 군림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설령 그것이 논리와 이성의 종료라 할지라도.”

[193] “빈자가 부유해질 때만 부자는 부유해져야 한다.”
- 존 롤(John Rawl)

7. 앨프레드 마셜의 한계적 시야

[204] 한계이론의 핵심은 점증적(漸增的) 움직임을 탐구의 초점에 맞추려는 집요한 추구에 있다. 몇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지 기업은 어떻게 결정하나? 한 대 더 생산함으로써 얻는 수입과 그 한 대를 더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같아질 때까지 생산을 계속한다.

[207] 중세를 지배했던 세 가지 학문은 신체적 건강을 위한 의학, 정의의 구현을 위한 법학, 그리고 정신의 완성을 위한 신학이었다. 마셜은 여기에 위대한 학문 하나를 추가하고자 했는데, 그것은 바로 물질적 풍요를 위한 경제학이었다.

[212] 경제학자들은 이론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212~213] 이제 그는 하나의 신성한 전문직을 가졌고 우수한 두뇌들을 자신의 분야에 끌어들이길 원했다.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경제원론’이 초판될 무렵에는 영국 내 대학 경제학과 주임들의 과반수가 마셜의 옛 제자들이었다.

[214] 마셜은 ‘관찰’이 주도하는 연역적 정치경제학(deductive political economy guided by observation)‘을 추구했다고 한다. 상아탑과 대중 술집 사이에서 중도(中道)를 찾고, 순수한 이론과 세속적 현실 사이에서 중용(中庸)을 취함으로써 마셜의 경제학은 도덕론자들과 사회학자들의 비판을 다같이 피해갈 수 있었다.

[219~220] 마셜은 기업의 생명이 영원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모든 유기체에 수명이라는 것이 있듯이 기업에도 수명이 있다. 그는 이것을 생물학적 은유로써 설명한다. 기업가들은 신생기업 하나를 탄생시킨 후 영양분을 공급하고 정성으로 키워 중년 기업으로 성장시킨다. 그러나 그 때쯤이면 그 기업가들은 늙어 죽는다. 대를 이를 기업가들이 처음의 기업가들만큼 현명하다는 보장은 없다. 그 중년기업은 황혼기를 맞는다. 이제 새로운 신생기업들이 다른 재능 있는 기업가들에 의해 속출한다. 이러한 주기는 반복된다.

[220] “창업자의 수명은 짧다. 그가 재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은 더욱 짧다. 이는 사기업의 수명을 재촉하는 자연법칙이다. 그리하여 얼마 후 경영권은 활력이나 창조력에서 창업자만 못한 자의 손에 넘어간다. 그는 성공에 대한 관심조차 적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 기업이 주식회사로 바뀔 경우 분업의 활성화, 기술과 기계의 세분화, 자본의 증가 등의 이점을 살려 영속적이고 훌륭한 생산체제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이점들을 가지고도 활기찬 신생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탄력성과 진보성을 그 동안 너무 잃었기 때문이다.”
- 알프래드 마셜(Alfred Marshall)

[226~227] "마르크스는 노동이 창출하는 가치가 언제나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과 기계소모비용의 합(合)을 초과한다고 주장한다. 즉, 노동은 필연적으로 ‘잉여가치’를 발생시키며 기업가들의 잘못은 이 잉여가치를 수탈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잉여가치가 모두 노동자들의 노동에서만 나왔다는 가정이야말로 마르크스가 마땅히 증명해야 할 명제이다. 즉 그는 논증되어야 할 명제를 논증의 가정으로 이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 가정은 사실이 아니다. 공장에서 생산된 실은 단순히 방적공의 노동에서 나오지만은 않는다. 그것은 방적공의 노동뿐 아니라 그들의 고용주와 하급 지배인들의 노동, 그리고 투입된 자본의 산물이다. 투입된 자본 역시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이는 노동과 기다림의 산물이다. 결국 생산된 실은 수많은 종류의 노동과 기다림의 총체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생산된 실이 노동만의 산물일 뿐 기다림의 산물은 아니라는 가정은 그 어떤 이자(利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을 낳는다.
... 이러한 전제는 자본이란 언제나 ‘무상(無償)’으로 주어지기에 자본의 지속적 투입은 아무런 이자 없이도 유도될 수 있다는 모순된 가정을 내포한다."
- 알프래드 마셜(Alfred Marshall)

[227] 탄력성(elasticity)은 곧 반응도(responsiveness)를 뜻한다.

