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손수일
  • 조회 수 340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5년 5월 18일 00시 13분 등록
토드 부크홀츠지음/이승환 옮김/김영사


2. 애덤 스미스의 재림

「국부론」의 원제(原題)는 ‘제(諸) 국민의 부(富)의 성질 및 원인에 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the Nations)’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미스가 부의 원인을 알아내는 데 역점을 두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미스는 「국부론」에 다음과 같이 썼다. “공익(共益)을 추구하려는 의도도 없고 자신이 공익에 얼마나 이바지하는지조차 모르는 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이는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의도하지 않았던 부수적인 결실도 얻게 된다.” 이 구절에 처음 등장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란 표현은 스미스 경제 이론의 한 뚜렷한 상징이 되어 버렸다.

이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적 조화를 담당하는 진정한 지휘자와도 같은 ‘자유방임시장(free market)’ 체제를 의미한다.


5, 존 스튜어트 밀의 격정적 일생

1848년 밀은 「정치경제원론(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을 내어 놓았다.
1776년부터 1976년까지의 200년 동안 단지 5권의 책들이 중단 없이 경제학을 지배했다. 스미스의 「국부론」, 리카도의 「원론」, 밀의 「원론」, 마셜의 「원론」, 사무엘슨의 「원론」이 그것들이다.

마르크스가 그랬듯이 밀 역시 인간이 점차 ‘필요의 단계(realm of necessity)’를 초월하여 그저 생계를 잇기 위한 삶으로부터 인간성의 고취를 위한 삶으로 진보해 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6. 격분한 현자(賢者) 카를 마르크스

마르크스에 의하면 사유재산을 거머쥔 지배계급은 대중을 최면시킨다. 미국인들은 잦은 설득과 구슬림에 현혹되어 증권, 채권, BMW 세단을 꿈꾼다. 물론 개개인은 그러한 꿈이 자기만의 꿈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주관적으로 가치화한다. 체제 유지를 위한 이러한 법, 문화, 종교, 도덕, 가치관 등을 마르크스는 상부구조(superstructure)라 부른다.
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 서문에는 다음의 명언이 실려 있다. “물질적 생활 능력은 사회적, 정치적, 지적 생활형태를 좌우한다. 의식이 생활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찬미했다. 자본주의가 없었더라면 인간은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신음했을 것이라고 마르크스는 보았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은 흐릿한 사회주의 몽상가들의 비논리적 자본주의 매도를 철저히 배격한다.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의 필수불가결한 선결조건이다. 자본주의는 과도하게 생산적이기에, 생산에 있어 보다 덜 적극적인 사회주의의 발생을 허용하게 된다.

인간의 삶에 있어 노동이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마르크슨 믿었다. 인간은 누구나 창조(creation)에의 열망을 지녔으며 자연과 다른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를 발전하고 싶어한다. 인격은 창조적 노동 없인 발전될 수 없다.

자본주의하에서 노동이란 그저 상품의 하나일 따름이다. 사람들은 틀에 박힌 지겨운 노동을 해야만 한다. 그들은 인간의 형상을 한 기계도구에 불과하다.그들은 이 세상으로부터, 동료들로부터, 그리고 자기자신으로부터 소외(alienation)를 느낀다. 이 인간소외라는 주제는 마르크스 철학과 실존주의 철학의 현대사회 비판에 빈번하게 등장한다.


7. 앨프레드 마셜의 한계적 시야

그는 1890년 초판된 「경제원론(Principles of Economics)」 첫 페이지에 이렇게 적고 있다. “자연은 비약하는 법이 없다.”

마셜의 한계이론은 경제학에 적용시킨 진화론이라 할 수 있다. 기업가도 소비자도 결코 건너뛰는 법이 없이 차근차근 주어진 상황을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개인도, 기업도, 정부도, 물가변화에 적응한다. 세상은 준엄한 적자생존의 원칙에 의해 지배된다. 적응에 실패하면 도태된다. 경쟁의 압력이 심하면 과감히 비용을 줄여야 한다.

마셜은 그 과정에 있어 경제배역을 맡은 개개인의 결정들을 면밀히 주시한다는 데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즉, 한계이론은 미시경제학 발전의 터전을 개척했다고 할 수 있다. 이윤이 비용을 초과할 경우 개개인은 자신의 위치를 검토해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마셜은 개개의 기업들이 어떻게 환경변화에 대처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이것이 미시경제학의 핵심이다. 이윤과 비용이 일정할 경우에만 우리는 뉴턴식의 불변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8. 구제도학파와 신제도학파

제도학파(制度學派, institutionalist)란 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보통 제도학파와 경제학자들은 지대, 이윤, 노동비용 등과 같은 일반적 경제학의 범주에서 탈피하여 사회의 법, 기풍(ethos), 제도와 같은 것에 관심의 초점을 맞춘다.

신제도학파는 구제도학파와 판이하다. 물론 신제도학파 경제학자들 역시 사회제도를 연구하고 분석한다. 그러나 그들은 구제도학파가 신랄히 비판했던 마셜의 분석도구들을 이용한다.