[227] 가격이 올랐을 때 사람들이 그 상품의 소비를 대폭 줄일 경우, 그 상품의 수요는 탄력적(elastic)이라 할 수 있다. 즉, 가격변동에 대한 반응도가 높은 것이다. 가격변동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소비량이 같다면 그 상품의 수요는 비탄력적(inelastic)이다.

[229] 탄력성의 결정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체물(substitute)이 얼마나 많은지의 여부이다. 선택의 여지가 많은 상품의 수요는 탄력적이다. ...
탄력성의 두 번째 결정요인은 대체물을 찾을 시간적 여유가 얼마나 많은지의 여부이다. 시간적 여유가 많은 상품의 수요는 탄력적이다. ...
탄력성의 세 번째 결정요인은 그 물품이 소비자의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정도이다.

[231] 탄력성이란 개념을 통해 마셜은 이론과 실제의 조화를 강조했다.

[235] ‘과거의 경험 아래 미래를 목표로 현재를 연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현재를 위한 텍스트가 필요하다. 그 텍스트는 과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과거에 기반을 둔 현재의 텍스트로 미래를 준비한다.

8. 구제도학파와 신제도학파

[242] 극소수 유행의 주도자나 반사회적인 사람들을 제외한 대다수 사람들은 울타리 너머 남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고 그것과 크게 어긋나지 않게 행동한다. 한 상품에 대한 가치판단 역시 남들이 그 상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243] 물론 인간의 기본적 본능은 생존 본능과 자기보호 본능이다. 그러나 침팬지로부터 진화되자마자 인간은 사유재산으로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기 시작했다. 약탈자는 부와 지위를 동시에 얻었다. 점차 어떤 방법으로 재산을 얻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땀과 노동으로 억척스럽게 재산을 늘린 자는 존경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베블런에 의하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부를 수동적으로 회득한 자야말로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그는 모방의 대상이 된다. 그리하여 ‘유한계급(Leisure Class)’은 세상에 태어났다.

[244] 베블런은 이러한 ‘현시적 여가(conspicuous leisure)’ 외에 ‘현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에도 화살을 겨냥했다. 현대 문명은 현시적 소비자들로 넘쳐 난다. 수십년 전만 해도 옷상표는 언제나 옷 안에 감춰져 있었다. 오늘날 디자이너의 이름은 셔츠, 넥타이, 블라우스, 바지, 양말의 바깥쪽에 보란 듯이 박혀 있다. 소비자들의 광고를 해주고 광고비도 지불하는 셈이다.

[245] 베블런의 날카로운 관찰을 처음 수용한 학문은 경제학이 아니라 사회학이었다. 그러다 1950년 하베이 라이벤스타인(H. Leibenstein) 교수가 ‘수요이론에 있어서의 유행, 속물, 그리고 베블런 효과(Bandwagon, Snob, and Veblen Effects in the Theory of Consumer Demand)'이라는 논설에서 처음으로 베블런의 이론을 경제학에 적용시켰다. 라이벤스타인은 이 논설에서 마셜의 수요법칙은 일반적으로 타당하지만 특정 재화의 경우 해당되지 않을 때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재화들을 ’베블런재(財)‘라 부른다. 이 베블런재의 경우 수요는 ’남들이 생각할만한 그 상품의 가격’ 즉, 현시적 가격(conspicuous price)에 비례한다.

[247] 고수익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독점권을 행사하여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 기업은 독점 시장을 원한다. 독점기업은 공급과 수요를 맘대로 주무를 수 있다. 가격과 이익 모두 ‘내 손 안에’ 있다. 경영전략은 독점 시장을 향한 시도에 다름 아니다. 주주와 경영자는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산출해내기를 바란다.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비용을 상승시킨다. 별로 좋을 것이 없다.

[253] 인간은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구분해야 한다. ... 욕구는 필요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 필요는 당신의 내부에서 생겨나지만 욕구는 외부에서 주입되는 것이다.

[254] “광고와 판매술의 핵심기능은 욕구의 창조에 있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욕망들을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 K. Galbraith)

[271] 만약 현재 세상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다음에 도래할 세상은 현재 세상과는 완전히 절연된 새로운 시작이라 한다면, 일부 사람들은 약속을 저버리고 타인들을 이용하려 들 것이다. 건강한 시장경제란 약속의 신성함과 타인에 대한 존중의 기반 위에서만 자라날 수 있다.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사회는 경제적 붕괴를 자초하게 된다.