가격, 이윤, 지대, 비용이 경제학의 전부는 아니다. 법, 도덕, 패션, 철학 등도 경제학의 일부이다. 베블런과 갤브레이스는 경제학의 정의를 확장시켰다. 동료 경제학자들은 더 넓은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 마셜은 경제학을 너무 쉬운 학문처럼 만들어 우리를 속였다.
신제도학파들은 경제학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동시에 마셜의 도구가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한계분석 도구를 온갖 복잡한 사회현상들에 적용시켰다.

제도학파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무엇일까? 그들은 경제학이 사회 전체만큼이나 크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9. 구원에 나선 풍류도락가 케인스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린 모두 죽고 없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라고 케인스는 일찌기 「화폐개혁론」에 썼었다.
1936년 마침내 케인스는 이 말을 합리화시킨다. 재무성의 낡은 사고를 여지없이 깨뜨리고 거시경제학 분석의 새 이정표를 세울 역작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을 세상에 내보앴던 것이다.

경제학자 및 정치철학자의 관념(idea)의 힘은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다. 세계는 그 관념들이 움직여 나간다. 여하한 지적 영향도 받고 있지 않다고 믿는 실질적 인간도 사실은 이미 죽은 어느 경제학자의 노예이기 일쑤다......선용되든 악용되든 궁극적으로 위험한 것은 관념이지 사리(私利)가 아니다.(Soon or late, it is ideas, not vested interests which are dangerous for good or evil).


Ⅱ. 감상

이런 책이 하나 있었으면 했었다. 경제학이 무엇인지, 아니 내노라하는 각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그들이 결국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차이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경제학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자신들의 생각들을 주장하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한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궁금증을 잘 정리된 명료한 설명으로 적절하게 해소시켜 준다.

경제학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과 이론들을 요점과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축약된 내용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경제학의 핵심 아이디어들을 재치 있는 적절한 예(例)로서 쉽게 풀이해 준다.

경제란 ‘경세제민(經世濟民)’,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한다"는 의미이다. 책을 통해 경제학이라는 분야가 현실적으로 우리의 삶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그리고 이제껏 세상에 출현한 경제학자들이 그래도 선의(善意)를 가지고 인류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최소한 자신의 국가와 민족의 번영을 위해)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었다.


Ⅲ. 저자의 입장에서

경제학에 대한 일천한 지식을 가지고 이 책에서 뭔가 아쉽거나 충족되었으면 하는 부분을 생각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저 본문에 나왔던 케인스의 말처럼 우리의 미래가 펼쳐지게 된다면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잠시 생각해보면서, 이를 옮겨본다. 아마도 저자는 이러한 장미빛 전망이 실현되길 원하는 마음으로 이 부분을 인용한 것이 아닐까.

“1930년 출판된 「우리의 자손들에게 주어진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 Children)」은 밀을 연상시키는 품위 있는 논문이다. 여기서 케인스는 다음처럼 아름다운 미래를 전망한다.

맬서스는 틀렸다. 칼라일도 틀렸다. 경제학의 최대 숙제라 할 희소 문제는 1백 년 이내로 해결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부모세대가 못 이룬 것은 자식 세대가 이루어냈으며, 부모세대의 꿈은 자식 세대에겐 현실이었다. 지난 2백 년간 세계경제가 걸어온 길은 울퉁불퉁하고 험난한 길이었지만 그래도 그것은 줄기차게 상승하는 길이었지 않은가. 우리의 자손 역시 부모의 어깨를 딛고 올라 언젠가는 모든 물질적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길이 황금으로 포장될 날도 멀지 않았다. 더욱이 인류의 손발이 고와짐에 따라 인류의 마음씨도 고와질 것이라고 기대해 봄직하다. 물욕을 충족시키고 나면 인간은 친절이나 사랑과 같은 덕목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지도 모른다.” (p.303)


IP *.237.200.155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32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 (完) [2] 신재동 2005.05.17 3570
4831 가자! 아메리카로 (리오 휴버만) // 20050517 강미영 2005.05.17 2565
»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完) [1] 손수일 2005.05.18 3408
4829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짐 콜린스)-完 오병곤 2005.05.19 4247
4828 착한 미개인과 동양의 현자.. [2] 김미영 2005.05.20 2900
4827 나의 생명 이야기.. [2] 김미영 2005.05.20 3141
4826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2] 오세나 2005.05.23 3419
4825 [가자 아메리카로!] 리오 휴버맨 오세나 2005.05.23 2419
4824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 짐 콜린스(完) 신재동 2005.05.25 2927
4823 한국인의 미의식.. 김미영 2005.05.25 3760
4822 [8] 소유의 종말 홍승완 2005.05.26 2425
4821 소유의 종말(제러미 리프킨)-完 [3] 오병곤 2005.05.26 2875
4820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3] 문요한 2005.05.27 10679
4819 소유의 종말 -제러미 리프킨(完) 손수일 2005.05.27 2412
4818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 完 [2] 오병곤 2005.06.01 3048
4817 블루오션 전략 - (完) 신재동 2005.06.02 2619
4816 [드러커 100년의 철학] 5/2~6/2 [1] 이선이 2005.06.02 2630
4815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구본형(完) 손수일 2005.06.03 2810
4814 [9] 블루오션 전략 홍승완 2005.06.03 2648
4813 도서정리10-소유의 종말 박노진 2005.06.04 2609