9. 구원에 나선 풍류도락가 케인스

[283] 1929년에서 1933년 사이 보이지 않는 손은 미국의 뺨을 후려쳤다. 자유시장의 기능은 마비되었다. 3%였던 실업률은 25%로 치솟았고, 국민총생산량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집을 동시에 잃었다. 많은 투자가들을 자살로 내몰았던 1929년의 주가폭락은 흥청거리던 20년대에 종지부를 찍고 경제를 수렁에 빠뜨렸다. 1933년의 국민수입은 1922년보다도 줄어들었다. 노동자들은 실날 같은 기대로 일자리를 구하려 아우성쳤다. 비상 급식소가 곳곳에 설치되었다. 물질적 고통을 능가하는 정신적 고통이 대공황을 맞은 국민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 미국경제는 이전에도 오르락내리락 했었지만 한 번도 이처럼 참담하게 된ㄴ 적은 없었다.

[284]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린 모두 죽고 없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 존 메이나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289] 케인스는 가계와 기업들이 재화나 용역을 충분히 소비하지 않을 경우를 염려한다. 사람들이 소비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상품은 팔리지 않을 테고 기업은 감원하려 들 것이며 총 생산량(GNP)은 뚝 떨어진다. 이것이 바로 케인스가 생각하는 불황이다.

[294~295] "대규모 대부(貸付) 지출 계획을 정부는 후원해야 합니다. 어떤 일에 대부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제 소관이 아닙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사업들, 이를테면...... 철도사업 같은 분야에 우선권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목적은 일단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데 있으니까요."
* 케인즈가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1933년에 보낸 편지 중에서.

10. 케인스 학파와 통화주의자들의 대결

[308] 통화량이 재화나 용역의 생산량을 초과하면 소비자들의 주머니에는 돈이 과다해지고 물가는 인상된다. 사람들은 예전보다 부유해지지 않는다. 모든 지폐의 액수에 ‘0’을 두 개씩 더 단다고 해서 사람들이 부자가 될리 없듯, 통화량이 많아진다고 해서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올라가진 않는다. 부(富)란 숫자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살 수 있는 재화나 용역의 양으로 측정된다던 스미스의 가르침을 기억하는지?

[321] 실제 세상에 적용되지 못하는 우아한 경제이론은 한 편의 감동소설에 불과하다.

11. 공공선택학파: 정치는 곧 비즈니스

[336] “특수 이익집단으로 가득찬 사회란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레슬링 선수들로 가득찬 유리 그릇 상점과도 같다. 가져가는 것보다 깨어지는 것이 훨씬 많다.”
- 맨커 올슨(M. Olson)

[337] 이익으로 뭉친 단체들은 개별적으로 그다지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은 소비자들을 짓밝는다. 그러나 필경에는 국가의 효율과 소득이 떨어짐에 따라 국민 전체는 큰 피해를 입는다. 누구를 탓해야 하나? 선뜻 떠오르는 악당이 없다. 특수 이익집단들은 개개인으로부터 워낙 적은 양 만큼 씩 갉아먹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무능한 탓도 아니다. 국회의 활동을 감시하는 데에는 돈과 시간이 든다. 당자 나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가 2백 원에 불과하다면 그로 인해 남이 부당하게 누릴 혜택은 무시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합리적 무시(rational ignorance)'라 부른다.

[344] 재정적자가 분명 경제를 해치기는 하나 그 고통이란 간접적이고 분산적인 것이다. 반변 그 혜택은 직접적이고 개인적이다. 정부가 세금을 인하시키거나 지출을 늘릴 경우, 국민들은 일단 싱글벙글 웃는다. 국가에 바칠 돈을 스스로를 위해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재정 흑자는 세금인상이나 지출감소를 뜻하기에 국민들에게 직접적 고통을 준다. 세금이 인상되면 국민들은 소비를 줄여야 한다. 정부가 지출을 줄이면 각종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수혜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재정균형은 분명 건강한 경제를 낳는다. 그러나 그 혜택은 훨씬 나중에 돌아올 뿐 아니라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간접적으로 도울 뿐이다. 국민들은 국가경제가 나아지면 개인적으로 어떤 혜택이 돌아올 것인지를 한참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345] “미래는 현재가 되고 현재는 과거가 되고 과거는 영원한 악몽이 돼. 지금 준비를 해 두지 않으면 말이야.”
- 테네시 윌리엄스(T. Williams), '유리동물원(The Glass Menagerie)' 중에서

12. 합리적 기대가 지배하는 기상천외의 세상

[361~362] 우리는 처음에 중상주의자들에 대해 배웠다. 그들은 정부가 경제를 돕는다고 했다. 그 다음 스미스가 나와서 정부는 경제를 해칠 뿐이라고 했다. 케인스가 등장해서는 정부가 경제를 도울 수 있다고 했다. 통화주의자들은 정부가 경제를 도울 때도 있지만 해칠 때가 더 많다고 했다. 공공선택학파는 정부가 보통 경제를 해친다고 했다.
이제 합리적 기대이론학파(Rational Expectations School)는 선언한다. 정부의 개입이란 요술쟁이의 장난처럼 환상에 불과한 것, 그것은 현실을 바꿔놓을 수 없다!

13. 먹구름, 그리고 한줄기 햇빛

[378~379] 애덤스미스를 비롯한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틀렸다. 경제학은 정확한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과학이 아니다. 차라리 일반적 성향이라 할 수 있을까. 모든 ‘법칙’에 예외가 따르는 학문이 바로 경제학이다. 생산량 증가는 대체로 가격하락을 초래한다. 베블런식의 현시적 소비형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통화량 증가는 대체로 이자율을 낮춘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이자율을 끌어올리지만 않는다면. 주가는 대체로 미래의 현금유동(cash flow)에 대한 합리적 예측을 나타낸다. ‘동물적 활력(animal spirit)’이 투자가들을 공포에 빠뜨려 동요 시키지만 않는다면. 투자가들은 대체로 한계효용과 한계비용이 같아질 때까지 위험을 감수한다. 선견지명을 지녔다는 슘페터식 초능력 투자가들만 제외하고는.

[379]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보았던 그 어느 경제학자도 일반적-특수적, 미래-현재, 하늘-땅을 완벽하게 균형잡을 수는 없었다. 그 누구도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에 다같이 정통하진 못했다. 그들 모두 분명한 한계를 지녔었다. 일부는 그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기조차 했다.
그러나 그들은 정부와 경제의 상호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380] 아무리 훌륭한 경제정책이라 해도 그 피해자는 있기 마련이다.

[380]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이처럼 피해자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이 민주정부를 설득시키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좋은 경제정책이 반드시 인기 있는 경제정책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저인플레와 투자활성화의 혜택이 국민전체에게 인식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 수지맞을 때는 가만히 있고 그렇지 못할 때는 울상 짓는 것이 인간이다. 더욱이 언론은 행복한 사람은 보도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나온다고 해서 좋은 경제정책을 포기해선 안 된다. 이들의 압력에 굴복하면 경제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 즉, 좋은 경제정책은 피해자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사회 전체가 누리는 혜택이 증가하는 정책이라 정의내릴 수 있다.

[381] 경제학의 올바른 이해를 막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우선 세 가지 심리적 요인들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우리는 까다롭고 복잡한 분석보다 간단하고 시원시원한 정보를 선호한다. ...

둘째, 우리는 즉각적인 결과를 원한다. 쉽사리 참을성을 잃고 만다. ...

셋째, 설명 ‘좋은 시절’이 온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흘러 보내 버린다. ...

인류역사상 최대의 경제사건이라 할 수 있는 산업혁명 당시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얼마였는지 아는가? 고작 5%였다. 생활수준의 5% 증가는 어느 거지를 하루아침에 대저택의 안방에 앉혀놓진 못한다. 풀포기와 감자뿐인 식탁을 진수성찬으로 바꿔 놓지도 못한다.

[382] 시간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앞 유리창은 근시안경을 쓰고 보지만 백미러는 핑크빛 색안경을 쓰고 보는 버릇이 있다. 이런 식으로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
신문이 전성기를 선언하는 법은 없다. 역사책만이 그럴 수 있을 뿐.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볼 때 1960년대 중반이야말로 경제의 전성기였다. 고도의 경제성장은 수년간 지속되었다. 케인스 이론은 만능인 듯했다. 그러나 당시의 신문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절망과 불안한 경제전망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좋은 시절은 당연히 오는 것이기에 음미하려 들지 않았다. 경기침체가 와야 언론은 떠들썩하고 오지 말아야 할 것이 온 것처럼 난리법석을 피운다.

[382] “행복한 국가는 역사가 없는 국가로다(Happy is the nation without a history)."
- 베카리아(Beccaria), 이탈리아의 경제학자&법학자

[385] 슘페터는 명저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에서 자본주의의 미래를 예측하였다. 슘페터는 자본주의가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은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정치적 요인이라고 보았다. 자본주의의 지나친 경제적 성공이 결국 자본주의를 파멸로 몰고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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